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소개
인천아트플랫폼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공모로 선발하여, 창작 공간을 지원하고 입주 예술가의 연구와 창작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프로젝트 발표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 12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윤제호는 컴퓨터로 디자인된 소리와 광학 장치의 빛으로 공간을 채워, 자신이 상상한 디지털 세계를 현실 공간에 구현한다. 작가는 소리, 빛과 공간 자체를 언어화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기존의 관람, 청취 방식을 지양하며 관객이 작품 안을 거닐고, 빛과 소리를 만지며 얻는 촉지적 감각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작가가 구축한 비물질적 세계의 이야기는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며, “나는 어디에 속해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소리와 빛으로 공간에 이야기를 만들어서 관람객에게 공감각적 경험과 함께 디지털 시대 속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악기와 전자음악, 전자음악과 영상을 결합한 작업을 해왔으나, 2015년 유망예술지원을 통해 선보인 <SOUNDHUE>라는 단독 공연에서부터 소리, 빛,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관람객이 느끼는 감각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공연과 전시의 경계에 대한 사유가 확장되었다. 이에 따라 공연과 전시의 형태를 구분 짓지 않고, 공간에 형태에 작업 맞춰가는 방식을 취하게 되었다. 먼저 공간을 보고 빛과 오브제 형태를 생각한 후 소리의 위치를 고민한다. 그다음에는 소프트웨어로 전체적인 공간을 구성하고, 실제 공간에 프로토타입을 설치하여 전체적인 느낌을 본다. 마지막으로는 그 느낌과 어울리는 소리를 찾고 실험을 거쳐 음악을 만든다. 작품은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제작된 음악의 타임라인과 소리에 맞춰 반응하며 변화하는 빛과 영상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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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2019년에 선보인 개인전 《휴식동굴》(갤러리밈, 서울)을 꼽을 수 있겠다. 전시 형태로 선보인 첫 개인전으로, 많은 관람객과의 만남을 통해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공연보다 전시 활동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현대인들은 디지털 데이터가 떠다니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환경으로 인식한다. 디지털 세계와 차단된 채로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운 상태가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아닌 다른 세계에 완벽한 휴식이 존재한다고 환상을 품고 있는 것이다. 나는 더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0과 1의 디지털 세계를 자연의 구성 요소로 기꺼이 받아들인다면, 디지털 기기로 묶여 디지털 세상을 정처 없이 부유하는 현대인에서 걸맞은 도시 속 휴식이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휴식동굴》 전시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모호한 디지털 공간에서 데이터화되어 존재하는 디지털 유목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그와 함께 우리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을 갖는 전시였다.
나의 작업을 단어로 표현한다면 ‘모호함’, ‘혼재’일 것이다. 두 단어 모두 구분을 짓지 못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나는 독특한 장소에서 해당 공간과 나의 작업이 하나의 퍼포먼스로 온전히 결합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지금처럼 오랫동안 꾸준히, 작품 속에서 느낀 감각의 경험이 잊히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시도해보고 싶다.
이현민은 음악과 사진, 영상을 접목하여 일반적인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경험들에 대해 탐구하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Macro Cosmos>시리즈의 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상과 미디어를 접목하여 하나의 악기와 독주 연주자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복합 작품을 구상 중이며, 이를 인천아트플랫폼의 공간적 특성에 맞추어 선보일 예정이다. 이현민은 ArtLab MIIO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예술가들의 이미지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음악교육활동을 위해 해마다 네팔을 방문하고 있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사회적인 문제 또는 개인적인 생각이나 경험을 작곡을 통해 음악으로 만든 후 영상, 미디어와 접목하여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감각으로 인지하기 어려운 아주 작은 사물이나 소리와 같은 것들을 재해석, 확장하여 나만의 시선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나는 여행을 다니고 다양한 공연, 전시를 접하면서 청각적 소리가 시각적 이미지로, 이미지가 소리로 느껴지는 공감각적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한 공간에 감각적인 부분을 모아놓거나, 관객의 상상력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작업에 관심이 생겼고, 영상과 소리를 함께 작업에 접목하게 되었다. 나의 창작과정은 먼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결정하고, 그 이야기와 매우 밀접하거나 또는 전혀 상관없는 것 같은 소리와 이미지를 선택한다. 이후 작곡과 영상 편집을 통해 재해석하여 제작하는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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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inity Resonance of Macro Cosmos》, Platform-L, 서울, 2020 |
《기록으로 잊혀지는 이야기의 소리들》, 토포하우스, 서울, 2021 |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최근에는 <Macro Cosmos>라는 제목의 연작을 제작하고 있다. 한 명의 연주자와 홀로 연주되는 악기를 위한 영상과 미디어 설치를 접목한 음악 작업이다. 2020년에는 한 명의 타악기 연주자가 징과 꽹과리 같은 국악의 금속 악기만을 이용하여 45분 동안 연주를 이어가는 <Infinity Resonance of Macro Cosmos>라는 제목의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금속으로 제작된 타악기의 모습이 하나의 별과 닮아 보였고, 소리의 생성과정이 빅뱅이론의 일부와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무대 위에 10개의 징을 설치하고 스스로 울리게 만들어 연주자와 협주하는 듯한 음악이 흐르는 동시에, 영상 이미지와 조명을 통해 별의 그림자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 작업을 시작으로, 그동안 내가 상상해오던 새로운 작품 형태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고, 이후의 방향성도 보다 선명해졌다. 내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아주 작은 것들의 거대한 이야기(우주)’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앞으로 나는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공간’에 대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공간이 무엇으로 인지되고, 구성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기도 하고, 음악교육이나 예술교육을 작업의 일부로 삼아 다양한 지역에서 공유해보고 싶다. 마음과 생각이 닫히지 않은 예술가로 계속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만남이 반가운 작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지박은 특정한 장르에 국한되기보다는 정형화된 형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제1, 2차 세계대전 전후 시기의 사회적 상황 등 정치적 혼란기의 예술에 주목한다. 레지던시에 머물며 당대의 정치적 상황과 전쟁이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작곡과 머신지능을 이용하여 미디어아트와 증강현실(AR)로 구현하고자 한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기억하고 있는 어떤 사건 혹은 경험의 단상을 응축하여 작곡, 음악 작업으로 표현한다. 음악으로만 채워진 공연보다 비디오아트, 현대무용, 라이브 페인팅 등의 타 장르 예술가들과의 협업이 흥미롭게 느껴져, 지난 8년 동안 19개의 다원예술 작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음악 작곡을 시작하기 전, 나는 머릿속에 곡 전체의 흐름과 구성에 대한 스케치를 그려둔다. 곡에 어떤 악기를 사용할 것인지 생각하다 보면 어떤 연주자를 섭외할 것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기에, 내가 원하는 연주자의 장점을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 곡을 쓰려고 신경 쓰는 편이다. 비디오 아트 영상을 직접 만드는 경우에는, 테마 또는 패턴의 다양한 배열로 곡의 기승전결 변화를 가시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나의 작업은 ‘시계추 이론’이라는 함축적인 개념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끝과 끝은 통하고 거식증인 사람이 비만이 될 확률이 높듯이 양극단이 오히려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개념이다. 나는 이 이론을 실생활에 대입하여 자주 생각하고 분석하고 있다. 올해는 현대음악과 AR(증강현실)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있다. 이처럼 음악적으로도 양극단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지만, 결국 이 두 끝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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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 Vol.19 – 백남준》, 플랫폼엘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서울, 2020 |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나의 대표 작업으로는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17 – DMZ>(2019)를 꼽을 수 있겠다. 이 작업은 2018년 해외투어 일정으로 독일에 방문했을 때, 베를린 장벽을 보고 느꼈던 큰 파도가 휘몰아치는 감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때 나는 한국에 돌아가서 비무장지대(DMZ)에 직접 가보고, 더 알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시기에 우연히 영상작가 이지송이 “DMZ 무경계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했고, 수락하여 함께하게 되었다. 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50여 명의 국내외 시각 예술가들과 함께 종일 DMZ 일대를 탐색하며 리서치하고, 서로의 퍼포먼스를 보고 생각을 나누며 며칠 밤을 새우기도 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경험을 통해 DMZ를 다각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스트링퀄텟, 피아노, 모듈러신스, 사운드 디자인, 비디오아트 구성의 음악 공연을 선보이고, 음반 발매도 진행했다. 이 작업은 앞으로 더 발전시켜보고 싶은 프로젝트이기에 내게 좀 더 특별하다.
올해 역시 현대음악, 얼터너티브, 현대무용 음악,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 멤버들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작곡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음악가는 음악으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반 작업을 많이 진행할 예정이지만, 나는 예술에 구분선을 두고 작업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시대 예술에 대한 공연이나 음악을 만들 때 관객과 나 사이에 어떤 선이 분명하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가끔 그 선으로 인해 지칠 때도 있었지만, 그 지점이 변화하는 시작점에 대한 고민과 기대가 되기도 한다. 국내외 관객이 동시대 음악이나 미술, 무용을 더 많이 향유하고 즐기는 시대를 꿈꾸며, 나도 작업을 통해 새로운 필터로 완성도를 높이는 작가, 작곡가, 공연 기획자로 기억되고 싶다.
* 작가에게 제공받은 인터뷰 글을 바탕으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