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사찰

천년의 불교문화를 계승해온 한국의 사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통도사(경남 양산), 부석사(경북 영주), 봉정사(경북 안동), 법주사(충북 보은), 마곡사(충남 공주), 선암사(전남 순천), 대흥사(전남 해남) 일곱 곳입니다.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창덕궁, 수원 화성,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 경주역사유적지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 왕릉, 하회/양동마을, 남한산성, 백제 역사유적지구 등에 이은 한국의 13번째 세계유산입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은 보존 가치가 있다고 요구되는 인류의 보편적인 유산을 말합니다. 1960년 이집트의 아스완 댐 건설로 누비아 유적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전 세계 60여 개국이 나서 아부심벨 대신전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서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지난달 30일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사찰이 7~9세기 창건 이후 불교의 깊은 역사성을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은 험난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세계인들이 항구적으로 아끼고 가꿔나가야 할 인류의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이 기준은 다양하게 해석되는데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을 대표(호주 오페라하우스)’,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특출한 증거(태국 아유타야 유적지)’, 인류 역사의 중요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경관 유형의 대표적 사례(종묘)’ 등이 있습니다.

모든 문화유산에는 진정성, 다시 말해 재질, 기법 등에서 원래의 가치를 보유해야 합니다. 박물관의 조각상이나 공예품, 회화와 같은 문화재가 세계유산에 포함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유네스코는 인위적인 힘을 받았거나 가공된 것은 세계유산 반열에 오를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통도사는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로, 신라 선덕여왕 15년(646)에 자장율사가 세웠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든 수행자가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득도해 일체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입니다.

불가에서 금강계단은 승려가 되는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수계의식(부처의 가르침을 받드는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계율을 받음)이 행해지는 곳입니다. 부처님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상징성을 띠고 있죠.

현재의 금강계단은 고려, 조선 시대를 거쳐 여러 차례 수리했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금강계단 양식을 유지합니다. 14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통도사는 석가모니 부처님 정골 진신사리와 가사, 대장경 400여 함이 봉안된 계율 근본도량으로 ‘불지종가 국지대찰’로 불립니다. 금강계단과 대웅전 등 수십 점의 보물과 국보를 비롯하여 4만 점이 넘는 유물을 간직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시장입니다.

봉황산 중턱에 있는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의상대사가 화엄의 가르침을 펼친 곳입니다. 배흘림기둥으로도 유명한 국보 18호 무량수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로 봉정사 극락전과 함께 가장 오래되고 우수한 목조 건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붕을 떠받치는 공포(栱包)가 기둥 위에만 배치된 주심포, 아무 문양 없이 곧게 뻗은 창살, 추녀의 곡선 등 꾸밈없는 담백함이 기품을 더합니다.

<삼국유사>에는 이 절의 창건설화가 실려 있습니다.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그를 흠모했던 여인이 용으로 변신해 따라왔습니다. 의상이 화엄을 펼칠 땅을 찾아 봉황산에 이르렀으나 도둑의 무리 500명이 그 땅에 살고 있었고, 커다란 바위로 변한 선묘 여인이 공중에 떠서 무리를 위협함으로써 그들을 몰아내고 절을 지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부석사 무량수전 뒤에 부석(浮石)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선묘 여인이 변했던 바위라고 전해집니다.

부석사는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의 양백지간에 자리한 풍광 좋은 사찰입니다. 부석사에 도착하면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범종루, 무량수전에 이르기까지 9단의 석축을 올라야 합니다. BBS NEWS는 아미타신앙에 바탕을 둔 의상 스님의 화엄사상과 극락정토 구품세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고 전하네요.

법주사는 우리나라 사찰 가운데 불교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내 미륵신앙의 대표 도량으로 33ⅿ 높이의 미륵대불이 우뚝 서 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목조탑 팔상전과 쌍사자 석등도 볼 수 있죠. 3점의 국보와 13점의 보물 등 40여 점의 문화재를 품고 있어 ‘보물창고’, ‘야외 박물관’이라 불리기도 하네요.

국보 제5호 쌍사자 석등은 사자를 조각한 석조물 가운데 가장 오래됐습니다. 넓은 8각 바닥돌 위에 올려진 사자 조각은 두 마리가 서로 가슴을 맞댄 채 뒷발로는 아랫돌을 디디고, 앞발과 주둥이로는 윗돌을 받치고 있습니다. 통일신라 성덕왕 19년(720)에 세워진 것으로 추측되며, 8각 기둥 대신 두 마리 사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상당히 획기적인 시도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법주사 사천왕 석등(보물 제15호)과 함께 통일신라의 대표 석등이죠.

순천 선암사는 사천왕상과 어간문 등이 없는 삼무(三無) 사찰로 호남의 3대 명산으로 꼽히는 조계산의 품에 안겨 있습니다. 매표소에서 사찰에 이르는 1.5㎞ 숲길은 ‘전국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인상적입니다.

선암사 대웅전은 조선시대 정유재란(1597)으로 불에 타 없어졌다가 현종 1년(1660)에 새로 지었습니다. 그 후 영조 42년(1766)에 다시 불탄 것을 순조 24년(1824)에 지어 오늘에 이릅니다. 잦은 화재와 일곱 차례의 중건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배치를 지우지 않은 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 ‘선암사’에 등장하는 해우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식 화장실입니다. 보물 제1311호인 대웅전을 비롯해 각황전, 팔상전 등 오래된 전각과 돌담, 아기자기한 정원 등 빼어난 볼거리를 자랑합니다.

대흥사는 전남 해남군 두륜산 줄기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륜산(대둔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불전들을 지형 조건에 따라 배치해 자유로움과 조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천불전은 대흥사 남원(南院)의 중심 불전입니다. 큰 대문채처럼 평범한 단층 5칸 맞배집으로 중앙 문간을 거쳐 천불전 안마당에 들어서면 정면에 천불전, 왼쪽에 봉향각, 오른쪽에 옛 용화당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대웅전보다 마당은 크지 않지만, 공간에 맞게 건물의 규모와 형식을 갖추고 있어 중심건물로서의 격식과 품위가 느껴집니다.


봉정사는 봉황이 머무른다는 곳입니다. 7세기 후반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대사가 창건했습니다. 국보인 극락전과 대웅전, 보물로 지정된 후불벽화와 목조관세음보살좌상, 화엄강당, 고금당 등의 문화재를 품고 있으며 극락전은 부석사와 같이 배흘림양식이 적용된 대표적인 건축물입니다.

괘불은 야외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열 때 사용하던 대형 불화입니다. 마곡사의 석가모니불괘불탱은 중앙의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6대 보살, 10대 제자, 제석천과 범천, 사천왕, 천자, 아수라, 용왕 등이 좌우 대칭으로 화면 가득 그려져 있습니다. 중후한 형태와 화려한 색채 등 17세기 전반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본존불을 중앙에 크게 묘사함으로써 석가모니가 대중들을 압도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한국불교 천년’ 7개 산사, 세계문화유산에 오르다… ‘막판 뒤집기’
    이데일리, 2018.7.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유네스코 등재 7산사의 속살] 국보 품은 ‘봉황이 머무른 곳’ 안동 봉정사
    BBS NEWS, 2018.7.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유네스코 등재 7산사의 속살] 태백산과 소백이 품은 부석사
    BBS NEWS, 2018.7.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유네스코 등재 7산사의 속살’] 원형 그대로의 모습, 천년고찰 선암사
    BBS NEWS, 2018.7.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유네스코 등재 7산사의 속살] 영축총림 통도사
    BBS NEWS, 2018.7.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유네스코 등재 7산사의 속살] 세계가 인정한 야외박물관 법주사
    BBS NEWS, 2018.7.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7. 천년 사찰 7곳, 유네스코를 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2018.7.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8. 문화재청 (홈페이지 바로가기▶)

 

글/이미지
이재은 뉴스큐레이션




사는 것(living)이 곧 사는 것(buying)이라지만 – ㅎ 프리미엄 아울렛과 ㅌ 쇼핑몰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그 자체, 혹은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한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의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흔히들 우스갯소리 삼아 “사는 것(living)은 곧 사는 것(buying)”이라고들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도시의 삶에서 숨을 쉬듯이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 삽니다. 끼니때 밥을 사 먹고, 요리하려고 식자재를 삽니다. 계절이 바뀌면 새 옷을 사고, 길 가다 눈에 띈 장신구도 또 하나 삽니다. 게다가 더워진 날씨에 아이스 커피를 자주 사 마시기도 합니다. 다 써버린 두루마리 휴지와 세제를 사서 채워 두어야 하고, 낡은 칫솔과 닳아버린 샤워타올도 새로 삽니다. 줄줄이 상품을 나열하지만, 우리가 사는 것은 상품뿐만 아닙니다. 출퇴근할 때마다 버스나 지하철 요금도 내고, 머리를 자르면 서비스 비용을 내고, 영화나 공연을 보기 위해 티켓을 사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도 입장권을 삽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들기 전까지 우리는 거의 매 순간 무언가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자는 도중에도 무언가 구매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구매하는 것들만큼이나 구매의 공간 또한 무척 다양합니다. 거리의 양옆은 온갖 가게들로 메워져 있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에 갈 겁니다. 새로운 계절이 올때마다 한 번쯤은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서 세일하는 상품이 없나 뒤적여 보겠지요. 그리고 가끔은 주말에 시간을 내어 작년에 가격이 비싸서 구매하지 못했던 옷을 사기 위해 아울렛에 가볼 것입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 도시 한가운데까지 진출한 아울렛과 거대 규모의 쇼핑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아울렛은 본래 재고상품이나 B급 상품을 생산자가 저렴하게 판매하는 팩토리 아울렛(Factory Outlet)에서 출발했습니다. 인천에서도 가구공장이나 구두 공장에서 운영하는 아울렛 매장을 만날 수 있지요. 그러나 최근 10년간 사람들에게 익숙한 아울렛은 이른바 ‘프리미엄 아울렛’이 아닐까요. 미국의 아울렛 기업이 한국의 유통자본과 합작하여 시작한 프리미엄 아울렛은 10년 사이에 대도시 근교의 필수적인 유통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도시 근교에 고속도로로 접근할 수 있는 곳에 넓게 자리 잡은 아웃렛이 주말마다 방문자로 가득 차는 것은 일상적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프리미엄 아울렛은 넓은 땅이 필요하기도 하고, 이에 따른 개발 비용을 절감해야 하기에 대체로 도시 내 보다는 교외에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고속도로와 인접해서 쉽게 오고 갈 수 있게 했지요. 이런 방식 으로 입지가 정해진 초기 프리미엄 아울렛이 여주, 이천, 파주 등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그래서 2016년 송도에 ㅎ 프리미엄 아울렛이 문을 열었을 때, 약간의 신기함과 어색함이 있었습니다. 고속도로로 한 시간 남짓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도시 한 가운데에 생긴 것입니다.

도시 한가운데의 아울렛은 간혹 찾아가던 쇼핑의 공간인 아울렛을 일상의 구매공간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교외에 위치한 아웃렛에 들릴 때는 주말 하루를 온전히 빼내야 했습니다. 오전부터 쇼핑하면 점심을 먹고 오후에 돌아오는 공간이었죠. 그러나 도시의 아울렛은 퇴근할 때 들를 수 있고, 어제 가면, 오늘 또 가는 데 어려움이 없는 접근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형마트를 찾는 정도의 수고로 아웃렛을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아웃렛은 매장 구성에서 교외 아웃렛과 약간의 차이를 둡니다. 매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전 지하 1층에는 다른 아울렛에 비해서 규모가 큰 식당과 식품관을 두는 것입니다. 이곳에 인기 있는 식당과 식품 매장을 둠으로써, 쇼핑 목적으로 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저 음료나 빵을 사기 위해 이곳에 오도록 유인하는 것입니다. 기존 아울렛의 키 테넌트(Key Tenant: 모객을 위한 핵심 점포)는 수입명품 매장으로 1층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ㅎ 프리미엄 아울렛은 쇼핑 편의시설 정도의 위상이었던 식당을 키 테넌트 수준으로 격상시켰습니다. 아울렛이 이벤트적 공간에서 일상적 공간으로 변형된 것입니다.

이러한 공간의 변형은 2017년 ‘ㅌ 스트리트’라고 하는 쇼핑몰이 ㅎ 아웃렛 옆에 나란히 문을 열면서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도시의 대형 쇼핑몰은 하나의 수직적인 대형건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만, 최근의 경향은 이것을 옆으로 길게 늘여 일종의 길과 같은 형태로 만듭니다. 이미 송도에 만들어진 커낼워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형태의 쇼핑몰은 쇼핑몰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고 더 많은 개방감을 느끼도록 만듭니다. 쇼핑몰 안을 걷는 사람들은 이 공간에 대해 특정 시설을 이용한다기보다, 도시 일부분처럼 받아들입니다.

또한 이 쇼핑몰은 최근의 복합쇼핑몰의 흐름에 맞게 쇼핑 이외의 활동에 대한 공간 배분이 무척 많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식당의 비중이 높고 모객시설로써 영화관을 두었으며 옥상의 스포츠센터에서 풋살을 할 수도 있습니다. 복합쇼핑몰은 이러한 구성을 통해서 판매시설을 넘어서 접근성 좋은 레저 공간으로 위상을 확대합니다. 쇼핑몰에서 쇼핑과 여가를 동시에 향유하는,  이른바 ‘몰링’을 즐기는 소비자를 뜻하는 ‘몰고어(mall-goer)’라는 개념이 등장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레저와 쇼핑을 결합한 ‘레저핑’, 쇼핑몰과 바캉스를 결합한 ‘몰캉스’라는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ㅌ 쇼핑몰은 스스로 ‘걷고 싶은 거리’로 규정하고, 하남과 고양에 문을 연 ㅅ 쇼핑몰은 자신의 정체성을 ‘테마파크’라고 말합니다. 최근 쇼핑몰은 도시 사람들의 하루 여가의 모든 부분을 거의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쇼핑몰의 운영 전략의 승리입니다.

그러나 도시 한 가운데에 자리 잡은 거대 아울렛과 쇼핑몰에서 단순히 편리함의 장점만을 만끽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아울렛과 쇼핑몰이 만드는 경험의 규격화의 측면입니다. 우리나라의 거대 유통 자본 세 곳에서 개발하는 무수한 아울렛은 지역적 맥락을 일부 고려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동일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매장의 종류도 거의 같고 식당의 구성도 유사합니다. 과거부터 이러한 비판이 있었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일색의 구성이 규격화를 초래한다고 비판받았지요. 그래서 최근에는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기획하고,  각 지역의 유명 음식점과 제휴하여 입점하도록 합니다. 이런 방식이 보편화하면서 프랜차이즈의 규격화는 완화되었지만, 지역적 맥락은 더욱 빠르게 사라지며 쇼핑몰의 특성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ㅁ 빙수’는 압구정의 명물이었지만 이제는 ㅎ 백화점의 판매시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ㅇ빵’은 군산의 명물이었지만 역시 ㄹ백화점의 여러 식품관 메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공간적 제약을 넘어서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나누어 준다는 평등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험의 규격화, 특히 유통자본에 의한 규격화는 도시민들의 삶의 경험을 통제합니다. SNS 마케팅의 범람으로 여러 지역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들이 매일같이 등장하는 오늘날, 대형 유통자본과의 제휴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인증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젊은 힙스터들의 유행이 유통자본의 검증을 거쳐 대중들에게 취향으로 쥐어지는 것이지요. 이러한 경험의 규격화는 우리 도시 구석구석의 새로운 창조성을 무너트릴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웃의 관심을 통해서 검증되며 자라나야 하는 지역의 작은 시도들은 대개 이 인증서를 받지 못하고 소멸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우려는 이러한 스트리트 형태의 쇼핑몰이 도시의 가로를 대체하는 일종의 ‘유사가로’를 형성하는 데 있습니다. ㅌ 쇼핑몰의 중앙 통로에는 스스로 ‘송도 가로수길’이라는 키치적 명칭이 붙어있습니다. 사람들은 장벽과 같은 밋밋한 건물의 뒷면과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마주치는 도시의 가로보다는 지속해서 변화하는 풍경을 따라 이 길을 걸을 것입니다. 걷는 동안 얻는 시각과 청각의 경험, 공통의 기억과 체험은 쇼핑몰 내부, 블록의 안쪽으로 수렴합니다. 이것은 쇼핑몰 운영의 관점에서는 대단히 성공적일 수 있으나, 도시 전체의 측면에서는 구분 짓기와 경계선 만들기에 가깝습니다. 건물이 길과 접하고 도시와 만나는 면을 스스로 차단하고 뒤로 돌아앉음으로써 가로 전체를 걸을 이유가 없는, 그저 기능적으로 자동차만 지나가는 길로 격하시킨 것입니다.

일본의 롯폰기 힐스 등 초거대 쇼핑몰은 도쿄에서 손꼽는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고, 재난 대비 방재 교육 뿐 아니라 지역축제, 마치즈쿠리(마을만들기) 참여와 같은 지역사회를 위한 사업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쇼핑몰이 도시 공간과 도시 사람들에서 분절된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존재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 판매시설의 본질이지만, 도시공간의 한 부분으로서 공공성을 함께 만들어 가기를 기대해봅니다.

 

글,사진 제공/김윤환 도시공간연구자

[참고문헌]
석혜탁(2018).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미래의 창
박진빈(2013). 전후 미국의 쇼핑몰의 발전과 교외적 삶의 방식. 미국사연구 37
백인열,강우성(2016). 대규모 복합쇼핑몰의 활성화 방안에 관한 한국과 일본사례의 비교연구. 유 통연구 21(3)




인천 중구에서 이집트 예술가가 전하는 이야기1.
중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Notes by an Egyptian resident artist in Jung-gu1
Welcome to Jung-gu

약 한 달 전, 나는 중구에 첫발을 디뎠다. 그리고 인천아트플랫폼의 아름다운 건물들을 마주했다. 첫날부터 중구는 나에게 사뭇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선사했다. 이런 익숙함은 내 고국인 이집트의 관습과 비슷한 면을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한국의 현대 가정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된 모습이나 중구문화회관에서 본 이미지 때문에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낯설다는 이 감정은 어디에서 온 걸까. 나는 언어장벽에서 비롯되었으리라고 추측했다. 사실 지금까지 방문했던 나라는 모두 내 모국어인 아랍어나 로마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글자를 읽을 수조차 없는 장소를 방문해보는 경험은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요한 분위기도 내가 느꼈던 낯선 감정의 또 다른 이유였음을 알았다. 내가 기억하는 이집트는 갈수록 악화된 생활환경 때문에 언제나 억압된 분노를 품고 있었다. 캐나다의 경우, 특히나 지금 사는 토론토는 부조리한 틀로 인해 시민들이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천은 달랐다. 나에게 인천은 평화로운 환경의 대명사였다.

중구처럼 풍부한 문화와 역사로 가득 찬 곳에 도시와 함께 숨 쉴 때 나는 안정감이 차오르는 걸 느낀다. 문화와 역사가 공간을 구석구석 층층이 감싸 안으며 발산하는 온기야말로 캐나다로 온 뒤 진정 그리워하고 있는 부분이다. 중구를 떠난 후 내가 가슴으로 기억하는 것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자유공원에 올라 항구를 바라보거나 제물량로를 걸어 내려갈 때, 곳곳의 작은 요소들은 언제나 내 시선을 붙잡고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나는 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사람들에게 인사하다가 모퉁이를 돌아 닭국수집에 들렀고, 식사 후에는 닭국수집 맞은편의 카페로 향했고, 꽃집 맞은편의 교통경찰관에게 인사했고, 중구에 도착한 첫날 나에게 소고깃국을 끓여주었던 술집 주인과 그의 딸에게 잠깐 들렀다. 그리고 마침내 내 목적지로 향했다. 이 모든 것들이 이곳, 중구에서의 내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였다.

I arrived to Jung-gu a little over a month ago to the beautiful architecture of Incheon art platform. Since the first day, I encountered a familiar yet foreign feeling. Perhaps the familiarity stems from the similarity I find in some of the customs we have in Egypt. Or perhaps in the visuals I came across in the contemporary household in Korea, or the images I saw in the museum of culture in Jung-gu. The foreign feeling however, I believe comes from the Language barrier. It is the first time I visit a place where I can’t read the alphabet. All countries I visited before either spoke Arabic, which is my first language, or used Latin alphabet. The other reason for those foreign feelings stems from the serenity I detect here. Egypt for as long as I can remember has been filled with suppressed anger due to the deteriorating living conditions. While Canada, which is my current place of residence, seems to burden its residents with an unjustifiable stress pattern, especially in the city of Toronto, where I reside. However, Incheon for me is the definition of a peaceful environment.

I find comfort in being in a culturally rich and historical place such as Jung-gu. It provides layers and layers to explore and encompass the space with warmth, something that I really miss in Canada. When I take a walk up Freedom Park and look at the port or when I take a walk down Jemullyang-ro which I now know by heart, new details catch my attention every time and stir thoughts in me. I now walk around and greet people, I first stop by the chicken noodle place around the corner, then the café opposite from it, then the traffic policeman across from the flower shop and the bar owner and her daughter who made me a beef stew the first day I arrived, and afterwards I head to my destination. Each one of them has become part of my life here in Jung-gu.


인천과 개항장
언어 장벽으로 인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어떻게든 채우고 싶었던 나는 인천의 문화에 대해 배우고자 했다. 하지만 이 도시에 대한 문학 서적 중 영어로 된 책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각자료를 대신 이용하거나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과 대화하며 도시와 문화에 대해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이 공간이 지켜온 유구한 역사에 대해 알아갈수록 나는 스스로 겸허해짐을 느꼈다.

나는 바다에 특별한 애착이 있다. 덕분에 어느 장소를 가더라도 바다와 호수와 강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나의 아버지는 지중해의 한 도시에서 자랐고, 나는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성장했다. 카이로를 가로지르는 대교를 건너며 나는 매일 나일강을 떠올렸다. 하지만 왠지 인천의 항구는 가깝지만 멀게 느껴졌고, 사실 지금까지도 가까이 갈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에서 탁 트인 전경의 항구를 볼 수 있는 장소를 찾아내는 걸 아직은 포기하지 않았다.

Incheon and the open port
I wanted to learn about the culture in Incheon, to get a better understanding of what I am lacking because of language, but I was unable to find any English literature about the city. So, I began to read the city and the culture though the visuals and through talking to the few people who speak English. There is a sense of humbleness that I feel here, which I believe comes from the fact that this place has witnessed so much history.

I have this connection to water that compels me to seek the view of the sea, ocean, lake or river, wherever I am. My father is from a city of the Mediterranean, and I grew up in Cairo where the image of the Nile River while crossing the main bridge above Cairo was a daily encounter for me. However, the port here seems so close yet so far away, inaccessible to me till now. Still, I am in search for a clear and close viewing point.


강화도로의 여행
크게는 인천, 구체적으로는 중구에서의 내 삶에 대해 시각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중구에서만 나는 직물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고 소창이라는 이름의 섬유를 알게 되었다. 소창은 100% 면직물로 강화도에서만 나는 특산품이다. 200개의 공장 중 10개만 남아 다음 세대로 물려온 소창 직물 산업은 시간과 현대의 소비패턴을 거스른다.

수리(Suri)는 문화 이벤트를 기획하고 강화도 장인의 작품을 홍보하는 청풍이라는 팀에 소속된 코디네이터로, 이번 여행 전반에 걸쳐 동행하며 지역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우리는 강화도 외포항젓갈수산시장에서 여정을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매우 맛있는 일본식 밴댕이 피자를 먹어볼 기회를 얻었다. 밴댕이 피자는 보통 고대 이집트의 달력에 따라 춘절을 축하하며 이집트에서 먹곤 했던 젓갈을 연상시켰다. 다음 목적지로 우리는 소창체험관을 방문했다. 강화도의 토종 새와 특산품이 새겨진 스탬프를 직물에 찍기도 하고 소창의 역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시청하며 체험관을 마음껏 즐겼다. 쑥차를 마신 후 기념품을 한 아름 선물 받기도 했다. 체험관을 나와서는 안내에 따라 자동차를 타고 오늘날까지 4대에 걸쳐 소창을 생산해온 공장으로 향했다. 생산 과정의 정교함은 물론이거니와 직조기의 아름다운 형태와 주변 풍경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소창의 다양한 사용처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해주던 거주민들의 모습도 매우 인상 깊었다. 공장 견학 후에는 나의 거주지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면직물을 두 손 가득 들고 인천 아트 플랫폼으로 돌아왔다.

A trip to Ganghwa Island
I began to compose a visual story for my project at the residency about Jung-gu specifically and Incheon in general. I was in search for fabric that is made in the area, and I found out about the So-Chang fabric, a 100% cotton fabric, that is local to Ganghwa Island. With about 10 factories out of 200 left that have carried on from one generation to the other. The So-Chang industry, defies time and our modern consumerist patterns.

Suri, a coordinator from Cheongpoong team (a team that organizes cultural events and promotes the work of Ganghwa Island artisans) guided and accompanied me throughout the whole trip. First, we began at the salted fish market, where I was treated to a tasty Japanese Sardinella(UM) Pizza, which reminded me of the salted fish we eat in Egypt (usually in celebration of Spring time as per the Ancient Egyptian calendar.) Then we visited the So-Change experience center, where I played with stamps they have of local birds and products on the fabric and watched a documentary about the history of So-Chang. Then after having ‘Mugwort’ tea (ssook) and given so many souvenirs (Seon-mool.) I was driven to the factory, where the center gets their So-Chang. The factory has been working for four generations. The meticulousness of the steps of production, the visual of the beautiful well-crafted machines along with the surrounding landscape and the eagerness of the residents to tell me about the many uses of the So-Chang fabric was overwhelming. I returned back to Incheon Art Platform with so much fabric for my project at the residency.



중구의 모습
중구에서의 내 경험은 사람과 나누었던 교류와 결코 잊지 못할 다양한 중구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 지하철에 앉아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다음 식사 장소를 고르기 위해 돌아다녔던 기억. 한국 고유의 음식과 다양한 퓨전 음식을 체험하던 기억. 거리의 상인들이 호객하는 모습을 보며 아침에 내 잠을 여러 번 깨우곤 했던 카이로의 전통 가구 상인을 떠올리던 기억. 한국어를 못해서 손짓, 발짓을 동원하는 외국인을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고 알고 있는 한 두 마디 영어를 써서라도 소통하고자 노력해주던 사람들. 지하철로 가는 길목의 나무에 걸려있던 그물을 바라보며 알렉산드리아의 나무 사이에서 그물을 짜는 어부의 모습을 떠올리던 기억. 이 모든 추억과 중구에서의 또 다른 기억들은 앞으로도 내 생각의 일부가 되고 진한 향수로 남아있을 것이다.

Images from Jung-gu
My experience in Jung-gu is based mostly on simple interactions with the people and on a variation of visuals that I will not forget. Sitting in the subway reading Han Kang’s, ‘The Vegetarian’and walking around to select my next dining experience. Exploring the Korean cuisine and the different fusions. Listening to the street vendorscalling for their merchandise and thinking of the Robabekya (old furniture) vendor that I have so many times woken up to in the morning in Cairo. Talking to the people with my hands and one or two English words that they know and appreciating their patience in dealing with a non-Korean speaker. Watching the fishing net hung between the trees on my way to the subway station and remembering the image of fishermen weaving their nets between the trees in Alexandria. All those memories and many more shall become part of my thoughts and future reminiscences.

글/사진
라미스 하가그(Lamis Hagg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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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공서윤




[큐레이션 콕콕] 미세한 먼지들

지난 6·13 지방선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세먼지’였습니다. 환경문제는 경제나 복지에 밀려 뒷전인 경우가 많았는데 미세먼지 유해성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면서 10대 공약에 미세먼지 이슈가 포함됐죠.

더불어민주당은 비산먼지 제거를 위한 청소차 보급 확대, 노후 건설기계 저감장치 부착 등으로 도로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친환경 선박 육성, 땅에서 전기를 배로 공급하는 육상전원공급설비(AMP) 설치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고요. 바른미래당은 굴뚝원격감시체계(TMS)를 실시간 공개해 사업장 굴뚝의 미세먼지를 측정하고 지방자치단체에게 배출부과금을 넘기겠다고 발표했었네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미세먼지 수치(44㎍/㎥)는 프랑스 파리(21㎍/㎥), 미국 로스앤젤레스(33㎍/㎥) 등 해외 대도시보다 높았습니다. 2016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48㎍/㎥로, 도쿄와 런던의 17㎍/㎥, 20㎍/㎥의 두 배가 넘었죠.

미세먼지가 빅이슈가 된 건 한두 해 전 일이 아닙니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우리나라를 덮을 때마다 정부는 ‘중국의 영향’ 운운하면서 어물쩍 넘기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도시화, 산업화로 말미암은 국내 발생 매연도 만만치 않죠. 미세먼지는 석탄·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울 때나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의 날림먼지, 공장 내 분말 형태의 원자재, 부자재 취급공정에서의 가루 성분, 소각장 연기 등에서 대부분 발생합니다.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황산화물이나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의 수증기, 암모니아와 결합하면서 미세먼지가 생성되죠.

전 세계 미세먼지 오염지도를 보면 인구집중지역이나 산업화 지역에 미세먼지 발생량이 많습니다. 중국과 인도, 아프리카, 중동 등이 이에 해당하죠. 현재 전 세계 인구는 70억 명 정도로, 중국 15억 명, 인도 11억 명, 동남아 6억 명, 중동 5억 명 등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중국과 인도, 중동 주변에 살고 있군요.

인구 15억 명의 중국은 사정이 어떨까요.
평소 마라톤을 즐기던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의 모 직원은 초미세먼지 측정기를 부착하고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날 미세먼지는 심각한 수준이었고, 측정기 필터는 6시간여 만에 새까맣게 변했습니다. 그해 겨울,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880㎍을 넘어섰고요.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는 초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중국 사회에 대기오염에 대한 논의를 공개적으로 이끌어내기 시작합니다.

2012년 베이징대학교와 함께 발간한 ‘위험한 호흡’에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시안 등 중국 4개의 지역이 초미세먼지로 말미암은 조기 사망자가 8천5백여 명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대기오염과 건강 유해성에 관한 연구한 이 보고서는 중국 내 연구가 많지 않던 상황에서 국내외의 관심을 받았죠. 관련 연구는 이어졌고 3년 뒤인 2015년, 중국 주요 31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두 번째 보고서에서는 25만 7천 명이 초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인구 10만 명 중 90명꼴입니다.

2013년 그린피스의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에서는 2017년까지 초미세먼지 수치 대폭 낮추기, 석탄 소비량 통제 등의 항목이 있었습니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다양한 시민단체와 학계, 시민들의 노력과 정책 변화로 실제 중국의 대기 질은 개선되고 있으며 지난해 4분기 베이징과 톈진 주변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전년도보다 33.1%가량 나아졌습니다. 그 배경에는 경제 시스템의 변화, 청정에너지 산업 성장, 철강 및 시멘트 생산량 제한, 550만 가구의 난방 연료 전환(석탄→가스 및 전기) 등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 감독과 엄격한 정부 규제가 있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초미세먼지가 최악인 날이 많습니다. 에너지 시스템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전환하고, 청정한 경제 구조를 갖추면 머지않아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볼 수 있겠죠.

세계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입니다. 지난 5월 인도에 거대한 모래폭풍이 불었고 한 달 만에 27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인도 정부는 외출 자제 및 공사를 중지하고, 소방대를 배치해 도시 전역에 물을 뿌렸지만, 여전히 많은 인도인이 호흡 곤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2016년 초미세먼지 농도에서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칸푸르가 연평균 173㎍으로 대기 질이 가장 나쁘고 힌두교도들의 성지 바라나시가 151㎍, 수도 뉴델리도 143㎍의 수치였습니다. 인도 대기오염의 주원인은 화석 연료 연소로 보고 있는데,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인도가 공장, 화력발전소, 자동차의 도입으로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규제 미비, 오염방지 기술의 부족으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네요. 인도 정부는 태양광 발전 설치, 전기차 등의 도입으로 정책 개선의 노력을 보입니다.

내년 하반기에 개장하는 인천항 신국제여객부두에 대기오염물질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육상전원공급장치(AMP)가 설치됩니다. AMP는 부두에 대기 중인 대형 선박이 시동을 끌 수 있도록 육지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입니다.

항만에 들어온 배는 정박 중에도 냉동·공조시스템을 가동해야 하므로 벙커C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합니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이산화탄소·질소산화물·황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이 대량으로 발생하죠. 인천에서 야기되는 미세먼지의 13%가 선박 배출량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정부는 ‘범부처 미세먼지 연구개발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난 5월 미세먼지 체감을 위한 아이디어를 접수, 심사했습니다. 대학생, 대학원생, 연구자, 시민들이 낸 아이디어 140여 건이 모였고 이 중 9건의 국민 제안을 선정했습니다.

-미세먼지 정화를 위한 토양 필터, 식물, 산화 티타늄 등 다양한 요소 기술들을 융합한 ‘미세먼지 바리케이드’를 도로변에 설치
-초등학교 유형별로 공기 질 현황과 미세먼지 노출량 등을 분석하고, 이산화탄소(CO2) 농도, 에너지 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기정화 장치 최적화 시스템 개발
-도로를 주행하면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필터 개발
-공공 버스 등 대중교통에 부착해 시범 운용하는 ‘달리는 미세먼지 저감 장치’
-버스 정류장에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미세먼지 알림 친환경 디스플레이를 설치, ‘미세먼지 청정 스마트 거리’ 조성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과 가축 분뇨 퇴비화 과정에서 미세먼지 저감 제안

도시 공사 현장 주변에 원예 작물을 활용한 그린링(Green-Ring)을 구축하거나 식물을 활용한 다양한 공기 정화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국민의 아이디어를 좀 더 구체화하고 관계 부처와 협업해 국민이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미세먼지 R&D 사업’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중국 미세먼지, 어디까지 들어봤니?
    허핑턴포스트, 2018.6.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미세먼지 해결방안 국민 아이디어 9건 선정
    세계일보, 2018.6.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토양·식물 활용 ‘미세먼지 저감’…국민제안 9개 사업 내년 실용화
    뉴시스, 2018.6.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죽음 부르는 미세먼지… 인도는 ‘대기오염’과 싸움 중
    그린포스트코리아, 2018.6.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서울 ‘미세먼지 농도’ 해외 대도시보다 배로 높다
    메디컬투데이, 2018.6.1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미세먼지 잡아야 표심 잡는다”…중국 대책에는 온도차
    노컷뉴스, 2018.5.2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7. [핫이슈 ‘미세먼지, 도시숲이 해결책이다’ 개념과 세계 각국 현황] 흡입되는 미세먼지 많아 인체 치명적
    월간 산, 2018.5.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글/이미지
이재은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축제
라트비아 ‘2018 BALTICA’ 축제에서 ‘아리랑’을 외치다

‘지구별 문화통신’은 인천문화재단이 지원하는 다양한 국제교류사업을 통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소개하는 다른나라 문화소식입니다. 인천아트플랫폼 국제교류사업인 <인천아라리, 발티카로 떠나는 예술여행>에 참여한 작가의 소식을 싣습니다.’

 

발트3국의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는 매년 돌아가면서 BALTICA 축제를 주최한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이 BALTICA 축제에 참가한 것은 2007년 에스토니아, 2017년 리투아니아에 이어 이번이 3번째이다. 3개의 나라에서 열리는 BALTICA 축제에 모두 참가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다행히도 인천문화재단의 국제교류 지원으로 6월 16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라트비아의 ‘2018 BALTICA’ 축제에 참가하게 되었다.

라트비아는 발트해를 끼고 있는 발트3국 중의 하나이며 인구 190만의 아주 작은 나라이다. 인천이 인구 300만의 도시이니 그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겠다. 이 축제는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RIGA)에서 열렸고 축제기간에 도시는 전통의상을 입은 지역사람들로 북적였다. 최근 한국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관광을 온 한국 사람도 간간이 마주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60명밖에 거주하고 있지 않고 주라트비아 한국대사관도 불과 3개월 전에 문을 열어 이제 막 우리나라와의 교류가 시작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 교류의 시작점에 축제 무대를 통해 우리나라의 그리고 인천의 음악을 전하고 왔다.

개관 3개월이 된 주라트비아 한국대사관에서 전체 단원과 한성진 대사 대리님과의 간담회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축제가 열릴 때마다 모든 참가팀을 초청해 반겨주는 라트비아 대통령 부부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낮이 가장 긴 날, 남은 밤마저 낮으로 물들이다.
2018 BALTICA 축제의 가장 큰 테마는 바로 ‘하지(Summer Solstice)’이다. 일 년 중 해가 가장 긴 시기를 말하며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백야’와 비슷하다. 밤 11시가 넘어야 어스름 해가 지기 시작하고 새벽 3시쯤 해가 다시 뜨기 시작한다. 생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신기한 자연현상이 마냥 신기하기도 하고 덕분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어리둥절 뜬 밤을 지새우는 경험도 해보았다. 이 축제는 이런 현상을 고스란히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이다. 라트비아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 시기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특별한 치즈와 맥주를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기도 한다. 그리고 이 축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Ligo’ 노래를 함께 어울려 화음을 맞추어 부른다. 축제 기간 중 어딜가나 사람들이 ‘Ligo’ 노래를 부르는 통에 우리는 가사의 의미를 물어보기도 전에 따라 부를 수 있었다. 나중에 우리팀 가이드를 통해 물어보니 ‘Ligo’ 는 “함께하자”, “Let’s do it”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리랑을 부르면 마음으로 통하고 함께 부르듯이 라트비아의 ‘Ligo’도 같은 결을 하고 있었다. 이 노래를 함께 부름으로서 가장 쾌청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이 시기를 즐기고 있었고 같은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에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라트비아의 여름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하지 기간에 만들어 먹는 특별한 치즈를 잔치마당 팀에도 나누어 주고 있는 라트비아 꼬마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하지 기간에 만들어 먹는 특별한 맥주를 축제 관람객과 함께 나누는 모습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축제에 참가하며 ‘Ligo’ 노래가 들리는 것 외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바로 꽃과 식물들이었다. 일 년의 계절 동안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이 시기를 라트비아 사람들은 너무도 좋아했다. 예로부터 이 시기에 여자들은 곳곳에 피어있는 꽃으로 화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다녔고 남자들은 나뭇잎을 엮어 머리에 쓰고 다녔다고 한다. 축제 중에도 전통의상을 입은 라트비아 사람들은 모두 머리에 화관을 쓰고 있었다. 축제 무대를 꾸미고 구역을 알리기 위한 장치들도 모두 꽃과 나뭇잎으로 장식했다. 거창하고 세련된 무대는 아니었지만, 자연과 어우러지며 풀 내음 나는 무대가 훨씬 정감이 갔다.

축제 메인 무대에서 Ligo 노래를 부르는 라트비아 지역 예술단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초록빛 가득한 축제 메인무대 주변의 시설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어른들, 아이들 모두 머리 위에 싱그러운 꽃이 피어있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직접 만들어본 화관, 그리고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라트비아 지역예술단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서로 다름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축제
이번 축제에는 총 10개국의 해외 초청팀(한국, 중국, 미국,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조지아, 폴란드, 벨라루스, 독일, 헝가리)과 200여 개의 라트비아 지역예술단이 참가했다. 그동안 많은 해외 초청공연을 다녀봤지만 200개가 넘는 지역예술단이 참가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라트비아 각 지역에서 모인 예술단들은 전통의상과 함께 화관을 쓰고 조금씩 다른 ‘Ligo’ 노래를 불렀다. 마치 아리랑을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 등과 같이 지역별로 다르게 표현하는 것 같았다. 200여 개의 예술단이 축제 기간에 곳곳에서 공연했고 축제는 ‘Ligo’ 노래로 넘쳐났다. (이 축제를 통해 ‘Ligo’ 노래 하나는 확실히 배우고 왔다.) 대부분 노래를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공연이 길어지면 지루할 법도 했지만 그런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통의상을 입고 축제에 참가하면서 관람객들에게 친절히 인사하고 기꺼이 사진도 함께 찍어주면서 축제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또한 해외 초청팀의 공연들도 다른 나라의 문화와 예술적인 부분들을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함께 즐겨주었다. 축제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어느 누구의 잇속이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문화를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 30주년을 맞은 BALTICA 축제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어주는 라트비아 지역 예술단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숲 속에 펼쳐진 라트비아 전통춤 워크숍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라트비아 문화부 장관의 초청 자리에서 한국 참가팀의 소감을 전하고
아리랑을 불러 소개하는 서광일 대표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가슴 벅찬 문화 국가대표의 무대
잔치마당 공연의 주제는 ‘인천아라리’로 인천의 소리를 전통예술로써 표현했다. 인천 바닷가에서 불리던 ‘배치기’, ‘술비타령’의 노래와 함께 만선 풍어를 기뻐하던 풍물굿과 춤을 선보였다. 사물 악기의 압도적인 사운드와 상모놀이의 퍼포먼스는 외국인들의 시선을 가히 사로잡았다. 악기를 잘 치기보다 잘 즐기는 공연이 되고자 말 한마디 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객 모두가 손뼉 치며 참여하는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휘날리는 태극기를 뒤로한 공연은 우리나라에서 하는 공연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 고유의 신명과 흥을 손짓과 발짓, 북채와 장구채 끝으로 전할 때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숨이 턱으로 차오를 때까지 달리는 선수들의 마음은 무대에서 태극기를 배경으로 장구를 메고 뛰는 연희자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입장하는 축제 개막식의 참가팀 퍼레이드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전광판에 소개되는 한국의 잔치마당팀 소개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축제 메인무대 공연을 하고 있는 잔치마당팀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해외 초청팀 중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한국의 잔치마당 공연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가보지 않았던 나라에 가는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 사람들과 음악으로 공감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설렘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의 존재조차도 생경한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에게 우리 음악을 전하는 가슴 벅참은 이후 또 다른 기회를 만드는 동력이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의 공연을 펼치므로 우리나라 음악의 우수성과 독창성 그리고 누구의 음악과도 어울릴 수 있는 포용성을 알리고 인정받는 것이 우리가 해외에서 공연하는 이유이다. 축구 국가대표가 국민의 응원으로 힘을 내어 골을 넣듯이 우리의 음악과 예술로 국가대표가 된 공연자들에게도 뜨거운 응원이 함께해주길 바라본다.

 

 

신희숙(申熙淑, Shin hee sook),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경영기획팀장

인천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전공하였고 동대학교 문화대학원 지역문화기획학과를 수료하였다. 인천문화재단 전문인력 양성사업으로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에서 기획․홍보 업무(2009~2011)를 시작했고 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 문화이용권사업을 담당(2012~2015)했었다. 현재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에서 경영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2018 BALTICA’ 축제에 잔치마당팀의 통역으로 참가했다.




[큐레이션 콕콕] 일상과 명상

지난달 23일 경북 의성군에 있는 사찰 고운사에 컬링 대표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자컬링 대표팀과 남자팀 주장, 코치 등은 동그랗게 앉아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털어놓습니다. 여자컬링 ‘팀 킴’의 막내 김초희는 ‘행복한’과 ‘허전한’이 적힌 감정 카드를 손에 쥐고 내보이지 않았던 속마음을 풀어냅니다. 컬링 대표팀은 2013년부터 이곳 고운사에서 ‘멘탈 코칭’ 과정을 실행했습니다. 멘탈 코칭은 선수가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활약의 숨은 비결이 이런 명상 훈련에서 나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대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꼽히죠. 스트레스를 잡는 만병통치약으로 명상에 주목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명상이 심리적 안정을 주고 정신건강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경제 상황과 사회적 조건 등의 외부 요인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통제력을 찾는 유용한 방법이라는 거죠.

명상을 위한 스마트폰 앱이 각광 받고, 학교는 명상숲을 조성하고 기업체는 명상프로그램을 도입합니다. 이 유행의 뒷면에는 자기 자신의 본래 모습을 알고 싶다는 욕구, 일상이 좀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욕망이 숨어있습니다.

차드 멍 탄(Chade-Meng Tan)은 명상계(?)에서 주목받는 사람입니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초기 구글의 모바일 검색엔진 개발을 주도했죠.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쌓아가던 중 마음챙김 명상을 알게 됐고, 스탠퍼드 뇌과학자들과 심리학자, 선승들을 불러 명상에 기반한 감성지능 강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구글 직원들의 교육으로 사용됐는데 이것이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도 유용하게 활용되며 직원들은 이전보다 감정조절이 쉬워지고 더 행복해졌으며 자신감이 높아지고, 인간관계가 향상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고백합니다. 차드 멍 탄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2012년, 알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는 회사를 나와 전문 명상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문학적 관점에서 일상과 명상을 바라보는 책으로는 로버트 피어시그의 소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2010년, 문학과지성사)이 있습니다. 오토바이에 아들을 태우고 미국을 횡단한 경험을 내면의 탐구와 참선, 오토바이 정비 이야기에 담은 책입니다. 피어시그는 참선과 오토바이 정비 기술이 기본적으로 같으며, 단순한 기술을 익힘으로써 본질에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마음을 잘 관리하면 삶이라는 긴 여정을 쉽게 여행할 수 있다는 거죠.

로버트 피어시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습니다. 주한미군으로 근무 중 우연히 들른 한국의 사찰에서 그는 ‘충격’을 받습니다. 이후 주말마다 절을 찾고, 제대 후에는 촉망받던 과학자의 길을 포기한 채 인도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합니다. 9세에 아이큐 170을 기록한 수재, 몬태나 주립대학에서 영작문 교수를 하던 그가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퇴원하기까지의 삶을 어떤 식으로 소설에 담았을지 궁금하네요.

교육 현장으로 시선을 돌려볼까요. 지난달 강원 인제군 어론초등학교와 춘천 창촌중학교에서 명상 숲을 조성했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전북 김제시는 1억2천만 원을 투입해 관내 2개 학교(청하중·용동초)에 배롱나무 등 37종, 7354그루를 심고 편의시설을 설치했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자연 학습공간을 마련하고 지역주민에게 녹색 쉼터를 제공하는 목적입니다. 2010년부터 명상 숲을 추진해온 시는 올해 말까지 13개 학교에 자연과 함께하는 공간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초·중 교사 88명을 대상으로 교육명상 프로그램을 시행합니다. 명상의 종류와 특징, 필요성 등을 이해하고 호흡 및 단계별 실습을 통한 교육명상을 안내합니다. 호흡명상, 음악명상, 향기명상, 요가명상, 춤명상 등을 체험한 뒤, 학급별 명상수업지도안 작성 및 수업 적용 사례, 명상 관련 독서토론 등으로 현장 적용 방법을 고민합니다. 송민영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은 “교육명상이 수업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나아가 행복한 교실문화 정착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네요.

명상이 심리적 효과뿐 아니라 뇌 기능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강도형 교수 연구팀은 명상 수련이 만성 통증은 물론 우울증 등 정신 질환, 건선 등 면역계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평균 3년 정도 수련한 명상 경험자에게 기능적 뇌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 명상 경험이 없는 일반인과의 차이를 관찰했습니다. 명상 수련을 받은 사람 35명과 그렇지 않은 사람 33명의 뇌 영상을 촬영, 비교했죠.

MRI 영상 분석 결과 명상 수련자의 뇌가 일반인보다 뇌섬엽, 시상, 미상핵, 전두엽, 상측두엽 간의 상호 연결성이 발달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들 뇌 영역은 감각 인식, 감정 조절, 집중력, 실행 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번 연구로 뇌 영역 간의 정보전달이 명상 수련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강 교수는 “경험적으로만 알려졌던 명상의 효과를 뇌를 관찰함으로써 과학적으로 규명했다”면서 “일반인뿐 아니라 특정 뇌 기능이 저하된 환자를 대상으로 명상 수련을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명상에 대한 관심이 개인의 취향이나 종교의 의미를 넘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증명하면서 상업적인 제품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돔 모양의 명상팟 ‘SomaDome’에는 LED 컬러테라피, 가이드 명상, 특정 뇌파를 이용한 릴랙스 기능 등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돔안으로 들어가 명상 종류를 선택하고 기기에서 들리는 소리와 3차원 공간에 몸을 맡깁니다. 개발사는 이 기기가 혈압을 낮추고, 불안과 우울, 불면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SomaDome’은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도심의 명상센터나 고급 스파 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데 20분에 우리 돈 32,000원~64,000원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비 타임’이라는 명상단체는 올해 초부터 명상버스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뉴욕에 처음 등장한 이동형 명상스튜디오는 유명 건축가와 조명업체가 시끄러운 뉴욕의 도로에서도 편안하게 명상에 잠길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독특하게 마감한 내벽과 시시각각 변하는 1만5천여 개의 LED 조명, 방음벽과 오디오를 비롯해 아로마 치료법 기능까지 세심하게 제작됐습니다.

‘비 타임’ 대표 칼라 해먼드는 명상버스를 ‘고요한 우주선’에 빗대며 바쁘게 살아가는 뉴욕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네요.

하루 1분씩만 명상해도 삶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단 1분의 명상으로도 피로 해소와 마음 비우기, 삶의 충만감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약 10분 이상 몰입해야 두뇌에서 효과가 나타납니다. 생각을 담당하는 대뇌 신피질의 산소 소비량이 줄면서 뇌 전체가 깊은 휴식을 경험하게 되죠.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날려줄 명상,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1. 명상하기 좋은 장소를 선택한다
소음이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공간이면 어디든 괜찮습니다. 장시간 앉아있어도 불편하지 않게 두꺼운 방석을 깝니다.

2. 가부좌를 튼다
양다리를 허벅지 위에 올린 결가부좌(結跏趺坐) 상태로 앉습니다. 다리를 허벅지 위에 올리기 어려운 사람은 한쪽 다리만 올려도 좋습니다. 이조차 힘든 사람은 무릎을 꿇고 앉는 정좌(正坐) 자세를 합니다.

3. 두 손을 단전에 놓는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배꼽 아래 단전 쪽에 놓습니다. 왼손과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서로 맞닿게 한 다음 동그랗게 만듭니다.

4. 허리를 펴고 턱이 빠져나오지 않게 한다
명상하는 동안 몸이 기울어지면 안 됩니다. 앞으로 구부러지거나 뒤로 젖혀져서도 안 됩니다. 척추를 바로 세우고 허리를 앞으로 내미는 느낌으로 균형을 잡아줍니다.

5. 온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미소를 띤다
얼굴, 손, 어깨 등 온몸에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동작을 취합니다. 입에는 가벼운 미소를 띠고 온화한 표정을 짓습니다.

6. 한 점을 응시한다
팔을 앞으로 뻗어 닿은 지점으로부터 10cm 더 떨어진 곳에 마음속으로 점을 그려놓고 응시합니다. 흰 종이에 까만 점을 그린 ‘집중 표’를 만들어 그것을 바라봐도 좋습니다. 명상할 때에는 눈을 감으면 안 됩니다. 눈을 감으면 졸음이 오고, 온갖 잡념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7. 배로 호흡한다
가장 좋은 호흡법은 복식(腹式)호흡입니다. 배로 숨을 쉰다는 뜻이죠. 바른 자세에서 숨을 들이쉬면서 배를 볼록하게 만들고, 숨을 내뱉으면서 배를 오므립니다. 처음에는 들숨 5초, 날숨 5초 정도가 적당합니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면서 천천히 호흡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몰입하게 됩니다. 30초 동안 들이마시고 30초 동안 내뱉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나는 누구인가?” 명상의 고전 뭐가 있나
    경향신문, 2018.6.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명상 수련, 뇌기능 향상에 효과”
    헤럴드경제, 2018.6.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명상붐에 덩달아 명상보조 기기 개발도 붐업
    불광미디어, 2018.1.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뉴욕 도심 달리는 명상버스
    BTN뉴스, 2018.4.2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명상의 대가에게 배우는 실용명상법
    하이닥, 2018.4.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날리는 초간단 명상법
    중앙일보, 2018.3.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글/이미지
이재은 뉴스큐레이션




더 먼 곳을 향한 욕망 – 청라 시티타워역 희망탑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그 자체, 혹은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한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의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몇 달 정도 시간이 지나긴 했습니다만,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이사 철이면 이사차량이 매일 드나듭니다. 이런 광경은 제게 무척 생경했습니다. 이른바 원룸촌이나 하숙집에서 살 땐 특별히 이사철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꾸준히 떠나고, 다시 그 빈자리에 누군가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이상적인 ‘집’의 이미지는 평온하고 따듯한 가족의 정주 공간이겠습니다만, 오늘날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집이란 언제든 삶의 필요에 따라 옮겨질 수 있는, 분명 머물지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현재 어떤 주거지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해답은 ‘내가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거주에 동원할 수 있느냐’이겠지만, 이외에도 많은 요소를 고려합니다. 아이들의 학교는 가까운가, 출근은 수월한가, 주변에 쇼핑할 곳이 있나, 공원이나 문화시설은 넉넉한가 등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동네는 사실 거의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는 이 질문들의 끝을 약간 고쳐서 거주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학교, 직장, 쇼핑, 공원 등 편의시설에 ‘가기 편리한가?

이런 이유로 대도시의 삶에서 교통의 편리함은 삶의 편리함으로 귀결되고는 합니다. 2018년 3월, 현재 인천의 차량 등록 대수가 150만 대가 넘습니다. 인천 300만 인구를 어림잡아보면 두 명이 한 대 이상의 개인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더 곧고, 넓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도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나날이 새로운 도로가 개통되고 확장되며, 계획됩니다. 또한 대중교통에 대한 요구가 커집니다. 양적으로 늘어난 대중교통은 질적으로도 효율성과 편의성이 제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인천 지하철 노선이 추가되고, 이에 맞추어 버스 노선도 조정되었습니다. 이것으로 부족하여 인천발 KTX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연결과 이동의 편리함에 대해 사람들의 높아진 욕구는 도시 내부뿐만 아니라 도시 밖 임의의 공간으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이렇듯 도시 내외부의 연결을 순조롭게 하도록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도시 행정가가 당연히 노력해야 하는 일이며, 자랑할 만한 일이 되었습니다. 작년부터 내세운 인천의 슬로건 ‘All ways Incheon’은 인천시민의 삶에 이동과 교통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상징하며, 아울러 인천시가 이러한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신기한 것은 ‘도시’라는 단어는 공간적인 영역과 경계의 의미를 분명히 담아내는데, 정작 오늘날의 훌륭한 도시는 머물기 좋은 곳보다는 이동하기 편리한 곳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인천에서 아주 오랫동안 이동의 권리로 정부와 다투었던 곳이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사업입니다. 청라국제도시 계획 당시부터 논의되었던 서울 지하철 7호선의 연장안은 개발과 분양과정에서 무수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사업성 부족으로 취소될 뻔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 LH 토지 조성 원가에 지하철 7호선 건설 비용이 이미 포함되었는데, 이것은 아파트 분양 가격으로까지 영향을 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로 인해 LH는 이 비용을 법적으로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하지만, 지하철 건설을 완전히 백지화하는 것은 더는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2013년 이후에도 몇 차례 계획노선 변경과 이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시행되었고, 수도권매립지와 연관된 정치적 협력 등 여러 일을 거쳐야 했습니다. 비로소 2017년 12월이 되어서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였고 근 10년 만에 지하철 건설 논의를 현실화하였습니다. 물론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겠지요.

7호선 연장사업이 확정되고, 지역사회에서는 정거장 확보를 위한 무수한 방법을 동원해야만 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청라에 정거장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을 반영하여 청라호수공원에 미디어 타워를 활용한 ‘7호선 청라 시티타워역 희망탑’을 만들었습니다. 이 희망탑에 굵게 새겨진 역명에서 시민들의 복잡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이제 이곳에 ‘시티타워역’이 개통하기를 기원하는 일입니다.

7호선 청라 시티타워역 희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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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을 위한 도시’의 관점에 따르면 7호선 연장에 대한 지역사회의 요구는 간결하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7호선 연장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사이에 공항철도가 건설되자 지하철 5, 9호선 환승을 통해 청라국제도시를 비롯한 서구 지역과 서울 주요 업무지역과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입니다. 5년 단위로 시행한 통계청의 ‘인구 표본조사’에서 2005년과 2015년에 집계된 통근·통학 인구수를 살펴보면 이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2005년과 비교했을 때 2015년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중학생 이상 인구가 40% 이상 껑충 뛰었습니다. 아울러 인근 부천으로 통근·통학한 인구도 29% 가까이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에 인천 인구가 14%나 증가했으니, 서울과 부천에 직장과 학교가 있는 많은 사람이 인천을 주거지로 택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05년 서울과 부천으로 통근·통학하는 사람 셋 중 한 명이 인천 부평구에 거주합니다.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부평구의 인구수가 많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경인고속도로와 지하철 1호선이 인천과 외부지역을 연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출발지 인구수 비율
중구 2,888 2.14%
동구 2,676 1.98%
남구 19,060 14.11%
연수구 9,106 6.74%
남동구 17,812 13.18%
부평구 42,575 31.51%
계양구 22,171 16.41%
서구 18,386 13.61%
강화군 422 0.31%
옹진군 3 0.00%
135,099 100.00%

2005년 인천 각 구별 서울 도착 통근·통학 인구 수
(출처: 2005 인구총조사 중 통근·통학(10%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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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인천 각 구별 서울 도착 통근·통학 인구 수(출처: 2005 인구총조사 중 통근·통학(10% 표본)이후 2015년까지 10년간 인천은 외부지역으로 편리하게 이동하는 여러 방법이 생겼습니다. 2007년 인천국제공항철도가 김포공항역까지 개통되면서 서울 지하철 5호선을 환승 이용 할 수 있게 되었고, 2009년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서울 접근성이 더욱 향상되었습니다. 2012년에는 지하철 7호선이 부평구청까지 연장 운행되었습니다. 도로교통에서는 제3경인고속화도로(330번 국도)가 2010년에, 청라IC가 2013년에 차례대로 개통되면서 인천 시내에서도 공항고속도로를 진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옥철’의 원조였던 지하철 1호선 외에도 인천 바깥 지역으로 이동하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 것입니다.

이동의 선택지가 다양해지면 인천의 많은 지역에서 주거지가 새롭게 개발되었고, 결과적으로 서울과 부천으로 통근·통학하는 인천 구별 인구수가 고르게 분포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2015년에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 중 4분의 1이 부평구에 여전히 거주하지만, 서구에는 20%, 남동구와 계양구에는 각각 15% 이상의 사람들이 거주합니다. 특히 마포, 양천, 강서구 지역으로 통근·통학하는 사람들은 서구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공항철도와 공항고속도로의 존재는 인천의 여타 지역보다 서구 지역민에게 많은 이동의 기회를 가져다준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하철 7호선이 청라국제도시 지역민에게 가져다줄 가능성 또한 각별하게 보입니다. 작년 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도권 평균 통근시간을 1시간 36분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7호선 부평구청역에서 강남구청역까지 지하철운행이 약 1시간 걸립니다. 절대 짧지만은 않은 통근시간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건설의 당위성으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만약 청라국제도시에서 7호선을 이용하게 되면, 일반적인 통근 거리에서도 직접 접근이 가능하고 청라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중심업무지역으로 손꼽히게 됩니다. ‘이동의 가능성’에서 이것은 무시할 수 없는 강점입니다.

출발지 인구수 비율
중구 5,322 2.78%
동구 3,172 1.66%
남구 19,978 10.44%
연수구 15,466 8.08%
남동구 30,012 15.68%
부평구 48,324 25.25%
계양구 30,303 15.83%
서구 37,596 19.64%
강화군 1,141 0.60%
옹진군 84 0.04%
191,398 100.00%

2015년 인천 각 구별 서울 도착 통근·통학 인구 수
(출처: 2015 인구총조사 중 통근·통학(20%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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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구 강서구 양천구
중구 413 3.05% 109 1.88% 587 4.15%
동구 204 1.51% 101 1.74% 92 0.65%
남구 1120 8.28% 553 9.54% 767 5.42%
연수구 926 6.85% 333 5.75% 692 4.89%
남동구 1775 13.12% 816 14.08% 1309 9.26%
부평구 3071 22.71% 1284 22.16% 2306 16.31%
계양구 2478 18.32% 1185 20.45% 3368 23.82%
서구 3431 25.37% 1359 23.46% 4886 34.55%
강화군 100 0.74% 54 0.93% 123 0.87%
옹진군 7 0.05% 0 0.00% 10 0.07%
13525 100.00% 5794 100.00% 14140 100.00%

2015년 인천 각 구별 서울 마포구, 강서구, 양천구 도착 통근·통학 인구 수
(출처: 2015 인구총조사 중 통근·통학(20% 표본). 바로가기 ▶)

청라국제도시와 송도국제도시에 대한 여러 비판이 존재합니다. 처음의 청사진에서 제시한 것처럼 청라가 국제업무 기능을 수행한다면, 아침마다 청라를 향해 출근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7호선의 연장은 타 지역에서 청라까지 이동해야 하는 시민들의 수요가 투영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어떤 시각에서는, 7호선 연장을 위한 오랜 시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라국제도시가 계획대로 진전되지 않자 서울에 일자리를 의존해야 하는 도시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도시도 혼자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계적 규모의 도시들도 가까이에 인접한 도시와 도시권(City-Region)을 형성합니다. 모든 도시가 한 도시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며 함께 발전해갑니다. 그것을 위해서 이동과 연결은 필수적입니다. 처음에 강조했듯이 많은 이동과 연결의 기회를 제공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그 도시에서 자신의 기회를 찾으려고 합니다. 지하철 7호선 희망탑에서 가능성을 엿보는 이유입니다.

 

글, 사진제공/ 김윤환 도시공간연구자

[참고문헌]
김윤환 외(2016). 확장도시 인천. 마티.
존 어리(강현수·이희상 역)(2014). 모빌리티. 아카넷
국가통계포털(바로가기 ▶) 인구총조사
Igor Calzada(2015). Benchmarking future city-regions beyond nation-states. RSRS. 2(1)




TAGMAN과 사람들

Tagman Trailer 영상 스틸컷

중국 중경에서 시작한 태그맨(Tagman) 퍼포먼스 작업은 우연과 필연을 거쳐 흥미롭게 진행됐다. 작년 여름부터 구상해오던 프로젝트였는데 사실 중경에서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근본적인 주제와 컵셉은 큰 변화 없이 유지했지만, 그 외에 많은 부분을 수정하며 현지 상황에 맞췄다. 비록 의도대로 진행하지 못한 부분도 생겼지만, 만들어가는 과정이 유연해졌고 활동 범위 또한 방대해졌다. 한 걸음 한 걸음 중경의 거리를 활보한 태그맨은 예측 불허한 상황들을 마주하며 조금씩 조금씩 완성됐다.

Tagman Drawing 영상 스틸컷

태그맨 프로젝트는 드로잉과 영상이 혼합된 퍼포먼스 작업이다. 삶의 조각들을 의미하는 태그는 SNS에 수집되는 파편화된 일상을 대변하고 그 태그들로 형성된 태그맨은 원시적인 설인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정보 집합체가 된다. 태그맨은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그 사건들은 다시 파편화되어 SNS에 또 다른 태그맨을 만들어낸다. 자신의 그림을 조각내서 태그를 만드는 태그맨의 행위는 자신의 삶을 조각내서 가상세계에 공유하며 공감을 사고자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재구성한다.

현지 관계자들의 걱정 섞인 만류에 의해 첫 번째 목적지였던 쥐팡베(Jiefangbei) 거리에서의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중경을 대표하는 거리인 만큼 경비가 살벌하기 때문에 평범하지 않은 행동으로 군중이 모이게 되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 이유다. 약간의 불만이 있지만, 충분히 우회 가능한 문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개인적인 견해로 만든 도마 위에 타지의 법과 규율을 올려놓을 생각이 없다.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의 의도에 그런 것은 없었다. 그리고 나로 인해 DAC 레지던시에 불이익이 생기는 것도 불필요한 모험이다. 다른 사회에서 경험하는 문화적 충돌은 추후의 화두를 위해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따라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다른 거리를 모색했고 세 군데의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양지아핑 (YangJiaPing)

DAC 레지던시에서 가장 가까운 큰 번화가다. 한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이곳에서 한식당을 찾아 헤맸던 적이 있었는데 그날 저녁 작업실로 돌아가는 길에 광장에서 나와서 춤을 추는 엄청난 인파를 보았다. 중국에서는 매일 저녁 해가 지면 사람들이 동네 광장에 나와 춤추며 운동도 하고 신나게 논다. 작업실 근처 슈퍼마켓 앞 광장에도 저녁이면 수십 명의 사람이 모여 춤판을 벌였지만, 이곳 광장은 굉장히 넓기 때문에 춤추는 그룹들만 해도 열 팀이 훌쩍 넘는다. 엄청난 스케일이다. 그때 바로 알았다. 이곳에서 퍼포먼스를 시작하리라는 것을…… 

Squre Dance(광장춤?)이라고 한다.

조용히 나타나서 구석에서 춤을 추고 있었는데 노래가 끝나자 아주머니들이 나를 끌고 가더니 센터에 넣어 줬다.

예전에 좀 놀아봤기 때문에 그럭저럭 잘 따라 했다.

 

양른지예 (YangRenJie)

외국인 거리라고 불리는 놀이동산인데 거리에 상인이 너무 많아서 나도 거리의 상인이 돼버린 느낌이 들었다.

 

씨지예 (XiJie)

사천미대의 신 캠퍼스가 있는 지역으로 젊은 사람이 많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멋진 동네다. 사람들의 반응도 재밌었고 호응도 좋았다.

Tagman 퍼포먼스 영상 스틸컷

중국에서 작업했던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SNS와의 연동이다. 중국은 중국 밖의 인터넷 세계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의도한 현실과 가상의 연결고리는 막혀있는 셈이다. 따라서 온라인 공간과 중국에서 준비해온 태그맨 퍼포먼스를 연동할 수 없었다. 다만 중국에서도 태그맨 퍼포먼스는 뜻밖의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다. 

씨지예에서 누군가 공유한 영상 스틸컷

중국 ‘따우인’이라는 영상공유 앱에 누군가가 개시한 영상이 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베이징에 있는 Jing의 친구가 우연히 퍼포먼스를 보고 우리에게 알려준 것이다. 11만 명의 공감, 500개의 댓글과 250회 공유는 꽤 괜찮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퍼포먼스에 관한 정확한 정보도 없기 때문에 이러한 수치가 나의 작업에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 예술의 대중적 소비를 실험하고자 했던 나에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준 것은 확실하다. 

 

#Tagman and the Vortex of Dancing Fingers
   보고전 오프닝

전시 큐레이팅과 서문을 써준 DAC Director 정투(Zeng Tu) (오른쪽)

전시 오프닝 사진, 십방아트센터 제공

사천미대에서 국제 공공미술 워크숍 강의를 한 덕에 학생들도 많이 방문해서 풍성한 전시 오프닝이 됐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정도 많이 든 것 같다. 공항에 앉아 있으니 벌써 그리운 마음이 든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한국에 돌아가면 그동안 밀린 일정에 쫓겨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겠지만 중경의 좋은 추억과 따뜻한 마음, 고마운 얼굴들을 잊지 않도록 자주 떠올리고 오래 간직하고 싶다.

 

글, 사진 박경종 작가

 

박경종 작가는 페인팅, 애니메이션,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현실을 빗댄 상상의 공간을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예술활동지원 역량강화 분야에 선정되어 중국 중경에 위치한 십방아트센터에서 3개월 레지던시 활동을 하고 있다. (웹사이트 바로가기 ▶)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




[큐레이션 콕콕] 귀르가즘

‘ASMR’을 아시나요. ‘귀르가즘(귀+오르가즘)’은 들어보셨나요.

‘자율감각 쾌락 반응’인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은 시각, 촉각, 청각 등으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과 감각적인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귀르가즘은 brain massage, head tingle, brain tingle, spine tingle, brain orgasm 등으로도 불리고요.

ASMR은 2010년 미국 스테디헬스닷컴(steadyhealth.com)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이트에 ‘OOO 할 때 기분 좋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고, 누군가 ‘그런 감각은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라고 할 수 있겠다’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후 미국과 호주 등에서 ASMR 콘텐츠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무릎에 누워 엄마가 귀를 파줄 때의 편안함’, ‘미용사가 머리를 감겨줄 때의 상쾌함’, ‘친구가 손바닥에 글씨를 쓸 때의 기분 좋은 간지러움’ 등이 대표적인 ASMR이죠. 바람 소리, 낙엽 밟는 소리,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잡생각과 고민을 잊게 합니다.

‘ASMR’은 유튜브와 팟캐스트, 광고,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대인에게 새로운 힐링 코드가 되고 있습니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ASMR을 치면 1,250여 개 이상의 관련 콘텐츠가 쏟아집니다.

키보드 소리와 귀 청소 등의 동영상을 업로드 하는 ‘ASMR PPOMO(뽀모)’는 115만 명이 구독하고 있습니다. 4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Miniyu ASMR’은 메이크업하는 소리와 치킨 먹는 소리 등을 실감나게 표현하죠. 김새해 작가는 ‘부정적인 생각 바꾸기 연습’과 ‘자존감 높이는 법’ 등 일상의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되는 책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ASMR 영상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콕콕 쑤시다’는 뜻의 영단어 팅글(tingle)은 ASMR에서 ‘기분 좋은 소름’이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크리에이터가 상황을 설정한 뒤 연기하는 ‘롤플레잉’, 특정 물건을 톡톡 두드리는 ‘탭핑’, 음식 먹는 소리를 들려주는 ‘이팅’, 입을 마이크에 가까이 대고 귀를 먹는 듯한 ‘이어 이팅’, ‘사각거리는 연필소리’ ‘위스퍼링’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신비감을 제공하거나(유튜브 asmr soupe) 아들, 딸을 응원하는 따뜻한 아빠 콘셉트로 청년들을 위로하는(유튜브 ASMR 아빠) 색다른 ASMR도 등장했습니다.

2010년 2월에 개설된 페이스북 커뮤니티 ‘ASMR 그룹’은 “전 세계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인간의 경험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현상(ASMR)을 규명하고자 하는 모임”이라고 밝힙니다. 채널 ‘젠틀위스퍼링’은 작은 목소리로 상황극을 하거나 가위로 사각거리는 미세한 소리를 극대화한 콘텐츠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요.

ASMR은 광고업계에서도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손꼽힙니다.

시선을 분산시킬만한 배경 없이 광고 모델의 목소리 위주로 제작된 진통제 광고가 있습니다. 아이유는 시청자들의 귀에 속삭이듯 “왜 아프고 그래”하면서 약을 뜯는데, 아플 때 먹는 진통제의 효과와 심신의 안정을 주는 ASMR의 특성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니스프리는 별도의 백뮤직 없이 제품의 뚜껑을 여는 소리와 화장품이 부드럽게 피부에 발리는 소리를 살렸습니다. 크래커 과자 ‘리츠’는 광고 모델이 리츠를 먹을 때 나는 바삭거리는 소리를 극대화했고요. 광고를 접한 누리꾼들은 “귀가 녹는다”, “귀르가즘 대박이다”, “이어폰 필수로 장착하고 들어야 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다니엘 헤니가 출연한 치즈 광고를 찍은 이채훈 제일기획 크리에이터는 “청각을 극대화하면 대중이 광고를 보며 ‘내가 아는 그 맛이네’라는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며 “ASMR을 통해 맛을 간접적으로 체감하는 공감을 노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네요.

다큐멘터리 예능 ‘숲속의 작은 집’은 ASMR 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두 배우(소지섭, 박신혜)의 자급자족 라이프에서 돋보이는 것은 단연 ‘소리’입니다. 숲속 작은 집에서 홀로 생활하는 그들은 식사를 위해 재료 준비하는 소리와 바람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등에 특히 귀 기울입니다. 자연의 소리가 적재적소에 배치되면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심리적인 평안을 얻게 됩니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기존 먹방과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백종원 씨의 감칠맛 나는 설명과 하나의 요리가 어떤 히스토리와 과정을 지녔는지 보여주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유별난 점은 “음식을 귀로 즐기게 하는” 연출입니다. 냠냠, 쩝쩝, 지글지글, 보글보글. 박희연 PD는 “음식을 조리할 때 나는 소리에 식욕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시각에 집중했던 기존 방식보다 청각을 부각시키는 방식이 시청자에게 더 큰 공감을 얻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tvN의 ‘SNL 코리아 시즌 8’에서는 ‘ASMR TV’라는 코너가 있었고,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는 가수 전효성이 ASMR 수면 유도 방송을 했습니다. 연예인들의 ASMR도 강세인데요, 피키픽쳐스의 ‘엄마가 잠든 후에’, smtown의 ‘내 귀에 인터뷰’, Mnet 디지털 채널 M2의 ‘lyric live’ 등이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은 출연 배우들이 에세이를 읽어주는 ASMR 버전을 내놓아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ASMR이 최신 콘텐츠와 맞물리고 있지만 ‘아날로그 감성’이라는 문화코드가 들어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디지털 문화가 발달할수록 대중은 역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ASMR 인기 이면에는 디지털 시대의 역행 혹은 반발이라는 심리가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SMR에 관한 학문적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2015년 영국 스완지 대학의 심리학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ASMR 콘텐츠를 접한 사람들 중 다수가 숙면이나 통증 완화에 도움을 얻었다고 발표했습니다. ASMR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머리가 쭈뼛 서거나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며 과학적 효과를 확신합니다. 반면 미국 셰넌도어 대학의 생물약제학 교수인 크레이그 리처드는 좀 더 신중한 입장입니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ASMR를 경험한 사람들의 사례를 수집하는데 “ASMR의 원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추가적인 과학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인천의 소리’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소리로 공간을 기억하고 의미를 찾는 기획입니다. 안병진 경인방송 PD는 인천에 있는 자연의 소리, 문화(재), 시설물의 소리를 스토리와 함께 들려줍니다.

“얼마 전 인천역 뒤편, 월미도 가는 길의 만석고가 밑에서 작업을 했어요. 화물 ‘디젤’ 열차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서였죠.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철도 건널목의 풍경과 소리가 그곳에는 아직 남아 있었어요. 호루라기 소리와 차단기 내려가는 소리, ‘덜컹덜컹’ 낡은 디젤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살아있었죠. 20여 년 전만 해도 인천 원도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였잖아요.”

지금은 사라진 증기기관차와 석탄 열차 소리는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는 윗세대들에게는 더없는 ASMR일지도 모릅니다.

“아파트에서의 삶을 생각해보세요. 타인의 소리는 소음에 지나지 않아요. 이웃에 피해주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기 위해 우리는 사물의 소리를 제거해요. 함께 쓰는 공간을 무소음 진공상태로 만들어서 서로를 고립시키죠. 우리는 자연을 파괴하고, 그 소리를 저급한 음질로 재연하는 세계에 살고 있어요. 이웃과는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사물인터넷, AI 기계와 이야기하는 세계, 외로운 개인의 세계, 이것이 우리가 지금 사는 도시의 현대적 삶인지도 몰라요.”

우리 주변의 소리를 통해 인천의 역사와 문화, 장소를 이야기하는 ‘인천의 소리’는 경인방송 라디오(FM 90.7 MHz) <백영규의 가고싶은 마을>(오후 4시~6시) 목요일 코너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반응이 좋은 소리는 6월부터 3분짜리 라디오 캠페인으로도 방송된다고 하네요. 이 프로젝트는 경인방송과 인천문화재단 매체협력 사업으로 진행됩니다.

“우리는 시끄럽게 태어나 침묵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소리가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에요. 듣기 좋은 소리가 있고 듣고 싶은 소리가 있죠. 인천이라는 도시의 소리, 함께 듣고 싶은 소리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 그것이 ‘인천의 소리’ 아카이브 프로젝트입니다.”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냠냠, 쩝쩝 ‘귀르가즘’…문화콘텐츠에서 ASMR이 인기 끄는 이유는?
    동아일보, 2018.5.2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ASMR 열풍 ‘귀르가즘’ 신조어까지
    팝콘뉴스, 2018.4.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일반인부터 연예인까지··· ‘먹방’을 잇는 트렌드 콘텐츠 ‘ASMR’
    국민일보, 2017.9.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소리로 인천을 발견하는, ‘인천의 소리’ Archive Project
    인천문화통신3.0, 2018.5.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이탤릭체로 표기한 안병진 씨의 글은 필자가 임의로 수정, 편집했음을 알립니다

 

글, 이미지 / 이재은 뉴스큐레이터




[큐레이션 콕콕] 사투리의 역습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의됩니다. 사투리는 ‘표준어가 아닌 말’로 명명되고요. 조선 시대에는 서울말과 지방어 간에 등급이 없었습니다. 이덕무 같은 학자도 지역에 내려가면 현지 언어를 배우는 게 자연스러웠죠. 최근 <방언의 발견>을 펴낸 정승철 교수는 표준어 개념이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국가주의의 상징물이라고 지적합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서울말에 표준어 자격이 주어졌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쓰는 말’이 공식적으로 한국의 표준어가 된 것은 1912년 ‘보통학교용 언문철자법’이 나온 이후부터입니다. 기본 원칙 1항에 ‘현대 경성어(京城語)를 표준으로 삼는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철자법은 조선총독부가 만들었고요. “세계 각국은 근대화 과정에서 표준어를 통한 언어 통일을 추구했어요. 총독부가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였어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정 교수는 설명합니다. 일제와 대척점에 있던 조선어학회는 1933년 ‘표준어 사정위원회’를 발족합니다. 총독부는 효율적 통치를, 조선 지식인들은 민족의 역량을 높일 목적으로 표준어 확립을 위해 애쓴 거죠.

‘표준어와 사투리의 치열한 대결’은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지만 정 교수는 부작용이 컸다고 주장합니다. 표준어의 그늘에 가린 사투리는 푸대접을 받으며 척결의 대상이 됐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부 지식인으로부터 ‘야비하고 야만스럽다’는 지탄을 받았던 사투리는 광복 이후 ‘부끄러움과 당혹스러움을 불러일으키는 기억’이 됩니다. “서울에 유학하던 학생이 사투리를 쓴다고 교사로부터 야단을 맞거나 구타를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입학이나 면접을 앞두고 사투리 교정을 위해 일부러 학원에 다니는 사람도 생겨났지요.”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 같던 사투리는 TV·라디오 드라마·영화 같은 대중문화를 통해 끈질기게 살아남았습니다. 39호 [큐레이션 콕콕]은 사투리가 상품이 되고 브랜드가 되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봅니다.

없어서 못 파는 달력이 있습니다. 광주 1913송정역시장의 ‘역서사소’에서 판매하는 사투리 달력은 ‘포도시 일월’로 시작해 ‘기언치 유월’을 지나 ‘욕봤소 십이월’로 나아갑니다. 벽걸이, 탁상형 달력을 포함해 한해 3000부 이상 판매되는 히트작이라고 하네요. 청년들이 모여 시각디자인을 활용한 팬시류 개발을 고민하던 중 “광주, 전라도 문화를 (상품에) 녹여보는 게 어떨까?” 아이디어를 낸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광주, 전라도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 사례를 찾아봤어요. 경상도나 충청도는 사투리를 활용한 제품이 많은 데 비해 전라도 말은 너무 촌스럽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더라고요. 사실 보면 저나 직원들도 20~30대인데 전라도 말을 쓰거든요. 우리 제품을 통해 경상도 “오빠야~”처럼 전라도 말에도 귀엽고 예쁜 말이 많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과연 팔릴까? 걱정했던 사투리 달력은 3년 연속 출시 중이고, 벽걸이 달력은 없어서 못 팔 지경입니다.

고백엽서도 있습니다. “니랑 있응께 시간이 요로코롬 폴쎄 가부럿네”, “써글놈은 인자 잊아블고 멋진놈 맹글자”, “니만 생각하믄 내맴이 겁나 거시기해” 등 맛깔스러운 전라도 사투리가 적혀 있습니다. ‘기여 아니여’, ‘여간 낫낫허요’ 등이 적힌 스티커도 재미있습니다. 지난 2017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언어나 문화를 브랜드화한 사례로 참여하기도 했다네요.

역서사소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세상을 바꾸는 사투리’입니다. 지역의 예쁜 말을 알림으로써 조금이나마 지역감정을 완화하고, 서로의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역서사소’ 매장을 운영하는 디자인 크리에이티브그룹 바비샤인의 김효미 대표는 사투리가 아닌 ‘전라도 말’이라고 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일본은 도쿄, 오키나와 말이 다 다르지만, 굳이 사투리라고 하지 않아요. 지역 말이라고 하지. 우리나라만 표준어, 사투리를 구분하는데 이 자체가 문제라고 느껴요.” “왜 우리 지역 말은 없냐”고 하는 분들이 있어서 경상도, 제주도 말 제품도 만들고 있다고 하네요.

전라도닷컴이 2011년에 시작한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는 전라도 말이 품은 매력과 특색을 발산하는 장입니다. 동네 이웃, 시골 할머니 등이 전라도 말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았죠. 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은 “늘 쓰던 말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시간”이라며 “전라도 말과 언어에 담긴 고유한 문화와 정서를 지키고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확인하는 자리”임을 강조합니다.

황 편집장이 꼽은 전라도 말의 매력은 정스러움과 깊이 있고 풍부한 표현입니다. “어머니들이 ‘놀짱하다’ 이런 말을 써요. 노랗다, 샛노랗다, 노리끼리하다, 노르스름하다 여러 말 중 보리나 나락이 익어갈 때의 자연의 색감을 포착해낸 말이죠. ‘귄있다’는 말은 외모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까지도 칭찬하는, 그 말을 아는 사람들끼리는 최고의 찬사고요.” 표준과 전국화가 최우선이었던 시대에서 “가장 전라도다운 것”이 지역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매년 5월 강릉에서 열리는 단오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됐을 만큼 역사와 전통이 깊은데요, 행사 때면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가 함께 펼쳐집니다. 벌써 24년째 이어져 오고 있죠.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만든 사단법인 강릉사투리보존회도 있습니다. 강릉 지역 사투리의 전승과 발전을 위한 교육, 강릉 사투리 홍보 및 캠페인, 사투리 시화전, 수공예품 제작, 강릉 사투리 소식지 ‘제일강릉이래요’ 제작 및 배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투리를 활용한 이모티콘도 있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이모티콘 ‘강릉사투리 고양이’는 지난달 23일 출시돼 7일 만에 전체 이모티콘 가운데 인기 순위 79위를 기록했습니다. ‘반갑소야’, ‘마이 좋아한다니’, ‘여르 보민 웃아(여기를 보면서 웃어)’, ‘어머야라.뭐이나(어머나. 뭐니)’, ‘진짜래요?’ 등의 강릉 사투리가 귀여운 고양이 그림과 함께 등장합니다.

사투리는 지역 주민들이 즐겨 쓰는 생활 언어입니다. 표준어는 옳고 사투리는 그르다는 잣대가 아닌 사투리가 한국어를 풍요롭게 한다는 인식 확산이 필요합니다.

지난 2010년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심각하게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로 진단했습니다. 유네스코는 지구상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언어를 찾아 다섯 단계로 분류하는데요, 1단계 취약한 언어, 2단계 분명히 위기에 처한 언어, 3단계 심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 4단계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 5단계 소멸한 언어가 그것입니다. 제주어는 이 중 4단계에 해당합니다. 유네스코의 평가는 제주어의 가치를 인정하고 발전적인 언어 정책 실행을 독려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를 보존하자는 취지의 제주어 살리기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진행됩니다. 도서관에 제주어책을 무료 보급하고, 제주어로 어린이와 청소년 성우를 선발하기도 합니다. 제주교육박물관은 ‘소멸위기 제주어 상설전시관’도 개관했네요. 제주어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다섯 편은 상영은 물론 초등학교 교재에도 실린다고 합니다.

<방언의 발견> 저자 정승철 교수는 “이제는 ‘방언 사용권’을 보장하고 사투리를 복권(復權)시켜야 할 때”라고 이야기합니다. “언어에 우월한 것과 미개한 것이 따로 있나요? 서울말도 여러 지방어의 하나일 뿐입니다. 근대화를 위해 국민을 통합하려는 표준어의 목표는 이미 달성됐습니다. 사투리를 쓴다고 해도 의사소통에 큰 방해가 없을 정도로 모두 서울말에 가까워졌지 않습니까?” 그는 방언의 소멸 속도를 늦추는 작업이 고향을 잃는 속도와 문화적 다양성을 상실하는 속도를 줄여줄 거라고 덧붙이네요.

 

* 다음과 같은 기사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1. “서울말을 표준어 아닌 권장어로…사투리 쓸 자유를 허하라”
    연합뉴스, 2018.4.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경상도는 씩씩, 강원은 순박… 사투리는 감성언어”
    조선일보, 2018.4.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전라도를 팝니다]전라도로 만들고, 팔고, 즐긴다
    광주드림, 2018.4.2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없어서 못 파는 ‘전라도말’ 달력, 대박 난 비결
    오마이뉴스, 2018.4.2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카톡 강릉사투리 이모티콘 인기
    강원도민일보, 2018.3.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이삐고 귄있다” 전라도말의 품격을 보여드립니다
    오마이뉴스, 2018.4.2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글, 이미지 / 이재은 뉴스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