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연 KIM Hyeyeon

김혜연은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시각예술을 전공했다. 작가는 수행적인 퍼포먼스와 이를 기록하는 영상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상호작용하(거나 하지 않)는 방식, 거기에 관여하는 사회적(이거나 반-사회적)인 원리들을 탐구한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초적 동기로 작동할 때의 심리와 과정에 호기심을 느낀다.

<안녕> 예고(Trailer for Take Care),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8분 20초,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우리 개인은 종종 교과서로 외국어를 공부하듯이 사회화 과정을 배우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 나는 개인이 사회화 과정을 배우려는 습관 속에서 개인과 사회적 규칙이 불화하는 지점을 발견할 때, 그 충돌을 재연하거나 실험하는 퍼포먼스를 구상한다. 이렇게 구상한 퍼포먼스는 대개 신체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의 게임이나 놀이처럼 이루어진다. 나는 퍼포먼스의 의도를 전달하고 규칙을 설명하기 위해 지시문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지시문을 통해 관람객이 퍼포먼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수행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달리는 사각형(Running Square) 지시문, 21.6×27.9cm, 먹지 위에 종이, 수채 물감, 2011 달리는 사각형(Running Square), 16mm 필름을 디지타이즈한 SD 비디오, 2분 56초, 2011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가장 최근에 작업한 <안녕>(2019)에 대해 말하고 싶다. 간단히 말해 전철 밖 어딘가에 있는 내가 전철 안에 있는 관객에게 멀리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퍼포먼스였다. 전시장에는 이 퍼포먼스의 예고라고 할 수 있는 영상 작업이 전시되었고,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시간과 열차 정보를 자막으로 공지했다. 이 영상 자체가 관객을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 지시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를 본 관객이 영상에서 공지된 열차 정보에 맞춰 전철을 타면 창밖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안녕> 예고(Trailer for Take Care),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8분 20초, 2019

재작년에 만원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일상을 보내면서 언젠가 이 경험을 대상으로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숨쉬기도 힘들 만큼 사람으로 가득 찬 열차를 타고 출근할 때마다 인류애가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말로 타인에 대한 한계치가 점점 낮아져서 조금이라도 남의 살이 닿는 것이 참을 수 없어지는 게 무섭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멀리 보이는 사람은 여전히 반갑다는 점이었다. 비행기에서, 여행지에서, 모노레일에서, 다들 저 멀리 모르는 사람에게 애정을 담아 팔을 크게 흔들어 인사한다. 인간관계에서 느껴지는 이러한 역설을 고민하면서 작업했다.

안녕(Take Care), 퍼포먼스, 30분, 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과거와 현재의 많은 예술작품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받는다. 나는 자신이 작가이기 이전에 예술을 사랑하는 관객이라고 느낀다. 영향을 받은 인물을 나열하자면 정말 끝도 없지만, 미술에 입문한 계기는 오노 요코의 전시였고, 나의 퍼포먼스 지시문 작업도 그의 작업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학부 시절에는 미국의 초기 실험 영화에 빠져, 마야 데렌(Maya Deren)의 작품을 오마주하기도 했다. 나의 작업 <안녕>의 경우 일본의 영화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친밀함(Intimacies)>이라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 영화에서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연인에게 상대방이 멀리서 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를 본 뒤 그 장면을 실제로 내가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기 케이크(Air Cake),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26초, 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미술 작업을 하다 보면 종종 작업에 대한 회의가 들곤 한다. 미술이 사람들의 삶과 너무 유리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관객이 최소한의 노력(소극적인 방식)으로 물리적인 퍼포먼스 작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떻게 나의 작업을 보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그 결과로 나온 작업이 바로 <안녕>이다. 사람들이 그저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와중에 볼 수 있는 작업을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억지로 전시장에서 작업을 떼어내 일상 공간으로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일상 공간에서 진짜로 일어나는 작업 말이다. 그렇게 해서 관객이 일상을 영유하는 공간과 미술을 경험하는 공간이 겹치는 순간이 아주 잠시 생겼다 사라지면 아름답겠다고 생각하며 작업을 만들었다.

푹신푹신 준비운동: 여름편(Fluffy Fluffy Warm-Up: Summer),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13초,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건강하게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작업을 만들고 싶다. 내가 다른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듯이 내 작업도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평행 산책(Parallel Walk),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15초, 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hyeyeon-kim.com




민예은 MIN Ye-eun

민예은은 프랑스 클레르몽 메트로폴 고등 미술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작가는 ‘집’이 갖는 기호, 물질적 특성을 재구성하면서, 실내와 실외, 물질과 사고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모호한 공간과 비선형적 시간을 시각화 한다. 여러 사람이 사용한 물건을 수집해 미리 마련한 프레임 안에 같이 배치하고, 변화가 일어나는 소재, 물질이 가진 특성과 이야기, 관객의 참여 등을 통해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만든다. 서로 다른 시공간이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 연결되고 뒤엉키는 과정에서 수직적 타임라인을 없는 것처럼 만들고, 수평적 경계 또한 흐릿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분리된 공간에서 발생시킨 동시성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축적된 시간을 상기하기 위해 시간성을 지우거나 모호하게 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지, 공간으로 흩어지는 사물을 고정하기 위한 시간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새롭게 질문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라비하마하마hyun추추happyj33아토마우스에뽄쑤기제트블랙병뚱껑…, 혼합매체, 가변크기,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집’이 갖는 기호와 물질적 특성을 공간에 재구성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사고(思考)가 뒤섞이는 공간, ‘생각의 혼혈‘로 발생한 ’제3의 공간’으로서 집에 주목해 다양한 개념으로 바꿔보고, 또 번역하는 설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나는 거주 공간에서 개인 또는 가족과 같은 그 구성원의 삶은 사람과 사물이 집 안으로 넘나들면서 생기는 순환으로 인해 밖과 단절되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뚫려 있지도 않은 상태가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시간과 함께 집 자체에 사물이 기록되는 것이다.
나는 때로 ‘거주 공간’의 안과 밖을 뒤집거나, 여러 다른 공간을 자르고 이를 다시 하나로 모아 배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러 사람에게 받은 물건을 한 공간 안에 다시 모아 어떤 누군가의 장소도 아닌 새로운 장소로 구성한다.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의 삶이 기록된 뒤집어진 집이나, 잘라서 모인 공간, 수집한 사물들은 새로운 공간 안에서 서로 뒤섞인 채 드러난다. 이를 위해 의도에 맞도록 재료를 선정하거나 때로는, 의도치 않은(?) 방식의 소재와 재료가 천차만별로 선택된다. 또한, 작업의 순서의 경우에도, 오브제를 모으거나, 주제를 구상하거나 모형을 만드는 등 과정을 뒤섞어 진행한다. 하지만, 개념은 언제나 염두하고 진행한다. 여러 가지 방면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다.

노지암, 발사나무, 나무지, 회색지, 하드보드지, 목재, 흑연, 120×120×50cm, 2012
집(들), 복합 매체, 가변크기, 2017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이전에는 위에서 언급했던 ‘생각의 혼혈’이 일어나거나 이를 발견하는 현상, 또는 그 공간을 구성하는 작업을 주로 했다면,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현지에서 작업을 일정 부분 정리하고 돌아와 한국에서 활동을 준비하면서 ‘시간’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생각을 주로 하였다. 이는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가구오두막> 작업을 위해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면서도 많이 고민했던 주제이다. 나는 현상과 공간의 구성을 위해 임의로 고정하다시피 설정한 ‘시간’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이 고민의 해결을 위해 아주 짧은 시간과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 하나의 공간 안에 구성되는 형태 등 여러 가지의 실험을 진행해왔다.

가구 오두막, 혼합매체, 400×500×390cm, 2013

그중, 2019년 대안공간 루프에서 진행되었던 개인전 《예측할 수 없는 투명함》은 나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분리된 공간에서 발생시킨 동시성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축적된 시간을 상기하기 위해 시간성을 지우거나 모호하게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지, 공간으로 흩어지는 사물을 고정하기 위한 시간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생각의 전환을 하며, 그 답을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의 첫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즉, ‘생각의 혼혈로 발생한 제3의 공간’의 시간성에 대한 일련의 물음을 처음으로 질문했던 전시이다. 이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품 <라비하마하hyun추추happyj33아토마우스에뽄쑤기제트블랙병뚱껑…>(2019)은 크기의 직육면체를 6개의 동일하지 않은 크기 조각으로 나눈 설치 작업이다. 각 조각은 집의 특정 내부 공간을 은유하는 재료, 이를테면 화장실 타일, 벽걸이 시계, 거울 등이 달려있는 반면, 조각의 외부는 직육면체를 만들었던 각목과 합성목재(MDF 합판)가 그대로 노출된 형태로 제작하였다. 부착된 소품들은 애초에 쓸모를 잃어버린 것들로, 이전 주인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팔려고 내놓은 물건들을 수집한 것이다. 마치 암호처럼 읽히는 작품의 제목은 물건의 주인들이 커뮤니티에서 사용했던 인터넷 아이디의 조합이다.

라비하마하마hyun추추happyj33아토마우스에뽄쑤기제트블랙병뚱껑…, 혼합매체, 가변크기, 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문화 충돌이나 혼종은 과거에는 전쟁이나 종교를 통해서 일방적 그리고 국지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요즘과 비교하면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던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에는 여행, 유학, 글로벌 경제와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아주 흔히 일어나고 있다. 이는 여러 문화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지만, 결속감이 낮아지며 생긴 소외와 정체성의 혼란도 더불어 늘어나게 만들었다.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나거나 충돌하는 지점에서 개인은 (비율은 각기 다르겠지만)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거나, 또는 이 지점에서 불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은 어떨까? 나는 현대 사회의 구성원들이 대개 이런 혼합된 문화권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태어나면서부터 둘 또는 그 이상의 문화가 뒤섞인 문화권에서 성장한 사람은 어떤 정체성을 발견하거나 갖게 되며, 어떤 느낌을 받게 될지에 대해 늘 질문을 던져오고 있다. 이 질문에서 출발한 나의 작업의 주된 개념으로서 ‘생각의 혼혈로 발생한 제3의 공간’은 나의 사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가상공간이자 실재 공간이다. 가상의 공간이라 언급한 것은 하나의 주제로 관통하는 무언가로 정의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것이 혼재하고 모호해서 무엇으로도 구분할 수 없지만, 누구나 그렇기 때문에 실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각자의 ‘제3의 공간’에서 혼재된 문화를 다른 언어로 번역해 표현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나만의 작업 언어를 찾아 ‘생각의 혼혈로 발생한 제3의 공간’을 이야기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번역은 언제나 일대일로 대응이 되지 않기 때문에, 종종 다른 많은 것이 끼어들어 오가거나 다른 모호함을 낳는 경우가 많다. 에두아르 글리상(Édouard Glissant, 카리브 군도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출신의 프랑스 작가, 시인, 철학자 및 문학 비평가)이 이야기한 혼종적 문화가 가진 정체성과 <천 개의 고원>에서 들뢰즈와 가타리가 언급한 개념은 이런 의미에서 내 작업과 일정 부분에서 맥락이 닿는다고 할 수 있다.

트랜스-마이그레이션, 레진, 나무가루, 합판, 페인트, 목탄, 숯, 가변크기, 2019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작품은 각기 제목과 설명이 없을 때도 보는 사람과 자신의 언어로 소통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 꼭 창작자의 의도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어떤 작품의 내용은 너무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본래 숨은 뜻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어 궁금해하는 관람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개념의 실마리라도 넌지시 알려주고자 이름을 짓는데 많은 고민을 한다. 작품의 이야기를 담은 제목은 나름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가령 작품의 다양한 해석의 장을 열어주는 역할을 수행하거나, 동시에 단초를 슬쩍 내비친다. 앞서 언급했던 작업 <라비하마하hyun추추happyj33아토마우스에뽄쑤기제트블랙병뚱껑…>의 경우, 관람객이 작품의 제목이나 설명을 읽지 않고도, 입구에 설치된 스위치를 켰다 끄면서 작품을 적극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나는 관람객이 이 스위치를 켰다 끌 때, 그 즉시 스스로 작품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분리된 공간에서 발생시킨 동시성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실험적인 의도가 숨어있지만, 관람객과 상관이 있을 수도, 또는 없을 수도 있다. 이런 직관적인 소통은 그런 의미에서 직접적이고 직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색, 종이에 수채, 50x70cm(5pcs), 2019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나는 언어, 공간, 시간, 관계, 재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요즘에는 그중에서도 특히, 시간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 나는 이 개념들을 확장하고 여러 실험을 진행하며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의 연상 작용을 거치곤 한다. 하지만 다음 작업을 위한 주제나 방법이 언제 그리고 어떻게 떠오를지는 나 자신도 알 수 없다. 어쩌면 내일의 나는 전혀 다른 작업을 구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작가분들이나 비평가분들이 참고하거나 연구하고 싶은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고, 그렇게 기억되면 좋겠다.

, 강화유리, 클램프, 비닐, 페인트, 합판, 가변크기,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yeeunmin.net




윤지영 YOON Jiyoung

윤지영은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시카고 예술대학 대학원의 조각과를 졸업했다. 작가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환경으로서 개인에게 주어질 때 더 ‘잘’ 살기 위해 혹은 더 ‘나아지기’ 위해 개인이 취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것에 관심이 있다.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감춰져 있는 ‘희생의 구조’나 ‘믿음의 구조’를 드러내는 것에도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레다와 백조, 170x221x166cm, 230x60x60cm (3pcs), 혼합매체, tattoists: BAKA, Ida, Sunjae, 2019
(아트선재센터 제공)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환경으로 개인에게 주어질 때 더 ‘잘’ 살기 위해 혹은 더 ‘나아지기’ 위해 개인이 취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것에 관심이 있다.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감춰져 있는 ‘희생의 구조나 ‘믿음의 구조’를 드러내는 것에도 관심을 두고 작업해오고 있다. 주로 입체와 영상으로 결과물을 내는 편이긴 하나, 하고 싶은 이야기에 맞춰 매체를 정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 한다.

구의 전개도는 없다(No Planar Figure of Sphere) 전시전경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2018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입체 작업은 ‘작품을 전시 단위로 나누지 않는 것’ 이 중요한 특징이다. 결과물이 추상적인 형태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지만, 구체적인 역할을 가진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장면을 이루도록 만들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이 때문에 하나의 작품이나 전시를 고르는 것이 나에겐 크게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소개하는 글을 적을 때도 이제는 ‘주요 전시’ 가 아닌 ‘최근 전시’를 소개하곤 한다. 물론, 매 전시에 완결된 모습의 작품을 보여주지만, 각기 다른 전시마다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작품을 관객이 발견하면, 그 순간 눈앞에 놓인 작품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 작은 단서로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된다.

복어마냥(Blowfish-like), 2분 34초. 단채널 영상, 2013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현재 나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요즘 내가 어떤 것을 주로 생각하거나,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해 질문해본다. 그리고 이 생각을 이어나가며, 리서치로 작업을 시작한다.

불구하고(Regardless), 4분 33초, 3채널 비디오 설치, 사운드, 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나 사건, 문제 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늘 염두하며 작업한다. 그 때문에 추상적이 형태의 작품이 결과물로 나오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분명,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달을보듯이보기(Seeing things the Way We See the Moon), 2분 45초, 단채널 비디오, 퍼포먼스, 2013-2014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jiyoungyoon.com




장파 JANG Pa

장파는 작업과 글을 통해 ‘그림’과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장파의 작업은 ‘여성적 그로테스크’와 같이 타자화된 감각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여성주의적 정체성에 근거한 회화적 언어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작가는 회화의 영역에서 소외된 여성의 감각에 주목하고, 젠더 편향적으로 형성된 시각 언어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존의 회화 어법을 재맥락하고자 한다.

나의 작은 폭도 소녀들, 캔버스에 오일, 181.8×227.3(cm), 2015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의 작업은 주체의 ‘정상성’과 타자의 ‘비정상성’이라는 부조리한 폭력적 관계에 대한 사적 경험을 토대로, 이를 서사화하여 재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이는 <식물들의 밀실> (2009), <세계의 끝>(2011), <어제까지의 세계>(2013), <Lady-X>(2015), <Fluid Neon>(2016), <X-Gurlesque>(2017), <‘Brutal Skins>(2018) 시리즈 및 개인전으로 이어져 왔으며, 이 시리즈들은 ‘구조적 폭력’과 ‘타자화된 존재’ 사이의 메커니즘, 즉 타자성(otherness)이라는 주제로 수렴되기도 한다.

《Lady-X》 전시 전경, 갤러리 잔다리(서울) 2018

현재 나의 작업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Lady-X>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타자로서의 여성’, ‘여성적 그로테스크’의 시각적 재현 방식을 회화로써 탐구하고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 시리즈의 시작은 “여성의 주체적인 성적 욕망은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가?” 그리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남성적 응시’로부터 벗어나 여성이 응시와 재현의 능동적인 주체가 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페미니즘의 고전적 질문이었다. 이를 통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대상이 아닌 주제로 삼아 여성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탐구하고자 했다. 섹슈얼리티는 가부장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여성은 자신의 성적, 육체적 경험에서 소외되어왔다. 따라서 남성 중심적 시선과 언어에서 배제되거나 은폐된 ‘여성-타자의 감각’을 ‘회화적 언어’로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며, ‘여성성’의 재맥락화를 통해 젠더 편향적인 감각 체계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자 한다. 또한, 최근 미투 운동과 같이 사회적 의제가 된 문제들을 그림에서 은유적으로 언급한다거나, ‘여성 괴물’을 직접적으로 제시 하는 방식으로 각각 내가 생각하는 여성 문제를 직접적이되 감각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야기 될 수 없는’ 여성의 경험과 감각을 ‘Brutal Skins’라는 표제어로 은유한 것과 같이, 이미 살갗이 벗겨진 피부만 느낄 수 있는 공기가 주는 쓰라림과 같이, 그동안 말하기 힘들었던 그리고, 말할 수 없었던 여성의 경험과 감각을 회화로 표현하고 싶다.

《Brutal Skins》 전시 전경, 두산 갤러리(서울) 2018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위의 질문에서 언급했듯 2015년 개인전 《Lady-X》에서 여성의 성적 판타지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다층적 관점을 회화로 표현하고자 했다. 타자(他者)로서의 여성을 다루며 ‘여성의 고유한 섹슈얼리티가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페미니즘의 다소 고전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이를 탐구하기 위해 나무를 사랑하는 도착증, 즉 ‘덴드로필리아(dendrophillia)’라는 페티시를 지닌 ‘레이디 엑스’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였다. 나는 그녀가 갖는 섹슈얼리티와 성적 판타지를 일종의 성장기로 서사화하여 회화 및 드로잉으로 재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드로잉과 회화 작업은 낯선 타자들, 즉 비체(애브젝트, abject)로서 공동체에서 ‘타자’로 읽히는 ‘여성’, ‘소녀’ 그리고 ‘유령’과 같은 존재들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고자 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대상이 아닌 주제로 삼아 여성이 자신의 성욕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이 작업의 시발점이다. 남성 중심주의에서 왜곡된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규범화된 여성성에 길들기를 거부하고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여성 주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이러한 탐험기를 설정한 것이다. 즉, <Lady-X> 시리즈는 여성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과 성욕을 탐색하는 과정을 서사화하며, 새로운 여성 주체를 형상화하기 위해 여성성의 ‘다시 쓰기’를 시도하고자 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강탈당한 머리카락, 가변크기, 합성섬유, 캔버스에 오일, 2016 플루이드 네온(Fluid Neon), 33.4×24cm, 캔버스에 오일, 2016

<Lady-X> 작업을 진행하면서 나는 서사적 표현보다는 여성의 내적 감각에 더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것에 관한 관심은 ‘여성적 감수성’의 표현으로 시도하는 한편, 그 감각을 시각화하는 것에 집중했다. 동시에 여성과 남성의 성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 정체성의 차이 및 여성들 내부의 차이, 그리고 여성 개인들의 내면에도 분열적인 복수(複數)의 정체성이 존재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서, 배제의 논리를 극복하는 ‘새로운 여성 주체’를 형상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다 보니 작업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여성이라는 성별에 기초한 감각적, 심리적 경험으로부터 여성 주체가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타자’인 여성이 직접 겪은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감각들, 이를테면 ‘여성적 그로테스크’를 회화적 감각으로 풀어나가고자 한 것이다. 나는 ‘여성적 그로테스크(female grotesque)’를 새로운 여성 주체의 형성 과정에서 주체의 경계를 되묻고 넘나들 때 발생하는 심미적 감각으로 보고, 가부장제의 여성적 규범을 뒤흔들며 ‘보편적 감각’을 재설정할 가능성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남성 중심적 상징체계를 위협하는 미적 범주이며, 동시에 기존의 사회적 감각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공할만한 힘을 지닌 감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타자라는 반대 개념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성적 그로테스크’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 누군가를 타자로 만들지 않는 동시에 자신을 타자화 혹은 대상화하는 것을 극복하는 것에서 유발되는 감각이자 심미적 범주이다. 따라서, 나는 이 감각을 통해 여성적 특성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젠더 편향적 시각 체계를 벗어난, 새로운 여성 주체를 구현할 수 있는 시각 언어를 정교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Stupidity Series, 27.3x22cm, 캔버스에 오일, 2016 Stupidity Series, 27.3x22cm, 캔버스에 오일, 2016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회화사 및 회화 비평 자체에 관심이 많다. 내 작업에서 보이는 회화적 표현은 추상표현주의의 남성적 표현성을 연상시키곤 한다. 왜냐하면, 1950년대 미술비평에서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이나 윌리엄 드 쿠닝(Willem de Kooning)과 같은 대표적인 추상표현주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들은 남성의 성적 욕구와 예술 창작 간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폴록의 ‘드리핑(dripping)’은 남성의 성적 분출을 연상시킨다거나, 드 쿠닝의 대표적 연작 <여인(Woman)>에서 보이는 폭력적인 붓질로 여성의 형상을 지우고 덧그리는 과정 및 여성을 악마적,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듯한 형상은 작가의 여성에 대한 이율배반적 감정과 연관 지어 설명된다. 나는 이러한 평가의 타당성을 문제로 삼기보다 미술 비평에서 상정해온 이성애적이며 초월적인 남성 주체의 시각에서 쓰인 비평 언어가 회화적 표현이나 그 창작 과정을 다루는 데 있어 남성의 욕망과 행위를 중점으로 설명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감한 붓질 혹은 거친 표현은 남성성의 영역으로 한정되어 평가되어 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 회화의 추상적 표현에서 나타나는 젠더적 특성을 탐구하며, 여성적 감각이 어떻게 붓질, 색채 등으로 표현되는지, 오히려 화가의 관점에서 회화적 표현 자체를 기술해보며, 그것을 다루는 비평 언어를 풍부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화가의 말》 전시 전경, 플레이스 막(서울), 2019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그림의 매력에 대한 논의를 풍부하게 만들고 싶다. 또한 그림을 그리는 순간 물감과 붓질에 대한 의식, 직관과 감각, 그리고 실존적 붓질의 영역에서부터 추상과 구상,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형식 언어 사이에 대해 ‘보는 이’와 같이 생각해보고 싶다. 회화의 관습(convention)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보편성에 관해 묻고 답하며 회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이미 우리는 모더니즘부터 현재까지 전개된 회화에 관한 담론에서 충분히 회화라는 형식의 연약함을 인지하는 동시에 회화라는 형식의 강력함도 알고 있다. 그림이라는 것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각과 감각적 인식을 본능적이고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비언어적 형식이자 표현 매체라 생각한다. 또한, ‘몸’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매체이기도 하다. ‘몸’이라는 인간-물질성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형식이 나에겐 가장 매력적인 요소이다. 그린다는 것은 그리는 이의 몸과 정신, 관념과 실재가 그리는 과정에서 합일된 감각을 통해 드러나기를 지향하는 미적 활동이다. 그리고 ‘예술적 직관’이라는 것은 경험과 훈련의 소산이기 때문에, 그리는 이에게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본질적인 감각을 되찾고 발전시키는 수련의 과정이다. 동시에 그림을 보는 이들을 감각적 인식을 통해 이미지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낯설거나 배제된 감각을 회화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나의 작품을 보는 이들이 이를 보며 고전적인 미적 판단 기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X-GURLESQUE》 전시 전경, 두산갤러리 뉴욕(미국), 2017 강탈당한 머리카락 가변크기, 합성섬유, 캔버스에 오일, 2016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여성, 그리기’를 주제로 ‘여성 추상’에 대한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회화에 관한 글과 세미나도 준비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젠더 편향적으로 여겨지고 기술되는 그리기의 특성들에 대해 재탐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여겨지는 것들, 배제된 것, 타자화되는 것들, 편향적인 것들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감각 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론을 회화에서 찾으려 노력 중이다.

The End of the World series, 120×35cm, 먹,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1
The End of the World series, 00:00:55, 단채널 비디오, 2011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jangpa.net




이병수 LEE Byungsu

이병수는 구체적인 장소를 탐색하고 조사하면서 그 장소와 연관된 여러 층위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에서 출발하여,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장소’, ‘실재하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차원으로서의 상황이나 결핍에 대한 문제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시각화하고 허구의 장소로 재건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이어왔다.

당신의 눈앞에, 가변설치, 2분 30초, VR 컴퓨터 그래픽스 영상, 전망대, HMD gear, EL 테이프,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의 작업은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장소를 탐색하고 조사하면서 그 장소와 연관된 여러 층위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장소’, ‘실재하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차원으로서의 상황이나 결핍에 대한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시각화하고 허구의 장소로 재건하는 일련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얼핏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리 복잡한 문제는 아니다. 풍경이라는 것이 바라보는 자의 주관적 관여가 개입된, 세계를 이해하고 구성하는 일종의 구축된 이미지인 것처럼, 장소 역시 사회적 구조와 조건들에 의해 강요되고 은폐되곤 한다. 나는 장소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이도록 만들고, 주변에서 흔히 발견하여 쉽게 지나치는 것을 달리 보이게 하며, 연관이 없던 것에 관계를 설정하여 현실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재고하고, 그 이면들에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당신의 눈앞에, 2분 30초, VR 컴퓨터 그래픽스 영상,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대표 작업을 하나 선택하기는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작업했던 2019년 개인전 《이음새 없는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 나의 작업은 특정 장소나 환경에서 영감을 받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의 장소는 점점 데이터와 비물질적 요소로 점철된 비장소로 변해가고 있으며 일상이 되어버린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그 빠르기는 증가하고 있다. 전자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경험과 지각방식의 변화는 타자와의 직접적 소통과 실재에 대한 경험을 대체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미디어의 조건에서 우리는 장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디지털 세계의 가상적 풍경 이미지가 만드는 허구로서의 장소와 이를 감각하고 받아들이는 주체와의 관계를 작품으로 다루고자 했다. 이 전시에서는 특히 VR(가상현실) 장치의 특징적 요소들을 작품에 개입시켰는데, 몰입을 극대화하는 장치의 특성에서 기인하여 VR이 구현하는 가상적 장소와 이를 시각적 인지뿐만 아니라 신체적 움직임으로 받아들이는 수용자와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장소적 경험에 대해 질문하고자 하였다.

이중구속, 3분 20초, VR 그래픽스 영상, 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가늠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미술사의 고전들을 비롯하여 현대미술의 다양한 작품들과 작가들은 나에게 언제나 영감을 넣어주는 존재들이다. 변화하는 기술과 삶의 방식 또한 작업의 출발점이 되곤 한다. 무엇보다 미술가는 세상을 향하는 새로운 시선과 관점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질문하고 의심하려는 태도가 미술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대부분의 작업들은 질문에서 시작하였고, 작품과 전시를 통해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관악산 호랑이 연구소의 어제와 오늘, 3분 17초, 단채널 비디오, 2011
스쿠아의 공격을 예술적으로 대처하는 7가지 방법, 4분, 단채널 비디오, 2013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시대에 따라 예술의 정의와 역할은 변해왔고, 시대적 요구와 생각의 변화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의 측면들을 이끌어 왔다. 좁게 보자면, 나라는 한 개인에게 있어서 예술은 말해야 할 그 무엇임과 동시에 그것을 말하는 방식일 것이다. 말해야 할 것은 집단적 가치에 의해 놓치고 있는 삶의 다양한 가능성과 인간성일 것이고, 말하는 방식이란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제시할 수 있는 표현의 방법일 것이다. 미술은 친숙하면서도 어렵기도 하고, 의미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언제나 고민을 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그러나 ‘의미를 만든다’라는 것조차, 그것이 오역되는 것 역시 예술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개인의 표현이 다수에게 영향을 주고 나아가 그것이 보편적인 문화로 인식된다는 점은 예술이 가진 원초적 힘이고 나 역시 그 힘을 믿고 있다.

《우리 세계를 위한 송시-SO.S》 전시 전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2010~11년 거주했던 동네의 주변부를 주목하고 기록한 작업 <에피소드>(2010), <독산십이경>(2011)에서 시작하여, 하나의 장소에서 발생하고 서로 부딪히는 다양한 주장과 믿음들을 사회적 맥락에서 쫓았던 <관악산 호랑이>, <인식의 각도>와 같은 2012년의 작업을 거쳐, 2014년 이후 나의 작업은 <메이드 인 안타티카>(2014), <우리 세계를 위한 송시>(2018), <이음새 없는 세계>(2019)와 같이 실제로 다다르기 어려운 장소들을 재현하고 그 너머의 가상영역으로 이어졌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 또한 기존의 작업과의 연관성을 유지하며 장소, 미디어, 디지털, 신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또한 2018, 2019년 최근 두 번의 개인전을 통해 디지털 매체의 미학적 표현 가능성을 탐구하였는데, 이를 좀 더 확장해 볼 생각이다.

선을 넘으려면 더 좋은 장비를 구입하고 착용하십시오, 32x37cm(5pcs),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leebyungsu.com




최수련 CHOE Sooryeon

최수련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동북아시아의 고전적 이미지가 동시대에 재현되는 양상을 관심 있게 지켜보며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들을 회화로 옮기고 있다. 특히 주류의 미감으로는 비하되기 쉬운 것들을 재발견하거나 한국과 중국의 고전 극영화에서 수집한 클리셰 장면들을 소재로 작업해오며 현실에서는 무용한 소위 ‘동양풍’ 이미지의 효용을 고민하고 있다.

선녀, 220x180cm, 리넨에 유채, 2017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동북아시아의 전통과 고전 이미지에 관심이 많다. 특히, 그것이 어떠한 목적을 위해 동시대에 재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형, 왜곡, 반복 등을 유심히 보고 있다. 나는 나와 같은 세대에서 소위 ‘동양풍’이라고 일컬어지는 ‘오리엔탈리즘적 이미지’를 보는 무지한 시선이 서양인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이렇게 된 배경에 대한 고민을 하거나 현재 상황을 직시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관점에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2013년에 전통 복식을 걸친 기묘한 마네킹을 그린 것을 시작으로 무속신앙이나 우리나라의 신흥종교, 사극, 전통행사 등에서 발견되는 다소 이상하거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한편 고졸한 미감이 있는 장면들을 그려왔다. 나는 다른 사람이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에서 캡처한 이미지에서 불필요한 것들만 일부 제거하고 거의 그대로 화면에 옮기는데, 해상도가 낮은 이미지를 많이 사용한다. 실제 작업 이미지 자체는 비교적 모호하게 표현하고, 반투명한 붓질과 캔버스의 굵은 올 등 회화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최근 2~3년간 작업한 작업에는 주로 귀신과 도사가 등장하는 1980~90년대의 판타지 영화에서 장면과 대사를 많이 차용했다. 고전적 이미지가 가진 고색창연한 아름다움과 대비되는 현실의 부조리와 괴리감을 반영하고자 했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회화에서의 전통적인 매체를 고수하는데 린넨이나 황마에 아교칠부터 모든 공정을 직접 하여 나에게 맞는 그라운드(지면)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라운드가 달라지면 올의 굵기에 따라 그에 맞는 붓질도 달라지고 최종적인 결과물도 상당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작업 전에 캔버스를 준비하는 시간은 꽤 오래 걸리지만 그림 자체는 미디엄을 많이 섞어 투명도를 높인 유채 방식으로 수정이나 겹침 없이 한 번에 빠르게 끝낸다. 그러고 나서 그림을 눕혀 놓고 오일을 발라 그린 것을 아주 살짝 녹이고 말리는 과정을 거치면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붓질이 겹치면서 그렸던 것이 반투명하게 닦여 나가 그림 전체에 희끗희끗한 자국들이 생기는데 이런 흔적들은 이미지의 환영성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회화적 요소로 작용한다.

魔王, 你贏了 (King Evil, you won), 230x160cm, 리넨에 유채, 2019 무제, 160x13cm, 황마에 유채,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대표작업은 2017년에 시작한 <선녀> 회화 연작을 말할 수 있겠다. 이 연작은 2013년의 마네킹 그림 <팔선녀>(2013)와 연관되어 시작되었다. 당시 그 마네킹들은 의복 색에 따라 임의로 ‘용왕’이나 ‘옥황상제’ 등으로 명명되었는데 당시에 여자 마네킹은 선녀라고 이름 붙였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선녀’라는 단어를 들으면 누구나 전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아마도 ‘하늘하늘한 고전 복식을 입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공통적인 이미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 후 시작된 <선녀> 연작은 이러한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실제 사람으로서 선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지역 행사 등에 동원되는 선녀 복장을 한 중년 여성 중 무료하고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거나 평범한 한국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주로 그렸다. 고전 서사에서의 ‘선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면 사실, 그들은 구원자도 아니고 주인공도 아니다. 실제 행사에서도 선녀는 남성이 중요한 의식을 행하는 동안 분위기를 조성하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작업에서 선녀는 기존의 그녀들과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팔선녀, 53x40cm(8pcs), 리넨에 유채, 2013
선녀, 리넨에 유채, 130x163cm, 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사카구치 안고의 에세이 중 「일본문화사관」이라는 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쓰인 지 50년이 넘은 글이지만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양인의 눈에 비친 ‘일본적’인 것에 천착하는 현실을 비꼬는 유머 감각이 있는 글이기도 하고, 전통에 대해 ‘필요하다면 사찰을 부수고 그 자리에 철도를 놓자’ 같은 과감한 주장이 흥미롭다(물론 부수자는 것은 아니고 그것에 짓눌리지 말자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나는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이스탄불>을 읽으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 소설 속 비애-멜랑콜리-슬픔에 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그것이 앞으로의 나의 작품에도 반영이 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나는 <요재지이>등의 지괴소설을 매우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그 내용뿐 아니라 저자인 포송령(蒲松齡, 중국 청나라 초기의 소설가 겸 극작가)의 삶과 태도에도 관심이 간다. 부조리한 현실에 대항하려 했지만, 무력했던 인간의 한탄은 몇백 년 전의 것이지만 지금의 현실과도 전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굴원’이라는 시인도 비슷한데, 나중에는 좀 더 공부해서 포송령과 굴원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한글세대를 위한 태평광기 220×180, 광목에 수채, 아크릴릭, 2019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도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는 관람객으로서 감탄할 때가 많이 있다. 특히, 무엇을 그렸는지, 왜 그렸는지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보자마자 즉각적으로 “좋다”라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그리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그러한 감각적인 경험을 전달하고 싶다.

《망한 나라의 음악》 전시 전경, 오뉴월 이주헌,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지금까지의 작업이 소재가 나와 같은 세대의 작가들 사이에서 비교적 많이 다뤄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 설명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회화적인 요소를 충분히 조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그리기 자체에 관해 이야기 하는 비중을 늘려가고 싶다. 화면 구성이나 그리기 방식들도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다양하게 시도하여 나 스스로도 작업 과정에서 더욱 회화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나에게 물감들 옆에 항상 꽂아 놓는 동묘에서 산 비녀가 있는데 아마 무속용품이었던 것 같다. 옥색에, 끄트머리 부분은 오방색의 스팽글 장식이 달려있는 키치적이고 조악한 상품인데, 그것을 보면서 항상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동양풍’의 고전적으로 보이지만 진짜 옛날에 제작된 것은 아닐 것이다. 화려하지만 속악하기도 하고, 나름 꼼꼼하게 만든다고 했지만, 완벽히 섬세하지는 못하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음산한 기운이 있는 물건인데, 볼 때마다 한국 사회가 전통을 대하는 방식이 농축되어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나는 이 비녀와 같이 복합적인 면이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그림이 어떤 면에서는 웃기다고 생각하는데, 공감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지금보다 더 웃기면서 무서워졌으면 좋겠다.

妳陽已盡, 陰壽未終, (Your life on earth is exhausted but your life in hell is unfinished), 180x220cm, 리넨에 유채, 2019
하늘은 넓고도 성글어, 80x65cm, 리넨에 유채, 2018 염라대왕 자네는, 45x45cm, 황마에 유채, 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조숙현 CHO Sookhyun

조숙현은 연세대학교 영상 커뮤니케이션 석사를 졸업하고 미술전문지 <퍼블릭아트>에서 취재기자로 근무했다. 현재는 미술비평가와 전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기획한 전시는 《X-사랑 : 김기라 X 김형규》(통의동 보안여관, 2019),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 : 악의 사전》(강원문화재단, 2018), 《바로 오늘》(인천문화재단, 2018) 등이 있다. 저서로는 『내 인생에 한 번, 예술가로 살아보기』(2015, 스타일북스), 『서울 인디 예술 공간』(2016, 스타일북스) 등이 있으며, 네이버 공연전시판에 전시 칼럼 ‘two way art’를 2년 간 연재했다. 2018년 현대미술 전문출판사 아트북프레스를 설립했다.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 전시전경, 2018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현대미술 전시 기획과 비평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주목해야 하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와 작업을 네이버 공연전시판에 연재하고 있으며, 현대미술과 대중들의 다리가 될 수 있는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 저서 중 『서울 인디 예술 공간』 (2016, 스타일북스), 『내 인생에 한 번, 예술가로 살아보기』 (2015, 스타일북스) 등은 대중들이 어렵게 느끼는 현대미술을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서울 인디 예술 공간』, 스타일북스, 2016 『내 인생에 한 번, 예술가로 살아보기』, 스타일북스, 2015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2018년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 : 악의 사전》을 기획했다. 당시 평창올림픽 시기에 맞추어 진행된 행사였는데, ‘악의 사전’이라는 전시 제목이 드러내듯이, 전시의 의도는 올림픽의 평화와 화합 정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의도가 다분 담겨 있었다. 현대사회에서 전쟁, 기아, 폭력 등이 난무한데 이것에 대해 쟁점화하고 작업하는 국내외 작가들의 작업을 모아서 비엔날레 형식으로 전시하게 되었다.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 : 악의 사전》 (전시기획), 2018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최근 ‘아트북프레스’라는 현대미술 전문 출판사를 창립하고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Ways of Curating』이라는 책을 번역 출간했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큐레이팅에 대한 다양한 재기발랄한 관점들과 실천, 그리고 태도는 앞으로의 큐레이터의 길에 많은 영감을 준다.

《X-사랑 : 김기라 X 김형규》, 현장 스틸컷, 통의동 보안여관, 2018
《X-사랑 : 김기라 X 김형규》 (전시기획), 통의동 보안여관, 2018 《X-사랑 : 김기라 X 김형규》, 현장 스틸컷, 통의동 보안여관, 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여전히 대중들은 현대미술을 어렵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미술이 경계(boundary)와 플랫폼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관심을 얻어야 한다. 그렇다고 기획사 전시나 이벤트에 그치는 전시를 기획하는 것은 현대미술의 영역 밖의 일이다. 그러므로 현대미술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고 대중들에게 현대미술의 코드를 알리는 것은 나를 비롯한 기획자들과 연구자들의 숙제가 될 것이다.

2018 바로 그 지원 워크숍, 2018
《바로 오늘》 (전시기획),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2018 《바로 오늘》 (전시기획), 전시장 전경,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한국 현대미술의 현장에 대한 비평서 『가까운 미술』을 출간 준비 중이다. 내부자들은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외부에는 닿지 않는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것이 목표이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조경재 CHO Kyoungjae

조경재는 수원대학교 디자인 학부와 상명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 후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마이스터 쉴러 과정을 마쳤다. 이후 작가는 본인의 대표 작업인 사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작가는 각각의 개별 작업의 확장성보다 실제 전시장소에서 그 확장성을 표면화시키는 과정에 더 주목한다. 그러한 확장성에서 사진은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파란 수영장, 120x120cm, 사진/잉크젯 프린트,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현재 사진을 기반으로 설치와 사운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작업들은 대부분 그 시작점이 2012년이다. 처음 사진으로 시작되었던 작업은 최근 영상 사운드 설치작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전의 작업 방식이 먼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 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로 진행되었다면, 2012년부터는 보여지는 상황과 조건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작업의 경우 장소를 먼저 찾고 주변의 물건들을 수집한 후 조형적 설치를 이용하여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또한 전시의 경우에는 공간적 특성을 먼저 이해한 후, 그 공간에 필요한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의 결과물이 작업이 된다. 정해진 기준점이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준의 작업의 방식과 많이 벗어나는 전시의 형태가 많이 나온다.

연천 시리즈, 사진/잉크젯 프린트,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대표전시는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에서 열렸던 전시 《부서진 모서리》(서울, 2017)와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진행했던 전시 《치수(齒髓)를 드러내다》(서울, 2018)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두 전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적 관점을 설치와 영상 그리고 사운드로 확장시킨 결과물이다. 먼저, 《부서진 모서리》 전에서 나의 사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적 구조의 틀을 실제 설치작업으로 시도해보았다. 불안과 긴장이라는 한국도시의 공간적 특징을 모티브로 하여, 무겁고 강하면서도 가변적이고 즉흥적인 감각을 추구하였다. 한편, 《치수(齒髓)를 드러내다》 전에서는 사진 매체의 특성을 해체해보았다 사진만이 가지는 정형적이고 일방적인 시점과 구조, 그리고 여러 레이어들이 한 장의 사진으로 함축되는 현상을 해체시켜봄으로써 이러한 사진의 특성을 반어법적으로 강하게 드러내고자 하였다. 나는 전시를 만드는 태도에서 알 수 있듯이 공간과 시간을 충실히 바라본다. 그리고 반응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치수齒髓를 드러내다》 전시 전경, 아마도예술공간(서울), 2018
《부서진 모서리》 전시 전경,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서울), 2017 블루 치즈, 120x120cm, 사진/잉크젯 프린트, 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보는 것’이다. 보고 반응하고 보고 반응하고… 반응의 방법은 너무 다양하게 표현된다. 정해진 대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 또는 공간, 오브제, 색감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반응의 결과물도 처음부터 정해놓지 않는다.
이러한 반응을 위해서는 반응이 가능한 공간을 찾고 그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나에게는 작업하는 것 그 자체 보다 작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전시란 ‘상황의 결과물’이다.

《5.5》 전시 전경, 영은미술관(경기도 광주), 2016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내가 생각하는 예술의 가장 긍정적인 의미는 ‘스스로 보이는 것에 반응함으로써 자신만의 생각과 의미를 찾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의미와 관객이 바라보는 의미가 달라질 때 예술의 재미가 작동하는 것 같다. 항상 똑같지 않은 반응에서 예술은 만들어진다. 내가 하는 예술에서 나의 역할은 상황을 만드는 것까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의 의미나 가치가 다양하게 해석되어질 때 나는 재미를 느낀다.

SHOW, 120x120cm, 잉크젯 프린트,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나이가 많이 들고 나서도 정말 재미있는 전시를 볼 수 있다면 너무나도 행복할 것 같다. 나는 내 전시보다 나와 다른 작품 또는 다른 감각을 지닌 전시를 볼 때 행복하다. 앞으로 더 좋은 전시, 다양한 전시가 만들어질 수 있기 위해서는 나와 같은 세대에서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 작품 활동과 전시는 물론이거니와 미술교육도 매우 절실히 필요하다. 기술을 배우는 형태의 미술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시각적 반응을 할 수 있는 미술교육이 이루어질 때 앞으로 소위 ‘병맛스러운’ 전시와 작업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작가로서의 역할도 있지만 예술가로서 사회적 역할도 꾸준히 실행할 계획이다.

《미음 기역》 전시 전경, 금천예술공장 PS333(서울),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롤란드 파르카스 Roland FARKAS

Roland FARKAS was born as a member of the Hungarian community in the closed society of the former socialist Czechoslovakia. He has experienced the transition from a communist society to a capitalist one in his early teens. After years of musical experimentation in different punk rock bands FARKAS’s interest gradually shifted towards visual arts. The artist moved to Budapest, Hungary ten years ago where he recently lives and works. During his art studies the artist became interested in the issues of contemporary life’s effects on interpersonal values and human condition

롤란드 파르카스는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 공화국의 폐쇄적인 사회에서 헝가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태어났으며, 십대 초반에 사회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의 전환을 경험했다. 다양한 펑크 록 밴드에서 수년간 음악적 실험을 한 이후 관심사를 점차 시각예술로 옮겨왔으며, 10년 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옮겨 지금도 그곳에서 주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미술을 연구하는 동안 파르카스는 현대인의 삶이 대인 관계상의 가치와 인간의 조건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New World Exchange, 35.2×18.6cm, over print on banknotes with transparent UV-active ink, 2018

# Q&A
Q. Introduce your work in general and the process of creation/production.
A. My recent works are ironic reflections on today’s universal capitalism. After realization of conceptual artworks mostly dealing with the role of art today, ten years ago I started to focus on the topic of ‘money’ as the symbol of current economic system. Banknotes – as the main material of these artworks – during the artistic process usually turn into an illustrative tool to reveal the system’s defects. I am also interested in money’s role as the common means of communication used in our daily lives that connects and separates people at the same time. In my previous projects realized with audience involvement I have modeled the devaluation of money in the post-crisis Argentina. I have examined the radical impact of the last few decades’ economic boost on South Korean society and analyzed the radical difference between art’s commercial and intellectual value in the Netherlands and Hungary. My works are realized in various medi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의 최근 작업은 보편적 자본주의에 대한 역설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 개념미술 작품의 대부분이 오늘날 예술의 역할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 10년 전부터 현재 경제 시스템의 상징인 ‘돈’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하기 시작했다. 작업의 주요 소재인 지폐는 작업 과정에서 주로 시스템의 결함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이와 더불어 나는 우리의 일상에서 사람들을 연결하거나 동시에 분리하기도 하는 일반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써 돈의 역할에도 관심이 있다. 이전에 작업했던 프로젝트 중에는 아르헨티나에서 경제적 위기 이후 일어난 화폐의 평가절하 상황을 모델로 삼기도 했었다. 또한, 나는 지난 수십 년간의 경제 성장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네덜란드와 헝가리에서 예술의 상업적 가치와 지적 가치의 근본적인 차이를 분석한 바 있다. 이러한 나의 작업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현된다.

 
 
CHANEGE, 12min 19sec, video installation, 2019

Q. What is your representative work/exhibition? And why do you think so?
A. In my latest solo exhibition entitled ’Bank of the Future Limited’ I focused on the society of “achievement-subjects” as it is defined in the book ‘The Burnout Society’ by philosopher Byung-Chul Han. I was interested in the symbolic places and characters representing today’s society that can’t be depicted anymore by the characteristic places of Michel Foucault’s disciplinary world of hospitals, madhouses, prisons, barracks and factories. It has been replaced by the society of shopping malls, fitness studios, airports, banks, etc. Because of their overflowing positivity, these symbolic environments are almost perfectly capable to exclude the possibility of any kind of revolt against the new regime of achievement society. Rather the increasingly threatening climate catastrophes are concluding the job worldwide instead of retired revolutionists with Molotov cocktails, having the only potential – however literally – to set our world on fire.
As one of the consequences of climate change is the migration of people that is envisaged in massive proportions in the future. Migrating middle class to economically more prosperous countries is substituted with even cheaper workforce from even poorer countries. Crises – either economic or ecologic – dissolve the order that regulates relationships among people.
For this project I used special transparent pigment – active only under ultraviolet light – to transform the design of banknotes and integrate ‘invisible’ scenes. I was inspired by one of Jorge Luis Borges’ allegoric stories. In the novel there are beings who are detained behind the mirror and one day they refuse to fulfil their punishment: the servile imitation of human gestures. In this project I was interested in the simultaneous depiction of the ideals of contemporary society and the broken reflection caused by the self-destructive chase for ultimate positivity.

Exhibition view of Bank of the Future Limited, Schemnitz Gallery, Banská Stiavnica, Slovakia,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지난 나의 개인전 ‘미래 유한 은행(Bank of Future Limited)’에서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그의 저서 <피로사회>에서 정의한 ‘성취주체(achievement-subjects)’의 사회에 초점을 맞추었다. 나는 오늘날의 세계를 대표하는 특정 장소와 사회에 관심이 있었다. 이는 미셸 푸코가 이야기 했던 병원, 정신병원, 감옥, 병영 그리고 공장과 같은 규율권력의 상징적인 장소로는 더 이상 묘사할 수 없는 것으로 푸코의 공간은 쇼핑몰, 피트니스 클럽, 공항, 은행 등의 사회로 대체되었다. 이는 넘쳐나는 가능성으로 인해 성취주의 사회의 새로운 정권에 대한 그 어떤 종류의 반란 가능성을 거의 완벽하게 배제할 수 있는 상징적인 환경이기 때문이다. 잠재적으로 유일한 (그러나 글자 그대로) 세계를 불태워 버릴 수 있는 화염병의 혁명이 물러난 대신, 오히려 점점 더 위태로워지는 기후 재앙이 전 세계를 종말로 이끌어 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 중 하나는 앞으로 마주하게 될 심각한 인구 이주 문제이다. 중산층이 경제적으로 더 윤택한 국가로 이주하게 되면 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저렴한 인력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경제적인 위기나 생태적인 위기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제하는 질서를 해체시킨다.
이 프로젝트에서 나는 자외선에만 반응하는 투명한 특수 안료를 사용하여 지폐 도안에 ‘보이지 않는’ 장면을 삽입했다. 이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시인, 평론가)의 우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보르헤스의 소설에서, 거울 뒤에 갇힌 존재들은 어느 날 노예처럼 인간의 몸짓을 따라해야 하는 형벌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나는 현대사회의 이상과 자기 파괴적인 추구로 인해 망가진 성찰을 동시에 묘사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BANK OF THE FUTURE LIMITED, transparent UV-active ink, stamps, banknotes, 2019

Q. What is the inspiration, motivation, moment of your work?
A. During both my gradual and post-gradual university studies I had the divine fortune to encounter inspiring personalities causing a 180-degree change in my artistic thinking. My curiosity and my rebellious nature led me towards uncharted waters of progressive artistic conceptions in the exciting period of freshly gained freedom after the fall of the communism in Eastern Europe. My interest shifted from painting towards video art, installation and performance art. I became interested in the tendencies of conceptual art and as a source of inspiration I read postmodern philosophy, sociology and art theory, watched avantgarde movies, listened to underground music and visited loads of galleries and museums of art. In my recent artistic practice I focus on the effect of cultural specificities on human values and contemporary human condition. My primary subject embraces social, economic, cultural, political issues and pointing out certain correlations between them.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며, 나의 예술적 사고를 180도 변화시킬 만한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또한 나의 호기심과 반항적인 성격은 동유럽 공산주의가 몰락 이후 새롭게 주어진 자유의 시기에 나를 진보적인 예술 개념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주었다. 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회화에서 비디오 아트, 설치, 퍼포먼스 아트로 옮겨갔다. 개념 예술의 경향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포스트모던 철학, 사회학 및 예술 이론 서적은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또한 아방가르드 영화를 보고,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들으며,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를 방문했다. 나는 최근 작업을 통해 주로 문화적 다양성이 인간의 가치와 동시대 인간의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 관련된 주요한 주제들은 사회, 경제, 문화, 정치적 문제를 아우르고 있으며, 나는 그 사이의 특정한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BANK OF THE FUTURE LIMITED, transparent UV-active ink, stamps, banknotes, 2019

Q. How do you think about communication between art and spectators?
A. Ultimately my artistic practice is based on the opposition of intellectual property vs. the current regime of late capitalism. Let me be clear in saying that I do believe in art’s role in shaping of society and its potential to reach its audiences. Firstly, in the most basic level, it is evident that without art the world would be an infinite grey desert of bleakness. Secondly, most people agree that so called ‘high art’ is consumed only by a narrow elite. It might be so. But the role of art in today’s society is in a constant change. Messages of artist are passed over to audiences not only in the ‘white cube’ but also in public spaces but eventually it reaches broad masses on the internet, most typically on social media platforms. Artists of today have influence on before unknown audiences with issues targeted to their everyday life. I am convinced that every art is political by its nature.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궁극적으로 나의 예술적 실천은 지적 재산과 후기 자본주의 체제 간의 대립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분명히 밝히자면, 나는 사회를 형성하는 예술의 역할과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잠재력을 믿는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예술이 없다면 세상은 황량하고 암울한 회색빛 사막과 같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수 예술(high art)’이라는 것이 극소수의 엘리트 계층만 향유하는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예술가의 메시지는 ‘화이트 큐브’ 안의 관람객에게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의 관람객에게도 전달되며, 더 나아가 인터넷, 그중 가장 일반적으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대중에게도 닿게 된다. 오늘날의 예술가는 알려지지 않은 관람객과 그들의 일상생활에 중점을 둔 문제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모든 예술이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ÉGALITÉ, LIBERTÉ, FRATERNITÉ, 210×245mm (3 pieces), engraved plexiglass with LED lighting, 2016

Q. Your wishes as an artist./ Your long-term plans./ Your goals and concerns, etc.
A. As an artist I wish to create more ‘open works’ as Umberto Eco referred to the topic in his book ‘The Open Work’. The book discusses the powerful concept of “openness”, the artist’s decision to leave arrangements of some constituents of a work to the public or to chance. I would like to improve my future works in that direction.
In one of my earlier performance art projects I decided to relax in a deck chair in the middle of the busy main square of a city. On a sign next to me the following text was readable: ‘An artist has the right to just lay around all day gazing at the sky’. I was trying to draw attention on the rights of individuals (not only artists) for a fulfilling and dignified life in a world that leaves less and less space for contemplation. One of my concerns aims to the cultural policies worldwide. I wish that the decision makers will have better understanding of the artist’s role in society – who creates cultural value in most cases free of charge – providing proper conditions for their creative functioning without ideological restrictions and predefined expectations.

 
 
NEW WORLD EXCHANGE, performance, Seoul Art Space Geumcheon, Seoul,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가로서 나는 움베르토 에코가 그의 저서 <열린 예술작품(The Open Work)>에서 언급한 것처럼 더욱 ‘열린 작품’을 창조하고 싶다. 에코의 책은 ‘열림(openness)’이라는 강력한 개념에 대해 논의한다. 이는 작품의 일부 구성 요소를 대중에게 또는 우연히 공개하겠다는 예술가의 결정을 의미한다. 나는 앞으로의 작업을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나의 초창기 퍼포먼스 아트 프로젝트는 도시의 번잡한 광장 한가운데에 휴대용 의자를 놓고 거기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다. 바로 옆에는 다음과 같은 텍스트를 배치했다. “예술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누워있을 권리가 있다.” 사색을 위한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세상에서 (예술가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성취감 있고 품위있는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환기하고 싶었다. 나의 관심사 중 하나는 전세계의 문화 정책이다. 의사 결정자들이 (대부분 무료로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더욱 잘 이해하기를 바라며, 이념적 제한이나 암묵적인 기대 없이 예술가가 창조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ARTIST HAS THE RIGHT TO JUST LAY ALL DAY AND WATCH THE SKY, performance, Czech, 2002

작가정보 : www.rolandfarkas.blogspot.com




토모코 키쿠치 Tomoko KIKUCHI

Based in Beijing, Tomoko KIKUCHI’s phothgraphy, video, and video installation works examining the themes such as gender, social changes and war, focus on the people who live in cracks of a dynamically transforming society. For example I and I (2005-2013), Lost Boundaries (2012) are the photographic and video works about young Chinese LGBT people who wander about the unclear boundaries separating men and women, where big changes are occurring in the sexuality in urban youth In every project she has been involved with their community fellowship for a long period of time. these works visualize the energy of crashes out of conflicts, and the human power to overcome the contradiction and complexity of the world.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토모코 키쿠치의 사진, 비디오, 영상 설치 작업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의 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젠더, 사회 변화, 전쟁 등의 주제를 살핀다. 예를 들어, <나와 나(I and I)>(2005-2013), <잃어버린 경계들(Lost Boundaries)>(2012)은 남성과 여성을 구분 짓는 불명확한 경계, 곧 도시 청년들의 성 정체성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그 경계에서 헤매는 중국의 LGBT 청년들에 대한 사진과 영상 작업이다. 작가는 프로젝트마다 그들의 공동체 속에서 오랜 기간 우정을 쌓아왔다. 이 작업들은 충돌에서 나오는 충격 에너지와, 세상의 모순과 복잡성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능력을 시각화 한다.

Exhibition view of Go-Betweens: The World Seen Through Children, 2014
Lost Boundaries (잃어버린 경계들) & Wounded (상처 입은), Video installation, color, 2014

# Q&A
Q. Introduce your work in general and the process of creation/production.
A. Based in Beijing, my works examine themes such as gender, social change and war and focuses on the people who live in cracks of a dynamically transforming society. For example I and I (2005- present) and Lost Boundaries (2012) are photographic and video works about young Chinese LGBT individuals who wander about the unclear boundaries that separate men and women, and takes place where big changes are occurring in the sexuality in urban youth. The River (2013) is a photographic work about the life and death of contemporary society through the changes within the lives of fisherman living in the world’s biggest and longest rivers. Through these works I try to visualize the energy of the crashes that form from conflicts, and the human power to overcome the contradiction and complexity of the world.
I spend a long time researching, but when I start to shoot I try to forget all research because I do not want to be closed off by my research. In each project I include the community in which I have been engaging with for a long period of time. I sometimes live with the subjects and try to continue working with them until I change my values. When I can see the world in a completely different way from before, the work is almost done. It usually takes a long time until my values have been overturned several times, then the work is going to take shape.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베이징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며 젠더, 사회 변화, 전쟁과 같은 주제를 탐구하며,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의 틈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 청년들이 경험하는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큰 변화를 다룬 《나와 나》(2005-현재)와 《잃어버린 경계》(2002)는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는 불확실한 경계에서 방황하는 중국의 젊은 LGBT 층을 담은 사진과 영상 작업이다. 또한, 《강》(2013)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긴 강 주변에 사는 어부의 삶이 변화하는 것을 통해 현대 사회의 삶과 죽음을 그린 사진 작업이다. 이 작업들을 통해 갈등이 유발하는 충돌의 에너지 그리고 세상의 모순과 복잡성을 극복하는 인간의 힘을 시각화하고자 한다.
나는 리서치를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 조사한 것을 다 잊어버린다. 리서치에 국한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각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특정한 공동체와 오랜 시간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때로는 작업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과 함께 살면서 내 가치관이 변할 때까지 작업을 이어가기도 한다. 특히, 이전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될 때, 비로소 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내가 믿는 가치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차례 뒤집히고, 그 후에 작업의 윤곽이 드러난다.

Lost Boundaries, 7min, video installation, 2012

Q. What is your representative work/exhibition? And why do you think so?
A. I and I is a photographic series that witnesses rapid changes in China’s society and social awareness through the lives of transgender people. This project visualizes their energy and power to overcome the pressure not only from society and family but also from themselves. From 2005 to 2013, when I was involved in this project, it was the turning point in the awareness of Chinese people in regards to gender. I and I portrays Chinese transgender people, from the dark days when they lived an underground existence, to when they began to discern a gleam of light, to depicting the conflicts and spirits that exist between their ideals and reality.
I think this project changed my previous working style and builds up to the current working style in which I am involved in the subjects and observe the world surrounding them over a long period of time. I think from this project I learnt to manage to see the relationships between the subjects and world from wider perspectives and angles.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나와 나》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이 작업은 트렌스젠더의 삶을 통해 중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사람들의 인식을 담은 사진 연작이다. 이 작업은 사회와 가족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받는 중압감을 극복하는 이들의 에너지와 힘을 시각화하고 있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2005년부터 2013년은 중국인들의 젠더 인식과 관련하여 전환점과 같은 시기였다. 《나와 나》는 중국의 트랜스젠더들이 지하에서 생활하는 존재였던 어두운 시절부터 한 줄기 빛을 보기 시작하던 시기까지, 그들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과 정신을 묘사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업 스타일이 변했고, 대상에 관여하여 그들을 둘러싼 세계를 오랜 시간 동안 관찰하는 현재의 작업 스타일이 구축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대상과 세계의 관계를 더 넓은 시각과 각도에서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I and I photography series, 2005-2013

Q. What is the inspiration, motivation, moment of your work?
A. My inspirations mostly come from people who I meet by coincidence or places where I was very strongly attracted without reason. In the beginning I usually have no intension to produce work with them but eventually the stronger and the more powerful their attraction are the more I involve in. It becomes a piece of work when my inner self resonates with the subject.
For some reason, the people and places that are strongly attracted to me, I realize later on, have a strong relationship with my own inner issues and also the issues with myself and this world.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주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나 이유 없이 강하게 매료된 장소에서 영감을 얻는다. 처음 의도는 작업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지만, 그 사람들이나 장소가 지닌 매력이 강하거나 더 클수록 더욱 관여하게 된다. 나의 내적인 자아가 그 대상을 상기시킬 때, 그것은 작품의 일부분이 된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 내가 강하게 끌리는 사람과 장소는 나의 내적인 문제 또는 나와 세계의 문제와 강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된다.

 
Lost Boundaries, 7min, video installation, 2014

Q. How do you think about communication between art and spectators?
A. I don’t think the work is completed when the artist has finished producing it, but after the audience sees it, receives emotions and thinking from it. And then I think it’s completed.
So I assume that communication between artists and their audiences is based on the artists’ deep thinking which can transcend time and space for wider audiences of different strata, generations, and different places.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작품은 작가가 작업을 끝냈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관객이 작품을 보고 얻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이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을 위해서는 시간이나 공간을 초월하는 작가의 사려 깊은 사고가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계층 또는 세대에 속하거나, 매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갈 관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Lost Boundaries, 7min, video installation, 2014

Q. Your wishes as an artist./ Your long-term plans./ Your goals and concerns, etc.
A. I will continue the project Dialogue which I’ve been currently working. This is a project that takes place in Japan, South Korea and China. This photography and video installation work aims at evoking conversations of people who are both perpetrators and victims of historical and current issues in these three different countries. Through this project I try to transcend the border, time and space to consider the essence of human nature.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나는 현재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에서 진행 중인 《대화》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다. 이 사진 및 영상 설치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세 나라의 역사 및 동시대 문제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대화에 참여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경, 시대, 공간을 초월하여 인간 본성의 본질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Lost Boundaries, 7min, video installation, 2012

작가정보 : www.kikuchitomo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