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해요” – 연극동아리 ‘행복한 사람들’
인천의 남동구 간석동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이다. 이곳에는 생활문화예술 동아리 연합 놀이터 소속의 많은 동아리가 있다. 그 중 기자가 만난 동아리는 연극동아리 <행복한 사람들>이다. 2014부터 결성되어 올해 2년 차로 의욕과 열정이 넘쳐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그들의 주 활동지인 문화바람에서 <행복한 사람들>의 최진숙 회장님을 통해 귀 기울여 들어보았다.
그들의 시작
처음 시작은 문화바람의 연극 강습이었다고 한다. 최진숙 씨의 강력한 주장으로 만들어진 문화바람의 연극 강좌가 <행복한 사람들>의 시작이었다. 그녀는 이전에도 극단 MIR가 주관한 ‘시민 누구나 연극하자’ 프로그램에 2년 동안 참여하며 연극을 배웠고, 이 과정에서 연극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고 한다. 이후 2번 정도 연극동아리를 운영했으나, 아쉽게도 정기 발표회를 하지도 못하고 끝내게 되었고 그녀에겐 연극에 대한 열망과 아쉬움이 너무나도 컸다. 이후 아쉬움을 가지고 있던 그녀에게 2013년 문화바람의 시민 강좌는 발판이 되어줬다. 이 연극 강좌에서 발표회를 하고 이후 수강생들과 뜻을 함께 모아 지금의 <행복한 사람들>이 생겨났다.
가슴 속 아픔을 꺼내다.
<행복한 사람들>은 기존의 연극 대본을 쓰는 대신, 그들이 마음에 품어온 이야기를 연극으로 풀어냈다. 어린이 극단인 야의 대표님과 단원들의 합의로 이 작업은 시작됐다. 단원들은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던 기억이나 아버지로 인한 아픔, 첫사랑과 같이 각자 마음깊이 숨겨놨던 아픔과 기억들을 꺼내놓았다. 이런 기억들을 글로 쓰고 이야기로 나누면서 기획한 연극이 바로 ‘행복한 여자’(아트홀 소풍, 2014)였다.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각본을 쓰고 연습하는 과정 내내 아픈 기억을 계속 되새겨야 했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고, 괴로운 마음에 포기하고 숨어버리려는 단원들도 많았지만, 결국 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그 아픔과 고통을 이해했기 때문에 더욱 서로를 다독이며 북돋워 줬고, 그 위로에 용기를 얻은 사람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3회의 발표회를 진행하기까지…
2014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진행한 행복한 여자1과 2 이후 행복한 사람들은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자신들의 이야기로 연극의 각본을 만들었지만, 이 과정이 너무 힘들고 쉽지 않은 작업일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몰라서 고민에 빠진 것이다. 수많은 고민과 회의 끝에 선택한 것이 기막힌 동거였다. 기막힌 동거는 내 집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현대사회를 꼬집는 시대 풍자물로 방 한 칸을 두고 방을 빌린 숙자와 아영, 아영의 남자친구 동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전까지 행복한 사람들 단원들의 힐링 차원으로 극을 올렸다면, 기막힌 동거를 기점으로 더 전문적으로 연극을 다루게 된 것이다.
기막힌 동거와 시작된 인연
행복한 사람들은 정기 발표회 2회 이후로 그들을 이끌어줄 전문적인 연출가가 부재했다. 학창시절 연극을 했던 단원도 있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그때 실제 전문 연극배우로 활동하는 단원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전문적인 조력자가 필요했던 그들은 한밤의 사발면 의식으로 인연을 맺게 됐다고 최진숙 씨는 이야기했다. 행복한 사람들에 그가 영입됨으로써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연출지도 이외에도 정기 발표회 당시 조명, 음향, 포스터, 사진 등의 극의 외부적인 부분에서 아예 실제 종사자분들로 팀을 꾸려서 도움을 줬다고 한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포스터를 준비하던 그들에게 그는 너무나도 고마운 조력자가 되어줬다. 큰 도움이 되어준 실제 전문가분들과 단원에게 감사하면서도 보답을 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도 미안할 뿐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행복한 사람들의 열정과 의외성에 놀란 지인들
그들은 정기발표회를 하면 가족들이나 주변의 지인들을 초대한다고 한다. 관객으로 온 그들의 지인들은 우선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고 왔다가 프로같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을 하곤 한다. 행복한 사람들의 연극을 보며 자신들이 일상적으로 알고 지내던 사람의 이외성을 발견한 것이다. 지난 정기발표회 연극에서 부부단 원 중 남편분이 5만원이 그려진 속옷을 보이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 장면을 보며 평소에 생각할 수 없던 과감한 모습에 연기에 대한 열정을 느꼈다고 한다. 단순히 지인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로 왔던 그들은 연극을 보며 그들의 열정에 감명받고 다음 발표회를 기다리는 마니아가 됐다.
행복한 사람들이 나와 우리에게 미친 영향
인생에서 엄청난 전환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하고 싶은 연극을 할 수 있어서 자아실현에서 만족도가 크고 가족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행복한 사람들에는 부부 단원이 있는 데, 이 부부가 연극을 같이 하게 된 계기는 남편이었다. 그는 젊었을 적부터 연기에 대한 꿈이 있던 사람으로 탤런트 시험과 개그맨 시험까지 봤다. 이후 어쩔 수 없이 꿈을 접고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지만, 연기와 연극에 대한 열망은 항상 품어왔던 그였다. 그런 그의 권유로 부부가 행복한 사람들의 단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아내가 활동을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기 발표회가 가까워지면서 더 연습하자고 하며 열정적으로 변했고, 극에선 너무나 멋지게 자신의 역할을 소화했다. 시작과 달리 연극에 흥미를 붙이면서 부부 공통의 취미가 생긴 것이다. 남편은 자신의 꿈과 열정을 실현함과 동시에 아내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친 것이다.
행복한 사람들의 가족들의 응원
행복한 사람들은 연극과 연기에 대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사람들의 열정이 모여 만들어졌다. 그러한 행복한 사람들 활동이 그들의 가족들에게도 변화를 일으켰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 부모님의 삶을 존중하게 되고 그들의 배우자 또한 마찬가지로 개인 취미 시간을 인정해준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이 부모님의 새롭게 끊임없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을 응원해준다고 한다. 부부 단원의 딸들은 행복한 사람들 연습실로 직접 찾아와 부모님의 연극 연습을 구경하고, 팬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단원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최진숙 씨의 자녀들도 엄마의 연기에 대해 평하고 지적하면서도 엄마의 공연에 자신들의 친구들을 관객으로 초대하며, 엄마의 열정적인 모습을 자랑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녀는 나이가 먹고 부모가 되더라도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지켜나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 아마추어 동아리로서 가지고 있는 고민
가장 기본적인 고민은 재정적인 문제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정기발표회 3회를 준비하며, 인천문화재단 지원 신청을 했다. 설마 되겠냐 하는 마음이었지만, 운 좋게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기 공연 준비 이외에 문화바람과 놀이터 일원으로서 부담하는 비용과 같이 부가적인 비용이 드는 것은 항상 고민되는 문제이며, 이것은 행복한 사람들 이외에도 아마추어 동아리로 활동하는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그녀는 이야기했다. 두 번째는 전문적인 인력 지원이다. 좀 더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지만, 그들의 능력으로는 한계점이 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좋은 코치를 해줄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시민아마추어동아리에게 그러한 도움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그들은 다 같이 연극을 보러 가서 공부를 한다고 한다. 실제로 연극을 관람하면서 배우들의 표정 연기와 몸 쓰는 연기까지 꼼꼼하게 본다. 그러한 것들이 도움이 되지만 실질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에 가능하다면 전문인력 배치와 전문인력을 유입할 수 있는 경제적인 지원 또한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행복한 사람들의 의미
그녀는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행복한 사람들은 가족과 같다고 이야기했다. 행복한 사람들이 연습 이후 혹은 그 외의 시간에 같이 모이게 돼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연극과 별개로 돈독해지고 소속감이 생겼다고 한다. 물론 정기 발표회를 준비하며 의견충돌이 있었던 그들이다. 전문적으로 연극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합을 맞추는 과정에 그리고 재정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저 하고 싶은 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것과 달리 스태프로서 활동하기도 하고 홍보도 해야 하고 여러 부분에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에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갈등도 있었지만, 정기 발표회 이후 더 많은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 후 화해하고 더 사이가 좋아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더 돈독해지며 힘이 되어주는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꿈이 있지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가장 먼저 시작을 위한 한 발자국을 떼는 것이 제일 어렵다. 그러나 용기를 갖고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이야기했다. 우선 한 발자국 내밀어 다가오면 우리가 함께 도와줄 수 있으므로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스스로 채워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함께 하고자 하면 어렵지 않기에 용기를 가지고 말하고 싶다.
연극동아리 <행복한 사람들>은 이제 막 2년 차가 된 시민문화예술동아리로 앞으로 활동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고 했다. 최진숙 씨는 자아실현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환원할 수 있는 재능기부 또한 하고 싶다는 바람 또한 내비쳤다. 다섯 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그들의 꿈을 펼치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마주하겠지만, 그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열의를 비춰볼 때 <행복한 사람>들의 앞으로는 더욱 밝으리라는 것이라는 것을 기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터뷰 및 정리 : 시민기자 오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