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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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근대다.” 이 땅의 근대와 연관해서, 가장 중심도시가 인천이다. 그렇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여기서 또 반복하고 있다. 왜냐고? 정작 이런 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이 바보다.” ‘인천 = 근대’라는 등식을 인정한다. 하지만 과연 인천이 근대와 관련해서, 국내와 해외에 내놓을 수 있는 ‘문화’는 무엇일까? 인천이 과연 근대와 관련된 ‘콘텐츠’를 잘 보유하거나 계발하고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 같은 항구도시로서의 군산과 목포와 비교해서도 그렇다. 근대문화의 복원과 향유에 관심을 두고 있는, 대구와 부산과도 비교하게 된다. 근대와 관련된 인천은 ‘서 말의 구슬’을 가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걸 아직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 지금 내 눈에 비친 인천은, 구슬은 있으나, 목걸이를 아직 만들지 못한 형상이다. 그간 인천의 근대와 관련된 저간의 노력과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 빛이 바랬거나 묻혀있는 구슬을 찾아내고 정갈하게 닦아낸 그들이 고맙다. 그렇다면, 이제 목걸이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인천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관(官)이 하기보다, 민(民)이 해야 할 일이다. 관의 뒷받침으로, 민이 해내야 한다. 그러니까, 내가 할 일이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와 같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인천사람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이 글은 결국 자신에게 쓰는 반성문이자, 함께 일궈내자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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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바보라 함은, 내가 바보라는 자각이다. 바보라는 강력한 단어를 등장시켜서, 제발 말로만 떠들지 말자는 얘기다. 바보의 한 예로, 근대성(近代性)을 ‘과거’와 ‘건물’에만 두지 말자는 얘기다. 인천을 찾는 사람들이 개항장 거리에서 근대문화유산이라는 건물을 바라보고, 짜장면을 먹는 것이 과연 ‘근대’를 경험하는 것일까? 이게 인천의 근대를 경험하는 일일까? 이런 한나절 투어로 ‘인천 = 근대’가 끝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인천의 ‘문화적’ 가치, 곧 인천의 ‘근대적’ 가치를 콘텐츠화 시키는 게 급선무다. 인천에 ‘근대문학관’이 있어서 반갑다. 인천에 ‘근대음악관’이 생겼으면 더욱 좋겠다. 신민요와 재즈를 모두 즐기고, 일찍이 살풀이와 사교춤을 모두 수용한 게 인천이었다. 일찍이 근대음악과 서구문화를 수용했던 인천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근대문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전통의 가치를 생각했던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야한다. 서로 다른 둘이 부딪히기도 하고 어울리기도 하면서 만들어냈던 그 ‘문화적’ 가치는, 곧 인천이 선도적 역할을 해서 이룩해낸 ‘근대적’ 가치다. 이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귀중한’ 가치다.

인천인이여! 우리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일본제1은행인천지점(현, 인천개항박물관)은 건물이 남아있어서 의미가 있고, ‘애관극장’은 예전의 건물도 아니고 위치가 바뀌었다고 가치가 덜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인천의 근대를 연구하는 지역학자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아연실색했다. 당시 조선사람 혹은 인천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이 더욱더 큰 의미가 있었을까? 번스타인이 피아노연주회가 있었고, 최승희가 신무용공연을 했고, 당시 대중들이 가장 좋아했던 ‘창극’의 공연으로 인산인해를 이룬 공간이 애관(愛觀)이었다. 인천이 진정한 ‘근대적’ 가치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용동권번(龍洞券番)의 기생이야기를 콘텐츠(이야기, 공연)로 만들어서 소통하는 일도 중요하다.

인천의 근대를 기반으로 한 문화적 가치는, 앞으로 이런 장소와 연관된 ‘근거있는 상상력’을 통해서 콘텐츠를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 상상력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콘텐츠가 된다. 그런 콘텐츠는 공연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소통하게 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영화와 뮤지컬에서 만들어지는, 근대와 관련된 콘텐츠는 앞으로 ‘인천만의 가치창조’와 연관해서 좋은 예가 된다. 우리가 누군가? 우리가 더 이상 바보일 순 없다. 그러기 위해선, 인천의 ‘근대적’ 가치를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을 실천해야 한다. 근대를 상상하라! 거기에 바로 인천의 ‘미래가 될 과거’가 있다.

윤중강(평론가, 연출가. ‘만요컴퍼니’ 예술감독)




인천만의 ‘숨’과 ‘가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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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천의 문화적 가치, 혹은 재창조라는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듣고 있다. 이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증대되고 있는 것,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한 사람(1)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인천의 문화적 가치는 무엇인가. 그 주제가 상당히 추상적이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 ‘문화공작소 세움’에서 수행했던 ‘인천의 토속음악 수집 프로젝트’의 경험을 토대로 인천 ‘흔적 읽기’로서 토속음악 수집이 갖는 의미와 발전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인천의 토속음악 수집 프로젝트’는 인천의 시대상이나 생활사가 나타난 토속음악이 있을까? 인천의 지리적 특성 및 이를 반영한 인천 특유의 어요, 농요, 노동요는 무엇일까? 타 지역과 차별화된 인천의 전통음악이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풀기 위한 작업으로, ‘문화공작소 세움’이 2013년부터 수행해 온 프로젝트이다. 또 지역의 토속음악은 전통음악이라는 보존 당위성 이외에 지역의 도시사와 시대사, 지역적 문화예술이 망라된 중요 유산이라는 점에서 연구․전승되어야 하고 이러한 점에서 인천의 토속음악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이를 발전시켜 현대적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무모한 사명감(?)으로 진행한 사업이기도 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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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선행 연구를 위해 관련 서적을 찾고 인터뷰를 다녔다. 인천과 서울의 헌책골목을 뒤지고 보존서고와 관련 단체에 잠자고 있는 자료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책으로는 인천의 토속음악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특히 관계자들의 인터뷰 결과와 고증이 쉽지 않은 구술 채록의 특징으로 ‘인천의’라고 붙일 만한 토속음악이 존재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나 관련 연구를 수행한 선배님들의 작업과 조언을 기반으로 우리는 ‘연구’보다 ‘콘텐츠’의 관점에서 어떤 소리든 채집을 이어왔다. 많은 보존회와 굿판을 따라 다녔고, 연수구, 서구, 강화 등 내륙 지역은 물론이고 백령도, 연평도, 덕적도, 대청도, 소청도 등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한편 어르신들을 수소문했다. 그렇게 약 40여곡이 넘는 음악들을 수집했고, 이중 10곡을 추려 현대적으로 음악을 구성하고 재창작하는 작업을 하였다.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서적 『인천의 예술가, 인천의 소리를 보다』와 음반 <인천, Rewind & Rebirth>가 나왔다. 사실 이 콘텐츠적 창작 활동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라디오와 방송에도 소개가 되기도 했었으나, 여러가지 여건상 작업을 확장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타 지역과 전혀 다른, 인천만의 토속음악인가? 어르신들의 구전이 신뢰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통해 특정한 지역, 시기, 활동을 기반으로 한 그들의 음원, 구전을 채집함으로써 인천의 시대상과 음악적 특성을 해석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창작하는 성과를 거뒀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인천의 문화적 가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흔적 읽기’와 그것의 확장방안에 대한 노력(고민)을 ‘인천의 문화적 가치 찾기(재창조)의 의미와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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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아마 ‘살아있는 생생한 형식’들을 수집하는 것으로, 이러한 흔적의 수집과 해석을 통해 인천을 기억(記憶)하고 재구성(再構成)함으로써 인천이 어떠한 도시인가에 접근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음악을 비롯한 문학, 조형물, 사진 등 인천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문화적 흔적을 발견하고 해석하며 이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인천의 가치, 인천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3)
흔적 읽기로서 토속음악 프로젝트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화적 가치 확장의 가능성을 갖는다. 첫째는 지역연구로의 확장 가능성, 둘째는 콘텐츠의 현대적 작업을 통해 대중과의 공유 및 경제적 파급효과 창출 가능성이다. 전자는 좀 더 많은 채집과 다양한 접근을 통해 학문적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다. 토속음악 보유자들을 찾아내고 이들의 구술과 노래에 대한 채록, 녹음, 채보를 진행함으로써 ‘인천 토속음악사’를 발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악의 배경이 되는 향토사와 문화사 등 학제 간 연구를 확대함으로써 지역연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후자는 지역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양질의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더 파급력 있게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타 지역들의 경우, 지역 문화자원의 보존과 이의 현대적 창작 활동 그리고 그 효과를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공업도시였던 울산은 ‘처용(무)’를 중심으로 ‘처용 문화제’를 50여 년간 진행해 왔고, 최근에는 국제적 페스티벌(울산 월드뮤직 페스티벌)로 영역을 확대하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또한 전통문화를 베이스로 한 현대음악 영역으로 확장, 매년 관련 시장의 해외 관계자 방문이 증가하고 있다. 축제를 통해 지역 문화자원을 공유․확산하고, 기회를 전문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비즈니스 영역으로 효과를 확대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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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인천에서 추진하고 있는 문화적 가치 재창조 사업들도 위와 같은 의미와 효과(인천의 정체성 형성, 확산, 경제적 파급효과 창출)를 위해 기획, 추진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주변을 살펴보면 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되지 않은 전혀 새로운 것에서 찾거나, 이미 알려진 ‘최초(最初), 최고(最古)’를 재활용하거나, 고증되지 않은 설을 역사로 활용하는 사업들이 많이 있다. 그러한 사업들이 ‘연출된 흔적’을 만드는 가벼운 접근이 아닐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인천의 문화적 가치는 항상 존재해오고 있었고 그것들은 알게 모르게 새로운 방식으로 형성․발전되고 있다. 그러한 것들을 찾기 위한 노력이 활성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인천의 가치 재창조가 공허한 울림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주변에 있는 의미 있는 문화적 흔적들을 면밀히 발견하고 해석하고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1)필자는 인천에서 15년 정도 예술 활동을 해왔으며, 2011년 ‘문화공작소 세움’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대표로 재직 중이다. 단체 운영과 공연 제작, 아티스트 인큐베이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2)물론 주대소리를 비롯하여 인천 각 지역의 도당굿, 갯가노래 등이 인천 토속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몇몇 토속음악에 대해서는 ‘인천의’를 붙일 수 있는가에 대해 논쟁적이었으며, 보존회 등을 통해 전승되지 않는 토속음악이 있을 수 있기에 발굴․보존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특히 인천의 토속음악을 현대적 콘텐츠로 재창작하는 작업은 없었기에 ‘인천 토속음악 프로젝트’는 필요했다.
(3)새로운 지향점을 설정함으로써 지역정체성을 형성할수도 있으나, 최근 인천시에서 추진하는 인천의 문화적 가치 발굴, 가치 재창조 사업을 이미 인천에 있는 가치를 발굴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글 /유세움(문화공작소 세움 대표)




문화정책동향

「문학진흥법」 및 하위법령 8월 4일 시행
2016년 8월 4일(목) 「문학진흥법(공포:2016.2.3.)」과 함께, 같은 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이 함께 시행됨에 따라, ▲문학진흥기본계획 수립, ▲공사립 문학관 등록제도, ▲문학진흥정책위원회 구성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이와 함께 문학계와의 릴레이 간담회, 문학진흥 티에프(TF) 구성·운영, 지역 순회토론회 등 현장과의 소통도 적극적으로 전개한다.

지역서점 지원 위한 ‘문화융성카드’ 확산 발급
‘문화융성카드’가 체크카드에 이어 신용카드로도 출시된다. 또한 발행 은행도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과 엔에이치(NH)-농협은행에 이어 다른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으로 확대된다.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 정부안 확정 발표
정부는 7월 28일(목) 2016년 세법개정안 발표 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핵심인 콘텐츠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 제조업 수준의 투자촉진 분야 세제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축제 현황․발전방향’ 학술회의
27일 시흥시 생명농업기술센터에서 ‘지역축제의 현황과 발전방향’을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강기갑 경기대 교수(경기학회장)는 “축제를 개최하는 목적은 주민화합, 교육, 문화복지, 전통계승, 지역산업 육성, 관광객 유치 등 매우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공동체 구성원이 즐기고 다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 축제를 개최하는 것 아니겠냐”며 “마치 축제에 참가하는 관중 수가 축제 성공의 잣대라는 유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은 살찌고 예술강사는 굶주린다.
12년간 임금이 동결된 직업군이 있다. 더욱이 매년 374시간으로 노동이 제한돼 1년에 1200만원밖에 임금을 받지 못한다. 또한 매년 변하는 제도 때문에 고용도 불안한 계약직이다. 바로 예술강사들이다.

시민의 권리로서의 문화예술
국민들의 문화적 권리는 이제 선언(manifesto)의 수준을 넘어,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하나로 확립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권리는 문화예술 영역의 경우 ‘표현의 자유’와 같이 국가로부터 자유를 보장받는 자유권적 기본권보다 적극적인 권리이다.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치유허브, 특수 환경의 시민을 위한 맞춤형 예술치유 프로그램 열어
서울문화재단(대표 조선희) 서울예술치유허브는 특수 환경에 처한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맞춤형 예술치유 프로그램 <예술, 마음, 치유>를 오는 8월 22일(월)부터 12월 1일(목)까지 운영하며, 참여자 70여 명을 8월 3일(수)부터 모집한다.

부천 ‘50년 문화백서’ 탄생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비롯해 만화축제, 부천필, 복사골예술제 등 부천의 문화변천사를 담은 ‘부천시 문화백서’가 발간됐다. 
⤷ 부천시 문화백서 1부
⤷ 부천시 문화백서 2부
 




우리나라 최초의 단편소설집 「공진회」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은 전국 유일의 공공 종합문학관입니다. 근대문학을 중심으로 한 근대 한국학 자료 약 3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콘텐츠 중심형 문학관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자료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학관에 직접 오셔서 한국 근대문학이 가진 의미와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01 우리나라 최초의 단편소설집 「공진회」

안국선의 「공진회」는 1915년 8월 발행된 소설집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단편소설집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기생」, 「인력거꾼」, 「시골노인 이야기」 등 모두 세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기생」은 서울과 일본, 중국을 배경으로 기생 출신의 여주인공이 온갖 고난을 겪다 어릴 적 친구와 애정을 성취한다는 내용이다.

「인력거꾼」은 당시 가난한 서민들의 생활을 리얼하게 그린 작품으로,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가 들어 있는 액자소설적 형식을 갖춘 작품이다. 「시골노인 이야기」는 1890년대를 배경으로 의병활동을 겪으며 정혼한 남녀가 결국 맺어진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저자인 안국선은 이 책을 통해 재미와 계몽을 동시에 주장하는데, 이는 대중성과 계몽성이 혼재되어 있던 근대계몽기 소설이 처한 상황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함태영 /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도서관 이모들, 그림자극을 만나다.- 반딧불이도서관 ‘通通(통통) 그림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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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무거운 책을 들고 도서관을 오가면서 우리 집 바로 앞에 도서관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부모님의 핀잔에 도서관이 멀기 때문에 책을 읽기 어렵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정말로 동네마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도서관들이 생기고 있다. 바로 작은도서관이다. 작은도서관은 시립도서관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아파트 단지 내, 혹은 상가처럼 지역주민들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마을공동체의 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인천 남구 용현동 신창아파트 단지 내에도 작은도서관이 하나 있다. 바로 반딧불이 도서관. 이 도서관은 2006년에 개관했으며, 10여명의 지역주민이 자원봉사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반딧불이 도서관에는 여타 작은도서관과는 다른 조금 특별한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통통그림자극’의 회원들이다. 동네에서 ‘도서관 이모’로 불리는 그들은 도서관을 지키며 동네의 아이들을 만났고, 아이들이 책과 쉽게 만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반딧불이도서관의 관장이기도 한 송은이 씨는 ‘통통그림자극’의 시작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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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이 : 저희 회원들은 모두 도서관의 자원활동가들입니자. 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책을 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다른 도서관 같은 경우에는 독후활동을 많이 하거든요. 평범하고 지루한 독후활동 대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그림자극을 알게 되었어요. 도서관에 있는 전래동화 같은 것을 골라서 각색하고, 아이들에게 공연해 주었던 게 시작이었어요.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이들 3~40명이 앉으면 가득 차는 그야말로 ‘작은’ 도서관에서 그림자극 공연을 열자 도서관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회원들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보다 전문적으로 공연을 만들어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림자극의 ‘ㄱ’자도 모르던 그들은 남구 평생학습원의 학산콜 프로그램을 통해 그림자극을 배우기 시작했다. 연극 강사가 직접 도서관을 찾아 회원들을 도와주었다. 인천문화재단의 생활문화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하면서 그림자극은 점점 더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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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애 : 도서관 안에서만 그림자극을 하다가, 학산문화원이 새단장 후 다시 문을 열 때 저희가 초청 공연을 하게 됐어요. 직접 만든 작은 무대에서만 공연을 하다가, 큰 무대에서 마이크를 차고 진짜 조명을 가지고 공연을 하고 나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처음에는 도서관에 있는 탁자 두 개를 엎어놓고 현수막 천을 두르고 테이프를 감아 무대를 만들었어요. 핸드폰 불빛을 조명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집에 굴러다니던 캠핑 랜턴을 사용하기도 했죠. 종이 인형도 처음에는 얇은 종이에 그린 것을 코팅하고 나무젓가락을 붙여 만들었어요. 강사님을 통해 두꺼운 파일지와 스테인레스 철사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인형에 관절을 만들고, 움직임을 표현할 수도 있게 되었죠. 인천문화재단 지원금으로 무대와 조명을 마련하기도 했어요.

이훈희 : 공연을 계속 하다보니 욕심이 생겨요. 도서관이 작아 지금은 아이들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도 많거든요. 온 가족이 함께 공연을 볼 수 있는 넓은 공연장도 있었으면 좋겠고, 장비가 많아지다 보니 창고도 필요해졌어요.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더 좋은 공연을 만들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엄마로, 주부로, 도서관 자원활동가로, ‘통통그림자극’ 회원으로, 몸이 열 개라도 바쁘지만, 그들은 그림자극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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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 공연이 없을 때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모여 어떤 작품을 어떻게 각색할지 회의를 해요. 공연을 앞두고는 일주일에 서너 번, 주말에도 모이고 밤에도 모이고 계속 모여 준비를 하죠.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오리고. 무대를 만드는 과정이 전부 수작업이기 때문에 힘들 때도 많아요. 공연을 준비하다 손을 다쳐서 한동안 병원에 다니기도 했어요. 힘들지만 완벽하게 공연을 준비하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생겨요. 가족들도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공연을 보는 아이들이 그림자극을 재미있어하고, 그림자극으로 인해 도서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느껴 자주 찾아오게 되는 점이 가장 뿌듯해요. 와서 만화책 한 권을 읽고 가더라도,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죠. 길가다 마주치는 아이들이 “어, 도서관 이모다.”, “그림자극 하는 이모다.”하고 알아봐 줄 때도 기분이 좋아요.

이훈희 : 사실은 우리 아이들이 책과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도서관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그림자극도 하게 되었어요. 저희 아이도 어리고 엄마가 이런 활동을 하니까 아이들이 도서관을 함께 자주 오게 되잖아요. 그런데 활동을 하다 보니 동네의 다른 아이들도 만나게 되고, 더 많은 아이들을 위해 활동을 계속 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더 자라서 더 이상 그림자극을 보지 않는 나이가 되어도 다른 아이들을 위해 계속해서 이 활동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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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사회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 아이가 책과 친해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은 엄마를 도서관으로 이끌었고, 내 아이에 한정되어있던 바람들은 동네의 다른 아이들을 위한 것으로 넓어졌다. 깜깜한 무대에 밝은 조명이 켜지고, 알록달록 종이 인형들이 등장하는 것처럼, 큰 아파트 단지 안의 작은 도서관은 삭막한 회색도시에 색을 불어넣었다.

그들의 꿈은 더 넒은 공연장에서 더 많은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을 만나는 것. 작은 반딧불이도서관이 마을 전체를 밝게 빛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글 / 시민기자 김진아




웃픈 사회 속 존재의 이유 – 작가 손승범

 

웃픈 사회 속 존재의 이유 – 작가 손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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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현대인들의 정신 질병과 관련한 황당한 사건을 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화 ‘다크나이트’에 등장하는 웃고 있지만 공포스럽고 괴기한 잭 니파이어의 얼굴은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폭력이라는 인간 감정의 양면성을 보여주는데, 이는 마치 현대사회 속 우리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겉으로는 웃고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감정과 매일 싸우며 속으로 우는 사람들이 바로 현재인이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다. 동화 ‘파랑새’에서 꿈속에서 행복한 파랑새를 찾기 위해 막연히 길을 떠났지만 결국 찾지 못해 좌절했고, 결국 꿈속에서 찾지 못했던 파랑새는 현실 속 자신들의 새장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현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막연한 몽상을 꿈꾸는 현대사회 속 우리의 불안한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서, 오늘날 ‘파랑새 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고, 누구에게도 비난받고 싶지 않은 ‘착한아이 콤플렉스’도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에서 파생된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정신 질병으로 불린다.

이러한 질병들은 인간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기계화, 도시화, 자본화된 현대사회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 현상으로 인해 만들어진 정신적 폐해를 세상에 알리기보다는 숨기기에 바쁘다. 왜냐하면 정신적 폐해를 드러내는 순간 결국 나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웃음, 화려한 행동과 치장 속에 감춘다.

7기 입주 작가 손승범은 이런 현대사회의 양면성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인간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숨으려고 한다. 다 가려지지도 않는 어떤 사물이나 배경 뒤에 필사적으로 숨는다. 그리고 어쩌면 바보 같이 순진할 정도로 무모했던 인간은 어느 순간 숨는 대신 자신을 알아볼 수 없을 법한 변장과 위장의 허물을 쓴다. 철저하게 자신을 감추고 숨는 인간은 변태하며 결국 감정을 폭발시키고 터트린다.

손승범 작가는 화려함과 암울함의 양면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드러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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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가 생각하는 현대사회 속 인간의 특징은 무엇인가?
A. 넘쳐나는 정보와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생활화되고 교류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반면에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이들과 타인을 훔쳐 보는 이들이 뒤섞여 있는 것 같다. 고립되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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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비유하고 은유하여 드러내는 작품이 많이 보인다. 이렇게 창작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A. 특별한 이유보다는 그런 것들을 보고 자라왔다. 가족들, 친구들과 같은 주변인들부터 내가 경험한 모든 이들이 예외 없이 양면성을 갖고 있었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내 모습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Q. 인간의 양면성은 천성인가, 아니면 외부적인 요인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A. 천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양면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외부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작은 뾰루지였는데, 자꾸 자극을 주다보면 큰 여드름으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04

Q. 현대사회에서 어떠한 의식을 갖는 인간이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되는가?
A. 완벽에 가까운 것이 존재할지는 몰라도 완벽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Q. 작품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다면?
A. 작품을 통하여 우리가 살아가면서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한 더 나은 삶을 위한 탐욕과 욕심, 허망한 염원 등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또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만물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존재의 본질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Q. 존재의 본질은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렵고 추상적인 이야기이다.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추상적인 존재의 이야기를 발화시키고 싶을 때, 철학적 담론에 기댈 때가 있다. 작가에게 있어, 혹시 이 부분을 대신 설명해줄 수 있는 철학(미학) 책이 있는가?
A. 『사라짐에 대하여』(장 보드리야르, 민음사)를 추천하고 싶다.
  
05
Q.관람객의 눈을 현란하게 만드는 장치가 있다. 이 장치들이 작품의 내용과도 연결되는데 설명을 덧붙인다면?
A.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 방법과 내용적인 측면으로 연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화려함(가속화되어 발전하는 사회) 속 이면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 또는 주변에 있지만 깨닫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는 작품을 구상할 때 상반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 한 화면에서 나타날 때 더욱 극적인 상황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Q.위에서 이어지는 질문인데, 대비적인 표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것 같다. 그리고 최근 작품을 보면 표현적인 면에서 실험적인 모습이 특히 드러나는 것 같다.
A. 대비적인 표현 방법은 작품을 구상하는 단계에 있어서 자연스러워져서 어느 정도 나를 표현하는 색깔로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많은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하지는 않는다. 구상하는 과정 속에 있던 것들이 작업하다보면 즉흥적으로 교체되는 부분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적인 부분들은 작품 속에 어떤 이미지 또는 소재들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지금 고민하고 작업에 대입시키고 있는 부분은 형체가 없는 ‘사라짐’을 표현하는 부분이다.

Q.작품의 레퍼런스는 어디에서 갖고 오는가?
A. 주로 경험을 비롯하여 특별하게 느껴졌던 순간들이나 사건들을 우선으로 하고,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웃픈 이야기를 가져와 설정하기도 한다. 또는 예전에 나에게 특별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그 의미가 퇴색되거나 변질되어 다르게 다가오는 것을 체험할 때 그때의기묘한 느낌을 기록해 두었다가 작품에 대입시키기도 한다.

Q.<허망한 염원>展은 소재도 약간은 다르지만, 표현 방식에서 감정을 누르기도 하고, 초월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던데?
A. ‘허망한 염원’에 출품됐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라짐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어서 표현 방식을 고민했었다. 애니메이션이나 공상과학영화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분자들이 서로 해체되면서 사라지는 장면을 보고 차용하게 되었다.

06
 Q.최근 작품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아젠다가 있다면?
A.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들’이라는 오픈스튜디오의 타이틀처럼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다. 그 대상은 어떤 물체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본질들과 같이 형상이 없는 어떤 의미에 관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본래와 현재의 의미가 변해버린 것들, 또는 변질되어서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들이 안타깝게 느껴지면서도 재미있었다. 사실 어떤 존재가 존재 그 자체로 영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 어렸을 때 그토록 의미있던 트로피는 이제 더 이상 나에게 가치 있지 않다. 그 트로피는 결국 트로피 자체로가 아니라, 전시장의 작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현재의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작품은 전시장 내에 설치될 때 작품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갖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가치는 역사 속으로 남겨질 뿐이다. 존재의 의미와 가치는 그렇게 계속 변한다.

07

Q.예술의 힘, 예술의 매력은 무엇인가?
A. 예술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의식 속에서 차츰 번져나가 예술을 체득한 이들에게 올바른 영향을 준다. 더불어 삶의 다양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태도를 가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08 
Q.이전에도 평면 속에 다양한 물질을 쌓아 올리기도 하였지만, 매체(한국화)를 실험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실험은 작가의 작업 내용에 필요하기 때문임을 알고 있다.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화를 다루는 작가들의 경우, 고유 매체를 지키며 실험하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이 부분에 대한 작가의 의견과 작가가 느끼는 한국화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실험함에 있어, 어느 선까지 자신의 고유 매체를 지키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다.
A. 고유 매체를 지켜가면서 확장시키는 방법으로 작업하고 있다. 아예 변화를 주기 위한 것이거나, 전혀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고유 매체를 버리지는 않는다. 재료적인 면보다는 재료를 다루는 의식과 정신,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09 
Q. 이번 가을 오픈스튜디오 때 보여준 것은 작품들이 모여 하나의 무대가 연출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연극적인 요소를 작품을 창작함에 있어 염두하고 있는지(혹은 작품을 연극적 무대로 보여주는 것을 염두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
A. 연극적인 것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하다 보니 연출적인 부분이 보이게 된 것 같다. 미술 작품도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듯이, 작품의 맥락과 그 속의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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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할 일들과 앞으로 실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A. 올해는 평면 작품과 더불어 새롭게 입체작업들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참여했던 ‘웻페인트’전에 입체 작품을 출품했는데 나 스스로도 제작 과정에서부터 결과물까지 많은 흥미를 느끼게 됐다. 향후에는 입체작품들로만 구성된 전시도 계획 중이다. 올해에는 머릿속에서 그려둔 계획들을 잘 꺼내 놓을 수 있게 준비하고, 내년에 실행하는 것이 목표다. 평면이라는 매체에서 처음으로 벗어나는 시도를 했으니 앞으로는 좀 더 확장된 영역의 작품들을 구상하고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글 / 이아름(인천아트플랫폼 큐레이터)




문화정책동향

문화도시 로드맵 수립, 시민 요구 먼저 반영돼야
인천시도 ‘문화도시 만들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당장 내년 3월까지 인천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음악도시 조성을 비롯해 인천 대표 축제 육성, 생활 속 문화시설 및 맞춤형 문화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내년도 계획도 세웠다.

‘300만도시 인천’ 부족한 기초문화재단
지역 문화재단 등 ‘지역 문화진흥기관 설치 유무’ 항목을 보면 인천의 ‘지역문화진흥기관(지역문화재단) 설립 비율’은 20%로 수도권의 경기도 51%, 서울 64%에 비해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 설립 필요하다

지역 예술 공연 정보공유 앱 ‘아이큐’
인천문화재단(이하 재단)이 개발한 지역 문화예술공연 정보공유 ‘앱’인 ‘아이큐’가 지역 문화예술 정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이큐’ 앱이 최근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2억원의 앱 업그레이드 비용을 지원받게 됐다. 

“인천 개항장=차이나타운”
인천발전연구원이 3일 발표한 ‘인천 개항장 관련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와 제언’을 보면, 지난해 1~12월 각종 SNS에서 ‘개항장’ ‘인천차이나타운’ ‘신포시장’ ‘자유공원’ 등 인천 개항장 관련 관광지가 언급된 글은 총 6만3천356건이다. 이 가운데 ‘인천차이나타운’이 83.1%인 5만2천623건(타 관광지 복수 언급 포함)이나 SNS에 올라와 대부분을 차지했다. 
       ⤷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의 대표 관광거점으로 활용해야
 
문화재청 “남구 문학초 강당 증축 중지”
인천 남구 문학초등학교 강당 증축 공사장에서 발굴된 유적에 대한 보존 결정이 내려졌다. 강당 증축은 중지됐고, 발굴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는 만큼 인천도호부 관아(청사)복원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남구 용현․학익 1BL 기부채납 부지․건물… 인천시, 활용방안 찾는다.
인천시와 (주)DCRE는 기부채납 협약서 초안을 만들어 협의 중이다. 시는 기부채납 부지․건물이 넘어올 것을 고려해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소유권은 1블록 사업이 완료되어야 시로 넘어오지만, 협약에 명시하면 그 이전에도 부지․건물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은 학익역 주변 부지에 시립미술관과 시립박물관을 조성하는 것이다.

“인천시립미술관, 작품 아닌 향유자 중심으로”
인구 300만 도시에 어울리는 인천시립미술관은 미술 작품이 중심이 되는 전통적 역할의 미술관보다는 향유자를 중심에 두는 미술관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인천 섬, 11개 생활권 나눠 맞춤 발전
인천시가 지역 섬들을 6개 권역 11개 생활권으로 분류해 각 특성에 맞게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천시는 이런 내용이 뼈대인 ‘인천 가치 재창조를 위한 인천도서발전기본계획’(2016~2025년) 수립을 완료했다. 
  
인천 168개섬 저마다 보물섬 꿈꾼다
시는 3일 ‘도서경관관리를 위한 기초조사 및 시범사업발굴 용역’을 입찰공고했다. 용역기간은 착수일로부터 6개월 간이며 기초금액은 9950만 원이다. 이번 용역은 도서지역의 특색 있는 경관을 보존하고, 자칫 펜션․호텔 등 숙박업소와 관광시설만 난립하는 곳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경관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내용이 뼈대다.
       ⤷ 인천시, 168개 섬의 모든 것 ‘데이터화’

백범 김구 흐릿해진 ‘인천 발자취’ 찾는다
백범 김구는 인천에서 옥살이하고 축항 공사현장에서 노역하는 등 인천과의 인연이 유난히 깊다. 김구가 해방 이후 38선 이남 지방을 순회할 때 가장 먼저 찾은 곳도 인천이었다. 그 정도로 인천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지만, 정작 인천은 김구의 발자취를 찾는 데 관심이 없었다. 인천시가 뒤늦게나마 김구의 의미를 찾겠다고 밝혔다. 김구를 ‘인천인물’로 기리는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화읍 ‘역사품은 마을’로 재탄생
강화군은 7일 군청 영상회의실에서 이상복 군수를 비롯한 실·과장, 도시재생 TF팀 등 3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강화읍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안) 보고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강화군 도시재생대학, 도시재생 서포터즈, 도시재생 코디네이터, 주민상인 협의체, 지역주민, 전문가 의견을 담아 국토교통부 1~2차 관문심사를 마친 계획(안)을 검토했다.

인천관광공사 창립 1주년..미래전략 2020 수립
인천관광공사(사장 황준기, 이하 공사)는 9월 21일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된 인천관광공사 창립 1주년 기념식에서 4대 전략 목표 달성을 핵심으로 한 ‘미래전략 2020’을 발표했다.

인천시 ‘재개발의 역사’ 남긴다.
인천시는 ‘도시정비사업 백서제작 기준’을 마련해 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추진단계부터 완료일까지 전 과정을 담은 백서를 정비구역별로 각각 발간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시는 정비사업 백서를 통해 사업구역별 기본계획, 사업 추진배경, 사업 이전과 이후의 환경·생활여건 분석, 사업단계별 주요 민원해결 과정, 시공 과정 등을 사업 순서대로 기록할 방침이다. 
       ⤷ ‘흔적’ 백서 발간




유럽연합의 가치재창조 사례 – UPPs와 URBACT 사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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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항상 성공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성공적이라는 도시들도 그 성공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사람에게 생애 주기가 있듯이 도시도 마찬가지다. 산업혁명 이후 청년기처럼 왕성하게 성장하던 유럽의 도시들은 국제 경제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쇠락의 길을 걷게 되면서 도시공간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그들의 도시 미래의 비전을 ‘문화도시’로 설정하고 있음을 종종 접하게 된다. 유럽의 도시들이 지향하는 ‘문화도시’란 기존 성장 중심 도시에 대한 반성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인천도 현재 문화도시를 위한 ‘문화도시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토론이 있지만 문화도시 인천에 대해서 말하고자 할 때 ‘문화’에 대한 개념적 범주에 대한 혼란으로 인해 논점이 흐려지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문화’란 도대체 무엇인가? 왜 우리는 문화도시를 꿈꾸는가? 어떻게 문화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문화’에 대한 이론적 정의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사전적으로 ‘문화 Culture’는 ‘자연 Nature’의 의미대립쌍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간단하게 정의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문화’는 ‘인간에 의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난 모든 것’이고, 반대로 ‘자연’은 ‘있는 그대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02

사람의 손이 닿은 것은 문화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자연이라고 볼 때, 수많은 문화는 모두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문화가 무엇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문화들 중에 ‘어느 것이 더 가치가 있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해진다. 모두가 자신의 문화가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주장할 수 있으나, ‘가치’란 상대적 개념이다. 장기판의 장기 알은 모두 그 기능과 역할을 가지고 있으나, 장기 알의 가치는 그 위치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인천의 가치를 재창조’하고자 한다. 이 당면한 과제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치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도시 인천을 향한 가치재창조의 우선 순위는 어떤 기준을 근거로 삼을 수 있을까? 이 해답은 유사한 고민을 했던 유럽 도시들의 시도들 속에서 시사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유럽은 EU공동체로 통합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 Sustainable Development’이란 슬로건을 문화도시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채택했다. 유럽연합의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주도하고 있는 ‘시범도시사업(Urban Pilot Projects: 이하 UPPs)’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UPPs 1차 사업은 1996년까지 진행된 도시재생사업으로, 14개 회원국의 503개 도시들이 경쟁하여 33개 도시가 선정되어 진행된 사업이고, 그 성과를 토대로 2차 사업에서 26개 도시가 선정되어 1999년까지 진행되었다. 이 사업의 선정기준으로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발전 계획을 척도로 삼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현재 3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URBACT란 이름으로 UPPs의 성과를 공유하여 다른 도시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UPPs와 URBACT 사업전략의 일환인 ‘생태성’, ‘사회성’, ‘경제성’이란 세 가지 원칙은 그저 세 요소가 충족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도시의 ‘발전’을 위해서는 곧 ‘생태적인+사회적인+경제적인’ 요소들이 상호의존적인 교집합 형태로 작동할 때 가능하며, 또한 이 3가지 요소들 역시 우선순위 원칙에 따라 ‘생태성’, ‘사회성’ 그리고 ‘경제성’ 순으로 위계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UPPs와 URBACT 사업은 유럽의 쇠락한 도시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사회적 활동’, ‘치유’, ‘예방’, ‘교육’을 통해 ‘자립적’이고 ‘생산적’인 속성을 도시에 부여하기 위한 사업이다.

우리는 인천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책의 우선 순위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때 문화도시 인천을 위한 ‘가치재창조’는 매우 의미있는 정책적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상원 / 인하대학교 문화경영학과 교수




300만 시대, 인천의 위상에 걸맞는 국제교류를 위해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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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문화적 가치란 무엇일까? 이 어려운 질문을 받고 먼저 내 자신을 돌아본다. ‘난 인천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인천의 문화적 가치가 무엇인지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역사적, 지리적으로 인천만이 갖고 있는 보편타당한 가치를 찾아야 할 것이다. 강화, 개항, 섬, 문학산성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예로부터 인천은 바다와 한강을 끼고 있어 동·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교통의 요충지로, 말 그대로 국제교류의 장이였다. 지금도 인천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인천국제공항과 수많은 유커들을 맞이하는 항구를 갖고 있다. 인천이 인구 300만 도시라는 수식어가 넘쳐나지만 정작 시민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국의 세 번째 도시로서의 위상은 어떠한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인천프랑스문화원에서 일한 지난 10년간 프랑스와 인천이 문화적으로 교류하는 크고 작은 문화행사와 축제에 관여해왔다. 그러면서 만난 많은 프랑스의 예술가, 문화기획자, 관계자들은 인천에서 잠시 머무를 뿐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해도 다른 지방 도시에서 일정을 보낸다. 인천의 강화도, 차이나타운, 섬을 추천해보지만, 외국인들이 스스로 찾아가기에 너무나 복잡한 대중교통과 정보 찾기의 어려움으로 다들 포기하고 접근성이 쉬운 서울로 향하는 것이다. 요즘 핫하다는 송도신도시는 외국인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만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덕적도, 차이나타운, 월미도 등에 대해 미리 알고 찾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찾고 있는 인천만의 문화적 가치는 자신들만의 소통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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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해는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를 맺은 지 130년이 된 해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프랑스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행사를, 올 3월부터 12월까지 한국에 프랑스 문화를 소개하는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파리뿐만 아니라 낭뜨, 뚤루즈 등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크고 작은 도시에서 많은 한국의 다채로운 문화행사들이 진행됐고, 프랑스 여러 도시에서 자문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올해 한국에서 이뤄진 대부분의 한·불 수교기념 문화행사는 서울에서 열렸고, 부산만 해도 각종 영화제, 무용제, 전시 등 국제적인 규모와 다양한 장르의 다채로운 행사들이 개최됐다. 하지만 인천은 어떤가? 프랑스 오페레타 공연(송도 트라이볼), 피아노 공연 및 전시, 시네마 프랑스 인천, 재즈공연(버텀라인), 재즈샹송공연(신세계 백화점), 한불수교 기념 문화행사(인천대학교),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의 전시 등이 전부다. 대부분 인천프랑스문화원이 공동으로 주최‧주관한 행사다. 물론 이 행사들도 좋은 문화교류라 할 수 있겠지만 모두 소규모 행사들이기에 인구 300만의 도시 인천의 위상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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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국제문화도시를 꿈꾸는 인천, 인천에서 도시간의 지속가능한 국제교류를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도시간의 문화교류 방법과 접근방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프랑스에서 도시간의 국제문화교류는 축제와 축제 혹은 예술가들의 교류를 통해 이루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민간이 아니라 관이 먼저다. 프랑스에서는 더 이상 관이 주도하는 문화교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관이 주도해서 하는 도시문화교류는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정석이다. 따라서 도시간의 문화교류를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선행해야 할 것은 그들의 문화교류 방식을 이해하고 우리의 문화를 ‘무엇’으로 ‘누구’와 교류를 하게 할 것인가를 제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문화행정은 전통적으로 관에서는 정책과 행정을 지원하되 모든 실행은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이 대부분으로, 대부분 관이 주도하는 한국의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이 주도하는 국제문화교류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큰 틀에서 관은 행정을 지원하고, 모든 결정과 권한은 민간이 갖는 민·관협력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며 그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지역의 예술가들로 하여금 지역의 전통과 새로운 창작활동을 용이하게 하고 문화기획자에게는 지역문화특성에 맞는 교류시스템을 구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젊은 예술가들과 기획‧배급 인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천만의 문화인력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열정적이고 실력 있는 젊은 예술가들과 문화기획자들은 인천에 오래 머무르지 않으려 한다. 대부분 1년 혹은 2년 정도 일하다가 서울로의 이직을 꿈꾼다. 하지만 서울에서 일하는 주변의 많은 문화기획자들의 실상을 살펴보면 그렇게 화려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다만 그들이 문화기획자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많을 뿐이다. 젊은 예술가들과 문화기획자들이 인천에 와서 일할 수 있는 터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현재 인천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미래의 예술가들과 문화기획자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역문화인프라육성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인천의 문화가치를 세울 사람도 이끌어갈 사람도 결국 그들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이 있어야 도시의 미래가 있다.
또한 젊은 세대들에게 세계의 문화를 보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매년 7월에 개최되는 프랑스의 아비뇽축제와 샬롱 축제는 세계의 공연예술가들과 문화기획자들이 모이는 프랑스의 대표 공연예술축제다. 자국의 예술작품을 소개하고 우수한 타 국가의 예술작품들을 초청하는 국제문화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매년 100명 이상의 문화기획자들과 예술가들이 이 축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인천의 문화기획자과 예술가들은 몇 명이나 참여했을까 궁금하다.

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제고하고 국제 문화교류의 허브 역할을 하는 도시 인천을 위해서라면 시 차원에서 국제문화교류 시스템 구축은 물론 지역의 젊은 세대들을 위한 문화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김종서 / 인천대학교 불문과 겸임교수·인천알리앙스프랑세즈-인천프랑스문화원장




한국 최초의 종합잡지- 「소년」(창간호)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은 전국 유일의 공공 종합문학관입니다. 근대문학을 중심으로 한 근대 한국학 자료 약 3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콘텐츠 중심형 문학관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자료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학관에 직접 오셔서 한국 근대문학이 가진 의미와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01 한국 최초의 종합잡지- 「소년」(창간호)
육당 최남선이 1908년 11월에 창간․발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잡지이다. 일제 강점 1년 후인 1911년 5월, 통권 23호로 종간되었다. 현재 11월 1일은 잡지의 날인데, 이는 「소년」 창간일인 11월 1일인 데서 비롯된 것이다. 1906년 육당은 일본에 유학 중이었는데, 한국 황제를 주제로 한 모의국회 사건이 문제가 되어 조선 유학생들이 동맹 퇴학하자 이 때 인쇄 설비를 구입하고 귀국하여 발행한 것이 「소년」 잡지이다.

국운이 기울어진 대한제국 말, 이 잡지는 당시 ‘소년’(청년층)들에 대한 계몽을 창간․발행의 목적으로 했다. 잡지 표제인 ‘소년’은 새 시대와 역사를 만들어나갈 주역이 ‘소년’이어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잡지 내용은 대개 ‘소년’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내야 할 문명 개화의 여러 방향성에 대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 등 신체시가 수록된 잡지로도 유명하며, 대한제국 말기와 일제 강점 직후 지식청년들의 정신세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함태영 /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