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도 일터도 아닌, 그 어딘가. – 제3의 장소, 카페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 자체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에 대한 글입니다. 공간 활용에 대하여 명확한 판단을 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이 글을 통해 오늘날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얼마 전 제 눈에 띈 주요 일간지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판교를 시작으로 신도시 단독주택용지(제1종 일반주거지역)의 주택 건축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판교의 단독주택용지에는 공동체 도시 형성을 위해 각 주택에 담장을 쌓지 못하고, 고작해야 1.2m 이하의 나무를 심는 것만이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입주민들은 담장을 만들지 못하는 것을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지의 가장자리를 따라 건물을 채우고 도로 쪽으로는 큰 창을 내지 않으며, 대신 내부에 중정을 배치하는 일종의 ‘요새’가 늘어선 동네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지구단위계획을 입안한 계획가들은 길을 따라 늘어선 담장을 없애고자 했겠지만, 오히려 일반적인 담장보다 훨씬 높은 3층짜리 장벽이 길가를 막아서는 동네가 된 것입니다. 기사에서는 이런 주택들이 판교뿐 아니라 최근 조성되는 신도시의 단독주택용지에 널리 퍼지고 있으며, 일각에서 “자폐주택”이라는 비판까지 받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의 거주 환경의 기본 형태는 이미 아파트, 빌라 등 층층이 쌓인 공동주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단독주택을 선택하는 것, 더구나 노년층의 귀향이 아닌 중년층의 단독주택 선택은 일종의 도피입니다. 층간 소음으로부터의 도피, 주차난으로부터의 도피, 불가피한 이웃과의 접촉으로부터의 도피.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단독주택을 위해 토지를 구매하는 것은 우리 가족이 대지 지분의 일부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내 땅 안으로, 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담을 없애는 것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고, 결과적으로 집을 담 삼아 도로로부터 등을 돌려 앉는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최근 중정형 단독주택 트렌드를 보여주는 주택들.
담장은 없지만 담장보다 몇 배는 높은, 창문 작은 건물이 대지 끝까지 메우고 있습니다.
단독주택을 지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공동체인지, 온전한 그들의 삶인지 계획가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출처: VMSPACE(좌), 한국일보(우))

오래 전 저는 송도의 쇼핑몰들이 공공 가로에서 등을 돌리고, 길마저 자신들 안으로 포섭해버린 것을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에도 같은 가치를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오늘날 다양한 영역에서의 공동체가 다시 강조되고 있지만, 가정과 주택은 어떤 부분에서는 지금보다 더 프라이버시가 존중되어야 하는 개인의 영역입니다. 비록 게이티드 커뮤니티와 같은 문제가 지적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현대의 공동체성은 더 이상 옆집과 담을 마주해서, 아이들이 골목길에서 같이 공놀이를 해서, 이사 오면서 떡을 돌려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만들어지고, 유튜브에서 증폭되고 있습니다. 점점 사회가 파편화되고 있다는 염려 속에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매개 삼아 공동체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공동체는 SNS와 스마트폰 안에 잠복해 있지만, 세상에 드러나야 할 때 과거보다 더 강력하게 존재를 드러냅니다. 수년 전 광화문에서, 강남역에서 그러했고, 최근 대학가에서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이 ‘근접성 없는 공동체’가 우리 삶에서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할수록 점차 지역공동체 속에서의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집니다. 일찌감치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하며, 맞벌이가 일상화된 도시의 삶에서 퇴근 후에, 혹은 주말이 되어야 면대면의 기회를 기대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는 내가 인터넷을 통해 직접 선택한 공동체에 비해서 덜 중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점점 우리 삶에서 지역공동체의 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삶 속에서 우리 동네, 우리 지역의 이슈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습니다. 더 많은 매체, 더 많은 네트워크에 접속하면서 국가 차원의 이슈나 세계적인 갈등엔 익숙하지만, 정작 우리 동네 안에서 어떤 이슈가 생겨나는지는 잘 모릅니다. 또 나 스스로도 별다른 이슈를 제기하지 못하게 됩니다. 도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지방자치가 더 성숙하기를 기대하며, 지역 정치의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유럽 사회에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거리낌 없이 감수하며 지역사회의 쟁점에 대해서 주민들이 끊임없는 의논을 통해 접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훌륭한 모델로 여깁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 우리 도시 속에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는 그런 시스템의 기반을 기대할 수 없게 합니다. 기나긴 업무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들어가기 바쁘고, 여가 시간이 동호회나 SNS 활동으로 소비되는 동안 지역 사회의 이슈는 우리 삶으로 들어올 기회를 놓쳐버립니다. 그 결과 동네는 나의 의사나 관심과 상관없이 변하고, 나는 동네에 더욱 애정을 잃는 악순환이 지속됩니다.

1989년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미국 사회에서 가정과 직장 이외에 평등하고 일상적인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수단으로 ‘제3의 장소’를 제안합니다. ‘제3의 장소’는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기 위한 자발적 공간이고, 사회적 위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격식 없는 공간이며, ‘비공식적인 공공생활’을 위한 장소입니다. 올든버그는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소로 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 사람들이 사랑방처럼 모이는 술집을 예로 듭니다. 그래서 제3의 장소는 일견 가정과 직장으로부터의 해방구로 인식되곤 합니다.

하지만 올든버그가 주장하는 제3의 장소의 진짜 의미는 동네 사람들이 사회적 계층 관계를 벗어나 평등하게 만날 수 있는 장소이며, 지역공동체의 근간이 되는 장소이며, 그로 인해 지역 정치가 생성되고 발전하는 장소입니다. 제3의 장소를 단순히 가정과 직장 사이의 해방구로 이해하면 이미 한국 사회에서는 넘쳐나는 먹자골목과 음주문화로 충족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장소를 다시 이해하고 나면, 제3의 장소는 지역공동체 재생의 도구이자, ‘기초 의회 무용론’을 제기하는 일상적 시각과 제도와의 괴리를 줄이는 접점이 됩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는 여전히 진동벨 대신 직원이 목소리로 손님을 부르는 방식을 고수합니다.
음료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조금이라도 접점을 갖게 하려는 창립자의 고집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프랜차이즈 카페는 점점 더 비장소적인 성격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출처: 한겨레(좌), 조선비즈(우))

우리 사회에서 제3의 장소의 가능성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은 카페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오늘날 카페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뉘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선 더 빠른 회전과 더 많은 F&B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대규모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습니다. 이런 곳들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장소이지만, 이곳에서는 운영자와 이용자 간의 친교를 만들기 어렵고 동네마다 다른 경험을 얻기도 불가능합니다. 이 공간들은 제3의 장소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비장소’-마르크 오제의-에 가깝습니다.

또 한 부류는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SNS에 최적화된 카페들입니다. 이들은 더 예쁘고 사진에 잘 나오는 메뉴를 개발해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좌석을 둘러싼 네 방향은 모두 다른 느낌의 포토월이고, 여기서 찍은 사진들은 SNS로 공유됩니다. 이런 공간은 도시의 여느 상업 공간들처럼 스펙터클로 기능합니다.

마지막 부류는 일부 주택가로 스며든 작은 카페들입니다. 동네의 소규모 갤러리나 책방, 수공예품 가게가 카페를 겸업하는 경우도 이런 부류에 속합니다. 이런 공간들은 언제든 도시의 스펙터클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3의 장소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들입니다. 동네 카페들은 낮은 매출과 높은 임대료 사이에서 생존을 고민하는 전장이기도 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매일의 한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소입니다. ‘원데이 클래스’나 독서 모임 등을 만드는 카페들은 최근의 ‘근접성 없는 공동체’의 일부를 다시 지역에 착근하도록 손을 잡아 이끕니다. 이런 장소들은 사람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했던 네트워크와 공동체가 우리 지역 안에도 존재함을 다시 깨닫게 합니다. 이런 접점이 더 잦아지고 많아질 때, 비로소 우리는 아주 조금씩 지역의 이슈를 발견하고 나의 관점이 생겨나며, 주변과 인식을 공유하고, 지역사회를 바꾸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느리고 지난한 과정이고 결과를 담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저 더 많은 이야기를 지역 안에서 나눌 수 있다는 것 하나로 공동체는 조금씩 갖추어지고, 우리 동네의 정치도 성숙하게 되는 것입니다.


김윤환(도시공간연구자, 건축사)

참고문헌
레이 올든버그, 2019, 제3의 장소, 김보영 역, 풀빛
마르크 오제, 2017, 비장소, 이상길·이윤영 역, 아카넷
이종범, 2017, 서울보다 멀고 제주보다 가까운 인천의 카페들, 스펙타클 프로젝트
“담장 없애랬더니 집 요새화…판교의 ‘중정형’ 단독주택”, 중앙일보, 2019.09.08




[큐레이션 콕콕] 월미바다열차

‘월미바다열차’가 오는 10월 8일 정식 개통합니다. 인천역을 출발해 월미공원 입구와 문화의 거리, 이민사박물관 등 4개 역 6.1킬로미터 구간을 최고 18미터 높이 궤도에서 달립니다. 무인차량 2량 1편성으로 운행하며, 1량의 승객 정원은 23명입니다. 크기가 작은 꼬마열차로 35명이 탑승하던 기존 전동차와 달리 량당 23명, 1편성 46명이 정원입니다. 모두 여덟 개의 차량이 4편성으로 운영되며 연간 95만 명을 수송할 수 있습니다. 평균 속도는 시속 14.4킬로미터로 전 구간을 순회하는 데 약 35~40분이 걸리며 운행 간격은 10분입니다. 열차에는 안전요원이 상시 탑승합니다.

좌우 흔들림이 컸던 기존의 Y자형 레일에 보조레일 2개를 추가해 탈선을 방지했습니다. 열차 상호 간격이 500미터 이내면 시속 9킬로미터로 감속하고, 200미터 이내면 멈춥니다. 화재에 대비해 좌석은 불연재로 제작했고 초속 2미터 이상 강풍이 불거나 진도 4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 정지합니다. 교통약자를 위한 휠체어 고정벨트도 있습니다. 요금은 성인 8,000원, 청소년·노인 6,000원, 어린이 5,000원, 국가유공자·장애인 4,000원입니다. 올 연말까지 할인가를 적용하며 별도의 비용 없이 재탑승이 1회 가능합니다. 매주 월요일은 쉬고요.

 

출처:헤럴드경제, 세계일보

월미바다열차를 타면 기네스에 등재된 세계 최대 야외벽화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인천항 7부두에 있는 곡물창고 벽화(사일로 슈퍼그래픽)는 전체 외벽 면적이 2만5000㎡로 축구장 4배 크기와 맞먹습니다. 규모도 놀랍지만 멀리서 눈에 띌 정도로 색색의 화려한 벽화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산업화 시대의 유산인 곡물 저장시설에 전문가 22명이 100일 동안 86만5400ℓ의 페인트를 쏟아부으며 아파트 22층 높이의 거대한 슈퍼그래픽을 탄생시켰습니다. 노후 산업시설을 유지하면서도 디자인으로 이미지를 개선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돼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2개(미국 IDEA·독일 iF 디자인 어워드)를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인천 개항의 상징인 내항 부두와 갑문, 월미산, 영종신도시와 인천대교, 서해를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건물 3층 높이인 열차 안에서 월미도 앞바다와 사일로(곡물 저장고) 벽화만 감상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나머지 구간에서는 지저분한 건물 옥상과 자재 등을 쌓아둔 인천항 야적장 등만 눈에 띈다네요. 월미바다열차와 연계된 관광 상품이나 마케팅도 현재 구체화한 게 없고요.

 

출처:연합뉴스

월미바다열차의 옛 이름은 월미은하레일입니다. 2008년 2월 월미관광특구 활성화 및 구도심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2009년 7월 인천에서 개최된 도시축전 행사에 맞춰 선보여야 했던 열차는 부실시공과 안전 문제로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습니다. 2008년 6월 30일 착공 당시 기자단의 전동차 시승까지 했으나 2010년 8월 17일 차량 안내륜 축 절손사고가 발생해 월미은하레일은 시험 운전이 중단됩니다.

안상수 전임 시장 시절 개통에 실패하고 송영길, 유정복 시장을 거치는 동안에 사업방식이 레일바이크, 8인승 소형모노레일로 각각 바뀌었습니다. 2017년 인천교통공사가 역사와 교각만 남기고 모두 철거해 새롭게 월미바다열차 사업으로 변경했습니다. 183억 원을 들여 재추진하기로 해 이제 달릴 준비를 모두 마치게 된 겁니다. 월미은하레일에 1,000억 원, 월미바다열차 차량 도입에 183억 원 등 막대한 예산과 지역사회 갈등이라는 논란을 딛고 월미도를 비롯한 인천 구도심의 관광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월미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6년 5만7,173명에 달했지만 2017년 5만355명으로 줄었습니다.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지난해에는 3만9,925명으로 수치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2019년도의 월미바다열차가 관광 효용성을 증대시킬지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중국인 중에는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들이 많아 바다 구간을 끼고 있는 월미바다열차가 최상의 관광지가 될 전망입니다.

 

출처:인천투데이

인천시는 인천 관광지의 메카였던 월미도의 인기를 되찾는 데 이끎이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관광해설사가 열차에 탑승해 철강부두(6부두), 갑문, 인천 내항 등을 이야기로 풀어줄 예정입니다. 2020년 개관하는 상상플랫폼, 2024년 수도권 첫 국립해양박물관인 인천해양박물관이 문을 열고, 중구·동구 원도심 재생사업인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까지 중단 없이 추진되면 월미도가 수도권의 대표 해양친화 관광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체험학습지로서도 손색이 없고요.

박남춘 시장은 “월미바다열차가 과거 수도권 관광 1번지로서의 월미도 명성을 되찾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학생들에게는 근대 산업 현장을 보여주는 체험학습의 장으로, 중장년층엔 옛 월미도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용객이 손익분기점(하루 1,700명)에 크게 못 미칠 경우 ‘세금만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공사 측은 “개통 이후 3년간은 적자에 시달리겠지만 이후엔 흑자 전환될 것이 틀림없다”고 공언했네요.

출처:연합뉴스

“이거다 저거다 말씀 마시고/ 산에 가야 범을 잡고 물에 가야 고길 잡고/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의 일본어 발음) 없이는 못 마십니다”

코미디언 고 서영춘 씨가 1960대에 유행시킨 일명 ‘사이다송’입니다. 인천을 다룬 노랫말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 가사의 실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월미도 앞바다에 사이다 부표를 설치하는 건데요, 월미바다열차 개통에 맞춰 볼거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난 3월 시 공무원 아이디어 공모전인 시정경연회에서도 인천 앞바다 사이다 부표, 내항 전망대 등으로 이색 관광 코스를 조성하자는 ‘월미산 꿰어서 보배 만들기’가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인천은 우리나라의 사이다 역사가 시작된 곳입니다. 1905년 일본인 히라야마 마츠타로는 중구 신흥동에 ‘인천탄산수제조소’라는 공장을 세워 ‘별표사이다’를 출시합니다. 이후 경쟁사 ‘마라무네제조소’가 ‘라이온 헬스표 사이다’를 내보내고 인천 탄산의 후신인 경인합동음료가 ‘스타 사이다’를 선보이는 등, 1950년 서울 칠성사이다가 출시되기 전까지 인천은 사이다 업계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시는 사이다 조형물을 대형 부표로 만들어 바다에 띄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항만 당국이 선박 운항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이에 월미도 문화의 거리 앞 해변 데크에 사이다 조형물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글 · 이미지 / 이재은 (뉴스큐레이션)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10년간 멈췄던 인천 월미바다열차 10월 8일 달린다
세계일보, 2019.8.3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차장칼럼]10년만에 개통하는 ‘월미바다열차’
아시아경제, 2019.9.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사설]월미바다열차의 성공 조건
경인일보, 2019.8.2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 뜰까
인천일보, 2019.9.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 띄울까”…인천시, 관광진흥책 검토
연합뉴스, 2019.9.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손익분기점 ‘하루 1700명’ 월미바다열차… 지역상권 살릴까 혈세만 날릴까
한국일보, 2019.7.2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살롱문화

 살롱(Salon)은 프랑스어로 ‘방’을 뜻합니다. 17~18세기, 지성과 예술을 겸비한 이들이 ‘지적 대화’와 ‘사교 욕망’을 동시에 충족하던 공간이죠. 이러한 ‘살롱문화’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인문학 강좌, 독서토론, 글쓰기, 피아노 연주, 연극 워크숍 등을 함께 하며 교류합니다. 수백 년 전 프랑스의 살롱이 신분과 계층을 막론한 이해의 장이었듯, 현대판 살롱 역시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나이와 성별, 직업을 막론하고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죠.

역사적으로 살롱문화는 ‘사교의 장’, ‘대화의 장’, ‘지적 토론의 장’, ‘계층 간 이해의 장’ 등 근대를 변화시킨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었습니다. 17세기 프랑스에서 처음 등장한 살롱은 여성 주도의 문학 공간이었는데요, 가벼운 술을 곁들인 식사와 함께 문학 서적을 읽고 토론하곤 했습니다. 초기의 살롱이 문학에 중점을 두었다면 한 세기가 지난 뒤부터는 새로운 사상을 창출하고 전파하는 전령사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문화는 20세기까지 이어져 영화의 새 물결을 만든 프랑스의 ‘누벨바그’를 탄생시키기도 하죠. ‘68혁명’의 기틀이 여기서 나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18세기 프랑스의 시민 출신인 조프랭 부인이 운영했던 살롱. 당대 최고의 지성인들이 출입했던 담론의 장이었다.
출처 : 서울신문

한국판 살롱문화의 시작으로는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트레바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2015년 회원 80명으로 시작해 4년 만에 유료 회원이 약 5600명까지 늘었습니다. 대중에게 알려진 이가 호스트가 돼 이야기 주제를 던지면 이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뒤 오프라인 공간에서 토론합니다. 멤버들은 한 달에 한 번 책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독후감을 늦게 내거나, 아예 내지 않으면 참여를 제한받는 등 규정도 엄격합니다.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취향관’은 유료 회원제 사교 클럽을 표방합니다.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참가비를 내면 취향관의 멤버가 될 수 있죠. 1980년에 지어진 2층 양옥집을 개조한 도심 속 아지트에서 정해진 기간에 ‘영화 비평’, ‘지나간 시간에 보내는 편지 쓰기’, ‘시를 읽고 연상되는 사진 찍기’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게 됩니다.

‘묻고토론한다’의 ‘문토’ 또한 소셜 살롱을 지향합니다. 문토가 여타의 모임과 다른 점은 “좋아하는 것이 명확하며, 주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리더가 함께한다는 겁니다. “현대 미술 모임에서는 미술 전문지 에디터가 리더로 참가해 동시대 현대 미술의 지금을 살펴보고 미술관에서 작품을 함께 관람”하는 방식입니다. 요리·미식, 경제·경영, 음악, 글쓰기, 드링킹(Drinking) 등 문토에서 즐길 수 있는 범위는 꽤 넓습니다.

‘버핏서울’은 살롱문화에 운동을 결합하고, ‘다노’는 다이어트와 커뮤니티에 살롱을 적절히 섞었습니다.

취향관의 콜라주 포스터 만들기’()생략하며 그리기’() 활동 모습
출처 : 서울경제

문토의 다양한 커뮤니티 모임
출처 : 데일리팝

살롱은 취향 공동체의 다른 이름입니다. 취미가 여가를 소비하는 ‘거리’를 일컫는다면, 취향은 좋아하는 무언가로 물질세계와 정신세계를 만나게 합니다. 살롱문화에서는 가족이나 이웃, 직장에서 맺은 관계와 달리, 적극적이고 자의적인 연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속박하지 않고 언제든 쿨하게 돌아설 수 있는 느슨한 교감을 나누는 거죠. 유민영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겸 에이케이스 대표는 “느슨한 네트워크는 힘이 세다”고 말합니다. “특수한 경험의 축적이 새로운 분류 기준”이며, “특별한 커뮤니티가 자산”이 된 겁니다.

살롱은 ‘광장’과 ‘밀실’ 사이에 존재합니다. 광장이 완전 개방된 공간이고, 밀실이 배타적 속성을 지닌 폐쇄적 공간이라면, ‘살롱’은 취향이라는 필터로 한 번 걸러진 이들을 위한 ‘반(半) 개방성’의 공간입니다. 객관적인 정보와 지식은 인터넷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자기만의 스토리와 주관적인 경험이 더 값지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살롱에 모입니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같은 경험, 다른 생각’을 알고, 자기만의 틀 밖으로 나가는 것이 이들이 추구하는 지점입니다.

출처: 노컷뉴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은 IT에 능숙하고 교육 수준이 높습니다. 하지만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특징도 갖고 있죠. ‘평생직장’이 사라진 요즘, 소속감을 맛보기 어려워진 이들은 살롱문화를 통해 ‘울타리 쳐진’ 느낌을 받는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탑클래스의 김민희 기자는 “그들은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떨 때 기쁘고 어떨 때 감동을 하는지 등 마음의 소리 청취에 강하다.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은 곧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취향 공동체인 살롱문화의 주축이 밀레니엄 세대라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TV와 신문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에 믿음이 높지 않은 밀레니얼 세대는 SNS 등의 플랫폼에서 신뢰할 만한 이들을 찾습니다. 그들을 팔로우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죠. 모바일을 통해 정보의 대부분을 습득하는 이들에게 SNS 플랫폼은 훌륭한 마케팅 창구입니다. 이 세대는 자신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에 인색하지 않습니다. 영혼의 양식이 되고 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겁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른바 ‘룸살롱’이나 ‘헤어살롱’을 연상케 하던 살롱이 본연의 의미와 역할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자체도 살롱의 유행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대구의 혁신 신약 전문가들의 학술토론 모임은 ‘혁신신약살롱’, 성북정보도서관 2층은 ‘성북살롱’, 완주군 팝업 스페이스는 ‘누에살롱’, 경주시 관광두레사업은 ‘관광두레살롱’입니다. 파주시는 5060을 위한 문화공간을 ‘꽃보다 문화살롱’으로 명명했습니다. BMW의 자동차 관련 프로그램 이름은 ‘오토살롱’이네요.

지난 7월, 인천시가 개관한 ‘개항살롱’은 개항장 도시재생 사업 관련, 주민과 관광객, 전문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중구 자유공원서로 37번길에 자리 잡은 개항살롱은 2층 주택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주민커뮤니티 공간과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누들플랫폼 건립사업, 제물포구락부 재활용 사업 등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 정보를 얻을 수 있죠. 더불어 개항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LG전자는 살롱문화를 도입하며 조직 혁신에 나섰습니다. 지난 6월 서울 양재동 서초 연구개발 캠퍼스 1층에 ‘살롱 드 서초’를 열었는데요, 연구원들이 소속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자기의 생각과 지식을 나누고 문화 활동을 즐기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살롱 드 서초’는 광장을 모티브로 설계해, 계단형 좌석에 의자와 테이블을 배치하고 대형 사이니지 디스플레이도 설치했습니다. 임직원들은 이곳에서 LG 테드, 문화공연, 기술 세미나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죠.

서울 양재동 서초R&D캠퍼스 1살롱 드 서초에서 한 직원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출처 : 한국일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 운영하는 신사복 브랜드 ‘캠브리지 멤버스’는 강남 플래그십 매장을 ‘살롱 캠브리지’로 재단장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살롱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존으로 구성했죠. 디자인, 패션, 건축 등을 다루고 있는 서적은 물론 LP로 올드 팝도 즐길 수 있습니다. 살롱문화에 빠질 수 없는 차와 커피를 마시는 공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고객이 지불하고 싶은 만큼 결제하여 모은 커피 수익금은 NGO 단체에 기부됩니다. 관계자는 “패션을 즐기는 남성 고객들에게 이 시대의 살롱문화를 제안하면서 40년을 함께 해온 고객들에게는 향수를, 그 가치를 지켜나갈 새로운 고객들에게는 뉴트로의 진수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네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출처 : 이데일리

한국의 살롱문화가 2~30대를 주축으로 확산하고 있다면 고령사회인 일본은 노년층이 중심입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592만여 명이었습니다. 이 숫자가 2025년에는 700만 명, 2035년에는 762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4가구 중 1곳은 노인 혼자 사는 ‘1인 고령 가족’이 될 거란 얘기죠.

‘시니어 살롱’은 노인 인구가 많은 지방에서 활발하게 이뤄집니다. 가까이 사는 5∼10여 가구가 모여 살롱을 열고,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한다는 점은 한국의 살롱문화와 비슷합니다. 이들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하죠. 홀로 사는 노인 집에 일손이 필요하면 살롱 단위로 도움을 주는 모습은 한국의 품앗이, 경로당 문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일본은 10여 년 전부터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노후 문화를 연구해 왔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의 경로당이었습니다. 일본은 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습니다.

시니어 살롱은 노인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도 도움을 줍니다. 주기적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신체활동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죠. 살롱에 모이는 것은 일종의 사회 참여로, 외출복을 입고 매무새를 가다듬는 것이 치매 예방에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고독사를 방지하는 대안이 될 수도 있죠.

글 /
이재은(뉴스큐레이션)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복세편살] ‘새로운 관계’가 뜬다, 21세기 ‘살롱문화’ 르네상스
서울경제, 2019. 7.28 (바로가기▶)

 2. 퇴근 후 ‘살롱’으로 가는 밀레니얼
노컷뉴스, 2019.8.11 (바로가기▶)

 3. 취향으로 소통한다…살롱문화에 열광
데일리팝, 2019.7.26. (바로가기▶)

 4. 밀레니얼 세대의 아지트 살롱에 가실래요?
노컷뉴스, 2019.8.7 (바로가기▶)

 5. 현대판 살롱의 열 가지 속성-때아닌 살롱 부활, 왜?
탑클래스, 2019년 5월호 (바로가기▶)

 6. ‘노인 천국’ 日, 시니어 살롱으로 고독사 예방
세계일보, 2018.11.24 (바로가기▶)




지역화폐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천e음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자체나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하게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날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5월부터 인천에는 ‘인천e음카드’ 열풍이 불었습니다. 8월 초 가입자가 이미 7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인천 인구가 300만 명이니, 다섯 명 중 한 명 이상이 이미 인천e음에 가입한 꼴입니다.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전혀 새롭지 않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역화폐에 열광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대부분의 지역화폐는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질 것을 염려하는 반면, 인천e음은 호응이 너무나 커서 지자체는 캐시백 혜택을 줄인다는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앞으로도 서구, 연수구, 미추홀구에 이어서 남동구와 부평구도 인천e음 카드를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 인천e음은 당분간 인천시민의 지갑 한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인천 지역화폐 ‘인천e음’ 홈페이지. 첫 화면 안내의 대부분이 캐시백 비율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캐시백 정책은 단기간에 지역화폐 ‘인천e음’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9년 전통시장 상권을 보호할 명목으로 만들어진 ‘온누리상품권’은 제도적으로 도입했던 우리나라 지역화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절에 특히 많이 발행되는 온누리상품권은 아마 많은 분이 사용하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역을 막론하고 전통시장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과 달리 이후에 만들어진 ‘지역사랑상품권’은 발행된 지자체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지역화폐 성격에 좀 더 가깝습니다. 현재 92개의 기초 지자체가 종이나 전자 상품권의 형태로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각 지자체는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상품권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많은 지자체가 이렇게 브랜딩하여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합니다. 서울 노원구의 ‘NW(노원)’, 경기도 시흥시의 ‘시루’, 성남시의 ‘성남코인’과 같이 말입니다. 인천e음을 비롯하여 인천e음 플랫폼을 통해 자치구에서 지원하는 서로e음, 연수e음, 미추홀e음 또한 지역사랑상품권에 속합니다.

 지역화폐가 제도적으로 채택되기 전에는 사회운동의 일종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전통적 화폐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혹은 점차 넓어지는 국제적인 분업화 등으로 지역사회의 경제 공동체가 무너졌을 때 보급되었습니다. 공동체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매개 삼아서 서로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공동체 내부에서 얻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지역화폐는 일종의 물물교환 형태에 가까울뿐더러 공공에 의존하지 않아 제한되어 사용됩니다

 지역화폐가 지역 상권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해되면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화폐를 통해 지역의 소비가 촉진되도록 유도했습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지갑을 열면 좋겠지만, 최소한 우리 지역 안에서 벌어들인 돈은 우리 지역 내에서 쓰자는 입장입니다. 특히 지역 상권이 침체 되어 지역 주민들이 타시도에 나가 소비하는 경우에 이런 전략이 이용되는 편입니다. 인천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적은 소비량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인천 시민이 인천 이외에 타시도에서 소비량을 보여주는 역외 소비율이 2018년 기준으로 무려 52.8%에 달합니다. 백화점 등 대규모 상권이 많은 서울과 아울렛이 도처에 형성된 경기도 서부권으로 사람들이 소비하는 데다가 인터넷 쇼핑과 해외 직구로 다른 곳의 물건들을 손쉽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한 사람당 100만 원을 벌면 불과 47만 원이 인천에서 지출되어 인천 상권은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2018년 역내 소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인처너카드’를 처음 도입하였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지금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인처너카드를 17만여 개의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더라도, 시민들의 이용률은 무척 저조했습니다. 공무원에게는 일정 금액의 사용을 강제하려는 논의도 있었으니 당시 시민들의 무관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19년 인처너카드가 인천e음으로 명칭을 바꾸고 올해 5월부터 갑작스레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최대 결제액의 10%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캐시백 형태로 이러한 단순한 혜택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몇몇 자치구는 인천e음에 합류할 예정이지만, 캐시백 혜택이 감소하면 그 사용량도 어느 정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내의 자본 순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인천e음을 사용하게 하려면, 캐시백 혜택이 점차 줄더라도 시민에게 다른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만 합니다.

 
인천e음 애플리케이션 화면(좌)과 인천e몰(우). 지역화폐의 성패 여부는 이제 온라인 이용 편의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역화폐는 충전도 필요없고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신용거래의 이점을 이겨내야지만 지속적인 사용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에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택배와 배달 시스템이 거미줄처럼 퍼진 대도시에서 소비의 많은 부분은 집 안에서 이루어지고, 애플리케이션으로 결제됩니다. 지역화폐는 기존의 신용카드와도 경쟁해야 하지만, 온라인 결제 시스템도 이겨내야 합니다. 인천e음이 독자적인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지역 상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 별도의 송금 시스템을 구축한 것, 심지어 배달 음식점 전화 주문까지 연결하는 시도는 기존에 지역화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입니다.

저는 인천이 장기적 목표를 향해서 천천히 지역화폐의 틀을 넓혀갔으면 합니다. 인천e음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애플리케이션에 마련된 ‘인천e몰’입니다. 더 빠르고 편리하게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데, 굳이 지역 공동체에서 소비하기 위해서 점포를 방문해야만 한다면 이는 지역화폐 사용의 또 다른 장벽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인천e몰의 존재는 그런 장벽을 허물어 줍니다. 인천e음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편리한 데다 지역 안에서 더 저렴한 물품을 구매하도록 돕는 지역화폐로 변신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점을 더욱 발전시켜서, 인천e음을 사용하는 점포와 이용자를 늘리는 것 등 이상으로 다음 목표를 찾았으면 합니다.

인천e음에 가입한 사업체들이 시장과 먹자골목의 형태로 모여, 인천e음을 통해 결제하고 상품이 배송할 수 있는 플랫폼이면 어떨까요. 신선식품업체나 식당이 이런 플랫폼에 가입하고, 시민들은 전통시장이나 상점을 검색해서 식품과 음식을 주문하여 배달서비스를 통해 받아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주차문제와 새벽배송으로 인해 대형마트보다 낮은 접근성을 보이는 전통시장과 소매상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인천e음을 통해서 인천의 스타트업 업체들에게 클라우드 펀딩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도 생각해 봅니다. 시민들에게 많은 클라우드 펀딩을 받은 업체들에게 인천시에서 창업지원금을 주거나, 기술지원을 위한 대학이나 연구소를 연결해 준다면 어떨까요? 인천e음을 통해서 더 많은 젊은 창업자들이 인천으로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인천이 더 젊고 역동적인 창업 도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많은 지역화폐 정책이 지자체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됩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서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면 기존 사업은 재평가를 받지요. 혹평을 받은 사업은 사업명과 내용이 변경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라집니다. 그러나 지역화폐는 특히나 그래서는 안 되는 정책입니다. 시민들이 태생적으로 더 범용적인 전통화폐와 신용거래보다 불편한 지역화폐를 더 많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의 폭을 확대하고, 이용의 제약을 낮추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여 덧붙여 나가야 합니다. 화폐는 모든 거래를 대체할 수 있기에 화폐입니다. 지역화폐 또한, 거래의 제약을 늘리는 방식보다는 더 많은 방법으로 거래하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종이 상품권을 구매하고 지불하면 상인은 소비자로부터 받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야 하던 기존 결제방식이 체크카드와 어플리케이션 결제로 대체되면서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만듦으로써 소비자의 접근성도 한결 개선되었고, 관광, 건강검진, 인터넷 교육 수강 등 훨씬 더 많은 종류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강력한 캐시백 정책이 동반되면서 불과 석 달 사이에 인천e음은 대단히 주목받는 지역화폐가 되었지만, 이 훌륭한 시작이 더욱 발전하여 인천 시민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았으면 합니다. 아울러, 지역화폐 본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인천e음이 지역화폐 제도에서 머물지 않고 지역 상권 생태계를 확장하는 좋은 도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글 /
김윤환(도시공간연구자, 건축사)

참고문헌

김민정. (2011). 지역화폐운동의 성과와 한계-한국사례를 중심으로. 기억과 전망, 26.
지주형, 조희정, 김순영. (2019). 지역화폐 형성과정과 분권화에 대한 연구: 이념·제도·이익을 중심으로. 비교민주주의 연구, 15(1).
인천e음 홈페이지 (바로가기▶)
[인기폭발 이음카드, 빛과 그림자·(1)]캐시백으로 왜곡된 지역화폐 (경인일보 2019.7.22)
[인기폭발 이음카드, 빛과 그림자·(2)]빨라지는 예산 고갈 시점 (경인일보 2019.7.23)
[인기폭발 이음카드, 빛과 그림자·(2)]직접적 예산투입, 분석 철저히 (경인일보 2019.7.23)
[인기폭발 이음카드, 빛과 그림자·(3·끝)]꼼꼼한 제도 보완 필요 (경인일보 2019.7.24)




어떤 장소에 들어가다 2.

인천 중구에서의 삶은 여유로웠다. 도착한 첫 주에는 업무 일정을 따로 정하지 않고 지역에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만 했다. 한국의 여름은 동남풍에 실려 오는 따뜻한 기온과 습기 때문에 무더위를 분명히 느낄 수 있다. 6월의 한국은 밤낮의 기온 차이 때문에 저녁이면 여전히 미풍이 살랑살랑 불어 천천히 거닐기 딱 좋다. 그래서 나는 주로 오후부터 느릿한 걸음으로 여기저기 다니며 관찰하고 기록하며 인천 중구를 조금씩 알아갔다. 7, 8월이 되면 불볕이 쏟아져 그늘 없이 햇빛 아래 오래 서 있는 건 무리다. 밤이 되어도 후덥지근하기는 마찬가지다. 환경이나 인문뿐만 아니라 기후도 일상에 영향을 준다.

在仁川中區的生活很悠閒剛抵達的第一個禮拜還沒有給自己定下關於駐村計畫的工作行程表每天的行程是關於生活的試圖融入這個地方韓國的夏季因為東南季風帶來溫熱的空氣與濕氣能清楚的感受到炎熱的天氣六月的韓國白天與晚上有著些微的溫度差距在傍晚能感受到微風吹拂是舒服的天氣所以我的調查計畫通常都是從下午到傍晚開始進行在街上隨意的散著步放慢步調每天一點一點的累積對於仁川中區的觀察而到78月氣溫持續攀升在烈陽高照的時段很難在沒有遮蔽物的街道上停留太久就算到了晚上也是屬於悶熱的天氣所以不只是要適應環境人文氣候也是跟每日作息息息相關

자유공원에서
지형적인 특징(한국은 70%가 산과 언덕이며 평지가 적다.) 때문에 이곳에는 유달리 경사진 곳이 많고 건축물도 외부와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유공원은 거의 예술무대의 최고점이어서 공원을 가는 길이 마치 짧은 등산길 같다. 공원에서 산책하고 가볍게 운동하면 온몸이 개운해진다. 걸음을 멈추고 계단에 앉아 멀리 바다 풍경을 즐길 수도 있다. 공원은 자연을 꿈꾸는 도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낸 자연이다. 나에게 공원은 과도기적 영역과 같다. 인위적인 것과 자연이 교차하고 얽히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자연공원에서 그다지 크지 않은 조류공원 두 곳이었다. 공원은 그 자체가 생태환경을 이루는 곳이고, 잘 관리하면 여러 가지 동물이 자연스럽게 공원에 모여들어 둥지를 틀고 더불어 산다. 그런 곳에 인위적으로 수많은 종류의 새를 가두어 전시하고 있는 모순된 모습이 나에게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在自由公園
因為地形的關係(韓國的地形百分之70都是山地與丘陵少平原)這裡有很多的斜坡建築設施也會伴隨著階梯自由公園幾乎是藝術平台周遭的最高點走上公園的過程很像一段短暫的爬山體驗在這裡散步運動會覺得通體舒暢停下腳步坐在階梯上可以瞭望遠方的海景公園是人造出來的 偽自然目的是讓都市生活的人們對於自然的嚮往有個寄託對我來說公園是個過度場域關於人造與自然的一個模糊地帶所以在裡頭會有一些有趣的現象先讓我印象深刻的是自由公園裡有兩個規模不大的鳥園裡頭圈養了許多種類的鳥類公園本來就會成為一個生態系統當環境好時各種動物自然會到公園聚集築巢成家但這裡刻意的展示鳥類對我來 說有些衝突非常的不自然

 

계단에 앉아 고요함을 즐기다가 돌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이곳의 계단은 돌에 시멘트를 섞어 자재로 사용했다. 돌과 시멘트가 자기 기능을 하다가 시멘트가 마모된 부분에서 돌덩이가 떨어져 나오면 그대로 풀밭에 뒹구는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나는 공원 풀밭에서 시멘트가 묻은 돌을 주워 작품을 만들려고 시도를 해보았다.

當坐在階梯上享受寧靜的時候觀察到了石頭的現象這裡的階梯是以石頭為原料混合著水泥製作而成當石頭與水泥變成了階梯時它們是有功用的物件而當階梯磨損時剝落下的石頭不經意的又回到了草皮上純粹是石頭的身分循環在設施與自然之中於是我在公園的草皮裡頭撿取了一些沾有水泥碎塊的石頭做了一些作品的嘗試

길거리에서 소품을 수집할 때, 나는 버릇처럼 관련된 정보들을 노트에 간단하게 기록하고, 사진을 찍어 참고한다.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작은 노트는 언제든지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할 수 있어 편리하다. 작품을 만들 때 균등비율로 소품들을 복제하는데, 사이즈와 색채의 표현이 아주 중요하다. 실제 삶에서 관찰해본 경험이 있는 재료와 정보는 관객이 받아들이는 첫걸음이 되기 때문이다.

街上採集物件的時候我會帶著小本子在街上做簡易的描繪與記錄提供之後製作物件的必要資訊並拍下照片做參照這樣的小本子非常方便可以隨意的放入口袋裡面以便我突然想做記錄時可以隨時做準備製作作品時我會等比例的複製這些物件作品所呈現的物件尺寸與顏色相當重要是讓觀眾接收訊息的第一步這些資訊來自他們以往在生活中的觀看經驗

 

나에게 익숙한 재질은 신문지를 이용해 만든 펄프로 조형물을 빚는 것이다. 예술무대에는 재활용을 수거하는 곳이 있다. 어떤 작품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않은 초기 몇 주 동안은, 거의 매일 재활용 수거하는 곳을 들여다보며, 재료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종이박스를 크기와 상관없이 모두 작업실로 옮겨 날랐다. 그렇게 모은 종이박스와 신문지, 애써 찾으려 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종이심은 작품을 만드는 훌륭한 주재료가 되었다. 재료를 구하는 것 또한 인연이고 소품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조건 중 한 가지이다. 소품에 색을 입힐 때 주로 색종이와 아크릴물감을 사용했다. 이 두 가지 재료는 아주 다른 색감을 표현해낸다. 색종이는 자체적으로 색감이 풍부하여 소품을 사실감 있게 만들어 준다면, 아크릴물감을 이용하여 회화적으로 표현한 색채는 소품 겉모습을 빈티지하게 표현해준다.

關於材料的收集,以往我比較熟悉的材質是使用報紙紙漿塑造物件的形狀,在藝術平台有一個垃圾與回收間,在我還沒有選地好要製作哪些物件的前幾個禮拜,我幾乎是每天往裡頭看,把我認為可能會用的上的大小的紙箱,帶回到工作室分解,變成往後作品製作的主要材料,當然裡頭也撿的到報紙,甚至是在書局也不容易買到的各種尺寸的紙筒。與材料的相遇也是種緣份,也是影響我選擇物件的條件之一。提供給物件的顏色,我選擇了色紙與壓克力顏料兩種,兩種材質的表現很不一樣,色紙本身就有非常飽和的顏色,讓物件看起來很扎實。而透過壓克力顏料,藉由繪畫性的表現,讓物件表面能有使用過後的痕跡表現。

재료를 수집하여 소품을 만들다 보면 색을 입히기 전부터 매력이 느껴진다. 이런 느낌이 참 좋다. 광택지는 결과 색채를 띠며 부드럽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서는 삶의 흔적이나 기록이 없어 민숭민숭한 느낌이 든다. 물론 감상과 현실 사이의 교감도 줄어든다. 내 작품의 포인트는 실물과 소품의 조화이다. 나는 작품을 길거리에서 수집한 소품처럼 생각하는 한편, 관객이 재질을 통해 실물이 아니라 가짜라는 것을 알 수 있어야, 관찰 경험에서 오는 차이가 그 후의 생활 경험 토론으로 이어지게 한다고 생각한다.

收集材料後製作中的物件,在還沒有上色的時候,也是迷人的,我很喜歡物件以這些樣貌的呈現,厚紙板有一些肌理跟顏色,很溫潤。但在這個項目中,它似乎會少了一些關於生活的痕跡與記錄,看上去有些赤裸,當然在觀看上跟現實物件的連結也減少了許多。真假物件在我的作品中是一個切入點,一方面我將作品視為街上物件的採集,第二點,透過觀眾自己從作品材質的提示中辨識到這些物件是假的,這樣的觀看經驗落差,才能有後續生活經驗的討論。

길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한곳의 변화와 차이를 알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관찰하는 재미이다. 세를 내놓은 집 계단에서 역사가 느껴지는 타일을 발견한 적 있다. 나는 그것을 기록하여 내 작품 리스트에 올렸다. 그런데 약 2주가 지난 뒤, 다시 그곳에 갔더니 상가가 들어오고 그 타일은 이미 제거되어 시멘트 자국만이, 타일이 그 자리에 있었음을 상기시켜주었다. 그 일은 도시의 빠른 변화를 의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매 순간에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쉽게 의식하지 못한다. 거리의 풍경은 너무나 평범하고 익숙하며, 특별한 역사적 기념이 될 만한 건축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기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재료와 만들려는 작품이 차츰 그려지자 전시해야 할 윤곽 또한 그려지는 것 같았다. 바로 인천 중구의 일상이다.

路上觀察有趣的地方在於,只要你留意一些小地方,能知道它的改變與差異。在街上一間正在出租房子外的小階梯觀察到一片非常有歷史痕跡的磁磚,於是我將它記錄下來列入我的作品製作名單,但經過兩個多禮拜後,我再次經過這個店家,這些磁磚已經被剔除掉了,剩下裸露的水泥階梯,這也讓我意識到,一個城市的景象變化是非常快速的,通常在我們沒意識到的當下,已經默默的發生改變,而我們不曾留意,因為這些城市街景對我們來說太普遍太日常,它們並不是特別的歷史紀念建築,也因為這樣,沒人在乎它們,但它們卻也蘊含了豐富的生活紀錄。當材料與製作對象隨著日子的累積也漸漸有了頭緒,似乎開始出現了展覽的輪廓,這個輪廓是關於我在仁川中區的生活印象

 

사진 /
Liao Chao-H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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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콕콕] 일기쓰기

일기는 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을 적는 개인의 기록입니다. 단순 기재가 아닌 한 가지 주제에 깊이 있게 천착하는 행위에 가깝죠. 어떤 매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림일기, 영상일기, 사진일기 등으로 소개됩니다. 장소성을 부여해 산중일기, 전주일기, 상하이일기 등으로 나열될 수도 있죠. 취재일기, 교단일기, 임신일기, 육아일기처럼 자기만의 형식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안네의 일기나 괴벨스 일기처럼 사람과 함께 명명된 일기도 있고요. 흔히 글쓰기를 스스로 사유하고 내면화하는 작업의 출발이라고 하는데, 일기쓰기가 대표적입니다.

 출처:오마이뉴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스승 랠프 윌도 에머슨에게 “이제 무엇을 할 거니? 일기는 쓰고 있니?”라는 말을 들은 뒤부터 일기를 썼습니다. 1837년 스무 살의 소로는 첫 일기에 이렇게 적습니다. ‘혼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나에게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는 45년의 짧은 생애 동안 총 39권의 노트에 7,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삶을 기록했습니다. 그의 일기는 살아 있는 증언이자 내면 보고서라고 할 수 있죠.

자연에 대한 관찰,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 독서 단상, 글쓰기의 고민과 절망 등이 그의 일기에 모두 담겨있습니다. 산문 대신 시를 한 편 적어두기도 하고, 생각을 한두 문장으로 압축해놓기도 했습니다. ‘사랑의 병을 고치려 한다면 더욱 사랑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좋은 치유책이 없다’, ‘시는 이 땅에 온몸을 딛고 선 시인의 발밑에서 생겨난다’, ‘삶 자체를 꾸준히 살피고 있지 못할 때는 삶의 때가 덕지덕지 쌓여 삶 자체가 꾀죄죄해진다’소로의 일기 일부입니다.

소설가 김연수는 산문집『시절일기』를 통해 개인의 내면을 관통한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40대를 지나오며 고민했던 지난 10년간의 일기를 책으로 펴냈습니다. 세월호 참사, 문화계 블랙리스트, 촛불시위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작가는 끊임없이 문학의 역할에 관해 묻습니다.  

 
김연수(좌), 시절일기 표지(우)
출처:중앙일보

그는 일기쓰기를 ‘인생을 두 번 사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 일기를 다시 보면 나를 객관화 시켜 볼 수 있다. 당시만 해도 나에겐 절실한 문제였는데 일주일만 지나면 별다른 문제가 아니었던 적이 매우 많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인생을 두 번 사는 방법인 것 같다. 과거의 실수를 교정할 수는 없지만, 똑같은 상황은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살 수 있다.” 작가에 따르면 일기를 씀으로써 삶을 한 번 더 살 수 있고, 더 깊은 자기 이해에 이를 수 있습니다.

송해나 씨는 지난해 1월부터 트위터에 ‘임신일기’를 썼습니다. 한국에 사는 30대 여성이자 임신한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이죠.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팔로어가 1만 5천 명 가까이 늘었습니다. 트윗글을 모아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를 펴냈는데 그녀는 이 책을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 소외에 대한 투쟁과 고발의 기록’이라고 소개합니다.

송 씨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현실을 언급합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이 도입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출퇴근길, 그 자리는 비어 있지 않았습니다. 임신부 배지를 달고 상대방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요청해야 했고, 정말 임신한 거 맞느냐는 질문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녀는 듣기 싫었던 말들을 한 자 한 자 일기에 적었습니다. “애가 애를 가졌네”, “임신했다고 피해 의식이 너무 심해졌어”,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엄마라면 누구나 다 겪는 일이야”, 배불뚝이, 배사장, 배장군 등 외모 비하 발언을 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일기 여행』은 일기쓰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여성들의 여정이 담긴 책입니다. 저자 말린 쉬위는 ‘여성 일기 연구회’를 운영하며 여성들이 쓴 다양한 일기를 읽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사회의 억압과 제약, 결혼과 양육, 삶에서의 크고 작은 선택 등 여성에게 주어진 문제를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 문학의 선구자인 버지니아 울프(1882~1941),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 아나이스 닌(1903~1977) 같은 여성 작가들의 자서전과 일기를 통해 그들의 삶과 창작 과정을 들여다봅니다. 이면을 돌아보고 상실을 위로하는 일기쓰기에 독자들이 동참하도록 권하고, 지금 당장 일기를 쓰도록 용기를 북돋웁니다. 수년간 일기를 써온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일기쓰기의 다양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출처:한겨레21, 뉴시스

‘양아록(養兒錄)’은 조선 중기 문신 이문건(李文楗)이 1551년(명종 6)부터 1566년(명종 21)까지 16년간 손자를 양육한 경험을 일기형식으로 적은 기록물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육아일기이자 조선시대 사대부가 쓴 유일한 육아일기이기도 합니다.

이문건(1494∼1567)은 16세기 중종, 명종 시대를 살아온 관료이자 학자입니다. 증조부 이함녕, 부친 이윤택과 백부 이윤식이 과거에 급제하면서 명문가의 위치에 서게 됐죠. 이문건은 형 이충건과 함께 조광조의 문하에서 학문을 배우지만, 1519년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가 사약을 받으면서 그의 인생도 위기를 맞게 됩니다. 옥사에 연루되고, 과거에 응시하지 못하는 형벌을 받습니다. 1527년 사면 후 이듬해 과거에 합격하지만, 정치 탄압에 불운까지 겹쳐 성주로 유배를 갑니다.

양아록을 쓰기 전, 이문건은 둘째 아들 온에 대한 기록을 ‘묵재일기’에 남겼습니다. 온은 어릴 때 앓은 열병의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고, 이문건은 모자란 아들을 교육하기 위해 무지 애를 씁니다. 세월이 흘러 하나뿐인 아들 온이 손자를 낳습니다. 그때 이문건의 나이 58세였습니다. 양아록에는 손자 수봉이 16살이 될 때까지의 성장 과정과 훈육 등이 자세하게 묘사돼 있습니다. 사소한 병치레부터 육아의 구체적 상황과 체험, 손자의 안위를 염려하는 할아버지의 마음까지 진실하게 기록돼 있죠.

육아를 철저히 여성의 일로 치부한 조선 후기에 비해 조선전기는 선비가 육아일기를 쓰는 것이 흠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 또한 ‘양아록’을 탄생시킨 배경이 되었다고 할 수 있죠.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최근 5년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조선시대 개인일기 1,500여 편을 정리하는 학술사업을 펼쳤습니다. 지난 6월에는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조선시대 개인일기의 가치와 활용’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습니다. 심포지엄에서는 일기의 사료적 가치와 문화재 지정 기준, 일기를 편력(編曆), 표해록, 상소일기 등 11종의 세부 기준으로 새롭게 정리한 연구 등을 공개했습니다. 개인 일기가 한 시대를 보여주는 핵심 사료가 될 수 있음을 공표한 겁니다.

 ‘양아록’ 일부
출처:세계일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기의 주인공은 안네 프랑크입니다. 안네 프랑크는 1929년 6월 12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습니다. 만 13세 생일, 그녀는 생일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유명한 안네의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공연히 울적한 기분이 들던 날, “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는 옛말을 상기하고는 글쓰기로 결심하죠. 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료품 공장 창고에 8명이 함께 살아야 했던 갑갑한 상황에서 글쓰기는 그녀의 정신적 탈출구가 됩니다.

그녀는 1944년 8월 1일까지 약 3년간 매일 자신의 일상을 써 내려갑니다. 8월 4일 은신처가 발각되고 함께 있던 8명이 모두 잡혀갑니다. 안네는 아우슈비츠로 갔다가 베르겐벨젠 수용소로 옮겨져 장티푸스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내가 모든 이상(理想)을 아직도 버리지 않았다니 놀랍다! 이상들은 너무 터무니없어 보이고 비현실적이기 때문이지. 그러나 나는 이상들에 매달리겠어. 왜냐하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은 진실로 고귀하다고 믿기 때문이야. (중략)이 학살도 곧 끝나, 평화와 평안이 돌아오겠지. 나는 그 기간 동안 내 이상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킬 거야.” 안네의 일기는 회사의 여비서가 발견해 보관해오다가 전쟁 후 아버지 오토 프랑크 씨에게 전해주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안네 프랑크 하우스에 걸려있는 안네 프랑크
출처:조선비즈

‘나의 성추행은 허위’라며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최 시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5년 전 시인의 일기장이 결정적인 증거가 된 겁니다. 최 시인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가 검찰로 송치된 데도 메모가 중요한 단서가 됐습니다. 심석희 선수가 남긴 일기 형식의 100쪽 분량 메모에는 성폭행 피해 당시의 장소와 일시, 심경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세상이 기계화될수록 일기쓰기와 메모 습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쳐준 사건인지도 모릅니다.

글 ․ 이미지/ 이재은 (뉴스큐레이션)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시절일기’ 펴낸 김연수 “일기 쓰기는 인생을 두 번 사는 방법”
중앙일보, 2019.7.2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나쁜’ 시절을 견디고 이해하고자 쓴 ‘일기’
한겨레, 2019.7.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책에 없어서 쓴 임신부 ‘내 몸 일기’
한겨레21, 2019.7.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詩心으로 보는 세상] 소로의 일기를 읽으며
농민신문, 2019.7.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조선 사신들 여정 빼곡히… “일기가 역사보다 생생했다”
동아일보, 2019.6.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손관승의 리더의 여행가방] (40) 안네 프랑크와 괴벨스의 일기… “기록해야 역사가 된다”
조선BIZ, 2019.5.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디지털시대의 일기(日記) 쓰기
경북도민일보, 2019.2.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어떤 장소에 들어가다

대만인에게 가까운 이웃 나라 한국은 낯설지 않다. 대만에서는 정치에 관심있는 이라면 한국의 생활환경에서 대중적 유행, 음식문화에 이르는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래서였을까? 한국에 머물며 창작을 해야 한다는 계획을 알게 되었을 때 한국의 생활방식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불안하지는 않았다. 생소한 곳에 가서 3개월 동안 생활해야 한다는 막막함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인천 중구에 도착하여 차이나타운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일식 건축물이 들어선 거리, 한글 광고 간판이 걸린 상점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으로 보아 항구 중심의 문화발전이 지역공동체를 형성하였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 주민들의 생활패턴과 지역의 인문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빌딩 숲이 우거진 대도시와 달리 느긋한 일상을 통해 거리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고요함과 문화의 저력이 좋다.

韓國對於台灣人來說不算是個陌生的國家,兩者地理位置相近與對於政治的關心,從生活文化到大眾流行、飲食,在台灣有不少平台可以接收到韓國的這些訊息,當我得知要前往韓國進行駐地創作計畫時,其中並沒有太大的不安是來自於擔心自己不習慣韓國的生活方式,不像是要到一個完全無知的地方過生活3個月。到了仁川中區後,發覺這裡是個經由港口形成文化交融的地方,街上的建築體,從中國城的裝飾到日式建築群的街道與佈滿韓文廣告招牌的店家交錯在一起,形成一個社區。從中可以略知此地居民的生活模式與地方的人文歷史。這裡的生活節奏有別於大樓密集的城市,可以透過生活,緩慢的觀看每一個街角,喜歡這樣的寧靜感與文化底蘊。

 

언어적인 소통 장애는 새로운 생존 방법을 익히는 계기가 되었다
완전히 낯선 한글은 문자를 부호의 구성으로만 식별할 수밖에 없었고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너무 불편했지만, 차츰 소소한 재미를 찾는 또 다른 계기가 되었다. 특히 끼니때가 되면 한글 간판이 가득 들어선 거리를 거닌다. 먼저 음식향을 맡고 가게의 인테리어와 그릇을 보고 손님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그 가게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알게 된다. 그러나 주문은 아는 것과는 별개이므로 식당 밖에 음식 사진들이 게시된 가게부터 시도를 한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그걸 보여주면서 주문하였더니 매번 원하는 음식을 순조롭게 먹을 수 있었다. 가게 주인은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늘 인내심 있고 우호적이었다. 인천에 온 후 처음 몇 주는 일부러 차이나타운에 가서 익숙한 중국어를 구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겼다. 이국 타향에서 친숙한 언어로 속 시원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잊을 수 없는 체험이었다. 너무도 익숙했던 일상이 너무나 평범하지 않은 하루가 되는 날들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늘 공간과 영역이다.
인천 중구에 도착한 다음 날, 나는 지도를 보면서 월미도까지 걸어갔다. 가장 먼저 8번 부두를 지났다. 그곳은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담벼락을 따라 거닐며 철조망 구멍 사이로 안을 들여다볼 때 수많은 철근과 컨테이너들, 그리고 대형 구조물들과 선박들을 얼핏 볼 수 있다. 바닷가 쪽으로 향하여 가다 보면 테마파크가 있다. 산업 중심지에서 갑자기 웃음이 넘치는 레저 장소를 만나면 교통혼잡이나 업무가 주는 긴장감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쾌활함이라는 “바다”의 두 얼굴을 보는 것 같다. 바다에 도착하면 탁 트인 시야가 세상 곳곳을 이어주며 집합과 확산의 연속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나의 감정과 기억을 연결해준다. 대만에 있는 내 집은 바닷가 쪽에 자리하고 있어 나에게 바다는 함께 성장하던 익숙한 곳이고 친절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語文的障礙,也逐漸自我產生一個生存模式。
對於韓文是完全的陌生,在辨識文字上,我只能將韓字看成符號的構成,無法理解,對於這點,在剛開始生活的時候還有些不適,卻也形成一些小樂趣,尤其在用餐的時間,走在充斥著韓文招牌街道上,聞著菜香,起初開始觀察店裡的陳設、器皿,再來是客人用餐的情況,大概都可以知道店裡頭是在賣什麼樣的食物,但點餐又是另一回事,我只能先從店外有貼上餐點圖片的店家進行嘗試,先用手機拍下圖片,進到餐館時秀給店家看,我想點哪一道菜,每次都順利用餐,而店家對於不會說韓文的客人總是很有耐心、友善。剛來到仁川的前幾週,有時會往中國城的餐館跑,能使用中文在異地進行交流,以自己熟悉的語言對談,反 而是一種難忘的體驗,以往的日常變得很不日常。

當進入到不熟悉的環境中,最初的第一印象總是空間場域
抵達仁川中區的第二天,我按著地圖的指示,徒步走到了月尾島,先經過了8號碼頭,這是一個禁止一般民眾進入的地方,只能沿著鐵絲網圍成的牆面繼續往下走,沿途只能透過鐵絲網的孔洞往裡頭窺視,裡面的風景是以數量龐大的鋼筋與貨櫃堆疊而成,還有大型機具與船隻。抵達海岸之前,有一個主題樂園,對於這兩個場景的觀看經驗,從工業重地,突然跳脫到一個充滿歡樂聲的休閒場所,可以清楚得體現到’’海’’給人們的兩個面相,關於交通、事務的嚴謹與充滿歡樂的寄託。到達海邊,望著遼闊的視界,才會發覺到海洋是共享的,它有強大的連結性能連接每個地方,是一個聚集與擴散的中心,更重要的是它連接了感情與記憶,我的部分,在台灣的家靠近海邊,所以海一直是我從小大到大習慣的場域,在這裡讓我倍感親切、安心。

항구는 인천 중구 도시화의 시작점이다. 개항 후, 중구는 두 팔 벌려 경제와 교통의 변혁을 받아들이고 사면팔방에서 흘러 들어오는 문화에 힘입어 오늘날 다양한 거리 풍경을 이루었다. 몇 십년 동안 주민들이 발전시킨 인문문화의 모습이다. 낯선 곳을 가까이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거리를 거닐며 건축물이나 풍물에 반영된 모든 가능성과 시간, 사건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이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주민들의 삶 속에 녹아 있거나 등한시하여 방치한 풍물들이다. 이미 주민들의 일상과 하나가 된 풍물이나 건축물들은 외부인인 나에게 중구를 알 수 있는 매력적인 정보가 되고 창작의 소재가 된다. 나는 늘 카메라, 자, 노트와 펜을 챙겨서 거리에 나선다. 그리고 관찰한 풍물의 크기, 색깔, 재질 등에 관한 정보를 상세히 기록한다. 이들은 나의 창작에 도움이 되고 언젠가 창작을 위해. 모방작품을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港口也就是造就仁川中區城市樣貌的起點,因為開港後,中區成為一個張開雙手的城市,經濟、交通的變革外,最重要的是來自四海的文化力量的進駐,成就現今有著多樣街道景觀的地區風格,這些都是幾十年來居民發展起來的人文樣貌。所以熟悉一個地方最直接的方式是走進街道,觀察建設中物件的任何可能,從中看的到的是時間、事件的痕跡。而我所關注的是那些早已融入居民生活中,又或是早已被居民忽略而閒置的物件,由於這些物件(包括建築的一部分)早已是居民日常生活的,對於外來的我來說,這些都是帶領我認識中區的資訊,是非常有魅力的。這些物件也將成為我的創作題材,我總是會帶著相機、尺、紙筆走上街道 盡量詳細的紀錄著我在街上所觀察到物件的資料,包括尺寸、顏色與材質,蒐集這些資料有助於執行我的創作計畫,將這些物件仿製出來。

 

처음 인천 중구에 왔을 때는 공간분포를 알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지도가 있어야,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차츰 지역의 삶에 익숙해지면서 방향감각과 신체적인 본능에 따라 거리를 거닐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도시의 면모와 가게, 문방구, 철물점, 맛집들을 알게 되었다. 아무런 계획 없이 거닐다 보니 지역의 경이로움과 특색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창작에 필요한 재료를 구매할 가게와 음식점 이름들을 메모하고 나만의 생활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코스를 정하여 차츰 나만의 길로 다니기 시작했다. 삶은 점차 흥미로워졌고, 목적에 따라 재료를 얻고, 식사하며, 일상용품을 살 수 있는 노선들이 지도의 공간분포와 상관없이 정해지면서, 이곳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길 찾기에 집중할 필요가 없게 되자 길에서 눈에 띄는 물건이나 건축물을 더욱 눈여겨 보고 대만에서 본 비슷한 풍경과 다른 점을 찾는 등 사색의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一開始來到仁川中區,皆需透過地圖的指引才能到達每一個想去地方,這時還須倚賴這種空間性分布的地圖,而當逐漸融入到地方生活後,嘗試靠著方向感,與身體的本能擅自在地區隨意的走動,這也讓我無意間偶遇到一些城市樣貌與店家:幾間美術社(文具店)、五金行與好吃的餐廳。在沒有任何打算的情況下閒晃著,更能發現地區的驚奇與特色,。在這些經驗後 ,記錄下一些對於我之後創作所需的採買店家與餐廳,開始築出了幾條只屬於我的生活路徑,這幾條路徑是脫離空間分布的,只服務我個人生活的一切所需才漸漸走出來的路,這變得非常有趣,我開始依目的性:材料取得、吃飯、購買日常用品、運動….等路線,去記憶這些路線,好像真正開始在這邊生活。當心思不在費於找路時,途中就能將專注力放置在觀察路上的物件與建築上的裝飾,去體會這些物件與我在台灣看到的差別是什麼。

글 · 사진/
Liao Chao-H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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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존재들과 함께 살기 -‘도시의 동물’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자체나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하게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날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도시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동안에 특별히 붐비는 곳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무수한 사람들을 마주칩니다. 아침 출근 시간에 1호선만 타더라도 많은 사람을 지나치게 되니까요. 기억을 천천히 곱씹어 봅시다. 온종일 다니면서 마주친 사람들 사이로 몇 마리의 동물을 보셨나요.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애완동물’이란 용어는 ‘반려동물’로 대체되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키우는 동물을 사람보다 열등하고 소유물로 취급했던 관념에서 벗어나서 더불어 사는 친구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것입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이 사람과 서로 정을 나누고 가족의 일원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일명 ‘펫팸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자신들의 자녀와 함께 커가는 것을 긍정합니다. 또한, 반려동물 사람의 기준에 규율하기보다는 그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림 1> 반려동물을 사람과 구분하지 않고 가족처럼 지내는 ‘팻팸족’이 늘어나면서, 자녀와 반려동물이 함께 성장하는 가정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그래서 반려동물과 관련한 도덕적 기준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전히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사람이 얻게 되는 정서적 교육이나 치료 효과, 삶의 만족감 등의 효용을 주장하는 학문적 연구와 증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대중들은 사람이 얻는 효용을 넘어서, 반려동물이 사람과 함께 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더 나은 건강, 더 많은 체험, 더 오랜 수명, 더 많은 행복감에 집중합니다. 질 좋은 먹이, 각종 용품, 야외 활동을 위한 시장이 여러 형태로 발달하고 규모 또한 커졌습니다. 온라인 검색을 조금만 해보면, 이번 여름 휴가에 반려동물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호텔이나 펜션을 포털사이트와 SNS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사는 동안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넘어서서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었습니다. 애견 샵과 같은 과거의 유통경로에 의문이 제기되고, 비윤리적인 ‘강아지 공장’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었습니다. 애견샵 강아지를 분양받기보다는 가정 분양이나 유기견 입양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또 동물장묘업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면서 사후 반려동물을 ‘폐기물’로 처분하던 과거와는 다른 방법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렇게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사람들과 함께 사는 동물들이 늘어났지만, 도시 공간에서 반려동물이 사람들과 함께 있는 모습은 여전히 흔치 않습니다.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인천대공원 등 몇 군데에서는 애견 놀이터를 운영하지만, 식당, 카페, 상점, 대중 교통과 같은 도시의 일상에서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것은 여전히 난망한 일입니다. 도시 공간에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 합의가 이루어지고 개선할 부분이 남아있습니다.

엘리베이터나 산책로에서 반려동물이 이웃을 공격한 사고가 꾸준히 기사화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반복되는 사고는 무척 민감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변 반려동물과 반려인들에게 편견이 심어집니다. 공공장소에서 펫티켓도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갈등이 빚어집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에티켓, 동물을 대하는 비반려인의 에티켓 모두 잘 알려지지 않으며, 지켜야 한다는 인식도 부족합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시간과 홍보의 문제입니다.

독일은 동물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헌법에 명시하고, 프랑스는 동물을 사람의 재산이 아니라 ‘감성을 지닌 생명체’라고 법률로 규정하기까지 20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동물의 지위, 사람과 동물 간의 관계 설정에 대한 논의는 이렇게 어렵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애견 관련 TV 프로그램의 급증과 스타 훈련사 등장으로 반려동물의 삶이 대중에게 조명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를 제외하면 다른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 관련 정보를 얻기도, 적절한 동물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반려동물이 아닌 가축, 실험동물 등의 영역은 논의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얼마 전 모 수의대에서의 동물 학대 사건은 과거 실험동물에 대한 윤리적 의식이 얼마나 모자랐는지 보여주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림 2> 지난 5월, 계양구 반려견 쉼터에서 열린 ‘반려동물 교실’. 우리는 동물과 사람 사이에 더 나은 관계를 배워야 하는 시대에 놓여 있습니다.
 (사진 출처: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반려동물과 사람 간의 관계가 달라진 만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지난 5월, 계양구는 인천시에서 처음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위한 펫티켓, 반려동물 교육법, 의료지식 등을 알려주는 ‘반려동물 교실’을 열었습니다. 새롭게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 더 나은 반려동물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 반려동물의 삶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런 기회가 더욱더 많아져야 하고, 쉽게 접근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수의사, 동물훈련사 등이 모여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의무화가 된 반려동물 등록제도를 통해 새로운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유도하는 체계가 갖추어져야 합니다. 현재 반려동물 등록율은 약 절반 정도 수준으로 추정되고, 고양이 등록이 시범 운영되는 동구 지역을 제외하면 강아지 이외의 동물은 등록조차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지자체는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면서 반려인들에게 자신의 반려동물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도움을 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반려동물을 만나면서 생기는 어려움에 대해 미리 대비할 수 있으며, 10만 마리가 넘게 발생하는 유기동물의 문제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에티켓도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이미 반려동물은 도시의 삶에 깊숙이 들어왔고 더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김윤환(도시공간연구자, 건축사)

참고문헌
강정구(2016). 펫팸족의 출현과 반려동물의 재인식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과 영화작품을 중심으로, 세계문학비교연구, 54, 5-27.
김치호(2019). Bold journal. Issue No. 12. 서울: 볼드 피리어드
오승규(2015). 프랑스법상 동물의 지위에 관한 검토. 법과 정책연구, 15(4), 1-18.
홍완식(2017). 독일의 동물보호법제에 관한 고찰. 유럽헌법연구, 25, 523- 25, 523-544.




[큐레이션 콕콕] 가짜뉴스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 10명 중 8명은 가짜뉴스에 속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가짜뉴스의 주요 유통 경로는 페이스북이고, 기타 유튜브나 블로그,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에도 널리 퍼져있었습니다. 가짜뉴스가 가장 많이 번진 국가는 미국이며 러시아와 중국이 뒤를 이었습니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는 한국의 성인남녀 1,312명 중 88.8%가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언급했다고 전합니다. 실제로 가짜뉴스를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60.6%였습니다.

가짜뉴스는 얼핏 언론사에서 제작한 기사처럼 보이지만, 가짜뉴스 제작 사이트 등으로 허위정보를 사실처럼 꾸며 유통된 것을 말합니다. 기사의 형식을 갖추었으나 악의적인 고의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카더라 통신’이나 ‘오보’와는 속성이 다릅니다. 자극적인 내용이 다수인 가짜뉴스는 확산 속도도 빠릅니다. ‘가짜’인 게 밝혀져 정정 보도가 나더라도 진실처럼 믿어버린 사람들이 많은 경우 없었던 일로 되돌리기도 어렵습니다. 국민 개개인이 합리적 의심을 통해 거짓과 왜곡된 정보를 골라낼 수밖에 없죠.

출처: 브릿지경제

경제적 이득 때문이든 정치적 목적 때문이든 사람들은 가짜뉴스를 만듭니다. 또 누군가는 그것을 퍼 나릅니다. 대중들은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등 다양한 채널에서 이를 접합니다. 진짜와 가짜 정도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요? 제작자와 유포자보다 거짓을 그대로 믿는 대중에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요?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기엔 그 폐해가 심각합니다. 공신력 있는 언론으로 포장돼 있기 때문입니다. 가짜뉴스가 대중을 현혹하고 팔로워를 늘리는 동안 누군가는 주머니 속의 돈을 날리고, 나라를 이끌 ‘왕좌’의 주인은 다른 사람으로 바뀝니다.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용어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광범위하게 퍼졌습니다. 당시 페이스북에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 5건 중 4건은 가짜뉴스였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특정 세력이 정치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겁니다. 내용은 ‘찌라시’지만 ‘공신력 있는 기사’로 포장돼 있어 많은 이들이 속을 수밖에 없죠.

일부 국가들은 가짜뉴스 제작과 배포를 범죄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가짜뉴스 방지법이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정부가 특정 뉴스를 ‘허위’ 정보로 판단하면 미디어는 콘텐츠를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합니다. 유포한 개인은 최대 10년 징역형, 관련 기업은 최대 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8억667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독일과 말레이시아,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도 가짜뉴스 규제가 도입됐습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가짜뉴스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AI 유언비어 분쇄기’를 내놨습니다. 정확도가 81%에 달한다고 하네요. 뉴스 배포자가 믿을 만한지, 사용자들이 호감 가는 반응을 보이는지를 파악하고, 출처 링크와 IP를 추적해 해당 사이트의 타당성을 점검합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뉴스를 권위 있는 싱크탱크 데이터와 비교해 내용의 신뢰도를 검토합니다.

지난 6월 1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허위정보조작의 자율규제 방안 도출을 위한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협의체’ 출범을 알렸습니다. 협의체는 학계, 언론단체,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시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인식조사를 한 결과, 가짜뉴스의 핵심으로 정치적 의도성과 비사실성이 지적됐다.
출처:뉴스1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시민을 대상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온라인 인식조사를 했습니다. 콘텐츠 유형별로 가짜뉴스라고 생각하는 비율을 발표했는데 ‘메신저 등을 통해 유포되는 속칭 찌라시’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뉴스기사 형식을 띤 조작된 콘텐츠’, ‘언론보도 중 사실확인 부족으로 생기는 오보’, ‘선정적 제목을 붙인 낚시성 기사’,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짜깁기하거나 동일 내용을 반복 게재하는 기사’, ‘SNS 등에 올라온 내용을 확인 없이 그대로 전한 기사’, ‘한쪽 입장만 혹은 전체 사건 중 일부분만 전달하는 편파적 기사’, ‘특정 제품/업체를 홍보하는 광고성 기사’ 등을 시민들은 가짜뉴스로 꼽았습니다.

미디어연구센터는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disinformation)와 실수로 발생한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를 포함하고 있는 점을 지적합니다. 각각의 보도 사례를 세밀하게 분석, 구분하자고 제안합니다. 동시에 언론은 돈벌이 목적으로 생산해내는 질 낮은 기사와 사실검증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만드는 오보도 사람들에게 가짜뉴스로 인식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기사 품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출처: 한겨레

가짜뉴스 업그레이드 버전도 있습니다. ‘딥페이크’는 이쪽 업계(?)의 최신 트렌드입니다. 딥페이크(Deepfake)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사진이나 영상에 다른 이미지를 중첩하거나 결합해 가공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합니다. 지난해 크게 화제가 된 ‘트럼프는 완벽한 멍청이’라고 말하는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영상이 바로 딥페이크입니다. 인공지능과 딥러닝, 동영상에 인물의 얼굴을 프레임 단위로 합성하는 페이스 매핑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화면 속 얼굴이나 목소리 등이 진짜처럼 자연스러워 그대로 믿은 사람들이 많았죠.

AI는 꽤 완벽한 가짜뉴스를 만듭니다. 지금은 공익을 위해 계발을 통제하고 있지만, 기술이 진보하고, AI가 가짜뉴스 생산에 악용되면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것은 필연적이겠죠.

국내에서는 아직 딥페이크가 논란의 중심에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은 딥페이크 기술이 초보 단계지만 언제 딥페이크가 국내에서 활성화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외국인들이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행위를 막기도 어렵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왜 이토록 가짜뉴스와 거짓 발언들이 범람하는 걸까요.

첫째는 현대 문화의 특성 때문입니다. 정보나 기호, 화폐는 사실에 대한 지시적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유통 과정에서 다수의 승인을 받아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가짜뉴스도 소비 과정에서 점점 뉴스의 자격을 갖게 되었죠.
둘째는 긴 맥락의 서사를 소화하는 대중의 능력이 쇠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은 재치 넘치는 짧은 문장과 선정적인 정보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길고 깊은 설명이 필요하죠.
셋째는 정보 권력의 이동입니다. SNS나 단체대화방 같은 사적 채널로 정보가 빠르게 이동하고 소비되면서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진실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이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를 펴낸 김아미 씨는 ‘뉴스 뜯어보기’를 강조합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 있으면 여러 언론사에서 이를 보도하는 데 이때 두 개 이상의 신문을 골라 언론이 같은 사안을 어떻게 같고 다르게 전달하는지 비교하는 겁니다. 내가 이 뉴스를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질문하는 것이 뉴스 뜯어보기의 핵심입니다. 하나하나 되짚어 따져보는 거죠.

글 · 이미지 /
이재은(뉴스큐레이션)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내 의견은 ‘팩트’, 남의 의견은 ‘가짜뉴스’?
한겨레, 2019.7.1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사람잡는 가짜뉴스의 세계…좀 맞자, 가짜뉴스 백신!
브릿지경제, 2019.7.1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산책자]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이유
경향신문, 2019.7.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김주언 칼럼>> ‘가짜뉴스’ 보다 무서운 ‘딥페이크’ 주의보
스포츠한국, 2019.7.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④가짜뉴스를 만드는 AI, 가짜뉴스를 잡는 AI
IT chosun, 2019.7.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가짜뉴스’ 잡는다…방통위, 허위조작정보 자율협의체 출범
뉴스1, 2019.6.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인터넷 이용자 86% “가짜뉴스에 속았다”…주로 페이스북
뉴스1, 2019.6.1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채식주의자

한 여성이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육식은 폭력행위’라고 외칩니다. 식당 관계자가 나가 달라고 하지만 여성(A씨)은 “우리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것처럼 돼지도 돼지답게, 소도 소답게, 동물도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채식주의자이자 동물권 활동가인 A씨는 지난달 19일 트위터에 자신의 1인 시위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과 함께 A씨는 “폭력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서 동물의 현실에 대해 알리고 직접 의견을 표출하는 움직임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적은 뒤 “누군가와 싸우거나, 누구를 비난하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만약 비폭력적인 방해시위로 인해 사람들이 불편함이나 긴장을 느낀다면 그건 동물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공개됐습니다.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영업하는 식당에서 과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가축 도살 과정이 비인도적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A씨의 행동은 채식주의 강요”, “다른 채식주의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영업장의 사업주, 근로자 그리고 식사하던 손님들에게 비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 “도덕성에 취해 남들한테 무슨 민폐인가”, “저 동영상에 나오는 손님들의 동의는 구했나, 사상 강요하기 전에 초상권부터 지켜라”는 뉘앙스의 멘트가 많았죠.

출처: 서울경제

A씨는 ‘서울 애니멀 세이브’와 함께 시위를 기획, 실행에 옮겼습니다. 서울 애니멀 세이브는 ‘비질’이라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비질(Vigil)이란 도축장, 농장, 수산시장 등을 방문해 육식주의 사회의 현주소를 기록한 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 폭력적인 현실의 증언자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지난해 프랑스 북부 릴에서는 급진 채식주의자들이 정육점을 습격한 일이 있었습니다. 정육점을 향해 돌을 던지고, 스프레이로 자신들의 구호를 적었습니다. 영국 켄트에 있는 한 정육점은 ‘종 차별을 금지하라’는 문구로 뒤덮였습니다.

지난 4월 호주 주요 도시의 대형 도축장 등에서는 과격 채식주의자 수백 명이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동물 해방을 주장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멜버른 시내에서 100여명의 시위대가 자신들의 몸을 자동차에 묶고 중심 도로를 점거했고,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10대 3명 포함 주동자 39명이 체포됐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생후 18개월 된 딸에게 ‘채식 식단’을 먹여 영양실조에 이르게 한 부모가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채식주의자인 부모는 모유와 함께 현미, 감자 등 영양성분이 제한된 음식을 아이에게 제공했는데, 조사 과정에서 어머니는 사람이 장기간의 정신적, 육체적 훈련을 받으면 물이나 음식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진찰한 의사는 아이가 죽기 몇 시간 전에 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진술했습니다.

차량에 쇠사슬로 몸을 묶고 농성을 벌이는 호주 채식주의자들
출처:연합뉴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전체 인구의 2~3%인 100만~150만 명입니다. 10년 전인 2008년의 15만 명과 비교하면 10배가량 늘어난 셈입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합니다. 건강 때문에, 동물 애호나 종교 등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음식 취향 때문에 채식주의자를 선언합니다.

1년째 페스코 채식 중인 이모(28·여)씨는 “육식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들이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를 배출한다는 얘길 듣고 작은 행동이나마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동물해방물결의 윤나리 공동대표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육식 때문에 잔인하게 도살당하는 동물이 적지 않다. 동물 착취를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채식”이라고 강조합니다.

초등학교 교사 양보라(40)씨는 회식 때문에 간헐적 채식을 합니다. “다 같이 중국집에 갔는데 혼자 땅콩만 먹고 있을 순 없잖아요. 현실적으로 타협한 거죠.” 영양 불균형을 염려해 간헐적 채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오영(40)씨는 빈혈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는 붉은 살코기를 먹고 나머지 날에는 과일과 채소를 먹는 생활을 유지합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음식 칼럼니스트 마크 비트먼은 ‘저녁식사 직전까지만 채식주의자’입니다. 매일 오후 6시까진 채식을 하고 저녁 먹을 때는 육류나 생선도 편하게 즐기는 겁니다.

2018년 세계 채식주의자의 날을 기념해 인도에서 채식주의자들이 ‘육식은 살인이다’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출처:중앙일보

채식이라고 해서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 채소만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채식주의자(Vegetarian)’와 ‘준채식주의자(Semi-Vegetarian)’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4종류로 나뉩니다.
‘락토 오보(Lacto Ovo)’-육류·어류는 먹지 않지만 계란과 유제품은 먹는다.
‘오보(Ovo)’-계란은 먹지만 육류·어류·유제품은 먹지 않는다.
‘락토(Lacto)’-식물성 식품에 치즈, 요구르트 등 몇 가지 유제품은 먹지만 육류·어류·계란은 먹지 않는다.
‘비건(Vegan)’-오로지 식물만 먹는다. 육류·어류·달걀·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은 절대 먹지 않는다.

비건은 뿌리나 줄기는 먹지 않고 열매만 먹는 ‘프루트(Fruit)’와 열로 조리하지 않은 생채소만 먹는 ‘언쿡트(Uncooked)’ 등으로도 구분됩니다.

준채식주의자에도 세 종류가 있습니다.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평소에는 채식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육류를 섭취한다.
‘폴로(Pollo)’-유제품·달걀·조류·어류는 먹지만 돼지고기·소고기 등 붉은 살코기는 먹지 않는다.
‘페스코(Pesco)’-유제품·계란·어류는 먹지만 육류와 가금류는 먹지 않는다.

출처: 세계일보

채식을 시작한 사람들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30대가 많습니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이 세대의 특징 중 하나가 소비할 때 실용성 외에 윤리성까지 중시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장식 축산의 폐해와 잔인한 동물실험 등을 접하면서 육식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합니다.

지난 6월 29일 조선일보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육식이 비윤리적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20대(26.0%), 30대(25.4%), 40대(20.5%), 60대(20.3%), 50대(18.5%) 순이었습니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반감 또한 20대와 30대가 다른 세대보다 높았습니다. ‘채식주의자가 위선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각각 26.6%, 24.9%로 50대(16.7%), 60대(18.9%)보다 앞섰습니다.

이러한 양가감정에 대해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적극적으로 퍼뜨리지만 자기와 다른 생각은 용납하지 못하고 바꿔야 한다고 여긴다”며 “육식과 채식을 사이에 두고 자신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출처: 뉴시스

대한민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입니다. 채식을 중뿔나게 보는 시선 때문입니다. 직장인 김모(42)씨는 채식주의자로 사는 일을 “자발적으로 핸디캡을 껴안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강모(27·여)씨는 “가족들마저도 내 앞에서 고기 먹는 걸 어려워한다. 나름대로 신경 써주는 것이지만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털어놓습니다.

‘채식 완벽주의’ 때문에 힘들어 하는 채식주의자도 있습니다. 채식에 단계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던진 ‘채식 한다면서 왜 달걀(또는 생선)을 먹느냐’ 같은 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겁니다. 채식주의자 스스로 완전채식(비건)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채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트렌드코리아 박성희 수석연구원은 “회식 때 삼겹살을 먹는 일은 일상에서 흔하다. 사회가 채식주의자들을 좀 더 배려해 사회적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채식영양연구소 이광조 박사는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은 학교 급식부터 채식 메뉴가 잘 돼있는데, 우리나라 급식은 단백질을 꼭 육류로 섭취해야 하는 것처럼 운영된다. 제도부터 고쳐야 채식주의자를 유별나게 보는 시선이나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글 · 이미지 /
이재은(뉴스큐레이션)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고깃집에서 시위한 채식주의자
YTN 뉴스, 2019.6.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댓글살롱] ‘살해 멈춰!’ 고깃집서 외친 채식주의자 논란
서울경제, 2019.6.2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고기 먹지 않겠다”… 달걀 먹으면 채식주의자일까
코메디닷컴, 2019.4.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육식은 비윤리적” 응답 비율 2030이 높지만… “채식주의는 위선” 응답도 높아
조선일보, 2019.6.2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육식 반대”…유럽서 채식주의자 ‘정육점 습격’ 잇따라
JTBC 뉴스, 2019.4.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동물·환경 생각하면 고기 ‘못’ 먹죠”… 채식의 세계
세계일보, 2019.5.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스웨덴 부모, 18개월 아이에게 ‘채식식단…징역 3개월
뉴시스, 2019.5.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