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두 명인 신소설, 『치악산』

흔히 『치악산』은 이인직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이 작품의 저자는 두 명이다. 이 작품은 상하 2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상편의 작가가 이인직, 하편의 작가가 김교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 두 명이 썼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 없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공동 창작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편을 쓴 김교제는 이인직만큼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많은 작품을 남긴 근대계몽기를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특히 『비행선』(1912)과 『일만구천방』(1913) 등 오늘날로 치면 SF소설을 주로 번안한 작가이다.
『치악산』은 못된 시어머니와 시누이로 인해 큰 고생을 하는 착한 며느리의 고생담이다. 결말에는 악한 인물도 모두 회개하여 새사람이 되고, 착한 인물인 며느리도 그 동안의 고난이 모두 해결되어 집안 모두가 화목하게 잘 산다는, ‘권선징악’을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가정소설 유형에 속하는 작품이다. 이러한 ‘악고현부(惡姑賢婦)’형 소설은 고대소설의 흔한 패턴이지만, 작품이 창작된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 작품 안에는 외국유학으로 상징되는 신교육에 대한 강조와 미신타파, 신분제의 모순 등 전통적 왕조 체제가 붕괴하고 새로운 시대로 접어드는 당시 현실의 시대적 과제가 전면에 드러나 있는 문제적 작품이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1934년에 발행된 상하합본을 소장하고 있는데, 상하편이 한 권으로 묶였다는 점과 울긋불긋한 표지의 딱지본으로 발행되었다는 점, 1930년대까지 꾸준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글/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함태영




현대 각종 연극제의 기원을 보다

이번에 소개하는 한국근대문학관 소장품은 도서 자료가 아닌 비도서 자료이다. 1939년 <동아일보>가 주최한 제2회 연극경연대회의 홍보 전단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제강점기 각종 문학 행사 관련 홍보 자료가 현재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현실에서, 이 전단지는 당시 극단과 극단 구성원, 경연대회 방식 등 희곡과 극단, 연극의 실제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이 전단지에서 홍보하는 연극경연대회는 1939년 3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현재의 서울시의회 건물인 부민관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의 특징은 전해 열린 제1회 대회와 달리 번안작이 아닌 순수 창작만을 참가 자격으로 제한했다는 것이다. 총 두 면으로 된 이 자료는 앞면에는 일자별 참가 극단과 스폰서 광고가 있고, 뒷면엔 참가 극단인 낭만좌와 극연좌의 출품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이 두 극단은 단체상은 받지 못했지만, 남녀우수배우상(극연좌)와 희곡상(낭만좌)을 휩쓸었다. 인천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점은 낭만좌의 출품작이 인천 출신 극작가 함세덕의 「도념」이라는 점이다. 희곡상을 받은 이 작품은 나중에 「동승」으로 이름을 바꾸는데, 해방기 출간되는 함세덕의 유일한 희곡집의 제목이 되기도 하는 작품이다.

 

글 / 함태영(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연애편지가 베스트셀러가 되다. 『사랑의 불꽃』

지금으로부터 꼭 한 세기 전 자기 자신의 의지로 이성을 선택하고 사랑하는 ‘자유연애’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남녀칠세부동석’이 여전히 공고했던 현실에서 당시 청년들은 ‘사랑’이나 ‘연애’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이 붉어졌다고 한다. 따라서 부모가 아닌 자신이 주체적으로 행하는 ‘자유연애’는 지극히 ‘신성’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1920년대는 바야흐로 ‘연애의 시대’가 된다. 이러한 시대 분위기에서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베스트셀러가 탄생하는데, 이 책이 사랑의 불꽃(오은서, 신민공론사, 1923)이다. 이 책은 사랑 고백을 내용으로 한 연애편지 19통을 모아놓은 연애서간집이다. 발행자 이름은 ‘미국 선교사 오은서’로 되어 있는데, 실제 책의 간행을 주도한 것은 백조 동인 춘성 노자영이다. 검열을 의식하여 외국인 명의를 빌렸을 것이다. 이 책은 예상 외의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는데, 기록에 의하면 조선 최초의 1일 판매 부수가 3~40권에 이르는 책이었다고 한다. 당시 문맹률이나 도서구매력 등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부수가 아닐 수 없다. 일제강점기 베스트셀러일수록 현재 남아 있는 책이 거의 없는데, 이 책도 현존 부수가 한 자리에 불과하다. 1920년대 ‘자유연애’의 열풍을 잘 보여주는 이 책은 한국근대문학관도 1권을 소장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표지가 낙장이다.

글 / 함태영(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식민지 자본주의를 폭로하다. 채만식의 『탁류』

올해는 일제강점기 한국 근대소설을 대표하는 명작 채만식의 『탁류』가 발표된지 80년이 된다. 채만식은 일제 식민지 시기의 자본주의의 여러 문제점을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낸 작가로 이름이 높다.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 『탁류』는 『태평천하』와 함께 채만식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정초봉이라는 한 여인의 기구한 인생을 줄거리로 하는데, 이는 식민지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슬프고 비참한 결과물이다. 군산 미두취인소 앞의 드잡이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미두장을 둘러싼 투기와 은행자금의 횡령, 사문서 위조, 성적 문란, 사기결혼과 자식 매매, 살인 등 자본주의 일상 속의 인간들의 추한 욕망들이 숨막히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초봉으로 수렴되는 이런 인간의 욕망과 비극들을 바라보는 작가 채만식의 시선은 결코 동정적이거나 동조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냉철하고 담담하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은, 해방 후 1949년 민중서관에서 상하 두 책으로 발행된 책으로 판수를 헤아리면 3판에 해당한다. 우리 근대소설에서 몇몇 작가를 제외하면 초판 이상을 발행하는 것이 극히 드물었는데, 『탁류』는 세 번이나 다시 찍었다는 점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매우 ‘이례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글 / 함태영(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무정』 (8판)


이번에 소개하는 소장품은 춘원 이광수의 첫 번째 장편소설 무정 8판이다. 올해로 발표 100년을 맞는 춘원 이광수의 무정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 근대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이라는 점이 무정이 가진 가장 중요한 의의라고 할 수 있는데, 동시에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1917년 신문에 연재된 이듬해 육당 최남선의 신문관에서 단행본 초판이 발행된 무정은 1938년까지 총 여덟 차례, 즉 8판까지 발행된 작품이다. 딱지본 통속대중소설을 제외하면, 거의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독자의 인기를 얻은 작품인데, 총 8판을 찍기까지 무려 20년 동안 인기를 유지한 근대문학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무이하다. 하드커버로 제본된 이 책은 박문서관이라는 당대 최고의 메이저 출판사에서 발행되었으며, 사용된 종이도 최고급품을 사용한 호화판 도서이다. 무정 8판은 현존하는 도서가 불과 2~3권 내외밖에 되지 않는 희귀본으로, 당시 출판 환경이나 유통 등 문학의 물질적 측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소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글/ 함태영(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한국 최초의 근대 창작 장편소설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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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은 전국 유일의 공공 종합문학관입니다. 근대문학을 중심으로 한 근대 한국학 자료 약 3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콘텐츠 중심형 문학관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자료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학관에 직접 오셔서 한국 근대문학이 가진 의미와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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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근대 창작 장편소설  「무정」

2017년은 이광수의 「무정」이 발표된 지 꼭 한 세기가 되는 해이다. 춘원 이광수의 「무정」은 1917년 1월 1일부터 6월 14일까지 <매일신보> 1면에 총 126회에 걸쳐 연재된 작품이다. 서양과 일본의 대중소설을 원작으로 한 번안작품들이 장편소설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1910년대 현실에서, ‘경성’과 평양을 배경으로 당시 청년 학생들의 꿈과 이상을 다룬 무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창작 장편소설로 한국 근대소설사를 대표하는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1938년까지 여덟 판을 거듭한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고아 출신으로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학교 교사 이형식과 집안의 몰락으로 기생이 된 박영채, 기독교 장로의 딸로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김선형을 주인공으로 하는 「무정」은 봉건 관습 타파와 자유연애로 대표되는 새로운 결혼관 등을 제시해 당시 청년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작품의 발표 지면이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라는 점과 식민통치를 인정한 상태에서의 조선 민족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보다 입말(구어)에 가까워진 한글 문장과 사실적인 각종 묘사, 짜임새 있는 구성은 1910년대 소설사를 대표하는 획기적인 작품이다.

함태영/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문명개화의 상징, 철도를 노래하다. 최남선의 「경부철도노래(京釜鐵道歌)」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은 전국 유일의 공공 종합문학관입니다. 근대문학을 중심으로 한 근대 한국학 자료 약 3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콘텐츠 중심형 문학관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자료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학관에 직접 오셔서 한국 근대문학이 가진 의미와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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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개화의 상징, 철도를 노래하다
최남선의 「경부철도노래(京釜鐵道歌)」

1908년 육당 최남선이 지은 창가이다. 근대계몽기 시(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거론되는 책으로, 가로 세로가 각각 11.5×19(㎝), 총 34쪽으로 된 매우 얇고 작은 책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되지 않고 곧바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는데, 이른바 ‘전작 시가집’이 되는 셈이다.

제목이 많이 알려진데 비해 그 내용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이다. 책 첫머리에는 악보가 있어 가창을 염두에 두고 지은 것 같은데, 실제 가창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 작품은 경부선 열차를 타고 가며, 정차하는 역 주변의 풍광과 그에 얽힌 고사와 감회를 7․5조 음율로 노래한다. 이 책이 나온 1908년은 경인선과 경부선, 경의선도 완전 개통되어 운행되고 있던 때이다. 을사늑약으로 나라는 빈 껍데기만 상태였지만, 그 와중에서도 나라의 문명개화를 위해 애를 쓴 육당 최남선의 면모가 잘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함태영 /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근대계몽기 우의문학의 백미 「금수회의록」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은 전국 유일의 공공 종합문학관입니다. 근대문학을 중심으로 한 근대 한국학 자료 약 3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콘텐츠 중심형 문학관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자료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학관에 직접 오셔서 한국 근대문학이 가진 의미와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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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계몽기 우의문학의 백미 「금수회의록」

근대계몽기 신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신소설의 양 갈래인 논설 중심 신소설의 핵심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1908년 황성서적업조합에서 발행된 이 책은 발행된 이듬해 발매금지 처분을 받아 작가에서 독자로 연결되는 작품 유통의 측면에서 그 생명력은 극히 짧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동물들을 등장시켜 인간 사회의 모순과 어리석음을 비판적으로 그린 우의소설이다. 까마귀, 여우, 개구리, 벌, 게, 파리, 호랑이, 원앙의 총 여덟 마리의 입을 통해 비판되는 내용은 주로 불효와 사대주의, 부정부패, 탐관오리, 풍속문학에 관한 것이다.

이 작품은 그 동안 안국선의 순수 창작작품으로 알려져 왔는데, 2011년 일본의 「금수회의록」(1904)의 번안작임이 밝혀진 바 있다.

함태영 /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구국 영웅 대망론의 대표작, 「이순신전」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은 전국 유일의 공공 종합문학관입니다. 근대문학을 중심으로 한 근대 한국학 자료 약 3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콘텐츠 중심형 문학관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자료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학관에 직접 오셔서 한국 근대문학이 가진 의미와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01 구국 영웅 대망론의 대표작, 「이순신전」

한말 유림 출신인 단재 신채호(1880~1936)가 쓴 역사전기소설/역사전기물이다. 단재는 <대한매일신보> 주필로 재직하면서 신문 잡지 등 미디어를 통해 애국계몽운동을 하던 시기에 이 작품을 썼다. 단재는 이 작품을 먼저 국한문(「수군 제일 위인 이순신」)으로 발표한 뒤 나중에 순한글본으로 다시 발표했다. 문체에 따라 독자층이 구분되어 있었던 당시 독자 현실을 염두에 둔 작품창작이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한문 독자인 양반/지식인과 한글 독자인 일반 대중과 부녀자층까지 이순신과 같은 구국 영웅의 출현과 이순신과 같은 애국심을 갖게하기 위해 국한문과 순한글 두 문체를 겸용한 것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곤경에 빠진 나라를 구한 이순신의 일생을 영웅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 속 이순신은 선공후사, 멸사봉공의 화신으로서의 구국 영웅이다. 이순신 같은 영웅이 나와 1900년대 후반 대한제국을 위기에서 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창작했음은 물론, 독자들이 작품을 읽고 이순신과 같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갖거나 갖게 하고자 한 작품이다.

함태영 /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우리나라 최초의 단편소설집 「공진회」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은 전국 유일의 공공 종합문학관입니다. 근대문학을 중심으로 한 근대 한국학 자료 약 3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콘텐츠 중심형 문학관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자료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학관에 직접 오셔서 한국 근대문학이 가진 의미와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01 우리나라 최초의 단편소설집 「공진회」

안국선의 「공진회」는 1915년 8월 발행된 소설집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단편소설집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기생」, 「인력거꾼」, 「시골노인 이야기」 등 모두 세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기생」은 서울과 일본, 중국을 배경으로 기생 출신의 여주인공이 온갖 고난을 겪다 어릴 적 친구와 애정을 성취한다는 내용이다.

「인력거꾼」은 당시 가난한 서민들의 생활을 리얼하게 그린 작품으로,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가 들어 있는 액자소설적 형식을 갖춘 작품이다. 「시골노인 이야기」는 1890년대를 배경으로 의병활동을 겪으며 정혼한 남녀가 결국 맺어진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저자인 안국선은 이 책을 통해 재미와 계몽을 동시에 주장하는데, 이는 대중성과 계몽성이 혼재되어 있던 근대계몽기 소설이 처한 상황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함태영 /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