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2016.07.06~07.18)

‘노희경’이 만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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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 노인들의 ‘잔인한’ 인생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종영했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 진정성 있는 대사, 대본을 100% 표현할줄 아는 노배우들의 연기력. 드라마는 그 이상의 합작품이었다. “늙은이들 얘기, 지겹다고 하지 않을까?” 우려와 달리 20대부터 60대까지 시청자 층은 폭넓었다. 여러 매체에서 긍정적인 메시지가 쏟아진 가운데 시사IN이 ‘노인’ 아닌 ‘여성’에 주목한 TV 평론가 김선영의 글을 실었다. 그는 상처 입은 이들의 목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해온 작가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치유해야 할 상처로 여성 이야기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디마프’의 미덕은 여성 연대, 자매애, 여성의 의리 등 ‘여성들의 관계’를 강조한 데 있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판타지라 해도 우리에겐 더 많은 여성 치유의 드라마가 필요하다.”

갯가 여인네들 ‘애환의 몸짓’, 나나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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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의 부녀자들 사이에서 이름 없이 구전되던 노래. 고기잡이배의 무사귀환, 고부갈등을 직설적으로 노래했던 나나니 타령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몸짓과 얽혀 ‘나나니춤’으로 신생했다. 1958년 영종도에서 처음 춤을 발견한 이선주 전 인천예총 지회장은 책과 경연대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춤을 알렸다. 타 지역의 향토춤보다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인천의 나나니춤. 한때는 천박하다 질타 받았지만 지금은 신명나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한다.

개•돼지들에게 정치풍자가 가당키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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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민중은 개•돼지’ 발언을 소신 있게(?) 퍼트린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을 파면했다. 소설가 조정래는 한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민중이 개•돼지면 공무원은 기생충’이라고 맞받아쳤다. 미디어오늘이 시사개그가 사라지고 풍자가 악이 되는 세태를 꼬집었다.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라디오 역시 ‘식물방송’에서 벗어나 ‘멸종 수순’을 밟고 있다고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전한다. 또 한류를 지향한다면서 노골적으로 비판적 웃음을 말살하는 정부 탓에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건 ‘헐벗은 걸그룹’밖에 없을 거라고 한탄한다. ‘우민화를 넘어 동물이 되는 먹방 푸드 포르노나 봐야 하는 상황’, 2016년 한국판 동물농장이 따로 없다.

울고 있는 빙하, 눈물 닦는 ‘북극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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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페란자의 위대한 항해’를 꼭 한 번은 소개하고 싶었다. 항해사 김연식 씨는 지난 호에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환경보호 캠페인으로 참여한 북극 연주 사진과 영상을 소개했다. 선율이 물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가 싶더니 멀리서 빙하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합성이 아니다. 실제다. 자연이다. ‘음악과 울음의 만남’. 이번 호에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바다와 생태계를 파괴하는 트롤어선 이야기를 실었다. 트롤어선은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어망을 쇠줄에 매달아 해저에 늘어뜨린다. 어망이 바다를 긁으며 해저 생태계를 파괴한다. 연평도 인근에 매일 출몰하는 중국 어선도 규격을 어긴 그물과 바닥 끌그물로 바다는 물론 어민의 목숨줄을 위협한다. 지난 10일 방영된 JTBC ‘이규원의 스포트라이트’는 서해바다에서 날뛰는 해적떼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2016.06.22.~07.05)

  검열당한 예술가들 ‘검열 연극’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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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방문 장면과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수학여행 가는 아이는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한다(<안산순례길>과 <이 아이>), 군인이 불쌍하다는 식의 공연은 바람직하지 않다(<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등의 이유로 ‘검열 당한 연극들’이 무대에 올라온다. 정부나 기업의 지원 없이 예술가들이 준비한 검열 연극 21편이 5개월 동안 상연된다.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을 시작으로 30-40대 연극인들이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을 복기, 재현한다. 예술가 지원이 아닌 예술을 길들이는 채찍으로 쓰이고 있는 지원제도 비판, ‘표현의 자유’와 ‘지켜야 할 선’의 경계, ‘자유로움과 야생’에 대한 지향,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예술가들의 자리다. <권리장전(權利長戰) 2016_검열각하>의 장전은 길 장(長), 싸움 ‘전(戰)’이다.

1937년 히틀러가 열었던 ‘퇴폐미술전’ 패러디 전시  2 퇴폐적인 미술을 한다며 히틀러가 공식적으로 비난한 작가 112명 중 20세기 미술사를 이끈 거장이 적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연 ‘위대한 독일 미술전’은 관객들의 외면으로 폭망했다. 1937년 나치의 ‘퇴폐미술전’을 패러디한 전시가 국내에서 열린다. 여성의 성(性)을 적나라하게 그린 그림을 관음적인 퇴폐로 낙인찍고, 망상증 환자의 고백을 대놓고 비난한다. 이 시대 ‘퇴폐’라 불릴 만한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사회의 경직성과 편견을 드러낸다. 의도에 맞게 모욕적인 글을 흔쾌히 받아들인 9명의 잠재적 거장, 그들이 궁금하다.

현대 미술은 왜 불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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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대작 사건과 홍대 일베 조각상 사건을 슬로우뉴스가 ‘현대 미술의 불편’이라는 시각에서 다뤘다. 조영남 사건은 ‘예술가의 똥’으로 단순(?) 처리되지만 일베 조각상 사건은 시선이 꽤 깊다. 설치물과 동상을 동일시한 데서 온 과잉 해석, 작가의 전시가 아닌 졸업 과제전의 의미, 전시장 밖으로 나온 광장에서의 공개가 부른 작품 손괴 참사의 의미를 언급한다. A학점과 F학점의 간극, 정치인 패러디 수용 범위, 최초의 파격이 대중에게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 등 현대 미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것 같이 느껴져요’라고 말하지 맙시다.
“그런 것 같이 느껴져요.(I feel like)”를 남발하면서 현실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표현은 개인의 의견을 부정확하게 감추고 “게을러서 생각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신호”가 된다. 의향과 판단을 감정으로 뭉개고, 자기도취 문화에 빠지게 한다. 전문가들은 ‘~처럼 느껴요’와 ‘~라고 생각한다’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느낌으로 퉁 치는 이런 언어 습관은 영어권 나라만의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능과 드라마에서 너무 자주 “~하는 것 같아요”라는 표현을 접한다. “우리는 ‘그런 것 같이 느껴서는’ 안됩니다. 이성적으로 주장하고, 뼛속까지 느끼며, 그리고 세상과 나의 상호작용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합니다.” 뉴욕타임즈 번역 문장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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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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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16부작 애니멘터리 ‘감성애니 하루’를 선보였다.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애니멘터리는 만화를 좋아하는 세대와 다큐멘터리에 익숙한 연령층을 포괄한다. 동화적 상상력이 담긴 그림체로 감성을 표현하고 리얼리티는 실사로 살렸다. 20대 취업준비생, 최저 시급, 치매,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슈를 다루며 희망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너무 좋은’ 위로가 때로 계몽의 언어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화면 곳곳에서 따듯한 진심이 느껴진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 2016.06.08~06.21

01 문학은 늘 인천을 다녀갔다.
서구 문물이 유입된 개항장, 일제강점기 대표 신흥도시, 해방 후 좌우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곳, 북적대는 공업화의 상징 도시는? 바로 인천이다. 인천에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인일보가 국립 한국문학관 인천 건립을 희망하며 ‘문학도시 인천’에 관한 글을 연재했다. 흑인시, 통일문학, 해양문학, 노동문학 등의 용어와 “문학의 힘이 곧 이야기의 힘이라면, 인천보다 더 문학적 힘이 강한 도시는 없을 것이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한국근대문학관이 보관 중인 희귀도서와 2만9천여 점의 소장자료, 인천공항의 접근성까지 갖춰 ‘준비된 인천’이라는 수식이 낯설지 않다. 시설도 좋고 ‘세계 책의 수도’, ‘국제문학포럼’이라는 이력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인)문학적 사유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인천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반성과 ‘과연 인천이어야 하는가’에 관한 공명한 질문이 계속돼야 한다.

 

  ‘냉면거리’ ‘달동네박물관’ ‘동화마을’…달라진 인천 버스정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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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인천의 버스정류장이 간판을 바꿔 달았다. 생활 주변에 있는 문화예술 시설을 알리고 문화 인프라에 대한 시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정류장 명칭을 변경했다. 부평향교, 학산소극장, 계산궁도장 등 문화, 관광, 체육시설 이름이 장소에 생기를 더한다. 현대아이파크와 해돋이도서관, 부개성일아파트와 부개도서관이 동시에 자리를 내준다. 지리적 위치(location)가 마을로 번지고, 사람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장소(place)로 확장되길 바란다.

영상으로 보는 20**년 소설가 보보씨의 하루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 덕분인지 인공지능이 낯설지 않다. ‘인간’ 소설가 보보씨는 로봇 요리사, 로봇 변호사, 로봇 피아니스트가 익숙한 세상에 살지만 로봇 소설가의 성공과 인기 앞에서 무릎 꿇고 만다. JTBC 뉴스 팀은 ‘인간은 필요 없다’의 저자 제리 카플란 스탠퍼드대 교수의 말을 캡션으로 달았다. “경제적 불평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래엔 AI를 만들고 소유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익을 가져가면서 부자는 더 부자가 될 거다. 반면 서민들은 로봇을 갖기는커녕 일자리만 잃게 될 수 있다.” 명색이(?) 소설가인데 ‘이제 내 한개다’(한계다), ‘보고십다’(보고싶다)라고 자막을 단 건 JTBC의 실수다. 보보씨는 AI에 진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진 건지도 모른다.

05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강남역 10번 출구와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붙었던 수천 개의 포스트잇은 죽은 이들에게 전하는 ‘짧은 인사’에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기록이고 기억이며 이 땅의 역사다.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들이 강남역 포스트잇 1004개의 촬영과 채록을 책으로 펴냈다. 수백 수천 명의 저자가 함께한 시민 공동 저작이다. 여성혐오에 대한 이슈부터 ‘남성혐오’ 반론, 남성혐오는 여성혐오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라는 반박까지, 최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개념과 쟁점이 화두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쓴 우에노 치즈코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남성 위주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꿰뚫고, 한번도 약자인 적 없던 남성도 늙으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저는 반대로 초고령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예외 없이 약자가 되기 때문에요.” 저자의 시선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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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비싼 돈 주고 왔는데.. 내 관람 방해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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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중에 휴대폰을 꺼두는 것은 상식 아닌 상식이다. 하지만 반드시 좌석에 등을 붙이고 앉으라는 멘트는 친숙하지 않다. ‘관크’, ‘수굴’, ‘커퀴밭’이라는 단어를 아시는지.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의 준말. 다른 관객으로 인한 관람 방해를 말한다. ‘수구리’는 좌석에서 등을 떼고 수그린 채 앉아 뒷사람의 시야를 가리는 행동이다. ‘커퀴밭’은 ‘커플 바퀴벌레 밭’으로, 애정 행위로 관람을 방해하는 커플이 많은 상황을 뜻한다. 비성숙한 관람 태도와 지나친 공연 민감증 사이의 장벽. 관객이 없으면 작품도 없다. 저 혼자서는 관객도 될 수 없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뉴스 큐레이션 2016.4.19~5.2

곳곳에서 뉴스가 쏟아진다. 모바일 기기, TV, 노트북 속에도 뉴스가 흐른다. 지진 발생 8분 만에 기사를 만들어내는 ‘로봇 저널리즘’, ‘로봇 기자’의 시대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보 전달과 가십이 넘쳐나는 가운데 누군가 인심이 묻어 있는 기사, 짚어볼 거리가 있는 기사, 그래서 의미 있는 기사를 따로 모아준다면? ‘뉴스 큐레이션’은 인천의 문화예술 소식에 한정되지 않는다. 여기와 거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뉴스, 경계가 허물어진 곳에서 꿈틀대는 새로운 뉴스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카페와 서점의 만남, ‘세든서점 프로젝트’

일반인도 책을 쓰는 세상. 더 이상 책쓰기는 ‘작가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콘셉트만 있다면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 독립출판은 형식도, 내용도, 책의 판형도, 부수도 자유롭다. 자기만의 감각과 디자인으로 독특한 책을 만들 수 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전국 40여 개 독립출판서점 리스트에 인천은 없었다. 가까이 부천에는 카페 5km가 있고, 멀리 광주에는 오월의 방, 제주에는 소심한 서점 등이 있었지만, 그리고 서울에는 책방만일과 더북소사이어티, 스토리지북필름 등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인지도를 넓히고 있었지만 인천은…. 지금은 요일가게의 ‘금요야매책방’도 있고, 배다리 안내소도 독립출판서점 기능을 하고 있지만 ‘전문 서점’을 찾을 수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기존의 대형 출판사는 물론 독립출판사들과도 다른 방식의 서점을 고민하다가 시작했다는 세든 서점. 이름 그대로 세를 든다는 뜻의 ‘세든서점’은 차이나타운의 모노그램 커피, 신포동 애관극장 건너편 ‘극장 앞’ 갤러리 카페, 그리고 인조이 스토어 공간 한 쪽에 세 들어 있다. 바퀴 달린 이동식 책장 위에서 커피향을 따라 여행하는 책, 책, 책. 한 권 한 권의 책이 꽂혀야 하는 이유를 발견해주는 이들이 많이 찾는 서점으로 만드는 것이 세든서점의 목표다. 장소 점유가 아닌 독서문화의 향유를 염두에 둔 가치가 반갑다.

‘세계 책의 수도’ 인천 1년 대장정 완료…무엇을 남겼나

세계 책의 수도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4월23일)을 기념하고 독서와 저작권 진흥을 위해 매년 유네스코가 지정한다. 15번째 책의 수도로 선정된 인천시는 지난 1년간 세계 책의 수도 사업을 진행했 다. 대부분의 기사가 ‘성공적 마무리’, ‘세계 책의 수도 선정 후 독서붐’, ‘책과 함께 내달린 1년 인문도시 기반 다졌다’ 같은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인프라 개선 및 독서, 출판 진흥 사업이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행사 축소와 인천만의 특색 있는 사업 미비, 시민들이 모르는 국제행사였다는 지적이 오로지 사업비 부족 탓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라진 이화동 명물 벽화… 주민 갈등 터질 게 터졌다.

물고기 계단, 꽃 계단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 오전에도 마을 입구에는 관광버스가 수시로 정차한다. ‘정숙 관광 캠페인’도 벌여보지만 하얀 날개 앞에 서면 저절로 천사가 되는 재미 앞에서 관광객들은 깔깔깔 웃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 페인트로 ‘예쁜’ 벽화를 지웠다. 벽화마을 곳곳에는 ‘편히 쉴 권리’, ‘재산권’ 등의 글씨가 빨갛게 새겨졌다. 관광객들의 소음도 문제지만, 벽화 주변 상권 형성 과정에서 경제적 이득을 본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었다. 이화동 벽화마을 사례로 인천 중구의 동화마을을 생각해본다. 사업 시행 초기부터 민관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동화마을은 이화동의 선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홍대여 잘 있거라~ 우리는 창동으로 간다

61개의 컨테이너로 만든 복합문화공간 ‘플랫폼 창동 61’이 지난달 29일 개관했다. 음악, 미술과는 거리가 있던 도봉구 창동을 대중 음악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시도다. 홍대를 중심으로 했던 인디신은 불특정 다수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했지만 창동은 다르다. 서울시가 문화 기반 마련을 위해 계획적으로 추진했다. 홍대 인근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공연예술인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은 터라, 그 대안으로 플랫폼 창동의 역할에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 한편으로 염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플랫폼 창동이 자발적 문화예술역량과 결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그것이다. 정책이 목청 높이며 앞장서는 게 아닌, 지역의 기획자, 예술가들이 앞서서 그곳에 거주하고 활동하며 입소문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공간은 낡아서가 아니라 외로움으로도 폐허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