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마을 공동체를 꿈꾸는, 서구 아라마을 문화기획단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을 만나러 가는 길… 필자는 초행길에서 십중팔구 헤매는 탓에 출발 전 지도 앱을 여러 번 확인했건만, 역시나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기자가 늦다니 이런 실례가 또 있나’라고 생각하면서 진땀을 흘리며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인터뷰 장소와 점점 더 멀어졌다. 혼자서는 도저히 못 가겠다 싶어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자 마중 나갈 테니 기다리라는 답이 돌아왔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유쾌한 에너지가 가득 차 있어 긴장이 풀어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의 고지혜 대표였다.

손에 손잡고 마을을 넘어

고지혜 대표와 함께 인터뷰 장소의 문을 열자 화기애애하게 데워진 공기가 훅 쏟아져 나왔다.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소식에 하지은, 이희영, 허기연, 김민정, 전희진 회원이 이른 아침부터 자리해준 것이다. 뜨거웠던 그 날의 인터뷰를 전한다.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은 어떤 계기로 만드셨나요?
고지혜 특정 기획을 통해 만들어진 건 아니고, 마을 공동체 활동에 뜻이 맞은 서구 검암·경서 지역의 시민문화예술 동아리들이 모여 결성하게 됐습니다. 누가 먼저 나선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요. 활동도 인천 마을 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에 넣은 첫 기획안이 덜컥 선정되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첫 기획안 선정 이후 2018년도를 정말 바쁘게 보내셨겠어요?
고지혜 네, 기획안이 통과되고 첫 달에는 마을 주민들과의 주먹밥 소풍, 두 번째 달에는 마을 공동체를 잘 꾸리기 위한 교육을 받았고요. 세 번째로는 ‘서구 청소년 인권법’을 진행했습니다. 청소년 인권센터 ‘내일’의 하유미 강사님을 모셔서요. 그리고 8월에는 간재울중학교에서 ‘아라스 물총놀이’, 9월에는 검암초등학교에서 ‘강강술래 프로젝트’, 12월에는 인천문화재단 짝꿍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아모르 파티’를 개최했어요. 성과 발표와 정산까지 마치고 나니 에너지가 전부 소진된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늘 뭔가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 금방 다음 기획을 궁리하게 돼요.

 

정말 에너지가 대단하세요. 다른 회원분들의 참여계기도 궁금해지는데요.
허기연 전 대표님의 제안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했다가 이제 누구보다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김민정 멀티플레이가 안 돼서 처음에는 다른 동아리 활동과 병행하지 못하다가 대표님이 일손이 부족해 애쓰는 걸 보고 몇 번 도우러 왔다 갔다 하다 푹 빠졌지요. 저는 처음에는 자의는 없었어요(웃음).
전희진 대표님과 ‘우주최강 미녀들의 캘리그라피(우미캘)’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아라마을 문화기획단 결성 소식을 듣고 참여하게 됐어요. 검암동 주민이다 보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희영 저는 계양구 주민이에요. ‘길 위의 독서’라는 동아리의 대표이고요. 서구 주민은 아니지만, 마을 공동체를 위한 기획과 행사를 주최하는 고지혜 대표의 뜻에 공감해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동네에서 주민 스스로 판을 벌이고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던 기획들이 좋았고 즐겁게 활동하고 있어요.

 

와서 함께 즐기자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의 활동 중 특히 ‘아라스 물총놀이’와 ‘강강술래 프로젝트’가 많이 회자되고 있어요.
허기연 간재울중학교의 장소 지원을 받은 ‘아라스 물총놀이’는 정말 여러모로 재밌고 의미 있었어요. 아이들은 물총을 쏘고 물풍선을 터뜨리며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어른들도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시원하게 여름을 즐긴 행사였지요. 참여자 모두 만끽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전희진 ‘강강술래 프로젝트’는 참여한 주민 모두가 손에 손잡고 운동장을 돌았던 것도 좋았지만, 부대행사로 마련한 전통공예와 전통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마을 어른과 아이가 하나 된 시간이었습니다.
김민정 김포에 사는 제 동생이 ‘강강술래 프로젝트’에 왔었는데 많이 부러워하더라고요. 자기 동네는 신도시라 이런 끈끈한 마을 기획이 없다면서. 같이 놀 수 있는 행사가 김포에도 있었으면 했어요.
이희영 강강술래 때 제가 신나서 운동장 도는 걸 목격한 제 조카가 이모가 그런 것도 하냐며 놀라더라고요. 저는 계양구에 거주 중이지만, 이제 여기 주민이나 다를 바 없다고 느껴요. 좋은 활동이라면 지역을 따지지 않고 참여하며 돕고 배우고 싶습니다.
하지은 돌이켜보면 마을 주민이 함께해서 참 좋았다 싶어요. 또, 물총놀이는 간재울중학교, 강강술래는 검암초, 인권교육은 고잔마을 측에서 장소 지원을 해주셔서 가능했지요. 마을 모두가 우리 기획과 함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규모 있는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보람도 크지만,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고지혜 정산 문서로 우리의 활동을 가늠하는 게 아니라 직접 와서 봐주셨으면 해요. 이건 아라마을 문화기획단뿐 아니라, 다른 시민동아리들이 지원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지원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 등을 알려면 와서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더 의욕적으로 할 수 있을 거예요.
김민정 저도 와서 보셔야 지원하는 기관과 동아리 사이에 신뢰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피드백은 지역 기여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질 테고요.
전희진 시민동아리가 이용할 수 있는 대관 장소가 부족한 것도 알아주셨으면 해요. ‘아라스 물총놀이’나 ‘강강술래’는 저희 뜻을 좋게 봐주신 학교 측에서 장소 지원을 해주셨지만, 짝꿍 페스티벌 ‘아모르 파티’를 개최했던 장소는 대관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고지혜 저희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은 열심히 기획하고 활동하고 있으니까 저희 활동을 더 많은 분이 함께 해주셨으면 해요. 문화재단과 기관 직원분들도 언젠가 오셔서 함께 즐기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고지혜 대표는 필자도 시민동아리 대표라고 하자 올해 활동 프로그램 교환을 제안했고 단체 사진 촬영 때는 테이블에 세팅도 해주셨다. 그 유쾌함이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을 이끄는 동력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새로운 시도, 마중물, 특별하고 재밌는 경험,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동시에 에너지가 소진되는 곳, 미친 척하고 미친 듯 놀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곳’ 등의 대답이 연이어 나왔다. 애정이 진하게 묻어있는 한 마디들이 좋은 에너지가 되어 전달되었다. 마을에 들어설 때는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마을을 나설 때는 연대의 연결점이 된 기분이었다. 긍정적 관점과 넘치는 에너지로 마을 공동체의 놀이문화를 새롭게 짜고 있는 아라마을 문화기획단의 활동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서, 보고, 함께 즐기자.

글·인터뷰 / 생활문화동아리 일일 시민기자 김태겸




함께 계절을 만끽해요 – 절기(節氣) 체험 동아리 ‘학산 마실’

미추홀구 학산생활문화센터 ‘마당’에서 마을 주민들과 사계절의 정취를 나누는 ‘학산 마실’이 호평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주민들에게 편히 놀러 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이름 ‘학산 마실’. 그곳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기대되는 마음에 활동가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가벼웠다. 

열정을 잇다

‘학산 마실’의 민후남 대표는 학산문화원 영화감상동아리 ‘하품학교’의 교장으로 지난 16년 동안 종횡무진 활동했다. 워낙 영화광인 데다 영화를 보고 친구와 나눴던 얘기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었기에 그 특별한 즐거움을 주민들과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몸이 피곤하거나 무료하면 산소 공급을 위해 하품하는 것처럼, 영화를 통해 일상에 하품 같은 활력을 붙어 넣자’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 후 16년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달 함께 볼 영화와 이야기할 주제를 선정했다. 어느덧 60대가 된 민후남 대표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하품학교’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자 자존감을 높여준 고마운 존재였다.”라고 한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수없이 크고 작은 영화제가 생기고 비슷한 영화 감상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하품학교’는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그때 민후남 대표의 마음에 떠오른 단어가 ‘마실’이었다. 16년의 열정은 그렇게 새로운 절기(節氣) 체험 동아리 ‘학산 마실’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학산 마실’ 활동가들과 멘토, 학산문화원 기획실장이 함께하는 회의   8월 마실’ 포스터 이미지 제작 중인 이혜숙 주민활동가

향기로운 ‘마실’

민후남 대표와 뜻을 같이한 여러 주민활동가가 합류하여 ‘학산 마실’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는 멘토인 드라마고 ‘퍼포먼스 반지하’ 대표의 도움이 컸다. 공존을 위한 마을 생태계 조성에 힘써온 멘토와의 기획 회의에서 ‘절기(節氣)’라는 주제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고, 절기 공부를 통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즐길 놀이 개발에 이를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 문을 연 마을 절기 축제 ‘마실’은 사계절에 맞춰 네 번 열리며 지난봄(6월), 여름(8월), 가을(10월)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현재는 12월 19일에 있을 겨울 ‘마실’을 앞두고 기획 회의와 준비에 한창이다.

“멘토 선생님이 절기에 관한 공부 거리를 가져오시면 우리는 이 절기에는 이런 게 맞겠다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요. 지난 ‘8월 마실’ 때는 연잎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흔치 않은 체험이고 맛도 있다고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봄 감자, 가을 고구마처럼 계절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꽃차 만들기, 그림 그리기, 오카리나 배우기 등도 함께해요. 활동가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체험 프로그램에 이어 삼삼오오 앉아서 영화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어느새 공간은 계절로 가득하지요.” 민후남 대표는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되는 ‘마실’을 위해 공간을 비워주고 참여부터 마무리까지 따듯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는 학산문화원이 있어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전문가와 기관이 보내는 신뢰를 밑거름 삼아 주민들의 아이디어와 실천이 모이고, 그 활력으로 직조된 마을의 이야기가 주민들 삶에 퍼져나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분명 향기로울 것이다.

 
‘6월 마실’ 그리기 체험 ‘모두 함께 그리는 아까시 나무’   ‘8월 마실’ 만들기 체험 ‘더위를 닦아내는 나만의 손수건 만들기’

그리고 봄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이혜숙 주민활동가에게 ‘학산 마실’이란 어떤 존재인가 물었더니, 잠시 말을 고르다가 “제법 스트레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긍정적 의미의 스트레스다.”라고 답했다.

“어느덧 올해는 ‘겨울 마실’만 남았는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저는 학산문화원에서 ‘그림책 놀이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마실’과 함께 하게 되었어요. 그리기 체험, 홍보물 디자인을 주도하고 있는데, 6월부터 두 달 간격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다 보니 제법 스트레스예요. 기획부터 제막까지는 계속 바쁘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잘 해내고 싶은 데서 오는 긍정적인 스트레스지요.”

행사 소식을 듣고 찾아온 아이들과 부모들로 북적북적한 학산생활문화센터 ‘마당’에서, 준비해온 간식과 식사를 나눠 먹을 때 주민들 사이에서 물씬 피어오르는 정이 특히 좋다는 이혜숙 활동가는 앞으로도 계속 마을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획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마실’ 오세요

민후남 대표의 2019년은 어떻게 기록될까.
“‘하품학교’가 침체기에 있던 중에 ‘학산 마실’ 활동을 시작하면서 기획 공부를 많이 하게 됐고 ‘마실’을 잘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설픈 구석이 있을지 몰라도 꾸준히 살을 붙여나가고 싶어요. 저는 미추홀구 토박이에요. 말하자면 여긴 엄마의 자궁 같은 곳이죠. 그리고 학산문화원은 IMF 외환위기 시절 나를 쓰러지지 않게 잡아준, 전환점이자 성장의 공간이었습니다. 새로 시작한 ‘학산 마실’이 올해 걸음마를 무사히 떼었으니 내년에는 잘 걸을 수 있도록 다시 열심히 키워보려 합니다.”

(좌) 민후남 ‘학산 마실’ 대표, (우) 이혜숙 ‘학산 마실’ 활동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네 번 피고 지는 동안 사람은 무수히 넘어지고 일어선다. 삶은 쉴 새 없이 희비극을 오간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으로 이루어진 마을 공동체의 이야기는 행간에 희망을 품고 피고 지는 삶들로 페이지를 더하며 새롭게 쓰인다. 16년을 한결같이 미추홀구의 주민 문화예술 활동가로 헌신한 민후남 대표와 시작을 알린 ‘학산 마실’ 동아리가 탐스럽게 피워낼 다음 계절이 기대되는 이유다. 주민의 일상과 삶에 친숙하게 맞닿은 기획으로 ‘함께, 즐겁게, 놀자’ 하는 ‘학산 마실’의 다음 일정은 미추홀구 학산문화원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술은 매일 먹는 음식이고 언제나 곁에 있는 친구이며 쉽게 만나는 들풀 같은 것이다.
– ‘빵과 인형극단’ 예술감독 피터 슈만

 

글·인터뷰 / 생활문화동아리 일일 시민기자 김태겸




윤두현 YOON Doohuyn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986년 출생, 서울 거주
윤두현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환경조각 을 전공하고 미국 메릴랜드 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생활에 밀접하거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을 사용하여 설치, 사진, 조각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컴퓨터 바탕화면을 이용하여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묻는 작업 <시에라(Sierra)(2018)>와 <Wallpaper(2017-)>시리즈를 비롯하여, 일상 도구(온도계, 수평계 등)를 이용하여 실제와 이상의 차이를 찾아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시에라(Sierra)_플라스틱에 프린트 부착,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후 벽에 부착_7×3.9m(바닥), 2.5×17m(벽)_,2018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보통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생각해 내고 하나씩 풀어나가는데, 작년부터는 바탕화면을 이용하여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고민해 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초에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풍경으로 풀어보기 위해, 인터넷에 파라다이스나 유토피아라는 단어를 검색에서 나오는 이미지들(그래픽이미지, 그림, 사진 등)을 사용하여 가상의 환경을 실제에 구현해 보려 했다. 이 작업을 계속하던 중 하루, 가장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풍경이 컴퓨터나 핸드폰의 바탕화면에 눈이 가게 되었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바탕화면 이미지를 포토샵의 기능들을 통해 해체, 확대, 흐리게 하여 왜곡하고, 이것을 출력 후 다시 해체하여 설치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형설치 같은 경우는 작업실에서 가설치 후 사진으로 찍고 포토샵으로 설치물들을 이리저리 배치해 본 후, 그 도면을 참고로 전시장에 설치한다. 현재에는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오가며 그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무엇에 관해 작업하고 있다.

 
모하비 낮 밤(Mojave Day and Night)_디지털 프린트_42×100cm_2019   모하비 낮 밤(Mojave Day and Night)_프린트_42×100cm_2019_디테일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이번 2019년 6월부터 9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젊은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 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때 출품한 작업 〈모하비 낮 밤(Mojave Day and Night)〉이라는 작업과 2018년 8월 연남동의 CR collective라는 공간에서 전시했던 《시에라(Sierra)》전의 조각들이 있다. 시에라와 모하비는 맥 컴퓨터의 OS이름이자 바탕화면 그리고 산맥의 이름으로, 여러 맥락이 얽혀 있어서 사용하게 되었다. 가상과 실제의 경계에서 공간을 점유하고 관객을 그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작업을 많은 지원을 통해 할 수 있었다. 두개의 곡면형 벽을 사용한 모하비는 약 20×3.5미터, 시에라 바닥의 조각들은 7×3.9미터로 설치하게 되었다. 이 작업들은 계속해서 확장과 변형이 가능한 형태로써 관람자들에게 특정하게 바라는 의미 없이, 될 수 있으면 자유롭고 다양하게 해석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하게 되었다.

모하비 낮 밤(Mojave Day and Night)_디지털 프린트 후 벽에 부착_3.5×20m_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주로 많은 작가들의 작업, 전시들을 보면서 영감을 받고, 인터넷으로 작업들을 계속 리서치 한다.

Manufacture: Undo_디지털 프린트, 아크릴_가변설치_2018-19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작업 스스로 혼자서도 잘살아가는 작업을 만들고 싶다. 여러 방식으로 다양하게 관객이 원하는 대로 내 작업을 해석했으면 좋겠다. 작업에서 이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Wallpapers series_디지털 프린트_60×220cm_2018   Wallpapers series_디지털 프린트_200×120×30cm_2017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보통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생각한 후, 하나씩 진행하는데 아직 실험중인 작업이나, 기회가 없어 보여주지 못한 작업들이 있다. 이 작업들을 보여주고 싶고, 현재하는 작업도 계속해서 발전시킬 생각이다.

시에라(Sierra)_디지털 프린트_120×40cm(좌,우)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해금 동아리 ‘해금꽃비’를 만나다

눈부신 아침햇살이 마당 한가득 들어찬 청소년문화공간 다누리에서 해금꽃비김희자 회장님을 만났습니다. 해금을 가까이에서 많이 접한 경험이 없어 흔히 국악을 전공한 분들이 하는 악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인천에 해금 동아리가 있다고 하여 궁금증이 더욱 커졌습니다.

동아리가 처음 만들어진 이야기를 해주세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시작했어요. 어느 날 딸이 아주 감동적인 친구 결혼식장에 다녀왔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친구의 아버지가 축가로 색소폰 연주를 했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우리 딸이 결혼할 때 축가로 연주할 악기를 하나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며 찾아보기 시작했죠. 살면서 음악은 전혀 접해본 적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오카리나, 기타, 드럼 등 여러 악기를 찾아 고민하다가 신부 엄마가 한복을 입을 때를 생각해서 국악기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음악으로 힐링한다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도 이해해 보고 싶기도 했고요.

악기를 선택하신 후에 어떻게 배우게 되셨나요? 
엄청나게 검색해봤지만 거의 없었어요. 어렵게 찾아보니 인천에는 세 곳 정도가 있었는데 그중에 서구여성회관 프로그램이 시간대가 맞아서 만 3년 전에 입문하게 되었죠.

해금 연주를 처음 시작할 때 어떠셨어요?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어요. 저보다 몇 년을 앞서 배우신 분들도 있었는데 한결같이 어렵다더라구요. 그 이후로 ‘대금 10년, 해금 30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 ‘아차! 악기 잘못 골랐다’ 싶기도 했어요. 그래도 노력은 했죠.

그런데 어떻게 동아리를 만들게 되셨나요?
같이 배우는 분들에게 어떻게든 무대를 만들어 볼 테니 공연 준비를 하자고 제안했어요. 공연 준비로 연습하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확실한 계기를 만들어 본 거죠. 이때 여덟 명이 같이 연습을 시작했고 그 후에 동아리로 발전하게 되었어요. 그때 저희는 정말 열심히 연습했고 실력도 급성장하게 되었죠.


‘해금꽃비’에 대한 이야기 좀 해주세요.

저희 단원은 현재 8명이고 2년 전에 만들어졌어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있고요. 가정주부도 있지만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정기모임은 매주 목요일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합니다.

동아리에 강사 선생님이 따로 계신가요?
아니요, 저희는 서구여성회관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곳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을 받았어요. 최근에는 해금 강좌가 인기라서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하려면 경쟁률이 너무 높았죠. 그러던 중 부평구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강사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개인 레슨을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실력이 많이 향상될 수 있었어요. 저는 강사의 역할이라기보다는 동아리 운영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다행히 회원 개개인이 재능을 갖고 있어 곡을 선정하는 담당, 음원을 제작하는 담당이 따로 있어요.

해금이라는 악기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해금은 찰현악기라고 해요. 밀어서 내는 악기라는 뜻인데 이런 유형의 악기는 원시 악기라고 해서 어느 나라에나 있는 악기죠. 중국의 얼후하고도 비슷한데 얼후의 소리는 개량되었다고 볼 수 있고, 해금은 명주실을 사용하여 전통 그대로의 소리를 갖고 있죠. 

해금을 처음 배우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주세요.
해금은 명주실에 말총 활을 쓰기 때문에 스틸보다는 부드럽지만, 계속 연습을 하다 보면 손이 아프고 관절도 아플 수 있어요. 해금은 고정된 것이 없고 공중에 떠 있는 줄을 양손으로 모두 이용하여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어렵다고 할 수 있죠.

해금은 악보를 보고 연습하나요?
국악은 정간보를 사용합니다. 요즘엔 기존 곡을 연주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오선지에 있는 음을 손가락 기호로 표시해 연습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해금을 시작하셨지만, 동아리 활동을 통해 삶의 변화가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저는 동아리 모임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너무 열심히 연습해서 몸에 탈이 나기도 했지만요. 그리고 집에서 연습하면 시끄럽게 소리가 날 수밖에 없으니 가족들이 피해를 많이 받았겠죠?(하하) 그리고 예전에는 야외에서 운동을 많이 했는데 동아리 하면서는 실내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졌죠.

동아리의 재정적인 운영은 어떻게 해나가세요?
엄마들이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따로 회비를 걷지는 않아요. 작은 공연을 통해 받는 출연료를 모아서 부평생활문화센터 모임 공간을 대관하거나 공연 유니폼을 맞출 때 보태어 사용합니다. 최근엔 부평구문화재단의 동아리 지원금을 받아서 저희에겐 큰 힘이 되었고 정말 고마웠죠.

‘해금꽃비’라는 이름은 누가 만드셨어요?
저희 팀원들이 여러 이름 가운데 투표로 결정했어요. 해금이라는 악기로 촉촉하게 적셔주는 꽃비가 되면 좋겠다는 이름입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해금이라는 악기로 일면식도 없는 8명이 모였잖아요. 처음에는 동아리에 대해 생각하는 점이 모두 달랐어요. 그래서 팀 화합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예를 들어 우리는 ‘공연을 위한 팀’이라고 여기면서 실전처럼 연습에 매진하는 등 최소한의 규칙에 합의부터 했죠. 비록 아마추어이지만, 공연이 있을 때는 의상을 갖추고 리허설을 반드시 하는 등 단 10분의 공연을 위해 많은 기다림과 노력을 해요. 이때 그 시간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개인 비용으로 처리하다 보니 좀 어려울 때가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작게는 ‘회원들의 생일 파티는 꼭 해주자’라는 소소한 계획도 있고, 크게는 인천을 넘어 전국 국악 경연 대회라든지 국악방송 등에도 나가고 싶은 계획이 있습니다. 점차 공연 기회와 지역을 넓혀갔으면 좋겠어요. 인천시에서 하는 특별한 행사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동아리 인원도 늘려가야겠지요.

해금에 처음 입문하신 분들이 ‘해금꽃비’에 들어와 활동할 수 있나요?
처음 해금을 접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전공자에게 배우시고, 기본 실력을 갖추셨을 때 저희와 같이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원이 좀 많아지고 활동량도 많아지면, 해금이라는 악기를 동아리에서도 배우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요.

다른 장르와의 협연도 가능할까요?
다양한 악기와 협연도 가능합니다. 오카리나, 기타, 하모니카, 가야금도 좋고요. 다만 모두가 연습 시간을 맞추는 일이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동아리 자랑 한 번 해주세요.
동아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부분들을 회원들이 정확히 나눠서 각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재정, 음식, 의상, 음원, 선곡, 자원봉사 활동을 담당하는 회원들이 다 따로 있죠. 물론, 분위기도 아주 화목하고 좋습니다. ‘해금꽃비’ 많이 불러주세요.

‘해금꽃비’는 활동 범위를 계속 넓혀 여러 사람에게 해금이라는 악기를 소개하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금이 가진 처연한 소리가 모든 장소에 어울리지 않아 국악이 어울리는 행사가 많으면 좋겠고, 특히 아이들에게 해금을 소개하는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전공자를 통해 기본을 익히는 것이 중요한데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아쉬움도 전하셨고요. 마지막으로 해금뿐만 아니라 우리 국악기에 대한 강좌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건네시면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글 · 인터뷰 / 생활문화동아리 일일 시민기자 허명희




다문화밴드 ‘너나우리’ 를 만나다.

배다리 청과물 시장 맞은편, 악기점이 늘어선 도로변에 자리한 허리우드 악기사 2층에는 뮤직 갤러리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여러 동아리 중 다양한 국적에서 온 다문화 밴드가 있어 그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중국, 일본, 모로코, 필리핀, 베트남이 고국인 그들은 결혼이민으로 한국에 살며 밴드 ‘너나우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연습을 마치고 악기를 정리하는 시간이어서 다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먼저 동아리 소개를 해 주세요.
‘너나우리’는 어쿠스틱도 하고 밴드도 하는 다문화 밴드지만 외국에서 온 사람들도 있고 한국 아줌마들도 있어요. 결혼 이민자와 한국 아줌마가 서로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는 모임입니다.  

다문화 밴드인 만큼 회원들이 어느 나라에서 오셨는지 소개도 해주세요.
(선생님) 현재 회원이 10명이에요. 처음에 다문화 센터에 가서 이런 모임을 만들려고 하니 도와달라고 했어요. 처음 오신 분들은 주로 중국 분들이 많았고 지금은 일본, 모로코, 베트남, 필리핀, 페루에서 오신 분들도 있어요. 

동아리가 처음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선생님) 2017년에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노래를 선정하여 중창단을 꾸리기 시작했어요. 결혼 이민자들이 노래를 통해 한국어도 배우고 발음 교정도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죠. 그 당시에는 15명 정도가 함께 했어요. 그 당시 한국 아줌마인 송도숙 언니가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주셔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죠. 중창단이기 때문에 화음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송도숙 선생님은 어떤 마음으로 함께 하시게 되었나요? 
(송도숙) 우리 선생님이 하시는 거라면 뭐든지 OK입니다. (모두 웃음)

‘너나우리’ 모임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선생님) 저희가 처음 만난 게 2017년 7월이었어요. ‘만남’, ‘걱정 말아요 그대’ 등 좋은 한국 노래에 화음을 넣어서 10월에 첫 공연을 했어요. 3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했지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분이었어요.

힘들지 않으셨어요?
(마유미) 선생님이 하자!라고 해서 우리는 그냥 열심히 따라갔어요. 그때는 한국어 발음을 잘 못해서 어려웠는데 그래도 외국인이라는 특성이 있다 보니 공연도 하게 된 거죠.

한국 노래를 배우는 건 어떠셨어요? 어렵지 않았나요?
(마유미) 들어본 적도 없는 노래라서 어려웠어요, 그래도 모두 다 똑같이 어려워했는데, 선생님이 쉽고 재밌게 알려주시니까 잘 배울 수 있었어요.
(선생님) 여기 오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이 오세요. 리리는 정말 차이나 가수라고 여겨질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르고, 유튜브 방송도 해요. 아스마 씨도 모로코 가수예요. 노래로 요양원 봉사도 다닐 정도거든요.

그럼 중창단에서 밴드 활동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선생님) 중창단을 하면서 ‘악기를 좀 배워보자’라고 했는데 모두 흔쾌히 좋다고 했어요. 2018년부터 다 같이 통기타를 배우고, 다문화행사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왔어요. 그러다 통기타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젬베도 배우게 되었죠.

집에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세요?
(마유미) 우리 가족은 아주 좋아합니다. 음악도 배우고 한국에 적응해가는 것도 좋아해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언니들한테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어요. 배우는 것이 많아서 아주 좋아해요.
(리리) 좋아요. 애들도 좋아하고. 항상 응원해줍니다.
(선생님) 리리의 경우, 우리가 올해 동구 화도진 축제에서 시민 노래자랑에 나갔는데 70팀 중에서 예선을 통과해 12팀이 뽑혀서 본선에 진출했어요. 리리의 딸이 동영상을 찍어서 엄마 목소리라고 좋아하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다녔어요.

분위기가 너무 좋아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이야기 좀 해주세요.
(모두) 중구에 있는 ‘흐르는 물’에서 세계음악소동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저희가 초대되었어요. 그날 저는 한복을 입고 젬베를 치고 리리는 치파를 입고, 마유미 씨는 기모노를 입고, 모두 전통 옷을 입고 한 시간 정도 공연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선생님이 계셔서 좋은 이야기만 하시는 거 아닌가요?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야스미) 힘든 거 없어요. 너무 재밌어요. 매주 월,화요일만 기다려지고 여기에 오는 게 너무 좋아요.

‘너나우리’는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선생님) ‘너나우리’가 점점 커나가는 걸 보면서 밴드를 만들고 싶은데 아직은 첫발을 뗀 정도이고 내년에는 밴드다운 밴드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타악도 퓨전 타악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가능하면 체계적으로 음악을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마유미 씨가 대북, 건반, 노래 등 못 하는 게 없고 아스마 씨도 리듬감이 정말 좋거든요,

선생님은 예전부터 여성밴드 활동도 활발히 하신 거로 알고 있는데 다문화 밴드를 하면서 색다른 즐거움이 있을까요?
(선생님) 보람이 많죠. 우리 리리가 언젠가 ‘선생님을 만나서 인생이 많이 바뀌었어요’라고 말했을 때 정말 울컥했어요. 스테파니라는 친구를 위해 <파니>라는 노래를 만들어 평화창작가요제에 내보기도 했죠. 한국 생활에 정착했지만, 조금은 다른 생김새와 서툰 한국어 때문에 결혼 이민자에 대해 편견을 갖고 보는 분들이 아직은 많거든요. 예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여기 있는 이민자들이 음악을 통해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제가 오히려 너무 보람되죠

우리 동아리 자랑 한 번 해주세요.
(선생님) 우리 같은 동아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혼이민자와 한국 아줌마가 함께하는 동아리 중에서 전통춤을 추는 동아리는 있지만, 악기를 다루는 밴드 동아리는 독보적이라고 생각해요.
(아스마) 사이가 좋고 가족 같아요.
(송도숙) 다국적이라는 기분이 안 느껴져요.
(리리) 한국에 있는 친정집 같은 느낌이에요.
(선생님) 속상한 이야기를 터놓으면 친정 언니들처럼 편이 돼줘서 든든하다고 송년회 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음식을 갖고 와서 같이 나누어 먹기도 해요.

선생님이 회원들에게 이 자리에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선생님) 제가 올해 몸이 아팠어요. 지금까지 공연이 있을 때마다 제가 꼭 같이 다녔는데 올해는 다문화축제에서 초청공연을 할 때 저 없이 공연했어요. 공연 동영상을 병원에 있는 저에게 보내줘서 새벽에 봤는데 너무 잘하고 대견해서 엉엉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제 나 없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눈물) 저 없이도 되어야 하고요.

‘너나우리’에 들어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생님)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멤버가 워낙 가족같이 끈끈하다 보니 이들 사이로 들어오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고, 지금 어느 정도 중급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에 실력이 초급이신 분들이 따라오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초급반 클래스가 개설되어야 하는데, 리리와 송도숙 언니가 교육을 맡아주시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회원분들이 선생님이나 다른 동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마유미) 다문화이신 분들이 여기에 꼭 오라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선생님한테는 항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눈물)
(아스미) 우리 멤버들 절대 헤어지지 말고, 끝까지 가요. 계속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송도숙) 살면서 기회가 많이 주어져도 놓치는 사람이 많죠. 여기 계신 분들은 기회를 잘 잡았어요, 선생님만 믿고 따라가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해요.

선생님의 노력과 열정과 애정으로 하나가 된 ‘너나우리’이지만, 그 마음을 볼 수 있는 회원이 있어 선생님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과 눈물이 섞인 기분 좋은 수다였습니다.

*한국말이 서툰 회원의 말은 최대한 그대로 옮기려고 하였습니다.

글 · 인터뷰 / 생활문화동아리 일일 시민기자 허명희




이민하 LEE Minha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민하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도쿄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첨단예술표현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망각에 저항하면서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내재해 있다고 여겨지는 ‘인간다움’이 상실되어가는 구조를 추적한다. 원시적인 매체와 신기술을 결합한 방식을 추구하는 작가의 작업은 모순이 점철된 형식과 육화된 텍스트를 특징으로 한다. 작가는 아이치 트리엔날레(Aichi Triennale, 2010), 고베 비엔날레(KOBE Biennale, 2013)를 비롯한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였으며, 가리봉동 일대의 벌집을 주제로 한 전시 《낮고 높고 좁은 방》(갤러리 구루지, 2017)을 기획하였다. 작품 활동과 전시기획 외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아트레일 조성 프로젝트》(항동철길, 2015)와 같은 다수의 주민참여형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진행해왔다.

그을린 세계(The Scorched World)_소가죽, 불도장, 버티컬 플로터, 프로세싱_0.2m×14m×4m_2018/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가죽과 인두(버닝펜)라는 소재를 사용한 작업이 두드러지긴 하지만, 소재나 매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작업하는 편이다. 주로 알려진 작업은 설치나 영상의 형식이지만 드로잉이나 사진작업도 있고 퍼포먼스를 하거나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원래 동양화를 전공해서 그림을 그리다가 닥섬유를 이용한 설치작업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자신이 만들기를 더 재미있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렸을 적부터 가죽이라는 소재를 특별하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2008년 5월 광우병 촛불집회로 인해 촉발되었다. 광우병이 무엇인지를 조사하다가 빠르고 효율적인 소고기 생산을 위해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서 동종 부산물을 사료에 섞어서 먹이게 된 것이 원인이 되어 유전자가 변형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2008년 12월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가자전쟁이 벌어졌는데, 뉴스 속보로 전송되는 화염에 휩싸인 불타는 도시의 이미지와 촛불로 뒤덮인 광장의 이미지를 보면서 일견 아무 관련이 없는 두 사건 속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가죽에 인두로 지질 때 발생하는 ‘살이 타는 것 같은 냄새’와 연기로 인한 (무언가의) 환기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다.
호기심이 많아서 홀로 조용히 무언가를 조사하는 사람이다. 떠오른 아이디어가 실제 작품으로 연결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한 가지 이슈에 매료되면 관련 서적, 영화, 자료 등을 살펴보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수많은 고리 중에서 한가지 시각적 이미지를 낚아채서 작품화를 진행하는데, 자료를 찾으면서 동시에 작품의 재료 손질에 해당하는 바탕 작업을 병행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을린 세계(The Scorched World)_소가죽, 불도장, 버티컬 플로터, 프로세싱_0.2m×14m×4m_2018/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2017년 ‘아남네시스(Anamnesis)’ 프로젝트는 영상과 설치작품 <Immolation>으로 구성된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2008년 일본에서 유학했을 때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당시에는 실행할 여력이 안 되었다. 작가가 덮어쓴 가죽이 제2의 피부로 치환되어서 타인의 고통을 이야기로 아로새긴다는 착상이었다. 가죽을 소재로 사용해 오면서 ‘한 꺼풀 벗기면 다 같은 피와 살’이라는 생각을 계속해왔다. 인간은 생물학적인 종으로 나눌 수 있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종이라는 단어는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과 우리가 피부색에 의한 차별을 해온다는 것을 부각하고 싶었다.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차별을 겪은 이야기를 공유해 달라고 모집했지만, 영상촬영 때문에 참가자 모집이 무척 힘들었다. 남자들의 경우 한이 맺힐 정도의 인상 깊은 이야기가 없을뿐더러, 수치를 감추고 싶어하는 남성사회의 문화가 작용하여 결국 한 명도 모집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여성 참가자 5명으로 압축되었는데 차별의 위계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낮은 위치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맨 처음에 참가자들이 보여준 글은 신문기사나 고소장 같았다. 나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서 감정에 거리를 두고 들여다보자’라고 제안을 했고 3~4회 걸쳐 그들을 만나면서 글을 추상적으로 함께 다듬어 나갔다. 그중에 한국인 혼혈인 이탈리아 국적의 코수 리디아 씨가 이상적인 미적 성취를 이뤘는데, 그녀의 글은 자신을 만화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수천 개로 분열된 자아를 노래하는 한 편의 시로 완성되었다. 글이 완성된 후, 퍼포먼스 형식으로 영상을 촬영했는데, 직부감 컷이 꼭 필요해서 층고가 높은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을 대관해서 진행했다. 매번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작품을 제작할 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구현 방식을 밀착시켜서 형식이 스스로 말할 수 있게끔 노력하는 편이다. 현재로는 육화된 텍스트가 핵심 단어로 기능하는 것 같다.

아남네시스(Anamnesis)_영상 4K_20분 25초_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초등학생 때, 갑옷과 무기가 정리된 백과사전식 책에 끌렸었다. 나는 무기에서 고문 도구로 그리고 생체실험과 전쟁사로 이어지면서 홀로코스트와 조우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바로 세계사였다. 대체 이런 일들은 왜 벌어지는 것이며, 인류는 여기에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는 걸까? 영향을 받은 책이 많아서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엘리아데(Mircea Eliade)와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과 라울 힐베르크(Raul Hilberg)에게 존경을 표한다.
2010년 2월부터 3월까지 2개월간 시리아를 중심으로 레바논, 요르단 등 인접국가 6곳을 리서치를 빌미로 돌아다녔다. 사실 <아남네시스> 작업에서 작가는 반군과 정부군이 함께 사는 마을을 상정하여 그곳에서 가죽 오브제를 짊어지며 몇몇 사람들을 만났다, 작가는 그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가죽 오브제에 직접 새겨 필사하는 로드다큐 형식의 영상으로 구상했었다. 언젠가 더 담대해지고 환경도 잘 갖춰진다면 꼭 실행해 보고 싶다. 촬영팀과 코디네이터, 통역사 등 대규모의 원정단을 꾸려야 하겠지만 말이다. 전시지원금 같은 제도로는 실행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이겠지만, 대규모 해외 로케이션에 걸맞은 지원금 제도가 현실적으로 없지 않은가. 사실, 세계지도 작업도 1964년 뉴욕 박람회의 상징인 유니스피어(Unisphere)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전체가 지름 120피트(36.576m)인 이것의 10분의 1 크기인 지름 3m의 구체로 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인터랙티브하게 구글링한 검색 내용에 맞춰서 좌표가 이동되는 것도 상상해봤다. 걱정하지 말고 쓰라고 누군가 제작비를 대준다면 바로 실현하게 할 자신도 있다.

 

상흔(Stigma)_5m×7m×2m_2019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학생 시절부터 예술가가 액티비스트의 역할도 가능한지 궁금했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다수 존재해왔고 영향력을 미치기도 하지만, 실은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움직이려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정치가가 되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그래도 한 가지, ‘망각에 저항하는 도구’로써 예술의 역할은 있지 않나 하는 희망적인 생각이 있다. 인정받은 예술품의 특권이란 어딘가에 소장되어 보존되는 것이지 않은가. 그리고 후손들은 그 작업을 연구하고 교육할 것이고 말이다.
작년 고양 레지던시의 오픈스튜디오 때에도 관객 중에 한 분이 ‘질 것을 아는 싸움을 왜 계속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해주셨다. 그건 바로 내가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진흙탕 속에 발을 딛고 있으나 이상은 저 높은 곳을 향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분은 나에게 사회학이나 인류학을 전공해 보라고, 혹자는 정치가가 되어 보라고 조언해 준다. 내가 예술가를 선택한 것은 남겨질 작업이 ‘망각에 저항하는 도구’로 기능하기를 염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앞에 두고 관객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관객들도 내 작업의 배후에 있는 수많은 연결지점을 발견하면서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내 작업이 예술로 인정받는 순간이란, 관객들이 관람 후에 무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아닐까 싶다.

 
제물(Immolation)_5명의 참가자들의 이야기
(우즈베키스탄, 터키, 중국, 이탈리아),
120개 국어로 된 다양한 종파의 기도문들, 철 프레임_400×150×280cm_2017
  제물(Immolation)_이탈리아어와
한국어 버전의 참가자 이야기
_돼지가죽에 실버 펜_48×113cm_2017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기회가 된다면 해외 레지던시를 더 경험해 보고 싶다. 2018년에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국제교환입주 프로그램을 통해 바우하우스 데사우(Dessau) 재단의 레지던시를 3개월간 경험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데사우라는 소도시에 있으면서도 세계와 연결할 수 있는 확장의 가능성을 느꼈다. 특히 나의 관심사나 작업 주제들이 무거워서인지, 전시를 자주 하는 편이 못 된다. 그런데 내 작업이 가지고 있는 ‘차별-배제’, ‘인류-피부색’, ‘학살’, ‘성-속’, ‘육식’ 등의 키워드들은 오히려 유럽에서 더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나의 작업에 쉽게 만족을 못 하는 편이다. 나로서는 평생을 연구할 대주제를 설정하고 나아가고 있는데, 그 연구의 목표는 오픈해 놓은 셈이다. 거듭할수록 끝없이 다른 것들과 연결되어서 종종 방향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역사적 사건의 재현이나 희생자에 대한 애도에 중심을 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그 배후에 있는 구조를 알기 원하며, 그 구조가 드러나는 작품을 완성하고 싶다. 그와 동시에 ‘그 구조가 드러난 작업’을 앞으로 10여 년 후에는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나는 또한 ‘인간성을 상실하는 순간’이 드러나는 작업을 실현하고 싶다. 그 방법을 작업하면서 찾아 나가는 중이다. 이 방식은 수도자가 수행하는 방식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목표를 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다는 지점에서는 비슷한 것 같다. 그 길을 더듬어 올라가는 탐구형 예술가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

인간보관용 콘크리트 박스(A Concrete Box for Human Storage)_2-3합 장지에 콩댐, 인두 및 컷팅_480×330cm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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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합창단 ‘예그리나’ 김상구 지휘자를 만나다.

지난 9월, 2019 동아시아 생활문화축제에 합창단 연합 콜라보레이션 공연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유난히 눈에 띄는 합창단이 있었는데 바로 발달장애인 합창단 예그리나입니다.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하모니를 만들어가며 무대에 오르기 위해 애쓴 지휘자의 지도 방식과 그들의 현재와 미래가 몹시 궁금하였습니다. 햇살 드는 카페 한구석에서 김상구 지휘자를 만났습니다.

축제 이후에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셨나요?
매해 진행하는 전국 장애인 합창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연습에 매진 중입니다. 올해는 11월 25일 부산에서 개최해서 일박 이일로 다녀올 예정입니다. 난타북 팀도 있는데 같이 움직이려고 해요.

‘예그리나 합창단’이 만들어진 이야기 좀 해주세요.
2003년도에 처음 창단했습니다. 처음에는 강좌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는데 나중에는 강사 섭외가 어려워서 초청공연 있을 때만 모이다가 2017년 9월에 제가 들어오면서 정기연습을 진행하는 합창단이 되었습니다.

지휘자님은 어떤 계기로 전임 지휘자가 되셨나요?
저는 성악을 전공했어요. 사회복지 분야는 따로 공부했는데 협회에서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다가 인천시에서 주관하는 문화행사에 합창단 초청을 받았어요. 평소 나에게 있는 달란트를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천에 있는 장애인 합창단을 도와드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인천에도 합창단 지도자가 없어서 제가 돕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죠.

처음 오셨을 때와 지금이랑 합창단원들의 변화는 있나요?
처음에는 친구들이 20명 이내였어요. 합창단이라고 하기에는 인원이 너무 적어서 협회 산하시설(자립지원센터 등)에 자조모임식으로 해서 현재 장애인 친구들이 27~28명쯤 되고 비장애인 어머니들까지 모두 합하면 40명 정도 됩니다.

합창단 활동을 원하는 친구들의 연령 제한이나 조건이 있나요?
없습니다. 저희 친구들은 오히려 장애가 좀 심한 편이긴 합니다. 기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가능해요. 지금 제일 어린 친구는 고등학교 3학년이고 나머지는 성인으로 나이가 가장 많은 친구는 서른여덟 살입니다.

합창단의 활동량은 어느 정도예요?
작년에는 장애인 친구들만 합창했습니다. 그런데 활동량이 많아지니 실력 있는 공연을 원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비장애인이 재능기부로 함께 하고 있는데, 많지는 않고 현재 열 분 정도가 있으십니다. 감사한 마음에 제가 음료수도 챙겨드리고 여러모로 마음을 표현하니 지휘자가 이렇게까지 애쓰는 게 안쓰럽다며 지속적으로 함께 해주고 계세요.(하하)
요즘엔 저희가 활동도 많이 하고 좀 알려져서 그런지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분들은 어떤 마음에서 오는 걸까요?
어딘가에서 음악 활동을 하셨던 분들이 많이 오세요. 우리 친구들은 20대, 30대이지만 지적 수준은 초등학교, 중학교 수준입니다. 연습 시간은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인데 편안하고 친밀한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45분 정도는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장난치고 그래요. 이때 친구들이 그분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자기소개도 하고 얘기도 하죠.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보람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예그리나 합창단은 기관이나 단체에 속해 있나요?
인천지적발달장애인 복지협회에서 운영하는 합창단입니다만, 따로 예술단 단체 등록을 해서 공모사업도 신청하고 운영도 하고 있어요. 이 예술단에는 브라스 앙상블, 중창단, 난타, 합창단 그리고 팝 밴드도 있습니다.

합창단 활동을 하시면서 힘든 적이 있었나요?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긴 합니다. 게다가 일과를 마치고 저녁 6시 이후에 연습을 하므로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날씨 영향도 받는 편인데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 날에 아이들도 힘들어합니다. 이런 날은 연습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친구들과 레크리에이션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그리고 합창단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처음에 모두 좋았던 것은 아니고요.

합창단의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공모사업을 신청할 때 일시적으로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이 친구들을 전문예술가로 훈련해서 자립 생활을 할 수 있게 기반을 만든다는 목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죠. 공모사업의 심사위원분들은 사실 부정적이에요.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인정하지만, 이 친구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회의적이더라고요. 발표회 정도의 수준일 거라고 단정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친구들이 갖는 자긍심과 자부심은 프로 이상인데도 말이죠.

공모사업을 통해 꼭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많으신 것 같아요. 조금 더 이야기해주세요.
공모사업을 통해 복지관이나 강당 등을 대관해서 발표회 한 번 하고 끝내는 사업은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순회공연 공모사업을 신청할 때 출연료 지급 명단에 친구들 이름 한 명 한 명 모두 넣습니다. 심사 때 이것에 대해 부정적인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럴 때 저는 이것은 발표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술가로 훈련하기 위한 레슨이고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대답하죠. 결과는 예산 축소로 돌아오지만, 금액이 적더라도 아이들이 예술 활동으로 출연료를 받았다는 경험을 얻게 되는 건 큰 보람이 됩니다. 특히 이 부분은 기업과의 매칭도 고민하고 있어요. 기업에서도 장애인 고용기준과 관련해 서로 필요한 부분이 잘 맞으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가장 중요하고 궁극적인 목표는 친구들이 예술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것이에요. 비장애인이 하는 것을 장애인이 못한다는 생각은 편견입니다. 장애인도 음대 졸업하고 해외 활동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어요.

예그리나 합창단에 들어오고 싶거나 관심 있는 분들은 어떻게 가입할 수 있을까요?
일단, 발달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어야 하고, 발달장애,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모두 지원이 가능합니다. 연락처는 협회로 하시면 돼요. 연습 장소는 사회복지회관(간석동 소재) 대강당에서 매주 수요일, 목요일 저녁 6시부터 7시 반까지 하고 있습니다.

예그리나 합창단만의 특징이나 자랑거리를 말씀해주세요.
보통 제조업 등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직장에서 3개월 이상 견디지 못해요. 스스로가 비장애인과 함께 있을 때 상대방의 모든 말과 행동을 아주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거죠. 사소한 것도 비교당하고 차별받는다고 여겨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예그리나 합창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노래하고 어울리는 것 자체가 나도 할 수 있고 해냈다는 자신감을 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하는 합창단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없애줍니다.

지휘자로서 활동하는 동안 가장 기억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친구들이 무척 밝아졌어요. 소극적인 친구들도 적극적으로 바뀌고. 처음 오디션 할 때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울면서 부르던 소심한 친구가 나중에는 웃으며 아주 좋아하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전 키움과 SK 2차전 때 경기장에서 애국가 제창을 저희가 했는데 이때도 친구들이 너무너무 좋아했죠. 전혀 안 떨려 했어요. 다만 집중을 못 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말을 걸면서 저만 보게 했죠. 3일간 진행했던 합창제에도 나갔는데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세요.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장애인 예술의 가치도 비장애인의 예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지휘자님으로부터 또 다른 고민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합창단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바로 단원 모집에 어려움을 느끼고 계셨죠. 협조 공문을 정말 많이 보냈지만, 실제로 여러 기관에서는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선뜻 보내주기까지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어렵게 신입 단원이 들어오면 훈련된 기존 친구들과 잘 지낼 때까지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도 필요하다고도 하네요. 인터뷰하던 날 따스한 햇살을 받던 지휘자님의 환한 모습처럼 합창단 예그리나 지휘자님의 노력과 계획이 꽃으로 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글 · 인터뷰 / 생활문화동아리 일일 시민기자 허명희




문화예술정책동향

인천시/재단 주요정책·사업

인천시, 건축물 미술작품 공모대행 시행한다 [09.01.]
인천시(시장 박남춘)는 건축물 미술작품의 제도 보완을 위하여 지난 6월부터 인천광역시 문화예술진흥조례를 개정하고 건축물 미술작품 공모대행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 동아시아문화도시 문화예술 교류행사, 인천에서 개최 [09.03.]
2019년 8월부터 11월까지 동아시아문화도시 문화예술단체 국제교류 행사가 인천에서 개최된다. (재)인천문화재단은 지난 6월, 2019 동아시아문화도시 문화예술단체 국제교류 지원 공모를 통해 6개의 사업을 선정했다.

인천시, 골목길 재생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 [09.10.]
인천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시민의 삶을 담고 있는 원도심 골목길의 가치를 살리고, 주민 중심의 매력 있는 정주여건 조성을 위해, 인천형 ‘골목길 재생사업’ 추진을 위한 밑그림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인천시교육청, 대안교실 내실화를 위한 마을교육자원 공유 [09.11.]
인천시교육청(교육감 도성훈)은 마을의 인적 역량과 물적 자원을 학교 내 대안교실 운영 87교에 공유했다고 밝혔다…미추홀구를 중심으로 발굴 및 개발된 127개의 마을교육자원이 학교 내 대안교실 운영교에 제공되었는데 주요 영역은 문화예술, 진로교육, 체육, 생태환경, 인문학 등으로 구성되었다.

인천시, 문학미술공연예술체육언론 5개 부문 문화상 후보자 접수 [09.12.]
인천광역시(시장 박남춘)는 향토 문화예술 진흥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현저한 시민을 대상으로 내달 10월 4일까지‘인천광역시 문화상’후보자를 추천받는다.

인천시, 시민과 함께 문화로 만드는 더 나은 미래 [09.18.]
인천광역시(시장 박남춘)는 9월 18일 틈 문화창작지대에서 시민, 문화․관광․체육 관련기관 및 단체, 전문가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 문화관광체육분야 2030 미래이음 설명회”를 개최했다.

인천항 재생사업 본격화개발 줄이고 시민휴식 기능 강화한다 [09.20.]
인천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원도심 균형발전의 선도 프로젝트인 인천 내항 재생사업이 새롭게 틀을 짜고 있다.

원도심 상생 살고 싶은 인천전국에 알리다 [09.26.]
인천시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전남 순천시에서 열리는 ‘2019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에 참가해 균형발전 3대 전략(사람, 산업, 공간) 중 사람을 키워드로 한 지역혁신 사례를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문화시설·공간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올해 12월 착공할 듯 [09.03.]
인천지역 최초의 국립문화시설인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올해 12월 착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시교육청, 복합문화공간 다누리 개소 [09.05]
인천시교육청은 5일 ‘다누리’ 개관식을 열고, 문화공간과 휴먼라이브러리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인천시, 인천뮤지엄파크 예타앞두고 예산 저울질 [09.04.]
인천시가 인천뮤지엄파크 건립 사업 국비 지원을 위한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앞두고 일정 단축을 위해 시 부담을 늘릴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 빈집을 마을재생의 거점으로 만든다 [09.23.]
인천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감정원,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단법인 인천도시재생연구원과 협력하여 ‘국민 참여 빈집활용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아트센터 인천’ 11월 개관 1주년글로벌 문화공간으로 [09.27.]
인천을 대표하는 글로벌 복합 문화공간인 ‘아트센터 인천’이 11월 개관 1주년을 맞는다.

인천시설공단 시민참여 예산제추진 [09.30.]
인천시설공단이 시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발굴해 시행하는 ‘시민참여 예산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역사·문화

영일 정씨 동춘묘역문화재(기념물) 지정 예고 [09.02.]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영일 정씨 판결사공파·승지공파 동춘묘역’이 시 문화재(기념물)로 지정될 전망이다.

인천문화재단, 개성 고려 수도 1100주년 학술회의 개최 [09.03.]
고려가 개성을 수도로 정한 지 1100년이 됐다. 이를 기념해 인천문화재단이 경기문화재단, 한국중세사학회와 함께 오는 6일 오전 10시 인천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인천 연수구 대표유적 능허대, 고고역사학적 고증 큰판벌린다! [09.15.]
인천 연수구(구청장 고남석)가 대표 유적인 능허대(한나루)를 중심으로 백제와 중국의 문화교류를 고고학과 역사학적으로 살펴보고 그 역사성을 재조명하기위한 의미있는 학술회의를 마련했다고 15일 밝혔다.

지역 문화

서구만의 고유 문화자산 가치 높이자 [09.09.]
인천시 서구가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인천 연수구, 연수문화재단 임원 공개모집 [09.10.]
인천 연수구는 오는 11월 출범 예정인 연수문화재단의 임원을 공개 모집한다고 10일 밝혔다.
11월 출범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 11명 몰려

인천 미추홀구, 인천 영상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다 [09.23.]
인천 미추홀구가 영상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는 23일 올해 네번째를 맞이한 미추홀영상제와 여섯번째 열리는 미추홀 청소년영상제를 통해 전세대를 아우르는 영상축제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미추홀구, 역사 체험 프로그램 8년 연속 국비 확보 [09.21.]
인천시 미추홀구(구청장 김정식)가 진행 중인 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한 역사 체험 문화프로그램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 부평구 캠프마켓 C구역(오수정화조 부지) 반환 합의 [09.23.]
지난 2017년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도지역으로 선정돼 추진중인 ‘인천을 선도하는 지속가능 부평11번가’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인천 중구, ‘문화 활성화정부 공모사업 잇단 선정 [09.25.]
인천 중구가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한 정부 공모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 개항장 일대를 활성화하고 지역 역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인천시 동구, 거리의 미술관 로드갤러리오픈 [09.28.]
인천시 동구는 지난 26일 배다리 쇠뿔고개길에 거리의 미술관, 로드갤러리 오픈식을 개최했다.

인천시 문화예술 조례관련

[입법예고] 인천광역시 골목길 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입법예고

[입법예고] 인천광역시 공공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기타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 띄울까인천시, 관광진흥책 검토 [09.03.]
인천시는 10월 8일 월미바다열차 개통에 맞춰 월미도 앞바다에 사이다 모양 조형물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인천관광공사, ‘인천 빈티지로드책자 발간 [09.03.]
인천관광공사가 노포(오래된 가게)와 폐공장 등에 들어선 카페 등 57곳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인천 빈티지로드’ 책자를 발간했다.

인천평화창작가요제 성료평화노래 울려 퍼지다 [09.08.]
제5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 본선무대 열려, 참가자, “우리 노래로 평화 만들어 좋았다”

공식 개소한 인천섬유산 연구소 168개 섬 보물찾기전력 다한다 [09.09.]
인천지역 섬들이 간직한 다양한 보물을 연구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한 ‘인천섬유산연구회’가 공식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토론없는 문체부의 이상한 인천지역문화진흥 토론회 [09.11.]
문체부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인천지역 토론회가 지난 10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인천에서 생활문화동아리, 축제의 꽃을 피우다! [09.17.]
인천시(시장 박남춘)는 「2019 동아시아 생활문화축제」가 9월 21일(토)부터 22일(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더 웅장해진 인천의 화음더 깊어지는 시민 자긍심 [09.18.]
2019 인천합창대축제가 오는 24~26일 오후 7시30분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인천시가 주최하고 인천문화예술회관과 시립합창단이 주관하는 이 축제는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돼지열병 상륙인천 지역축제 취소·연기 [09.25.]
인천 강화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오자, 인천에서 열릴 예정이던 축제가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정치·경제 갈등속에서 음악으로 화합 [09.27.]
인천시의 ‘2019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 기념 <동아시아 합창제>가 오는 10월8일(화) 오후 7시30분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열린다.

전국

40회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 개최 [09.02.]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대한민국예술원(회장 나덕성, 이하 예술원)은 9월 3일(화)부터 27일(금)까지 예술원 미술관(서초구 반포동 소재)에서 ‘제40회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이하 예술원 미술전)’을 개최한다.

국악방송 신임 사장에 김영운 씨 임명 [09.02.]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는 9월 2일(월) 자로 국악방송 사장에 김영운 전 한양대학교 국악과 교수를 임명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에 서혜란 교수 임명 [09.02.]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박양우 장관은 8월 31일(토), 첫 개방형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으로 서혜란 신라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조치원문화정원, ‘2019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대상 [09.03.]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2019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의 대상(대통령상) 수상작으로 ‘조치원문화정원’을 선정했다.

일자리에 아이디어를 더하다! [09.03.]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9월 3일(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2차 일자리위원회를 개최하고, 「지역고용정책 개선방안」,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한 문화서비스·일자리 창출 방안」, 「환경 분야 일자리창출 방안」, 「디자인 주도 일자리창출 방안」, 「일자리위원회 운영세칙 개정(안)」을 상정·의결했다.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 문제 관련 민·관 협의체 제2차 회의 개최 [09.04.]
정부는 오늘(‘19.9.4) ’게임이용 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국내도입 문제 관련 민·관 협의체 제2차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인쇄문화발전유공자 문화훈장에 배명수 한성칼라 대표이사 [09.09.]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9월 10일(화) 오전 11시 호텔 피제이(PJ) 카라디움홀에서 열리는 ‘제31회 인쇄문화의 날’ 기념식에서 정부포상을 실시한다.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 단편 영화 3편으로 제작 [09.09.]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해외문화홍보원(원장 김태훈, 이하 해문홍)은 국내외 영화제와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젊은 영화감독 3명과 함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해외홍보영상을 제작한다.

미술로 좋은날, ‘2019 미술주간 [09.09.]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도일)와 함께 미술주간[9. 25.(수)~10. 9.(수)]을 실시한다.

민관 협업을 통한 미디어 정책홍보 미래 방향 도출 [09.10.]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는 9월 10일(화), 구글과 협업해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강남구 대치동)에서 ‘구글-범정부 정책기자단 미디어 포럼’을 개최한다.

9개국 해외 전시기획자 10명과 현대미술의 50년 후를 그리다 [09.10.]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해외문화홍보원(원장 김태훈, 이하 해문홍)은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과 함께 9월 20일(금)부터 21일(토)까지 국립현대미술관(서울) 워크숍갤러리에서 ‘2019 현대미술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문화 분야 성인지 인권환경 실태조사결과 발표 [09.10.]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2018년 공연예술, 대중문화, 출판* 분야 종사자 및 창작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문화 분야 성인지 인권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무말랭이에 무친 외할머니 이야기, 문체부 장관상 수상 [09.16.]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한국문화원연합회(회장 김태웅), ‘다음 카카오 브런치’와 함께 지난 7월부터 약 2달에 걸쳐 진행한 2019 한식문화 이야기·삽화(일러스트) 공모전 ‘우리가(家)한식’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건축, 도시, 사람 간의 관계를 공유의 관점으로 바라보다 [09.17.]
대한민국 건축문화의 현주소와 미래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건축문화 축제인 ‘2019 대한민국건축문화제’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 후원, (사)한국건축가협회(회장 강철희) 주최로 9월 20일(금)부터 26일(목)까지 ‘문화역 서울284’를 비롯한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숙명여자대학교, 육군사관학교 등, 총 4곳에서 열린다.

이웃과 삶을 나누는 함께하는 인생식탁 [09.17.]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 이하 예술위)와 함께 전국 5개 권역에서 9월, 10월의 넷째 주 토요일에 인생나눔교실 ‘함께하는 인생식탁(이하 인생식탁)’ 행사를 개최한다.

어르신 대표 문화예술축제, 2019 실버문화페스티벌 개최 [09.18.]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회장 김태웅)가 주관하는 ‘2019 실버문화페스티벌’이 9월 19일(목), 21일(토), 22일(일)에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다.

문체부, 베트남에 14번째 작은도서관문 열어 [09.19.]
9월 18일(수), 베트남 남딘성 다우스띡 중학교에서 ‘작은도서관’ 3개관의 개관식이 성공적으로 열렸다.

문체부, 중앙행정기관 국어책임관과의 간담회 개최 [09.19.]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9월 19일(목) 오전 11시 30분, 세종청사 인근에서 김용삼 제1차관 주재로 중앙행정기관 국어책임관과의 간담회를 개최했다.3

인문학과 과학이 함께 꿈꾸는 내일 [09.23.]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9월 25일(수) 오후 7시,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 이하 문예위)와 함께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을 개최한다.

가을 감성 그리고 추억! ‘9월 문화가 있는 날 [09.23.]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국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가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이다. 2019년 9월 ‘문화가 있는 날’(9. 25.)과 해당 주간(9. 23.~29.)에는 전국에서 문화행사 2,511개가 국민들과 만날 예정이다.

지역과 다() 함께 하다, 2019 전국생활문화축제 개최 [09.23.]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원장 김영현)과 충북문화재단(대표이사 김승환)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2019 전국생활문화축제’가 9월 23일(월)부터 29일(일)까지 충북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청주한국공예관 일대에서 열린다.

콘텐츠와 기술의 융·복합을 통한 발전 방안 논의 [09.23.]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김용삼 제1차관은 지난 9월 20일(금) 오후 2시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인 엘지(LG) 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5세대이동통신(5G) 기반 실감콘텐츠(VRㆍAR) 관련 기기, 자율주행차량 등의 앞선 기술 등을 체험하고, 엘지(LG) 관계자들과 콘텐츠와 기술의 융합을 통한 발전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한류 폭 한층 넓어지고, 깊어졌다 [09.26.]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원장 김태훈, 이하 해문홍)은 외교부(장관 강경화)와 함께 진행한 국제 콘텐츠 공모전 ‘토크토크코리아 2019(Talk Talk Korea 2019)’의 수상작 184건을 선정했다.

퇴근 후에 시작되는 쉼표 있는 삶 [09.27.]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이규석, 이하 교육진흥원)과 함께 9월 말부터 11월까지 ‘2019 직장인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통기타클래식사관학교 조주은 회장을 만나다.

통기타 동아리 이름이 사관학교라니!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통기타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지만, ‘통기타+클래식+사관학교’라는 이름에 숨겨진 의미가 몹시 궁금하여 연수구 동춘동 먹거리타운 한복판에 있는 연습실을 찾아갔다. 수수한 모습이지만, 다부진 눈매를 가진 회장님은 만나자마자 일정 급수의 레벨을 넘어선 사관생도(회원)가 실전 연습을 한다는 라이브 카페 ‘빈센트’를 보여주셨다. 그렇게 나의 호기심은 더욱 정점으로 치달았다. (빈센트는 회장님이 운영하는 어쿠스틱 라이브 카페이다.)

‘통기타 클래식 사관학교’(이하 사관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저는 원래 부산에서 여러 선배와 음악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동춘동에서 가수 백영규 씨가 일하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사무실을 만들었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과 주로 밤에 일했었는데 ‘단체 하나 만들어 좋은 일 좀 하면서 살자!’라는 마음에 시작했죠. 하지만 일 년도 채 안 되어 그 팀이 와해되고 그로부터 3년 후 후배와 함께 새롭게 만들었죠. 그렇게 사관학교가 생겨난 지 4년 정도 되었습니다.

동아리에 통기타와 클래식기타가 같이 있나요?
제가 원래 클래식기타를 전공했어요. 5년 전쯤 일렉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죠. 여기 와서 통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도 만났고 그렇게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이게 되더군요.

사관학교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공연을 전쟁에 비유하자면, 전쟁에 대비해서 언제든, 어디든 무대에 올라가도 악보만 보면 자유자재로 칠 수 있게 자기 나름의 히든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동아리에 처음 들어오면 무조건 150개 코드를 외우고, 코드 이론, 화성학 이론, 음악의 멋을 살릴 수 있는 악상기호 등을 익혀야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만족하는 음악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동아리의 목적이고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이 잘 따라오나요?
못 견디는 사람도 있어요. 왜냐하면 영업하러 오시는 분, 술 마시러 오시는 분 등 다양한 분이 오는데 저희는 진짜 기타를 열심히 배우러 오는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저희는 연습실을 24시간 개방하여 언제든지 연습하러 오시는 분들이 편안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실력 배양, 인재 양성이라고 할 수 있죠. (하하)

확실한 실력 배양과 인재 양성을 위한 장치가 있나요?
물론이죠. 수시로 점검을 합니다. 코드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초급반에서 중급반으로 올라갈 때는 시험을 봅니다. 혹시라도 낙제되면 다시 초급반으로 내려갑니다.

시험은 어떻게 보나요?
칠판을 이용해 코드 이론, 화성학 이론을 설명하고 여러 회원들이 채점을 합니다. 완전히 학교식이에요. 다른 동아리를 경험했던 분들은 여기에서 제대로 배운다는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도 합니다. 손가락 운지 자세도 최소 8개월간 기초를 확실히 다지고 전체 코스는 2년 정도 바라보고 있어요.

회원들이 동아리에서 경험하는 기타 훈련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코드 15개를 각각 1초 안에 잡기, 듀엣을 만들어 2주간 화음까지 구성하여 연주하며 노래하기, 곡이 완성되면 무대에서 실전 연습하기, 잘 되면 무대 위에서 감정을 넣어 노래 부르기 등 이렇게 자꾸자꾸 하다 보면 자연스레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본인들도 느끼게 되죠.

클래식 기타반은 따로 있는 건가요?
네, 클래식 기타반이 따로 있습니다. 일요일만 운영해요.

정기모임은 언제 있나요?
초급반, 중급반, 핑거스타일반이 있고, 모두 시간을 다르게 배치해서 토요일에 진행합니다. 그리고 숙제도 있어요. 모임 시간에 와서 숙제하면 저에게 딱 걸리죠.

이렇게 까다롭고 어렵게 규율을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회사에 다니다 그만두고 음악을 선택했는데, 당시 마땅히 답을 해 줄 선생님이 없었어요. 퇴직금을 받고 기타 교본을 사서 부산 통도사라는 절에 들어갔었죠. 먼 곳 구석에 있는 암자로 가서 남들은 고시 공부할 때, 저는 기타 공부를 8개월간 했죠.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가까운 곳에 좋은 선생님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누구든 기타를 통해 소통하고 싶고 정말 배우기를 갈구하고 싶거나 기타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 나는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비싼 기타를 사서 오는 회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비싼 기타 가격보다는 손이 3천만 원짜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엄격한 교육방식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즐기기를 원하는 회원들의 불만은 없나요?
가끔 있지요. 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임에서 나가시라고 말합니다. 그쪽 면에서는 좀 냉정하죠. (하하) 저희는 60대가 3명 정도 계시는데, 그분들이 말씀하시길 왜 진작에 이렇게 정확하게 교육받지 못했는지 후회된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배우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는 없을 것 같다고까지 말씀하세요.

 

회원 모집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네이버밴드로 하고 있습니다. 영흥도, 선재도, 부천, 안산 등지에서도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회장님이 동아리를 만들고 직접 운영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내가 가진 음악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은 거죠. 생각과 느낌은 아는데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분들을 돕고 싶어요. 가르치는 형식을 통해 느끼는 감정을 표현으로 공유할 때 가장 즐겁기 때문입니다.

동아리 회비가 있나요?
월 5만 원입니다. 현재 30명 정도의 회원이 있고 연습실 월세 내고, 운영비 내고, 나머지가 교육비입니다. 주 2회 정기모임을 하고 한 번에 3시간씩 교육을 합니다.

동아리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바로 공연이죠.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을 ‘같이’해보는 경험이죠. 최근에 참여한 ‘2019 동아시아 생활문화축제’도 그랬죠. 무대도 컸고… 평소에는 3~4명 정도가 공연하러 다닙니다.

어려운 점은 없으셨어요?
회원 간의 파벌이 생기면 힘들어요. 사람이 많고 동아리가 오래되면 조금씩 파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요인은 여러 가지인데 경제력, 연령, 실력 등 다양한 요소로 발생하죠. 그래서 인간관계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동아리 자랑 좀 해주세요.
첫째는 좋은 분들이라는 점, 둘째는 서로 돕는다는 점입니다. 기타 수리도 해주고, 몸이 아프면 걱정해주고 어려운 점 있으면 서로 도우려고 애쓰고 챙겨주는 모습입니다. 회원들의 연령대는 평균 40대 초반에서 60대 중반까지 있는데 기타에 대한 로망이 있는 분들이라고 볼 수 있죠. 비슷한 취미를 공유하고 있어서 그런지 끈끈합니다.

4년간 동아리 활동하면서 선생님 개인적인 삶에 변화가 있었나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 기타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맘껏 돕는다는 것을 저의 사명으로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듀엣가요제를 기획하고 있어요. 다른 팀들과 네트워크를 맺어서 같이 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가요제 출전팀은 특공대가 되겠죠. 상품도 준비할 겁니다. (하하)

앞으로 동아리의 목표가 있다면요?
회원들이 버스킹 공연 등 무대 실전 경험을 많이 쌓게 해드리고 싶어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면 겸손하기가 어려워지거든요. 다른 곳과 많이 만나봐야 겸손해지는 법도 배우게 됩니다. 기타 치는 사람들은 그래도 순수한 열정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인천에서 활동하는 많은 동아리와 교류하고 싶습니다.

나지막한 부산 억양의 조주은 회장님과 인터뷰하는 동안 ‘통기타’ 자체에 대한 애정과 체계적인 기타 교육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회장님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 데서 왔으니 국밥 한 그릇 대접해야 한다”라며 들어간 돼지국밥집에서도 뜨끈한 국물과 함께 동아리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글·인터뷰 / 생활문화동아리 일일 시민기자 허명희




언어가 달라도 음악으로 소통하는 ‘기타랑’의 Kiara 회원을 만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금요일 저녁 7시, 주안 시민지하상가에 위치한 아트애비뉴27을 찾았다. 이 동아리에 외국인 회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증 한 보따리를 등에 메고 말이다. 바로 기타 동아리 ‘기타랑’의 회원 키아라(Kiara)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곳에는 앳된 얼굴에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이는 키아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뷰를 돕기 위해 키아라를 가르치는 기타 선생님도 자리를 함께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인터뷰를 위해 조용한 교실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아라~ 기타 들고 다른 곳으로 가자.” 기타 선생님이 한국어로 말을 건네자, 키아라는 자연스럽게 기타를 들고 선생님과 우리를 따라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안녕하세요. 아라입니다.”

한국에 온 지 1년 반이 된 미국인 키아라는 현재 인천 남부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키아라의 한국 이름은 김아라(이하 아라)이다. 키아라와 비슷한 발음을 가진 김아라로 한국 이름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 我(아)에, 열매 蓏(라) 한자로 쓰인 이름인 아라는 “I bear fruits”(결실을 맺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09년도에 친구가 보여준 샤이니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처음 한국 K-pop에 빠졌다는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서 글로벌 문화를 공부했다고 한다.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안녕하세요”, “김아라입니다”, “영어 선생님이에요”, “이거 핸드폰이에요”, “몰라요”, “알아요”, “괜찮아요”라고 간단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아라는 혼자서 교재를 가지고 한글 공부를 했다고 한다.

 

“외국인 아라, ‘기타랑’ 문을 두드리다”

2019년 4월 아라는 직장 동료인 친구들의 소개로 처음으로 기타 동아리 ‘기타랑’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아라는 ‘기타랑’ 문을 열고 들어온 첫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아직 한국어에 서툴지만,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보디랭귀지도 써가면서 회원들과의 소통을 이어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만국 공용어인 음악으로 소통하는 사이 아닌가. 그렇다면 기타랑 회원들도 그랬을까? 기타랑 선생님은 아라가 처음 동아리에 들어온 날에 당황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나’하고 당황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이 언젠가 싶을 정도로 지금은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아라에게 말을 건넨다. 아라 역시 눈치껏 제법 알아듣고 반응한다.

“너무나도 다른 우리, 배려가 시작되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비단 아라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떠나서 아라와 기타 동아리 회원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일단 20대인 아라와 40대 중반의 기타 동아리 회원들 사이에는 약 20년이 넘는 나이 차이가 존재한다. 아라를 위해 팝송을 선곡하기도 했지만, 20대인 아라가 알기에는 너무 오래된 팝송이었다. 게다가 아라는 한국에서 흔하지 않은 채식주의자였다.
이들에게는 서로 다른 차이를 좁혀가는 여정들이 있었다. 아라가 첫 뒤풀이에 참석한 날은 모두 안되는 영어를 사용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뒤풀이가 끝나고는 너도나도 아라의 귀가를 걱정하며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아라를 위한 배려가 시작됐다. 한국 문화를 잘 몰랐던 아라는 처음에는 회원들의 친절이 의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의미에서 문화 충격이었다고 전한다. 또한 회원들은 매번 뒤풀이를 하러 갈 때마다 채식주의자 아라를 위해 음식에 고기가 들어가는지 앞장서서 확인에 나선다. 그리고는 가게 사장님께 고기를 빼달라고 당부하기도 한다. 최근에 아라의 친구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는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아라와 친구를 위해 노래방에 데려가기도 했다. 그렇게 ‘기타랑’에는 아라를 위한 세심한 배려들이 습관처럼 스며들기 시작했다.

“잊지 못할 한국 문화, 뒤풀이 문화”

“한국 생활을 뒤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일 것 같아요?”라는 질문에 아라는 자신 있게 “뒤풀이 문화”라고 대답했다. 뒤풀이 문화를 영어로 번역을 하면 뭐가 될까? after party?? reception?? 정도일까? 하지만 둘 다 한국 특유의 뒤풀이 문화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아라는 말한다. 처음 뒤풀이에 참석하던 날, 서로의 잔이 비웠는지를 보고 서로 챙겨주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아라는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조심스러웠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제는 “뷰티풀”, “판타스틱!”이라고 외치며 뒤풀이 문화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활동을 시작한 지 약 4년이 된 기타 동아리 ‘기타랑’은 매주 금요일에 뒤풀이를 꼭 한다. 아라는 매주 참석하지 못해도 적어도 2주에 한 번씩 뒤풀이에 참석한다고 한다. 기타 실력에 상관없이 동아리 회원들이 모이는 뒤풀이에는 매번 약 20명가량의 회원들이 참석해 노래도 부르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그야말로 흥겹게 논다. 흥이 많은 아라도 뒤풀이에서 선뜻 ‘Let it go(렛잇고)’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기도 했다. 선생님의 표현에 따르면, 아라의 뒤풀이 퍼포먼스는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연상케 했다며 뒤풀이의 생생함을 더했다.

“기타랑 덕분에 이제는 누구와도 공감할 수 있어요”

“기타랑 모임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삶의 변화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아라는 주저 없이 말했다. “뭔가 공통된 것이 있으면 누구와도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이요.” 거리를 지나다 종종 자신의 어깨를 부딪치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문화 충격을 받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이 모임에 있었으면 어땠을까’하고 이제는 그들의 다른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아라에게서만 그치지 않았다. 변화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었다. 아라의 기타 선생님은 아라를 대하는 회원들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인끼리만 모임을 해온 터라 다른 언어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라를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는 동아리 회원들을 보며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언어를 넘어서, 나이를 넘어서, 취향을 넘어서 회원들은 서로를 배려하는 방법을 실천해갔다.

언어는 소통을 이어주는 아주 작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기타랑’은 생활예술을 통해 언어가 채우지 못하는 많은 부분을 채워주고 이어주고 있었다. ‘2019 동아시아 생활문화축제’ 연합공연과 ‘기타랑’ 동아리에서 MT를 함께하며, 아라와 회원들은 끊임없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소통을 이어갔다. 내년 8월이면 아라는 미국으로 돌아간다. “감사합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위해 영어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미리 인사를 전했다. 비록 아라의 모든 말들이 그대로 전해지지는 않았더라도 감사의 마음만은 이미 모두에게 전해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뷰 내내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던 아라, 그리고 그런 아라를 복덩어리, 마스코트라고 부르며 따뜻한 눈길로 지켜보던 기타 선생님, 아라를 위한 배려의 방법을 고민하며, 다른 언어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실천하는 회원들… 이들은 오늘 또 기타를 연주하며 무엇을 주고받을까? 스며드는 빗소리보다 더 촉촉이 마음을 적시는 그들의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글·인터뷰 / 생활문화동아리 일일 시민기자 김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