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오헬렌

이름: 오헬렌 (OHELEN)

분야: 사운드

인천과의 관계: 제2의고향

작가정보:  홈페이지(ohelen.co.kr)

Discography
2021 <lookatmysweat> <How Beautiful> <Pause>,..
2020 <413> <OH>,..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지난 12월에 발매한 더블싱글앨범 <LOOKATMYSWEAT>입니다. 부평구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지역뮤지션지원사업인, 뮤즈컴 1기에 참여하면서 세상에 선보이게 된 곡인데, <lookatmysweat> <How Beautiful> 총 두 곡이 수록되었습니다. 내 땀자국들 좀 봐, 아름답지 않니? 라는 질문과 대답으로 이어지는데 그래서 이 두 곡을 이어 듣기를 권해드립니다. 여름에 땀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티셔츠에 얼룩덜룩 창피하게 번진 땀자국을 보고 문득 기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린으로 점점 변신하는 과정을 상상하며 가사를 썼습니다. “내 지난 여름의 시작과 끝은 달랐다”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나를 인정하는 순간 세상이 조금 달리 보였다는 작은 감탄을 담았습니다. 랩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시작은 쉬운데 마무리가 아쉬워 조금 더 끝맺음에 최선을 다 해 보려고 합니다. 올해도 여름이 다가오고 있네요. 무지 덥겠군요.

<How Beautiful 음원 듣기> 

앨범 자켓은, 제 오랜 벗이자 독일에서 왕성하고 활동하고 있는 yuntreee의 작품 <The bubbles, acrylic on canvas, 400 X 300cm, 2019>입니다. 생동감 있게 공기방울을 머금고 솟아 올랐다 금새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방울방울들이 만들어지는 장면이 삶 같았습니다. 우연이 필연이 되는 장면을 목격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앨범을 발매하기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2.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미리 계획성 있게 그림을 그려놓고 움직인 적이 없어서 올해는 목표를 설정해두고 닮아가는 연습을 해보는 중인데 역시나 어려움은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의 작업의 키워드는 우연이었습니다. 운명은 조금 거창한 거 같고 다른 일을 하다가 파생되는 곁가지들 어쩌면 사족이라 할 수 있는 자투리들이 새로운 작업으로 나올 때가 많습니다. 물건들 주변잡기들을 잘 정리하고 버리는 것을 잘하는 데 그렇다고 새것을 잘 사는 편은 아닙니다. 작업했던 파일들은 버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언젠가 다른 쓰임으로 빛 볼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들 혹은 지인과의 대화 속에서, 전혀 일면식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군요. 툭툭 던진 말들 속에서 실마리를 찾기도 합니다.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약점들을, 무의식중에 타인에게서 누구보다 먼저 빠르게 수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싫은 소리가 나오지요. 결국 모든 답은 저한테 있습니다. 제가 만들고 결정하고 플레이 하니까요.

(창작자 @iiieungiiieung)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와 비슷한 질문을 친구에게 한 적이 있는데 저라면 어떻게 대답했을 까 생각해 봤었습니다. 저는 제 개인적인 삶보다 제가 만든 작업들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죽을 때까지 못 만들 수도 있다는 게 함정입니다. 저는 꾸준히 하는 걸 잘못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저와 맞는 일을 찾으니까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가도 결국은 해 냈던 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그래서 왠지 그런 작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월 24일 금요일에 ‘수영장’이라는 싱글 곡을 발매하는 데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분야를 적는 곳에 음악이 아닌 사운드라 적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선과 면, 색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거처럼 소리, 사운드를 재료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더군요. 공간감을 만드는 거죠. 제가 어떤 재료로 어떤 세상을 만들지 저 또한 기대가 됩니다.

(창작자 @neeohl)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작업을 하다 답답하면 몸을 움직이거든요. 무거운 거를 들거나 다리가 무거워질 정도로 뛰거나 걷다보면 마음의 무거움이 조금 해소되는 기분이 들어요. 저희 집 근처에 아라뱃길이 있는데 산책겸 운동겸 자주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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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beautiful 로 만든 영상클립인데, 마지막 장면에 자전거를 타는 곳이 친구와 자주 오가는 아라뱃길 근처 풀숲입니다. 해가 질 무렵에 요즘처럼 선선한 바람을 맞고 있자면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었다고 기분 좋게 맛있는 거 먹으러 갑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신체가 건강해야 작업도 잘 되더라구요. 건강합시다 우리 모두.




시각예술작가 이승연

이름: 이승연(李承姸, Lee seung yeon)

출생: 대구

분야:시각예술(회화)

인천과의 관계: 인천거주, 인천 예술나루 레지던시 입주작가

작가정보:  홈페이지(dltmddustkfkd.wixsite.com/yeon), 인스타그램@_artist_yeon

학력
2020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졸업
2016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2 안녕? 금붕인!, LLL커피, 서울
2021 이승연展-금붕인, 나인웰스갤러리, 시흥
2020 금붕인, 만나다, 카페드도서관, 서울
2015 이승연 개인전, 아이디어팩토리, 서울
그룹전
2021 을지아트페어, 을지트윈타워, 서울
서구가갤러리, 서점안착 호미사진관, 인천
제4회 마포아트마켓, 엷은 남빛 갤러리, 서울
골드캔아트플랜 단체전, 서궁갤러리카페, 서울
지난 2년, 갤러리시선, 서울
2020 2020 비상 그룹 전시회, 더명동빌딩, 서울
갤러리 시선 3인 공모전 김지선·박서연·이승연, 갤러리시선, 서울
한뼘 그림 아트페어, 에브리아트, 서울
2019 명동 T festa, 중구청, 서울
연희동아트페어, 무소속연구소, 서울
2016 우수졸업작품전,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분양 : The box, 스페이스선+갤러리, 서울
첫 발자국전, EK아트갤러리, 서울
2015 그 사이 : 뜰展, 아이디어팩토리, 서울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인간의 폭력성은 최근 <알.쓸.범.잡>,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TV프로그램이나 뉴스 기사 등을 통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간의 범죄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세분화 되고 있으며 그 잔혹성은 심화되고 있다. 아니면 이제껏 숨겨져 왔던 끔찍한 상처들이 이제야 드러난 것일 수도 있고. 대표작 은 폭력적인 관계가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의 삶을 반복적 패턴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폭력을 행하는 어리석은 인간을 대변하는 캐릭터 ‘금붕인’이 등장한다. 화면 안 공간은 지금도 누군가와 관계 맺고 있는 우리 내면의 세계이다. 이 공간에는 그림자도 없고 인간 이외에 다른 어떤 물체도 없다. 오로지 인간과 관계성만 존재하고 있다. 관람자는 멀리서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런 우리 사회를 냉철하게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방관자가 되는 과정을 겪는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관계로 인한 상처’는 칼과 피, 혹은 폭력적인 행위로 형상화 된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상처를 받았거나 주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삶을 단단히 지탱해주는 자존감 안에서 당당하게 관계를 맺을 것을 제안한다.

2.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금붕어를 소재로 그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금붕어를 키운 적 있냐는 질문을 한다. 직접 금붕어를 키운 경험은 없지만 이모부께서 금붕어를 자주 키우셨는데, 그 때 금붕어가 죽어 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금붕어를 본 것도 충격이었지만 금붕어 사체를 변기 물에 내려 버리는 모습은 어린 나에게 큰 충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생명경시와 나약함, 우매함 등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로 금붕어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금붕어를 실제 금붕어 모습 그대로 표현했다. 그러나 인간관계 속에서의 폭력적인 행태를 드러내기 위해서 인간의 모습이 필요했고 이러한 고민 속에서 인간의 몸에 금붕어의 머리를 한 ‘금붕인’이 탄생한 것이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인생 자체가 굴곡이 있는 예술가도 아니고 취향이 마이너하거나 독특한 예술가는 아니다. 예술가로서 나라는 인간 자체가 주목받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한번 쯤 봤거나 알게 된다면 충분할 것 같다.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서 “아! 그 작품 본 적 있어요!”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예술가로 남고 싶다.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단기적인 계획으로는 일단 인천 예술나루 레지던시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전시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이다. 인천 서구 문화재단이나 K-water 관계자 분들, 함께 레지던시를 이용하고 있는 작가님들 등 정말 많은 인원이 기대하고 있는 레지던시라 11월에 열릴 결과 보고 전시에 많은 관람객 분들이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금붕인을 그리기 시작 한 지 어언 7,8년이 되었는데 앞으로도 금붕인을 계속 그릴지 아니면 다른 작업을 하게 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직 금붕인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르고 있고 실행하지 못한 프로젝트들도 많아서 당분간은 그 아이디어들을 실현시키는 것에 집중 할 예정이다.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경인아라뱃길 아라빛섬은 노을 질 때 정말 아름다운 장소이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평일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곳에서 보는 갈대와 노을은 예술가치고 부족한 나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이곳으로 가는 드라이브 코스도 한적하고 도심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주변에 건물이 거의 없어 자연을 만끽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다. 여기에 있는 정서진 아트큐브에서 열리는 전시도 정말 볼만하다. 인천은 아무래도 서울보다 전시 공간이 많지 않은데 이곳에서 좋은 전시들을 관람 할 수 있다.




시각예술가 윤미류

이름: 윤미류(尹美柳/Miryu Yoon)

출생: 1991년

분야:시각예술(회화)

인천과의 관계: 레지던시(아트플러그 연수) 입주작가

작가정보:  홈페이지(miryuyoon.com), 인스타그램@miryuyoon023

이메일: miryuyoon@hotmail.com

학력
2018 서울대학교 서양학과 석사 졸업
2016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21 Not Walking at a Consistent Pace, Plan C, 전주
2018b> PIPE; HOLE; BASEMENT, 상업화랑, 서울
주요단체전
2022 전북청년 2022, 전북도립미술관, 완주
2022 I Always Wish You Good Luck, 아트플러그 연수, 인천
2021 그리고 라이브, 문래예술공장, 서울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대학원 졸업 후에는 화방에서 잠깐 일을 했다. 평범한 화방 같지만, 사진관과 디자인 사무소와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겸하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의 시간을 자주 회상하는데, 가장 흥미롭다고 느낀 것은 온갖 사람들이 가져오는 다양한 이미지를 다루면서 타인의 아주 사적인 부분을 들여다볼 기회였다. 각자의 이유로 생성되고, 편집되고, 보존되고, 복제되고, 아껴지고, 폐기되는 이미지를 보며, 이미지에 얽힌 개인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이미지의 위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또한, 이미지를 단서로 그것과 연관된 사람들을 미세하게 추적하곤 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들의 시간, 관계, 사건, 감정은 어떠한 모양일지 생각했다.

주변에 대한 목적 없는 관찰과 상상이 일상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와 어떻게든 접점이 있는 것, 특히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외국에서 적당한 공간과 재료를 갖춰 유화라는 매체를 쓰는 게 어려워서이기도 했지만,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취미를 들인 스냅사진이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그림을 그리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대표작이라기보다는, 포트폴리오에 먼저 들어가는 것이 그곳에서 만난 목수 부부와 그들의 작업장을 그린 <The Studio> 시리즈이다. 사흘간 함께 지내며 본 것을 그리기 위해 일 년을 보냈다. 눈앞의 익숙하지만, 또 낯선 형태들에는 무언가 아름답고 흥미로운 면이 있다고 느꼈고 그것을 평면에서 다시 찾고자 했다.

Not Walking at a Consistent Pace, 2021 Not Walking at a Consistent Pace, 2021 Woodwork, 2020

2.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어떤 일이 벌어지는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내가 그 중요한 순간에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래 간직할 장면이나 말의 무게를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하다가 종종 한발 늦게 깨닫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 기록을 자주 하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이 쌓여서 나중에 영감이라고 부를만한 무언가가 되는 듯하다. 작은 끄트머리라도 잡고 있던 것들, 놓치지 않고 모으고 쌓은 것들이 이러저러한 조합으로 화면에 드러나는 편이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 또한 관객의 입장에서 다른 그림들에 감탄한다. 어떤 그림이 매력적인 이유를 다양하게 찾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여러 이유의 총합으로도 결국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페인팅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인 듯하다. 그렇게 ‘좋은’ 그림을 보면 작가 개인의 모습에 대해서도 상상한다. 이 부분에서는 어떻게 붓을 잡았을지, 화면에 무슨 레이어를 먼저 그렸을지, 여러 붓질 사이에 머뭇거리는 구간은 어디일지에 대한 상상이, 평소 어떤 것을 읽고 듣는지, 그림 다음으로 몰두하는 게 무엇인지, 자주 하는 기록의 형태가 글인지 그림인지, 무뚝뚝한 성격인지 또는 가끔 누구를 웃기기도 하는지 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생각으로 한동안 누군가와 그의 그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다른 사람도 내 그림을 보고 비슷한 상상을 할지 궁금해진다. 내 그림을 통해 직관적인 ‘좋음’의 감각을 전하면서도 모종의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경험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Little Drops, 2021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확고한 작업 방향이랄 것은 없다. 내가 관심을 갖는 큰 틀과 관련하여 생겨나는 예상치 못한 방향을 어쩌면 기다리고 반긴다. 최근에는 대상을 중심으로 떠올리게 되는 사적이고 추상적인 감각의 비중이 커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은유적으로 보여줄 방식을 고민했다. 대상을 두고 생각한 세부적이면서도 또 모호한 키워드를 구체적인 상황으로 이어본 것이 동생을 모델로 두고 그린 그림이다. 내게 고유한 한 장면이지만 동시에 어딘가에 있을법한 이야기의 한 토막으로 보이는 이미지들을 생각해보고 있다.

Green Ray Ⅰ, 2021 Green Ray Ⅱ, 2021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인천 하면 바다가 떠오르겠지만, 바다에 대해 확실히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수학여행 가는 배에서 내려다본 새까만 바닷물이 주는 압도감이라든지, 심해체험이라며 끝없이 스크롤을 내리면서 상상하게 되는 미지의 공간이 주는 아득함이라든지. 하지만 인천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인천대교를 건넜던 게 꽤 인상적이었다. 가늠할 수 없는 면적의 공간 한가운데를 속력을 갖고 가로지르는 쾌감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쉽게 변하지 않는 바깥의 풍경이 내가 느끼는 감각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 사실 자연으로부터 어떤 감흥을 느낀다는 것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일부러 특정 장소를 찾고, 공간에 특별한 애착을 갖는 게 나와는 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걸 이해할만한 변화가 짧은 몇 년 사이에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그림에서의 변화도 있었다. 2021년도의 그림은 계곡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는데, 그림의 장치로 물을 쓰게 되면서 물과 관련된 여러 기억과 감각을 떠올렸다.

It Forms, Flows, and Falls, 2021

The Play of Light on the Surface, 2021




뮤지션 정예원

이름: 정예원 (鄭睿媛,YEWON)

출생: 1997년 4월 18일

분야: 대중음악/인디음악

인천과의 관계: 인천 거주, 인천예일고/인천대 출신, 뮤즈컴 1기

작가정보:  인스타그램@ye1_i(일상계정),  인스타그램@yewon_official(공식계정) , 유튜브,  음원사이트

이메일: ye1_j@naver.com

앨범 발매
2021 리메이크 <해변으로 가요>
2021 더블 싱글 《活(살아가자)》
2021 싱글 <야호>, <Under the weather>, <강아지 말고 고양이>
2020 싱글 <Wallflower>
2019 EP 《月見草: 밤에 피는 꽃》
2019 싱글 <Little forest>, <나의 작은 별에게>
수상 및 선정
2021 인천 부평구문화재단 MUSCOM 1기 선정
2020 신한카드 루키 프로젝트 선정
2020 네이버 앨범발매프로젝트 10 우승
2019  MUSE ON 최종 우승(TOP5)
2018 BAT KOREA 꿈 공모전 최종 선정
기타활동
2021 시와 가사집 『잠시만 웅크리고 있을게요』(푸른향기, 2021) 출간 
2020 레이디스코드 소정 <Walkin’ on air> 작사 참여
2019 대학내일 표지 모델
2017 JTBC 효리네 민박1 출연
주요공연
2022 정예원 단독 콘서트 <예원일기>
2021 아리랑 tv <Live On>
2021 진주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 공연
2021 하나카드 언택트 뮤직 콘서트
2021 교보증권 문화 콜라보 
2021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봄의 온도>
2020 권순관의 small room
2020 인천서구생활문화페스티벌
2020 인천시교육청 <방구석 정책토크쇼2> 초대 공연
2019 인천예일고등학교 <예송제> 초대공연
2019 뮤즈온 Top5 콘서트
2019 정예원 단독콘서트 <밤에 피는 꽃>
2019 DMZ 아리랑 페스티벌 공연
2018 서울외고 응원콘서트
2018 63빌딩 윈터원더랜드 작은 음악회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EP 《月見草: 밤에 피는 꽃》(사진제공: 정예원)

첫 번째 미니앨범인 《月見草 : 밤에 피는 꽃》이 대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月見草(월견초)’는 ‘달맞이꽃’의 한자어이다. 아무도 모르는 밤에 슬며시 달을 보며 피어나는 이 꽃의 꽃말은 ‘기다림’으로, 오직 꿈을 향해 긴긴밤을 외롭게 피워내는 청춘들과 닮아 보였다. 관심이 폭력이 될 때를 그린 <콩벌레>,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3개씩 하던 대학 시절 고단한 귀갓길에 써 내려간 우울의 끝자락에서 담아낸 독백 <퐁당퐁당>, ‘어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커버렸고,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우리의 어깨를 토닥이는 <어른이>까지 총 4곡이 담긴 이 앨범은 가장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20대 초반 청춘들의 모습이 가감 없이 나타나 있다.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내일을 위해 노래하는 청춘라이터 정예원입니다.” 이제는 습관이 된 듯 이름 앞에 붙는 ‘청춘라이터’라는 수식어에 가장 잘 맞는 것이 바로 이 앨범이 아닐까 싶다. 고작 2년이 흘렀지만, 그때의 마음을 흉내 낼 수 없기에 아쉬움마저 하나의 색깔이 되는 소중한 작품이다.

사진제공: 여지나(@_yeojina_) 
 <SUBWAY> 뮤직비디오  <퐁당퐁당> 뮤직비디오

2.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유감스럽게도 나는 악기를 능숙히 다루는 편이 아니다. 때문에 “그럼 어떻게 곡을 쓰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처음 곡을 쓰기 시작한 11살 때, 내가 하는 일이 작사/작곡인지 잘 알지 못했다. 일기를 쓰듯, 놀이하듯 그렇게 2,000여 곡을 써내려 갔다. 악기나 음악적 이론이 아닌 ‘하고 싶은 말’에 기대어 가사를 쓰고 동시에 멜로디와 리듬을 얹어 모양을 냈다. 지금 들어보면 말도 안 되는 노래들이 많지만 이 시간은 뮤지션을 향한 나의 첫걸음이었다. 누군가의 내일이 조금은 덜 아프길, 조금은 더 행복하길 바라는 진심은 매일 다른 표정을 하고 누군가에게 닿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26살의 나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하나의 음악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제작비와 머리를 쥐어뜯는 고난의 새벽이 필요하다는 것은 기대와는 조금 다른 현실이지만, 그 외에는 어린 시절 불 꺼진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노래를 만들던 때와 같다. 화면 밖의 당신에게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할 말이 떠오르면 그것이 모든 창작의 시발점이 된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함께 밤을 거닌 ‘옆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그래서 잠들기 전 그대가 나의 노래를 들었을 때 아직 조금 더 살아볼 만하다고 이름 모를 용기가 도착할 수 있길 바란다. 그날까지 나는 계속해서 이 미숙한 편지를 부칠 뿐이다.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작년에는 여러 개의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며 다작을 한 한해였다면, 올해는 조금 느리더라도 긴 호흡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다. 미니앨범 또는 정규앨범 같은. 확실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지만, 나에게서 빠져나간 호흡이 결국 연속되는 트랙 속에 발자국처럼 다 찍혀져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인 것 같다. 큰 단위의 프로젝트는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는 사실 외에도 제작비라는 아주 큰 벽이 있다. 인디뮤지션의 특성상 모험을 떠나기도 전에 수많은 과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지원사업에 도전해야 할 것이고, 주저 없이 작고 커다란 무대에 서며 스스로를 알려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여정을 앞둔 지금은 적당히 아프고 과분히 행복하며 열심히 열심히 여러 개의 하루를 살아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인천예일고등학교(출처: 인천예일고등학교 홈페이지)

뜻밖의 장소일 수 있지만, 모교인 ‘인천예일고등학교’ 가 나에겐 커다란 영감을 준 장소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 역시 많이 웃고 많이 울며 애증의 고등학교 시절을 겪었다. 그 덕분에 하루에 6곡까지 쓸 정도로 할 말이 많은 시기를 보냈다. 야자시간에 불 꺼진 복도에서 만들었던 자작곡은 훗날 나의 데뷔곡인 <나의 작은 별에게>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사범대학교 출신인 나는 모교로 교생실습을 나가게 되었고, 학생들에게 그 노래를 들려주게 되었다. 나는 학교를 졸업했지만, 그 장소 그 시간 속을 살아가는 학생들은 여전히 비슷한 고민을 하며 각자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돌아보니 너무 춥던 등하굣길이, 사연 많았던 교실이, 별이 촘촘하고 개구리울음 소리가 자장가였던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 빼곡히 쌓여 나의 노래가 되었다는 고백이 그들에게 한 줄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배우 이상희

이름: 이상희(李相熙)

출생: 1961년 6월 28일

분야: 연극

인천과의 관계: 극단 산디 대표, 인천 거주 

배우정보: 인스타그램 @leesanghee_official 

영화
2022 한국종합예술학교 영화과 졸업 작품 단편 <터>
2021 영화 <미드나이트>
2020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작품(장편) <갈매기>, <바람이 지나간 자리>, <청년은 살았다>
2019 <도굴>, <배심원들>, <출국심사>, <야구소녀>, <럭키몬스터>
2018 <택싱 데이>, <말모이>, <도어락>, <동네사람들>, <여중생A>
2017 <목격자>, <1987>, <남한산성>, <사랑하기 때문에>, <용이를 찾습니다>, <WISH>, <소은이의 무릎>
2016 <터널> <히야>, <장기왕>, <통일전야>
2015 <시간이탈자>, <장례희망>, <무녀굴>
2014 <기술자들>, <나의 독재자>, <수상한 그녀> 
2013 <끝까지 간다>, <동창생>, <4교시 체육시간>, <한복자> 
2012 <점쟁이들>, <이웃사람> 
2011 <도가니>, <링크>, <아이들> 
2010 <헬로우 고스트>, <된장>, <내 깡패 같은 애인>
2009 <차우>
2008 <추격자>
2007 <마이 파더>
드라마
2022 OTT드라마 <괴이>(개봉예정)
2021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KBS <속아도 꿈결>
2019 MBC <모두 다 쿵따리>, JTBC <보좌관>, KBS <국민 여러분!>
2017 MBC <전생에 웬수들> 
2016 MBC <좋은 사람>
2015 TV조선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여섯 번째 국가대표>
2014 KBS <감격시대>, MBC <모두다 김치>, F-TV <손맛>
2012 MBC <사랑했나봐>
2010 KBS <국가가 부른다>
연극
<행복해 장유씨?!>, <넌버벌 칼>, <이승, 좀 어때?>, <트롯컬 방자전> 외 다수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영화 <마이 파더>를 대표 작품으로 꼽고 싶다. 그 이유는 배우로서 첫 번째 영화 출연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황동혁 감독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도굴>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까지 함께하기도 했다. 

영화 <마이 파더>(2007)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

2.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2006년 11월 어느 날, 학동역 10번 출구 씨네라인 영화사에서 <마이 파더> 오디션이 있었다. 오디션 45분간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할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전날 밤, 오디션이 있는 것을 깜빡하고 밤새 술을 마셔 술이 깨느라 머리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결과는 합격! 역시 술은 자유롭고 깊이 있는 연기를 하게 해 주는 것 같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태어난 건 전남 진도였지만, 인천에서 살아온 지 62년 되었다. 연기 생활 43년을 오직 인천에서 보냈다. 인천은 나의 추억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인천 배우가 되고 싶다.

OTT드라마 <괴이>(개봉예정) 감독 및 배우들과 함께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공연도 해마다 쉬지 않고 인천에서 꾸준히 해 왔다. 극단 산디는 나의 고향이다. 수년 전부터 <넌버벌 칼>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한국문화회관연합회에서 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잘못된 심사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앞으로 극단 산디에서 예산을 확보하여 인천을 대표하는 사랑받는 <넌버벌 칼>을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뮤지컬 <행복해, 장유씨?!>도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5년간의 공연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넌버벌 칼>,  트라이보울,  2017 뮤지컬 <행복해, 장유씨?!>,  인천수봉문화회관 소극장,  2018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월미도와 신포동은 나에게는 너무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지금도 아내와 월미도와 신포동을 거닐며 저녁놀을 보기도 하고, 산책로를 걷기도 한다.

월미도  인천 중구 신포동 거리 



아트플랫폼 입주예술가: 양지원, 윤지영, 임형섭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소개
인천아트플랫폼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공모로 선발하여, 창작 공간을 지원하고 입주 예술가의 연구와 창작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프로젝트 발표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 12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양지원 YANG Jiwon

양지원은 드로잉 작업을 기반으로 설치, 텍스트, 사운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드로잉이라는 매질을 이용해 자신에게 익숙한 그리기, 쓰기와 같은 행위를 수행함으로써 어떤 대상(글자)의 형태가 지닌 조형적/언어적 요소를 변주시키고 이를 통해 원래의 것과는 다른 무엇인가로 파생되어나가는 이미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씨앗, 산책, 관찰, 언어, 글자, 춤, 소리, 시, 침묵, 궁창, 공간, 분위기,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 노트 안에 늘어놓은 단어 중 일부이다. 이 단어들은 최근 몇 년간의 전시를 통해 드러났고 알게 모르게 지금도 작업 안에서 작동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유년 시절부터 미술교육을 받아왔기에 그린다는 행위가 친숙하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하여 생각해보면서 그리기라는 행위에 숨겨진, 무언가 놀라운 시원을 찾아가려는 듯한 마음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일상에서 그리고 쓰는 행위(글쓰기가 아닌 쓰기)를 반복하는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일종의 쓰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기와 쓰기, 그림과 글자, 글자와 언어, 언어와 소리’가 현재 나의 화두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글자의 형태를 살펴보며 그것을 조형적, 언어적으로 변주하고 글자의 기존 기능을 벗어나 다른 어떤 기능을 가질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그것은 글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어떤 요소일 수도 있고, 글자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무언가로, 우선은 ‘이미지’라고 부르고 있다. 당분간은 글자를 불러내어 쓰기와 그리기에 속하지 않는 어떤 이미지의 영역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한지 시도해보고자 한다.

바닥) JWY.D.001.19, 비닐 시트, 가변치수, 2019
벽) JWY.D.002.19, 비닐 시트, 가변치수, 2019
《모음 Moeum》, SeMA창고, 서울, 2019
JWY.D.01.21, 벽 위에 페인트, 목탄, 콩테, 오일 스틱, 가변크기, 2021
《산실 産室》, 인천아트플랫폼 G1 전시실, 인천, 2021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그간의 전시들은 우연히 혹은 공모를 통해 화이트 큐브가 아닌 공간의 특징이 살아있는 전시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모음 Moeum》(SeMA창고, 서울, 2019) 전시가 진행된 SeMA창고의 경우 60년대의 사용 조건을 유지한 전시 공간으로, 나무 조각들이 얼기설기 엮인 천장의 틈새로 강한 자연광이 들어오고 나무로 만든 선반이 벽을 둘러싸고 물리적 특성을 가진 공간이었다. 나는 이 전시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활용하되 작업이 공간을 장악하거나 더 드러내기보다는 마치 원래 있었던 것처럼, 공간 안에 스며들어 어떤 분위기가 생성되기를 바랐고, 그 때문에 재료 선택도 한참을 고민했던 전시였다.
더불어 올해 8월 인천아트플랫폼의 새롭게 조성된 전시장에서 진행했던 《산실 産室》(인천아트플랫폼 G1 전시실, 인천, 2021) 전시는 공간의 물리적 특징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높은 층고의 화이트 큐브에서 벽 드로잉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충분한 설치 기간을 가질 수 있어서 이미지 간의 조율과 편집을 통해, 여러 가지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현재는 드로잉, 사운드, 텍스트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공간적 특징이 있는 곳과 화이트 큐브라는 상반된 공간 안에서 드로잉 그 자체와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다양한 매체를 만나 드로잉이 발현되는 가능성을 보고 싶다.

작가정보: jiwonyang.org

윤지영 YOON Jiyoung

윤지영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개인의 삶의 환경으로 주어질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더 ‘잘’ 살기 위해 우리가 취하는 행동양식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감춰져 드러나지 않는 내부 구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작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비대면 소통이 흔해진 현재의 상황이 시공간에 대한 경험과 소통방식을 바꿔 놓았으며 사고와 인식의 방향을 우리 자신의 내부로 향하게 만들었다고 간주한다. 작가는 이처럼 자신의 상태에 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우리가 관계를 맺는 데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환경으로 개인에게 주어질 때, 더 ‘잘’ 살기 위해 혹은 더 ‘나아지기’ 위해 개인이 취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것에 관심이 있다.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감춰져 있는 ‘희생의 구조’나 ‘믿음의 구조’를 드러내는 것에도 주목하여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나는 지금 나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요즘 어떤 것에 대해 시간을 들여 생각하거나 찾아보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생각을 잇고, 리서치를 하면서 작업을 시작하곤 한다. 주로 입체와 영상으로 작업의 결과물을 만드는 편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에 맞춰 매체는 정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편이라 말할 수 있겠다.

<Yellow Blues>(2021) 전시전경
《젊은모색 202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과천, 2021(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정효섭 촬영)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대표작이나 대표 전시를 고르기보다는 올해 하고 있는 작업(<Yellow Blues> 시리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상황이 지속되면서 ‘직접 만나서 소통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리의 소통방식이나 사고가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느꼈다. 외부활동이 통제되고 개개인이 격리되는 상황에서 당연시되었던 시공간에 대한 경험을 재인식해야 하는 상황은 인식의 방향이 자신에게 먼저 향하게 되는 것 같다. 이처럼 조금씩 스스로 매몰된 개인이 자기의식 과잉(self-consciousness)의 상태를 겪는 것, 외적 사건과 자신을 끊임없이 연관 짓고 자신의 상태에 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인지나 기억의 왜곡이 생기거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질문에 관한 생각을 지속하면서 이 상황을 함께 겪고 있는 한 개인으로서, 사람의 감정과 감각이 변해가는 과정 자체를 공간적으로 드러내는 다양한 상태의 조각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작가정보: jiyoungyoon.com

임형섭 LIM Hyungsup

임형섭은 듣는 소리로부터 비롯된 감각을 사람의 목소리, 몸의 움직임 등을 통한 다양한 방식으로 시·지각화하여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각적인 부분에서는 선(line)에, 청각적인 부분에서는 사람의 목소리와 소음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의복과 움직임의 관계를 탐구한 작품을 완성하여 가을 중 공연으로 올릴 예정이다. 또한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사람의 목소리를 이용한 오디오비주얼 작업을 새로이 제작하고자 하며, 시각예술분야 작가와 협업하여 선과 공간을 이용한 전시도 준비 중이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소리에 기반을 둔 작업을 한다. 소리에서 비롯된 감각을 오로지 청각으로만 또는 시각, 파동, 몸의 움직임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람의 목소리(육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육성이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높은 악기라는 말은 차치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익숙한 재료인 목소리는 매력이 다분하면서 동시에 다루기 어려운 소재이기도 하다. 2010년에 목소리를 재료로 삼아 작업을 시도했지만 참담한 결과물을 받아든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 및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나의 작품 제작과정을 설명하자면, 먼저 어떠한 현상의 체험 또는 생각의 인지를 통해 작품의 개념과 주제의 기본적인 틀을 어렴풋이 구상한다. 이후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구체화하는 작업을 거친 다음,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여 결과물을 완성한다.

woodenman, 오디오비주얼, 7분 58초, 2017
《Monologues》, CICA Museum, 김포, 2020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나의 대표작으로는 <Woodenman for 4CH Audio-visual>(2017)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화자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숫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태어난 나이와 연도로, 학교에서는 번호로, 군대에서는 군번으로 불리며 구분된다. 숫자가 나를 대체하는 것이다. 작품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숫자가 아니라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개인적으로 두려움을 갖고 있던 사람의 목소리라는 것을 작업의 재료로 다루는 시도를 해 본 작업이기도 하다.
음악과 공연은 시간 예술이다. 일단 시작되면 관객의 시간은 오롯이 공연을 만든 작가나 퍼포머의 통제 하에 놓인다. 이 시간 동안은 관객에게 내 생각과 목소리를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작업 제작에 들이는 시간 역시 나를 ‘온전한 나’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에, 내 작업의 궁극적인 의미는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는 시간을 획득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따라서 나는 다른 수식어 없이 ‘임형섭’이라는 내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자면, 영상 공부에 좀 더 매진하여 영상 작가를 따로 고용하지 않고 개인 작업만으로 영상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 작가에게 제공받은 인터뷰 글을 바탕으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연속적 블루, 작가 전희경

이름: 전희경 (全姬京, Jeon Heekyoung)

출생: 1981

분야: 시각예술

인천과의 관계: 작업실(인천 서구 위치)

작가정보: 인스타그램 @jeikei_jeonheekyoung

주요개인전
2021 <Into the Blue> 미학관, 서울
2020 <달빛이 가장 고요했던, 그곳>, 아터테인, 서울
2019 <안온한 세계>, (구)떡집, 안산
2018 <바람이 구름을 걷어 버리듯>, 신한갤러리 역삼, 서울
2014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겸재정선 미술관, 서울
주요단체전
2021
<예술인지원사업 SEORO 2021 선정 시각미술 청년작가전>, 청라블루노바홀, 인천
<매니폴드_사용법>,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서울
<공기의 모양>, 정서진 아트큐브, 인천
<ABSTRACT-ING>, 신세계 갤러리 센텀, 부산
2020
<회화, 정신적 에너지의 귀환>, 아터테인, 서울
<문턱만 닳도록>, 세마창고, 서울
<OP.23 NO.8 In A FLAT MAJOR>, 오브, 서울
<나와 자연 사이의 거리>, 광주신세계갤러리, 광주
2019
<서울로 미디어캔버스>, 서울만리동광장, 서울
<회귀본능>, 경기창작센터, 안산
<와유금강>, 겸재정선미술관, 서울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2017-2020 경기창작센터, 안산
2013 관두미술관, 타이페이, 대만
2012 타이동 미술관,타이동, 대만
2011 오픈스페이스배, 부산
2009 분다눈트러스트, 뉴사우스웨일주, 호주
수상 및 선정
2015 네이버문화재단 ‘헬로우아티스트’ 선정
2015 에트로 미술상 은상 수상
2013 겸재정선미술관 ‘내일의작가’ 대상수상
작품소장
2018-2019 국립현대미술관_미술은행
2015-2016 백운갤러리(백운장학재단)
2015 이랜드문화재단
2014 겸재정선미술관
2013 대만 타이동 미술관
2012 국립현대미술관_미술은행 그 외 개인컬렉션
창작지원
2021 인천서구문화재단 청년예술인창작지원
2020 인천문화재단 창작공간지원
2020 인천서구문화재단 전문예술인창작지원
2019 안산문화재단 전문창작지원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대표작이면서 최근작이기도 한 <연속적 블루>라는 제목의 10개의 캔버스로 구성된 회화작품이다. 회화작품은 크게 풍경의 요소가 드러나는 회화 시리즈와 자연의 요소인 바람이나 공기를 추상적으로 풀어낸 시리즈 그리고 달과 동굴을 모티브로 한 시리즈 등 다양하다.
풍경적 요소들로 이루어진 회화작품은 다양한 시리즈의 모태가 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최근에 작업하고 있는 과정에 있어서 우여곡절이 많아 그런지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연속적 블루> 연작은 거대한 미지의 산과 숲, 물의 공간 등을 상상 속에서 거닐면서 탐험하는 과정을 작품 구성의 뼈대로 하고 있다. 산으로 비유되는 관계의 공간을 오르고, 안개로 비유되는 절망의 공간을 통과하며, 서로의 안녕을 묻고, 만남과 이별의 과정이 개인의 이야기가 작품 시작의 작은 모티브가 되었고, 10폭의 회화작품 속에서 산을 오르면 숲을 만나고 비를 만나듯, 우리의 만남과 이별하는 삶의 과정을 마치 한 폭의 풍경 회화 속에서 상상하듯, 추상적으로 표현하였다.

<연속적 블루> 1~3, 193.9×130.3cm, acrylic on canvas, 2021

2.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우연한 계기로 인천 서구 검암동으로 거주를 이동하게 되면서, 자연과 도시의 그 어느 중간쯤, 살게 되었다. 작업실이 있는 인천 서구 검암동은 편리성이 발달된 중소도시이면서, 5분만 걸어 나가도 논밭과 산, 강이 있는 자연에 둘러싸인 장소이다. 우연히 도시와 자연의 중간 즈음 나의 세상을 펼쳐 놓게 되면서, 자연의 바람의 터치, 공기의 밀도, 습도의 감촉, 햇빛의 색 등의 자연의 것들이 작품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집착에 가까운 일상의 루틴은 일몰 직후 1~20분 동안, 그 시간대에서 느낄 수 있는, 마치 낮과 밤이 교차되는 순간의 대기의 움직임 등 급격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이 작품의 원천이 된다. 특히, 해가 막 뜨거나, 질 무렵에 습관적으로 밖을 나가는데, 그때의 자연이 변화하는 색(色), 형(形)은 작품의 직접적인 영감이 된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다. 회화를 기반으로 하면서 동시에 시대성을 반영하며 다양한 매체로 실험하거나, 스튜디오형 작가이면서 동시에 자연과 교감하며 현장에서 작품을 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작가로 성장하고 싶다. 또 탐구의 깊이를 농도 짙게 나아가며 그 범주의 경계를 늘 넘을 수 있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축전 아트프로젝트 <It jumps and walks in the dark>, 설치전경, 제주도, 2021 <OP.23 NO.8 IN A~FLAT MAJOR> 전시전경, 오브, 서울, 2020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작품의 방향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잡는 경향은 아니지만, 내년에는 작품의 깊이를 단단히 하는 시기를 갖고자 한다. 10여 년이 넘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 나만의 작품세계를 창작하고 만들어냈는데, 이 세계를 더 깊고 넓게 발전시키면서, 진지한 태도로 회화라는 매체에 대해 연구해보고자 한다. 또 개인적으로는 올해부터는 1개월 정도 자연 속에서 지내보려고 한다. 언제, 어디로 갈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1년 중의 1개월은 꼭 작가로서의 삶과 현실의 삶 모두를 잠시 놓아보고자 한다.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인천 서구 검암동의 미-개발된 논밭 일대와 공촌천 주변의 산책길이다. (곧 아파트가 들어온다는 소식으로 나의 영감을 주는 장소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곳으로 이주할 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고 동네 구석구석을 지나다니다 보니, 지금은 삶에서 매우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도시에 살면서 봄마다 논밭의 비료 냄새를 맡고 살아있음을 느끼고, 계절마다의 농작물을 보며 자연과 인생의 시간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넓은 면적의 하늘을 보며 드넓게 펼쳐질 나의 세상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예술적 영감과 삶의 근원인 것 같다.

사진촬영 장소(도로): 서구 검암동 748

원고작성/사진제공: 전희경




아트플랫폼 입주예술가: 윤제호, 이현민, 지박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소개
인천아트플랫폼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공모로 선발하여, 창작 공간을 지원하고 입주 예술가의 연구와 창작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프로젝트 발표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 12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 윤제호 YUN Jeho

윤제호는 컴퓨터로 디자인된 소리와 광학 장치의 빛으로 공간을 채워, 자신이 상상한 디지털 세계를 현실 공간에 구현한다. 작가는 소리, 빛과 공간 자체를 언어화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기존의 관람, 청취 방식을 지양하며 관객이 작품 안을 거닐고, 빛과 소리를 만지며 얻는 촉지적 감각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작가가 구축한 비물질적 세계의 이야기는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며, “나는 어디에 속해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소리와 빛으로 공간에 이야기를 만들어서 관람객에게 공감각적 경험과 함께 디지털 시대 속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악기와 전자음악, 전자음악과 영상을 결합한 작업을 해왔으나, 2015년 유망예술지원을 통해 선보인 <SOUNDHUE>라는 단독 공연에서부터 소리, 빛,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관람객이 느끼는 감각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공연과 전시의 경계에 대한 사유가 확장되었다. 이에 따라 공연과 전시의 형태를 구분 짓지 않고, 공간에 형태에 작업 맞춰가는 방식을 취하게 되었다. 먼저 공간을 보고 빛과 오브제 형태를 생각한 후 소리의 위치를 고민한다. 그다음에는 소프트웨어로 전체적인 공간을 구성하고, 실제 공간에 프로토타입을 설치하여 전체적인 느낌을 본다. 마지막으로는 그 느낌과 어울리는 소리를 찾고 실험을 거쳐 음악을 만든다. 작품은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제작된 음악의 타임라인과 소리에 맞춰 반응하며 변화하는 빛과 영상으로 구성된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2019년에 선보인 개인전 《휴식동굴》(갤러리밈, 서울)을 꼽을 수 있겠다. 전시 형태로 선보인 첫 개인전으로, 많은 관람객과의 만남을 통해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공연보다 전시 활동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현대인들은 디지털 데이터가 떠다니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환경으로 인식한다. 디지털 세계와 차단된 채로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운 상태가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아닌 다른 세계에 완벽한 휴식이 존재한다고 환상을 품고 있는 것이다. 나는 더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0과 1의 디지털 세계를 자연의 구성 요소로 기꺼이 받아들인다면, 디지털 기기로 묶여 디지털 세상을 정처 없이 부유하는 현대인에서 걸맞은 도시 속 휴식이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휴식동굴》 전시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모호한 디지털 공간에서 데이터화되어 존재하는 디지털 유목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그와 함께 우리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을 갖는 전시였다.
나의 작업을 단어로 표현한다면 ‘모호함’, ‘혼재’일 것이다. 두 단어 모두 구분을 짓지 못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나는 독특한 장소에서 해당 공간과 나의 작업이 하나의 퍼포먼스로 온전히 결합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지금처럼 오랫동안 꾸준히, 작품 속에서 느낀 감각의 경험이 잊히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시도해보고 싶다.

작가정보: www.jehoyun.com

■ 이현민 LEE Hyunmin

이현민은 음악과 사진, 영상을 접목하여 일반적인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경험들에 대해 탐구하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Macro Cosmos>시리즈의 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상과 미디어를 접목하여 하나의 악기와 독주 연주자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복합 작품을 구상 중이며, 이를 인천아트플랫폼의 공간적 특성에 맞추어 선보일 예정이다. 이현민은 ArtLab MIIO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예술가들의 이미지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음악교육활동을 위해 해마다 네팔을 방문하고 있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사회적인 문제 또는 개인적인 생각이나 경험을 작곡을 통해 음악으로 만든 후 영상, 미디어와 접목하여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감각으로 인지하기 어려운 아주 작은 사물이나 소리와 같은 것들을 재해석, 확장하여 나만의 시선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나는 여행을 다니고 다양한 공연, 전시를 접하면서 청각적 소리가 시각적 이미지로, 이미지가 소리로 느껴지는 공감각적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한 공간에 감각적인 부분을 모아놓거나, 관객의 상상력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작업에 관심이 생겼고, 영상과 소리를 함께 작업에 접목하게 되었다. 나의 창작과정은 먼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결정하고, 그 이야기와 매우 밀접하거나 또는 전혀 상관없는 것 같은 소리와 이미지를 선택한다. 이후 작곡과 영상 편집을 통해 재해석하여 제작하는 과정을 거친다.

《Infinity Resonance of Macro Cosmos》, Platform-L, 서울, 2020 《기록으로 잊혀지는 이야기의 소리들》, 토포하우스, 서울, 2021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최근에는 <Macro Cosmos>라는 제목의 연작을 제작하고 있다. 한 명의 연주자와 홀로 연주되는 악기를 위한 영상과 미디어 설치를 접목한 음악 작업이다. 2020년에는 한 명의 타악기 연주자가 징과 꽹과리 같은 국악의 금속 악기만을 이용하여 45분 동안 연주를 이어가는 <Infinity Resonance of Macro Cosmos>라는 제목의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금속으로 제작된 타악기의 모습이 하나의 별과 닮아 보였고, 소리의 생성과정이 빅뱅이론의 일부와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무대 위에 10개의 징을 설치하고 스스로 울리게 만들어 연주자와 협주하는 듯한 음악이 흐르는 동시에, 영상 이미지와 조명을 통해 별의 그림자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 작업을 시작으로, 그동안 내가 상상해오던 새로운 작품 형태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고, 이후의 방향성도 보다 선명해졌다. 내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아주 작은 것들의 거대한 이야기(우주)’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앞으로 나는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공간’에 대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공간이 무엇으로 인지되고, 구성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기도 하고, 음악교육이나 예술교육을 작업의 일부로 삼아 다양한 지역에서 공유해보고 싶다. 마음과 생각이 닫히지 않은 예술가로 계속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만남이 반가운 작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 지박 Ji Park

지박은 특정한 장르에 국한되기보다는 정형화된 형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제1, 2차 세계대전 전후 시기의 사회적 상황 등 정치적 혼란기의 예술에 주목한다. 레지던시에 머물며 당대의 정치적 상황과 전쟁이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작곡과 머신지능을 이용하여 미디어아트와 증강현실(AR)로 구현하고자 한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기억하고 있는 어떤 사건 혹은 경험의 단상을 응축하여 작곡, 음악 작업으로 표현한다. 음악으로만 채워진 공연보다 비디오아트, 현대무용, 라이브 페인팅 등의 타 장르 예술가들과의 협업이 흥미롭게 느껴져, 지난 8년 동안 19개의 다원예술 작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음악 작곡을 시작하기 전, 나는 머릿속에 곡 전체의 흐름과 구성에 대한 스케치를 그려둔다. 곡에 어떤 악기를 사용할 것인지 생각하다 보면 어떤 연주자를 섭외할 것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기에, 내가 원하는 연주자의 장점을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 곡을 쓰려고 신경 쓰는 편이다. 비디오 아트 영상을 직접 만드는 경우에는, 테마 또는 패턴의 다양한 배열로 곡의 기승전결 변화를 가시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나의 작업은 ‘시계추 이론’이라는 함축적인 개념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끝과 끝은 통하고 거식증인 사람이 비만이 될 확률이 높듯이 양극단이 오히려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개념이다. 나는 이 이론을 실생활에 대입하여 자주 생각하고 분석하고 있다. 올해는 현대음악과 AR(증강현실)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있다. 이처럼 음악적으로도 양극단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지만, 결국 이 두 끝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이다.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 Vol.19 – 백남준》, 플랫폼엘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서울, 2020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나의 대표 작업으로는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17 – DMZ>(2019)를 꼽을 수 있겠다. 이 작업은 2018년 해외투어 일정으로 독일에 방문했을 때, 베를린 장벽을 보고 느꼈던 큰 파도가 휘몰아치는 감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때 나는 한국에 돌아가서 비무장지대(DMZ)에 직접 가보고, 더 알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시기에 우연히 영상작가 이지송이 “DMZ 무경계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했고, 수락하여 함께하게 되었다. 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50여 명의 국내외 시각 예술가들과 함께 종일 DMZ 일대를 탐색하며 리서치하고, 서로의 퍼포먼스를 보고 생각을 나누며 며칠 밤을 새우기도 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경험을 통해 DMZ를 다각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스트링퀄텟, 피아노, 모듈러신스, 사운드 디자인, 비디오아트 구성의 음악 공연을 선보이고, 음반 발매도 진행했다. 이 작업은 앞으로 더 발전시켜보고 싶은 프로젝트이기에 내게 좀 더 특별하다.
올해 역시 현대음악, 얼터너티브, 현대무용 음악,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 멤버들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작곡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음악가는 음악으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반 작업을 많이 진행할 예정이지만, 나는 예술에 구분선을 두고 작업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시대 예술에 대한 공연이나 음악을 만들 때 관객과 나 사이에 어떤 선이 분명하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가끔 그 선으로 인해 지칠 때도 있었지만, 그 지점이 변화하는 시작점에 대한 고민과 기대가 되기도 한다. 국내외 관객이 동시대 음악이나 미술, 무용을 더 많이 향유하고 즐기는 시대를 꿈꾸며, 나도 작업을 통해 새로운 필터로 완성도를 높이는 작가, 작곡가, 공연 기획자로 기억되고 싶다.

* 작가에게 제공받은 인터뷰 글을 바탕으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녹청자 장인 정병석

이름: 정병석

분야: 전통 공예(도자기)

인천과의 관계: 인천에서 작품활동(인천 녹청자 무형문화재 최종 후보)

작가정보: jbs11105@hanmail.net

작가의 대표이력
원광대학교 도예학과 졸업
원광대학교 산업대학원 도자디자인학과 졸업
대한민국 미술대전, 경인 미술대전, 인천미술대전, 대한민국 현대도예공모전, 경기 미술대전, 인천 지방 기능경기대회 운영위원 및 심사
현 인천 한국미술협회 회원
현 인천광역시서구문화예술인회 총회장
현 서인천도예연구소 운영
현 인천녹청자연구회 회장
녹청자 무형문화재 심사결과 대기중
주요활동내용
개인전 3회 단체전 400여회
인천 도자기축제 운영위원
인천 녹청자 축제 운영위원
인천서구 녹청자 박물관 장작가마 소성
국제대학교 산업디자인 학과 겸임조교수 역임
서인천도예연구소 및 인천 도자기축제 장작가마 워크샵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제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녹청자 죽문 주전자’입니다. 제작의 인고 과정을 떠나서 녹청자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전통과 현대적 모습이 서로 교감되는 듯한 작품의 느낌을 너무 소중히 생각합니다. 서민적으로 투박할 수도, 귀족적으로 고급스러울 수도, 보는 이의 눈에 따라 달리 보이는 본 작품은 제가 제작하고, 연구하고 있는 녹청자 도자기와 가장 닮아 있는 작품이기 때문일 겁니다.

녹청자 죽문 주전자

2.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오브제로서의 가치’와 ‘실용성’은 도자기의 특성상 작품을 제작 및 기획할 때 항상 고민하게 되는 문제입니다. 저뿐 아닌 모든 도예가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제가 연구하고, 제작하고 있는 녹청자는 우수하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도자기임에도 불구하고, 청자 백자의 뒤에 가려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수한 녹청자를 잘 알릴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려 합니다. 항상 아쉽기는 해도 조형성과 실용성이 잘 어우러진 그런 녹청자를 말입니다.
저의 선배님이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내 큰 그릇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고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훌륭하다’기 보다는 열정적으로, 나만의 고집이 있는 것이 아닌 항상 함께했었던, 가장 아름다운 녹청자 도자기를 제작하려 평생 애썼던, 그런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현재 인천에 우수한 녹청자 도요지 및 녹청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을 고증할 수 있는 전통 장작 가마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녹청자 박물관에 1기가 있기는 하지만 주택 거주지에 있는 이유로 많은 민원이 들어와 제대로 된 소성(燒成, 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워 만드는 것) 운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녹청자의 고증 연구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인천지역의 선배 작가로서 전통기법을 지키고, 작가들의 활발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막중한 채무의 부담을 감내하며 사적 211호의 녹청자 가마터 원형을 최대한 복원하여 지은 녹청자 전통가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사욕이 아닌 전통을 함께 지키고 전승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의 가마로 발전시켜, 지역 작가들의 교류와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녹청자를 연구, 계승하고 후학을 양성하려 합니다.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사적 211호 녹청자 가마터는 항상 저에게 영감과 열정을 주는 장소입니다.

사적 211호 녹청자 가마터(2011년경 촬영)
인천 서구 경서동에 있는 사적 211호 녹청자 가마는 철거되었고, 현재 비석만 남아있다.

글/사진 정병석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김지영, 최수련, 편대식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소개
인천아트플랫폼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공모로 선발하여, 창작 공간을 지원하고 입주 예술가의 연구와 창작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프로젝트 발표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 12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 김지영 KEEM Jiyoung

김지영은 삶의 부조리한 구조에 대한 관심으로, 뜻밖의 사고처럼 벌어지는 사회의 사건 배면(背面)에 위치한 구조적 문제와 그 사건이 돌출된 양상을 통해, 개인과 사회적 사건이 맺는 관계에 몰두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에는 세월호가 드러낸 세계의 균열에 천착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입주 기간 동안에는 작품 제작을 위한 연구과정을 세분화하여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 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더불어 초가 심지를 태우며 발하는 빛의 다양한 열감을 포착하여 담아낸 <붉은 시간> 연작을 보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그리기 방식을 확장하여 진행하고자 한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삶의 부조리한 구조에 대해 고민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익숙해서 감각하지 못하거나, 감각하지 못하도록 가린 시스템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무뎌진 삶의 기울기를 드러내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내 작업이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당겨오거나, 우리가 더 이상 의식하고 있지 않은 대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하길 바란다. 우리에게 희미한 것 혹은 무뎌진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두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지만 깊숙이 침잠한 것을 두드리는 작업을 하고 있기에, 매체와 그 형식을 구성하는 일에 더욱 고심하게 된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단어도 각각 쓰이는 때와 불러내는 인상이 다르고,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는 것처럼, 미술에서의 매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설치, 회화, 책, 사운드, 영상 등 각각의 매체가 고유의 속도를 지니고 있고 저마다 압축 가능한 범주와 정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차이와 더불어 결과적으로 작업이 의미를 전달할 속도와 방향 등을 염두에 두고, 이에 적합한 매체와 형식을 고민하여 작업을 만들고 있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사회적 사건을 마주하는 태도를 선명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2018년 산수문화에서 열었던 두 번째 개인전 《닫힌 창 너머의 바람》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전시는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을 막연한 반복으로서가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반복되어온 것인지 구체적으로 목도하고자 진행한 <파랑 연작>(2016~2018), <닫힌 창 너머의 바람>(2017~2018), 그리고 이러한 사건들이 켜켜이 쌓여 구축되는 역사를 은유하는 <기억의 자세>(2016/2018)로 구성되어 있다. <파랑 연작>과 <닫힌 창 너머의 바람>은 1950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근현대사에 있었던 사건들 중 와우아파트,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유사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32개의 사건을 바탕으로 삼는다. 구조적 유사성을 강조하는 방식의 그리기[<파랑 연작>]와 쓰기[<닫힌 창 너머의 바람>]를 통해 사회적 사건의 반복성과 현재성을 드러내고, 그 유사성 속에 세월호 사건을 넣지 않음으로써 더 강력하게 세월호 사건을 호명하고자 했다. <기억의 자세>는 뜨개실이 전시 기간 동안 천천히 한 코씩 풀려나가는 설치 작업이다. 움직임을 인지하기 어려울 만큼 느린 속도로 천천히 풀리던 실이 어느새 실타래가 되는 모습을 통해 묵묵히 흐르는 시간을 가시화하고자 했다.
사회적 사건은 평범한 여느 날을 비극적인 날로 뒤바꾸고, 개인을 재난의 희생자로 만든다. 이는 개인과 사회적 사건이 연결되어 있음을, 개개인의 삶이 역사의 흐름을 이룬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래서 개개인이 동시대의 사건 혹은 사안에 대해 어떻게 사유하는지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는 차가운 머리로 그 구조를 인식하되, 뜨거운 공감의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중 하나의 지점 혹은 두 지점의 중간이 아니라, 두 지점이 함께 작동해야 비로소 세계의 재난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닫힌 창 너머의 바람》은 이와 같은 사회적 사건을 마주한다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의 토대를 담아낸 전시였다.
나는 작업을 준비하면서 역사의 곡절마다 사회가 당면한 사회적 사건을 어떻게 휘발시켜왔는지 그 반복되는 실책을 목도할 수 있었다. 이 반복성이 동시대 재난의 참혹함 속에서도 그것의 현재성을 들여다보아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그 터전을 이루는 고통에 무감각해질 때야말로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사회의 모든 투쟁은 삶을 터전으로 하며, 모든 삶은 죽음을 토대로 한다. 그리고 모든 죽음은 저마다 고유하다. 나는 그 각각의 죽음이 얼마나 고유한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잊지 않고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 더불어 감히 내 작업이 작금의 사회를 마주한 하나의 미술로서의 기록이 되길 바란다.

작가정보: keemjiyoung.com

■ 최수련 CHOE Sooryeon

최수련은 동양화를 전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대에 재현되는 동양풍 이미지의 양상과 그것이 소비되는 방식을 지켜보며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근대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낡고 이상한 것으로 치부되는 ‘동양적’인 것들을 반쯤은 의심하면서도 좋아하고, 그것의 효용을 다시금 상상해본다. 동북아시아가 공유하는 전통적인 클리셰 이미지를 바탕으로 비애, 여성, 현실과의 괴리, 내면의 오리엔탈리즘, 의심, 무지와 부조리 등을 그려내고자 한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선녀>(2017~)나 <태평녀>(2019~) 연작과 같은 전통 동양풍의 여성 이미지를 주로 그려왔다. <태평녀> 연작에서는 <선녀>처럼 출처가 비교적 명확한 현실의 인물들이 아니라 주로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여성 인물들을 그렸는데, 이는 선녀를 포함한 동양풍의 예쁜 여자 이미지의 소비 방식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한 클리셰를 그리고 싶은 나의 모순적인 욕망을 직시하면서 시작되었다. 내 작업의 기저를 이루는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비애감을 본격적으로 다뤄보고자 했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2020년 산수문화에서 진행했던 개인전 《무중필사 霧中筆寫》에서 선보인 작업들은 익숙한 작업 방식에서 탈피하여 손에 익지 않은 방식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던 결과물이 주를 이룬다. 재료도 바꾸고, 여러 이미지 레이어들을 겹치는 방식을 시도해봤다. 가볍게 쓰고, 긋고, 다듬고, 칠하면서 회화의 조형적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중요한 전시였다. 기존 유채 작업에서도 사진의 참조 비중이 점점 더 줄면서, 특정한 국가나 민족의 이미지라기보다는 동북아시아 문화권에서 공유하는 애매모호한 이미지를 단순한 필치로 그려내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태평녀, 리넨에 유채, 145×112cm, 2020

‘한자보다 한글이 더 익숙한 세대’를 위한 필사 작업은 내가 한자를 모른다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는데, 그 모름의 상태가 너무 불편해서 조금씩 공부를 하고 있다. 배워가면서 작업이 어떻게 변화할지 나도 궁금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의 주요 관심사는 감각적으로도, 의미적으로도 ‘가볍고 재밌게 그리기’다. 대형 캔버스도 ‘이건 그냥 습자지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며 그리는 것이다. 드물지만 내 그림을 보고 깔깔 웃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 때 작품이 성공했다고 느낀다. 그런 측면을 더 부각시키고 싶다.
최근 몇 년간 작업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금년은 그 변화를 더 연구하고 심화하는 해가 될 것 같다. 작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했던 《태평선전》 전시에서 한자가 포함된 광고물 형식의 작품 제작을 시도해보면서, 인쇄체의 글씨를 따라 쓰고 다듬는 과정이 ‘쓰기’가 아니라 ‘그리기’에 가깝고, 그림을 처음 그리는 느낌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가볍고 재밌게 그릴 수 있었기에 기존 작품 안에 이러한 작업 방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을 연구하는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 또한 1년간 눈여겨본 동인천에 위치한 문 닫힌 무속용품 상점에 대한 리서치도 조금씩 시작해보려고 한다.

■ 편대식 PYOUN Daesik

편대식은 이미지와 시간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작업을 해왔으며 현재는 이미지를 소멸시키고 ‘나’라는 매개를 통해서 시간을 물질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는 연필로 작업의 표면을 칠하는 지난한 반복적 행위를 통해 시간을 기록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개항기 근대 건축물이 보전되어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개항으로 인한 문화의 뒤섞임을 표출하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연필로 칠한 표면은 마주한 시공간을 비추는데, 시간과 문화가 뒤섞여 공존하는 공간에 작품이 개입되면서 발생하는 순간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연필로 화면을 검게 칠하는 지난한 과정의 작업을 해왔다. 내 작업은 장지를 여러 겹 덧붙여 두꺼운 종이를 만들고, 그 위에 일정한 비율로 작아지는 기하학적 도형의 선을 눌러 자국을 낸 후, 표면을 연필로 칠하는 과정을 거친다. 나는 작품의 표면을 통해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와 그 작업 과정에 내재된 시간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양면성에 대한 이야기보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만 가볍게 소비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후에는 표면에서 보이는 이미지를 없애고, 작업의 물성을 더욱 강조하며 시간을 물질화함으로써 작업에 내재된 시간성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의 작업 과정을 간략히 말하자면, 먼저 작품의 지지대인 패널을 만들고, 그 위에 퍼티를 두텁게 바르고 갈아내서 표면을 고르게 만든다. 그 위에 아크릴 도료를 올리고 다시 갈아내어 더 고르고 매끈한 표면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시작 지점부터 끝 지점까지 한 방향의 선들을 그려 표면을 칠한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한 번 칠하고 지나간 자리는 다시 되돌아가지 않는다.

Moments, 한지에 연필, 285×5400cm, 2017 Moments 전시 전경, 한지에 연필, 285×5400cm, 2017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2017년 (재)한원미술관에서 선보인 개인전 《순간의 연속; A Series of Moments》에서 전시했던 작품 중 일 년 동안 작업했던 <Moments>(2017)를 꼽겠다.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화면을 연필로 채운 작업으로, 작업의 크기 때문에 제작 과정 중에는 작품 전체를 본 적이 없었고, 전시장에 설치한 후에야 처음으로 전체를 확인했었다. 드라마틱한 이미지나 서사는 없지만, 일 년의 시간을 한 공간에서 바라봤던 전시 작업이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게 있어 작업은 시간을 소비하고 얻어진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얻어진 결과를 두고 과정을 되짚어가는 과정으로 관객들과 마주하게 된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관객이 인식하고 감상했으면 하는데 대개는 이러한 과정은 직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근 작업을 대하는 관객들은 작업을 보고 "전시 없나요?", “금속판을 가져다 뒀나요?” 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대화가 시작되면 내부로 들어가는 느낌을 종종 경험한다. 대화를 통해서 나 또한 변하는 지점들이 발생하고, 관객도 영향을 받고 돌아간다. 이러한 과정이 흥미롭고 이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작업은 아직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이 없지만, 진행해오던 작업의 흐름을 이어가며 나에게 주어지는 상황들을 작업에 녹여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지속하는 것이다. 작업을 지속하고 시간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지하며 다양한 방향으로 작업을 전개해나가고 싶다.

* 작가가 제공한 사진과 인터뷰 글을 바탕으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