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담론의 시간

2018 인천아트플랫폼 <플랫폼 살롱>

처음 <플랫폼 살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대체 무엇을 하는 행사인지 궁금했다. 플랫폼이 인천아트플랫폼을 뜻하는 것이라면, 플랫폼에서 여는 살롱이란 어떤 살롱일까? 사전에서 설명하는 살롱이란 17~18세기 프랑스 상류사회에서 성행했던 귀족과 문인들의 정기적인 사교모임을 말한다(두산백과 참조). 귀족 부인들이 일정한 날짜에 자기 집 객실을 문화계 명사들에게 개방하고 음식을 제공하면서 문학이나 도덕에 관한 자유로운 토론과 작품 낭독 및 비평의 자리를 마련하던 풍습을 말하는데, 미술가들도 함께 모여서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며 감상, 비평하고는 했다.

직접 방문한 2018 인천아트플랫폼 <플랫폼 살롱>도 이와 같았다. 살롱을 연 주최 측에서는 샌드위치와 커피, 차, 과일 등을 비롯한 간단한 다과를 준비했고,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과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곁들였으며, 전문가, 시민, 학생, 전문가 등의 참여자들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비평하고 대화했다.

첫 번째 발표자는 구나 작가. 구나 작가는 회화와 조형작업을 함께 아우르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는 천천히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선보이며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모든 예술은 분야를 막론하고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작가가 영감을 받았던 문학 작품들의 구절을 작가가 직접 필사하여 참여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참여자들은 구나 작가의 목소리와 함께 작가의 작품을 감상했고, 그의 작품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 했다. 구나 작가의 회화 작품에서는 얼굴이 지워짐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가? 존재, 자아에 대한 확신이 불분명 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인가? 작가의 작품 속에 문학과 철학이 함께 숨쉬고 있음을 우리는 이야기 했다.

김정모 작가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것은 아마 왠지 모르게 유쾌함이 스며있는 그의 작품들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작품에서 완결된 오브제를 선보이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의 작품의 많은 부분은 관객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것들이다. <Berlin, street of art 2015>에서는 마치 설치미술처럼 보이기도 하는 길거리의 다양한 풍경들을 사진으로 찍고 이를 관람하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것이 예술인지, 아닌지”에 대하여 관객 자신이 결정하도록 했다.

작가는 사라지는 공간들이 아쉬워서 그 공간들에 크리스마스 전구를 이용해서 <Good-Bye>라는 작품을 설치하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고, 자신이 머물렀던 공간을 그냥 떠나는 것이 아쉬워서 형광등을 LED 전구로 바꾸고 그 안에 작가의 사인을 적어 넣는 프로젝트인 <I was here>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작가를 두고, 우리는 그에게서 마치 쓸쓸함, 고독함, 외로움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짐짓 아주 개인적인 감정일 것 같지만, 실은 많은 부분이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쓸쓸함, 고독함, 외로움을 표현하는 작가, 김정모. 작가는 사회적인 조건 속에 형성되는 현재 한국의 사회적 고독을 표현하는 것이다.

박문희 작가의 작품에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이 혼합되어 나타내 있다. 각각을 쉽게 예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식의 세계를 벗어나서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실과 머리카락 걸레 등을 통해서 강아지, 어린아이 비너스 상 등을 표현하기도 하며, 디너 테이블을 천으로 덮어서 낙타의 형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관객들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된다. 덮어 가림으로써 우리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형상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은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새롭게 정의되는 이러한 세상에서 우리가 ‘지금’ 정의하는 것들은 과연 불변하는 진실일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을 하게 한다.

네덜란드 국적의 모 시라(Mo Sirra)작가는 탐구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작업방식을 선호하는데, ‘리허설’이라는 개념을 작업의 핵심으로 삼는다.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 머무르는 동안 인천시라는 범위 내에서 다양하고 다면적인 시각을 담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꽤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눈다. 

 아, 이런 살롱이라니! <플랫폼 살롱>이란 유쾌하고 유익한 경험으로 인해 앞으로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다.

* 2018 인천아트플랫폼 <플랫폼 살롱>은 2018년 4월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총 6차례 진행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
바로가기 ▶)을 통해서 확인 가능합니다.

 

글/사진 인천문화통신 3.0 기자 김경옥
(수필가, 옥님살롱 http://expert4you.blog.me/)




근현대 베스트셀러를 통해 본 그때 그 시절…

한국근대문학관 근현대 베스트셀러 특별전 ‘소설에 울고 웃다’

우리나라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소설들이 한국근대문학관으로 소환됐다. 지난해 2017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실에는 근현대 특별전 ‘소설에 울고 웃다’가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전시된 소설들을 통해 과거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일별해보고 작가의 숨결을 느껴보고자 기획됐다.
전시에는 근대계몽기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은 24개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전시돼 관람객들에게 80년의 세월을 조망할 뜻깊은 기회를 제공했다.

전시를 보기에 앞서 이번 전시에서의 ‘베스트셀러’는 어떤 의미일까? 베스트셀러(best –seller)의 사전적 의미에서는 어떤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을 베스트셀러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고 해서 무조건 예술적 가치나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는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의외로 이번 전시 ‘소설에 울고 웃다’에서는 말 그대로 당대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을 전시대상으로 삼았다.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한 고비마다 어떤 소설이 많이 읽혔는지 알아보는 것은 우리의 삶을 되짚어보는 데 의미 있는 기준점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소설에 울고 웃다’의 전시를 기획하는 데 있어 전반적으로 작용했던 관점은 ‘현실반영론적 관점’이다. 이는 문학작품에는 당시의 현실이 반영된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번 전시는 소설의 내용을 통해 소설이 쓰인 당시의 시대 현실을 역으로 추정하는 관점을 기반으로 한다.
근현대 베스트셀러의 계보는 계몽 열망이 담긴 ‘혈의 누'(이인직·1906)와 ‘금수회의록'(안국선·1908) 등의 근대계몽기 작품으로 시작한다. 뒤이어 이수일과 심순애의 러브스토리가 담긴 ‘장한몽'(조중환·1913)과 탐정소설 ‘마인’(김내성·1948) 등의 장편소설이 등장하며 근대문학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해방 후 전후 복구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청춘극장'(김내성·1949~1952)과 ‘자유부인'(정비석·1954)에서는 당시 격렬하게 대두되는 민족 문제와 선망의 대상이었던 미국의 사상과 가치관이 투영됐다. 대중사회와 소비사회가 형성된 7~80년대에는 ‘별들의 고향'(최인호·1972)과 ‘인간시장'(김홍신·1981) 등 전업 작가의 밀리언셀러 작품들이 탄생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들이 소설 집필에 사용한 펜과 안경, 도장, 비디오테이프, 육필원고 등 문학적 가치가 담긴 추억의 산물 60여 점도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자유부인’의 작가 정비석이 취재 시 사용한 녹음기와 국어사전, 박경리 작가가 사용한 호미, 김홍신 작가가 ‘인간시장’ 집필에 사용한 만년필과 인지에 찍었던 도장 등 작가들의 손때가 묻은 애장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직접 쓰는 육필원고보다는 각종 첨단 전자기기를 통해 글을 쓰는 데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작가들의 과거 산물은 아날로그 문학적 감성을 자아내는 또 다른 관람 재미를 선사했다.

 

글·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정해랑
marinboy58@naver.com




낯설게 보는 일상의 오래된 것들

이호진 작가의 사진 전시회 <앤티크 강화도>

아트플랫폼 E1 창고 갤러리에 전시되는 이호진 작가의 사진 전시회 [앤티크 강화도]를 보러 비가 오는 한산한 거리를 걸었다. 창고 갤러리는 작지만 천장이 높은 전시공간이다. 벽은 사진으로 둘러싸여 있고 바닥에는 몇 점의 작품이 펼쳐있으며 이젤에도 사진이 놓여있다. 사진들이 공간을 감싸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강화도에 가본 적이 없어 강화의 풍경이라고 확답을 내릴 수 없지만, 갤러리가 아닌 다른 공간에 들어온 기분이다. 입구 왼쪽의 사진 비평을 읽고 사진을 둘러보았다.

사진에서 낯설게 하기란?

‘낯설게 하기’는 사실 처음 접하는 말은 아니다.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일을 하는 내가 평소에도 자주 떠올리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념 자체는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한다는 것이 새로웠다. 우선 벽면에 있는 사진 비평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본다. 처음에는 굉장히 ‘낯선’ 사진이 우리를 둘러싸면서 그것을 ‘당연히’ 느낀다. 이는 사진이 우리의 감각을 길들이면서 사진으로부터 무언가를 판단하는 지각 작용이 둔감해졌다는 이야기다. 그것참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가 잘 아는 ‘익숙한’ 피사체를 무엇인지 알아보기 힘들어지도록 만들면, 새롭게 느낄 것이라는 생각에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 그럼 어떻게 그 피사체들을 새롭게 보이도록 할 수 있을까? 너무 많은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아무리 특별한 구도로 촬영을 해도, 촬영기법만으로는 누군가에게 ‘낯선’ 이미지를 만들기란 어렵다. 그래서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어둠’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어둠은 어느 때 보다 날카롭게 감각을 세운다. 날이 선 감각으로 이미지를 더듬으면, 익숙한 것들도 새롭게 느껴진다. 감탄과 함께 작품으로 눈을 돌렸다.

밤의 앤티크 강화도

‘앤티크 강화도’라는 이번 전시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오래된 곳이라는 의미일까? 빛이 바랠 만큼 오래되어서 더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뜻일까? 작가의 작업 노트에 ‘앤티크(Antique)’라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골동품’으로 번역되는 앤티크는 오래되어 희소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는 뜻과 오래되어 가치가 없어진 물건이라는 상반된 의미가 공존하는 단어라고 한다. 작가는 강화도에 있는 수많은 오래된 문화유산들과 그 외에 우리가 마주하는 오래된 것들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질문을 나누고 싶다는 내용을 남겼다. 실제로 사진에 담겨있는 피사체들은 형체를 잘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운 곳에서 촬영되거나, 민가 속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강화도를 가본 적이 없기에 이곳이 낮은 돌담인지 혹은 문화유산인지 구별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사진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때문인지 작품을 더 지그시 바라본다. 마치 내가 모르는 어떤 곳의 밤 풍경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산책을 돌고 난 뒤, 작가와 함께 한 번 더 사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전시는 재미있어야 해요

“벽에 붙어있는 흑백사진은 낮에 촬영하신 건가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이호진 작가와 두 번째 산책을 시작했다. 내가 질문한 흑백 사진은 밤에 촬영된 다른 사진과 겹쳐 전시되어 있는데, 이는 같은 장소를 낮에 찍은 것과 밤에 찍은 것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로 그랬다. 이렇게 사진으로만 봐도 같은 장소가 시간에 따라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이야기를 들었다. 강화도에는 고인돌, 돈대, 성곽, 고목 등 수많은 문화유산이 있다고 한다. 멀리 사는 사람들도 이것을 보기 위해 차를 타고 올 정도로 가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너무 많아서 이미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집 앞의 나무 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은 무너져 있는 채로 있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재건되어 있기도 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곳에 오래오래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이 바뀌든, 누가 지나가든, 그곳에 있는 것들. 의미를 가진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화유산이 된 것일까? 오랫동안 그 자리에 남겨진 것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작품과 작가의 말에서 느껴졌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지만, 산책이 끝날 즈음 왠지 모르게 문화유산에 정감이 간다. 바닥에 있던 사진들에 발자국이 나 있다. “이거 이렇게 밟아도 되나요?” “네. 그러라고 해놓은 거예요. 실제로 이곳을 걷는 기분이 들게요.” 작가의 대답이 사뭇 마음에 들었다. 사진도 작가의 생각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운 배치가 좋았다. “배치가 재미있어요”라는 말에 작가는 “저는 전시는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 역시 마음에 들었다.

이번 이호진 작가의 사진 전시 <앤티크 강화도>는 오는 4월 26일까지 전시된다. 비도 그치고 오늘부터는 해가 맑을 예정이니 나들이로 아트플랫폼 창고 갤러리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강화도까지 가지 않아도 친절한 작가의 아름답고 낯선 강화의 사진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문화통신3.0 시민기자단 이은솔




제2회 인천원로작가회전 스케치

전시 장소: 인천문화예술회관 중,소 전시실
전시 기간: 2018.04.17 – 04.23
주관/ 주최: 인천광역시원로작가회




최용백 사진전 <송도, 갯벌의 기억>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시: 2018.04.14(토)-04.26(목)
장소: 한중문화관 갤러리(인천광역시 중구 제물량로238)
후원: 인천광역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재)인천문화재단

사진: 인천문화통신3.0 민경찬




인천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OT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시: 2018. 04.13(금), 오후6시~9시
장소: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 H동 2층
주최/주관: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

사진: 인천문화통신3.0 민경찬




‘기차길옆작은학교’ 정기공연 <집>

가난했지만 함께여서 외로울 틈이 없었던 ‘기차길옆작은학교’
‘기차길옆작은학교’의 28번째 정기공연 ‘집’

지난 4월 7일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는 빈자리 하나 없을 정도로 객석이 가득 찼다. 매년 4월마다 열리는 ‘기차길옆작은학교’의 정기공연을 보기 위해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꽉 채운 것이다.
올해로써 28번째 열리는 이번 공연의 주제는 ‘집’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집은 만석동 쪽방촌의 공부방 기차길옆작은학교. 처음 집이 지어지고 주인이 바뀌면서 공부방으로 재탄생하고 동네 아이들로부터 사랑받기까지의 사연을 서사적으로 풀어냈다.
공연의 전체적인 맥락은 인형극이 이끌었다. 인형극 호흡의 사이사이는 타악패와 춤패, 노래패가 채웠다. 한자리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은 관객들에게 조금의 지루할 틈도 주지 않았고 뜨거운 환호와 호평을 이끌어냈다.

늘 그랬듯이 올해 기차길옆작은학교의 공연도 만석동 쪽방촌의 가난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공연을 보기 앞서 관객들은 기차길옆작은학교가 놓인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 영상을 통해 ‘만석동 쪽방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중미 작가의 장편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공간배경이었던 만석동은 이미 우리들에게 ‘가난한 동네’로 익숙하다. 만석동은 6·25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모여들면서 판자촌을 이뤘다. 1970년대에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올라온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이들은 가난했지만 가난을 외면하지 않았다. 가난을 받아들였고 자립공동체를 통해 그들만의 삶의 방식으로 가난을 마주했다. 그 방식 중의 하나로 1987년 공부방 기차길옆작은학교가 세워졌다.

공연에서는 이곳을 중심으로 만석동 사람들의 삶을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주었다.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생까지 30여 명의 공부방 아이들이 공연에 참여했다. 이모 또는 삼촌이라 불리는 공부방 선생님들이 힘을 보태며 짜임새와 재미를 두루 갖춘 완성도 높은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본 공연의 시작은 인형극으로 시작됐다. 대사에 맞춰 여러 아이들의 손에 의해 인형들이 정교하게 움직였다. 인형극에서는 기차길옆작은학교의 집에 처음 사람의 발길이 닿게 된 이야기가 상연됐다. 본래 1층이었던 집은 2층으로 새롭게 올려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연은 자연스레 타악패로 넘겨졌다. 2층으로 올리는 공사과정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목재판과 양동이로부터 나오는 경쾌하고 리듬감 넘치는 소리로 표현됐다. 이어 70년대의 공장 노동자들의 노동운동 현장에서의 처절한 외침도 타악패의 북과 장구소리로 대신해 채워졌다. 연이어 펼쳐지는 타악패의 흥겨운 무대에 공연의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갔다.

다시 이야기를 넘겨받은 인형극에서는 젊은 부부가 새로운 집주인이 되면서 ‘기차길옆작은학교’라는 이름으로 공부방이 차려진 사연이 들려졌다. 공부방에서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공부하고 노는 모습은 춤패의 개구지고 장난끼 넘치는 춤으로 꾸며졌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들의 빈자리를 대신해주는 공부방이 생기면서 함께 지내게 된 아이들은 가난했지만 외로울 틈이 없어 보였다.
공연의 끝은 노래패의 순수하고 따뜻한 울림으로 마무리됐다. 노래패가 불렀던 ‘집’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노랫말에서 재개발 바람에 밀려 날이 갈수록 움츠려드는 공부방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관객들에게 전해졌다.

예나 지금이나 가난은 우리 삶에 항상 존재해 왔다. 그러나 기차길옆작은학교의 아이들은 공연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을 마주하고 이겨내는 생각과 자세는 변했음을 알려준다. 이곳의 아이들은 가난 앞에 당당했다. 공부방에서 가난에서 오는 외로움과 무기력, 두려움, 슬픔에서 자유로워졌고 꿈을 키워갔다. 가난을 매개체로 함께 나누고 어울리며 더 나은 가치와 꿈을 실현해 나간 것이다.

 

글·사진/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정해랑
marinboy58@naver.com




<문학이 있는 저녁> 한국근대문학관의 수요일은 특별하다

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을 지나 한가롭게 주변을 구경하고, 안쪽으로 들어오다 보면 인천 예술의 랜드마크 아트플랫폼이 나온다. 일자 통로를 두고 양옆에 줄지어 서 있는 크고 작은 건물들을 지나면 한국근대문학관을 만날 수 있다. 무엇을 하는 곳일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홈페이지도 개설해있고, 입간판도 세워 있지만 왠지 모르게 낯선 공간. 하지만 낯설다는 느낌과는 살짝 무색하게 많은 사람이 오가며,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특별한 수요일?

‘문학이 있는 저녁 – 한국 현대문학 명작 특강’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에 다양한 주제와 문학작품으로 여러 대학교의 강사들이 총 8번의 특강을 진행하게 된다. 수강료는 무료. 나는 예술대학을 다녔다. 그렇기 때문에 타 학과 학생들보다는 선택할 수 있는 교양과목 폭이 굉장히 좁은 편이었다. 게다가 신화나 문학, 역사수업을 수강하고 싶어도 자리가 금방 차거나 관련된 과목이 없을 때가 많았다. ‘현대문학 명작 특강’을 개강한다는 희소식에 바쁜 와중에도 발걸음을 한국근대문학관으로 향하였다. 3층 교육연구실로 도착하니 다과와 프린트물이 준비되어 있고, 제시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자리가 꽉 차 있었다. 현대문학특강뿐만 아니라, 미술사, 근대문학, 세계문학 등 여러 특강이 기획되고 준비된다는 이야기에 괜히 마음이 설렌다.  

청춘의 전설을 만들다 – 김내성의 ‘청춘극장’

살짝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청춘극장’이라는 소설이 생소했다. 그러나 나보다 조금 연배가 높은 분들에게는 친숙한 작품인듯하다. 한양대 김현주 강사의 경쾌하고 밝은 인사로 특강이 시작됐다.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두 시간에 걸친 강의를 듣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김내성 작가와 ‘청춘극장’에 대한 애정이 담긴 강사의 표정과 말투는 강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책도 마치 맛있게 다 읽은 것처럼

강의는 <김내성, 그는 누구인가>,<’청춘극장’ 스토리 속으로>, <영화 ‘청춘극장’ 엿보다>, <청춘의 전설을 만들다.>로 크게 4개의 구성으로 진행된다. 미리 준비된 유인물은 수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강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먼저 김내성이라는 작가 소개가 시작된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피와 눈물을 흘렸던 일제강점기에 수많은 문인들은 자취를 감추거나 친일작품을 남겼다. 김내성 작가도 살아남기 위해 친일문학 작품을 썼지만, 수치심과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난리 통 속에서도 5권의 장편소설을 집필하고, 불티나게 팔렸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추리소설의 특징을 가진 연애소설 ‘청춘극장’은 그 시절 우리 청춘들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더불어 작가 본인의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반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내에서는 많은 청춘들이 서로 얽혀서 누군가는 양심을 지키고, 누군가는 양심을 팔고, 누군가는 사랑을 얻고, 누군가는 사랑에 실패한다. 그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독립운동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내용이다. 청춘들의 사랑과 독립운동이라는 사회적 배경이 공존하는 내용을 보며, 고단했던 시절 사람들에게 ‘연애’라는 조미료가 얼마나 달콤했을지 상상했다. 청춘들의 로맨스가 이야기 대부분을 전개하고 있지만, 사랑이야기가 역사적 흐름을 부드럽게 이끌고 가는 윤활류 역할을 한다.

모든 베스트셀러류의 문학처럼 ‘청춘극장’ 역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대중들에게 한껏 사랑을 받고 완결된 후, 몇 년이 지나서야 영화로 개봉할 수 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가 많아, 이를 영화에 모두 반영하려면 비용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흥행과 상관없이 3편의 영화로 제작된 ‘청춘극장’은 멋진 청춘스타들을 배출해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결말 부분이다. 해피엔딩이 아닌데도, 굉장히 밝고 경쾌한 ‘축배의 노래’가 배경으로 깔리면서 막을 내린다. (소설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죽지만, 영화에서는 주요인물인 운옥이 죽는다) 영화는 비극으로 끝났지만, 아무도 비극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힘든 것은 지나가고, 결국 새로운 것이 다시 시작된다. 영화 시나리오가 소설 줄거리와 조금은 다르나, 원작에서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주요 메시지 만큼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잘 연출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청춘은 막을 내린다.

남녀 주인공이 생을 마감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삼각관계의 여인 운옥만이 살아남아, ‘독립운동가’로서, 해방 뒤엔 ‘청춘’으로서 남은 발걸음을 새기며 걸어간다. 강사님은 작가가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 백영민과 그의 연인 오유경이 죽음을 맞는 결론을 이끌면서 과거에 행했던 부끄러운 자신의 행위(친일작품을 썼던 사실)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는 마음을 투영했다고 한다. 죄인은 있으나 악인은 없다처럼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해 ‘그때의 상황이라면 너도 악한 마음을 먹을 수 있었겠지, 잘못된 선택을 했을 수도 있지.’라는 측은한 마음이 든다. 이는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자, 본인에게도 건네고 싶은 말일 것이다. 또한, 초반에 ‘도라지’꽃 전설을 이야기하며 영민과 운옥이 비극적 결말을 맞이할 거라는 암시를 주지만, 예상과 다르게 두 주인공인 죽음으로써 반전의 묘미가 있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청춘은 운옥이 아닐까. 아프고 괴로웠던 시기를 견디며 내일로 향하는 청춘. 청춘극장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현재 우리 시대의 청춘과 그 시절의 청춘에게 요구하는 모습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지금의 청춘들에게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지만, 한참 20대인 나에게 그때의 청춘들을 바라보는것은 그 시대의 삶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청춘 극장’ 강의는 막을 내렸지만, 매주 수요일 한국근대문학관에선 7번의 명강의가 남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귀가 즐거웠으면 하는 분들도, 심도 있는 인문 배경지식을 알고 싶다면 다음주 수요일에 6시 30분까지 근대문학관에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이은솔




비온새라이브 <비극 속에 울려 퍼지는 영혼의 노래>

누구나의 인생에도 비극의 장이 열리는 때가 있다. 그리고 만약 주변의 누군가가 그들의 인생에서 비극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면,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그들이 망연자실하여 힘들어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의외로 어떤 이들은 그들에게 닥친 인생의 비극을 최대한 담담하게, 또는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바로 상습수해지역에 위치한 비온새라이브 사람들이 그렇다.

비온새라이브는 상습수해지역의 라이브 카페 이름이다. 상습적으로 수해가 발생하는 아랫마을과 윗마을 사이에 비온새라이브가 있다. 비온새라이브에서는 물에 잠긴 아랫마을이 훤히 보인다. 연극 비온새라이브는 바로 이 라이브 카페 비온새라이브를 무대로 펼쳐진다.

수해로 인해 학교로 가는 다리가 잠겨서 비온새라이브 안에 갇혀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진아는, 왜 사람들이 수해지역을 떠나지 않는가를 질문한다. 하지만 비온새라이브의 여주인 경애가 방송 인터뷰에서 했던 말처럼, 사실 마을 사람들이 그곳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수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둑을 세우고 제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하지만 선거 때만 반짝할 뿐 여전히 공약은 이행되지 않는다. 결국, 많은 사람이 마을을 떠나고, 이제 마을은 잠깐 왔다가 돌아가는 외지 사람들만 드나드는 별장촌이 되어간다.  

 마을 사람들은 수해로 인해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에 대해서 방송 인터뷰를 하고, 새로 바뀐 도지사는 혹시 다를까를 기대하면서 도지사에게 전달되는 보고서 속에 그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상습수해가 일어나는 이 지역에는 지난번 수해 이후 4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다. 그저 수해에 익숙해진 주민들만 있을 뿐이다. 이들은 몇 년마다 반복되는 수해에 익숙해진 탓인지, 수해로 많은 것을 잃은 상태에서도 의기소침하지 않다. 그저 담담하게 마을을 집어삼킨 수마를 바라보는 것뿐이다. 그리고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리고 오기로 약속한 사람을 기다린다. 전기도 끊긴 비온새라이브 안에서 촛불을 켜놓고 앉아있는 고3 진아는 수해복구작업을 하러 간 엄마, 온새를 기다리고, 주민들은 이번에는 예전과 다른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도지사가 수해복구작업을 하러 온다는 소식에 그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들은 연극이 진행되는 내내 오겠다는 말만 들릴 뿐 오지 않는다. 온새도, 도지사도 저 아랫마을 물에 잠긴 지역에서 수해복구 작업을 한다는 말만 들리고, 온새가 작업했다는 수습된 유해만 돌아올 뿐 오지 않는다.

비온새라이브는 물속에 잠긴 수해지역을 바라보는 곳으로 묘사되지만, 어쩌면 그곳은 전기까지 끊겨서 잘 보이지도 않는, 어딘가에 갇힌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세월호가 바닷속에서 기울어져 반은 물속에 잠기고, 반은 물밖에 솟아 있는 것처럼, 물에 잠긴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에 사람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에 비온새라이브가 있는 것이다. 만약 세월호의 물에 잠긴 부분과 물 밖에 떠있는 사이 틈새에, 산소가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던 그 작은 공간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어쩌면 그들은 비온새라이브의 사람들처럼 지내지 않았을까? 비온새라이브의 진아가 아랫마을에 수습하러 간 엄마 온새를 계속 기다리고, 어떤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도지사를 기다리는 것처럼, 오기로 한 사람, 그러나 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비온새라이브의 사람들은 수해복구작업을 하러 왔다는 도지사가 오기를 기다리지만 비온새라이브에는 들르지 않고 돌아가버렸다는 얘기에 서운해서 계획했던 공연을 취소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도지사가 오지 않는다고 하여도 준비했던 아카펠라 공연을 하기로 결정한다. 마지막 장면, 모든 전기가 끊기고 암전 속에서 울려 퍼지는 아카펠라는 마치 영화 타이타닉에서 물에 가라앉는 배 안에서 연주를 하던 악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비극적인 상황에 놓였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오지 않지만,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악기 삼아, 영혼을 나눈다.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는 공간은 결국 캄캄한 어둠 속에 묻혔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그들의 몸과 영혼은 노래가 된다.

비온새라이브
작 이양구
제작 극단 작은방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 C
일시 2017.4.11(목) ~ 12(금) 오후 4시, 7시

 

글. 사진/

김경옥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수필가, 옥님살롱(블로그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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