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김주리

김주리는 자연 요소의 물질적 속성이 상호 관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멸의 은유를 포착해 물질의 순환과 그 안에서 일시적으로 머무는 시간 경험을 조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모습 某濕 Wet Matter》(송은아트스페이스, 2020), 《일기(一期)생멸(生滅)》(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2017) 등의 개인전과 《Breaking Ground》(자와르 칼라 켄트라, 인도, 2018) 등 국내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0년 제10회 송은미술대상전 대상, 2012년 소버린 아시안 아트 프라이즈를 수상했으며,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 중국 허난 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모습 某濕 Wet Matter(젖은 흙, 혼합재료, 연필나무향, 505×208×240cm, 2020)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내게 물과 흙이라는 물질은 단순 재료가 아니라 매개체로서, 질료 자체가 가진 미학적 의미를 작업으로 형상화해왔다. 우연히 점토 덩어리가 물통에 담겨 해체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이 순간의 경험은 내게 물질과 시간,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작업이 취하고 있는 태도는 가벼운 풍자나 냉소주의도 아니고, 사회 현실에 대한 관념주의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적 접근과도 차이가 있다. 단순한 동병상련, 연민과도 다르다. 좋고 싫음,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렇다’는 것이다. 마치 사람은 흙으로 빚어져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처럼, 머물러있지 않고 일시적이거나 변해가는 과정에서 작업의 메시지가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찰나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내는 좀 더 큰 단위의 시간을 탐색하고, 그것을 작업에 반영하고자 한다. 물질을 작업의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원초적인 원소가 가지는 힘과 그에 파생되는 상상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물과 흙, 빛, 소리, 불 등의 매체가 지닌 물질적인 메타포와 시간성을 탐구하는 일은 내게는 지속적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모습 某濕 Wet Matter2(젖은 흙, 혼합재료, 연필나무향, 505×208×240cm, 2020) 표면 질료의 디테일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개인전 《모습 某濕 Wet Matter》(송은아트스페이스, 2020)을 꼽을 수 있겠다. 전시 제목 “모습”은 겉으로 나타난 모양이라는 의미와 젖어있는 상태의 어떤 물질(某濕)을 가리킨다. 문제적 상황의 다층적인 의미를 포함한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다중적 오브제가 자아내는 감각을 통해 흙과 물이 지닌 생명의 감각을 체현할 수 있는 형태로 전시를 구성했다. 젖어있는 상태로 유지되는 ‘젖은 흙’은 중국 단동의 압록강 하구 습지 풍경을 모티브로 삼았다. 작품의 거대한 크기는 대상을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나는 이를 통해 빛과 색, 질감과 냄새, 소리, 온도, 무게감과 같은 부분적 감각을 활용하여 보이는 것 너머를 감지하는 시지각적 경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했다.

모습 某濕 Wet Matter1(젖은 흙, 혼합재료, 연필나무향, 610×160×680cm, 2020)

전작 <휘경; 揮景>(2011-2017) 시리즈에서는 흙으로 빚은 인체와 건축물에 물을 부어 형상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통해 구축과 훼손에 관한 사회적 맥락과 근원적인 질료의 순환을 이야기했고, <일기(一期)생멸(生滅)>(2017)을 통해 빛과 소리, 냄새, 습도 등의 공감각적인 체험이 가능한 인공 풍경을 조성하여 작업 영역의 확장을 꾀했다.

일기(一期)생멸(生滅)Ⅰ(대부도 흙, 물, 검은 잉크, 들쑥, 백묘국, LED, 목재, 파동기, 흙이 물과 만날 때의 사운드, 타이머, 가변크기, 2017) 일기생멸Ⅰ(계단부분)(흙, 물, 계단에 중력에 의해 흐르게 설치, 가변크기, 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낯선 곳을 여행할 때,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볼 때, 지인과 대화를 나눌 때와 같은 찰나의 경험과 환기의 순간이 그리고 장소와 환경으로부터 받는 에너지가 작업의 초기 단서가 되기도 한다. 2016년 프랑스의 지방 소도시를 여행하며 인상에 남았던 식물을 서울의 길거리에서도 우연히 보게 되었고, 조사 끝에 식물의 이름이 ‘백묘국’이라는 것과 햇빛을 받으면 잎의 색이 하얗게 질리며 생생해지는 반면, 습기가 많은 곳에서 죽어갈 때는 초록빛의 색으로 물든다는 아이러니한 특징을 알게 되었다. 백묘국은 <일기생멸>(2017) 작업에 중요 모티브가 되었다. 그 무렵 작업을 위해 머물던 대부도의 환경 역시 작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2017년에는 영국과 인도에서 연이어 작업하면서 경험한 기후로 인한 열기, 불에 대한 단상 등은 오랫동안 생각해온 자연의 원소이자 물리적 대상인 ‘불’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직접 가마에 장작으로 불을 때본 경험은 흙과 물, 불과 땅에 대한 고민을 작업으로 연결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일기(一期)생멸(生滅)Ⅲ(대부도 흙, 물, 검은 잉크, 들쑥, 백묘국, LED, 파동기, 사운드, 타이머, 가변크기, 2017)
일기(一期)생멸(生滅)Ⅰ(덩쿨 부분, 2017) 재배중인 백묘국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창작자이자 관람자 그리고 이 땅에 발을 딛고 살고 있는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나의 작업이 어떤 메시지로 남을 수 있을지, 나와 내 주변 나아가 사회의 어떤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오고 있다. 내 작업의 특성상 전시 공간과 작품의 긴밀성, 관객의 시선과 동선, 대상과 마주했을 때의 몸의 감각과 내재된 기억은 작품의 이해와 소통을 돕는 큰 요소들이다. 전시공간에 일시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것을 감각하고 향유하는 관객의 경험이 있을 때 비로소 작업이 완성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동안 관객의 몸에 어떻게 감각되고 기억되는가는 작업의 방향을 결정지을 때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작업의 주요 언어로 작동하는 자연의 미디어는 인간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원소로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분모가 된다.

Evanescent Landscape – Falcon Pottery(흙, 물, 244×108×53cm, 2017)
영국 세라믹 비엔날레 《Place and Practices》 전시 전경(스포드 공장, 스토크온트렌트, 영국, 2017)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최근에는 공간 설치 위주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품과 공간이 상호작용하며 생성되는 에너지는 공간의 특이성과 함께 극대화되기도 하고 공간적 제약이 따를 때도 많다. 이러한 공간 특정적인 작업은 전시 이후 발생되는 변형 또는 폐기에 대한 고민이 따른다. 무엇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반복의 순환과 좀 더 긴 시간 동안 유지되는 예술 작업과의 변별성에 관한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나는 스스로 긴 호흡을 갖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속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동력과 에너지를 잃지 않고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호흡의 강도와 깊이를 조절해가며 곡괭이 같은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Landscape-scene03 (디테일)(흙, 물, 360×360×55cm, 2015) 휘경;揮景-h07(흙, 물, 70×70×36cm, 2012)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글/사진: 김주리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김보민

김보민은 회화와 드로잉, 벽화 등의 방식으로 개인적 경험을 여러 징후들과 연결시켜 작업한다. 산수화의 맥락 안에서 전통, 현대, 산수, 풍경 그리고 도시가 뒤섞여 엉키는 문화적 지평을 묘사한다. 감정적 경험을 풍경에 대입하고, 기록 밖으로 밀려났던 이야기들을 상상으로 일궈 화면을 구성한다.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재료의 실험과 변주를 통해 매체의 가능성과 한계를 실험한다. 개인전으로는 《나는 멀리 있었다》(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서울, 2019), 《먼 목소리》(포스코미술관, 서울, 2016) 등이 있다. 《해가 서쪽으로 진 뒤에》(우란문화재단, 서울, 2020), 《One Shiny Day》(뉴델리 인도국립현대미술관, 뉴델리, 인도, 2019), 《정글의 소금》(베트남여성박물관, 하노이, 베트남, 2018), 《Permeated Perspective》(두산갤러리 뉴욕, 미국, 2013) 등 국내외 여러 전시에 참여했다. 뉴욕 폴록-크라즈너 재단 그랜트와 중앙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가회도(모시에 수묵담채, 244x185cm, 200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개인적 경험을 여러 징후들과 연결시켜 회화와 드로잉, 벽화 등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산수화의 맥락 안에서 전통과 현대, 산수와 도시의 풍경에서 뒤섞이는 문화적 지평을 묘사해왔다. 역사와 사건, 현재의 시간대가 하나의 축으로 이어지면서 작품 속에서 시각화되고, 나의 감정적 경험을 풍경에 대입하여 기록 밖으로 밀려났던 이야기들을 화면에 담는다. 또한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재료의 실험과 변주를 통해 매체의 가능성과 한계를 실험하는 것과 동시에, 현대의 실경과 옛것의 교차편집 방식을 통해 전통과의 단절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는 멀리 있었다(I Was Far Away)》 전시 전경(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서울, 2019)

나의 작품 중 <가회도(Map of Gahoe)>(2009)라는 작업은 북촌 지역을 담고 있다. 이 지역은 많은 사료가 남아있어 연구하기 좋았다. 나는 옛 지도를 보는 것도 구글 지도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나 웹 지도는 업데이트 과정에 따라 이전의 자료가 지워진다. 나는 이런 점에 아쉬움을 느꼈다. 1세기가 넘도록 그려져 서로 다른 시간대가 한 장면에 공존하는 중세 유럽의 지도처럼, 나는 서로 다른 시간과 이야기가 한 면에 쌓여있는 지도를 그려보고 싶었다.

포옹(비단에 먹과 호분, 31.8×40.9cm, 2018)

나의 작업 과정은 먼저 화판에 장지를 고정하고, 그 위에 색을 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색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것이 좋아 배채를 즐겨 사용한다. 그 위에 원단을 배접해 바탕을 만들고, 화면을 구성해, 밑그림을 그린 후, 전체적인 분위기와 표현 방법을 정해 작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그림이 완성되면 마감재로 마무리한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2019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에서 열렸던 《나는 멀리 있었다》는 미국인 여행가 버튼 홈즈(Burton Holmes)가 1901년 조선의 거리를 찍은 흑백 영상에서 추출한 장면들을 바탕으로 풀어낸 전시였다. 나는 장면 속 인물의 신체를 지우는 대신 거동의 흔적을 남겼다. 이를 통해 거리를 두고 조선을 바라보는 여행자의 시선과 나의 시선을 동일시하면서도, 인물을 타자의 시선에 남겨두지 않고, 그들이 거기에 있었음을 증명하고 기억하면서 상실된 세계를 붙잡고자 했다. 영상 촬영이 홈즈의 미적 호기심 혹은 오리엔탈리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일제 강점기의 폭압적 시선이나 전통에 대한 문화적 강박에서 자유로운 거리를 유지한 여행자의 시선을 빌려, 우리의 일부였던 상실된 세계를 바라보고 싶었다. 한때 우리의 일부였으나 먼 곳에 있는 것의 자취를 더듬어 본 전시였다.

고요의 바다(모시와 마에 수묵담채, 금분, 호분, 150x150cm, 2015-2016) (비단에 먹과 호분, 가변크기, 2018)

불확실성과 가능성은 나의 작업의 분기점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단절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나는 새로운 형상과 이야기를 발견하고자 했고 이 전시는 그런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내가 모르던 내 안의 무엇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새로운 것이 초점 안으로 들어왔고, 좋은 것과 싫은 것이 분명해졌다. 나는 다시 만들어지고 있었고, 이 변화의 시기는 적절했던 것 같다.

원서도(모시에 수묵담채, 테이프, 150x50cm, 2007) 삼청Ⅰ(모시에 수묵담채, 테이프, 150x50cm, 2008) 삼청Ⅱ(모시에 수묵담채, 테이프, 150x50cm, 2008)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도시 환경과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래서 새로운 생각을 위한 새로운 풍경이 필요하다. 우리의 전통회화에서도 큰 영감을 받는다. 진경산수화가 그려지던 시기에 실학, 한글 창제, 진경 문학 등의 문화 흐름이 있었다. 이는 중국을 따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발견하려는 시도였다. 나는 정선의 그림을 통해 그가 우리 땅을 어떻게 보고, 그렸는지, 관습처럼 이어져 온 표현 방식에서 탈피하여 어떻게 자신의 것을 만들었는지 살피면서 환경을 시각화하는 방법에 흥미를 느꼈다. 정선의 그림을 들고 현장을 다니며, 그와 나의 다름을 실감했다. 오늘의 우리는 도시에서 생활한다. 풍경의 변화에 따라 관점도 바뀌기 때문에, 과거의 방식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전통매체와 다른 매체들을 혼용한다.

우물(벽면에 테이핑, 드로잉 설치, 가변크기, 2020)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상실된 것을 호출해 현실과 연결한다. 연결을 통해 제3의 의미를 파생시키고, 그 역사와 시간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단절된 공간을 가상으로 연결하고, 오래된 필름 속 인물을 불러내 사라져버린 세계와의 관계회복을 꿈꾼다. 전통은 반복되어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다. ‘전통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라는 문제에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통의 현대화라는 관습적인 수식에서 벗어난, 보다 구체적인 질문과 시선이 필요하다. 나는 관객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런 것들을 점검하며 다양한 피드백을 듣고, 점검하면서 생생한 의미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작품의 외연을 넓히고,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감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렬차(벽면에 테이핑, 드로잉 설치, 가변크기, 2019)
《1919년 3월 1일 날씨 맑음(One Shiny Day)》 전시 전경(대구미술관, 대구, 2019)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문을 열어 낯선 것을 만나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나는 세상과의 관계를 통해 나를 넓힌다. 나는 서구문화의 이입에 의한 타자의 시선이 개입된 개항기에 관심을 가져왔다. 근대화를 둘러싼 사건과 질문이 응축된 시기다. 서울과 평양을 가상의 철도역으로 연결하는 <렬차(The Train)>(2018)와 숭례문의 소실과 복원에 대해 이야기한 <숭례문(Sungnyemun)>(2019)은 사라져버린 세계와의 관계 회복이라는 나의 작업의 주제 의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다층적인 관점들은 전통과 현대의 재맥락화, 제도로서의 전통과 제도 밖 전통에 대한 나의 고민과 질문에 맞닿아있다. 내게 전통은 목표가 아니라 방향이다. 나는 근대화와 도시형성 그리고 우리가 만든 도시 풍경에 대한 관심사를 보다 깊고 넓게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숭례문(Sungnyemun)》 전시 전경(산수문화, 서울,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글/사진: 김보민




갈유라 KAL Yu-ra

갈유라는 동국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비디오아트 전문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작가의 연작 시리즈인 오토스포라(Auto-spora)는 물질세계와 비-물질세계를 넘나드는 유기체로 사물의 속성과 위치의 변화를 스스로 일으켜 사물의 속성을 변용시킨다. 이는 지역과 공동체를 넘어 모든 것을 흐트러트릴 구조로써 사물에 대한 단편적 인식과 경계상에 존재한다.
개인전으로는 《보너스 룸》(갤러리175, 서울, 2019), 《오토스포라1: 야곱의 사다리》(온그라운드2, 서울, 2018) 등이 있으며, 2018 한․영 문화예술교류 파견지원, 영국 발틱현대미술관 선정작가, 2018 아트 스페이스 풀 신진작가지원 프로그램 POOLAP 등에 참여한 바 있다.

이내 눈앞까지 가득차고, 혼합 재료, 가변크기,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Digital Racing>는 시간과 공간, 사람을 특정하지 않기 위해 무작정 달리며 묻는 나의 프로젝트이다. 내가 여기에서 출발하여 도달한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아와 주체의 이산, ‘오토스포라(Auto-spora)’의 상태였다. 2018년 작업 <오토스포라1 : 야곱의 사다리>는 구체적 사물인 ’말차‘에 주목하여, 인도-일본-홍콩-한국 총 네 국가를 넘나들며 종을 뛰어넘는 만남, 사물과 비-사물, 신과 인간을 통해 각각의 위치와 서로의 얽힘을 그려내었다. 그리고 2021년의 ’오토스포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으나 지어진 이름에 머무르고 있는 사물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 진행 중이다.
오토스포라의 변형은 빈번하며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장기간 사물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기록의 과정에서 사물의 변형 과정은 전면 수정되기도, 시기를 미뤄 더 지켜보기도 한다. 이 과정이 쌓여 믿음의 유용성을 허물고, 이를 통해 오토스포라는 장소/사물/인식/상태의 이동을 겪으며 특정한 공간에 갇히지 않게 된다. 장소를 통해 사건의 방향을 변화할 때, 사물이 뒤트는 속도를 이기지 못해 떨어져 나가는 찰나가 있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의 증표였던 희귀 기념품이 점자 국가별 쇼핑 리스트로 변용되고, 사물-장소 이동 시간의 단축에 따라 드럭 스토어(Drug Store)에 놓이고, 팬데믹(COVID-19) 이후 가상 출국 비행과 무정박 크루즈 여행이 생겨남에 따라 기념품이 해외/여행/사물로 이탈되듯 말이다. 이러한 시간-이동 사이에서 오토스포라가 생동하게 되면, 나는 이것들을 정리하여 비디오로 만든다.

Digital Racing, 단채널 비디오, 16mm, 53분 30초, 2017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불량선인X갈유라’로 발표된 전시 《아마도 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19)를 꼽을 수 있겠다. 기획자 콜렉티브로 활동하는 불량선인과 처음 만나 전시의 주제를 정하는 과정에서 기획자-작가 간의 정확한 역할 분배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시차를 둔 글의 교환, 피할 수 없을 때까지 이어지는 질문을 통해 각자의 사유를 촉발하였고, 이 결과는 전시장 내에서 미디어-장치와 이미지를 바라보는 권력적 시선, 전시 글에 의해 숨겨진 시간의 감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에서 선보였던 <이내 눈앞까지 가득차고>는 전시장의 선형적인 공간 구조를 왕복으로 오가며, 어두운 통로의 마지막에 전시 글이 놓은 작업이다. 애초에 본 전시에서 글은 공간 내부에서 읽혀야 했고, 일부는 공간 없이 작동할 수 없도록 작성되었다. 전시 종료와 함께 의미가 상실되는 이 글은, 역으로 글과 함께 있어야 기능하게 되는 전시를 의심하게 만들도록 작동되었다. 사유의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을 구별하지 않는 방식의 협업으로 공간과 전시 글이 제시된 것이다. 나는 대화가 서로의 소유권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오고 갔을 때, 만남은 일기일회(一期一會)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관람객에게도 언제든 가능한 위치 전복의 가능성과 벌어진 간격이 좁아질 때의 미묘한 기류를 발견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오토스포라1 : 야곱의 사다리, 단채널 비디오, 12분, 2018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의 작업에 영향을 받은 책으로는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의 『정신과 자연』, 더글라스 호프스태터(Douglas Hofstadter)의 『괴델, 에셔, 바흐』로, 물질세계와 비-물질세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게 해주는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 존 아콤프라(John Akomfrah)와 안톤 비도클(Anton Vidokle)의 시네마-이미지가 선사하는 스펙터클(Spectacle)과 기시감, 존 아콤프라(John Akomfrah)의 <나인 뮤즈(Nine Muse)(2010)>에서 배경음으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가 흐르며 등장하는 설경, 안톤 비도클(Anton Vidokle)의 <모두에게 영생과 부활을!(2017)>의 마지막 부분 중 소년이 팔을 저으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 <시티즌스 오브 더 코스모스(2020)>에서 영생을 갖게 된 좀비 인간이 활보하는 거리를 롱-테이크((Long-Take) 카메라 워킹으로 잡은 장면 등은 내게 스크린에서 사물을 구출해낼 화면구성 요소로 느껴진다.
실현되지 못한 작품 중에는 수년 전 참전병사의 가이드를 받아가며 베트남 전적지 촬영을 진행했는데, 불과 몇 년 만에 참전용사들의 자녀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추억관광 사업지로 변모한 것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 경험하지 않는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유적지에 거주하는 현지인을 매수하는 것과 같은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변화가 ‘오토스포라’화 되고 있는지는 시간을 통해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전시 (제1회 꼬리에 꼬리를 물고: What if?), 중간지점, 2020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현재는 이미지에 말이 붙는 시대이다. 미디어에서 자막은 단순히 번역된 언어의 정보전달, 서사를 윤택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다. ‘설명자막’, ‘대사자막’ 기능은 미디어의 작동에 있어서 일종의 가이드로 기능하며, 음소거를 해두어도 불편함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텍스트가 이미지에 기생하다가 이내 압도하여 이미지를 잡아먹은 상황에서, 나는 이미지의 복권을 위한 시도로써 이미지와 텍스트가 완벽히 분리되는 과정을 거쳐, 병치(竝置)하는 상태로 나아가길 바란다.

지상의 양식(The Fruits of the Earth_collected object)_혼합 재료, 가변 설치, 2015

과거에는 책 생산이 산림 파괴와 오존 파괴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면, 현대에는 지우지 않은 이메일 데이터(Data)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데이터(Data)로 작동하며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는 비연계적 상태의 연관성, 즉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들이 연쇄적으로 생태를 조절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단일한 상태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곧 없는 색상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색상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가장 비슷한 색상의 경계를 통해 서로 다른 언어로 가까워지듯, 관람객 또한 전시 공간이라는 새로운 장소로의 이동을 선택했다면, 전시장의 통로를 이동하는 구간에서 빛의 밝기와 같은 작은 차이점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얻었으면 한다.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새로운 스크린과 패널들, 다양한 핸드폰 스케일이 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오토스포라’ 작업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고, 변화도 더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프로덕션이라 부를 수 있는 좋은 팀들도 만나고 싶다. 이론서는 역자의 번역에 따라 새롭게 탄생하고, 시대에 따라 문체, 삽화까지 달라진다. 하지만 결국 하나의 사상으로 도달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처럼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작가이면서 결국은 하나의 이야기를 지속해서 전달하는 작가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kalyura.blogspot.com




구자명 KOO Jamyoung

구자명은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에서 평면회화를 전공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대학원 과정에서 입체조형을 연구했다. 작가는 변화되는 기술(소프트웨어) 경험이 시각예술 창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해당 질문으로부터 순수미술의 탐구 대상인 입체조형의 형태를 문제 삼아, 디자인 방법론을 참조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웹사이트 구조의 편집 방법 개발》(윌링앤딜링, 서울, 2020), 《PPB (Phoenix Phenotype Breeding)》(가변크기, 서울, 2018)에서 두 번의 개인전을 발표했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인천 지역에 산재하는 다양한 근대 건축물을 분석해 건축의 형태를 소프트웨어로 압축하는 방법을 연구할 예정이다.

PPB,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8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공간의 윤곽을 관찰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파악할 수 있는 경계면에 놓인 형태의 범주를 다양하게 식별하기 위한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경계는 무엇을 기준 삼아 구분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천착하여 비교 대상 간의 체계(system)를 바꿔 적용하면서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웹사이트 구조의 편집 방법 개발, 혼합 매체, 가변크기, 2020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가변크기에서 열렸던 나의 전시 《PPB》(2018)는 브랜드를 기획, 제작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을 구심점으로 삼아 PPB(Phoenix Phenotype Breeding)를 디자인하는 작업을 선보인 전시였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의 과정은 소프트웨어(PPB) 범주에서 작동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하드웨어(전시장)로 가져온다면 어떻게 될지 가정해보고, 이와 반대로 하드웨어의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가져갔을 때 어떤 상태가 되는지 실험해 본 작업이다. 진행방법을 간단히 말하자면, 디자인 프로그램의 환경(Artboard)을 전시장의 창으로 전사(Transcription)했고, 편집한 레이아웃이 내부에 압출되는 방법, 그 자체가 공간 분할과 인테리어를 이룬다. 이 과정은 3차원 컴퓨터 그래픽스(3D Computer Graphics)의 조형 규칙에 따라 평면으로부터 입체를 끌어내는 사고를 동반한다.
*PPB : Phoenix Phenotype Breeding’의 약어. 인간-컴퓨터 바이러스의 디버그(프로그램의 오류를 발견하고 원인을 밝혀내는 작업)를 통해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상품화하는 가상의 상호.

PPB, 3분 5초, HD 비디오, 2018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매체에 상관없이 기술이 삶에 침투하여 변화하는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이과로 진학했기 때문인지 컴퓨터공학, 물리학, 생의학 관련 정보들을 자주 검색하고 시청하게 된다. 최근에는 자율 주행과 비-메모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결국 소프트웨어 객체와 대면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미래에서 프로그램과 경쟁하지 않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를 이해해보려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종 소프트웨어 학습을 위한 여러 종류의 참고 서적을 비교해보다가 각 저자의 서로 다른 관점과 문제 해결 방식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있다.

7개 광고(7ads), 단채널 무빙 이미지, 10분, 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조형예술을 공부했다. 작업의 소재가 되는 소프트웨어도 단순히 생각해보면 평면에서 건설되는 세계와 조건을 공유한다. 평면에 투사해 설계되는 구조와 사건의 변수가 입체에 와서 어떻게 조우할 수 있는지, 차이가 어떠한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관찰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자기공명 영상법(Magnetic Resonance Imaging/MRI)의 원리를 통해 얻는 3차원의 화상과 전사한 생체와의 관계를 분석해보려는 태도로 비유해볼 수 있겠다.

Panel 6, Mac OS /윈도우 바탕화면, exe파일, 멀티탭, 케이블(DP, DVI, HDMI, RGB), LCD 패널, 컴퓨터, 프로파일_가변크기_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나의 작업은 단순한 코딩과 3차원 컴퓨터 그래픽스와 같은 디자인 방법에 영향을 받아왔다. 로봇공학(Robotics), 인공지능(AI), 딥러닝(Deep learning), 자율주행(Self-driving car)과 같은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성장하는 세대가 서로 무관해 보이는 매체들을 다룰 때, 지각하고 창작하는 방식이 지금과는 다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온전히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상상을 통해 드러나는 문제에 관하여 질문하고 탐구하는 것이 내가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소프트웨어와 인간의 공존이 필연적이라 보는데, 연극적인 작업보다는 둘 간의 차이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해동에 필요한 참고서를 제작하는 데 시간을 들이고 싶다.

7개 광고(7ads), 단채널 무빙 이미지, 10분, 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박지혜 PARK Jihye

박지혜는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교에서 순수미술실기 및 현대미술비평으로 학사학위와 동대학원순수미술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현상들에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상황과 그 안에서 발생되는 갈등의 여러 형태들을 시간성과 공간성을 의도적으로 제한한 장치 안에서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사유를 시각화 시키는 작업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제한된 시공간에서 벗어나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하여 다층적인 시공간을 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곳에 아무도 없다,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트랙, 23분 25초,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의 개인과 집단 그리고 사회 속 다양한 관계 내에서 잠재된 심리적 흔적에 주목하며 연속적이면서도 불연속적인 이미지들과 사운드가 하나의 촉각적 장치로 전환되어 이러한 비가시적 현상들을 감각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시간성과 공간성이 결여된 세트나 제한된 시공간 안에서 가시화시켰다면 최근에는 실제에 존재하는 공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시적인 혹은 비가시적인 요소들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교차시키는 실험을 하는 중이다.
나는 이러한 비틀림을 통해 발생하는 비가시적 감각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에서부터 거대한 역사적 사건까지 어떻게 어루만지며 매개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 또한 그 안에서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경험으로 변모하기도 하거나 그 반대로 작용하는 지점들에 대하여 작업으로 드러낸다.

사라져버리는 기억은 없다,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 5분 10초, 2018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최근 개인전 《그곳에 아무도 없다》(2019)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이 전시에서 나는 단 한 번의 사용 이후 그 상태 그대로 버려진 공간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수집한 자료들의 바탕으로 공간 속 내재하고 있는 수많은 관념과 욕망의 충돌, 갈등, 교환과 타협의 과정들을 심리적인 풍경으로써 담아내는 작업을 선보였다. 영상 작품에 배경이 되는 버려진 하수 처리장 곳곳에서 발견한 장면들, 가령 단절된 파이프나 자라난 들풀,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벽면의 페인트가 벗겨진 채 방치되어있는 모습 등의 공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질감을 탐구하고 이를 면밀하게 담아내었다. 동시에 채집되고 가공된 사운드의 청각적 장치들을 통해 공간의 촉각적 부분 또한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텅 빈 공간을 끊임없이 부유하는 인물과 공간의 기억으로서만 존재하는 인물, 그리고 왈츠의 몸짓을 통하여 분명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만, 기능과 목적을 잃고 기억에서 망각된 장소와 심리적 공간에 대한 흔적과 그에 따른 의미를 환기 시키고자 하였다.

《그곳에 아무도 없다》 전시 전경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쉽게 정의되거나 분류될 수 없는 불명확한 하나의 형상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 이들은 시작과 끝이 모호하고, 무엇을 지시하거나 명확히 포착해서 직접적 의미를 전달해주지 않으며 다분히 감각적이며 또한 촉각적으로만 존재하기도 한다. 이러한 각각의 비물질적 구성요소들을 이미지로써 변환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작업의 이야기가 결정되어 진다. 오래전 나에게 각인된 이미지 혹은 이미 경험된 이미지, 그리고 파편적 이미지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새로운 이미지들이 제작된 음악과 사운드를 통해 다시금 중첩되고 선명하게 드러나며 또한 감각적으로 재구성이 되기도 한다. 특히 조화되지 않은 공간과 시간을 결합을 통하여 그것의 이야기 속의 디에게시스(diegesis)범위 안에서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수축하며 발생하는 긴장감에 주목하고 있다.

Evanesce,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 5분 50초, 2015
Evanesce 전시 전경,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2015)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분명 다양한 예술적 실천을 통해 비가시적인 현상들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승전결이 있는 선형적이고 인과적인 시간성에서 벗어나고, 그에 따른 의미를 도출하기보다는 다양한 것들이 혼재된 의미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구조는 개인을 넘어 공동 경험의 구조로 확대되는 포괄적인 관점 또한 수용 가능하게 한다. 작업을 통해 기억과 사유를 끌어내고, 각자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경험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관객과의 소통이다.

Rumination,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 6분 30초, 2017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최근 나는 실제적인 역사적 사건에 기반하여 어떠한 경계로 인해 가려지고 숨겨지고 그래서 비어져 버린 것들이 만들어 내는 헤아릴 수 없는 감각들과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풍경의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다. 현실에서 멀어진 무의미한 풍경의 이미지를 통해 현실의 풍경을 넘어서 발견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중이다. 또한, 이를 구성하기 위한 요소들로서 언어라던지 텍스트 등의 이야기 구조 형식들을 시간성을 내포한 서사적 매체로서가 아닌 비물질적인 재료라는 또 다른 형태로서 사용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이를 통해 실재 장소와 담론적 장소 그리고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들로 공간 이미지의 다면적 확장을 지속해서 다루고자 한다.

Affection take, 3채널 비디오, 보이스, 사운드 트랙, 6분 12초, 2017
《Fragmented Love(파편화된 사랑)》 전시 전경, (아트스페이스 와트, 서울, 2017)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이상원 LEE Sangwon

이상원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음대에서 재즈피아노 학사, 암스테르담 음대에서 실시간 전자음악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즉흥연주를 기반으로 라이브 일렉트로닉스, 인터렉티브 영상 등 현대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확장된 음악 퍼포먼스를 구현해오고 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형식을 지향하며 그것은 2016년 귀국 후 발매한 음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에는 보다 더 깊은 몰입감을 주는 공연 창작을 위하여 시각과 청각의 세밀한 상관성에 관한 연구와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VAM: Collective 1 앨범커버, 2016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피아노와 라이브일렉트로닉스(Live Electronics), 영상을 이용하여 작품을 하고 있다. 주로는 소리 데이터를 이용하여 전자 사운드 및 영상을 컨트롤하고, 때로는 물리적인 인터페이스(Interface)를 이용하기도 한다. 2010년 즈음부터 재즈 연주에 일렉트로닉스를 조금씩 적용해보는 작업 방식을 시도하였으며, 그 후로는 디지털 기술을 중심에 두면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스타일로 발전하였다. 작업은 크게 3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의 컨셉을 구상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 작곡과 그에 따른 프로그래밍을 위한 단계, 그리고 피아노 연주와 더불어 작품에 따라 준비된 소프트웨어 및 컨트롤러를 충분히 숙련하는 단계이다.

<Jazz&Electronics Project>(몽크, 부산 2018) 공연 포스터 <Piano&Music: Live Electronics Project [Immerse]> (게토, 서울 2017) 공연 포스터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STEIM(스타임)에서 진행했던 솔로 피아노, 라이브일렉트로닉스 퍼포먼스와 국내 귀국하여 발매한 밴드 VAM(뱀)의 앨범 “Collective 1” 음반과 공연을 언급하고 싶다. VAM은 재즈, 펑크, 록, 자유즉흥음악, 테크노 등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 장르적 특징을 강조하는 음악을 진행해왔다. 다양한 음악적 재료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결합 및 재창조하는 시도를 했었고, 개인적으로는 ‘Vampire(뱀파이어)’라는 곡을 좋아한다. 밴드 활동을 하며, 작곡, 연주, 프로듀서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많은 공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현대음악 그룹 ‘Ontogenesis’ 콘서트 <To See Eye to Eye>, 스타임,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2015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치열하게 구상을 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편은 아니다. 아무 계획 없이 이것저것 코드부터 짜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막연히 피아노 연주할 때나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영감이 생기기도 한다. 실제 경험이 영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현대음악 그룹 ‘VAM’ 콘서트(커먼키친, 성남, 2016) 공연 포스터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청각, 시각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하게 하는 작품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선사하고 싶다. 우리가 비슷하게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하여 집중하지 않으면 잘 느끼지 못하는 부분까지 확장하여 표현하고 싶다. 관객들로 하여금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대음악 그룹 ‘Trazzionic’ 콘서트, Amstel Kerk,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2015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꾸준하게 IT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작품을 지속해 나가며,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도 진행하고 싶다. 해외 아티스트와의 교류의 기회도 만들 것이며, 작품 사례를 통한 연구 결과를 논문 형식으로 투고할 계획도 있다. 피아노 연주자의 새로운 영역을 제시한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이지연 재즈 오케스트라 콘서트<K-PAZZ>, 실시간 영상 퍼포먼스, 문학시어터, 인천,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youtube.com/sangwon2




임노식 LIM Nosik

임노식은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학과 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자연에서 관찰한 인위적인 상황과 흔적들을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또한 다양한 공간 경계 형태들과 그것들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전 작업이 작업실 근방의 풍경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후의 작업에는 몇 년 전 작품의 소재가 되었던 고향인 여주에 다시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이미지가 발견되는 장소와 구현되는 장소에 거리를 두는 작업의 프로세스는 유지하되, 그 장소의 거리를 늘어뜨려 보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작업실01, 259×193cm, 캔버스에 유채,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의 작업은 바라보고 느끼고 포착한 것 그 순간을 옮겨 낸 결과이다. 그 이미지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본 주변을 배회하고 부유하는 일상적인 공간이자, 그 순간 자체를 떠내어 수집한 일련의 과정이기도 하다. 나의 첫 개인전 《안에서 본 풍경》(OCI 미술관, 2016)에서는 선보였던 연장은 유년 시절 보냈던 공간인 목장과 축사 그렸다. 이때는 사적인 경험에 대한 기억을 풍경으로 재현하였고, 그려내기 위해 관찰이라는 행위에 집중했다. 기록보다는 기억을 통해 공간 자체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되새기는데 몰두하면서 작업을 했다. 두 번째 개인전 《Folded Time》(합정지구, 2017)에서는 고향인 여주(목장)보다 문래동 작업실에 머물러있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면서 소재도 자연스레 바뀌게 되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거나, 같은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관찰을 했다. 반복된 관찰로 지각 경험은 축적이 되고 그 공간에 무감각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처럼 중첩된 시공간 속에서 느닷없이 찾아오는 이미지들을 캔버스에 옮겨 작업했다. 나는 주로 작업 과정에서 드로잉 위주로 이미지를 수집한다. 무엇을 그려야 하고 무엇을 생략해야 하는지 아주 느린 편집 과정을 통해 캔버스에 옮기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안에서 본 풍경1, 890×250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6
작업실05, 116×91cm, 캔버스에 유채, 2019 작업실06, 60x90cm, 캔버스에 유채,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올해 3월에 열린 세 번째 개인전《물수제비(Pebble Skipping)》(보안여관, 2020)는 회화의 구동 방식에 대해서 되새겨보며 작업을 했다. 우리가 흔히 관용적으로 무엇인가를 보고 ‘눈에 담다’라고 표현을 하는데, 회화도 같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담다’라는 표현에서 모래를 담아 올리는 장면을 많이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는 보통 모래를 담아서 들어 올릴 때, 담긴 모래를 전부 다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몇 조각씩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회화 작업 또한 야외에서 작가가 풍경을 보고 작업실로 가지고 오면서 모든 것을 캔버스에 담을 수 없고, 중간에 누락되는 것들이 생기는 과정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여기서 보통 모래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에게서 거리가 멀어져 그 형태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캔버스 직조 사이사이로 풍경은 잃어버릴 수 있지만, 되려 그들의 잔존이 캔버스에 남겨지는 것이 아닐까 탐구하며 작업한 전시이다.

《물수제비(Pebble Skipping)》 전시전경, 보안여관(서울), 2020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몸의 체험으로부터 이미지 수집과 작업을 하고 있다. 1~2년마다 주변 환경에 달라짐에 따라 그림의 소재도 자연스레 달라지고 있다. 나는 어디에 있고, 어디에 속하고, 어떤 장소에 있으며, 이것을 정의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느 곳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는가는 누군가에 대해 나를 설명하기에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나의 지리적 이력은 분명 작품의 외적 의미에 영향을 미친다.

Daybreak, 가변크기, 캔버스에 유채, 2017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이전까지의 작업을 되돌아보면, 주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공간 자체와 그것에 대한 관찰적 태도 및 시선을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는 공간을 인식하고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행위 사이에서 축적되는 모든 감각의 이미지들이 재현하는 것은 결국 무엇이고 그 끝에 지각되는 잔존의 형태는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후 작업 역시 이러한 맥락을 이어가지만, 그간 작업의 주를 이루었던 공간-재현의 틀에서 빗겨 나와, 공간-현상에 몰두해 보고자 한다.

Solmi road01-04, 193×130cm, 캔버스에 유채,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nosiklim.com




박얼 PARK Earl

박얼은 홍익대학교에서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새로운 매체를 위한 디자인을 해오다가 근본적으로 뉴미디어를 구성하는 재료와 기술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기계에 대해 느끼는 개인적 친밀감을 바탕으로 인간과 기계간의 다양한 관계를 탐구하고 있으며, ‘기계적’, 그리고 ‘인간적’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관습적 한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경계를 확장하며 이율배반적으로 보이는 개념과의 연결을 시도한다. 그의 작품에서 기계는 다른 미디어를 창출하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주체로서 자리한다.

신경쇠약 직전의 기계들: 각인, 180×180×10cm, 로봇 2종(카메라, 센서, 전자부품 및 리튬 폴리머 배터리 포함), 나무, 2017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시대의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기계를 만들고, 그 기계를 통해 인간의 특질들을 모방하거나 이율배반적인 개념들을 연결해 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작품은 주로 키네틱(Kinetic)이나 로보틱(Robotic) 요소가 많이 드러난다. 구체적인 작업으로는 관람객의 심장 소리를 실시간으로 들려주는 로봇 <콩닥군>(2011)이나 인간의 신경증과 같은 비합리적 행동을 합리적 알고리듬으로 모사하는 로봇인 <신경쇠약 직전의 기계들>(2017) 시리즈, 인간다운 걷기 행위를 기계적 메커니즘으로 구현한 <The Walking Man> 시리즈, 구도자의 모습으로 고려대장경을 새기는 로봇 <PITAKA>(2015), 그리고 레이저들이 만들어 내는 움직이는 삼각형의 조합과 사운드를 통해 새로운 감각을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Try Triangle>(2018) 등이 있다.
오래 전 일이지만 대학교 졸업 작품을 만들 때 시간의 레이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해보고자 시도한 적이 있었다. 관객의 모습을 시간 순으로 디스플레이에 겹쳐서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 당시 투명 디스플레이가 없었기 때문에 구현하기 쉽지 않았다. 방법을 찾다가 결국 컴퓨터 모니터를 몇 개를 뜯고 분해하고 고치고 하길 반복해보니, 투명도가 어느 정도는 확보되는 디스플레이어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일종의 하드웨어 해킹이었는데 필요에 의해 그 과정을 넘어 전자 회로를 찾아보게 되고, 기존의 제품으로는 안돼서 PCB회로기판도 만들어보며, 3D 모델링도 배우고 각기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들도 사용하게 됐다. 이상하게도 하고 싶은 작업마다 필요한 재료나 기술이 다르니, 매번 기술을 배우면서 일종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비슷한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는 것 같다. 마냥 즐겁기만 한 프로세스는 아니나 아직까진 즐기고 있다.

콩닥군, 50x60x80cm, 인터렉티브 설치, 전자부품, 센서, 모터, 접촉식 마이크, 서브우퍼 유닛, 폴리카보네이트, 알루미늄, 2011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몇 년 전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며칠간 냄새를 맡지 못한 경험이 있다. 말 그대로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다. 처음엔 신기하다가, 다시 냄새를 못 맡게 되는 것 아닌가 두려운 감정을 느끼다가, 서서히 감정이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도, 공포라는 감정의 근원적 이유에 대해서도, 인간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한참을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기관과 인지작용을 통해 뇌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성하고 구축한다. 다른 생명체들이 각기가 가진 신체와 감각기관을 통해 살아가는 유형이나 생활양식이 정해지는 것처럼 우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화된 ‘튜링 기계(Turing Machine)’인 것은 아닌가, 기계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은 과연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신경쇠약 직전의 기계들: 각인, 180×180×10cm, 로봇 2종(카메라, 센서, 전자부품 및 리튬 폴리머 배터리 포함), 나무, 2017

<신경쇠약 직전의 기계들>은 단순한 논리회로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를 통해 너무나 인간적이라고 받아들여지는 ‘신경증’과 같은 비합리적인 행동을 모방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 중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움직이는 테이블과 자신이 생각하는 영역 밖으로는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알고리듬의 트랩에 갇힌 강박증을 가진 로봇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각인>은 여러 로봇으로 구성된 작업으로 특정한 집착 대상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애착, 집착증을 가진 로봇의 행동을 보여준다. 일상에서 기계는 ‘관찰’의 대상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관객은 생물을 관찰하듯 기계의 행동을 관찰하게 되며, 그 과정 자체로 인간과 기계는 새로운 상호관계 속에 설정된다. 최근 인간 두뇌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표면적으로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인간 행동에도 두뇌 신경학적으로 그 나름의 논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많은 연구들이 있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 가지고 있던 질문들이 함축되어 있는 작업이기도 하고, 앞으로 계속될 작업이기도 해서 선택하게 됐다.

신경쇠약 직전의 기계들: 자유로부터의 도피, 90×90×110cm, 인터렉티브 설치, 로봇 1종(센서, 전자부품, PCB 및 리튬폴리머 배터리), 나무, 철, 알루미늄, 네오디뮴 자석, 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작업의 영감은 작품마다 다르지만 여러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가 불현듯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들과 결합되는 것 같다. 일상에서 지나가면서 보이는 기계들의 움직임이나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거나, 새로운 물질이나 재료들을 많이 찾아보는 편이고, 다큐멘터리, 뇌과학이나 신경과학, 인지심리학 등의 정보에도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한 예로 <Try, Triangle>은 천장 모서리를 바라보며 멍하게 집중하며 생각하고 있다가 기계 구조나 방식까지 한 번에 생각이 난 작업이고, 레이저를 거울에 반사시켜 만든 움직이는 삼각형들의 조합과 입체음향 사운드를 경험하는 키네틱-오디오 설치작업으로 발전되었다. 이 작업은 ‘기계’와 ‘명상’이라는 상호 배타적인 두 개념을 연결하고, 두 개념이 유기적으로 융합되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시도이다. 관람자는 그저 공간 안에 서서 바라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공간 안에서 떠 있거나 자신이 움직이거나 다른 곳으로 빨려드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주로 동작해야 하는 작품들이 많다 보니 구상한 작업을 기술적으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실현되지 못하는 작업도 많이 있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작업은 펀딩을 받거나 가능한 시점까지 미뤄지곤 한다.

Try Triangle, 6×6×6m, 7채널 사운드시스템, 키네틱-사운드 설치, 9개의 3축 액추에이터 모듈, 레이저, 전반사거울, 헤이즈머신, 2018 (박얼, 사자김, 배정식)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우리는 인간과 기계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가는 특별한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 기계들은 더 쉽게 무언가를 만들어내거나 인간을 도와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실용적인 부분이나 정서적인 면에서도 유기적 관계를 형성해가고 있다. 또한, 인간의 진화과정 중 포스트 휴먼으로서 인간의 신체 또한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계와 만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기계와 상호작용할 일이 더 많아지는 시대에 인간 중심적 사고 속에서 인간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이자, 인간을 비춰보는 거울로써 기계의 가능성을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The Walking Man, 1.2×0.65×2m, 키네틱 설치, 철 프레임, 알루미늄, 황동, 기어, 벨트, 모터, 풍선, 2016
The Walking Man II, 1.1×1.1×2m, 키네틱 설치, 철 프레임, 알루미늄, 황동, 벨트, 기어, 모터,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백남준 작가는 그 시대 사용할 수 있는 온갖 매체(TV, 캠코더, 레이저, 인공위성)를 사용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날수록, 그 기술 안에서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폭은 넓어진다. 앞으로 어떤 사용할 수 있는 기술적 재료들이 나올지는 알 수는 없지만 언제나 즐겁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몇 년간은 앞으로 머릿속에 있는 여러 작업을 현실에 존재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을 것 같고, 뻔한 얘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색깔이 묻어있는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PITAKA, 6×6×6m, 뉴미디어설치, 로봇 팔, 아크릴 플레이트, 알루미늄, 철 프레임, LED, 카메라, 제어소프트웨어, 2015 (트랜스미디어랩: 김태윤, 박얼, 윤지현, 양숙현)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heartpowder.com




윤제호 YUN Jeho

윤제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음악테크놀러지과에서 컴퓨터음악작곡 전문사를 취득하였고 소리, 빛과 공간 자체를 언어화하여 이야기를 만들고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자신이 상상하는 디지털 세계를 현실 공간에 구현하고 컴퓨터로 디자인된 소리와 빛으로 채운다. 작가는 기존의 틀에 박힌 관람, 청취 방식을 지양하며, 관람객이 공간에 참여하여 촉지적 감각과 함께 의문을 가지게 하고 작품을 실마리로 각자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하고 탐색하게 만든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화 되어가는 ‘부유하는 현대인’ 에게 각자의 정체에 대한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경계를 사유하며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休息洞窟(휴식동굴), 6분 1초, 가변크기, 아크릴릭 큐브, LED 라이트, 무빙 헤드 레이저, 윈치 시스템,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소리와 빛으로 공간에 이야기를 만들고 관람객에게 공감각적 경험을 하게 하여 디지털 시대 속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악기와 전자음악 또는 전자음악과 영상이 결합된 작업을 해오다가, 2015년에 유망예술지원으로 <SOUNDHUE> 라는 이름의 단독 공연을 준비하면서 소리, 빛,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관람객이 느끼는 감각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공연과 전시의 경계에 대한 사유가 확장되어 공연과 전시 형태를 구분 짓지 않는 형태의 작업을 이어 가게 되었다.
나는 주로 전시 혹은 퍼포먼스 공간의 형태에 맞추어 작업한다. 공간을 보고 빛과 오브제 형태를 생각한 뒤 소리의 위치를 고민한다. 소프트웨어로 전체적인 공간 구성을 짠 후 실재 공간에서 프로토타입을 설치해보고 전체적인 느낌을 본다. 그 후에는 느낌과 어울리는 소리를 찾고 실험해보며 음악을 만든다. 빛과 영상은 소리에 맞춰 반응하거나 음악의 타임라인에 맞추어 변화된다.

線(선), 6×4×4m, 옵티컬 프로젝션 시스템, 4채널 스크린, 스피커, 의자, 2015(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 서울)
Maze Composition(메이즈 컴포지션), 6×4×4m, 옵티컬 프로젝션 시스템, 4채널 스크린, 스피커, 의자, 2015(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 서울)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대표 작업/전시는 2019년 작업 <휴식동굴>이다. 서울에서 전시 형태로 진행한 첫 작업이었고, 많은 일반 관람객과 만나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전시는 공연보다 전시 활동이 많아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대인은 디지털 데이터가 떠다니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환경으로 인식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꺼지거나 온라인과 접속이 끊어진 채 자연으로 돌아갈 때,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부자연스러운 상태에 놓인다. 디지털 세계에 둘러싸여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에게 ‘쉼’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가 아닌 다른 세계, ‘그곳’에 존재할 것이라는 환상과 맞닿아 있다.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완벽한 ‘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갈구하는 것이다. 이제는 더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0과 1의 디지털 세계를 기꺼이 자연의 구성 요소로 받아들인다면 도시에서도 ‘쉼’을 발견할 수 있고 디지털 기기로 인해 디지털 세상 속에서 정처 없이 부유하는 현대인에 걸맞은 ‘쉼’이 완성될 수 있다. <휴식동굴>은 데이터화되어 존재하는 디지털 유목민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모호해지는 디지털 공간에서 ‘쉼’과 함께 우리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위한 전시였다. 나의 작업을 표현하는 단어는 구분을 짓지 못하는 ‘모호함, 혼재’ 이다.

休息洞窟(휴식동굴), 6분 1초, 가변크기, 아크릴릭 큐브, LED 라이트, 무빙 헤드 레이저, 윈치 시스템, 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선생님들, 선후배를 포함한 동료들에게서 작업 영향을 받아오고 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꼭 같은 분야가 아니더라도 내 주위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영향을 준다.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이나 그들과 작품을 만들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 영감을 받는 편이다. 한 예로 원래는 컴퓨터와 빔프로젝터를 이용한 오디오 비주얼 작업을 주로 하다가 2017년에 입주한 경기 창작 센터작가들의 영향으로 오브제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현재의 작품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또한 작업의 원동력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이고, 작품의 실재적인 영감은 전시나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실재 공간에서 얻는다.

Another space on the wall, 4분 10초, 빔프로젝터, 무빙 헤드 레이저, 2019(문화비축기지 T6, 서울)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작업의 의미는 상상과 고민했던 것들을 실현하는 자체에 있다. 결과의 좋고 나쁨보다 생각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실험이 더 의미가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들이 결과물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나는 나의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이 내가 만든 세계 속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감상하길 바란다.

동굴에서 빛을 만지다, 가변크기, 무빙 헤드 레이저, 아크릴릭 큐브, 윈치, 키넥트 센서, 2019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독특한 장소에서 그 공간과 나의 작업이 하나의 퍼포먼스로 온전히 결합되는 작품들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지금처럼 오랫동안 꾸준히 다양한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예술가로서 목표이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통해 느낀 감각의 기억들이 잊히지 않는 작업을 제작하고, 그런 작업을 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은하수 빛으로 병기를 씻다, 7분 3초, 가변크기, 무빙 헤드 레이저, 빔프로젝터, 투명 아크릴릭 큐브,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jehoyun.com




지박 JI Park

지박은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과정에서 현대음악을, 홍익대학교에서 영상디자인을 전공하였다. 클래식을 전공한 후 프리재즈에 매료되었고, 어떤 한 장르에 국한되기보다는 자신만의 필터를 거친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Ji Park Contemporary Series)>를 통해 다원예술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2014년부터 한국과 유럽, 미국을 오가며 해외 아티스트들과 작업 및 공연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대무용 음악감독에서부터 영화음악 작곡가, 즉흥 연주자로 전방위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DMZ, 60분, 퍼포먼스,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주로 어떤 사건 혹은 경험의 단상을 기억하고 응축하여 음악작업 혹은 작곡으로 표현한다. 음악이 주가 된 공연보다는 비디오아트 혹은 현대무용, 라이브 페인팅 등 다른 장르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흥미롭게 생각한다. 지난 7년 동안 17개의 다원예술 작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4년 프랑스 유학 이후, 판소리와 첼로, 비디오아트 등과의 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나현 안무가가 만든 ‘유빈댄스’ 의 현대무용 음악감독을 맡아 사운드 디자인 및 작곡가로 활동하였다. 또한. 2015년 뉴욕 OMI International Arts Center 레지던시 아티스트로 선정된 이후에는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나는 음악 작곡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머릿속에 곡 전체의 흐름과 구성에 대한 스케치를 그려두고 확정 지어놓는다. 곡에서 어떤 악기를 사용할 것인지를 정할 때 어떤 연주자를 섭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시작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연주자의 장점을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 곡을 쓰려고 신경 쓰는 편이다.
곡의 편곡과 솔로 파트 등의 큰 그림을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다 고민하여 정하여 작업한다. 비디오아트 영상을 직접 만들 경우에 한 테마 혹은 패턴의 베리에이션으로 곡의 기승전결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내 작업을 함축하여 표현 할 수 있는 핵심개념은 ‘시계추 이론’이다. 끝과 끝은 통하고 거식증인 사람이 오히려 비만이 될 확률이 높듯, 양극단은 오히려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개념을 매우 많은 실생활에서 대입하여 생각하고 분석하는 편인 것 같다. 음악적으로도 양극단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지만, 이 두 끝은 결국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백남준에 관한 스트링퀄텟 음악 작곡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음악 작업은 완전한 현대음악의 기법으로써, 대중적이진 않지만, 스스로 음악에 대해 자유롭게 연구하고 작곡할 예정이다.

<DMZ>앨범 커버_ 2019(실황연주 레코딩 발매)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대표 작업으로는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17 – DMZ>(2019)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작업은 2018년 독일에 해외투어를 하러 갔을 때, 베를린 마주한 것에서 시작한다. 베를린 장벽을 실제로 보았을 때, 나는 큰 파도가 휘몰아치는 감정을 느꼈다. 그 순간 나는 한국에 돌아가 비무장지대(DMZ)에 직접 가보고, 더 알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 시기에 우연히 영상작가 이지송에게 국제 시각 예술가 그룹 Nine Dragon Heads & Shuroop과 함께 “DMZ 무경계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받았고, 이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DMZ 무경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50여 명의 국내외 시각 예술가들이 종일 DMZ 일대를 탐색하며 리서치하기도 하고, 서로의 퍼포먼스를 본 뒤 생각을 나누는 등 며칠 동안 밤을 지새우기도 하였다. 이때 매일 다른 국내외 작가들의 퍼포먼스를 보며, 때로는 붕 떠오르는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는데, 이러한 여러 복합적인 감정의 경험은 DMZ를 다각적으로 보고 또 느낄 수 있던 기회가 되었다.
나는 여기서 스트링퀄텟, 피아노, 모듈러신스&사운드디자인+비디오아트 구성의 음악으로 공연하고 음반을 발매하였다. 나의 세대가 느끼는 DMZ에 대한 단상에 대해 리서치하고 고민한 이 작업은 앞으로 더 발전시켜보고 싶은 프로젝트이기에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하다.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17 DMZ>, 60분, 퍼포먼스, 인천아트플랫폼, 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가들을 나열해보면 코닐리우스 카듀(Cornelius Cardew), 안소니 콜맨(Anthony Coleman),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에그베르토 지스몬티(Egberto Gismonti),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이다.

2019 IAP 콜라보 스테이지 VOL.5 COR3A, 지박, 인천아트플랫폼, 2019

나는 주로 영감을 받기 전에 머릿속을 정리하러 탁 트인 바다에 가서 바다 냄새 맡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입주를 계기로 바다 앞으로 이사 왔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또한 평소에 아주 현대적인 작품들을 접할 때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느낌을 받는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무용이든, 새로운 필터와 작품을 발견했을 때 가장 행복하고 거기에서 받는 영감이 가장 크다.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에게 작업은 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고, 더불어 작업을 통해 관객들에게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나의 작업 방식이나 예술에 접근하는 방법은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 그저 일상 속에서 찾고 많이 느끼려고 노력할 뿐이다.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특별하게 전환할 있다면, 그것은 작품으로 발전될 수 있는 씨앗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 생각의 시점에서 모든 것은 시작된다. 내가 의도한 주제 의식은 있지만, 음악과 공연이 만들어지고 그 시간, 공간에서 예술이 지나가 버리면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나조차도 어떤 예술가의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때 그 예술가로부터 반드시 전달받은 부분은 없다. 그때 당시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HIdden Dimension>, 음악감독 및 작곡,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2019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올해 현대음악, 얼터너티브, 현대무용 음악,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장르 그리고 각기 다른 멤버들과의 협업 및 작곡 프로젝트로 음반 5개를 발매할 예정이다.
음악가는 음악으로써 가장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향후 3~4년 동안 음반 작업을 많이 진행할 예정이다. 나는 대중음악부터 실험 음악까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예술적 구분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시대 예술에 대한 공연이나 음악을 만들 때 관객과 나 사이에 어떤 ‘선’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가끔 그 선으로 인해 지칠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지점이 변화하는 시작점에 대한 고민과 기대가 되기도 한다. 국내의 관객분들이 동시대 음악이나 미술, 무용을 더 많이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시기를 꿈꿔본다. 예술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나도 앞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새로운 필터로 완성도를 높이는 작가, 작곡가, 공연 기획자로 기억되고 싶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