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16.5.17~6.7

     “읽기시간에 교과서 대신 소설책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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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는 책상과 의자, 교과서가 없다. 대신 바닥에 푹신한 카펫이 깔려 있고 아이들은 원탁에 둘러앉아 책을 읽는다. 교장은 19세기식 교육으로는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한다. 읽기, 쓰기, 문학 등을 교과서가 아닌 소설로 가르치는데도 학교 종합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29년째 10분 ‘아침 독서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의 도요고는 이미 ‘유명고’다. 전국적으로 2만7천여 개 학교가 아침 책읽기에 동참 중이다. ‘한때’ 사람들은 시를 읽으며 사람과 자연을 배우고, 소설을 읽으며 역사의 진실을 파악했다.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이후 국내 언론은 ‘한국문학의 축복’, ‘문학의 구원’이라는 어휘를 쏟아냈지만 잠깐의 열기 이후 초라했던 ‘그때’로 돌아갈까 두렵다. 문학의 힘과 가능성을 모색한 서동욱 시인의 칼럼을 프레시안이 세 번에 걸쳐 실었다.

    업무 없는 ‘생각하는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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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도의 ‘생각하는 수요일’은 구글의 TGIF(Thanks Google It’s Friday)를 벤치마킹했다. 일주일에 한 번, 업무와 관계없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시간. 충남도 경제정책과 공무원 30여명은 매주 수요일 오후를 명상이나 독서, 동료와의 수다로 보낸다. 혁신 문화가 공직사회에 정착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많지만 ‘열어 놓음’의 실천은 ‘청신호’가 분명하다.

지자체 vs 예술단체…여기저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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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과 경영합리라는 명목으로 경기도문화의전당이 통폐합 위기에 놓이고, 28년 전통의 거창국제연극제가 무산 위기에 처했다. 자본의 효율성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예술이 여러 이해관계에 얽혀 고비를 맞고 있다. 실적 부담 때문에 수준 있는 공연보다 대중의 입맛에 맞는 콘서트를 기획할 수밖에 없다는 한숨의 자리에서 예술과 문화의 가치를 다시 묻는다.

문화 행정이 정치논리에 예속되면 하드웨어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건축물은 정책 시행 평가에 유리하다. 200억 원의 건축비를 들이고도 연 가동률이 20%밖에 되지 않는 문화회관이 수두룩한 현실. 적자 설거지를 할 수밖에 없는 공간 중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도 포함된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하이 터치 설거지의 핵심은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 버리기다. 콘텐츠의 융복합, 지역 시민의 문화 마인드 형성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문화회관을 예식장을 대체하는 문화 웨딩 장소로 이용하거나 갤러리를 캠핑 촌으로 개방하자는 제안 등이 낯설 수 있지만 이미 시작해서 호응을 얻고 있는 곳도 많다.

유커는 대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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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400개, 삼계탕 4000인분과 맥주 4000캔. 지난 5월 초, 중국 기업 임직원을 위해 프로모션 등으로 마련한 ‘파티’는 ‘음식한류의 쾌거’ 혹은 ‘과잉접대의 굴욕’으로 상반되게 표현됐다. 주간경향은 각종 도표와 자료, 전문가의 발언을 빌어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유커 대박론’을 넘은 문화 교류 대상으로서의 시선의 변화를 유도한다. 중국에서 온 사람을 ‘중국인’으로 뭉뚱그리지 않고 극동 사람과 남부 사람의 다름을 이해한다거나 상품 판매에 연연하지 않는 관광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한국방문 목적 1위인 ‘쇼핑 관광’의 비판적 시각을 지적하지만 한편, 이로 말미암은 서울 주요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간과하지 않는다. 돈벌이를 위한 관계에서 벗어나 더 높은 차원에서 중국 관광객과 중국 문화를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 2016.5.3~5.16

툭하면 대립하던 이웃 섬 주민들 함께 특산품 팔며 형•동생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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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덕적도. 이곳을 거쳐야만 갈 수 있는 문갑도와 굴업도, 울도 등을 방문하는 여행객이 늘면서 ‘나그네 섬’이라고 불렸다. 덕적도 진리 선착장에서 열리는 섬 특산물 주말장터를 기호일보가 취재했다. 선착장 한쪽의 주차장 부지를 장터로 꾸며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섬을 둘러싼 개발과 보존 논리에 반목했던 덕적도와 소야도 주민들이 함께 장을 운영해 더욱 의미가 있다. 수입이 생겨서 좋고, 형님아우 소리로 피어나는 웃음꽃은 더 좋다.

페이스북의 수상한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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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밥을 샀다면 내게 바라는 게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공짜로 문자와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친절하게 1년 전에 올렸던 사진을 보여주는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포털은 무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우리가 누르는 ‘동의’ 버튼 속에 숨겨져 있는 정보를 빅데이터로 수집한다. 분류, 가공해서 기업이나 정부에 팔아먹는다. 이메일, 전화를 도청해 대중 통제의 기초의 삼는다. ‘공짜 점심’은 없다. 공짜가 수상한 이유다.

모바일폰, 페이스북, 카카오톡의 일상이 거의 중독 수준이다.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우리가 순간에 집중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현대인은 잠깐 사이에도 뭔가 빠뜨리지 않았는지 불안해하고, 어디선가 자신이 모르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 참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동아일보 행복원정대가 초등 고학년들의 행복찾기에 나섰다. 초등생들은 페친이 많으면 잘나가는 애라고 생각한다. ‘좋아요’와 친구 숫자를 비교하며 우쭐해하거나 왕따가 아닌지 걱정한다. 학교에서 ‘짱’ 노릇을 하려면 페북이나 카스 추종자 숫자가 어느 정도 나와 줘야 한다. 좋아요와 팔로어 숫자가 자존감을 측정하는 기준이 됐다. 모든 게 너무 빠른 사회.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독자들의 삶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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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과 커피숍이 만나고 서점과 잡화점이 하나된다. 스타벅스는 이제 맥주와 와인을 판다. 종이책의 종말이 논의되는 세상에서 세계적인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시애틀에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다. 고객평점 4점 이상(5점 만점)인 책들만 노출되는데 데이터를 토대로 ‘사람’이 최종적으로 진열할 책을 고른다. 통섭의 시대, 창조적 사유의 시대. 이제 우리는 반복해서 자신을 재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제보다 오늘이 나으리라는 기대가 틀릴 수 있고, 지금까지 배운 교육이 쓸모없을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습관을 바탕으로 자칫하면 훅 가는 현실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판사•보호소년 함께 걸은 ‘티격태격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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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2일부터 ‘걷기 마일리지’를 시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걷기 실천율을 늘려 비만을 예방하고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다. 모바일 앱에 카운트된 걸음수로 지하철 이용권이나 항공권을 받을 수 있고, 기부하면 소외계층이나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도 있다. 건강보다 정신을 더 염두에 둔 걸음도 있다. ‘나는 걷는다’의 저자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4년 동안 실크로드를 걸었다. 30년간 기자로 활동한 그는 은퇴 이후 사회적 소수자가 된 자신의 삶을 걷기를 통해 재활했다. 그는 “걷는 동안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존재 이유가 있음을 알았다”고 했다. 그가 설립한 쇠이유(Seuil, 문턱)는 비행청소년에게 도보여행을 통해 재활의 기회를 주는 단체. 비슷한 프로그램이 한국에도 있다. 부산가정법원 정영태 판사와 경범죄를 저질러 보호처분을 받은 16세 강 군이 8박 9일 동안 함께 걸었다. 올레길과 해변을 걸으면서 강 군은 좋아하는 축구와 여자친구 이야기를 했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 2016.4.19~5.2

곳곳에서 뉴스가 쏟아진다. 모바일 기기, TV, 노트북 속에도 뉴스가 흐른다. 지진 발생 8분 만에 기사를 만들어내는 ‘로봇 저널리즘’, ‘로봇 기자’의 시대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보 전달과 가십이 넘쳐나는 가운데 누군가 인심이 묻어 있는 기사, 짚어볼 거리가 있는 기사, 그래서 의미 있는 기사를 따로 모아준다면? ‘뉴스 큐레이션’은 인천의 문화예술 소식에 한정되지 않는다. 여기와 거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뉴스, 경계가 허물어진 곳에서 꿈틀대는 새로운 뉴스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카페와 서점의 만남, ‘세든서점 프로젝트’

일반인도 책을 쓰는 세상. 더 이상 책쓰기는 ‘작가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콘셉트만 있다면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 독립출판은 형식도, 내용도, 책의 판형도, 부수도 자유롭다. 자기만의 감각과 디자인으로 독특한 책을 만들 수 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전국 40여 개 독립출판서점 리스트에 인천은 없었다. 가까이 부천에는 카페 5km가 있고, 멀리 광주에는 오월의 방, 제주에는 소심한 서점 등이 있었지만, 그리고 서울에는 책방만일과 더북소사이어티, 스토리지북필름 등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인지도를 넓히고 있었지만 인천은…. 지금은 요일가게의 ‘금요야매책방’도 있고, 배다리 안내소도 독립출판서점 기능을 하고 있지만 ‘전문 서점’을 찾을 수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기존의 대형 출판사는 물론 독립출판사들과도 다른 방식의 서점을 고민하다가 시작했다는 세든 서점. 이름 그대로 세를 든다는 뜻의 ‘세든서점’은 차이나타운의 모노그램 커피, 신포동 애관극장 건너편 ‘극장 앞’ 갤러리 카페, 그리고 인조이 스토어 공간 한 쪽에 세 들어 있다. 바퀴 달린 이동식 책장 위에서 커피향을 따라 여행하는 책, 책, 책. 한 권 한 권의 책이 꽂혀야 하는 이유를 발견해주는 이들이 많이 찾는 서점으로 만드는 것이 세든서점의 목표다. 장소 점유가 아닌 독서문화의 향유를 염두에 둔 가치가 반갑다.

‘세계 책의 수도’ 인천 1년 대장정 완료…무엇을 남겼나

세계 책의 수도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4월23일)을 기념하고 독서와 저작권 진흥을 위해 매년 유네스코가 지정한다. 15번째 책의 수도로 선정된 인천시는 지난 1년간 세계 책의 수도 사업을 진행했 다. 대부분의 기사가 ‘성공적 마무리’, ‘세계 책의 수도 선정 후 독서붐’, ‘책과 함께 내달린 1년 인문도시 기반 다졌다’ 같은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인프라 개선 및 독서, 출판 진흥 사업이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행사 축소와 인천만의 특색 있는 사업 미비, 시민들이 모르는 국제행사였다는 지적이 오로지 사업비 부족 탓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라진 이화동 명물 벽화… 주민 갈등 터질 게 터졌다.

물고기 계단, 꽃 계단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 오전에도 마을 입구에는 관광버스가 수시로 정차한다. ‘정숙 관광 캠페인’도 벌여보지만 하얀 날개 앞에 서면 저절로 천사가 되는 재미 앞에서 관광객들은 깔깔깔 웃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 페인트로 ‘예쁜’ 벽화를 지웠다. 벽화마을 곳곳에는 ‘편히 쉴 권리’, ‘재산권’ 등의 글씨가 빨갛게 새겨졌다. 관광객들의 소음도 문제지만, 벽화 주변 상권 형성 과정에서 경제적 이득을 본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었다. 이화동 벽화마을 사례로 인천 중구의 동화마을을 생각해본다. 사업 시행 초기부터 민관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동화마을은 이화동의 선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홍대여 잘 있거라~ 우리는 창동으로 간다

61개의 컨테이너로 만든 복합문화공간 ‘플랫폼 창동 61’이 지난달 29일 개관했다. 음악, 미술과는 거리가 있던 도봉구 창동을 대중 음악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시도다. 홍대를 중심으로 했던 인디신은 불특정 다수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했지만 창동은 다르다. 서울시가 문화 기반 마련을 위해 계획적으로 추진했다. 홍대 인근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공연예술인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은 터라, 그 대안으로 플랫폼 창동의 역할에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 한편으로 염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플랫폼 창동이 자발적 문화예술역량과 결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그것이다. 정책이 목청 높이며 앞장서는 게 아닌, 지역의 기획자, 예술가들이 앞서서 그곳에 거주하고 활동하며 입소문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공간은 낡아서가 아니라 외로움으로도 폐허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