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의 신생 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카고’ – 3.5m×7.5m 컨테이너를 닮은 공간과 예술, 그리고 비평

영종도의 신생 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카고’3.5m×7.5m 컨테이너를 닮은 공간과 예술, 그리고 비평: 아트스페이스 카고 기획자 유세훈, 양수진 인터뷰

홍봄 (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코스모스 룸 전시 이미지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아트스페이스 기획자 양수진(좌), 유세훈(우)
(사진: 홍봄 기자)

‘덜컹, 삐그덕’ 손잡이를 꼭 쥔 손과 함께 몸이 좌우로 움직인다. 영종대교를 지나는 전철 안, 청라부터 저 멀리 송도까지 인천의 해안선이 차창을 가득 채운다. 선으로 점으로 멀어지는 바다를 보며 생각한다. ‘아, 여행가는 것 같다!’ 때 마침 들려오는 역내 방송은 설렘에 감흥을 더한다. “이 열차는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거쳐 2터미널로 가는 열차입니다.” 목적지인 ‘아트스페이스 카고(Cargo)’에 닿기 전, 이미 양 손 가득 여행 가방을 들고 선 기분이다.

아트스페이스 카고는 인천 영종도에 새로 생긴 비영리 문화공간이다. 영어로 수화물을 뜻하는 공간의 이름 ‘카고 (cargo)’는 공항과 공항화물청사(Airport Cargo Terminal)가 위치한 영종도의 특성으로부터 출발했다. 보관되고 배달되는 화물처럼 좋은 예술과 비평을 장르를 가리지 않아 저장하고, 또 새로운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영종도의 첫 신생 공간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목표다.

3.5m와 7.5m.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이 공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 출신 문화기획자 유세훈, 양수진씨가 2022년 3월에 설립했다. 신진 기획자와 비평가, 예술가를 중심으로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아트스페이스 카고에서 만난 2000년생 동갑내기 두 기획자는 이 공간의 시작을 ‘지역 문화 불균형 해소’라는 단어로 풀어냈다.

아트스페이스 카고

기획자 유세훈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아트스페이스 카고

기획자 양수진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유 대표는 “부모님이 공항에서 일하시면서 어린 시절을 이곳 영종도에서 보냈어요. 여긴 공연장도 미술관도 뭐 하나 없어서 친구들과 날 잡고 서울로 나가야 했죠. 한국에서 유일한 국립 예술기관 한예종에 진학해서 수업을 듣고, 직접 공연도 제작하면서 어느 순간 느끼게 됐어요. ‘내가 부족함을 느꼈던 건 살았던 공간인데 왜 서울에서 계속 작업을 하고 있지?’하고요. 이런 의문점에서 내가 살았던 동네에서 뭔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공간을 시작했어요.”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두 기획자는 이곳에 살면서 서울에 나가야만 볼 수 있었던 양질의 예술 작품들을 직접 공급하고, 지역 주민들의 문화 복지를 위해서 노력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특히 서울출신 양 대표에게는 인천 영종도에서 공간을 함께 만들자는 유 대표의 제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양 대표는 “서울은 전시 공간이 상당히 많고 쉽게 지하철을 타고 30분 이내 거리에서 전시 공간을 찾을 수가 있어요. 그런 게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면 좀 어떨지 저도 도전 정신을 느껴 같이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프리오픈 파일럿 전시 포스터
(22.3.15. ~ 05.06)

[한자연] “철거 불가능의 풍경”
(22.03.15. ~ 03.25)

코스모스룸 “푹 자요! Sleep with me :)”
(22.03.29. ~ 04.08)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엄지은 “머리 풀고 온 놈”

전시회 포스터

(22.04.19. ~ 04.29)

손희민 “마이크로 진화 조각

– 베타 테스트”

(22.05.03. ~ 05.13)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양질의 미술과 비평을 여기서 보관도 하고 관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실어 나르겠다.’는 카고의 지향점은 프리오픈 파일럿 전시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아트스페이스 카고 프리오픈 파일럿 전시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는 회화, 시노그라피, 조형, 영상 등으로 서로 장르가 다른 한자연, Cosmosroom, 엄지은, 손희민 작가의 작품을 10일 간격 릴레이식으로 선보인다.

이날은 엄지은 작가의 <머리 풀고 온 놈>을 만날 수 있었다. 영종도는 매립 이전 네 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었다. 현재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자리는 과거 삼목도와 영종도 사이의 간척지에 있다. 이곳에서 바람과 파도에 관한 세 개의 영상을 상영한다는 공간성이 태풍과 바다, 해일의 이미지들을 사무치게 한다. 작품에 지역성을 담아달라는 것은 기획자들의 주문이기도 했다.

엄지은 작품 <줍는 배 3>

사진 ⓒ윤호준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엄지은 작품 전시 모습

사진 ⓒ윤호준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코스모스룸 전시이미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한자연 전시이미지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양 대표는 “저희가 작가들한테 제시했던 게 이 공간을 단순히 전시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공간이 놓여 있는 위치 지리적인 위치도 괜찮고, 아니면 이 공간 아예 개인적인 공간을 바꿔도 되고. 이 공간의 공간성이 변화하는데 집중해서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어떤 지역성에 맞춘 영상 작업물을 갖고 오시게 됐고, 전시장의 전체적인 배치도 해안선처럼 이렇게 모래를 깔아놓고 바다를 이렇게 형상화하는 걸 만들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오는 5월 13일까지는 테스트 플라이트 네 번째 전시인 손희민 작가의 <마이크로 진화 조각-베타 테스트>가 진행된다. 이 전시에서는 키틴으로 구성된 미생물에 집중한다. 키틴을 구성 성분으로 하는 대표 미생물에는 갑각류 유생이나 요각류 등이 있다. 작가는 생물의 구조학적 강도 및 재질의 특성을 조각적 차원에서 변환하여 창작한다. 5월 21일 예정된 인천영상위원회 별별씨네마 이란희 <휴가>와 6∼7월의 개관전부터 연말 <오원배전>까지 매달 특별한 전시들이 카고를 채우고 시민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존재 이유는 예술의 장르나 매체를 가리지 않고, 그것을 다양한 루트를 통해 관람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관람객들이 카고를 찾을까? 이 궁금증은 카고에 머무는 짧은 시간동안 문을 두드린 관객들로부터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태권도복을 입고 과자를 꼭 쥔 9세 아이들부터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의 청소년까지. 카고는 기획자들도 예상치 못한 모양새로 이미 지역주민들에게 스며있었다.

유 대표는 “조금 자랑 아닌 자랑이지만 이 공간을 기획하면서 두산아트센터라든가 리움 미술관이라든가 이런 곳에서 활동하는 작가님들,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직접 찾아가서 보는 작가님들과 컨택을 하고 모셔왔어요. 그래서 당연히 20~30대의 전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많이 찾아오겠지 라고 생각을 했죠.”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어 “하지만 카고를 찾는 사람들은 20∼30대 뿐만 아니라 학원을 가던 아이들, 옆 부동산에서 커피 한 잔 하시던 어르신들, 외국인도 있었어요. 지나가던 동네주민들이 들어오기도 하고요. 서울 전시 공간에서 흔히 보는 관람객들과 완전히 달랐어요.”라고 덧붙였다.

공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역성을 깨닫게 된 두 기획자는 이에 맞춰 기획의도를 조금씩 수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 전시 공간에서 그림 등을 거는 전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아동 청소년을 위한 미술 전시까지 기획했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이 생겨서 너무 좋고 반갑다고 말해주는 주민들 때문이다.

아트스페이스 카고가 앞으로 진행할 레퍼토리 전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신인 기획자와 예술가를 1대 1로 매칭하는 기획 전시다. 비평가와 기획자가 미술계 내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면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고, 이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매칭 기획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서울에 나가야 볼 수 있는 전시, 중견 작가들의 전시를 연간 한 번씩 겨울 시즌에 열 계획이다.

양 대표는 “서울에 있던 사람들이 영종도로 넘어와서 볼 수 있는 전시회를 한번 해보려고 해요. 이번 전시 같은 경우에도 실제로 작가를 알고 계신 어떤 분들이 인스타그램이나 그런 걸로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저녁에 와서 볼 수 있냐고, 자기 이 전시를 꼭 봐야겠다고. 역으로 수출하는 느낌으로 찾아오게끔 한번 만들고 싶은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시작인 지역 문화예술 불균형 해소를 이루고 싶다는 두 기획자의 최종 바람이다.

양 대표는 “결국 최종적인 목표가 저희 처음, 시작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영종도라고 하면 ‘섬인가?’하는 느낌이 들지만, 영종도가 인천이라고 하면 ‘수도권이지’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영종도가 행정상으로는 수도권이고 바로 서울 옆에 붙어 있는 거지만 저희가 첫 전시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연말까지 운영하고, 또 내년에도 잘 운영해서 정말로 이 지역에서 문화예술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로 남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얘기했다.

인터뷰 진행/글 홍봄(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 아트스페이스 카고 공간소개 】

○ 주소: 인천 중구 흰바위로 35, 1층 아트스페이스 카고 / 공항철도 운서역 약 5분 거리

○ 대표자: 유세훈 양수진

○ 공간소개
– 아트스페이스 카고(Cargo)는 인천 영종도의 비영리 신생공간입니다. 문화예술기획자 유세훈, 양수진이 2022년 3월에 설립했으며, 신진 기획자와 비평가, 예술가를 중심으로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선보입니다. 영어로 수화물을 뜻하는 공간의 이름 “카고 (cargo)”는 공항과 공항화물청사가(Airport Cargo Terminal) 위치한 영종도의 특성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보관되고 배달되는 화물처럼, 좋은 예술과 비평을 장르를 가리지 않아 저장하고, 또 새로운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영종도의 첫 신생공간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목표입니다.

○ 공간 전시 이력
* 2022.03.15.~2022.05.13. 프리오픈 파일럿 전시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
– 2022.03.15.~2022.03.25. 한자연 <철거 불가능의 풍경>
– 2022.03.29.~2022.04.08. 코스모스룸(김경인, 고민주) <푹 자요! Sleep with me :)>
2022.04.19.~2022.04.29. 엄지은 <머리 풀고 온 놈>*진행중
2022.05.03.~2022.05.13. 손희민 <마이크로 진화 조각 – 베타테스트> *예정
2022.05.21. 인천영상위원회 별별씨네마 이란희 “휴가” *예정
– 2022.06~2022.07 개관전 *예정
– 2022.09~2022.10 정경빈 *예정
– 2022.10 어린이 미술교육 프로그램 <캠프 카고 x 카카오같이가치> *예정
– 2022.11~2022.12 오원배전 *예정

* 아트스페이스카고
email: artspacecargo@gmail.com
유선전화: 032-751-2019
SNS: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
웹사이트 바로가기 →
유튜브 바로가기 →

대표 유세훈

대표 양수진

artmarkdown@gmail.com

cargo.cheetah@gmail.com

○ 유세훈

– SEHUN YU / 柳世勳

– 2000 년 출생 / 인천 출신

– 현 문화예술기획자, 아트스페이스 카고 디렉터

–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예술경영과 재학

– E-mail : artmarkdown@gmail.com

○ 주요 활동경력

– 아트스페이스 카고,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 2022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낭독 뮤지컬 “라스 올라스”, 2021
– 제4회 페미니즘 연극제, “사라져, 사라지지 마”, 2021
– 서울문화재단, 극작가 동인 <괄호> 오디오북, 2020(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트 체인지업상 수상작)
– 남한산성아트홀, “3인이 할 수 있을까?!”, 2020
– 현대무용 꾼 프로젝트, 2020

○ 양수진

– SUJIN YANG / 梁修盡

– 2000 년 출생 / 서울 출신

– 현 문화예술기획자, 아트스페이스 카고 큐레이터

–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예술경영과 졸업예정

– E-mail : argo.cheetah@gmail.com

○ 주요 활동경력

– 아트스페이스 카고,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 2022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낭독 뮤지컬 “라스 올라스”, 2021
–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교육 전시 “공상 수업”, 2021
– ㈜뉴튠 론칭 프로모션 기획, 2021
– 융합예술센터 유튜브 콘텐츠 <0의 모험>, 2020
– 서울문화재단, 극작가 동인 <괄호> 오디오북, 2020(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트 체인지업상 수상작)
– 아르코 대본공모 선정작, 낭독 뮤지컬 “드림레코더”, 2020




< RE. PLAY-ING. SONGDO >: 송도2동 주민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송도문화살롱

< RE. PLAY-ING. SONGDO >송도2동 주민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송도문화살롱 

정우진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도시특화팀)

연수문화재단에서는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송도2동을 대상으로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 통합운영 지원사업’을 운영했다. 그리고 사업 3년 차인 올해에는 2년간의 사업 참여를 통해 주민 스스로 지역에 필요한 사업들을 정리하고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자치력을 더해 송도2동의 지역문화 생태계 후속 사업을 운영하게 되었다.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 통합운영 지원사업’(이하 생태계 사업)은 기존 문화사업 간의 협력을 통해 지역에 맞춤형 문화정책이 펼쳐질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진흥원이 주최·주관하는 지원사업으로, 총 6개(인생 나눔 교실, 문화이모작,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지역문화 인력 배치, 신중년 문화예술교육, 무지개다리)의 사업을 작은 동 단위에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각기 다른 사업의 상호 연계를 통해 지역 주민이 만나고, 소통하고, 연결되어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지역의 문화생태계, 문화안전망’의 구축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연수구 내에서도 100% 이주민, 100% 아파트라는 독특한 주거형태를 보이는 송도 2동에서 아파트의 수직적, 단절된 구조를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는 수평적 구조로 변화시키고, ‘빌딩들의 도시’가 아닌 ‘삶의 공간’으로의 전환을 위하여 주민자치의 역량이 높은 송도2동 주민자치회와 연계하여 함께 지역문화 생태계 사업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 중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에서는 상가 공동화 현상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지역의 종합쇼핑공간 ‘커넬워크’ 상가 공간에 주민소통공간 <송도문화살롱>을 조성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공간을 채워나갔다.

연속된 2년 차 사업에서는 <송도문화살롱> 공간을 중심으로 4개의 개별 사업(문화이모작,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인생나눔교실, 신중년 문화예술교육)을 운영하고, 사업의 참여자들과 그 외 지역민들이 <송도문화살롱>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함으로써 이 공간의 존재가 주민들에게 알려지고 주민을 위해 열려있는 문화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2020-2021 송도문화살롱
(제공: 연수문화재단)

2021 사업참여자들의 후속 활동
(제공: 연수문화재단)

그러나 2021년, 주민들과 시간을 함께한 사업담당자들의 업무변경으로 <송도문화살롱> 살롱지기가 교체되며 큰 변화를 맞았고, 그 속에 새로이 투입된 필자는 주민들의 경계 어린 시선을 받으며 미처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채 함께하게 된 2기 살롱지기들과 송도에서 놀고, 송도에서 먹고, 업무 외 시간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실제 거주하는 동네보다 이곳에 더 자주 머물렀다. 그렇게 필자는 송도2동의 지역민과 상인을 만나가며 관심과 정성으로 관계를 쌓고 사업을 이어나가야 했다. 물론 주민들의 관심이 때로는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단순히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담당자의 역할만이 아닌 주민과 가깝게 이야기 나누는 ‘살롱지기’로 다가가니 지역민들과 더 깊고 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나누며 송도 2동과 함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사적인 이야기들은 성과나 결과물로 남기지 못하고 살롱지기들의 기억 속에만 소소하게 남아있는 게 지금도 무척이나 아쉽다.

다시 사업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생태계 사업 이후 신중년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의 같은 신중년 친구를 만나 다른 세대를 응원하는 후속 모임이 만들어졌으며, 사업의 참여자들이 스스로 <송도문화살롱> 공간을 활용하는 재능기부 문화클래스를 진행하겠다며 제안하고, 문화이모작 사업에서 만나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주민모임이 만들어졌다. 주민 모임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기획자를 더 많이 발굴하고 양성하여 주민들이 주도하는 지역의 행사를 만들고 지속하고 싶다며 ‘2022 주민참여 예산사업’을 제안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 속에서 단순히 사업과 프로그램을 참여하고 향유 하는 모습이 아닌 주도적으로 활동을 기획하고 펼쳐보려는 주민들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사업 예산부터 세부내용까지 주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올해 3년 차의 사업은, 주민들이 조금 더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활동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역활동가·기획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아카데미형 사업 ‘송도 핫플 기획단’과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 모아서 함께 마을의 축제를 기획하는 주민주도형 축제 사업 ‘송도 특성화 콘텐츠’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주민자치’ 공간이었지만 살롱지기들이 상주하며 주도적으로 운영했던 <송도문화살롱>은 상주 직원 없이 무인으로 운영된다. 공공의 영역에서 주민을 위해 무료로, 무인으로, 이용자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둔 이러한 공간운영은 처음 이루어지는 시도라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높은 주민자치력을 보여주는 송도2동에서 새로운 형태의 문화공간 선례가 탄생하길 바라며 <송도문화살롱>의 문을 활짝 열어둘 예정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송도문화살롱과 상가 공실에 자리 잡아 운영하던 2021 지역문화 생태계 사업의 결과공유 전시회가 「RE. PLAY. SONGDO.」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2년간 진행된 지역문화 생태계 통합운영 지원사업을 다시 돌아보자는 REPLAY(재생하다)의 의미와 송도2동에서 RE(다시), PLAY(놀다) 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REPLAY 했던 2020년과 RE, PLAY하는 2021년을 지나 주민이 스스로 문화를 만들고 자생하는 힘을 길러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넓게 가지를 뻗어나가 계속해서 확장되는 ‘PLAY-ING’ 송도2동 문화생태계를 기대하고 응원해본다.

2022, 송도문화살롱 내부 공간 (제공 : 연수문화재단)

글/사진 정우진(鄭遇珍, JUNG WOO JIN)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도시특화팀에서 ‘송도동 동행타운’ 으로 <송도문화살롱>의 보이지 않는 손, 그리고 송도 2동의 주민참여 예산사업을 담당하여 추진 중이다.




청라의 푸른 보석, 청라블루노바홀

청라의 푸른 보석, 청라블루노바홀

전은주 (全恩珠, Jeon Eun ju)
인천서구문화재단 공연전시팀

서구에서 문화시설에 대한 확충 요구는 지속적으로 있었다. 56만 서구민의 문화수요를 감당하기엔 서구문화회관만으로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2018년 실시된 서구민 문화향유실태 조사와 지역예술가 및 전문가들과의 FGI 등에서도 문화시설 확충에 대한 필요가 단연 1순위 꼽혔다. 이러한 필요와 요구에 따라 2017년 첫 삽을 뜬 청라블루노바홀은 우여곡절을 거쳐 2021년 7월 완공되었다. 서구에서는 서구문화회관에 이어 두 번째, 청라국제도시에서는 첫 번째 공공 공연장이 문을 열었다.

청라블루노바홀 전경

청라블루노바홀’의 독특한 네이밍은 시민공모를 통해 선정된 것이다. 국제도시에 자리한 공연장 특성에 맞는 명칭과 청라(푸른 보석)라는 지명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활용한 이름을 공모했고, 그 결과 지금의 ‘청라블루노바홀’로 이름 지어졌다. 청라블루노바홀은 청라의 靑(청)의 의미를 가져온 BLUE(블루)와 새로움을 뜻하는 포르투칼어인 NOVA(노바)를 합성한 이름으로 ‘청라의 새로움’ 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청라블루노바홀은 총486석(장애인석 5석)의 중극장과 약 60여평의 전시장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이다. 2층에는 주민들을 위한 카페테리아가, 지하1층에는 출연자를 위한 단체분장실과 개인분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청라블루노바홀은 인천 공공극장 최초로 무대와 객석이 가변형으로 만들어진 블랙박스형 극장이다. 무대와 객석이 구분된 액자 방식의 프로시니엄 무대뿐 아니라 공연 특성에 따라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연출이 가능하며, 스탠딩 콘서트, 마당극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들을 올릴 수 있다.

공연장 (출처:인천서구문화재단)

전시실 (출처:인천서구문화재단)

위치적 특징과 극장 본연의 특성에 발맞추어 청라블루노바홀은 예술작품의 다양성과 관객층 다변화를 목표로 젊은 공연장을 표방한다. 장르의 편중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머시브 연극, 미디어아트, 인터렉티브 아트 등 공연장만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2022년 청라블루노바홀은 클래식 시리즈인 ‘아르스노바 (Ars-nova) 시리즈’로 새해를 맞이했다. ‘아르스노바’는 14세기 초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일어난 음악의 새로운 경향을 이르는 라틴어로, ‘새로운 예술’을 뜻한다. 아르스 노바의 「노바」는 「청라블루노바홀」의 「노바」와 같은 의미로 청라블루노바홀만의 젊고 신선한 클래식 무대를 소개하는 시리즈이다. 첫 번째 공연으로 <손열음 피아노 리사이틀>이 성황리에 공연되었으며, 9월 테너 존 노의 리사이틀이 예정되어 있다.

청라블루노바홀 개관작 연극 <달려라,아비>

청라블루노바홀 개관기념공연

아르스노바 시리즈와 동시에 선보이는 인디버스(Indie-Verse) 시리즈는 독립레이블을 뜻하는 ‘Indie’와 세계 또는 공간을 뜻하는 ‘Verse’의 합성어로 독립레이블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시리즈로 주류와 비주류, 언더와 오버를 아우르는 2030 관객층을 위한 콘서트 시리즈이다. 2021년 아도이, 2022 카더가든, 치즈 콘서트를 진행했으며 7월에 밴드 쏜애플의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8월 첫 선을 보이는 ‘디 아떼(D’ate) 시리즈’는 청라블루노바홀의 극 중심의 연작으로, 블랙박스 극장의 형태를 적극 활용한 이머시브 연극, 실험극, 어린이공연 등 다양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정동극장이 제작한 뮤지컬 ‘포미니츠’가 디 아떼 시리즈의 첫 무대로 기대롤 모으고 있다.

아르스노바 시리즈 vol.1
<손열음 피아노 리사이틀>

인디버스 시리즈 vol.2
<카더가든 콘서트>

청라블루노바홀은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확산하는 문화허브의 역할을 통해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이 샘솟는 공간, 주민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하는 공연장 본연의 역할과 함께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GV(Guest Visit)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달려라 아비의 원작자인 김혜란 작가의 북 콘서트,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피아노 마스터 클래스 등을 진행하였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관객 참여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년 초, 개관 준비 중인 청라블루노바홀의 무대를 처음 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준비할 것도 많고 고민할 것도 많은, 이제 막 시작하는 공연장에 대한 걱정과 설렘이 교차하던 그 순간.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 순간, 청라블루노바홀이 지역에서 갖는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항상 결론은 단순하다. 양질의 문화콘텐츠를 저렴하게 접할 수 있는 문화충전소, 아이들의 감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놀이터, 청라호수공원을 산책하던 주민이 잠깐 들려 커피를 마시는 휴식의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전은주(全恩珠, Jeon Eun ju)

인천서구문화재단 공연전시팀

사진제공 : 인천광역시 서구문화재단




「중구 문화예술교육 라운드테이블」, ‘쿵!’ 그 시작을 알리다.

「중구 문화예술교육 라운드테이블」, ‘쿵!’ 그 시작을 알리다.

서문솔(인천중구문화재단 생활문화팀)

인천중구문화재단은 지난 3월 16일 한중문화관에서 ‘중구 문화예술교육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인천 중구 지역 현황에 부합하는 문화예술교육 방향성을 모색하고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공론의 장으로 지역 문화예술단체, 예술가, 기획자, 교육담당자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었다. 본 라운드테이블은 인천중구문화재단이 지난 1월 출범 후 중구 지역 내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주체들과의 역사적인 첫 대면자리로써 큰 의미를 지닌다. 중구를 기반으로 문화예술 관련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 기획자, 명장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는 자리였다.

중구 문화예술교육 현황과 사례 살펴보기

재단이 설립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재단의 역할을 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중구 현황에 부합하는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성 설정과 함께 지역자원을 기반으로 한 효율적인 운영방안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전승용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 주임교수는 중구 구민 대상의 문화예술교육 수요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중구 문화예술교육 현황’을 발표하였으며 중구 주민들과 오랜 시간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해온 윤종필 꾸물꾸물문화학교 대표는 ‘지역기반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발표하여 실제 추진하였던 다양한 사업을 공유하였다. 주제발표를 통해 중구 구민들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만족도 및 니즈(Needs), 참여활동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었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던 구민들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재단뿐만 아니라 관련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도 실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업을 운영할 시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였다.

‘중구 문화예술교육 현황’과 ‘지역기반 문화예술교육 사례’ 발표

자유로운 원탁회의 진행

본 라운드테이블은 주제별 발표공유도 중요하였지만 무엇보다도 구민, 예술가, 문화예술 유관 단체, 교육 담당자 등 중구 내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이 자유로운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오랜만의 대면 만남으로 서로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그리고 첫 대면하는 분들은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인사를 나누고 친목을 다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중구 문화예술교육의 지속성 및 활성화를 위해서는 문화예술인 발굴을 지속하고 지역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장기적인 인력관리과 활용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재단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적 네트워크 구축

함께, 함께, 투게더

라운드테이블을 운영하면서 재단의 역할이 크며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과 함께 협업하여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지역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는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협업하면서 움직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중구 구민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 및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중구 원도심과 영종도 등 공간과 생애주기별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예술교육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적극적인 온·오프라인 홍보마케팅을 통해 지역 내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중구 구민들과의 소통 채널을 구축하여 다양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나누어 이를 문화예술 콘텐츠와 프로그램에 반영하고자 한다. 함께 합심하면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만남을 시작으로 일시적인 만남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각 주체들 간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것이며 구민들에게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여 중구의 문화예술교육이 점차적으로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원탁회의 진행

사진제공 : 인천중구문화재단 생활문화팀

글/사진 서문솔(西門솔, Seomun Sol)

인천중구문화재단 생활문화팀 대리로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 관련 다양한 사업을 계획 및 추진 중이다.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 박사를 수료했으며 한국축제포럼 청년분과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예술가, 기획자분들과 어울리면서 함께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는 에너자이저 같은 사람이다.




첫발을 내딛는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 사업

첫발을 내딛는 인천문화예술40년사 편찬 사업

김성호(경인일보 기자)

인천문화재단(이하 재단)이 추진하는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 사업’이 첫발을 내디뎠다.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 사업은 1981년 인천직할시 출범 이후 40년 동안의 인천 문화와 예술 분야의 변화·발전상을 집대성하는 사업이다. 40년사 편찬은 2024년 출간을 목표로 3년 동안 진행될 계획이다. 재단은 올해 목표를 전문가와 예술계를 중심으로 하는 편찬위원회와 기획단을 꾸리고, 관련 세미나를 통해 추진방안을 확정하고 연표 작성을 위한 자료조사까지 마치는 방안을 세워두고 있다.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과 관련 지난 2월 16일 오후 2시 한국근대문학관 3층 다목적실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는 40년사 편찬이라는 방대하면서도 막연한 작업의 얼개와 방향을 가늠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인천문화예술 40년사 정책토론회(한국근대문학관, 2022년 2월 16일)

이날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는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을 위한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먼저 발제를 진행했다. 이후 김락기 인천문화재단 경영본부장의 진행으로 공주형 미술평론가(한신대 교수), 윤진현 연극평론가, 염복규 서울시립대 교수, 김현석 생태공간연구소 공동대표, 송은영 연세대 국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장유정 단국대 교수 등이 참여한 토론이 진행됐다.

김창수 교수는 발제에서 ▲편찬 배경과 목표 ▲개념과 범위 ▲편찬 기조 ▲서술 방법론 ▲우리 시대의 문화 가치 ▲편찬 기구와 역할 ▲추진 일정 등 40년사 편찬에 필요한 사항을 분석 정리해 발표했다. 이날 40년사 편찬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 김 교수는 “인천문화예술사 편찬을 통해 지난 역사를 정리하고 성찰함으로써 인천 문화의 현재를 점검하고 문화도시의 미래를 투시하는 안목을 깊게 하기 위함”이라며 “역사는 누적된 시간의 켜이며, 의미의 적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흘러간 것’이 아니라 현재 안에 내재하거나 공존하고 있어 현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역사의 성찰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이어진 세미나에서는 여러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공주형 평론가는 문화사를 서술하는 방법에 있어 예술 장르별 서술 대상과 시대구분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개별 장르의 특수성을 살피면서도 보편성의 틀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세미나 등이 초반에 마련되어야 한다”며 “시각예술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특수성 안에서 이러한 것들이 또 한 번 점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지역에서 진행된 기존 구술 채록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활용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인천 지역에서 구술과 채록 관련된 사업들이 굉장히 다각적으로 진행됐다. 다만 그 성과들이 공유되고 활용되는 데는 제한적이었다”면서 “기존 구술·채록의 활용 가능성을 점검하고 추후 보완할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윤진현 평론가는 편찬위원회 구성은 서두르지 말아야 하며, 편찬위 구성에 앞서 광범위한 자료 수집과 세밀한 연표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편찬위원회가 해야 하는 일은 ‘인천의 예술이 어땠으면 좋겠는가’에 대한 미래 가치를 기준점으로 놓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토론을 거치다 보면 합의 과정에서 의견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업기간 3년은 굉장히 짧은 시간이다.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해서 집필위원들이나 편찬위원들이 참고해야 할 자료를 공유하고 수집된 자료에 대한 가치를 합의하는 과정이 앞으로 편찬위원회에서 2~3년 동안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사팀을 구축해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을 계속 수집해서 축적하고 세미나 과정에서 추가로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거나 찾는 작업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다 사업기간 3년 안에 집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염복규 교수는 인천과 서울·경기 등 주변 도시와의 관계성을 고려한 역사 서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천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별 같은 존재가 아니다. ‘경인권’이라는 공간개념이나 서울과의 관계성 등 이런 것들이 인천의 어떤 부분을 규정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인천의 ‘로컬리티’라는 게 그런 주변과의 관계를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인천문화예술 40년사가 서술될 때 충분히 고려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공동대표는 ‘통사(通史)’ 기술과 대중성 사이에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통사나 역사서를 만들 경우 지역에서는 중·고등학교 이상이나 그 수준의 대중성을 표방하고 있는데, 성공한 사례가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 통사와 대중성을 모두 잡으려고 하면 모두 망가져 버릴 수 있어서 두 가지는 어느 정도 거리 두기를 하면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중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아니면 전문적인 통사나 역사 서술의 방향을 따를 것인가 비중을 잘 조절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통합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송은영 연구원은 역사서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대중성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딱딱하고 건조한, 어떤 시비도 피해갈 수 있을 만큼의 사실만을 집적한 관에서 펴낸 기존 역사서에서 벗어났으면 한다”면서 “대중 교양서처럼 만들 수는 없어도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읽을 만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에 사는 사람이 가장 먼저 이 책을 읽겠지만 인천 바깥에 있거나 인천에 관해 관심을 가진 사람 또는 앞으로 인천으로 이주할 사람, 그리고 잠시 인천에 놀러 왔다 가는 사람도 읽을 수 있는 책이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유정 교수는 ‘인천’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기준이나 분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단순한 40년 동안의 서술이 아니라, 전체 시대 구분에 근거해 일부로서의 40년을 기술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그는 “예를 들어서 인천 출신 음악인을 살펴본다면 인천에서 태어나 다른 곳에서 성장한 사람이 있고 다른 곳에서 태어났지만, 인천에서 성장한 사람이 있다. 또 그들의 활동 공간, 인천을 대상으로 한 노래나 텍스트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 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많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 “1981년부터 40년사를 기술할 예정인데, 인천 전반의 문화예술사까지 기술할 계획이라면 그 부분을 고려해 40년사를 기술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성호(金成浩, Kim Sung Ho)

경인일보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기자

사진제공 : 인천문화재단




조금씩 무뎌져 버린 이 년(二年), 때마침 시작된 인연(因緣)

조금씩 무뎌져 버린 이 년(二年), 때마침 시작된 인연(因緣)

정효민(연수문화재단)

“네? 제가 아트플러그 연수로 인사발령 났다고요?”

2022년은 위의 말과 함께 충격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으로 시작했다. 인사명령이 나왔을 때, 내 이름이 전보 대상자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기존에 하던 일을 계속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사발령과 함께 공유된 좌석 배치에 내 자리는 없었다. 단순히 내 이름이 누락된 것으로 생각하고 기획경영팀에 문의했다. 돌아온 답은 내가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에서 근무하게 되었다는 답변이었다.

지난 2년간 쭉 <예술지원사업>과  <송도불꽃축제>를 운영해오다 갑자기 맡은 사업뿐 아니라 근무지까지 바뀌게 된다는 것은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내 전공과 지금까지의 경력과는 전혀 무관한 시각예술 ‘레지던시’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많은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거쳐온 ‘문화원’, ‘기획사’에서 늘 적은 인원으로 일을 해오다 문화재단에 입사한 후,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일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던 터라 근무 인원이 적은 공간으로의 발령은 힘들었던 예전 기억들이 떠오르게 만들기 충분했다.

내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이유는 두 가지로 추려진다. 첫째, <예술지원사업>과 <송도불꽃축제>에 대한 애증 때문이었다. 나의 첫 문화재단 경력에서 처음으로 맡은 사업이 위의 두 사업이었기에 내게는 무척이나 특별한 사업이었다.

<예술지원사업>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지역의 예술인 및 예술단체와 이제 막 유대감이 형성되고 있었던 시기였고, 도입기를 거쳐 성장기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였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지역의 예술가(단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2년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의 방법들을 제시해주지 못했고, 제대로 된 네트워크의 자리도 마련하지 못한 마음의 빚이 너무 크게 남아 있었다. 3년 차에는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예술지원사업의 담당자로서 할 수 있는 제안 혹은 줄 수 있는 도움을 최대한 제공하고 싶었기에 아쉬운 마음이 컸다.

2021 연수예술지원사업 선정 공연 극단미추홀 <바다로 간 쓰레기> 2021 연수예술지원사업 선정 전시 <The sea of glass>, 가변설치, 2021, Yuna Kim

<송도불꽃축제>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가장 아쉬움이 남는 사업이 되어버렸다. 1년 차에는 ‘대구’와 ‘이태원’에서 급속도로 퍼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축제가 취소되었고, 2년 차에는 전국적으로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면서 불꽃축제를 운영할 용역사를 선정한 다음 날 최종 취소되었다.

사무실 컴퓨터에 2년간 저장한 ‘송도불꽃축제 계획’의 괄호 안에는 두 자리 숫자로 가득하다. 파일마다 조금씩 수정·보완한 내용이 아닌,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개최 방식이 바뀌는가 하면,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송도달빛축제공원’으로 장소가 바뀌기도 하고, ‘불꽃’ 주제가 아닌 완전히 다른 주제로의 전환까지도 고려되었다. 그렇게 긴 호흡으로 준비한 축제가 아주 짧은 호흡으로 취소되는 과정을 2년 동안 겪고 나니, 많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인사이동에 충격을 받은 두 번째 이유는 ‘주어진 미션’의 불투명함이었다. 사실 어느 부서로 가든 어느 업무를 맡든,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있는 일인가?’에 있고, 이에 이어 ‘내게 주어진 명확한 미션이 있는가?’ 혹은 ‘내가 그 일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있다.

아트플러그 연수로의 인사이동에 대해서 첫 번째 질문에는 나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연수구 옥련동에 개관한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는 연수구와 인천시 그리고 우리나라 시각예술이 연수라는 지역에서 선순환할 수 있는 중요한 거점이 되고자 하는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내게 주어진 미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무도 제시해주지 않았고, 스스로도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아트플러그 연수에서의 생활을 무척이나 불행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아트플러그 연수로 발령이 나고 2주 정도가 지났을 때, 팀장님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 그리고 다른 말보다 먼저 사과를 하셨다. 인사이동에 대한 이유를 빨리 설명해주지 못했다고 말이다. 이어서 정효민 주임이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는지 또 어떤 것들을 배워갈 수 있을 건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주셨다.

그리고 어느 입사 동기는 내게 “효민 주임은 조직을 밝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 아트플러그 연수는 물리적으로 재단과 떨어져 있는 곳이잖아. 어려운 환경이지만 주임님이라면 그곳을 일하기 즐겁고 행복한 장소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해주었다.
팀장님과 동기의 말을 듣고 나니 이전까지 내가 가졌던 마음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2020년 2월로 돌아가 보면, 그토록 원했던 문화재단 입사 그 자체만으로도 하루하루가 행복했고 처음 접하는 모든 일에서도 배워가는 설렘을 느꼈는데 고작 2년 만에 조금씩 무뎌져 버렸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트플러그 연수로의 발령에 충격을 받았던 건 어쩌면, 기존에 하고 있던 일을 그대로 계속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나의 비겁한 반응은 아니었을까 하고 저절로 반성이 되었다. 이런 생각에 도달하니 아트플러그 연수로의 이동은 오히려 내게 ‘조금씩 무뎌져 버린 이 년(二年)에 때마침 시작된 인연’이었다는 감사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

요즘 접하는 모든 일은 내게 있어 처음 일어나는 일들이다. ‘1기 입주작가 모집’, ‘레지던시 보고전’, ‘공개비평’, ‘프로젝트 세미나’ 등 모든 일이 처음 접해서 어려운 일이지만, 반대급부로 새로운 것을 접하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이번 인사이동에서 나는 가장 중요한 진리를 찾은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장소, 어느 업무, 어떤 역량보다 내가 품고 있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고 결국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스스로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말이다.

“서울 용산에는 ‘한남 더 힐’이 있지만, 인천 연수에는 ‘옥련 더 힐’이 있다.” 요즘 반은 농담 그리고 반은 진담처럼 외치고 다니는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곤 한다. 현재 이곳은 눈이 오면 출근을 하기 어려울 만큼의 언덕 위에 있어서 ‘Ongnyeon The Hill’(‘옥련’ 지명의 영어 표기법 ‘Ongnyeon’을 그대로 사용)이지만, 앞으로는 ‘Ongnyeon The Heal’이 되어 예술로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되고 균열이 생긴 감정들이 메워지는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내 마음이 전달되면 아마도 그들도 고개를 끄덕여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 정효민(丁孝敏, Hyomin Jeong )

연수문화재단 예술진흥팀에서 ‘아트플러그 연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예술행정가이자 기획자이다. 2019년에는 『마드리드 0km』라는 에세이를 발간하면서 작가활동을 시작했고 sns와 브런치를 통해 지속적으로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 The Beginning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 The Beginning

이주경(연수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연수문화재단에서는 지난 10월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APY: ArtPlug Yeonsu Artist residency)를 개관했다. 본래 이곳은 1992년에 세워진 ‘가천인력개발원’으로 의료 종사자 양성 기관으로 운영되었다. 의료 관계자 연수원으로 운영된 이후 약 10여 년간 비워져 있던 공간을 연수구에서 2020년 말부터 2021년 5월까지 리모델링을 진행하여 현재 아티스트 레지던시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아트플러그 연수가 위치한 연수구 옥련동은 송도유원지가 가장 호황이던 1980~90년대와 맞물려 한때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시기를 지나, 현재는 그 당시의 활발하고 때론 화려했었던 기억을 가진 구도심의 풍경을 안고 있다. 예전 구 송도유원지와 인접해 있던 이 공간을 많은 분들은 아직 가천인력개발원으로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아트플러그 연수는 다시 한번, 아티스트 레지던시만의 독특하고 유연한 방식으로 예술을 통해 인천 연수구 옥련동 도심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아트플러스 연수 전경 Ⓒ연수문화재단

국내에서 예술가의 창작 작업 공간으로써 아티스트 레지던시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며 시작되었다. 이후 대안공간의 증가와 폐산업 시설 재생 모델 사례가 늘어나며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지자체 및 민간에서 그 수요와 공급이 증가하여 한때, 약 150여 개의 레지던시가 운영되기도 하였다.

국내 창작스튜디오의 이러한 양적 증가는 예술계 특히 시각 예술계에 건강한 환류와 예술가의 안정적 창작지원의 기반이 되었지만, 약 30여 년간의 국내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행보와 그 이면을 돌아보면, 여전히 창작공간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엇갈린 시선들이 존재한다. 창작스튜디오의 의의를, 해당 존재 가치의 수적 환산에 의한 당위성에 대입해 보는 관점으로 단순 치환해 버리는 관점이 여전히 적지 않게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확산에 대한 방법론과 개념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대신, ‘아트플러그 연수’가 국내 레지던시 후발 주자로서 2021년 하반기 개관을 준비하며, 어떠한 지점에서의 고민을 시작으로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지면을 통해 공유하며 단편적이지만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역할과 의의에 대한 지역과 예술계의 입장과 시선을 바라보고자 한다.

기관의 성격과 미션에 따라 해당 레지던시의 역할과 목표는 상이하지만, 대체로 지자체 주도의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공공성에 대한 당연한 의무와 더불어 예술가의 창작지원을 기본으로 입주작가들의 직접적 참여를 통한 지역 내 문화예술의 확산이라는 조금은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운영된다. 실제 그러한 목표를 위해 표면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입주작가 지역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이 물론 긍정적 효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이는 앞에서 언급한 국내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 중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여러 가지 사례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물론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특징 중 하나인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정주함을 목적으로 해당 레지던시가 있는 지역에 일정 기간 거주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 내 예술적 순환, 교류, 확산에 대한 실효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창작스튜디오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며, 운영주체는 이를 위해 레지던시 프로그램 작동에 대한 본질적 구조와 이해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아트플러그 연수는 고민의 지점을 지역성과 순환·교류라는 관점으로부터 시작하여, 프로그램의 다양한 지점을 실험하고 방향성을 정립하기 위해 ‘창작분야’와 ‘프로젝트&리서치 분야’로 나누어 2021년 파일럿 입주작가를 선발하였다.

2021입주작가 김민석 전시전경 2021입주작가 윤미류 전시전경
<2021 ARTPLUG: The Beginning> 전시전경 (아트플러그 연수, 10.22.~11.28.) Ⓒ연수문화재단

예술창작공간의 기본 프로그램인 창작분야 입주작가 운영을 통해 예술창작공간으로서 시설의 공간적 정립과 그 역할에 대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기 위해 시범 운영 중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창작공간 본연의 역할인 예술가의 안정적 창작지원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연구하고 준비하려 한다. 이와 더불어 아트플러그 연수의 지역적 역할에 대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위해 기획자 레지던시인 프로젝트 분야를 선발하였다. 창작공간의 지역연계 과제와 레지던시 네트워크 및 자발적 순환에 대한 목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풀어가기 위해 올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 중이다. 예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두 가지 측면으로 운영되는데, 자율 주제 프로젝트 지원과 연수구와 연관된 리서치 프로젝트 지원이 있다. 국내에는 기획자의 아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아트 프로젝트는 동시대의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며 때론 시대적 메시지를 담아낸다. 아트플러그 연수는 프로젝트 입주분야의 운영을 통해 다양한 기획을 실현할 수 있는 장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유연함과 실험성을 확대하고자 한다. 또한 연수구 문화자산에 대한 ‘현대화’를 통해 인천 연수구의 지역성 및 공동체성의 예술적 해석과 더불어 지역 문화자산의 지속 가능한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아트플러그 연수 2021입주작가 아카이브 ‘랜-딩 페이지’ 프로젝트 프리 리서치
<2021 ARTPLUG: The Beginning> 전시전경 (아트플러그 연수, 10.22.~11.28.) Ⓒ연수문화재단

현재 아트플러그 연수에서는 개관전을 겸하여 2021년 파일럿 입주작가 프리뷰전 <2021 ARTPLUG: The Beginning>(10.22.~11.28.)을 개최하였다. 이번 전시는 2021 입주작가 프리뷰전으로 창작 6팀의 작업과 프로젝트 2팀의 프리 리서치를 보여준다. 전시 제목 ‘The Beginnig’은 예술창작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한 아트플러그 연수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을 제시하고 실천하기 위한 시작임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 참여 작가는 8팀으로 창작분야 김민, 김민석, 윤미류, 이현우, 전장연, 정기훈 작가의 작품과 프로젝트분야 랜-딩 페이지(이현인, 조근하, 오타하루카, 타케마사토모코), 이정은 작가의 프로젝트 프리 리서치를 살펴볼 수 있다. 이번 2021년 프리뷰 전을 기점으로 아트플러그 연수에서는 여러 논의와 제의, 동조와 이견, 실행과 교차가 날것 그대로 오고 갈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동시대 예술의 풍경을 대면하는 예술창작공간으로 시대적 관계의 틀을 새롭게 조직하고자 한다. 올 한 해 지역사회와 예술계에 유의미한 지점으로 작동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이주경(李周暻, LEE Ju Kyeong)

이주경은 예술경영 석사 졸업 후 축제조직에서 공연기획과 폐산업시설 문화 재생공간 개관 프로그래머와 다년간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기획 업무를 경험했다. 현재는 인천 연수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차장으로 근무 중이며, 연수문화재단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 개관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달려라, 아비〉는 사실 우리 엄마 이야기예요

<달려라, 아비>는 사실 우리 엄마 이야기예요

정영진(인천문화예술회관 주무관)

“후꾸오까를 지나고. 보루네오섬을 거쳐, 그리니치 천문대를 향해 달리고 스핑크스 왼쪽 발등을 돌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백십 번째 화장실에 들러, 이베리아반도의 과다라마산맥을 넘어 달려간다고 생각했어.” 딸의 상상 속에서 아빠는 지구 어딘가를 핫핑크 반바지를 입고 달린다. 엄마와 함께 일상을 맞는 딸은 쾌활한 성격이다. 모녀에게는 아빠의 부재로 인한 상심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씩 과거의 그림자를 들여다보며 엄마와 아빠의 사랑과 헤어짐 속에 담긴 사연들을 찾게 된다.

<달려라, 아비>는 어떻게 제작되었을까?
연극 <달려라, 아비>는 김애란 작가의 원작 소설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2021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에서 주관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공동제작‧배급 사업 공모에 당선돼 제작했다. 인천 내 3개 문화예술기관(인천문화예술회관, 부평구문화재단, 인천서구문화재단)과 ㈜스포트라이트가 공동으로 제작했고 총제작비의 50%는 국비 지원, 나머지 50%는 3개 기관이 각각 부담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작품 창작 전 과정을 세세하게 관리했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인천문화예술회관
부평아트센터
ⓒ부평구문화재단
청라블루노바홀
ⓒ인천서구문화재단

작품 제작은 딱 일 년 전에 시작됐다. 한문연 사업 공모가 난 직후 인천지역 3개 문화예술회관 공연기획 담당자들이 첫 만남을 가졌다.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두렵기도 했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공동으로 작품을 만들면 뭔가 의미 있는 일이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생각들을 모아갔다. 그러던 차에 우연인 듯 필연처럼 다가온 작품 제안이 <달려라, 아비>였다. 대본을 들고 찾아온 제작 프로듀서의 수줍어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인천 출신 인기 소설가 김애란의 작품을 인천에 있는 문화예술 기관과 공동으로 제작해서 무대에 올리고 싶습니다. 소설을 각색해 송현동을 공간적 배경으로 한 인천의 이야기를 만들고 서울과 전국으로 유통해서 스테디셀러 연극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프로듀서의 말에 설득력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작품 제작이 1년의 숙성 시간을 거쳐 드디어 10월 22일 청라블루노바홀에서 첫 공연을 올리고, 11월 13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마지막 공연까지 총 9번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주)스포트라이트

<달려라, 아비>는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술빵, 팔길래, 눈 와, 첫눈” 끊어진 단어 사이로 아빠의 서툰 사랑고백이 참 사랑스럽다. 엄마와 아빠의 로맨스는 반지하 단칸방에서 애틋하고 예쁘게 자란다. 하지만 딸이 태어나기 직전 집을 나간 아빠. 딸에게 아빠는 미지의 세계고 어디선가 열심히 뛰고 있는 대상이다. 아빠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는 엄마와 딸. 그들은 그저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아련한 빈자리는 추억과 상상으로 메꾸며 잘 살아가고 있다.
제목은 아빠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들지만 사실 이 연극은 엄마의 이야기다. 아빠에 대한 상상 속 달리기는 택시 운전을 하는 엄마를 상징하는 이야기로 전환된다. 핫핑크 반바지를 입고 세계 곳곳을 달리는 아빠는 택시를 몰아 시내를 질주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오늘도 바쁜 일상에서 명랑함을 잃지 않은 딸의 모습으로 하루하루 잘 살아내는 우리들 모습으로 그려진다.
<달려라, 아비>의 단순한 플롯 전개를 재기발랄한 극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은 영상이 맡았다. 이 극의 장르는 영상이 결합된 콘템포러리 연극이다. 반지하방이 다양한 공간으로 변신하고 앞쪽으로 놓인 러닝 트랙과 허들은 동화적 이미지와 함께 메시지 전달을 위한 오브제로 쓰인다.
작품을 섬세하게 다듬은 김가람 연출가는 <뮤지컬 아랑가>로 명성을 쌓은 젊은 연출가이다. 그녀가 그려내는 무대는 역동적이면서도 파스텔톤의 아련한 감정이 녹아있다. 과감한 영상 도입과 무대 장치의 조합은 볼거리 제공과 함께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연극에 생동감을 불어 넣은 배우들은 누굴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지만, 딸과 함께 남겨진 삶을 긍정하고 최선을 다하는 엄마 역할은 정영주가 맡았다. 그는 최근 뮤지컬과 방송으로 바쁜 스케줄 임에도 연극무대의 생동감을 잃고 싶지 않아 캐스팅에 응했다고 한다. 기존의 억척스러운 이미지를 절제하고 극중 배우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연기를 택했다. 딸 역할의 이휴는 뮤지컬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신예다. 원작처럼 전체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이끌어 가면서 극중 감정의 고저를 주도한다. 아빠 역할의 장두환은 1인 다역 멀티맨이다. 아빠와 외할아버지, 택시 승객 등 다양한 남성 캐릭터를 극 속에 녹여내며 감초 역할을 한다.

ⓒ인천문화예술회관

<달려라, 아비>는 내년 대학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의 3개 문화예술기관과 제작사는 앞으로 계속 공연을 할 때마다 공동제작 명의를 쓰기로 했다. <달려라, 아비>의 출발점은 인천이다. 내년 대학로를 시작으로 대전을 지나 광주 무등산을 너머 부산 김해 공항을 돌아 제주 한라산으로, 그러다 태평양을 날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달리는 아비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영진(丁榮進, Chung Young Jin)

안양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 부평아트센터, 종로아이들극장, 인천문화예술회관 등 공공공연장에서 공연기획과 홍보마케팅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다. 추계예술대학교에서 문화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에서 문화예술교육개론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