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2016.11.01~2016.11.14)

가만한 당신
지난 몇 주간 ‘성’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성추행, 성추문. 김 씨 박 씨 모 씨. 여성인 나는 피해자와 같은 방에 앉아있는 심정으로 기사를 읽었다. 한숨을 푹푹 쉬다가 아차, 큐레이션 마감해야지. 좋은(?) 문화계 소식 찾아 클릭 삼매경. 전자책을 무료 배포하는 무보수 CEO와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꼼꼼하게 정리한 기사를 스크랩한다. 사회혁신 디자인을 외치는 에치오 만치니 인터뷰와 사진전문기자의 뒷담화도 있다. 11월 첫째 주 큐레이션은 ‘가만한 당신’으로 시작한다.

[가만한 당신] 요세프 하마츠

01
“그만한 일로 상처받지 마.” 당사자에게는 분통 터지는 충고다. ‘그만한 일’이라니. 상처 받은 자의 인생길을 좌에서 우로 꺾었을 수도 있다. 누군가 전쟁의 종언을 선언했다고 해서 모두에게 진짜 끝은 아니다. 요세프 하마츠는 나치 전범들을 찾아 복수를 감행했던 유대인 조직의 리더였다. 비밀결사조직 ‘나캄(어벤저스)’은 “모든 살인과 대량학살에 대해 참고만 살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싸웠다. 요세프 하마츠는 작전을 계획대로 행하지 못한 걸 안타까워했다.

지금은 상식으로 알려진 가치를 일구려고 노력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았고, 죽은 뒤 산 자의 기억 속에 아련히 존재하는 이들의 삶에 주목하는 ‘가만한 당신’ 시리즈. 최윤필 선임기자는 평생 베트남전과 함께 산 저널리스트 로버트 팀버그, “내 장애는 당신들의 영감이 아니”라고 말했던 코미디언 스텔라 영의 삶을 촘촘하게 기록한다. 가만히 우러러볼 필요는 없다. 그들의 인생, 혹은 나의 오늘을 가만가만 질문해보는 걸로 충분하다.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02
에치오 만치니가 정의하는 디자인은 ‘실용성이 있으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도록 의상이나 제품, 작품, 건축물 등을 설계하거나 도안하는 일’을 넘어선다. 21세기는 기술혁신이 아닌 사회혁신이 디자인의 자극제가 된다. 의미 있는 사례를 남들보다 빠르게 인식하고, 사람들이 더 쉽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다.
자전거가 똑똑한 운송수단으로 탈바꿈한 이유? 정답은 디자인이다. 새로운 자전거 주차장, 공유자전거와 결제 체계, 자전거 도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늘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려면 디자인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과도한 스토리텔링에서 탄생한 조형물이나 표지판은 혁신은커녕 역사의식을 퇴보시킬 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인천의 중구와 동구에 펼쳐진 곱지 않은 디자인은 과연 합리적일까. 혁신적일까.

그레그 뉴비 “읽는 것이 힘…누구나 읽을 자유 누려야죠”
 03

인류의 지적정보를 전자책으로 만들어 무료 배포하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Gutenberg Project). 1971년 7월 4일, 미국 독립선언문을 전산화해 지인들에게 e메일로 배포한 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2016년 현재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홈페이지(www.gutenberg.org)에는 5만3000여권의 전자책이 무료로 등록돼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등의 작품, 핀란드 문학을 영원히 보존하고 싶다며 핀란드 청년이 자국어 책을 스캔해 올린 것, 미국 오리건주 농부가 자신의 아몬드 농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한 것 등. “역사의 혁명적인 사건들은 모두 문서화에서 시작됐습니다. 읽는 사람들에게 힘이 있습니다.”

밥 딜런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04
본명은 로버트 알렌 짐머맨. ‘밥 딜런’은 영국 웨일스 출신 시인 딜런 토마스의 이름에서 따 왔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민요에서 비상업적이고 공동체적인 가치를 재발견해 현대적으로 바꾼 포크음악. 포크송을 청년들의 상징으로 만든 대표주자. “사람이라고 불리기까지, 그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만 하나? 포탄 사용이 영원히 금지되기 전에 얼마나 많이 포탄을 쏘아야 하나?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에 흩날리고 있네.” 아임 낫 데어(I’m Not There)는 밥 딜런의 7가지 자아가 투영된 영화다. “밥 딜런 음악은 나를 거의 문학적으로 사로잡았다” vs “노망 난 히피들의 썩은 전립선이 향수에 젖어 주는 상” 12월 10일, 그는 시상식장에 나타날까? 사진과 영상, 주간지와 일간지, 웹진 기사 수십 개가 링크돼 있는 단 하나의 글. 부족한 듯 넘치는 밥 딜런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타인의 하루를 훔치는 여자 최성문

05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주목할 만한 기사 하나를 소개한다. 기자가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라디오 방송국 복도였다. 지난해 12월 31일이었는데 그녀는 이듬해가 아닌 그해 달력을 들고 왔다. “365명이 만든 달력입니다. 노숙인, 외국인 노동자, 탈북 새터민, 발달장애 어린이, 암병동 환자, 문화예술인, 농촌 주민이 각자 숫자 하나씩을 써서 만든.” 지난 10월에는 달력 가제본을 어깨에 들쳐 메고 나왔다. 그때 그녀를 담은 사진은 어떤 색깔일까. 어떤 분위기일까. 한국으로 시집온 필리핀인 레오노라 이 팍손이 쓴 숫자, 몽골과 터키, 네팔에서 받아온 숫자들. 타인의 하루 하루로 모두의 하루를 꿈꾸는 삶. 하루를 쓰는, 하루를 사는, 하루를 공유하는, 여기 사람의 얼굴이 있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2016.10.18~10.30)

동시대성
  01
쉽게 말하면 ‘동년배’ 정도의 의미일까. 컨템포러리(Contemporary)는 신세대, X세대, 실크세대 등 특정 기간으로 묶인 ‘동일 세대’를 뜻하는 용어다. 혹은 현대, 현대성, 현대인을 지칭한다. 지금의 예술은 현재라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에 의해 탄생된다.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의 틈을 만들어내는 것, 그 시대와 거리를 두고 시차를 만들어내는 것. 상관없어 보이는 여러 장면을 합치는 것. 시간들을 함께 놓기.” 이건 철학자들의 이야기. 다른 나라의 예술(인)과 우리나라를 연결할 것 없이, 여기 살아있는 예술가들을 ‘동시대성’으로 이어붙일 것 없이 육체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늙는 인간 개개인을 가여워하자. 연습도 많이 했고 연주도 뛰어나지만 ‘세대’에서 좌절한 어느 기타리스트에 관한 짧은 이야기.

나의 모든 사랑이며 영원한 전부인 너
 02
‘너’는 고유명사가 아닌 숫자로 시작한다. 너는 호모 사피엔스 7341874089명 가운데 한 명이고, 집에서 직장까지 58분이 걸리며, 하루 평균 2074㎉를 섭취한다. 지난해 먹은 라면은 일흔여섯 개고 1년에 육류를 47.6㎏ 정도 먹는다. ‘너’를 설명하는 어떤 표현은 네 옆의 누군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 중독인 너, 자녀 1인당 양육비로 3억을 쓰는 너, 부부의 연소득 1년치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절대 빚은 갚을 수 없는 너, 자살률 1위에 빛나는, 인구 10만명당 28.5명이 자살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너. 그러나 슬기로운 사람, 호모 사피엔스는 말한다. 이런 시대에도, 이런 나라에서도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사는 게, 잡은 줄을 탁 놓아버리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귀한 것이라고. 천년만년 살아남으라고. 살아남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알겠니? 너, 그런 너를 위한 콩트. 나는 너다.

스마트폰이 진짜 우리의 두뇌
  

 ‘세대’는 사회변동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역사적 구분, 출생연도, 생애주기 단계에 따라 수많은 세대 용어가 만들어지고 또 사라진다. Z세대는 1995년 이후에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붙들어 맨다. 그 이전 세대는 성인이 된 뒤에 디지털 문화를 겪었지만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혹은 유년시절부터 경험했다. 호모 사피엔스(지능을 가진 현생인류)에서 호모 디지쿠스(디지털 시대의 신인류)로의 진화. 호모 디지쿠스들은 인터넷(모바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영상매체에 친숙하고 텍스트도 이미지처럼 덩어리 단위로 읽는다. 선생, 지식의 권위도 달라졌다. 교실 안에서든, 교실 밖에서든 어른에게 집중하지 않는다. “엄지세대는 아주 자연스럽게 두 눈 앞에 혹은 두 손 안에 자기 머리를 들고 다닌다. 그 머리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가득 찬 머리다.” 지식은 자신의 스마트폰 속에 있다. 차이는 다름을 만들어낸다. Z세대뿐이겠는가. Y세대, 밀레니얼 세대….

가난한 자, 시방 위험한 짐승들
 
 04

가난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비리나 부정부패를 저지르기 쉽고, 성격도 원만하지 않아 조직문화에 융화되기 힘들다. 설마 그럴까? 기자는 여기저기 의견을 묻는다. “가난을 극복한 게 자랑은 아니니까요.” “많은 개인적 경험 탓에 회사의 문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에요.” 가난을 전염병으로 여기며 기피해온 사회. 가난을 숨기는 시대의 에티켓을 따르는 사람들. 대개 가난하지만 아무도 가난한 척 하지 않는 시대.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는 미당의 시를, 기자는 떳떳하게 인용하지 못한다. “가난이 ‘댁에게 이런 꼴을 보게 해 몹시도 송구한’ 바바리맨 같다”는 비유가 못내 서글프고, 한심하고, 쓸쓸하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2016.10.04~10.17)

샤프심으로 매트릭스를 연출한 상상의 비결

01
‘T Times’는 뉴스 홍수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꼭 읽어야 할 지식과 정보, 꼭 느껴야 할 감동, 내 삶을 바꿀 통찰을 전한다. 카드뉴스는 이미지 중심의 시대에서 문자 텍스트를 멀리하는 현대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물건을 전혀 다른 이미지로 표현한 일본의 아트 디렉터 타나카 타츠야 이야기. 그의 상상과 손을 거치면 도넛이 암벽이 되고, 메모리칩이 그랜드 피아노로 변신하고, 초밥이 침대가 된다. 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미니어처 사진 일기’를 올린 그는 사물을 보는 색다른 관점을 강조한다. 소인과 피그미족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새로운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다. 그의 기발하고 세밀한 미니어처가 우리의 일상을 자극한다.

야한 소설 쓰는 여학생과 변태교사, 그들의 용기
02
‘성’에 대한 모든 궁금증이 ‘빨간책’에 들어있다. 극본, 호연, 연출의 조화로운 3박자로 호평 받은 드라마스페셜 ‘빨간 선생님’은 1980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움과 추억을 소환하는 ‘응답하라’ 시리즈와 달리 ‘빨간 선생님’은 한국의 시대적 상황을 좀 더 극적으로 담아냈다. 속물 선생이 사랑에 눈 뜨게 되지만 그의 인간적인 선택은 비극을 담보로 한다는 이야기. 자세한 줄거리는 아래 기사를 참조하시라. 청소년들의 호기심, 존경과 애정이 오가는 사제지간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신한 소재에 대한 기대에 더해 새로운 PD와 작가 발굴의 장인 드라마 스페셜은 앞으로 아홉 작품을 더 선보일 예정이다.

주먹을 불끈 쥔, 당당하고 우아한 소녀
   03

오는 10월 29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열린다. 소녀상 제작을 맡은 김창기 작가는 고개를 살짝 들어 멀리 일본을 응시하며 서 있는 당당하고 온화한 소녀상을 만들었다. 김운성 작가가 조각한 ‘원래의 소녀상’이 좋은데 왜 바꾸느냐는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인천만의 이미지를 넣어야한다는 강박도 마음에 부담이 됐다. 김창기 작가의 소녀상은 주먹을 불끈 쥐고 서 있다. 얼굴은 온화하지만 손발에서 긴장이 느껴진다.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를 세워 아이의 발을 모형 떠서 만들었다. “아빠 나 그렇게 고생 안 했는데, 그렇게 아파하지 않았는데.” 아이의 말에 울컥, 작업하면서 운 것도 여러 번이었다. 전국에 퍼져있는 평화의 소녀상, 뜻은 하나이면서도 모양은 하나가 아니다. 오른손 끝에 나비가 앉아있고(광주), 나비 날개를 뒤로 한 채 날아오르고(이화여대 정문), 긴 머리를 땋은 버선발의 소녀가 앞으로 나아간다(부천). 앞모습은 없다. 김 작가가 만든 앞모습은 거울이고, 자신을 보게 하는 그곳에 ‘반성의 의미’를 담았다.

 모바일 드라마, SNS 예능의 인기
 
04

웹 드라마는 ‘모바일 드라마’ 또는 ‘SNS 드라마’로 불린다. 10분 안팎의 짧은 러닝타임, 기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소재로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 플랫폼을 통해 방송된다. 여성 동성애,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한 여고생, 다양한 남자친구의 모습을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한 것 등 내용과 촬영 기법이 독특하다. 아이돌 멤버의 대거 출연도 기존 드라마와 다른 점이다. 웹예능의 경우 불법 도박, 세금 문제, 이혼 등 출연자들의 과거를 거침없이 공개하는 등 과감한 방식을 시도했다. 웹콘텐츠의 시장은 밝다. 2013년 7편, 2014년 23편에 이어 지난해에는 67편으로 제작편수가 뛰었고, 올해는 200여 편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짧아지고, 편해지고, 가벼워진다. 이 변화가 대세고 흐름이라면 ‘잘’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관건은 콘텐츠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느냐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2016.09.20~10.03)

요약이 당신을 유혹한다.
01
스압 주의. 게시글이 길어 스크롤을 계속 내려야 하니 그 압박에 주의하라는 말이다. 읽기 싫으면 누르지 말거나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뜻. 신조어의 생애주기는 점점 짧아진다. ‘스압’은 지고 ‘요약’이 뜬다. 짧고 간결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정보 다이어트’가 인기다. 매체는 넘쳐나고 알고 싶은 건 많다. 400쪽 분량의 책을 20분 만에 ‘읽어내고’ 구매를 결정한다. 신문의 긴 호흡보다 핵심만 간추린 카드뉴스에 호감을 갖는 독자가 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아도 드라마와 예능의 줄거리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읽어내면서 피로를 최소화하기. 콘텐츠 과잉의 시대, 요약이 당신을 유혹한다.

언젠간 쓸모 있을지 모를 짧은 지식
 02
‘아르바이트’는 일/노동을 뜻하는 독일어. 우리나라에서는 기간제 일자리 혹은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로 정착했다. 독일 격언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아르바이트 마흐트 프라이)’는 나치가 강제수용소 정문에 이 문구를 걸었던 역사 때문에 현재는 배척받는 문구가 됐다. 프리랜서의 ‘랜서’는 창을 의미하는 ‘랜스’에서 나왔다. 돈을 받는 대가로 창을 들고 싸워주는 용병이 현재의 자유계약 개인사업자를 뜻하는 단어의 어원이 됐다. 당장은 쓸데없지만 언젠가 쓸모 있을지 모를 짧은 지식. 더 궁금하면 아래를 클릭하시라. 총 440개의 지식이 올라와 있다.

자크 아탈리의 ‘21세기 사전’
 
03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고종석 씨가 친구에게 하듯 편하게 말한 지 꽤 됐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지만, 미래를 헤아려보는 건 힘든 일이야.”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사전’(1998년)에서 영어가 보편어가 되지 않을 것,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가 나타날 것, 다시 ‘유목’과 ‘유목민’을 중심으로 한 유목 문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종석은 아탈리와 동의하거나 혹은 다르게 생각한다. 21세기 끝 무렵이 되면 (문학적 전통이 깊은 언어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보편어로서 전 세계를 평정할 것이고, 장기적으로 일부다처제와 일처다부제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21세기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탈리가 예측한 지금 이 세기를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도 없고, 마냥 부정할 필요도 없어. 우리의 경험이나 상상력에 기반해서 어떤 것은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버리면 그만이야. 아무튼 과거(불과 20년도 안 된 과거이지만)에 쓰인 ‘현재에 대한 예언서’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야.”


당신은 정상인입니까
 
04

13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대상 수상작 ‘내추럴 디스오더(Natural Disorder) 2015’. 덴마크로 입양된 한국계 남성이자 뇌성마비 장애인 야코브 노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장애 때문에 겪는 취업‘장애’, 장애에서 탄생한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등을 연극, 애니메이션 등으로 표현했다. 미래의 DNA 기술이 장애 아이를 걸러내는 데 쓰일 거라는 전망 속에서 ‘미래에 남지 않을, 멸종할 인류’로 살아가는 불편을 예술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담겼다. 인간은 누구나 정상성의 압박을 받는다. 이 사회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강박. 그 과정에서 타자를 배제하고 묘한 차별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쉬쉬하는 추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궁정의 광대” 야코브 이야기.

5전 국민이 인천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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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꼭 여기서 찍어야 한다는 법도 없는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소, 바로 송도국제도시다. 청라 커널웨이 수변공원이 ‘애정신 장소’로 주목 받을 때 송도에서는 ‘주인공 집’이 조명된다. ‘닥터스’의 금수저 의사 진서우(이성경)를 위한 송도 오크우드 프리미어 호텔의 120평 최고급 펜트하우스,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조들호 전 부인(박솔미)는 더샾퍼스트월드 아파트 63층에서 ‘살았다’. ‘W’의 강철도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송도를 질주했다. 인기 장소로의 급부상은 넓은 도로와 적은 차량 덕분.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혜리)이가 뛰어다니던 부평 십정동 열우물 마을은 철거를 앞두고 인적이 드물었지만 드라마 영향으로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지 않는 도시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인천만큼 공항과 항구, 섬과 달동네, 원도심과 신도심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곳은 드물다. 마약 밀매, 범죄와 폭력 이미지에서 벗어나 ‘키스하는 도시’로의 반가운 변화.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2016.09.06~09.19)

‘친구와 술 한 잔’ 하기 위해 시인은 두 달 동안 시를 쓴다.
01
늦여름, 혹은 초가을의 기운도 없이 거인의 발로 성큼 ‘가을’이 왔다. 시를 읽기에도, 술 마시기에도 좋은 계절. 오랜만에 청탁 전화를 받고 시인은 그날부터 시를 생각한다.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잠을 자면서도 시재(詩材) 생각뿐이다. 친구의 호출도 마감 이후로 미룬다. 수십, 수백 시간 만에 완성한 시를 보내고 원고료를 받는다. ‘가을이니까’ 친구들을 불러 술을 마신다. 두 달간 쓴 시를 보내고 받은 돈을 쓰는 데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두 편에 5만원. 20만원을 받으면 좀 나을까? 문인들은 시를 ‘계산’하는 일이 까다롭다고 말한다. 순간적 감응으로 완성할 수도, 몇 년에 걸쳐 다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돈이야 계절이야, 뭐가 됐든 시인들은 계속 시를 쓰고, 술을 마신다. 시가 그리운 독자들은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에 간다.

인천에서 자란, 이런 ‘돌아이’ 감독
 02
그 영화 봤어? 물어보기 전에 주위를 돌아보자. 최초의 인간을 다룬 <시발, 놈:인류의 시작>은 제목부터 만만한 영화가 아니다. 뻔뻔해서 웃기고, 황당해서 박수가 나온다. 마냥 가벼울 거라고 예상하면 오산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장 자크 아노의 ‘불을 찾아서’, 무성영화의 클래식한 아우라 등이 백승기 감독다운 방식으로 표현된다. 인천을 배경으로 한 처녀작 <숫호구> 이후 내적 진화를 했다는 평가와 ‘힘찬 패기’라는 감상 뒤에는 ‘깊이 없는 해프닝’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꿈으로 꼭 뭔가를 이뤄야 하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즐기면 안 되나? 도전은 쉬운 줄 아나?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창작, 만들자마자 예술이다.

물은 거꾸로 흐르면 안 되는 거야
 
03
토대는 꼰대였지만 성소수자 아들, 파업 공표 엄마 등 시대를 앞서가는 설정이 있었다. ‘흥행보증수표’ 김수현 작가의 최근작은 방송사 처지에서 볼 때 방영을 하면 할수록 손해인 민폐작으로 마감했다. ‘그래, 그런거야’는 변함없는 꼰대적 구조에 성차별적 장면만 남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혼전순결’ 운운도 촌스럽고 ‘개념녀’의 이분법도 구식이다. ‘여자니까 참아야 한다’는 안이함은 굳이 여성주의를 언급하지 않아도 낡은 사고방식임이 분명하다. 자기 복제와 매너리즘은 잘 이용하면 스타일이 되지만 안주하면 몹쓸 굳은살이 된다.

 

음식 포르노는 가라
 
04
음식의 모양과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사람은 음식보다 사람에 포커스를 맞춘 프로그램을 견디지 못한다. 크게 벌어지는 입술과 목젖의 움직임, 점점 커지는 눈동자에 집중하는 화면은 어쩐지 포르노와 비슷하다. 중림동 새우젓(글쓴이)은 온갖 장르에서 소비된 음식에의 탐닉을 고백한다. 정확히는 음식에 관한 문장과 상상 속 이미지에 대한 집착이다. ‘봄봄’의 봄감자, ‘운수 좋은 날’의 설렁탕, ‘날개’의 아달린 알약, ‘올리버 트위스트’의 꿀꿀이죽과 ‘소공녀’의 오이 샌드위치가 존재하는 시공간은 가히 황홀경의 세계다. 어느 쯤에 다다르면 종교의 경지. 재료 써는 소리, 가스레인지 켜는 소리, 찌개 끓는 소리를 듣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지는 선(禪)의 순간에 도달한다. 웹툰과 영화, 요리 영상 소개까지 음식에 대한 애정으로 알알이 차 있는 글이다.

5로이터 사진전, 이 한 장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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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photography’는 빛으로 그린 그림이고 한자어 ‘寫眞’은 진실을 베낀다는 뜻이다. 기술보다 본질. 건축가 승효상은 ‘사진’이라는 단어에서 더 큰 울림을 느끼고, 사진의 가치는 기억의 재생에 있다고 말한다. 이 한 장의 사진. 난민들이 임시 거주지 앞에 나와 물통과 식기에 빗물을 받는다. 난민선에서 두 달 넘게 표류하다 미얀마 남쪽 해상에서 구조된 로힝야족 난민과 방글라데시 이주자들이다. 오늘은 불안하고 내일은 캄캄한데 그때, 단비가 내렸다. 헐벗은 그들의 얼굴에 한 줄기 행복이 지나간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2016.08.16~09.05)

올림픽 말고도 브라질은 깊다
 1
‘브라질’은 붉은 염료를 함유한 나무 이름에서 유래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나라. 아마존과 축구, 삼바의 나라. 세계랭킹 상위 선수의 노 메달과 중계방송 아나운서들의 막말논란이 이슈가 되는 가운데 한겨레가 브라질의 역사와 도시화의 고민을 다룬 애니메이션을 소개했다. <리우 2096>은 2096년 물 부족으로 고통 받는 가상의 미래를 그렸다. <보이 앤 더 월드>는 일자리를 구하러 떠난 아빠를 찾아 나선 꼬마 쿠카의 길을 따라간다. 거대도시와 자연파괴 등 지금 브라질의 고민을 담았다. 단지 그 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는 구실로 애니메이션을 소개한 걸까. “과거를 모르고 사는 건 어둠 속을 걷는 것과 같다”는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한 ‘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 이슈, ‘낡은 새로움’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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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달구고 있는 페미니즘의 언어를 최근 출간된 소설 두 편에서 찾는다. 새라 워터스는 영화 ‘아가씨’의 원작 <핑거 스미스>의 작가로 <게스트> 역시 레즈비언을 소재로 했다. 두 여성에게 치근대던 남자는 그녀들의 거부에 “여성 참정권 운동가죠?”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는 SNS에서 이어졌던 ‘메갈 인증 퍼레이드’와 맞물려 읽힌다. “여성 참정권 운동가죠?”를 현대어로 번역하면 “페미니스트죠?”고, 페미니스트들에 따르면 최근 이 말은 “메갈이죠?”로 해석할 수 있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단편집 <체체파리의 비법>에는 “한 남자가 아내를 죽이면 살인이라고 부르지만, 충분히 많은 수가 같은 행동을 하면 생활 방식이라고 부른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는 강남역 살인사건 때 제기된 ‘여성혐오 범죄냐, 아니냐’를 떠올리게 한다. 최승자, 김혜순, 김민정 등 국내 문학에서도 페미니스트 계열로 분류되는 이들이 연달아 시집을 출간했다. 기자는 묻는다. “1970, 80년대 문학은 노동자의 입이었다. 21세기 페미니즘에 문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아니, 대학교 6학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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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빨리 졸업하라고 성화고 학생들은 자꾸 졸업을 미룬다. 더 나이 먹기 전에 취업해서 밥벌이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부모의 말에 자식들은 “지금 졸업하면 밥벌이 못한다”는 대답으로 응수한다. 이러다 초등학교보다 대학을 더 오래 다니겠다는 말도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16년 휴학경험자는 44.6%로 두 명 중 한 명 꼴에 이른다. 병역의무를 위한 휴학이 가장 많지만 인턴이나 봉사경험을 쌓기 위해, 자격증 준비, 학비 마련을 위한 쉼도 만만치 않다. 연합뉴스 기자들이 휴학생을 인터뷰했다. 꿈이 있어서 더 괴롭고, 공부에 지쳐 휴학해도 얼마 못가 다시 영어학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휴학 중인 학생들의 공통적인 감정은 ‘불안’. 뭔가에 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휴학은 ‘고통의 유예’일 수밖에 없다. 백수보다 휴학생이라는 단어가 그나마 위안이 되니까.

성인 10명 중 6명은 학창시절 꿈꾸던 모습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전체 33.1%만이 하는 일과 공부에 만족한다. 10명 중 6명은 노력하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을수록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목표 성취에 대한 기대도 적다. 세계일보가 ‘그 많던 우리들의 꿈’을 여러 가지 통계로 밝혔다.

시급 1만원의 꿀알바? 수문장 교대의식, 두 번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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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가 폭염 속 극한 알바로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체험기를 실었다. 노력 대비 보수가 좋은 ‘꿀알바’라고 알려져 있지만 직접 해본 기자는 “두 번은 못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면접과 실기시험까지 보지만 3대 1이 넘는 경쟁률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시급에 있다. 행사준비, 공개훈련까지 6시간을 일하고 일급 6만원을 받는다. 돈도 돈이지만 더위와 ‘철릭’이라고 부르는 복식, 장검의 무게 등으로 행사 시작 전부터 지친다. “교대의식 도중에 쓰러진 사람도 있어요.” 누군가 속삭인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6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연극배우는 여름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전한다. 간신히 행사를 마친 기자는 수고했다는 말에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개별 노동자의 노고는 직접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6470원. 하지만 청년, 저학력 고령자, 비정규직, 여성 등 여전히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5루저의 해방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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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네이메헌 국제걷기대회’, 올해 100회를 맞았다. 참가자가 많아 추첨을 통해 선발, 4일간 매일 인근 마을을 걷고 정해진 시간에 종착지에 돌아오면 메달을 받을 수 있다. 걷기대회에 나선 기자는 찌는 듯한 햇볕과 더위 속에서 “비행기 삯이 160여만 원이고 걷는 거리가 총 160㎞니까 1㎞마다 1만원” 따위(?)를 계산하고, “걷고 나면 뭔가 깨닫는 게 있을까? 장에서 숙변 제거하듯이 뇌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뇌까린다. 메달은 무리다, 쉬엄쉬엄 걷자 싶어 메디컬센터에서 마사지를 받고 나오니 자신과 비슷한 ‘루저’들이 다리를 절뚝이며 걷고 있다. 그때부터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풍경이, 함께 걷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왜 저렇게 뒤처졌을까, 어디가 아픈 걸까, 친구들이 버리고 간 걸까.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에게 몇 번이나 들은 말. “두 유 노 원주?” 고향이 원주인 기자조차 한 번도 참여해보지 못한 그 ‘원주국제걷기대회’는 지난해 스물한 번째 대회를 치른, 원주에서 가장 만족도 높은 문화행사다. 숨 막히는 더위가 물러가면 올해는 원주의 가을을 느껴볼까 싶다. 앞만 보며 가는 게 아닌 뒤처진 루저로서의 해방감을 즐기면서.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2016.07.19~08.01)

월요일=정기휴관일, 모두 닫힘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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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예술인도 쉰다’. 생산적인 일로 방학의 하루를 채워보자고 마음먹고 발걸음을 옮겼지만 곳곳에서 ‘월요일은 정기휴관’이라는 문구와 마주한다. 20대 언론 ‘고함20’, 대학생 기자의 월요일 하루를 따라가 본다. 부암동의 서울미술관도 윤동주 문학관도 쉰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닫았다. 세종대왕 동상 아래 ‘세종이야기’도 월요일에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미처 모르고 나왔다. 더위에 몸은 지치지만 누구 탓도 아니다. 다행히 시민청은 열려 있었다. 시민들이 찍은 한강 사진전, 시민이 참여해서 바꾸거나 꾸밀 수 있는 ‘사물을 읽다’전 관람. 애초의 의도에서 벗어났지만 기자는 ‘월요일이라고 모두 닫힘은 아님’을 깨닫고 그 속에서 의외의 즐거움을 맛본다. 예술은 특정 요일에 특별히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잠깐 앉았던 공기침대도 그에게는 예술이었다.

포스트잇 추모가 불러낸 ‘정동(情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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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진보적 지식 담론 영역에서 ‘정동(affect)’이라는 용어가 자주 출현하고 있다. ‘정서’와 다르고 ‘감정’이라는 단어와도 다른 정동은 ‘공기 중에 있는 어떤 것(something in the air)’으로 모호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문화과학>이 ‘정동과 이데올로기’라는 여름호 특집을 발간했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한계가 있다지만 ‘정동’이 한국사회의 연구주제로 빠르게 떠도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기괴한 작동 방식이나 내면 분석, 미래의 가능성을 응시하려는 이론적 갈증”에 정동이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세월호와 강남역, 구의역이 불러낸 ‘정동적 힘’이 지속의 방식으로 깊이 끓길 바란다.

포켓몬 고, 스토리가 파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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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는 달랐다. 초등생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유년의 비밀과 신자유주의 시대의 인간을 그린 명작이었다. 아이들은 만화 속 괴물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어른이 주인인 사회에서 타자로서 존재하는 인물. 이인화 교수는 ‘포켓몬 고’ 게임의 인기를 스토리에서 찾는다. 모바일, 위치기반, 증강현실, 지적재산권의 융합이 게임을 탄생시켰지만 본질은 스토리에 있다는 것. 이제 게임 작가는 가상과 실제의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며 ‘방대한 혼합 현실의 설계사’가 된다. 게임에 문외한인 탓에 “어떤 게임의 위대함은 사람들을 결합시키는 위대함이다. 게임은 사람들이 서로 좋아하게 만들고 사이좋게 하는 도구가 된다”는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진부해서가 아니라 ‘너무 핫해서(뜨거워서)’ 종종 놓칠 수밖에 없는 창조성이라는 단어가 위대하게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포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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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끝난 전시지만 의미 있는 작업인 것 같아서 소개한다.(지난 7월 22일부터 3일간 열렸다) 매향리의 연습용 포탄과 탄피로 만든 천여 점의 조각상이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프로젝트’전으로 서울광장에서 소개됐다.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기도 했던 김서경, 김운성 부부조각가의 작품이다. 매향리는 주한미군의 공군폭격 훈련장이 있던 곳이다. 장기 투쟁 끝에 2005년 폐쇄되었지만 아직도 수십만 발의 포탄이 쌓여 있다. 포탄에서 새싹이 피어나고, 나비가 앉는다. 붙어있는 두 포탄이 키스를 한다. 다양한 글자가 새겨져있기도 한데 그 중에는 ‘死드’도 있다. 올해로 정전협정 63주년을 맞았지만 이 땅은 아직 평화롭지 않다. “우리 안에 드리워진 전쟁의 기운을 걷어내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평화선언을 해야 합니다.” 2백여 점의 작품은 마을에 기증하고 남은 8백여 점은 지자체와 상의 후 상설전시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5고운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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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의 기억’. ‘곱다’는 뜻의 그 고운이 아니다. ‘고운’은 고등학생 운동의 준말. 고등학생 신분으로 매주 시위에 나가고, 전교조 소속 해직교사를 위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민주 학생회를 만들기 위해 유인물을 뿌리다 학교에서 쫓겨났던 고등학생들이 사반 세기만에 만났다. 하명희, 박명균 두 작가가 1990년대 고교생 운동을 다룬 소설 <나무에게서 온 편지>와 <나는 언제나 술래>라는 책으로 그 시절을 회상한다. “어른들이 하지 못하니까 우리가 했던 것이다. 고교 시절에 대해 사과하거나 반성한다는 것은 우리 삶을 부정하는 것이다.”, “소설을 쓰면서, 내 삶에서 가장 좋은 자양분을 얻었던 때가 그 시절임을 깨달았다.” 고운을 했든 안 했든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한때 세상을 뒤흔들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사람들. ‘고운 세대’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2016.07.06~07.18)

‘노희경’이 만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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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 노인들의 ‘잔인한’ 인생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종영했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 진정성 있는 대사, 대본을 100% 표현할줄 아는 노배우들의 연기력. 드라마는 그 이상의 합작품이었다. “늙은이들 얘기, 지겹다고 하지 않을까?” 우려와 달리 20대부터 60대까지 시청자 층은 폭넓었다. 여러 매체에서 긍정적인 메시지가 쏟아진 가운데 시사IN이 ‘노인’ 아닌 ‘여성’에 주목한 TV 평론가 김선영의 글을 실었다. 그는 상처 입은 이들의 목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해온 작가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치유해야 할 상처로 여성 이야기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디마프’의 미덕은 여성 연대, 자매애, 여성의 의리 등 ‘여성들의 관계’를 강조한 데 있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판타지라 해도 우리에겐 더 많은 여성 치유의 드라마가 필요하다.”

갯가 여인네들 ‘애환의 몸짓’, 나나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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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의 부녀자들 사이에서 이름 없이 구전되던 노래. 고기잡이배의 무사귀환, 고부갈등을 직설적으로 노래했던 나나니 타령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몸짓과 얽혀 ‘나나니춤’으로 신생했다. 1958년 영종도에서 처음 춤을 발견한 이선주 전 인천예총 지회장은 책과 경연대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춤을 알렸다. 타 지역의 향토춤보다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인천의 나나니춤. 한때는 천박하다 질타 받았지만 지금은 신명나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한다.

개•돼지들에게 정치풍자가 가당키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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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민중은 개•돼지’ 발언을 소신 있게(?) 퍼트린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을 파면했다. 소설가 조정래는 한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민중이 개•돼지면 공무원은 기생충’이라고 맞받아쳤다. 미디어오늘이 시사개그가 사라지고 풍자가 악이 되는 세태를 꼬집었다.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라디오 역시 ‘식물방송’에서 벗어나 ‘멸종 수순’을 밟고 있다고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전한다. 또 한류를 지향한다면서 노골적으로 비판적 웃음을 말살하는 정부 탓에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건 ‘헐벗은 걸그룹’밖에 없을 거라고 한탄한다. ‘우민화를 넘어 동물이 되는 먹방 푸드 포르노나 봐야 하는 상황’, 2016년 한국판 동물농장이 따로 없다.

울고 있는 빙하, 눈물 닦는 ‘북극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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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페란자의 위대한 항해’를 꼭 한 번은 소개하고 싶었다. 항해사 김연식 씨는 지난 호에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환경보호 캠페인으로 참여한 북극 연주 사진과 영상을 소개했다. 선율이 물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가 싶더니 멀리서 빙하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합성이 아니다. 실제다. 자연이다. ‘음악과 울음의 만남’. 이번 호에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바다와 생태계를 파괴하는 트롤어선 이야기를 실었다. 트롤어선은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어망을 쇠줄에 매달아 해저에 늘어뜨린다. 어망이 바다를 긁으며 해저 생태계를 파괴한다. 연평도 인근에 매일 출몰하는 중국 어선도 규격을 어긴 그물과 바닥 끌그물로 바다는 물론 어민의 목숨줄을 위협한다. 지난 10일 방영된 JTBC ‘이규원의 스포트라이트’는 서해바다에서 날뛰는 해적떼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2016.06.22.~07.05)

  검열당한 예술가들 ‘검열 연극’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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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방문 장면과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수학여행 가는 아이는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한다(<안산순례길>과 <이 아이>), 군인이 불쌍하다는 식의 공연은 바람직하지 않다(<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등의 이유로 ‘검열 당한 연극들’이 무대에 올라온다. 정부나 기업의 지원 없이 예술가들이 준비한 검열 연극 21편이 5개월 동안 상연된다.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을 시작으로 30-40대 연극인들이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을 복기, 재현한다. 예술가 지원이 아닌 예술을 길들이는 채찍으로 쓰이고 있는 지원제도 비판, ‘표현의 자유’와 ‘지켜야 할 선’의 경계, ‘자유로움과 야생’에 대한 지향,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예술가들의 자리다. <권리장전(權利長戰) 2016_검열각하>의 장전은 길 장(長), 싸움 ‘전(戰)’이다.

1937년 히틀러가 열었던 ‘퇴폐미술전’ 패러디 전시  2 퇴폐적인 미술을 한다며 히틀러가 공식적으로 비난한 작가 112명 중 20세기 미술사를 이끈 거장이 적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연 ‘위대한 독일 미술전’은 관객들의 외면으로 폭망했다. 1937년 나치의 ‘퇴폐미술전’을 패러디한 전시가 국내에서 열린다. 여성의 성(性)을 적나라하게 그린 그림을 관음적인 퇴폐로 낙인찍고, 망상증 환자의 고백을 대놓고 비난한다. 이 시대 ‘퇴폐’라 불릴 만한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사회의 경직성과 편견을 드러낸다. 의도에 맞게 모욕적인 글을 흔쾌히 받아들인 9명의 잠재적 거장, 그들이 궁금하다.

현대 미술은 왜 불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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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대작 사건과 홍대 일베 조각상 사건을 슬로우뉴스가 ‘현대 미술의 불편’이라는 시각에서 다뤘다. 조영남 사건은 ‘예술가의 똥’으로 단순(?) 처리되지만 일베 조각상 사건은 시선이 꽤 깊다. 설치물과 동상을 동일시한 데서 온 과잉 해석, 작가의 전시가 아닌 졸업 과제전의 의미, 전시장 밖으로 나온 광장에서의 공개가 부른 작품 손괴 참사의 의미를 언급한다. A학점과 F학점의 간극, 정치인 패러디 수용 범위, 최초의 파격이 대중에게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 등 현대 미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것 같이 느껴져요’라고 말하지 맙시다.
“그런 것 같이 느껴져요.(I feel like)”를 남발하면서 현실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표현은 개인의 의견을 부정확하게 감추고 “게을러서 생각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신호”가 된다. 의향과 판단을 감정으로 뭉개고, 자기도취 문화에 빠지게 한다. 전문가들은 ‘~처럼 느껴요’와 ‘~라고 생각한다’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느낌으로 퉁 치는 이런 언어 습관은 영어권 나라만의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능과 드라마에서 너무 자주 “~하는 것 같아요”라는 표현을 접한다. “우리는 ‘그런 것 같이 느껴서는’ 안됩니다. 이성적으로 주장하고, 뼛속까지 느끼며, 그리고 세상과 나의 상호작용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합니다.” 뉴욕타임즈 번역 문장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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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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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16부작 애니멘터리 ‘감성애니 하루’를 선보였다.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애니멘터리는 만화를 좋아하는 세대와 다큐멘터리에 익숙한 연령층을 포괄한다. 동화적 상상력이 담긴 그림체로 감성을 표현하고 리얼리티는 실사로 살렸다. 20대 취업준비생, 최저 시급, 치매,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슈를 다루며 희망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너무 좋은’ 위로가 때로 계몽의 언어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화면 곳곳에서 따듯한 진심이 느껴진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 2016.06.08~06.21

01 문학은 늘 인천을 다녀갔다.
서구 문물이 유입된 개항장, 일제강점기 대표 신흥도시, 해방 후 좌우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곳, 북적대는 공업화의 상징 도시는? 바로 인천이다. 인천에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인일보가 국립 한국문학관 인천 건립을 희망하며 ‘문학도시 인천’에 관한 글을 연재했다. 흑인시, 통일문학, 해양문학, 노동문학 등의 용어와 “문학의 힘이 곧 이야기의 힘이라면, 인천보다 더 문학적 힘이 강한 도시는 없을 것이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한국근대문학관이 보관 중인 희귀도서와 2만9천여 점의 소장자료, 인천공항의 접근성까지 갖춰 ‘준비된 인천’이라는 수식이 낯설지 않다. 시설도 좋고 ‘세계 책의 수도’, ‘국제문학포럼’이라는 이력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인)문학적 사유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인천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반성과 ‘과연 인천이어야 하는가’에 관한 공명한 질문이 계속돼야 한다.

 

  ‘냉면거리’ ‘달동네박물관’ ‘동화마을’…달라진 인천 버스정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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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인천의 버스정류장이 간판을 바꿔 달았다. 생활 주변에 있는 문화예술 시설을 알리고 문화 인프라에 대한 시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정류장 명칭을 변경했다. 부평향교, 학산소극장, 계산궁도장 등 문화, 관광, 체육시설 이름이 장소에 생기를 더한다. 현대아이파크와 해돋이도서관, 부개성일아파트와 부개도서관이 동시에 자리를 내준다. 지리적 위치(location)가 마을로 번지고, 사람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장소(place)로 확장되길 바란다.

영상으로 보는 20**년 소설가 보보씨의 하루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 덕분인지 인공지능이 낯설지 않다. ‘인간’ 소설가 보보씨는 로봇 요리사, 로봇 변호사, 로봇 피아니스트가 익숙한 세상에 살지만 로봇 소설가의 성공과 인기 앞에서 무릎 꿇고 만다. JTBC 뉴스 팀은 ‘인간은 필요 없다’의 저자 제리 카플란 스탠퍼드대 교수의 말을 캡션으로 달았다. “경제적 불평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래엔 AI를 만들고 소유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익을 가져가면서 부자는 더 부자가 될 거다. 반면 서민들은 로봇을 갖기는커녕 일자리만 잃게 될 수 있다.” 명색이(?) 소설가인데 ‘이제 내 한개다’(한계다), ‘보고십다’(보고싶다)라고 자막을 단 건 JTBC의 실수다. 보보씨는 AI에 진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진 건지도 모른다.

05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강남역 10번 출구와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붙었던 수천 개의 포스트잇은 죽은 이들에게 전하는 ‘짧은 인사’에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기록이고 기억이며 이 땅의 역사다.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들이 강남역 포스트잇 1004개의 촬영과 채록을 책으로 펴냈다. 수백 수천 명의 저자가 함께한 시민 공동 저작이다. 여성혐오에 대한 이슈부터 ‘남성혐오’ 반론, 남성혐오는 여성혐오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라는 반박까지, 최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개념과 쟁점이 화두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쓴 우에노 치즈코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남성 위주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꿰뚫고, 한번도 약자인 적 없던 남성도 늙으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저는 반대로 초고령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예외 없이 약자가 되기 때문에요.” 저자의 시선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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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비싼 돈 주고 왔는데.. 내 관람 방해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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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중에 휴대폰을 꺼두는 것은 상식 아닌 상식이다. 하지만 반드시 좌석에 등을 붙이고 앉으라는 멘트는 친숙하지 않다. ‘관크’, ‘수굴’, ‘커퀴밭’이라는 단어를 아시는지.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의 준말. 다른 관객으로 인한 관람 방해를 말한다. ‘수구리’는 좌석에서 등을 떼고 수그린 채 앉아 뒷사람의 시야를 가리는 행동이다. ‘커퀴밭’은 ‘커플 바퀴벌레 밭’으로, 애정 행위로 관람을 방해하는 커플이 많은 상황을 뜻한다. 비성숙한 관람 태도와 지나친 공연 민감증 사이의 장벽. 관객이 없으면 작품도 없다. 저 혼자서는 관객도 될 수 없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