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연 담당자의 단상

어느 공연 담당자의 단상

성채은(부평구문화재단)

내 탓이오, 내 일이오
어떠한 문제나 갈등의 상황에 부딪혔을 때 ‘내 탓이오’에서 생각을 시작하는 것이 속이 편하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 그것이 답이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지구온난화도, 바다거북의 멸종 위기도 다 내 탓인 것만 같다. 일도 그렇다. 내 일 네 일 가리지 말고 다 ‘내 일이오’ 하다 보면 잘되겠지. 그리고 그것이 답이겠지 생각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지방공연을 내려가 식당 반찬을 알아보는 것도 내 일이고, 카페가 문을 열지 않은 시간 눈이 덜 뜨인 출연자에게 커피를 만들어 주는 것도 내 일이다. ‘공연 담당자’라고 불리는 사람은 공연과 관련한 A부터 Z까지 그 어떤 것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나름 분야별로 업무가 나누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 업무 칸막이들 사이에서 어디에 넣어야 할지 애매한 일들은 모두 ‘담당자’에게 귀결된다. 업무 진행 구조가 불합리해서가 아니라,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공연이 끝난 밤, 회사에 남아 배우들의 옷을 빨다가, 대기실에 남겨진 도시락의 잔반을 치우다가, 가끔 이것이 무슨 상황인가 혼자 머릿속으로 알고리즘을 돌려볼 때가 있다.
지금 이 일이 내가 생각한 업무의 범위 안에 있는 일인가 → 아니다 → 그렇다면 이 일은 다른 누군가의 업무에 속한 일인가 → 아니다 → 누구의 업무에도 명기되어 있지는 않지만 해야만 하는 일인가 → 그렇다 → 그럼 나구나… 다음주에는 관객 제공용 선물 450개를 포장해야 한다.

Office Worker
나는 사무직이다. 언젠가 무려 외국으로 여행을 편히 갈 수 있었던 시절, 입국신고서를 작성할 때 직업을 묻는 란에도 그렇게 적었다. ‘Office Worker’ 비록 온종일 사무실 책상에 한 번을 못 앉는 날도, 무대에 올릴 소품을 찾느라 발품을 팔고, 홍보물을 옆구리에 끼고 근처 카페와 공연장들을 돌아다니는 날들이 수두룩하지만 내 직업의 기본 설정값을 정의한다면 ‘사무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가도 아니고 특수기술을 가진 전문직도 아닌, 공연 관련 일을 하는 사무직이다. 다시 말하지만 예술가가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행정적인 뒷받침을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동시에 어느 정도는 그들의 예술적 언어를 이해해야 하며 “소리가 너무 드라이하지 않나요?”라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질문에 “객석에서 들을 때는 잔향이 나쁘지 않습니다.” 같은 대답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기술적이고 실제적인 대답은 음향감독님이 해주시겠지만, 적어도 그 순간 “어…”만 하고 있을 순 없다.) 공연장을 보유한 재단의 예술기획팀에서 일하게 되다 보니 알아야 하고 해야 하는 것은 더욱 많아졌다. 오랜 시간 클래식 관련 공연만 해봤었던 나는 지금의 재단에서 일하게 된 후 너무나 많은 무대 용어, 공연 용어들을 눈치껏 배우고 습득해야 했다. 지난해, 자체 제작 뮤지컬을 맡으면서는 배우 오디션부터 테크 리허설, 드레스 리허설 등 많은 인원이 촘촘하게 운영되는 과정을 0에서부터 처음 겪고 배웠다.

<2021 서현진과 함께하는 브런치 콘서트: 춤출까요?> 10월 “광기, 무섭도록 아름다운” ⓒ부평구문화재단

올해 새롭게 담당하게 된 ‘브런치 콘서트’는 클래식 음악을 기본으로 하는 구성이라 조금은 익숙하게 진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클래식 음악과 무용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연으로 기획하여 음악감독과 무용감독을 섭외하고 대본작가도 구했다. 공연의 회차별 주제도 정하고 사회자와 출연진도 섭외하고 홍보물도 만들었다.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싶었는데 아뿔싸, 텅 빈 무대가 남아있었다. “그래서, 사회자는 무대에 계속 앉아있을 거야? 무용 공간은 어디까지로 잡을 거야? 첫 번째 주제가 바로크라며, 그럼 바로크 느낌을 무대에 어떻게 표현할 거야?” 무대 연출자가 따로 있다면 단박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리에겐 늘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바로크 이미지의 작화막을 달아야 하나? 그러기엔 딱 떨어지는 이미지적 정의가 있는 건 아니잖아. 10월 공연 주제 ‘광기’는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지? 무용을 위한 무대 공간은 어느 정도로 확보를 해야 할까? 연주자들 공간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잘 안 보이겠지?’ 일을 하면서 숱하게 찾아오는 이런 막막함이 무한히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때에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나의 취미생활을 해본다.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오해 마시라.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찰스 부코스키, 민음사)는 책 제목이다. ‘책 사기’는 나의 오랜 취미생활이다. 주로 명민하게 돌아가지 못하는 나의 두뇌 때문에 괴로워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때에 행해진다. (끝까지 다 읽는 것은 나중의 문제이다.) 책을 사는 것으로라도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같은 말을 뱉어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 과연 잘하는 일인가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내가 아직 어리숙한 담당자, 기획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늘 어렵다. 일의 범위는 너무 넓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너무 조금이고, 나는 늘 서투르다. 예술가가 본인의 예술을 펼쳐낼 때는 한발 뒤로 물러나서 그의 세계를 존중해 주어야 하고, 그 세계가 관객석과 너무 멀어질 때는 그 세계의 의미와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그 간극을 좁혀줄 제안을 건넬 수 있어야 한다. 가용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최대의 효율을 취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운영을 구상하고 실행해내야 하며, 그 실행은 무대에 오르는 예술가와 관람하는 관객, 그리고 이 기관까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사무직’이지만 그 ‘사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 알아야 하고 생각해야 할 것은 사무실 안에도, 밖에도 산적해 있다.

2020 부평구문화재단 제작공연 창작뮤지컬 <헛스윙밴드> ⓒ부평구문화재단

하지만 알고 있다. 내가 이것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것까지 하다 보면, 내 손이 닿은 영역이 많아질수록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다는 것을. 지방공연을 내려가 로드뷰를 훑어가며 찾아낸 국밥집이 맛이 좋으면 그 또한 내가 뿌듯한 일이고, 내가 포장한 증정품을 들고 돌아가는 관객의 즐거운 뒷모습도 감사한 일이 된다. 고민에 고민을 더해서 기획한 공연의 객석이 채워져 나가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 사실 툴툴거리는 볼멘소리들은 내 몸을 일으켜 뭐라도 하나 더 하게 하는 노동요 같은 화력이다.
눈앞에 세 개의 공연이 연달아 줄지어 있다. 분명 수많은 상황에서 고민에 빠지고 뛰어다녀야겠지만 고민의 시간과 뛰어다닌 걸음만큼 보람과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일이고 나의 업무이다.

성채은(成采垠, Chae-eun Sung)

부평구문화재단 예술기획팀 대리. 교향악단, 클래식 공연 기획사에서 근무하다 부평구문화재단에 입사하여 마케팅팀, 기획조정팀을 거쳐 예술기획팀(당시 공연사업팀)에 근무중이다. 2020년은 코로나로 공연 계획과 취소를 반복했지만, 부평구문화재단 자체 제작공연 <헛스윙밴드>를 맡아 무사히 전 회차 공연을 마쳤다. 2021년 <헛스윙밴드>의 지방공연과 <함께하는 브런치 콘서트: 춤출까요?>를 비롯한 공연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제4회 임진예성포럼, 남북역사문화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다

제4회 임진예성포럼,
남북역사문화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다

정민섭(인천문화재단 평화문화예술교류사업단)

임진예성포럼은 안정적, 지속적 남북역사문화교류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인천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 중국 연변대학교 조선반도연구원 등 3개 기관이 창립한 정기 국제 학술 포럼이다. 포럼의 주제는 인천·경기지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북한 황해남·북도 및 개성, 남포지역의 유무형 문화자산 등에 대한 학술적 비교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2018년 포럼 주제는 ‘고려의 대외교류와 세계유산 개성역사유적지구 유적 비교’였으며, 2019년은 ‘남북한 중세 왕릉의 세계유산 교차 확장 등재 가능성 검토’가 주제로 다루어졌다. 한편, 2020년에는 연변대 연구진의 북한현지조사를 중심으로 한 <황해남도 역사문화 조사연구 사업>이 추진되었다. 이에 3회 포럼은 ‘황해남도 문화유산 조사연구를 위한 예비적 검토’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다만,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인해 연변대학교 관계자의 포럼 대면 참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사전 녹화 영상으로 참여를 대체하기도 했다.

이상의 세 차례 개최된 임진예성포럼의 성과를 토대로 2021년 제4회 포럼은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황해남·북도 유·무형 문화자산의 현황’을 주제로 개최했다. 특히 무형유산에 대한 검토를 중심으로 기획하게 되었는데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황해남·북도 역사문화 조사연구 사업>에서 유형유산 뿐만 아니라 무형유산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루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남북의 역사문화교류는 대부분 유형유산을 매개로 진행되었다. 이는 유형유산이 명확히 남북 한 간의 연계와 동질성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진행된 임진예성포럼은 유형유산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2021년 인천, 경기문화재단과 연변대는 이러한 편중을 극복하고 황해남·북도 역사문화 조사연구 사업과 학술포럼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무형유산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게 되었다.

<제4회 임진예성포럼> 현장 모습

둘째는 북한 내부의 무형유산에 대한 정책과 제도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비물질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관리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조선민족제일주의와 관련한 체제 우월성 선전, 주민 교양, 대외적으로 유네스코 무형유산을 통한 국제적 동참 등 여러 이유가 거론되기도 한다. 그런데 북한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비물질문화유산 중 황해도 지역의 비물질문화유산은 인천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이는 한국전쟁 시기 인천으로 이주한 황해도지역 피난민에 의해 황해도 일대 무형유산이 전승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제4회 임진예성포럼에서 북한의 황해남·북도지역의 비물질문화유산과 인천의 무형유산과의 교류 가능성을 검토하고자 했다.

이에 제4회 임진예성포럼은 「1900년 전후 황해도 해주백자의 제작배경과 양식」, 「황해도 굿의 특징과 전승현황」, 「교류와 매개로서 문화유산-황해도 지역의 비물질문화유산과 인천·경기지역 간 교류와 협력」, 「북한의 비물질문화유산 부각과 의미」 등 총 4개의 주제발표 및 토론을 진행했다.

「1900년 전후 황해도 해주백자의 제작배경과 양식」에서는 20세기 들어선 시기 국가가 생산하던 도자기 생산시설인 분원이 폐지와 민영화를 겪은 과정을 살폈다. 그리고 해주백자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옹기와 백자 결합한 화려한 해주백자의 모습은 당시 어떤 시대상황을 반영하는지에 대해 확인했다. 「황해도 굿의 특징과 전승현황」에서는 분단 이전 시기 황해도 굿의 특징과 분포 현황 및 분단 이후 황해도 굿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았다. 「교류와 매개로서 문화유산-황해도 지역의 비물질문화유산과 인천·경기지역 간 교류와 협력」에서는 2010년대 북한의 비물질문화유산 정책의 변화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범위가 확장되는 황해도 일대 비물질문화유산의 현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황해도 일대 비물질문화유산과 인천과의 연계 검토를 통해 비정치적인 무형유산을 활용한 교류 가능성도 함께 검토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비물질문화유산 부각과 의미」 에서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비물질문화유산 관리 현황과 그 특징 그리고 비물질문화유산이 강조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종합토론을 통해 개별 주제발표와 관련하여 황해남·북도의 유·무형문화자산의 연구과제와 더불어 남북교류의 매개로서 무형유산의 가능성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2021년 임진예성포럼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많은 시민과 연구자들이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포럼에서 논의된 주제발표와 토론의 성과는 결코 작지 않았다. 우선, 지금까지 각론적으로 논의되었던 인천과 황해남·북도가 공유하고 있는 무형유산의 현황과 조사연구 성과를 정리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한, 북한의 현재 비물질문화유산 정책 방향을 확인함으로써 앞으로 인천과 북한과의 무형유산 교류 토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는 다양한 인천형 남북역사문화교류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평화문화예술교류사업단은 앞으로 제4회 임진예성포럼에서 도출된 다양한 무형유산들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남북역사문화교류사업의 폭을 확대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정민섭(鄭珉燮, Min-sup Jung)

인천문화재단 평화문화예술교류사업단 대리. 역사고고학[성곽] 전공. 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을 거쳐 현재 평화문화예술교류사업단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인천의 다양한 평화자산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평화자산에 대한 문화예술적 해석과 활용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무목적성 기념비에서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의 여정: 2021 트라이보울 초이스 선정전시 《축적 새김 확장》

무목적성 기념비에서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의 여정2021 트라이보울 초이스 선정전시 《축적 새김 확장》

정수경(전시기획자)

바다를 비우고 땅을 다지며 형성된 도시에 (눈에 띄는 동시에 주변과 조화되지 않는) 트라이보울만큼 이 땅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건축물이 또 있을까. 프랑스에서도 한국에서도 스스로를 ‘Flâneuse’(방랑자)로 여기며 이곳, 저곳에 켜켜이 새겨진 도시/건축 미감을 탐구해 온 필자는 몇 해 전에 발견한 이 난해하고도 아름다운 오브제를 처음 만난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2014년 인천 프랑스문화원 알리앙스프랑세즈의 기획으로 진행된 재즈 공연에 어시스턴트로 참여하면서 트라이보울에 방문했다.)

트라이보울 전경 ⓒ트라이보울

1. 볼록한 배의 배꼽 안으로 진입하기움푹진 콘크리트의 부피감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출입구를 통해 건축물 내부로 향하는 과정은 마치 ‘부른 배의 배꼽으로 진입’하는 느낌을 자아낸다. 어릴 적 읽은 걸리버 여행기의 주인공처럼. 배꼽으로 진입한 공간 여행자는 낯선 터널과 같은 깊고 굴곡진 계단을 만난다. 계단을 올라 그 끝에 펼쳐진 세상은 온통 회색이던 콘크리트 덩어리 사이에 펼쳐진 세상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내부에서 느끼는 당황스러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건축의 ‘켜’라는 개념을 살펴봐야 한다.1) 트라이보울 내부 공간은 이 ‘켜’가 얇다. 즉, 부른 배에 트여있는 작은 틈으로 진입하면 1층의 좁고 긴 터널(과 같은 계단)을 지나게 된다. 이 공간의 사용자가 계단을 따라 시선을 옮기는 순간 곧바로 3층을 마주한다. 역으로, 3층 대공간에서 내려다보면 2층과 1층의 구분이 어렵다. 층간 구분이 어려운 트라이보울을 공간의 켜가 얇다고 말한다. 거인의 배꼽으로 진입한 사용자는 익숙한 물리적 감각을 전복하는 새로운 건축적 체험을 제공받는다. 트라이보울을 체험한 많은 사람이 이곳을 잊지 못하는 점은 바로 이 난해하고도 아름다운 공간을 직접 걸었기 때문이다.

트라이보울 입구 ⓒ정수경

2. 무목적성 기념비자본주의의 바이블인 합리성에 따라 지어지는 모든 건축물은 ‘네모의 꿈’ 속에 있다. 네모난 방, 네모난 건물, 네모난 계단, 네모단 복도 속에. 버려지는 공간(Dead space)이 생길 수밖에 없는 원형의 건축은 평당 이용면적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공간 논리에는 적합하지 않다. 합리성에서 비켜 나간 트라이보울은 <2009 인천 세계도시축전>의 일환으로 설계됐다. 당시 인천시에서 제시한 설계 기준은 단 하나, ‘입체적인 공간 체험이 가능할 것’이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불룩한 배로 들어가는 느낌을 자아내는 트라이보울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통 건축 설계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3천 명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오페라 하우스를 짓고 싶다면 음향시설과 관람객 군집의 동선을 유기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설계의 주안점인데, 트라이보울은 ‘목적이 없는’ 건물이었기에 설계과정에서 더 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설계를 맡은 건축가 유걸(b.1940-)은 제안된 프로그램이 없기에 기존의 건축의 규칙들에 완벽하게 ‘반’하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보통의 건축은 고정된 넓은 밑면을 갖추고, 윗면으로 올라가면서 뾰족하게 혹은 비틀어서 모양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중세시대 대성당과 같이. 유걸은 이 아주 오래된 건축의 명제를 뒤집어, 좁은 밑면에서 넓은 윗면으로, 고깔 모양이 뒤집어진 역 쉘(易-shell)구조를 완성했다. 유걸은 세계 최초 역셸구조 콘크리트 건축을 설계했고, 포스코 건설과 비정형 디지털 건축연구소 WITHWORKS와 함께 시공에 성공했지만, 어떻게 사용될지 정해지지 않은 트라이보울은 결국 무목적의 기념비, 송도의 도시 미감을 돋보일 랜드마크로서의 역할만을 묵묵히 수행할 뿐이었다. 그러나 무목적성 기념비는 곧 자본의 논리에서 한 켠 떨어져 있는 ‘예술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보통 미술관 건축은 경계를 넘나드는 현대예술을 담는 목적을 띄므로 데드스페이스와 보이드(void, 커다란 빈 공간) 사이를 넘나드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물랑 대성당 프로젝트 정면부 입면도 ⓒCentre historique des Archives nationales – Atelier de photographie Tri-bowl ⓒiArc architects

3. 비정형 공간에서 일 벌이기새로운 공간론을 탐구하는 전시 《축적 새김 확장》2)의 기획안은 오랫동안 머릿속 한 폴더에 저장되어 있던 트라이보울의 건축적 체험에 기반을 둔다. 이 낯선 경험이 무엇인가 오랫동안 고민해본 끝에 이 공간을 고대 그리스 공간이론인 ‘카오스(Chaos) 이론’3)을 빌려 새롭게 정의해 볼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는 세상의 근원이 카오스에서 창조됐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는 흔히 혼돈으로 번역되는 이 카오스는 시원적(始原的)인 심현 혹은 갈라진 ‘틈새’로서, 하늘과 땅과 같이 이미 존재하는 두 개의 사물 사이의 열린 ‘빈터’이다. 그 작은 틈에서 필요한 어떤 것들이 – 예를 들면, 해와 달, 산과 물, 낮과 밤처럼 – 나름의 우선순위를 두고 탄생한다. 즉 카오스는 비어있는 무한의 공간이 아닌, 자신을 채울 것을 예지하는 공간이며, 그 자체가 무(無)인 것이 아닌 그 속에서 사물들을 생성하는 독창적인 활동들이 나타나는 갈라진 틈새이다. 필자는 카오스의 ‘빈틈’을 위에서 언급한 ‘거인의 배꼽’으로 상정한다. 배꼽 안으로 들어온 용감한 창작자, 관람자 그리고 기획자들의 행위에 따라 트라이보울의 둥근 공간이 공연장으로 때론 마켓으로 때론 전시장으로 자유롭게 변모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수봉마을’로도 변모했다.4) 무목적성 기념비의 조형 속에 건축가가 열어 놓은 켜가 얇은 대공간은 문화예술공간의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 아닐까. 건축사 연구자 겸 전시기획자인 필자는 이곳을 ‘카오스’에 비유했지만. 이 비정형 공간은 더 많은 일을 벌일 곳으로, 더 다양한 개념으로 정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2021 트라이보울 초이스 선정 전시 《축적 새김 확장(Accumulation Sgraffito Expansion)》
(트라이보울 3층 전시장, 2021.8.19.~9.17.) /좌 ⓒ트라이보울, 우 ⓒ정수경

건축가 유걸은 트라이보울을 짓고 난 후 평생의 건축관이 변화했다고 한다. 목적이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고. 건축의 목적은 건축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용기 있는 공간 점유자가 정해나가는 것이라고. 한 건축가의 공간 실험과 문화예술공간으로서 10년간 트라이보울이 쌓아 온 실험 결과는 지금, 위드 코로나 시대에 재평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집이라는 공간이 상황에 따라 오피스로, 헬스장으로, 학교로, 카페로 전환되고 있는 지금 이 비정형의 공간을 비가시적인 설계도를 이용해 쪼개거나 덧붙여 다양하게 사용했던 예술가들의 실험은 그 어떤 레퍼런스보다 중요하니까 말이다.

<각주>

  • 1) 사전적 정의로는 포개어진 물건의 하나하나의 층이라는 뜻을 지니는데, 건축에서는 한 층과 층의 레이어를 말한다.
  • 2) 필자는 전시를 통해 여든의 유걸의 건축 실험을 재조명하고 건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강준영, 김재준, 배대용의 축적하고 확장하고 새기는 예술적 행위를 트라이보울 내부로 가져왔다. 합리성에 기반한 기존의 물리적 건축문화를 선회하며 비물리적 층위의 공간론을 탐구했다.
  • 3)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주로 카오스를 부정적인 개념으로 인지하지만, 고대 그리스 사람들에게 카오스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어떤 공간 개념이었다.
  • 4) 공연 <수봉산방>(2021.9.4.)은 트라이보울의 역셸 구조를 수봉 공원의 언덕처럼 응용해 관람객들의 움직임과 참여를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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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원고는 트라이보울 초이스 2021 선정전시 《축적 새김 확장》을 기획하면서 리서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새로운 공간론을 실험하는 본 전시는 끝이 났지만 다음의 두 영상을 통해 기획자와 작가들이 축적하고 새기고 확장한 낯선 공간으로 진입할 수 있다.

렉쳐 콘서트 <트라이보울과 유걸: 비정형 콘크리트 속 부유하는 공간>
(출처: 트라이보울 유튜브 계정)
《축적 새김 확장》 전시 영상
(출처: 트라이보울 유튜브 계정)

정수경 (郑樹耕, Jung SooKyeong)

공간에 담긴 시간성과 미감을 읽어내는 것을 좋아하며, 건축적 체험을 글과 전시로 만들어 내는 일을 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파리 1대학 Panthéon Sorbonne 미술사학과 학사, 미술사·건축사 석사를 졸업하고, 건축사학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있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의 건축큐레이팅 학예연구원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리서치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한국에서는 독립기획자 및 연구자로 장소성에 대한 연구물을 집필중이다. Instagram계정 (@mee.mee.jung)에서 기획의 단상들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변화의 바람을 타고,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변화의 바람을 타고,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장은영(인천서구문화재단)

일몰이 아름다운 공간으로 널리 알려진 ‘정서진’은 광화문의 정서쪽에 위치한 나루터라는 의미로 인천광역시 서구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올해로 네 번째 무대를 갖는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은 정서진의 일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클래식 음악 축제이다. 해지는 가을 저녁, 넓은 잔디밭에 앉아 수준 높은 음악을 즐기는 야외형 무대로 시작된 축제는 전염병의 시대를 정면으로 관통하며 새로운 전환의 시대를 급격히 맞이했다.

제2회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2019

늦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던 일주일간의 대규모 축제에서, 여름에서 가을까지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축제로 변화했다.1)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던 대규모의 ‘야외 축제’에서, 깊고 풍성한 클래식 음악을 선보이는 ‘음악제’로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메인 프로그램에서 그 변화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개릭 올슨(Garrick Ohlsson)의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인 <전야제>로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 후, 이어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는 솔리스트들이 모인 실내악으로 <개막 공연>을 선보였는데 두 무대 모두 좋은 평가를 얻었다.

국립오페라단과 함께한 <오페라의 밤>에서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하이라이트로 관객들의 신선한 반응을 얻었다. 클래식의 문턱을 낮춘 <피날레 콘서트>에서는, 홍진호(첼로), 존노(테너), 박현수(바리톤), 고상지(반도네온), 김순영(소프라노) 등 클래식 스타와 디토 챔버 오케스트라가 만나 대중적 클래식 곡들을 연주했다. 이 무대는 예매 오픈 1분 만에 매진되고, 온라인 실시간 관람 5천 명을 달성하는 등 국내 클래식 팬들의 많은 호응을 얻으며 인천광역시 서구와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제4회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2021 <피날레 콘서트>

지역에 더욱 깊게 뿌리를 내리기 위한 부대 프로그램들도 풍성하게 준비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클래식 및 크로스오버 연주단체들의 찾아가는 무대 <서로 人 클래식>과 인천의 미래 피아니스트를 발굴하는 <서곶 학생 피아노 콩쿠르>2), 성장 가능성이 높은 어린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대가의 1:1 집중 레슨을 제공하는 <마스터 클래스>, 축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가능성을 함께 토론하는 ‘포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현재 진행 중이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에는 축제의 여운을 즐기는 <앙코르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이 개최된다. 인천 서구의 아파트로 찾아가는 <발코니 콘서트>와 일상 곳곳을 찾아가는 <문화충전소 콘서트>3) 그것인데, 프랑스 샹송, 왈츠에서 재즈까지 보다 넓은 클래식 스펙트럼을 선보일 예정이다.

외연을 확장하기 어려운 시기일수록 내면에 집중하게 된다. 올해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은 그런 의미에서 내실을 든든히 다지는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근거로 축제의 상징성을 드러내는 이미지 작업을 들 수 있겠다. 정서진의 낙조에서 모티프를 얻은 ‘해’와 ‘일몰’, ‘바다’의 흐릿한 경계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순환하고 연결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는 단절로 대변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대척점에 있는 개념으로, 올해 축제의 주제로 선정한 ‘연결된 우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이미지를 압축하여 축제의 로고가 제작되었는데, 디자인의 일체감을 주고 축제의 상징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차년도 혹은 그 이후의 축제에서 다양한 변주로 이어지며 축제 메시지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제4회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2021 이미지 및 로고

코로나19로 ‘당겨진 미래’를 실감하는 요즘, 무대가 보다 넓은 세계로 확장되었음을 느낀다. ‘극장’ 또는 ‘야외’ 공간이라는 가시적 세계뿐만 아니라, 온라인 세상에서 더 넓게 연결되고 소통하는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게 되었다. 온라인-비대면 관객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더 큰 목소리로 축제에 참여하며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지역으로도 한층 더 깊어졌음을 알게 된다. 팬데믹 상황으로 국가 간 물리적으로 단절이 강화되어 해외 연주자 초청이 어려워지면서, 국내의 실력 있는 연주자, 나아가 지역의 연주자들을 발굴해내고자 하는 노력이 확대되었다. 금년에는 단순히 지역을 근간으로 활동하는 연주자들을 찾는 데 그쳤다면, 차년도부터는 이들과 함께 다채로운 무대를 제작하여 인천 서구만의 클래식 축제의 개성을 더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팬데믹으로 손에 잡히는 물리적 관계와 경험이 귀해지면서, 정제되고 수준 높은 경험을 원하는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좋은 음악과 남다른 경험을 원하는 관객들이 점차 증가할 것이다. 지역의 특수성은 귀한 경험이다. 지역에서 끌어올린 메시지가 음악과 축제를 이룰 때 더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참조>

  • 1) 올해는 8월 27일에서 10월 31일까지 인천서구문화회관과 인천 서구의 문화공간들, 그리고 인천서구문화재단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보다 넓고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 2) <서곶 학생 피아노 콩쿠르>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의해 취소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상당한 인원이 참가 신청을 하여, 콩쿠르에 대한 지역의 높은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 3) <문화충전소>는 인천광역시 서구가 추진하는 문화정책사업으로, 지역의 유휴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여 일상 속에서 구민의 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생활문화 활동 기반을 제공하는 목적을 지니며, 2021년 기준 100곳의 문화충전소가 지정 및 운영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장은영(張恩永, Jang Eunyeong)

인천서구문화재단 공연예술축제 담당.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 박사과정.
경험하기·글쓰기·걷기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축제를 사랑하지만 다양한 시도에 열려 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최지은(미추홀학산문화원)

몇 년 전 친구는 궁금해하면서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 거라고?”

내가 뭐라고 답했을까. 집에 가는 내내 그 질문을 곱씹었던 것만 생각난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인데도 스스로 정의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공연’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일이라면 뭐든 좋다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막연히 ‘공연’의 길만 걸어온 나에게 미추홀학산문화원은 ‘문화’라는 넓은 길을 안내해준 길잡이였다. 공연만이 아닌 문화의 길에 발을 내딛는 업무가 주어진 것이다.

인천광역시 2021년 유휴시설 생활문화공간 지원사업 <학산시민문화마당>은 나의 첫 디딤돌이다. ‘나와 이웃, 그리고 우리 동네’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학산문화원의 공간에서 판화, 인형, 필름카메라, 그림 등 시각특화예술 수업을 진행한다. 나를 돌아보고 주변 이웃과 관계 맺으며 사라져가는 우리 동네를 기록하는 이 시간은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만 머물러있지 않는다는 게 참 좋았다.

2021년 유휴시설 생활문화공간 지원사업 <학산시민문화마당>

일상에서 쉽게 생활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를 통해 나와 이웃 그리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마을과 가까워지는 시간이 된다. 평소 같으면 쉽게 지나쳤을 대문이 예쁜 집, 잎이 큰 나무, 가파른 언덕, 좁지만 매력 있는 골목길 등 우리 동네를 관심의 눈으로 보니 빠르게 걷던 발걸음을 멈춰 바라보게 된다.

그다음 디딤돌은 2021 미추홀구온마을학교 사업인 <으라차차! 수봉산탐험대>이다. 미추홀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미추홀구의 중심인 수봉산의 역사, 문화, 자연을 체험시켜주며 이 경험을 통해 우리 동네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만들어 주게끔 도와준다.

2021 미추홀구온마을학교 <으라차차! 수봉산탐험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수업을 준비하는 6명의 시민강사, 운영하는 문화원, 지원해주는 미추홀구까지 참여하는 아이들을 위해 알게 모르게 많은 곳에서 힘쓰고 있다.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바라보자면 마음속에서 따뜻함이 올라온다. 이 수업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양분이 되기를,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았을 때 기억의 조각 중, 이 수업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이 디딤돌 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디디고 오르내릴 수 있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 걸음들이 헛되지 않다고 장담한다. 나 홀로 오르내리는 것이 아닌 내 앞에 걸어가고 있는 선배와 옆에서 함께 동행하는 동료와 그 뒤를 따라올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걸음이 모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에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는 터전이 될 것이다.

어느 순간 ‘공연’에 빠져들어 이 길을 선택했고 깊은 생각 없이 걸어가니 ‘문화’에 도착했다. 나는 그렇게 우연한 기회로 공연문화팀에서 지역문화팀으로 옮기게 됐다. 지역문화에 더 힘쓰라는 신의 뜻이라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미추홀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토박이로서 미추홀구를 향한 애정이 점점 생기기 시작했다. ‘일을 사랑하지 말고 사랑이 일하게 하라’는 말처럼 내 안에 피어나는 애정으로 미추홀구를 위해 일하려 한다. 물론 나의 노력이 큰 영향을 불러오긴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내다 보면 조금 늦더라도 어딘가에서는 새싹이 돋아날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몇 년 전 친구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사진제공: 미추홀학산문화원

최지은(崔智恩, Choi Ji Eun)

미추홀학산문화원 지역문화팀 사원
전) 한국연극협회 사원




근대 음악의 향연, 인천 콘서트 챔버

근대 음악의 향연, 인천 콘서트 챔버

이승묵(인천 콘서트 챔버 대표)

토크 콘서트 <모던상하이 모던인천>서구 문물이 유입된 개화기에는 대부분의 문화 양식이 변화를 맞이한다. 음악 또한 마찬가지이다. 19세기 중후반 서구 열강의 입김은 동아시아의 음악 문화를 변화시켰다. 각국의 정서는 서양의 조성 음악 선법을 뒷받침하여 새롭고 다양한 음악으로 만들어졌다. 그중 대표적으로 미국의 재즈가 끼친 영향을 들 수 있다. 재즈는 한국과 중국의 20세기 초에 유입되었다. 이후 각국의 정서와 결합한 모습으로 재탄생하며 유행가의 초석을 다졌다. 이렇게 탄생한 음악 장르가 중국의 ‘상하이 라오거’와 한국의 ‘재즈송’이다. 재즈의 영향으로 탄생한 양국의 음악은 각기 다르면서 비슷한 구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던상하이 모던인천>, 인천아트플랫폼, 2021.7.31.

인천 콘서트 챔버는 <모던상하이 모던인천> 공연을 2021년 7월 31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개최했다. 개항기 서양 문물의 유입지였던 옛 상하이와 인천을 조명하며 재즈에서 영향받은 양국의 음악을 소개하는 공연을 했다. 무대에는 단국대학교 장유정 교수, 상명대학교 최명숙 교수, 인천 콘서트 챔버 이승묵 대표의 대담과 함께 양국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본 공연은 단순히 각국의 음악을 알리는 자리를 넘어 작품으로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의 시대상과 사회상 그리고 음악적 정서에 관한 접점을 공유했다. 공연은 한중의 근대 유행가를 도구로 국가와 민족적 문화의 다양성을 소개하고 존중하는 것에 기획 의도가 있었다.

인천 콘서트 챔버와 ‘근대 음악’언제부터인가 ‘개항기’, ‘개화기’, ‘근대’ 등의 키워드가 주목된다. 그리 멀지 않은 우리의 과거를 들추는 다양한 활동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인천 콘서트 챔버는 근대 문화를 단순히 콘텐츠의 소비재로 활용하지 않는다. 풍파와 격동의 시대인 근대의 희로애락을 억지로 감정 전달하는 것도 아니다. 근대 문화 중 음악 유산을 발굴하여 그것의 의미를 찾고 현시대에 전달하는 것이 활동의 주된 목적이다. 음악을 통해 시대와 사회를 바라보고 우리의 옛 모습을 반추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인천근대양악열전> 공연 모습
인천근대음악 현장학습 강연

또한, 한국인의 ‘음악적 모국어’ 형성에 영향 끼친 근대 인천을 넘어 21세기 인천의 새로운 음악적 역할을 모색한다. 음악적 모국어란 음악을 인지할 때 한국의 전통 음악보다는 서양의 조성 음악을 보편적인 음악으로 인지하는 음악적 관습을 의미한다. 제물포 개항 후 2년 뒤 1885년,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서양 음악이 본격적으로 전파되었다. 특히 인천 내 근대식 학교의 찬송가 또는 창가라 불리는 음악 수업은 대한민국 국공립학교의 음악 학제를 편성하는데 결정적인 길잡이가 되었다. 근대 인천이 국민의 음악적 모국어 형성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향력의 존재는 엄연하다. 인천 콘서트 챔버는 한국인의 음악적 정서 확립에 기여한 옛 인천이 21세기에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인천 콘서트 챔버의 작품 활동단체의 활동 철학과 방향은 주로 공연 무대, 음반 제작, 강연, 기고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무대 안팎에서 발현된다. 공연의 경우에는 근대 인천 연구와 작품 활동의 역사학자, 음악학자, 인문학자, 사진작가, 문학작가, 미술작가 등과 함께 다양한 주제를 동시대 음악과 접목하는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으며 <원더풀 동인천>, <인천근대양악열전>, <모던상하이 모던인천>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인천시 관내 초중고교를 방문하여 한국과 인천의 근대 음악을 강연과 공연이 결합한 렉처 콘서트 형태인 <역사 음악 이야기: 근대 음악 콘서트>도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토크 콘서트와 렉처 콘서트를 넘어 극 형태로 작품을 전환한다. 무성영화 시대에 존재했던 변사 배역을 합류시킨 낭독극 <이화자전>. 그리고 인천의 다양한 근대 음악을 묶어 소개하는 음반인 <인천근대양악열전>도 발매하였다.

인천 콘서트 챔버 근대음악 공연 홍보물
<인천근대양악열전> 음반

올해 하반기에는 낭독극을 음악극으로 전환하여 <이화자전>을 개최한다. 이와 함께 본 작품에 삽입되는 음악 작품을 한데 묶은 음반인 <인천 용동 권번 예인 이화자 다시 부르기>도 CD와 LP로 동시 발매 예정이다. 특히, 이화자 소재의 다양한 작품 활동은 인천 용동 권번 출신 예인의 재조명과 같은 원론적인 의도가 아니다. 이화자의 삶과 작품으로 한국 근대의 여성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한계를 지적하고 고찰하는데 기획 의도가 있다.

인천 콘서트 챔버 단원들

인천 콘서트 챔버의 나아갈 길음악은 문화이다. 음악이 문화의 개념 중 하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음악 자체가 문화의 한 갈래이다. 때문에 음악은 시대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존재하고, 그 음악을 통해 특정한 시대를 바라볼 수 있다. 특히 한국 근대 음악은 추억을 소환하는 예스러운 음악이 아닌 시대의 초상이다. 인천 콘서트 챔버의 다양한 활동은 인천의 근대를 음악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인천을 기점으로 발화된 서양 음악의 궤적을 들여다보며 작품 연구와 더불어 시대와 사회의 현상까지 바라본다.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한국 근대 역사 속 인천이 가진 의미를 음악으로 전달한다. 지난날의 빛과 그림자가 잊히지 않도록 그리고 기억될 수 있도록 인천 콘서트 챔버는 오늘도 노래한다.

인천 콘서트 챔버 홈페이지: www.inconcham.com
사진제공: 인천 콘서트 챔버

이승묵(李承黙, LEE SEUNG MOOK)

– 인천 콘서트 챔버 대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음악분야 심의위원
–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음악학과
–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문화 음악분야 연구생




안녕하십니까! 통합문화이용권 담당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통합문화이용권 담당자입니다

남경진(인천문화재단)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3번의 전화벨이 울리기 전 어김없이 나의 손에는 수화기가 들려 있다. “안녕하십니까! 인천문화재단 통합문화용권(문화누리카드) 담당자입니다.” 수화기 건너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저 한부모 가정 엄마인데요, 그 문화누리카드 있잖아요. 문자 받았어요.” 2021년 올해부터 문화누리카드에 자동으로 지원금 10만 원이 충전되는 자동 재충전 안내 문자를 이야기하시는 듯하다. “자동 재충전이 정상적으로 되었다는 문자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거 말고…….” 그럼 인천시와 군‧구 협조로 발송된 카드 이용안내 문자를 말씀하시는 건가? “아! 문화누리카드 이용하시라는 안내 문자를 받으셨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기계처럼 자동으로 나오는 멘트를 다 읊기도 전에 나의 말을 막으셨다. “다 썼어요.”, “네? 아! 10만 원을 다 쓰셨어요? 잘하셨습니다!”

“문화누리카드 덕분에 아이가 너무 즐거워했어요. 고맙습니다. 우리 아이가 평소 친구들과 놀러 다니질 못했어요. 학교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엄마인 제가 여유가 없어서인지……. 그런데 문화누리카드로 친구들과 영화관 가서 영화도 보고, 서점에 가서 책도 사보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며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가 생겨 좋아했어요. 제가 일하느라 바쁜 나머지 아이에게 여유롭게 뭘 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문화누리카드로 아이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함께 어울릴 기회가 되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를 바라보며 처음 벨이 울리며 떠올랐던 여러 생각은 사라지고, 하나의 생각만이 스쳐 지나갔다. 그건 바로 ‘문화누리카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을 해냈다!’라는 것이다.

문화누리카드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은 경제적, 사회적, 지리적 어려움으로 문화예술을 생활 속에서 누리기 힘든 분들에게 지원하여 문화예술, 관광, 체육 분야 활동 등에 이용할 수 있는 카드이다. 전화를 주신 분은 단순히 이 10만 원 카드 지원 때문에 고마워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이 한 장의 카드는 아이에게 단순히 문화예술 비용을 ‘지원’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경험’을 주었다.

문화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회 속에서 형성된다. 영화를 보여주고 공연장에 데려다주고 하는 일이 곧 문화생활을 모두 지원해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서 문화생활을 함께 할 기회를 주는 것이 곧 문화누리카드의 진정한 역할이다. 문화예술은 처음 벽이 생기면 접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아이는 문화누리카드를 통해 친구들과 즐겁게 문화예술을 경험하며, 이 벽을 일찌감치 허무는 기회를 가졌다. 문화 향유의 기회만이 아닌 즐길 방법까지 문화누리카드를 통해 다가갈 수 있었다.

현금을 주어도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연극을 관람하기가 쉽지 않다. 물질적 빈곤만이 문제가 아닌 정신적 빈곤 역시 우리가 챙겨야 하는 부분이다. 문화누리카드를 통해 문화예술이 대단한 것이 아닌 우리 삶 속에서도 쉽게 접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바 있는 이 아이는 팍팍한 생활 속에서도 풍부한 감수성을 가지고 여유를 찾을 줄 알게 될 것이다.

통합문화이용권 사업 담당자로서 나는 이 순간이 좋다. 물론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난관과 사업 운영에 필요한 예산 확보 과제가 매년 있지만, 이 한순간으로 나와 내 동료는 한발 한발 움직일 힘과 원동력이 생긴다. 벨소리가 또 울린다. 이제 그만 정리할 시간이다. 오늘도 나와 내 동료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문화누리카드 현장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남경진(南炅瑨, Nam Kyeong jin)

2016년부터 인천문화재단에서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환대의 도시, 인천에서 만나는 디아스포라영화제

환대의 도시, 인천에서 만나는 디아스포라영화제

이재승(인천영상위원회 사무국장)

디아스포라의 도시, 인천인천은 문호개방 이래 이주와 이민의 중심지였다. 1883년 개항 이후 형성된 차이나타운의 이국적인 거리는 인천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고, 1902년 한국 최초의 하와이행 이민선 ‘갤릭호’가 제물포항을 통해 떠난 후, 100여 년이 지난 현재도 한국의 관문인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들어오고 있다. 만남과 헤어짐, 설렘과 슬픔 등 많은 사람들의 100년간의 기억을 인천이라는 도시는 품고 있다. 그리고 과거 바다였던 곳은 국제도시가 되어 다양한 사람들의 유입으로 새로운 문화와 일상, 기억이 계속해서 쓰이고 있다. 이렇듯 인천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면서 다양한 정체성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이다.

디아스포라의 시대, 오늘의 이야기사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과거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온 유대인의 삶을 지칭하는 말로, 현재는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이러한 개념은 식민지 조선을 떠난 재일조선인과 고려인, 한국전쟁으로 인한 실향민과 이산가족,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볼 수 있는 산업화 시기 파독 간호사와 광부 등 우리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마주칠 수 있는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의 난민, 추방, 실향, 이민 등 오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대상화하고 혐오와 차별이라는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이제 디아스포라는 이국의 정취만을 의미하지 않고 다양성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공존의 가능성을 성찰하는 의미로 확장하고 있다.

제7회 디아스포라영화제 (2019. 5. 24. ~ 5. 28.)

환대의 도시, 새로운 문화 교류의 장인천은 한국 최초의 이민이 시작된 도시이자, 원주민과 함께 하늘길과 바닷길을 통해 들어온 다양한 정체성인 이주민이 정착해서 살아가는 도시이다.<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이러한 도시 정체성을 반영하여 영화를 매개로 이민자와 난민을 비롯해 이 땅에 소외받는 이들과 함께 다양성과 다름에 대한 관용의 가치를 나누고자 기획되었다. 2013년도 제1회 영화제 개최를 시작으로 어느덧 9회째가 된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문화다양성 주간인 5월에 매년 개최하고 있다.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영화제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디아스포라 이슈를 담아낸 포럼 및 강연 등 아카데미 프로그램과 미디어아트 및 사진전 등 각종 기획전시 프로그램,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인천개항장문화지구 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하며,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가득한 복합예술축제를 표방한다.

팬데믹,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우리는 작년부터 역사상 유례없는 팬데믹을 경험하고 있다. 팬데믹은 전 세계를 멈추게 하였고,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게 하였으며, 아시아인들을 향한 혐오 또한 경험하게 하였다. 모든 축제들이 그렇듯 팬데믹은 <디아스포라영화제>에도 치명타였다. 팬데믹은 분명 영화제를 개최하는 데 있어서 장애이자 위험요소인 것은 분명했지만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혐오와 차별이 범람하고 있는 것을 방관할 수 없었다. 이에 영화제의 취지와 목적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개최장소 변경, 프로그램 축소, 행사기간 조정, 방역시스템 구축 등의 조치를 통해 계속 개최하였다.

제8회 디아스포라영화제 (2020. 9. 18. ~ 9. 22.) 제9회 디아스포라영화제 (2021. 5. 21. ~ 5. 23.)

작년 제8회 영화제는 감염병 확산에 따른 시민 정서를 고려하여 기존의 거리축제 개념은 포기하고 장소를 옮겨 영화상영에만 집중해야 했지만, 올해 제9회 영화제는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의 문화활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방역 시스템을 강화해 야외에서의 체험 프로그램과 온라인 상영관, 텐트 상영관을 도입하여 안전하고 건강하게 개최하였다. 영화제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통해 디아스포라의 낯선 용어와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기를, 다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소중한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본다. 내년이면 벌써 디아스포라영화제가 10회를 맞이하게 된다. 스탭들은 벌써부터 설렘을 안고 내년 영화제 기획방향에 대하여 고민하고 토론하느라 분주하다. 영화제를 처음 개최하던 10년 전과 현재의 사회와 인식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우리의 작은 노력과 실천이 민들레 홀씨 되어 여러분 곁에서 새로운 꽃을 피우기를, 부디 내년 제10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는 마스크 뒤로 감춰진 서로의 밝은 미소를 보며 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제공: 인천영상위원회

이재승(李宰承, Jaeseung Lee)

– 현 인천영상위원회 사무국장
– 현 인천광역시 상징물관리위원
– 현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발전위원/ (재)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