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민간문화공간과 공공의 협력지대, 동네방네 아지트로 오세요!

0
image_pdfimage_print

소규모 민간문화공간과 공공의 협력지대,
동네방네 아지트로 오세요!

손동혁(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은 안정적인 활동 공간을 찾는 동아리와 주민과 함께하기 위해 고민하는 민간문화공간들의 접점을 모색하는 한편, 동네의 일상 공간을 생활문화의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할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즉, 지역 곳곳의 다양한 공간들이 생활문화를 함께 즐기고, 향유하고, 만드는 아지트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은 2014년 5월 26일에 제정된 「인천광역시 생활문화 진흥 조례」에 근거하여 공간과 주민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주민을 지원하되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활동 거점과 상호 간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초기에는 공간활용지원금과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동아리의 참여를 조건으로 동아리 구성원,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 예산을 지원하였고, 현재는 공간활용지원금과 공간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신청서류 작성을 지양하고 ‘공간활용지원금’이라는 예산항목을 신설하여, 공간에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프로그램 진행 시 유연하게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었다. 정산을 하더라도 ‘공간활용지원금’의 경우 모임 횟수만 확인된다면 세부 내역을 제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공간 운영자는 공간 활용에 부담을 덜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훨씬 편안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년도 2017 2018 2019 2020 2021 합계
지원 공간 수 20 20 18 20 20 98
[표]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 선정 현황(2017년~2021년)

이 사업은 2017년 4월에 첫 공모를 진행했고, 59곳이 신청했다. 첫 해에 20곳이 선정되었고, 2021년까지 총 98곳이 선정되었다.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은 지역에서 나름대로 문화예술 기획과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사적 공간이라는 한계 때문에 공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공간들과 네트워크를 맺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공간 운영자들에게 고무적인 사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인천문화재단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공공기관의 지원 시스템을 경험하는 한편, 포털 사이트나 지역 언론 등에 노출 횟수가 많아진 것도 공간 대표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하지만 재단과의 관계 형성보다 더 중요한 지점은 바로 동료와의 만남이다. 가까운 지역 내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공간을 운영하느라 바빠 서로의 공간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대표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었고, 실제 모임에서도 그동안 쌓아왔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20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 참여 공간 (사진: 인천문화재단)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지는 주민들의 활동은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루어지며, 동네방네 아지트의 공간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공공기관이나 시설을 이용할 때와는 다른 태도를 갖게 된다. 상황에 따라 유료로 대관해 정해진 시간 동안 사용하고, 흔적을 깨끗이 치우고 나오는 ‘공공 예의’가 요구되는 ‘공공적’ 성격의 생활문화센터와 다르게 같은 모임을 진행하더라도 동네방네 아지트 공간에서는 ‘손님’과 ‘참여자’의 자격으로 공간에 대한 공동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단골’이었던 손님도, ‘단골’이 아니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자가 되어 ‘단골’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도 공간과 공간 대표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은 동네 곳곳에 이미 자리 잡고 있으며, 접근성이 높은 민간문화공간을 거점으로, 취향 공동체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시민들의 생활문화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생활문화의 특성상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의 일상 공간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공적 재원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신규 공간을 조성하기보다 기존의 민간문화공간과 공간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책적 측면의 효과가 기대된다. 그리고 예술가와 주민이 자연스럽게 민간문화공간들을 통해 만나고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아지트 지원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더욱 다양한 생활문화활동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인천에서 더욱 활발한 생활문화활동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활동의 거점이 될 만한 민간공간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한편, 공간과 동아리를 잇는 네트워크와 정보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에 사람들의 활동이 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 내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문화공간 정책 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생활문화센터를 신규로 짓는 것도 좋지만, 이미 곳곳에서 생활문화센터의 역할을 하는 작은 민간공간들과 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은 행정적인 이유로 지원사업의 형식이더라도 그 내용은 파트너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손동혁(孫東赫, Donghyeok Son)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장. 문화예술 기획, 지역문화 정책, 공동체 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2012년부터 인천문화재단에 재직 중이다.

Share.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