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의 인생에도 비극의 장이 열리는 때가 있다. 그리고 만약 주변의 누군가가 그들의 인생에서 비극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면,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그들이 망연자실하여 힘들어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의외로 어떤 이들은 그들에게 닥친 인생의 비극을 최대한 담담하게, 또는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바로 상습수해지역에 위치한 비온새라이브 사람들이 그렇다.
비온새라이브는 상습수해지역의 라이브 카페 이름이다. 상습적으로 수해가 발생하는 아랫마을과 윗마을 사이에 비온새라이브가 있다. 비온새라이브에서는 물에 잠긴 아랫마을이 훤히 보인다. 연극 비온새라이브는 바로 이 라이브 카페 비온새라이브를 무대로 펼쳐진다.
수해로 인해 학교로 가는 다리가 잠겨서 비온새라이브 안에 갇혀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진아는, 왜 사람들이 수해지역을 떠나지 않는가를 질문한다. 하지만 비온새라이브의 여주인 경애가 방송 인터뷰에서 했던 말처럼, 사실 마을 사람들이 그곳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수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둑을 세우고 제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하지만 선거 때만 반짝할 뿐 여전히 공약은 이행되지 않는다. 결국, 많은 사람이 마을을 떠나고, 이제 마을은 잠깐 왔다가 돌아가는 외지 사람들만 드나드는 별장촌이 되어간다.
마을 사람들은 수해로 인해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에 대해서 방송 인터뷰를 하고, 새로 바뀐 도지사는 혹시 다를까를 기대하면서 도지사에게 전달되는 보고서 속에 그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상습수해가 일어나는 이 지역에는 지난번 수해 이후 4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다. 그저 수해에 익숙해진 주민들만 있을 뿐이다. 이들은 몇 년마다 반복되는 수해에 익숙해진 탓인지, 수해로 많은 것을 잃은 상태에서도 의기소침하지 않다. 그저 담담하게 마을을 집어삼킨 수마를 바라보는 것뿐이다. 그리고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리고 오기로 약속한 사람을 기다린다. 전기도 끊긴 비온새라이브 안에서 촛불을 켜놓고 앉아있는 고3 진아는 수해복구작업을 하러 간 엄마, 온새를 기다리고, 주민들은 이번에는 예전과 다른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도지사가 수해복구작업을 하러 온다는 소식에 그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들은 연극이 진행되는 내내 오겠다는 말만 들릴 뿐 오지 않는다. 온새도, 도지사도 저 아랫마을 물에 잠긴 지역에서 수해복구 작업을 한다는 말만 들리고, 온새가 작업했다는 수습된 유해만 돌아올 뿐 오지 않는다.
비온새라이브는 물속에 잠긴 수해지역을 바라보는 곳으로 묘사되지만, 어쩌면 그곳은 전기까지 끊겨서 잘 보이지도 않는, 어딘가에 갇힌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세월호가 바닷속에서 기울어져 반은 물속에 잠기고, 반은 물밖에 솟아 있는 것처럼, 물에 잠긴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에 사람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에 비온새라이브가 있는 것이다. 만약 세월호의 물에 잠긴 부분과 물 밖에 떠있는 사이 틈새에, 산소가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던 그 작은 공간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어쩌면 그들은 비온새라이브의 사람들처럼 지내지 않았을까? 비온새라이브의 진아가 아랫마을에 수습하러 간 엄마 온새를 계속 기다리고, 어떤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도지사를 기다리는 것처럼, 오기로 한 사람, 그러나 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비온새라이브의 사람들은 수해복구작업을 하러 왔다는 도지사가 오기를 기다리지만 비온새라이브에는 들르지 않고 돌아가버렸다는 얘기에 서운해서 계획했던 공연을 취소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도지사가 오지 않는다고 하여도 준비했던 아카펠라 공연을 하기로 결정한다. 마지막 장면, 모든 전기가 끊기고 암전 속에서 울려 퍼지는 아카펠라는 마치 영화 타이타닉에서 물에 가라앉는 배 안에서 연주를 하던 악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비극적인 상황에 놓였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오지 않지만,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악기 삼아, 영혼을 나눈다.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는 공간은 결국 캄캄한 어둠 속에 묻혔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그들의 몸과 영혼은 노래가 된다.
비온새라이브
작 이양구
제작 극단 작은방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 C
일시 2017.4.11(목) ~ 12(금) 오후 4시, 7시
글. 사진/
김경옥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수필가, 옥님살롱(블로그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