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영 KIM Inyoung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2020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11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지난해 진행된 공모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과 기획자를 선발하고, 일정기간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을 지원합니다. 또한 비평 및 연구, 창ㆍ제작 발표 지원 등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합니다.
올해,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입주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 등에 관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김인영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학사와 석사과정을 졸업하였고 회화, 디지털 이미지, 설치 영역의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그간 물질과 이미지가 관계 맺는 틀과 맥락에 주목하고 그에 따라 달리 생성되는 의미들을 탐구해 왔다. 특히 시지각 과정에서 일어나는 관성적 사고의 고리를 끊고 다시금 낯설게 하는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만들어 왔는데, 이를 통해 습관적으로 보고 인식하는 행위에 대한 각성을 일으킨다. 최근에는 디지털 환경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의 물성을 탐구하고, 그것이 현실의 물질로 변환될 때의 여러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이 매개하는 이미지들을 육안상으로 자연스럽게 만들고자 하는 지향성을 거꾸로 되돌려 다시금 위화감을 드러내고 제거된 물질성을 되살리는 ‘리-앨리어싱(Re-aliasing)’이라는 개념의 작업들을 진행 중이다.
변환지점, 98x90cm, 나무에 UV프린팅,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 이미지를 소비하고 축적하고 생산해내는 환경과 사용하는 매체에 있어서의 변화를 체감해왔다. 회화를 주된 매체로 삼던 나는 작품을 디지털화 시키는 과정에서 실제 작품의 물성이 왜곡되거나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것을 계기로 그 차이를 드러내고자 현실의 물질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넘나들며 물질적 변환을 일으키는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다. 최근 디지털 환경에서의 이미지와 그것을 현실의 물질로 다루는 사이를 변환하며 진행한 ‘리-앨리어싱(Re-aliasing)’ 작업에서는 그것이 어느 한쪽의 그럴듯한 복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각각의 것임을 드러내고자, 이질감이나 위화감을 발생시키는 방법을 연구하였다. 이는 어떤 실체와 환경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영향을 상호 교환하며 시시각각 또 다른 실재로 변화하고 있음을 각성하고자 한 것이다.
3개의 방 8개의 경계(-1F), 롤 블라인드(PET)에 UV 프린트, 가변설치, 2019
이때 고안한 작업 방식이 ‘스캐노그라피(scanography)’라는 기법으로 스캔하는 과정에서 단속촬영법을 이용하여 의도적으로 움직임을 가해 변형과 왜곡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매체의 정밀한 기계적 공정체계에 예측 불가능한 속성을 개입시킴으로써 디지털 매체로 생성되는 자연스러움에 결절을 만들고자 한 것인데, 이 결절들은 대상에 대한 몰입을 깨고 매체에 대해 의식하도록 작동한다. 제작한 한 장의 물감 필름 원본에서 생성되는 다수의 스캐노그라피 파일들은 순서대로 넘버링 되어 저장된다. 이 축적의 과정은 색상, 뒤엉킨 색선의 형태 등 조형재료의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것인 동시에 물감을 디지털화 시켜 새롭게 질료를 재가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번의 디지털 가공을 거친 질료로서 파일들은 일종의 팔레트로 기능하고, 나는 이것을 이용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이 파일들이 저장된 폴더는 지속해서 소스파일들을 축적하고 있는 중이다. 이 축적의 과정은 색상, 뒤엉킨 색선들의 형태 등 조형재료의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것과 동시에 물감을 디지털화 시켜 새롭게 질료를 재가공하는 것으로, 나의 작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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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제/붙여넣기(세부), 인화사진, 자석, 철판, 색지, 나무무늬 시트지, 가변설치, 2019 | ||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앞서 언급한 ‘리-앨리어싱’ 2019년 개인전의 제목이자 디지털 환경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의 물성에 대한 고찰을 다양한 시각적 표현으로 다루는 나의 최근 작업들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어떤 대상을 디지털화 한다는 것은 현실세계의 존재가 가지는 다양한 차이를 이진수의 기술방식, 즉 계산 가능한 상태로 변환하는 것이다. 이 변환을 거쳐 우리는 평면의 액정 화면을 통해 디지털화 된 이미지를 보게 되는데, 이 때 현실세계의 질감, 무게감, 크기 등은 사라지고 얇은 막과 같은 표피적 상(像)만 남게 된다. 회화를 주된 매체로 삼던 나의 작품들을 디지털화 시키는 과정에서 실제 작품의 물성이 왜곡되거나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Re-aliasing(리 엘리어싱) 현수막 제작, 가변설치, 2019
디지털 매체(media)를 통해 매개(mediation)되는 상(像)은 픽셀로 재현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대각선, 곡선, 둥글고 세모난 것들은 제한된 해상도 환경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며 계단 모양의 울퉁불퉁한 외곽선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앨리어싱(aliasing)’이라 부른다. 이 앨리어싱 현상을 육안 상으로 완화하고자 울퉁불퉁한 경계선 주변의 색을 혼합하여 중간 영역을 만듦으로써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기법을 ‘안티-앨리어싱(anti-aliasing)’이라 한다. 원재료의 물질성을 제거하고 안티-앨리어싱 된 매끄러운 막을 덧입은 디지털 이미지들은 그것 자체로 기능하는 새로운 물성을 갖게 되었다. 이에 나는 안티-앨리어싱이 되어 우리에게 도달하는 이미지를 중간에 가로채어 그 특징만을 추출한 ‘재물질화’를 실행한다. 이것은 디지털 매체 상에서 보이는 이미지들을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한 것을 거꾸로 되돌려 다시금 위화감을 드러내고 제거된 물질성을 되살리는 작업이라 볼 수 있다. 나는 이 과정을 리-앨리어싱이라 칭하고 울퉁불퉁한 위화감에 대한 복원이라 설명한다. 다만 여기서의 ‘Re-‘의 의미는 안티-앨리어싱 되기 이전의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라기보다 앨리어싱과 같은 디지털 이미지가 가지는 특성을 다른 방식으로 현실세계에 꺼내어 새로운 물질로 구현하려는 것이다. 이 전시에서는 나는 스캐노그라피와 이를 포함한 다양한 리-앨리어싱의 방안들을 고안하고 실험하였고, 그 결과를 다시 시작점으로 삼아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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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끄러운 막, 아크릴에 수전사, 가변설치, 2019 | ||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관성에 의해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원점으로 되돌려 다시 생각해보거나 다른 관점으로 비틀어보거나 혹은 반대로 뒤집어보려는 노력을 지속한다. 사고과정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고정적이고, 한번 알게 된 인식의 지름길을 두고 다른 시도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관성의 힘이 강력하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만들어낸, 어떻게 보면 예술가로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습성 같은 것이다. 익숙한 것에 대해 재탐색하는 일을 멈추게 되면, 똑같아 보이는 것 사이에 미묘하게 다른 차이를 보지 못하고 놓치게 된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동질성을 찾고, 같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이질적인 부분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며 차이, 틈을 찾아 드러내는 일을 한다. ‘내가 보고 있는 저 원이 정말 둥근 것인가?’와 같은 황당할 수도 있는 질문들로부터 작업의 실마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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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의 방 8개의 경계(세부), 롤 블라인드(PET)에 UV 프린트, 가변설치, 2019 | ||
A.작업을 하면 할수록 작가 개인의 고민과 관점은 더욱 심화되기도 한다. 나의 수많은 생각과 시도들을 작업의 결과물 하나로 전달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각기 개인 생각들, 혹은 나의 개별 작업물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어느 구석 좁은 면면을 반영하고 있고, 그 좁은 면이 맞닿는 순간 반가운 소통이 흔치 않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을 위해 분명 모두가 공유하고 있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예술과 삶이 연결되는 지점을 세심하게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최근 내가 일관되게 시도하는 ‘리-앨리어싱’은 자연적 세계에 존재하는 차이를 디지털화 과정에서 소거하는 것과는 반대로 다시금 그 차이를 생산해 내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디지털 매체를 매개로 한 균질화 된 세계에서 차이를 찾고자 하는 욕망이며, 디지털과 현실 세계의 경계가 모호하게 섞여 그 구분이 흐려지는 매체 환경에 우리가 너무 쉽게 몰입하게 되는 데에 대한 불안감의 다른 표현이다. 우리가 보는 것이 실체를 결여할 수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를 가시적으로 만들지 못할 이유 역시 없다. 새로운 매체 환경에 반응하는 즉물적 작업들을 통해 디지털 이미지의 한계 너머에 있을지도 모를 촉지적 감각을 일깨우고 나아가 ‘보이는 것 이상’의 비가시적 영역에 대한 사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리사이징(Resizing), 81x81cm(좌), 50x50cm(우), 나무합판, 알루미늄,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kiminyoung.com








김하나는 회화 표면의 질감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빙하, 침대보, 합판 등 사물의 표면 질감을 직접적으로 레퍼런스 삼아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종종 바닥에 깐 캔버스 천 위에 물감을 흘린 뒤 천의 굴곡에 따라 자연스레 물감이 고이거나 굳게 두기도 한다. 또한 구체적인 레퍼런스가 있지 않더라도 물감의 안료 구성과 레이어 쌓기, 그리고 빛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캔버스 표면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감각할 수 있게끔 전시를 연출한다. 작업의 레퍼런스의 공통점은 대체로 자연의 재료이며 시각 우위의 것이라는 점이다. 빙하, 직물, 모래, 물, 빛, 돌, 포도, 합판, 광물 같은 것은 형상보다 제일 먼저 질감으로 인식된다.













김민정은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영화 영상 제작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시간 기반 매체로서 필름의 물질성과 기술적 특성, 그리고 그것이 담을 수 있는 감각들에 대해서 연구해오며 영상 매체의 물리적, 광학적 규칙, 영사 환경 등 매체를 둘러싼 여러 조건들이 사회와 문화적 맥락 내에서 ‘기준’과 ‘표준’이라는 약속된 허구를 어떻게 영화적 체험으로 드러낼 수 있는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영상 작업을 만들고 있다.









김방주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 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주로 퍼포먼스나 수행적 요소가 있는 작업을 진행한다. 익숙한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가져보지 못한 질문을 해보거나, 그러한 사물과 상황들을 생경한 상태로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의식적으로 공동체의 합의된 일반적인 규칙들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잘못 해석하는 식의 방식으로 갈등 상황에 놓이는 것을 즐긴다.




















1986년 출생, 서울 거주 








이민하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도쿄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첨단예술표현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망각에 저항하면서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내재해 있다고 여겨지는 ‘인간다움’이 상실되어가는 구조를 추적한다. 원시적인 매체와 신기술을 결합한 방식을 추구하는 작가의 작업은 모순이 점철된 형식과 육화된 텍스트를 특징으로 한다. 작가는 아이치 트리엔날레(Aichi Triennale, 2010), 고베 비엔날레(KOBE Biennale, 2013)를 비롯한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였으며, 가리봉동 일대의 벌집을 주제로 한 전시 《낮고 높고 좁은 방》(갤러리 구루지, 2017)을 기획하였다. 작품 활동과 전시기획 외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아트레일 조성 프로젝트》(항동철길, 2015)와 같은 다수의 주민참여형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진행해왔다.





























코리아(COR3A)는 ‘Coders of Rave, Electronic Arts’의 약자로 세 작가(권현우, 허준혁, 변준형의)의 협업을 시작으로 2018년에 팀을 꾸려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코딩(Coding)을 이용한 일렉트로닉 아트, 사운드 아트, 미디어 아트 등의 활동을 중심으로, 코딩에서 사용하는 개념인 알고리즘과 EDM(electronic dance music) 문화를 의미하는 레이브(rave)를 결합한 알고레이브(Algorave)가 창작의 기본 방향이다. 일렉트로닉 아트, 사운드 아트의 예술적 측면과 레이브 문화의 대중적 측면의 결합을 통해 다양한 예술의 모습을 보여 주고자 한다.



















기매리는 2012년부터 <아해프로젝트>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통해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해왔다. 작가로서 특정 장소를 탐구하여 장소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발견하고,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하여 이를 비범한 하루로 탈바꿈시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편 연출가로서는 신체 움직임을 통한 시각적 이미지를 구축하거나 라이브로 연주되는 곡에서 비롯되는 청각적 자극을 주된 표현양식으로 삼는다. 일단락된 공연에서 관객을 만나고, 관객들이 공연을 통해 마주하게 된 이야기를 다시 수집하여 또 다른 공연을 만드는 것을 즐거워한다. 대표작으로는 <광염 소나타>(2012), <고도리를 기다리며>(2015), <우주인>(2017), <사운드 포털>(2018), <강경,가는,기차>(2018)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