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우리가락 함께 즐겨요” – 풍물패 ‘다믈’
11월 28일 월요일.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진 시간. 백운역 근처 잔치마당 지하 연습실에서 경쾌한 풍물 소리가 새어나왔다.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는 그들은 올해로 14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직장인 동아리, 풍물패 다믈의 회원들이었다. 다믈이라는 이름은 원래 ‘ᄃᆞ믈’로, 우리의 옛것을 되돌려 찾자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퇴근 후에 취미 생활을 가지고 싶어 모인 사람들,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풍물을 가르쳐주기 위해 찾아온 선생님, 양로원에서 봉사 공연을 하고 싶어 찾아온 회원 등 직업도, 연령도, 찾아온 이유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다. 평일 저녁, 늦은 시간까지 모여 연습하는 다믈의 회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다믈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오승재 : 전문예인집단 잔치마당에서 운영하는 강습에서 시작되었다. 1기, 2기 등 신청을 받아서 수업을 했는데, 각 기수의 수업이 끝나고도 지속적으로 연습을 하고 활동을 하기를 바라는 회원들이 많았다. 잔치마당의 공간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결성해서 운영하고 있다. 잔치마당 소속으로 일주일에 한 번 다믈의 강습을 맡고 있는데, 회원 분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해주고 계신다.
무명씨 : 지금 40대 중반인데, 어릴 때는 동네마다 풍물패들이 있었다. 아버님이 동네 풍물패의 상쇠로 활동하셔서 풍물을 자주 접했었다. 동네에 큰 행사가 있다고 하면 풍물패가 제일 먼저 가서 공연을 하고는 했다. 크면서 풍물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다가 우연한 기회로 풍물패 다믈을 알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연습을 나오는데, 힘들다기보다는 오히려 이 시간을 기다리면서 근무를 하게 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화합을 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순간순간이 즐거웠다.
유순복 : 가천미추홀청소년봉사단 어머니회원으로 풍물패 활동을 했었다. 그때 강사로 오셨던 분이 잔치마당의 단장님이었고, 2000년도에 잔치마당 회원반 강습을 듣게 되었다. 2002년도에 다믈이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창단을 했다. 회원들 중에는 전문성을 갖추고 강사로 전향한 분들도 있었다.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일상생활이 아무래도 갑갑한 느낌이 있다. 다믈에 와서 신나게 악기를 연주하며 회원들과 애틋한 정도 생겼다. 회원들이 모여 회칙을 만들기도 했다. 단순히 모여서 연습만 하고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끈끈한 정을 이어가기 위해 함께 규칙을 만든 것이다.
임은화 : 풍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는 있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를 몰라 고민하던 중에, 길을 지나가다가 여기 간판이 보였다. 잔치마당의 초급반 수업부터 듣기 시작해서 10년 동안 차근차근 연습을 해왔다. 퇴근한 뒤 저녁도 못 먹고 연습에 참여한다. 체력적인 소모가 커서 연습이 끝난 뒤에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잊을 만큼 즐거운 시간이다.
Q. 요즘에는 옛 것, 우리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다믈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풍물이 가진 매력, 그리고 특히 풍물패 다믈이 가진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유순복 : 회원들의 연령대는 30대에서 6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일주일에 두 번 모이는데, 하루는 회원들끼리 연습을 하고, 하루는 잔치마당의 오승재 선생님께서 강습을 해주신다. 동아리의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 있으니 우왕좌왕하지 않고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기능을 잘 잡아주니 기능도 금방 늘고, 옛것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수업을 해주시니 흥미롭고 유익하기도 하다.
오승재 : 풍물이라는 문화가 악기 연주만 하는 게 아니고 다 같이 어울려서 치는 것이라는 데에 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취미로 다른 악기나 무엇을 배운다고 할 때 보통 그게 1,2년을 넘기가 힘들다. 하지만 풍물을 하시는 분들은 1-2년 활동한 걸로는 아직 초보 수준이라고 하고 적어도 5년 이상은 활동해야 이제 좀 친다고 말한다. 그만큼 어려운 악기이기도 하고 혼자만의 기량으로는 어느 수준 이상 치기도 어려운 악기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악기다보니 조급해하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연습에 임하게 된다. 함께 모여 어울리면서, 얼굴을 마주보고 웃으며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있는 큰 이유 중에 하나이다.
무명씨 : 풍물이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음악이다. 여러 가지 음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악기 하나하나가 가진 고유의 소리들이 모여 서로의 빈자리를 메워주면서 음악이 완성된다.
Q. 다믈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유순복 : 2009년에 하얼빈에 갔던 게 기억난다. 같이 활동하던 회원 중에 한 명이 사업차 갔던 하얼빈의 한 조선족 학교에서 꾸준히 아이들에게 풍물 강습을 해주었다. 학교에서 초청을 해주어서 다믈 회원들이 함께 가서 공연도 하고 학생들의 공연도 보고 왔던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올해는 회원 중 한 분이 새로 집을 지어서 집들이를 겸해 길놀이 공연을 하고 왔다. 그 동네에는 풍물 공연을 하러 온 팀이 처음이라고 했다. 공연을 보던 동네 주민들이 신이 나서 함께 연주를 하기도 하고, 주머니에 봉투를 찔러주기도 했던 게 기억난다. 풍물이 낯선 사람들에게 우리의 옛 음악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게 뿌듯하기도 했다.
전문가 못지않게 긴 경력과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풍물패 다믈의 회원들. 그들에게 다믈 활동이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습이 아니라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활력을 얻어가는 시간이다. 스스로 먼저 즐기면 관객들도 덩달아 즐거워진다고 말하는 회원들의 소망은 풍물의 매력을 알고 즐기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풍물패 다믈은 12월 7일 수요일 백운역 근처 잔치마당 아트홀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글 / 시민기자 김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