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감상교육 ‘꿈꾸라’>
꿈꾸라! 여러분이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5월 26일 화창한 어느 날, 송도 트라이보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문화예술 감상교육’이라는 단어에 이끌렸다. ‘꿈꾸라’ 프로그램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 감상교육’ 운영사업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 학생들이 문화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에게 정해진 수업 이외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의미 있고 뜻깊은 시간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학습뿐만 아니라 스펙이 중요해진 요즘에는 아이들이 예술을 ‘감상’하기보다는 ‘학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예술’이란 맛있게 감상하는 것이고, 자신의 감상을 표현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그 취지에 들어맞는 교육이 바로 ‘꿈꾸라’이다.
즐겁게 배우고 즐겁게 표현하기
‘꿈꾸라’는 OT, 사전 이론 교육, 공연 감상, 갈라쇼 수업 강좌가 연이어서 열릴 예정이다.(5/19,5/26,5/30,6/2)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번 교육은 트라이보울 공연장의 특성을 살려서 ‘공연예술’을 주제로 다룬다.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였고 뮤지컬 배우이자 공연 연출가로 활동한 강사 두 분은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듯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나 어른이나 처음 만난 사람과 낯을 가리고 어색해하는 것은 똑같다. 즐거운 게임을 하면서 서로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거리는 차츰 가까워졌다. 본 수업에서는 예술을 즐기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편한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실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과 정해진 규칙은 없다. 본인이 느끼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누가,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작품의 기본배경을 알게 되면 풍부한 감상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테이크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먹기 좋게 썰어서 적절하게 굽고 좋아하는 소스에 곁들이면 더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지 않을까?
첫 번째 시간 – 나만의 그림 악보 만들기!
‘윌리엄 볼컴(Bolcom, William)’ 작곡가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은 아이들에게 과제가 주어졌다. 모두가 함께 볼컴의 곡을 듣고, 느낀 점을 그리는 작업이었다. 곡의 원제목과 상관없이 각자의 느낌을 바탕으로 만든 그림 악보에 제목을 스스로 짓고 표현하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앞서 말했던 ‘자유롭게’ 감상하고 표현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셈이다. 다양한 색채 도구를 가지고 흰색 도화지에 색을 입히는 과정은 간단해 보이지만 어떻게 첫 시작을 할지 망설이는 수강생도 있었다. 그런데도 선생님의 격려와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만의 그림 악보를 만들었다. 선생님의 피드백이 오가면서 아이들은 더욱 자신 있게 표현하는 듯했다.
생각을 말하고 표현하는 것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일상에서 예술을 접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감상하고 나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어떤 주제를 명확히 던져주기보다는 마음껏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보라고 했을 때 굉장히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했던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느낌에 확신하고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아이들의 표현력과 상상력은 놀랍도록 커졌다.
두 번째 시간–OST가 뭘까?
흔히 듣는 단어지만, OST가 정확히 무슨 뜻을 지니는지 아는 사람은 적을 수 있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riginal sound track)을 뜻하는 OST는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을 의미한다. 한참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던 ‘태양의 후예’나 ‘도깨비’,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신나게 열창했던 ‘겨울왕국’ 배경음악을 들으면서 OST의 정의에 관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경음악에 따라 영상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것을 느껴보고 영상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았다.
사실 공연과 영상에서 음악은 굉장히 중요한 일부분이다. 음악 감독이 괜히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은 연출의 정점을 찍기도 하며 장면의 감정선을 최고로 고조시키는 것에 일조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어떤 영화의 OST를 듣게 될 때 영화의 장면이 연상되고 감정이 전달되는 것은 음악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OST의 중요성을 아이들과 충분히 인지하고, 무작위로 선택된 OST에 어울리는 상황극을 펼치는 활동이 이어졌다. 어른들도 어렵게 느꼈을 과제를 아이들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염려했지만 이내 그 걱정이 무색해졌다. 처음에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면서 직접 연기를 선보였다. 서로 포용하고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표현력도 과감해지고 풍부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즐기기
과거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살아가는 데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의식주’가 열악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먹고 사는 데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삶이 점차 풍요로워지면서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가치를 추구했다. 사실 예술은 살아가는데 필수요소는 아니다. 누군가는 예술이 사치이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술’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누군가 만들어낸 창작품을 오감으로 느끼고, 그 안에서 전달된 함축된 메시지를 공감하는 과정은 ‘행복’의 문턱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진정한 행복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길 기대해본다. 이번 공연예술 수업이 끝나면 ‘꿈꾸라’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예술문화 감상 교육이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의 온전한 성장을 다지기 위해 문화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글/사진 문화통신 3.0 시민기자단 이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