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있는 저녁 – 자유부인을 만나다
한국근대문학관 <한국 현대문학 명작 특강>
지난 4월 20일 목요일 저녁,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H동 2층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 날은 한국근대문학관의 <한국 현대문학 명작 특강>이 시작되는 첫 날로,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 70여 명이 강연을 찾았다. <한국 현대문학 명작 특강>은 2014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진행하며 매 회마다 수강인원을 훌쩍 뛰어넘는 인원이 강연을 신청해 대기번호를 받아야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진행을 맡은 함태영 학예연구사는 강연에 앞서 ‘인천에서 진행하는 강연은 왠지 모르게 서울보다 수준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근대문학관의 특강은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분들을 엄선하여 시민들이 좋은 강의를 접하고 문학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총 8회로 구성된 특강은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작품 하나씩을 선정해 소개한다. 작품을 미리 읽어오면 더욱 좋지만, 그렇지 않고도 충분히 강의를 따라올 수 있도록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강의를 진행한다. 첫 번째 시간은 1950년대에 큰 인기를 얻었던 정비석의 <자유부인>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으로, 한양대 김현주 교수의 강연으로 진행되었다.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1954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된 작품으로, 연재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초 150회로 계획되었던 연재가 200회로 연장되었다는 것으로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유추할 수 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TV 드라마 ‘아내의 유혹’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대중문학이라는 인식이 강해 한동안 학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 받았지만, 50년대의 사회, 문화상을 그대로 보여주며 사람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이날 강의를 맡은 김현주 교수는 묻혀있던 정비석의 소설들을 학계와 독자에게 소개하기 위해 유족들을 설득하여 몇 해 전 책으로 발간했다.
작품은 1950년대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자유와 부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려는 움직임이 생기던 시기였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온 남성들이 잃어버린 일자리와 사회적 지위를 되찾으려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생겨났다. 또한 사랑에 대한 규범이 느슨해지면서 다양한 욕구가 공적 담론화 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통속 연애소설, 대중소설로만 보일 수 있지만, 당시의 윤리관, 사회문화적 풍토 등을 예리하게 묘파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부와 자유에 대한 당대 여성들의 욕망, 그리고 윤리적 잣대를 내세우며 여성들의 욕망을 억누르려는 남성들의 심리, 그러면서도 역시 타락한 욕망을 쫓는 당대 남성과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모순까지. 작품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처럼, 당대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조명했다.
<자유부인>이 쓰였을 당시를 기억하는 할아버지부터 <자유부인>과 같은 해에 태어난 참여자, 그리고 그 시절을 역사로만 접했던 청년들까지, <한국 현대문학 명작 특강>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이 모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70대의 한 참여자는 당대 거리의 모습에 대한 회상을 들려주며 작품을 더욱 생생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젊은 참여자는 강사가 소개한 당대의 유행가를 스마트폰으로 틀어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강연은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으로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한국 현대문학 명작 특강>은 오는 6월 29일까지 진행되며 황석영, 박완서, 한강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한국근대문학관은 올해 거점문학관으로 선정되어 인천, 서울, 경기 지역의 문학관을 지원하며 더욱 폭 넓은 사업을 진행한다. 또한 ‘개항문화플랫폼’의 일환으로 조성되는 ‘북플랫폼’으로 재편성되어 시민들이 문학을 더욱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진으로 만나는 현장’을 통해 그날의 모습 소개를 대신합니다. ( 이미지 보러가기▶ )
글/ 김진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