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년, 서로를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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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5월 인천문화재단이 주최한 문화정책토론회 ‘문화도시 인천을 위한 청년들의 제안’에 모였던 많은 청년들은 입을 모아 ‘청년들이 한데 모이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청년끼리도 분야와 이슈가 다양하기 때문에 잘 뭉치지 않고, 기관에서 주최하는 단발적인 행사를 통해 모인다고 하더라도 네트워크를 만들고 모임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 인천에는 청년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공통의 이슈를 찾아 이어가는 모임들이 형성되고 있다. 3월에 열린 인천의 청년 모임 두 곳을 찾아가보았다.

(“포토월입니다. 멋진 포즈 한 번 보여주세요!”)

첫 번째로 찾은 모임은 지난 3월 3일 저녁, 구월동의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열린 ‘인천 청년 네트워킹 파티’였다. 청년인천의 주최로 열린 이날 파티에는 대학생, 정치인, 문화예술인, 청년창업가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 50여명이 모여 정치, 경제, 일자리, 젠더, 문화예술, 창업 등 폭넓은 주제의 청년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소 무겁고 우울한 주제로 모였지만, 청년들이 조직하고 기획한 모임답게 재치와 활기가 넘쳤다.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재미난 문구로 가득한 포토월이 보였고, 모든 참가자들이 마치 영화제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포토월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포토월에는 ‘몸은 바쁜데 남는 돈은 없다’, ‘제일 바쁜 시기에 제일 한가해요’ ‘고양이>아기’ 등 청년들의 현실적인 고민들을 자조적으로 담은 ‘웃픈’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청년에게만 발언권을 드립니다.”)

이날 행사의 1부는 참여한 모든 청년들이 각자 관심 있는 청년문제의 키워드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3분 스피치’로 진행되었다. 각자의 발표시간 3분이 넘으면 닭 울음소리를 울리고, 뒤늦게 들어오는 지각자를 웅장한 등장음악으로 환영하는 등의 재미있는 구성도 눈에 띄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규칙은 청년에게만 발언권을 준다는 것이었다. 자리에 앉은 청년들이 돌아가면서 빠짐없이 발언권을 얻어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반면, 40세 이상의 중, 장년층 참여자들은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은 청년에게 마이크를 건네주어야 했다. 기존의 토론회에서 발언권을 얻지 못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청년들은 이번 행사의 규칙에 대해 통쾌함을 느끼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

사회를 맡은 거리울림 백지훤 대표는 행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행사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당신들 배후가 누구냐는 질문이었다, 청년들이 필드에서 당한 경험이 많아 의심이 많다. 이런 자리가 생기면 누가 또 우리를 들러리 세워 이용할지 의심부터 하고 본다’고 말하며 ‘우리의 배후는 우리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이전과 같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청년들이 적은 청년들의 키워드”)

분야도, 관심사도 모두 다른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였지만 참여자들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서로의 고민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기획협동조합의 정상섭 씨는 ‘문화예술인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지원사업 밖에 없다. 지원사업이 아니라 일자리가 필요하다.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을 지속하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인천발전연구원의 계약직 연구원으로 인천 남구의 청년정책을 위한 사전연구를 하고 있다는 조수미 씨는 ‘대부분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장년층이기 때문에 장년층의 힘없이 청년층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사업 내에서 손과 발이 되어 실행하고 노력하는 것은 청년층’이라며 ‘그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싸운다면 모두가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심있는 키워드로 ‘청소년 인권’과 ‘동물권’을 꺼낸 수험생 오성용 씨는 청년 모임에 와서 ‘동물권’을 주장하는 데에 대해 ‘이 사회는 청소년과 청년을 비롯한 약자와 소수자가 살아가는 모습이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사회’라며 ‘나이와 경력에 따른 대상화, 사회적인 억압 없이 존중받으며 살고 싶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행복하게 살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치맥과 함께하는 네트워크 파티”)
청년인천의 이현정 대표는 ‘청년 문제라고 말하는 이슈들을 이전에도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저 개인의 문제라고 여겼다. 하지만 밖에 나와서 여러 청년들을 만나보니, 내가 겪는 어려움을 다른 많은 사람들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했다’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힘든 것이 각자가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임을 만들어 청년들의 문제를 공유하고 목소리를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모임을 주최한 이유를 설명했다.

청년인천은 2016년 봄에 활동을 시작한 이후 인천의 청년문제와 청년정책을 위한 ‘인천청년문화정책포럼’, 청년들이 즐기면서 자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부엉이 프로젝트’와 같은 활동을 이어왔다. 앞으로도 자신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여기며 혼자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들을 만나 함께 목소리를 높일 것을 제안하는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청년인력소 네트워크 파티”)

3월 19일 일요일, 부평의 락캠프에서는 또 다른 인천청년들의 모임인 ‘청년인력소’의 세 번째 모임이 진행되었다. 청년인천의 네트워킹파티가 각자도생하던 인천 청년들이 연대하여 청년문제를 공론화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면 청년인력소는 ‘쓰실 분, 하실 분’을 슬로건으로 실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청년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하고 싶었지만 함께 할 사람이 없어 묻혀두었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자리이다.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청년인력소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페이스북 안내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하고 참가비 만 원을 입금한 뒤 자신의 프로필을 제출하면 된다. 물론 프로필은 당일 그 자리에서 수기로 작성해도 되고, 참가비 역시 현장결제가 가능하다. 참여자들이 작성한 프로필은 하단에 붙은 문어발 같은 연락처 쪽지와 함께 게재된다. 프로필을 구경하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졌거나,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발견하면 쪽지를 떼어 직접 연락하면 된다.

(“5분 테이블과 청년프로필”)
프로그램은 돌아가며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는 ‘5분 테이블’과 미리 신청한 참여자의 공연 시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참여자들의 성향에 따라 매번 모임은 다른 성격을 가진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영상 관련 활동을 하는 참가자들과, 자신의 활동을 영상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참여자들이 모여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일자리와 인력을 찾는 활동이 활발했다. 참여자들은 즉석에서 욕으로 캘리그라피를 하고, 행위 예술을 하는 등의 ‘욕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세 번째 모임은 음악 활동을 하는 참가자가 많이 모여 뒤풀이 내내 기타를 치고 노래하며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4월에 있을 다음 모임은 락캠프 근처 공원에서 봄 소풍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청년들이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인 만큼, 청년들의 입장을 고려한 섬세한 배려도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적는 참여자 인적사항에는 ‘이름’과 ‘오늘 기분’ 두 가지 항목만 있었다. 소속이 없거나 활동 분야가 다양해 인적사항을 적기 곤란했던 청년들을 배려한 것이다. 또한 참여자 등록을 마친 뒤 뽑기를 통해 앉을 자리를 정한다. 친한 참여자들끼리 함께 앉는 것을 방지해 혼자 오는 참여자를 배려하고, 새로운 청년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즐거운 뒤풀이”)

인천과 서울, 부천 등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강헌구 씨는 ‘음악을 전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이 작업할 친구를 찾기가 어렵다.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으며 시너지를 낼 친구를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친구를 찾기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인천에서 활동을 이어가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나고 자란 동네에서 친구들과 음악을 하고 싶다. 비틀즈도 리버풀의 작은 동네 펍에서 친구 네 명이 모여 활동하다가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밴드가 된 것’이라며 ‘지역에서 기반을 쌓고 메이저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역에도 좀 더 다양한 음악, 예술활동의 근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혁신파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여은미 씨는 ‘집은 인천이지만 서울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인천이라는 지역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 서울에는 청년들이 모일 공간이 많기 때문에 자주 마주치고 자연스레 네트워크가 생긴다. 인천에서도 많은 청년을 만나고 활동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페이스북에서 청년인력소에 대한 홍보를 발견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소파사운즈 인천에서 공연기획을 하고 있는 홍성현 씨는 ‘초, 중, 고, 대학교를 모두 인천에서 나왔기 때문에 모든 인적 네트워크가 인천에 있다. 인천에서 문화기획을 하고 싶지만 인천은 서울에 비해 문화기획에 대한 수요도 제도적 장치도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현장에서 렌트하는 데 백만 원이 든다고 하면 업체와 입을 맞춰서 백이십만 원으로 간이영수증을 끊고, 이십만 원을 챙기는 식으로 기획비를 챙기는 모습을 많이 목격한다. 문화기획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은 돈이다. 열정과 응원과 격려로는 부족하다. 어른들은 꿈이 밥 먹여주느냐고 말한다. 꿈이 있으면 세 끼 먹을 걸 두 끼만 먹고, 두 끼 먹을 걸 한 끼만 먹어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아예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밥을 먹어야 꿈을 꾼다. 인천시가 시장개입을 통해 인천 문화기획의 수요와 공급이 서울로 새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지역의 문화기획이 가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청년 시절이 가기 전에 진한 족적을 남기고 ‘우주의 아이돌’이 되고 싶어 청년인력소를 기획, 운영하고 있는 정예지 씨는 ‘기관의 지원을 받으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입맛을 맞춰야 하는 게 싫어 일단 저질렀다. 하지만 참가비로만 운영하기에는 재정에 어려움이 따른다. 커피지원, 주류지원, 공간지원 등 청년인력소의 본질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작은 부분부터 지원받는 방법을 생각중이다’라고 밝혔다. 청년인력소는 지금 ‘쓰실 분’을 찾고 있다. ‘하실 분’에 해당하는 청년들은 많이 모였기 때문에 ‘쓰실 분’들을 더 많이 찾고 연계하여 참여자 모두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을 북마크에 등록하면 ‘모으다 잇다 흔들다’라는 슬로건이 보인다. 인천 청년들이 만들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슬로건이 아닐까.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모이기조차 어렵다고 호소했던 인천 청년들은 지금 스스로 모임을 조직하고, 필요에 따라 친구를 찾아 서로를 이어가고 있다. 모이고 이어진 인천 청년들에게는 이제 흔들 일만 남았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판을 뒤흔들어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마련하고, 그 위에서 마음껏 역량을 펼치며 뛰어다닐 인천 청년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글/ 김진아 문화통신3.0 시민기자
사진/ 청년인천, 청년인력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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