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해양문화가 필요하다

인천에 해양문화가 필요하다

권기영

해양 패권 경쟁의 시대해양을 지배하는 세력이 진정으로 세계 질서를 주도한다는 주장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항해 시대’로부터 시작된 근대 유럽의 해양 패권 경쟁은 곧 세계 패권과 직결되었고, 이는 21세기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 역시 크게 보면 21세기판 해양 패권 경쟁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G2 국가로 부상한 중국은 곧바로 ‘해양’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2년 후진타오 주석은 ‘해양강국’을 새로운 국가전략 목표로 설정했고,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 ‘일로(One road)’는 바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즉 새로운 바닷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미‧중 갈등의 본질은 냉전 시기 미국이 구축했던 해양 봉쇄망을 어떻게든 뚫고 나오려는 중국의 대외전략과 대중국 해양 봉쇄망을 더욱 강고히 함으로써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문제는 현재 동아시아 지역이 이러한 해양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놓여있다는 것이고, 그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작금의 해양 패권 경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인천의 미래 가치는 바다에 있다2017년 문재인 정부는 국가 발전 전략으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환황해 경제벨트’는 수도권, 개성공단, 평양, 남포, 신의주를 하나로 연결하는 서해안 산업ㆍ물류ㆍ교통 벨트를 만들고, 여기에 중국의 도시들을 연결하는 환황해 물류망을 구축하자는 구상이며, ‘접경지역 평화벨트’는 한강 하구부터 DMZ를 가로지르는 접경지역을 생태ㆍ환경ㆍ평화ㆍ관광 벨트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환황해 경제벨트와 접경지역 평화벨트의 교차점이자 핵심 거점이 바로 인천이다. 말하자면 황해를 중심으로 남한ㆍ북한ㆍ중국을 아우르는 경제 공동체 및 평화생명 공동체를 지향하는 동북아시아 미래 비전의 중심에 인천이 자리하고 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출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출처: 인천뉴스, 2018.1.4.)

또한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향후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협력에 중점을 둔 이른바 ‘신남방 정책’도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신남방 정책’의 대상 국가에는 아세안 10개국과 함께 인도가 포함되어 있고, 이 노선은 바로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노선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21세기 새로운 세계 패권 경쟁의 핵심지역으로 부상하고 있고, 따라서 이 지역에서의 해양 경쟁력 강화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러한 대내외적 환경 변화 속에서 인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21세기 해양 패권 경쟁에 뛰어든 중국에 대한 대응, 남북 평화와 상생 번영, 아세안 및 인도와의 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인천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역할을 새롭게 부여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해양도시’ 인천에 주어진 숙명이자 과제라고 생각한다.

해양 중심 사고로의 전환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그러나 그동안 바다를 적극적으로 사고하지 않았다. 해양 정책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도 정권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은 우리나라 해양 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해로 기억될 만하다. 2020년 2월 18일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해양교육문화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같은 날 「해양치유자원법」도 통과되었다. 이 외에도 「섬 발전 촉진법」, 「해양공간계획법」, 「해양폐기물관리법」 등 해양과 관련된 일련의 법률이 제정ㆍ개정되었으며, 대부분 올해부터 시행된다. 무엇보다 「해양교육문화법」은 국가의 해양역량이 사회발전 및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를 위해서 해양에 대한 국민의 인식개선과 인재양성, 그리고 해양문화 창달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거꾸로 보는 세계지도(출처: 해양수산부)

그리고 국회와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신속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2020년 7월 경북 울진에는 ‘국립해양과학관’이 개관했고, 상주시는 2022년까지 140억 원을 투입해 ‘청소년 해양교육원’ 건립을 확정했다. 경상북도는 경주에서 <해양문화포럼>을 개최하고 ‘환동해를 해양 문화ㆍ교육의 메카’로 만들자고 제안했으며, 포항시는 ‘환동해 중심 해양문화관광도시’를 표방하고 나섰다. 사천시는 한려해상국립공원과 ‘해양생태체험교육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완도군은 ‘해양치유산업 전략과제 보고회’를 개최하고, 11월에는 (사)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과 향후 해양바이오산업과 연계한 남북교류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물론 부산은 언제나 그렇듯 해양수도를 자처한다.

바다를 등진 해양도시, 인천그런데 이쯤 되면 우리나라 제2의 항구도시 인천의 행보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인천은 해양도시로서의 전략적 가치 혹은 지정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섬, 갯벌, 해수욕장, 해양생태계보호구역, 습지보호지역, 국가지질공원 등 풍부한 해양자연자원과 다채로운 해양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시의 규모, 인구, 경제력과 함께 수도권이라는 거대 시장에의 접근성,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공항과 항만을 보유하고 있는 인천의 인프라는 타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해양의 시대를 맞아 인천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인천은 정부, 시민, 학계, 문화예술계를 불문하고 ‘바다’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동안 인천의 바다에 대한 관심은 주로 항만ㆍ물류 분야에 집중되었고, 도시 개발은 대체로 ‘바다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도시의 미래 비전을 설계할 때도 ‘바다’는 중심 키워드가 아니었다. 더구나 「해양교육문화법」의 시행에도 인천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심지어 필자가 대학교에서 만난 학생들도 ‘바다’는 자신들의 삶과 경험에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고, 또 향후 진로나 취업을 생각하면서도 ‘바다’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인천의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해양도시가 바다를 외면하고 있다.
진정한 해양강국은 해양의 경제적ㆍ군사적 강국만이 아니라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해양문화’의 강국이어야 한다. 해양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해양문화’는 해양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기초이자 토대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라는 점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인천의 해양문화’ 만들기에 인천의 문화예술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인천이야말로 진정으로 ‘해양문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기영(權基永, Kwon Ki young)

ㅇ 현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ㅇ 현 인천대학교 문화대학원 지역문화연구소 소장
ㅇ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장 역임(2001~2010)




“지역문화전문인력, 그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지역문화전문인력, 그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문지혜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르면 “지역문화”란 지역의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이에 따라 지역문화의 기획, 개발,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배출하기 위해 “지역문화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예술강사로 활동하며,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한 나로서는 이 과정이 나에게 꼭 필요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과정을 수료하였다.

과정을 수료한 후 나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왔을까? 그 대답은 “알 수 없다”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 듯하다. 왜 이런 대답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문화예술교육사가 떠올랐다. 몇 년 전, 문화예술교육사라는 자격증이 생겼다. 자격요건도 따로 없었으며, 국가고시처럼 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고, 지정된 기간에서 수업을 듣고 이수하면 발급되는 자격증이다. 그래서였을까? 매우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교육사를 취득하기 위해 몰렸다. 국ㆍ공립 미술관이나 박물관, 학교 등에 배치되어 일을 할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문은 결국 현실화하지 못하였으며,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학예사와 다른 점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 중에 있는 사람도, 취득한 사람도 현재 내가 속해있는 진흥원의 예술강사 사업에 참여하기를 기대하였으나, 몇 년 동안 신규채용이 없는 이 사업에 들어오긴 쉽지 않았다. 결국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며 수많은 문화예술교육사만 배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문화인력 양성과정을 통해 함께 한 사람들은 다 무엇을 하고 지낼까? 그들의 삶에 변화가 있을지 생각해 보니 내린 결론은 “없다‘이다. 자신들의 역량을 성장시키기 위해 과정을 수료한 후 그들은 그들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갔으며, 과정 중에 자신의 참여 의지를 잃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이미 수백 명의 시민들이 공공기관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하였다. 하지만 이런 형식의 인력 양성의 경우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 이수나 프로젝트를 실행하더라도 과정이 종료되면 거기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역문화인력에 대한 교육과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현장과의 괴리감이 크기 때문에 인력 배출에서 끝나버리는 게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역문화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지역문화인력 배치를 제도화하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도와주며, 단체가 아닌 개별 활동가들에게도 살아갈 수 있는 급여 지급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사마다 보여지는 프로그램의 목적은 다르더라도 그 안에 활동하는 체험프로그램이나 교육프로그램은 다 동일하게 보인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와 농어촌은 겉으로 보이는 차이뿐만 아니라 그 지역 안에서도 다름이 존재한다. 각 지역 연령대에 따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다를 것이며 문화예술에 대한 경력 차이에서도 대상과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문화적 특성은 그 지역에 거주하며 몸소 느낀 사람이 제일 잘 알 것이다.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과 활용, 배치 또한 이 점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지역 안에서 양성된 인력들이 사업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그 지역에서 방법을 찾고 논의하며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수한 양성과정과 그 활용 사례를 견주어 볼 때 사례가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는 지역의 기관에서 그 지역을 잘 알고 교육을 진행했을 때 이해도가 높은 사람을 우선순위로 양성해야 한다.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을 통해 프로젝트로 실무의 감은 어느 정도 익힐 수 있어야 하며, 과정 종료 후 현실에 배치되었을 때에도 체계적인 멘토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들에 대한 급여 또한 기준을 정해 정당하게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인력이 자생하고 지역의 활동 인력으로 남도록 하기 위해서 지역문화인력 양성과정의 시스템에.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할지를 생각해보고,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에 인력을 지속해서 고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복지란 무엇인지 개념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복지사업 규모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문화복지 관련 자격증이 남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문화인력 양성과정 사업의 목표가 배치지원을 통해 지역문화인력의 성장과 지역에 안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수준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문지혜]
MOON JIHYE, 文志惠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예술강사

-지역안에서 문화예술에 관련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금지하는 것’ 말고, 공공은 과연 안전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 최경숙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무처장

‘금지하는 것’ 말고, 공공은 과연 안전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무처장 최경숙

몇 주 전, 코로나19 방역지침 2단계 상황 하에 대학로에서 진행된 한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장 1층 입구부터 방역요원이 발열체크, 손 소독, 문진표 작성, 개인정보수집 등을 진행했고, 객석은 관객과 관객 사이 좌석을 2-3좌석씩 띄어 앉았다. 모든 스텝과 관객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앞쪽을 바라보는 것과 박수를 칠 수 있는 것 정도였다. 이 공연 또한 공연 관련된 소수에게만 오픈된 공연이었지만, 박수소리만으로도 오랜만에 공연을 만난 사람들의 열기가 뜨겁게 느껴졌다.
공연 관람 후 인천으로 내려오는 전철을 탔다. 좁은 전철에서는 좀 전의 공연장과 달리 좌석에 모르는 사람과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했다. 방역을 위한 안전거리 유지는 당연히 되지 않았고, 동행과 이야기하고, 전화통화를 하고 때로는 마스크를 내리고 무엇을 먹고 있었다. 출퇴근 하며 매일 마주하는 풍경이지만 그날은 다르게 느껴졌다. 과연, 안전한 환경이란 무엇인가?
추석 직전,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것과 그 대안을 논의하는 문화예술종사자들의 집담회가 있었다. 문화예술계의 집담회가 아니라 ‘문화예술종사자’라고 칭한 이유가 있었다. 문화예술계는 소위 ‘예술가’라고 불리는 사람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스텝’ 또는 ‘업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대부분의 예술행위들은 그들 없이는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진 것은 예술가들의 삶 뿐 아니라, 예술생태계가 함께 무너지고 있었음을 인지시키고 싶었다.

문화예술계는 2020년 상반기에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다. 모든 공연과 행사는 취소되었고, 취소 연락을 받는 것에 익숙해졌다. 위험한 상황을 공감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팬데믹 상황에 맞게 기획안을 몇 번이고 고치면서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직원들의 월급, 나의 생계, 카드값과 대출금 상환 등이 문제였지만, 대출을 더 받고 적금을 깨서라도 버텨야 한다고 했다. 예술가들은 그래도 이런 저런 지원금이 추가로 생기기도 했지만, 지원금의 초점이 창작행위를 하는 것이 중심이 되면서 정상적인 형태의 공연이나 축제는 거의 없어졌고 그로인해 기획자, 스텝, 관련업체들은 작년대비 1-20%의 일밖에는 하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무대, 발전차, 행사물품 렌탈 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된 이유는 코로나19예방 차원으로 공공 공연장, 연습실 등을 닫고, 축제를 금지함으로 발생되었다. 국가차원의 방역에서 공공건물, 그중에서도 문화예술관련 시설은 폐쇄 1순위가 되었고, 행사중지 또는 연기는 물론, 사용함에 있어서도 과도한 제재를 받았다. 문화예술종사자들은 처음에는 방역협조에 순응했지만, 점차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매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전철, 버스보다 우리의 공연장이 위험한가?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는 식당보다 위험한가? 술집보다 백화점보다 공연장이 위험한가? 공공기관의 사무실보다 공연장이 위험한가? 왜 공연장만 전격 폐쇄되는가? 하는 물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실내 50인, 실외 100인이라는 기준도 모호했다. 30평짜리 실내와 300평짜리 실내를 똑같은 ‘50인기준’을 적용하여, 큰 공연장에서의 공연도 종종 불허되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타 도시에 비해 민간극장이 현저히 적고 공공극장 및 연습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인천의 경우 극장이나 연습실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행했다. 또한 많은 예술인들이 코로나 상황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시기에 많은 공연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행하게 되었다.

또한 팬데믹 상태의 비대면 예술 활동의 대안을 ‘온라인’으로 상정해, 새로운 시대에 조응하는 각종 예술 활동의 풍부한 상상력을 실험해 볼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면이 아닌 비대면은 많은 것이 달랐다. 비대면의 방식은 더 다양할 수 있고 오히려 ‘다른 차원의 방식’을 만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시도해볼 공간이 없었다. 무대만이라도, 연습실이라도 빌려달라는 요구는 그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정적인 시설운영의 노하우와 인력을 가지고 있고, 방역 메뉴얼을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먼저 문을 닫아걸음으로 예술가들은 민간공간으로 사설연습실로 가고, 업체들은 공연과 행사를 기다리다 지쳐 직원을 해고하고 도산위기에 직면했다.
사실 문화예술종사자들의 이런 문제는 이전에도 있었다. 메르스로, 돼지열병으로, 위약금도 없이 행사가 취소되는 경우를 겪었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괜찮아 질 그 어느 날’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이후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잠시만 기다리라’라고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전은 중요하고, 우리 모두 안전한 환경에 동의한다. 공연예술행위를 관람하는 것 역시 충분히 안전할 수 있다. 공연장이 불안하다면 좌석과 좌석 사이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것을 하여 극장문을 열어야 한다. 관객이 많이 모이는 것이 불안하여 통제가 불가피하다면 문화예술종사자들의 예술창작활동을 위해 극장을 열어야 한다. 안전한 창작활동을 위해 대상자 모두 코로나 검사를 한 후 매일 발열 체크하는 제도를 도입해서라도 극장을 열어야 한다.
안전하게 창작과 연습을 하고, 안전하게 관객을 만나고 싶은 욕구는 어쩌면 정부보다 문화예술종사자들이 훨씬 크다. 지원제도를 덜컥 만들어 예산을 나눠주기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서 대안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월부터 지금까지 문화예술계를 제재하는 방식에 진일보한 것은 하나도 없다. 아직도 문화예술은 ‘여가생활’로 인지되어 ‘술집도 9시에 문을 닫고, 편의점도 9시 이후에는 먹는 것이 안 되는 이런 시대에 공연을 무슨 공연!’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금지’ 하는 것 말고, 다시 문화예술을 할 수 있도록 ‘새롭게’ 노력한 것은 무엇인가?
그러나, 문화예술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행위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두렵고, 경제활동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위축되는 이 시기. 이 우울한 시대를 극복할 수 있도록 두려운 우리의 마음을 공연하게 하라. 문화예술종사자에게 공연을 허락하라. 금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대안을 말하고 찾을 수 있도록 하라!

1) 문화예술종사자들은 예술가, 예술강사, 기획자, 연출자, 조명스텝, 음향스텝, 무대스텝, 안무가, 디자이너, 관련 업체(음향, 조명, LED, 영상, 무대, 행사물품, 발전차 등) 등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의미한다.

2) [코로나19 이후 문화정책 제안을 위한 문화예술종사자 집담회]는 2020년 9월 29일 화요일 인천평화복지연대 주최, 인천시민재단 및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토론에는 최경숙(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무처장), 이화정(극단 아토 대표), 이연성(성악가, 부평문화재단 이사), 권은숙(청산별곡, 공간운영자 및 기획자), 김면지(예술숲 대표) 가 참여하였다.




미술과 감염병 사이: 온택트 시대, 콘택트 미술관의 과제

미술과 감염병 사이: 온택트 시대, 콘택트 미술관의 과제

공주형(한신대학교 교수/미술평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과 함께 국내외 미술관 또한 보건 위기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감염 확산 방지 차원에서 90%에 달하는 전 세계 미술관이 봉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몇몇 미술관은 발 빠르게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3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미술관에 서(書): 한국 근현대 서예(5.6~8.23)》를 전시 예정 기간 보다 미리 사전 온라인 오프닝과 무관객 전시를 진행했고, 지난 4월에는 미국 게티미술관도 구축된 온라인 사이트를 활용해 ‘명화 패러디 온라인 챌린지’를 실시하며 관객과의 대안적 소통을 시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유튜브 채널에 전시 주요 출품작과 기획의도가 담긴 90분 분량 오프닝 프로그램을 내보냈고, 게티미술관이 제안한 “가장 좋아하는 명화 한 점과 집에 있는 세 가지 아이템을 결합한 창의적 결과물”이 인스타그램 챌린지 해시태그를 달고 빠르게 공유되는 동안 위기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페르메이르의 〈우유를 따르는 하녀〉를 패러디한 게티미술관 온라인 챌린지 결과물/출처: 게티미술관 트위터 캡처

감염병 종식에 관한 조심스러운 기대가 깃들었던 ‘코로나 시대’라는 표현은 절망적 미래 전망이 담긴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수정되었고, 미술관의 앞날에 관한 암울한 예측도 쏟아져나왔다. “전 세계의 박물관과 미술관 13%가 휴관 이후 재개관이 아닌 영구 폐관될 수 있으며, 그 수치는 30%로 늘어날 수 있다.” 지난 5월 세계 박물관의 날에 맞추어 유네스코(UNESCO)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가 우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지난 8월에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직원 353명의 감원을 결정하면서 미술관의 재정 위기에 따른 부서 통폐합과 사업 축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에 장기 휴관 중인 국내 미술관은 재개관 이후 운영 변수를 고려하며 대응 방식을 다각화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해외 문화원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전시 투어’ 프로그램 공유를 시작했고,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은 한네프켄 재단과의 협력 전시 《파도가 지나간 자리(9.3~11.1)》 온라인 관람 서비스 제공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미술관은 기획 전시 《새로운 연대(6.16~9.13)》에 참여한 지역 청년 미술가 12인의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에 공유를 마쳤고, 부산시립미술관도 자체 전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0-낯선 곳에 선(7.17~10.4)》과 연계한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을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했다. 이응노미술관은 건축물의 외부와 내부 공간을 활용한 비대면 전시 개관을 앞두고 있고, 장욱진양주시립미술관은 오는 10월까지 언택트 웹툰 연재를 결정했다.
미술과 감염병 사이 미술관의 대응 방식은 콘텐츠의 디지털화, 언택트 뷰잉룸 마련, 전시와 교육을 포함해 랜선 프로그램의 확장, 홈메이드아트와 아트딜리버리 서비스 제공 등 온라인 미술관 구축과 운영을 위한 태세 전환에 들어간 듯 보인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에 따라 미술관 입장객 숫자가 홈페이지 접속률로 대체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객과 새로운 소통 가능성을 찾아가는 미술관의 상상과 실천은 현실적이고, 유의미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련의 시도나 대응이 ‘현장성’과 ‘대면성‘을 근간으로 고도의 예술적 사유의 경험적 장소로 존재했던 미술관 본연의 역할을 대체할 지속 가능한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소위 “뮤제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마련되는 미술관의 자구책이 “여가와 오락을 위한 포퓰리즘의 사원”으로 전락했다고 클레어 비숍이 『래디컬 미술관』에서 지적했던 신자유주의 시대 미술관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서도 염려스럽다.

QR코드를 이용한 전자출입명부방역 시스템으로 미술관 방문자를 관리해야 하는 시대이기에 미술관은 미술과 마스크를 쓴 관객의 대면 가능성을 폭넓게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그간 숱하게 요청되었던 시대의 가치와 맥락에 부합하는 미술관의 역할이라는 해묵은 질문에 대한 고민을 유보해서도 안 된다.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가 전면화된 미술계 일각에서는 물리적 활동의 제한과 함께 국제적 연대의 가능성이 축소된 지금이야말로 빈약한 지역 미술사 연구와 기록물 정리 그리고 연계 전시에 집중할 적기라는 의견이 나온다. 세계화라는 환상에 밀려 충분하게 관심 두지 못했던 복수의 지역성을 새롭게 읽고, 쓰고, 공유할 값진 기회라는 목소리도 있다. 멀리서 찾아올 불특정 다수의 관광객이 아닌 미술관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미술관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을 위한 오디언스 스터디를 본격화할 단계라는 입장도 있다.
디지털로 전환된 미술관 콘텐츠와 모니터 너머 관객의 대면을 온라인을 통해 시도하는 온택트 시대, 자아와 타자 그리고 세계와 접촉하는 온전한 미학적 성찰의 장소이었던 미술관은 새로움의 모색과 더불어 재개관 후 재작동할 미술관 본연의 역할에 관한 전면 재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공주형(孔周馨, Gong Juhyung)

예술학을 공부했다. 200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미술평론)를 통해 등단해 글을 써왔고, 학고재 갤러리에서 10년 넘게 전시를 기획했다. 2009년 인천아트플랫폼에 연구자로 입주하면서 인천 문화 활성화의 거점으로서 문화기반 시설의 역할과 인천화단 형성기 미술의 상황에 새롭게 관심을 두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과 사회혁신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일상생활, 도시 공간, 문제적 사회에서 미술의 사용과 의미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무용가 박혜경

매년 7월에 막을 올리는 연수국제춤축제를 지난달에 마쳤다. 초청했던 이탈리아와 일본, 그리고 서울 팀의 참가가 취소되었고 인천에 연고를 둔 단체를 초청하여 총 여덟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작년에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이어 올해 들어 연이어 발생한 코비드-19 때문에 우리 춤꾼들은 맥이 빠져 신나고 즐거운 공연 준비가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는 매주 회의를 진행해야만 했다. 계획한 대로 행사를 진행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무대, 조명, 음향, 크루 등 스텝 부분과 행사 기간 연기, 오프닝, 작품 성향, 커뮤니티 팀의 공연 등 행사 전반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총체적으로 조용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그러자 마침내 우리는 코비드-19가 아니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던 가족의 몸짓, 들을 수 없었던 가족의 소리, 그리고 밖으로만 향했던 못난 마음을 보게 되었다. 이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을 통해 느끼고 바랐던 몇 가지를 정리함으로써 이후 공연을 남겨 둔 예술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

발상의 전환! 그렇다. 우리의 방식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인 것이 타성을 벗어난 발상의 전환이다.
그 첫째가 ‘세계 속의 인천 몸짓’을 찾는 것이었다. 매년 우리 인천 팀은 해외 팀과 서울 팀, 그리고 객석 손님맞이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기에, 이번 코로나 국면을 오히려 우리 가족들에게 주는 격려의 날로 생각하고, 그 영상을 통해 세계 속의 인천 예술을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하여 7회까지 초청했던 해외 팀들에게 메일을 보내 매년 초청 팀들에게 얽매여있어 발현하지 못했던 우리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둘째, ‘인천 춤꾼들이 내실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연속 8회까지 이어온 국제춤축제라는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지만, 이번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매년 너무 버겁게 꾸려옴으로써 느꼈던 많은 어려움과 예술적 가치의 느슨함에서 벗어나 다양한 변수들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찾게 되었고, 인천 가족들은 서로만 바라보며 춤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국제 행사라는 부담을 털어버리고 오직 서로만을 바라볼 수 있는 금쪽같은 축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끼리의 만남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창의적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가치 있는 작품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두가 2021년을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믿음을 확인하며 연수국제춤축제를 마무리하였다. 서로를 더욱 많이 알게 되었고 아끼도록 만들어준 흐뭇한 우리끼리의 무대였다. 힘들고 지친 요즘의 상황이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생각도, 춤도, 무대도 우리만의 것으로 즐겁게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 바로 이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소중하고,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이며, 기억되는 뜻깊은 날이 된 것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연례행사인 춤 축제를 ‘우리 가족 축제의 날’로 ‘용도 변경’한 결과다. 그렇게 우리는 즐겁고 행복한 무대에서 충실했다.

셋째는 ‘인천의 정체성을 가진 무대(장소)’를 새롭게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인천의 공연예술인들은 계속되는 공연 취소와 연기로 인해 올 하반기에 모든 행사가 집중되었기 때문에 공연장 대관과 관객 유치, 그리고 국제초청 무대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무대 대관이 어렵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는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통적 의미의 무대가 아닌 인천만의 의미가 깃든 장소를 고민해 볼 것을 권한다. 계단이든, 항구든, 절이든, 구도심이든, 신도시든, 육지든, 섬이든 인천의 정체성을 담은 다양한 장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무대와 배경이 되리라 생각한다.

현재 상황은 무척이나 어렵고 힘들지만 어떤 식으로든 발상의 전환, 용도변경의 기발함을 발휘하여 영상을 통한 글로벌 인천 예술의 가치를 알려내고, 인천 예술가 간의 소통을 강화하여 서로에게 관심과 애정을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기존 무대가 아닌 인천만의 정체성을 지닌 장소에 우리의 자부심을 담아 예술의 가치를 부여한다면 그 모든 곳이 최고의 글로벌 예술 무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절대 작은 무대가 아니다. 그동안의 무대보다 더 크고 의미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 힘든 시기를 헤쳐 나가길 기원한다. 발상의 전환, 용도변경을 통해 위기 상황을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으로 전화(轉化)시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할 때다.

박혜경(朴慧京, Park Hye Kyung)

약력 : 무용가/ Korea Action Dance Company 단장.

서울예술대학 무용과 졸업.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 석사. 동덕여자대학교 무용학 박사, 시립인천전문대학 무용과 강사, 인천무용협회 회장, 인천안무가협회 회장, 인하대예술교육원 강사 역임.
인천예총 예술상, 인천시 공연예술부문 문화상 수상.




언택트 시대의 문화예술, 지금 안녕한가요?

언택트 시대의 문화예술, 지금 안녕한가요?

류수연

2020년을 나타내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코로나19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7개월 동안, 사회의 전 영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용어 역시 그것이 아닐까 싶다.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어떤 텍스트나 작품도, 이 가공할 팬데믹이 만들어낸 오늘의 현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현재 팬데믹과 함께 가장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문화예술 영역은 다름 아닌 공연계이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비즈니스 가운데서도 공연은 인풋과 아웃풋이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이다. 그만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요구되고, 문화예술계에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한 공연계가 코로나19로 올 스톱되었다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거기에 관련된 많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생업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이다. 1984년 초연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장 성공적인 문화예술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되었던 ‘태양의 서커스’가 파산을 선언했다는 것만 보아도, 현재 공연계가 겪고 있는 고통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앗아간 것은 비단 현재의 기회들만은 아니다. 지금의 ‘언택트(un-tact)’가 ‘노택트(no-tact)’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는 이미 압도적이다. 상반기 보릿고개를 겨우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거리두기 좌석제나 온라인 공연이 대안으로 제시되고는 있지만, 무대 자체가 수익은커녕 적자만 만드는 상황에서 코로나 블루는 공연계 전반을 휩싸고 있다. 그러나 상업적인 공연에 공적자금이 투여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미 생계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포기하고 다른 일에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쌓아올리긴 쉽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문화예술계는 오늘의 생존을 위해 미래의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다. 한 번 잃어버린 창작동력을 다시 원상 복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서는 두 말 할 필요도 없으리라.

이런 상황에서 여러 광역문화재단도 바빠졌다. 경기도는 지난 5월부터 ‘경기도형 문화 뉴딜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경기아트센터의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무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과 ‘공연업 회상 프로젝트’에 이어 10억 원의 예산으로 ‘코로나19 극복 공연예술단체 창작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역시 문화예술계를 위한 지원에 빠르게 나섰다. 광역문화재단 중 가장 먼저 예술인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인천 예술인 긴급지원사업’을 진행하였고, 현재는 ‘공연예술창작활성화’, ‘작은미술관 전시활성화’, ‘전시공간 활성화’ 등 지역 문화예술에 직접적으로 수혜가 돌아가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코로나 블루의 종결은 사실상 요원해 보인다. 각 문화재단에 의해 긴급 수혈되고 있는 공적자금들이 문화예술계의 실핏줄까지 잘 전달되고 있는지도, 아직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분명 긍정적인 시그널은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위기 속에서 각 광역문화재단들의 좋은 정책이 빠르게 소통되고 상호 수용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또한 생활방역에서 전시와 공연이 낮은 위험도로 평가되면서 각 전시장과 공연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

문화예술계의 대형 비즈니스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지금 우리는 현실적 조건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작은 무대들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지역 공연예술이라는 생태계의 중요성 역시 더 부각된다. 그것이 바로 코로나19로 붕괴된 문화예술의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긴급 수혈 이후를 더욱 고민할 때다. 그리고 간절히 믿고 싶다. 절망 끝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 역시 문화예술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류수연(柳受延, Ryu Su-yun)

약력 : 문학평론가/문화평론가.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하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계간 <창작과 비평> 신인평론상(2013)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문학과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현재는 <인천투데이>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또한 인천문화재단 이사, 대중서사학회 연구이사 및 로맨스 서사 연구팀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공연예술계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포스트코로나, 공연예술계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로 닥친 2020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펜데믹.

바이러스를 다룬 가상의 이야기로 컨테이젼(2011), 캐리어스(2009), 크레이지(2010), 아웃브레이크(1995), 감기(2013)등의 재난영화를 접한 적이 있다.

지구 종말에 관련 된 영화를 보며 “에이, 무슨 저런 게 가능해?”하며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오버를 과하다고 여긴 시절도 있었으며, 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한 재난영화들을 보며 당연히 허구의 세계, 가상이라고 치부해왔었다. 그러나 2020년, 이러한 허구적인 영화에서나 봄직한 펜데믹 상황은 현실로 다가와 발생초기로부터 거의 6개월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 상황은 나라와 나라, 지역과 지역을 막아 놓았을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에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미명하에 우리의 생활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 경제 전반에 고충이 따르고 실업이 늘어만 가고 있으며 초·중·고 학생들은 등교가 미뤄져 학기가 끝나갈 시기인 5, 6월 부분적으로 학교에 가는 일이 가능해지고 대학생들의 경우는 대부분 비대면 수업으로 입학식은 물론 교수님이나 학우들과 꿈꾸던 대학생의 낭만은 제대로 겪어보지 못하고 한 학기를 마감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펜데믹 상황에서 문화예술계는 어떠한가?

한국예술총연합회의 코로나19 피해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취소되거나 연기된 문화행사가 총 1614건에 이르고 있으며 예술인의 88.7%가 수입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이로 인한 문화예술계의 직접적인 피해액은 523억원으로 추산되며, 예술인 10명 중 9명의 수입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수입에 변화가 없거나 감소할 것이란 응답은 84.1%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문화예술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자 이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려움을 겪는 소극장, 공연예술단체를 선정하여 차등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창작준비금으로 코로나19 확진 및 격리 등으로 활동이 어려운 예술인, 공연 축소나 취소로 피해를 본 예술인에게 1인당 300만원을 제공하는 지원책을 마련하였다.

인천문화재단도 예술인 긴급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생계가 곤란해진 지역 문화예술인의 경제적 지원을 위해 예술인 긴급재난지원금 2억원, 온라인 예술활동 지원사업 4억원, 대관료 환불 피해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생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예술인 창작지원, 인천 예술인 미술작품 구입 확대, 창작활동을 위한 도서지원, 창작공간 지원, 문화예술분야 크라우드펀딩 매칭지원, 인천e음카드 연계 지원사업 등 다양한 긴급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온라인 예술 활동 지원이 눈에 띄는데 이것은 포스트코로나로 만들어진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신조어 중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뉴 노멀(New Normal)이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적인 표준’을 뜻하는 말로 코로나19 문화예술계의 뉴노멀은 무관중공연, 온라인공연, 랜선공연, 언택트 등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새로운 공연형태이기도 하지만 공연문화의 틀을 바꾸어가고 있기도 하다. 결국 공연을 진행하지만 예술가와 관객은 가까이 하기 너무나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문화예술이야 말로 직접 체험과 경험을 통해 감성적으로 접근해야하는 형태의 예술이며 특히 공연문화는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소통해야 그 감동이 배가 되는 예술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공립 공연장이 문을 닫고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체는 지자체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공연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 상태이며 그나마 할 수 있는 공연은 온라인 공연형태로 전환해야 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얼마 전 조은아 경희대 교수 겸 피아니스트는 ‘온라인 공연감상 현황조사’를 진행하였는데 뉴노멀의 화두가 된 온라인 공연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공연 애호가라도 온라인 공연에 몰입하는 시간이 20분을 넘기기 힘든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조은아 교수는 5월24일까지 예술교과 강의를 듣는 학생 208명과 평소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대체로 높은 음악애호가 150명이 이 설문에 참여하게 하였고 두 그룹 모두 온라인 공연에 대한 호응은 상당히 높으며 공연 감상 플랫폼은 대부분 스마트폰과 노트북이었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현장 공연과 달리 온라인 환경에서는 관극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학생과 음악애호가 그룹 모두 ‘잡념 없이 온라인 공연에 몰입한 시간’에 대한 질문에 ‘20분’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들은 “퀄리티 자체는 실제 공연보다 떨어지지만, 접근성이 매우 높았다”라고 답했으며 “저렴한 대신 생동감이 덜했다” “세계의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실시간으로 함께 하는 라이브의 경험이 더 그리워졌다”는 등의 코멘트를 달았다고 한다.

또한 음악애호가는 ‘유료라면 보지 않겠다’ 라고 답한 비율이 27.4%(40명)로 결국 온·오프라인 공연이 병행된다면 현장공연을 보겠다는 비율 역시 두 그룹 모두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설문조사를 통해 온라인 공연이 현장성이 생명인 라이브 공연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영상이나 디지털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라이브 실황에 대한 그리움이 반영된 결과로도 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코로나19확산으로 힘들어하는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5월12일 오후 부활절을 맞아 텅 빈 두오모 대성당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공연 영상으로 공개하여 전파했는데 ”희망을 위한 음악”이 주제였다.

이날 유튜브를 통해 중계된 콘서트는 전 세계 340만 명 이상이 동시 시청했고 공개된 지 8시간 만에 2100만 뷰 이상 조회됐고 이날 공연 중 모인 성금누적액 22만 2451유로(2억 9,629만원)를 코로나19 사태 최전선에 선 의료진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25주년을 맞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기념 온라인공연은 단 48시간 공개에 1000만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이후 필자가 단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실내악단 i-신포니에타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정 되어져 있던 초청공연은 물론이고 이미 공모에 선정 되어 기금을 받아 실행해야하는 공연들도 현재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상태이다.

연주자의 주요 수입원은 공연인데 공연 취소나 연기로 인해 대표자는 물론 소속단원들은 무수입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연수구에서는 연수문화재단의 토요문화마당의 재원일부를 자동차극장과 아파트발코니콘서트로 변경하여 실행하였고 주민들의 뜨거운 반응과 호응을 얻었다.

그동안 문화생활에 목말라 있던 지역주민들은 가족단위로 영화와 공연을 즐기며 잠시나마 코로나19 이전상황의 기분을 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클래식은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고 온라인 공연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랜선공연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새로운 도전과 동시에 더 질 좋은 온라인 공연을 만들어내야 하며 다양한 플랫폼개발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온라인 공연 콘텐츠에 대한 창작방식도 변해야 하며 집중시간이 짧은 온라인 콘텐츠 특성을 반영한 핵심공연 콘테츠도 필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펜데믹 상황이 지속된다면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공연 형태의 모색만이 연주자와 극장, 공연스탭 등 공연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

조화현 (趙華玹 / CHO HWA HYUN)
i-신포니에타 단장/ 인천문화재단이사/ 경인방송 ‘조화현의 문화톡톡’진행

사진출처 / i-신포니에타




문화예술인을 위한 사회적 안정망을 바라며

문화예술인을 위한 사회적 안정망을 바라며

이찬영(사회적협동조합 자바르떼 이사장, 인천문화재단 이사, 인천 민예총 이사)

20세기 이후 전쟁을 제외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마비되게 만든 적이 없을 만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은 삶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관광업계, 서비스업종,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 항공업계, 무역업종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서 자유 경쟁의 시스템으로 자본주의가 만들어온 구조에 문제가 생겼다. 사회적 현상에서도 적어도 6개월 이상 학교를 가지 않고 인터넷에 매달려 학습하는 아이들, 사회적 돌봄이 어려운 아이들의 가정 돌봄으로 인한 부모들의 어려움, 집에서 머물면서 활동반경이 좁아진 노인들의 문제, 다중이 모인 시장, 마트 등의 공간이 아닌 인터넷 쇼핑으로의 변화, 인류가 사회를 형성하면서 만들어온 공동체적 활동은 이제 미지의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려워졌다. 사회적 현상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문화예술에도 두말할 나위 없이 문제가 생겼다. 사스, 메르스,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어떤 전염병이나 사회적 질병현상보다도 강력한 파괴력으로 문화예술 구조 전체를 흔들고 있다. 문화산업, 문화예술 공연 창작, 문화예술 교육 등 전 분야가 완전히 마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사회, 경제, 문화 현상은 경제, 사회적인 구조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왔고, 국민들의 재난소득을 넘어서 기본소득, 사회복지, 기후환경 대응, 지속가능한 사회, 세계화에 대한 로컬의 대안 등으로 현재의 팬데믹 상황에 대한 포스트 코로나를 예측하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루어졌던 문화예술분야의 구조와 문화예술가들의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논의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20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지난 5월 19일 ‘문화예술인 권리보장법’이 국회 법사위에서 무산되어 아쉽긴 해도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문화예술인의 다양한 사회적 권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제외한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지만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술인들도 고용보험을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예술인들의 권리가 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헌법적 기본권으로 국민의 문화권을 보장하는 ‘문화기본법’(2013년)이 제정된 이래 국민들의 문화적 권리를 향상하고자 하는 많은 노력이 공공에서 여전히 아쉽지만 진행 중이다. 문화예술의 한 당사자로서 문화예술사업 공모를 통한 사업지원이 전부였던 문화예술인에 대한 공공의 지원과 노력이 이제는 예술인들의 기본소득 논의까지 넓어지게 되었다. 2018년 인천발전연구원이 조사한 인천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의 상황을 보면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의 예술가는 60%, 4대 보험 미가입은 76%이다. 예술가들의 70%가 프리랜서로서, 생활임금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나 가족의 경제적 지원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형편인 것이다. 이는 생애주기에 기반한 분배로서 아동수당, 가족수당, 청년수당 등의 사회수당으로서는 예술인들의 삶을 보호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기본소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청년기본소득을 주도했던 성남시의 사례가 경기도로 확장될 예정이다. 세대를 대변하는 사회적 정당성이 문화예술인에 대한 기본소득으로 예술인들의 활동과 삶을 보호할 때 많은 사회적 자산을 형성할 것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의 예술인 코로나지원금과 다양한 형태의 지원, 그리고 연수문화재단이 예술인들에 지원한 예술인지원금 등은 제도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실제 기본소득으로 청년기본소득을 시행했던 사례를 상기해보면 예술인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예술인 기본소득에 있어 지급대상선별, 지급금액과 지급방식, 재원, 예술가 지원의 정당성에 대한 어려움 등이 쟁점으로 있지만 이는 이번 코로나19를 극복하고자 하는 여러 사례를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문화연합(AFA- americans for the arts)은 문화예술을 지원해야하는 10가지 이유를 발표한 적이 있다. 문화예술은 사회발전의 근간이며, 문화예술교육은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문화예술은 산업발전의 원동력이며, 지역상권에 도움을 주며, 소중한 관광자원이며, 수출전략산업이다. 또한 문화예술은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며, 육체,정신적 건강에 이롭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며, 창조산업의 근간이다. 이는 사회적 자산으로 문화와 예술을 지키는 것은 정치, 경제, 사회에서 긍정적 효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시민의 문화권을 지키는 것도, 예술인들의 삶에 대한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의 논의와 실천의 시작을 인천에서 먼저 진행하면 좋겠다.

 


이찬영




코로나 19-기후위기-문화예술

코로나19-기후위기-문화예술

민운기

코로나19 발생과 국내외의 상황 및 대응

희귀 바이러스 코로나19(COVID-19)가 엄청난 감염력을 보이며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는 물론 동남아와 중동, 유럽, 남미, 북미, 일본, 아프리카 등으로 퍼져나가며 수많은 확진자를 발생시키고 적지 않은 치사율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이미 이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한 상태다. 이의 차단을 위해 각 나라는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국경을 걸어 잠그거나 도시를 차단시키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각종 집회나 축제, 문화, 종교행사 등을 불허함은 물론 스포츠 경기까지도 중단시키는 등 저마다의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여 방역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역학조사와 더불어 이동 동선 및 당사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유증상 여부를 확인하고, 방문했던 곳을 차단 및 소독하며 실시간 관리체계 속에서 잘 대응하고 있다가 대구에서 ‘신천지’라는 신흥종교집단 교주와 신도들의 독특한 예배 방식과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위기 사태를 맞이한 바 있다. 이에 정부가 재난지역으로 선포하여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의료 인력들의 헌신적인 사투 끝에 점차 평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우리나라는 도시 봉쇄나 외출 금지 등의 극단적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개인위생을 스스로 철저히 관리하는 전제 속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면서도 우수한 기능의 진단키트를 개발 및 활용하여 확진자 조기 검진 및 발견과 격리, 치료는 물론 이동 경로의 신속한 공개, 자체 개발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라는 방식의 도입, 자가진단 앱 개발 등 “투명하고(Transparent) 민주적(democratic)이며 혁신적인(Innovative) 기술기반의 대응”(기획재정부)과 국민들의 적극 협력으로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가며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 대처 모범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국의 확진자수가 계속해서 100명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잠시 멈춤’ 정책으로 모든 게 중지 및 폐쇄된 상황이다. 특히 어린이집은 물론 초ㆍ중ㆍ고 개학이 한 달 넘게 미뤄지다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하기에 이르렀으며, 뒤늦게 개강을 한 대학도 대부분 화상 강의로 이어가고 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국면에서도 이전처럼 ‘거리의’ 열기를 끌어 모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소비 저하로 이어지고 상품의 재고가 쌓이며 생산이 중단되는 등 결국 경제가 마비되어 제2의 공황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이를 다시 재가동시키기 위한 마중물 성격으로 각 지자체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전 국민 대상 재난기금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문화예술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안정된 직장이나 고정된 수익을 갖지 못한 이들은 매해마다 1,2월은 보릿고개로 근근이 넘겨 왔지만 3월을 지난 4월로 접어든 이맘 때 쯤이면 기지개를 펴야 되는 상황에서 계획했거나 초대를 받았던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당연히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데, 이 또한 각 지자체마다 대책을 세우거나 집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인천시 또한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긴급재난기금 20억 원을 마련하여 지원사업을 시작하였다. 당연히,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사안이라고 보며, 필요로 하는 곳에 제대로 지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실 이러한 재난 속에서는 이에 대한 피해의 정도는 물론 동일한 피해라도 계급에 따라 각기 다른 불평등 양상과 대처 능력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차별 없는 관심과 지원책이 필요하며, 국민들 또한 이런 때일수록 서로를 돕고 사회적 약자를 먼저 챙기려는 공동체 의식 발현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할 때만이 이로 인한 재앙을 앞당겨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과제와 문화예술

문제는 이러한 시태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미 사스, 신종 플루, 에볼라, 메르스 사태를 겪은 바 있고,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등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상황에서 또 다른 바이러스는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는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견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삶과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사실 이러한 사태는 인간이 자초한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 인간이 바이러스의 이동 통로를 놓아 준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 야생동물 매매, 공장식 축산 등 자연에 대한 인간의 과잉 활동이었다. 그렇게 인간은 코로나19를 불러들였고, 인간 속으로 들어온 코로나19가 인간을 몰아내고 있다. 빈 광장은 우리가 추구해 온 삶의 방식을 반성하라고,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변화하라고 요구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코로나19 감염은 재난의 끝이 아니라 더 큰 재난의 시작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19 사태는 극복해야 할 재난이자, 우리가 알아들어야 할 시대의 징표다.

이에 무언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태는 또 다시 다가올 것이다. ‘위기 속 기회’라고, 하나의 실마리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발견되었다. 다름 아닌, 도시민들이 일부나마 격리되고, 이동이 멈춰지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기가 맑아지고, 떠나갔던 동물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른 바 ‘코로나의 역설’로, 그 동안 지구촌의 주인 행세를 해 온 ‘인간’이 그 동안 저지른 온갖 행태로 인해 또 다른 지구촌 가족을 위기에 빠트림은 물론 결국 인간 자신의 삶마저 곤경에 처하게 되었는데, 그 동안 그것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탐욕적이었으며 자멸로 이끄는 일이었는지를 역으로 확인시켜 준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지구촌 생태계 차원에서 사실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는 인간종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다면 결론은 명확하다. 더 이상 지구를 멍들게 하고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 같이 모든 것을 멈출 수는 없는 일, 적절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져야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만큼 당장은 쉽지 않더라도 자연의 자기복원력에 맞는 정도로 서서히 맞추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도시 삶의 형태와 운영 구조 및 환경을 생태적으로 바꾸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 혁신 실험과 논의, 실천이 일상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기후 위기와 경제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같은 친환경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 경제도 살리고 사회 불평등도 없애는 그린뉴딜 정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과 노력이 코로나19 대처 모범국가로 거론되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기후위기 가해자 국가로 눈총을 받고 있을 정도로 소극적이고, 인천시도 마찬가지로 생태 파괴적인 도시 정책과 개발 사업에서 이렇다 할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도시의 일상 삶과 환경의 재구성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자본의 논리로 고도 제한을 완화시키고, 자연을 파헤치고, 오래된 주택이나 역사유산들을 부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얄팍한 볼거리 중심의 관광지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다. 최근 연구용역 잠정 발표가 이루어진 인천시 추진의 ‘개항장 문화지구 문화적 재생’이 그렇고, 동구가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 사업’도 그렇다. 그 어디에도 지속가능한 도시 삶의 차원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총선 국면의 국회의원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당과 후보에 따라 차이가 없지는 않지만 지지율 또는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득권 정당의 경우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는 고사하고 여전히 지역 개발과 발전 논리로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추거나 관심을 끌어들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의 해결은 문화예술활동의 몫으로 돌아온다고 보아진다. 그 누구보다도 시대적 논리에서 자유롭고, 인간 삶의 근원과 지구적 차원의 생태 위기를 남다른 촉수로 감지하여 드러내고 경고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주체들이 나서서 분위기와 구조를 바꿀 수밖에 없다. 이는 기존의 문화예술 활동을 중단하고 전환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측면을 더하고 확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문화 예술 활동의 궁극 목적이 보다 나은 삶과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면 사실 그 동안의 문화예술활동은 언제부터인가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구체적인 삶과 분리된 이후 다시 삶으로 연결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문화예술인 이전에 ‘생활인’으로서 생활 및 관련 조건과 환경을 생태적으로 바꾸어 가는 노력 속에서 문화적, 예술적 사고와 감각, 경험과 역량을 발휘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존재 가치를 새롭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생활예술’ 또는 ‘생활문화’도 이러한 관점에서 재접근 및 재정의가 필요하다.

인천시도 서둘러 기후위기 속 생태도시에 대한 전망 속에 제반 정책과 사업들을 새로이 재편하고, 인천문화재단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면 한다. 그것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얻은 교훈이며, 이를 반복하지 않고,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며 또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하는 지구촌살이를 가능케 해 줄 것이다.

⑴ 일본은 금년 7월 열 계획이었던 2020도쿄올림픽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내년으로 미루었다.

⑵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알기 위해 차에 탄 채 안전하게 문진·검진·검체 채취·차량 소독을 할 수 있는 선별진료소.

⑶ 김용찬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사회과학 용어로서 ‘사회적 거리’는 한 사회 내의 다양한 집단들(가령 계층적으로, 지역별로 구분되는 집단들)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거리를 의미하기도” 한다며 “그래서 사회적 거리두기란 말 자체가 집단 간의 분리를 유지하려는 우리 사회의 숨겨진 욕망들에 알리바이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그는 이의 대안으로 ‘잠시 서로 떨어져 있기’를 제안한다. 한겨레신문 기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지역사회 감염’ 유감>, 2020.3.13. http://m.hani.co.kr/arti/opinion/column/932499.html?_fr=fb#cb

⑷ 최근에는 50명 안쪽으로 접어드는 추세인데, 이러한 흐름이 열흘 이상 지속되면 ‘생활방역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다.

⑸ 그렇지만 투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 66.2%의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⑹ 조현철 신부(프란치스코), <빈 광장과 프란치스코 교종>, 카톨릭뉴스 ‘지금 여기’ http://m.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75

⑺ 사실 개인적으로는 ‘문화예술인’이라는 표기가 그러한 태생적, 전문적 주체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으로 사고하게 만들고 이를 강화하는 것 같아, 대신 ‘문화예술활동주체’라고 표현해왔다.

⑻ 이미 적잖은 문화예술활동주체들은 물론 여타의 활동가 및 시민들도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⑼ 그 동안의 예술이 일부 소수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는 전제 속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반 시민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민운기(閔雲基, Min, Woon-Gi)
인천 동구 배다리마을에 거점을 둔 공유공간 인천문화양조장 관리자이자 이곳에 오래 전에 입주해 있는 문화NPO 스페이스 빔지기로, 마을 및 도시 공동체 관련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다. minoongi@hanmail.net




위기의 현실에서 문화예술(인)은 무엇을 할 것인가

위기의 현실에서 문화예술(인)은 무엇을 할 것인가

문계봉(시인, 인천문화재단 이사)

새해 벽두부터 신종바이러스의 전 방위적 공세로 온 나라가 미증유의 위기에 빠져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방역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가동하며 바이러스 구축(驅逐)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의 일상 깊은 곳까지 침투하여 온전한 삶을 뿌리부터 뒤흔들어놓고 있다. 그리고 12일 현재 세계보건기후인 WHO에서 ‘위험이 현실화되었음’을 알리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함으로써 이러한 바이러스 창궐은 지역적 위험을 넘어 전 지구적 위기 상황이 되었음을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외 경기는 곤두박질치고 민생의 피폐는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물리적, 신체적 위험만큼이나 심각하게 사람과 사람의 정서적 관계가 왜곡 변질되고 각종 유언비어가 바이러스 감염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계속 하향 조정되다 결국에는 붕괴되기 일쑤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훼손된 관계와 무너진 삶의 시스템을 회복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때에 인천의 상황을 특화시켜 언급하거나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자칫 지역이기주의이거나 현실의 심각성을 망각한 이상주의적 발언으로 오해되기 십상이다. 눈앞에 위기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이 감염의 숙주 혹은 근원으로 확인되어 격리되고 있는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하는 것은 확실히 현실과는 동떨어진, 과도한 낙관주의적 스탠스라는 오해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지역과 문화, 그리고 예술에 대한 강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그것의 구축(驅逐)을 위한 노력을 방기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갑자기 마주한 이 ‘짐승의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화와 예술의 건강한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작금에 겪고 있는 초유의 바이러스 감염 사태에 있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물리적, 제도적 노력은 중단 없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이지만, 문화와 예술은 결코 치레가 아니고 사람들의 삶 속에 다양한 형태로 녹아 있는 것이며, 따라서 위기와 고통에 빠진 국민들의 마음을 위무하는 유력한 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문화와 예술의 역할 또한 고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의 문화예술, 좀 더 구체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은 어떤 실천을 경주할 수 있을 것인가.

작금의 문화예술(인)은 무엇보다 먼저 불신과 불안함이 바이러스처럼 창궐한 현실에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이 보여주고 있는 암울함은 이미 영화와 소설보다 훨씬 구체적이지 않은가. 또한 위기상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일부 세력들의 정체를 비판, 폭로하고 상처 입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

바이러스는 조만간 구축될 것이다. 물론 무너진 삶의 물리적 시스템을 하나하나 복원하고 자연스런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하는 데에는 만만찮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입은 정서적 상처와 훼손된 관계를 복원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힘은 바로 문화와 예술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따라서 고통의 분담과 상처의 물리적 극복을 위한 노력만큼이나 희망과 여러 층위의 연대를 예술적으로 구현해내는 것, 그것이 위기 속에서 취할 문화예술, 그리고 문화예술인들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문화예술의 지원 단위이자 중간조직인 문화재단 역시 이 엄중한 시기에 자신의 임무와 역할, 문화와 예술을 고민하는 단위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냉정하게 되돌아보길 바란다. 이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이후 더욱 단단해진 심장으로 고통과 시련을 객관화하여 다시금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 힘도 바로 문화와 예술로부터 비롯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것이 그 사회의 저력이자 자산이기 때문이다.


문계봉(文桂奉, Moon GyeBong)
시인, 전 인천작가회의 회장, 현 인천민예총 이사, 문화재단 선임이사
시집으로 『너무 늦은 연서』가 있음. freebird386@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