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가짜뉴스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 10명 중 8명은 가짜뉴스에 속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가짜뉴스의 주요 유통 경로는 페이스북이고, 기타 유튜브나 블로그,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에도 널리 퍼져있었습니다. 가짜뉴스가 가장 많이 번진 국가는 미국이며 러시아와 중국이 뒤를 이었습니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는 한국의 성인남녀 1,312명 중 88.8%가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언급했다고 전합니다. 실제로 가짜뉴스를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60.6%였습니다.

가짜뉴스는 얼핏 언론사에서 제작한 기사처럼 보이지만, 가짜뉴스 제작 사이트 등으로 허위정보를 사실처럼 꾸며 유통된 것을 말합니다. 기사의 형식을 갖추었으나 악의적인 고의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카더라 통신’이나 ‘오보’와는 속성이 다릅니다. 자극적인 내용이 다수인 가짜뉴스는 확산 속도도 빠릅니다. ‘가짜’인 게 밝혀져 정정 보도가 나더라도 진실처럼 믿어버린 사람들이 많은 경우 없었던 일로 되돌리기도 어렵습니다. 국민 개개인이 합리적 의심을 통해 거짓과 왜곡된 정보를 골라낼 수밖에 없죠.

출처: 브릿지경제

경제적 이득 때문이든 정치적 목적 때문이든 사람들은 가짜뉴스를 만듭니다. 또 누군가는 그것을 퍼 나릅니다. 대중들은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등 다양한 채널에서 이를 접합니다. 진짜와 가짜 정도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요? 제작자와 유포자보다 거짓을 그대로 믿는 대중에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요?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기엔 그 폐해가 심각합니다. 공신력 있는 언론으로 포장돼 있기 때문입니다. 가짜뉴스가 대중을 현혹하고 팔로워를 늘리는 동안 누군가는 주머니 속의 돈을 날리고, 나라를 이끌 ‘왕좌’의 주인은 다른 사람으로 바뀝니다.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용어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광범위하게 퍼졌습니다. 당시 페이스북에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 5건 중 4건은 가짜뉴스였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특정 세력이 정치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겁니다. 내용은 ‘찌라시’지만 ‘공신력 있는 기사’로 포장돼 있어 많은 이들이 속을 수밖에 없죠.

일부 국가들은 가짜뉴스 제작과 배포를 범죄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가짜뉴스 방지법이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정부가 특정 뉴스를 ‘허위’ 정보로 판단하면 미디어는 콘텐츠를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합니다. 유포한 개인은 최대 10년 징역형, 관련 기업은 최대 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8억667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독일과 말레이시아,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도 가짜뉴스 규제가 도입됐습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가짜뉴스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AI 유언비어 분쇄기’를 내놨습니다. 정확도가 81%에 달한다고 하네요. 뉴스 배포자가 믿을 만한지, 사용자들이 호감 가는 반응을 보이는지를 파악하고, 출처 링크와 IP를 추적해 해당 사이트의 타당성을 점검합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뉴스를 권위 있는 싱크탱크 데이터와 비교해 내용의 신뢰도를 검토합니다.

지난 6월 1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허위정보조작의 자율규제 방안 도출을 위한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협의체’ 출범을 알렸습니다. 협의체는 학계, 언론단체,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시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인식조사를 한 결과, 가짜뉴스의 핵심으로 정치적 의도성과 비사실성이 지적됐다.
출처:뉴스1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시민을 대상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온라인 인식조사를 했습니다. 콘텐츠 유형별로 가짜뉴스라고 생각하는 비율을 발표했는데 ‘메신저 등을 통해 유포되는 속칭 찌라시’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뉴스기사 형식을 띤 조작된 콘텐츠’, ‘언론보도 중 사실확인 부족으로 생기는 오보’, ‘선정적 제목을 붙인 낚시성 기사’,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짜깁기하거나 동일 내용을 반복 게재하는 기사’, ‘SNS 등에 올라온 내용을 확인 없이 그대로 전한 기사’, ‘한쪽 입장만 혹은 전체 사건 중 일부분만 전달하는 편파적 기사’, ‘특정 제품/업체를 홍보하는 광고성 기사’ 등을 시민들은 가짜뉴스로 꼽았습니다.

미디어연구센터는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disinformation)와 실수로 발생한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를 포함하고 있는 점을 지적합니다. 각각의 보도 사례를 세밀하게 분석, 구분하자고 제안합니다. 동시에 언론은 돈벌이 목적으로 생산해내는 질 낮은 기사와 사실검증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만드는 오보도 사람들에게 가짜뉴스로 인식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기사 품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출처: 한겨레

가짜뉴스 업그레이드 버전도 있습니다. ‘딥페이크’는 이쪽 업계(?)의 최신 트렌드입니다. 딥페이크(Deepfake)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사진이나 영상에 다른 이미지를 중첩하거나 결합해 가공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합니다. 지난해 크게 화제가 된 ‘트럼프는 완벽한 멍청이’라고 말하는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영상이 바로 딥페이크입니다. 인공지능과 딥러닝, 동영상에 인물의 얼굴을 프레임 단위로 합성하는 페이스 매핑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화면 속 얼굴이나 목소리 등이 진짜처럼 자연스러워 그대로 믿은 사람들이 많았죠.

AI는 꽤 완벽한 가짜뉴스를 만듭니다. 지금은 공익을 위해 계발을 통제하고 있지만, 기술이 진보하고, AI가 가짜뉴스 생산에 악용되면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것은 필연적이겠죠.

국내에서는 아직 딥페이크가 논란의 중심에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은 딥페이크 기술이 초보 단계지만 언제 딥페이크가 국내에서 활성화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외국인들이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행위를 막기도 어렵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왜 이토록 가짜뉴스와 거짓 발언들이 범람하는 걸까요.

첫째는 현대 문화의 특성 때문입니다. 정보나 기호, 화폐는 사실에 대한 지시적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유통 과정에서 다수의 승인을 받아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가짜뉴스도 소비 과정에서 점점 뉴스의 자격을 갖게 되었죠.
둘째는 긴 맥락의 서사를 소화하는 대중의 능력이 쇠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은 재치 넘치는 짧은 문장과 선정적인 정보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길고 깊은 설명이 필요하죠.
셋째는 정보 권력의 이동입니다. SNS나 단체대화방 같은 사적 채널로 정보가 빠르게 이동하고 소비되면서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진실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이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를 펴낸 김아미 씨는 ‘뉴스 뜯어보기’를 강조합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 있으면 여러 언론사에서 이를 보도하는 데 이때 두 개 이상의 신문을 골라 언론이 같은 사안을 어떻게 같고 다르게 전달하는지 비교하는 겁니다. 내가 이 뉴스를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질문하는 것이 뉴스 뜯어보기의 핵심입니다. 하나하나 되짚어 따져보는 거죠.

글 · 이미지 /
이재은(뉴스큐레이션)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내 의견은 ‘팩트’, 남의 의견은 ‘가짜뉴스’?
한겨레, 2019.7.1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사람잡는 가짜뉴스의 세계…좀 맞자, 가짜뉴스 백신!
브릿지경제, 2019.7.1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산책자]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이유
경향신문, 2019.7.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김주언 칼럼>> ‘가짜뉴스’ 보다 무서운 ‘딥페이크’ 주의보
스포츠한국, 2019.7.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④가짜뉴스를 만드는 AI, 가짜뉴스를 잡는 AI
IT chosun, 2019.7.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가짜뉴스’ 잡는다…방통위, 허위조작정보 자율협의체 출범
뉴스1, 2019.6.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인터넷 이용자 86% “가짜뉴스에 속았다”…주로 페이스북
뉴스1, 2019.6.1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채식주의자

한 여성이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육식은 폭력행위’라고 외칩니다. 식당 관계자가 나가 달라고 하지만 여성(A씨)은 “우리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것처럼 돼지도 돼지답게, 소도 소답게, 동물도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채식주의자이자 동물권 활동가인 A씨는 지난달 19일 트위터에 자신의 1인 시위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과 함께 A씨는 “폭력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서 동물의 현실에 대해 알리고 직접 의견을 표출하는 움직임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적은 뒤 “누군가와 싸우거나, 누구를 비난하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만약 비폭력적인 방해시위로 인해 사람들이 불편함이나 긴장을 느낀다면 그건 동물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공개됐습니다.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영업하는 식당에서 과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가축 도살 과정이 비인도적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A씨의 행동은 채식주의 강요”, “다른 채식주의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영업장의 사업주, 근로자 그리고 식사하던 손님들에게 비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 “도덕성에 취해 남들한테 무슨 민폐인가”, “저 동영상에 나오는 손님들의 동의는 구했나, 사상 강요하기 전에 초상권부터 지켜라”는 뉘앙스의 멘트가 많았죠.

출처: 서울경제

A씨는 ‘서울 애니멀 세이브’와 함께 시위를 기획, 실행에 옮겼습니다. 서울 애니멀 세이브는 ‘비질’이라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비질(Vigil)이란 도축장, 농장, 수산시장 등을 방문해 육식주의 사회의 현주소를 기록한 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 폭력적인 현실의 증언자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지난해 프랑스 북부 릴에서는 급진 채식주의자들이 정육점을 습격한 일이 있었습니다. 정육점을 향해 돌을 던지고, 스프레이로 자신들의 구호를 적었습니다. 영국 켄트에 있는 한 정육점은 ‘종 차별을 금지하라’는 문구로 뒤덮였습니다.

지난 4월 호주 주요 도시의 대형 도축장 등에서는 과격 채식주의자 수백 명이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동물 해방을 주장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멜버른 시내에서 100여명의 시위대가 자신들의 몸을 자동차에 묶고 중심 도로를 점거했고,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10대 3명 포함 주동자 39명이 체포됐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생후 18개월 된 딸에게 ‘채식 식단’을 먹여 영양실조에 이르게 한 부모가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채식주의자인 부모는 모유와 함께 현미, 감자 등 영양성분이 제한된 음식을 아이에게 제공했는데, 조사 과정에서 어머니는 사람이 장기간의 정신적, 육체적 훈련을 받으면 물이나 음식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진찰한 의사는 아이가 죽기 몇 시간 전에 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진술했습니다.

차량에 쇠사슬로 몸을 묶고 농성을 벌이는 호주 채식주의자들
출처:연합뉴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전체 인구의 2~3%인 100만~150만 명입니다. 10년 전인 2008년의 15만 명과 비교하면 10배가량 늘어난 셈입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합니다. 건강 때문에, 동물 애호나 종교 등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음식 취향 때문에 채식주의자를 선언합니다.

1년째 페스코 채식 중인 이모(28·여)씨는 “육식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들이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를 배출한다는 얘길 듣고 작은 행동이나마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동물해방물결의 윤나리 공동대표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육식 때문에 잔인하게 도살당하는 동물이 적지 않다. 동물 착취를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채식”이라고 강조합니다.

초등학교 교사 양보라(40)씨는 회식 때문에 간헐적 채식을 합니다. “다 같이 중국집에 갔는데 혼자 땅콩만 먹고 있을 순 없잖아요. 현실적으로 타협한 거죠.” 영양 불균형을 염려해 간헐적 채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오영(40)씨는 빈혈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는 붉은 살코기를 먹고 나머지 날에는 과일과 채소를 먹는 생활을 유지합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음식 칼럼니스트 마크 비트먼은 ‘저녁식사 직전까지만 채식주의자’입니다. 매일 오후 6시까진 채식을 하고 저녁 먹을 때는 육류나 생선도 편하게 즐기는 겁니다.

2018년 세계 채식주의자의 날을 기념해 인도에서 채식주의자들이 ‘육식은 살인이다’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출처:중앙일보

채식이라고 해서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 채소만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채식주의자(Vegetarian)’와 ‘준채식주의자(Semi-Vegetarian)’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4종류로 나뉩니다.
‘락토 오보(Lacto Ovo)’-육류·어류는 먹지 않지만 계란과 유제품은 먹는다.
‘오보(Ovo)’-계란은 먹지만 육류·어류·유제품은 먹지 않는다.
‘락토(Lacto)’-식물성 식품에 치즈, 요구르트 등 몇 가지 유제품은 먹지만 육류·어류·계란은 먹지 않는다.
‘비건(Vegan)’-오로지 식물만 먹는다. 육류·어류·달걀·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은 절대 먹지 않는다.

비건은 뿌리나 줄기는 먹지 않고 열매만 먹는 ‘프루트(Fruit)’와 열로 조리하지 않은 생채소만 먹는 ‘언쿡트(Uncooked)’ 등으로도 구분됩니다.

준채식주의자에도 세 종류가 있습니다.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평소에는 채식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육류를 섭취한다.
‘폴로(Pollo)’-유제품·달걀·조류·어류는 먹지만 돼지고기·소고기 등 붉은 살코기는 먹지 않는다.
‘페스코(Pesco)’-유제품·계란·어류는 먹지만 육류와 가금류는 먹지 않는다.

출처: 세계일보

채식을 시작한 사람들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30대가 많습니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이 세대의 특징 중 하나가 소비할 때 실용성 외에 윤리성까지 중시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장식 축산의 폐해와 잔인한 동물실험 등을 접하면서 육식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합니다.

지난 6월 29일 조선일보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육식이 비윤리적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20대(26.0%), 30대(25.4%), 40대(20.5%), 60대(20.3%), 50대(18.5%) 순이었습니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반감 또한 20대와 30대가 다른 세대보다 높았습니다. ‘채식주의자가 위선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각각 26.6%, 24.9%로 50대(16.7%), 60대(18.9%)보다 앞섰습니다.

이러한 양가감정에 대해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적극적으로 퍼뜨리지만 자기와 다른 생각은 용납하지 못하고 바꿔야 한다고 여긴다”며 “육식과 채식을 사이에 두고 자신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출처: 뉴시스

대한민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입니다. 채식을 중뿔나게 보는 시선 때문입니다. 직장인 김모(42)씨는 채식주의자로 사는 일을 “자발적으로 핸디캡을 껴안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강모(27·여)씨는 “가족들마저도 내 앞에서 고기 먹는 걸 어려워한다. 나름대로 신경 써주는 것이지만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털어놓습니다.

‘채식 완벽주의’ 때문에 힘들어 하는 채식주의자도 있습니다. 채식에 단계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던진 ‘채식 한다면서 왜 달걀(또는 생선)을 먹느냐’ 같은 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겁니다. 채식주의자 스스로 완전채식(비건)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채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트렌드코리아 박성희 수석연구원은 “회식 때 삼겹살을 먹는 일은 일상에서 흔하다. 사회가 채식주의자들을 좀 더 배려해 사회적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채식영양연구소 이광조 박사는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은 학교 급식부터 채식 메뉴가 잘 돼있는데, 우리나라 급식은 단백질을 꼭 육류로 섭취해야 하는 것처럼 운영된다. 제도부터 고쳐야 채식주의자를 유별나게 보는 시선이나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글 · 이미지 /
이재은(뉴스큐레이션)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고깃집에서 시위한 채식주의자
YTN 뉴스, 2019.6.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댓글살롱] ‘살해 멈춰!’ 고깃집서 외친 채식주의자 논란
서울경제, 2019.6.2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고기 먹지 않겠다”… 달걀 먹으면 채식주의자일까
코메디닷컴, 2019.4.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육식은 비윤리적” 응답 비율 2030이 높지만… “채식주의는 위선” 응답도 높아
조선일보, 2019.6.2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육식 반대”…유럽서 채식주의자 ‘정육점 습격’ 잇따라
JTBC 뉴스, 2019.4.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동물·환경 생각하면 고기 ‘못’ 먹죠”… 채식의 세계
세계일보, 2019.5.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스웨덴 부모, 18개월 아이에게 ‘채식식단…징역 3개월
뉴시스, 2019.5.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변월룡

변월룡, 러시아 이름은 펜 바를렌(1916~1990). 1940년 러시아 최고 미술학교인 레핀아카데미에 한인 최초로 입학했습니다. 수석 졸업 후 1951년에 데생과 교수가 됐고요. 그의 나이 서른다섯이었습니다. 소련 주류사회에 진입했지만, 심한 인종차별을 받았고 조국이라고 여긴 북한에서는 귀화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숙청당합니다. 남한에서는 얼마 전까지 그의 존재조차 몰랐습니다.

변월룡은 연해주 유랑 촌에서 유복자로 태어났습니다. 학교 미술 교과서 삽화를 맡아 ‘월룡이는 자기가 그린 교과서로 공부한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어릴 때부터 미술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변월룡
출처 : 한국경제
  자화상(1963년. 미완성 작품)
출처 : 인천투데이

1953년 6월 그는 소련의 지시에 따라 북한 교육성 고문관으로 파견됩니다. 북의 미술교육 재건이 그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당초 3개월만 머물 예정이었으나 북한 당국이 평양미술대학 학장 및 고문을 맡기면서 체류 기간은 1년 3개월로 늘어납니다. 이 기간에 변월룡은 교재를 만들고 교육방식과 커리큘럼을 새로 짭니다.

변월룡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혁명 이념을 전파하는 선전미술은 물론 자신이 교류한 작가 및 예술가들의 초상화도 많이 그렸습니다. 러시아 인민들의 삶의 현장과 한국전쟁 당시 포로교환 장면, 평양과 개성의 풍경도 작품으로 남겼습니다. 장르로는 유화·판화·데생·수채화·포스터를 아울렀고, 내용으로는 인물화·풍경화·전쟁화·역사화를 망라했습니다.

햇빛 찬란한 금강산, 캔버스에 유채, 1953
출처 : 연합뉴스

변월룡을 국내에 소개한 사람은 미술평론가이자 기획자인 문영대 씨입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학하던 1994년 그는 국립러시아미술관에서 우연히 변월룡의 그림을 봅니다.
“화장실로 가는 복도에 걸린 그림에 한국적인 정서가 배어 있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과 아이를 그렸는데 이 그림은 절대 외국인이 그릴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면 그릴 수 없는 색감과 비율이 느껴졌어요. 그때는 펜 바를렌이 고려인인지도 몰랐죠.”
이름을 메모했다가 수소문했고, 그가 레핀아카데미 교수였음을 알게 됩니다. 역시 화가인 아들 펜 세르게이를 찾아가 유족들이 보관해온 그림을 보면서 변월룡의 방대한 작품 세계와 만나게 됩니다.

2012년 문영대 씨가 <우리가 잃어버린 천재화가, 변월룡>(컬처그라퍼)이란 평전을 내면서,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 거장전’의 첫 순서로 변월룡을 택하면서, 국내에 변월룡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봄에는 삼청동 학고재 갤러리와 인천아트플랫폼에서도 전시가 열렸습니다.

문영대 씨는 변월룡이 “통일 한국 미술사에서 남과 북을 잇는 연결 고리 구실을 할 작가”라고 강조합니다. “변월룡의 작품은 한국근대미술사의 공백을 메워줍니다. 일본을 통해 서양미술을 배우면서 인상주의 이후 현대미술을 먼저 접한 작가들에 비해 러시아에서 활동한 그는 뿌리격인 리얼리즘 전통에 충실합니다.”

1960년 동판화 ‘북조선은 재일동포들의 귀국을 열렬히 환영한다’
출처 : 매일경제

변월룡이 그린 노동자들의 초상에는 주인공의 이름이 들어있습니다. 선전의 주인공으로 삼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대상을 존중한 겁니다. 항구에서 일하는 고려인 여성 ‘한슈라’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노동 영웅처럼 중심에 크게 배치된 이 여인은 자녀를 많이 출산해 국가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은 고려인입니다. 후덕한 여인의 건강한 미소를 엿볼 수 있죠. 작가는 평범한 노동자를 영웅으로 추앙하는 사회주의적 신념을 형상화하는 동시에, 정치적 목적에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숭고함을 담았습니다.

‘사회주의 노동영웅 어부 A. S. 한슈라의 초상’
출처 : 중앙일보

변월룡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를 존경했지만 레핀대 동료들은 “동판화에 있어서만큼은 변월룡이 렘브란트보다 낫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변월룡은 회화를 전공했으나 판화에도 애착이 있었고 특히 동판화 기술이 매우 훌륭했습니다. 들판의 버드나무가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그린 ‘바람’(1959)은 섬세함과 역동성을 풍부하게 담아낸 수작으로 꼽힙니다.

변월룡의 동판화, ‘비(버드나무)’
출처 : 중앙일보

화가로서, 미술교육자로서 변월룡의 삶은 순탄했습니다. 소수민족 출신으로 러시아 최고의 미술학교에 입학했고, 대학원까지 나와 교수가 되었습니다. 레핀대 부교수에서 정교수가 되는 데 25년 걸리는 등 가슴 한편에 민족 차별의 응어리가 있었지만 미술가동맹회원으로 개인화실까지 배정받아 맘껏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에도 참가했습니다.

전용 택시를 타고 출근할 정도로 작품이 잘 팔렸고, 사할린에서 포르투갈까지 유라시아 대부분 국가를 여행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 두루 해외여행을 다닌 걸 두고 안톤 우스벤스키 국립러시아미술관 큐레이터는 “그가 정치적으로 신뢰받는 인물이었음을 분명히 말해준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변월룡은 1961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거의 해마다 자신이 태어난 연해주 지방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와 조선이라는 두 개의 조국, 남한과 북한이라는 두 개의 고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에도, 북에도 그가 스며들 자리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고, 평생 한국식 이름을 고수했습니다. ‘변월룡’을 그대로 썼습니다. 그림을 완성한 뒤에도 곳곳에 우리말로 흔적을 남겼습니다.

‘풍경’ 부분 확대
출처 : kbs news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러시아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러시아 화가 변월룡을 한국 미술사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전시회 몇 번으로 선뜻 포용될 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하나의 출발점으로 바라볼 수는 있을 겁니다. 냉전에 가려 지금껏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한 화가를 역사의 무대로 불러낼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힘, 그리고 대중의 관심 덕분입니다.

1990년 5월 2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변월룡은 끊임없이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변월룡의 1985년 작품 ‘어머니’
출처:세계일보

글 / 이재은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분단의 비극이 낳은 ‘잊힌 거장’ 변월룡 개인전, 학고재에서
뉴스핌, 2019.4.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연해주 출신 천재미술가 변월룡 작품, 인천에 온다
인천투데이, 2019.5.2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소수 민족 차별을 넘어선 탁월한 필력…러시아서 되찾은 천재 한인 화가 변월룡
매일경제, 2019.4.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고국이 버린 비운의 화가···그 작품 보러 관람객 몰렸다
중앙일보, 2019.5.1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남북이 모두 잊은 천재화가 ‘뻰 봐를렌’…변월룡을 만나다
연합뉴스, 2019.4.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고려인 화가’ 변월룡의 삶과 숨은 이야기들
KBS News, 2016.3.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변월룡, 사회주의 예술가의 휴머니즘
이데일리, 2019.5.1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인천의 술

‘소성주’는 인천탁주의 브랜드 이름입니다. 소성주라는 이름은 신라시대 경덕왕 16년, 지방통치 제도로 개편할 때 개칭한 이름 ‘소성현’에서 따왔습니다. 인천탁주는 1974년에 인천에 있던 11개 양조회사가 만든 회사로, 45년의 역사를 지녔습니다. 현재 인천탁주를 운영하는 정규성 대표의 할아버지는 1938년에 대화주조(주)를 만들었고, 아버지가 회사를 이어받았습니다. 정 대표는 1988년부터 회사를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술을 한 모금도 하지 못하는 거로 알려진 인천탁주 정규성 대표(62)는 막걸리가 잘 팔리기 시작한 때를 2010년으로 기억합니다. 웰빙 붐이 불고, 사람들이 건강을 많이 생각하게 된 데다 언론에서 일본인들이 우리 막걸리를 찾는 장면을 자주 보도한 겁니다. “그걸 보면서 사람들 인식이 바뀐 것 같아요. 그때 전국적으로 막걸리 업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어요. 70~80% 정도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부평에 있는 인천탁주 제1공장
출처:인천in

1990년 1월 인천탁주는 쌀막걸리를 개발합니다. 먼저 쌀에 균을 넣고 48시간 동안 증식합니다. 증식된 쌀은 발효실로 옮겨 수차례 담금을 하죠. 1차 담금은 증식된 쌀에 효모를 섞어 발효실에서 배양합니다. 2차 담금은 누룩과 술밥을 발효시키는 작업입니다. 72시간 동안 숙성해 3‧4차 담금까지 진행해야 소성주 특유의 깊은 맛이 살아납니다. 걸러낸 원액에 물을 섞어 알코올 6%로 맞추면 소성주가 탄생합니다.

소성주는 반제품입니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한 방부제를 넣지 않고 효모가 서서히 발효되는 방식으로 출시됩니다. 반제품이기 때문에 병뚜껑도 완전 밀폐가 아니라 공기가 들어갈 수 있게 빈틈을 두었습니다. 병을 비스듬히 두면 새는 것은 이 때문이죠. 젊은 사람들은 막 출하된 술이 입에 맞는다고 하고, 술꾼들은 5일 지난 소성주가 제맛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네요.

부평 공장 2층에는 막걸리 박물관이 있습니다. 막걸리를 담았던 유리병부터 지금의 용기인 페트병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죠. 인천 막걸리의 변천사와 12간지를 담은 라벨 디자인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정규성 대표는 기부활동을 많이 하는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4년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에게 주는 ‘아너 소사이어티’ 상을 받았고,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재)인천인재육성재단에 천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사)한국막걸리협회 회장에 선출되기도 했네요.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단의 라벨이 들어간 소성주
출처:OSEN

대대로 내려오던 우리 전통술의 맥이 끊긴 것은 일제강점기 때입니다. 1934년 전국의 주류 제조장은 청주 121, 소주 442, 조선주 683, 기타 21곳 등 4천2백여 개에 달했습니다. 인천은 1919년 조일양주(주)의 금강학과 증전옥의 선학, 심견인시의 선학 등이 알려져 있었지만, 일제가 수탈 목적으로 양조 행위에 과도하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인천을 비롯한 전국의 지역 술 제조가 상당 부분 소멸했습니다.

삼양춘은 인천에서 만날 수 있는 전통주입니다.
조선시대 서울·경기·인천 지역 소수 양반가에서만 빚어 마셨던 삼양주(三釀酒)를 젊은 세대 취향에 맞게 복원한 정통 프리미엄 발효주죠.

삼양춘의 아버지 강학모 대표(59)는 특산주 양조장 ‘송도향’을 토대로 잊혀가던 고급 전통주를 다시 세웠습니다. 공기업에서 2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던 그를 양조업으로 이끈 건 ‘어머니의 밀주’에 대한 추억입니다. 어린 시절, 동네 결혼 잔칫집과 상갓집에서는 어머니의 밀주가 어김없이 등장했고, 그는 명절 한 달 전부터 밀주를 빚느라 밤을 새우던 어머니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강 대표는 한국전통주연구소, 가양주협회 등을 수차례 드나들며 삼양춘을 개발했습니다. “연구 기관마다 강의하는 스타일과 술 빚는 방식에 차이가 컸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 중에서 차별화된 술을 빚어내는 것이 큰 숙제였어요. 인천의 전통주를 찾던 중 우연히 세 번 빚는 술인 삼해주현의 설화를 만나게 됐고, 여기에서 삼양춘이 탄생한 겁니다.” 세 번 빚고 옹기에서 100일 저온 숙성한 발효주로 부드럽고 알싸하며 톡 쏘는 맛이 일품이라고 하네요.

삼양(三釀)은 “세 번 빚는다”라는 말에서, 춘(春)은 “술은 겨울에 빚어 봄에 마셔야 맛있다”라는 옛말에서 따왔습니다. 강화섬쌀과 전통 누룩, 물만을 사용해 빚어냅니다. 두 잔만 마셔도 취기가 온몸을 감싸지만, 다음 날에 숙취가 전혀 없어 ‘앉은뱅이 술’의 전형이라고 애주가들은 말합니다.

출처:조선비즈

송도향은 프리미엄 탁주와 약주 삼양춘(三釀春)을 제조하는 양조장입니다. 30평 내외의 규모로 국내에서 가장 작은 양조장이며, 소규모 전통주 시설 견학이 가능합니다. 강 대표는 “다양한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싶어서 이런 공간을 열었다며, 소통을 통해 전통주 문화 소비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습니다. 삼양춘 갤러리는 1층 양조장, 2층 갤러리로 구성돼 있네요.

2018년 삼양춘 약주와 탁주는 대한민국 주류 대상에서 각각 1등과 대상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송도국제도시에서 진행된 ‘제6차 OECD 세계포럼 인천의 밤’에서 공식 만찬용 술과 건배주로 선정되기도 했네요. 삼양춘 약주(청)는 15도입니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과실 향이 풍부하며 달콤하게 시작해서 알싸하고 쌉쌀한 마무리가 특징입니다. 삼양춘 탁주는 와인 도수와 비슷한 12.5도로 풍부한 과실 향과 걸쭉하고 묵직한 바디감, 부드러운 목 넘김의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인천의 전통주를 알리고 새로운 주류 문화를 만들기 위한 강 대표의 바람은 끝이 없습니다.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어·영어·일본어 전통주 체험 행사를 준비 중이며 낮은 도수 의 탄산 막걸리와 삼양춘을 다시 끓여 받아낸 증류식 소주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민초들의 시련을 달래주는 값싼 막걸리와 희석식 소주 중심의 술 문화를 넘어 사케, 와인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는 고급 전통주를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네요.

‘청산녹수’ 양조장이 운영하는 전통주 쇼핑몰 ‘술팜’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제품들
출처:주간동아

인천 동구의 옛 양조장(현 스페이스빔)에서는 해마다 배다리 전통주학교가 열립니다. 지난 2월 제10기 수강생을 모집했는데요. 전통 방식의 양조기법과 발효음식 제조를 배웁니다. 세부 수업 과목이 ‘우리나라 전통주 빚기(초ㆍ중ㆍ고급 과정)와 맛있는 김치 담그기’, ‘몸에 좋은 유기 발효 식초 만들기’, ‘각종 효소 청 만들기’, ‘여러 가지 와인 만들기’, ‘유명 양조장과 발효음식 명소 투어’, ‘국내 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술 맛보기’, ‘우리나라 전통주 빚어 맛보기’, ‘효소, 발효, 미생물, 식품 화학, 누룩, 미네랄 강의’, ‘술과 관련한 인문학 강의(세계의 술, 술의 역사, 음주 예법, 술과 시, 주막 이야기, 칵테일)’ 등이네요.

“배다리 전통주학교는 잊혀가는 음식문화유산인 전통주 빚기와 각종 된장, 간장, 김치, 식초 등 발효음식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만드는 법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전통주 빚는 법과 발효음식 만드는 법을 습득해 가정생활에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관련 산업에 진출해 우리나라 음식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유진용 배다리 전통주학교 교장의 말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양조장
출처:주간동아

글 · 이미지 / 이재은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막걸리는 인체에 부담이 없는 술이다”
인천in, 2015.9.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인터뷰] 송도향 강학모 특산주 양조장 대표 “전통 방식 그대로 천천히 기다린 것이 비결”
중부일보, 2019.6.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인천 배다리 전통주학교 수강생 모집
인천투데이, 2019.2.1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세계를 사로잡을 인천의 전통주
굿모닝인천, 2019.2.1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송도향 삼양춘 약주, ‘2018 대한민국 주류대상’ 베스트 오브 2018에 선정
조선비즈, 2018.3.1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썰물밀물] 인천전통술 삼양춘과 가치재창조
인천일보, 2018.3.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술술~’ 넘어가는 인천 전통주의 매력 속으로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 2019.3.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인천의 벽화

벽화. 시멘트벽에 그림만 그렸을 뿐인데 범죄율이 줄어들고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띱니다.

“풋풋한 청춘의 ‘생얼’은 계속될 수 없다. 파운데이션, 파우더, 아이섀도, 립스틱……. 구불구불한 골목에 색조 화장을 한 벽화가 길게 이어진다. 어쩔 수 없이 마을은 늙는다. 잡티로 거뭇해진 낡은 담벼락에 붓 터치를 한다. 다크서클 같은 어두운 골목에 색이 들어오면 마을 곳곳에 빛이 든다.”

유동현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의 말입니다.

인천에도 저마다 특징을 가진 벽화마을이 있습니다. 송월동 동화마을, 배다리 헌책방거리, 열우물 벽화마을, 차이나타운 삼국지 벽화거리, 노적산 호미마을 등이 대표적이죠.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
출처 : 아시아투데이
  중구 차이나타운 삼국지 벽화거리
출처 : 연합뉴스
 
동구 배다리 헌책방거리
출처 : 조선일보
  동구 창영동
출처 : Daum카페(homihomicafe)

호미마을에는 낡은 골목과 지저분한 빈터를 호미질해서 생기를 넣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호미질’은 벽화 그리기로 시작했죠. 봉사자와 주민의 손길이 만나 퍼즐 맞추듯 담장을 채웠습니다. 열우물은 마을에 열 개의 우물이 있어 열우물(十井), 또는 십정리라고 하기도 하고 추위에도 얼지 않는 큰 대동 우물이 있어 열(熱)우물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열우물 마을의 벽화 역사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가 닥친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5년부터 십정동에 거주하던 이진우 ‘거리의 미술’ 대표가 동네를 환하게 만들기 위해서 시작했죠. 2002년 열우물 프로젝트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뒤 수차례 중단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벽화 그리기는 최근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열우물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합니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 SBS 드라마 ‘가면’(2015) 등에 모습을 보였죠. 하루아침에 인기 여행지가 돼 주말이면 나들이객과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 몰려왔습니다. ‘한류 열풍’에 중국인 관광객도 모습을 보였고요.

 
평구 십정동 열우물 벽화마을
출처 : 한국일보
  오는 6월 18일까지 동구 만석동 우리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이진우 작가 연작
출처 : 경인일보

문학산 끝자락에 위치한 호미마을은 1950년대에 한국전쟁 피난민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1960년대 동양제철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활성화됐습니다. 인천 화학공업의 중심지였고 수인선 협궤열차의 종착역이었던 송도역을 품고 있었죠. 덕분에 마을은 언제나 왁자지껄했습니다. 하지만 화학공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공해와 소음으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고, 동양제철화학 공장이 군산으로 이전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골목에 버려진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중 텔레비전에서 ‘게릴라 가드닝’이란 걸 접하게 되었어요. 낙후된 동네를 찾아다니며 밤새 쓰레기를 치우고 화단을 만들더라고요. 직접 실천해보니 놀랍게도 화단을 만든 후 쓰레기 불법 투기가 줄었어요. 골목이 깨끗해지고, 화단에 예쁜 꽃들이 피니까 곰팡이로 뒤덮여 시커메진 담장이 눈에 띄더라고요.
그래서 벽을 흰색으로 칠했는데 너무 밋밋한 거예요. 비영리봉사단체인 네오맨벽화사업단과 함께 벽화를 그렸죠. 예전에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마을에 도깨비가 나온다고 아이들의 출입을 막기도 했는데 벽화가 생긴 이후에는 철마다 아이들 손 붙잡고 산책 오기도 해요.”
노적산 호미마을 대표로 활동하는 유현자 씨의 이야기입니다.

 

미추홀구 노적산 호미마을
출처 : 미디어인천신문

벽화 사업이 언제나 기쁨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촬영 소품으로 쓴다고 화분과 의자를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거나 허락 없이 지붕에 올라가 기왓장을 깨뜨리기도 합니다. 스태프라고 소개하기에 커피를 외상으로 주었는데 알고 보니 도둑이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열우물 마을의 주민은 촬영 협조 차원으로 받은 적은 돈 때문에 이웃끼리 원수가 된 경우를 고백하기도 합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씨가 구속되면서 그의 이름을 딴 ‘박유천 벚꽃길’이 철거됐습니다. 지난 4월 말, 계양봉사단은 계양구 서부천에 조성된 280m 길이의 박유천 벚꽃길 벽화, 안내판, 명패 등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박유천 보고 싶다’ 등의 글과 그의 모습을 담은 벽화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인터뷰 내용, 드라마 대사, SNS의 언급을 담은 34개 명패도 모두 없앴습니다. 계양봉사단은 2013년에 박씨 팬클럽 ‘블레싱유천’에서 550만원을 기부받아 벚꽃길을 조성했었죠.

출처:연합뉴스

깜짝 놀랄 만한 소식도 있습니다.
인천 내항의 사일로 시설이 2019년 독일 ‘아이에프 디자인 어워드(iF Design Award)’에서 본상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아름다운 공장 프로젝트’ 본상 수상에 이어 2년 연속 상을 받은 겁니다. 독일 아이에프(iF) 디자인 어워드는 미국의 IDEA, 독일의 REDDOT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데, 올해는 52개국에서 6400여 개의 출품작을 제출해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사일로 슈퍼그래픽은 1979년 인천 중구 월미도에 건립된 곡물 저장고(사일로·Silo)를 도시 랜드마크로 탈바꿈하고자 추진된 사업입니다. 시와 인천항만공사는 지난해 1월 총예산 5억5000여만 원을 투입해 곡물 저장고에 높이 48m, 길이 168m, 폭 31.5m의 크기의 초대형 벽화를 완성했습니다. 벽화 전체 도색 면적은 2만 5000㎡로 축구장 4배 규모이고, 벽화 제작에 무려 86만 5400리터의 페인트를 사용했다고 하네요. 지난해 11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벽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는데 이전 기록인 미국 콜로라도 푸에블로 제방 프로젝트(1만 6554㎡)보다 8446㎡ 정도(1.4배) 더 크다고 전해집니다.

사일로 디자인은 한 소년이 물과 밀을 가지고 저장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순수한 유년 시절을 지나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계절의 흐름으로 표현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북 커버에 그리고 성장 과정을 의미하는 문구가 16권의 책 제목으로 디자인됐습니다. 100일 정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됐다고 하네요.

 

인천 내항 사일로
출처 : 위키트리

글·이미지 / 이재은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인천항 곡물저장고 벽화, 2년 연속 ‘iF 디자인’ 본상 수상
인천투데이, 2019.3.1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인천항 곡물 저장고 벽화, 미국 제치고 세계 최대 벽화 기네스북에 등재
매일경제, 2018.12.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예쁜 골목벽화…아이들과 산책하는 동네 됐어요”
인천시 인터넷신문I-View, 2019.5.2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응팔 촬영지라 부럽다고?…동물원 원숭이 된 기분”
한국일보, 2015.12.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웹툰·갤러리] 골목 벽화 색즉시공
인천시 인터넷신문I-View, 2019.5.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쓸모없이, 대충 사는 ‘무민세대’

직장인 박모 씨는 지난 연말 모임에서 짚신을 선물 받았습니다. 송년회 주제를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으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쓸모없는 선물의 단골 아이템은 한물간 제품들입니다. 2019년을 앞두고 2018년 달력이나 다이어리를 주거나 주차금지 표지판, 보도블록, 인공 잔디, 업소용 현관 발판, 버스 손잡이 등 일상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건네는 식이죠.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 충전기, 짚신, 굴렁쇠 등 시기가 지난 제품도 ‘쓸모없는 교환식’에서는 쓸모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쓸모없는선물’ 해시태그를 검색한 모습
출처:MNB

청년들은 왜 쓰지 못하는 선물에 열광할까요. 값지거나 유용한 것을 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재미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저렴하면서도 폼 나는 ‘가성비 갑’인 선물은 좀처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쓸모를 버리는 방식’을 택하는 겁니다. 이들은 선물의 상한선을 정한 뒤 해당 가격대에 맞는 것을 골라옵니다.

전문가들은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을 ‘무민세대’의 놀이 문화로 분석합니다. 무민세대는 무(無‧없을 무)와 민(mean‧의미하다)의 합성어로 무의미한 것에서 의미를 찾는 젊은 층을 지칭하는 신조어입니다. 극심한 경쟁과 피로에 지친 청년들이 의미 없는 행위에서 위안을 얻는 거죠. 이들 세대는 선물의 가치가 쓸모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실용성은 떨어져도 웃음과 즐거움을 준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직장인 A씨의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 모습
출처:MNB

무민세대는 지난해 유행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은 사뭇 다른데, ‘소확행’이 일상을 유지한 채 경험과 물건으로 삶의 질을 높인다면, ‘무민세대’는 생활의 일부 혹은 전체를 내려놓거나 버리겠다는 모양새를 취합니다. 전자가 삶의 질을 높이는 부가가치라면 후자에는 마이너스적인 삶을 통해 지향점을 바꾸겠다는 반전의 메시지가 담겨 있죠. 무민세대는 한국 사회에 지상 명제처럼 자리 잡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정면으로 거부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탄생한 생각이 ‘대충 살자’입니다. 최근 2, 30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치관으로 너무 열심히, 지나치게 경쟁하지 말고 그저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하자는 겁니다. 이런 태도가 유머와 대중문화의 일부로 활용되면서 젊은 세대의 달라진 생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충 살자’ 시리즈는 높은음자리표를 지나치게 축약해 그린 베토벤의 악보를 보고 “대충 살자, 베토벤의 높은음자리표처럼”이라고 하거나 관자놀이에 헤드폰을 낀 캐릭터 아서를 보고 “대충 살자, 귀가 있어도 관자놀이로 노래 듣는 아서처럼”이라고 말합니다. 이밖에 “대충 살자, 숫자 풍선 들기 귀찮아서 머리에 낀 황정민처럼” “대충 살자, 걷기 귀찮아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북극곰처럼”, “대충 살자, 하우스 지붕에 누워서 자는 고양이처럼” 등 수많은 ‘짤’이 있습니다.

 

출처:다음 카페 ‘안밤 TV가 빛나는 밤에’

카카오톡에서는 대충 그린 듯한 이모티콘이 인기입니다. 이런 걸 돈 주고 사다니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낙서 같은 것도 있습니다. ‘대충하는 답장’ 묶음은 그림판으로 그린 듯한 얇은 선으로 사람의 상반신을 그리고 표정만 다르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를 출시한 범고래 작가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수억 연봉의 스타 작가가 됐죠.

서점가에도 변화는 찾아왔습니다. 김신회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손힘찬의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등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출간 6개월 만에 14쇄를 찍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외에도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힘 빼기의 기술』, 『빵 고르듯 살고 싶다』, 『한 번 까불어보겠습니다』 등이 열띤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대충’의 가치관은 드라마 소재로도 등장합니다. 웹드라마 ‘사랑병도 반환이 되나요?’는 세상의 부조리에 발끈하며 열정을 갖고 사는 먹방 BJ 발끈 언니와 의욕 없이 사는 대충살자 TV 운영자 슈렉을 다룬 작품입니다.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박선호는 여전히 ‘대충 살자’는 캐릭터로 출연하고 있고요.

출처:세계일보

20·30세대에 만연한 ‘대충 살자’는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좌절과 체념에서 탄생했습니다. 어떻게 해도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세계, 끝없는 열정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일종의 포기를 선택한 거죠. 이룰 게 없으니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허무주의로 비칠 수 있지만, 이들 세대의 ‘대충’은 사회의 틀에 억지로 자신을 맞추기보다 다른 삶을 좇는 재충전에 더 가깝습니다.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로 인기를 끈 하완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운이 좋은 시대를 사는 세대가 있는 반면, 지금처럼 운이 없는 시대에 태어난 세대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자신이 살아야 할 힘든 시대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애를 쓰며 살아 내고 있다. 그들 스스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으니 그들에게 맞는 희망이 바로 거기에 있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베트남,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미국, 멕시코, 쿠바, 아이슬란드, 스페인 등을 여행한 손모 씨(31.여)는 “대충 살지 않기 위해 떠났다, 지금은 꿈을 다시 찾았다”고 고백합니다.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나이가 정해져 있는지 의문이 생겨요. 누구랑 만나서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나요? 누군가에게는 대책 없이 대충 사는 것처럼 보여도 결코 대충 살기 위해 떠난 여행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지금까지 바쁘게 살아온 날들이 힘들기는 했어도 헛된 시간들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시간들이잖아요. 그런 것처럼 이 여행 또한 나를 만든 날들의 연장선일 뿐이에요. 잘하거나 잘못했다고 평가할 만한 가치가 될 수는 없죠.”

직장인 최모 씨는 “한 번도 대충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야말로 대충 살자 시리즈를 보고 진심으로 웃을 수 있다”며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열심히만 살아왔는데 완벽하지 않은 사진이나 상황을 보면 ‘조금은 대충 살아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 조금 위안이 된다”고 털어놓습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의 2,30대는 슬라임을 주물럭거리며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
출처:한국일보

전문가들은 대충 살자 시리즈가 청년 세대의 새로운 언어라고 분석합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대표되는 위로 담론과 달리 대충 살자 시리즈는 젊은이들의 자조나 해학에 가깝다며 “요즘 청년들은 몇 년 전 청년들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다. 부조리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풍자 등의 방식으로 꼬집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열심히 살아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얻어낸 게 결국 ‘생존’뿐이란 걸 깨달은 청년들이 자신을 경쟁 밖에 위치시킴으로써 작은 행복이라도 찾으려 하는 시도”라고 평가합니다.

올해 초 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남녀 1,1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 세대 절반 정도가 자신을 무민 세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0대는 그 비율이 47.9%, 30대는 44.8%였죠. 무민 세대가 된 이유로는 ‘취업, 직장생활 등 치열한 삶에 지쳐서’(60.5%·복수 응답)란 응답이, 무민 세대 등장 원인으로는 ‘수저 계급 등 개선 불가능한 사회구조’(57.4%·복수 응답)가 가장 많았습니다.

출처:세계일보

올 7월 글로벌 헬스 서비스 기업 시그나그룹은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스트레스는 주요국 최고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중국, 인도 등 2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한국의 웰빙지수는 51.7점으로 23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ASMR을 들어야만 잠을 자고, 장난감을 손에 쥐어야 안정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슬픈 열풍’일지 모릅니다.

글·이미지 이재은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대충 삽시다] ① ‘무민(無mean)세대’ 새로운 가치관…“대충 살자”
헤럴드경제, 2019.1.3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대충 삽시다] ③ 허무주의 vs 재충전, ‘대충 살자’의 진짜 의미
헤럴드경제, 2019.1.3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경쟁에 지친 청춘들을 응원합니다”
파이낸셜뉴스, 2019.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무민세대’의 놀이문화… 쓸모없는 선물 교환하며 “해피뉴이어”[줌인톡]
머니S MNB, 2018.12.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아프니까 청춘’ 언제까지?…무민세대의 외침 ‘대충 살자’ [S스토리]
세계일보, 2018.10.2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한국 2030 절반이 ‘무민 세대’인 이유
한국일보, 2018.10.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21세기 발명품

세상을 바꾼 수많은 발명품 중에서 최고는 무엇일까요? 특허청 ‘페이스북 친구(페친)’들이 선정한 세계 10대 발명품을 소개합니다.

출처: 뉴스웨이

6위부터 10위는 자동차(4.7%), 금속활자(3.9%), 안경(3.6%), 백신(3.6%), 가스레인지(3.3%)입니다. 5위는 텔레비전(5.4%), 4위는 세탁기(5.5%)네요. 3위는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성장한 개인용 컴퓨터(7.0%)입니다. 페친들은 “디지털 시대의 주인”, “PC가 3위라니” 등의 댓글을 남겼습니다.

2위는 유효 응답 10.4%의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은 1969년 미국 국방성이 구축한 연동 망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데 엄청난 공헌을 했죠.

1위는 유효 응답 11.2%의 냉장고입니다. 냉장고를 선정한 페친들은 “살면서 제일 많이 쓰는 물건”, “이제 곧 여름이니까 최고”, “냉장고가 없었으면 상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으로 많이 고생했을 것” 등 생활의 편리함에 감사하는 댓글을 많이 남겼네요.

상위 10위에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전문가 선정 100대 발명품에는 볼펜, 선풍기, 신용카드, 아라비아숫자, 전자레인지, 형광등, 토스터, FM 라디오 등이 포함됐습니다.

출처: 뉴스웨이

Toptenz의 JEFF DANELEK는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10가지 혁신 기술을 꼽았습니다. 특별한 순서 없이 나열한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혹은 발견)을 만나보시죠.

1. 라디오(Radio)
오늘날 라디오는 운전자들을 잠들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거의 차 안에서만 유용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철조망을 사용하지 않고 수백, 수천 마일 떨어진 곳까지 사람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었죠. 제2차 세계대전 후 텔레비전으로 대체되기 전까지 라디오는 가정생활의 중심이었습니다.

출처: Toptenz

2. 인터넷(The Internet)
인터넷은 컴퓨터를 현재의 괴물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진리의 전달을 허용하고, 혁명을 촉진하며, 빛의 속도로 거짓말을 퍼뜨립니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사고팔게 하고, 오래된 친구들을 찾아 인사하고, 최신 유튜브를 보고, 삶의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줍니다.

출처: Toptenz

3. 텔레비전(Television)
텔레비전은 베이비시터, 뉴스, 선생님, 연예인, 이야기꾼입니다. 유능하게 작용할 경우 텔레비전은 그 어떤 것보다 유용합니다.

출처: Toptenz

4. 항생제(Antibiotics)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하기 전까지 거의 모든 벌레는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존재였습니다. 항생제의 등장으로 세균 감염 사망률이 낮아지고 수명이 길어졌죠.

출처: Toptenz

5. 잠수함(The Submarine)
제1차 세계대전에서 짜증스러운(?) 무기로 사용된 잠수함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그 어떤 것보다 큰 파괴력을 가졌습니다. 원자력 발전이 등장하면서 잠수함은 세계의 모든 1급 해군에서 수도 전함이 되었고, 과거의 해군 전쟁을 쓸모없게 만들었습니다.

출처: Toptenz

6. 로켓(Rocketry)
3천 년 전 중국인이 처음 발명한 로켓은 20세기에 효과적인 ‘테러 무기’ 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우주에 접근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죠. 로켓이 없었다면, 우리는 달이나 태양계의 행성을 방문하지도,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랬다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사용할 수도, 날씨를 예측하고, 국제전화를 걸 수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도 없었겠죠.

출처: Toptenz

7. 자동차(The Automobile)
하룻밤 사이에 말과 마차는 시대착오적으로 변했고, 거의 모든 길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었습니다. 상품을 대량으로 트럭에 실으면서 자동차는 시장에서 혁명적인 존재가 되었죠.

출처: Toptenz

8. 비행기(The Airplane)
비행기는 사람이 몇 시간 안에 전 세계 어디든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행성을 축소시켰습니다. 1903년에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육상 비행한 것이 동력 비행의 시초입니다.

출처: Toptenz

9. 개인 컴퓨터(The Personal Computer)
1976년에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공개했습니다. 그들의 예언대로 그것은 역사가 되었습니다. 컴퓨터는 어디에나 있으며 우리는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합니다. 많은 사람은 컴퓨터가 없는 상태를 “거의 벌거벗은 것처럼” 느끼기도 하죠. 사람들은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책을 쓰고, 부동산을 팝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합니다.

출처: Toptenz

10. 원자력(Nuclear Power)
인류는 하룻밤 사이에 지구를 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파괴적인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과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자력 발전소는 양날의 칼입니다.

출처: Toptenz

지난 2017년 ‘발명의 날(5월 19일)’을 맞아 특허청은 우리나라를 빛낸 발명품 10선을 선정했습니다. 전문가 그룹이 선정한 발명품 25선에 대해 누리꾼들이 특허청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투표를 했는데요, 최고의 발명품은 ‘훈민정음’이었습니다. 3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2위 거북선에 이어 금속활자와 온돌이 뒤를 잇고, 5위부터 8위까지는 커피믹스, 이태리타월, 김치냉장고, 천지인 한글자판이 차지했습니다. 첨성대와 거중기가 다시 근대 이전의 발명품으로 9와 10위에 이름을 올렸네요.

언문이나 암글로 천대받던 훈민정음은 민족의식의 각성과 더불어 국문과 국서로 표현됐습니다. 주시경 선생에 의해 한글이란 이름을 얻었죠. 1377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백운화상 초록 불조 직지심체요절’은 우리의 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훨씬 앞섰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출처: 동아일보

생활을 바꾼,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은 무엇일까요?

기혼여성이나 혼자 사는 자취생들은 ‘물티슈’라고 대답합니다. 물티슈 2~3장을 발바닥 아래 깔고 이리저리 오가며 청소하거나 기저귀를 간 뒤 물티슈로 아기의 엉덩이를 닦아주고, 여성들은 화장용 물티슈로 세안을 대신합니다. 황사와 미세먼지 영향으로 청결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로 물티슈는 없어서는 안 될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물티슈는 99% 이상이 물이지만 제품의 변질을 막기 위해 함유된 방부제 등이 나머지 1%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피부에 자극을 일으키거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네요. 한국소비자원은 개봉 후 1~3개월 이내에 최대한 빨리 사용해야 미생물 번식으로 생기는 2차 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전합니다.

글 / 이재은 뉴스큐레이터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특허청 ‘페친’선정, ‘인류를 바꾼 최고의 발명품’ 톱 10
중앙일보, 2019.3.29. (자세한 내용 보기▶)

2. 네티즌이 뽑은 세계 최고의 발명품 10
뉴스웨이, 2018.5.22 (자세한 내용 보기▶)

3. 10 Important Inventions of the 20th Century
Toptenz, 2010.9.9 (자세한 내용 보기▶)

4. 21세기 자취생의 발명품 물티슈?
아시아경제, 2018.5.23 (자세한 내용 보기▶)

5. 한국 최고의 발명품은 ‘훈민정음’
동아일보, 2017.5.19 (자세한 내용 보기▶)




[큐레이션 콕콕] 몰래카메라

지난 2월에 개봉한 영화 ‘CCTV:은밀한 시선’은 몰래카메라를 소재로 합니다. 숙박 앱으로 예약한 저택에 놀러 간 커플을 누군가 CCTV로 지켜봅니다. 예고편 카피가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에서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로 바뀌면서 몰카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아찔한 충격을 줍니다.

1990년대 후반, 경기도 인근 모텔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브라운관TV의 화면조절 스위치를 뜯어 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뒤 손님들의 사적인 행위를 녹화했습니다. 손님 대부분은 입막음용으로 거액을 내놓았지만, 협박을 받은 노부부가 경찰에 신고했고, 범죄가 들통났죠. 범인들은 ‘촬영’ 때문이 아닌 ‘돈을 뜯어낸 죄’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비밀촬영이 죄가 되지 않았거든요.

1997년, 신촌의 한 백화점은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여성 고객을 잠재적 절도자로 상정하고 비밀리에 촬영해 범인을 잡으려고 한 겁니다. 이 일은 언론에 알려졌고 불매운동이 벌어져 백화점은 문을 닫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몰카 처벌죄가 도입됐죠.

 
콘센트와 전자기기에 부착된 초소형카메라
출처:그린포스트코리아

모텔 객실 등에 카메라를 설치, 투숙객 천6백여 명의 사생활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일당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들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영남, 충청의 10개 도시 30개 숙박업소를 돌며 셋톱박스,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에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촬영 영상을 유료사이트에 실시간 중계하는 방법으로 약 7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는데요, 경찰은 숙박업소의 TV셋톱박스, 콘센트, 스피커 등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거나 불필요하게 전원 플러그가 꽂혀 있지는 않은지 살피라고 조언합니다.

클럽 버닝썬 사건이 화제입니다. 몰래카메라, 그중에서도 ‘리벤지 포르노’가 이슈인데, 리벤지 포르노는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를 뜻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그로 말미암아 피해를 보는 여성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몰카가 문제인데도 처벌과 대응 수준은 미미합니다. 유포된 사진과 영상을 삭제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 ‘디지털 장의사’, ‘인터넷 장의사’ 등 생소한 직업까지 생겼습니다.

인터넷에서 판매 중인 위장형 카메라들
출처:대학내일

흔히 데이터를 삭제하면 촬영 증거를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디지털 포렌식을 거치면 압수된 저장장치의 데이터를 대부분 복구할 수 있습니다. 입증이 쉬워진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대한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을 들어보시죠.

Q.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어떤 경우에 해당하나요?
A.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카메라나 그 밖의 유사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신체를 촬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Q. 몰래 촬영을 한 뒤 저장하지 않고 바로 종료해도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성립하나요?
A. 카메라 등 기계장치로 동영상 촬영을 하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영상정보가 기계장치 내 주기억장치 등에 입력됩니다. 파일 저장 전이라도 카메라의 촬영 버튼을 누르면 임시저장장치에 영상정보가 입력되므로 범죄가 성립한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Q. 휴대전화에 저장된 것을 지우거나 휴대전화를 부순다면 카메라등이용촬영죄를 입증하기 어렵지 않나요?
A. 검찰은 2008년 10월부터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증거물 감정과 감식을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포렌식을 거치면 데이터가 대부분 복구됩니다.

Q. 남이 찍은 촬영물을 유포하기만 해도 처벌을 받나요?
A. 불법촬영 범죄는 촬영에 의한 피해뿐 아니라 이를 유포한 데서 생기는 고통도 큽니다. 촬영물을 유포하기만 해도 죄책이나 비난 가능성은 촬영 행위 못지않게 크다고 할 수 있죠. 대법원도 단순 유포자와 촬영자가 동일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Q. ‘동의’하에 촬영했으나, 마음대로 ‘유포’한 경우는요?
A. 연인 사이의 경우 합의하에 성관계 영상을 촬영했지만 헤어진 뒤 유포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유포자는 ‘동의하에 찍은 영상을 유포한 것이므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촬영 당시 합의가 있었더라도 사후에 마음대로 촬영물을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출처:대학내일

‘몰카포비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들에게 더욱 심각한 공포로 다가오는데요, 여전히 불법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이 온라인 공간에 유포돼 남성들의 눈요깃감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몰카로 말미암아 사생활이 노출되고 위협받는 것은 인격을 침해당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잠깐. 몰래카메라와 불법촬영은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예능프로그램 등에서의 몰래카메라(몰카)를 선의의 특수한 목적으로 시행하는 비범죄 행위로 표현합니다. 사전에는 ‘촬영을 당하는 사람이 그 사실을 모르는 상태로 촬영하는 카메라’로 정의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범죄 행위 여부를 구별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사건’으로 표현되는 요즘의 촬영은 엄연한 범죄 행위입니다. ‘몰카’보다 ‘불법촬영’에 가까운 것이죠.

노인일자리와 연계한 ‘몰카단속반’
출처: 한국시민기자협회

공공화장실 몰카에 대한 여성들의 걱정을 줄이기 위해 어르신들이 나서고 있습니다. 인천 부평구를 비롯해 부산 중구, 광주 서구 등에서 ‘몰카단속반’을 운영하는데요, 노인 일자리와 연계해 1석2조의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인천 부평구는 지난 3월 노인 50명을 선발해 ‘몰카제로사업단’을 꾸렸고, 이들은 지하철 역사와 공공기관 건물 등을 돌며 몰래카메라 유무를 점검합니다.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환기구, 화장실 문, 비데, 화재경보기, 스위치 주변 등에 전파탐지형·램프탐지형 첨단장비를 활용하고 징후가 발견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합니다. 전파탐지형 장비로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해도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렌즈 탐지형 장비로 이곳저곳을 점검합니다.

인천 남동구는 지난달 구월동 길병원 내 공중화장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몰카 단속’을 펼쳤습니다. 구는 길병원 방문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본관과 응급센터, 여성센터 건물에 있는 공중화장실 50여 곳을 확인했습니다. 구는 지난해부터 지역 내 공중화장실 몰카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차후에는 범위를 민간화장실로 확대해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힘쓸 계획입니다.

인천 부평구 몰카제로사업단이 여성 화장실에 설치된 불법 카메라를 단속하는 모습
출처 : 백세시대

글·이미지/ 이재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설왕설래] 몰래카메라
세계일보, 2019.3.24 (자세한 내용 보기▶)
2. 끊임없는 ‘몰래카메라’ 논란, 이대로 괜찮은가
시빅뉴스, 2019.3.27. (자세한 내용 보기▶)
3. 불법촬영과 몰래카메라의 차이… 김제동 “몰카 아냐, 엄연한 불법”
국민일보, 2019.3.14. (자세한 내용 보기▶)
4. 실시간 중계까지… ‘모텔 몰래카메라’의 섬뜩한 진화
그린포스트코리아, 2019.3.20. (자세한 내용 보기▶)
5. [형사전문변호사의 이야기] 몰래카메라, 디지털포렌식으로 범죄 혐의 입증될까
농업경제신문, 2019.3.12. (자세한 내용 보기▶)
6. [이동성 법률칼럼] 내가 허락하지 않은 또 다른 시선, 몰래카메라에 대한 오해와 진실
경남연합일보, 2019.3.14. (자세한 내용 보기▶)
7. 인천 부평구, 부산 중구 등 노인 단속반 “화장실 몰래카메라 꼼짝마!”… 어르신들, 단속 나섰다
백세시대, 2019.2.21. (자세한 내용 보기▶)
8. ‘몰카공화국’이 되었는가?
경북매일, 2019.3.25. (자세한 내용 보기▶)




[큐레이션 콕콕] 반려동물 천만시대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 가정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 반려동물 의식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가구 비율은 전체의 약 24%로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른다고 합니다. 통계청은 2016년에 이미 반려동물 인구가 천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네요.

반려동물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동물을 총칭합니다.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 제안되었죠. 이전에는 애완동물이라고도 했지만 이제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는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애완은 사랑 ‘애(愛)’, 희롱할 ‘완(玩)’으로, 완은 장난감을 일컫는 ‘완구’의 완과 같은 글자입니다. 장난감처럼 ‘사랑하고 가지고 노는 동물’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진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죠. 반려는 짝 ‘반(伴)’, 짝 ‘려(侶)’로 더불어 살아가는 벗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체온은 사람보다 1~2도가량 높습니다. 따뜻함, 그리고 포근한 털 덕분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을 줍니다. 반려동물은 사람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병원은 심장병 환자 76명을 대상으로 도우미견과 같이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했습니다. 도우미견과 생활한 그룹이 불안감, 스트레스, 맥박, 혈압 등에서 개선된 효과를 보였네요.

출처:이데일리

펫팸족(Pet+Family+族)은 콘텐츠 및 문화 활동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펫코노미(Pet+Economy)’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면서 관련 시장을 움직입니다. 반려동물 전용 호텔, 스파, 액티비티, 반려동물 얼굴 인식에 특화된 카메라 앱도 있습니다. 빙그레는 반려동물을 위한 생유산균을 출시했고, 농촌진흥청은 ‘반려동물 집밥 만들기’ 동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영상에는 집밥 만들기 프로그램 소개와 활용 방법, 오류 상황 대응, 배합비를 활용한 집밥 만들기 등이 담겨 있다고 하네요. 반려동물이 항공기 기내에 반입된 경우는 2017년에 4만1343건으로, 2015년에 비해 46.7%, 2016년보다는 23.6%가 늘었습니다.
이마트의 반려동물 전문점 몰리스펫샵은 EBS 애견교육 플랫폼 펫에듀(Pet edu)에 기초 애견훈련 패키지, 새 가족맞이 패키지 등의 강의를 개설했습니다. 롯데백화점 서울 강남점은 27평 규모의 반려동물 전문 컨설팅 매장 ‘집사’를 개장했습니다. 전문 펫 컨설턴트 4명이 상주해 반려동물의 종류와 생애 주기에 맞는 상품을 추천합니다. 반려동물 산책 대행, 펫푸드 정기배달, 홈 파티 방문 케이터링 서비스 등도 진행합니다.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정성스레 보살펴야 하는 대상으로 자리 잡았네요

동물을 직접 키우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영상과 게임 등을 통해 반려동물 문화를 즐기는 ‘뷰니멀족’도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 동물 알레르기, 책임감에 대한 걱정 없이 반려동물 양육 욕구를 대리만족하는 건데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LAN선(인터넷)과 ‘집사’가 결합한 ‘랜선 집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랜선 집사는 고양이 관련 채널이나 사진 등을 즐겨보는 사람들을 말함

 
출처 : 아시아엔   출처 : 스포츠경향

장례문화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전문 장례업체 ‘펫로스엔젤’은 불(火)을 사용하지 않는 신개념 친환경 건조장(乾燥葬)을 운영합니다. 바람으로 자연스럽게 사체를 건조하는 장례법으로 반려동물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장례식장의 필요에 따른 친환경적인 방식입니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식 등록된 동물 장례업체는 약 22곳입니다. 경기 시흥에 있는 한 업체의 반려견 장례상품은 180만 원으로, 금사수의(金絲壽衣)를 입혀 오동나무 관에 넣고 생화로 관을 꾸며준다고 합니다.

펫로스 증후군은 가족처럼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반려인이 슬픔이나 정신적 장애를 겪는 현상입니다. 애견추모는 이러한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요, 종교계에서도 반려동물 장례나 추모의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반려동물이 영혼도 없고, 교인도 아니기 때문에 추모 예배나 미사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신자가 늘면서 일부 목사들은 “반려동물이 아니라 키우던 사람을 위로하는 예배를 드린다”라거나 “반려동물을 신학적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냅니다. 불교계에서는 봉은사나 비로자나국제선원 등에서 반려동물 장례 요청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애완동물 공양처’가 있고 사람의 위패보다 반려견의 위패가 많은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관악구는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행복한 관악 만들기 조성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동물복지 향상과 올바른 문화정착을 위한 10가지 주요 정책을 마련했는데요, ‘찾아가는 동물병원’ 및 ‘반려동물 한마당’을 개최하고 ‘동물보호명예감시원 사업(공공장소에서 반려견 외출 시 준수사항 홍보)’과 ‘반려견 행동교정 사업’을 통해 반려견 민원발생 가구 등을 대상으로 행동교정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밖에 ‘길고양이 중성화’사업과 ‘길고양이 급식소 및 화장실’ 등으로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경기도 용인시는 ‘반려동물 문화센터 및 공설동물장묘시설’ 부지를 공모합니다.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를 확산하고, 주민들이 반대하는 민간 동물 장묘 시설의 난립을 막으려는 조치입니다. 인천문화재단은 지난해 시민문화대학 <하늬바람>프로그램으로 ‘반려동물과 문화예술’ 강좌를 개설, 진행했습니다. 매달 첫 번째 토요일 인천아트플랫폼 일대에서 열리는 <만국 시장>의 6월 주제는 ‘안녕? 동물친구들’이었네요. 시민들은 반려동물과 나란히 산책하면서 문화행사를 즐겼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직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반려동물 사랑한다면… 이런 일자리 어때요(자세한 내용 보러 가기▶)

반려동물 천만 시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동물 학대와 유기 이슈가 자주 보도됩니다. 국내 유기동물 발생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8년에 10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이환희 수의사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를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동물 관련법을 꼽습니다. 자신이 키우던 개를 칼로 찌르고, 배설물을 먹는다며 환불을 요구하다가 거절당하자 사람을 향해 강아지를 던진 뉴스 보도를 기억하실 겁니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동물을 물건처럼 취급한 데 사람들은 경악했죠. 하지만 현행법상 동물은 생명이 아닌 물건입니다. 피학대 동물을 긴급 격리할 수는 있어도 주인에게 소유권을 영구 박탈하고 제한하는 근거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동물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마음을 뺏겨 충동적으로 반려동물을 집에 데려옵니다. 이환희 수의사는 한 생명을 보호하고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정서적, 물질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반려동물이란 단어가 보편적으로 쓰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진정한 의미의 반려동물 시대는 아직 멀어 보인다. 동물은 물건이 아닌 생명이라는, 최소한의 법적 명시가 필요하다.”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준비와 마음가짐이 함께 사는 세상에서 지켜야 할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출처:파이낸셜뉴스

글 · 이미지 이재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관악구, 반려동물과 공존 앞장선 까닭?
아시아경제, 2019.3.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용인시 ‘반려동물 문화센터’ 부지 공모
아시아경제, 2019.3.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서울 반려동물 100만 마리…9월 보호·입양·교육센터 운영
아시아경제, 2019.3.14
뉴시스, 2019.3.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1인 가구 증가로 반려 동물 시장 급증… “육아랑 똑같다”
투데이 코리아, 2019.3.1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반려동물 천도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시아엔, 2019.3.1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펫팸, 육아를 뛰어넘다]나보다 반려동물… 지갑 여는 펫팸족
이데일리, 2019.3.1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농진청, 반려동물 ‘집밥 만들기’ 동영상 소개
프레시안, 2019.3.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8. ‘반려동물’ 시대, 유기와 학대 증가하는 모순
시사저널, 2019.3.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또 하나의 기적

수학에서 1 더하기 1은 2입니다. 사회, 경제적 현상에서는 어떨까요? 하나 더하기 하나가 숫자 2로 딱 떨어질 수 있을까요?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는 1+1=2가 아닌 1+1>2의 혁신과 변화를 설명합니다. 각기 다른 분야의 요소들이 결합할 때 각 요소의 에너지 합보다 더 큰 에너지를 분출하게 되는 경우를 이르죠.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은 수학자, 고전학자, 언어학자, 과학자 등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독일 해군의 암호 이니그마(Enimga)를 해독할 수 있는 콜로서스(Colossus)를 제작합니다. 이를 통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끌죠.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인문학과 이공학의 교차점에서 소설을 집필해 본인만의 장르를 개척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개미』, 『나무』, 『인간』, 『파피용』 등에는 작가의 과학적 사고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건축가 믹 피어스(Mick Pierce)는 전기가 부족한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 ‘에어컨 없는 시원한 쇼핑센터’를 지었습니다. 흰개미 집 환기 구조를 건축에 적용하여 섭씨 40도가 넘는 아프리카에서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는 건물을 완공한 겁니다.
흰개미 집은 바닥에 있는 구멍에서 산뜻한 공기가 들어오고, 더운 공기는 위로 빠져나가는 시스템입니다. 하라레의 쇼핑센터는 실내온도 24도를 유지하는데 크기가 비슷한 다른 건물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은 적습니다. 전기는 85%, 가스는 87%, 물 사용은 28%나 감소시킨 겁니다. 아프리카 흰개미를 연구하는 생물학자와 환경주의 건축가가 그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에너지 절약 체계를 만들어낸 거죠.

 
흰개이집(좌)과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 구조(우)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다양성이 핵심이자 주요 키워드가 된 현대사회에서 융합과 혁신은 필수입니다. 이미 ‘메디치 효과’를 적용했거나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죠. 디즈니와 나이키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는 서로 다른 부서의 팀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일합니다. 디자이너와 수학자가 뒤섞여 앉는 경우도 있고요.  프라다폰은 LG전자와 프라다가, 아르마니폰은 삼성전자와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만나 혁신을 이룬 사례입니다. 전자 회사와 명품 디자인 회사가 손잡은 거죠.
슈베르트가 1815년에 작곡한 ‘마왕’은 괴테의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이전의 가곡에서 피아노는 단순 반주 역할에 불과했으나 ‘마왕’에서는 말발굽 소리, 천둥소리 등으로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표현합니다. 시와 노래, 반주의 섬세하고 긴밀한 연결을 추구한 거죠.

메디치 효과는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에서 유래했습니다. 메디치가(家)는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 약 350년 동안 피렌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는데요, 세 명의 교황(레오 10세, 클레멘스 7세, 레오 11세)을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혼인을 통해 프랑스와 영국 왕실의 일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미술, 음악, 건축, 문학, 철학 등 여러 방면에서 학문과 예술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미켈란젤로를 양자로 받아들여 세계 최고의 예술가로 길러냈으며, 갈릴레이 갈릴레오를 후원해 천문학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메디치가에 모인 예술가, 철학자, 과학자들은 자기 분야의 벽을 허물고 저마다의 재능을 융합했습니다. 창조적 역량이 커지면서 르네상스라는 역사적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고요.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의 저자 프란스 요한슨은 효과적인 창조와 통섭을 위한 7가지 실천을 제안합니다. 내 안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배우며, 기존의 가설을 뒤집어보고, 여러 각도에서 상황을 바라봅니다. 일부러 불편한 환경을 조성해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하고, 그 선에서 뜻밖의 통찰력을 발견하거나 기발한 생각을 만납니다.
저자는 다수의 아이디어를 쏟아내라고 제안합니다. 베토벤은 650곡을, 피카소는 천8백여 점의 유화, 천2백여 점의 조각, 1만2천 점의 드로잉을 완성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248편의 논문을 썼고, 에디슨은 천 건 이상의 특허를 신청했고요.

한상형 칼럼니스트는 메디치 효과와 같은 창의성을 생각하는 방법중 하나로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을 소개합니다. ‘역설계 과정’이라고도 하는데 훌륭한 프로그램이나 신제품이 나오면 완성품을 해체해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분석하는 일을 뜻합니다.

초등학교 미술 시간 이야기입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목장 풍경을 그려보라고 한 뒤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의 그림을 칭찬합니다. 그런데 한 아이의 스케치북은 백지상태 그대로네요.
“넌 어떤 그림을 그린 거니?”
“풀을 뜯는 소의 그림이요.”
“그런데 풀은 어디 있니?”
“소가 다 먹었어요.”
“그럼 소는?”
“선생님도 참! 소가 풀을 다 먹었는데 거기 있겠어요?”

한 씨는 아이의 ‘백지 그림’을 소가 풀을 뜯어 먹은 후 사라진 완성된 작품으로 설명합니다. 역설계, 즉 거꾸로 되짚는 과정에서 새것의 실현과 가능성을 꿈꿀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인문학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됩니다. 한때의 유행이 아닌, 필요로서의 공부가 된 겁니다. 기존의 학문과 서로 다른 분야의 조합이 가져다줄 신선한 결과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죠. 진정한 혁신을 원한다면 특정 분야만 키울 게 아니라 다양한 학문과 문화 사회적 요소들이 함께 성장하고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사회경제, 문화 예술, 그리고 교육에서도 메디치 효과는 삶을 자극하고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는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최고의 결과물을 탄생시킵니다.

2019 뉴스 큐레이션,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글·이미지 이재은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서로 다른 것이 만나 만드는 융합과 혁신 ‘메디치 효과’
기획재정부 블로그, 2018.1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카드뉴스] 전혀 다른 두 개가 만나 이룬 하나의 기적 ‘메디치 효과’
브릿지경제, 2017.3.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음악이 보인다! 보이는 클래식!
우버人사이트, 2018.10.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칼럼] 연결과 융합, 해체와 분석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라
한국강사신문, 2018.4.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서로 다른 존재들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메디치 효과’
시선뉴스, 2016.6.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