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키워드로 보는 2020 코리아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입니다. 꾀가 많고 영리하며 친근한(?) 동물인 쥐, 쥐의 해인 2020년 대한민국에는 어떤 트렌드가 펼쳐질까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그해의 띠 동물이 포함되는 영문으로 트렌드 키워드를 만들어 왔습니다. 센터가 발표한 ‘트렌드 코리아 2020’은 ‘MIGHTY MICE’입니다.

Me and Myselves(멀티 페르소나), Immediate Satisfaction: the ‘Last Fit Economy’(라스트핏 이코노미), Goodness and Fairness(페어 플레이어),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스트리밍 라이프),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초개인화 기술), You’re with Us, ‘Fansumer’(팬슈머),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특화생존), 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오팔세대), Convenience as a Premium(편리미엄), Elevate Yourself(업글인간) 등 10가지죠.

2019년 대한민국 트렌드는 1.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2. 불안한 사회에서 나만의 휴식공간을 찾아 나서는 ‘케렌시아 현상’ 3. 대면 접촉이 필요 없는 ‘언택트 기술’ 4. 새로운 부가가치와 수요를 창출하는 ‘만물의 서비스화’ 5.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balance)’ 세대 6. 자신의 취향과 정치 사회적 신념을 커밍아웃하는 ‘미닝아웃’ 7. 기능적 관계나 반려동물이 대체하는 ‘대안 관계’ 8. 가성비를 넘은 만족을 주는 ‘플라시보 소비’ 9. 같은 성능, 같은 가격이라면? ‘매력 자본’ 10.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는 노력’이었습니다.

2020년의 키워드들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출처 : 아주경제

1. 멀티 페르소나
현대인들은 하나의 얼굴로는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가정, 직장, 학교에서, SNS 매체 등에서 서로 다른 정체성을 보여주기 마련입니다. SNS의 경우 그것이 카카오톡이냐, 유튜브냐, 트위터냐, 인스타그램이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소통하고, 심지어 하나의 SNS에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자신의 모습을 바꾸기도 합니다.

‘멀티 페르소나’는 다층적으로 형성된 복수의 자아를 의미합니다. 중국의 변검 배우가 가면을 바꾸듯 현대의 소비자는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합니다. 본래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가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오늘날에는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지칭하는 심리학 용어로 쓰입니다. 트렌드 전망서는 ‘멀티 페르소나’가 갖는 특징으로 1.양면적 소비의 증가 2.취향 정체성 중요시 3.나를 표현한 캐릭터와 굿즈 열풍 4.젠더 프리 트렌드 등을 꼽았습니다.

이 중 양면적 소비(야누스 소비라고도 함)는 어떤 이가 간단하게 한 끼를 때워야 할 때는 저렴한 햄버거를, 데이트할 때는 비싼 프리미엄 햄버거를 먹는 등 상황에 따라 다른 소비패턴을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패션 등에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젠더 정체성을 표현하는 일 역시 ‘멀티 페르소나’ 시대의 한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영남일보

2. 라스트핏 이코노미
최종 경험, 즉 마지막 순간에도 만족을 최적화하려는 근거리 경제를 뜻합니다. 기존의 제품 중심의 동어반복적인 모방과 차별화 경쟁에서 나아가 고객과 접촉하는 순간에 집중하는 용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객의 마지막 접점까지 편리한 배송으로 쇼핑의 번거로움을 해소해주는 ‘배송’ 라스트핏, 가고자 하는 목표 지점까지 최대한 편안하게 접근하도록 도와주는 ‘이동’ 라스트핏, 구매나 경험의 모든 여정의 대미를 만족스럽게 장식하는 ‘구매여정’ 라스트핏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3. 페어 플레이어
올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른 ‘공정’ 문제가 2020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직장에서는 아무리 막내라도 자신의 작업을 합리적으로 인정 받아야합니다. 가사 노동은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고, 대학생들은 ‘무임승차’ 여지가 있는 팀 과제보다 개인 과제를, 주관식보다 객관식을 선호합니다.

분석가들은 해가 갈수록 공평하고 올바른 것에 대한 추구가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페어 플레이어’의 라이프스타일은 1.기능 중심의 수평적 관계 지향 2.성 역할에 대한 고민과 진일보한 의식 3.계약과 매뉴얼 중시 4.만인에게 평등한 평가 시스템 선호 5.기업의 사회적 책임(선한 영향력) 고려 등입니다.

G출처 : 교보문고

4. 스트리밍 라이프
‘스트리밍(streaming)’은 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송되는 데이터가 물 흐르듯 처리된다고 해서 ‘스트리밍’이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다운로드하지 않고 스트리밍하는, 음악을 듣는 방식을 넘어 생활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바뀐 겁니다. 현대인은 소유보다 경험을,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을 중시합니다. 스트리밍하듯 가볍게 옮겨 다니며 경험·공간·상품·선택권을 초단가로 이용하는 방식을 소중히 여깁니다. 욕망이 큰 데 비해 충족 자원은 부족한 젊은이들은 경험에 집중하는 유목민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합니다.

5. 초개인화 기술
초개인화 기술은 개개인의 상황을 세분화해 적절한 순간에 원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식, 5G 등 눈부시게 발전하는 첨단 기술을 발판삼아 고객은 “그때그때 나의 상황에 어울리게 맞춰 달라”고 요구합니다.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지원 단계에 이른 겁니다. 이제 시장은 1명이 아니라 0.1명 단위로 세분화됩니다.

6. 팬슈머
팬슈머는 팬(F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소비 주체가 직접 투자와 제조 과정에 참여해 상품과 브랜드, 스타를 키워내는 걸 말합니다. 빅 브라더가 대안을 제시하고 ‘고객과 함께’를 외치던 시대를 지나 고객에 의해 좌우되는 팬슈머의 시대가 온 겁니다. 팬슈머는 상품의 생애주기에 직접 참여하고, ‘내가 키웠다’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자신이 지지한 객체(상품, 사람 등)를 적극적으로 응원하지만 동시에 간섭과 견제도 하는 신종소비자입니다. 크라우드펀딩, 서포터 활동,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에 대한 호응과 비판 등, 팬슈머가 미치는 영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 교보문고

7. 특화생존
누구에게나 그럭저럭 괜찮은 것보다 소수에게 확실한 만족을 주는 선택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특화는 이제 차별화의 포인트를 넘어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핀셋처럼’ 고객 특성을 골라내고, ‘현미경처럼’ 고객 니즈를 찾아내며, ‘컴퍼스처럼’ 상권을 구분하고, ‘낚싯대처럼’ 자사의 역량에 집중합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진화 개념인 ‘특화생존(特化生存)’은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업 경영의 새로운 처방전입니다.

8. 오팔세대
오팔은 58년생 개띠의 숫자 오팔을 의미하기도 하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신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약자 오팔(OPAL)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들이 뽐내는 다채로운 색깔이 모든 보석의 색이 합쳐진 오팔의 색을 닮았다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인 5060 신중년들이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하고, 활발한 여가 생활을 즐기며,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구매하면서 관련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젊은이들 못지않게 인터넷과 신기술을 활용하면서 사회의 주축으로 등장하고 있는 겁니다. 모바일 쇼핑 등에 익숙하고, 유튜브 등 SNS로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이들은 앞선 시니어 세대들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1.퇴직 후 다양한 직업에 다시 도전하기 2.취미와 여행을 위한 투자 3.실버서퍼(실버+인터넷 서핑), 웹버족(웹+실버) 4.콘텐츠 시장에 영향력 등의 특징을 갖고 있죠. 2030 세대만큼이나 신기술에 능하고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오팔세대는〈보헤미안 랩소디〉, 〈내일은 미스트롯〉열풍을 이끌기도 하며 문화콘텐츠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출처 : 서울경제

9. 편리미엄
“편리한 것이 프리미엄한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 현대인의 노력과 시간을 아껴주는 것이 새로운 프리미엄이 편리미엄입니다. 이런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앱 경제가 발달하면서 편리미엄은 2020년대를 맞이하는 필연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1인 가구,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부부 등이 주된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가사 노동·줄 서기·청소·운동 등 일상의 사소한 영역에서 자신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제품과 서비스들을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경험을 중시하지만 늘 시간에 허덕이는 현대인과 수시로 노동을 제공하고 싶어하는 가교형 노동자들의 절충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 업글인간
업글인간은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기계발형 인간입니다.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단순한 스펙이 아니라 삶 전체의 커리어를 관리함으로써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드는 데 변화의 방점을 찍는 유형입니다. 업글인간은 남들이 알아주는 명문대 진학이나 대기업 입사와 같은 ‘성공’, 또는 스펙 경쟁으로 뚫은 관문이 사회적 지위를 잠시 보장할지는 몰라도 영원히 의미 있는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습니다.

“업글인간이 지향하는 ‘Better me’ 뒤에 숨겨진 말은 ‘than yesterday(어제보다)’라고 할 수 있다. 업글인간의 성장 동기는 타인과의 경쟁에서 오는 불안이 아니라, 어제보다 못한 내 미래의 모습에 대한 불안이다.” 삶의 질적 변화를 원하는 업글인간의 등장으로 경험경제가 변화경제로 전환되고 있는 겁니다.

잡코리아는 알바몬과 함께 지난 12월 9~15일에 걸쳐 성인남녀 785명을 대상으로 ‘업글인간 트렌드 현황’에 대한 모바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중 64.5%가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며, 나 자신과 경쟁하는 업글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뉴시스

 

* 여기, 그리고 곳곳에 있는 ‘작은 히어로’들을 응원합니다. 한 해 동안 뉴스큐레이션을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소비자기획] ‘트렌드코리아 2020’ 키워드로 읽는 기업과 소비자의 공생
소비자경제, 2019. 11.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트렌드 연구자 김난도 교수, 2020년 소비 트렌드 대예측
주간현대, 2019.12.1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2020년 트렌드 미리보기] ‘멀티 페르소나’에 주목하라
영남일보, 2019.11.2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2020년, ‘세분화‧양면성‧성장’에 주목해 ‘현대인의 진짜 욕망’을 찾아라!
사례뉴스, 2019.1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글/ 
이재은(뉴스큐레이션)

 




[큐레이션 콕콕] 요즘, 편의점

국내 최초 편의점은 1989년 5월 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1호점입니다. 그해 국내에는 7개의 편의점이 있었죠. 당시 점장을 맡았던 손윤선 씨는 “지금은 편의점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때는 여기가 뭐 하는 곳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자정이 넘으면 상품 가격에 할증이 붙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한국에 편의점은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면서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1945년 광복 이후 유지됐던 야간 통금이 풀린 건 1982년 1월. 그즈음 몇몇 편의점들이 문을 열었지만, 동네 구멍가게에 익숙했던 상점 문화 속에서 별다르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몇 해가 지나 프랜차이즈 형태의 세븐일레븐이 한국에 도입됐고 1990년에는 훼미리마트(현 CU)와 미니스톱, LG25(현 GS25) 등이 잇따라 편의점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1990년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도입 4년 만에 편의점은 1,0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2019년 현재 한국의 편의점은 4만4,300여 개로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보다 두 배 많습니다(인구당 편의점 수 기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닌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택배와 금융, 세탁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1989년 5월 서울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처음 문을 연 세븐일레븐 1호점
(출처 : 매일신문)

1997년 공공요금 수납대행 서비스, 1999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2000년 택배, 2009년 국세 수납, 2012년 알뜰폰 판매에 이르기까지 편의점은 생활 편의를 높이는 만능 공간이었습니다. 2008년 지하철과 공항 등에 편의점이 입점했고 2009년에는 이동형 편의점이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쾌적한 식음료 이용 공간을 갖춘 카페형 편의점과 무인 편의점 등으로 더욱 역동적으로 변신해나가고 있죠.

1990년대 초 에는 ‘걸프컵(대형 종이컵에 담아 먹는 탄산음료)’처럼 서양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먹을거리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삼각김밥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템으로 부상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도시락 같은 간편식품으로 확대됐습니다. 2010년 이후부터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자체브랜드(PB) 상품이 주목받기 시작했고요.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품 수는 5,000개가 넘습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오경석 팀장은 편의점의 증가와 성장을 “주 52시간 근무, 언텍트(비접촉),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혼술 트렌드 확산, 집에서 편안하게 술과 안주를 즐기는 실속 있는 소비 분위기”에서 찾았습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대로 간편식이나 외식으로 대체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편의점 고객은 더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네요.

출처 : 서울경제

서울 강남의 한 GS25는 의류용 가전제품인 스타일러를 설치했습니다. 스타일러를 집에 놓기 어려운 1~2인 가구를 겨냥한 거죠. 전동킥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GS25는 전동 킥보드 배터리 충전 스테이션 및 주차 스테이션, 하이패스 단말기 판매 및 금액 충전, 공공요금 수납, 온라인 쇼핑몰 결제 대행, 세탁 서비스 등을 운영 중입니다. 세븐일레븐은 무인물품 보관함 ‘세븐락커’를, 이마트24는 고객이 원하는 와인을 결제한 후 지정한 날짜에 가까운 매장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네요.

CU는 DGB대구은행과 손잡고 ‘내가 만든 보너스 적금’을 판매합니다. 세전 금리 6개월 최저 연 1.75%에서 2.35%, 1년 최저 연 2.1%에서 최고 2.7%의 상품으로 적금은 1인 1계좌, 자유적립식이며 월 납입금액은 1만 원 이상 20만 원 이하로 6개월과 1년 단위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무인화가 편의점의 미래입니다. 이마트24와 GS25 등은 현재 초기단계에서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며 무인 편의점이 보편화되면 무인화를 지원하는 신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편의점 관계자는 “대부분의 골프장이 그늘집 근무자의 인건비와 근무시간 등 근로조건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편의점 무인화가 안정되면 전국 그늘집 풍경이 바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GS25는 전동 킥보드 배터리 충전 및 주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 이데일리

정부가 편의점이나 카페, 아이스크림 판매점 등에서 부스형 동전 노래연습장(코인 노래방) 운영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음주가 허용되지 않는 편의점이나 카페 등에서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인 노래방을 함께 영업할 수 있게 해달라는 편의점 점주들의 민원을 새겨들은 것인데, 관련 업계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론을 내릴 계획입니다. 최근 트렌드에 맞춘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의견과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편의점에 노래방이 들어서면 ‘편의점이 주점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합니다.

“최근 가족과 노래방을 가려다 애가 있어 입구에서 거절된 경험이 몇 번 있다. 노후화된 곳도 많고 솔직히 애 데리고 가기엔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 한 곡씩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40대 김모 씨)

“노래 부르는 게 스트레스 해소법인데, 일반 노래방은 혼자 가기엔 꺼려져 자주 갈 수 없었다. 업종 융합은 요즘 트렌드 아니냐,” (20대 이현정 씨)

“크기가 작은 곳은 힘들겠지만, 매장이 큰 곳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다만 최근 타다와 택시 논란처럼 기존 노래방들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편의점 운영자)

“아무리 방음 시스템을 한다고 해도 소음이 있을 텐데 주거지 매장에서 가능할지.” (30대 현모 씨)

“청소나 카운터부터 물건 챙기고, 어떤 매장은 치킨도 튀기던데 노래방 관리까지 한다고 하면 편의점 알바는 극한직업이 될 것 같다.” (20대 남성)

“안 그래도 노래방, 술집이 많은 나라에서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도 노래를 불러야 하나.” (10대 자녀를 둔 주부 김양은 씨)

“아이들이 담배와 술 냄새가 나는 노래방에 가는 것보다는 밝고 깨끗한 편의점 노래방에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또 다른 주부)

서울 홍대 소재 CU 편의점과 ‘수’ 노래방이 한 건물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이색 매장을 갖춘 곳으로는 편의점업계 후발주자인 이마트24를 꼽을 수 있습니다. 기존 편의점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인테리어에 와인 400여 종을 구비한 이마트24를 주축으로 브런치카페, 북터널, 화원, 레고숍 등 다채로운 업종을 한데 모아놓은 명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대구에 1,980㎡ 규모의 폐공장과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해석한 ‘투가든(2garden)’을 오픈했네요.

수도권에는 ‘클래식이 흐르는 편의점’을 콘셉트로 부채꼴 형태의 매대를 구성하고, 매장 내 휴게공간에 클래식 청음 장비를 구비한 ‘예술의전당점’, 북카페 형태를 갖춘 ‘스타필드코엑스몰 3호점’, 3층 규모의 루프톱 매장으로 ‘풍경이 있는 편의점’이라고 불리는 ‘충무로2가점’, 편의점업계 최초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을 주제로 선보인 ‘해방촌점’, 한옥을 콘셉트로 꾸민 ‘삼청동점’ 등이 있습니다. 이들 매장의 평균 매출은 전점 대비 2배 이상으로 높게 나타난 편이라고 하네요.

‘이마트24 투가든’의 정원 모습
(출처 : 주간동아)

‘CU 대덕대 카페테리아점’에는 다양한 먹을거리로 구성된 메뉴판이 있습니다. 즉석 피자와 도넛, 치킨, 과일슬러시 등 매장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판매합니다. 간편 식사와 즉석조리 식품도 맛볼 수 있는데 이들 상품의 매출은 전체의 35%를 차지합니다. 경남 창원시의 ‘약국병설형 편의점’은 편의점과 약국을 한데 묶어 매출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네요.

GS25는 기술력을 살린 무인점포를 운영 중입니다. 마곡 ‘스마트 GS25’에는 안면 인식을 이용한 출입문 개폐, 상품 이미지를 인식하는 스마트 스캐너, ‘팔림새’ 분석을 통한 자동 발주 시스템, 상품 품절을 알리는 적외선 카메라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이 도입됐습니다. 전국에 150여 개 매장이 있는 세븐일레븐의 ‘도시락카페’는 매장에 따라 북카페, 스터디룸, 화장실, 안마기 같은 시설을 갖췄습니다. 세계 최초 핸드페이(손바닥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 기반의 스마트 편의점 ‘시그니처’도 전국에 17호점까지 오픈한 상태라고 하네요.

출처 : 주간동아

초창기 편의점은 표준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점점 입점 지역의 특징을 기반으로 맞춤형으로 바뀌고 있네요.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 편의점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허브다”며 “플랫폼을 깔아놓고 수백 가지 사업을 벌이는 아마존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전했습니다.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토요워치] ‘1코노미’ 시대의 만물상…편의점 공화국
서울경제, 2019.1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토요워치] 진화하는 편의점…‘라이프 플랫폼’이 미래
서울경제, 2019.12.0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영상] 국내 편의점, 일본보다 많을까? 적을까?
중앙일보,2019.12.0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편의점 노래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편의점이 주점?” vs “아이들 안전 보장”
파이낸셜뉴스, 2019.11.1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동전노래방부터 적금 가입까지…편의점 “한계는 없다”
이데일리, 2019.11.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매장 차별화와 플랫폼 서비스로 ‘한국의 아마존’을 시험하는 편의점
주간동아, 2019.11.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편세권’에 산다…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한 편의점
매일신문, 2019.11.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인천시티투어

인천시티투어버스는 인천시에서 운행하는 순환 관광버스입니다. 2016년 6월 기존의 테마형에서 순환형으로 바뀌었으며 총 3코스로 운행됩니다. 월미도와 연안부두, 송도신도시 등을 순환하는 하버라인, 부평과 구월동, 소래 등 인천인의 삶을 볼 수 있는 시티라인,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영종도를 돌아오는 바다라인이 있습니다.

하버라인 : 인천역(차이나타운)-하버파크호텔-연안여객터미널-인천종합어시장-G타워(커낼워크)-솔찬공원-송도테크노파크(현대프리미엄아울렛)-송도컨벤시아(NEATT)-센트럴파크(인천도시역사관)-인천상륙작전기념관(인천시립박물관)-신포국제시장-개항장(아트플랫폼,인천역)-월미공원-월미문화의거리-인천역(차이나타운)

시티라인 : 센트럴파크(인천도시역사관)-송도컨벤시아-트리플스트리트(글로벌캠퍼스)-소래포구역-모래내시장-부평역(부평지하상가)-인천시청광장(엔타스면세점)-인천문화예술회관(먹방골목)-문학경기장(도호부청사)-동춘역(스퀘어원)-이스트보트하우스(송도컨벤시아)-센트럴파크(컴팩스마트시티)

바다라인 : 센트럴파크(인천도시역사관)-송도컨벤시아-인천국제공항(제1청사)-파라다이스시티-무의도입구(용유역)-을왕리해수욕장-인천국제공항(제2여객터미널)-인하국제의료센터(합동청사역)-이스트보트하우스(송도컨벤시아)-센트럴파크(인천도시역사관)

출처:경인일보

하버라인의 포인트는 연인부두와 신포국제시장 그리고 개항장 일대입니다. 저녁에 송도 솔찬공원에 내려 아름다운 낙조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시티라인은 소래포구와 모래내시장, 그리고 부평지하상가와 문화의 거리를 둘러볼 만합니다. 소래포구 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구경할 수 있고 포구 옆으로 이어진 소래습지생태공원을 둘러볼 수도 있습니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은 총 350만 제곱미터의 국내 최대 습지로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바다라인은 세 코스 중 가장 특별합니다. 인천도시역사관에서 이층 버스를 타고 송도신도시를 돌아 인천대교를 건너 영종도를 지나는데, 2층 맨 앞자리가 인기가 좋습니다. 바다라인의 포인트는 인천대교와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열차, 그리고 을왕리해수욕장입니다. 오가는 상선과 어선들이 바다를 누비는 광경과 송도와 영종 시내를 멀리서 즐겨볼 수 있습니다.

‘인천투데이’ 기사에 따르면(2019.7.12일 자) 평일에는 한산하지만, 주말에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많은 시민이 시티투어버스를 애용한다고 합니다. 인천을 찾는 중국·일본인 관광객도 버스를 타고 구도심 여행을 즐깁니다. 인천 시티투어버스 티켓은 인천관광안내소 등에서 살 수 있지만 버스에서도 직접 구매 가능합니다. 단일권(일반 5,000원)은 시티·하버라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통합권(일반 10,000원)은 바다라인과 앞의 두 라인을 모두 탈 수 있습니다. 인천시민은 20% 할인됩니다.

출처:인천광역시공식블로그

지난 4월 16일 인천연구원은 ‘인천시티투어의 고객 만족도와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응답자 대다수가 시티투어버스를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고, 투어버스를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208명 중 10명(4.8%)에 불과했습니다. 인천시티투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며, 시티투어 존재 여부와 이층 버스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응답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석종수 인천연구원 교통물류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인천시티투어 인지율이 높은 젊은 연령대를 고객으로 유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버스의 운행방법이나 노선을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10월 23일 인천시가 공개한 올해 인천시티투어 운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투어버스 탑승객 수가 3만9164명으로 공개됐습니다. 운영 수입은 2억3122만 원으로 지난해 4만3821명이 탑승해 2억5854만 원을 거둬들인 실적과 비교해 별다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3개 노선 가운데 송도와 연안부두, 개항장을 연결하는 ‘하버라인’과 ‘시티라인’은 좌석 대부분이 비워진 채 운행됐습니다. 하루 14회 운행하는 하버라인은 1대당 탑승객이 3.2명에 그쳤습니다. 시티라인은 지난해 저조한 실적으로 말미암아 운행 횟수를 7회에서 4회로 줄였지만, 1대당 고작 1.6명이 탔다고 합니다. 가장 인기가 높은 건 ‘바다라인’이었습니다. 송도와 인천대교, 인천국제공항을 순환하는 바다라인은 평균 9.5명의 승객으로 채워졌습니다.

출처:인천시티투어 홈페이지

인천시는 노선을 개편하고, 월미바다열차·인천애(愛)뜰과 연계한 테마 여행으로 시티투어를 활성화하기로 했습니다. 송도와 영종을 오가는 바다라인은 신국제여객터미널을 경유하는 ‘바다노선’으로 유지하고, 하버라인과 시티라인은 운행을 중지합니다. 대신 송도와 인천 내항, 개항장을 순환하는 ‘개항장노선’을 신설할 계획입니다.

그밖에 서울에서 출발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테마형 투어는 기존 3개 노선에서 5개로 확대합니다.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강화 역사·힐링 코스, 영종 노을·야경 코스와 더불어 트롤리버스로 시범 운행 중인 ‘시간여행 투어’가 추가됩니다.

강화역사투어는 10월 26일까지 매주 토·일요일에 1회씩 운행했습니다. 검암역에서 출발해 강화역사박물관과 평화전망대, 교동대룡시장, 고려궁지 등을 돌았습니다. 강화힐링투어는 매주 일요일 1회 운행했으나 지난 10월 말에 종료했습니다. ‘지붕없는 박물관’인 강화의 전등사, 마니산, 조양방직 등을 돌며 강화도만의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을·야경투어는 인천도시역사관 앞에서 출발해 인천대교를 지나 왕산마리나에서 낙조를 보고 되돌아오는 코스로, 오는 길에는 송도신도시의 빌딩 야경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월미바다열차와 연계해 인천항만공사의 에코누리호를 탑승하는 ‘월미바다 투어’, 인천시청 앞 광장인 인천애뜰을 경유하는 ‘인천애뜰 투어’가 눈길을 끕니다.

출처:인천광역시공식블로그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시티버스 노선을 시범 운영 중인데 표가 매진될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전했습니다.

광화문-인천 개항장-바다열차 체험-월미도 유람선(영종도로 이동)-파라다이스시티(영종도)-인천대교-송도 센트럴파크로 이어지는 코스 외에 광화문에서 출발해 개항장-바다열차-에코누리호 탑승 관광(항만공사 운영 홍보선)-송도 G타워 전망대-송도 수상택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노선도 내년에 새롭게 선보입니다. 또 서울 강남·잠실역을 시작으로 소래습지 공원, 양떼 목장, 소래포구, 인천시청 광장, 부평 문화의 거리를 둘러볼 수 있는 신규노선도 편성 예정입니다.

시티투어는 여행자가 낯선 도시의 관광 명소와 쇼핑거리 등을 효율적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한 시내 순환관광 프로그램입니다. 여행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도시의 관광자원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이점이 있죠.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인천시티투어, 브랜드 인지도 낮다
중부일보, 2019.4.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인천핫플] 인천 시티투어 버스타고 떠나는 ‘소확행’
인천투데이, 2019.7.1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텅 빈 ‘시티투어’ 노선 바꿔 승객 유치
인천일보, 2019.10.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사설] 발상의 전환 필요한 인천시티투어
인천일보, 2019.10.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서울까지 보폭 넓히는 ‘인천시티투어’
경인일보, 2019.10.3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아트센터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아트센터 인천’이 오는 16일 개관 1주년을 맞습니다. 인천시가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능가하는 공연장을 세우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한 아트센터 인천은 지난 1년간 세계적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은 물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캐주얼 클래식까지 40여 회의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마에스트로가 지휘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외관은 ‘컬러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시간의 흐름을 견디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국내외 예술계에서 주목받을 정도로 뛰어난 음향 시스템을 갖춘 콘서트홀은 조개껍질을 형상화했습니다. 빈야드(Vineyard)와 슈박스(Shoebox) 스타일의 장점을 혼합해 객석 1,727개를 설계하고 측벽 반사음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콘서트홀 3층 구석 자리나 1층 로열석 어디에 앉든 편차 없이 고른 음향을 유지해 독주와 실내악은 물론 대편성 오케스트라까지 완벽한 사운드를 선사합니다.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은 ‘2019 인천광역시 건축상’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상층 다목적홀을 비롯한 다양한 공간,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 야외 광장과 연결되는 바닷가 데크 등 건축물이 갖는 미학적 요소 덕분에 아트센터 인천은 드라마의 로케이션 장소로도 활용됐습니다. 지난 5월부터 방영된 KBS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 외에도 인천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각종 환영 리셉션, 광고 및 영화 촬영지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아트센터 인천 외관
(출처 : 머니투데이)

아트센터 인천은 지난해 11월 인천시립교향악단(지휘 이병욱)과 이탈리아의 명문 악단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협연 조성진)의 연주를 선보이며 문을 열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최초로 세계 유명 극장의 오프닝 화제작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천지창조(The Creation)’를 유치해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이어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3월)을 초청하여 클래식 마니아층에게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반기에도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작품들이 라인업 됐습니다. 드레스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율리아 피셔의 7월 공연을 시작으로 9월 벨체아 콰르텟와 10월 레자르 플로리상&윌리엄 크리스티의 ‘메시아’로 관객들에게 고품격 클래식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시민에게 친숙한 클래식 공연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마티네 콘서트(3월~11월, 총 5회), 최수열 지휘자&김성현 기자의 모차르트 모자이크(4월~12월, 총 5회), 키즈 클래식(5월/8월) 등 다채로운 공연을 마련한 것도 눈에 띕니다. 10월 15일에는 인천 시민의 날을 기념해 공연장 안팎에서 진행된 ‘원데이 페스티벌’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오는 11월과 12월에는 잉글리시 콘서트&조수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조성진, 안드라스 쉬프&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 오케스트라 등 동시대 최고 아티스트의 공연이 펼쳐집니다.

2019년 아트센터 인천의 평균 객석점유율은 70%가 넘었습니다. 크리스티안 짐머만,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조성진, 잉글리시 콘서트&조수미 공연은 전석 매진되고 신년음악회, 콘서트 오페라 ‘라보엠’, 원데이 페스티벌, 인천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하는 개관 1주년 기념 음악회, 나윤선 크리스마스 콘서트 등도 평균 80~90% 이상의 예매율을 기록했습니다.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
(출처 : 뉴데일리)

12월 13일과 14일 이틀간 펼쳐지는 ‘라 보엠’은 연극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음악 중심으로 공연되는 콘서트 형식의 오페라입니다. 아트센터 인천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콘서트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매년 12월이면 전 세계 오페라 무대에 오르는 ‘라 보엠’은 ‘나비부인’, ‘토스카’와 함께 푸치니 3대 오페라로 꼽힙니다. 프랑스 뒷골목을 배경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작품은 ‘내 이름은 미미’, ‘그대의 찬 손’과 같은 잘 알려진 아리아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이번 공연은 2015년 제노바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 “최고의 미미”로 인정받은 소프라노 홍주영과 빈 국립극장 주역 가수를 거쳐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테너 정호윤이 출연해 더욱 눈길을 끕니다. 이호준, 강은현, 전승현, 안대현, 이준석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성악가와 홍석원 지휘자가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 심포니 콰이어 코리아, 위자드콰이어 어린이 합창단도 최고의 무대를 위해 준비 중입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유럽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한 나윤선은 ‘나윤선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통해 2년 만에 팬들 앞에 섭니다. 이번 공연은 지난 4월에 발매한 정규 10집 앨범 ‘이머전(IMMERSION)’ 월드투어 콘서트 일환으로 유럽과 미주 투어에 이어 12월 27일에 아트센터 인천을 찾습니다. 월드투어 멤버로 호흡을 맞춘 토멕 미에르나우스키(Tomek Miernowski 기타, 피아노)와 레미 비뇰로(Rémi Vignolo 더블베이스, 드럼)가 함께해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천지창조’ 한 장면
(출처 : 인천일보)

아트센터 인천 공연기획 박지연 팀장, 이학규 아트센터인천 운영단장, 이원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등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정동의 컨퍼런스하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에 연간 60회 이상의 기획공연을 유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기획공연 예산을 올해 28억에서 37억으로 대폭 늘리고 지역 공연장의 한계에서 탈피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해외 우수작과 세계 최정상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놓겠다는 포부도 전했습니다.

2020년 3월에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베주이덴호우트, 소프라노 로빈 요한센, 스코티시 챔버 오케스트라와 오보이스트 프랑스와 를뢰 등 유수의 해외 단체와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릅니다. 미취학 아동이나 여성 등 맞춤형 시리즈, 광복 70주년,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등 역사성과 시대성을 반영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예정이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은 기념 페스티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기량을 갖춘 국내외 연주자들의 독주, 듀오, 실내악의 소규모 편성 곡들도 집중적으로 소개됩니다. 구체적인 2020년 라인업은 운영위원회를 거쳐 11월 말 정식 공개할 계획입니다.

(출처 : 스포츠서울)

아트센터 인천은 콘서트홀에 이은 2단계 사업으로 오페라하우스(1,439석 규모)와 뮤지엄(연면적 1만5145.62㎡)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향후 복합쇼핑공간 아트포레 단지까지 조성해 글로벌 복합문화공간으로 도약할 예정입니다. 오페라하우스와 뮤지엄은 기반 공사를 마쳤지만, 아직 재원 확보 방안이 불투명합니다. 이원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착공하면 2년 이내 완공이 가능하다”며 “글로벌 도시를 지향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걸맞게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공연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학규 아트센터 인천 운영준비단장은 “대형 공연의 약 60%가 서울 관객”이라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최고의 공연을 올리다 보니 외부에서도 찾아오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문화 예술 분야에서 역외 소비가 만연했던 인천에 큰 변화가 생긴 셈입니다.

글 / 이재은 뉴스큐레이션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아트센터 인천 “2020년 기획공연 60회, 예산 37억”
뉴데일리, 2019.11.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인천문화읽기] 개관 1주년 맞은 ‘아트센터 인천’
인천일보, 2019.1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아트센터 인천 1년 절반의 성공
국민일보, 2019.10.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출발 불안했던 아트센터인천 “내년 기획 공연 60회로 늘린다”
중앙일보, 2019.10.3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2019년 연말 장식 위한 ‘아트센터 인천’ 마지막 공연 두편 소개
매일일보, 2019.10.1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2019 노벨문학상

지난해 노벨문학상 선정 종신위원의 남편이 성(性) 추문에 휩싸이고, 내부 부정회계 갈등이 불거지면서 수상자 공표를 한 해 미룬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10일 두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57)와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77)가 그 주인공입니다.

2018년 맨부커상 수상에 이어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카르추크는 1962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바르샤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신화와 전설, 외전(外典),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해 인간의 실존적 고독, 소통 부재, 이율배반적인 욕망 등을 섬세한 시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먼저 주목할 만한 작품은 『태고의 시간들』(1996)입니다. ‘태고’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20세기의 야만적 현실을 마주한 주민들의 삶을 84편의 짧은 장편(掌篇)으로 기록했습니다. 1‧2차 세계대전, 전후 폴란드 국경선의 변동, 냉전체제와 사회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건들이 신화와 어우러져 장엄한 우화를 완성합니다. 이 작품은 폴란드에서 40세 이전 젊은 문인들에게 주는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공통분모로 100여 편의 글을 씨실과 날실로 엮은 『방랑자들』(2007)은 2007년 폴란드 최고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에 이어 2018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에 빛나는 작품입니다. 『죽은 자들의 뼈에 쟁기를 끌어라』(2009)도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체코와 폴란드 국경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추리소설로, 에코 페미니즘 성향이 도드라집니다. 작가는 동식물을 인간과 동등한 생태계의 일원으로 인식하며 자연 파괴와 동물 사냥을 일삼는 인간의 잔인성에 준엄한 경고를 보냅니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문화인류학과 철학에 조예가 깊고, 특히 칼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설이야말로 국경과 언어,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심오한 소통과 공감의 수단”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네요.

올가 토카르추크
출처:뉴시스

페터 한트케는 1942년 오스트리아에서 출생했습니다. 그라츠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다가 4학년 재학 중에 쓴 소설 『말벌들』로 등단했습니다. 1960년대 말 독일 문학의 주류였던 참여문학에 반대하고(그해 미국에서 개최된 ‘47그룹’ 회합에 참석해 당시 서독 문단을 이끌었던 47그룹의 참여문학에 맹렬한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언어내재적 방식에 주목해온 작가입니다.

한트케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그가 24세에 집필한 희곡『관객모독』입니다. 1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서너 사람이 아무렇게나 입고 나와 관객에게 말을 걸며 잡담을 늘어놓는 형식을 취합니다. 1960년대에 지배적이던 교훈적 연극에 반기를 든 것으로 연극 자체에 집중하면서 배우와 관객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했습니다.

골키퍼 출신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1970)에는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며 납득하기 힘든 언행을 일삼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독일어로 쓰인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1972년에 빔 벤더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습니다. 오랜 우울증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소망없는 불행』(1972)도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한 여성이 억압적 굴레에서 벗어나 자기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렸으며 한트케는 이 작품을 영화로도 제작했습니다.

근작인 『야고보서』(2014)는 역사 소설가로서의 역량을 입증한 작품입니다. 18세기 폴란드-리투아니아 공화국 시대에 메시아를 자처하며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를 통합하려 했던 유대인 ‘야쿱 프랑크’와 그 주변 인물들의 삶을 추적합니다. 부제는 ‘일곱 국경과 다섯 언어, 그리고 세 개의 보편 종교와 수많은 작은 종교들을 넘나드는 위대한 여정’이네요.

페터 한트케는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1967년 게르하르트 하웁트만 상, 1972년 페터 로제거 문학상, 1973년 실러 상 및 뷔히너 상, 1978년 조르주 사둘 상, 1979년 카프카 상, 1985년 잘츠부르크 문학상 및 프란츠 나블 상, 1987년 오스트리아 국가상 및 브레멘 문학상, 1995년 실러 기념상, 2001년 블라우어 살롱 상, 2004년 시그리드 운세트 상, 2006년 하인리히 하이네 상 등 많은 상을 석권한 바 있습니다.

페터 한트케
출처:연합뉴스

페터 한트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반발하는 무리도 있습니다. CNN과 로이터통신 등은 10월 11일(현지시간) 수상 철회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친세르비아 성향 가정에서 태어난 한트케는 ‘발칸의 도살자’로 불렸던 전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 대통령 밀로셰비치(1941~2006)를 옹호해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밀로셰비치는 1990년대 유고 내전 당시 세르비아 민족주의와 소패권주의를 내세워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 발칸 곳곳에서 인종 학살을 자행했습니다. 알바니아계를 상대로 ‘인종 청소’를 벌이는 등 20만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300만 명을 난민으로 전락하게 만들었습니다.

밀로셰비치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한트케는 밀로셰비치가 전범 재판을 기다리다가 구금 중 숨을 거두자 그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읽기도 했습니다. 대량학살을 주도한 범죄자를 옹호했다는 논란이 일자 한트케는 “밀로셰비치는 영웅이 아닌 비극적 인간이다. 나는 작가일 뿐 재판관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이로 인해 더 큰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학살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한림원의 결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생존자들은 “부끄러운 일이다”며 한림원 측에 노벨문학상 선정 취소를 촉구했고 유고 내전 피해자 측인 코소보의 블로라 치타쿠 주미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훌륭한 작가들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노벨위원회는 하필 인종적 증오와 폭력의 옹호자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며 “증오를 토해내는 이들을 옹호하거나, 정상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코소보에서 출생한 젠트 카카즈 알바니아 외무장관도 “인종청소를 부인하는 인물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하다니 끔찍하다”며 “2019년에 우리가 목격하는 이 일은 얼마나 비열하고 부끄러운 행태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코소보에서 학살된 알바니아인 장례식
출처:연합뉴스

무등일보에 ‘노벨문학상 논란 착잡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실은 조덕진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국장은 글머리를 “인류가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 것인가”로 시작했습니다. 그는 “문학 인사들의 심각한 친일 행적과 해방 후 남한 사회에서 이들이 사회적 권력을 독식해온 것을 지켜본 우리로서는 남 일 같지 않다”며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엔 이들의 친일 행각을 꺼낼 수도 없었다. 독재정권의 레파토리가 ‘정치는 정치고 문학은 문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1세기, 세계 최고의 독립적이고 존경받는 재단이 같은 단어와 뉘앙스를 들고나온 건 세기의 불행이다. (중략) ‘정치상이 아니’라는 노벨위원회의 설명은 인류에게 불행하다. 비정치적이어서가 아니라 너무 정치적이어서다. 인류나 생명에 대한 존중이 어떠하든, 기교만 빼어나면 된다는 메시지를 줄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매츠 말름 스웨덴 한림원 상임비서는 “수상자는 문학적, 미적 기준으로 선정됐다”며 “정치적인 고려사항과 문학적 우수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은 한림원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해명했습니다. 한림원 일원인 안데르스 올손도 “이는 정치적인 상이 아니고 문학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네요.

서점에 진열된 올가 토카르추크와 페터 한트케의 작품들. 수상 전 1주일에 한 권씩 팔리던 책이 수상 이후 나흘 동안 828권, 607권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각각 118배와 87배 증가했습니다. 구매하는 연령은 40대가 35.8%, 38.3%로 1위를 차지했고, 남녀성별은 4대 6 정도로 여성 독자의 비중이 조금 높았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글 / 이재은(뉴스큐레이션)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동시에 발표된 2018‧2019 노벨문학상…인간의 실존 탐색한 토카르추크, 선정 1년만에 수상
백세시대, 2019.10.1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전범 옹호자’ 노벨문학상 논란…“수치” vs “정치상 아냐”
연합뉴스, 2019.10.1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윤성은의 문화읽기> 노벨문학상 수상자 논란‥대표작에 관심
EBS뉴스, 2019.10.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문학상 어디까지 알고 있니? 노벨상밖에 모르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
북DB, 2019.10.1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노벨문학상 논란 착잡하다
무등일보, 2019.10.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올 노벨문학상, 폴란드 토카르축·오스트리아 소설가 한트케 수상
뉴시스, 2019.10.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K문학

2019년은 한국과 스웨덴이 수교 60주년을 맞은 해입니다. 이를 기념해 한국은 지난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예테보리 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초청받았습니다. 한강 · 김언수 · 진은영 · 김금희 · 김숨 · 김행숙 · 신용목 등의 시인과 소설가를 비롯해 김지은 · 이수지 · 이명애 등의 그림책 작가 등 17명의 저자가 도서전에 참석했습니다. 1985년에 시작한 예테보리 국제도서전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국제도서전입니다. 1만1000㎡(3,300평) 규모의 전시장에 38개국, 800여 개 기관과 회사가 참가했고, 나흘 동안 8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습니다.

약 52평 규모로 마련된 한국관에는 한국 도서 77종과 그림책 54종이 전시됐습니다. 한국관 설계를 맡은 함성호 건축가는 다른 전시공간과 달리 바닥을 1도 기울여 ‘우리는 모두 운명의 경사에 놓인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는 존재들’이라는 주제를 공간에 표현하였습니다. 도서전에서는 4일간 300개가 넘는 세미나가 열렸고 한국 문인들의 대담에 시민과 출판 관계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노벨상의 나라 스웨덴은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로 꼽힙니다. 국민 연평균 독서율이 90%에 육박해 세계 1위이며, 공공 도서관 이용률 역시 세계 1위입니다.

스웨덴의 유명 문예지 ‘10TAL’은 최근 한국문학 특집호를 발간했습니다. 캐나다 그리핀시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을 포함해 김행숙 · 신용목 · 안상학 · 박준 · 김이듬 시인의 시와 한강 · 김영하 · 배수아 · 김금희 · 조남주의 소설을 수록했습니다. 스톡홀름에서 열린 ‘10TAL’ 주최 북토크에 참석했던 김행숙 시인은 “강연 시간보다 질문 시간이 더 긴 만큼 스웨덴 독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현지에서 한강 작가의 인기는 뜨거웠습니다. 세미나 신청자 수가 넘쳐 많은 이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고, 세미나 후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이들이 길게 줄을 이었습니다. 201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스웨덴어 번역본은 K-문학의 싹을 틔운 작품으로 오디오북, 전자책을 포함해 약 2만5천부가 팔렸습니다.『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외에 9월 중순에는 『흰』도 출간됐습니다.『흰』은 소설과 시, 에세이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지닌 작품으로 작가는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자전적인 아픔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초에 우리는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구분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언급한 한강의 세미나는 ‘사회역사적 트라우마’라는 주제로 펼쳐졌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큰 이야기 같지만 내겐 그게 개인적인 책이다. 또한 『채식주의자』는 한 개인의 내면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치적인 이야기다.” 2014년에 펴낸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서다 죽은 중학생과 주변 인물의 참혹한 운명을 다뤘습니다.『채식주의자』는 가부장제에 짓눌려 개인을 잃어가는 한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2016년 맨부커상을 받았습니다.

 

375석을 가득 채운 소설가 한강 세미나(좌), 스웨덴 독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소설가 한강(우)
출처 : 중앙일보

김언수 작가의 범죄스릴러 『설계자들』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설계자들』의 스웨덴어판 편집자 한스올로브 외베리는 “하드보일드한 북유럽 문학과 다르게 한국 스릴러는 서정성과 짜임새를 고루 갖춘 ‘이상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릴러 강국’이라 불릴 정도로 장르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탓에 도서전 주최 측에서는 김 작가를 꼭 소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김언수는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국력이 세진 결과”로 해석했습니다. “프랑스에 갔을 때 젊은이들이 BTS의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내 책을 사 갔다. 책이란 한 나라의 문화를 파는 것인데, 문화 국력이 커지면서 세계인들이 한국문학도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예비사절단으로 스웨덴에 방문한 적 있는데 그때의 북토크 장면을 잊지 못합니다. “작은 서점에서 진행한 행사였는데 작년에 했던 모든 문학 행사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숨 쉬는 소리도 안 들릴 정도의 집중도였다. 예테보리도서전을 운영해서 남은 돈으로 어마무시한 호텔을 지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20만 원짜리 티켓을 사서 북토크를 듣는, 책에 대한 관심이 어마무시한 나라다.”

소설가 김언수
출처 : 서울신문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의 소냐 호이슬러 한국어학과 교수는 “한국문학은 이미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 기관에서도 자발적으로 한국 작가를 초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문학이 세계문학 속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전에는 일본어가 가장 인기가 많고 그다음이 중국어였는데 요즘은 한국어가 중국어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K팝과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합니다. 호이슬러 교수는 독일 출신으로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했습니다. “구소련 레닌그라드대학에서 신라 향가와 한시 등 한국 고전문학을, 북한에서 한국어와 역사, 문화를 배웠다”는 그는 한국문학이 “내면을 다루면서도 사회적 문제를 아우른다”며 “한국 시는 한국문학의 주요한 자산으로 유럽에 비해 시인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말괄량이 삐삐』로도 유명한 스웨덴은 독서 진흥을 문화정책 1순위로 둡니다. 아만드 린드 스웨덴 문화부 장관은 도서전 개막식에서 “책을 읽지 않으면 인간에게 아주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고 믿는다. 정부는 책 읽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도서관은 문학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모두에게 열린 안식처”라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한국문학번역원 통계를 보면 한국문학의 수출은 2015년 94건(번역원 통해 수출된 서적 기준)에서 2017년 130건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입니다. 지금까지 스웨덴에 번역된 한국 문학은 33종으로, 1977년 김지하 시인의 ‘오적’에서 시작해 김소월 · 이문열 · 황석영 · 문정희 · 김영하 · 한강 등의 작품이 소개되었습니다. 40여 년 동안 한 해에 책 한 권도 번역되지 못한 것인데 윤부한 한국문학번역원 해외사업본부장은 그 이유를 “번역가가 없는 것”으로 꼽습니다. 스웨덴에서 한국문학의 입지가 좁고, 문학작품을 번역할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2014년에 한 학년에 25명이었던 스톡홀름대 한국어과 인원이 지금은 60명 정도 늘었다며 그는 “좋은 번역가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은 “과거 역사적 특수성에 갇혀 있던 한국 작품이 점차 세계 수준의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다. 역동성과 깊은 철학을 갖춘 한국 문학이 북유럽에도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한반도의 특수성에 갇히지 않고 삶과 세계를 감각해 내는 섬세함이 세계적 수준의 보편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열렬한 관심,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기 등이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글 / 이재은(뉴스큐레이션)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스웨덴 예테보리 국제도서전 주빈국 초청된 한국문학… K-문학, 북유럽을 물들이다
동아일보, 2019.09.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한강 작품 다 읽었어요”… 스웨덴서 확인된 K문학 위상
국민일보, 2019.09.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예테보리도서전 폐막…북유럽서 ‘K북’ 가능성 확인
연합뉴스, 2019.09.2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개인적인 것이 곧 정치적인 것” 소설가 한강에 큰 관심
중앙일보, 2019.09.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소냐 호이슬러 “스웨덴 사람들, 한국의 아동문학 스스로 찾아 읽어요”
경향신문, 2019.09.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스릴러 강국’에 뜬 K스릴러… 김언수 “이야기 기근의 시대, ‘현찰적 관점’으로 장편 써야”
서울신문, 2019.09.2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일본풍

지난 8월 30일, 인천 중구청 앞 인도에 있던 일본풍 조형물이 철거됐습니다. 일본 복고양이(마네키네코)와 인력거 동상이 그것입니다. 중구는 2014년 개항장 거리를 찾는 관광객이 사진 찍는 장소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이 조형물들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개항장 일대를 지나치게 일본풍으로 치장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노역하는 조선 청년과 인력거를 관광 기념용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이 일대는 1883년 제물포항 개항 뒤 일본 조계지가 들어섰던 곳입니다. 중구는 지난 2007년 4억 3천여만 원을 들여 구청사와 주변 일대를 개항장 거리로 꾸몄습니다. 100년 넘은 오래된 건물이 남아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구청 정문 앞 건물 14곳을 일본풍으로 리모델링해 일본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항장은 서구열강을 비롯한 제국주의의 패권 쟁탈장이었습니다. 1905년 이후의 인천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교두보이자 수탈의 관문이기도 했고요. 당시 인천은 ‘조선 안의 작은 일본’, ‘해외의 소일본(小日本)’으로까지 불리기도 했습니다. 중구의 일본 조계지는 일본이 조선의 물자를 침탈했던 대표적인 장소였지만 중구가 관광사업에 급급할 뿐 역사를 알리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인력거꾼과 고양이상 조형물
출처:조선일보

지난 8월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즐거운 사진 찍기용 소품으로 강제노역 중인 조선 청년의 인력거 대신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영사관에서 퇴근해 나오는 왜의 관리를 기다려 태우고, 용동 권번으로 달려 나갈듯한 태세입니다. 이마에 헝겊을 질끈 동여 맨 젊은 인력거꾼이 걸친 왜색 윗옷에는 ‘인간의 힘(닌겐노치카라)’라는 히라가나가 적혀 있습니다. 버선발 대신에 왜의 전통 신발류인 ‘타비’를 신고 있습니다. (중략) 인력거는 하층 노동을 표징합니다. 이 하층 노동에 종사해야 한 자는 식민지 조선반도에 강점자로 쇄도해 온 일인들이 아닙니다. 조선청년입니다.”

인력거는 1894년(고종 31년) 일본인 하나야마(花山帳場)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총 열 대가 서울 시내 및 서울과 인천을 오갔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일본인이 인력거를 끌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 하층 계급 청장년들이 인력거의 손잡이를 잡아야만 했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죠.

“비영리시민단체 ‘NPO 주민참여’는 인천 중구청에 공식적으로 요청합니다.

왜의 제국주의적 가치가 몰입된 옛 왜 영사관 앞에 ‘강제로’ 설치한 인력거를 철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자리는 역사적 가치를 지켜내야 할 장소입니다. 일제가 겁박하여 열린 그 바닷길 끝에는 왜국의 섬이 맞닿아 있는 특별한 곳입니다. 2014년에 유엔시민권리위원회는 왜국군에 의한 ‘강제 성 노예’를 인정하고 (사과토록) 권고하였습니다. 충격적입니다.

인천 중구청은, 유엔시민권리위원회가 ‘강제 성 노예’를 인정하고 권고한 그 2014년 6월 14일에 ‘수탈과 도륙의 옛 감정을 되살려내는 왜 영사관’ 앞에 조선청년을 무릎 꿇게 하였습니다(인력거를 쥔 청년은 한쪽 무릎을 지면에 꿇고 있습니다). 이 인력거 동상을 보며 굴욕적인 감정을 갖는 건 이상한 지나친 ‘국뽕’일까요?”

2019년 9월 15일 20시 현재 363명이 동의했다
출처: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올해 중구는 백범 김구 역사거리 조성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백범을 통해 일제침탈의 역사를 인천 개항장에 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강제노역에 시달리던 감리서를 탈옥해 서울로 피신했던 백범의 발자취를 찾아 10여 명의 사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이와 함께 3·1운동 100주년을 계기로 한 개항장 일대의 독립운동 콘텐츠도 중구의 관심거리입니다. 개항장을 단순한 관광자원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한국의 문화유산 가운데 일제강점기나 냉전시대와 관련된 근대문화유산은 첨예한 논란거리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유산과 유물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관점에 선 사람들은 문화재 지정 해제나 철거를 주장합니다. 반면 아픈 과거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보존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은 전자를 “일제의 식민통치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유산이나 유물까지 수탈의 잔재나 치욕스러운 과거로 치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거나 패배주의적 역사의식의 소산이다. 이런 논리라면 식민지 근대를 경과하면서 형성된 일체의 문화, 그 시대를 겪으며 형성된 주체인 우리의 정신까지 모두 부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후자의 보존론도 일면적이기는 마찬가지라고 강조하면서 “해방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은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등의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나 배상을 하고 있지 않다. 독도영유권을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도 깊다. 막연한 향수나 과거지향적 동경으로 역사 문화 자원을 활용하다가는 식민지배와 침탈의 역사를 합리화하거나 미화하는 식민사관으로 기울기 십상”이라고 덧붙입니다.

개항을 기점으로 근대가 시작되었지만, 그때부터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개항장에서 보존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존된 유산에서 되새겨야 할 역사적 교훈이 무엇인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네요.

조형물 철거 후의 모습
출처:인천in

중구는 조형물을 당분간 창고에 보관할 예정입니다. 김재익 부구청장은 “아직 어떻게 처리할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설치했고(인력거와 고양이 각각 1900만원과 800만원), 그동안 관광객에게 인기를 끈 데다 반일 여론이 잦아들면 재설치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고 합니다.

일부 상인은 철거에 반발하면서 “중국 분위기가 물씬 나는 차이나타운이나 일본풍의 이곳 개항장 거리나 주목적은 관광객 유치 아니냐”며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는데 왜 철거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앞서 인천 중구는 역사학자 4명에게 조형물의 철거와 유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각각 2:2로 동일한 의견을 주었다고 합니다.

출처:시사저널

글 / 이재은 (뉴스큐레이션)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경인칼럼]근대문화유산과 식민잔재의 딜레마
경인일보, 2019.9.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썰물밀물] 김 첨지의 인력거
인천일보, 2019.9.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중구청 앞 인력거 동상 대신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경기신문, 2019.8.2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인천선 일본풍 조형물 철거… 경기도는 ‘전범 기업 스티커’ 통과
조선일보, 2019.8.3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사설]일본 조형물 철거 계기로 개항장 역사 되돌아 봐야
경인일보, 2019.9.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단독]인력거꾼‧복고양이 조형물, ‘짬짜미 계약’ 의혹
시사저널, 2019.9.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월미바다열차

‘월미바다열차’가 오는 10월 8일 정식 개통합니다. 인천역을 출발해 월미공원 입구와 문화의 거리, 이민사박물관 등 4개 역 6.1킬로미터 구간을 최고 18미터 높이 궤도에서 달립니다. 무인차량 2량 1편성으로 운행하며, 1량의 승객 정원은 23명입니다. 크기가 작은 꼬마열차로 35명이 탑승하던 기존 전동차와 달리 량당 23명, 1편성 46명이 정원입니다. 모두 여덟 개의 차량이 4편성으로 운영되며 연간 95만 명을 수송할 수 있습니다. 평균 속도는 시속 14.4킬로미터로 전 구간을 순회하는 데 약 35~40분이 걸리며 운행 간격은 10분입니다. 열차에는 안전요원이 상시 탑승합니다.

좌우 흔들림이 컸던 기존의 Y자형 레일에 보조레일 2개를 추가해 탈선을 방지했습니다. 열차 상호 간격이 500미터 이내면 시속 9킬로미터로 감속하고, 200미터 이내면 멈춥니다. 화재에 대비해 좌석은 불연재로 제작했고 초속 2미터 이상 강풍이 불거나 진도 4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 정지합니다. 교통약자를 위한 휠체어 고정벨트도 있습니다. 요금은 성인 8,000원, 청소년·노인 6,000원, 어린이 5,000원, 국가유공자·장애인 4,000원입니다. 올 연말까지 할인가를 적용하며 별도의 비용 없이 재탑승이 1회 가능합니다. 매주 월요일은 쉬고요.

 

출처:헤럴드경제, 세계일보

월미바다열차를 타면 기네스에 등재된 세계 최대 야외벽화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인천항 7부두에 있는 곡물창고 벽화(사일로 슈퍼그래픽)는 전체 외벽 면적이 2만5000㎡로 축구장 4배 크기와 맞먹습니다. 규모도 놀랍지만 멀리서 눈에 띌 정도로 색색의 화려한 벽화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산업화 시대의 유산인 곡물 저장시설에 전문가 22명이 100일 동안 86만5400ℓ의 페인트를 쏟아부으며 아파트 22층 높이의 거대한 슈퍼그래픽을 탄생시켰습니다. 노후 산업시설을 유지하면서도 디자인으로 이미지를 개선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돼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2개(미국 IDEA·독일 iF 디자인 어워드)를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인천 개항의 상징인 내항 부두와 갑문, 월미산, 영종신도시와 인천대교, 서해를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건물 3층 높이인 열차 안에서 월미도 앞바다와 사일로(곡물 저장고) 벽화만 감상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나머지 구간에서는 지저분한 건물 옥상과 자재 등을 쌓아둔 인천항 야적장 등만 눈에 띈다네요. 월미바다열차와 연계된 관광 상품이나 마케팅도 현재 구체화한 게 없고요.

 

출처:연합뉴스

월미바다열차의 옛 이름은 월미은하레일입니다. 2008년 2월 월미관광특구 활성화 및 구도심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2009년 7월 인천에서 개최된 도시축전 행사에 맞춰 선보여야 했던 열차는 부실시공과 안전 문제로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습니다. 2008년 6월 30일 착공 당시 기자단의 전동차 시승까지 했으나 2010년 8월 17일 차량 안내륜 축 절손사고가 발생해 월미은하레일은 시험 운전이 중단됩니다.

안상수 전임 시장 시절 개통에 실패하고 송영길, 유정복 시장을 거치는 동안에 사업방식이 레일바이크, 8인승 소형모노레일로 각각 바뀌었습니다. 2017년 인천교통공사가 역사와 교각만 남기고 모두 철거해 새롭게 월미바다열차 사업으로 변경했습니다. 183억 원을 들여 재추진하기로 해 이제 달릴 준비를 모두 마치게 된 겁니다. 월미은하레일에 1,000억 원, 월미바다열차 차량 도입에 183억 원 등 막대한 예산과 지역사회 갈등이라는 논란을 딛고 월미도를 비롯한 인천 구도심의 관광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월미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6년 5만7,173명에 달했지만 2017년 5만355명으로 줄었습니다.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지난해에는 3만9,925명으로 수치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2019년도의 월미바다열차가 관광 효용성을 증대시킬지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중국인 중에는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들이 많아 바다 구간을 끼고 있는 월미바다열차가 최상의 관광지가 될 전망입니다.

 

출처:인천투데이

인천시는 인천 관광지의 메카였던 월미도의 인기를 되찾는 데 이끎이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관광해설사가 열차에 탑승해 철강부두(6부두), 갑문, 인천 내항 등을 이야기로 풀어줄 예정입니다. 2020년 개관하는 상상플랫폼, 2024년 수도권 첫 국립해양박물관인 인천해양박물관이 문을 열고, 중구·동구 원도심 재생사업인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까지 중단 없이 추진되면 월미도가 수도권의 대표 해양친화 관광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체험학습지로서도 손색이 없고요.

박남춘 시장은 “월미바다열차가 과거 수도권 관광 1번지로서의 월미도 명성을 되찾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학생들에게는 근대 산업 현장을 보여주는 체험학습의 장으로, 중장년층엔 옛 월미도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용객이 손익분기점(하루 1,700명)에 크게 못 미칠 경우 ‘세금만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공사 측은 “개통 이후 3년간은 적자에 시달리겠지만 이후엔 흑자 전환될 것이 틀림없다”고 공언했네요.

출처:연합뉴스

“이거다 저거다 말씀 마시고/ 산에 가야 범을 잡고 물에 가야 고길 잡고/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의 일본어 발음) 없이는 못 마십니다”

코미디언 고 서영춘 씨가 1960대에 유행시킨 일명 ‘사이다송’입니다. 인천을 다룬 노랫말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 가사의 실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월미도 앞바다에 사이다 부표를 설치하는 건데요, 월미바다열차 개통에 맞춰 볼거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난 3월 시 공무원 아이디어 공모전인 시정경연회에서도 인천 앞바다 사이다 부표, 내항 전망대 등으로 이색 관광 코스를 조성하자는 ‘월미산 꿰어서 보배 만들기’가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인천은 우리나라의 사이다 역사가 시작된 곳입니다. 1905년 일본인 히라야마 마츠타로는 중구 신흥동에 ‘인천탄산수제조소’라는 공장을 세워 ‘별표사이다’를 출시합니다. 이후 경쟁사 ‘마라무네제조소’가 ‘라이온 헬스표 사이다’를 내보내고 인천 탄산의 후신인 경인합동음료가 ‘스타 사이다’를 선보이는 등, 1950년 서울 칠성사이다가 출시되기 전까지 인천은 사이다 업계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시는 사이다 조형물을 대형 부표로 만들어 바다에 띄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항만 당국이 선박 운항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이에 월미도 문화의 거리 앞 해변 데크에 사이다 조형물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글 · 이미지 / 이재은 (뉴스큐레이션)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10년간 멈췄던 인천 월미바다열차 10월 8일 달린다
세계일보, 2019.8.3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차장칼럼]10년만에 개통하는 ‘월미바다열차’
아시아경제, 2019.9.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사설]월미바다열차의 성공 조건
경인일보, 2019.8.2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 뜰까
인천일보, 2019.9.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 띄울까”…인천시, 관광진흥책 검토
연합뉴스, 2019.9.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손익분기점 ‘하루 1700명’ 월미바다열차… 지역상권 살릴까 혈세만 날릴까
한국일보, 2019.7.2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살롱문화

 살롱(Salon)은 프랑스어로 ‘방’을 뜻합니다. 17~18세기, 지성과 예술을 겸비한 이들이 ‘지적 대화’와 ‘사교 욕망’을 동시에 충족하던 공간이죠. 이러한 ‘살롱문화’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인문학 강좌, 독서토론, 글쓰기, 피아노 연주, 연극 워크숍 등을 함께 하며 교류합니다. 수백 년 전 프랑스의 살롱이 신분과 계층을 막론한 이해의 장이었듯, 현대판 살롱 역시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나이와 성별, 직업을 막론하고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죠.

역사적으로 살롱문화는 ‘사교의 장’, ‘대화의 장’, ‘지적 토론의 장’, ‘계층 간 이해의 장’ 등 근대를 변화시킨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었습니다. 17세기 프랑스에서 처음 등장한 살롱은 여성 주도의 문학 공간이었는데요, 가벼운 술을 곁들인 식사와 함께 문학 서적을 읽고 토론하곤 했습니다. 초기의 살롱이 문학에 중점을 두었다면 한 세기가 지난 뒤부터는 새로운 사상을 창출하고 전파하는 전령사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문화는 20세기까지 이어져 영화의 새 물결을 만든 프랑스의 ‘누벨바그’를 탄생시키기도 하죠. ‘68혁명’의 기틀이 여기서 나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18세기 프랑스의 시민 출신인 조프랭 부인이 운영했던 살롱. 당대 최고의 지성인들이 출입했던 담론의 장이었다.
출처 : 서울신문

한국판 살롱문화의 시작으로는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트레바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2015년 회원 80명으로 시작해 4년 만에 유료 회원이 약 5600명까지 늘었습니다. 대중에게 알려진 이가 호스트가 돼 이야기 주제를 던지면 이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뒤 오프라인 공간에서 토론합니다. 멤버들은 한 달에 한 번 책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독후감을 늦게 내거나, 아예 내지 않으면 참여를 제한받는 등 규정도 엄격합니다.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취향관’은 유료 회원제 사교 클럽을 표방합니다.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참가비를 내면 취향관의 멤버가 될 수 있죠. 1980년에 지어진 2층 양옥집을 개조한 도심 속 아지트에서 정해진 기간에 ‘영화 비평’, ‘지나간 시간에 보내는 편지 쓰기’, ‘시를 읽고 연상되는 사진 찍기’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게 됩니다.

‘묻고토론한다’의 ‘문토’ 또한 소셜 살롱을 지향합니다. 문토가 여타의 모임과 다른 점은 “좋아하는 것이 명확하며, 주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리더가 함께한다는 겁니다. “현대 미술 모임에서는 미술 전문지 에디터가 리더로 참가해 동시대 현대 미술의 지금을 살펴보고 미술관에서 작품을 함께 관람”하는 방식입니다. 요리·미식, 경제·경영, 음악, 글쓰기, 드링킹(Drinking) 등 문토에서 즐길 수 있는 범위는 꽤 넓습니다.

‘버핏서울’은 살롱문화에 운동을 결합하고, ‘다노’는 다이어트와 커뮤니티에 살롱을 적절히 섞었습니다.

취향관의 콜라주 포스터 만들기’()생략하며 그리기’() 활동 모습
출처 : 서울경제

문토의 다양한 커뮤니티 모임
출처 : 데일리팝

살롱은 취향 공동체의 다른 이름입니다. 취미가 여가를 소비하는 ‘거리’를 일컫는다면, 취향은 좋아하는 무언가로 물질세계와 정신세계를 만나게 합니다. 살롱문화에서는 가족이나 이웃, 직장에서 맺은 관계와 달리, 적극적이고 자의적인 연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속박하지 않고 언제든 쿨하게 돌아설 수 있는 느슨한 교감을 나누는 거죠. 유민영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겸 에이케이스 대표는 “느슨한 네트워크는 힘이 세다”고 말합니다. “특수한 경험의 축적이 새로운 분류 기준”이며, “특별한 커뮤니티가 자산”이 된 겁니다.

살롱은 ‘광장’과 ‘밀실’ 사이에 존재합니다. 광장이 완전 개방된 공간이고, 밀실이 배타적 속성을 지닌 폐쇄적 공간이라면, ‘살롱’은 취향이라는 필터로 한 번 걸러진 이들을 위한 ‘반(半) 개방성’의 공간입니다. 객관적인 정보와 지식은 인터넷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자기만의 스토리와 주관적인 경험이 더 값지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살롱에 모입니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같은 경험, 다른 생각’을 알고, 자기만의 틀 밖으로 나가는 것이 이들이 추구하는 지점입니다.

출처: 노컷뉴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은 IT에 능숙하고 교육 수준이 높습니다. 하지만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특징도 갖고 있죠. ‘평생직장’이 사라진 요즘, 소속감을 맛보기 어려워진 이들은 살롱문화를 통해 ‘울타리 쳐진’ 느낌을 받는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탑클래스의 김민희 기자는 “그들은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떨 때 기쁘고 어떨 때 감동을 하는지 등 마음의 소리 청취에 강하다.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은 곧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취향 공동체인 살롱문화의 주축이 밀레니엄 세대라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TV와 신문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에 믿음이 높지 않은 밀레니얼 세대는 SNS 등의 플랫폼에서 신뢰할 만한 이들을 찾습니다. 그들을 팔로우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죠. 모바일을 통해 정보의 대부분을 습득하는 이들에게 SNS 플랫폼은 훌륭한 마케팅 창구입니다. 이 세대는 자신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에 인색하지 않습니다. 영혼의 양식이 되고 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겁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른바 ‘룸살롱’이나 ‘헤어살롱’을 연상케 하던 살롱이 본연의 의미와 역할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자체도 살롱의 유행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대구의 혁신 신약 전문가들의 학술토론 모임은 ‘혁신신약살롱’, 성북정보도서관 2층은 ‘성북살롱’, 완주군 팝업 스페이스는 ‘누에살롱’, 경주시 관광두레사업은 ‘관광두레살롱’입니다. 파주시는 5060을 위한 문화공간을 ‘꽃보다 문화살롱’으로 명명했습니다. BMW의 자동차 관련 프로그램 이름은 ‘오토살롱’이네요.

지난 7월, 인천시가 개관한 ‘개항살롱’은 개항장 도시재생 사업 관련, 주민과 관광객, 전문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중구 자유공원서로 37번길에 자리 잡은 개항살롱은 2층 주택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주민커뮤니티 공간과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누들플랫폼 건립사업, 제물포구락부 재활용 사업 등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 정보를 얻을 수 있죠. 더불어 개항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LG전자는 살롱문화를 도입하며 조직 혁신에 나섰습니다. 지난 6월 서울 양재동 서초 연구개발 캠퍼스 1층에 ‘살롱 드 서초’를 열었는데요, 연구원들이 소속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자기의 생각과 지식을 나누고 문화 활동을 즐기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살롱 드 서초’는 광장을 모티브로 설계해, 계단형 좌석에 의자와 테이블을 배치하고 대형 사이니지 디스플레이도 설치했습니다. 임직원들은 이곳에서 LG 테드, 문화공연, 기술 세미나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죠.

서울 양재동 서초R&D캠퍼스 1살롱 드 서초에서 한 직원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출처 : 한국일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 운영하는 신사복 브랜드 ‘캠브리지 멤버스’는 강남 플래그십 매장을 ‘살롱 캠브리지’로 재단장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살롱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존으로 구성했죠. 디자인, 패션, 건축 등을 다루고 있는 서적은 물론 LP로 올드 팝도 즐길 수 있습니다. 살롱문화에 빠질 수 없는 차와 커피를 마시는 공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고객이 지불하고 싶은 만큼 결제하여 모은 커피 수익금은 NGO 단체에 기부됩니다. 관계자는 “패션을 즐기는 남성 고객들에게 이 시대의 살롱문화를 제안하면서 40년을 함께 해온 고객들에게는 향수를, 그 가치를 지켜나갈 새로운 고객들에게는 뉴트로의 진수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네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출처 : 이데일리

한국의 살롱문화가 2~30대를 주축으로 확산하고 있다면 고령사회인 일본은 노년층이 중심입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592만여 명이었습니다. 이 숫자가 2025년에는 700만 명, 2035년에는 762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4가구 중 1곳은 노인 혼자 사는 ‘1인 고령 가족’이 될 거란 얘기죠.

‘시니어 살롱’은 노인 인구가 많은 지방에서 활발하게 이뤄집니다. 가까이 사는 5∼10여 가구가 모여 살롱을 열고,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한다는 점은 한국의 살롱문화와 비슷합니다. 이들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하죠. 홀로 사는 노인 집에 일손이 필요하면 살롱 단위로 도움을 주는 모습은 한국의 품앗이, 경로당 문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일본은 10여 년 전부터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노후 문화를 연구해 왔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의 경로당이었습니다. 일본은 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습니다.

시니어 살롱은 노인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도 도움을 줍니다. 주기적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신체활동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죠. 살롱에 모이는 것은 일종의 사회 참여로, 외출복을 입고 매무새를 가다듬는 것이 치매 예방에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고독사를 방지하는 대안이 될 수도 있죠.

글 /
이재은(뉴스큐레이션)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복세편살] ‘새로운 관계’가 뜬다, 21세기 ‘살롱문화’ 르네상스
서울경제, 2019. 7.28 (바로가기▶)

 2. 퇴근 후 ‘살롱’으로 가는 밀레니얼
노컷뉴스, 2019.8.11 (바로가기▶)

 3. 취향으로 소통한다…살롱문화에 열광
데일리팝, 2019.7.26. (바로가기▶)

 4. 밀레니얼 세대의 아지트 살롱에 가실래요?
노컷뉴스, 2019.8.7 (바로가기▶)

 5. 현대판 살롱의 열 가지 속성-때아닌 살롱 부활, 왜?
탑클래스, 2019년 5월호 (바로가기▶)

 6. ‘노인 천국’ 日, 시니어 살롱으로 고독사 예방
세계일보, 2018.11.24 (바로가기▶)




[큐레이션 콕콕] 일기쓰기

일기는 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을 적는 개인의 기록입니다. 단순 기재가 아닌 한 가지 주제에 깊이 있게 천착하는 행위에 가깝죠. 어떤 매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림일기, 영상일기, 사진일기 등으로 소개됩니다. 장소성을 부여해 산중일기, 전주일기, 상하이일기 등으로 나열될 수도 있죠. 취재일기, 교단일기, 임신일기, 육아일기처럼 자기만의 형식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안네의 일기나 괴벨스 일기처럼 사람과 함께 명명된 일기도 있고요. 흔히 글쓰기를 스스로 사유하고 내면화하는 작업의 출발이라고 하는데, 일기쓰기가 대표적입니다.

 출처:오마이뉴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스승 랠프 윌도 에머슨에게 “이제 무엇을 할 거니? 일기는 쓰고 있니?”라는 말을 들은 뒤부터 일기를 썼습니다. 1837년 스무 살의 소로는 첫 일기에 이렇게 적습니다. ‘혼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나에게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는 45년의 짧은 생애 동안 총 39권의 노트에 7,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삶을 기록했습니다. 그의 일기는 살아 있는 증언이자 내면 보고서라고 할 수 있죠.

자연에 대한 관찰,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 독서 단상, 글쓰기의 고민과 절망 등이 그의 일기에 모두 담겨있습니다. 산문 대신 시를 한 편 적어두기도 하고, 생각을 한두 문장으로 압축해놓기도 했습니다. ‘사랑의 병을 고치려 한다면 더욱 사랑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좋은 치유책이 없다’, ‘시는 이 땅에 온몸을 딛고 선 시인의 발밑에서 생겨난다’, ‘삶 자체를 꾸준히 살피고 있지 못할 때는 삶의 때가 덕지덕지 쌓여 삶 자체가 꾀죄죄해진다’소로의 일기 일부입니다.

소설가 김연수는 산문집『시절일기』를 통해 개인의 내면을 관통한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40대를 지나오며 고민했던 지난 10년간의 일기를 책으로 펴냈습니다. 세월호 참사, 문화계 블랙리스트, 촛불시위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작가는 끊임없이 문학의 역할에 관해 묻습니다.  

 
김연수(좌), 시절일기 표지(우)
출처:중앙일보

그는 일기쓰기를 ‘인생을 두 번 사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 일기를 다시 보면 나를 객관화 시켜 볼 수 있다. 당시만 해도 나에겐 절실한 문제였는데 일주일만 지나면 별다른 문제가 아니었던 적이 매우 많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인생을 두 번 사는 방법인 것 같다. 과거의 실수를 교정할 수는 없지만, 똑같은 상황은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살 수 있다.” 작가에 따르면 일기를 씀으로써 삶을 한 번 더 살 수 있고, 더 깊은 자기 이해에 이를 수 있습니다.

송해나 씨는 지난해 1월부터 트위터에 ‘임신일기’를 썼습니다. 한국에 사는 30대 여성이자 임신한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이죠.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팔로어가 1만 5천 명 가까이 늘었습니다. 트윗글을 모아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를 펴냈는데 그녀는 이 책을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 소외에 대한 투쟁과 고발의 기록’이라고 소개합니다.

송 씨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현실을 언급합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이 도입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출퇴근길, 그 자리는 비어 있지 않았습니다. 임신부 배지를 달고 상대방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요청해야 했고, 정말 임신한 거 맞느냐는 질문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녀는 듣기 싫었던 말들을 한 자 한 자 일기에 적었습니다. “애가 애를 가졌네”, “임신했다고 피해 의식이 너무 심해졌어”,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엄마라면 누구나 다 겪는 일이야”, 배불뚝이, 배사장, 배장군 등 외모 비하 발언을 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일기 여행』은 일기쓰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여성들의 여정이 담긴 책입니다. 저자 말린 쉬위는 ‘여성 일기 연구회’를 운영하며 여성들이 쓴 다양한 일기를 읽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사회의 억압과 제약, 결혼과 양육, 삶에서의 크고 작은 선택 등 여성에게 주어진 문제를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 문학의 선구자인 버지니아 울프(1882~1941),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 아나이스 닌(1903~1977) 같은 여성 작가들의 자서전과 일기를 통해 그들의 삶과 창작 과정을 들여다봅니다. 이면을 돌아보고 상실을 위로하는 일기쓰기에 독자들이 동참하도록 권하고, 지금 당장 일기를 쓰도록 용기를 북돋웁니다. 수년간 일기를 써온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일기쓰기의 다양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출처:한겨레21, 뉴시스

‘양아록(養兒錄)’은 조선 중기 문신 이문건(李文楗)이 1551년(명종 6)부터 1566년(명종 21)까지 16년간 손자를 양육한 경험을 일기형식으로 적은 기록물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육아일기이자 조선시대 사대부가 쓴 유일한 육아일기이기도 합니다.

이문건(1494∼1567)은 16세기 중종, 명종 시대를 살아온 관료이자 학자입니다. 증조부 이함녕, 부친 이윤택과 백부 이윤식이 과거에 급제하면서 명문가의 위치에 서게 됐죠. 이문건은 형 이충건과 함께 조광조의 문하에서 학문을 배우지만, 1519년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가 사약을 받으면서 그의 인생도 위기를 맞게 됩니다. 옥사에 연루되고, 과거에 응시하지 못하는 형벌을 받습니다. 1527년 사면 후 이듬해 과거에 합격하지만, 정치 탄압에 불운까지 겹쳐 성주로 유배를 갑니다.

양아록을 쓰기 전, 이문건은 둘째 아들 온에 대한 기록을 ‘묵재일기’에 남겼습니다. 온은 어릴 때 앓은 열병의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고, 이문건은 모자란 아들을 교육하기 위해 무지 애를 씁니다. 세월이 흘러 하나뿐인 아들 온이 손자를 낳습니다. 그때 이문건의 나이 58세였습니다. 양아록에는 손자 수봉이 16살이 될 때까지의 성장 과정과 훈육 등이 자세하게 묘사돼 있습니다. 사소한 병치레부터 육아의 구체적 상황과 체험, 손자의 안위를 염려하는 할아버지의 마음까지 진실하게 기록돼 있죠.

육아를 철저히 여성의 일로 치부한 조선 후기에 비해 조선전기는 선비가 육아일기를 쓰는 것이 흠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 또한 ‘양아록’을 탄생시킨 배경이 되었다고 할 수 있죠.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최근 5년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조선시대 개인일기 1,500여 편을 정리하는 학술사업을 펼쳤습니다. 지난 6월에는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조선시대 개인일기의 가치와 활용’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습니다. 심포지엄에서는 일기의 사료적 가치와 문화재 지정 기준, 일기를 편력(編曆), 표해록, 상소일기 등 11종의 세부 기준으로 새롭게 정리한 연구 등을 공개했습니다. 개인 일기가 한 시대를 보여주는 핵심 사료가 될 수 있음을 공표한 겁니다.

 ‘양아록’ 일부
출처:세계일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기의 주인공은 안네 프랑크입니다. 안네 프랑크는 1929년 6월 12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습니다. 만 13세 생일, 그녀는 생일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유명한 안네의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공연히 울적한 기분이 들던 날, “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는 옛말을 상기하고는 글쓰기로 결심하죠. 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료품 공장 창고에 8명이 함께 살아야 했던 갑갑한 상황에서 글쓰기는 그녀의 정신적 탈출구가 됩니다.

그녀는 1944년 8월 1일까지 약 3년간 매일 자신의 일상을 써 내려갑니다. 8월 4일 은신처가 발각되고 함께 있던 8명이 모두 잡혀갑니다. 안네는 아우슈비츠로 갔다가 베르겐벨젠 수용소로 옮겨져 장티푸스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내가 모든 이상(理想)을 아직도 버리지 않았다니 놀랍다! 이상들은 너무 터무니없어 보이고 비현실적이기 때문이지. 그러나 나는 이상들에 매달리겠어. 왜냐하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은 진실로 고귀하다고 믿기 때문이야. (중략)이 학살도 곧 끝나, 평화와 평안이 돌아오겠지. 나는 그 기간 동안 내 이상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킬 거야.” 안네의 일기는 회사의 여비서가 발견해 보관해오다가 전쟁 후 아버지 오토 프랑크 씨에게 전해주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안네 프랑크 하우스에 걸려있는 안네 프랑크
출처:조선비즈

‘나의 성추행은 허위’라며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최 시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5년 전 시인의 일기장이 결정적인 증거가 된 겁니다. 최 시인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가 검찰로 송치된 데도 메모가 중요한 단서가 됐습니다. 심석희 선수가 남긴 일기 형식의 100쪽 분량 메모에는 성폭행 피해 당시의 장소와 일시, 심경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세상이 기계화될수록 일기쓰기와 메모 습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쳐준 사건인지도 모릅니다.

글 ․ 이미지/ 이재은 (뉴스큐레이션)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시절일기’ 펴낸 김연수 “일기 쓰기는 인생을 두 번 사는 방법”
중앙일보, 2019.7.2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나쁜’ 시절을 견디고 이해하고자 쓴 ‘일기’
한겨레, 2019.7.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책에 없어서 쓴 임신부 ‘내 몸 일기’
한겨레21, 2019.7.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詩心으로 보는 세상] 소로의 일기를 읽으며
농민신문, 2019.7.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조선 사신들 여정 빼곡히… “일기가 역사보다 생생했다”
동아일보, 2019.6.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손관승의 리더의 여행가방] (40) 안네 프랑크와 괴벨스의 일기… “기록해야 역사가 된다”
조선BIZ, 2019.5.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디지털시대의 일기(日記) 쓰기
경북도민일보, 2019.2.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