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 〈새며들다〉

연수구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 <새며들다>

한예솔(연수문화재단)

연초 야외공연을 계획하며 기상청 장마예보를 들여다보았다. 2020년 장마는 28.5일1) 동안 지속되었다. 장마를 피해 공연을 계획했지만, ‘역대 최장기간’ 장마로 곤혹을 치렀다. 2021년 야외공연은 39년 만에 온 7월 지각 장마를2) 피해 6월 초까지 ‘휘몰아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예상치 못한 장마는 ‘변수’로 찾아와 야외공연 일정 소화에 어려움을 주었다. 이렇게 ‘기후변화’는 어느덧 우리 일상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연수구는 갯벌을 메워 일궈낸 도시로 국제대학·국제기구가 위치한 신도심 ‘송도’와 고려인이 사는 원도심 ‘함박마을’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연수구의 생태 환경과 국제도시 특성은 국제교류 사업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지점으로 꼽혔다. <국제기구 협력사업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이하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는 ‘문화적 가치 확산을 통해 생태자원과 도시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동행도시 조성’을 목표로 ‘지속가능한 국제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청사진을 그렸다.

연수문화재단은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국제기구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파트너십(이하 EAAFP)과 교류를 시작했다. EAAFP는 송도동 G-Tower에 소재한 단체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전반의 이동성 물새와 그 서식지를 보존하기 위해 2006년 11월에 설립됐다. 현재 35개국의 파트너로 확장할 만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수문화재단과 EAAFP는 지난해 12월 <연수문화재단-EAAFP 역량 강화 세미나>를 시작으로 교류 협력을 본격화했다. 올해 3월엔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었고, 문화예술을 통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상의 이동성 물새와 서식지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동행을 진행 중이다.

연수문화재단-EAAFP 역량 강화 세미나와 업무협약식 ⓒ연수문화재단

재단이 이같이 연수구의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명료하다. 연수구 내 환경과 개발을 둘러싼 상충된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생태자원의 서식지였던 바다를 메워 만든 거주지인 연수구에서의 환경은 늘 ‘뜨거운 감자’로 여겨졌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노선(이하 수도권 제2순환도로) 구축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구축 계획에 따르면, 이 도로는 람사르 습지인 송도갯벌을 관통한다. 환경단체는 서식지 파괴 및 조류 충돌로 인한 개체 수 감소를 우려해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수도권 제2순환도로의 ‘전략 환경영향평가’ 결과 대안으로 제시된 해저터널, 우회 노선 등은 경제성 저하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3)

그래서 연수문화재단과 EAAFP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다양한 사실을 나열하는 것보다 때론 한 장의 사진, 하나의 음악이 세상을 바꿀 때가 있다. 이러한 일들이 현재 연수구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가치를 통해 ‘철새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일이 그래서 더 무겁게 여겨진다. EAAFP와의 협력을 통한 철새보호는 단순히 환경보호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연수구가 바다와 갯벌을 품고 있고 국제여객터미널이 위치한 명실공히 ‘국제 해양도시’이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해양문화자원 자체가 도시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송도 갯벌의 생태자원은 문화적 가치도 높아 관광 산업적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철새 서식지를 알리는 일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 〈새며들다〉 ‘에피소드 1. 철새 새며들다’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ufGpEd_vwwg)

재단은 현재 EAAFP와 철새와 서식지의 문화적 가치를 활용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며들다> 영상 제작에 한창이다. 연수구에 찾아오는 철새의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이에 대한 지식 정보를 소개한다. 철새를 보존하기 위한 시민과 예술가의 활동을 공유함으로써 철새와 그들의 서식지가 갖는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되돌아본다. 영상은 △철새 △습지 △송도갯벌의 기록 △시각예술가 △음악가 등의 활동을 담은 6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국문과 영문으로 제작돼 지난 5월 첫 영상을 시작으로 10월까지 매월 말 △연수문화재단 △EAAFP △인천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Ⅰ. <철새에 새며들다>

첫 영상인 <철새에 새며들다>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제작됐다. 새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도록 영상을 기획했다. 세계 멸종위기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등의 소중함을 다시금 짚을 수 있는 계기를 전달코자 했다.

탐조(探照)를 위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멸종위기의 새들을 도심 속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은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연수구만의 매력이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새들이 더는 소중하지 않은 것일까.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와 불법 낚시꾼들로 인해 새들은 힘든 생존을 이어가고 있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Dean Ingwesen ⓒCraig Brelsford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철새모니터링팀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 <새며들다> ‘에피소드 1. 철새 새며들다’ 영상 속 사진

Ⅱ. <음악에 새며들다>
새소리는 오랫동안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유년 시절 피아노 소곡집에서 연주해봤던 <뻐꾸기 왈츠>의 작곡가 요나손은 ‘솔-미’(장3도)로 뻐꾸기의 소리를 표현했다. 또한,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17번의 주선율은 찌르레기 새소리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한다.4)

새와 예술은 고전시대의 작곡가에게만 영감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인천에도 자연과 새를 사랑하는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이 있다. 전유동은 스스로를 “너무 가까이 있어 돌보지 못하는 우리의 감정과 자연의 이야기를 노래합니다.”라고 표현했다.5) 2020년 발매한 전유동의 1집 <관찰자로서의 숲>은 동식물을 소재로 한 자연주의 앨범이다.6) <관찰자로서의 숲>에서는 참새, 이끼, 뻐꾸기, 딱정벌레, 따오기가 등장한다. 이 앨범의 수록곡인 ‘참새는 귀여워’는 인천대공원에서 참새들과 함께 녹음을 한 곡이라고 한다.

10월에 소개되는 <음악에 새며들다>는 새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는 인천 예술가 전유동과 호주 예술가 Bowerbird Collective의 활동 소개와 두 예술가의 새를 주제로 한 음악적 교류를 담고자 계획하고 있다. 이 두 예술가의 활동을 통해 우리 동네에 있는 새의 가치를 알리고, 이들의 보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주고자 한다.

* * *

철새와 음악 주제 외에도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송도갯벌을 기록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연수구 송도 기록에 새며들다>, 멸종 위기의 새들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소개하기 위해 캐릭터화해 동화책과 굿즈 등을 제작하는 <시각예술에 새며들다>가 소개될 예정이다. <새며들다> 영상을 통해 거리를 거닐다 영상에서 보았던 멸종위기 새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연수구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길 바라본다.

참고

1) 기상자료개방포털, 「기후통계분석-장마」
(https://data.kma.go.kr/climate/rainySeason/selectRainySeasonList.do)

2) 서동균 , 「이번 주말 제주부터 지각 장마…39년 만에 7월 장마」, 2021.06.28.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372046&plink=ORI&cooper=NAVER)

3) 정창교,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구간 영향평가 원안논란」, 국민일보, 2021.06.16.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448238?sid=102)

4) 「음악 속의 새소리」, 네이버 지식백과 (2015)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9915&cid=59001&categoryId=59006)

5) 전유동 공식홈페이지
(https://wjsdbehd1030.wixsite.com/cloudsongs)

6) 네이버 <온스테이지2.0>, 네이버블로그
(https://blog.naver.com/onstage0808/222156016058)

한예솔(韓예솔, Yesol Han)

연수문화재단 문화사업팀에서 야외 공원으로 찾아가는 토요문화마당 공연사업과 국제교류사업 생태문화예술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소규모 민간 생활문화공간의 역할과 협력방안: 인천시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조성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소규모 민간 생활문화공간의 역할과 협력방안인천시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조성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임승관(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

생활문화 공동체가 활성화하고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거점인 생활문화공간이 매우 중요하다. 생활문화공간은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치며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낯선 사람으로 만났지만 같은 취미를 즐기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친밀감을 느낀다. 반복해서 만나고 함께 경험하는 활동은 공유하는 기억이 많아지면서 상대방을 더 깊게 이해하는 근거가 되어 쌓인다.
직장인, 상인, 주부 등 다양한 개인이 선택한 이 작은 모험은 공간을 매개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든다. 구성원들에게 받는 환대와 지지, 소소한 공감과 교감은 심리적 안정감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활문화공간은 자생적인 많은 공동체가 안정적인 성장을 하는데 중요한 물적 조건이자 상징이다.

2019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 우공책방의 <우공의 시 읽기와 나무공예>(사진: 우공책방)

인천시가 시행하는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조성 지원사업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생활문화공간이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게 돕는 사업이다. 지원 대상이 사적인 공간이지만 생활권 안에서 공동체 활동을 하며 사회적 자본을 키우는 긍정적인 효과를 공적인 역할로 보는 것이다. 다른 지원사업과의 차이점은 사업 기간 중 운영 컨설팅과 함께 좀 더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공간 지원을 위해 매니저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매니저는 동네 곳곳에 자생하는 꽃들로 날아가 수정을 돕는 벌처럼 개별 공간 운영자들과 만나고 애로사항 해결을 돕는다. 매년 신규 공간과 누적 공간이 늘면서 공간들 사이의 정보교류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위한 매니저의 양적 증가와 질적 향상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자발적인 생활문화공간 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일어나는 것은 어렵지만 한 가지의 제도 변화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위원들의 심사로 지원공간을 결정하는 기존 선정 방식의 변화이다. 지금까지 시 정부가 지원공고를 발표하면 지역에 많은 생활문화공간들은 개별적으로 지원신청서를 작성하고 제출했다. 그리고 전문 심사 위원들이 모여 지원서를 근거로 지원 선정과 탈락을 정하고 예산도 조정해서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그 유명한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난다. 여기서 공유지는 지원 예산이다. 서로 자율적으로 협력할 수 없는 조건에서 공유지가 필요한 공간들이 갖는 합리적인 이기심이 비극의 발단이다. 한정된 예산에 대한 혜택이 제로-섬(zero_sum) 게임이라면 공간들은 자신이 터득한 노하우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다른 공간과 공유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공간들 사이의 정보교류나 협력 동기는 사라진다.

2020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 카페 아비앙또에서 진행한 공연 <인디 아지트>(사진: 부평구문화재단 시민기자단 5기 유영호)

행동 경제학에서는 타자에 대한 이타적인 협력 동기를 일으키는 환경이 있다고 한다. 먼저 장기간 반복적으로 만나는 관계여야 한다. 한 번 보고 안 볼 사이라면 굳이 잘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자주 보는 관계라도 나에게 이익이나 불이익과 같은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면 굳이 내가 손해를 감수하는 이타적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기존 공모제도의 선정 방식으로는 공간 사이의 정보교류나 협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를 참여형이나 협력 방식으로 바꾸면 환경은 달라진다. 새로운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심사위원 제도는 유지하되 비율을 줄여가고 공모 신청자 즉, 공유지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이 그 나머지 평가에 참여하는 것이다. 물론 공정성과 담합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투표 기법들이 있어 깊이 우려할 필요는 없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면 이타적인 협력 동기가 생긴다. 지역사회에서 장기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참여형 지원공모 제도가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올해 인천시 생활문화공간 지원은 오아시스를 포함해 유휴공간사업 등으로 관계망을 확장한다. ‘권역별 대표자회의’를 격월로 진행해 정기적인 만남을 진행한다. 개별 공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신뢰가 깊어질 것이다. 서로 지원할 수 있는 공간이나 장비, 프로그램을 교류하여 각 공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지출 예산을 외부 업체가 아닌 지역 내부로 순환할 수 있다.
두 개나 세 개 구로 묶은 ‘권역별 대표자회’의 소통과 공유는 매니저들의 회의를 통해 연결되고 의견을 공유할 것이다. 또 1차 대표자 회의에서 나온 의제들은 각 공간 구성원들과 다시 공유하여 그 결과를 다음 대표자회의에 전달한다. 각 공간의 최대한 많은 구성원이 협동과 연대라는 소속감을 느끼기 위한 틀이다. 눈에 보이는 꽃과 열매는 사실은 흙 속에서 박테리아로 서로 연결된 거대하고 촘촘한 네트워크의 결과인 것과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새롭고 다양한 생각을 하는 충분한 기회를 가졌다. 특히 생활문화공간 운영자나 그 공간에서 활동하는 많은 동아리가 그랬다. 잘 나가던 공간들도 위기를 맞이하며 그동안 무관심했던 연대와 협력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정부 공간 지원금을 이기적인 욕망이 아닌 우리의 ‘공유지’로 볼 수 있는 가능성도 떠올랐다. 모든 공간이 성공해야 나에게도 이익이라는 생각과 지속할 수 있는 교류와 협동에 대한 각성은 교육이나 호소로 실현하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로 형성된 비대면 시기는 새롭게 제도를 바꾸고 그 의미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임승관(林承寬, SoungKwan Lim)

1998년부터 젊은 문화 활동가들과 인천에서 시민문화활동을 시작하였다. 2005년 회원 중심 시민문화운동인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 운영 경험으로 다양한 생활문화공동체 컨설턴트와 대학에서 강의 중이다.




소규모 민간문화공간과 공공의 협력지대, 동네방네 아지트로 오세요!

소규모 민간문화공간과 공공의 협력지대,
동네방네 아지트로 오세요!

손동혁(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은 안정적인 활동 공간을 찾는 동아리와 주민과 함께하기 위해 고민하는 민간문화공간들의 접점을 모색하는 한편, 동네의 일상 공간을 생활문화의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할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즉, 지역 곳곳의 다양한 공간들이 생활문화를 함께 즐기고, 향유하고, 만드는 아지트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은 2014년 5월 26일에 제정된 「인천광역시 생활문화 진흥 조례」에 근거하여 공간과 주민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주민을 지원하되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활동 거점과 상호 간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초기에는 공간활용지원금과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동아리의 참여를 조건으로 동아리 구성원,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 예산을 지원하였고, 현재는 공간활용지원금과 공간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신청서류 작성을 지양하고 ‘공간활용지원금’이라는 예산항목을 신설하여, 공간에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프로그램 진행 시 유연하게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었다. 정산을 하더라도 ‘공간활용지원금’의 경우 모임 횟수만 확인된다면 세부 내역을 제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공간 운영자는 공간 활용에 부담을 덜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훨씬 편안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년도 2017 2018 2019 2020 2021 합계
지원 공간 수 20 20 18 20 20 98
[표]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 선정 현황(2017년~2021년)

이 사업은 2017년 4월에 첫 공모를 진행했고, 59곳이 신청했다. 첫 해에 20곳이 선정되었고, 2021년까지 총 98곳이 선정되었다.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은 지역에서 나름대로 문화예술 기획과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사적 공간이라는 한계 때문에 공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공간들과 네트워크를 맺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공간 운영자들에게 고무적인 사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인천문화재단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공공기관의 지원 시스템을 경험하는 한편, 포털 사이트나 지역 언론 등에 노출 횟수가 많아진 것도 공간 대표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하지만 재단과의 관계 형성보다 더 중요한 지점은 바로 동료와의 만남이다. 가까운 지역 내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공간을 운영하느라 바빠 서로의 공간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대표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었고, 실제 모임에서도 그동안 쌓아왔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20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 참여 공간 (사진: 인천문화재단)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지는 주민들의 활동은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루어지며, 동네방네 아지트의 공간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공공기관이나 시설을 이용할 때와는 다른 태도를 갖게 된다. 상황에 따라 유료로 대관해 정해진 시간 동안 사용하고, 흔적을 깨끗이 치우고 나오는 ‘공공 예의’가 요구되는 ‘공공적’ 성격의 생활문화센터와 다르게 같은 모임을 진행하더라도 동네방네 아지트 공간에서는 ‘손님’과 ‘참여자’의 자격으로 공간에 대한 공동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단골’이었던 손님도, ‘단골’이 아니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자가 되어 ‘단골’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도 공간과 공간 대표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은 동네 곳곳에 이미 자리 잡고 있으며, 접근성이 높은 민간문화공간을 거점으로, 취향 공동체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시민들의 생활문화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생활문화의 특성상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의 일상 공간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공적 재원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신규 공간을 조성하기보다 기존의 민간문화공간과 공간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책적 측면의 효과가 기대된다. 그리고 예술가와 주민이 자연스럽게 민간문화공간들을 통해 만나고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아지트 지원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더욱 다양한 생활문화활동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인천에서 더욱 활발한 생활문화활동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활동의 거점이 될 만한 민간공간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한편, 공간과 동아리를 잇는 네트워크와 정보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에 사람들의 활동이 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 내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문화공간 정책 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생활문화센터를 신규로 짓는 것도 좋지만, 이미 곳곳에서 생활문화센터의 역할을 하는 작은 민간공간들과 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은 행정적인 이유로 지원사업의 형식이더라도 그 내용은 파트너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손동혁(孫東赫, Donghyeok Son)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장. 문화예술 기획, 지역문화 정책, 공동체 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2012년부터 인천문화재단에 재직 중이다.




인천 서구의 문화력을 높여 주는 민간문화공간과 공공의 협력방안

인천 서구의 문화력을 높여 주는
민간문화공간과 공공의 협력방안

박주영(인천서구문화재단), 장은주(청년협동조합 W42)

인천광역시 서구의 인구수는 55만으로 인천 10개 군·구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서구는 검단신도시와 루원시티의 개발로 10년 뒤에는 인구수 100만 명 돌파가 예상되는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청년기의 도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의 성장으로 인해 계속해서 늘어나는 거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현대의 도시에서는 산업시설, 교통, 전기 및 상하수도와 같은 기반시설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충족된 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문화 향유 체계라는 측면에서 지역자치단체는 주민들의 삶 가까운 곳에서 불편함 없이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삶의 질과 정주 의식을 높이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구는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인구수 100만의 거대도시가 될 것이다. 그 전에, 문화 접근성이 일상생활에서 가까운 물리적 접근성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심리적 접근성까지 고려한 문화 향유 방향이 제공된다면, 100만 명의 구민들과 지역 예술인 및 활동가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1. 인천 서구의 민간공간 지원사업 현황과 진행 방향서구는 2018년부터 소규모 민간문화공간과의 협력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서구청은 관내 문화 공간을 대상으로 ‘문화충전소’를 지정하고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문화충전소는 민간 및 공공의 문화 공간과 유휴공간을 지역주민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이 거주지에서 쉽게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을 뜻한다. 2022년까지 100개의 문화충전소를 지정하고, 이를 통해 주민 누구나 집 근처에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여 지역주민의 문화 욕구 충족 및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2019 생활문화포럼 (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인천서구문화재단에서도 민간문화공간과의 협력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2019년 생활문화포럼>을 개최하여 인천지역 문화 공간 운영자들로부터 공간지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중구, 서구, 계양구에서 활동하는 문화 공간 운영자들의 의견을 정리하자면, ‘민간문화공간을 위한 지원사업은 기존에도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공간 운영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주는 사업은 없다.’, ‘공간을 지속해서 운영하는 데에 대한 지원사업이 아니라,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사와 프로젝트에 대한 단위 지원사업뿐이다.’, ‘공간 운영에는 많은 비용이 필요한데, 해당 예산으로는 이러한 비용을 집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등 당시 추진되고 있는 지원사업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공간 중 상당수는 임대료 등과 같이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 경제위기가 도래하면서 많은 민간문화공간이 휴업 및 폐업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문화공간을 지속 가능한 문화 공간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이 win-win 하는 방안 제시가 필요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서구문화재단은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여 2020년도부터 민간문화공간 지원을 위한 <공간거점 주민 문화 활동 지원> 사업을 기획하여 추진 중이다. <공간거점 주민 문화 활동 지원> 사업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사와 프로젝트 등 단위 사업을 지원하는 기존 지원사업과 다르게 지원 주체를 생활문화동아리로 변경하여 주민 주체의 동아리가 직접 민간문화공간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정당한 공간사용료를 지급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또한, 공간운영자를 강사로 초빙할 경우, 강의료 지급을 할 수 없었던 부분도 공간운영자에게 강의료를 예산으로 책정하여 집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20 공간거점 주민문화활동지원 사업 (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본 사업을 처음 기획한 담당자는 ‘문화 공간에 대한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공간운영자에게 사업이라는 짐을 지워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기획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담당자의 고민으로 시작하게 된 사업 방향이 생활문화 포럼에서 공간운영자들이 문제로 제기하였던 공간 운영에 대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존 지원사업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실제 민간 문화 공간 운영자들은 본인의 생업을 위해 공간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원리로 작동하는 상업과 공공의 협력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재단은 공공의 위치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민간에 대해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항상 고민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민간이 주도적으로 문화를 이끌어 가는 데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단은 민간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야 하며, 공간들이 계속 존재할 수 있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여 주민들의 문화 활동을 안정적으로 펼칠 수 있는 장으로 만드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인천 서구는 현재 문화도시가 되기 위한 예비단계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서구가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규모 민간공간과의 동반자적 협력관계는 필수적이다. 문화도시 사업은 주민의 삶 속에 깊게 파고들어서 실행되어야 하며, 주민이 일상 속에서 문화 활동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민간문화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인천 서구에서는 민간문화공간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사업을 발전시키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해 낼 것이다. 물론, 그 사업의 기획들은 민간 공간운영자들의 현장의 소리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어서, 실제 가정동에서 문화 공간 ‘가정집’을 운영하고 있는 W42협동조합 장은주 대표가 바라본 지원과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2. 지속가능한 민간문화공간 운영을 위한 민관의 협력 방향 문화공간이란 주민의 일상과 일상에 필요한 요소들로 마을과 도시로 이어진다. 문화공간에서 기획하는 일상의 문화들은 우리를 이롭게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문화는 지역 내 구성원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생활양식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지역을 뛰어넘어 인간의 생활과 삶을 역사의 흐름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에서는 이런 흐름을 읽고, 사람과 터의 과거를 고려함과 동시에 지역재생을 위해 협업하는 민관연계 사업이 맞이해야 할 미래를 생각해보려 한다.

1) 지역재생을 위해 협업하는 민관연계 공동체사업의 관계 설정개발할 자원과 요소들이 충분했던 성장기의 도시에서 공공의 역할은 민간의 개발 속도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일이었다면, 민간의 개발 여건이 현저히 감소하며 다양성을 잃어가는 쇠퇴기의 도시에서 공공의 역할은 반대로 민간의 기획력과 자금력을 최대한 올려야 한다. 민간의 장점을 강조하고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이 현대 도시의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역할이다. 민간의 잠재력을 공공에 도입하는 것을 추진하기 위해서 과거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정 주도의 문화는 물론 원도심 문화재생 사업에도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공동체 공모사업이나 용역사업에도 같은 접근이 요구된다. 계약 전에 이미 진행해오던 문화공간의 공동체사업을 공공에서 소유권을 갖고 주도권을 움켜쥐며, 민간은 사업리스크만을 공유하는 모델은 민간과 공공의 성숙한 연결고리를 가져가지 못한다. 민간의 기획을 도입하기로 한 공공에서는 민간의 창의성을 인정하고, 처음 기획방향을 재편하거나 시나리오를 검열하는 행위를 이제는 내려놓아야 민간과 공공이 파트너십으로 지역재생을 위해 협업하는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민관이 함께 하는 공동체사업에서의 행정은 민간영역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공격적인 사업을 장려하기 위해 개입하려는 여지를 줄이는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이를 위해서는 공공성을 담보하는 민간 사업자 선정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고, 사업진행에 있어 성과지표를 같이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은 민간의 새로운 방식에 이해를 넓혀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의 절차나 제도가 민간의 창의성과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때 공공은 조력자의 역할을 취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민간의 특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가정에 살어리랏다 : 가정야행 가정동 마을파티
<가정집 거실라이브> 어린이날 청소년편 우리들의 취향공동체 모임
(사진: 청년협동조합 W42)

2) 주민이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주민주도형 사업을 위하여공공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의 참여를 강조한다. 공공사업에서 지역주민 참여의 목적과 지향점은 무엇일까? 지역 주민은 내가 사는 터의 특성과 삶에 대해 어떠한 전문가보다 잘 알고, 지역에 공공사업이 진행될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도 주민이다. 그렇기에 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학교, 직장, 친구 등 생활권으로 하는 주민들의 참여는 대부분 배제되고 있다. 경계나 차별 없는 문화 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 내에서만 소통을 하라는 행위는 해당 지역이 더욱 고립되고 원도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주민들은 마을과 도시를 장기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운영주체들이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공동체사업에 세수를 넣는 명분은 지역을 활성화해 공동체를 회복하게 하기 위함이다. 보통의 일 년 안에 마무리되는 공공사업에서는 해당 군/구에 거주하는 이들의 비율로 성과지표를 설정한다. 지역을 확장하여 같은 시/도 안에 있는 이들은 현재 거주하는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참여를 막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사업대상지를 한정해 참여하는 거주민이 이주한 이후에는 대안이 있는가?

공공사업에서 주민의 설정은 해당 군/구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사람만이 아닌 과거에도 미래에도 거주할 주민으로 해야 하고 이들의 참여도 보장해야 한다. 이들이 바로 지역과 지역문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고,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결정권도 가져야 할 것이다. 자리를 채우는 주민이 아닌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지고, 지역을 운영하는 주민이 마을에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진짜 주민주도형 사업을 해야 한다.
공동체사업과 도시재생사업에서는 이제 막 지역과 주민의 서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민간의 기획을 앞세운 일 년의 성과물이 아닌 10년, 100년 후에도 우리 마을의 공동체가 작동될 수 있도록 지역성을 확장한다는 개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와의 만남 프로젝트 추진 기본계획회의
대한민국, 미얀마 청년들 기획회의
(사진: 청년협동조합 W42)

민관연계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고정된 역할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공공의 역할이 자료를 검토하는 데 치중했다면, 민관연계 사업에서 공공의 역할은 사업의 주최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아주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공공과 민간이기에 디테일한 세부적인 문제가 사업 전반의 갈등과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 그렇기에 연구와 보고서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슈를 파악하고 현장에 밀착해서 활동하는 민간영역의 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현장과 같이 고민해야 한다.

보여주는 사업이 아닌 실효성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기 위해 공공의 고정적인 단어와 말투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에 직접 참여를 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들을 기록하여 향후 비슷한 사업을 진행할 공공과 민간에 이정표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런 기록들이 축적되어 현장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공공에 전달되고 민관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을 환히 비춰주길 기대해본다.

박주영(朴周英, Juyoung Park)

–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 문화예술기획 연계전공
– 인천서구문화재단 생활문화팀
– 공간거점 주민문화활동지원 사업 담당
– 구립예술단 운영사업 담당

장은주(張銀株, EunJu Jang)

– 청년협동조합 W42 이사장
– 인천도시재생플랫폼 공동대표
– 인천시 일자리위원회 위원
– UN HABITAT 제10회 세계도시포럼(WUF) 도시재생사례 발표




조금씩, 천천히, 신뢰를 쌓아 가는 동행: 연수문화재단 민간공간 협력사업 〈우리동네 문화등대〉

조금씩, 천천히, 신뢰를 쌓아 가는 동행
연수문화재단 민간공간 협력사업 <우리동네 문화등대>

송수미(연수문화재단)

작지만 의미 있는 동행을 하고 있는 연수문화재단의 민간공간 협력사업 <우리동네 문화등대>는 작년부터 추진 중인 문화체육관광부 제3차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계기로 기획되어, 지금까지 법정 문화도시 사업계획의 방향을 만들어가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공간지원 사업의 경우 보조금 사업이다 보니 선정공간들이 영수증 증빙 처리 등과 같은 과도한 행정업무에 치여 쉽사리 다음 지원사업에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공간운영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공모사업이 아닌 지역의 민간공간들과 파트너십에 기반한 협력사업 <우리동네 문화등대>를 기획하였다. 겉보기에는 어디에서든 할 거 같은 공간 지원사업으로 보이지만 심사를 통해 공간을 선정하지 않으며, 민간공간 운영자들과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함께 문화예술 사업을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공간운영자들은 사업계획서를 통해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정산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다. 온전히 본인의 공간을 열고 찾아와준 시민들과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사업을 기획할 당시 ‘협력사업은 꼭 필요한 것인가?’, ‘협력으로 인해 높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제는 협력이라는 단어를 프레임화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협력이란 것은 한쪽의 일방적 이익이나 희생이 아닌 동등하고 대등한 관계에서 비롯되기에 만약 <우리동네 문화등대> 사업에서 ‘민’과 ‘관’이 파트너십을 통해 공평한 역할분담과 상호 이익을 위한 전략적 맞춤 관계가 보장된다면 다른 어떠한 지원사업이나 공간 발굴사업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담당자는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지역을 돌아보고 지역민들에게 알음알음 소개받아가며 지역의 민간공간을 찾아다녔고, 현재 6곳의 민간공간 운영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우리동네 문화등대>는 민간공간들이 지역의 ‘문화거점’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민간문화공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의의를 두는 사업이다. 지역에서 만난 카페, 서점, 악기사와 같은 민간공간들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동네 사랑방 역할을 원했지만, 기획서를 작성해본 적도 없고, 사업을 운영해 본 적도 없으며, 정산에 대한 개념도 부족하였다. 민간공간 운영자들은 하고 싶은 기획이 많았으며 족히 10년 동안 할 수 있을 법한 순수하면서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민간공간 운영자들과 만남은 우주를 떠다니는 듯한 상상과 함께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동네 문화등대 참여공간 ⓒ연수구 문화도시센터

사실 공공과 협력하기 위해 따라붙는 수식어 중 ‘공공의 필요를 항상 충족시켜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우리동네 문화등대>사업은 공공의 니즈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운영하는 운영자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답을 도출해내는 과정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민간공간 운영자들의 가치, 선호, 경험 등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이해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이라서 모든 것이 옳고, 모든 것이 정답일 수 없기에 사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하는 공간운영자들의 의견을 듣고 생각을 확인하며 진솔하게 사업을 운영해 나가고 자 하였다. 담당자로서 공간운영자들과 파트너십을 통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이런 선결적 고민은 협업을 진행하는데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공간을 활용한 문화기획을 하기 이전에 민간공간 운영자들과의 협력에 기반한 상호존중과 운영자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상호 마음가짐을 다지는 기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간운영자들의 목표와 관심이 재단의 목표와 일치되는 것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상호업무협약서를 작성하여 동등한 협력관계를 맺었다. 또한, 민간공간 운영자들이 서로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경험하고 공간 간 협력작업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며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기획에 대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학습공동체(COP)를 만들었다. 학습공동체의 이름 짓기, 내용, 회차, 장소 및 시간 선정 등 모든 것들은 민간공간 운영자들의 선택으로 결정되었고 그렇게 <우리동네 문화등대>의 학습공동체(COP) ‘그린라이트’가 탄생하였다. 학습공동체는 참여하는 공간운영자들이 자신의 경력과 경험 등을 나누고 공간별 협업방안을 고민하며 자신의 문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특강 및 워크숍으로 구성하였다. 학습공동체의 회차가 진행될수록 공간운영자들은 ‘내가 하고 싶은 기획에서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획’을, ‘막연한 상상에서 문화 활동의 구체성’을, ‘설명이 아닌 설득하고 공감하는 기획서’를 작성하는 방법들을 익혔다.

<우리동네 문화등대> 학습공동체(COP) ‘그린라이트’ ⓒ연수구 문화도시센터

또한, 공간운영자들이 사업 운영의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예산 활용의 유연성과 증빙 절차의 간소화를 통해 행정업무의 부담을 줄였다. 앞서 말했듯 공간운영자들은 공모사업의 경험이 부족하고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기에 사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단계적 관계 형성과 사업협력 방안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업의 구상·기획·실행·진단의 전 과정에서의 행정업무를 간소화함으로써 함께 활동하는 시민공동체로서의 밀도는 높여갈 수 있었다.

2020 우리동네 문화등대 ⓒ연수구 문화도시센터

올해는 6개의 민간문화공간에서 7월부터 다문화 아동과 함께하는 교육프로그램 <We sing together!>, 일상의 지침을 위로하는 <한상차림> 프로젝트, 미술과 음악의 융복합 예술 활동, 함께하는 인문학 <다섯 문장 글쓰기>, 실버 세대를 위한 프로젝트 <리틀 포레스트>, 마음의 여유를 찾는 소셜다이닝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예정이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고려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가 지나고 사업이 마무리될 때 <우리동네 문화등대>의 사업성과는 정량적 수치의 목표 달성도 보다 공간운영자들과 초대된 시민들이 얼마만큼 밀도 있게 소통하였는지, 어떠한 관계 맺음을 형성하였는지를 중요하게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정말 모두가 행복한 경험의 시간이었는지 진솔한 후기를 통해 이후의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옛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걸어라.’라는 말이 있다. 협력은 복잡한 것이 아니라 파트너와 함께 문제를 푸는 방법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힌트를 얻으며 서로 힘을 합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이다.

<우리동네 문화등대>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지역 안으로 스며들어 신뢰를 쌓고 작지만 의미 있는 동행으로 연수구라는 삶의 무대에서의 경험을 이어가고자 한다. 지금은 비록 동상이몽으로 출발하지만, 우리의 몸짓과 생각이 하나가 될 때까지!

송수미(宋修侎, SuMi Song)

연수구 문화도시센터에서 민간공간협력사업을 담당하며,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오늘도 지역의 다양한 파트너들과 작은 동행을 실천하고 있다.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문화·예술도시 연수를 꿈꾸다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문화·예술도시 연수를 꿈꾸다

정구섭, 정효민(연수문화재단)

Ⅰ. 20대 청년이 떠나고 있다4,065명. ‘2020년 인천시 군·구의 연령별 군·구간 순이동인구(그림1)’에서 연수구의 20대가 순유출된 인구수다. 전 연령대에 거쳐 순유입이 이루어지는 연수구에서 유독 20대에서 큰 폭의 인구 유출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로, 이는 도시의 역동성과 발전 가능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내포하는 중요한 지표로 볼 수 있다. 20대의 순유출이 단순히 ‘대학진학’과 ‘취업’이라는 세대의 특징을 반영한 결과라 단정 짓기에 ‘남동구 20대 순유입 11,869명’, ‘서구 20대 순유입 11,355명’과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림1> 인천연구원, 『인천시 인구이동 특성 분석과 이해』 (이왕기, 2020)

물론 동구, 미추홀구, 부평구, 계양구 모두가 20대 순유출이 있으나 해당 지역들은 거의 모든 연령에서 순유출이 일어나고 있어 시사하는 결이 다르다. 남동구, 서구처럼 모든 연령대에서 순유입이 일어나는 지역과 연수구를 비교하며 문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Ⅱ. 20대 청년문화·예술 종사자들이 연수구에서 활동한다는 것연수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 종사자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증명’(그림2) 4월 4일 기준 104명으로 집계되었다. 인천시 청년문화·예술종사자가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연수구에서 활동하는 청년은 12명이다. 부평구 20명, 남동구 19명, 서구 15명, 미추홀구 14명, 계양구 13명에 비해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림2>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증명 데이터 대시보드

‘문화체육관광부 2019 문화기반시설 총람’을 살펴보면 ‘20대 인구 순유출’, ‘20대 청년문화·예술종사자’가 낮게 집계되는 이유를 조금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연수구 공공문화기반시설은 공공도서관 8개, 박물관 3개, 미술관 0개, 문예회관 2개, 지방문화원 1개로 총 14개의 시설을 가지고 있다. 민간문화기반시설은 박물관 1개, 미술관 0개, 영화상영관 4개, 등록공연장 4개로 총 9개의 시설이 구축되어 있다. 공공과 민간을 합하면 23개의 문화기반시설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중구 33개, 미추홀구 30개, 서구 25개에 비해 부족하고 남동·부평구 22개에 비해 조금 더 많기는 하지만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문화기반시설임을 상기해볼 때, 등록·집계되지 않은 갤러리, 공연장의 개수가 현저히 부족한 연수구는 타 구의 문화·예술종사자보다 불리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
연수구의 등록 문화기반시설은 양의 부족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청년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트센터인천, 트라이보울 등은 청년들이 대관하기에 규모나 금액 면에서 부담이 되고,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시설들은 폐쇄적으로(재학생과 졸업생을 우선으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연수구의 높은 임대료는 청년예술가나 활동가들이 연수구를 지역 거점으로 활동하기 위해 사업장을 내거나 유지하는 데 매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수구의 문화예술시장은 청년·문화예술종사자에게 블루오션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블루오션에 진입하기 위한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현실이 공존한다.
연수문화재단은 연수구의 이처럼 부족한 문화예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인정하고 새로운 방식의 청년문화·예술종사자 지원사업 및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청년들이 떠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활동의 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형태로 말이다.

Ⅲ. 20대 청년문화예술종사자가 만들어가는 문화예술도시 연수① 2021 연수예술지원사업 청년예술준비지원사업연수문화재단은 설립과 동시에 2020 연수문화예술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그중 지역의 청년문화기획자와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청년예술기획지원’을 운영했는데 6건의 신청서가 접수되었고 2개 그룹과 1명의 개인에게 지원금이 돌아갔다.
청년예술기획지원이 기존의 문화예술지원과 달랐던 점은 선제적으로 기획비(200만 원)가 지급되고 매월 활동 보고를 통해 활동비(월 50만 원)를 지급해 총 5백만 원을 지원받는다는 점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청년들의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무정산’으로 사업이 운영되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명확했다.
청년 문화기획자와 예술가를 신뢰함으로써 얻어낸 성과는 값졌다. ‘총총시스터즈’는 문화지도인 <두 발로 총총 송도신도시>를 제작하면서 1년 차 연수문화재단에 꼭 필요했던 문화자원기초조사에 큰 도움을 주었고 ‘청춘예찬’은 <자전형 치유 연극>을 통해 예술과 심리치료가 어우러진 융복합예술 영역을 만들어냈다. 특히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코로나 블루’ 등으로 청년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슈화된 시기에 예술을 통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
‘이준의’의 <고백의 역사>는 연수구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고백에 관한 이야기(인터뷰)를 작품화하여 찾아가는 전시로 풀어낸 프로젝트였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전시를 관람하는 형식의 한계를 비틀어 전시장이 사람들을 찾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기획이었다.

총총시스터즈, <두 발로 총총 송도신도시> 이준의, <고백의 역사> 청춘예찬, <자전형 치유연극>
<그림3> 2020 연수문화예술지원사업 청년예술기획지원 결과물 ⓒ연수문화재단

2020 청년예술기획지원에 참여한 청년 중 2명이 현재 연수구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준의 대표의 영상업체 ‘왓츠더웨더’는 남동구에 있던 사업장을 연수구로 옮겼고, 총총시스터즈의 이희성 대표는 디자인업체 ‘모로아일랜드’를 3월에 개업했다. “연수문화재단의 청년예술기획지원을 수행하면서 연수구에서 활동하는 것이 큰 기회가 될 것 같아 사업장을 내게 되었다.”며 소식을 전해주었을 때, 사업의 담당자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2020 연수문화예술지원사업은 2021 연수예술지원사업으로, 청년예술기획지원은 청년예술준비지원으로 그 명칭을 변경했다. 문화사업팀에서 운영하는 지원사업은 ‘예술’ 분야에 집중하고 ‘문화 기획 및 활동 분야’는 문화도시팀에서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021 청년예술준비지원은 지난해보다 사업 규모(예산, 인원)가 25% 확장되었다. 2년 차 사업으로 접어들면서 입소문이 난 것에 더불어 코로나 19로 인해 예술가들의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진 상황까지 겹치면서 지원 건수는 5배가 증가했다. 현재 8명의 청년예술가가 최종 선정되어 4월 활동을 수행하고 있고 5월 초 간담회를 통해 각자의 활동과 성과를 나누려 한다. 시각예술 4건, 공연예술 2건, 문학 2건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도출될 창의적인 결과물들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② 2021 연수문화발굴단앞서 소개한 2021 청년예술준비지원이 ‘예술’에 집중되어 있다면, 2021 연수문화발굴단은 연수구 청년들의 ‘문화기획’ 및 ‘활동’에 집중되어 있다. ‘연수문화발굴단’은 2020년 진행된 ‘연수청년문화리빙랩’, ‘연수청년 만.반.잘.부(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의 후속사업이다.
‘연수문화발굴단’은 ‘지역가치 발굴 및 지역문화 자원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사실 청년에게 지역 가치와 지역문화 자원이란 표현이 조금은 생소할 수 있지만, 연수구의 문화, 예술, 사람, 자연이 다 해당한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수구에 살던 초,중,고등학교 동창들의 그 당시 이야기를 모아보는 것도 가능하고, 공원을 산책해보는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연수구와 관련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수문화발굴단’은 올해 10인의 청년 문화활동가를 선발할 예정이다. 선발된 인원에게는 100만 원의 프로젝트 진행비가 무정산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한 번에 진행비를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선정 시 50만 원 지원, 교육과정 후 최종 프로젝트 계획서 제출 후 50만 원이 지급된다.

<그림4> 2021 연수문화발굴단 모집 공고 포스터 ⓒ연수문화재단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집중하고자 하는 부분은 선정자의 교육단계이다. 5~6월 진행될 교육과정은 다양하게 구성될 예정이다. 교육계획 수립 중에 있는데, 지금의 구상은 이렇다. 청년들이 지역(연수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공유하는 첫 워크숍을 시작으로, 지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연수 한 바퀴’(가칭), 계획서 작성 및 그룹 구성을 위한 ‘발굴力(력) 강화!!’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워크숍에는 로컬을 주제로 한 활동을 하는 지역 내외의 전문가 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를 섭외하고 있으며, 참여자에게 재미있고 살아있는 현재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또 ‘연수 한 바퀴’를 통해 지역을 새롭게 한 번 더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연수문화원이 진행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지역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 ‘발굴力(력) 강화!!’의 경우 발굴단 스킬-업(skill-up) 워크숍은 기획서 작성, 프로젝트 계획 등에 대한 업무적 스킬을 강화하려 한다. 연수문화재단은 이 시점부터 컨설턴트를 발굴단과 매칭하여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발굴단을 물심양면 지원할 예정이다.
‘연수문화발굴단’은 기존의 청년문화인력 양성사업과 다른 방향을 만들어보고자 시작된 사업이다. 아직 많은 청년들을 만나보지 못했기에, 연수문화재단은 더 많은 청년예술가와 활동가들을 만나고 같이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지역에서 실험해보는 과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만약, 혹시라도 연수구가 2021년 문화도시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면, 조금씩 모이고 있는 연수구 청년문화활동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희망찬 꿈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 순간을 위해 더 만나고, 놀고, 서로를 지지하며 2021년을 지내보려 한다.

Ⅳ.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문화예술도시 연수연수문화재단이 청년을 위한 문화·예술지원사업을 운영하는 목적은 간단하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청년문화·예술종사자가 연수구를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조금만 더 욕심을 내보자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청년문화·예술종사자들이 지역의 대학생을, 취준생을, 회사원을, 자영업자를, 연수구에 있는 다양한 청년들도 이곳에 계속 머물 수 있게 만들어 주길 바라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다.
정리하자면, “문화와 예술로 청년들이 살기 좋고, 살고 싶어 하고, 살아갈 수 있는 문화예술도시 연수를 함께 만들자!”가 되겠다. 누군가가 들으면 뜬구름 잡는 소리라 놀릴지는 몰라도, 실제로 뜬구름을 잡게 되는 시대가 곧 올 수도 있으니, 우리는 오늘도 허공에 끊임없이 손을 내민다.

공동집필: (필자 사진설명) 연수문화재단 정정브라더스는 자주 사다리를 타고 이따금씩 망치질을 합니다. 매일 사진과 영상을 편집하고 심심치 않게 SNS에 홍보물을 업로드합니다.

정구섭(鄭求涉, Jeong Guseob)

인천광역시 연수구가 설립한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팀에서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정효민(丁孝敏, Jeong Hyomin)

인천광역시 연수구가 설립한 연수문화재단 문화사업팀에서 지역축제와 예술인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예술행정가이자 기획자이다. 2019년 『마드리드 0km』라는 여행에세이를 발간하기도 했다.




어느 초보 청년예술가활동 지원사업 담당자의 회고

어느 초보 청년예술가활동 지원사업 담당자의 회고

박유리(인천서구문화재단)

청년예술가활동 지원사업에 대한 글을 청탁받았을 때 제일 처음 머리에 스친 생각은 일 년 남짓 사업을 담당한 짧은 경력으로 이런 글을 써도 될까 하는 우려였다. 풍부한 지식이나 연륜은 없지만 초보 사업담당자 시점에서 지난 일 년을 돌아보는 사업 이야기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서의 청년의 참여 확대 및 권익증진을 목적으로 인천시 서구가 2018년 10월 제정한 「인천광역시 서구 청년 기본 조례」를 기반으로 삼는 청년예술가활동 지원사업은 재단 출범 이듬해인 2019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3년 차 사업이다. 장르 별로 특화된 타 지원사업과 다르게 청년예술가활동 지원사업은 수립 초기부터 장르의 구분 없이 10건 내외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어떤 범위를 청년으로 볼 것인가에 관해서는 변동이 있었다. ‘신진’ 예술가를 지원하고자 하는 기관에서는 예술활동의 건수를 척도로 삼기도 하나, 서구문화재단은 일반적 기준을 준용하여 ‘나이’를 고려한다. 2020년까지는 만 34세까지를 청년으로 인정했으나, 2021년부터 중진 예술가 지원 분야를 만들면서 청년예술가 지원범위를 확대하고자 만 39세까지로 나이 기준의 폭을 넓혔다. 각 지자체에서도 아직까지 청년의 나이는 유연한 영역이다. 나이 기준 변경으로 인해 작년까지 중진이었으나 올해는 청년으로 참여하시는 몇몇 예술가들의 내심 기뻐했던 반응이 문득 떠오른다.

청년예술가활동 지원사업은 청년예술가들이 새롭게 작품을 구상하고 연말까지 발표하는 데 소요되는 순수한 작품활동 및 발표 비용을 지원한다. 2020년부터 작품활동에 대한 ‘주제’를 새롭게 두었다. 사람, 장소, 자원 등 유형적 자원 및 가치, 문화, 환경, 전통 등 무형적 자원과 같은 인천 서구에 대한 주제와 도시, 여성, 다문화, 생태와 같은 지역과 연관되는 연계 키워드를 주제로 공모를 받았다. ‘주제’ 설정은 기초문화재단에서 하는 지원사업이 광역문화재단이나 정부 기관에서 하는 지원사업과 어떤 차별점을 둘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다. 로컬리티를 재료로 하는 예술작품이 탄생하고 주 관람객인 지역의 주민들이 공감하고 그에 따른 부가적 가치 창출까지 전망하는 지역의 문화예술생태계 조성이 사업의 궁극적 목표인 점을 고려했다. 그리고 아직은 다양하고 새로운 실험도 꺼리지 않을 청년예술가라면 이러한 느슨한 주제 부여도 실보다는 득이 되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인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물적, 인적, 장소적 자원을 말할 때 존재감이 흐릿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인천 서구이기에 과연 어떤 청년예술가들이 공모에 지원할지 궁금했으나, 놀랍게도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예술적 소재를 착안했다. 선정된 청년예술가들은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10건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서구에서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 박찬양의 단편 다큐멘터리 <대한외국인>, 불로리에 대한 설화를 재미있게 푼 이건우의 인형극 <늙지 않는 마을 불로리 이야기>, 천마산의 아기장수 설화를 각색한 지은이의 낭독극 <아기장수 백일잔치>, 서구 석남동 일대에서 사라질 오래된 보도블록에 핀 잡초에 주목한 강보라의 작업 <난초연구> 등 10건의 예술작품 모두가 인천 서구라는 로컬리티와 직간접적 연관을 통해 새롭게 창작된 작품들이다.

박가인(작가명: 동일한 오렌지), <새벽의 바람 – 합리화와 기동성> (영상, 00:07)ⓒ박가인, 인천서구문화재단

시각미술 작가 박가인은 1988년 인천 주안공단에 위치했던 세창물산이라는 도자기 인형을 만드는 회사에서 있었던 한 여공의 추락 사고와 이 사건을 소재로 쓴 방현석의 소설 「새벽 출정」을 미디어 작품으로 해석했다. 애초 서부여성회관에서 당시 여공들의 인터뷰, 직접 빚은 도자기 인형, 아카이브 등을 전시하려 했던 계획이 섭외와 대관부터 난항을 겪었다. 결국 기획의 방향을 수정하여 영상으로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박가인 작가는 이 과정에서 최초 계획은 바뀌었지만, 오히려 영상 작업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했고 앞으로도 지속하고 싶은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극단 배우들, <어서 와요, 이곳으로…> (코스모40, 2020.11.14.~15.)ⓒ극단 배우들, 인천서구문화재단

처음 지원서가 접수되었을 때에는 <아라뱃길 살인사건>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연극이었던 극단 배우들의 <어서 와요, 이곳으로…>는 지역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 생성을 우려하는 의견을 관대히 수용하여 우회적인 작품명으로 바꾸었지만, 내용의 참신함은 잃지 않았다. 배우들이 일인다역으로 여러 주민들로 시시각각 분하고 건물 전체를 활용하여 스테이지 곳곳을 마술처럼 누비면서 관람객들이 순수한 연극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끔 했다. 일회성 공연에서 끝나기에는 아까웠기에 필자도 인천 내에서 다른 공연기회를 만들어내려 노력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안타깝게도 잘 풀리지는 못했다. 10건의 예술활동에 얽힌 이야기는 예술가로서의 성장과 작품의 유통 문제까지 다양하다.

그렇다면 청년예술가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예술가들은 적절한 도움을 얻었는가, 성장했는가, 예술적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했는가. 이에 대한 판단은 사업에 대한 결과로 매겨진다.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계산기를 끼고서 수혜자 수, 보도 건수 등 수치를 계산하여 그들의 일 년을 숫자로 가늠해보려 한다. 그러나 이런 질문들이 과연 숫자로 답해지는 종류의 것들일까. 나는 무대에서의 그들의 준비된 눈빛이 먼저 떠오른다. 전시장에서 작품 디스플레이에 뜨겁게 고민하던 열기가 더 기억이 난다. 완성된 작품에 대해 내년의 계획에 대해 소신껏 이야기하던 진심 어린 목소리가 생생하다. 청년예술가들이 작업하는 현장과 무대를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직접 본 젊은 예술가들의 에너지는 숫자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제 막 시작하는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사업은 성패와 상관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2021년 재단은 다시 한번 예술가의 시점에 서서 고민하려 한다. 사업의 본질을 망각하지 않으며 공익성을 검증해야 하는 재단의 담당자로 지원사업 신청과 정산의 복잡함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를 전부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불필요한 절차는 간소화하려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시시각각 변하던 2020년, 많은 참여 예술인들이 예술발표에 대한 준비과정과 실행 자체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기에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완하고 교육프로그램, 컨설팅 및 피드백, 통합 예술발표 축제 <서로예술페스타 SEORO ART FESTA> 등을 통해 청년예술가들을 면밀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예술가의 눈으로 서구문화재단과 함께 하는 이점이 무엇일지 다시금 들여다보려 한다.

초보도, 청년도 언제까지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청년예술가활동 지원사업은 예술가가 청년이라는 사회적 범주에 속해 있을 시절에 참여할 수 있는 어찌 보면 한시적 사업이다. 언젠가 한때 청년이었던 이는 충분히 성숙해지고 초보도 능숙한 경력자가 된다. 초보 사업담당자로서 함께 걸어가는 경로에서 만나는 모든 청년예술가들의 삶에 공감과 동지애를 표한다.

박유리(朴婑悧, Yuri Bak)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동대학원 예술학 석사를 졸업했다. 여러 미술관과 기관을 거쳐 현재는 인천서구문화재단에서 시각미술 전시를 기획하고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브람스의 말처럼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Frei aber Einsam)!”




우리 귀에 굳은살과 같은 내성이 생긴 것처럼: 부평구문화재단 청년문화 관련 사업 소개

우리 귀에 굳은살과 같은 내성이 생긴 것처럼
부평구문화재단 청년문화 관련 사업 소개

김가람(부평구문화재단)

1. 작년 5월에는 마스크가 거슬리거나, 귀가 아파서 곤혹이었다. 온종일 마스크를 쓰는 삶이라니. 전역을 멀리 둔 이등병처럼 눈앞이 캄캄했다. 시간이 지나 요새는 모두 귀에 굳은살이 박인 것 같다. 동시에 숨쉬기 좋은 마스크라든지 귀가 안 아픈 마스크 같은 대안들이 속속들이 나왔다. 삶은 불편한 만큼 편해지는 것 같다. 살면서 여러 가지 변수들이 지속해서 나타날 것은 알았지만, 작년에는 유독 휘몰아치듯이 온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는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코로나19 혹은 팬데믹 이후의 삶에 관한 것이다. “깨진 유리 속이면 사람은 한 명으로도 군중을 만든다. 인간은 끝나지 않는다.”(「우리 모두의 마술」 중)는 신용목의 시처럼 기어코 현실을 이겨내고자 하는 동시대 인간에게 경외심이 든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시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만큼 문화도시 사업의 진행 역시 변화하였다. 대면으로 진행해야 했던 사업들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으며, 사업의 일정 역시 조절되었다. 그 과정 안에서 시민도 사업 당사자도 이해 관계자 모두 혼란한 한 해였다. 그렇지만 부평은 올해 1월 법정 문화도시에 선정되었다. 지난 5년간의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예비사업 등의 결과였으며 함께한 시민, 예술가 모두의 노고 덕분이었다. 2020년 부평구문화재단은 몇 가지 청년 사업을 진행했다.

시민기획단 부평뮤즈(사진: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첫 번째로 이야기할 사업은 <시민기획단 부평뮤즈>(이하 부평뮤즈)다. 부평뮤즈는 시민들이 지역 내 문제를 찾고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문화 리빙랩 개념의 사업으로 3기와 4기로 나누어 활동을 진행했다. 3기는 지역의 문제를 도출하고 해당 문제에 대한 원인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쓰레기, 청년예술인 소통 등의 문제를 발굴했다. 해당 현안은 지역의 청년들이 제시하고 도출해낸 의제였다. 4기는 3기가 도출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탐사를 통해 부평 ‘평리단길’, ‘문화의 거리’ 내 버려진 일회용 컵,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과 같은 환경운동 캠페인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시티컵’, ‘타겟팅 쓰레기통’과 같은 계획안이 발굴되었다. 또 다른 청년들이 제안한 의견은 예술인 소통과 관련된 문제였다. 청년예술가가 재단 등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 의견을 토대로 문화도시 사업에서 청년 예술인들에 대한 사업 내용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평 청년예술인 네트워크를 조성에 대한 의견들이 오고 갔으며, 최종적으로 사업계획안을 제출했다. 지역 청년예술인과 시민들이 어떤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알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 이들과 함께할 문화도시 사업이 시민에게 향유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시민기획단 부평뮤즈(사진: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두 번째는 《지하X실험가게 프로젝트》이다. <스케이트보드 스쿨>, <그래피티 라이브페인팅>, <지하X실험가게 프로젝트 팝업 전시>로 이루어진 해당 프로젝트는 부평의 비주류 문화와 청년 예술인 활성화를 위해 진행된 사업이었다. 모두에게 익숙한 명소인 부평지하상가 내 유휴공간을 청년 예술인들이 자신만의 기획 등으로 채웠다. 또한, 소규모 프로젝트로는 인천에서 DJ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In Thousand’의 디제잉 공연, 그래피티 레터링 워크숍, 비디오 게임 체험 등이 펼쳐졌다. 주식회사 마플코퍼레이션과의 협업을 통해 청년예술인들이 프로젝트 티셔츠를 제작하고 판매하기도 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서브컬처를 알리게 되어 예술적 동기부여를 얻었다는 청년예술인 참가자의 의견도 있었다. 다만 좀 더 다각화된 프로젝트와 제한적인 공간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향후 해당 프로젝트는 청년예술인의 의견을 수렴하여 좀 더 다각화하여 즐길 수 있는 사업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청년예술인들이 자신만의 문화를 펼칠 수 있는 장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지하X실험가게 프로젝트(사진: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2. 부평구문화재단은 올해 6월 본격적인 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삶의 소리로부터 내 안의 시민성이 자라는 문화도시 부평’이라는 비전과 함께 음악과 시민 거버넌스 관련 사업들을 재정비 중이다. 올해 5월 시민이 함께 문화도시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아 슬로건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예비도시에서 진행되었던 <시민기획단 부평뮤즈>, <지하 실험가게> 등 사업들은 <시티랩(City Lab)>, <언더시티 커먼즈몰> 등으로 한 단계 나아갈 예정이다. 동시에 시민들의 문화 생태계 활성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음악동네 만들기’, ‘뮤직 라이브러리’ 등을 조성할 예정이며 다양한 공모 활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직접 향유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문화도시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과 예술가의 많은 기대와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는 점점 코로나라는 환경에도 적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려웠던 팬데믹의 과정들이 굳은살처럼 박여 내성이 생겨가는 것 같다. 작년 한 해를 겪으며 힘든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힘든 일을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겪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믿는다. 함께 했던 청년 예술인들을 포함한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더불어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도 함께 한다. 우리 귀의 굳은살이 박인 것처럼 문화도시 사업이 시민성이 자라나는 증표처럼 자리 잡길 바란다.

김가람(金가람, Kim Garam)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사업팀 팀원. 웹진 『비유』를 통해 시 「레트로」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손 내밀어 함께 가는 친구: 인천청년문화창작소 ‘시작공간 일부’ 이야기

손 내밀어 함께 가는 친구
인천청년문화창작소 ‘시작공간 일부’ 이야기

박석태(인천문화재단)

청년이 화두다. 무한경쟁이 당연시되면서 사회로 진입하려는 청년들의 설 곳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청년들은 안정적인 주거와 일자리, 결혼과 같은 지극히 당연한 권리조차 마음 편히 누리지 못 하는 상황에 처해 있을 뿐 아니라 지난 재‧보궐선거에서는 급기야 언론에 의해 ‘이대남(20대 남자, Z세대)’과 같은 말로 표현되어 세대 구분 논리의 중심에 서기까지 했다. 이 모든 현상은 그들이 만들지 않았다. 다만 특정한 방식으로 누군가는 그들을 규정하고 편 갈랐을 뿐이다.

다소 거친 표현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상황에서 청년은 우리 사회에서는 소수자, 장애인과 같은 위치에 버금가는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다. 더욱이 청년 중에서도 예술가는 더더욱 그렇다. 학교라는 무균의 환경에 익숙한 청년들이 그곳에서 벗어나 예술계에 홀로 던져졌을 때의 상황을 떠올려 보자. 그들은 낯설고 두렵기만 한 예술계라는 생태계의 가장 말단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이제 더 이상 함께할 동료는 없다. 이 사회에서는 예술이 밥 먹여 주는 일이 아니기에 생활의 방편은 묘연하기만 하다. 그들을 바라보는 이 사회의 시선은 “좋아하는 일을 하니 그 정도는 참아도 된다.”는 인식이 전제된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니 외롭다. 게다가 실제로 대다수가 생활고에 시달린다. 따라서 청년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의 목표는 그들의 고립감 해소와 새로운 예술 생태계에 안착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조성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2016 <바로, 그 지원> 포스터ⓒ고등어 작가,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재단이 청년예술가와 함께하는 사업은 이러한 취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 2015년 시작된 신진예술인지원 <바로 그 지원>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지원사업의 형태이기는 하나 이제 막 예술계에 진입하려는 청년예술가(기획자)을 위해 선배 청년예술가가 일종의 멘토가 되어 지원자의 프로젝트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 자신의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프리젠테이션 데이는 동료 예술가들의 작업에 대한 고민과 지향점을 함께 나누는 자리로, 각자도생했던 청년예술가들이 동료, 선배, 심의위원의 지지와 응원을 확인함으로써 지역에서 예술 활동을 지속하는 데 큰 힘을 얻은 사례가 많았다. 여기에 함께 발표에 참여했던 다양한 동료 청년예술가와 멘토 사이에 일종의 연대의식이 싹터 이후의 창작 활동에 자양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방식은 청년예술가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던 인천문화재단과 해당 사업 담당자들의 땀의 결과였다.

인천청년문화창작소 ‘시작공간 일부’(사진: 인천문화재단)

이렇듯 청년예술가가 지역 예술계의 중요한 자산임을 자각하는 것과 함께 그들끼리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연대의식을 마련하기 위한 태도는 이후 인천청년문화창작소 ‘시작공간 일부’(이후 청년문화창작소)의 운영 철학으로 이어졌다. 청년문화창작소는 2018년 「인천광역시 청년 기본 조례」 제정에 따라 이듬해인 2019년 동인천역 앞 옛 인천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쓰이던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인천광역시가 설립하고 인천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형식이었다. 1년간의 모색기와 실험기를 거쳐 2020년 본격적으로 청년예술가와 기획자를 위한 실제적인 사업을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그 시작은 청년문화창작소 공동운영단의 제언에 힘입은 바가 크다. 지역에서 활약하는 다양한 분야의 청년예술가, 활동가, 기획자 4명으로 이루어진 공동운영단은 청년예술가와 기획자를 위한 사업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청년문화창작소의 본격적인 비상을 알렸다. 청년문화창작소가 ‘시작공간 일부’라는 멋진 이름을 갖게 된 것도 이들 덕분이었다. 청년 창작자의 날갯짓을 돕는 공간이면서 비상을 향한 첫 번째 단계인 1부라는 은유가 그 속에 숨 쉬고 있다.

아카이빙을 위한 공간 ‘나침판’ 청년창작자, 기획자들의 공유공간인 ‘공유판’
(사진: 인천문화재단)

청년문화창작소는 출발을 맞아 크게 세 분야의 사업 영역으로 라인업을 갖추었다. 청년의 감성을 담은 건물(공간)의 유지와 개선을 뜻하는 ‘청년문화창작소 운영’, 청년예술가의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시범사업’, 청년문화창작소의 기획사업 영역인 ‘활성화 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들은 모두 앞서 말한 청년예술가 간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연대의식을 기르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들 사업은 2021년 청년문화창작소 운영의 근간으로 이어지게 된다.

청년문화창작소의 2021년은 크게 보자면 연속성과 심화라는 두 단어로 집약할 수 있을 듯하다. 1기 공동운영단의 제안으로 실행된 시범사업을 ‘역량 강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하는 한편, 그 내용은 새로 선임된 2기 공동운영단의 검토와 협력 아래 한층 깊어져 인천의 청년예술가와 기획자들에게 더욱 피부에 와닿는 내용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청년 창작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워크숍 프로그램인 <워크쉽>, 청년 창작자의 작업 결과물을 아카이빙하는 <항해일지>, 아직은 서툴지만 함께 나누고픈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는 <PT데이 나알람>, 늘 꿈꾸던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어쩌면 기획일지 몰라>는 2020년에 이어 보다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2020년 큰 호평을 받았던 활성화 사업도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있다. 2020년 ‘축제’를 주제로 진행했던 <인천청년별별학교>는 청년 창작자 스스로 기획부터 실행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거치게 함으로써 그야말로 실질적인 기획과 마주할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이었다. 2021년에도 청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색다르면서도 진지한 주제로 계속될 예정이다.

2020 인천 청년 한 달 레시던시(사진: 인천문화재단)

같은 인천에 살면서도 도심과 섬 지역의 젊은 창작자와 활동가가 얼마나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까? 그 둘 사이에 연대의식의 발화가 가능할까?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데서 연대의식이 생긴다면 그것은 과연 지속 가능할까? 이런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탄생한 사업이 <인천 청년 한 달 레시던시>였다. 강화도에도 청년의 삶을 고민하며 실천하는 젊은 창작자·기획자가 있었고, 그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삶의 터전을 일구어 나가고 있었다. 다행히 그들이 운영하는 민박 공간까지 있었기에 이 사업은 순풍에 돛을 단 격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청년 창작자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일주일 동안 강화도에서의 삶을 체험하고 작업의 영감을 얻는 ‘체험형 레지던시’라는 기회를 십분 활용했다. 강화도에서 의욕적으로 삶의 터전을 일구는 또래의 청년을 만나 지역과 예술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서로에게 미쳤다. 이어 진행된 ‘정주형 레시던시’는 일주일이 아닌 한 달간 강화도에서 생활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의 우려와 달리 정말이지 알찬 시간으로 채워졌다. 예술가가 지역의 삶과 만나 어떤 에너지가 생기는지를 몸소 보여주었고, 그들 중 몇몇은 아예 강화도로 거처를 옮겨 지속 가능한 예술가로서의 삶을 계획 중이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청년문화창작소가 꿈꾸었던 끈끈한 청년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연대의식의 지속이라는 가치가 조금씩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도는 <인천청년문화살롱>이라는 사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청년 창작자끼리의 네트워크 확대와 접점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또 2021년 신설된 ‘융합예술 지원사업’은 청년문화창작소를 창작의 거점으로 삼아 새로운 예술에 도전하는 청년 창작자들의 아지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련하였다.

청년이 스스로의 삶을 두려움 없이 응시하고 굳건하게 이 땅에 발 딛고 설 수 있도록 매개하는 임무를 지닌 곳이 청년문화창작소이며, 그 공간의 존재 이유다. 청년과의 사업은 매 순간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이 땅의 청년들의 삶처럼 늘 성공할 수도 없다. 그래서 청년문화창작소의 여러 시도는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고, 변화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2021년의 청년문화창작소는 청년 창작자들에게 조용히 손을 내밀어 함께 뚜벅뚜벅 걸어가는 속 깊은 친구의 모습으로 보이기를 바란다.

박석태(朴奭泰, Park, Seoktae)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부 과장. 서울에서 태어나 10살 때 인천으로 이주, 이후 잠깐의 군복무와 서울에서의 대학 생활을 제외하고 인천에서 살고 있다. 인천의 근·현대미술사 집필과 미술비평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의 문화도시, 출발점에 서다: 〈문화도시와 인천〉 좌담회

인천의 문화도시, 출발점에 서다<문화도시와 인천> 좌담회

문화도시는 지역별 고유한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도시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7일 문화도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2차 ‘법정 문화도시’로 부평구를 포함해 5곳을 지정하였다. 법정 문화도시 선정을 통해 부평구는 향후 5년간 국비를 포함한 19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고 2025년까지 5년간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2020년 인천 서구와 연수구는 ‘제3차 문화도시 지정 공모’에서 4.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법정 문화도시’지정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문화도시와 인천 좌담회 모습

3월 30일 오후 2시 부평생활문화센터 공감168에서 인천의 문화도시 관련하여 3명의 담당자(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팀장 이미숙, 인천서구문화도시추진단 팀장 안주용,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팀장 정시윤)와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장 손동혁의 진행으로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는 크게 4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첫째 문화도시의 주요 내용 소개, 둘째 시민의 참여와 주도성 확대를 위한 노력, 셋째 사업 추진의 어려움, 마지막으로 문화도시를 매개로 한 협력 방안이다.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장 손동혁

손동혁: 먼저 각 재단에서 추진 중인 ‘문화도시’ 사업의 주요 내용을 소개로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팀장 정시윤

정시윤: 연수구는 25년간의 도시개발로 최첨단 도시의 외형은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도시 내 격차 심화와 공동체성이 약화되고 문화적 성장이 더딘 상황입니다. 이는 비단 연수구만의 문제라기보다 신도시 개발 정책의 문제인데요, 이런 문제를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극복해내고자 문화도시 지정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구민의 문화적 활동을 통해 움직이는 도시, 도시 공간과 일상을 문화로 채우는 도시, 그리고 문화적 연대와 교류로 앞으로 나아가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작년에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수립하여 ‘제3차 문화도시 지정공모’를 통해 계획이 승인된 상태이며, 현재는 예비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연수구는 ‘문화로 잇고 채우는 동행도시 연수’라는 슬로건을 중심에 놓고 시민과 함께 문화 다양성 도시를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인천서구문화도시추진단 팀장 안주용

안주용: 서구의 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여유를 즐기는 문화에서 삶의 근본으로서의 문화로의 전환’을 가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팬데믹 현상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시대에 우리의 삶 자체가 문화라고 한다면 기존의 즐기는 것 그 이상으로 생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상황에 선제적으로 ‘회복탄력’이라는 가치 아래 긍정의 문화철학으로 삶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내서 행복한 삶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의 맥락에 닿아있습니다.
문화 권리와 책임을 지닌 시민의 본래 모습으로 오염된 자연과 낙후된 생활환경, 그리고 단절된 공동체로부터 회복하는 것을, 그리고 회복의 문화 풍토를 조성하며 심층을 이뤄나가는 것을 주요 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크게 4가지가 있는데요, ‘문화인재 발굴, 양성, 지원’, ‘시민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 ‘시민 문화 공동체 활동 및 교류 지원’, 마지막으로 ‘특성화로서 자연과 생활환경의 문화적 재생’을 전략으로 두고 있습니다.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팀장 이미숙

이미숙: 부평은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과 예비도시 1년을 거치면서 ‘삶의 소리로부터 시민성이 자라는 문화도시 부평’이라는 하나의 비전과 시민성, 내발성, 창조성, 연대성, 장소성 이 다섯 가지의 핵심 가치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비전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의 공감과 공유를 통해 공론화를 이루는 것, 그리고 도시가 가지는 고유한 문화가치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시민의 주체적 활동, 창조적 사고, 지역에 대한 고민 등으로 지역성장 및 발전을 이루도록 하는데 지향점을 두고 있습니다.

손동혁: 결국 문화도시 사업이 향하고 있는 곳은 문화를 통해서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을 어떻게 행복하게 할 것인 가겠죠. 앞으로 문화도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예술인들이 참여하고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 관련하여 이 부분을 확대하기 위해 각 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노력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시윤: 시민 참여와 주도성을 높이기 위해 연수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직은 낯설고 어려운 ‘문화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 지원사업 설명회 참가자분들에게 문화도시 조성 사업에 대한 설명과 예술인의 정주 환경 개선에 대해 의견을 듣기도 하고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구조를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룹을 이뤄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시민 공동체들을 만나서 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문화도시에 대한 공감대를 얻는 일을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도시 사업 참여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숙: 부평구는 문화특성화조성사업을 진행하고 1년의 예비도시를 거치면서 그간의 노력으로 다방면의 커뮤니티를 형성했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문화도시와 연계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 거버넌스로 풀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부평의 문화도시 사업은 시민 문화 제안이 가능한 문화도시통합플랫폼을 구축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견이나 의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과정을 통해 사업들이 환류되고 지속적인 담론형성을 위한 공유체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구조 속에서 지역의 문화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시민과 도시문화를 매개하고 소통하며 서로의 현안을 공유하는 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안주용: 서구의 문화도시 조성 과정은 말씀드렸던 ‘회복탄력’이라는 문화철학을 중심으로 시민의 수요를 조사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를 수렴하여 계획에 반영하고 있고요. 그 외에는 실질적으로 사업 추진에 있어서 시민들이 문화도시 조성 사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지역의 현안을 문화적 가치와 활동으로 개선해 나갈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예를 들면, 시민과 민간의 공동체들이 직접 기획에 참여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할 방법을 최대한 늘리고 있습니다. 서구에서 생각하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방향은 시민들이 주도해서 기획하는 가운데 관에 속해있는 추진단, 문화도시센터의 역할은 매개하는 것으로, 즉 커뮤니케이션하고 지원하는 데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손동혁: 사실 한 자치단체가 하나의 컨셉으로 도시를 만들어간다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화도시 사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도 그러한 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문화도시를 추진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시윤: 해를 거듭할수록 문화도시 지정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4기 문화도시 지정 사업은 계획이 승인되기 전부터 조례와 전담조직, 거버넌스, 행정협의회까지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괜스레 조급한 마음이 더 커집니다. 현재 가장 고민하는 일은 ‘도시문화 거버넌스’를 만드는 일입니다.
저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데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제와 답안 가이드라인을 줬고 먼저 이 과정을 통과한 도시들의 예도 있지만 하나의 통일된 답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각 도시의 자원과 사람, 삶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각 도시의 추진방향이 상이한 겁니다. 그래서 한 번도 안 가본 길을 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같이 가야 할 시민들과 손을 계속 엮어나가는 일도 어렵습니다.

안주용: 문화도시를 조성하는 데 있어 시민이 주체화되는 과정이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노력들이 없지 않았고 많은 정책과 지자체 재단들, 중간 지원 조직들에서 여러 사업으로 시민이 주체가 되는 활동을 기획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시민들이 수혜자에서 수요자로 넘어오는 것에 관련하여 이해하는 부분이나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정책의 초점이 앞서가서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속도와 비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의 수요를 파악해야 하고, 관에서는 좀 더 기다리고 협력과 지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거버넌스가 어렵다고 하셨는데요, 저도 유사한 생각이면서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시민이 주체화되는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서 시민들의 힘으로 도시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과 그 거버넌스를 잘 형성하여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손동혁: 문화도시 사업 선정은 경쟁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지역 안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공유할 지점이 많은 재단들이 어떻게 협력해 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 문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부평구, 서구, 연수구에서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에 관해 방안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시윤: 연수구와 서구는 현재 (법정 문화도시) 심사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수험생이잖아요? 그래서 연수구, 서구, 부평구로 놓고 보면 수험생하고 합격생이 같이 모여서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눠서 생각해 봤습니다. 부평구의 경우 먼저 문화도시를 추진해온 경험을 공유하면서 인천의 문화도시에 대한 길잡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구의 경우 연수구와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예비사업 추진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는 인천 지역 안에서 문화도시 사업을 맡은 실무자들이 숨 쉴 구멍이 필요한데요, 인천문화재단이 제3지대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같은 자리도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기회인 것 같고요. 그리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저희뿐만 아니라 문화도시 관련 사업을 하는 팀원들끼리도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주용: 이렇게 만나는 자리를 늘려서 서로 무엇을 같이 할 수 있는지 의견을 나눠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나서 논의를 하고 연계하여 협력한다는 것은 서로의 도시에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것일 텐데요, 여기에는 상대 도시에 대해서 좀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만나서 서로의 도시에 관해 이야기하고 거기서 알아간 도시에 대한 특성이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그 가운데 같이 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서로 보완해 가면서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꿈꾸고 있는 건 연수구하고 서구가 같이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부평구를 포함한 세 도시가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협력하여 인천의 다른 기초자치단체와도 문화도시를 형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미숙: 같은 의견입니다. 부평구는 문화지역의 확장과 상생을 위한 ‘문화 1호선’이라는 도시연계를 통해 부평, 부천, 영등포와 함께 문화도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문화를 통해 공감한다면 모든 도시가 특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손동혁: 문화도시라는 것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가 아직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세 곳에서 문화도시를 시민들에게 더 알리고 공동의 투자와 노력으로 전체적인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면 이는 인천 전체 안에서 먼저 문화도시를 추진했던 사람들의 고민과 역할, 행동 등을 공유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인천문화재단이 해야 하는 일이나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고정리: 박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