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특성과 시민들의 문화력: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려면

인천의 특성과 시민들의 문화력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려면

한상정(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인천의 특성과 시민들의 문화력(力)’분과의 주제 영역은 ‘인천의 특성’과 ‘시민문화력’ 두 가지이다.
인천의 특성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인천의 다양한 성격 중에서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을, 연구하고 교육과 행정과 예술과 산업 같은 다양한 차원과 연계시키고 시민이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만들면서 중요하다는 공감대의 확장을 통해 점차 단단한 정체성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보았다. 기존에 제기되었던 ‘환대’, ‘디아스포라’ 같은 키워드들도 각자 인천의 중요한 특성을 보여주지만 우리는 현재 주목하고 있지 않으나 중요하게 키워나가야 할 성격으로 ‘해양성’을 꼽았다.

인천시 확장축의 중심은 분명히 바다였다. 현재의 중구와 동구 지역을 중심에 두고 내륙으로 확장된 측면도 있지만, 매립이나 경계 조절을 통해 바다 쪽으로 확장된 부분이 훨씬 더 광대하다. 바다는 가장 ‘인천다움’을 내보일 수 있는 가치자원 중의 하나이다. 시민이 바다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를 제대로 조사한 바 없어서 잘 알 수 없으나, 교육이나 행정의 영역에서 바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건 분명하다. 우리에게 일상적인 지도(그림 1)가 대표적이다. 육지를 중심으로 서술할 뿐 바다는 잘려있고, 백령도나 연평도는 네모 칸 안에 별도로 등장한다. 이런 지도를 반복적으로 계속 보게 된다면, 자신도 모르게 육지는 중요하지만 바다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필요에 따라 잘라버릴 수 있다는 의식이 생겨나지 않을까.

1. 인천시 표기 방법. 바다를 자르고 있음
(출처: 대한민국국가지도집 1권, 2019)
2. 백령도까지 포함하고 바다를 살린 지도
(출처: 인천광역시 GIS 플랫폼)

그림 2의 지도처럼, 인천의 육지와 섬을 자연적으로 모두 표기하려면 자연스럽게 북한이 드러난다. 저렇게 바다를 잘라 왔던 이유도, 북한을 표기하지 않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마치 인천이 남북 접경지대가 아닌 것처럼, 일촉즉발의 사건들을 수없이 겪으면서도 분단의 엄혹한 현실을 숨기고 싶은 것처럼. 그렇게 보자면 인천의 지도에서 바다를 제대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뚜렷한 현존이 공포가 되지 않도록 인천의 바다가 평화의 바다가 되어야만 한다.

해양성을 고민하기 위해 가장 먼저, 육지에서 바다를 보는 육지적 시선만이 아니라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시선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해양의 문화적 자원을 발굴하고 공유하고 공감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천이 바다를 자기의 주요한 기반으로 삼고 그것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 문화, 예술, 관광, 환경, 산업 등 다양한 영역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주제는 어떻게 시민문화력, 인천시민의 문화적 역량을 높일 수 있을까이다. 시민문화력은 시민이 예술을 창작하고 즐기는 정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각자가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힘을 뜻한다. 시민문화력의 확장은 우선 행정의 차원에서 ‘문화예술과’만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제를, 구체적인 차원에서 문화매개자의 전문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제를 냈다.

전자를 ‘문화부시장이 필요해.’라는 문장으로 담아냈다. 문화예술과의 역량만으로 부족하다는 이유는 주된 업무영역인 예술지원사업들은 시민들의 일상으로 보자면 아주 작은 부분만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진 미술관, 훌륭한 공연장에서 좋은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어도 이 순간을 제외한 모든 일상이 경제적 이윤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진다면, 생명도 인권도 역사도 필요 없다는 분위기라면, 과연 이런 도시가 문화적일까. 인천시가 장기적으로 문화적인 도시로 변해가려면 도시 전체적인 층위에 문화적 시선이 입혀져야만 한다. 현재 인천시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순적이다. 한쪽에선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공동체를 복원하겠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이익 창출을 위해 포구를 매립하고 고층아파트를 올린다. 이처럼 행정부서들의 정책과 사업이 대립적인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시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화적인 도시의 지향점이 인천시 전체에 녹아있으려면 문화부시장 정도는 되어야, 문화관광국이건 원도심재생이건 해양환경국이건 도시계획국이건 도시 전체를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게끔 할 수 있고, 시민들 역시 그 안에서 그러한 미래를 지향할 수 있지 않을까.

후자는 시민문화력의 확장에서 문화매개자들을 제대로 활동하게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관점이다. 현재까지의 지원사업은 대부분 한계가 뚜렷하다. ‘문화매개자는 이슬만 먹고산다’는 충분한 인건비나 기획비가 책정되지 못하고 짧은 사업 기간에 비현실적이고 계량적인 계획서와 성과 보고서를 내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문장이다. 이러다 보니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새로운 시범사업 유형을 인천시나 인천문화재단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인건비나 기획비도 제대로 책정해야 하고 실험성, 참신함, 실패경험에 대한 인정, 그리고 사업지원의 안정성, 최소한의 보고서, 판단에 따른 사업기간의 연장, 사업이 끝난 이후 활동영역의 확장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고민과 연구가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문화예술 분야의 특성에 맞는, 문화매개자가 제대로 활동하고 그를 통해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그러한 사업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실험성과 실패가능성에 대한 정당성을 찾기 위해 일정 정도 청년층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중 일부는 인천에서 태어나서 타지역의 예술대학이나 다른 대학을 졸업하고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이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게끔 기획할 필요도 있다.

문화매개자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실행하고 그것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언젠가는 지원사업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매개자들의 역량도 키울 수 있고 매개자들 사이의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이를 통해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어내거나 협동조합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질지 모른다. 이런 역량 있는 문화매개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인천시의 문화적 역량이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시민문화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인천 곳곳에서 수행하고, 이를 통해 성장한 시민들이 스스로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의 힘으로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들을 모아서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면, 이런 시민이 많아진다면 인천은 점점 더 오래 살고 싶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한상정(韓尙整, Han, Sang-Jung)

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인천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인문문화예술기획 연계전공 교수




예술 및 생활예술 지원정책: 예술지원 정책 문제와 원인

예술 및 생활예술 지원정책예술지원 정책 문제와 원인

임승관(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와 개성 있는 차별화는 지역 정부의 지원정책과 실행 방법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정부에 의한 정책 생산과 운영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현대사회가 점점 이질적 가치를 추구하고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늘어나면서 복잡하고 중첩된 상호작용 때문에 끊임없는 변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치가 출현하고 부상한다. 다양한 세계관이 혼재함에 따라 새로운 기득권과 사회적 배제, 갈등은 사회문제가 되었다. 더 이상 정부에 의한 정책 생산 독점 방식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낮추고 통제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 결정 권한은 본질적으로 ‘제재 받지 않는다.’는 고정된 관념이 있었다. 그래서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은 결국 ‘누가 정책을 만드는 담당자가 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 결과 지역 예술은 정책과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자생성과 자립은 개인의 경제력과 경영능력 탓으로 받아들이는 풍토를 만들었다.
이제, 어떤 정치권이나 행정 정부, 즉 담당자가 들어서도 상관없어야 한다. 문화 현장에서 이룬 나름의 성과와 경험을 안정적으로 키우고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누가 정책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지원 대상먼저, 지원 대상에 대한 문제다. 시민들이 문화 역량을 키우고 다양한 체험을 하는 곳은 생활 속 문화 공간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적인 기능을 하는 곳은 대부분 사유 공간이다. 지원 정책은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비영리’ 사업으로 규정한다. 그래서 지원 예산은 주민을 위한 사업 실행비에만 사용할 수 있다. 그 결과 이 사업을 펼치기 위한 기획자의 고민이나 노하우, 주민에 대한 마음과 노력 비용은 사유 재산 취득, 즉 영리 수익으로 구분하여 집행할 수 없다. 공공영역이 채울 수 없는 다양한 시민들의 문화 요구를 해결하며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공간 운영자는 지원대상인 ‘시민’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선정 단체 구성원들도 같다. 사업 활동에 대한 인건비 지급이 어렵다. 결국, 프리랜서 자격으로 참여해야 충분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지역 문화인들이 서로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문 단체 구성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원 방법비영리 활동을 위한 지원과 문화단체 수익을 위한 지원을 구분해서 목적에 맞는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없는 지원 제도도 아니다. 벤처창업이나 창업진흥원의 공모 설계를 보면 다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나 실패도 용납하며 지원한다. 이렇게 지원단체 수익을 보장하는 지원사업은 인건비와 정당한 기획비를 지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총사업비에 70% 정도는 사업 운영에 사용하고 30%는 수행단체 수익으로 책정하는 비율 정도가 일반적이다. 지원단체 운영자들은 이렇게 내수가 생겼을 때 기존 대행 사업 수행과 달리 비로소 자신의 사업이 되어 책임감을 느끼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지원 범위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은 2010년부터 거의 10년 동안 지원 분야와 예산에 큰 변화가 없다. 지원자들이 매년 연도만 바꾸고 약간 콘텐츠를 수정한 다음 계속 그 지원금을 노리(?)는 (지원금 헌터) 경우가 생기는 이유다. 예를 들어 매년 반복하는 2000만 원짜리 축제 사업, 1500만 원짜리 콘서트 사업 등을 반복적으로 지속하는 공모가 있다. 이 경우 몇 해가 지나면 운영자에 의해 확장이나 변화 등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매년 같은 규모와 수준만 요구하는 지원정책으로는 초기 단계 수준을 반복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성장 없는 반복을 안정적인 지속성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지역 내 많은 문화행사가 충분히 그다음 단계로 성장하고 키울 수 있지만 못하고 있다.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문화행사는 새로 만들거나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에서 단계적으로 성장해야 차별적인 특성을 보일 수 있다.

지원 선정한정된 예산 분배는 제로-섬(zero_sum) 효과를 일으킨다. 경쟁 분위기에서는 자신이 터득한 비결이나 경쟁력 있는 콘텐츠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이는 문화예술 활동가 간 정보교류나 협력 동기를 약화시켰다. 인천을 포함해 몇몇 시도에서 지원자 참여 심사방식을 도입하는 이유다. 하지만 다수의 선택으로 소수의 권리가 무시되는 1인 1투표제나, 전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절대 평가 방식에 대한 창조적인 대안 모색은 필요하다.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은 신뢰는 앎과 모름 사이에 위치하는 어떤 상태로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도를 포함한다고 했다. 익숙한 제도를 개선할 때 우려와 망설임의 원인은 신뢰 문제가 가장 크다.
권한은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제도적으로 보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민 의식과 다양한 가치들의 부상과 융합을 긍정적인 선한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머뭇거릴 수도 없다.

인천문화포럼이 중요한 역할을 자임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실험을 멈추지 않고 신뢰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임승관(林承寬, SoungKwan Lim)

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 인천에서 20년 동안 생활문화 활동가로 지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생활예술과 지역 공동체 문화 강의를 하고 다른 지역을 다니며 컨설팅과 글을 쓰고 있다.




문화 관련 조사와 아카이빙: 아카이브를 둘러싼 소모와 재생의 혼란

문화 관련 조사와 아카이빙아카이브를 둘러싼 소모와 재생의 혼란

김종현(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 낸다. 최근 코로나의 영향으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종 SNS를 통해 소통한다. 그 결과, 어느 시기보다 기록이 대량 생산되고 있다. 인천의 문화현장에서도 다양한 주체에 의해 많은 기록이 생산된다. 그러나 문화를 정량적 수치로 환산하여 발전과 성공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즉 우리는 이제 넘쳐나는 기록 속에 유용한 가치를 지닌 기록을 선별‧보존해야 한다. 아카이브(Archive)는 개인 및 단체가 활동하며, 남기는 수많은 기록물 중 가치가 있는 것을 선별하여 보관하는 장소 또는 그 기록물 자체를 의미한다. 아카이브가 파손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미래의 유산으로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적 안목이 필요하다.

기록의 양적 성장의 배경으로는 공동체와 지역활성화, 주민자치가 강조되는 정책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즉 거대 담론의 ‘거시사(Macrohistory)’의 시대에서 ‘미시사(Microhistory)’ 관점으로 전환되면서 지역 정체성과 지역 자원을 중심으로 하는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모델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아카이빙이 시도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하는 사람을 ‘시민미디어활동가’, ‘마을기록활동가’, ‘마을교육활동가’ 등 조금은 낯선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이 ‘낯섦’은 아카이브를 둘러싼 새로운 흐름 속에서 다양한 고민과 우려를 발생시키는 ‘당연함’이다. 그리고 예술가가 가지는 창작의 고통만큼 지역문화활성화에 반드시 따르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인천의 아카이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장소 아카이브’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근대역사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개항장과 차이나타운은 물론이고 신흥동 일대의 도시재생, 경동 일대의 개항로 프로젝트, 배다리 책방거리, 노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화수동과 만석동, 부평의 캠프마켓 등 다양한 주체에 의해 장소 아카이빙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토목과 건축으로 대표되는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성 결여와 충분한 시간 및 재정의 부족을 감수하며 동원되는 아카이빙 문제, 동일한 장소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이를 통한 이해와 숙의의 과정이 없이 마치 깃발을 꽂듯 이슈를 점유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발전적 담론의 생성 부재, 아카이빙으로 포장한 외부 거대자본의 젠트리피케이션 조장이라 우려하는 지역 문화활동가의 시각, 아카이빙 주체인 개인과 단체가 보유한 아카이브가 그 중요성과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공유되지 못함으로 일어나는 소모적인 아카이빙에 대한 반성 등 지역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지난 9월 이루어진 인천문화포럼 성과공유회에서 ‘문화 관련 조사와 아카이빙’ 분과는 발제를 통해 이 숙제의 해법 중 하나로 인천기록원을 제안한 바 있다. 서울기록원의 존재는 서울 의존도가 높은 서울의 위성도시의 정체성을 벗어나고자 하는 인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도는 에코뮤지엄사업을 일찌감치 진행하면서 아카이빙에 대한 근육을 키워 왔고 이를 경기만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천 인구의 절반인 강원도조차 강원기록원 설립을 구체화하고 설립 지역으로 춘천의 입지타당성이 지역 이슈로 부상한 상황 역시 인천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아카이브의 보존과 관리의 역할은 물론 유용한 활용 및 아카이빙을 위한 거점으로써 아키비스트의 교류와 협업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천기록원의 설립을 위한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논의와 실현 가능한 정책 입안은 더 이상 지체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천의 정체성이 뭐냐고 물으면 ‘이거다.’라고 결정지을 수 없는 도시정체성, 바꿔 말하면 ‘문화다양성’이며 이것이 도시경쟁력이며 강점이라 이야기한다. 해양도시 관점에서 ‘인천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라고 한다. 바다는 그 깊이와 넓이만큼 많은 것을 포용하고 정화시켜주듯 아카이브를 둘러싼 불편한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는 인천의 문화현장이 진일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자.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통해 심연 속에 잠겨 있는 유용한 아카이브를 수면 위로 올려 함께 나누고 일상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갈 다양한 문화시민과 만나고 싶다.

김종현(金宗炫, Kim Jonghyun)

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사회적협동조합 삶은연극 이사장
연극연출가. 배우




거리를 다시 열고 싶은 부평풍물대축제

거리를 다시 열고 싶은 부평풍물대축제

이찬영(2021 부평풍물대축제 기획단장)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공동체를 이뤄 함께 어울려 서로를 보호하고, 노동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적인 삶을 살면서 문화를 이루고 있다. 예술로 대표되는 문화는 자연에 인간의 창의력이 더해 만들어지는 문명, 삶의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면서 자연에 대한 두려움의 해결과 공동체 구성원의 결속을 위해 종교와 축제가 발달했다고 생각한다. 축제는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고 염원하는 축(祝)과 의식적 행위인 제(祭)의 결합이다. 사람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행위인 축제가 인류의 문명이 발생된 이후, 2021년 현재와 같이 사회적인 지탄과 애물단지가 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라는 역병은 이전의 그 어떤 재앙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게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사람들이 함께 협업하는 노동과 어울려 사는 문화와 사람들과의 만남을 모두 죄악시하며 두려움의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직접 대면하고 만나는 다양한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가상의 사이버공간에서 온라인(on-line)으로 이루어지는 네트워크 방식의 소통이 가장 안전한 문화가 되었다. 인류의 욕망으로 이루어진 과학 문명의 발달로 인한 자연 파괴로부터 시작된 재앙을 과학과 기술로 인류 스스로 소통하고 극복하려는 방식이 아이러니하다.

축제는 사람들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공동체와 사회의 공통의 즐거움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고 죽는 관혼상제, 노동 생산물에 대한 감사, 이웃 공동체와의 경쟁, 신에 대한 감사를 위해 예술을 즐기고 음식을 나누며 함께 어울려 즐기는 집단의 놀이(대동놀이) 등으로 이루어진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후 다양한 축제는 민간과 공공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만들어졌다. 지방정부는 지역의 특산물과 자연환경, 역사자원과 문화예술 자원을 활용하여 다양한 특산물축제, 역사문화축제, 자연환경축제를 만들었다. 이 축제 가운데 어떤 것은 만들어진 후 금방 사라졌지만, 10년 이상 꾸준히 지속하는 축제도 있다.

2018년 부평풍물대축제 ‘대동놀이’

지방자치제 출범과 더불어 시작된 <부평풍물대축제>는 전통예술인 풍물을 모티브로 인천 부평에서 1997년 시작되어 올해로 25회를 맞이하는 축제로,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축제에 6년, 문화관광축제에 2년간 선정되는 등 전국성을 획득한 인천의 대표적인 축제이다. 초기에는 지역의 공원 등 너른 마당에서, 2000년부터 2018년까지는 부평을 관통하는 1킬로의 거리에서 8차선 부평대로의 차량을 통제하며 축제를 진행했다. 축제는 봄에 단오를 전후해 진행하다가 2000년대 후반 이후부터 가을로 시기를 옮겨서 진행하고 있다.

<부평풍물대축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거리축제이다. 거리축제에 대해 차량이 다니는 ‘거리를 막는 것’으로 생각해 불편함을 이야기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차가 다녔던 거리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움직이면서 문화적 상상을 펼치는 축제로 ‘거리를 여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시민들은 매년 금요일 12시부터 월요일 새벽 4시 차량이 다니기 시작하는 시간까지 부평역부터 부평시장역까지의 거리가 활짝 열려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기는 해방감에 불편함은 사라진다. 거리가 열린 토요일, 일요일 2일간 <부평풍물대축제>에서 약 40만~50만의 시민이 축제를 즐긴다. 축제의 문화적, 경제적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거리 인근의 지하상가, 부평 문화의 거리, 부평시장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축제에서는 부평, 인천지역의 문화예술기관,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여 예술성이 확보된 전통예술무대 개‧폐막 공연, 전통연희창작공연, 부평 만만세 퍼레이드, 전통농악공연,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기고 참여하는 시민풍물난장, 버스킹, 생활문화축제, 플래시몹, 거리난장, 게릴라공연, 국악공연, 학생풍물경연대회, 예술놀이터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시민들이 즐기는 ‘부평!만만세’ 퍼레이드

매년 부평대로에서 진행하던 <부평풍물대축제>는 2019년 가을 한국에 유행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축제 하루 전에 취소되었고, 2020년에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으로 축제는 규모를 축소하며 부평의 문화예술단체를 중심으로 비대면 온라인공연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발표하였다. 사람들이 모이는 행위가 중심인 축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지난 2년간 거리의 차량을 막고, 사람들에게 거리를 여는 문화적인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처음 사람들은 아쉬움을 말하지만, 서서히 거리에서 이루어진 축제가 잊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축제의 시기와 장소성은 매우 중요하다. 오랜 세월, 심지어 한국전쟁 시기에도 남대천에서 진행해 온 강릉단오제를 준비하는 위원회는 코로나19 시기 2년 동안 강릉 시민이 단오제 장소를 잊어버릴까봐 2021년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남대천에서 전시와 체험을 중심으로 <강릉단오제>를 진행했다는 사례는 축제의 장소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인천의 대표적인 축제인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소래포구축제>, <연수능허대문화축제>, <화도진축제> 등은 비교적 안정적 장소에서 진행되어 왔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시민들이 모이지는 못해도 축제가 이루어진 장소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이루어질 것이고, 시민들은 방역의 단계에 따라 아쉽게나마 축제를 대면과 비대면 온라인으로 만나고 즐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재난의 시기에 굳이 축제를 해야 하나?’라는 질문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역사에서 자연재해나 국가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기원 의식을 하거나, 사람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져주는 문화예술 활동을 했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다. 코로나19 재난 시대에 축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21년 <부평풍물대축제>도 이전처럼 교통을 통제하여 거리를 열지는 못하지만, 오는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70년 만에 반환된 부평 캠프마켓과 부평아트센터에서 ‘담을 넘어’라는 주제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중심으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같이 거리축제를 하지는 못해도 어떤 방식과 형태로든 축제는 진행되어야 한다. 심신이 지친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면서 위로를 받고, 어려움에 처한 문화예술계의 활성화를 위해서이다. 문화예술은 예산을 써서 당장 큰 경제적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활성화와 시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무형의 자산과 시민들의 창의력을 높여 무한대의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어렵게 진행되는 인천지역의 여러 축제와 더불어 <부평풍물대축제>에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리며 글을 마친다.

사진제공: 부평구축제위원회

이찬영(李贊榮, Chan Young Lee)

2021 부평풍물대축제 기획단장. 사회적 기업 ‘인천 자바르떼’ 대표.
인천에서 오랫동안 풍물단체 활동을 해왔고, 문화예술단체의 지속성을 위한 사회적 경제 활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주민과 함께 축제를 만들어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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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만들어가는 방법

공영지(인천서구문화재단)

지역 곳곳에 가지각색의 축제 현수막과 배너들이 가득해지기 시작하면, 비로소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이 찾아옴을 느낄 수 있었다. 예년 같으면 드림파크에 국화꽃과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드림파크 국화꽃 축제>가, 청라호수공원에는 은은한 클래식 선율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을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축제>가 펼쳐졌을 것이다. 구도심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기획한 크고 작은 마을축제들로 9월이라는 시간은 축제와 함께 지나가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축제 연기’와 ‘연기 끝에 취소’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접하고 있다. 2020년은 코로나19를 처음 접했고, 곧 이 상황이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더욱 큰 실망감을 안겨준 해가 아니었을까. 2021년의 우리는 더는 축제를 멈추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찾아 축제를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인천시 서구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주민과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을지 주민들과 끊임없이 논의하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토론하며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축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문화도시 상생협의체 <비대면 축제 전환 관련 주민회의>(2021.08.)

인천서구문화도시지원센터는 시민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문화도시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는 2021년 1월 7명의 시민이 모여 기업이 지역사회에서 상생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을 제안하고, 문화적 수혜를 넘어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관점에서 시민과 기업이 함께 공동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기업에 제안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

지난 6월, 상생협의체는 시민-기업 공동프로젝트의 첫걸음으로 SK인천석유화학과 함께 다문화가족과 지역주민을 위한 <아름다운 문화동행 축제>를 기획하고 개최하였다. 상생협의체는 지난 축제에 이어 10월에도 SK인천석유화학과 함께 <다문화가족을 위한 시민문화축제>를 기획하고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기획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라, 기관에서는 공공의 목적으로 추진하는 회의 외에 모임과 공식적인 행사는 4인 이하의 인원이어도 지양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비대면 활동이라는 대안을 마련하여 축제와 각종 사업, 모임은 비대면(온라인)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실천하고 있다.

축제의 비대면 전환이 단순히 공공의 편의를 위한 것이거나, 차악의 선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비대면 축제 전환에 대한 실제 참여자인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숙의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상생협의체 주민회의에서 비대면 축제 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안전한 축제 개최를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오고 있다.

1. IT기기 활용이 어려운 정보취약계층에게 비대면 행사는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소외계층(다문화가족) 실태를 조사하여, 비대면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교육 운영 현황을 파악해 본 결과, 한글교육 외 다른 교육은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이에, 비대면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교육키트를 제작·배포하되, 너무 어려운 교육용 키트보다는 문화예술체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비대면 프로그램에 접속하고,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키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문화예술 체험키트를 활용한 비대면 프로그램 체험 <아라노리터-원데이클래스>(2020. 12.)

2. 안전한 방법으로 콘서트(공연)를 관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주민이 공연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일상 속에 축제의 요소를 심어준다면 안전하고,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축제의 개최가 가능할 것이다.

2021 찾아가는 공연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야외상설공연

3. 전면 비대면 축제로 운영하기보다는, 인원을 제한한 대면 축제와 비대면 축제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지침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축제 참여 인원을 축소해서 진행하고, 축제의 주요 공연 등은 비대면으로 관람하게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021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축제>의 대면과 비대면 병행 현장

4. 코로나19 상황에서 주민들과 함께 축제를 기획하는 과정 자체가 축제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민들이 직접 축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 제공을 통해서 수동적 향유자에서 능동적 참여자로 참여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더 역동적이고 주민 친화적인 축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문화도시 상생협의체 축제 기획 워크숍(2021. 3.)

이처럼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한 문화도시 상생협의체는 이를 바탕으로 ‘서구배문(배달의 문화)’이라는 콘셉트로 10월 축제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정보에 취약한 다문화 가족을 위하여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체험키트를 제작해서 배포할 예정이다. 키트 제작 및 택배발송이라는 단순한 과정을 넘어, 얼굴을 마주하여 사용법을 안내함으로써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프로젝트를 만들 것이다. 주민들은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축제, 온라인으로도 즐길 수 없는 소외된 다른 주민들을 위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온라인이라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온라인을 활용하지 못하는 주민과도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축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축제란 모두가 함께 즐기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주민들의 비대면 축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하며, 비대면만이 능사는 아니며, 어디선가 우리가 만든 온라인 콘텐츠를 접하지 못하는 주민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게 바로 모두가 그리는 설레는 축제가 아닐까.

사진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공영지(孔瑛智, Youngji Kong)

인천서구문화재단 문화도시지원센터




도시 축제의 재구성: 연수 문화도시 축제 〈연수℃ 페스타〉

도시 축제의 재구성연수 문화도시 축제 <연수℃ 페스타>

윤성진(연수 문화도시 축제 총감독)

하이브리드형 축제의 도전연수구는 코로나19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10월(10.1.~10.17.)에 개최되는 문화도시 축제 기획에 한창이다. 오프라인으로 3일간(10.1.~10.3.) 예정했던 축제는 대면과 비대면이 혼합된 하이브리드형 프로그램과 일부 비대면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나눠 준비되고 있다. 연수 문화도시 축제는 시민과 행정, 전문가가 함께 ‘문화도시형 축제’의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출발했다. 올해는 무엇보다 1년 반이나 만나지 못했던 시민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신도시와 원도심 시민 모두가 하나의 연수 도시공동체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축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2021 연수와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활력과 열정을 축제를 통해 보여주기 위해 많은 시민, 예술인, 마을 활동가들과 연수구의 기관, 단체, 협회 등이 모두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문화도시 축제기획 아카데미 개막식을 준비하는 시민기획단

문화도시, 축제의 재구성은 왜 필요한가?대부분의 축제는 ‘공공의 필요에 따른 계획과 공공예산의 지원, 시민의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얼핏 무엇이 문제인가? 하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도시들이 ‘지자체장 등 행정의 일방적 의사결정으로 만드는 공급자 중심 행사’, ‘공공지원에 대한 전적인 의존에 따른 재원 다각화의 한계와 재원확보의 불안정성’, ‘시민의 단순 관람, 소극적 자원활동 수준의 참여를 넘어서지 못하는 자발적 시민참여의 한계’로 주인 없는 축제가 만들어졌다. 축제가 도시민들의 삶에서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일회성 이벤트에서 기대하는 소극적 효과와 불확실한 지역 마케팅 효과에 만족하며 활력 없는 축제가 양산되어 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작년부터 각 도시의 축제들은 스스로 전환과 대응을 고민할 시간도 얻지 못한 채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지침에 따라 전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축제는 코로나19 감염을 전파시킬지도 모르는 위험한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안한 마음 한편에는 현장성, 공동체성, 일탈성을 가진 축제에 대한 갈망이 공존하고 있다. 축제에 대한 이중적 관점이 존재하는 지금, 기존의 축제 추진방식이 한계를 드러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축제 전환과 기후위기 시대에 축제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이 시기가 오히려 도시의 축제를 재구성해볼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혼돈된 상황에서 오히려 문화도시들은 지역의 축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재구조화를 시도해볼 기회를 맞이했다.
기존에 도전해보지 못했던 도시축제 추진체계의 전면적인 전환을 통해 수십 년간 고착되어 관주도, 공급자 중심으로 만들어 온 지역축제의 패러다임을 바꿔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문화도시 축제는 ‘시민중심의 의제설정, 민간과 공공의 협력, 시민과 지역 예술인들의 주도적 참여’를 전제로 ‘시민이 결정하는 축제장소’, ‘시민의 제안하는 프로그램’, ‘시민이 기획자가 되어 결정하는 축제전략과 테마’, ‘시민 추진위원회가 축적해가는 축제 노하우’, ‘시민의 기록으로 만들어지는 지역축제의 역사’를 만들어 내는 축제여야 한다. 연수 문화도시 축제는 재단의 과감한 결정과 연수구의 적극적인 지지, 시민주체들의 관심과 협력으로 주민주도형 축제 전문가들의 코칭과 멘토링을 통해 시민기획자들이 축제의 주체로 성장하는 축제 생산을 주도하는 새로운 축제 실험의 첫발을 내디뎠다.

문화도시에서 축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문화도시에서 축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첫째, 문화도시의 축제는 밀도 높은 주민 거버넌스 구축 및 시민참여 확대의 계기가 되고 또, 문화도시 추진을 위한 참여 전문인력의 발굴과 육성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민주체의 참여와 성장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두 번째로, 문화도시의 테마, 특징, 가치를 시민과 외부에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며 지역홍보와 축제 준비과정의 아카이빙을 통해 문화도시 사업의 성과 확산과 공유에 기여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문화도시의 연차별 사업성과의 정리와 결산,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서, 문화도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객관적 지표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핵심 리더그룹과 문화도시 추진 주최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축제의 플랫폼 기능을 통한 지역 문화기획, 문화단체들과 문화도시 사업의 협력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문화도시 사업에 있어서 지역축제는 큰 과제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개막식 퍼포먼스의 기획부터 참여까지 함께하는 시민기획단

연수 문화도시 축제의 출발이렇게 축제는 살아있는 문화유기체이자, 지역문화생태계를 지키는 숲이며, 공동체의 힘을 보여주면서 지역의 문화적 총체를 발견하게 하는 인류사회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적 제도이자 현대적 제의이다. 문화도시에는 바로 이런 축제 원형성을 현대화한 시민공동체 중심의 축제가 하나씩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미션을 가지고 출발한 연수 문화도시 축제는 기존에 연수구에서 개최되어오던 전통축제인 <연수능허대문화축제>의 스토리가 상징하고 있는 도전과 개척정신, 소통의 가치를 반영하고 연수구가 가진 다양성에 대한 포용과 시민들의 열정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연수의 시민들이 오랜 연대와 활동으로 축적한 연수의 다양한 기억들을 반영하고, 연수 시민들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라는 의미에서 연수 문화도시 축제의 명칭은 <연수℃ 페스타(Festa)>(연수씨 페스타)로 정했다.

연수 문화도시 축제 <연수℃ 페스타> 포스터

문화도시축제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가?과정중심의 축제를 지향하는 문화도시 축제는 어떤 기획 프로세스로 구성될 것인지 기존 주민주도형 축제의 기획과정을 토대로 문화도시에 맞는 프로세스를 실험 중이다. 이 과정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Field > Engagement > Story > Target > Action Plan’의 5단계(F.E.S.T.A)로 제시하였다.
현장중심의 기획으로 지역에 대한 이해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역주민, 지역의 공간, 지역의 역사와 커뮤니티에 대한 매핑을 완성시켜가는 F단계(Field)가 준비과정의 첫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주민들에 대한 참여형 교육, 워크숍을 통해 실질적인 지역 전문인력으로 육성시키는 단계로 E단계(Engagement)라고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축제의 소재를 정하고, 축제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기획하는 단계인 S단계(Story)이다. 주민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획과 지역 네트워크의 참여가 중요한 단계이다. 네 번째로는 축제의 수요자를 구체화하고 목표와 성과지표를 공유하는 T단계(Target)로 올해 축제의 목표지점을 정확하게 설정하는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준비해 온 계획과 콘텐츠를 실행계획과 매뉴얼로 구체화하고 문서화하여 실행을 준비하는 A단계(Action Plan)로 이 과정을 통해 실행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한다. 이 5단계의 기획 프로세스는 과정중심의 축제기획을 위해 제시한 것으로 연수 문화도시 축제의 준비와 실행, 평가 환류의 전 과정을 통해 다듬어지고 정교화될 것이다.

수많은 ‘연수씨’를 만나는 연수 문화도시 축제현재 연수 문화도시 축제는 축제기획단과 축제자문단, 시민기획단과, 문화재단, 문화도시 센터직원들, 동주민자치회, KT&G상상유니브, 함박마을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연수구립 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생활문화동아리, 연수예술인협회, 해양경찰청, 연수문화원 등 연수구를 구성하는 많은 주민공동체, 기관, 협회, 단체들이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기대했던 축제를 완성할 수는 없겠지만, 현장에서, 또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교육과 워크숍을 통해 준비하는 과정 자체에서 이미 많은 ‘연수씨’들은 즐거운 축제의 긴장과 설렘을 경험하고 있다. 과정이 즐거운 축제, 시민이 먼저 즐거운 축제가 진정한 축제이다. 뜨거운 열정의 온도를 지닌 ‘연수씨’들이 주인으로 성장하는 축제, 시민(Citizen)들이 만들어가는 문화도시(Cultural City)를 경험하는 연수씨들의 축제인 <연수℃ 페스타>의 행복한 여정을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길 기대한다.

사진제공: 연수 예비문화도시 축제추진단

윤성진 (尹盛鎭, Paul Yun)

1996년부터 25년간 축제현장을 지켜온 축제전문가로, 축제감독, 축제연구, 축제교육, 평가와 컨설팅 등 건강한 축제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사)한국문화기획학교의 교장으로 기획교육과 워크숍, 멘토링을 통해 청년 문화기획자와 축제전문가를 양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오고 있다. 축제로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간다는 사명감으로, 최근까지 한강몽땅 축제 총감독,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총감독, 서울 남산골한옥마을 총감독을 맡아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를 만들어왔으며, 올해 5월부터 연수 문화도시 축제 총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다. tozio210@gmail.com




〈인천의 문화다양성 사업 현황과 과제〉 좌담회

<인천의 문화다양성 사업 현황과 과제> 좌담회

7월 29일 오전 10시, ‘인천의 문화다양성 사업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온라인으로 좌담회가 열렸다. 문화다양성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8명(인천문화재단 시민문화부장 태지윤;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김영경, 인천서구문화재단 문화도시지원센터 거버넌스팀장 안주용; 거버넌스팀 공영지; 생활문화팀 윤미화,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팀장 정시윤; 문화도시팀 신성은, 인천영상위원회 사무국장 이재승)이 좌담회에 참여하였고,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 손동혁 실장이 진행하였다. 논의는 크게 3가지로 진행되었는데, 첫째, 문화다양성 사업의 현황, 둘째, 사업 추진 관련 애로사항, 마지막으로 향후 문화다양성 사업 확대를 위한 제안에 대한 의견이다.

손동혁 : 현재 추진 중인 문화다양성 사업의 주요 현황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윤미화 : 인천서구문화재단은 2020년도에 무지개다리 신규기관으로 선정되어서 올해 2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지역특성을 반영한 세부 프로그램을 세대, 원·이주민, 성별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지역의 원도심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 07월 28일까지 교육 3일 차를 진행 완료한 상태입니다. 하반기에 잘 진행하여 내년에는 좀 더 확장된 프로그램으로 지역의 문화다양성 가치를 발굴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통해 확산시키고자 합니다.

2021 무지개다리사업 <골목문화놀이터> (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2021 문화다양성 기획학교 교육워크숍 (사진: 인천서구문화도시지원센터)

안주용 : 2021년 <문화다양성 기획학교>는 예비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인천서구문화재단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서로 공유·공감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주민들 간의 논의를 통해 좀 더 확산·확장하는데 주요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문화다양성 기획학교>는 <무지개다리 지원사업>과 연계하여 진행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사업은 특정한 사업들이 지역의 많은 현안들을 반영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되어 ‘문화다양성’의 가치에 기반한 다른 사업들을 늘림으로써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든 사업입니다.

이재승 : 문화다양성과 관련된 사업을 소개하기에 앞서서 인천영상위원회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인천영상위원회는 10여 년 전에 인천문화재단 내 하나의 부서로 있었는데요, 그 당시 인천영상위원회의 대부분 사업들이 산업지향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분리된 이후 지역에 기여하는 의미로 문화적인 측면에서 고민하였고 저희가 주로 다루고 있는 장르인 영화를 매개로, 인천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설명할 수 있는 사업들의 과정에서 시민들이 문화도 향유할 수 있게끔 하고자 했습니다. 인천영상위원회라는 조직으로 지역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디아스포라영화제>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2021년 디아스포라영화제 (사진: 인천영상위원회)

영화제는 보통 영화진흥위원회라는 곳에서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디아스포라영화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았고 내년에는 10회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천은 한국 최초 이민의 역사가 있는 도시의 정체성과 한국의 관문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서 살고 있고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는 일종의 공존의 도시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저희는 그런 부분들을, 이주민과 선주민을 잘 연결해 서로의 다름에 대한 관용,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영화를 통해서 만들고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요, 1) 영화를 상영하는 부문과 2) 여러 담론이나 교육에 관련된 아카데미 프로그램, 그리고 3)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누릴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영화제라고 이름은 붙여져 있지만, 일종의 복합문화축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태지윤 : 인천문화재단에서는 시민문화활동 지원사업에서 작년부터 문화다양성 사업을 수면 위로 드러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게 처음이 아니고 2015년부터 2019년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 곳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 지원을 받기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재단이 예산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는 의견을 반영하여 기존 <시민문화활동 지원사업>에 ‘문화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마련했습니다. 올해는 해당 키워드를 이원화해서 1차 공모에서는 문화다양성 사업을 받았고 2차 공모 때는 기존에 했었던 생활문화 관련 사업을 받았습니다.
5년 동안 문화다양성 관련 사업을 재단에서 직접 기획하면서 느낀 점은 재단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기보다는 지역 단체들하고의 연계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재단은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행정조직이라서 사업의 진행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들과의 공유나 사업의 확산 면에서도 지역 단체들과 연계하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봤습니다. 선정된 사업들을 살펴보면 소기의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과 올해를 통틀어 보면 주제·장르·대상의 문화다양성 관련된 사업들이 있었고 인종·취향·성인지, 혹은 노동·인권·환경 등을 다루고 있는 사업들도 있습니다. 기존 장르중심의 사업에서는 지원할 영역이 부족했는데 문화다양성이라는 사업 분야를 통해 다양한 사업들이 발굴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020 인천문화재단 시민문화활동 지원: ‘산곡동 영단주택’ 도시투어 및 기록 (사진: 동인천탐험단) 2021 인천문화예술교육 기획 지원: <얘들아 같이 놀자: 똑똑, 음악 Talk> (사진: 인천 자바르떼)

김영경 : 여기 오신 분들은 ‘문화다양성’에 집중된 사업을 하고 계신데요,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산 규모가 큰 사업 중 하나가 지역의 단체들이 시민들을 찾아가서 문화예술교육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모사업입니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이라고도 하고 몇 년 전부터는 <인천문화예술교육 기획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인천에서 강조해야 할 영역이 문화다양성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일반적인 공모와는 별도로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한 주제공모를 3년 전부터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반공모와 별도로 주제공모를 둠으로써 일반적인 교육 운영 이외에도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지역의 논의를 모아내고 서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론화하는 등의 활동까지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3년 전에는 지원 단체는 있었지만 선정된 곳이 없었고 작년에는 세 단체가, 올해에는 두 단체가 선정되었습니다. 올해 두 곳 중 한 곳은 이주 고려인들과 다른 한 곳은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시윤 : 연수문화재단은 여기 모여 있는 기관 중 가장 신생 기관이기에 오랫동안 사업을 추진해온 것은 아니지만, 문화다양성 사업추진과 관련해서 크게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앞서 다른 곳에서 했던 문화다양성 사업들을 톺아보며 우리의 사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 접근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 중심의 단어를 안정적인 사업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 재단 자체 재원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2020년도에는 연수구가 어떤 도시이며 어떤 부분을 문화다양성 사업 안에서 풀어낼 수 있을지 조망하는 단계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지역을 살피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고요, 올해는 거기서 조금 더 깊이 나아간 상태입니다. 문화다양성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으로 옮길지 고민하는 작업은 계속해서 이어가면서 내년에는 연수구에서 문화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조금 더 정리해 내고 그것을 드러내고 보여주는 실천 전략을 사업에 녹여내고자 합니다.

2021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거리예술 프로그램 <자전거 식당: 유목민의 식탁> (사진: 연수문화재단) 2021 함박웃음 문화학교 라운드테이블 (사진: 연수문화재단)

신성은 : 저는 연수문화재단의 구체적인 사업내용과 현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연수문화재단은 올해 세 갈래로 사업을 나누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문화다양성 리서치>로 작년부터 진행해 온 사업입니다. 송도유원지 일원은 유원지가 폐장한 이후 도시 계획이 잠시 부재한 사이에 지리적으로 항만과 가깝다 보니 도시 계획과 달리 자연스럽게 송도중고차수출단지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중고차를 주로 거래하는 아랍권이나 아프리카권의 이주민들이 대거 거주하게 되었고 도시의 모습과 구성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폐장이 되거나 이전될 수 있다는 임시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 지역에 대한 아카이빙이나 리서치가 부족했는데요, 작년부터 조심스럽게 심화 인터뷰와 지역에 관련된 연구 자료들을 함께 조사하면서 지역의 현황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어떻게 문화다양성 사업을 해볼 수 있는지 조사하는 리서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리서치는 문화다양성 사업의 방향성과 내용을 고민하기 위한 자문회의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업은 <문화다양성 주간행사>로 <무지개다리 지원사업>과 별개로 연수문화재단 자체로 진행한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문화다양성 관련 콘텐츠로 시민들과 조금 더 편하고 쉽게 만나기 위해 기획된 사업입니다. 연수1동의 함박마을이라는 곳에는 고려인이나 중앙아시아, 러시아에서 이주한 분들이 많이 거주하다 보니 그분들의 주식인 빵을 판매하는 빵집이 매우 많습니다. 우리에게도 빵이라는 음식은 익숙하기에 그 빵을 통해서 문화다양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리예술 프로그램을 자전거문화살롱과 함께 기획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디아스포라영화제>의 부대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가족 단위로 어린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그림책 제작 워크숍>, 협력 기관들과 함께 운영한 <문화다양성 특강>도 주간행사에 같이 구성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함박웃음 문화학교>는 앞서 말씀드린 함박마을이라는 곳이 워낙 다양한 곳에서 온 이주민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기에 소통의 과정에서 오해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문화 활동을 접점으로 이주민들과 원주민들이 만날 수 있는 계기들을 확장하기 위해 기획하였습니다. 또한, 마을 안에는 복지관,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등 다양한 중간 조직들과 이주민분들을 돕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민간 조직들도 많은 편이라 사전 회의를 통해 협력지점을 공유하는 자리도 같이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민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는 라운드테이블을 운영하면서 사업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할 함박웃음 문화학교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손동혁 : 문화다양성 사업 추진과 관련한 애로사항은 무엇이 있을까요?

안주용 : 다른 사업들과 공통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만, 한정된 인원과 재원으로 문화다양성 관련 사업을 주민들에게 얼마나 많이 알리고 참여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지역적으로도 면밀히 파악해서 공유하고 참여와 공감으로 이어지는 확장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도 항상 애로사항인 것 같습니다. 앞서 정시윤 팀장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업’에 치중되지 않고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확산하고 끌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이 일부의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이벤트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지 말이죠. 연수문화재단도 그렇고 인천서구문화재단도 자체 사업을 늘려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고 이주 노동자가 많은 원도심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범위를 넓혀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각각의 권역들에서 이루어진 문화다양성의 특징과 사업 내용들을 서로 공유하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정시윤 : 문화다양성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사업 안에도 특색 있는 문화도시 조성이 들어가 있는데요, 여기서 애로사항은 사업이 아니라 도시 전역에 어떻게 문화다양성이라는 철학과 가치를 우리가 하려는 사업과 연계하여 확산시킬 수 있을까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을 넘어서는 ‘사업’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첫 번째 고민의 연장선이긴 하지만 이 일을 같이하는 재단 내부 조직원들과 우리가 사용하는 행정 언어에서부터 ‘문화다양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적용하고 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이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잘게 쪼개서 딱딱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사업에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성은 : 현장에서 문화다양성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면 그게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같이 사업을 추진할 협력 기관과도 문화다양성에 대한 이해나 다가가는 관점이 달라서 생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문화다양성을 조금 더 일상과 가까운 내용으로 다루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이러한 개념이 “피곤하고 도덕적인 부분을 강요받는 것 같다.”는 의견을 듣고 나서부터입니다. “내 일은 아닌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는 주민분도 있으셨고요. 문화다양성에 대해 논의하는 테이블을 확장하기 위해 이런 부분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문화다양성 사업의 효과 측정 방법도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프로그램 참여 인원 등의 정량적 방식으로 사업의 성과를 드러내고 있는데요, 문화다양성 사업 같은 경우는 그러한 정량적 방식으로는 효과가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분은 어떤 방식으로 사업의 효과를 드러낼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실무적 차원에서는 문화다양성 사업에 더 많은 시민이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사업의 시간이나 장소 등이 더 많은 사람과 어떻게 맞닿을 수 있는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윤미화 : 저는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을 통해서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고려하고 있는데요, 제가 느꼈던 것은 문화다양성 사업이 아닌 기타 사업에서도 문화다양성에 기반을 두었을 때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도 그 가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더 여러 사업들에 적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고요. 중심 사업과 기타 사업을 연계해 다양한 층위에서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적용되고 또 그것을 실천적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태지윤 : 공유 및 확산 면에서 단순한 의견을 드리자면 조직 내 다른 부서들도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기획이나 사업을 진행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업 관계자가 아니면 문화다양성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아서 부서들 간이나 지역단체와의 연계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시민으로까지 확대되면 더욱 그렇고 말이죠.
추가로 앞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재단이 직접 사업을 기획하기보다 지역 단체들을 통해 기획 및 진행하는 게 낫다고 했는데요, 작년이랑 올해 선정된 사업들을 보면 문화다양성 중심으로 여러 사업들이 단체들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재단 내 소수의 담당자들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보다 다양한 지역 단체들을 통해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고민하여 사업을 기획해서 진행하는 방식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승 : 많은 분들이 문화다양성 관련해서 주변의 이해도가 낮다고 느끼는 것 같은데요, 중요한 것은 문화다양성 사업을 담당하는 사람의 시선과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에 앞서 인천영상위원회의 이야기를 먼저 드리자면 저희는 영상위원회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었습니다. 크게 4가지로 정리하면 1) 지원 등의 서포터의 역할, 2) 시, 구, 의회도 상대하지만 주민들도 상대하고 있기에 중재자 혹은 매개자의 역할, 3) 육성과 관련된 인큐베이터의 역할, 모두 남을 위한 역할만 있기에 우리를 위한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했고 우리도 재미있게 일해보자 해서 4) 크리에이터의 역할 등 이렇게 4가지로 영상위원회의 정체성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얘기를 듣다 보면 문화재단은 서포터의 역할에 비중이 크게 느껴졌는데요, 저는 그만큼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맡아서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문화다양성 사업의 주요 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면 그것을 먼저 제대로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희가 <디아스포라영화제>를 그렇게 대하고 있거든요. 저희 스스로가 일종의 창작자, 크리에이터가 되어서 사업을 추진하는 건데 그게 마침 문화다양성 분야였던 거죠.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올해 9회까지 오면서 제일 어려웠던 일 중 하나는 해당 담당자가 영화제에 관해 그러한 시선을 갖게 하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영화제와 같은 경우 이벤트이기 때문에 일상성이라는 요소가 결여되어 있는 점입니다. 일상성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영화제를 개최하는 3일 내지 5일이라는 시간 동안 하는 것과 별개로 미디어 교육을 학교와 연계해서 디아스포라 관련 영화를 보여주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영경 : 앞서 인천영상위원회 사무국장님이 영화제가 갖는 이벤트성을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한편으로는 문화다양성과 같은 가치는 그러한 계기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남들과 다른 점이 인정받지 못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한테 배척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겠죠. 나와 다른 낯선 것을 접촉하는 방식이 사람 대 사람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영상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것은 굉장히 다를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 낯선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영화나 이벤트적인 계기가 오히려 유효한 면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 분야에서 문화다양성 주제공모를 하고 있는 저의 경험으로는, 다양성이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시화된 다양성만 주로 얘기하게 되는 거죠. 교육이라는 형식 때문에 더욱 그럴 수도 있고요. 장애인이나 이주민의 부분도 완전히 해결됐다고 할 순 없지만 우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할 다양성의 영역에 들어와 있기는 합니다. 다양성을 다룬다면 좀 더 넓은 측면의 시도들이 가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의 방식도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의 경우 교육이 기본이고 거기에 주제공모를 통해 추가 활동을 더하는 것인데요, 그 추가활동을 좀 더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연수문화재단처럼 조사를 진행하거나, 보다 체계적으로 다양성의 가치를 대외적으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손동혁 : 향후 문화다양성 사업 확대를 위한 제안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주용 :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사업진행에 있어서의 자원과 재원의 한계는 큰 애로사항입니다. 문화도시에서 거버넌스가 각광받고 있지만 거버넌스나 네트워크 같은 것은 문화도시가 아니어도 십몇 년 전부터 지역에 있는 자원들을 기반으로 고민해 오던 부분이고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다른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문화다양성 사업뿐만 아니라 각자의 모든 기관과 주민들, 지역의 단체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공통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어떻게 협력을 이끌어내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얽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화다양성의 기본 전제 조건은 인권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가 특별한 것을 찾는 게 아니라 일상이나 사회에 만연한 것을 바라보고 공유하면서 같이 협력할 수 있는, 그러한 문화 자체가 다양성에 가까워질 수 있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공영지 : 올해 처음 문화다양성 사업을 하면서 크게 느낀 것은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문화다양성 사업을 들여다보면 앞서 말씀들 하셨던 것처럼 드러나 있는 다양성들, 이주민이나 소수자, 장애인들을 주로 사업에서 다루고 있고 이런 가치를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데 없잖아 강요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그 또한 저희가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러한 자세를 함양하는 게 문화다양성 사업의 취지가 아닐까 합니다. 불편함을 수면 위에 드러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생각하는 다름을 같이 수용하고 포용하는 것도 사업을 운영하는 담당자에게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재승 : 제안을 말씀드리자면, 인천에 있는 문화재단들이 진행하고 있는 일들과 성격을 고려해 보았을 때 기초문화재단에서 가지고 있는 인프라가 갖는 일상성과 영화제의 이벤트성을 연계해서 <디아스포라영화제>가 5월에만 있는 이벤트가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과도 닿아있는 확장된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낮은 단계의 협력을 통해 공감하고 뜻을 모아보는 것부터 자주 하다 보면 디아스포라도 문화다양성도 서로가, 그리고 서로의 협력을 통해서 주민들이 이해하기 수월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정시윤 : 연수를 살펴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인천의 문화다양성으로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문화다양성에 접근할 수 있을지 계속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손동혁 : 말씀들 하셨듯이 문화다양성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원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특별하게 하려고 하면 어렵잖아요.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차별에 따른 혐오문제가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 같아요. 문화다양성 사업을 놓고 보면 좋은 일들인데 현실과의 괴리 또한 분명한 부분이 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하자면 존중과 공생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문화사업 속에서 공생을 위한 노력으로까지 고민하다 보면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게 많습니다만 그러한 한계에 대해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원고정리 박준혜




인천의 문화다양성 사업 소개

인천의 문화다양성 사업 소개

■ 인천문화재단

□ 시민문화활동 지원사업<시민문화활동 지원사업>은 시민 주체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문화다양성과 시민문화가치를 이해하고 확산하여 시민의 생활문화가 일상에 확대되고 문화예술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1차 문화다양성, 2차 생활문화 분야로 나누어 진행된다. 사업대상은 3인 이상의 단체로, 사업의 형식, 방식이 자유롭다. 2020년 13개 단체, 2021년 20개 단체가 선정되어 지역가치, 인권, 이웃, 노동, 환경, 성 평등, 다문화, 소외계층 대상 프로젝트 등 다양한 주제로 단체들의 장점과 특점을 살려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시민문화활동 지원사업>은 문화다양성의 관점에서 지역, 사회적 이슈, 다문화, 소수자, 세대 간 갈등, 문화·사회적 문제와 갈등 등 서로의 시선 차이로 발생하는 차이의 폭을 좁히고자 했으며,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해석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사 업 명 시민문활동 지원사업
사업기간 2021. 4. ~ 12.
사업예산 금150,000,000원
사업대상 인천 시민 및 예술가
사업목적
  • 시민 주체 문화예술활동을 통한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의 계기 마련
  • 다양한 주체들 간의 문화소통 기회 제공 및 이해의 폭 확대
지원규모 및 방법
  • 지원규모: 1단체 당 최대 2,000만원, 지원금 총 14,000만원
  • 지원방법: 공모에 의한 선정 및 지원
선정결과 총10건

□ 인천문화예술교육 기획지원(주제공모)<인천문화예술교육 기획지원(주제공모)>는 시민의 삶의 변화와 공동체성 회복을 지향하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특화분야로, ‘문화다양성’ 이해 심화와 공감대 확산을 목적으로 하는 지원사업이다. 2021년에는 2개의 단체가 선정되어 문화예술교육을 개발·운영하고 문화다양성 가치 공유·활동을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 단체는 고려인 이주 배경 자녀와 고려인 노인들과 음악놀이와 밭일을 하며 일상의 이야기와 마음을 나누면서 네트워킹 활동과 토론회 등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사는 방법을 확산하고 있으며, 또 다른 단체는 발달장애인 비장애 청년이 함께 나무로 만들고, 작물을 기르고, 노래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 관계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 업 명 인천문화예술교육 기획지원(주제공모)
사업기간 2021. 4. ~ 12.
지원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운영이 가능한 민간 문화예술단체
사업목적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문화다양성’ 이해 심화와 공감대 확산
지원방법 공모에 의한 선정 및 지원
선정결과 2개 단체, 지원금 총 7,000만원

■ 인천서구문화재단

□ 무지개다리 지원사업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국고보조금 지원사업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은 문화 간 상호교류 및 소통 활성화를 위한 사업이다. 2020년 신규기관 선정 및 3년 연속지원 사업으로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표창을 받아 지역 내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문화다양성 주간 운영 및 세부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다양한 문화주체들의 활동 및 문화다양성 교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사 업 명 2021 무지개다리사업 <서구 문화 예찬: 표현, 나눔, 채움의 문화다양성>
사업기간 2021. 1. ~ 12.
사업예산 금75,000,000원
사업대상 인천광역시 서구 구민
사업목적
  • 문화다양성의 보호 및 증진의 필요성 공유 및 공감 계기 마련을 통한 문화다양성 인식 제고
  • 지역 내 다양한 문화주체들의 교류를 통한 문화다양성 가치 발굴 및 확산
  • 능동적인 참여를 통한 지속가능한 공동체 조성 및 정주의식 강화
주요내용 서구 원도심인 남부지역(가좌동, 가정동, 석남동, 신현원창동 등) 일대를 중심으로 문화다양성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문화다양성 인식 확산 및 다양한 문화주체들 간 문화교류
세부 프로그램
  • 문화다양성 주간: 문화다양성의 날 5월 21일을 포함한 주간 운영
  • 문화다양성 교육: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지 및 인식 개선 효과 제고를 위해 문화다양성 개념 및 가치 교육 등
  • 문화다양성 라운드 테이블: 문화다양성 가치 관련 의견 발굴 및 관련 정책 방향 논의 등
  • 문화다양성 북토크 콘서트: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한 작가와의 북토크 콘서트
  • 골목문화놀이터: 놀이를 매개로 한 문화 간 상호교류 프로그램
  • 나를 바라봄: 발달장애청년을 대상으로 한 연극수업 및 연극공연
  • 오래 보아야 예쁘다: 다도를 매개로 한 상호교류 프로그램
  • 문화다양성 네트워킹: 다양한 문화주체와의 문화다양성 네트워킹
  • 문화다양성 이벤트: 재단 임직원 및 서구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다양성 이벤트

□ 문화다양성 기획학교2021 예비문화도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문화다양성 기획학교>는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이해하고 확산할 문화다양성 활동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사업이다. <문화다양성 기획학교>의 참여자는 기존의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을활동가이다. 마을활동가들은 <문화다양성 기획학교>에서 지역의 문화다양성을 조사․연구하고 문화다양성 활동의 사례를 탐구한다. <문화다양성 기획학교>의 활동가들은 우리 동네의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탐구하며, 문화다양성 활동의 미션을 정립하고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문화다양성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한다. 사업에 참여한 마을활동가들은 <문화다양성 기획학교>를 통해 지역에서 활동하며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인지하고 지역주민들에게 가치를 확산할 활동주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사 업 명 문화다양성 기획학교
사업기간 2021. 5. ~ 10.
사업예산 금31,000,000원
사업대상 인천 서구 마을활동가
사업목적
  • 문화다양성 활동가 발굴 및 양성
  •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지역의 관심도 제고 및 확대 공모에 의한 선정 및 지원
지원규모 및 방법
  • 지원규모: 400만원(1개팀 100만원내외)
  • 지원방법: 사업참여자를 대상으로 교육워크숍을 통해 기획된 프로젝트 실행비 지원
참여인원 10명

■ 연수문화재단

□ 문화다양성 리서치지역문화 연구의 범주 안에서 문화다양성 사업의 방향성, 내용, 방식 등 기초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추진한 문화다양성 리서치는 2020년부터 옥련동 송도중고차수출단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중고차수출단지는 송도유원지 폐장 후 도시계획이 잠시 멈추어진 사이 항만 접근성을 이점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그 이후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옥련동 일대의 도시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임시성 때문에 구체적인 기록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들과의 접촉 시도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 문화다양성 리서치의 강한 동기가 되었다. 그동안 연수구 내에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았던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민, 이주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그룹을 발견하고 그들의 존재를 드러냄과 동시에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자 한다.

사 업 명 문화다양성 리서치
사업기간 2021. 4. ~ 10.
사업예산 금13,800,000원
사업방식 연구용역 추진
사업목적
  • 송도중고차수출단지를 중심으로 문화다양성 심화 리서치 진행
  • 리서치 작업과 더불어 문화다양성 사업의 방향성을 다방면으로 모색
사업내용
  • 송도중고차수출단지 일원 심화 리서치
  • 리서치 결과보고서 제작
  • 전문가 자문회의 운영

□ 문화다양성 주간행사연수문화재단은 출범 초기부터 자체적인 문화다양성 사업을 추진해왔다. 문화다양성 주간행사는 문화다양성에 관한 관심 및 인식 향상과 문화다양성 사업기반 마련 등을 위해 세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인 ‘빵’으로 연수구의 문화다양성 관련 인식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거리예술 프로그램 <자전거 식당: 유목민의 식탁> △가족과 함께 문화다양성에 관해 이야기하며 우리 가족만의 그림책을 제작해보는 워크숍 <함께 가는 토요일> △작은도서관 실무자, 청소년, 행정인력 등을 대상으로 <문화다양성 특강> 등을 추진했다. 거리예술 프로그램은 인천영상위원회의 <디아스포라영화제>와 연계하여 진행했다.

사 업 명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사업기간 2021. 3. ~ 6.
사업예산 금15,500,000원
사업방식 직접사업, 일부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용역 추진
사업목적
  • 문화다양성에 관한 관심 및 인식 향상으로 동행 문화 기반 마련
  • 문화다양성 사업을 지속해서 함께 추진해나갈 동행 주체 발굴
사업내용
  • 거리예술 프로그램 <자전거 식당: 유목민의 식탁>
  • 그림책 제작 워크숍 <함께 가는 토요일>
  • 연수문화재단 <문화다양성 특강>
협력기관 인천영상위원회(디아스포라영화제 사무국), 연수구청, 연수청소년문화의집, 연수구 작은도서관

□ 함박웃음 문화학교연수1동 함박마을에는 고려인을 포함하여 다양한 국가에서 이주해온 이주민들이 밀집해서 거주하고 있다. 마을의 구성원들이 계속해서 달라지면서 주민들은 서로 거리감을 느끼게 되었고, 또 언어의 장벽으로 오해가 쌓이는 경우도 생겼다고 한다. 한편으로 이주민들이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하고자 하는 의지와 기존의 주민들과 교류하고자 하는 욕구도 확인이 되었다. 그래서 문화활동으로 서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계기들을 통해 조금 더 거리감을 좁히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해보고자 <함박웃음 문화학교>를 기획했으며 2020년에는 준비회의를 운영하며 사업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작업을 하였고, 2021년에는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공기관과 민간기관 담당자들이 서로 만나서 각자의 사업을 공유하는 사전회의와 주민들이 편하게 만나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는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사업을 실제로 운영할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운영위원회는 지역의 예술단체와 함께 마을에서 작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행해볼 예정이다. 통역과 번역을 통한 언어지원을 기본으로 하여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운영까지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이다.

사 업 명 함박웃음 문화학교
사업기간 2021. 4. ~ 11.
사업예산 금20,000,000원
사업방식 직접사업, 프로그램 운영 용역 추진
사업목적
  •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운영까지 이주민들을 포함한 다양한 주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사업참여구조 실험
  •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함박마을 주민대상 사업추진 기관과의 연계방안 모색
사업내용
  • 사전회의 및 라운드테이블 운영
  • 운영위원회(주민기획단) 구성
  • 파일럿 프로그램 운영

■ 인천영상위원회

□ 디아스포라영화제인천은 문호개방 이래 이주와 이민의 중심지였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한국 최초의 이민이 시작된 도시이자 이주의 역사가 녹아든 인천에서 환대와 공존의 의미를 나눌 수 있는 영화들을 매개로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복합예술축제를 지향한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디아스포라 개념을 입체적으로 사유할 수 있도록 시대적 현안에 초점을 맞춘 상영 프로그램과 강연 및 대담 등 아카데미 프로그램, 미디어 캠프 및 기획전시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디아스포라영화제의 노력은 문화 다양성 가치 확산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30여 개 지역 문화재단의 사업들을 대표하여 2018년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무지개다리 지원사업> 실적평가에서도 5년 연속 최상위 평가를 받은 바 있다. 2022년 제10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아시아 유일의 영화제인 동시에 인천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하며 계속 성장, 확대되고 있다.

사 업 명 디아스포라영화제
사업기간 2021. 5. 21. ~ 5. 23.
사업장소 인천 연수구 스퀘어원, CGV 인천연수점
사업예산 금510,000,000원
사업대상 인천 시민 및 전국 영화 애호가 등
사업내용
  • 상영 프로그램: 디아스포라 주제의 영화 온/오프라인 상영
  • 아카데미 프로그램: 전 세계적인 디아스포라 이슈를 담아낸 포럼, 강연, 토크 등
  • 체험 프로그램: 각종 전시 및 공연, 마켓, 워크숍 등
사업결과 총 30개국 58편 80회 상영/ 3일간 1만여 관객 참여

■ 참고자료




선택과 결정: 미술 작품과 전시의 생태적 실천

선택과 결정: 미술 작품과 전시의 생태적 실천

남선우(큐레이터)

“신께서는 자신의 창조물들이 피 흘릴 때 외에는 이 멋진 색을 보여주지 않으시지. 그래서 우리는 지치도록 인간이 만든 천이나 거장들의 그림에서 다양할 빨간색을 찾아다녀야 하는 것이네. 하지만 신께서는 바위 밑에 사는 희귀한 곤충에 그 비밀을 숨겨 두셨지.”(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 『내 이름은 빨강(제2권)』, 민음사, 2009, p.183)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에서 이스탄불 궁정화가들이 ‘빨강’이라는 귀한 색을 얻기 위해 찾은 것은 연지충이라는 벌레였다. 사뭇 낭만적이고 마술적으로 묘사된 이 소설의 장면에서 인간은 빨간색을 얻기 위해 자신의 피를 내는 대신 벌레를 죽여 말려 빻아 삶는다. 또 다른 안료 중 하나인 ‘본 블랙(Bone Black)’은 짐승의 뼈를 진공 상태에서 가열하여 얻는 탄화물질로, 전통적으로 특히 상아를 태운 ‘아이보리 블랙(Ivory Black)’을 귀히 여겼다. 이것은 오래전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시판 적색 식용색소는 연지충을 이용한 것이며, 동물의 털로 만드는 붓, 동물성 젤라틴으로 만드는 아교, 살아있는 동물을 직접 사용하는 설치 작품이나 퍼포먼스 등,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미술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또한 부지불식간에 많은 생명들을 착취하고 있다.

개별 작품 뿐 아니라 미술을 보여주는 방식, 즉 ‘전시’라는 형식 또한 비인간 동물을 직접적으로 착취하지는 않더라도 환경에 빚지는 일임은 마찬가지다. 전시의 속성을 수식하는 단어 중 ‘일회성’이라는 말은 어감은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일회용’이라는 의미이다. 작품을 제외하고는(때로는 작품마저도) 전시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단기간 열리고 허물어지를 반복한다. 전시가 제공하는 환경이 전시가 의도하는 감각과 내용을 전달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점점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다. 한 기관에서 1년에 진행하는 전시의 수는 적게는 3~4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에 달한다. 매 전시를 열고 닫을 때마다 새로 짓고 부수는 가벽과 가구, 벽면 가득 부착되는 PVC 시트지, 작품을 보호하고 운반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회용품 등, 전시의 스케일만큼 커지는 폐기물과 탄소 발생량을 목격할 수 있다. 인류세, 동물권, 환경 문제 등을 성찰하는 전시에서도 이런 일은 발생해 왔다. 몇 주 후면 헐릴 나무 가벽에 상영되는 숲에 대한 다큐멘터리, 자연 친화적 전시환경 구성을 위해 자랄 수 없는 공간으로 옮겨진 식물들, 여러 대의 트럭 채로 실려 나가는 전시 폐기물 등을 볼 때면 전시가 전달하는 내용과는 별개로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지는 일도 자주 있었다.

《기후 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021.6.8.~8.8.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촬영: 남기용)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부산현대미술관, 2021. 5. 4.~2021. 9. 22. (사진: 부산현대미술관)

물론 전시를 만드는 데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가치가 환경과 탄소발생량은 아니다. 그렇지만 환경과 생태 문제는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가 결단코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는 미술 전시의 속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회피도, ‘그렇다면 아무 전시도 열지 않고 아무 작품도 생산하지 않는 것이 옳은가’라는 극단적인 반문도 아닌 보다 발전적인 방향의 모색이 필요하다. 작품과 전시를 만들기까지의 수많은 과정과 각각에서 만나는 선택의 순간에 환경에 덜 해로운 방식을 택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PVC시트지 대신 이면지에 에코폰트 인쇄를 한 《기후 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서울시립미술관, 2021), 합판을 대지 않은 모듈형 가벽을 사용한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부산현대미술관, 2021) 등, 내용 뿐 아니라 형식과 진행 과정에 있어서도 친환경적인 방법을 생각한 전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기획전시 《간척지, 뉴락, 들개와 새, 정원의 소리로부터》(2021.5.21.~7.25.) 또한 전시가 담고자 하는 가치와 형식적인 실천이 일치하는 좋은 예다.

《간척지, 뉴락, 들개와 새, 정원의 소리로부터》, 인천아트플랫폼, 2021.5.21.~7.25. (사진: 인천아트플랫폼)

《간척지, 뉴락, 들개와 새, 정원의 소리로부터》의 제목에 나열된 단어들은 인천의 생태적 문제들에서 따온 것이다. 서해안의 상징이기도 한 갯벌을 사라지게 만든 간척지, 환경파괴에 의한 변종의 문제는 동물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목격하게 한 뉴 락(New Rock), 인간에 의해 삶의 형태가 너무나 달라져버린 개와 새, 그리고 도시가 밀어낸 자연을 힘겹게 갈음하고 있는 정원까지. 인천을 바라보며 떠올렸지만 사실은 국내뿐 아니라 지구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 앞에서 이 전시가 취하는 태도는 대안 없는 비판이나 고발이 아니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겹으로 얽힌 상황 속에서 ‘문제와 함께 머무르기’를 말하는 도나 해러웨이의 제안처럼 전시의 바탕에는 현 상황에 대한 보다 다성적이고 교차적인 고려, 그리고 다양한 개체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장한나, <신 생태계>, 2021, 수집된 플라스틱, 수조 3점, 기포발생기, 조명, 모래 혼합설치, 가변크기 (사진: 인천아트플랫폼) 김화용,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2020, 책자, 참고자료, 이미지 월 가변설치, 가변크기 (사진: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의 내용만큼이나 인상적인 점은 기획과 전시의 구현방식, 그리고 개별 작업에서 또한 생태적인 배려와 고민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일례로, 김화용 작가의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2020)는 앞마당에 닭을 놓아기르던 시대부터 닭을 ‘치느님’이라 부르며 잡아먹는 오늘까지, 각종 시각 재현물에 등장한 가금류의 모습과 우리의 시선 변화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작가가 구성한 책과 시각자료, 그것을 읽을 수 있는 자리로 구성된 이 작업은 재생지를 해실이 가장 적은 판형으로 잘라 친환경 잉크로 인쇄하였으며, 전시를 위한 가구는 칠하지 않은 목재를 재사용을 고려한 크기로 재단 및 접합해 만들었다.

이외에도 장한나 작가가 채집한 <뉴 락 표본 2017-2021>(2021)과 남화연 작가가 다종의 식물로 구성한 정원 <새로운 쾌락은 오래된 경계심과 같다>(2021)는 조명 없이 자연광을 이용하고 있으며, 정원은 인간과 비인간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제공된다. 또한 카라빙 필름 콜렉티브와 찰스 림 이 용, 파브리지오 테라노바, 주마나 마나의 영상 작업은 하나의 스크린을 시간대별로 나누어 사용하는 교차 상영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선택에는 미적인 이유나 구성상의 이유도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발언과 실천의 방향을 같게 하려는 기획자와 작가의 ‘언행일치’의 태도로 보였다.

Ecology of an Exhibition 웹사이트(https://artmuseum.princeton.edu/ecologyofanexhibition/) GCC(Gallery Climate Coalition) 웹사이트(https://galleryclimatecoalition.org/)

이런 실천을 위한 선택과 결정을 보다 쉽고 정확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들도 등장하고 있다. 2019년 프린스턴대학 미술관은 미국의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한 작업들을 소개하는 《Nature’s Nation: American Art and Environment》 전시를 진행하면서, 실제 이 전시가 환경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쳤는지, 전시를 만들면서 생긴 탄소발자국을 자성적으로 추적한 결과를 공유하는 웹사이트 ‘Ecology of an Exhibition’을 만들었다. 작품과 유물을 수집하고, 전시를 디자인하고, 도록을 인쇄하고, 작품을 보존하여 길이길이 수장하는 일들을 오로지 탄소발생량의 관점에서만 살펴본 것이다. 사이트의 메뉴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전시를 만드는 여러 단계에서 관습적으로 행하던 선택들에 대해 재고하게 되며, 우리의 다음번 선택에 참고할만한 사례들도 접할 수 있다.

또한 영국에서 출범한 GCC(Gallery Climate Coalition)는 2030년까지 미술산업에서 일어나는 탄소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NGO이다. 여기서 제공하는 ‘탄소발생계산기’는 작품의 운송, 포장, 인쇄 등의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탄소발생량이 얼마큼 달라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환경부담을 염두에 두기 시작하면서 <런던 프리즈 아트페어>의 탄소발생량이 절반이하로 줄어드는 등, 노력의 실제적인 효과도 확인할 수 있다.

중언하다시피, 미술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이 환경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기를 원하는 것처럼, 우리가 향유하는 대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를 고려한다면 창작의 과정에서 매 순간 조금 더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앞으로도 수많은 선택과 결정의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또한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남선우(南瑄祐, Nam Sunwoo)

큐레이터. 예술학과 미학을 공부했고, 월간미술, 큐레토리얼 랩 서울, 일민미술관 등에서 일했다. 《막후극》, 《무무》, 《연극의 얼굴》 등의 전시를 공동 기획했고, 『게이트웨이 미술사』를 공동 번역했다.




《잠식 항》 전시로 본 생태적 지표로서의 예술

《잠식 항》 전시로 본 생태적 지표로서의 예술

이선영(미술평론가)

2020년 정서진 아트큐브 기획전시Ⅱ 《잠식 항(航) Submerged Vessel》은 생태적 지표로서의 예술을 보여준다. 인천 아라뱃길 초입,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전시장인 정서진 아트큐브에 정박해있는 배는 떠나온 바다를 마주한다. 배를 뒤덮은 것은 틸란드시아라는 관상용 관엽식물이며, 배는 몸통 대부분을 식물로 가린 채 변신하고 있었다. 그것은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 같은 왕성한 생명력으로 무엇인가를 잠식한다. ‘잠식 항’이라는 전시의 제목에 남아있는 개념인 ‘항구’는 이제 이 수수께끼의 사물이 다른 차원의 출항을 요구한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의 생태계 일면을 반영함과 동시에 제자리에서 여행하는 예술의 면모를 보여준다. 감춰진 대상에 대한 해석학적 상상력은 전시공간을 각기 다른 항로로 떠나는 항구로 만든다. 2015년경 작가 김유정은 뿌리 없이 생존하는 이 식물에 영감을 받은 이후, 여러 사물을 그것으로 덮어왔다. 침실이나 부엌, 거실 등 친근한 일상 공간을 뒤덮은 식물들은 묵시록적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기괴함이 완전히 다른 무엇이 아니라 친근한 것에서 약간 비틀린, 즉 동일성 속의 차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2020년 정서진 아트큐브 기획전시Ⅱ 《잠식 항(航) Submerged Vessel》(김유정, 2020.07.29.~08.23.) (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인천 서구 전시장에서의 배는 장소성을 살리기 위한 소재의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소재주의적 발상으로 이것저것 뒤덮는 것은 아니다. 이 전시에서의 배는 상징적이다.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어업활동을 위해 인간이 만든 배는 자연을 이용하는 대표적 도구 중의 하나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떠났던 유럽의 배,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오염 때문에 녹아내릴 남극을 선점하기 위한 과학 탐사선, 고장이 나서 인근 해역을 오염시키는 유조선 등 그 모두가 다 배다. 부정적인 예들이지만, 우리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수출로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선 한국의 컨테이너선, 약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왜구를 물리친 거북선은 또 어떠한가? 타자와의 협력적 또는 착취적 관계 속에서 생산력의 발전을 견인하기 시작한 역사 이래로 배의 상징성은 컸다. 바다의 지배자가 곧 세계에 대한 지배자가 되었던 시기도 있었으니, 근대에 확립된 이 헤게모니는 아직도 생생하게 작동한다.

김유정, <잠식 항>, 가변설치(틸란드시아 식물, 배, 물류상자, 항구의 여러 가지 오브제), 2020 (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물론 작가는 인간과 인간의 경쟁보다는 인간과 식물과 문명의 대조항이라는 보다 넓은 범위의 지배관계를 다룬다. 논밭이나 목장이 되기 위해 불태워지고, 잘리는 식물, 인간의 이익을 위해 개조되는 식물 등은 인간의 일방적 처분에 맡겨진 대상이다. 그런데 김유정의 작품 속 식물은 인간이 이룬 위업이 무엇이든 균질하게 덮어버린다. 작품 속 식물의 역할은 인간 문명에 내재한 위험한 계층성을 무화시키는 일이다. 단지 그것이 하나의 종이라는 점이 불길한 느낌을 남길 따름이다. 건강한 생태계는 자연이든 문화든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미덕으로 하는 예술은 문화생태계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이 ‘만물의 척도’가 된 순간 지구에 비극이 성큼 다가왔다. 미술 또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했고, 표현의 한계를 가지게 되었다. 인간이라는 관념 자체가 자연을 타자화한 채 지배적인 상징적 질서가 되었기 때문이다. 배타적 의미의 근대 휴머니즘에 대한 반성이 현대의 ‘포스트 휴머니즘’을 낳았고, 이는 인간이라는 재현적 관념을 벗어나려는 현대미술과 방향성을 같이한다.

인간의 부재를 극적 장치로 표현한 김유정의 작품은 인간과 자연이 대립각을 세워나가는 시기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죽은 듯 살아있는 이 식물은 죽음을 환기시키는(memento mori) 알레고리인가? 하지만 종말적 이미지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전제이기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식물은 동물 이전에 지구에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었다. 인류의 발생은 훨씬 이후의 일이었고, 인류가 종말을 맞은 후에도 남아있을 존재 또한 식물일 것이다. 김유정의 작품에서 인간의 오랜 부재를 암시하는 덥수룩한 덤불은 새로운 출발 또한 식물로부터 가능함을 보여준다. 공중에 떠 있는 습기만 가지고도 살 수 있다는 식물 틸란드시아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적 측면에서 겸손과 금욕의 상징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절박한 환경 이슈가 암시하듯, 식물은 광란의 소비를 자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종말적 한계 상황에 대한 계시처럼 다가온다. 죽은 듯이 있었던 것이 봄이 되어 활성화되는 식물의 생태 자체가 부활의 상징이다.

로베르 뒤마는 『나무의 철학』에서 인간의 일회적이며 선형적인 생과 늘 새로이 되시작하는 나무의 생을 대조한다. 로베르 뒤마는 나무의 예를 들었지만, 크게 보아 식물은 시간의 시험 앞에 승리자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수 천 년 수령의 식물도 지구에 남아있으며, 수백 년 전의 씨앗이 조건을 만나면 싹을 틔우기도 한다. 작가에게 이 소재가 다가온 것은 이전에 주로 했던 프레스코 작품의 스크래치 작업을 하다가 날리는 분진을 저감하기 위한 공기정화 식물로 선택된 것이기에 치유와 복원의 의미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산/소비 주기는 광적으로 빨라졌고 회복이나 부활 또한 기약 없는 머나먼 약속처럼 들린다. 김유정이 말하듯이 ‘독식의 점령 무대’ 이후에 도래할 질서는 식물을 포함한 자연을 중요한 요소로 간주해야 함을 경고한다. 식물 아래의 것을 들춰보면 문명은 그 민낯을 더 확실하게 드러낸다. 작가가 활용한 폐선과 녹슨 어업 도구들은 해양 생태계를 착취하고 오염시켰을 배 또한 생산 활동을 멈췄음을 알려준다.

김유정, <재생_숨>, 수집한 자개장 서랍과 라이트박스, 인조식물 2020 (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또한 배는 모든 기계가 그렇듯이 형태상으로 볼 때 필요한 기능만 있는 기능주의의 대명사로 그 자체가 심미적 대상이 되곤 한다. 근대의 기능주의는 이전 시대의 복잡다단한 상징적 문양들을 쓰레기로 간주하고, 한 시대의 미학적 패러다임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근대의 군더더기 없는 기능적 대상 또한 마찬가지로 쓰레기가 되어 쌓인다. 더구나 이전 시대의 생산/소비 주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짧아졌다. 김유정이 활용한 낡은 배는 뗏목이나 돛단배 같은 더 낡은 배의 대안으로 발명된 것이겠지만, 이전보다 더 짧은 수명을 마쳤다. 자개장과 식물 이미지를 결합시킨 또 다른 작품군은 장롱 같은 일상적 사물 또한 배와 마찬가지로 길지 않은 사용 기간을 뒤로한다. 작품 <재생_숨>에서 어느 골목에 버려졌을 낡은 가구에 작가는 사람 사는 집처럼 불을 켜주었고, 자개장과 어울릴법한 문풍지 바른 문 같은 이미지로 변신시켰다. 그 안에서는 사물과 대조항으로 설정된 자연의 이미지가 자리한다.

작가는 자연과 문명을 세트로 등장시킨다. 양자는 뫼비우스 띠처럼 연동되어 이해된다. 버려진 배와 가구는 예술작품으로 재생된 것이다. 그것은 전시 장소가 바다와 인접해있기도 하지만, 쓰레기 매립지가 있는 ‘환경 특별시’이기도 하기에 의미가 있다. 장소 특정적 설치작품은 그것이 놓인 보다 큰 도시 또한 염두에 둔다. 생태와 환경의 문제는 인천 서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이슈다. 기후변화는 현재 전 지구를 강타하고 있는 바이러스 문제보다 더 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정서진 아트큐브에서의 김유정의 작품이 생태와 환경문제를 정곡으로 찌르고 있지만, 작가는 계몽주의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무성한 잡초 같은 것에 쌓인 오래된 사물은 오히려 침묵한다. 괴기스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다. 그 모두가 뭔가 강하게 주장하기보다는 꼭 집어서 무어라고 정의할 수 없는 애매한 감성이다.

무엇인가 이슈화시키는 것 자체도 상당한 공해를 만드는 역설적 상황에서 작가는 예술을 빌미로 쓰레기를 발생시키려 하지 않는다. 작가의 습관이 되다시피 한 수집은 재활용으로 이어진다. 유기물은 쉽게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깨끗하고 편리한 문명을 위한 많은 상품들이 폐기 이후에도 자연화 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자연의 정화작용을 온전히 거치지 않은 잔여물은 독이 되어 인간에게 돌아온다. 김유정의 작품에서 폐선과 자개장을 뒤덮은 식물은 시간의 가속을 보여준다. 버려진 것들이 빨리 자연화되는 것이 미덕이라면 시간은 긍정적인 요소일 것이다. 시간은 스크래치로 표면 효과를 준 프레스코화처럼 온전한 표면을 잠식한 상처들을 아물게 한다. 그렇지만 쓰레기가 자연화되는 세월보다도 더 짧은 인생을 사는 인간의 시간 또한 가속화된다. 김유정의 작품은 환경이 본격적으로 파괴되기 시작했던 산업혁명 시기 낭만주의자들이 폐허에서 느꼈던 숭고함을 일깨운다. 근대의 낭만적 숭고는 긴급한 환경적 실천의 요구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선영(李仙英, Lee, Sun Young)

미술평론가. 대학에서 생물학과를 졸업했지만 조선일보 신춘문예미술평론 부문으로 등단(1994년) 이래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미술 비평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공공미술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인천문화재단에서 추진했던 <지역공동체문화 만들기> 사업에서 수년간(2012~2015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