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인천문화재단 예술표현활동지원 사업
《우리가 세계를 오해했을지라도》 전시 보도 자료
○ 전시 기획의도 및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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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목격자로서 각자의 현실을 실험적 방식으로 작품 속에 투영하는 작업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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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하지만 자각하지 못하는 사회 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동시대 현대인의 현주소를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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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사유해야 하는 지점을 새로운 형태로 제시
○ 전시내용 및 해설
“만약 제가 말하는 내용이 매우 합리적으로 들린다면, 저는 완전히 실패한 셈입니다.”
“If what I say now seems to you to be very reasonable, then I’ll have failed completely.”
-아서 클라크 (Arthur C. Clarke)가 1964년에, 2000년을 상상하며
1989년 방영된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는 우주에서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아이캔(Ican)의 모험기이다. 31년 후인 2020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는 이 만화에서는 인구 증가로 인한 자원 고갈의 위기,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을 탐색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을 배신한 인공지능 로봇의 반란이 그려지고, 무분별한 과학 기술의 발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아이캔이 사는 2020년의 지구는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 과거에 그들이 그리던 미래의 2020년을 현재로 맞이하게 된 우리는 그들이 상상하던 미래와 꽤 비슷하기도, 혹은 터무니없이 다르기도 하다.
미래를 상상한 과거의 유물을 반추하는 이유는 그들이 두려워했던 예측의 길로 들어서지 않기 위함이며, 그들이 먼 과거에서부터 꿈꿔온 공상들을 청사진 삼아 현실화하기 위함일 것이다. 아이캔이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이 지금과 다르다고 해서 우리는 그들의 2020년을 실패라고 단언하지 않는다. 그들이 보여주는 오해 아닌 오해는 역설적으로 우리를 또 다른 미래로 향하도록 하는 증폭제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가. 미래의 우리에게 남기고자 하는 미래, 과거의 우리에게 그 상상의 힘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줄 수 있는 방증은 무엇인가.
《우리가 세계를 오해했을지라도》는 우리가 서 있는 지금, 여기를 보여주고, 다시 미래를 상상하기 위한 작은 시도이다. 참여 작가 3인은 시대의 목격자로서 현실을 각자의 방식으로 구체화한다. 류연웅은 국가적 재난을 겪는 3대의 모습을 블랙 코미디 장르 소설로 위트있게 풀어냄과 동시에 작가의 시선으로 재편한 한국의 재난 연대기를 선보인다. 이가람은 자신의 삶 속에서 감각한 불행 에피소드를 조각의 형태로 드러낸다. 작업은 개인의 물리적, 사회적 위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재난 상황에서 사회가 개인의 일상에 미치는 촘촘하고 미세한 영향을 인식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황문정은 인간이 지배하는 도시의 보이지 않는 구조 속에 위치한 비인간 존재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린다. 비인간들의 존재를 게임의 주체로 등장시킴으로써, 잊고 있던 도시의 위계와 이면의 관계를 직시하게 유도한다. 세 명의 작가는 우리의 현실에 내포되어 명확하게 실재하지만 혼미하게 느껴지는 불안의 감각을 상기시킨다.
결국, 이 전시는 먼지 폭풍처럼 몰려드는 현실의 소용돌이 속에 홀연히 서 있는 개인이자 우리의 이야기이다. 현실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또렷한 파동은 지금 여기의 우리가 현재를 돌아보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움직임이며, 좀 더 나은 내일을 호명하기 위해 켜켜로 쌓아가는 레이어이다. 비록 그것이 오해일지라도.
예술적 행위는 현실의 문제를 가시화함으로써 사유의 지점을 제공하고, 비판적 대안을 설계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동한다. 불안의 안개가 우리를 사로잡아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시대를 응시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미래는 여기 없지만 우리는 여기서 미래를 상상한다.
○ 전시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