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동향

<300만 인천>
 인천시 인구 19일자로 300만 돌파
시는 19일 오후 1시 현재 3,000,013명으로 통상 지역의 인구는 주민등록 인구에 3개월 이상 취업 등을 위해 출입국사무소에 등록한 체류 외국인까지 합산한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19일 오후 1시 현재 주민등록 인구 2,941,405명과 등록 외국인 수 58,608명으로 총 3,00,013명을 기록했다.

개항 이전 ‘한양의 목구멍’ 동북아 허브도시로 ‘상전벽해’
인천은 ‘한양의 목구멍'(근대 이전), ‘국제적 항구도시'(개항 이후), ‘쌀의 도시'(1920~1935년), ‘병참(무기) 도시'(1936~1945), ‘공단도시'(1970년대), ‘국제항구도시'(1990년대), ‘동북아 허브도시'(2000년 이후) 등으로 성격을 달리하며 성장해왔다. 곧 인구 300만 명 시대를 맞게 될 인천의 성장과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인천시, 최초의 개항도시… 대한민국 1등 관문 우뚝
한국 IMF 금융위기와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인천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각국의 국제기구 유치와 함께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거듭났다. 인구 300만 달성은 단순히 인구의 양적 증가를 넘어 우리나라 중심에서 자립도시를 구축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시민이 행복한 300만 인천 
인천광역시 인구가 300만명을 돌파했다.(2016.10.19.일) 대한민국 역사상 인구가 300만명을 넘은 곳은 서울과 부산 단 두 곳뿐으로 앞으로 행정구역 개편 등이 없는 한 우리나라에서 인구 300만명 규모의 대도시는 탄생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도시 300만 인천… 4대 전략·10대 정책 청사진 나왔다  
인천시가 300만 명 인구에 걸맞는 국제도시로서 자치외교와 전략적 교류협력 등 4대 전략, 10대 정책을 추진한다. 시는 8일 영상회의실에서 국제도시화위원회를 개최하고 민간위원 위촉과 ‘인천시 국제교류협력 및 국제도시화 기본계획’ 등 안건을 심의했다.

2017년 예산안 「300만 인천시대, 시민행복 더하기 및 재정건전성 회복」예산으로 편성 
재원의 중점투자 방향으로
① ‘시민이 행복한 인천’, ‘한국문화의 새중심 인천’ 등 7개 분야 추진
②「재정건전화 이행」으로 재정 “정상” 단체 전환 교두보 마련

인천 300만 앞두고 인구집중 문제 해결방안 모색해야
시민사회와 학계 등은 시가 인구 300만 시대는 기회이자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인구집중으로 인해 악화될 우려가 큰 교통·환경·폐기물처리·주거복지·재난대비 등 각종 도시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학술대회와 시민토론회 등을 열어 소통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300만 인천’ 질문 없습니까?
300만명 동시대 삶의 공간은 1926년 파리와 똑같은데 정체·가치·지향성에 대한 물음은 인천도 존재하는가. 숫자에 미혹돼 소중하고 필요한 것을 빠뜨렸는지 불안하다.

<문화성시 인천>  
3백만 시민행복을 위한『문화성시 인천』문화주권 발표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는 구)시민회관 터에 위치한 ‘틈 문화창작지대’ 에서 시민과 문화관련(문화,예술,관광,체육 등) 단체, 협회, 언론인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성시 인천을 여는『문화주권 발표회』를 가졌다.
↳ 市, 문화주권 실현 1280억 투입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인천뮤지엄파크내 조성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는 인구 300만 도시에 어울리는 인천시립미술관을 꼭 짓자는 시민들과 미술인들의 뜨거운 열망과 다양한 의견을 실현하고자 10년 넘게 논의만 거듭해온 시립미술관 부지를 남구 용현ㆍ학익동 도시개발사업구역 1블록내에 인천시립미술관, 시립박물관, 문화산업시설을 포함한 “Incheon Museum Park”를 2022년까지 단계별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 용현·학익 1블록 기부채납… 뮤지엄파크 본궤도 오른다
↳ 인천뮤지엄파크 조성을 환영한다
↳ 인천시 시립미술관 건립계획에 대한 미술계 전문가들의 반응

국립한국문학관 어디로… 인천시 ‘마지막 관문’ 총력전

시는 문화관광체육부 주관 토론회에서 한국근대문학관을 운영하면서 쌓은 인프라와 운영능력을 갖춘 인천의 강점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 인천, 국립한국문학관 유치 재개… 근대문학관 있어 비용 절감에 최적
↳ 네트워크형 국립 한국문학관을 고민하자

무르익는 인천문화 르네상스
인구 300만 대도시임에도 국립 문화공간이 전무한 인천지역의 내년 문화시설 유치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 예산에 주요 문화시설 및 문화행사예산이 속속 반영되면서 국회 예결위 심의과정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구문화재단 설립 … 지역문화진흥 나서
상대적으로 문화소외지역으로 분류되는 인천시 서구가 인천지역에서는 두번째로 ‘문화재단’을 설립해 지역문화진흥에 나선다. 서구는 최근 서구문화재단설립 타당성검토 용역이 이달 말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재단 설립에 나서겠다고 25일 밝혔다.

계획은 호화찬란 … 내용은 두루뭉술 … 실효성 의문부호
지역 문화계에서는 우려부터 쏟아내고 있다. 민선6기 시정부 임기 내에 실현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가 발표한 사업들 상당수는 정부 협조가 반드시 필요해 실현 가능성을 점칠 수 없는데다, 추진에 난항을 겪는 사업도 일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도시품격 높일 인천문화주권 발표
문화주권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수가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져 문화의 역외 소비가 많은 것을 되찾아오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인천의 가치 재창조를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예술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인천의 과거를 아는 인천 출신 시장이 제대로 맥을 짚은 듯해 문화예술계에 발을 넣고 사는 한 사람으로서 고맙고 기쁘다.

‘문화성시 인천’ 문화생태계부터 살려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보장되는 문화도시를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예술콘텐츠를 생산하는 문화예술인과 단체들의 활동 보장이 전제돼야한다. 시의 비전과 계획에 그런 관점이 녹아 있는지 궁금하다. 예술인(단체)들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선 그들이 생산하는 콘텐츠가 안정적으로, 그리고 활발하게 공급되고 소비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현재 콘텐츠의 생산과 공급, 소비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한다.

기타에서 엿보는 ‘문화성시’
인천시가 최근 ‘문전성시’를 빗대 ‘문화성시 인천’을 선포했다. ‘문화성시’는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문화운동이다. 그러다 보니 문화관련 시설 등 하드웨어에 치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강하다. 사실 민간의 문화자생력 측면에서 볼 때 리여석 기타오케스트라는 희귀한 성공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제2, 제3의 리여석 기타오케스트라가 탄생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문화자생력을 키우는 일, ‘문화성시’를 꿈꾸는 인천시가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인천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  
‘문화도시 인천’ 종합발전 계획 내년 3월께 완료
지난 5월부터 인천시가 연구 용역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이 중간 보고회를 열었다. 향후 5년 동안 문화도시로 가기 위한 기반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잡는 이 계획은 내년 3월까지 전체 연구를 완료할 예정이다.

정책 주도 아닌 ‘실천 주체’들이 만드는 문화밑그림
인천시가 ‘인천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 수립 용역’ 1차 중간보고회를 지난 4일 오후 2시 ‘틈 문화창작지대’에서 개최했다.

인천시민, 문화에 관심높은데 활동은 소극적
시는 4일 남구 주안동 틈 문화창작지대(옛 시민회관)에서 ‘인천시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 수립’ 1차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문화도시 종합계획 연구 수행 단체인 ‘문화다움’은 이 자리에서 5월부터 3일까지 시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주 외국인 많은 인천, 문화다양성 개념 재정립 필요
9일 부평구문화재단이 주최한 ‘제4차 문화포럼’에서는 ‘문화다양성 활성화를 위한 협력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부평과 인천 내 문화계 인사들은 물론 문화 관련 연구기관 소속의 전문가 등이 모여 다문화의 개념을 외국인에서 더 넓혀 장애인과 새터민, 성 소수자 등에까지 확대 인식해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음악, 인간으로 가는 문
인천 부평에 음악도시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허다한 사람을 흥분하게 할 만한 좋은 소식이다. 정말 멋진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장르나 몇몇 사람의 복안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꿈과 희망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꿈을 남이 대신 꾸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부디 음악과 함께 인간이 울려퍼지는 멋진 도시가 되기를 간절히 빈다.

발전적인 지역 문화예술 방향
100세 시대를 맞이해 시민들의 문화예술 이해와 참여를 위한 기회 확대를 위해 공적인 기관들은 저렴하고 좋은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 기획자 및 종사자들의 처우개선과 사회적인 예우이다. 진정한 ‘문화 융성’ 시대를 꾸릴 수 있기 위해서다.

구석구석 남아 있는 인천의 흔적들 – 주안공단 어딘가 쯤에서
현재 주안공단은 구조고도화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공단 어딘가 쯤에다가 소금박물관이나 소금역사관 같은 지역의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만 할까? 예전에도 이 지면을 통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지역에 소금박물관과 공업박물관을 동시에 만든다면 한 공간에서 지역변화의 과정을 담은 최초의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천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  
인천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과 내항 1·8부두 재개발 사업 연계방안 시급
인천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은 2021년까지 인천의 원도심인 중구와 동구 일대 3.9㎢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 선도사업에 선정돼 국비 250억 원을 지원받는다.

내항 재개발 지지부진 ‘상상플랫폼’ 우선 추진
인천 내항 1·8부두 재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인천시가 이 사업에 포함된 상상플랫폼 조성사업부터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인천 내항 1·8부두 재개발 사업부지(28만6천395㎡)에서 상상플랫폼 조성 예정지인 8부두 내 곡물창고(2만1천592㎡)를 제외해 달라고 최근 정부에 건의했다고 30일 밝혔다.
↳ 상상플랫폼에 예술가 유치 “젠트리피케이션 막아라”

인천 내항 발전 마스터플랜 짠다
마스터플랜에는 앞으로 20~30년간 인천 내항 물동량 추이 분석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인천 내항 전체의 재개발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 내항 1·8부두, 공공개발로 변경

“내항 도크타운, 해양관광 신도시로 개발을”
안상수 국회의원(새·인천중동강화옹진) 주재로 22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인천 도크타운 해양관광 신도시 건설추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 인천 내항 재개발 ‘해양관광 신도시 건설’ 추진 논란
 

인천복합역사 개발 밑그림 그린다
인천 중구의 경인전철 인천역을 복합역사로 개발하는 사업이 구체화 된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인천복합역사 개발 기본구상 및 사업 타당성 등 조사용역’을 발주했다고 25일 밝혔다. 코레일은 인천복합역사 개발 관련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최적의 사업추진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이번 용역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트센터 인천>  
인천아트센터 ‘실사’ 앞두고 인천시-사업자 간 갈등
인천아트센터의 준공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사유가 실질적인 공사기간이 아닌 공사비의 실사 문제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비 실사 이후 준공절차를 밟겠다는 시와 사실상 실사를 거부하고 있는 법인 간 갈등 때문에 외관 조경작업까지 모두 완료하고도 공사가 아직 완료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센터 운영 위한 개발사업 과정, 검·경수사해야”
인천시가 인천아트센터의 운영비 조달을 위해 추진하는 오케이센터개발사업의 자산매각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아 50억 원 대 손실을 불러일으킨 점 등에 대해 시의회에서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아트센터 인천’
‘아트센터 인천’의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한 지원 1, 2단지 조성사업이 유정복 인천시장 출범 2년이 지난 지금 각종 의혹으로 얼룩지고 있다.

송도호텔 매각불발 ‘위기’ 후폭풍오나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아트센터인천 지원단지 개발을 담당하는 SPC(특수목적법인) 오케이센터개발(주)가 추진하던 ‘홀리데이 인 인천 송도호텔’ 매각이 무산 위기를 맞았다. 인천시가 향후 아트센터인천 운영자금 마련에 활용할 기부채납 물량 축소, 주변 시설개발 지연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인천 개항장>  
개항장 거리, 시민에게 돌려주자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밀려드는 차량으로 개항장 거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차량이 가로막은 ‘걷고 싶은 거리’는 제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인일보는 개항장 거리의 현 실태와 개선 가능성,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의 선결 조건 등을 짚어본다.
↳ 1. 차도 사람도 모두 불편한 거리
↳ 2. 잠재력 100% 발휘 힘든 거리
↳ 3. 차 없는 거리, 주민·상인과 함께 만들어야

인천 개항장 관련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와 제언
개항장 관련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개항장 대표 이미지 및 관광 상품개발 방향 등을 제안

함께 만드는 개항장 프로젝트 : 문화예술활동 프로그램 확장과 활동 공간축 조성방안
지역주민, 주변종사자, 인천시민 뿐 아니라, 광역 방문객들도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개항장의 문화 컨텐츠(시설) 개발과 동시에 문화·예술적 체험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외부공간축 조성 방안 제안

개항장 일대 보행친화가로 구상
인천시의 중요 역사문화 자원인 개항장 일대를 대상으로 대상지를 방문하는 방문객이 쉽고 안전하게 도보로 이동할 수 있도록 현재 가로공간에 대한 설계 관리의 기본적 방향을 제안

<인천아트마켓>  
인천아트마켓, 성과와 아쉬움 동시에 남겨
예술문화 콘텐츠를 거래해 지역 예술 인프라를 끌어올려보자는 의도로 기획된 ‘인천아트마켓’이 올해 2회를 맞아 20~21일 양일간 하버파크호텔서 성황리에 열렸다. 폐막 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나타냈다는 반응이 중론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많은 가운데 조직위원회 역시 향후 더 정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화예술영역 공급과 수요 ‘사회적 조정’ 필요”
2016 인천마트마켓 세 번째 심포지엄이 지난 20일 오후 3시, 인천아트마켓 본행사가 열린 하버파크호텔 그랜드볼룸 홀에서 열렸다. ‘문화예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역 내발적(endogenous) 발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인천아트마켓조직위원회와 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센터장 양준호 경제학과 교수)가 공동 주관했다.

공연예술 사고 파는 ‘인천아트마켓’ 갈길 멀다
인천지역 문화가 장터에서 수요자와 어우러진 제2회 인천아트마켓이 기대 이상의 반응 속에 폐막했다. 풍성한 성과와 함께 인천문화의 중심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인천 문화, 그 문화 가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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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는 용어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불가능하다. 문화는 그것이 속한 담론의 맥락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는 다담론적 개념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나오는 문화 정의의 서두이다. 이어 “문화란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간의 작용을 가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며, “인위적인 사물이나 현상이라면 어떤 것이든 문화라는 말을 붙여도 말이 되는 것”이라고 부연한다. 이대로라면 원론적으로, ‘문화에는 인간의 손이 닿은 모든 산물이 포함되며, 인간 집단에 의해 공유되는 생활양식’이라고 정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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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할진대 문화 가치를 논하는 일이 과연 녹록할 것인가. 역시 그 대상이 그지없이 다양하고 광대한 범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천이라는 어떤 한 지역을 범위에 두고 그 문화와 문화 가치를 운위하는 경우에는 다소 안심이 될 듯하다. 인간 전반의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천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인천적인 것들을 들추어 살피는 일로 축소되는 까닭이다. 그렇더라도 실제 무엇이 인천 문화이고, 그 가치는 대체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또 다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인천 사람들이 생산한 모든 산물을 포함하여 인천 사람 집단에 의해 공유되는 생활양식을 찾아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엇일까. 인천의 정치나 경제 영역일까. 문학이나 미술 등 예술 분야 같은 좁은 의미의 전문 문화에서, 그도 아니라면 시민 대중이 즐기는 대중문화에서 찾아야 할까. 그러나 머릿속을 헤쳐 보아도 명료하게 딱히 이것이 인천 문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이에 대해 그동안 여러 논자의 의견 피력이 있기는 하다. 그들이 꼽는 인천적인 것이라면 대체로 역사적 사실이나 과거 유산, 시가지, 음식, 지역의 문화 예술, 축제, 인물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의문은 있다. 과연 인천 시민 다수가 그것들을 자신들의 삶으로써 널리 확실히 공유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런 의문의 진원을 금세 알게 된다. 우선 인천이라는 도시 형성 특성을 꼽을 수 있다. 그에 대해 1934년 2월 2일자 동아일보 기사가 이미 대답의 일단을 제시하고 있다. “장래 대경성의 문화도시로 30만 인구를 수용할 대공업도시를 꿈꾸는 인천”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당시 일제가 인천 시가지 확장을 위해 현 신흥동 주변 해안 6만 평 매립 7개년 계획을 내놓으며 한 말이다. 바로 이 짧은 기사의 행간 속에서 우리는 크게 두 가지 시사점을 읽을 수 있다. 그 무렵 인천 인구는 한국인, 일본인 합쳐 7만2천여 명이었다. 한국인만은 6만에 육박했다. 그러니까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7년 후인 1941년에는 인천의 인구가 무려 4배가 넘는 30만이 되는 것이다. 매우 급속한 인구 팽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외지 유입 인구에 의한 것이다. 이 같은 인천의 도시 형성 특성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여기서 우리는 인천 시민 다수가 인천 문화(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를 자신들의 삶으로써 널리 공유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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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장래 대경성의 문화도시’라는 말이다. 저들이 무엇을 가지고 문화도시라고 말했는지는 불분명하나, 그 말 앞에 쓰인 ‘대경성의’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특히 종속이나 소유를 의미하는 조사 ‘의’의 쓰임에 눈이 간다. 한마디로 대경성에 종속된 문화도시! 이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거의 그대로 오늘에 답습되고 있다. 곁들여 저들의 인천은 ‘문화도시와 대공업도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문화도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인천을 군수기지화 해서 한반도와 나아가 대륙까지 침탈을 노리던 일제의 기만 술책일지 모른다. 어쨌든 공업도시(산업도시) 모습 역시 300만 인구 오늘의 인천에서도 변함없이 그대로 볼 수 있다.

오늘날까지 인천의 특성이 이렇게 존속되어 오는 한, 인천은, 인천 문화는 이 두 가지 문제 위에서 이야기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이 문제에 조급할 것도, 지나치게 알레르기를 보일 것도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인위적으로 나설 일도 필경 아니다. 문화는 인간 집단이 살아오면서 집적한 생활양식 그 자체다. 인천 문화는 그 집적 속에서 찾고 자연스럽게 그것의 가치를 느끼면 되는 것이다.

김윤식 /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사람으로부터 발산되는 다양성, 자생성, 역동성의 문화적 가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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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의 문화환경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양식, 사고방식과 관습, 가치관 등 공동체의 구성원이 집단적으로 공유하며 발산하는 에너지(문화 색)로 저마다 다르게 형성된다. 인구 300만 시대로 접어든 인천은 그 어느 때보다 문화적 가치 재창조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10월 인천시정이 발표한 ‘문화주권’ 정책은 문화활동의 주체로서 ‘시민’을 정책의 중심에 두면서 인천시민의 문화적 권리 즉, 창조적 문화활동과 참여, 문화향유권 보장을 지향하는 추진방향과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논하기에 앞서 문화적 관점에서 외부의 시각으로 보는 인천의 이미지를 살펴보자. 인천은 한국 최초(最初)·최고(最古) 상징성을 지닌 풍부한 역사문화자산, 개항장 문화와 관문도시로서의 개방성과 다양성, 섬과 해양,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진 10개 자치구별 특색 있는 자연환경과 지역문화, 경제자유구역으로 형성된 신도시 문화권의 잠재력 등 인천만의 고유하고 차별화된 문화역량을 보유한 도시이다. 반면, 문화기반의 지역적 편차, 여전히 강한 공업도시의 이미지, 수도권과의 비교에서 오는 문화적 박탈감, 유동성에서 기인하는 도시정체성 등의 문제들이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에서 인천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어디에서부터 찾아나갈 것인가. 그전에 ‘문화적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문화적 가치는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렵다. 현대사회에서 문화적 가치는 다양한 시각에 의해 다양한 영역과 범주를 포함하는 확장된 의미로 사용된다. 문화적 가치의 개념 정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영국학자 Holen의 문화적 가치 개념 접근1)을 살펴보면, 문화적 가치를 도구적 가치, 공적 가치, 본질적 가치로 구분하고 있다. 세 가지 가치는 독립적이면서도 상호의존적으로 문화적 가치의 전체 개념을 설명하는데, 도구적 가치는 사회, 경제적 목적을 위해 문화가 활용될 때 발생하는 가치를 말하며, 공적 가치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에서 시민들과 연계하면서 창출해내는 시민들 간의 상호존중, 사회적 네트워크를 위한 환경 조성 및 경험의 공유를 말하며, 본질적 가치는 문화영역에 대한 지적, 감성적, 정신적 경험 가치를 말한다. 그 중 본질적 가치는 문화영역에서만 존재하는 가치로, 미적 우수성과 개별적 문화향유와 관련된 개인 영역의 활동과 경험치에 중점을 두며, 경제적 가치를 넘어선 사회적 자산으로서 공동체의 구성원인 개인이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경험에 근거해 창출되는 문화적 가치를 의미한다. 필자는 본질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인 개인, 인천시민의 삶과 일상으로부터 발산되는 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읽어내고자 한다.

인천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어느 도시보다 역동적인 환경과 시대를 살아 내온 사람들, 시민의 힘으로 많은 것을 이뤄낸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로 시간을 관통해오면서 축적된 역사문화 유산, 자산 등 내재된 문화가치를 넘어 현재 삶의 유동성, 다변화, 상이함, 문화적 다양성 등 작은 생활단위에서 사람들이 발산해내는 역동적인 문화현상과 이미지들이 인천의 개성과 장점으로 인식되는 과정에 놓여있다.
지속적인 개발과 성장으로 인한 도시의 물리적 외연의 확장과 인구증가, 빠른 환경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한 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보다 본질적으로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밀착된 곳에서 발현되는 자생적인 문화와 다양한 문화현상들로부터 발견해내는 시각이필요하다.
1) Holen, J.(2004), 「Capturing Cultural Value: How culture has become a tool of government policy」London, Demos ; Holen, J.(2006), 「Cutural Value and the crisis of legitimacy」, London, De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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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박물관, 미술관 등의 관람률은 수도권 대비2) 2015 지역민의 의식변화상(2015), 통계청.낮지만, 인천시민의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 문화예술동호회 활동과 문화예술교육의 많은 경험, 생활권 문화활동에 대한 활발한 수요3) ‘인천광역시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 수립’ 연구의 일환인 ‘2016 인천 문화지표조사’의 1차 도출결과. 수개월의 조사 설계 과정을 거쳐 현재 진행 중인 조사는 12월 중순경 종합결과가 도출될 예정이다. 가 일상생활권 문화 활성화를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주체들(예술가, 청년, 시민 등)에 의해 작은 단위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문화활동과 문화공동체의 상호교류와 소통에 대한 높은 수요가 인천의 크고 작은 일상 공간에서 문화체감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민들이 그들의 일상에서 공유하는 문화적 감성과 축적된 경험치로부터 표출되는 긍정적인 문화적 가치를 발견해낼 수 있다면, 인천이 가진 개방적이고 유동적인 입지환경, 권역별/자치구별 상이한 문화특성, 새로운 도시환경 변화가 인천이 가진 풍부한 지역문화역량이자 인천만의 문화적 가치 창조(재창조)의 동력으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세대와 계층, 소수집단 등 다양한 층위의 시민들이 저마다의 일상생활권에서 발산해내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인천만의 고유한 문화 색으로 해석해내고 공동체의 가치로 모아내는 것이 현재시점에서 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창조하는 중요한 과정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이 차곡차곡 모여진다면 인천시정이 표명한 진정한 인천 문화주권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조아영 / 문화다움 기획연구실장 ‧ 인천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 수립 공동연구

[사진 출처]
1. 2016 펜타포트 음악축제(펜타포트 락 홈페이지)
2. 2016 청소년어울림마당_부평 문화의 거리(인천시 인터넷신문 홈페이지)
3. 해안동 아틀리에_심지프로젝트
4. 플랫폼 펀치(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




상상의 놀이터(Imaginary Playground)로 초대합니다. 작가, 그레이스 은아 킴

 

상상의 놀이터(Imaginary Playground)로 초대합니다.
작가, 그레이스 은아 킴

2016년 10월 27일 직원들의 출근이 막 시작된 아침 시간에, 신포동 주민센터의 한 직원이 인천아트플랫폼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왔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네댓 명이 검은 천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며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어 지나가던 동네 주민과 행인들이 무섭다고 민원을 넣었다는 것이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가 이런 일을 ‘벌였다’던데… 어찌된 것이며, 도대체 언제 끝나는 것이냐”는 것이 문의의 골자였다. 우리는 그레이스 은아 킴 작가가 동틀 무렵부터 퍼포먼스를 할 것이라고 사전에 알려 왔기에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동사무소 직원에게 공손히 대답해드렸다. “곧 끝날 것입니다. 예술 작업이니 너무 놀라지 마세요”. 아침 나절 가벼운 소동이라면 소동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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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의 놀이터(Imaginary Playground)’라는 제목의 이 해프닝은 2016년 인천아트플랫폼 국외 입주작가인 그레이스 은아 킴이 추진한 프로젝트로, 폭 1미터, 길이 약 45미터에 달하는 검은 천을 도심의 여러 장소들을 이동하며 일시적으로 설치했다가 치우는 작업과 5명의 공연자들이 출연한 퍼포먼스로 구성된다. ‘상상의 놀이터’라는 타이틀에서 ‘상상의’는 불필요한 수식어인지도 모르겠다. ‘놀이’가 항상 상상의 세계를 전제하고, ‘상상’이야말로 ‘놀이’의 기본적인 속성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할 때 자기가 엄마, 아빠, 어른이라 상상하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수퍼 영웅이나 공주와 왕자가 되지 않던가. 여러 가지 역할극은 실제가 아닌 픽션의 세계에 내 자신을 투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눈이 내리다’와 ‘흰 눈이 내리다’가 결국은 같은 뜻이지만 다른 어감인 것처럼, ‘상상의’라는 수식어 덕에 놀이의 ‘상상적’ 속성이 환기되고 그 가치가 부각된다.
과연 그레이스 은아 킴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정작 행인들은 놀라고 심지어는 무서워하기까지 했던 그 모든 행위가 그저 ‘놀이’였고, ‘재미있자고 한 것’은 아닐 터였다. 작가는 오히려 어린 아이가 수퍼영웅이 되는, 즉 불가능이 가능해지는 장소로서 놀이터의 기능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고자 했던 것이리라.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단어로 ‘공공 장소에서의 개입(intervention in public space)’을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개입(intervention)’의 방식은 누군가를 귀찮게 하고 불편하게 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우리의 환경과 사회를 다른 각도에서 함께 들여다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자 작가 나름의 말을 거는 방식, 대화에 초청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레이스 은아 킴 작가에게 작업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1) 2016년 인천아트플랫폼 7기 국외입주작가로 9월부터 11월까지 인천에서 작업을 해왔다. 특히 10월 27일에는 여러 명의 공연자들과 함께 인천 중구의 해안동과 신포동 일대에서 ‘상상의 놀이터’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어떤 프로젝트였는지 간단히 소개해 달라.
‘상상의 놀이터’ 는 한밤중 설치 작업과 함께 시작된 예술 실험이었다. 설치 시간으로 한밤중을 택한 것은 도시가 깨어나는 아침에 나의 작업이 자연 현상인 듯이 나타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검은 천을 기존의 구조물들에 걸치거나 감는 방식으로, 물리적이고 시각적인 풍경 안에 상징적인 방해요소를 그림 그리듯 생성시키고, 그렇게 새로운 통로와 장애물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사람들의 행동 방식이나 공간 안에서 서로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꾸게 하려는 시도였다. 이후 퍼포먼스는 도시에 생기가 돌고 행인들이 서서히 거리에 나오기 시작하는 동틀 무렵에 시작되었다. 도중에 마주치는 행인들도 퍼포먼스의 일원이라고 여겼다. 나의 ‘상상의 행인’역을 수행하는 공연자들 역시 해가 뜰 즈음에 도착하여 행위의 무대였던 길거리에서 시적인 액션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그들의 행동은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관계를 일시적으로 단절시키고 중단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불과 몇 시간 뒤에 작업을 멈춰야 했는데, 민원이 많기도 했고, 경찰도 그만두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항상 평화적인 실험을 원하지 대중들과 적대적이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도중에 그만두는 것에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민원을 제기한 대중들 역시 내 프로젝트에 참여한 공연자였고, 그들도 우리와 함께 무대를 공유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기로 했던 간에, 나는 내 작업의 일부로 그들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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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상의(imaginary)’라는 단어와 ‘놀이(play)’라는 단어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작가가 생각하는 단어들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이매지너리(imaginary)’는 상상 속 공간,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과는 상관없이 마음 속에서만 존재하는 현상을 지시한다. ‘무언가를 상상하였다면, 그 상상은 이후에 현실이 된다’는 개념을 내포하기도 한다. 상상을 통해 경험이 생긴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상상이라는 것도 종국에는 결국 현실의 문제가 된다는 의미이다. 현실은 개인적인 상상과 공동체적인 상상 간의 끊임없는 타협의 결과물이다. 나는 놀이의 이론적 측면에도 관심이 있는데, 놀이가 이성적 구조와 존재 방식의 바깥에 존재하는 한계 공간(liminal space)이라는 점에 특히 주목한다. 놀이터는 다른 언어로는 표현될 수 없는 존재의 참된 모습(眞相)이 표현의 수단을 찾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상상의’와 ‘놀이터’ 모두 내가 나의 작업에서 일깨우고자 했던 공간의 심리지형적(psychogeographical) 조건을 지시하는데, 이는 공공 공간에 작동하는 매커니즘과 그 속에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구조물과 각종 경계들은 물론, 사람들이 공동체의 풍경을 어떻게 읽고, 겪으며 공유하는지 그 방식을 만들어내는 규칙들을 의심해 보게 해준다. 

3)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신청서상의 계획과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공공 공간에 개입한다는 형식은 그대로 유지하였다. ‘공공 공간(public space)’이 작가의 작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어떤 것인가?
나에게 공공 공간이란 ‘상상의 놀이터’ 프로젝트에서와 같이, 유의미하고 사회적이며 예술적인 탐구가 일어날 수 있는 가공하지 않은 무대와도 같다. 말했다시피, 나는 공간과 장소의 심리지형적 측면에 관심이 많다. 우리는 풍경과 메커니즘을 만들어 낸 창조자이지만, 거꾸로 이러한 풍경과 메커니즘이 우리 자신 모습을 규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과의 상호 작용은 끊임없이 돌고 돌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는 매우 힘이 든다. 이 순환 고리를 끊고 비판을 할 수 있으려면 우리는 오히려 공공이라는 것을 개인으로서의 자기 안으로 끌어 들여야만, 내면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공의 풍경은 나의 캔버스가 되고, 개입은 탐구의 영역이며, 사람들은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내 작업의 공동 창조자이다. 나는 대중과의 직접적인 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맥락을 설정하려고 애쓴다. 공공영역에서 벌어진 각각의 프로젝트들은 내가 무엇을 경험했고 배웠는가 하는 점에서, 그리고 대중으로부터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가라는 점에서 모두 매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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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입(intervention)’이라는 형태가 최근 들어 서서히 현대미술계에서 그 양상을 드러내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단어이자 혼란스러운 개념인 것 같다. 특히 ‘개입’이나 ‘간섭’은 타인의 범위나 권한을 침범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생각하는 ‘개입’의 가치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나 역시 ‘개입’의 부정적 측면을 이해하고 있고, 그간 예술사에게 보아 왔거나 동시대적이라고 하는 예술 행위들이 개입이라는 방식을 선동적이고 아나키스트적 동기에서 사용해 왔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나도 이러한 접근 방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항상 나의 방식에 주의하려고 애쓴다. 개입을 통해 기존의 규범들을 의심해 보고자 하는 것은 같지만, 매우 기본적인 상호 존중의 범위 내에서도 비판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아가 개입은 사회적, 예술적 탐구의 방식으로, 일종의 휴머니즘적 행동주의(activism)를 겨냥한다. 나의 개입들은 실재와 픽션, 인지와 미지 사이의 모호한 공간 안에서 대중과 연계하는 것이다. 개입의 공간에서 관람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새로운 의미를 구축하도록 자극 받게 되고, 이러한 지점은 내 작업의 극히 중요한 부분이 된다. 나는 모순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 ‘실제로 참인 것(real truth)’이 발견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실존적 몽유병(existential sleepwalking)’에서 이따금씩 깨어나고, 우리의 환경과 사회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으려면, 기존의 매커니즘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으려면, 개입을 통한 대화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

5) ‘상상의 놀이터’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함께할 공연자나 보조인력을 구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알고 있다. 한국과 다른 나라의 시민들이 예술 프로젝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한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한국이 아닌 이른바 ‘서구권’에서 진행했을 때와 특별히 다르다거나 어렵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도시와 도시간의 차이, 문화와 문화 간의 차이는 너무나 복잡하고 미묘해서 왜 서로 다른 현상들이 일어나는지를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곳에서나 항상 도전 과제들에 직면하게 되고 이것을 해결하는 것 또한 어렵기 그지없다. 내가 마주치게 되는 예술가들의 유형이나 태도는 항상 예측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뜻이 맞는 협력자들을 만나는 것은 운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프로젝트에 적합한 커뮤니티를 찾는 것은 다른 문제다. 커뮤니티는 멀리 숨어있거나 감지하기 어려울 때가 있기는 하지만 항상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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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인천아트플랫폼에는 ‘시각예술’ 분야 입주작가로 들어왔는데, 진행한 프로젝트는 다분히 공연적이다. 작가는 프로젝트를 연출하거나 기획하는, 영화로 치면 감독에 해당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예술장르 간의 칸막이를 두자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예술적 아이덴티티는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비주얼 아티스트로 시작했고 여전히 시각적인 부분이 내 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하는 활동들을 하나의 어떤 것으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공연이나 퍼포먼스 작업을 하는 것 역시 이미지를 사고의 좀더 넓은 차원으로 확장하는 것이며, 관람자들과의 대화에 좀더 다가가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퍼포먼스 작업은 처음에는 부분적으로만 사용하였는데, 이미지들이 살아 움직이는 내 머리 속으로 관람자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바람에서였다. 그러고 나자, 이 세계와 공공 공간이 이미 살아있는 이미지이자 극장이었음을 깨달았고 관심이 더 가기 시작했다. 따라서 퍼포먼스는 일종의 전복적인 이미지 극장으로, 이미 존재하는 것 위에 다른 차원의 것을 평행하게 쌓아 올리는 것, 대화를 통해 실험하는 것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나에게 퍼포머(공연자)들은 공연을 수행하고 극을 재현하는 매개자 그 이상이다. 가끔씩 그들과의 작업들을 ‘퍼포먼스’라는 용어로 정의하는 것에 주저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나의 작업이 좀 더 사회적이면서 살아 있는 이미지 실험으로 여겨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미지의 이론적 측면은 항상 나의 작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의 모습은 이미지의 세계가 결정하고 이미지의 언어는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에서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록 이런 점을 잘 의식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나의 퍼포머들이 항상 말이 없는(대사가 없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퍼포머들은 상상의 관중이자 그들 자체로 상징적이며 움직이는 이미지들이다.

7) 태어나고 자란 곳은 미국이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주요 거점은 독일이며, 박사과정 중인 학교는 스위스에 있고, 현재는 인천에 와 있다. 친척들이 있어 한국에도 비교적 자주 오는 것으로 안다. 노마드적 삶은 예술가의 숙명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삶에 대한 어려움은 없는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삶은 어렵게 마련이다. 장애물이 있다 할지라도, 삶이라는 존재 그 자체가 나를 매우 풍요롭게 한다. 나는 이러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나는 세계와 세계 사이를 미끄러지듯, 표류하듯 옮겨 다닐 때에 가장 균형감을 느낀다. 이와 다르게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한 장소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이나 일정한 패턴과 예측가능성으로 빠져든다는 것은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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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곧 인천아트플랫폼의 입주기간이 끝난다. 입주 종료 전에 전시를 개최한다고 들었다. 전시의 특징을 간단히 설명해 준다면?
‘상상의 놀이터’를 기록하기 위해 찍어둔 사진과 동영상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영상을 편집하였고, 이에 더해 사운드 설치물을 전시할 예정이다. 기록물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단순한 도큐멘트로서 작품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놀이터’라는 이벤트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위한 시적이고도 서정적인 방식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보면 좋겠다. 퍼포먼스 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개념적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해당 전시 은 2016.11.19~30까지 인천아트플랫폼 G1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전시 제목은 ‘상상의 놀이터’가 진행되었던 날짜에서 따온 이다. 
    
9) 인천아트플랫폼 이후에 특별한 계획이 있는가?
인천에서의 긴 여행이 끝나면 베를린으로 돌아가 휴식 시간을 가지며 글쓰기 작업을 할 예정이다. 새로운 협업작업과 프로젝트들도 추진 중이다. 특히 내년에 베를린에서 퍼포먼스와 개인전을 진행할 예정이라, 그 또한 준비하려고 한다.
  
10) 예술가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나 지향점이 있다면?
현재 우리는 어둡고도 위태로운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큰 책임감을 느끼곤 하는데, 내가 실행에 옮기려는 모든 행동들이 어떻게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적 질문이 되고, 나는 과연 어떤 리서치를 수행해야 하며, 타인들과 어떤 관계 맺음을 해야 할 것인지를 더욱 깊게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술 작업들은 미래의 시간이 도래하여야, 실질적이고 사회적인 콘텍스트가 더욱 넓어져야만 그 존재 가치가 비로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또한 세계 여러 도시의 사상가들과의 협업을 통해야만 작업의 가치가 부가된다고 믿는다. 예술은 사회 속에서 긍정적인 움직임을 발동시킬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아주 짧은 순간일지라도 불가능이 가능이 되는 ‘놀이터’와 같이 말이다. 

글, 번역 / 이영리(인천아트플랫폼 큐레이터)




개인의 바람이 하나되어 만들어내는 무대, 빌리지앙 밴드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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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쿵. 계산동 연습실로 내려가는 발소리에 맞춰 드럼 소리가 들린다. 빌리지앙 밴드협회는 현재 블리지앙 다이어리, 블랙이글스, 미(美)뺀, 데이데이, 짱가 총 5개의 밴드가 이 공간에서 함께 하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월요일은 빌리지앙 밴드협회의 초기 멤버들이 모인 빌리지앙 다이어리가 연습을 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들의 땀과 노력이 깃든 공간에서 빌리지앙의 7년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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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협회의 시작
빌리지앙 밴드협회는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출발했다. 지역 구성원의 소모임을 만들던 와중에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게 됐고, 그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빌리지앙이 결성된 것이다. 물론 그 외에 음악을 배우고자 하던 이들도 초기 멤버로 합류하여 함께 하고 있다. 지금처럼 5개의 밴드가 함께 모여 공동체를 이룰 만큼 큰 규모의 구성원은 아니었지만, 음악을 하고자 하는 그 마음 하나로 모여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첫 걸음부터 함께한 멤버들
음악이 좋아서 모인 그들이었지만 마냥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악기를 다룰 줄 알았던 멤버도 있었지만, 초창기 멤버의 다수가 초보자이다 보니 함께 학원에 다니면서 악기를 배웠다고 한다. 최근 빌리지앙의 회장이 된 조현행 씨는 베이스라는 악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당시 학원 실장님의 지속적인 설득으로 지금까지 베이스기타를 담당하고 있다. 드럼 연주자인 황은주 씨는 전문 밴드가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연습을 하다 보니 긴 기간에 비해 엄청난 능숙함이나 급성장을 보이진 않지만, 첫걸음을 같이 뗀 출발선이 같았기에 지금까지 멤버 교체 없이 함께 잘해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1개의 밴드에서 협회가 되기까지
빌리지앙 밴드협회는 처음에 ‘빌리지앙’이라는 단독 밴드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습할 공간이 없어서 타악기 퍼포먼스 팀 ‘아작’의 공간에서 연습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금의 공간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합주를 하고 그 외의 시간은 비어있는 것이 아까워 다른 많은 사람과 공간을 함께 나누자 싶어 다른 밴드가 들어오게 됐다. 다른 밴드들이 들어오면서 초기 밴드인 빌리지앙은 빌리지앙 1기로 개명했다가 1기를 다이어리라는 언어유희처럼 이름을 바꿔 지금 빌리지앙 다이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미(美)뺀, 데이데이, 블랙이글스, 짱가가 함께 하게 되면서 ‘빌리지앙 밴드 협회’라는 더 큰 동아리로 거듭났다.

1년에 한 번, 그들의 축제 ‘정기연주회’
빌리지앙 밴드협회는 1년에 한 번씩 정기연주회를 여는데, 이는 그동안의 노력의 결과를 보여주는 축제와 같은 것이다. 정기연주회는 빌리지앙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의미 있는 축제이다. 첫 번째는 개인과 밴드의 실력 발전을 위해 의미가 있다. 연습만 하다 보면 발전성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정기연주회라는 계기를 통해 의무감과 책임감을 가지면서 개인과 밴드가 모두 한 해 동안 연습한 결과를 자신과 관객들에게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화합과 교류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빌리지앙은 여러 밴드가 모인 만큼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잘 어우러지고 교류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해낸 것이 정기연주회이다. 각 밴드에게도 정기연주회는 좋은 기회와 자극이 되며 서로 더 돈독하게 협회를 지켜나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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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연주회로 전달하는 나눔
빌리지앙의 연습실 한 켠에는 기타가 들어있는 상자들이 쌓여있다. 기타는 빌리지앙이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해서 기증하는 것으로 정기연주회의 수익금 중 일부로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빌리지앙은 이런 기증 외에도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며, 지금도 멤버 개인 각자가 곳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가족들의 변화와 응원
많은 아마추어 문화예술 동아리 멤버들이 그렇듯 조성철(전 회장) 씨는 초기에는 공연에 가족들을 초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먼저 친구들에게 아빠의 밴드 활동을 자랑할 정도로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황은주 씨도 마찬가지. ‘처음에 조금 하다가 그만두겠지’ 시큰둥한 시선에도 꾸준히 밴드 활동을 해 왔다. 윤도현 콘서트도 흥미없어 하던 아이들은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헤 엄마의 밴드 활동도 좋아하게 됐다. 조현행 씨는 오히려 아내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케이스다. 음악을 하고 싶어 했지만 잘 알지 못했던 그에게 시인인 아내는 노래를 추천하기도 하고,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따끔한(?) 응원도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아쉬운 점
곳곳에서 많은 축제와 행사가 열리지만, 지역의 문화예술동아리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는 많지 않다. 당장 눈에 보이고 보기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행사가 아닌 진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동아리와 호흡하며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축제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빌리지앙 밴드협회의 미래
빌리지앙 밴드협회를 기반으로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바램이다. 그들 자신을 위한 결정인 동시에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지금은 모두 각자의 직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은퇴도 슬슬 생각하고 있는 그들이다. 은퇴했을 때쯤에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음악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지금도 청소년을 위해 알음알음 음악 교육을 하고 있지만, 은퇴한 후에는 더 적극적으로 본격적으로 음악과 인생을 연결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에게 빌리지앙은 하나의 동아리를 넘어서 어느새 삶의 일부분 그 자체가 되었기에 빌리지앙 안에서 큰 미래를 그리는 것은 낯설지 않은 계획이다.

☞ 빌리지앙 2016년 9월 7회자 정기연주회 영상 보러 가기

공연하며 엔딩을 막바지에 앞두고 있을 때 드럼 스틱을 날려 당황했던 순간, 공연 중 음향기기가 꺼져서 사회자용 마이크로 노래를 하며 무대를 채워야 했던 순간까지… 이 모든 시간을 함께하며 음악이라는 하나의 관심사로 모인 지 어느새 7년, 이제 그들은 1년에 한 번씩 축제를 열며 세상을 향해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10년 그리고 20년 뒤에도 열정적으로 음악을 노래하며 인천을 뜨겁게 달굴 그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글 / 시민기자 오지현




인천 탈출 실패기(失敗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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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인천문화통신 3.0 취재를 위해 방문한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관람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스무 살 다섯 친구가 정처 없이 떠돌다 인천을 떠나 흩어지는 이야기다. 개봉한 지 15년이나 지났다는 영화 속 친구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나 다른 점이라면 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에 겪은 일들을 우리는 대학을 졸업한 스물네 살에 겪고 있다는 것. 우리는 이십대 초반 반짝이는 네 해와 수천만 원의 학자금을 날렸다는 것. 15년 전의 그들과 현재의 우리는 모두 ‘인턴 탈출’과 ‘인천 탈출’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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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반기문 키즈라 불렸고, 유엔사무총장과 외교관이 되겠다며 국제고에 입학했다. ‘인천에서 배워서 세계에 펼치자‘는 슬로건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인천에서 배웠지만 인천을 배우지는 않았다. 우리에게 인천은 그저 떠나야할 곳, 머물러서는 안 될 곳이었다. 모의고사 배치표에 줄을 그어 나온 대학 이름에 ‘ㅇ’자만 보여도 기함을 했다. 친구들은 대부분 서울로, 해외로 떠났다. 하지만 열아홉의 나는 수능을 망쳤고, 인천 탈출에 실패했다.

스무 살, 인천이 창피했다. 서울 사는 친척언니는 매주 보러 간다던 음악캠프를 수년에 한 번 공개방송 때나 볼 수 있었고, 지방 순회를 다니는 유명 가수의 콘서트나 연극과 뮤지컬 공연, 대형 전시도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인천에는 오지 않았다. 서울과 가깝다는 말은 그 사람들 생각이었다. 공연을 보기 위해 두 시간씩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며 대학로를 찾아야 하는 것도 싫었다. 인천에는 예술이, 문화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천 사람들은 모두 그저 인천 탈출에 실패했을 뿐, 서울로 가려다 삐끗해서 잠시 인천에 머물 뿐, 인천을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스물하나, 적성에도 맞지 않는 사범대학을 다니다 한눈을 판 곳은 인천의 문화예술판이었다. 이 바닥에서 처음 만난 프로그램은 ‘인천왈츠’. 인천에 살고, 인천에서 공부하고, 인천을 오가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쏟아냈다. 내가 타고 다니던 버스, 우리 집 앞 소래포구, 놀러 다니던 차이나타운, 우리의 이야기가 한 편의 뮤지컬이 되었다. 바삐 살며 흘려보냈던 생각들, 일상을 함께 모여 나누니 이야기가 되고 작품이 되었다. 그곳에 인천 사람들이 있었다. 인천의 이야기가 있었고, 인천의 문화가 있었다. 나는 비로소 인천에 마음을 열었고, 인천을 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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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 신포동의 임시공간에 인턴으로 출근한 지 세 달. 늦잠을 잤고, 택시를 탔다. 개항장 대표거리로, 경리단길, 가로수길처럼 만들어진다던 ‘신포로 27번길’을 기사 아저씨는 알아듣지 못했다. “홍예문에서 내려오는 길이요.”하니, 아저씨는 그제야 “아, 거기. 내가 잘 알지. 송학동이 내 고향이거든.”하며 핸들을 꼭 붙든다. 그리고 옛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지금은 근대건축전시관이 된 일본 제18은행에 근무하던 아버지, 아버지를 따라 개항장 일대를 누비던 아저씨의 유년기. 올해 인천왈츠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개항장 일대의 역사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저는 송학동 말고 선학동이 고향이에요.”하자 또 다른 이야기가 졸졸졸 흘러나온다. 선학동이 버스 종점이었다는 이야기, 송도 신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동막, 동춘, 연수동까지도 모두 바다였다는 이야기. 출근길 우연히 잡아 탄 택시에서, 우리 세대에 넘어오지 못하고 묻혀버릴 뻔 했던 인천의 이야기들을 주웠다.

인천의 문화와 미래는 인천을 사는 사람들에게 있다. 인천에 정주하는 이들이 살아온 이야기, 그들이 사는 모습이 바로 인천의 문화이고 역사이다. 흘러가고 사라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주워 담고 이어가는 것은 앞으로 인천을 살아갈 이들, 바로 청년들의 몫이다. 청년들에게 인천 탈출을 종용할 것이 아니라, 인천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인천에 살며 인천을 느끼고 인천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 나라 청년들에게 미래가 없다지만 문화예술계의 청년들은 더욱 그렇다. 인천 문화예술계의 청년은 더더욱 그렇다. 인천을 떠나는 문화예술계의 수많은 청년들은 어쩌면 인턴 탈출을 위해 인천을 떠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대학 마지막 학기, 인천에서 먹고 살고 활동하면서 졸업은 해보겠다고 취업계를 내기 위해 방문한 교수님 사무실에서, 4대 보험 가입을 안 했으면 취업자로 인정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들으며 하고 싶던 말을 반쯤 삼켰다. 이 바닥에 정규직이 얼마나 있다구요. 4대 보험비 까고 나면 우리는 뭐 먹고 살아요? 거기 쓰여 있는 임금 250만원, 한 달이 아니라 네 달치예요.

인천의 문화예술판에 기웃거린 지 3년, 임용고시 공부를 포기하고 이 바닥에 주저앉겠다며 집을 뛰쳐나온 지도 반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바닥의 선배들은 내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인천을 떠날 것을 종용한다. 이해한다. 그들이 겪어온 과거도 순탄치 않았으며, 지금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그보다도 더 암담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가 탈출해야 하는 건 인천이 아니라 인턴이다. 스물넷. 나는 여전히 인턴 탈출을 꿈꿀지는 몰라도 더 이상 인천 탈출을 꿈꾸지는 않는다. 다만 인천에서 나고 자란, 인천을 오가는, 인천을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 이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인천의 사람들을 만나고 인천의 이야기를 듣고 남기고 싶다. 함께 인천을 이야기 할 청년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인천의 청년들이 모여 떠들 시간과 공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께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인천 탈출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인천을 살고 있다고.

김진아 / 대학생,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문화정책동향

주요국 문화예술정책 최근 동향과 행정체계 분석연구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4개국의 문화예술지원을 위한 행정체계와 최신 정책동향을 분석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법정법인화 기념 세미나 자료집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중장기 발전 전략 세미나, ‘문화융성정책의 싱크탱크 : 한계와 대안’ ‘혁신을 준비하는 문화산업정책 연구방향’ ‘동북아관광 선도를 위한 관광정책 연구방향’

문화예술교육정책 중장기 추진방향
지난 10여 년 동안 추진해 온 문화예술교육의 지속적이고 새로운 발전을 위한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종합계획’ 수립과 관련하여 구체적 사업의 개선방안과 신규사업 등을 제시

문화도시를 둘러싼 정책이슈 들여다보기 
문화도시로 가는 길은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은 편인데, 도시가 표방하는 문화도시 가치와 내부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가치가 단시일에 일치되기 어렵기 때문임

문예진흥법 ‘선택적 기금제도’활용 지역문화재원 확충 방안 
‘선택적 기금제도’를 활성화하고 그 재원을 지역문화예술진흥 재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함

골목경제 활성화 전략, 이야기가 있는 생생골목을 만들자
이 글은 지역 내 선순환 경제 구축 및 마을공동체의 가치복원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최적의 경제단위인 전라북도 골목 및 골목자원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골목경제 활성화 전략을 제안하기 위해 작성되었음

예술의 국민경제적 위상과 고용 및 부가가치에 미치는 영향
본 연구는 문화예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소비 활성화가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증진 및 사회 총 후생에 대한 기여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부가가치의 증가, 고급 인력의 고용 확대 등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밝히는 데 목적이 있음

콘텐츠 산업의 성장 키워드 ‘키즈 콘텐츠’
‘엔젤산업’으로 불리는 키즈 콘텐츠 산업의 열기가 뜨거움. 출산율은 낮아진 반면, 아이에게 투자하는 비용은 늘어나고 있음

문화적인 축제의 장으로서의 프랑스 지역 문화 축제
프랑스지역문화축제, 아비뇽연극제, 로리앙켈트문화페스티벌, 앙굴렘만화축제 사례 분석

2015년 문화관광축제 종합평가보고서
문화관광축제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체제를 구축하고 평가결과의 환류를 통한 축제의 질적 제고를 위한 종합평가보고서




구국 영웅 대망론의 대표작, 「이순신전」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은 전국 유일의 공공 종합문학관입니다. 근대문학을 중심으로 한 근대 한국학 자료 약 3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콘텐츠 중심형 문학관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자료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학관에 직접 오셔서 한국 근대문학이 가진 의미와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01 구국 영웅 대망론의 대표작, 「이순신전」

한말 유림 출신인 단재 신채호(1880~1936)가 쓴 역사전기소설/역사전기물이다. 단재는 <대한매일신보> 주필로 재직하면서 신문 잡지 등 미디어를 통해 애국계몽운동을 하던 시기에 이 작품을 썼다. 단재는 이 작품을 먼저 국한문(「수군 제일 위인 이순신」)으로 발표한 뒤 나중에 순한글본으로 다시 발표했다. 문체에 따라 독자층이 구분되어 있었던 당시 독자 현실을 염두에 둔 작품창작이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한문 독자인 양반/지식인과 한글 독자인 일반 대중과 부녀자층까지 이순신과 같은 구국 영웅의 출현과 이순신과 같은 애국심을 갖게하기 위해 국한문과 순한글 두 문체를 겸용한 것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곤경에 빠진 나라를 구한 이순신의 일생을 영웅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 속 이순신은 선공후사, 멸사봉공의 화신으로서의 구국 영웅이다. 이순신 같은 영웅이 나와 1900년대 후반 대한제국을 위기에서 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창작했음은 물론, 독자들이 작품을 읽고 이순신과 같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갖거나 갖게 하고자 한 작품이다.

함태영 /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하나의 마음, 하나의 소리- 인하대 동문 합창동아리 ‘인하모니(仁HArm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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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금요일 늦은 저녁, 인적 드문 캠퍼스 안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시끄러운 클럽 음악도, 신나는 밴드 음악이나 힙합도 아닌 서정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의 가곡. 인하대 동문으로 구성된 합창동아리 ‘인하모니’의 단원들은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학교에 모여 목소리를 맞춰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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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빛날 : 2013년도 3월에 처음 모였어요. 학교에 교양 수업으로 ‘합창’, ‘교양 가창’, ‘예술가곡의 이해’ 이렇게 3개의 음악 수업이 있는데, 그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을 중심으로 합창단을 만들게 되었어요. 현재는 4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활동하고 있어요. 매 학기 교양 음악수업들이 끝나면 열리는 발표회 때마다 공연을 하고, 교수님 댁에 정기적으로 모여서 하우스 콘서트를 하기도 해요.

정현정 : 세 개의 음악 수업을 모두 듣고 나서도 노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일종의 갈증 같은 것이 있었죠. 함께 수업을 듣고 노래를 했던 사람들끼리 친분이 생기다 보니까 계속해서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마침 수업을 하셨던 조병욱 교수님께서도 합창단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해 주셨고, 그때 시작된 인하모니 활동이 4년째 지속되고 있어요.

단원들의 대부분은 학교를 떠난 졸업생이다. ‘취준생’부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도 있다. 한 주 동안 이리저리 치여야 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친구와 술 한 잔 기울이며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인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포기하고, 인하모니 단원들이 금요일 저녁에 모여 연습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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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 타 지역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대학원에서는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하고, 친목을 다질 기회가 많지 않아서 아쉬움이 들었어요. 인하모니 연습이 아니면 학교 밖으로 나올 일이 거의 없기도 하구요. 인하모니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매주 금요일 다시 인천으로, 학교로 찾아오고 있어요.

최유라 :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일상을 반복하게 되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되죠. 인하모니에 와서 함께 노래하는 시간 동안에는 일상의 생각이나 고민들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연습 때마다 교수님이 들려주시는 말씀들 덕분에 평소에 하던 고민들이 정리가 되고 마음이 편해질 때도 많아요. 힐링이 된다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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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빛날 : 연습할 때나 무대에 올라섰을 때, 40명의 목소리가 화음으로 딱 맞아 떨어지는 때가 있어요. 인고의 시간을 거치다가(웃음) 가끔씩 한 번 맞는 짜릿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연습한 보람도 느끼고 즐거워요.

단원 중 한 명은 대전에 있는 직장에 취업해 이사를 갔지만, 금요일마다 퇴근과 동시에 KTX를 타고 인천으로 온다.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면서도 금요일 저녁만큼은 잠시 엄마로서의 일상을 벗어나 인하모니 연습에 참여하는 단원도 있다. 시간이 나면 참여하고, 바쁘면 안 가고 하는 식이 아니라 의욕적으로 연습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하모니의 단원들은 이처럼 열정적으로 연습에 참여하는 이유를 지휘자인 조병욱 교수 덕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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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현 : 처음에는 노래하는 게 좋아서 인하모니에 계속 나오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수님이 안식년을 가시고 인하모니도 잠시 연습을 쉴 때, 다른 합창동아리를 찾아갔어요. 그 때 인하모니의 특별한 점을 알게 됐죠. 선생님이 음악을 가르쳐주시기도 하지만, 인생에 대해서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세요.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좋은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게 굉장히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연습이 없는 주에는 허전할 때도 있어요.

최유라 : 교수님은 소리가 아니라 마음이 일치해야 하는 것이 노래라고 항상 말씀하세요. 기교나 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생각과 마음이 일치해야만 나오는 것이 진정한 노래이고 음악이라고요. 돌이켜보면 삶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무언가를 할 때,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와 마음이 일치하는지를 아보게 되거든요. 단순히 합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돌아보고, 삶 속에서 가치가 되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돼요.

길범준 :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해왔고 진로도 음악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인문대학을 오게 됐어요. 대학에 와서도 혼자 노래를 만들고, 취미로 피아노를 치는 작업들을 하다가 합창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노래를 하면서 음정을 맞추고, 박자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음정이나 박자가 조금 틀릴지언정, 틀려도 다 같이 틀리고 맞아도 다 같이 맞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교수로서 학교 수업을 하고 성악가로서 연주회를 하면서도 인하모니를 비롯한 세 개의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조병욱 교수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인하모니 단원들을 모으고, 연습을 진행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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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욱 : 수업만으로는 아쉬워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들이 좋았어요.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서 정서를 순화하고 정신을 도야할 수 있는 데에 기여하고 싶었어요. 내가 가진 재능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가진 소명이고 행복이라는 생각이에요.

서정훈 : 20년 후, 나이를 먹고도 인하모니 활동을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노래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건강하고 좋은 마음으로 앞으로도 쭉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 바쁜 요즘. 하지만 합창에서 화음을 맞추기 위해서는 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나의 생각, 하나의 마음으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인하모니의 건강한 노랫소리가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글 / 시민기자 김진아




삶의 수많은 경계(境界)를 경계(警戒)하는 작가, 김푸르나

 

삶의 수많은 경계(境界)를 경계(警戒)하는 작가, 김푸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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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대부분은 인간의 편리와 편의를 위해 ‘구분’법이 사용되고, ‘다름’이 만들어진다. 그것은 생명이 생길 때부터 존재한 선천적인 구분(성별, 독성, 인종 등)일 수도 있고, 후천적인 것(재산의 부와 빈, 학식 수준, 권력 지위 등)일 수도 있다. 구분지어지는 것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인간 사회의 질서이다. 어쩌면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 행위는 인간을 다른 것들과 구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가 존재할 수 있었을 테다. 인간이 인간을 존중하며 인간이 아닌 것들을 존중하지 않는 구분이 생기는 순간, 인간은 먹어서는 안 되며 인간 스스로의 안위를 보장한다. 이렇듯 이미 삶 속에 존재하는 생체, 공감각 등에 대해 구분지어지는 것들을 우리의 뇌는 인식하고 있다. 인간에 최적화된 구분을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나가고 있으며, 그러한 구분들은 인간에게 이롭게 하기도 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해치기도 한다. 그리고 구분짓기에 익숙한 우리 인간은 구분이 없어지면 불안해한다.

인천아트플랫폼의 7기로 입주 중인 작가 김푸르나는 이러한 구분짓기와 인간의 불안성에 대해 창작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그 구분을 창작 속에서 ‘경계’라고 언급하며, 그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왜 그녀는 경계를 허물고 싶어할까, 그녀에게 경계는 과연 어떠한 것들이며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이제 작가를 직접 만나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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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경계’에 대해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A. 경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래 전부터인 것 같다. 아마도 나는 2009년에 시작한 (사람이 자주 등장하는) ‘The Modern People’ 시리즈에서 이러한 경계에 대한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 시리즈는 아버지 세대와의 갈등, 인정의 결핍과 같은 혼란의 상황을 보여준다. 아버지 세대인 ‘중년 남성의 얼굴에 젊은 여성의 몸’이라는 모순된 신체를 조합하여, 자웅동체적인 인물의 형태로 결합시켰다. 작품은 주로 현대 자본주의 소비문화 속에서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을 풍자하는 시각으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졌던 가부장제도 안에서 성 역할(Gender Role)의 ‘경계 넘기’를 보여주는 작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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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경계’는 우리의 삶을 힘들게도 하지만, 편리하게 만든다고도 생각한다. ‘경계를 허문다’는 것의 필요성을 알고 싶다. 그리고 작가가 생각하기에 남겨두어야 할 최소한의 경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
A. 최소한의 경계라…. 나의 생각은 하루하루 변화하고, 바뀌고, 혼란스럽다. 때문에 경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의 경계는 항상 생성되고, 무너지고, 다시 발생되기를 반복한다. 따라서 ‘최소한’이라는 기준을 가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저 나는 지금 구분 짓고 있는 그 경계가 의미 있는 경계인지 생각해보길 바랄뿐이다.

04 Q. 선천적인 경계와 후천적인 경계는 모두 ‘후천적’으로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상관이 없는 것 같다. 경계를 만드는 이유와 힘에 대해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A. 우리는 아직까지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남자/여자, 안/밖, 몸/정신, 자아/타자, 삶/죽음 이밖에 모든 것들…) 나 또한 나만의 경계짓기를 하면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실 계속 없애려 해도 자연스럽게 생기고, 없어지고, 다시 반복하는 것이 경계가 아닐까 싶다. 경계가 완벽하게 없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모호한 경계를 즐기는 방법을 작품을 통해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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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초기 작품에는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그 사람들은 전혀 다른 성별의 모습으로 변환되는 직접적인 표현이 보인다. 하지만 어느새 사람은 사라지고 인체가 등장한다. 사람이 등장하게 된 계기, 그리고 작품에서 의도하고자 한 바를 알고 싶다.
A. 앞서 말했듯이 ‘The Modern People’ 시리즈는 아버지로 표현되어지는 ‘중년 남성의 얼굴에 젊은 여성의 몸’이라는 모순된 신체를 결합한 형태의 작업이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강요되어지는 여성 이미지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업이었다. 이 시리즈는 결국 ‘남성성, 여성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 역할의 질문으로 확대되었다. 때문에 다음 작업인 ‘The Borderless Body(경계 없는 신체)’시리즈로 자연스럽게 넘어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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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에 인체가 자주 등장한다. 인체를 소재로 삼은 계기와 작품에서의 의미를 알고 싶다.
A. 학부에서 대학원 시절을 거치며 신체를 무리하게 사용했었다. 결국 학업을 쉬어야 할 정도로 심한 목 디스크가 왔다. 휴학기간 동안 물리 치료와 디스크 치료를 받으면서 한동안 작업을 할 수 없게 되자 ‘내 몸을 내가 알아야겠다’ 싶어 신체에 대해 연구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무작정 도서관을 오가며 다양한 해부학 서적을 보던 중, 하나의 의문을 품게 되었다. 내 신체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해부학 책 속의 신체는 각각 해체되고 분리되어 있었던 것이다.(사실 정보 전달을 필요로 하는 책이기 때문에 이는 당연하다) 시각예술을 전공하는 나에겐 이 점이 흥미로웠고, 책 속에 있는 신체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수집하고, 이 수집한 신체들을 다시 섞는 작업에 도입했다. 이전 작업(‘The Modern People’)의 내용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우선 남성과 여성의 특징적인 신체인 생식기를 섞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이후에는 염색체, 혈액, 지방, 피부조직 등 다양한 신체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이 작품 또한 안과 밖이 서로 뒤섞이는 질서 없는 신체들의 행위를 통해, 두 개로 분리되어진 사고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Q. 최근 가장 관심이 있는(허물어 버리고 싶은) 경계는 어떤 것인가?
A. (작업의 내용과 무관할지 모르나) 관심보다는 최근에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허물어진 경계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요즘 예술인복지재단 파견예술인사업으로 동인천역 주변에 위치한 ‘미림극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은 인천의 유일한 실버극장인데, 극장을 찾는 어르신들의 평균연령은 70대에서 많게는 90대까지 다양하시다. 처음 이곳에서 일하면서 ‘나는 세대 간의 경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걱정을 했었는데 6개월 동안 이곳에서 일해 본 결과,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경계가 많이 바뀌었다. 생각해보면 어르신들도 나처럼 청춘이 있었고, 꿈이 있고, 아직도 나처럼 로맨스를 꿈꾸고 있었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세대 간의 경계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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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를 들어 <유선의 성장>을 이미지 자체로만 보면 ‘여성’의 아름다운 몸’으로 생각되기 쉬울 것 같다. 그러면서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결국 여성의 몸이라는 경계가 생기게 되는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명해주길 바란다.
A. 작품 <유선의 성장>은 해부학서적에서 유선의 이미지와 근육세포 확대이미지를 추출한 후, 확대, 축소, 변형의 과정을 거친 작품이다. 신체 안에 있었던 세포들이 배경으로 채워지고, 그 안에 식물처럼 보이는 유선의 성장과정 이미지를 집어넣었다. 사실 이러한 회화 작업에서 중요한 점은 유선이라는 여성의 몸을 사용한 것이 아닌 확대, 축소, 변형의 과정을 거친 신체가 서로 재조합되는 과정이다. 이는 <인체정물화>라는 작업에서도 알 수 있는데, 작품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뒤섞인 외부와 내부의 신체를 통해 분리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파편화된 신체를 정물화의 이미지로 변형시킨 이 작업에서 자궁은 꽃병이 되고, 생식기ㆍ세포ㆍ신장ㆍ혈관 등은 꽃이나 잎으로 변형된다. 테이블로 표현된 피부조직이나 배경에 자리 잡고 있는 X 염색체의 패턴들은 내부와 외부를 분리시키는 기능을 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신체들을 수용하며 결국에는 모든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Q.작가들을 미술사적 담론 속에서 ‘○○ 작가’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여성의 신체 해부학적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여 단편적으로만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은 페미니즘 작가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러한 경우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사견은 어떠한지?
A. 사실 그랬던 경우(페미니즘 작가로 구분됐던 경우)가 생각나지 않는다. 아니,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대미술에 있어 어떠한 작가로 구분짓는다는 것은 경계에 대해 말하고 있는 나에게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초기작품이었던 ‘The Modern People’시리즈를 보고 ’변태같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다. 나는 그 변태라는 말이 거북하다기보다 흥미롭게 들렸다. 왜냐하면 동식물이 변태의 과정을 거쳐 성장하듯이 나의 생각과 사고는 항상 변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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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매체를 실험하는 시도를 자주 볼 수가 있는데 작가에게 중요한 매체가 있는가?
A. 일상에서 찾아보려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진행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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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가라면 미술 영역 안에서 작품이라는 아우라를 가질 수 있는 화이트 큐브 공간, 작품의 담론과 의미를 더 생산해볼 수 있는 전시장이 아닌 공간 등 다양한 공간을 모두 실험해보길 바랄 것이다. 김푸르나 작가에게 있어 작품 설치 장소는 중요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작가에게 공간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며, 매력적인 공간은 어떠한 곳인가?
A. 2015년 첫 기획 개인전인 <기묘한 전시>에서 나는 4년 남짓 사용했던 작업실 공간을 전시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작업실은 지하였는데, 입구에 들어가는 통로부터 전시장 벽, 전시 내부공간을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관람객이 직접 신체 안으로 들어오는 체험적 공간을 경험하도록 기획하였다. 지하로 내려오는 통로의 공간은 외부와 내부를 연결해주는 신체의 공간으로 재해석하였고, 전시장 벽면에는 가로 5미터 세로 3미터 정도의 ‘뉴런’ 벽화작품을 작업했으며, 전시장 내부 곳곳에는 설치작품과 평면작품들을 배치하였다. 익숙한 공간이 주는 힘은 화이트 큐브가 주는 아우라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내가 직접 생활해보고 느꼈던 체험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공간은 이러한 체험적 공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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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특히) 아크릴 작업의 경우에 디자인적인 요소가 눈에 띈다. 관람객들 역시 고운 색채와 반복되는 패턴에 시선을 먼저 두고, 어쩌면 ‘예쁘다, 귀엽다, 갖고 싶다’ 등 이야기하며 촬영하는 경우를 보았다. 이것은 작가가 어쩌면 의도한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반응을 의도한 것인가, 그리고 의도하였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주기 바란다.
A. 관객들이 ‘예쁘다, 귀엽다, 갖고 싶다’라는 반응을 보이면 우선 내 의도가 절반은 성공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내가 주로 작품의 소재로 쓰는 신체들은 생식기, 혈액, 가슴, 세포, 지방 등 관람객들이 보기엔 약간의 불편함을 동반한 신체들이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내가 가진 고정관념일지 모르겠지만) 작품은 신체가 가지는 이런 개인적, 감정적인 측면의 완화를 돕기 위해 방법적 측면에서 객관적이고 냉소적인 표현기법을 사용하였다. 이는 신체가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한 방법이다. 
 
Q.보는 이가 어떻게 느끼면 좋겠는가.
A. 내 작품은 구분되고 나누어졌다고 생각했던 안과 밖의 신체가 서로 뒤섞이며 유쾌하게 변화하는 과정들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신체가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기를 바라며 작품 안에서 모호한 경계의 즐거움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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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페인팅 작업에서의 경계 허물기와 장소 특정형 설치 작업에서의 경계 허물기, 이 두 가지 트랙으로 나눠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 하지만 각 트랙은 다른 경계를 의미하는 듯하다. 각각 어떠한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바란다.
A. 그 동안의 회화 작업은 터부시되었던 신체의 일부나 섞일 수 없는 신체들을 해체하고 다시 재조합하는 모호한 경계 넘기의 과정이었다. 반면 장소 특정형 설치 작업에서는 그 공간에 있던 흔적을 이용해 현재의 공간과의 접점을 찾고, 다시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따라서 관객이 이 공간 안에 들어오게 된다면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모호한 공간으로 인식되어질 것이다. 나의 페인팅 작업이 신체를 통해 어떠한 고정관념이나 사고의 경계에 질문을 하고 있다면, 장소 특정형 설치 작업은 공간을 통해 경계를 체험하는 작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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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가지 트랙으로 작업하게 된 이유가 있는가?
A. 두 가지 트랙으로 의도해서 작업하지는 않는다. 다만 장소 특정형 설치작업에서는 페인팅에서 보여 줄 수 없었던 갈증들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Q.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를 바란다.
A. 최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참여했던 ‘웻 페인트’ 전시는 현재 나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아트플랫폼 주변과 자유공원 길거리 일대에서 채집한 매미의 껍질(선퇴)을 샹들리에 조명으로 제작했다. 매미의 껍질을 채집한 것은 앞서 말할 것처럼 일상에서 매체를 찾기 위한 시도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 당시(전시를 준비하는 여름기간 동안) 아트플랫폼 뒤쪽에 많은 매미들이 울부짖었으며, 그 흔적들은 주변 공원 나무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매미의 몸이었던 선퇴는 매미의 몸이자 현재는 매미의 몸이 아닌 몸이 되었다. 모호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위치한 이 매미의 몸은 작업의 소재로 쓰기에 충분했다. 200마리 남짓 되는 매미의 껍질을 채집했으며, 이는 설치와 아카이브의 형태로 전시되었다. 이 밖에도 가슴을 산의 형태로 만들고 나의 손을 직접 촬영해 꼴라주 작품으로 제작한 ‘The Borderless Body- 가슴산 365시리즈’ 작업은 목표인 365장이 다 채워지면 하나의 영상으로 제작될 계획이다. (웻 페인트 전시에서는 완성된 160장의 작품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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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창작 계획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A. 현재 ‘몸, 채집’이라는 컨셉으로 작업의 방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는 매미의 껍질을 소재로 한 작품을 시작으로 이미지 채집, 다양한 몸 채집 등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다. 또한 내가 표현하는 신체가 하나의 소재를 넘어 직접적인 도구로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에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매체와 설치, 공간을 통해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싶다.

정리 / 이아름(인천아트플랫폼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