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예술가들의 안전감 획득을 위한 심리상담 서비스 확대의 필요성

팬더믹 시대, 예술가들의 안전감 획득을 위한
심리상담 서비스 확대의 필요성

문은주 상담사

팬데믹 시대의 예술가
팬데믹 시대의 예술가들을 만나다 보면 1970년대 시행된 유명한 심리실험이 떠오르곤 합니다. ‘아이와 잘 놀아주다가 갑자기 엄마가 텅 빈 얼굴(blank face), 정지된 얼굴(still face)이 되었을 때 아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실험인데요. 아이는 엄마의 관심을 끌려고 시도하지만 끝내 엄마의 얼굴에 변화가 없자 고통으로 위축, 우울해졌다고 합니다. 관계를 통한 의미 공유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실험이기도 한데요. 상호작용을 하던 대상이 갑자기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매우 당황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좌절된다면 매우 큰 고통을 마주해야 하겠죠.

기질적으로 민감한 예술가들이 팬데믹이란 상황을 만나게 되면서 심리적 어려움이 심화된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 것인데요. 왜냐하면, 예술창작물과 대중의 소통으로 예술이 완성된다고 한다면 이러한 만남의 제한이 곧 예술의 완성을 제한하는 조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콘서트를 포함한 전체 공연 시장의 피해액은 2천457억 원으로 추정(KOPIS집계, 2020.08.17.)되고 공연장 및 극장 업종에서의 전체 지출액은 전년 대비 -49.6%의 감소폭(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0.06.29.)을 보였다고 하니 예술가들의 일상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체감하게 됩니다.

상담에서 만난 예술가들은 대중들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부 예술가들을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현재의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고 있었고, 경제적인 열악함으로 인해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심리적 고통을 예술 창조의 근원으로 생각하면서 약물치료를 고려하지 못한 채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감당하고, 환경적 한계를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의 부족으로 이해하려는 점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개인 작업을 하는 예술인의 경우 혼자 고립되거나 관계의 미숙함에서 오는 문제, 공동작업을 하는 예술인들은 관계 속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갈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어느 정도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공을 지속해서 유지하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안전감 획득의 중요성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결과들을 보면 예술가들은 일반인보다 50% 이상의 높은 비율로 항우울제를, 19% 이상 항불안제 복용을 그리고 니코틴 의존의 위험성이 높았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미국의 연구와 다르지 않게 한국의 예술가들도 일반인보다 6배나 높은 매우 심각한 우울을 경험하고 있으며 예술가의 스트레스는 일반인보다 매우 높게 나타났고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식의 활용도 일반인에 비해 낮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예술가들의 심리적 건강을 돕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합니다.

자율신경계 체계(Polyvagal Theory) 연구에서는 개인이 관계에서 편안하고 즐거움을 맺는 데 필요한 요소로 안전감(safety)을 이야기합니다. 이 안전감은 스트레스와 개인의 적응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성장과 건강과 회복을 돕는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어찌 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해보지만 많은 경우 간과되기 쉬운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안전감은 예술가들에게 매우 필요한 요소가 되는데요. 왜냐하면, 예술가들은 작품완성을 통해 대중과 만날 때까지 여러 가지 만남을 겪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작품을 만들어내려는 자신의 동기와 만나고, 작품의 도구와 숙련감 있게 만나야 하며 이러한 작품을 대중들과 만나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 관계 맺어야 하는 여러 단계의 만남을 말합니다. 즉 ‘나와의 관계’, ‘너와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라는 다중의 과정을 거쳐야 대중들과 만나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만남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트레스 상황을 겪게 되고 이 상황을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자신을 비난하고 정서적으로 압도되어 고립된다면 다양한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작품을 완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통한 안전감 획득
상담에 참여하신 예술가분들이 자신을 자비롭게 대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조절하며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언어화하면서 타인과 관계 맺을 수 있게 노력하였습니다. 이러한 도움을 통해 예술가들은 안전감 있게 작품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결국, 상담에서의 안전한 사회적 관계경험은 선순환을 통해 예술가가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에서도 안전감을 강화하게 되고 결국 이를 통해 예술가들은 여러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삶의 의미와 목적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예술가들이 제시한 삶의 의미와 목적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을 대중들과 공유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입니다. 예술가들이 상담을 통해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고 안전감을 획득할 수 있게 되고 결국 다양한 예술적 작품 창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뭔가 뿌듯하고 든든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상담이 종결된 이후에도 예술가들의 공간에 상담사가 방문하는 <찾아가는 상담실>과 같은 형태의 상담프로그램과 일상적 교육프로그램이 제공된다면, 상담에서 익혔던 것들을 잊지 않고 지속시킬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하여 또다시 이번 팬데믹 같은 어려움이 예술가들을 찾아오더라도 고통스럽지만, 세상을 사랑하고 세상과 만나는 창조의 작업이 지속되길 희망해봅니다.

문은주(文殷珠 Moon Eun Joo)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잠시 공부한 적이 있는 상담사입니다.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산업조직상담을 전공하고 상담심리사2급(한국상담심리학회)자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림대학교 학생생활상담센터, 경희중학교, 다인EAP 상담사, 휴노EAP 상담사를 거쳐 현재 분당서울대소방공무원심리지원단, 서울심리지원동남센터, 나무솔 심리상담센터에서 심리건강 향상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실질적 문화예술예산 2%를 확보하자

실질적 문화예술예산 2%를 확보하자

김창길((사)인천민예총 정책위원장)

지난 9월 9일 오후 3시 인천광역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아주 이상한(?) <인천광역시 문화예술분야 예산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제목만으로는 여느 토론회와 전혀 다를 바 없을 것 없는, 그냥 식상한 토론회 같았지만 정말 이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 2명은 물론이고 토론자 4명, 토론회 진행을 맡은 좌장, 심지어는 토론에 참석한 소수(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의 인원까지도 모두 단 하나의 다른 의견이 없는 토론회였기 때문이다. 인천광역시의 문화예술예산이 다른 광역시에 비해 현저하게 낮고 절대적으로 문화예술예산을 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 한목소리를 내었다. 어떻게 이런 이상한 토론회가 진행되었는지 토론회를 보지 못한 분들에게 그 전말을 알리고자 한다.

인천광역시 문화예술분야 예산정책 토론회

이 토론회는 인천광역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와 (사)인천민예총이 공동 주관하였다. 발제자는 최영화(인천연구원 연구위원)과 필자가 맡았고, 토론자는 차성수(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도시문화분과위원장), 김재업(인천예총 부회장), 한상정(인천광역시 문화특보, 인천대 교수), 김락기(인천문화재단 경영본부장) 이상 4명이 참여하였고, 좌장은 김성준(인천광역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이 맡아 진행하였다. 그리고 시의원과 문화관광국장 등 시 관계 공무원이 참석하여 진행되었다.

첫 번째 발제는 「7개 특별‧광역시 문화예술예산 비교」라는 제목으로 최영화 연구위원이 진행하였다. 주요 발제 내용은 7개 특별, 광역시의 문화예술예산을 비교하여 총예산 대비 문화예술예산 비율과 인구 1명당 문화예술예산액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그 시사점을 지적해 주었고 나아가 문화예술 재원 확보 방안까지 제안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막연하게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외면해왔던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과 직면해야 했다. 서울특별시를 제외한 6개 광역시 중 최하위의 총예산 대비 문화예술예산 비율 1.24% (6개 광역시 평균 2.25%), 그리고 1인당 문화예술예산액을 보면 그 차이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인천광역시 1인당 문화예술예산액이 고작 36,300원(6개 광역시 평균 73,300원)이라니! 인천시의 인구 1명당 문화예술예산액은 6개 광역시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참담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 7개 특별·광역시(본청) 총예산 대비 문화예술예산

(단위: 명, 천 원)

구분 총예산 문화예술예산
금액 비중
서울 27,725,766,942 259,937,090 0.94%
부산 10,341,850,972 250,928,825 2.43%
인천 8,586,378,292 106,556,558 1.24%
대구 7,357,200,000 128,391,191 1.75%
광주 4,940,084,563 182,189,592 3.69%
대전 5,776,657,000 115,584,655 2.00%
울산 3,265,264,948 78,229,683 2.40%
평균 9,713,314,674 160,259,656 2.06%

출처: 「7개 특별‧광역시 문화예술예산 비교」(최영화 연구위원 발제 자료)

2021년 기준 7개 특별·광역시(본청) 인구 1명당 문화예술예산액

(단위: 명, 천 원)

구분 문화예술예산 인구 1명당 문화예술예산액
서울 259,937,090 9,558,153 27.2
부산 250,928,825 3,361,781 74.6
인천 106,556,558 2,937,440 36.3
대구 128,391,191 2,395,749 53.6
광주 182,189,592 1,442,482 126.3
대전 115,584,655 1,455,300 79.4
울산 78,229,683 1,125,727 69.5
평균 160,259,656 3,182,376 66.7

출처: 「7개 특별·광역시 문화예술예산 비교」(최영화 연구위원 발제 자료)

여기에 덧붙여 최영화 연구위원은 흥미로운 사실을 언급했다. “인천시의 문화예술예산 106,556,558천 원 중 문화기반시설 관련 예산(문화기반시설 조성, 정비, 운영 등)이 총 53,003,917천 원으로, 전체 문화예술예산의 49.7%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즉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의 절반이 문화기반시설 관련 예산이라는 것이다.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을 분석하면, “시설 운영 외에 인천시가 적극적인 문화정책을 펼치거나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기획·운영하기 위한 사업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 빈약한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에서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예산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예술 재원 확보방안으로 여러 대안을 제안했지만 그중에 핵심은 인천시가 문화예술예산을 확대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은 대부분 시비로 편성되어 있다.)

두 번째 발제는 필자가 진행하였는데, 10년간의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을 분석하여 문화예술예산을 실질적으로 늘릴 방안을 논의하는 것과 인천시 문화예술정책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10년간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을 검토하면서 필자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문화예술예산 비율이 2012년에서 2017년까지 6년간 1%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발제자가 서로 사전 협의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신기하게도 모두가 인천시 문화기반시설 예산을 별도로 분석하였다. 이는 인천시의 문화예술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문화예술예산을 키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실제로 문화예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 문화예술예산을 높여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10년간 인천광역시 본예산 중 문화예술예산 비율

(단위: 백만 원)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예산총액 7,544,795 6,796,847 7,837,281 7,654,571 8,190,258 8,316,641 6,509,348 7,177,427 8,069,051 8,586,378
문화예술
예산총액
54,809 52,353 57,098 54,482 63,203 82,054 84,865 87,687 102,614 106,556
총예산대비/
문화예산비율
0.73% 0.75% 0.73% 0.7% 0.77% 0.99% 1.3% 1.22% 1.27% 1.24%
문화기반시설
관련예산
33,480 31,819 32,905 31,016 37,728 40,733 44,933 43,650 53,752 53,003
문화예술예산대비/
문화기반시설
관련예산비율
61% 61% 58% 57% 60% 50% 53% 50% 52% 50%
실질적
문화예술예산
21,329 20,534 24,193 23,466 25,475 41,321 39,932 44,037 48,862 53,553
문화예술예산대비/
실질적
문화예술예산비율
39% 39% 42% 43% 40% 50% 47% 50% 48% 50%

※ 문화예술예산총액: 인천광역시 기능별 문화 및 관광 세출 중 체육, 문화재, 관광 제외
※ 문화기반시설 관련 예산: 문화기반시설 건설비용 및 유지비용(문화예술과, 문화콘텐츠과, 도서정책과, 종합문화예술회관)
※ 실질적 문화예술예산: 문화예술예산총액에서 문화기반시설 관련예산을 뺀 예산

발제 이후에 토론자의 토론도 이어졌는데 4명의 토론자 모두가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을 늘려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덧붙였다. 차성수 토론자는 시설 중심으로 문화예술 정책을 풀어가려는 기본 사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얘기하면서 민간주도의 정책 및 예산 수립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다양한 세부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제안을 하였다. 김재업 토론자는 문화예술예산중에서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순수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안하였다. 한상정 토론자는 문화예술정책사업의 예산 문제 이전에 문화정책을 주관할 수 있는 문화정책과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김락기 토론자는 현재 인천시 문화예술예산 현황 속에서 인천문화재단의 사업과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지속적인 논의의 장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이외에도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지만 지면의 한계로 인하여 토론자분들의 좋은 의견과 제안을 다 옮기지 못해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 (자세한 내용은 토론회 영상을 참고 바란다.)

인천광역시 문화예술분야 예산정책 토론회 영상 (출처: (사)인천민예총 유튜브 계정)

인천시는 인구 증가와 함께 인구 300만 도시 대우를 받으며 행정조직을 확대 개편하면서 대한민국 제2의 도시가 되겠다며 큰소리를 쳤지만, 그것은 사상누각이었다. 도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도시 디자인의 혁신을 통해 창의문화가 형성되는 기반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창의인재를 육성하고 자원을 유치하여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기본이 아닐까. 다시 말해 도시의 문화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행정조직을 늘리고 총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시의 문화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비전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 속에서 오랜 기간 동안 끊임없는 관심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서 드러났듯이 인천시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도 미미하고 형편없는 수준이다.

반면 인천시와 인구가 비슷한 부산시는 ‘부산 문화 2030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며, 그 실현을 위해 문화예산을 2030년까지 3%까지 확대할 것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천시도 늦지 않았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3%의 예산을 확보하자는 것은 무리일 수 있겠지만, 최소한 2%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필요한데 그것은 문화예술예산을 늘리되 문화기반시설 관련 예산의 비중을 줄여 실질적 문화예술예산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2,600억을 들여 개관한 아트센터인천이 2025년까지 2,200억 원을 들여 2단계로 대공연장과 뮤지엄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밝히고 있고 시립미술관을 새로 짓고 시립박물관을 확장 이전하는 인천뮤지엄파크 조성사업이 정부 중앙투자 심사를 통과하여 2,014억을 들여 2022년 착공하여 2024년 준공, 2025년 개관하는 일정을 인천시가 발표하였다. 시립미술관은 인천예술인과 시민들의 오랜 염원이었고 시립박물관 또한 광역시의 수준에 걸맞게 운영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러한 문화기반시설 건설로 인하여 부실한 인천의 문화예술예산 현황이 가려지고 호도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그래서 필자는 ‘실질적 문화예술예산 2% 확보’를 주장한다.

아무튼 토론회에 참석한 모두가 동감할 수밖에 없었던 터무니없이 부족한 인천시 문화예술예산의 현실을 바로 보고 우리는 인천시민으로서 문화권을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실질적 문화예술예산을 높일 것을 주장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겨우겨우 버티는 사막의 오아시스가 아니라 설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따라 강이 만들어지고 숲이 생겨나듯이 자연스럽게 인천시의 문화예술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활성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창길(金昌吉, Kim Changkil)

(사)인천민예총 정책위원장




코로나19 시대의 축제, 어떻게 변할 것인가

코로나19 시대의 축제, 어떻게 변할 것인가

김지선(㈜티앤엘 대표이사)

코로나19가 발발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2020년 새해를 맞이하기 무섭게 불어닥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상태에 빠뜨렸다. 과거 역사 속에서나 겪었던 팬데믹 상황을 누구도 실제로 겪어보지 못해 직면한 모든 상황들은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작년에는 백신만 나오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백신이 개발되니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시국에 축제라니...집단적 신명과 대규모 운집을 전제로 하는 축제는 정말 최대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작년 상반기에는 축제를 개최해야 하는지 취소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다가 9월 기준으로 97.6%가 취소 혹은 연기를 선택하였다. 그중 몇몇 축제들은 발 빠르게 대표 프로그램 위주로 비대면 언택트(Un-tack)와 온택트(On-tack) 방식으로 진행하여 겨우 개최 취소를 면할 수 있었다. 초기에 진행된 프로그램들은 단순 축제현장을 온라인으로 실황 중계하는 방식이었지만, 랜선으로 참여하는 방식과 체험키트를 발송하여 집에서 라이브로 참여하는 방식 등 점차 다양한 방식들이 고안되었다.

보령머드축제 ‘집콕머드체험키트’ (사진제공: 재단법인 보령축제관광재단)

특히 특산물축제들은 궁여지책으로 축제를 취소하기보다는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하여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애썼으나 축제성을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화천산천어축제>가 축제를 위해 준비한 산천어 밀키트(Meal-Kit) 세트로 판매에 성공하면서 축제를 대표하는 상품개발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새로운 창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축제가 고유의 대표상품 개발이 취약했는데 단순히 지역특산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트렌드에 맞게 재가공한 상품을 개발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사전예약제로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하는 방식은 축제를 개최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축제에 참여하는 인원이 너무 제한적이고 타인과의 교류와 일탈성을 느끼기에는 역시 아쉬움이 남는 행사일 수밖에 없다.

춘천마임축제 <춘천마임백씬; 100Scene 프로젝트> (사진제공: 사단법인 춘천마임축제)

그렇다면 축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와 축제 기획자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축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온라인 축제는 임시방편으로 현재 축제상황을 보완할 수는 있지만 결국 오프라인 축제를 대체될 수는 없다는 의견과 비대면 방식의 축제는 또 다른 트렌드로 진화하고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모두 맞는 주장이다. 디지털 시대에 랜선으로 접속해 교감하고, 메타버스로 가상공간을 만들어 VR과 AR로 체험성을 확장했지만 역시 현장(on-site)을 떠난 축제는 진정한 축제일 수 없다. 그렇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 이전의 모습으로 똑같이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새로움을 맛본 이상 우리는 다시 융합되고, 진화하여 새로운 모습의 축제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을 겪으면서 많은 축제들은 ‘비대면 축제 기획’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그리고 이전에 몰랐던 더 큰 시장을 발견했다. 비대면 콘텐츠는 물리적 제약과 시공간을 뛰어넘게 했고, 시간과 돈, 건강, 접근성 등의 이유로 축제를 방문하지 못했던 비 참여자들도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어느 TV 광고 카피처럼 ‘무관중에서 무한관중으로’수준 높은 비대면 축제 콘텐츠는 시간을 뛰어넘고, 지역을 뛰어넘고,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축제가 더 큰 시장, 해외로 눈을 돌릴 때이다. 그동안 한국축제는 글로벌 축제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지만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축제는 아직 탄생하지 못했다. 올해 2021년에는 전국에 1004개의 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인 특유의 뛰어난 창조적 DNA와 기술력으로 좀 더 진화한 콘텐츠가 개발되어 축제산업에 불어 닥친 코로나라는 시련이 오히려 한국축제가 글로벌 축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기대해 본다.

언젠가 마스크를 벗는 그날에는 소란스러움과 북적임, 그리고 샤우팅이 있는 축제현장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시 축제장으로 물밀 듯이 몰려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가상공간에서 함께 축제를 즐기는 새로운 방문객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지선(金智宣, Kim, Jisun)

㈜티앤엘 대표이사
한양대학교 관광학 박사
한양대학교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
파주시‧포천시‧양주시‧고흥군 축제추진위원회 위원
전)의정부음악극축제 사무국장




제1차 문화다양성 기본계획,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까?

제1차 문화다양성 기본계획,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까?

이완(아시아인권문화연대 공동대표)

「제1차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기본계획」(이하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이 지난 5월 발표되었다. 이번 계획은 정부가 2021년에서 2024년까지 4년간, 어떻게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철학과 중장기계획을 담아내고 있다. 따라서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의 의미와 내용을 짚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많이 늦은 기본계획

2001년 유네스코는 문화다양성 선언을 발표했고, 바로이어서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은 국제협약으로 만들어졌다. 한국은 2010년 문화다양성 협약에 비준했으며, 2014년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2015년에는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을 위한 기초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하지만, 법률에 따라 뒤이어 발표되었어야 할 기본계획은 계속해서 미루어졌다. 문화부의 문화다양성 가치확산 사업인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이 2012년에 처음 시행되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기본계획의 발표는 매우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다양성’은 이미 여러 번 국가 중장기계획에 등장하고 있다. 「제3차 인권정책기본계획(2018년~2022년)」, 「제3차 다문화정책기본계획(2018년 ~2022년)」, 그리고 「제3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2018년~2022년)」, 모두에 문화다양성은 주요과제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기존의 중장기계획에서의 문화다양성은, 각각의 정책목표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만 ‘문화다양성’을 다루고 있다. 또한, 이주민과 다문화정책의 관점에서 문화다양성을 바라보는 협소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문화다양성’ 가치확산 자체를 목표로 하여, 계획된 이번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이번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은 그 핵심가치와 목표를 ‘차별시정과 인식제고’, ‘문화참여와 접근성’,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그리고 ‘상호문화교류’로 설정하였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문화다양성과 관련된 토론과 논쟁을 통해 정리된, 한국 사회에 필요한 문화다양성이 적어도 핵심가치와 목표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과제의 상당수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을 모아놓은 것에 그치고 말았다. 많은 협력부처가 나열되어 있지만, 교육부와 여가부에서 이미 시행되는 사업을 적어놓은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담아 전체적인 내용과 흐름에 관해 몇 가지 의견을 적어 보았다.

문화다양성 가치확산이 필요한 이유

이번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은, 문화다양성 가치확산의 필요성을 윤리와 정의적 차원, 경쟁력의 차원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약속 이행의 차원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양성이 가지는 여러 가지 모습을 대부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순서와 각각의 이유에 대한 강조점의 균형은 매우 아쉽다.

이번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은 필요성에 대한 설명 도입부터, 한국 사회 인구구조 변화 즉, 저출생과 노인 인구증가 그리고 인구감소를 맨 처음으로 언급하며 다양한 외국인의 유입을 적어놓았다. 이주민이 국가사회의 생존과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화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암시를 주는 것이다.

사람을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 자체가 아닌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강조되고 있다. 문화다양성이 증가하면 당연히 개인과 국가사회의 생존과 경쟁력도 향상된다는 점을 알리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는 국가가 문화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인하는 첫 번째 설명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경쟁력의 강조는 결국 경쟁력이 높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줄을 세우고, 필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사용될 것이다. 이는 모두에게 잣대를 들이대는 부메랑이 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문화다양성 1차 기본계획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문화다양성의 필요성을 한국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알리는 공식적인 문서였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문화다양성이 ‘획일적인 사회 이데올로기와 효율 만능주의로 인해 남과 다른 소수성이 억압받아 왔다는 점’이 언급되었어야 한다. 그리고 이로 인한 ‘혐오와 차별이 넘쳐나는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점이 명시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문화다양성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를, 문화다양성을 통해 ‘다양성을 억압하는 혐오와 차별을 몰아내고’ 이를 통해 ‘기본적인 문화권과 인권을 보장’하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 그리고 ‘더욱 자유로운 문화적 표현이 실현’되는 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기본계획의 실행과정에서 이런 점이 보완되고 더욱 강조되었으면 한다.

문화다양성 인식개선과 교육 의무화

문화다양성 인식변화에 교육은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교육만으로는 인식개선을 이룰 수 없다. 구조와 환경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의 ‘기관운영의 문화다양성 운영 반영 확대’, ‘문화다양성 인증제 추진’, 그리고 ‘지역 문화다양성 조례제정이나 문화다양성 위원회 설치 추진’ 등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장기과제로 설정되어 있거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적혀있지 않아, 실제 얼마나 추진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모두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문화 분야 공공기관 종사자 문화다양성 교육 의무화’나, ‘문화다양성 관련 보조사업 수행 시 보조사업자 교육 의무화’는 긍정적인 추진 과제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문화다양성 인식개선은 상대방의 인식변화가 아니라, 정책을 기획, 주도하는 사람들의 인식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작 문화다양성 정책 수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문화부 공무원을 포함한 정부 중앙부처의 공무원단, 그리고 정부 부처 안에서 어떻게 문화다양성 인식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미비하다. 나 말고 당신이 변화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어도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에 적합한 방식은 아니다.

문화복지와 문화다양성

사회적 소수자가 혐오와 억압으로 인해,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의 정체성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은 문화다양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지역어와 수어 등 언어적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관행적으로 시행됐던 ‘국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문예 공모 규칙 개선’ 등의 시행과제들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기대를 하게 한다.

반면 ‘취약계층 문화권 보장’이라는 내용으로 ‘통합문화이용권 및 스포츠강좌이용권 지원 확대’나, ‘소외계층 문화권’으로 ‘문화시설 접근권’ 등을 문화다양성의 주요 세부 과제로 설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은 소외계층 문화나눔사업이나 문화복지와는 구별되는 특징을 시행과제를 통해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의 일부 내용에서는 단순히 문화예술 향유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문화다양성의 주요 활동으로 오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있다. 물론, 문화예술과 스포츠 이용권 제공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에서는 다양한 정체성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구조와 환경 그리고 기회를 만드는 것이 문화다양성 가치확산 과정이라는 점이 세부 과제에서도 명확하게 정리되었어야 한다. 이 또한 시행과정에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혐오와 차별에 더욱 적극적인 대응

혐오와 차별에 대한 대응은 이번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에서도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주요 정책목표와 핵심가치로 ‘차별시정과 인식제고’를 선정하였고, 기본계획 곳곳에서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정체성을 문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권리는 기본적인 권리다.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면서 문화다양성을 가치확산을 하자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따라서, 문화다양성 가치확산을 통해 이를 이루자는 목표에 찬성한다.

혐오와 차별 예방과 대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번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에서도 이를 정책목표와 과제로 강조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이에 걸맞은 수준의 시행과제는 보이지 않는다. 시행과정에서는 혐오와 차별을 어떻게 예방하고, 혐오·차별이 발생했을 때 어떠한 제도적 장치를 발동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준비되기를 바란다.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에 관해서는 실망과 기대를 동시에 가지게 된다.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이 한 번에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정체성에 대한 표현조차 억압당하는 사람들이 겪는 오늘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마음이 급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문화다양성 가치확산은 정부의 계획만으로 이룰 수 없는, 나와 내 주변의 일이다. 계획보다 실행을 더욱 담보하면 좋겠다는 애정을 담아 함께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면 좋겠다.

■ 참고자료

이완(李完, LEE, WAN)

아시아인권문화연대 공동대표
경기문화재단 인권경영위원
문화도시사업 컨설턴트
문화다양성 가치확산 무지개다리 사업 컨설턴트(전)




보편적 가치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문화화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보편적 가치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문화화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김상원(인하대학교 교수)

우리 문화 및 예술과 관련된 법에서 ‘문화’와 ‘예술’의 개념은 ‘문화예술’이란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표현은 「문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예술인복지법」,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등 문화와 관련된 법에 수없이 사용되고 있다. 「문화예술진흥법」에서는 그 정의를 “문학, 미술(응용미술을 포함한다),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 국악, 사진, 건축, 어문, 출판 및 만화를 말한다.”라고 기술한다. 이러한 ‘문화예술’의 법적인 정의는 사전적 의미의 ‘예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나, 왜 이러한 복합어 표현을 법조문에 명시했는지 그 근거를 확인하기 어렵다. 아마도 ‘문화기획’ 또는 ‘예술기획’과 관련된 대상과 행위자의 활동영역의 중복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론해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필자는 본 기고에서 ‘문화’와 ‘예술’의 개념을 분리해서 사용하고자 한다. 어떤 개념을 정의할 때 자체의 속성을 기술하거나, 범주화를 사용한다. 범주화의 경우, 유사한 또는 동일한 성질의 것을 하나의 범주로 간주하는 방식이지만, 그보다 앞서 선택할 수 있는 범주 구분은 의미대립쌍, 즉 반대말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볼 때, ‘문화(Culture)’의 대립개념은 ‘자연(Nature)’이다. 이때 ‘자연’은 언뜻 산, 강, 바다와 같은 풍경으로 해석되곤 하지만, 본래 의미는 산, 강, 바다와 같은, 다시 말해 인간에 의하지 않은 채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스스로 지닌 본연의 성질대로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는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 또는 상태로 생각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개념은 독일의 산림경제학자인 한스 카를(Hans Carl)이 1713년에 산림경영과 관련한 언급에서 그 시초를 찾아볼 수 있다. 이 개념은 1952년에 일반 경제학에 수용되었고, 1980년에 환경연구단체의 보고서에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란 개념으로 등장하게 된다. 오늘날의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은 1987년에 개최된 유엔의 브룬트란트 보고서(Brundland report)에 채택되면서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지닌 인류의 목표 개념으로 제시된 바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면서 지구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17개의 실천 목표(빈곤퇴치, 기아퇴치, 건강한 삶, 평생학습 기회 제공, 성평등, 물과 위생의 이용과 관리, 지속가능한 에너지, 일자리, 지속가능한 산업, 불평등 감소,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기후변화의 대응행동, 해양자원의 보존, 평화, 이행수단의 강화)를 정하고 있다.

이러한 17개의 실천 목표는 개인의 실천과 더불어 지역과 국가 그리고 세계가 동의하고 실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행을 위한 강력한 제도를 구축하고 상호 교류를 통한 한계극복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지역, 국가 간 차이가 있으며, 그 목표에 다가가기가 녹록하지 않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이론적 논의 역시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세 가지 가치(생태적 가치, 사회적 가치, 경제적 가치)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으로 논의된 바 있다. 이 세 가지 가치가 전제될 때 지속가능한 발전이 담보될 수 있다는 모델은 소위 ‘세 개의 기둥이론(Three pillars theory)’이라고 한다.

세 개의 기둥 이론(Three pillars theory)‘세 개의 기둥 이론’은 독일 올덴부르크 대학의 베른트 하인스(Bernd Heins) 교수가 1994년에 자신이 제시한 모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유사한 개념이 이미 1987년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다루어진 바 있고, 이 보고서에서 다루어진 지속가능성에 대한 세 개의 모델을 1994년 독일연방의회의 연구위원회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모델은 1996년에 독일 화학산업 협회(Verband der Chemischen Industrie, VIC)에서 최초로 도입되었기에, ‘세 개의 기둥 이론’의 정확한 기원을 정확히 밝히기 어려운 상태이다. (참조: https://de.wikipedia.org/wiki/Drei-S%C3%A4ulen-Modell_(Nachhaltigkeit))

‘그림1’은 세 개의 기둥 이론의 초기 모델이고,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진화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왼쪽부터 2번째까지는 가치의 우선순위가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두 번째 모델은 ‘약한 지속가능한 발전(Week sustainable development)’ 모델이고, 세 번째 모델은 가치의 우선순위가 제시되어 있어, 이를 ‘강한 지속가능한 발전(Strong sustainable Development)’ 모델이라고 부른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세 가지 기둥 모델이 1998년부터 널리 사용되었고, 유엔을 비롯한 각국은 이 중에서 ‘강한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수용하고 실천했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천목표는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못하거나, 형식적으로 이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계는 ‘강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우선순위만으로는 그 실천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이면서 활동가인 존 혹스(Jon Hawkes)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네 번째 기둥인 ‘문화’를 제안하였고, ‘문화’는 인권, 문화적 다양성, 지속가능성, 참여 민주주의 및 평화를 위한 조건 조성에 전념하는 세계의 도시와 지방정부에 의해 2004년에 승인된 ‘문화를 위한 의제 21(Agenda 21 for culture)’에 포함되었다.

2015년 70차 유엔총회는 ‘문화를 위한 의제 21’을 보완하고,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시민권, 문화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 사이의 상호의존성을 높이고, 달성 가능한 그리고 측정 가능한 행위와 약속을 지원할 수 있는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는 문화가 포함된 미래」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 성명서에는 시민과 함께 그리고 시민을 위한 정책을 실행하고 발전시킬 때 지방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역문화 정책의 강화를 제안하고 있으며, 지역발전모델의 기초 단위로서의 문화통합을 제안하고 있다.

독일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그림4’에 제시된 네 번째 기둥인 ‘문화’를 모두를 위한 보편적 가치를 문화화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간주하며, 이를 ‘문화교육’으로 표방하고 있다. 독일정부와 문화협의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이란 맥락에서 환경교육을 자원의 책임 있는 사용과 이를 문화화시키기 위한 문화교육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교육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시민 토론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변화를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독일 지방정부는 지역문화조정사무소(Koordinationsbüro Kulturregion)를 두고 공공 및 민간 문화종사자와 지역의 문화담당자(기관) 사이의 소통(Kommunikation), 협력(Kooperation), 조정(Koordination) 그리고 합의도출(Konsensfindung)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문화정책은 1970년대 격변과 성장의 국면을 겪으면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사회정책이라고 선언하면서, ‘모두를 위한 그리고 모두에 의한 문화(Kultur für alle und von allen)’를 지향가치로 제시했다. 이제 문화정책은 사회정책이다. 왜냐하면, 문화정책은 사회에 대한 분석을 전제로 수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3년에 발표한 「예술을 위한 예술인가(Art for Art’s Sake)?」란 연구보고서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의 기능과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어려서 예술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다양한 직업영역에서 창조적 역량을 발휘하는 것에 주목하고, 예술교육은 예술가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의미 있는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예술의 기능과 역할에 주목하는 사례는 영미권에서 적용되고 있는 펠드만(Burke Feldman)의 「원칙에 기반한 예술교육(Discipline-based arts education, DBAE)」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예술교육의 목적은 예술가와 예술비평가와 같이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예술교육이 “젊은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 언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이해하는 능력, ‘문명화된 삶’이 계속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심오한 만족감을 부여”하는데 이바지한다고 보고, 예술교육의 도구화를 강조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이미 40여 년 전에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문화예술교육’이란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는 ‘예술교육’은 ‘예술을 위한 예술교육’이 아니라, 사회정책으로서의 문화정책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리고 모든 사람에 의한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문화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예술적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술적 개입에 기반을 둔 문화교육은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보편적 가치를 문화화시키는 데 기여하며, 이는 체화된 문화자본으로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김상원(金常元, Sangwon Kim)

독일 아헨대학교 철학박사.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 원장, 인하대 대학원 문화경영학과 학과장, 인하대 대학원 도시계획학과 및 도시재생학과 교수(겸직, 참여교수).




새로운 무대 위에서 객석을 맞이하는 공연계

새로운 무대 위에서 객석을 맞이하는 공연계

장준원(크리에이티브리더스 그룹에이트 부사장)

라이센스 계약과 번역 등에 걸린 4개월, 제작 기획과 마케팅 준비를 위한 5개월. 현지 제작자들과의 미팅과 조율을 위해 제작팀의 런던 출장 기간까지 1년 가까운 새로운 공연의 준비과정은 개막을 3개월 앞둔 2021년 2월 말에 대관 취소라는 결말로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 세계의 팬데믹 속에서도 공연계는 이미 사스와 메르스를 통해 얻었던 상처 위에 흉터처럼 남기고 지나가리라 조금은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공연장 방역소독 (사진: 예술공간 트라이보울)

한 달이 반년이 되고, 해를 넘겨 가면서 대학로 거리는 마치 좀비영화에서 본 거리처럼 인적을 찾아보기 어렵고, 하루가 멀다 하고 사무실에서 공연 이야기를 나누던 스텝들은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제작 감독을 하던 후배는 먹고살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며 전화기 너머 한숨을 보낸다. 여러 작품을 함께 했던 제작팀을 감원하기로 결정한 날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공연 중단과 연기, 취소가 반복되다가도 ‘띄어 앉기’ 객석이나마 공연장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도 관객들의 외면이 염려스러웠다.

요즘 기원전과 기원후인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를 Before Corona와 After Disease로 표현한다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의 도래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는 공연계에서는 여러 가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공연의 영상화/온라인화가 있다. 이를 두고 공연의 새로운 돌파구로 의미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로 보는 측면은 대면 공연이 어려운 시점에서 간접적으로나마 무대 접근성을 열어 기존 관객층을 유지하고 잠재 소비 관객들을 유입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제작사들이 새로운 판로를 열어 사업적인 영위를 도모할 수 있게 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콘텐츠의 유료화에 있어 야기되는 기술적인 전문성과 전문 인력의 투입, 제작 여건의 조성을 위한 초기 자금 조달 등의 조건들을 만족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반면, 공연예술의 본질인 현장에서의 교감과 현장성이 상실된 영상화 공연을 무대예술로 인정할 수 없으며, 이를 통해 기존 형태의 무대예술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B.O.D(Broadway On Demand) 홈페이지
(https://get.broadwayondemand.com/)

새로운 형식의 무대예술로 온라인 공연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먼저 단순히 공연 현장의 영상을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술적인 다양한 시도가 뒷받침됨과 동시에 이를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VOD(Video on demand) 등으로 전달하는 매체인 전문 OTT(Over The Top) 플랫폼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B.O.D(Broadway On Demand)’, ‘DG Stage’ 등의 전문 공연 플랫폼이 무대예술의 새로운 장르로 시도되어 정착되었으며, 이를 통해 기존 공연의 홍보 마케팅을 활성화하고 부가적인 수익창출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2018년에 막을 올렸던 뮤지컬 <엑스칼리버>(EMK제작)가 B.O.D를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여 콘텐츠 유료화 시도의 모형을 제시하기도 하였다(5.99$에 48시간). 최근 들어 국내에서 다양하게 시도되는 공연실황 온라인 서비스가 다양한 시도를 진행함에도 저조한 접속률을 기록하는 원인이 아직 모니터를 통한 관람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의 낯가림도 이유이겠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국내 OTT 플랫폼의 전문성 부재와 온라인 콘텐츠의 완성도에서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현재 대표적인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는 <그리스>(1978), <애니>(1982), <아나스타샤>(1997), <더 프롬(2020)> 등을 선보이고 있으나, 공연 실황보다는 원작 뮤지컬 영화나 영화화된 작품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공연 실황에 보다 집중한 OTT 플랫폼으로는 ‘왓챠(Watcha Play)’가 있다. <키다리 아저씨>(2017), <홀리데이 인>(2017), <더 우드즈맨>(2017), <브로드웨이 42번가>(2019) 등의 공연 실황을 만날 수 있다. ‘Broadway HD’는 명실상부한 공연 실황에 특화된 OTT 플랫폼이다. <지킬 앤 하이드>(2001), <King & I>(2018), <킹키부츠>(2019), <시라노 드 벨쥐락>(2008) 등의 공연 실황을 만날 수 있다. 백스테이지 영상과 인터뷰 등의 부가 서비스는 재미와 감동을 더하는 향신료 역할을 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의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
(https://www.sac.or.kr/site/main/sacOnScreen/sacOnScreen)

국내의 대표적인 OTT 플랫폼으로는 ‘네이버TV’를 들 수 있다. 초창기에는 단순히 공연 홍보를 위한 프레스 콜(press call) 영상 등 공연 일부를 보여주는 서비스로 시작되었으나 2016년 뮤지컬 <팬레터>의 전막 생중계를 시작으로 공연 홍보 마케팅에 있어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예술의 전당의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은 뮤지컬 <웃는 남자>, <윤동주, 달을 쏘다>, 연극 <인형의 집>과 발레 공연 등 우수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영상화하여 제공하고 있어 긍정적 호응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공연의 온라인화’와 ‘공연 현장의 교감과 현장성’에 대한 공연계의 양분된 반응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순응하며 상호 보완된 발전적 시너지효과로 융화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비대면 콘텐츠의 공연 저작권 관련 제도(무단녹화와 배포 방지 등) 마련과 창작자와 배우들의 저작 인접권 관련 문제들은 지난 음원 시장의 정착과정에서 보여준 사례들을 교훈 삼아 현명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올 것이다. 그 순간, 관객들이 객석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부터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 그 무대가 공연장이든, 모니터를 통한 다른 무대이든지.

장준원(張峻源, Justin, Chang)
현) 크리에이티브리더스 그룹에이트 부사장

(유)쇼홀릭 대표 역임
SM 엔터테인먼트 SM ART 컴퍼니 이사 역임
SM 엔터테인먼트 뮤지컬 제작팀 팀장 역임
New York MK tv 프로듀서
Center for the Art (New York City College Theater) Staff.

서울 예술대 연극과 졸업
New York 시립대 (C.S.I Drama 전공) 졸업




인천시 청년문화 활성화 방안

인천시 청년문화 활성화 방안

최영화(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청년’이라는 주체이자 대상한국 사회에서 청년은 시대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규정되어 왔다. ‘청년’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근대 전환기에는 청년이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세력’(1900년대)이었으나, 산업화 시기에는 ‘산업일꾼’(1960년대)으로 불리었고, 이어서 ‘민주화 세력’(1970~1980년대)이 되었다가, ‘신세대’나 ‘X세대’ 등 소비문화의 주체(1990년대)가 되기도 하고, ‘88만 원 세대’나 ‘N포세대’ 등 경제적 빈곤세대(2000년대)로 호명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1980년 이후에 태어나 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2030세대를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라고 일컬으며 이들 집단의 취향과 성향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같이 청년세대를 향한 호칭의 변화는 그 사회가 청년들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보여준다. 청년은 1990년대까지는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주체로 여겨졌으나, 2000년대 이후부터는 주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대상으로 간주되었으며, 최근에는 기성세대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정체성을 지닌 집단으로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청년의 삶 전반을 지원하는 청년정책의 추진정책적 관점에서 청년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청년이 지원대상으로 인식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지속되는 경제 불황 탓에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국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청년 일자리 지원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청년실업의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정책의 중점을 일자리 정책에만 두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최근 들어 청년의 삶 전반을 다각도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2020년에 「청년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국가와 지자체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청년의 참여와 활동을 지원해야 하는 책무를 지니게 되었다.

「인천광역시 청년 기본 조례」 상 청년문화인천시도 2018년에 청년에 대한 포괄적 지원을 명시한 「인천광역시 청년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특히 조례 16조에서는 청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청년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례상 청년은 ‘인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의 사람’을 지칭한다. ‘청년문화’의 정의가 조례에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창의적 청년문화 형성을 위해 청년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청년의 문화예술 향유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에서 미루어 볼 때 청년들의 창작활동과 향유활동을 아우르는 문화활동 전반을 일컫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 청년문화 여건과 실태인천시가 청년문화를 지원한다고 할 때, 먼저 필요한 것은 인천시의 청년문화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인천시의 청년인구는 2020년 2월 기준 총 858,581명으로 인천시 전체 인구의 29.1%에 해당한다. 그리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등록된 청년예술인은 1,800명(2020.2. 기준)으로, 인천시 전체 등록예술인 중 62.1%를 차지한다. 그러면 인천시 전체 인구의 29%, 등록예술인의 62%를 차지하는 청년들의 문화활동 실태는 어떠한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행한 『2019 국민여가활동조사』와 『2019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인천연구원에서 시행한 『2019 인천 청년실태조사』와 『2018 인천 예술인 실태조사』의 결과를 통해 인천 청년들의 문화예술 실태와 청년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실태를 살펴보았다.
대체로 인천 청년들은 여가시간에 문화예술활동 보다는 취미·오락활동이나 휴식을 취하며, 문화예술활동을 하더라도 단편적·소극적이고 재참여 의향이 없다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미술관, 문예회관, 박물관 등 문화시설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용하더라도 서울 등 타지역의 시설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청년예술인의 경우에는 전체 응답자의 41.6%가 인천 외 지역에서 활동한다고 응답했으며, 지원사업 참여 경험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4%는 거주공간이나 그 외 공간에도 창작공간이 없다고 답했고, 예술단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응답률이 60.5%로 나타나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예술인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기성예술인들에 비해 경력이 부족한 청년예술인들이 지원사업에서 소외되면서 전반적인 예술정책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 청년문화 활성화를 위한 제안그러면 인천의 청년들은 청년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인천 청년네트워크, 인천 청년정책위원회, 청년전용시설, 대학교 문화예술동아리, 지역문화재단, 청년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관계자 총 2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수요조사 결과, 제도·시설·인력·사업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우선, ‘제도’ 면에서 청년들은 청년문화 조사 및 연구를 통해 세분화된 청년문화정책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청년이 주도하는 문화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체계 마련도 강조했다. ‘시설’과 관련해서는 인천시에 부족한 청년 공유문화공간과 청년예술인을 위한 창작공간을 조성하되, 청년이 주체가 되어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인력’ 분야에서는 청년문화인력의 양성뿐만 아니라 기관 배치와 이후 관리·운영체계 마련까지 필요하며, 청년예술인의 창작지원 외 발표·홍보·교류 등의 간접지원도 강화되어 예술가로서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 ‘사업’으로는 청년들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 다양한 문화사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청년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수요를 종합해보면, 청년들은 제도·시설·인력·사업 전 분야에서 주체적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지역 내 청년문화를 활성화하고자 할 때 정책의 방향은 ‘주체’로서 청년들의 참여와 활동 기회를 보장하고 여건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인천시 청년문화 활성화 방안 연구』(인천연구원, 2020)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최영화(崔榮和, Choi Younghwa)

○ 현 인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연구위원
○ 현 인천대학교 문화대학원 겸임교수
○ 현 부평구문화재단 이사




인천에 해양문화가 필요하다

인천에 해양문화가 필요하다

권기영

해양 패권 경쟁의 시대해양을 지배하는 세력이 진정으로 세계 질서를 주도한다는 주장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항해 시대’로부터 시작된 근대 유럽의 해양 패권 경쟁은 곧 세계 패권과 직결되었고, 이는 21세기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 역시 크게 보면 21세기판 해양 패권 경쟁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G2 국가로 부상한 중국은 곧바로 ‘해양’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2년 후진타오 주석은 ‘해양강국’을 새로운 국가전략 목표로 설정했고,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 ‘일로(One road)’는 바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즉 새로운 바닷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미‧중 갈등의 본질은 냉전 시기 미국이 구축했던 해양 봉쇄망을 어떻게든 뚫고 나오려는 중국의 대외전략과 대중국 해양 봉쇄망을 더욱 강고히 함으로써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문제는 현재 동아시아 지역이 이러한 해양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놓여있다는 것이고, 그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작금의 해양 패권 경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인천의 미래 가치는 바다에 있다2017년 문재인 정부는 국가 발전 전략으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환황해 경제벨트’는 수도권, 개성공단, 평양, 남포, 신의주를 하나로 연결하는 서해안 산업ㆍ물류ㆍ교통 벨트를 만들고, 여기에 중국의 도시들을 연결하는 환황해 물류망을 구축하자는 구상이며, ‘접경지역 평화벨트’는 한강 하구부터 DMZ를 가로지르는 접경지역을 생태ㆍ환경ㆍ평화ㆍ관광 벨트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환황해 경제벨트와 접경지역 평화벨트의 교차점이자 핵심 거점이 바로 인천이다. 말하자면 황해를 중심으로 남한ㆍ북한ㆍ중국을 아우르는 경제 공동체 및 평화생명 공동체를 지향하는 동북아시아 미래 비전의 중심에 인천이 자리하고 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출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출처: 인천뉴스, 2018.1.4.)

또한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향후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협력에 중점을 둔 이른바 ‘신남방 정책’도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신남방 정책’의 대상 국가에는 아세안 10개국과 함께 인도가 포함되어 있고, 이 노선은 바로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노선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21세기 새로운 세계 패권 경쟁의 핵심지역으로 부상하고 있고, 따라서 이 지역에서의 해양 경쟁력 강화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러한 대내외적 환경 변화 속에서 인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21세기 해양 패권 경쟁에 뛰어든 중국에 대한 대응, 남북 평화와 상생 번영, 아세안 및 인도와의 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인천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역할을 새롭게 부여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해양도시’ 인천에 주어진 숙명이자 과제라고 생각한다.

해양 중심 사고로의 전환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그러나 그동안 바다를 적극적으로 사고하지 않았다. 해양 정책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도 정권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은 우리나라 해양 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해로 기억될 만하다. 2020년 2월 18일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해양교육문화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같은 날 「해양치유자원법」도 통과되었다. 이 외에도 「섬 발전 촉진법」, 「해양공간계획법」, 「해양폐기물관리법」 등 해양과 관련된 일련의 법률이 제정ㆍ개정되었으며, 대부분 올해부터 시행된다. 무엇보다 「해양교육문화법」은 국가의 해양역량이 사회발전 및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를 위해서 해양에 대한 국민의 인식개선과 인재양성, 그리고 해양문화 창달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거꾸로 보는 세계지도(출처: 해양수산부)

그리고 국회와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신속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2020년 7월 경북 울진에는 ‘국립해양과학관’이 개관했고, 상주시는 2022년까지 140억 원을 투입해 ‘청소년 해양교육원’ 건립을 확정했다. 경상북도는 경주에서 <해양문화포럼>을 개최하고 ‘환동해를 해양 문화ㆍ교육의 메카’로 만들자고 제안했으며, 포항시는 ‘환동해 중심 해양문화관광도시’를 표방하고 나섰다. 사천시는 한려해상국립공원과 ‘해양생태체험교육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완도군은 ‘해양치유산업 전략과제 보고회’를 개최하고, 11월에는 (사)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과 향후 해양바이오산업과 연계한 남북교류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물론 부산은 언제나 그렇듯 해양수도를 자처한다.

바다를 등진 해양도시, 인천그런데 이쯤 되면 우리나라 제2의 항구도시 인천의 행보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인천은 해양도시로서의 전략적 가치 혹은 지정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섬, 갯벌, 해수욕장, 해양생태계보호구역, 습지보호지역, 국가지질공원 등 풍부한 해양자연자원과 다채로운 해양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시의 규모, 인구, 경제력과 함께 수도권이라는 거대 시장에의 접근성,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공항과 항만을 보유하고 있는 인천의 인프라는 타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해양의 시대를 맞아 인천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인천은 정부, 시민, 학계, 문화예술계를 불문하고 ‘바다’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동안 인천의 바다에 대한 관심은 주로 항만ㆍ물류 분야에 집중되었고, 도시 개발은 대체로 ‘바다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도시의 미래 비전을 설계할 때도 ‘바다’는 중심 키워드가 아니었다. 더구나 「해양교육문화법」의 시행에도 인천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심지어 필자가 대학교에서 만난 학생들도 ‘바다’는 자신들의 삶과 경험에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고, 또 향후 진로나 취업을 생각하면서도 ‘바다’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인천의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해양도시가 바다를 외면하고 있다.
진정한 해양강국은 해양의 경제적ㆍ군사적 강국만이 아니라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해양문화’의 강국이어야 한다. 해양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해양문화’는 해양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기초이자 토대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라는 점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인천의 해양문화’ 만들기에 인천의 문화예술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인천이야말로 진정으로 ‘해양문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기영(權基永, Kwon Ki young)

ㅇ 현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ㅇ 현 인천대학교 문화대학원 지역문화연구소 소장
ㅇ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장 역임(2001~2010)




“지역문화전문인력, 그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지역문화전문인력, 그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문지혜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르면 “지역문화”란 지역의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이에 따라 지역문화의 기획, 개발,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배출하기 위해 “지역문화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예술강사로 활동하며,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한 나로서는 이 과정이 나에게 꼭 필요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과정을 수료하였다.

과정을 수료한 후 나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왔을까? 그 대답은 “알 수 없다”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 듯하다. 왜 이런 대답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문화예술교육사가 떠올랐다. 몇 년 전, 문화예술교육사라는 자격증이 생겼다. 자격요건도 따로 없었으며, 국가고시처럼 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고, 지정된 기간에서 수업을 듣고 이수하면 발급되는 자격증이다. 그래서였을까? 매우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교육사를 취득하기 위해 몰렸다. 국ㆍ공립 미술관이나 박물관, 학교 등에 배치되어 일을 할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문은 결국 현실화하지 못하였으며,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학예사와 다른 점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 중에 있는 사람도, 취득한 사람도 현재 내가 속해있는 진흥원의 예술강사 사업에 참여하기를 기대하였으나, 몇 년 동안 신규채용이 없는 이 사업에 들어오긴 쉽지 않았다. 결국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며 수많은 문화예술교육사만 배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문화인력 양성과정을 통해 함께 한 사람들은 다 무엇을 하고 지낼까? 그들의 삶에 변화가 있을지 생각해 보니 내린 결론은 “없다‘이다. 자신들의 역량을 성장시키기 위해 과정을 수료한 후 그들은 그들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갔으며, 과정 중에 자신의 참여 의지를 잃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이미 수백 명의 시민들이 공공기관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하였다. 하지만 이런 형식의 인력 양성의 경우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 이수나 프로젝트를 실행하더라도 과정이 종료되면 거기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역문화인력에 대한 교육과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현장과의 괴리감이 크기 때문에 인력 배출에서 끝나버리는 게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역문화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지역문화인력 배치를 제도화하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도와주며, 단체가 아닌 개별 활동가들에게도 살아갈 수 있는 급여 지급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사마다 보여지는 프로그램의 목적은 다르더라도 그 안에 활동하는 체험프로그램이나 교육프로그램은 다 동일하게 보인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와 농어촌은 겉으로 보이는 차이뿐만 아니라 그 지역 안에서도 다름이 존재한다. 각 지역 연령대에 따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다를 것이며 문화예술에 대한 경력 차이에서도 대상과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문화적 특성은 그 지역에 거주하며 몸소 느낀 사람이 제일 잘 알 것이다.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과 활용, 배치 또한 이 점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지역 안에서 양성된 인력들이 사업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그 지역에서 방법을 찾고 논의하며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수한 양성과정과 그 활용 사례를 견주어 볼 때 사례가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는 지역의 기관에서 그 지역을 잘 알고 교육을 진행했을 때 이해도가 높은 사람을 우선순위로 양성해야 한다.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을 통해 프로젝트로 실무의 감은 어느 정도 익힐 수 있어야 하며, 과정 종료 후 현실에 배치되었을 때에도 체계적인 멘토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들에 대한 급여 또한 기준을 정해 정당하게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인력이 자생하고 지역의 활동 인력으로 남도록 하기 위해서 지역문화인력 양성과정의 시스템에.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할지를 생각해보고,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에 인력을 지속해서 고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복지란 무엇인지 개념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복지사업 규모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문화복지 관련 자격증이 남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문화인력 양성과정 사업의 목표가 배치지원을 통해 지역문화인력의 성장과 지역에 안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수준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문지혜]
MOON JIHYE, 文志惠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예술강사

-지역안에서 문화예술에 관련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금지하는 것’ 말고, 공공은 과연 안전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 최경숙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무처장

‘금지하는 것’ 말고, 공공은 과연 안전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무처장 최경숙

몇 주 전, 코로나19 방역지침 2단계 상황 하에 대학로에서 진행된 한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장 1층 입구부터 방역요원이 발열체크, 손 소독, 문진표 작성, 개인정보수집 등을 진행했고, 객석은 관객과 관객 사이 좌석을 2-3좌석씩 띄어 앉았다. 모든 스텝과 관객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앞쪽을 바라보는 것과 박수를 칠 수 있는 것 정도였다. 이 공연 또한 공연 관련된 소수에게만 오픈된 공연이었지만, 박수소리만으로도 오랜만에 공연을 만난 사람들의 열기가 뜨겁게 느껴졌다.
공연 관람 후 인천으로 내려오는 전철을 탔다. 좁은 전철에서는 좀 전의 공연장과 달리 좌석에 모르는 사람과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했다. 방역을 위한 안전거리 유지는 당연히 되지 않았고, 동행과 이야기하고, 전화통화를 하고 때로는 마스크를 내리고 무엇을 먹고 있었다. 출퇴근 하며 매일 마주하는 풍경이지만 그날은 다르게 느껴졌다. 과연, 안전한 환경이란 무엇인가?
추석 직전,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것과 그 대안을 논의하는 문화예술종사자들의 집담회가 있었다. 문화예술계의 집담회가 아니라 ‘문화예술종사자’라고 칭한 이유가 있었다. 문화예술계는 소위 ‘예술가’라고 불리는 사람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스텝’ 또는 ‘업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대부분의 예술행위들은 그들 없이는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진 것은 예술가들의 삶 뿐 아니라, 예술생태계가 함께 무너지고 있었음을 인지시키고 싶었다.

문화예술계는 2020년 상반기에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다. 모든 공연과 행사는 취소되었고, 취소 연락을 받는 것에 익숙해졌다. 위험한 상황을 공감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팬데믹 상황에 맞게 기획안을 몇 번이고 고치면서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직원들의 월급, 나의 생계, 카드값과 대출금 상환 등이 문제였지만, 대출을 더 받고 적금을 깨서라도 버텨야 한다고 했다. 예술가들은 그래도 이런 저런 지원금이 추가로 생기기도 했지만, 지원금의 초점이 창작행위를 하는 것이 중심이 되면서 정상적인 형태의 공연이나 축제는 거의 없어졌고 그로인해 기획자, 스텝, 관련업체들은 작년대비 1-20%의 일밖에는 하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무대, 발전차, 행사물품 렌탈 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된 이유는 코로나19예방 차원으로 공공 공연장, 연습실 등을 닫고, 축제를 금지함으로 발생되었다. 국가차원의 방역에서 공공건물, 그중에서도 문화예술관련 시설은 폐쇄 1순위가 되었고, 행사중지 또는 연기는 물론, 사용함에 있어서도 과도한 제재를 받았다. 문화예술종사자들은 처음에는 방역협조에 순응했지만, 점차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매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전철, 버스보다 우리의 공연장이 위험한가?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는 식당보다 위험한가? 술집보다 백화점보다 공연장이 위험한가? 공공기관의 사무실보다 공연장이 위험한가? 왜 공연장만 전격 폐쇄되는가? 하는 물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실내 50인, 실외 100인이라는 기준도 모호했다. 30평짜리 실내와 300평짜리 실내를 똑같은 ‘50인기준’을 적용하여, 큰 공연장에서의 공연도 종종 불허되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타 도시에 비해 민간극장이 현저히 적고 공공극장 및 연습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인천의 경우 극장이나 연습실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행했다. 또한 많은 예술인들이 코로나 상황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시기에 많은 공연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행하게 되었다.

또한 팬데믹 상태의 비대면 예술 활동의 대안을 ‘온라인’으로 상정해, 새로운 시대에 조응하는 각종 예술 활동의 풍부한 상상력을 실험해 볼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면이 아닌 비대면은 많은 것이 달랐다. 비대면의 방식은 더 다양할 수 있고 오히려 ‘다른 차원의 방식’을 만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시도해볼 공간이 없었다. 무대만이라도, 연습실이라도 빌려달라는 요구는 그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정적인 시설운영의 노하우와 인력을 가지고 있고, 방역 메뉴얼을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먼저 문을 닫아걸음으로 예술가들은 민간공간으로 사설연습실로 가고, 업체들은 공연과 행사를 기다리다 지쳐 직원을 해고하고 도산위기에 직면했다.
사실 문화예술종사자들의 이런 문제는 이전에도 있었다. 메르스로, 돼지열병으로, 위약금도 없이 행사가 취소되는 경우를 겪었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괜찮아 질 그 어느 날’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이후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잠시만 기다리라’라고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전은 중요하고, 우리 모두 안전한 환경에 동의한다. 공연예술행위를 관람하는 것 역시 충분히 안전할 수 있다. 공연장이 불안하다면 좌석과 좌석 사이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을 하여 극장문을 열어야 한다. 관객이 많이 모이는 것이 불안하여 통제가 불가피하다면 문화예술종사자들의 예술창작활동을 위해 극장을 열어야 한다. 안전한 창작활동을 위해 대상자 모두 코로나 검사를 한 후 매일 발열 체크하는 제도를 도입해서라도 극장을 열어야 한다.
안전하게 창작과 연습을 하고, 안전하게 관객을 만나고 싶은 욕구는 어쩌면 정부보다 문화예술종사자들이 훨씬 크다. 지원제도를 덜컥 만들어 예산을 나눠주기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서 대안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월부터 지금까지 문화예술계를 제재하는 방식에 진일보한 것은 하나도 없다. 아직도 문화예술은 ‘여가생활’로 인지되어 ‘술집도 9시에 문을 닫고, 편의점도 9시 이후에는 먹는 것이 안 되는 이런 시대에 공연을 무슨 공연!’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금지’ 하는 것 말고, 다시 문화예술을 할 수 있도록 ‘새롭게’ 노력한 것은 무엇인가?
그러나, 문화예술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행위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두렵고, 경제활동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위축되는 이 시기. 이 우울한 시대를 극복할 수 있도록 두려운 우리의 마음을 공연하게 하라. 문화예술종사자에게 공연을 허락하라. 금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대안을 말하고 찾을 수 있도록 하라!

1) 문화예술종사자들은 예술가, 예술강사, 기획자, 연출자, 조명스텝, 음향스텝, 무대스텝, 안무가, 디자이너, 관련 업체(음향, 조명, LED, 영상, 무대, 행사물품, 발전차 등) 등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의미한다.

2) [코로나19 이후 문화정책 제안을 위한 문화예술종사자 집담회]는 2020년 9월 29일 화요일 인천평화복지연대 주최, 인천시민재단 및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토론에는 최경숙(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무처장), 이화정(극단 아토 대표), 이연성(성악가, 부평문화재단 이사), 권은숙(청산별곡, 공간운영자 및 기획자), 김면지(예술숲 대표) 가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