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잠에서 깨어난 시립미술관 건립 논의

-2016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범시민 전문가 토론회 단상

금방이라도 인천에 번듯한 시립미술관이 지어진다는 소식에 모두가 들뜨던 때가 있었다. ‘여기에 지으면 좋겠다, 아니, 저곳이 좋겠다’며 행복한 상상에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때도 있었다. 그랬다.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이루지 못한 꿈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아 있기만 하다. 하지만 짓기로 했던 시립미술관은 여전히 ‘희망사항’으로 남아 실체 없이 떠돌 뿐이며, 뜨겁게 지역의 미술계를 달구던 분위기조차 속절없이 사그라져 그때의 기억은 다만 기억으로만 머물 뿐이다. 그렇게 시립미술관 건립 논의가 실종된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지역 미술인들의 숙원일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방치되고 있는 인천 미술의 귀중한 자료와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도 시립미술관 건립은 촌각을 다투는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초유의 인천시 재정난이 겹치면서 일정 단계까지 진행되던 건립을 둘러싼 논의는 유야무야되는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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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점에 2016년 9월 29일(목) 오후 3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린 ‘2016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범시민 전문가 토론회’는 수면 아래로 잠긴 현안을 다시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보인다. 인천대학교 조형연구소 주최로 열린 이 날 토론회는 차기율 인천대학교 조형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김상섭 인천광역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의 발제 「인천시립미술관 건립 추진 현황 및 방향」과 미술평론가 김종길의 발제 「향유자 중심의 지역미술관과 전시계획 및 소장품 정책 제언」이 이어졌다. 토론자로는 최정숙 해반문화사랑회 대표, 황흥구 인천시의원이자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 이한수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 그리고 류성환 문화창작R.A.연구회 대표가 나섰다.

이 토론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시립미술관 건립 로드맵이 대략적이나마 제시되었다는 점이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상섭 인천광역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발제 내용과 질의응답 순서 내내 시립미술관 건립에 대한 의지와 구체적인 절차를 제시하려 애썼고, 그 모습은 사뭇 인상적이었다. 시 측에서도 인천이 시립미술관을 비롯한 국공립 문화시설이 척박한 상황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를 보완할 만한 대안을 내놓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양새였다. 그는 “올해 초부터 시립미술관 건립에 주력하고 있고, 임기 중에는 확실한 결과를 내놓아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건립 계획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최종적인 행정 절차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그는 또한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고려요소를 충족할 만한 부지 검토는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하반기 중 시립미술관 건립에 대한 개념과 일정 등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가동하고 있는 내부의 TF팀을 범시민기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발전적으로 재구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도 하였다. 이제는 부지 선정보다는 인천시립미술관의 성격과 기능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하는 단계라는 뜻이라고도 해석될 만한 내용이었다.

미술평론가 김종길은 경기도미술관의 운영 경험에 비추어 오늘날 미술관의 기능 변화에 주목을 하며, 체험, 교육, 에듀테인먼트, 이용자, 지역사회, 특성화, 온·오프라인 결합 중심의 미술관을 지향해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또 그는 “예술과 사회에 대한 능동적 개입과 창작 활동, 시대와 현실에 대한 창발적 발언과 지속성에서 나오는 인천만의 미술사를 정립할 시립미술관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조언하였다. 덧붙여서 ‘인천의 경우, 근대산업도시의 근대성을 기획 아이템으로 활용, 새로운 전시의 테마를 이슈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사를 내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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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토론에서 최정숙 해반문화사랑회 대표는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는 시립미술관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특유의 쉽고 호소력 있는 어조로 “미술관 자체가 미술품이어야 한다”며, “이 도시에 (시립미술관이) 아름다움을 소장하여 언제나 기쁨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황흥구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역시 시민의 대표로서 시립미술관에 기대하는 바를 이야기했는데, 무엇보다 “(인천은 시립미술관이 없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앞으로 가장 좋은 미술관을 지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시장을 비롯한 문화정책 부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였다. 다음 토론자로 나선 이한수 인천가톨릭대학교 회화과 교수는 건물 등의 하드웨어보다 운영과 관련한 기조를 수립하는 데 집중할 것을 주문하였다. 그는 ‘탈 권위를 통한 창조성 발휘가 중요’하다며 시민이 주체가 되는 미술관 건립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역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획이 선행되어야 하며, 건물 중심의 사고에 갇히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심화되는 입시교육의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류성환 문화창작R.A.연구회 대표는 일본 가나자와시에 있는 21세기미술관이 건립되기 전 100여 회의 공청회를 연 것처럼 우리도 끊임없이 논의한다면 올바른 방향으로의 건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흔들림 없는 정책 실현 의지와 기조를 당부했다.

지역 예술계의 뜨거운 현안이었던 만큼 방청석의 열기도 그에 못지않았다. 마이크를 잡은 지역의 예술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제라도 시립미술관 건립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다행’이라면서도 또 다시 한 목소리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정책의 기조가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희망과 우려가 동시에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토론회는 지지부진하게 시립미술관 부지 선정을 둘러싼 논의를 거듭하던 5년 전에 비해 확실히 진전된 내용과 정책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건립 자체를 의심하고 백안시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 이 날 토론회에서 받은 인상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앞에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누군가의 지적대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삶과 함께하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모든 지혜와 노력을 모을 때가 아닐까 한다. 오늘날의 미술관은 더 이상 전문가만의 것도, 시 당국의 것도 아닌 시민의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물질적으로 존재할 시립미술관 건물의 설계부터 미술품 수집, 조사·연구, 전시, 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뿌리는 하나일 뿐이다. 결국 인천시립미술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시민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철학적인 고민이 고스란히 건립 과정과 이후의 운영에 녹아들어야 시민의 사랑을 받는 미술관으로 남을 것이다.

글 / 박석태(미술평론가, 인천문화재단 예술지원팀)

사진 / 민경찬 시민기자




시립미술관 ‘부재(不在)’의 현실과 과제

얼마 전 뉴스에서는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의 운영 적자 현황과 인천광역시의 관련 채무 및 어려운 재정여건이 보도된 바 있다. 인천 출향 미술인으로서 나는 그동안 인천시가 아시안 게임을 우선순위 사업으로 진행하면서 예산상의 이유로 미술관 건립사업을 수차례 지연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문화예술진흥이 정부라든가 지자체의 정치, 경제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인천시의 시립미술관 건립향방이 향후 어떻게 될지 궁금하던 차에 문화재단으로부터 원고 요청을 받게 됐다.

타자의 시선으로 볼 때 미술관이나 문화 인프라를 통한 인천의 도시마케팅이나 브랜딩 전략은 심각한 위기적 상황이다. 10개 군·구를 가진 인구 300만의 도시로서, 국내 광역시, 특별시 가운데 유일하게 시립미술관이 없다는 오명을 언제까지 부지매입의 어려움이나 예산상의 문제로 돌릴 것인가? 그것은 오히려 문화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역이나 인구의 규모뿐만 아니라 인천지역의 초중고교, 대학 수 을 감안하면 교육적인 환경에서도 너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런 점에서 국내의 많은 도시들이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에서도 삶의 질의 개선과 도시마케팅으로서 미술관 건립과 국제 비엔날레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잠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인천시가 지난 십수년 동안 예산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시립미술관 건립을 고민하는 사이에 이미 전국적으로는 적지 않은 국공립미술관들이 새롭게 탄생했다. 최근 개관한 미술관만 살펴보더라도 제주도립미술관(2009)을 비롯하여 대구시립미술관(201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2013),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2013),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2014),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2015), 청주시립미술관(2016)등이 새롭게 공립미술관 대열에 합류하였다. 전남도립미술관과 울산시립미술관은 건립지를 이미 확보하고 설계 단계에 있다. 그런가 하면 서울, 광주, 부산, 대구 같은 대도시들은 기존의 시립미술관의 운영과 더불어 차별화된 국제비엔날레를 도시마케팅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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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미디어시티서울 비엔날레를 흡수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부산시는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비엔날레를, 광주시는 시립미술관과 광주비엔날레를, 대구시는 시립미술관과 대구사진비엔날레를 특화된 문화인프라로 구축하였다. 60만의 작은 도시 경기도 안양시의 경우에는 지난 10여 년간 차별화된 격년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로 주목을 받아왔다. 미술, 조각, 건축, 디자인,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이 안양예술공원과 도심 일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 공공예술프로젝트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축제로서 자리매김했다. 얼마 전 이필운 안양시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술은 당장이 아니지만 미래세대의 자산이 될 것”이라며 APAP를 트리엔날레(3년제)로 바꾸는 등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시,도 단위의 많은 지자체들이 시립미술관이나 도립미술관 건립과 운영을 넘어서 국제비엔날레까지 개최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경제적인 이익 보다는 도시 홍보와 문화마케팅 그리고 인적 교류와 삶의 질의 개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도시들의 문화지원과 투자가 지역사회에 얼마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광주를 비롯하여, 부산, 대구, 창원 등의 국제비엔날레 역시 매칭펀드 형식으로 일정 부분 국고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화 인프라의 구축이 문화의 시대에 도시마케팅의 유용한 수단이자 지역 사회의 삶을 개선하고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천시를 비롯하여 지역사회에서는 민관이 협동하여 미술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라든가 건립추진위원회의 구성, 지역인사들과의 소통을 위한 토론회 등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오랜 기간 미술관 건립이 지연되면서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들이나 시민들은 인천시에 대한 불신과 냉담함을 넘어서 체념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인구 122만의 수원시가 2015년 시립미술관을 개관한 지 8개월 만에 누적관객 10만 명을 돌파했다는 사실이 이웃 도시 인천에 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술문화를 통한 꿈과 희망을 누가 어떻게 심어줄 것인가에 대해서 과연 지역사회가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였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인천은 국제적인 플랫폼으로서 인천국제공항을 배후로 두고 있으며 황해의 수많은 섬들을 연결하는 항구도시로서 지리정치학적으로 지역과 세계를 향해 열린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인천문화재단과 인천학연구원 등을 통하여 수많은 지역적 담론들이 생산되었고, 계간 <황해문화>같이 민간부분에서도 ‘전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슬로건 아래 인천관련 역사와 인물에 대한 다양한 조명을 해왔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시립미술관의 건립부지 선정도 중요하지만 추후 건립될 미술관이 어떻게 차별화된 컨텐츠로 경쟁력을 확보할지, 또한 기존에 구축된 문화 인프라를 활용하여 인천아트플랫폼이나 송암미술관, 인천시립박물관 등과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이 준 /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심의위원




인천아트플랫폼 오픈스튜디오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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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집 앞에 나타나는 곱슬머리에 가늘고 쭉 찢어진 눈을 가진 꽃남방을 입은 남자는 빨간 벽돌 건물에서 걸어 나와 나를 향해 서슬 퍼런 미소를 보내고 사라지곤 한다. 이 동네 사람이 아닌 것만은 확실한 그 남자는 봄이 시작될 무렵부터 매일 오후 4시경이면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중이다. 어떤 날은 자기 몸보다 커 보이는 헝겊 뭉텅이를 이고 가고, 또 어떤 날은 허름해 보이는 여행가방을 질질 끌고 걸어가기도 한다. 회사원은 아닌 거 같고 근처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나쁜 사람은 아닐까?

나는 그 사람이 궁금했다. 저녁 준비를 위해 집 앞 평상에서 고구마순을 다듬다가 옆집 새댁과 또 나타난 ‘그 자’를 바라보며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도 비슷한 시간에 어김없이 나타난 그 남자, 그런데 오늘은 평소 가던 방향과 다르게 우리를 향해 순식간에 성큼 성큼 다가오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하얀 치아가 다 보이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노오란 종이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오픈 스튜디오에 놀러 오세요.” 나는 남자의 순박한 말투에 나도 모르게 경계심을 풀고 물었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 남자가 대답했다. “저, 저요? 저는 인천아트플랫폼에 살고 있는 미술작가인데요?” 남자는 빨간 벽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시 한 번 허연 이를 모두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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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스튜디오는 창작공간,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등(이하 레지던시) 내에 작가들이 머무는 스튜디오 모두를 개방하는 행사를 말한다. 레지던시는 일정 기간 동안 작가에게 작업공간과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예술 진흥 기관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국공립 레지던시들이 생겼는데 인천아트플랫폼은 경기창작센터 등과 함께 2009년도에 개관했고 현재 전국에 공,사립 레지던시는 100여개가 넘는다. 일반적으로 레지던시는 입주하는 예술가들에게 창작에 필요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인천아트플랫폼은 1888년에 만들어진 (전)일본우선주식회사와 1940년대에 만들어진 대한통운창고건물 등을 증개축한 전시장, 공연장, 스튜디오, 교육 공간 등을 입주 작가에게 제공하고 다양한 창작지원 프로그램을 입주작가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공간적으로 가장 중요한 곳은 스튜디오인데 스튜디오는 쉽게 말해 작가가 먹고 자며 작업(그림 그리기, 조각하기, 작곡하기, 책 읽기, 글쓰기 등)을 하는 공간이다. 레지던시의 주요한 프로그램으로는 전시, 공연, 시민 문화예술교육, 입주 작가 지원 프로그램(이론가 매칭, 살롱, 리서치 투어 등), 오픈스튜디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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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스튜디오는 작업 공간을 일정 기간(인천아트플랫폼은 1년에 3일) 동안 개방하는데, 이는 단순히 개인 작가의 작업 공간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에 7회를 맞는 오픈스튜디오 기간(9월 23일(금)~25일(일))에 개방되는 작가의 작업실은 방 하나 하나가 대부분 완결된 형태의 전시 공간이나 체험 공간으로 바뀐다. 오프닝 파티는 물론, 스튜디오 밖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레지던시 공간의 여러 개의 프로그램 중 오픈스튜디오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작가와 작품이 타인과 가장 밀접하게 만나고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때 작가는 오픈스튜디오를 준비하면서 많은 긴장(스트레스)과 설레임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홀로 작업하는 것이 익숙한 작가에게 오픈스튜디오 기간 동안 자신의 작업실을 찾는 비평가, 큐레이터, 연출가, 안무가, 컬렉터, 관(람)객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과 1:1로 마주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쉽지 않은 일이다. 전시와 공연 등을 준비하는 것과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이기도 하다. 단순히 작업실을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많은 준비(마음의 준비 포함)를 한 결과물이 오픈스튜디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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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문화나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주 접하기 힘든 이 기회를 놓치지 말지어다! 특히 미술, 음악, 무용, 연극… 더 세분화하여 나열한다면 추상미술, 개념미술, 동양화, 서양화, 클래식, 재즈, 국악, 프리뮤직, 미디어아트, 사운드 아트, 현대무용, 퍼포먼스, 피지컬댄스 까지 무궁무진하다. 말만 들어도 예술이 불편하거나 어려운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때를 활용하길 권한다. 방문이 활짝 열린 작가의 스튜디오 하나 하나가 어렵기만 했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조금은 쉬운 답을 찾아 줄 것이다.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 특히 앞서 언급한 예술이 익숙하지 않은 분이거나 예술에 관한 독해능력을 키우고 싶은 분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법을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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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평소 관심 있던 장르의 예술가를 찾는다. 미술학원, 피아노 학원에 다니며 그림 그리기나 악기 연주에 한번쯤 심취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창시절 열심히 활동했던 미술동아리, 연극동아리, 노래 동아리, 책읽기 동아리 등에서 단서를 찾아도 좋을 것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정말 다양한 예술 장르의 작가들이 살고 있다. 석회(회벽)에 스크래치를 내서 그림을 그리는 김유정 작가, 보는 사람까지도 불안하게 만드는 불안한 드로잉을 하는 윤대희 작가, 연극이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고 믿는 연극집단 앤드씨어터, 클래식인지 재즈인지 국악인지 알 수 없는 오묘한 음악을 만들어 내는 김성배 작가,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섬은 발로 디뎌본 섬 전문가 강제윤 작가 등 누굴 만나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테니, 만나는 재미가 쏠쏠할 테다.

둘째,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기면 부담 없이 묻는다. 학교에서 1+1은 왜 2인가요? 라는 식의 당연한 질문은 하기도 힘들고 받아도 힘들다. 하지만 오픈스튜디오에 왔다면 그 당연한 질문을 쉽게 던져 봐도 괜찮다. ‘미술이 무언가요? 연극은 무언가요? 무엇으로 그리셨어요? 왜 그리시나요? 왜 만드나요? 조각은 무엇인가요? 추상은 뭔가요? 그림은 어떻게 하면 잘 그리나요? 사진은 어떻게 하면 잘 찍나요? 예술가는 누군가요?’ 등등 평소 가졌던 예술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천아트플랫폼에는 예술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 물음을 던지고 스스로 답하는 많은 작가들이 있다. ‘나는 미술이 될 꺼야!’라고 외치며 미술이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말하는 최선작가, 조금만 관심 있게 살펴보면 작품 자체가 근현대미술사인 위영일 옹, 동양화적인 붓터치와 서양화의 재료를 모두 읽어 볼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김춘재 작가, 나와 너의 몸을 여러 예술적 언어로 탐구하는 고등어 작가와 김푸르나 작가 등 예의를 갖추고 진짜 궁금해서 묻는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불편해할 작가는 없을 것이다. 작가에게 대중의 호기심과 관심은 작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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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이것도 저것도 복잡하다면 방 번호대로 이동해 보자. 사실 스튜디오의 E-1, E-2 와 같은 방 번호는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진 않는다. 하지만 1번 방부터 가장 끝방까지 게임의 미션을 수행하듯 움직여보는 것은 가장 쉽고 빠르게 오픈스튜디오를 즐길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혹시 또 모른다. 모든 미션을 완료한 마지막 방에서 뜻하지 않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자, 이제 23일(금)부터 활짝 열릴 인천아트플랫폼 구석구석을 돌아볼 일만 남았다.

양종남 / 인천아트플랫폼 운영팀장




아직은 덜 마른, 예술가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작품 사이에서

아직은 덜 마른, 예술가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작품 사이에서
– 인천아트플랫폼 2016 플랫폼 오픈스튜디오 연계전시 <웻 페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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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에서는 9월 25일(일)까지 오픈스튜디오 연계전시《웻 페인트 Wet Paint》가 진행되고 있다. 《웻 페인트 Wet Paint》는 9월 23일(금) 부터 25일(일)까지 진행될 오픈스튜디오 확장된 전시형태로 2016년 입주 작가들의 작품과정을 볼 수 있는 자리이다. 본 전시는 각 분야별 6개국 34팀(50명) 작가들이 전시, 공연, 아카이브 전시 등을 통해 소개되며, 평면, 입체, 설치, 영상 작품 40여점과 입주작가 포트폴리오가 함께 전시된다.

《웻 페인트 Wet Paint》는 일련의 창작과정 안에 발생하는 다양한 이면들을 담아내고자 한다. 전시장에는 최종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창작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창작 이면에 숨겨진 다양한 시도, 예술가로서의 창작의 고민들이 새로운 작품들로 재편되어 전시되고 있다. 이들은 동시대적 상황과 정치 사회적 이슈, 시대문화의 여러 편린 속에서 포착되는 발상과 영감들을 각자의 독창적인 형식과 매체들로 비춰낸다. 다양한 작품에 담긴 개별 작업의 특수성을 유지하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예술가가 각자 스스로 소화해야 하는 창작의 고통들을 한자리에 모아보는 전시’가 기획의 출발이 된다. 평소에 쉽게 공개하기 어려웠던 작품의 레퍼런스, 과정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작품을 해독하는 여러 단초들을 전시장에 배치함으로써 작가들의 작품을 깊이 있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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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전시장으로

전시장은 하나의 작업실이 되기도 한다. 최현석 작가는 전시기간 동안 출퇴근 기록기를 설치해 매일 일정한 시간 동안 작가가 직접 전시장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그 과정을 공개한다. 최현석은 그 동안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지필묵이라는 전통적인 매체를 빌려 현대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작가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현실에서 마주한 부조리한 사회 현상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을 묘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는 그 시점을 전환해 ‘기록화를 그리고자 하는 나’, ‘밖에서부터 바라본 관찰하고 있는 나’를 기록했다. 즉, 평소 화면에 등장하지 않았던 작가 자신의 수집 행적을 기록하는 것이다. 작가는 스튜디오에 거주하며 먹고 자고, 생활하며 느끼고 고민하는 것들을 작업으로 그려냈다. 이런 시점의 전환은 작가에게 있어 하나의 새로운 시도임과 동시에 자신을 드러내는 어려운 선택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마술과 같은 하나의 장치를 마련해 두었는데, 전시장 한쪽 벽에 걸린 드라이기를 작품에 쏘여야만 숨겨진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번 작품에는 작가 일상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조 섞인 한탄,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초라한 이면을 드러내지만 자신의 민낯을 공개하는 듯한 불편함도 함께 역설하고 있다.

전시장 맞은편으로 가보자. 매주 주말 오후 1시~5시까지 서해영 작가가 <Would you be my model? in Incheon>을 진행한다. 이 작업은 2015년 호주 시드니에서부터 시작한 작업으로 거리에서 사람들의 두상조각을 만들어 주며 그들과 ‘소통’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는 다른 문화,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과 시간이나 기억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로 불특정 다수에 가까운 개인과 느슨한 ‘관계 맺기’의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본인이 마주한 특정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과 작업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며 우연처럼 불거지는 화학작용을 만들어 낸다. 작업의 규칙은 우리가 알고 있는 거리 조각과는 조금 다른데 돈을 받지도, 만들어진 두상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지도,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정해두지도 않는다. 참여하는 사람이 허락한 시간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완성된 작업은 전시장 벽에 일정기간 전시되지만, 작품은 결국 폐기되고 만다. 그리고 그들과 나눈 대화와 시간들은 영상이나 사진과 같은 기록으로만 남게 된다. 결국 작가는 인간관계의 가치 속에서 전시장 내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관계 맺기’의 방법을 실험해 보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계속 변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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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영상작업도 있다. 보이치에흐 길비츠는 뉴욕과 바르샤바를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로 환영과 실재와의 차이, 그것의 예술적 재현에 대해 탐구해 왔다. <작가의 페인팅>은 문화적 고정관념과 지역의 언어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역과 장소에 작가 본인을 배치함으로써 예술의 저항의식을 실험한다.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이젤 앞에 서서 그림을 그리는 고전적인 예술가의 모습을 재현하는 그의 작품은 예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정치, 문화적 흐름을 반영할 수 있는지, 또 그것을 쫓아야 하는지에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질적인 시공간 속에 마치 환영과도 같이 자리 잡은 작가의 모습으로 하여금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환기시킨다. <작가의 페인팅>은 2015년도부터 진행하고 있는 작품으로 아직도 계속 작업 중이다.

김춘재의 완성된 유화작품 옆에는 사진 꼴라주가 함께 설치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 작가는 수집한 사진 자료들을 콜라주하며 화면을 재구성하는 사전 작업 방식을 공개한다. 작품으로 이어지지 못했거나, 부분적으로만 사용된 사진들을 원래의 이미지로 출력해 있는 그대로의 풍경들을 선보이고, 그것이 콜라주하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보여준다. 김춘재의 작품은 꿈과 상상, 현실의 파편들이 직조되면서 이상과 현실의 풍경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자연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삭막한 현실의 충돌에서 오는 불안, 의심, 호기심과 같은 내면으로의 몰입은 쉽게 다다를 수 없는 유토피아/디스토피아적 낯선 공간을 재현하게 만든다. 마치 시간의 순서가 중첩되고 공간의 분할이 교차하는 상상의 풍경과 같은 그의 작품에는 다양한 서사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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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설치 방법을 시도한 작가도 있다. 양유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의 그리기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본다. 두꺼운 장지가 아닌 얇은 순지를 두 장으로 겹쳐 채색한 뒤 그 뒷면과 앞면을 볼 수 있도록 전시한다. 작가는 직접 붓질이 닿지 않고 배어 나온 마치 상흔과 같은 그림을 통해 새로운 그리기 방법을 실험하고자 한다. 양유연은 사회 구조 안의 피동적 존재들, 소외되어 가는 소수자의 모습들에 초점을 맞춰왔다.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어둠과 상처의 키워드들은 현대인들의 감정 기저에 깔려있는 내밀한 심리적 상흔들을 상기시킨다. 이런 응축된 정서를 표현하듯 작가는 옅은 채도의 물감을 여러 겹 칠해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전시장에서 다시 작업실로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들은 완성되지 않은 작업, 작품으로 실현되지 못한 작업, 작업의 과정을 드러내 보이거나 기존의 방식과 전혀 다른 관점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사실 그것은 예술가들이 작업실에서 온전히 홀로 감내해야 했던 창작의 고통들이자 그 시간의 기록들이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시간과 공간을 마주할 때 우리의 기억은 특별해진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때 기존의 사유체계는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인천아트플랫폼에 모인 예술가들 또한 낯선 시간과 공간을 마주하며 예술로 소통하는 느슨한 예술공동체를 형성해 왔다. 저마다 다르게 경험하는 시간의 다양성, 개별 작업의 입체성, 특수성 등은 다양한 예술적 층위를 이루며 서로간 창의적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전시장에 작품은 아직 채 마르지 않았다. 마치 예술가들의 창작에 대한 열정처럼, 내일은 오늘과 다른 새로운 예술을 꿈꾸며 끝없이 예술을 실험하고 탐구해 나간다.

글 / 오혜미(인천아트플랫폼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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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매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해 6월 대구 지역 초중고대학생 425명을 대상으로 한국전쟁과 통일에 대한 인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고생의 17~25%가 6.25에 관련한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한다. 6.25의 발생과 진행 과정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는 청소년들이 드물었다는 얘기다. 리암 니슨의 출연으로 개봉 전부터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개봉 12일만에 500만을 넘어서 천만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필자는 궁금해졌다. 그들에게 다시 똑같은 설문을 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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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힘이 세다. 강한 스토리텔링과 볼거리로 무장하여 달려들면 관객들은 속절없이 무장해제되고 만다. 그것이 허구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 영화일수록 더욱 그 영향력은 현실에 크게 나타난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 106년간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었다가 2009년부터 개방하고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마케팅해 온 팔미도의 경우, ‘인천상륙작전’ 단 한편의 영화로 그동안의 마케팅이 무색하게 방문객이 53.3%나 증가하는 특수를 누리게 되었다. 관광객들이 스스로 찾아와 역사의 현장을 체험하고 KLO부대가 탈환한 역사적 스토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자발적 교육생이 된 것이다. 또한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찾아오는 방문객도 일평균 38%가 증가하면서 인천시티투어버스 경유지에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 새롭게 추가되기도 했다. 영화 한편이 도시 마케팅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 준 셈이다.

항간에는 이러한 특수가 인천시의 과대 마케팅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필자에겐 모처럼 인천을 배경으로 아니, 인천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만난 지역단체와 지역민이 보여준 애정과 관심, 그 이상의 의미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마케팅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영화 ‘친구’와 ‘국제시장’의 흥행으로 매력적인 관광도시로 부상한 부산은 영화를 발판으로 영화제에 이어 광고제, 연극제 등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고 국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면서 도시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인천시도 이제 그 시작점에 있다.

인천은 아시아의 대표적 개항도시, 근대화의 거점도시로 대한민국의 최초, 최고의 역사와 이야기가 가득한 도시다. 서해 바다를 품은 천혜의 자연조건과 항만과 공항을 두루 갖춘 지리적 강점도 갖고 있다. 때마침 인천시는 문화를 통해 인천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인천만의 가치재창조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보물섬 같은 168개의 섬 여행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인천 고유의 역사문화 유산을 특성화한 맞춤형 콘텐츠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모아진 세간의 관심을 윤활유 삼아 인천 가치재창조사업의 불씨가 더욱 활활 타오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천시민들의 인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이에 기반한 인천의 지속적인 도시마케팅은 도시를 성장하게 하는 뿌리요 영양소다. 인천시 뿐만 아니라 인천시민 모두가 역사적 사건의 중심지로서의 인천만이 아니라 매력적인 항구도시, 세계적인 미래선진도시라는 자긍심과 자부심으로 인천의 면모를 한껏 뽐내며 알려야 한다. 혹시 아는가? ‘맨하탄’(1979)으로 시작해 ‘미드나잇 인 파리’(2012), ‘로마 위드 러브’(2013) 등등 도시를 중심으로 한 명작들을 쏟아내고 있는 감독 우디 알렌이 다음 영화장소로 인천을 선택하게 될지, 그리하여 전 세계인들이 가고 싶은 로망의 장소로 인천이 부상하게 될지, ‘어쩌면’이 아닌 ‘반드시’가 될지…

박혜란/인천광역시 브랜드 담당관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도시 인천에 거는 희망

2016년 한국영화의 흥행에는 특이한 경향이 있다. <동주>, <귀향>, <곡성>, <아가씨>,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이 리스트를 보면 무엇이 보이는가? 그렇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두드러지게 영화 속에 녹아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여기에 작년에 흥행했던 <암살>과 <연평해전>을, 곧 개봉할 <밀정>을 얹으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암살>, <동주>, <귀향>, <아가씨>, <덕혜옹주>, <밀정> 등은 일제강점기의 반일 정서를 토대로 하고, <연평해전>, <인천상륙작전> 등은 분단 시대의 국가주의를 토대로 한다. 과거의 민족주의와 현재의 국가주의가 부딪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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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강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지금 극장가를 지배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답은 2016년이라는 현 시기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하는 시기라는 것 정도이다. 그런데 이 답이 이상한 것은 TV 드라마는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를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아마도 중국이나 일본이라는 거대 시장에 수출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즉 중국이나 일본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 내용으로 제작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드라마와 달리 중국이나 일본에 거의 수출이 되지 않는 영화는 국내 관객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다 보니, 게다가 극장에서 수익의 대부분을 회수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강하게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 같다.

흥미롭게도 전자의 영화들은 좌파적 민족주의에 기대고 있고, 후자의 영화들은 우파적 국가주의에 기대고 있다. 이제 극장가에도 좌파와 우파의 대결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고 해야 할 판인데, 인천을 소재로 한 두 영화는 우파적 국가주의를 다루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아마 인천의 고민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인천이 전쟁의 상징이 되고 대립의 상징이 되고 있지만, 그것을 반공영화적 이분법으로 다루고 있다면, 마냥 지지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천 사람들이 오히려 <인천상륙작전>을 다른 지역보다 덜 관람했다는 기사가 인천 지역의 신문에 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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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해보자. 왜 인천사람들이 오히려 이 영화를 덜 본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영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에 있을 것 같다. 한국영화사를 보면,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영화는 많지 않았고 흥행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대규모 인원과 자본이 투입된 1965년작 <인천상륙작전>은 흥행에 실패했고,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아벤고 공수군단>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으며, 미국 감독인 테렌스 영이 연출한 <오! 인천>(1982) 역시 흥행에 참패했다. 영화적으로 보자면,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고 수준 높은 기술력으로 스펙터클을 재현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연합군이 지휘한 작전을 한국에서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인천상륙작전을 재현한 영화를 만들게 되면 필연적으로 국가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반공영화의 공식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당연히 맥아더를 영웅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인천의 사람들의 인천 이야기’가 영화 속에 녹아들 틈이 없다. 가장 큰 고민은 여기에 잇다. 가령 실제 작전을 수행할 때 월미도에 살았던 주민들은 3일 동안 지속된 네이팜탄 투하 때문에 인천이나 영종도로 피난을 갔고, 작전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려 해도 미군이 길을 막아 가지 못했다. 즉 주민들의 무고한 죽음과 피해가 있었지만, 영화에 그것을 그리기는 쉽지 않다. 넓은 시각에서 봤을 때,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한국전쟁은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었다. 그러니 인천상륙작전의 소중함을 다시 말해 무엇하겠는가마는 그렇다고 인천의 속살이 영화 속에 없어서는 안 된다.

영화 <인천상륙작전>도 마찬가지다. 작전의 성공을 위해 조직된 특수 부대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상륙작전이 성공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즉, 첩보전으로 서사를 전개하고 적당한 가족 멜로 코드를 지니다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스펙터클로 승부하는 전술을 택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이 전술이 통했는지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영화로는 최초로 흥행에 성공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거의 700만 명 가까운 관객이 지금까지 이 영화를 관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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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영화를 두고 다시 이념 논쟁을 벌이며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지만, 지금 인천에 필요한 것은 그런 편 가르기가 아니라 인천상륙작전을 어떻게 역사화하고 다시 현재화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인천시는 이 영화의 제작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의 영상위원회가 있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인천을 상징하는 곳이 월미도였으니 월미도를 다시 조명 받게 하는 것도 지자체에서 당연히 해야 할 몫이다. 다만 인천시에서 영화 흥행에 힘을 받아 국가주의적 시각으로만 상륙작전을 테마화하는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하고 싶다. 인천의 정체성이 들어가야 하고 인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간 인천상륙작전을 이야기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영화 <인천상륙작전>처럼 논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천의 고민과 고뇌가 들어간 인천상륙작전을 스토리텔링 해야 하고, 테마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천은 여전히 분단의 상징처럼 남아있다. 월미도가 있어서가 아니다. 눈앞에 월미도를 둔 맥아더 동상이 우뚝 서있는 자유공원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역사지만, 현재 분단과 대립의 상징인 서해 5도가 인천에 있다. 이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인천이 만들어가길 많은 사람들은 원하고 있다. 분단과 대립의 시대를 넘어 평화의 시대로 가는 길을 인천에서 시작하기를 나는 간절히 희망한다. 인천은 그럴 자격과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강성률(영화평론가, 광운대 교수, 문화의 길 총서 ‘영화’ 저자)




세상의 ‘사이’ 그 틈을 걷는 3일, 제4회 디아스포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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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오는 9월 2일(금)부터 4일(일)까지 3일간 인천 아트플랫폼 일대에서 개최됩니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인천광역시영상위원회(이하 인천영상위원회)와 인천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행사로,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하는 국내외 영화 상영은 물론 시민을 대상으로 한 강의 프로그램,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지난 3년간 문화 다양성의 가능성을 확장했다는 평을 받으며, 작지만 내실 있는 영화제로 자리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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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Diaspora)’
‘디아스포라(Diaspora)’는 그리스어로 ‘흩어지다’, ‘퍼뜨리다’라는 뜻으로, 팔레스타인을 떠나온 세계에 흩어져 살게 된 유대인들로부터 시작된 표현입니다. 특정 인종이나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상이나 사람들을 이르는 말로, 현대에 이르러서는 재난, 망명을 포함 이민, 유학 등의 이유로 세계 각지에 흩어지는 것을 포괄하여 사용되고 있습니다.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열리는 인천은 한국 최초의 이민이 시작된 도시이자 장기 체류 외국인이 7만 여명에 달하는 대표적인 디아스포라의 도시입니다. 이러한 인천에서 열리는 디아스포라영화제는 그간 인천의 지역/문화/사회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지역 공동체와 소통하고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영화제를 찾아주셨던 관객 분들은, 영화제 기간 내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디아스포라의 의미에 대해 처음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찾아 공부하기 좋은 영화제 인 것 같다.’, ‘작은 규모의 영화제인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프로그램이 알차다’, ‘내년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는 등의 감상을 통해서 영화제에 대한 지지와 만족감을 표해주셨습니다.

사이를 걷기 위한 의자와 변화
올해의 슬로건 역시 지난해와 동일한 ‘사이를 걷는 Walk the Border’ 입니다. 이주, 이산 등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디아스포라적 세계’ 그리고 그 안에 무수히 얽혀 있는 ‘관계’, 즉 ‘사이’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자 설정한 이 슬로건을, 올해 역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지난 기간 동안 확인했던 어떤 가능성들을 현실로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그 의지를 굳히는데 그치지 않고,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합니다. 단순한 영화 상영 외에 ‘디아스포라’라는 주제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하고, 이를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올해의 영화제는 영화 상영은 물론, 음악,책,미술,공연 등 다양한 문화 영역을 아우르는 행사로 그 규모와 외연을 확장하였습니다. 영화 상영을 포함 감독과 배우, 해당 분야 전문가와의 심도 깊은 대화가 진행되는 섹션인 D-Film(D-필름), 세계적 미디어아티스트 정연두 작가의 전시가 진행되는 D-Arte(D-아르떼), 대표적인 디아스포라 학자 서경식 교수의 강연과 관련된 대담이 진행되는 D-Academy(D-아카데미), 인천의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책을 매개로 교류하는 유쾌한 장터 D-Market(D-마켓), 행사를 보다 활기차게 꾸며줄 공연이 펼쳐질 D-Music(D-뮤직) 등, 총 6개의 섹션을 구성하여, 다양한 문화 예술을 아우르는 문화다양성 페스티벌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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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ilm(D-필름)

D-Film(D-필름)에는 단순히 ‘이주’, ‘이민’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성 정체성’, ‘소수자’, ‘경계’ 등의 다양한 맥락에서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탐색할 수 있는 국내외 장단편 영화 20편을 선보입니다.
특히 의정부 미군 기지촌 주변의 잊혀진 기억들을 소환하며 역사에서 망각된 자들의 슬픔과 고통을 다룬 영화 <거미의 땅>(연출 김동령, 박경태), 한국에서 난민으로서 살아가는 2세들의 일상과 가족의 역사를 좇으며 보는 이에게 묵직한 질문을 건네는 영화 <대답해줘>(연출 김연실), 일본 전통 예술을 겨루는 대회에 ‘조선’ 예술을 들고 무대에 오르는 일본 내 소수자, 재일조선인 아이들의 도전기를 그린 <이바라키의 여름>(연출 전성호). 호주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일상을 통해 한국 청년세대의 불안정한 구조적 환경과 뼈 아픈 현실을 재기 발랄한 시선으로 풀어낸 <홀리워킹데이>(연출 이희원). 갑작스레 맞닥뜨린 상황에서 갈등하는 한 게이 청년의 특별한 커밍아웃 이야기 <오픈>(연출 준범) 등. 다양한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들을 영화적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관객과 함께 적극적으로 교감하고자 합니다. 이외에도 약 5개월 간 인천지역 디아스포라(결혼이주가정, 화교, 유학생 등)를 대상으로 영화제작워크숍을 진행하고 이들이 완성된 영화들을 영화제 기간 중 프리미어 상영회를 통해 공개하는 ‘영화, 소(疎)란(LAN)’ 2기의 작품도 상영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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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te(D-아르떼)
미술을 매개로 디아스포라를 사유하기 위한 지평을 넓히고 ‘현재적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고찰하기 위해 신설된 D-Arte(D-아르떼)에서 준비한 정연두 작가의 전시에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 작가의 <여기와 저기사이> 이 바로 그것인데, 이 작품은 몇 년에 걸쳐 작가가 직접 탈북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녹취한 후, 이에 상상력을 불어 넣어 완성한 사진 작품으로,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는 <여기와 저기사이 – 심진성>과 <여기와 저기사이 – 장철진>이 처음 공개될 예정입니다.

D-Academy(D-아카데미)
강연, 대담 등의 세부 프로그램을 통해 디아스포라에 대해 탐색해보고자 준비한 D-Academy (D-아카데미)에서는 지난해 처음 인천을 방문, 영화제에서 특별 강연을 진행하며 관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는 대표적인 재일조선인 학자이자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 서경식 교수(도쿄경제대학교)가 <아우슈비츠 증언자는 왜 자살했는가, 프리모 레비를 찾아서>라는 특별 강연으로 또 한 번 인천의 시민들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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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Talk
사이토크는 상영작과 관객이 만나는 공간, 즉 영화와 관객 ‘사이’의 밀도 높은 대화에 집중하는 토크프로그램입니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층위의 디아스포라들, 디아스포라의 삶에 대해 연구해온 연구자, 작가와 영화 전문 기자 등이 영화 상영 후 관객들과 함께 디아스포라의 현재적 의미를 탐색해 본다. 특히 올해는 모든 국내 작품의 상영 이후, 사이토크를 진행하며, 이를 통해 작품의 내용을 넘어, 보다 확장된 개념의 디아스포라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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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arket, D-Music(D-마켓, D-뮤직)
이외에도 야외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D-Market(D-마켓), 인기 가수들의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는 D-Music(D-뮤직) 인천 중구 일대를 직접 답사하며 근대 역사와 디아스포라에 대해 직접 체험해보는 프로그램 ‘오리엔티어링’ 등. 남녀노소가 각자의 취향과 기호에 맞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어느 시대, 어떤 나라에서도 차별과 편견은 늘 존재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이렇게나마 공존할 수 있는 것은 차별과 편견을 뛰어 넘어 존중과 관용, 우정과 환대를 실천하며 살아왔던 누군가가 늘 한 켠에 존재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와 당신, 우리 모두가 ‘디아스포라’임을 인정하고 내가 바로 그 ‘누군가’가 되려는 노력을 할 때, 진정한 공존과 평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제 4회 디아스포라영화제를 통해 우리가 모두가 디아스포라임을 확인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이웃 ‘사이’, 친구 ‘사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글 / 고은주(인천영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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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일정 : 2016. 9. 2.(금) ~ 9. 4.(일) / 총 3일간
장소 : 인천 아트플랫폼 일대
홈페이지 : www.diaff.org
페이스북 : facebook.com/diasporafilmfestival
주최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 인천광역시영상위원회, 인천문화재단
협력 : 인천여성영화제, 인천독립영화제, 종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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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과 익숙함 사이,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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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대개의 일이 그렇듯 <영화, 소(疎)란(LAN)> 역시 2년차의 장단점을 겪고 있다. 참여자 대부분이 전체 과정을 어떻게 진행되는지 흐름을 알기에 여유롭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영화를 만드는 매 순간이 새롭지만은 않기에 설레는 마음이 덜하다는 것은 단점이다. 참여자와 교사들 사이에 수업의 시작부터 약간이나마 라포(rapport)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장점이지만, 그만큼 서로에게 가져야 할 긍정적인 긴장이 약해지는 것은 단점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명료하지 않은 경계선은 교사 역할로서 언제나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조금만 긴장을 놓으면 어느새 설렘도 기대도 없이 익숙하고 무료한 기능의 반복으로 빠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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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란>은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2년째 시도하고 있는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이다. 아,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경계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현대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함께 돌아보고자 하는 영화제이다. <영화, 소란>은 인천을 삶의 공간으로 갖고 있는 다양한 디아스포라들의 이야기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스스로 드러내고 더 많은 경계인들과 만나려고 한다. 올해는 다문화사랑회 새꿈학교, 한국인천화교중학 청소년, 아이다마을 사이렌, 베트남예술단 무지개언덕 이렇게 4개 팀과 함께 하고 있다. 3회였던 작년에는 베트남 청장년, 화교청소년, 국제결혼 2세 청소년, 중도입국 중국청년들과 함께 생활 속 이야기를 찾아 영화화했다. 자화자찬일 수 있지만, 작년 <영화, 소란> 상영회 자리는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영화 속에 담긴 이야기들의 진정성과 친숙함은 함께 했던 관객들에게 깊이 다가갔고, 영화를 만든 이들은 화면 안에서도 무대 위에서도 관찰당하는 사람이 아닌 주인공으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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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참여자들과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위한 관계 형성에 필요한 시간, 영화적 완성도를 좀 더 높이기 위한 장비와 노력, 상영회에서 단순한 주인공을 넘어 주인으로 자리하기 위한 참여자들의 대화와 준비 등. 굵직굵직한 것만 떠올려도 아쉬운 점은 많다. 올해 <영화, 소란>을 준비하면서 작년에 아쉽게 여겨졌던 부분을 조금 덜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앞서 말했던 것처럼 혹시라도 빠질 수 있는 2년차의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수다를 나누고 싶었다. 흔히 영화를 만드는 교육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보통은 카메라를 만지거나, 연기를 하거나, 폼나게 “레디 액션!”을 외치는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 그런데 우리 교사들이 제일 앞세우는 건 ‘수다’ 그 자체다. 경계 없이, 금기 없이, 소외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떠드는 수다, 이 수다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 전체에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꿈에 그리는 영화제작 교육프로그램의 이상이다.

일상에서 영화는 오락 혹은 예술로 접근된다. 맞다, 영화는 오락이거나 예술이거나 혹은 그 둘 다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오락을 돈과 시간을 들여 소비하고 치워버리는 것쯤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예술을 평범함과는 동떨어진 난해한 그 무엇, 특별하게 예술가라 지칭되는 이들의 고독한 작업쯤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영화제작 교육프로그램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니, 적어도 <영화, 소란>에서만큼은 그렇지 않다. 영화는 누군가의(혹은 누구나의) 삶에서 꼭 말해져야 하는 이야기를 잘 다듬어 전하는 놀이며, 미디어며, 예술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듣고, 말하고, 서로를 책임지는 일이다. 이 과정은 그 자체로 오락이 되고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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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를 한 달도 못 되게 남겨둔 현재, <영화, 소란>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5개 교실 모두 촬영을 갓 마쳤거나,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곧바로 편집과 함께 4개 국어로 대본 번역을 시작한다. 상영회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사전 준비를 위한 참여자 워크숍도 예정되어 있다. 그야말로 한창 바쁜 와중이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의 3개월을 돌아보는 것을 잠시 미뤄두고 있다. 목표로 삼고 있고, 중요한 원리로 삼고 있는 것들을 잘 지키고 있었는지, 작년에 아쉬워했던 일들은 얼마나 보완했는지, 올해 참여자들과 잘 만나고 잘 떠들었는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거들었는지. 영화제를 마치고 나면 곧바로 교사들이 모여서 이야기 하고, 참여자들과 함께 확인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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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 소란>을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하나의 프로그램 참여자를 넘어서 디아스포라 영화제의 주인공이며, 주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사실 작년 영화제를 마친 이후로 올해 초까지 무엇보다 아쉬웠던 건, 참여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대화하면서 함께 하는 모두가 <영화, 소란>의 주체로 설 수 있는 길을 닦지 못했던 일이었다. 앞으로 남은 한 달, 4회 디아스포라 영화제를 잘 준비해서 치르고 나면 올해는 꼭 내년을, 세 번째 <영화, 소란>을, 5회 디아스포라 영화제를 향해 빠르되 탄탄한 걸음을 걷고 싶다.

글 / 여백(사회적협동조합 인천여성영화제 교육전문위원)
사진 / 영화, 소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그 역사와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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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 록 페스티벌의 역사는 1999년 음악 매니아들에겐 ‘슬픈 전설’로 회자되는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Triport Rock Festival)로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디지, 딥 퍼플,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드림 시어터, 애쉬 등의 라인업으로 구성된 한국 최초의 국제 규모의 록 페스티벌이 송도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많은 음악 팬들은 인천으로 몰려왔다. 그러나 관측 사상 유래 없는 집중 폭우 탓에 수해 경보가 내려졌다. 결국 딥 퍼플과 드림 시어터는 전설의 ‘수중 공연’을 보여주었고, 관객들의 안전 때문에 다음날 공연은 중단되었다. 그렇게 대형 록 페스티벌에 대한 음악 팬들의 꿈은 몇 년을 더 미뤄져야 했다. 그 후 7년 만에 인천시의 행사 지원 속에서 이 페스티벌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라는 새 이름으로 송도 유원지 근방의 부지를 활용해 부활했다. 당시 같은 시기에 진행되던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과의 라인업 공유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아직 한국 팬들에게는 낯설었던 일본 록 밴드들이나 영-미, 유럽의 신진 인디 록 밴드들까지 빠르게 국내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로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비록 항상 비를 동반하는 기간이라 송도의 행사장은 진흙탕이 되기 십상이었지만, 어느덧 장화와 우비는 이 곳의 고유한 패션이 될 정도로 페스티벌 매니아들은 ‘펜타포트’라는 새로운 축제의 장에 적응해갔다. 2009년에 섭외 파트를 담당하던 기획사가 펜타포트를 떠나 새로운 록 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잠시 어려움을 맞기도 했지만, 주최 측은 슬기롭게 운영 재정비에 성공했다.

2010년부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기존 구 송도 부지를 떠나 서울 지역과 더 가까워지고 잔디밭이 훨씬 많은 서구 드림파크로 장소를 옮겼다. 라인업 면에서도 헤드라이너급에서는 지명도 있는 밴드를 배치하고 가급적 국내 밴드와 아시아 밴드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더 주는 방향을 택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티켓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다. 특히 2012년에는 우천시의 불편함을 확실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경인 아라뱃길의 터미널이 위치한 정서진 근방 쪽 부지로 옮겨 보다 쾌적한 진행을 가능하게 했다. 물론 여전히 폭우가 내리는 시간은 존재했지만, 이제 펜타포트에 찾아오는 음악 팬들은 그에 대비한 모든 장비들을 완벽하게 갖추고 록의 열기에 동참했다. 2013년부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다시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했다. 2000년대 후반 송도 신도시에 새로 구축한 ‘송도달빛 축제공원’에 마련된 부지에 이 페스티벌을 진행할 수 있는 상설 대형 무대를 건설하는 등 인천시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 인천 지하철과의 연계로 외곽 지역이면서도 접근성은 용이해졌고, 한국 록의 대표 아티스트를 헤드라이너로 전격 배치하는 등 날짜별 라인업에 차별화를 추구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15년에는 드디어 1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올해도 착실하게 11번째 행사를 준비해가고 있다.

펜타포트가 이와 같이 10여년의 긴 시간 동안 인천은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록 페스티벌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공연과 관련된 여러 문화 주체들의 적극적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여러 난관 속에서도 회를 거듭할수록 보다 깔끔한 운영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주최 측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고, 인천광역시 차원에서도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서 행사의 지속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 행사가 지금의 위상을 가질 수 있게 해준 또 하나의 축은 바로 ‘관객들’이었다. 이후 생긴 다른 록 페스티벌과 달리 펜타포트는 라인업과 크게 상관없이 축제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좋아하며 즐기는 충성스런 관객들이 꽤 많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객들이 라인업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해마다 편하게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이 페스티벌이 잘 구축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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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매니아이면서 동시에 인천이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입장에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인천의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행사로서 자리를 잡아 온 것에 대해 항상 뿌듯한 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인천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답게 보다 인천의 대중문화 수용자들과 더 친밀해진 행사로 폭을 넓혀가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에도 펜타포트 기간을 주변으로 하여 ‘펜타포트 음악축제’라는 이름 아래 인천 시내 여러 곳에서 공연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고, 올해도 ‘사운드 바운드’ 행사의 일환으로서의 펜타포트 라이브 클럽 파티, 그리고 인천의 여러 야외 공간에서 펼쳐지는 펜타포트 딜리버리 행사가 진행되었다. 앞으로 시 문화 정책적 차원에서도 ‘펜타포트’의 이름을 좀 더 잘 활용하면서 연중 내내 대중음악과 관련된 소소한 문화 행사들이 꾸준히 진행될 수 있는 흐름을 형성하는 것은 어떨까. 인천 지역의 대표 축제가 되려면 (외지에서 참가하는 매니아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천 시민들에게 항상 곁에 있는 음악 축제로서 그 기능을 더욱 확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페스티벌 운영 자체도 (인천 시민들을 위한 할인도 시행되고 있긴 하지만) 현재의 이 안정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더욱 다양한 음악 팬들의 취향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채로운 구성을 행사장 내․외 공간에서 펼쳐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인천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좋은 로컬 뮤지션들을 발굴해 이 기회를 통해 보다 넓은 대중에게 소개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 발전하며 오랜 세월 인천과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그 위치를 지켜가기를 기원한다.

글 / 김성환(음악 저널리스트, 매거진 B.Goode/Paranoid 필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2016 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을 준비하며

돌아오는 9월 2일(금)부터 4일(일)까지 송도 트라이볼에서는 <2016 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올 해 2회를 맞는 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은 송도 센트럴 파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볼에서 진행되는 음악축제로 수준 높은 공연과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서 관객들과 함께하고 있는 트라이볼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다.

트라이볼에서는 여름의 중심 음악축제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재즈’라는 장르로 페스티벌의 주제를 잡았다. 재즈는 다른 장르에 비해 자유롭다. 민족성을 기반으로 감정에 충실한 음악이기에 클래식이나 팝뮤직처럼 형식에 매이거나 그 틀을 깨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지도 않고, 인종이나 국적, 종교 등에서도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보사노바, 스윙, 월드뮤직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장르에 열려있는 진정 자유로운 음악이 바로 재즈다. 지금도 다양한 음악들이 재즈와 만나고 결합되어 또 다른 새로운 음악을 생산해 내고 있다. 잼(즉흥 연주)은 어떤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재즈라는 장르를 통해 대표되는 공연의 모습이 바로 즉흥 연주다. 재즈는 이렇게 여러 장르와 아티스트의 구분 없이 모두가 함께해 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음악 그 자체라고 생각했고 이를 통해 축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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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재즈 페스티벌이 이루어지기까지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단순히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실제로 사람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축제여야 했기 때문이다. 페스티벌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진행된 많은 트라이볼의 공연 프로그램들은 재즈라는 장르 자체를 좋아하는 마니아층뿐만 아니라 트라이볼에서 진행되는 문화예술 축제에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관객들도 함께 키우는데 목적을 둬 왔다. 그래서 지난 2015년 첫 번째 재즈페스티벌을 치루면서도 가장 먼저 한 고민은 ‘관객들과 어떻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지’였다.

사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함께 있는 페스티벌이라는 시스템 방식은 현대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문화적 흐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축제 프로그램의 숫자가 2014년에 555개, 2015년 664개, 2016년 693개로 집계되었고 문체부 기준 이외의 축제까지 합치게 되면 매년 2,000여개의 축제가 매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축제 프로그램의 양적 팽창이 현 한국에서 좋은 축제를 만들어 내기 힘든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축제의 많고 적음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문제는 방향성이 없이 너도나도 따라가는 똑같은 축제를 지양하고 현실과 공간을 고려한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축제를 통해 관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기획자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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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은 페스티벌이란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루어낼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페스티벌이란 기획자의 의도와 아이디어로 시작되지만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닌 함께 참여하는 아티스트, 관객과 제작진까지 여러 사람들의 협력과 조화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좋은 축제를 기획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넉넉한 예산과 유명한 아티스트의 섭외를 위한 네트워크도 필요하지만, 페스티벌이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되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서로 의논하고 보완해나가는 정리의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번의 경험으로 부족한 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을 준비하면서 수정을 통해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올해 트라이볼 페스티벌은 작년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부분이 달라질 예정이다. 먼저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해외 아티스트 초청과 함께 장르에서도 다양화를 추구했다. 브라질 출신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고 있는 베로니카 누네즈(Veronica Nunes)와 리카르도 보그트(Ricardo Vogt) 듀오는 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첫 내한공연을 가진다. 브라질리언 재즈, 보사노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연주자 상을 수상한 ‘김책’과 ‘김오키’ 그리고 폭넓은 음악적 이해로 자유로운 음악을 선보이이는 ‘송남현’과 ‘표진호’ 등으로 구성된 더 사우스 코리안 리듬 킹스는 당일 즉흥연주를 통해 재즈가 보여줄 수 있는 자유로움과 마음을 터놓고 음악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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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뿐만 아니라 올해 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에서는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확장되어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부터 조성된 미디어 전시실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재즈 아티스트들의 재즈 영상들이 상영되고 관련 강연 및 미팅들이 진행된다. 야외광장에는 인조 잔디를 설치해 야외에서 연인, 가족, 친구와 함께 아름다운 트라이볼의 야경을 배경으로 재즈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공연을 마치고 난 늦은 시간부터 새벽까지는 트라이볼 내부에서 애쉬드 재즈, 일렉트로닉, EDM 등 다양한 음악을 통해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는 파티 & 댄스 타임도 준비되고 있다.

트라이볼은 지난 2012년 재개관 이후 공연, 전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되어 매년 3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현재 국제적인 문화예술행사의 유치와 함께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최근에는 문화예술회관 연합회에 등록을 마치고, 지역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기반시설로서의 역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에서도 문화축제들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송도지역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축제로 자리 잡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도시환경을 주제로 한 <그린 컬처 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트라이볼의 대표 프로그램인 <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 역시 계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을 계속할 생각이다. 특히 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의 경우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수년간의 조사와 노력을 토대로 이루어진 함께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많은 관객들이 함께 하기에 좋은 페스티벌을 만들어 내기 위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잠재된 발전 가능성을 더욱 믿고 있다. 노르웨이 서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몰데(Molde)에서는 매년 7월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6일간 진행되는 축제기간 동안에는 도시 곳곳에서 500개 이상의 콘서트가 진행되며 10만 여명의 방문객과 수천 명의 뮤지션들이 페스티벌을 통해 즐기고 하나 되는 감동적인 순간을 맞는다. <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은 이제 시작점에 서 있다. 너무도 많은 축제가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송도에서 시작된 3일 동안의 음악축제 하나로 인천의 문화예술의 많은 것이 변화할거라고 믿거나 혹은 바꾸고 싶다고 주장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페스티벌은 즐기고, 느끼고, 잘 노는 것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함께한 관객들은 행복할 수 있고 문화예술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축제에 참여하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가치 있고 보람된 경험이다. 인천 전역에서 재즈라는 자유로운 음악으로 축제를 즐기는 관객들과 아티스트들이 공존하는 그런 문화도시, 인천을 대표하는 좋은 페스티벌로 <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의 꾸준한 성장을 기대해 본다.

김세진 / 프로듀서, 인천문화재단 공간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