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키워드로 보는 ‘2019 코리아’

2007년부터 해마다 국내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김난도 교수는 2019년을 “원자화·세분화하는 소비자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콘셉트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요약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 펴낸 <2019 대한민국 트렌드>는 2019년을 ‘완벽하게 혼자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는 해로 정의했네요. 2016년 ‘집에서 다양한 욕구를 해결하다’, 2017년 ‘新 개인의 탄생, 연결됐지만 비사회적이다’, 2018년 ‘1인 체제, 일상이 되어가다’에 이어 1인 중심 사회가 더욱더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가 내놓은 올해 대한민국 트렌드는 1.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2. 불안한 사회에서 나만의 휴식공간을 찾아 나서는 ‘케렌시아 현상’ 3. 대면 접촉이 필요 없는 ‘언택트 기술’ 4. 새로운 부가가치와 수요를 창출하는 ‘만물의 서비스화’ 5.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balance)’ 세대 6. 자신의 취향과 정치사회적 신념을 커밍아웃하는 ‘미닝아웃’ 7. 기능적 관계나 반려동물이 대체하는 ‘대안 관계’ 8. 가성비를 넘은 만족을 주는 ‘플라시보 소비’ 9. 같은 성능, 같은 가격이라면? ‘매력 자본’ 10.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는 노력’이었습니다.

2019년은 어떨까요?

출처:매일경제

1. 콘셉트를 연출하라-Play the Concept

가성비나 품질보다 콘셉트가 중요해집니다. 그냥 좋아하기보다 콘셉트가 있는 취향을 선호하는 겁니다. 이미지에 열광하고 변화에 능동적인 젊은 층은 기능이 아니라 콘셉트를 소비합니다. 희귀하거나 재미있는 ‘갬성’ 콘셉트에 열광하는 거죠.

특정한 콘셉트를 부각한 ‘갬성’ 미용실이 고객에게 선택받고 있습니다. 에이바이봄은 매달 아트 전시회를 개최하고 신진 작가들에게 대관 및 홍보를 지원합니다. 헤어 살롱 투티는 통유리 안에 그림을 전시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1년에 작가 한 명을 후원해 매달 후원금을 전달하며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등 갤러리 살롱의 콘셉트를 결합했습니다.

갤러리 살롱 투티에 전시된 작품
출처:그라피매거진

2. 세포마켓-Invite to the ‘Cell Market’ 혹은 1인 1마켓

소비시장이 극도로 세분화 됩니다. 셀러(seller, 판매자)와 컨슈머(consumer, 소비자)의 합성어로 누리장터꾼, 혹은 셀슈머라고도 하죠. 2012년 영국의 유명 기조연설자 헨리 메이슨은 개인이 SNS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판매에 나서는 것을 셀슈머(Sell-sumer)라고 지칭했는데, ‘세포마켓’은 이들의 활동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세포(Cell)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파생됐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SNS를 기반으로 문화적 감성에 재능을 더해 유통의 새 장을 만듭니다.

‘증멍사진’은 증명사진과 강아지가 짖는 소리인 ‘멍멍’을 합성한 신조어입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을 피사체로 그들의 ‘증명사진’을 만드는 거죠. 반려동물의 ‘증멍사진’을 제작해주는 <○○사진관>은 대학생 박 아무개 씨가 인스타그램에서 오픈했습니다. 핸드폰에 저장한 반려동물의 사진에 맘에 드는 배경색과 패턴을 입혀 결과물을 만드는 거죠.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반려동물 외에도 고슴도치, 코아티, 뱀 등 사진관을 찾는 손님들의 반려동물 종류도 다양하다고 하네요.

출처:MBN뉴스

나만의 작은 바다를 파는 곳도 있습니다. 코발트 빛깔의 정육면체 안에 해초, 소라 등 바다에서 공수한 재료를 넣습니다. 이 ‘바다조각’이 미니 수족관이나 스노우볼과 다른 점은 개인의 ‘최애품’을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갓난아이의 탯줄, 처음 빠진 아이의 유치, 신혼여행지에서 주워온 돌 등이 그 안에 담기죠. 제품의 기능을 소비하기보다 제품에서 얻는 색다른 체험과 즐거움을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흐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3. 밀레니얼 가족-Emerging ‘Millennial Family’

“엄마가 가족을 위한 밥상을 10분 만에 뚝딱 차려낸다. 전자레인지에 돌린 즉석밥, 에어프라이어에서 조리한 냉동 돈가스, 온라인으로 주문한 호텔주방장표 특제 소스,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달해준 따끈한 미역국이 주메뉴다. 자녀는 엄마에게 ‘이건 요리가 아니고 조립이네’라고 말한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묘사한 ‘21세기형 밀레니얼 가족’의 모습입니다. 밀레니얼 가족은 20․30세대가 꾸린 가정을 일컫는 말로, 그들에게 가사는 신속히 처리해야 할 노동입니다. 가족만큼이나 개인의 시간과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죠. 가족의 변화는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각종 ‘도우미 경제’가 발달하고, 가정식과 신종 가전기기의 인기가 높아질 전망입니다.

4. 뉴트로-Going New-tro

옛날 것이 뜨고 있습니다. 뉴트로는 10․20세대를 공략하는 새로운 복고입니다. 레트로가 장년층의 향수에 기댄다면, 뉴트로는 젊은 세대가 느끼는 옛 것의 신선함을 어필합니다. 중년 세대가 유년 시절에 신던 운동화, 촌스러워 보이는 Big로고 티셔츠가 10대들에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출시된 지 30년이 넘은 음료가 불티나게 팔리고, 고급 시계 브랜드는 50년도 더 된 구모델을 다시 선보이고 있습니다. 뉴트로는 과거의 단순 재현이 아닌 새로운 해석을 꿈꿉니다. 과거의 본질은 유지하면서 재해석을 통해 현대화시키는 전략이죠.

출처:머니S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친숙한 젊은 세대는 쉽게 ‘디지털 피로감’을 느낍니다. 이들에게 뉴트로는 일시적인 해방감을 줍니다. 고도의 문명화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10․20세대에게 불완전함은 새로운 매력 포인트입니다. 젊은 세대는 새것, 화려한 것, 튀는 것,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이 아닌 낡은 것, 보잘것없는 것, 흠집 난 것, 손때 묻은 것에서 정신적인 충족을 얻습니다. 매끈하고 완벽한 것보다 낡고 오래된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거죠.

5. 필(必) 환경시대-Green Survival

친환경이 아니라 필환경입니다. 환경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친환경 제품이 단순히 좋은 것이었다면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필연적으로 환경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26일부터 국내 1200여 매장 전체에 친환경 종이빨대를 도입했고, 파리바게트는 올해 말까지 플라스틱백 사용량을 90% 이상 줄이기로 했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유통매장에서 물건을 산 뒤 플라스틱과 포장 비닐을 매장에 버리고 오는 활동인데요, “품질 보존과 무관한 과잉 포장이 얼마나 많은지 눈으로 확인하고,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모두에게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라는 무언의 압박”을 담은 행동이라고 하네요.

6. 나나랜드-As Being Myself 또는 젠더 뉴트럴(gender-neutral)

보편적인 규범과 관습을 거부하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는 이를 ‘나나랜드’로, <라이프 트렌드>는 ‘젠더 뉴트럴’로 설명하고 있네요. 남의 눈길을 의식하지 않는 나만의 절대적인 시선으로,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여 성 역할의 금기를 깨고, 기성세대가 의미 있다고 여겼던 삶에 반기를 들며 자기만의 무민(無mean) 생활양식을 지향합니다.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만족하며 당당하게 살아갑니다.

저마다의 개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출처:더피알

나나랜더들의 첫 번째 행보는 미의 기준을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애초부터 예쁜 것과 못난 것의 구분이 없고, 뚱뚱하거나 신체 일부가 불편해도 상관없다고 말하죠. 패션쇼에 모델이 안경이 쓰고 워킹하거나, 안경 쓴 여성앵커가 뉴스 진행을 맡습니다. 나이키는 플러스 치수(77~88사이즈 이상) 여성 모델을 광고에 등장시켰고 타미힐피거는 장애인이 입을 수 있는 청바지를 출시했습니다. 프랑스의 한 화장품 업체가 내놓은 다양한 피부 색조의 파운데이션도 나나랜드 트렌드에 속하죠.

7. 카멜레존, 공간의 재탄생-Rebirth of Space

“엄밀히 말하면 오프라인 매장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옛날 방식의 매장이 망하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들이 신기술을 입거나 융합을 시도하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등 체험 공간으로 변모한다면 얼마든지 다시 설 자리는 있다. (중략) 오늘날 소비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의사 결정자라기보다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존재다. 온라인 쇼핑이 주는 편리함뿐만 아니라 직접 상품을 만지고 사용해보는 시각적·감각적 경험까지 기대한다.” 김난도 교수의 언급입니다.

공간이 다시 태어납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몰이 스타필드로 이름을 바꾼 뒤 가장 먼저 선보인 별마당 도서관이 죽어가던 공간을 살렸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죠. 유통 공간이 카페, 책방, 도서관, 강연장으로 변신합니다. 은행과 카페, 호텔과 도서관, 자동차 전시장과 레스토랑 등 공간의 협업이 즐거움을 주죠. 주변 상황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현대의 소비 공간도 상황에 따라 카멜레존(Chamelezone)이 됩니다.

출처:더피알

글·이미지 이재은

*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1. BOOK ‘트렌드 코리아 2019’
팝콘뉴스, 2018.12.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특별함을 팝니다”…뜨고 있는 ‘세포마켓’
MBN뉴스, 2018.12.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2019 반드시 주목해야 할 5가지 트렌드
더피알뉴스, 2018.1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트렌드 코리아 2019’ 무엇을 사겠습니까 어떻게 살겠습니까
부산일보, 2018.1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2019년 이끌 10대 키워드 미리 보기
사건in, 2018.11.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2019 트렌드 코리아’로 알아본 내년 미용업계 트렌드는?
그라피매거진, 2018.11.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큐레이션 콕콕] 2018 버킷리스트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외국인이 1년간 한국에서 하고 싶어 하는 일(Bucket list)’을 주제로 ‘2019년 해외 홍보 달력’을 제작했습니다. 외국인들은 ‘K팝 콘서트 가기’, ‘제주도 여행’, ‘템플스테이 체험’, ‘비무장지대(DMZ) 관광’, ‘길거리 음식 맛보기’, ‘한국의 밤 문화 체험’ 등을 해보고 싶은 일로 꼽았네요.

2019년 해외홍보달력
출처: 한국뉴스통신

올해 초 알바천국이 실시한 ‘알바생 버킷리스트’ 조사에서 ‘여행(68.2%)’과 ‘자기계발(59.6%)’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아르바이트(45.6%)와, 푸드_먹킷리스트(18.9%)가 그 뒤를 이었고요. 버킷리스트에 포함된 여행유형은 ‘쉼이 있는 휴양지 여행’이 1위였고, 그 외에 ‘나홀로 여행’,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관광지여행’, ‘뛰어난 자연경관을 즐기는 여행’,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 뒤를 이었네요.

자기계발 분야 버킷리스트는 ‘꾸준히 운동하기(56.8%)’, ‘자격증 따기(49.4%)’ ‘어학능력 키우기(41.3%)’ ‘책 많이 읽기(34.9%)’, ‘봉사활동 하기(17.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많이 계획한 아르바이트는 카페, 레스토랑, 빵집 등과 같은 ‘식 음료 서비스 아르바이트’가 47.3%로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버킷리스트를 계획했던 이들 중 절반은 계획했던 것을 거의 실현하지 못했다고 답했는데 36.2%가 ‘돈이 없어서’라는 이유를 댔네요.

출처: 국제 신문

티웨이항공은 2019년도 달력을 ‘버킷리스트’로 정하고 대표 취항 도시에서 꼭 하고 싶은 소망으로 달력을 채웠는데요 1월은 ‘블라디보스토크 인생 킹크랩 영접하기’, 7월은 ‘다낭의 리조트에서 격하게 아무것도 안 하기’, 10월은 ‘타이중에서 야시장 먹킷 리스트 뿌시기’ 등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항공사는 지난 2016년부터 기내에서 판매한 달력의 수익금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에 사는 레베카 다니제러스는 50년간 근무했던 호텔에서 갑자기 해고됐습니다. 삶의 의욕을 잃은 그녀에게 아들 레지스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라고 제안하죠. 다니제러스는 미혼모로, 혼자 자식들을 양육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고 매일 호텔에서 일한 겁니다. 아들은 버킷리스트에 도전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찍어 ‘Duty Free’라는 제목으로 단편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75세 다니제러스의 ‘버킷리스트’입니다.

  • 뮤지컬 ‘해밀턴’ 춤, 힙합 춤 배우기
  • 스카이다이빙 하기
  • 버몬트에서 소 젖 짜기
  • 인스타그램 시작하기
  • 디트로이트에서 연 날리기
  • 보스턴 마라톤 코스 걷기
  • 런던 브리지에서 1센트 동전 떨어뜨리기
  • 10년 이상 만나지 못한 손녀와 케이크 굽기
  • 영국에 있는 언니의 무덤 방문하기
  • 보스턴 빅 베이 지역을 그려 명화 완성하기
  • 행선지 모를 ‘즉흥 여행’ 떠나기
  • 글쓰기

출처: 허프포스트

영국의 한 보험회사가 50대 이상 인구 2천 명을 대상으로 50대가 되기 전에 해봐야 하는 것 40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마케팅팀장 이안 앳킨슨은 “많은 사람이 50살을 기준으로 삶을 돌아보게 된다.”며 “50대에 진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게 도움을 주고자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 집 사기
  • 아이 낳기
  • 결혼하기
  • 사랑하기
  • 헌혈해보기
  • 100권의 책 읽기
  • 콘서트에 가서 라이브 공연 보기
  • 외국어 배우기
  • 음악 페스티벌 가기
  • 개 키우기
  • 부모님 말만 듣지 않기
  • 밤새 파티하면서 놀기
  • 오로라 보러 가기
  • 혼자 여행 떠나기
  • 유성우 보러 가기
  • 빗속에서 춤추기
  • 한 분야의 전문가 되기
  • 사표 내기
  • 화산 보러 가기
  • 7대륙 다 가보기
  • 헬리콥터 타보기
  • 해변에서 섹스하기
  • 돌고래와 수영하기
  • 누드 해변 가보기
  • 눈밭에 누워 천사 모양 만들어 보기
  • 시위에 참여해보기
  • 사업 해보기
  • 열기구 타보기
  • 코끼리 타보기
  • 옷 벗지 말고 수영장에서 수영해보기
  • 유럽으로 백팩 여행가기
  • 제일 잘할 수 있는 요리 만들기
  • 마라톤 참여해보기
  • 문신하기
  • 오토바이 타보기
  • 소설 써보기
  • 매일 일기 쓰기
  • 최신 기기 없이 한 달간 살아보기
  • 마약 해보기
  • 공항에 가서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사고 여행 떠나보기

출처: CBM press

버킷리스트의 사전적 의미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지만 일반적으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추구하기 위한 일상의 실행목록으로 이해됩니다. 2007년,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버킷 리스트> 상영 이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죠. 영화는 죽음을 앞둔 두 주인공이 같은 병실에서 만나 자신에게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실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정말 장엄한 광경 보기(Witness something truly majestic)
  • 낯선 사람 도와주기(Help a complete stranger for a common good)
  • 눈물이 날 정도로 실컷 웃어보기(Laugh till I cry)
  • 쉘비 머스탱 운전하기(Drive a Shelby Mustang)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Kiss the most beautiful girl in the world)
  • 문신하기(Get a tattoo)
  • 스카이다이빙 하기(Skydiving)
  • 영국 스톤헨지 방문하기(Visit Stonehenge)
  •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일주일 보내기(Spend a week at Louvre)
  • 이탈리아 로마 둘러보기(See Rome)
  • 이집트 피라미드 둘러보기(See the pyramids)
  •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Hunt the big cat)
  • 잊고 있던 또는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연락하기(Get back in touch)

출처: 구글 이미지

마지막으로 버킷리스트 작성방법을 소개합니다.

  1. 작은 것부터 쓰자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적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써보세요. 
  1. 기간을 정하자
    ‘이때까지는 꼭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달성기한을 정해보세요. 혹은 1년, 5년, 10년 버킷리스트로 구분해서 작성하는 것도 좋습니다. 
  1. 구체적으로 설정하자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할수록 실현 가능성이 커집니다. ‘유럽여행’보다는 ‘유럽여행(프랑스-독일-체코-오스트리아-이탈리아, 2달, 나 홀로)’이 낫습니다.

글·이미지 이재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외국인이 한국서 하고픈 ‘버킷리스트’ 달력에 담는다
이데일리, 2018.11.2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올 초 알바생이 가장 많이 계획한 버킷리스트는 여행과 자기계발
국제신문, 2018.11.1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티웨이항공, ‘버킷리스트’ 담은 내년 달력 촬영
광남일보, 2018.10.1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75세 할머니가 ‘버킷리스트’ 12개에 도전한 뭉클한 이유
허프포스트, 2017.5.23 (https://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50세가 되기 전에 꼭 해봐야 하는 ‘버킷리스트’ 40가지
조선닷컴, 2017.3.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왜 사나요? 버킷리스트 만들기, 내 인생의 의미 찾기
뉴트리라이트, 2013.4.14 (https://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큐레이션 콕콕] 지금, 전자책

책(冊)은 ‘종이를 겹쳐서 한데 꿰맨 물건’입니다. 전자책의 등장으로 책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전자책과 구분하는 ‘종이책’이라는 말이 새롭게 탄생했죠. 디지털 시대에 종이가 디스플레이로 대체되면서 특히 출판과 인쇄 분야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공간 확보와 비용 절감에서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죠. 전자책(e-북)도 그즈음 등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태블릿의 유행으로 종이가 사라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전자책 시장이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출판시장은 약 3조 163억 원으로 이 중 전자출판은 약 2,310억 원입니다. 전체 시장의 약 7~8% 규모죠. 전자출판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출판 시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일본은 2016년 1,909억 엔(원화 환산 약 1조 9,314억 원 상당)에서 지난해는 상반기에만 1,029억 엔(원화 환산 약 1조 411억 원 상당)을 벌어들였습니다. 대형 출판사보다 중소 규모나 인디(개인) 출판의 다양하고 독특한 콘텐츠가 주목받았고 전자 만화와 웹툰 등도 시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출처: IT동아

우리나라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웹툰 및 웹소설에 대한 수요 증가와 더불어 저렴한 비용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월정액 무제한 구독 서비스가 하나둘 도입되는 추세입니다.

2009년 전자책 시장에 뛰어든 리디북스는 지난 7월 ‘리디셀렉트’를 출시했습니다. 월 구독료 6,500원을 내면 2,600여 권(출시 초기 1천여 권)의 전자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죠.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면 월 9,900원으로 2만5000여 권의 도서를 무제한 구독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구독형 서비스 ‘북클럽’을 9월부터 시범운영 중입니다. 11월 중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도서 큐레이션을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교보문고의 전자책 서비스 ‘샘(Sam)’도 월정액 무제한 요금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초에 출시된다고 하네요.

 
출처:IT동아   출처:더스쿠프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은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지만 서서히 성장판이 열리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춘 콘텐츠(웹툰, 웹소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음성이 추가된 멀티미디어 분야도 덩치를 키워나가는 중입니다.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습니다. 월정액 구독은 일종의 스트리밍 개념으로, 다운로드 받아서 읽는 전자책과 달리 수익 구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독자가 도서를 어느 정도 읽었을 때 출판사에 수익을 배분할 것인지 등이 업체마다 다릅니다. 유통업체들이 도서정가제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동안 전자책 유통업체는 10~50년 동안의 장기대여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전자책 판매의 경우 할인율이 15%로 제한되지만, 대여는 유통업체가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전자책 구매 시 8,000원인 도서가 50년 장기 대여 시 3,000원인 경우도 생기는 거죠.

2018년 11월 한시적으로 홍대입구역에 설치된 ‘책 읽는 지하철 전자책 체험관’
출처: 동아일보

전자책은 두 가지 흐름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종이책 출판을 재현하는 전자출판물과 종이책과 관계없이 직접 디지털 콘텐츠로 출판되는 전자출판물이 그것이죠. 최근에는 다음 스토리펀딩이나 브런치(brunch) 등의 웹 콘텐츠가 종이책으로 출간되거나 영화나 드라마로 개발되는 현상도 관찰됩니다.

공병훈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전자출판이 ‘생산과정으로서의 전자출판’과 전자책이라는 좁은 범주에서 벗어나 전자책, 웹툰, 웹소설, 웹진, 웹콘텐츠, 앱북, 멀티미디어 콘텐츠, 오디오북 같은 웹과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 출판을 모두 포함하는 디지털 퍼블리싱(digital publishing)으로 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창작자와 저자, 출판사, 서점, 플랫폼 기업, 독자는 스마트 디바이스와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출판 가치 네트워크를 작동해야 합니다. 아울러 정부의 출판 정책은 전자출판의 확장된 범주에 기반해 모두의 활동과 역할을 강화하고 지원한다면 개발 행위자는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선순환으로 생태계 전체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거죠.

공 교수는 “종이책의 복제와 재현에서 벗어나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위한 전반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출판생태계를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지난 십여 년간 실행한 도서정가제의 과실에 대해 분석하고 가치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새로운 정책으로 보완하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하네요.

출처: 뉴스페이퍼

지난 9월 미국에서는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75)가 펴낸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가 출간됐습니다. 당시 엄청난 화제를 뿌리며 발간 첫날 75만 부, 1주일 만에 110만 부 판매를 기록했죠. <공포> 한국어판은 12월 중에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나옵니다. 종이책 출간은 미정이고요. 종이책이 출간되기 전에 전자책이 나오는 것은 드문 경우인데 물리적 제약이 덜한 전자책으로 독자들은 한발 앞서 화제의 신간을 접하게 됩니다.

인천시는 지난해 통합전자도서관 연계 구축작업을 완료했습니다. 군·구립 47개 공공도서관 및 작은 도서관의 통합도서 서비스 회원은 미추홀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언제 어디서든 전자도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18년 1월부터 3만 2천여 점(e-북 31,855/오디오북 224)의 자료를 제공해왔으며 적극적으로 전자 자료를 확대 구입하고 있습니다.

 글 이미지 이재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우리말 톺아보기_‘종이책’과 ‘식빵’
한국일보, 2018.1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성장 잠재력 품은 국내 전자책 시장, ‘콘텐츠’가 답이다
IT동아, 2018.9.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공포’’ 한글판, 전자책 먼저
조선일보, 2018.11.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한국 전자책, ‘아마존식 혁명’ 가능할까
더스쿠프, 2018.11.1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오피니언] 디지털 콘텐츠로서의 전자책 생태계를 위한 제언
뉴스페이퍼, 2018.10.2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인천시, 통합전자도서관 운영…언제 어디서나 전자책 읽을 수 있다
퀸, 2018.1.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큐레이션 콕콕] 문학과 연극 사이, 낭독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묵독이 일반적인 시대에 소리 내어 읽는 ‘몸의 행위’로 책 읽기의 새로운 감각을 알리고자 제작됐죠. 2003년에 처음 전파를 탄 프로그램은 글자를 침묵 밖으로 끌어내 살아 있는 텍스트가 되게 하는 데 한몫했습니다.

요즘 문학과 연극계에서 낭독이라는 새로운 극형식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연극계에서 낭독은 개막 전에 작품을 미리 공개하는 리딩 공연으로 선보였습니다. 연극 제작 전 투자자를 찾기 위한 쇼케이스나 홍보용이었죠. 문학에서도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습관을 강조하지만, 작품이 낭독의 형태로 소개되는 일은 드뭅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호흡하며 작품을 만나는 시간. 낭독극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파편화된 도시인들에게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문자 없이 구어만 존재하던 시절,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야기꾼의 모양새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낭독극은 화려하고 거추장스러운 세트는 치우고 배우와 대사만으로 ‘생각하는 희곡’을 추구합니다. 그야말로 이야기의 본질을 찾아가는 거죠. 빠름을 강조하는 디지털 시대에 글자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되새기는 낭독은 새로운 문화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낭독극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한 장면
출처:파이낸셜뉴스

“텅 빈 무대 위에 대본을 든 배우들만 덩그러니 있다. 다른 그 무엇보다 대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함이 흐른다. 적막을 뚫고 관객까지 달려가는 배우들의 언어는 날쌔다. 텍스트와 무대 사이 빈 공간에서 관객들은 상상의 유희를 펼친다. 듣는 희곡의 즐거움을 새삼 느낀다.” (‘극장, 낭독에 빠지다’ 중에서)

<낭독 독서법>을 쓴 진가록 작가는 “낭독은 하나의 선포이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인생에 가로놓인 벽 앞에 무릎 꿇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낭독을 하면 책 속 인물에 감정 이입하기 쉽다고 합니다. 목소리의 울림, 색깔, 진동이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낭독뮤지컬 ‘파리넬리’ 한 장면
출처:위클리공감

낭독+연극뿐만 아니라 낭독+뮤지컬도 있습니다. ‘파리넬리’는 뮤지컬 제작사 HJ컬처가 기획한 ‘낭독뮤지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첫 작품 ‘마리아 마리아’와 마찬가지로 두 명의 배우가 노래하고 편지를 읽으며 극을 이끕니다. 무대에는 동그란 단상 하나와 의자 두 개 그리고 피아노 한 대가 전부입니다.

18세기 최고의 카스트라토(변성기가 시작되기 전 거세해 소년 시절에 지니는 고음역을 유지하는 가수)였던 파리넬리. 극은 신이 내린 목소리를 지닌 동생 파리넬리와 불멸의 음악가가 되고자 했던 형 리카르도가 주고받은 편지를 테마로 진행됩니다. 사건보다 내면에 집중하게 하는 낭독의 형식을 극대화했죠.

‘파리넬리’의 프로듀서인 사노 아유미는 “스마트 시대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펜을 들고 편지지를 보며 오랜 시간 고민한 마음을 글로 옮기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시각보다 청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배우들도 의상과 분장보다 목소리에 집중합니다. 제작비가 줄어드니 흥행 부담도 줄고, 관객도 온전히 노래와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도 낭독극의 장점입니다. 이는 티켓 값에도 영향을 줘, 관객들이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다고 하네요.

*

연극과 문학 사이에 위치한 ‘낭독극’을 미국 뉴욕의 맨해튼 오프브로드웨이나 대학가에서는 ‘스테이지 리딩(Stage Reading)’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서도 누군가가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읽어주는 낭독극이 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일기를 소재로 한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올해 10주년을 맞이하여 두 남녀의 만남에부터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과 그때의 감정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냉장고 위의 인생’은 냉장고에 붙여진 쪽지를 이용해 엄마와 딸의 마음을 들려줍니다.

출처:명랑캠페인

지난여름에는 소설가 윤고은의 단편소설 <1인용 식탁>이 공연됐습니다. ‘1인용 식탁’은 회사에서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해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프로젝트 그룹 ‘키르코스’ 배우들이 낭독극으로 만들었죠.

유시민 작가의 1988년 등단작인 중편소설 <달>도 무대에 올랐습니다. 군대의 고문관이라 불리는 주인공 김영민을 중심으로 그의 가족사와 군대 경험,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 등을 담은 작품입니다. 공연기획사 후플러스가 진행한 ‘2018 상생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죠.

 
입체낭독극 <어쩌면>과 <웃는 동안>
출처:명랑캠페인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살아가던 ‘나’의 죽음이 친구들에게 알려집니다. 전화를 받은 성민은 영재를 찾아가고, 라면을 먹던 영재와 함께 화장실에서 꼼짝 않는 민기에게 소식을 알리러 갑니다. 펑펑 울며 통곡할 줄 알았던 그들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멋진 양복을 사러 가죠.” 소설 <웃는 동안>의 내용입니다.

<어쩌면>에는 나, 압정, 라디오, 거울 네 명과 소설책을 읽고 있는 또 다른 배우가 등장합니다. 네 명의 소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죽은 이들의 말과 행동을 재연합니다. 작가가 쓴 따옴표 하나, 괄호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읽어 내려가죠. 연극과 소설의 경계를 잊은 관객들은 무대 너머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입체낭독연극<어쩌면>과 <웃는 동안>은 윤성희 작가의 단편소설을 원텍스트로 합니다. 독자가 만들어낸 수만, 수천 가지의 느낌들은 모두 다르기에 수많은 해석이 존재합니다. 가만히 앉아 읽기만 하는 낭독극과 달리 책상 위를 오르고, 무대 위를 뛰어다니고 손짓·발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입체낭독연극입니다.

출처:위클리공감

지난 9월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낭독음악회에서는 이육사, 도종환, 박용재, 이원 시인의 작품이 낭독됐고 신촌, 합정, 연희동에 자리 잡은 독립서점과 카페에서는 때때로 시인의 낭독회가 펼쳐집니다. 대중가요의 가사를 읊기도 합니다. ‘밥 딜런 낭독회-샷 오브 러브’에는 대중음악평론가와 시인, 뮤지션 등이 함께했네요. 시인이 시적인 가사를 소개하면 뮤지션이 직접 밥 딜런의 노래를 들려주는 거죠.

출처:원주시 공식 블로그

소설 토지의 날은 박경리 선생이 26년에 걸친 집필 기간 끝에 5부 20권 분량의 토지를 완간한 기념으로 해마다 8월 15일에 열립니다. 소설 토지 1부 첫 장면이 1897년 8월 15일이고, 토지의 마지막 장면도 (1945년) 8월 15일, 토지 완간일은 (1994년) 8월 15일이고, 박경리 문학의 집 개관 역시 8.15가 붙은 2010년 8월 15일입니다.

해마다 시 낭송 대회, 토지 명장면 따라 그리기, 물통에 감동 메시지 남기기, 토지 한 문장 쓰기, ‘토지’ 속 등장 인물에게 편지쓰기 등의 행사가 열리는데 올해 처음 ‘박경리 소설 낭독공연 대회’를 시작했습니다. 예선을 치른 뒤 본선에 오른 네 팀이 박경리 문학의 집 공연에서 열연했고, ‘설화’, ‘불신시대’ 같은 박경리 소설을 낭독극으로 선보였습니다.

출처: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재단의 목요낭독회가 올해로 3년째 진행됐습니다. 참여자들은 3개월간의 연습 끝에 지난달 낭독극 <뷰티인사이드>를 공개했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집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낭독 팟캐스트를 소개합니다.

1. 예스책방 책읽아웃
매주 목, 금요일 방송된다. 오은 시인이 진행.

2. 알라딘의 서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송된다. 신간 중 추천하는 책 4권을 낭독.

3. 낭만서점
매주 화요일 한 편의 소설을 선정해 들려준다. ‘세계문학 읽기’ 코너에서는 박혜진 문학평론가와 배우 김성현이 매월 두 편의 세계문학 고전을 선정해 낭독.

글 · 이미지 이재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눈이 아닌, 말과 귀로 책을 읽는다! 낭독의 매력
위클리공감, 2018.8.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소설 『土地』 완간일, 8월 15일 ‘소설 토지의 날’
네이버 블로그(이슬마루), 2018.8.1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명랑한 낭독, 팔딱거리는 소설 <웃는 동안>
네이버 블로그(명랑캠페인), 2017.9.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낭독’의 시대, 뮤지컬과 소설의 그 중간지점
브런치(서정준 JJ), 2018.8.2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삶을 바꾸는 ‘우리말 낭독’의 힘-소리내어 읽는 즐거움
충청매일, 2017.8.2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극장, 낭독에 빠지다
파이낸셜뉴스, 2014.2.1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큐레이션 콕콕] 노벨문학상이 없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없습니다. ‘미투 파문’으로 69년 만에 선정되지 않은 겁니다. 라르스 하이켄스텐 노벨재단 사무총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림원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지 못하면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도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벨문학상은 매년 10월 스웨덴 한림원 종신 위원들의 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됩니다. 종신 위원은 모두 18명.

지난해 11월, 한림원은 미투 파문으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다수의 여성이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로부터 20여 년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아르노는 한림원의 종신회원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었습니다. 노벨문학상 위원 18명 중 7명이 줄줄이 사임했고, 11명만으로는 수상자 선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뽑지 않았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림원은 난리가 났고, 칼 16세 구스타브 왕에게도 보고가 됐습니다. 국왕은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2016년 수상자인 밥 딜런을 포함해 최소 6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사전 유출됐다는 혐의까지 드러났습니다. 사태는 더 심각해졌죠.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은 바로 사임하지 않았고 다른 종신 위원들의 사퇴 요구도 쉽게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한림원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 사라 다니우스가 사건을 책임지고 물러난 뒤 프로스텐손도 사의를 표하면서 노벨문학상 선정에 위기감이 돌았습니다.

엎친 데 덮쳐 미투 사건 피의자 장 클로드 아르노가 스웨덴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공주의 엉덩이까지 더듬었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빅토리아 공주는 수년 안에 여왕이 될 사람이었습니다. 뉴스를 접한 스웨덴 시민들은 ‘아르노는 완전히 돈 놈’이라고 성토했고 노벨문학상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시민들은 한림원 해체를 요구했습니다.

감라스탄(Gamla stan)의 옛 증권거래소 건물. 이 건물 2층이 스웨덴 한림원이다
출처:데일리안

1786년 구스타브 3세가 설립한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을 선정, 발표하는 스웨덴 최고의 학술 단체입니다. 스웨덴 한림원이 세 들어있는 건물은 스웨덴을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리는 곳이죠. 건물 1층에는 노벨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노벨 재단의 라르스 하이켄스텐 사무총장은 “스웨덴 아카데미가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는 다른 기관에 노벨문학상 선정을 책임지도록 할 수 있다”며 “한 번 선정권을 잃으면 이를 회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노벨문학상 선정권의 영구 박탈을 시사했습니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지난 1901년부터 100년 넘게 노벨문학상을 선정해왔죠.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은 노벨문학상은 영국의 맨 부커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입니다. 노벨문학상은 국제적으로 가장 명성이 높고 상금도 800만 크로나(약 13억 원)로 맨 부커상의 5만 파운드(약 8,500만 원), 공쿠르상의 10유로(약 1만 5000원)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해마다 전 세계의 작가 중 한 사람에게 주며 대개는 작가의 작품 전체를 평가합니다. 후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며 세계 곳곳의 관련 단체로부터 1월까지 후보를 추천받아 최종 5인을 심사에 올립니다. 10월 초에 수상자를 발표하고,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 10일에 열립니다. 노벨문학상은 문학적 성취 외에도 장르와 지역,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서 주어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것이 올해가 처음은 아닙니다. 1914년, 1918년, 1935년, 그리고 1940년부터 1943년까지 총 일곱 번 수상자가 없었죠. 수상작을 찾지 못했거나 1, 2차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수상이 거부된 해도 있었습니다. <닥터 지바고>를 쓴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1958년 정부의 압력으로 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프랑스의 장 폴 사르트르도 1964년 문학상 발표 후 “자신은 언제나 공적으로 주어지는 상을 거절해 왔으며, 제도권에 의해 규정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수상을 거부했습니다.

지난 5월 4일 올해 노벨문학상을 선정하지 않기로 한 스웨덴 한림원의 결정을 보도한 신문 기사(캡처)
출처:데일리안

스웨덴 문화예술계 인사 100여 명은 노벨문학상 대안으로 ‘뉴아카데미’를 설립했습니다. “문학은 특권과 편향으로 인한 오만과 성차별 없는 민주주의, 투명성, 공감, 존중을 증진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이 단체를 설립했다”며 노벨문학상을 대신해 ‘뉴아카데미문학상’을 주겠다고 나선 거죠. 도서관 사서들이 후보를 선정하고 일반 시민의 인터넷 투표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편집자, 대학교수, 사서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에 ‘뉴 아카데미 문학상’ 수상자를 공표할 예정입니다.

출판계 거물 앤 폴슨이 이끄는 뉴아카데미는 일반 시민을 수상자 선정 과정에 참여시켜 노벨상의 폐쇄적인 선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이 47명의 후보를 추천하고 3만 명 이상의 온라인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 4명이 선정됐으며 이 중에는 최근 노벨상 후보에 자주 오르던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있습니다. 이밖에 프랑스령 과들루프 출신 작가 마리즈 콩데, 베트남 출신 킴 투이, 영국 장르소설 작가 닐 게이먼이 올랐습니다. 시상식은 12월 1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립니다. 참고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후보 선정에 감사를 전하면서도 집필 전념을 이유로 사퇴했다고 하네요.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이 내년으로 연기된 가운데, 라르스 헤이켄스텐 노벨재단 사무총장은 2018년 9월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웨덴 한림원의 구조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벨문학상을 영구 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출처 : 조선닷컴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1901년 쉴리 프뤼돔 시인을 시작으로 토마스 만(1929), 헤르만 헤세(1946), 오엔 겐자부로(1994), 존 멕스웰 쿳시(2003), 그리고 파트릭 모디아노(2014)가 있습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 작가 15명, 미국 작가 12명, 영국 작가 10명, 독일 작가 8명, 스웨덴 작가 8명, 스페인 작가 6명, 이탈리아 작가 6명, 폴란드 작가 4명, 아일랜드 작가 4명 등이 있고요. 언어권으로 분류하면 영어권 27명, 불어권 16명, 독일어권 13명, 스페인어권 11명, 스웨덴어권 7명, 이탈리아어권 6명, 러시아권 5명, 폴란드어권 4명, 노르웨이권 3명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2016년 노벨문학상은 ‘밥 딜런’이 수상했습니다. 앨범〈The Freewheelin’ Bob Dylan>을 통해 저항 운동계의 음악가로 더 알려졌죠. 열 살 때부터 시를 썼으며 그의 가사에서 엿볼 수 있는 시적인 면모는 대중음악 가사를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 인정을 받았습니다. 1997년에 처음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됐으며 지난 수상 과정에서 “위대한 미국 음악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작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일본 태생의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입니다. 그의 작품 중 <나를 보내지 마>는 영화로도 제작돼 화제를 일으켰는데 ‘정상인’에게 장기를 공급하기 위해 태어나고 사육된 복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출처 : 이투데이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지난 1~10일 독자들을 대상으로 ‘2018 노벨문학상 작가’를 선정하는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총 16만17명의 독자가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한강이 3만2528표(20.3%)로 1위로 뽑혔습니다. 2위는 <개밥바라기별>, <바리데기>의 소설가 황석영, 3위부터 5위는 각각 <기사단장 죽이기>의 무라카미 하루키(10.2%),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밀란 쿤데라(9.7%), <로드>의 코맥 매카시(5.4%)입니다.

글·이미지 이재은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문무학의 문화읽기] 노벨문학상과 뉴아카데미문학상
영남일보, 2018.10.10(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노벨문학상… 올해는 없습니다
연합뉴스, 2018.10.8(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한림원도 고은 시인도 미투로 구설…노벨문학상 사라진 이유
이데일리, 2018.10.3(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노벨상 주간, 그러나 노벨문학상이 사라졌다
데일리안, 2018.10.7(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노벨재단 사무총장 “노벨문학상 영구 폐지도 고려”
조선닷컴, 2018.9.29(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한강, 독자들이 선정한 ‘2018 노벨문학상 작가’
이투데이, 2018. 10.11(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큐레이션 콕콕] 가난에 대한 짧은 생각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소년 앞에 고기와 과일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습니다.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먹지 못하는 상황은 영양부족으로 깡마르고 배가 불룩 튀어나온 소년의 이미지와 극적으로 대비됩니다. 어처구니없어 보이면서도 아이러니한 이 현실은 보는 이의 감정을 건드립니다.

출처 : 부산일보

이탈리아 출신 사진작가가 인도의 가난한 마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인도의 비참한 빈곤 실태를 ‘꿈의 음식’ 시리즈로 공개했습니다.

이 사진은 뜻밖의 비난에 직면합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상상해 보라”며 연출한 데다, 사진에 나온 음식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형이란 게 밝혀졌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가짜 음식을 앞에 놓고 배고픈 소년들을 놀렸다는 비난이 일었고, 아동 인권을 배려하지 않고 가난을 전시에 이용한 ‘빈곤 포르노’라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빈곤 포르노’는 가난을 구경거리로 묘사해 자극을 주거나 동정심을 유발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말합니다. 논란이 일자 작가는 “서구의 음식 낭비를 도발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소년들을 소품으로 대상화했다는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출처:FOTOFEST 홈페이지

2014년 에버 하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마을에 거주할 때 이용할 고급(?) 리조트를 찍었습니다. 숙소는 남아공의 가난한 시민들을 수용하는 구조와 유사한 패치 워크 방식으로 조립됐습니다. 이 마을은 실제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화적, 시각적으로 새로운 소비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고급’ 리조트와 그곳에 머무는 고객은 거짓 서사로 충돌하고, 보는 이들은 자신들의 여행, 혹은 눈요기 관광에 물음을 던집니다.

최근 인도 뭄바이의 한 빈민가에서는 주민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이 출시됐습니다. 관광객은 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다락방을 배정받고, 13명의 가족과 사는 주인집의 공간을 공유합니다. 화장실은 50가구가 함께 쓰는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죠. 숙박비용은 하룻밤에 우리 돈으로 약 3만4000원.

‘슬럼 호텔’ 아이디어는 네덜란드 출신의 NGO 활동가 데이비드 비들(32)이 냈습니다. 2015년 싱가포르에서 빈곤 퇴치 활동을 하면서 인도인 라비 산시를 만났고, 그가 인도 현지에서 방을 제공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여행객 신분으로 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고, 그 추억을 계기로 이런 호텔(?)을 기획하게 된 겁니다. 산시는 손님들을 위해 TV와 에어컨을 설치했는데 슬럼가에서는 보기 힘든 물건들입니다. 데이비드 비들은 슬럼 지역을 몇 시간 동안 둘러보는 가이드 투어는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며 슬럼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주민의 삶을 직접 경험해야 한다고 언급합니다.

1885년 뉴욕의 부유층들이 파이브포인츠 슬럼을 구경하는 모습

슬럼 투어는 오래된 논쟁 대상입니다. 빈곤의 이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측이 있는 반면에 가난을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습니다. 인도의 빈민가 중 하나인 다라비 마을의 슬럼 투어 여행사 매니저 아심 사이크는 “슬럼가가 더럽고 범죄가 만연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고, 보통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이 여행사는 수익의 80%를 마을 발전을 위해 기부하고 있습니다.

케냐 나이로비의 빈민가에서 자란 케네디 오데데는 “관광객들은 이틀 동안 굶주린 나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며 “그들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우리는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 같았다”고 뉴욕타임스에 기고했습니다. 그는 “빈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슬럼 투어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슬럼 투어는 1880년대 런던과 뉴욕의 상류층들이 슬럼가를 돌며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한 데서 유래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1980년대 백인들이 흑인 거주 지역을 돌면서 ‘흑인의 삶’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투어가 만들어졌습니다. 슬럼 투어가 관광 상품으로 상업화된 거죠.

 
 
우리의 가난을 구경하신다고요?(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중에서
출처:스브스뉴스

인천 동구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생활체험관으로 조성하려 했던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출처:경향신문

2015년 인천 동구청은 괭이부리마을에 쪽방촌 체험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오면 쪽방촌에서 1만 원에 1박을 하며 ‘가난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었죠. ‘가난을 상품화하려고 한다’는 비난에, 괭이부리마을에 사는 주민들을 구경거리로 만든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고, 동구청은 결국 한 달 만에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테이프 붙인’ 운동화를 아시나요.
미국 온라인 쇼핑몰 노드스트롬에서 판매되는 이 운동화는 한화로 약 59만 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9월 22일 가디언, 타임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명품 운동화 브랜드 골든구스는 ‘구겨지고, 테이프로 이어붙였다’는 소개와 함께 우중충하고 닳아빠진 것처럼 보이는 운동화를 출시했습니다. 복고풍의 서민 패션을 차용했다는 설명이 곁들여졌고요. 곧 소셜미디어에서도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신발 살 돈이 없어서 비닐봉지를 신발로 쓰는 사람도 있는데 이 ‘흉물스러운’ 운동화는 530달러에 팔리고 있다”, “가난을 미화하는 것이 언제부터 트렌드였냐”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가난을 의미하는 ‘푸어(poor)’를 응용한 신조어가 넘쳐납니다. 열심히 일해도 빈곤을 벗어나기 힘든 ‘워킹푸어(working poor)’, 비싼 전셋값을 감당하느라 빚에 허덕이는 ‘렌트푸어(rent Poor)’, 사교육비를 대느라 소비 여력이 없는 ‘에듀푸어(education poor)’,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궁핍한 생활을 하는 ‘스튜던트푸어(student poor)’까지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성은 씨(35·가명)는 2살 된 딸이 있지만, 아동수당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신청해도 소득 기준상 탈락할 것이고, 대상자가 되더라도 주민들에게 가난하다는 편견을 받을 것 같아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아동수당은 아동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동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행정적인 불편함과 가난의 증표로 인식될 것을 염려해 신청을 꺼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북 장수군은 신청대상자의 99.3%가 신청을 마쳤지만, 서울 강남구는 73.4%에 그쳤습니다.

아동수당이 소득으로 나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김 씨처럼 오히려 받지 않는 것이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주택 가격이 높다고 알려진 지역일수록 신청률이 저조했다고 하네요.

가난하다고 해서 아이폰과 개를 곁에 두지 말란 법은 없다
출처:매일경제

A 씨는 가난합니다. 홀어머니와 살고, 최저임금을 받는 직장에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합니다. 밤에는 대리기사 아르바이트도 하죠. 당연히 집은 없습니다. 그의 삶에는 희망보다 절망의 그림자가 더 짙습니다. 그에게 유일한 위안은 2017년식 ‘아이폰8’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아이폰을 찾는 사람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인간은 사회와 커뮤니티에 소속되는 느낌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1940년대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가 발표한 ‘욕구의 위계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먹고 마시고 자는 욕구보다 안전과 건강에 대한 욕구를 더 강하게 느낍니다.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욕구보다 상위에 있는 것이 우정, 사랑, 가정 등에 대한 소속감입니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은 ‘낙인’을 “어떤 사람이 사회의 일원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지기에 불충분한 상황적 증거”라고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가난은 낙인입니다. 당장 밥 먹을 돈이 없는 절대 빈곤뿐만 아니라, 상대적인 빈곤 역시 마찬가지죠. 가난은 타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며, 성실하지 않고 게으르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현실에 안주하는 ‘배짱이’ 같은 인간이라는 주홍글씨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이폰이 추방된 신분을 복권해주는 사면증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글·이미지 / 이재은

*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1. 연출된 가난
부산일보, 2018.7.26(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가난이 패션이냐”…59만원짜리 닳아빠진 명품운동화 논란
연합뉴스, 2018.9.22(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왜 가난한 사람도 아이폰을 사는가
매일경제, 2018.9.15(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가난마저 부자에게 도둑맞는 시대
네이버블로그(잡식성 아카이브), 2018.2.13(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가난-이상권 정치부 부장
경남신문, 2018.9.17(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뭄바이 슬럼가에서 아침을?’ 인도 슬럼호텔과 가난 투어리즘 논쟁
경향신문, 2018.1.30(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7. 우리의 가난을 구경하신다고요?
스브스뉴스, 2017.6.2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8. 아동수당 신청안한 3만명…“가난 편견 생길까봐”
뉴스토마토, 2018.9.18(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큐레이션 콕콕] 가가례

가가례(家家禮)는 집마다 예가 다름, 혹은 집마다 저마다의 절차와 규범을 따른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차림 예법을 상기해볼까요. 제사상은 북쪽에 놓아야 하며,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은 남쪽, 제사음식은 5열 차림으로 한다든가(1열에는 밥과 국, 2열에는 구이, 3열에는 두부나 고기, 4열에는 나물, 김치, 포, 마지막 5열에는 과일 등),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동조서율(대추는 동쪽 밤은 서쪽), 조율이시(서쪽부터 차례대로 대추-밤-배-감 순), 어동육서(생선은 동쪽 육류는 서쪽) 등도 있습니다. 삼치, 갈치, 꽁치 등 ‘치’자가 들어간 생선은 상에 놓지 않는다든가 복숭아는 귀신 쫓는 음식이라 올리면 안 된다는 설도 있죠. 전통 상차림에 따르면 평균 35~40종의 제물을 차린다고 합니다.

출처: 매일경제

조선의 유학자들이 펴낸 예서(禮書)에는 어떻게 돼 있을까요? 2016년 ‘국학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한 관혼상제 전문가 김시덕 박사(56·대한민국역사박물관)는 “고려 말 들어온 주자의 ‘가례’ 이후 모든 예서가 ‘과, 과, 과, 과’입니다. 과일을 6종류 또는 4종류 올린다고 돼 있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어떤 과일을 놓아야 할지 정하진 않았어요. 조선 후기 학파와 무관하게 사용된 예서 사례편람(四禮便覽)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합니다.

김 박사는 “19세기 중반에 쓰인 ‘금곡선생 문집’에 조율시이(棗栗柿梨)가 나오지만 이게 늘어놓는 순서는 아니다”며 “이전까지는 집에 있는 과일로 차리다가 19세기 들어서 네 종류의 과일이 상차림으로 정착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조선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고, 말리거나 묻어서 오래 보관이 가능했던 대추, 밤, 감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포는 왼쪽에, 젓갈류는 오른쪽에 하는 방식이 가가호호 퍼진 것은 1970년대 이후일 가능성이 큽니다. “1960년대부터 학자들이 전국을 돌며 제사 상차림을 조사했어요. ‘집안에 이러이러한 차림법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당시에는 없어도 이후로는 그렇게 차리게 되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조사자로부터 ‘역전파’가 된 겁니다.”

조율시이가 기록된 습례국 진설도. 1919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동아일보

이이는 1577년에 간행한 『격몽요결』에서 제철 재료로 음식을 하되 별다른 게 없으면 떡과 과일 두어 가지만 올리면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추석 차례는 축문도 읽지 않고 술도 한 번만 올려 간소하게 지냈습니다. 한 해의 수확을 앞두고 별 탈 없음을 조상에게 알리는 의식에 가까웠죠. 추석은 농번기를 목전에 두고 모두가 쉬어가는 휴일이었던 겁니다. 1970년대 이후 대중매체가 추석 차례에 무슨 대단한 법도가 있는 듯 굴었으나 이는 소비사회를 맞아 새로 만들어진 전통입니다.

현대인의 삶의 문화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해마다 전통적인 제사 형식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전통’ 차례나 제사가 귀찮은 과거의 산물일지도 모르죠.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제안한 현대 제사상. 상차림을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출처:중앙일보

2004년부터 우리 전통 문화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대중에게 소개해온 (재)아름지기가 ‘가가례家家禮: 집집마다 다른 제례의 풍경’展을 열었습니다. 아름지기는 한국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목표로 전통 장인 및 현대 작가들과 생활문화를 연구해왔습니다. 신연균 이사장은 “엄격한 제사의 본질과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되 현대에 맞는 적절한 형식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현대 제사 상차림을 제안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습니다. 핵가족과 1인 가족이 늘고, 제사를 지내야 하는 공간도 원룸이나 아파트로 변했으며, 여행 중 또는 해외에서 제사를 지내는 상황을 고려해 시대에 맞는 상차림과 풍경을 보여주는 거죠.

전시는 세 분야로 구성됩니다. 전통과 현대의 제사 음식 문화, 4가지 현대 제사상, 제사 문화 공예디자인이 그것입니다. 퇴계이황 종가의 불천위 제사와 명재윤증 종가의 제사상, 아파트에서의 제사상과 혼자서도 얼마든지 고인을 기릴 수 있는 1인 제사상도 있습니다. 지난 8일에 오픈한 전시는 오는 11월 2일까지 계속됩니다.

이건민 산업디자이너가 제작한 ‘이동형 제기 세트’.
정해진 공간이 아닌 추모 공간이나 여행 중에도 손쉽게 제사상을 차릴 수 있다.
출처:중앙일보

전시장 곳곳에서 ‘현대인의 일상 공간과 삶의 모습에 맞도록 간소화한 제사상’을 볼 수 있는데요, 뷔페처럼 여러 음식을 그릇 하나에 모아 담거나, 병풍 대신 실내 가림막을 치고, 제사상을 따로 놓는 대신 식탁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유기나 목기로 된 제기 대신 평소에도 디저트 그릇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기와 유리 소재의 제기도 볼 수 있죠.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제사를 지내야 할 때 쓸 수 있는 ‘이동형 제기 세트’도 있습니다. 접시, 술잔, 촛대, 젓가락을 고루 담되 서로 부딪쳐 깨지거나 소리가 나지 않도록 프레임에 고정한 것이 특징이라고 하네요.

신 이사장은 “제사는 조상을 섬길 뿐 아니라 가족 간의 화목을 도모하는 우리만의 문화와 정서를 담은 의식인데 본질은 사라지고 한 상 가득 차려야 한다는 가문의 허례허식만 남았다”며 “조선 시대에도 지역과 가문의 특색에 맞게 상차림을 하는 ‘가가례’가 제사의 기본 원칙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수석연구원은 “식생활이 변하면서 제물에도 변화가 생겼다”며 “이제 제사상에 바나나를 올리고, 겨울철에 수박과 참외를 차리는 경우도 흔하다. 또 커피, 사이다, 피자 등 고인이 생전에 즐기던 음식을 추가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조상을 기리는 정성으로 차린 것이라면 나무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한학 연구자 이병혁 교수는 ‘한국의 전통 제사 의식’이라는 책에서 “우리의 옛날 제사음식도 그 당시에는 생활 음식이었다. 지금의 제사음식도 현재의 생활 음식과 가까워져야 한다”며 “시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전통만 강조하다가는 현실생활과 동떨어져 전통은 오히려 단절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네요.

출처 : 국제뉴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명절 때마다 정부가 내놓는 물가 자료를 비판합니다.

“국가가 나서서 차례상을 세팅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죠. 우리는 유교 국가가 아닙니다. 그런데 유교 예법인 차례를 국가가 국민들에게 ‘이렇게 차려라’ 하고 간접적으로 지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크리스마스에 케이크 가격이 어떻다고 물가 자료를 안 내놓잖아요. 석가탄신일에 사찰의 시주금액이 얼마인지도 내놓지 않고요. 그와 마찬가지로 차례상의 물가 자료를 내놓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민들 처지에서는 차례상을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는 겁니다. 사과와 배는 추석에 나오기에는 이른 과일이며, 흔한 포도를 올리거나 가정 형편에 따라 적절하게,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준비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 유교 예법을 지키던 이들은 양반들이었잖아요. 양반이 아니면 차례를 지낼 필요가 없었던 거죠. 조선 초기에는 양반이 전체의 5~10%였습니다. 나머지는 상민이었으니 90% 이상의 사람들은 차례를 안 지냈어요. 그런데 조선 말기에 계급 질서가 무너집니다. 양반이 약 70%가 되는 거죠. 자식을 많이 낳아서 늘어난 게 아니라 상민들이 군역을 피하려고 양반으로 신분 세탁을 했기 때문이죠.” 대다수가 양반으로 신분을 세탁했고, 유교 예법을 지키게 된 입장에서 자연스레 차례를 지내게 됐다는 겁니다.

“갑오경장을 통해 신분제가 철폐되면서 본격적으로 ‘모든 사람이 양반’이라는 인식이 퍼집니다. 해방 후에도 양반인 것처럼 행세해야 대접받는다고 생각해 양반이 해야 하는 차례를 지내게 된 거죠. 문제는 많은 사람이 차례 지내는 법을 몰랐다는 겁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차림 탓에 가계 부담이 커진다면 추석에 반드시 차례를 지내야 하는 걸까요? 가가례, 가정마다 염두에 둔 명절의 예가 다르겠지요.

*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1.[라이프 스타일] 차례상에 현대식 그릇… 커피·피자도 올리고
중앙일보, 2018.9.4(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종가에서 아파트까지 ‘집집마다 다른 제례의 풍경’展
메트로, 2018.8.12(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가가례’ 설 차례상 차리는 법… 원리·원칙 알면 헷갈리지 않아요
매일경제, 2016.2.8(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청춘직설]‘추석 차례’ 가짜 전통과 싸워라
경향신문, 2017.9.13(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대추→밤→배→감? 차례상 과일, 종류-순서 따로 없었다
동아일보, 2017.1.27(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왜 “추석 차례 지내지 말자”고 할까
노컷뉴스, 2016.9.13(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7. [리얼푸드] “조상님, 차례상에 피자를 올려도 되겠나이까?”
헤럴드경제, 2015.9.24(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큐레이션 콕콕] TMI

현대사회에서는 정보가 중요한 자원이 되죠. 그런데 정보의 과잉이 우리를 괴롭힙니다.

TMI를 아시나요. Too Much Information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말 그대로 너무 많은 정보, 즉 정보 과잉을 뜻합니다. 영미권에서는 2000년대부터 인터넷 용어로 사용됐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SNS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그거 TMI다”라는 식으로 일상대화에서도 소통의 단어로 인식됩니다.

TMI 이전에는 ‘TMT’가 있었습니다.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의 약자로 과도하게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지칭했죠. TMI와 TMT 모두 원하지 않는 정도를 넘은 정보에 노출됐다는 의미가 담긴 용어입니다.

12월 19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생일이자 결혼기념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량은 소주 2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은 키스데이인 6월 14일이고, 유승민 의원은 딸기케이크를 좋아한다는 내용은 한 누리꾼이 올린 ‘TMI 모음’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이걸 꼭 알아야 할까요?

 
‘별별TMI’라는 타이틀을 단 연예계 카드뉴스
출처:비주얼 다이브

SNS를 통해 그날그날의 상황이나 기분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인이 감당하지 못하는 감정, 즉 내면의 고통과 사회적 불만을 토로하는 거죠. 그런 자기 독백이 적정 수준을 넘어 ‘자기 고백의 과잉공간’, ‘감정의 배설구’로 전락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타인에게 말할 필요가 없는 일까지 알린다든가 개인적인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내용이 흘러넘친다는 겁니다.

미국의 경제 전문 미디어 <아이엔시닷컴>은 ‘예의 바른 사람들이 꼭 지키는 8가지 규칙’의 하나로 ‘SNS를 감정의 배설구로 이용하지 않는 것’을 들었습니다. “할 말 못 할 말의 구분이 중요하다”면서 “과거 자신이 올린 게시물 중 낯 뜨거운 글이 있다면 반성의 시간을 갖자”고 요청하기도 했네요.

출처: 서울문화사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소비할까요? 수시로 메시지를 확인하고, 틈날 때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일별합니다. 친구나 동료에게 온 이메일과 전화 등에 대응해야 하기도 하고요. 이런 습관이 인포매니아(Informania)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네요. 옥스퍼드 사전은 인포매니아를 ‘모바일 기기나 컴퓨터를 사용해 뉴스나 정보를 확인하고 축적하려는 강박 욕구’라고 정의했습니다.

미국 성인의 미디어 소비 시간은 1일 평균 12시간이라고 합니다. 뉴욕 라디오 방송국의 ‘Note to self’는 정보과잉 이슈를 개선하는 ‘Infomagical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60%가 매일 올라오는 정보에 노력을 쏟는 것이 부담된다고 답했습니다. 80%는 정보과잉이 학습능력을 저하시킨다고 했고요. 정보과잉 상태가 연인과 가족, 친구와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고백한 사람도 30%가량 됩니다.

출처:명지대방송국(MBS)

‘안물안궁’, ‘설명충’, ‘알빠야 쓰레빠야’ 등은 TMI와 비슷한 뉘앙스를 가진 표현입니다. 하지만 TMI의 경우 최근 긍정적인 의미가 부각되며 새로운 소통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지난 8월 27일, ‘TMI: 정보과잉 시대의 자유로운 소통 트렌드’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1년간 주요 블로그 및 카페, SNS 등을 통해 생산된 약 40만 건의 TMI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는데요, ‘몰라도 되는 것까지 굳이 알려준다’는 의미의 부정적인 신조어로 등장한 TMI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면서 소셜 버즈량 뿐만 아니라 네이버 검색량 또한 증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TMI 관련 주요 키워드는 좋아한다, 재미있다, 궁금하다 등으로 쓸데없다, 귀찮다, 피곤하다 등의 무기력한 키워드를 앞섰습니다. 이노션 관계자는 “TMI가 TV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온라인에서 일상적인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며 “부담만 갖지 않는다면 사적이고 시시콜콜한 내용도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TMI의 긍정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출처: 일간투데이

TMI는 팬덤형, 자기독백형, 지식수다형의 3가지로 나타납니다.

팬덤형은 팬심을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인증하는 방법으로 정보공유를 넘어 굿즈를 구매하거나 모방하는 유형입니다. 자기독백형은 소소한 일상을 형식, 소재,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공개하고, 지식수다형은 배낭여행 후기, 특정지역 가성비 최고 술집 top3 등 자신이 경험하거나 다녀온 장소에 대한 개인적 느낌이나 정보를 공유합니다. 당장 쓸 데는 없지만, 호기심을 충족하거나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쓸지도 모르는 잠재 정보로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거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TMI를 말해보자’라는 식의 게시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소해서 딱히 말할 필요가 없었던 이야기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흥미를 느끼는 겁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생활 정보가 범람하는 과잉 연결 시대에 어떤 정보를 선별해야 하는지 가리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껴 TMI를 외치게 되는 것”이라면서도 “시공간의 제약을 떠나 자신과 잘 통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SNS의 특성 때문에 TMI 공유 놀이가 유행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기 팟캐스트 ‘지대넓얕’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 하지만 아무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주제를 다룹니다. 이른 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죠. tvN 예능 ‘알쓸신잡’의 타이틀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으로 풀이됩니다. 작가와 건축가, 과학자 등의 출연진이 정답이 없고 돈벌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인간과 사회,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죠. TMI의 주목은 시험에 나오는 내용을 지식 전부로 습득하고, 취업에 필요한 정보만 유용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온 동시대인이 당장 쓸모없더라도 지금 재미있으면 그만인 지식 유희를 만끽하는 유별난 현상인지도 모릅니다. ‘쓸데없는 것’이 가치를 갖는 시대, 정보 과잉의 역설이 아닐 수 없네요.

*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1. [4차산업혁명] “부담없이 재밌게 정보 공유” TMI, 새 소통 트렌드로
 일간투데이, 2018.8.27(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정보과잉으로 지친 나를 도와줄 5가지 방법
슬로워크, 2016.3.23(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타인에 대한 과한 정보
서울문화사, 2018.8.28(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정보과잉 시대의 ‘지식’에 대하여
브런치, 2018.6.11(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트랜드지식사전6』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2015.




[큐레이션 콕콕] 기후변화

올여름, 지구 곳곳이 폭염에 시달렸습니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의 기온은 최고 47도까지 치솟았고, 스웨덴처럼 평균기온이 낮은 북유럽도 연일 30도 이상의 고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7월 북미 로스앤젤레스시의 최고기온은 48.9도, 텍사스주는 45.5도까지 올랐습니다. 옆 나라 일본도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에서는 사상 최고온도인 41도를 기록하여 살인적인 더위를 실감했죠.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은 온실효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같은 용어가 대중의 뇌리에 자리 잡은 해이기도 합니다. 그해 6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한 과학자는 이산화탄소와 기타 온실가스에 의해 지구온난화가 강화될 거라고 증언합니다. 다음날 뉴욕타임스는 1면에 ‘지구온난화는 시작됐다’는 기사를 실었고, 기후변화가 처음으로 이슈화됐습니다. NASA 소속 과학자 제임스 핸슨 박사는 소위 ‘기후변화의 선지자’라고 할 수 있죠.

핸슨 박사는 온실효과의 결과로 폭염 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올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당시 그는 2017년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이 약 1.03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지난해 실제 기온 상승폭은 0.82도로 그의 예상과 비슷했습니다. 그의 예측이 ‘침울한 이정표’였던 셈이죠. 그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30년 전에 대중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기후변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을 후회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출처:연합뉴스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면서 지표면에 도달한 태양열이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해 발생합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1901년부터 2010년까지 지구 평균 해수면은 약 19센티미터 상승했습니다. 연평균 1.7밀리미터씩 올라간 셈인데, 이 추세는 갈수록 빨라져 지난 20년간 연평균 3.2밀리미터씩 높아졌습니다.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문제는 국가의 존립, 국민의 생존과 연결됩니다. 평균 해발이 2.2미터인 투발루는 매년 해수면이 5밀리미터씩 올라 2060년쯤에는 섬 9개가 모두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투발루 주민 중 일부는 호주, 뉴질랜드 등 주변국에 ‘기후 난민’을 요구하며 이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투발루와 인접한 키리바시/나우루, 몰디브 역시 수몰 위험에 직면해 있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프레온가스 등이 있지만 주범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입니다. 2010년 기준 전체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의 비율은 76퍼센트이며 이중 화석연료 연소 및 산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65퍼센트입니다. 2014년 IPCC는 “기후변화의 주원인이 인간이라는 사실은 95퍼센트 확실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네요.

출처:뉴스프리존

맨 밑 주황색 부분부터 위쪽으로 화석연료 및 산업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산림 및 기타 토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프레온가스를 나타낸다. 이산화탄소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온난화 현상으로 말미암은 기후변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겨울철 최저기온 상승과 더불어 집중호우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1920년대에 비해 겨울이 30일 짧아졌고, 봄과 여름은 20일 정도 길어졌습니다. 열대성 외래식물과 병충해는 북한 지역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대구, 명태 등 한류 어류가 감소하고 참치, 고등어 등 난류 어류가 증가했으며 사과재배지도 북상해 이제는 백두대간 등의 고산지대에서 고품질의 사과가 나온다고 하네요. 태풍, 가뭄 등 자연재해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고요.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5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열사병, 탈진, 실신, 경련 등의 온열질환자는 3천4백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 배 가까이 많아졌습니다. 사망자는 39명으로 지난해의 5배가 넘었죠. 50대는 20퍼센트, 65세 이상이 33퍼센트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발병률이 높게 나타납니다.

 
출처:환경데일리

일본에서는 일사병과 열사병으로 125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5만7천여 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산불로 88명이 숨졌습니다.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강풍 때문에 주민들은 불길을 잡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 캘리포니아에서는 자동차에서 시작된 불꽃이 마른 수풀로 옮겨붙어 산불로 번지는 바람에 최소 8명이 숨졌습니다. 40도가 넘는 이상기온이 건조한 바람과 만나 ‘파이어 토네이도’(화염의 회오리 폭풍)라는 기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물과 운하의 나라’ 네덜란드는 물 부족으로 신음합니다. 네덜란드의 7월 강수량은 전국 평균 11밀리미터로, 기상 관측 112년 만에 가장 적은 비가 내렸습니다. 가뭄 탓에 강물이 말라 선박을 이용한 대규모 물류운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폭염 재난이 이제는 유별난 현상이 아닌 ‘흔한 일’이 됐다고 강조합니다. 지난해 4년 만에 처음으로 석탄 수요가 증대됐고 풍력,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에 주는 보조금은 줄어들고 있으며, 투자는 정체됐다는 겁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동시대인이 탄소와 결별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에너지 수요급증을 꼽습니다.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2006년 이후 10년간 에너지 소비량이 40퍼센트 확대됐습니다. 석탄, 천연가스, 석유도 사용량이 늘었고요. 기사는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질 거라고 분석합니다.

재앙 수준으로 확산된 캘리포니아 산불
출처:뉴스프리존

기후변화에 낙관론은 없을까요?

미국 클린턴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Al Gore)는 정계 은퇴 후 환경운동에 전념했습니다. 2006년에 제작한 ‘An Inconvenient Truth’는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뒀고, 여러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필름 상을 수상했습니다. 2017년에 제작한 ‘Inconvenient Sequel: Truth to Power’에서 고어는 홍수와 가뭄 등 지구촌의 기상이변을 알리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합니다.

기후변화의 문제점을 피력하기 바쁜 여느 시선들과 달리 앨 고어는 긍정적인 움직임을 찾아냅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인식전환과 전 지구인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지구온난화의 싸움에서 인류가 완전히 패배하지는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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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 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는 ‘지구 종말을 피하기 위한 10가지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①삼림파괴를 중지하라. ②인구폭발을 억제하라. ③멸종위기의 동식물을 구하라. ④기후변화에 대처하라. ⑤기아를 해결하라. ⑥물 부족 사태를 막아라. ⑦빈곤을 해결하라. ⑧대체에너지를 개발하라. ⑨무한한 자원 보고인 대양을 살리라. ⑩대기오염을 방지하라.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기후변화]폭염·혹한···현실이 된 기후변화 재앙, 지금은 ‘기후붕괴 시대’
뉴스프리존, 2018.8.9(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기후변화에 대한 낙관적 사례
논객닷컴, 2018.8.8(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인류, 기후변화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8.3(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편집국에서]어느 ‘기후변화 선지자’의 회한
경향신문, 2018.8.9(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북극곰 문제가 아니다…‘사람 잡는 기후변화’ 지구촌 전방위 습격
SBS 뉴스, 2018.8.5(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대기자칼럼_기후변화 이상기온
대한뉴스, 2018.8.6(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글/이미지
이재은




[큐레이션 콕콕] 팟캐스트는 계속된다

팟캐스트(Podcast)는 2000년 이후에 생긴 단어입니다. 애플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의 합성어로 신문을 구독하듯 인터넷에서 특정 콘텐츠를 구독하는 서비스를 말하죠. 팟캐스트 이전에도 콘텐츠 구독 서비스는 있었지만 아이튠즈를 통해 널리 알려지고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대표성을 띠게 됐습니다.

진행자는 방송을 녹음해서 MP3 파일로 올리고, 시청자는 개인 오디오 플레이어로 내려받습니다. 아이팟뿐만 아니라 다른 MP3 플레이어, PMP에서도 이용할 수 있죠. PC와 마이크 등 간단한 장비만으로 자신만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으며 개인주문방송(POD:Personal On Demand broadcast)으로도 불립니다. 팟캐스트가 기존 방송과 다른 점은 ‘구독’ 개념입니다. 이전에는 라디오를 듣기 위해 주파수를 맞췄다면, 팟캐스트는 최초 등록 이후 매회 방송이 직접 배달됩니다. 자동으로 새 콘텐츠를 업데이트해주는 기능 덕분에 한 번 들으면 계속 듣게 되는 거죠.

팟캐스트는 라디오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출처:pixabay

국내에서는 2009년 말부터 팟캐스트가 제작됐습니다. 아이폰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리죠. 2018년 7월 말 현재 국내 최대 팟캐스트 포털 ‘팟빵’에 등록된 팟캐스트는 1만2천 개가 넘습니다.

팟캐스트의 급성장에는 ‘나는 꼼수다’의 역할이 컸습니다. 팟캐스트는 몰라도 ‘나꼼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였죠. 딴지일보에서 제작한 ‘나는 꼼수다’는 2011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해 3개월 만에 뉴스/정치 부문 세계 1위(2011년 8월 8일)를 차지했습니다. 나꼼수로 유명세를 얻은 김어준, 김용민, 정봉주 등은 메이저 방송 MC를 맡아 대활약하기도 했죠.

팟캐스트 대중화의 또 다른 주역은 스마트폰입니다. 과거에는 팟캐스트를 듣기 위해 PC를 거쳐 휴대용 기기로 파일을 가져와야 했지만, 스마트폰에서는 바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는 제작 편수가 증가한 만큼 소재와 방송 주체도 다양해졌고, 미디어나 저널리스트뿐만 아니라 정치인, 연예인, 학자, 종교인, 대학생, 직장인은 물론 기업들까지 팟캐스트 열풍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출처:팟빵 캡처화면

국내에서는 대안 언론 콘텐츠가 주를 이루지만 해외에서는 기업의 차세대 협업 툴로 팟캐스트를 활용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원격지에 근무하거나 이동하며 일하는 직원이 많은 기업은 비디오 스트리밍 유스튜디오(uStudio)를 이용해서 기업 경영진과 IT 부서 간 관리 제어, 애플리케이션 통합, 보안, 사용량 분석 결과 등을 확인합니다. 이를테면 신입직원 교육이나 영업사원에게 최신 제품 정보를 전달할 때 유스튜디오를 이용합니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제작할 필요가 없는 맞춤형 콘텐츠를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해 플랫폼에 담는 거죠. 팟캐스트의 쓰임새를 특정 기업의 요구에 맞게 활용하는 겁니다.

문서를 뛰어넘는 팟캐스트 서비스의 장점은 기업이 미디어 콘텐츠에 접속한 직원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팟캐스트 활용 내용을 CRM 마케팅(고객이 어디에 가서 무엇에 돈을 쓰는지 낱낱이 분석, 고객이 좋아하는 식당이나 상품 정보만 골라서 제공하는 것)과 통합하면 팟캐스트 접속과 매출의 상호관계를 파악할 수 있죠. 직원이 특정 에피소드나 팟캐스트를 들은 후 더 많은 계약을 성사시켰는지 확인해서 콘텐츠의 가치를 파악하게 됩니다.

출처:pixabay

팟캐스트에서 유명세를 탄 프로그램이 공중파 방송에서 비슷한 포맷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중파 방송을 녹음해서 팟캐스트에 올리는 반대의 케이스도 있죠. 라디오는 ‘본방사수’하지 않으면 듣기 어렵지만, 팟캐스트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개인이 가진 창의성을 방송과 접목해 마음껏 발휘한다는 점에 호감을 느끼는 청취자도 많습니다. 하지만 콘셉트가 비슷한 프로그램이 공중파로 넘어오면서 팟캐스트 저널리즘과 공중파(지상파) 저널리즘이 충돌하는 양상도 보입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SBS)나 주진우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MBC)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소설가 장강명은 매스미디어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공중파 방송이나 신문 같은 것 말이죠. 신문은 모든 사람이 편집국에서 정한 그대로 봐야 합니다. 하지만 팟캐스트(페이스북이나 SNS에 기반한 미디어 등) 같은 개인 미디어는 청취자가 원하는 것을 대중매체가 하지 못한 지점까지 들어가서 시원하게 얘기해 줍니다. 젊은이들은 거침없는 내용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뉴미디어 매체를 원합니다. 또 자신과 밀착된 이야기, 편한 시간에 볼 수 있는 즉각적인 정보를 선호하죠.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팟캐스트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언급합니다. 나꼼수도 정치쇼나 정치오락물에 기대고 있다는 거죠. “팟캐스트는 정치에 대한 정견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보다 풍자나 패러디가 큰 문화 콘텐츠입니다. 언론과 엔터테인먼트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팟캐스트를 지상파로 가져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8월에 종방하는 ‘블랙하우스’를 보면 지상파는 준비한 게 별로 없습니다. 지상파가 팟캐스트 방송을 가져와서 혁신하겠다고 하는 취지가 나이브했던 것 아닌가 합니다. 그에 맞는 투자 없이 팬덤이나 김어준이라는 개인에만 모든 걸 맡겨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강명 작가는 팟캐스트가 정치프로그램이나 시사프로그램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다가 어느 순간 ‘우리는 예능’이라고 살짝 발을 빼기도 한다고 덧붙입니다. 주로 대안언론, 약자의 저널리즘, 개인미디어 같은 성격을 보이다가 어느 때 공중파 프로그램으로서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는 거죠. 이택광 교수는 공존을 요구합니다.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플랫폼의 변화도 존중하고, 기성 언론 또한 시장성만 좇아서 공공성을 버리면 안 된다는 겁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편파보도 논란에 폐지 결정, MBC 주진우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5주간 결방 논란을 빚었다.
출처:아시아경제

SCI평가정보에서 운영하는 ‘사이렌24’에 의하면 한국 네티즌의 58%가 팟캐스트로 뉴스를 듣습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SBS 김용민의 정치쇼’,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죠. 지난 6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은 전 세계적으로 팟캐스트 이용 비율이 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우리나라가 58%로 팟캐스트 이용 조사 22개국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다음으로 홍콩(55%), 타이완(47%), 스페인(40%) 순이었고요. 에디슨 리서치(Edison Research) 조사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44%는 어떤 이유로든 팟캐스트를 들은 적이 있고, 26%는 한 달에 최소 1번 이상 듣는다고 하네요.

팟빵의 카테고리는 코미디/시사 및 정치/도서/영화/경제/어학/교육 및 기술/스포츠/음악/여행/건강 및 의학/문화 및 예술/취미/유·아동/정부 및 기관/퀴어/게임/종교/성인방송/지역/해외 팟캐스트 등으로 구분됩니다.

이중 ‘문화 및 예술’ 월간(7월) 순위는 이렇습니다.
짠, 들어보시죠.

 
출처:팟빵 캡처화면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차세대 협업 툴’ 팟캐스트가 뜬다
    CIO Korea, 2018.7.20(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팟캐스트 저널리즘 논란, 지상파는 무슨 준비를 했나”
    노컷뉴스, 2018.7.16(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꼼수는 안 통해’ 팟캐스트 저널리즘, 공중파서 줄줄이 퇴출
    아시아경제, 2018.7.12(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한국 네티즌 58%, 팟캐스트로 뉴스 듣는다…세계1위
    이데일리, 2018.6.14(자세한 내용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