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를 치유하는 우리의 처방전– 아시테지 BOM나들이 – 연수아트홀
김용진 (연수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초유의 팬데믹(pandemic)이 닥친 지난 2년간은 모든 순간이 얼어붙은 빙하의 나날들이었다. 마스크 안에 갇힌 얼굴만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흐려졌고, 그 가운데서도 삶을 풍부하게 밝혀 왔던 문화적, 예술적 활동이 빈약해 졌다. 동면에 들어간 곰처럼 사람들은 깊은 동굴 속 심연 속에서 잔뜩 웅크린 체 희미한 빛을 더듬으며 바깥세상으로 나갈 순간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그 긴 기다림의 응답일까. 조금씩 조금씩 팬데믹의 그늘이 옅어져 가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기나긴 우기의 빗줄기가 가늘어질 즈음 우리는 건조해져 부서질 듯 바스락거리는 삶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쯤에서 던지게 되는 가볍지 않은 질문은, 우리의 파괴된 정서를 복원하고 부드럽게 하는 원천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을 것인가이다.
흐려진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선명하게 잇고, 삶의 회복 탄력성을 갖는 원동력으로 많은 해법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다채로운 예술 활동과 향유에서 그 간절한 답을 찾게 된다. 사람들은 배부른 돼지도 원하지만,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더라도 정서적(정신적) 위무 또한 바라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이토록 소중해지는 것은 지역문화재단이 정서적 피폐의 복구를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콘텐츠를 풀어 놓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자리 잡은 연수문화재단은 그 구체적 실행의 처방전 중 하나로 연수문화재단의 공연브랜드 <#플레잉연수>을 통해 코로나 블루를 치유해 보고자 한다.(때마침 사회적 거리 두기 제한이 풀리면서 좌석 간 거리 두기도 없어졌다.)
연수문화재단 공연브랜드 <#플레잉연수>는 2022년 ‘IN&OUT’이라는 틀에서 다채로운 실내공연과 실외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실내공연은 「금요예술무대」의 이름으로 연수구청 연수아트홀을 중심으로 당 해의 이슈와 공연 장르의 다양성을 특화한 시리즈 공연을 선보이려 한다. 지면의 제약으로 다 풀어 놓을 순 없지만 실외공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 간단하게 옮겨 보자면, 기존 실외공연 테마인 「토요문화마당」에 주민참여예산 사업이 더해져 「공원둘레길버스킹」, 「송도특별한콘서트」, 「이동형무대」 등 여러 결의 공연이 「금요예술무대」와 더불어 연수구의 다양한 실외 장소와 공간에서 함께 한다.
실내공연을 중심으로 하는 「금요예술무대」는 어린이날 100주년이라는 올해의 이슈에 주목해, 4월부터 7월 초까지 어린이 공연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동심에 풍덩” 특별시리즈를 마련했다. 8월에는 “에너지 발산”을 주제로 뜨거운 여름 한바탕 관객과 호흡하며 억눌린 감정을 즐거운 퍼포먼스와 난장에 실어 보내고자 하고, 10월부터 12월까지는 가을의 낭만과 겨울의 매혹을 담은 클래식과 대중음악 그리고 크로스오버재즈를 시리즈로 묶어 지친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리는 ‘감성이 출렁’을 준비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넌버벌 오브제극 – 네네네 |
매직드로잉 가족극 – 두들팝 |
이 가운데서 상반기 주요 공연으로 풀어낼 어린이 공연 특화 시리즈 “동심에 풍덩”이 더욱 특별해진 이유는 국내외 어린이공연콘텐츠 전문단체인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 KOREA)(이하 아시테지)와 인천 지역의 10개 기관 공연장이 함께 의기투합해 ‘아시테지 IN 인천 BOM 나들이’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 10개 기관이 운영 중인 공연장들이 네트워크 형태로 결합한 것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인천 공연장들이 서로 간 활성화될 계기를 찾던 중 ‘어린이날 기념 100주년’의 이슈가 기관 간 공감대를 만들었고, 이 공감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던 인천 지역 공연장들을 묶는 매개가 되었다. 여기에 아시테지 측의 제안이 더해 지면서 인천 공연장 네트워크는 실행으로 가시화되었고, 아시테지가 공모로 엄선한 국내 우수 어린이 공연 14개 작품을 5월 한 달간 릴레이 방식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음악극 –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
14개의 공연 작품 중에 연수문화재단은 은세계씨어터컴퍼니의 음악극 ‘오필리아의 그림자극장’을 품게 되었다. ‘오필리아의 그림자극’은 우리에게 ‘모모’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독일의 작가 ‘미하엘 엔데’의 동화작품을 각색한 작품으로, 그림자놀이를 활용해 극 중의 등장인물들을 관객이 직접 만들면서 참여하는 이른바 ‘이머시브’ 공연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 온 가족이 즐겁게 공연에 관여하며 몰입할 수 있는 공연이라 할 수 있다.
본 공연은 아시테지 측과의 협의를 통해 문화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문화나눔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공연 개최의 의미를 더할 수 있게 되었다. 2003년 초연을 시작으로 일본 순회공연 등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은 검증된 어린이 공연콘텐츠를 문화나눔을 통해 다양한 지역민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각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예술이 갖는 조용한 치유의 힘을 속 깊게 전파하는 소중한 기회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스어 ‘카타르시스(catharsis)’는 극 중 주인공의 비극적 상황에 타자의 지위에 머물러 있던 관객들이 자신의 감정을 극 중 주인공에게 밀어 넣음으로써 마음에 쌓여 있는 우울감, 불안감, 긴장감 등이 해소되는 극적인 감정 변화의 감지를 의미한다. 즉, 심리적 안정화 상태인 ‘마음의 정화’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코로나 블루”가 지극히 정서적인 공황을 의미한다고 할 때, 예술이 줄 수 있는 이 ‘카타르시스’야 말로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정서적 공황 극복의 처방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병증을 다스리는 처방전이 다르듯 공연예술을 포함한 여러 갈래의 예술작품과 예술 행위는 팬데믹으로 인해 가중된 정서적 수유의 결여로부터 여유와 숨 쉴 수 있는 삶의 빈틈을 열어줄 것이라 확신하며, 모두가 이 예술 처방전을 받을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글/사진 김용진(金容眞, Yong Jin Kim)
철학을 공부하다 미학이라는 우물에 빠져 지역 현장을 기반으로 하는 전시기획자를 꿈꾸게 되었다. 미술관의 어설픈 학예연구사로 머물뻔하다가 현재, 고향인 인천으로 다시 돌아와 지역 기초문화재단에서 삶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삶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실천방법을 고민하고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