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오전 10시, ‘인천의 문화다양성 사업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온라인으로 좌담회가 열렸다. 문화다양성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8명(인천문화재단 시민문화부장 태지윤;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김영경, 인천서구문화재단 문화도시지원센터 거버넌스팀장 안주용; 거버넌스팀 공영지; 생활문화팀 윤미화,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팀장 정시윤; 문화도시팀 신성은, 인천영상위원회 사무국장 이재승)이 좌담회에 참여하였고,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 손동혁 실장이 진행하였다. 논의는 크게 3가지로 진행되었는데, 첫째, 문화다양성 사업의 현황, 둘째, 사업 추진 관련 애로사항, 마지막으로 향후 문화다양성 사업 확대를 위한 제안에 대한 의견이다.
손동혁 : 현재 추진 중인 문화다양성 사업의 주요 현황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윤미화 : 인천서구문화재단은 2020년도에 무지개다리 신규기관으로 선정되어서 올해 2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지역특성을 반영한 세부 프로그램을 세대, 원·이주민, 성별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지역의 원도심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 07월 28일까지 교육 3일 차를 진행 완료한 상태입니다. 하반기에 잘 진행하여 내년에는 좀 더 확장된 프로그램으로 지역의 문화다양성 가치를 발굴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통해 확산시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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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무지개다리사업 <골목문화놀이터> (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
2021 문화다양성 기획학교 교육워크숍 (사진: 인천서구문화도시지원센터) |
안주용 : 2021년 <문화다양성 기획학교>는 예비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인천서구문화재단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서로 공유·공감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주민들 간의 논의를 통해 좀 더 확산·확장하는데 주요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문화다양성 기획학교>는 <무지개다리 지원사업>과 연계하여 진행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사업은 특정한 사업들이 지역의 많은 현안들을 반영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되어 ‘문화다양성’의 가치에 기반한 다른 사업들을 늘림으로써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든 사업입니다.
이재승 : 문화다양성과 관련된 사업을 소개하기에 앞서서 인천영상위원회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인천영상위원회는 10여 년 전에 인천문화재단 내 하나의 부서로 있었는데요, 그 당시 인천영상위원회의 대부분 사업들이 산업지향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분리된 이후 지역에 기여하는 의미로 문화적인 측면에서 고민하였고 저희가 주로 다루고 있는 장르인 영화를 매개로, 인천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설명할 수 있는 사업들의 과정에서 시민들이 문화도 향유할 수 있게끔 하고자 했습니다. 인천영상위원회라는 조직으로 지역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디아스포라영화제>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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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디아스포라영화제 (사진: 인천영상위원회) |
영화제는 보통 영화진흥위원회라는 곳에서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디아스포라영화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았고 내년에는 10회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천은 한국 최초 이민의 역사가 있는 도시의 정체성과 한국의 관문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서 살고 있고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는 일종의 공존의 도시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저희는 그런 부분들을, 이주민과 선주민을 잘 연결해 서로의 다름에 대한 관용,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영화를 통해서 만들고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요, 1) 영화를 상영하는 부문과 2) 여러 담론이나 교육에 관련된 아카데미 프로그램, 그리고 3)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누릴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영화제라고 이름은 붙여져 있지만, 일종의 복합문화축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태지윤 : 인천문화재단에서는 시민문화활동 지원사업에서 작년부터 문화다양성 사업을 수면 위로 드러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게 처음이 아니고 2015년부터 2019년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 곳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 지원을 받기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재단이 예산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는 의견을 반영하여 기존 <시민문화활동 지원사업>에 ‘문화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마련했습니다. 올해는 해당 키워드를 이원화해서 1차 공모에서는 문화다양성 사업을 받았고 2차 공모 때는 기존에 했었던 생활문화 관련 사업을 받았습니다.
5년 동안 문화다양성 관련 사업을 재단에서 직접 기획하면서 느낀 점은 재단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기보다는 지역 단체들하고의 연계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재단은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행정조직이라서 사업의 진행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들과의 공유나 사업의 확산 면에서도 지역 단체들과 연계하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봤습니다. 선정된 사업들을 살펴보면 소기의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과 올해를 통틀어 보면 주제·장르·대상의 문화다양성 관련된 사업들이 있었고 인종·취향·성인지, 혹은 노동·인권·환경 등을 다루고 있는 사업들도 있습니다. 기존 장르중심의 사업에서는 지원할 영역이 부족했는데 문화다양성이라는 사업 분야를 통해 다양한 사업들이 발굴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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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인천문화재단 시민문화활동 지원: ‘산곡동 영단주택’ 도시투어 및 기록 (사진: 동인천탐험단) |
2021 인천문화예술교육 기획 지원: <얘들아 같이 놀자: 똑똑, 음악 Talk> (사진: 인천 자바르떼) |
김영경 : 여기 오신 분들은 ‘문화다양성’에 집중된 사업을 하고 계신데요,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산 규모가 큰 사업 중 하나가 지역의 단체들이 시민들을 찾아가서 문화예술교육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모사업입니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이라고도 하고 몇 년 전부터는 <인천문화예술교육 기획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인천에서 강조해야 할 영역이 문화다양성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일반적인 공모와는 별도로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한 주제공모를 3년 전부터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반공모와 별도로 주제공모를 둠으로써 일반적인 교육 운영 이외에도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지역의 논의를 모아내고 서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론화하는 등의 활동까지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3년 전에는 지원 단체는 있었지만 선정된 곳이 없었고 작년에는 세 단체가, 올해에는 두 단체가 선정되었습니다. 올해 두 곳 중 한 곳은 이주 고려인들과 다른 한 곳은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시윤 : 연수문화재단은 여기 모여 있는 기관 중 가장 신생 기관이기에 오랫동안 사업을 추진해온 것은 아니지만, 문화다양성 사업추진과 관련해서 크게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앞서 다른 곳에서 했던 문화다양성 사업들을 톺아보며 우리의 사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 접근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 중심의 단어를 안정적인 사업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 재단 자체 재원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2020년도에는 연수구가 어떤 도시이며 어떤 부분을 문화다양성 사업 안에서 풀어낼 수 있을지 조망하는 단계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지역을 살피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고요, 올해는 거기서 조금 더 깊이 나아간 상태입니다. 문화다양성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으로 옮길지 고민하는 작업은 계속해서 이어가면서 내년에는 연수구에서 문화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조금 더 정리해 내고 그것을 드러내고 보여주는 실천 전략을 사업에 녹여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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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거리예술 프로그램 <자전거 식당: 유목민의 식탁> (사진: 연수문화재단) |
2021 함박웃음 문화학교 라운드테이블 (사진: 연수문화재단) |
신성은 : 저는 연수문화재단의 구체적인 사업내용과 현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연수문화재단은 올해 세 갈래로 사업을 나누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문화다양성 리서치>로 작년부터 진행해 온 사업입니다. 송도유원지 일원은 유원지가 폐장한 이후 도시 계획이 잠시 부재한 사이에 지리적으로 항만과 가깝다 보니 도시 계획과 달리 자연스럽게 송도중고차수출단지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중고차를 주로 거래하는 아랍권이나 아프리카권의 이주민들이 대거 거주하게 되었고 도시의 모습과 구성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폐장이 되거나 이전될 수 있다는 임시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 지역에 대한 아카이빙이나 리서치가 부족했는데요, 작년부터 조심스럽게 심화 인터뷰와 지역에 관련된 연구 자료들을 함께 조사하면서 지역의 현황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어떻게 문화다양성 사업을 해볼 수 있는지 조사하는 리서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리서치는 문화다양성 사업의 방향성과 내용을 고민하기 위한 자문회의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업은 <문화다양성 주간행사>로 <무지개다리 지원사업>과 별개로 연수문화재단 자체로 진행한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문화다양성 관련 콘텐츠로 시민들과 조금 더 편하고 쉽게 만나기 위해 기획된 사업입니다. 연수1동의 함박마을이라는 곳에는 고려인이나 중앙아시아, 러시아에서 이주한 분들이 많이 거주하다 보니 그분들의 주식인 빵을 판매하는 빵집이 매우 많습니다. 우리에게도 빵이라는 음식은 익숙하기에 그 빵을 통해서 문화다양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리예술 프로그램을 자전거문화살롱과 함께 기획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디아스포라영화제>의 부대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가족 단위로 어린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그림책 제작 워크숍>, 협력 기관들과 함께 운영한 <문화다양성 특강>도 주간행사에 같이 구성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함박웃음 문화학교>는 앞서 말씀드린 함박마을이라는 곳이 워낙 다양한 곳에서 온 이주민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기에 소통의 과정에서 오해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문화 활동을 접점으로 이주민들과 원주민들이 만날 수 있는 계기들을 확장하기 위해 기획하였습니다. 또한, 마을 안에는 복지관,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등 다양한 중간 조직들과 이주민분들을 돕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민간 조직들도 많은 편이라 사전 회의를 통해 협력지점을 공유하는 자리도 같이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민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는 라운드테이블을 운영하면서 사업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할 함박웃음 문화학교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손동혁 : 문화다양성 사업 추진과 관련한 애로사항은 무엇이 있을까요?
안주용 : 다른 사업들과 공통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만, 한정된 인원과 재원으로 문화다양성 관련 사업을 주민들에게 얼마나 많이 알리고 참여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지역적으로도 면밀히 파악해서 공유하고 참여와 공감으로 이어지는 확장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도 항상 애로사항인 것 같습니다. 앞서 정시윤 팀장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업’에 치중되지 않고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확산하고 끌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이 일부의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이벤트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지 말이죠. 연수문화재단도 그렇고 인천서구문화재단도 자체 사업을 늘려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고 이주 노동자가 많은 원도심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범위를 넓혀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각각의 권역들에서 이루어진 문화다양성의 특징과 사업 내용들을 서로 공유하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정시윤 : 문화다양성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사업 안에도 특색 있는 문화도시 조성이 들어가 있는데요, 여기서 애로사항은 사업이 아니라 도시 전역에 어떻게 문화다양성이라는 철학과 가치를 우리가 하려는 사업과 연계하여 확산시킬 수 있을까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을 넘어서는 ‘사업’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첫 번째 고민의 연장선이긴 하지만 이 일을 같이하는 재단 내부 조직원들과 우리가 사용하는 행정 언어에서부터 ‘문화다양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적용하고 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이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잘게 쪼개서 딱딱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사업에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성은 : 현장에서 문화다양성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면 그게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같이 사업을 추진할 협력 기관과도 문화다양성에 대한 이해나 다가가는 관점이 달라서 생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문화다양성을 조금 더 일상과 가까운 내용으로 다루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이러한 개념이 “피곤하고 도덕적인 부분을 강요받는 것 같다.”는 의견을 듣고 나서부터입니다. “내 일은 아닌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는 주민분도 있으셨고요. 문화다양성에 대해 논의하는 테이블을 확장하기 위해 이런 부분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문화다양성 사업의 효과 측정 방법도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프로그램 참여 인원 등의 정량적 방식으로 사업의 성과를 드러내고 있는데요, 문화다양성 사업 같은 경우는 그러한 정량적 방식으로는 효과가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분은 어떤 방식으로 사업의 효과를 드러낼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실무적 차원에서는 문화다양성 사업에 더 많은 시민이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사업의 시간이나 장소 등이 더 많은 사람과 어떻게 맞닿을 수 있는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윤미화 : 저는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을 통해서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을 고려하고 있는데요, 제가 느꼈던 것은 문화다양성 사업이 아닌 기타 사업에서도 문화다양성에 기반을 두었을 때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도 그 가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더 여러 사업들에 적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고요. 중심 사업과 기타 사업을 연계해 다양한 층위에서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적용되고 또 그것을 실천적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태지윤 : 공유 및 확산 면에서 단순한 의견을 드리자면 조직 내 다른 부서들도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기획이나 사업을 진행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업 관계자가 아니면 문화다양성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아서 부서들 간이나 지역단체와의 연계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시민으로까지 확대되면 더욱 그렇고 말이죠.
추가로 앞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재단이 직접 사업을 기획하기보다 지역 단체들을 통해 기획 및 진행하는 게 낫다고 했는데요, 작년이랑 올해 선정된 사업들을 보면 문화다양성 중심으로 여러 사업들이 단체들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재단 내 소수의 담당자들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보다 다양한 지역 단체들을 통해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고민하여 사업을 기획해서 진행하는 방식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승 : 많은 분들이 문화다양성 관련해서 주변의 이해도가 낮다고 느끼는 것 같은데요, 중요한 것은 문화다양성 사업을 담당하는 사람의 시선과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에 앞서 인천영상위원회의 이야기를 먼저 드리자면 저희는 영상위원회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었습니다. 크게 4가지로 정리하면 1) 지원 등의 서포터의 역할, 2) 시, 구, 의회도 상대하지만 주민들도 상대하고 있기에 중재자 혹은 매개자의 역할, 3) 육성과 관련된 인큐베이터의 역할, 모두 남을 위한 역할만 있기에 우리를 위한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했고 우리도 재미있게 일해보자 해서 4) 크리에이터의 역할 등 이렇게 4가지로 영상위원회의 정체성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얘기를 듣다 보면 문화재단은 서포터의 역할에 비중이 크게 느껴졌는데요, 저는 그만큼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맡아서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문화다양성 사업의 주요 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면 그것을 먼저 제대로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희가 <디아스포라영화제>를 그렇게 대하고 있거든요. 저희 스스로가 일종의 창작자, 크리에이터가 되어서 사업을 추진하는 건데 그게 마침 문화다양성 분야였던 거죠.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올해 9회까지 오면서 제일 어려웠던 일 중 하나는 해당 담당자가 영화제에 관해 그러한 시선을 갖게 하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영화제와 같은 경우 이벤트이기 때문에 일상성이라는 요소가 결여되어 있는 점입니다. 일상성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영화제를 개최하는 3일 내지 5일이라는 시간 동안 하는 것과 별개로 미디어 교육을 학교와 연계해서 디아스포라 관련 영화를 보여주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영경 : 앞서 인천영상위원회 사무국장님이 영화제가 갖는 이벤트성을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한편으로는 문화다양성과 같은 가치는 그러한 계기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남들과 다른 점이 인정받지 못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한테 배척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겠죠. 나와 다른 낯선 것을 접촉하는 방식이 사람 대 사람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영상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것은 굉장히 다를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 낯선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영화나 이벤트적인 계기가 오히려 유효한 면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 분야에서 문화다양성 주제공모를 하고 있는 저의 경험으로는, 다양성이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시화된 다양성만 주로 얘기하게 되는 거죠. 교육이라는 형식 때문에 더욱 그럴 수도 있고요. 장애인이나 이주민의 부분도 완전히 해결됐다고 할 순 없지만 우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할 다양성의 영역에 들어와 있기는 합니다. 다양성을 다룬다면 좀 더 넓은 측면의 시도들이 가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의 방식도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의 경우 교육이 기본이고 거기에 주제공모를 통해 추가 활동을 더하는 것인데요, 그 추가활동을 좀 더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연수문화재단처럼 조사를 진행하거나, 보다 체계적으로 다양성의 가치를 대외적으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손동혁 : 향후 문화다양성 사업 확대를 위한 제안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주용 :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사업진행에 있어서의 자원과 재원의 한계는 큰 애로사항입니다. 문화도시에서 거버넌스가 각광받고 있지만 거버넌스나 네트워크 같은 것은 문화도시가 아니어도 십몇 년 전부터 지역에 있는 자원들을 기반으로 고민해 오던 부분이고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다른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문화다양성 사업뿐만 아니라 각자의 모든 기관과 주민들, 지역의 단체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공통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어떻게 협력을 이끌어내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얽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화다양성의 기본 전제 조건은 인권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가 특별한 것을 찾는 게 아니라 일상이나 사회에 만연한 것을 바라보고 공유하면서 같이 협력할 수 있는, 그러한 문화 자체가 다양성에 가까워질 수 있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공영지 : 올해 처음 문화다양성 사업을 하면서 크게 느낀 것은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문화다양성 사업을 들여다보면 앞서 말씀들 하셨던 것처럼 드러나 있는 다양성들, 이주민이나 소수자, 장애인들을 주로 사업에서 다루고 있고 이런 가치를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데 없잖아 강요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그 또한 저희가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러한 자세를 함양하는 게 문화다양성 사업의 취지가 아닐까 합니다. 불편함을 수면 위에 드러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생각하는 다름을 같이 수용하고 포용하는 것도 사업을 운영하는 담당자에게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재승 : 제안을 말씀드리자면, 인천에 있는 문화재단들이 진행하고 있는 일들과 성격을 고려해 보았을 때 기초문화재단에서 가지고 있는 인프라가 갖는 일상성과 영화제의 이벤트성을 연계해서 <디아스포라영화제>가 5월에만 있는 이벤트가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과도 닿아있는 확장된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낮은 단계의 협력을 통해 공감하고 뜻을 모아보는 것부터 자주 하다 보면 디아스포라도 문화다양성도 서로가, 그리고 서로의 협력을 통해서 주민들이 이해하기 수월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정시윤 : 연수를 살펴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인천의 문화다양성으로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문화다양성에 접근할 수 있을지 계속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손동혁 : 말씀들 하셨듯이 문화다양성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원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특별하게 하려고 하면 어렵잖아요.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차별에 따른 혐오문제가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 같아요. 문화다양성 사업을 놓고 보면 좋은 일들인데 현실과의 괴리 또한 분명한 부분이 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하자면 존중과 공생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문화사업 속에서 공생을 위한 노력으로까지 고민하다 보면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게 많습니다만 그러한 한계에 대해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