언택트 시대의 문화예술, 지금 안녕한가요?
류수연
2020년을 나타내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코로나19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7개월 동안, 사회의 전 영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용어 역시 그것이 아닐까 싶다.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어떤 텍스트나 작품도, 이 가공할 팬데믹이 만들어낸 오늘의 현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현재 팬데믹과 함께 가장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문화예술 영역은 다름 아닌 공연계이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비즈니스 가운데서도 공연은 인풋과 아웃풋이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이다. 그만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요구되고, 문화예술계에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한 공연계가 코로나19로 올 스톱되었다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거기에 관련된 많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생업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이다. 1984년 초연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장 성공적인 문화예술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되었던 ‘태양의 서커스’가 파산을 선언했다는 것만 보아도, 현재 공연계가 겪고 있는 고통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앗아간 것은 비단 현재의 기회들만은 아니다. 지금의 ‘언택트(un-tact)’가 ‘노택트(no-tact)’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는 이미 압도적이다. 상반기 보릿고개를 겨우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거리두기 좌석제나 온라인 공연이 대안으로 제시되고는 있지만, 무대 자체가 수익은커녕 적자만 만드는 상황에서 코로나 블루는 공연계 전반을 휩싸고 있다. 그러나 상업적인 공연에 공적자금이 투여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미 생계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포기하고 다른 일에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쌓아올리긴 쉽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문화예술계는 오늘의 생존을 위해 미래의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다. 한 번 잃어버린 창작동력을 다시 원상 복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서는 두 말 할 필요도 없으리라.
이런 상황에서 여러 광역문화재단도 바빠졌다. 경기도는 지난 5월부터 ‘경기도형 문화 뉴딜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경기아트센터의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무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과 ‘공연업 회상 프로젝트’에 이어 10억 원의 예산으로 ‘코로나19 극복 공연예술단체 창작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역시 문화예술계를 위한 지원에 빠르게 나섰다. 광역문화재단 중 가장 먼저 예술인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인천 예술인 긴급지원사업’을 진행하였고, 현재는 ‘공연예술창작활성화’, ‘작은미술관 전시활성화’, ‘전시공간 활성화’ 등 지역 문화예술에 직접적으로 수혜가 돌아가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코로나 블루의 종결은 사실상 요원해 보인다. 각 문화재단에 의해 긴급 수혈되고 있는 공적자금들이 문화예술계의 실핏줄까지 잘 전달되고 있는지도, 아직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분명 긍정적인 시그널은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위기 속에서 각 광역문화재단들의 좋은 정책이 빠르게 소통되고 상호 수용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또한 생활방역에서 전시와 공연이 낮은 위험도로 평가되면서 각 전시장과 공연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
문화예술계의 대형 비즈니스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지금 우리는 현실적 조건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작은 무대들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지역 공연예술이라는 생태계의 중요성 역시 더 부각된다. 그것이 바로 코로나19로 붕괴된 문화예술의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긴급 수혈 이후를 더욱 고민할 때다. 그리고 간절히 믿고 싶다. 절망 끝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 역시 문화예술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류수연(柳受延, Ryu Su-yun)
약력 : 문학평론가/문화평론가.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하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계간 <창작과 비평> 신인평론상(2013)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문학과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현재는 <인천투데이>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또한 인천문화재단 이사, 대중서사학회 연구이사 및 로맨스 서사 연구팀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