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언 CHA Seungean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차승언은 홍익대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예술대학에서 회화 전공으로 석사를 취득한 후 베틀로 짠 캔버스를 제작하며 회화의 조건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언뜻 보면 평면 회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적으로 직물로 구성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현재 20세기 미술 현장의 과거 유산을 되돌아보고 동양과 서양, 시각과 촉각, 정신과 물질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예술 요소를 섞는 것에 관심이 있다.

 

EbonyIvory-1,2,3_polyester yarn_61×45cm*3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직조의 방법으로 20세기 추상회화의 도상이나 태도를 참조하여 다시 만들어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를 이루는 물질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형태의 캔버스를 만들다가, 2011년부터 베틀로 캔버스를 직조하면서 물질과 이미지를 동시에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이식된 추상회화를 보며 역사적 맥락 없이 투하된 서구의 양식이 한국에서 정의된 모습에 부대낌이 있었기 때문에, 20세기의 추상회화를 불러와 현재 나의 눈으로 다시 살펴보며 이해하고자 했다. 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기존에 회자 되었던 것 중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나, 지나갔지만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다루게 된다. 먼저 참조의 대상을 발견하고, 직조 과정에서 그 참조된 대상들을 연결하고 또 엮어내며 만들어간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며 물질이 구축되고 직물이 짜는 과정에서 참조한 대상을 재구성한다.

One Thing2_polyester yarn, wood frame_220×146×146cm_2014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직조 회화 작업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업은 나의 개인전 《Hairy Fairy Stain》(갤러리 로얄, 2017)에서 전시한 〈TwillStain(능직얼룩)〉 시리즈이다. 20세기 추상회화를 살펴보면, 얼룩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어떤 때에는 굉장히 감성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즉흥적이라고 생각이 들며, 작가들은 또 거기에 무수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회화에서 얼룩은 과장된 해석과 신화성을 가지며 해석할 요소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우연의 산물처럼 보이는 즉흥적 얼룩을 계획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직조’라는 행위를 통해 다시 매개해 보고 싶었다. 몇 명의 동양/서양, 남성/여성의 추상 화가들을 설정하고 그들의 작업을 참고해 얼룩을 만들었다.

능직얼룩(TwillStain)-5,9,7,10,6,8_《Hairy Fairy Stain》전시 전경_갤러리 로얄_2017

직조의 과정 중 베틀에 실을 걸기 전 ‘정경(整經)’이라고 하는 실을 정리하는 과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실을 염색하여 얼룩을 만들다가, 베틀에 끼워졌을 때는 의도한 것과는 또 다른 ‘우연’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우연을 발생시키고, 그 위에 뿌려진 얼룩에 대응하여 이를 계산하는 직조 방식으로 작업했다. 작업과정에 특히 공이 많이 들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기술이 축적되어 있다. 또한 확신과 불확신이 교차하는 작업과정에서 생기는 긴장감도 있어, 능직얼룩 시리즈를 좋아한다. 현재 존재하는 것이 옛적에 있었고, 장래에 있을 것도 옛적에 있었으니 초저속 즉흥 베틀을 타고 지난 것을 찾고자 한다.

 
능직얼룩(TwillStain)-10_Detail   능직얼룩(TwillStain)-9_Detail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직조 회화작업으로 개인전을 하고 작업한 지 8년째가 되어 가는데, 첫 작업과 비교해 보면 기술적으로 매우 능숙해졌다. 총 세 개의 베틀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2013년부터 계속 사용하여 거의 한 몸과 같다. 이것 외에도 종종 다른 베틀을 사용해야 할 때, 나는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그 익숙함을 더 갈고 닦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익숙함을 경계하기도 한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기간에는 개념과 기술, 그리고 재료가 더 유기적인 관계가 되도록 훈련함과 동시에, 지금까지의 작업을 구성하는 규칙이나 기술을 위반하면서 다른 길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두 작업의 작동 방식이 서로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에는 외적 당위성보다 내적 요구에 힘을 실어서 작업할 계획이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입주 작가들과 실험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지원이 있어서 작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Segment-6,5,7_rayon yarn, polyester yarn, acrylic paint_97×97, 95×95, 97×97cm_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나는 미래에 대해 취약하고, 불안하고, 통제할 수 없는 몸과 함께 있다. 인류는 어떤 노력으로도 세상을 나아지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공들여 쌓은 것은 바닥이 유실되며 사라질 것이고, 그것을 반복해서 경험해야 할 것이다. 쌓은 것이 사라지지 않는 것 또한 저주가 될 것이다. 구원과 약속은 내 바깥으로 와서 그 이름에 맞는 역할을 할 것이다. 작업은 사랑하는 사람, 개념, 역사에 대한 책임이며 치밀하고 섬세하게 육화시킬수록 의미를 갖는다.

 

능직얼룩(TwillStain)-20, 21_cotton yarn, polyester yarn, dye_227×97cm_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지금까지 경험으로 나의 작업은 정의하거나 의도하여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삶의 환경이 바뀌거나, 사고가 생기거나, 작업이 진행되면서 스스로 자율성을 가지게 되면, 나는 되도록 작품이 작업을 따르고, 의지를 가진 나는 작업 주변의 일을 처리하고 있다. 도서관의 사서나 우체국 창구 직원이 책과 우편물에 일정 거리를 두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일들을 꼼꼼하게 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Ground_280x260x35cm_Monofilament, Acrylic Paint, Silk_2012(대전)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먼저, 지금 하는 작업의 내용/방법/기술/물질의 관계에서 유기적 조합을 발견해 나가고자 한다. 초월은 단단한 현실에서 시작한다고 믿으면서 눈앞의 현상에 몰두하며 작업하곤 하는데, 요즘은 맞닥트린 일상에 함몰되는 것 같다. 모든 상황을 통제하기보다 작업 바깥에서 우연과 섭리로 이루어지는 일들에 대해 마음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씨실과 날실로(with weft, with warp)》 전시 전경_서울시립미술관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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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자 BAHC Heeza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박희자는 서울예술대학에서 사진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조형예술을 수학했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해왔다. 사진가로서 창작공간을 기록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최근 «사물이탈(Leaving Independent)»(공;간극, 2018)과 «다중노출 »(송은아트큐브, 2019)을 포함한 개인전 및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제15회 사진비평상(2014), 제9회 KT&G 상상마당 SKOPF 올해의 작가(2016), 제11회 퍼블릭아트 뉴히어로(2017)에 선정된 바 있다.

«사물이탈(Leaving Independent)» 전시전경_공;간극(서울)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사진가로서 미술학교의 작업 공간, 또는 을지로 일대와 같이 창작과 생산과 관련 있는 특정 장소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사사로운 풍경들, 그리고 사람들을 내 눈으로 보고 기록한다. 그리고 기록한 장면을 설치물로 만들거나 디스플레이를 하여 이에 대한 이해를 드러내고자 한다.
나의 작업은 기록된 장면이나 이미지가 어떠한 메시지를 발하는지에 따라 그것을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영감은 을지로와 같이 오랫동안 공산품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현장에서 발견한 물건들을 볼 때 떠오른다.

 
경치의 오브제 #32_Printed on inkjet wallpaper_116x162.4cm_2018   경치의 오브제_100세클럽회장님_Archival pigment Inkjet Print_10x13cm_2017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이전 작업에서부터 이어지는 생각들로 작업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최근에 진행하는 작업이 나를 가장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을지로 일대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작업의 시작이 된 전시 ‘사물이탈’을 대표작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작업은 을지로 일대에 버려진 산업품의 샘플과 같이 물건의 쓰임을 다해 방치되었던 물건들을 모아서 다시 한번 사용할 수 있도록 사진적 오브제로 만들어 촬영하였다.

 
art Things_Iron brushs_Archival pigment Inkjet Print_50x70cm_2018   art Things_electric outlet_Archival pigment Inkjet Print_50x70cm_2018

그리고 이를 다시 보여주는 과정에서 액자 프레임을 함께 배치하였는데, 이를 통해 어떻게 무엇인가가 예술로써 선택되고 버려지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이 연작은 을지로의 세운청계상가에 위치한 한 상점에서 전시한 바 있는데, 주변의 액자 가게들과 전자 부품 가게들 사이에서 마치 쇼룸처럼 보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나의 작업이 말하는 바를 한마디로 함축하자면 창작과 생산의 경계라고 할 수 있겠다.

«사물이탈(Leaving Independent)» 전시전경_공;간극(서울)_2018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퍼포머 4 전시전경_송은아트큐브(서울)_2018

A.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퍼포머와 함께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 창작의 과정에서 사용된 오브제를 가지고 이를 활용하는 그들의 몸짓을 기록할 예정이다. 즉흥적으로 오브제에 반응하여 몸을 활용하는 퍼포머(수행자)의 움직임은 논리적인 사고로 판단하기에는 부조리하고 무의미한 행위들을 반복하게 된다. 나는 이러한 ‘이성’이나 ‘논리’의 맥락을 벗어난 순간의 동작을 통해, 의미 혹은 무의미를 생산하는 예술가의 창작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나는 천부적인 기질로 작업하는 예술가가 아닌 것 같다. 학교에서 미술을 배우고, 역사를 공부하면서 학습한 것들이 현재의 이해를 바탕으로 다시금 창작되고 있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방송/예술 중심의 대학에서 순수사진을 공부할 때에는 상업과 순수사진의 경계를 고민했다. 그다음으로 순수예술 중심의 대학원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할 때는 기계로 만드는 이미지와 손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의 경계에 대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사진이라는 매체로 오랜 시간 작업했지만, 이것이 나의 매체가 맞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한국보다 엄격하게 더 조각적 조각, 회화적 회화를 교육하는 체코의 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불구하고 장르의 경계 없이 자신의 방법으로 현대적 매체를 다루는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매체를 활용하는 방식의 틀을 벗어나는 방법을 깨우치게 되었다.
아울러 나는 작업하는 동안에는 사사키 아타루의 책들을 반복해서 읽는 편이다.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저자의 주체적인 태도로부터 작업을 끌어갈 힘을 받곤 한다.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작업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것을 명확히 지칭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이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가치를 알아봐 주고, 그 가치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서 예술은 대단한 것이 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감히 그 경계를 이야기하고자 고민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들이 그리고 내가 만들어 내는 것들이 예술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창작과 생산의 경계는 무엇인지 드러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형(形), 틀_Stuck Stuck Stuck Plaste_Flexible size_2017   Untitled_Pigment-based Inkjet Print_21x29.7cm_2017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작업을 하면서 2∼3년 후의 계획을 세워본 적은 없다. 작업하면서 더 해보고 싶은 방향이 생기면 그렇게 진행하다가, 다른 방향이 생기면 다시 다른 쪽으로 따라가는 것이 나의 방법이자 계획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로서의 목표는 없다. 하지만 내가 늘 마음 한쪽에 품고 있는 것은 누군가 좋은 작업이라 말해주었을 때 안주하지 않는 것, 다음의 비난이 두려워서 자기복제를 하지 않는 것, 계속 변화하는 작가가 되자는 다짐이다.

 
경치의 오브제 #54_Printed on wallpaper_3cm 높이로 판넬_99×138.6cm_2018   경치의 오브제 #55_Printed on wallpaper_전시장 벽면에 바로 부착_88×123cm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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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률 PARK Kyungryul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박경률은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영국 첼시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회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가지고 여러 가지 형식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문학에서의 형식 실험 방법론을 채택하여 시각화된 회화를 보여주는 구조와 내러티브 생성으로 전유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작가는 직관적으로 그려낸 다양한 이미지를 하나의 화면에 구성하여 그림의 내러티브를 결정짓는 구조를 탐구한다. 전형적인 회화에서 벗어난 이러한 형식의 실험을 통해, 작가는 예술이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A Meeting Place_Oil on canvas, oil on paper, wrapped painting, glazed ceramic, wood, sponge, plaster, paper tape, orange, acrylic tube, clay, toy, wooden frame, Dimensions variable_Songeun Art Space_2017-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회화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가지고 다양한 형식의 실험을 진행해오고 있다. 나의 주된 관심사는 ‘그리기’ 혹은 ‘그리기 행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작가로서의 감성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깝게 나오는 이미지들, 그리고 그것을 그리는 행위가 어떻게 예술로 규정될 수 있는지를 찾기 위한 실험이다. 그래서 ‘연약한 회화’, 다시 말하면 일종의 드로잉에 가까운 회화 형식을 기초로 하며 그림의 ‘내러티브(이야기)’ 자체보다 그것을 결정짓는 구조에 주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For You Who Do Not Listen to Me_Oil on canvas_140x150cm_2017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회화에서 설치작업으로 확장하는데 기점이 되었던 2017년 영국 런던의 사이드룸(SIDE ROOM) 갤러리에서 열렸던 개인전 《New paintings》를 말할 수 있겠다. 그곳은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가 아니라 오래된 벽돌 건물에 벽을 세우고 자연광으로 조명을 해결하는 등 독특한 조건으로 전시를 만드는 공간이다. 이러한 복잡한 공간에 그림을 거는 순간 그 공간 안에 외부적인 요소들(벽돌, 오래된 낙서, 실금 등)이 회화 내부의 요소로 느껴지면서 그림이 걸린 공간 자체가 하나의 화면으로 느껴졌다. 이는 회화에 대한 관념이 깨지게 된 경험이었다. 그 후 나는 그림을 어떻게 걸든지 상관이 없었고, 화면에 칠해진 붓질이 하나의 오브제이듯이 완성된 회화도 하나의 오브제로써 보이기 시작했다.

New Paintings_Installation view at SIDE ROOM Gallery_London_2017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기간 동안 서울과 뉴욕에 있을 개인전 준비에 많은 시간을 들일 계획이다. 이 두 전시에서 나는 ‘읽는 행위’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내러티브를 연결 짓는 구조에 주목하면서 공간 자체를 작품( 구조의 일부)으로 활용하는 기존의 ‘조각적 페인팅’ 개념에 조형적 실험을 추가해서 보다 적극적인 재료적 물질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A Meeting Place_Installation view at Madame Lillie gallery, London_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최근 일련의 작업은 실제 작품의 내러티브와 관람객이 받아들이는 내러티브 사이에서 오는 간극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하여 19세기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Stephane Mallarme, 1842-1898)의 ‘한 권의 책’이라는 개념에서 다루는 ‘비워진 내러티브’를 배경으로 한 ‘시각적 읽기 행위’에 대한 실험들이었다. 이미 미술사 안에서 (그리고 동양에서는 더 일찍이)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에 많은 실험이 있었으나, 내가 주목하는 지점은 문학에서 내러티브가 다뤄지는 방식, 즉 구조적으로 생략과 함축, 도치 등 무의식적 글쓰기 방식을 실천했던 작가들이다.
영국의 소설가 로렌스 스턴(Laurence Sterne, 1713-1768)은 그의 저서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The Life and Opinions of Tristram Shandy, Gentleman)』(1759)에서 시차와 시점을 넘나드는 자유 기술적(무의식적) 서사구조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소설의 제목에서 연상될 법한 주인공의 일생이 아닌 직관적인 글쓰기와 사용하는 언어의 형태(위치와 구성)에 주목하였다.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는 자신의 글쓰기를 빙산에 비유하며, 불필요한 어구가 없는 문체로 억제된 표현을 사용하면서 언어의 함축과 그에 따른 무의식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처럼 문학에서 언어가 다뤄지는 실험적 방식들은 내 작업에서 이미지가 다뤄지는 방식의 레퍼런스가 되면서 동시에 인류사와 함께 존재해오던 말과 글, 이야기(내러티브), 이미지가 예술의 영역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가를 탐구하는 데 있어 배경이 된다.

 

Finding a Triangle Through a Square_Oil on canvas, plaster, light, wooden plinth, Dimensions variable_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한 예로 《송은미술대상전》(송은아트스페이스, 2018)에서 전시했던 작품〈예쁜 얼굴(A pretty face)〉(2018)과 〈제목미정(Not titled yet)〉(2018)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자는 완결된 내러티브를 가진 작품으로써, ‘무제(Untitled)’ 혹은 ‘진행 중(In progress)’이 아닌 확장된 내러티브의 단서로서 의미를 갖는다. 반면 후자의 작품은 ‘예쁜 얼굴‘이라는 형상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제목을 붙이었다. 사실 작품명만으로도 경계가 없는 두 작업을 통해 나는 관객이 어떻게 다르게 읽는지를 관찰하고, 또한 관객 스스로는 예술작품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를 묻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Not Titled Yet_Oil on canvas, oil on paper, glazed ceramic, Dimensions variable_Songeun Art Space_2018

A Pretty Face_Oil on canvas, oil on paper, wrapped painting, glazed ceramic, plaster, paper tape, orange, spray on thread, clay, wooden stick, Dimensions variable_Songeun Art Space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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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현 MOON Sohyun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소현은 경희대학교 미술학부에서 조각을 전공하였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비디오아트 전공으로 전문사를 취득하였다. 작가는 2006년부터 스톱모션 방식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및 비디오아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불꽃축제>(2018), <공원생활>(2015-2016), <텅>(2012), <없애다…없어지다>(2009), <빛의 중독>(2007)이 있다. 이 작업들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프랑스 낭트3대륙영화제,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에 초청되어 상영되었으며, 그 외에 백남준아트센터, 일현미술관, 스페이스오뉴월 등에서 다양한 설치 형태로 전시되었다.

<공원생활(Life in the Park)>, 12채널 영상 설치, 스페이스 오뉴월, 2016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지금까지 제작한 작업을 연도별로 소개하며 나의 창작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제작한 작업은 주로 스트레스 상황에 마주한 개인의 태도를 호기심 있게 연구하고 이를 스톱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하였다. 관련 작업으로는 먼저 <빛의 중독(Poisoning of Light)>(2007)이 있다. 다양한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사적 영역이 축소되고, 개인정보의 유출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현재 상황을 빛과 그 빛에 쫓기는 남자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업이다. 또한 상처를 빠르게 없애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 상처를 칼로 잘라내다가, 자신의 존재까지도 없애버리는 <없애다…없어지다(Make it Vanish… Vanishes)>(2009)와 추억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소지품을 들쳐 매고 다니는 여자가 등장하는 <You can’t leave me>(2009) 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2012년에 제작한 <텅(The Black Flesh in the Mouth)>은 혀의 주요 기능인 언어를 상실하고, 혀를 그저 입안에 가득 차 있는 근육으로만 인식하는 인물이 이 근육을 자극하는 상황을 묘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2013년에 제작한 <눈 가리고 아웅>에서는 건물주가 가구 수를 늘리기 위해 얇은 합판으로 쪼개놓은 원룸촌에 사는 세입자의 신체가 어떤 상태인지를 영상 설치를 통해 표현하였다.

 

빛의 중독(Poisoning of Light), 단채널 영상, 7분 6초,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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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후로는 개인의 상황보다 집단, 공동체, 사회의 시선으로 확장해나갔다. 공동체에서 발생한 위기와 폭력이 어떤 장치로 인해 폭발 혹은 방향전환 되는지 관찰하는 과정에서 <공원생활(Life in the Park)>을 진행하게 되었다. 도시 속의 자연은 어떤 형태이고 그 안에서 인간은 자연을 어떻게 대하는지, 또한 실제로 도시인들이 자연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도시 속 공원들을 2년 동안 돌아다니면서 기록하였다. 그 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그로테스크한 공원의 풍경과 상황들을 퍼펫(Prppet, 주로 인형극에서 사용하는 인형, 꼭두각시 등을 뜻하는 용어)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하여, 12채널 비디오 설치 작업으로 풀어내었다.
<공원생활>을 완성하고 나서 2016년부터 더 넓은 범위의 지역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후 도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나 풍경들을 촬영하고 이를 변형하는 작업도 시도하고 있다. 도심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자연 휴양지와 관광지를 직접 방문하여, 그곳에 도착한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하고 주말에 어떻게 여가를 보내는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장소에 모인 군중들을 더 결속시키는 장치의 역할을 하는 각종 축제도 함께 관찰하였는데, 이는 2018년에 제작한 작업 <불꽃 축제>와 <낙원으로>으로 이어진다. 나는 주로 앞서 이야기한 인형극 형식과 스톱모션 방식을 활용하지만, 전시에서는 주로 영상 설치 형태구현 한다.

 

없애다…….없어지다(Make it Vanish… Vanishes), 단채널 영상_6분 31초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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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작업의 핵심 단어 혹은 개념을 이야기한다면 ‘폭력의 방향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작으로는 <공원생활>이 있다. 이 작품은 도시인의 스트레스 해소, 여가, 오락 등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 속 공원들을 지속해서 관찰한 결과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기괴하게 변모해가는 공원의 풍경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하였다. 

“오리에게 화살이 없는 활을 진지하게 겨누고 있는 남자. 휠체어를 끌고 힘겹게 산책하는 사람. 샘솟고 있는 검은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지지대로 연결된 힘없이 흔들리는 나무숲. 흙먼지를 내고 사라지는 덤프트럭. 목줄에 묶인 채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어 울부짖는 개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려고 줄을 서고 기다리는 사람들과 그 먹이를 더는 먹을 수 없어 토해내는 동물. 활활 타는 불을 보며 쉴 새 없이 고기를 굽는 사람들······.”

영상 속의 등장인물들은 정확한 심리 상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의 행위는 원인과 결과가 삭제되어 있고. 시작과 끝도 부재한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서로 관계 맺지 못하고, 그들이 있는 시간은 어디에도 귀착되지 않는 듯 불분명하며, 되풀이된다. 영상 속 공간은 그들의 의지로는 벗어날 수 없는 고착 되어 있는 상태에 놓여있다. 이러한 풍경과 행위는 위기 단계에 머물 뿐 결코 절정과 해소 단계에 이르지 못한다. 위기의 상태에서 더 나아가지도, 새롭게 시작하지도 못한 채 끊임없는 오류의 상태에 걸려 있는 것이다.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은 채 한없이 반복되는 행위들은 12채널 비디오로 설치되어 전시되었고, 싱글채널로 편집하여 영화관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9_먹이주는 시간(04: 25)   #11_물놀이(03:57)

 
#5_튼튼한 다리(01:02)   #10_화살 없는 활(05:20)

공원생활(Life in the Park), 12채널 영상 설치, 201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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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생활>을 제작할 당시에 나는 작업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였고, 삶의 만족도도 낮았으며 나를 둘러싼 환경에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던 중 ‘행복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도시 속 자연환경에 들어가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하였고, 그 실패에서 얻은 감정들을 <공원생활>에 쏟아 내었다. 이전 작업에 비해 무대의 크기가 커졌으며 처음으로 1명이 아닌 10명이 넘는 인형들을 제작하고 컨트롤해야 했다. 또한 머릿속의 이미지들을 구현해 내기가 쉽지가 않았다. 혼자서 제작, 촬영, 편집을 진행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힘에 부쳤고, 불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작업실에 불이 옮겨붙기도 했다.
2012년 <텅>을 완성한 이후로 3년 이상의 시간을 <공원생활>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 처음으로 레지던시에 입주하게 되었고 기금도 받게 되었으며, 영화제의 국제 경쟁 섹션에 참여하여 관객상도 받았다. 힘들게 시작하고 완성한 작업은 결국 작업을 지속하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현재는 공원이라는 장소보다 더 광범위한 장소를 관찰하고 있으며, 학부 때부터 관심 있었던 주제를 심화하여 작업하고 있다.

 

텅(The Black Flesh in the Mouth), 단채널 영상, 11분 47초,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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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인천아트플랫폼이 위치한 인천역 주변은 도시와 관광지, 공항이 인접해 있어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영상 촬영을 하기가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기존 작업인 <불꽃 축제>나 <낙원으로>의 연속성을 갖는 신작을 제작할 예정이다. 나는 이전 작업 <빛의 중독>을 시작으로 도시 속의 빛에 계속 관심을 두었다. 그리고 그 관심은 또 다른 작업 <텅> 안의 색이 현란하게 바뀌는 모니터로 변모하였고, <공원생활>에서는 빨간 고깃덩어리를 태우는 불로 표현되었다. 또한, <불꽃 축제>와 <낙원으로>에서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빛을 추적하고 수집하여 재편집하였다. 이번에 계획하는 신작을 통해서는 휘황찬란한 빛 속에 놓인 인체의 상황을 재현하고자 한다.

 
#1_빛나는 밤   #2_순한 짐승

낙원으로, 2채널 영상 설치, 20분 17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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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조소과를 다니던 시절, 나는 영상 작업을 배우고 싶었지만, 어떻게 영상을 제작하고 장면을 연출하는지, 그리고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를 배울 수 있는 수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2005~2006년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튜브(Youtube)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영상에 접근하기가 더욱더 어려웠다. 그러던 중에 지인이 빌려준 얀 슈반크마이어(Jan Svankmajer)라는 감독의 단편영화 VHS 테이프를 무한 반복 시청하면서 스톱모션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감독을 실제로 만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영화를 수도 없이 보고, 그의 글과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에게 그는 선생님 같은 존재가 되었다. 트라우마나 폭력, 욕망, 그로테스크라는 주제 의식을 내 어린 시절 감정들로 작업에 녹여내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밖에 로이 앤더슨(Roy Andersson)과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찰리 카프만(Charlie Kaufman)의 영화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고, 르네 지라르(Rene Girard)의 『폭력과 성스러움』,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의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화』를 읽으며 호기심을 해결한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나의 주변 상황이다. 어떻게 시간을 버틸까 고민하고, 타인을 바라보면서 생겨난 많은 생각과 질문은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진다. 현재 구상하는 작업이 많이 있으나 시간이 없어서 실현하지 못한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Beyond Thinking》 전시 설치전경, 고양 아람 누리 아람미술관, 2018

 
#1_불타는 밤   #3_터지는 폭죽들

불꽃 축제, 8채널 영상 설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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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내게 작업이란 김영하의 소설 『거울에 대한 명상』에 등장하는 상수도와 하수도의 개념과 비슷하다. 예술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저 작업하면서 시간을 버텨낼 뿐이다.

여기 있는 사람은 미쳤다. 왜냐하면 여기 있는 사람은 미쳤기 때문이다. 지점토, 수중모터, 에어 호스, 가변설치, 2017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착각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거의 혼자 작업 해왔다면, 이제는 각기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서 좋은 영향을 서로 받고 싶다. 예술가로서 나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욱더 질 좋은 시각과 경험들을 관객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또한 항상 노력하고 고민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You Can’t Leave Me, 단채널 영상, 4분35초, 200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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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Mitsu SALMON & Milad MOZARI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MiMi (Milad MOZARI & Mitsu SALMON) is a collaborative duo creating work in performance, sound, video, and installation which draw from archive, place and personal/ unaccounted history. The duo met while pursuing their Masters of Fine Arts at the School for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Since 2017, they’ve created work together drawing from Milad’s interest in sound and architecture and Mitsu’s practice in performance and drawing. They have created site-responsive work at Tsung Yeh Artist Village and Taipei Artist Village in Taiwan, Lincoln Park Conservatory in Chicago and Sugar Space in Indianapolis.

미미(밀라드 모자리 & 미추 새먼)는 아카이브, 장소 및 개인 또는 미지의 역사로부터 퍼포먼스, 사운드, 비디오 설치 작업을 끌어내는 협업 듀오이다. 사운드와 건축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밀라드와 퍼포먼스와 드로잉 실험을 이어가는 미추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순수미술 석사 과정에서 만나 2017년부터 함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대만 청예 아티스트 빌리지와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를 비롯하여 미국 시카고의 링컨 파크 식물원, 인디애나 폴리스의 슈가 스페이스에서 장소-반응적(site-responsive)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Resonant Traces, Multimedia installation, Taipei Artist Village, 2018

# Q&A

Q. Please tell us about your works, including your creation process.
A. As a collaboration, we have been creating work connected to science and architecture the last few years. In particular, we have been looking at botany and its relationship to national histories, built structures, and migration. We both have an interdisciplinary approach and practice that ranges from performance, experimental music and installation. With each iteration of the collaboration, we try to use these mediums to translate the research in a site-specific manner. We have a great approach to tacking research from a personal perspective (Mitsu), and approach from a more structural and analytical vantage point (Milad). Our collaboration is really about the convergence of these methods and the artifacts that stem from it.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과학과 건축을 연결하는 협업 작업을 지속해왔다. 특히, 식물학과 국가의 역사, 건축, 그리고 이주 사이의 관계성을 탐구해왔다. 우리 두 사람은 퍼포먼스에서부터 실험 음악과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실천과 학제적 접근을 해오고 있다. 또한 우리는 협업의 반복을 통해 연구한 것을 장소-특정적 방식으로 변환할 수 있는 매체들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각기 개인적 관점으로부터 연구의 방향을 설정해나가기 좋은 접근 방식(미추)을 활용하거나, 구조적이고 분석적인 시점으로 접근(밀라드)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협업은 실제로 이러한 방법들과 그로부터 발생한 인공물을 융합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Mitsu SALMON_Out/In Aka, Performance with branches, shadow, video, 2016~2017(참고: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Milad MOZARI_Standing Nymph & Man (Image taken during the renovation process), Mixed media, 2015~2017
(참고: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Q. What do you think your representative work or exhibition is? Why do you think so?
A. ‘Mt. Shamao’ was a site-specific installation and performance inhabiting the Fern room at Lincoln Park Conservatory in Chicago. The work looked at man-made tropical paradises as connected to archives, importation, and utopias. For the past year, we had been conducting research in Taiwan at the Forestry Research Institute and drawing historical and metaphorical lines back to Lincoln Park Conservatory’s past and present. The piece was a four-channel sound installation of altered field and archival recordings from Taiwan as well as Mitsu’s singing. Spread around the space were laser etched archival photos from both the Lincoln Park Conservatory and Taipei Botanical Garden’s collection. The performance aspect consisted of 30-minute tours with an ensemble that guided the audience through the parallel beginnings of Chicago and Taiwan’s botanical gardens and the imported tropical paradises they attempted to create. This exhibition is a good example of our work as it combined our mediums while immersing the audience in the archival setting we usually work in.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샤마오 산(紗帽山)〉은 시카고 링컨 공원 온실의 고사리 실에서 이루어진 장소-특정적 설치 및 퍼포먼스 작업이다. 이 작업은 인간이 만든 열대 낙원을 아카이브, 수입품, 그리고 유토피아로 연결해본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대만의 행정원농업위원회 임업시험소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링컨 공원 온실의 과거와 현재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이고 은유적인 선을 그었다. 이 작업은 미추의 노래를 비롯하여 대만에서 녹음한 아카이브와 변화된 현장을 담은 4채널 사운드 설치 작업이다. 공간 주위에 펼쳐져 있는 것은 링컨 공원 온실과 타이페이 식물원의 컬렉션에서 가져온 레이저로 새긴 아카이브 사진들이었다. 퍼포먼스는 시카고와 대만의 식물원의 시작과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수입된 열대 낙원을 나란히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30분간의 투어로 구성되었다. 이 전시는 우리가 주로 작업하는 아카이브 환경에서 관람객을 몰입하게 하여 매체들을 결합하는 우리 작업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Mt. Shamao, Lincoln Park Conservatory and Taipei Botanical Garden (Mt. Shamao, Taiwan)’s collection, Lincoln Park Conservatory, Chicago, USA, 2018

Q. What kind of works/projects are you going to do at IAP?
A. Jemulpo Port is a beautiful area that really shows its history in its architecture, people and landscape. It’s a place of transit, commerce, and speculation given the built structures. This is all new to us, and we hope in our research and prototyping, speculate more on a civilization that lived underwater. What were the tools for underwater breathing, commerce and communication? What artifacts did they “leave” behind? What parallels can be drawn to the modern climate of the industrial port town? These are some of the questions we are asking ourselves while getting lost in the hills of the neighborhood.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제물포항(*인천항의 옛 이름)은 건축, 사람, 풍경 속에서 그 역사를 실제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곳이다. 지어진 구조를 고려할 때 이곳은 교통, 상업 그리고 추측의 장소이다. 이곳은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곳이며, 우리는 연구와 프로토타입 제작에 있어서 수중에 존재했던 문명에 대해 추측하고자 한다. 물속에서 호흡하고, 거래하고, 소통하던 도구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어떤 유물을 후세에 ‘남겼’을까? 산업 항구 도시의 근대 풍토에는 어떤 유사점이 있을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질문들이 우리가 인근 언덕을 헤매며 스스로 던졌던 질문들이다.

 

일루시브 웨이브즈(Illusive Waves: Breathing under Water)_Multimedia installation(wooden pallets, hydrocal plaster, and rope), Watercolor on paper, Video projection with reflective pool_인천아트플랫폼 창고갤러리_2019

Q. About inspirations, motivations and episodes.
A. We began thinking about this work while going to the Natural History Museum in Utah and thinking about the beauty of artifacts and fossils. This last year we have been working with botanists and through that experience have been inspired to continue working with elements from science. This has made us think about/ be inspired by how things are preserved organically or by humans. For example who is allowed to tell history? Whose stories are left out? What are the boundaries of conservation? What is lost? At IAP, we plan to make a fictional town drawing from both real and imagined archives and fossils to speak to these inquiries.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우리는 미국 유타주 자연사 박물관에서 유물과 화석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 작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식물학자들과 함께 일했고, 그 경험을 통해 과학적인 요소들을 이용하여 계속 작업할 영감을 얻어왔다.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사물이 유기적으로 또는 인간에 의해 보존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예를 들어, 누가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누구의 이야기가 누락되었는가? 무엇이 보존의 경계선인가? 무엇을 잃었는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실제와 상상의 아카이브와 화석들로부터 이끌어낸 가상의 마을 드로잉을 계획하고 있다.

 

Madou Sugar Arts Triennale, Performance amongst old and new friends, Madou, Taiwan, 2019

Q. About art and communicating with audiences
A. This is something we are redefining for ourselves with each exhibition, performance, and collaboration (collaboration between us and potential spectators). Most recently, we worked with indigenous tribes in Taiwan to develop the music of our performance, and also developed some tools that record environmental data that can be translated for music. Working with these groups really helped us see the function of our output outside the exhibition arena. The thing we strive for is to tell a story in a place with our work, and its process, connect with others who can potentially take away the story and tools from the project and connect to others.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우리는 각각의 전시, 퍼포먼스, 협업(우리와 잠재적인 관람객들 사이의 협업)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대만의 토착 주민들과 우리 퍼포먼스의 음악을 함께 만들었고, 음악으로 변환할 수 있는 환경 데이터를 기록할 몇 가지 도구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역사회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우리의 결과물이 전시 공간 밖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의 작업과 그 과정이 있는 장소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프로젝트에서 잠재적으로 이야기와 도구들을 없앨 수 있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Sirayan Sensor, Cellular electronics and solar pane, 2019

Q. Please tell us about your future plans and working directions.
A. We have been traveling and making work consistently for the last three years participating in residencies and festivals. This has been exciting in terms of research and being in conversation with artists, spaces and communities globally. We want to continue this but at the same time have a garden and a puppy.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지난 3년 동안 여러 나라의 레지던시와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작업을 계속해왔다. 이렇게 여러 곳을 여행하며 작업하는 것은 연구하고, 전 세계의 여러 예술가, 공간, 지역 사회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나는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동시에 정원과 귀여운 강아지를 가지고 싶기도 하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https://formosanwood.wordpress.com/
http://www.mitsusalmon.com/ 
https://miladmozari.com/




송주호 SONG Juho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송주호는 공연/시각예술의 매체와 장르적 관습에 이질적인 것을 접목하여 발생하는 긴장과 유희를 추구한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흥미를 기승전결을 갖춘 서사나 등장인물의 심리적 자기 고백이 아닌 극의 특정 현상과 인위적인 운동성을 통해 외면적으로 분석한다. 작가는 공연 제작을 위한 프로젝트 ‘디오라마 비방 씨어터(Diorama Vivant Theatre)’를 만들어, 현재 연출과 무대디자인을 맡고 있다. 디오라마 비방 시어터의 무대는 서사를 위한 배경보다는 무대 자체가 현상을 발생시키기 위한 수행적인 장치로서 기능한다. 관객은 현전이 신체가 배제된 무대배경(디오라마, Diorama)에서 연극적인 시공간의 흔적을 포착하고, 활인화(타블로 비방, Tableau Vivant)을 통해 배우의 신체성과 연출의 단서를 발견한다. 작가는 이러한 과도기적 매체와 장르의 조합을 통해 무빙 이미지의 시대에 공연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언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_디오라마 비방 씨어터_공연_90분_플랫폼엘_2019
(트레일러: 바로가기)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공연 연출과 무대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영상, 퍼포먼스, 설치 작업 등 시각예술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사실 나는 영화감독이나 평론가를 준비했었다. 그런데 영화에는 다른 예술 매체나 장르와 맺고 있는 무수한 접점 때문인지, 영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미술과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창작과 비평 사이의 충돌과 갈등을 겪었다. 나는 스스로 비평적으로 엄격한 성향으로, 이로 인해 창작의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현재는 작품을 구상할 때에는 비평적인 자가진단으로 인해 작품 구상을 폐기하거나 유보하는 경우를 반면교사 삼아, 나의 직관에 따라 전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술매체/장르의 역사성과 형식에 대한 나의 관점에 거리를 두고, 작품이 놓일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을 거치고, 작품을 구상한 후에는 구상과 어울리는 매체와 장르를 선택하여, 명확하고 견고한 구조를 세운다. 그리고 불명확한 형식을 포개서 불안정한 조건을 만든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내가 관찰하고자 하는 것은 배우, 퍼포머, 관객 그리고 무대의 미술적 요소가 같은 시간대 안에서 물리적 혹은 정서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가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어떤 현상을 발생시키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징후와 모호한 내러티브의 전개 또한 발견하기를 원한다.
작품이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예술에 대한 나의 관점을 작업에 대입해본다. 이는 작업과 동시대 미학이 공유하는 지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 과정에서 무언가 발견한다면 다음 작업에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 자체가 나의 비평의 방식이기도 하다.

Future Hands Up-봄의 제전 편_4주 연작 퍼포먼스_인사미술공간_2015
(트레일러: 바로가기)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2017년 공연 제작팀 ‘디오라마 비방 씨어터(Diorama Vivant Theatre)’를 창단했다. 그 이전에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실험적 기획인 ’아카이브플랫폼‘, ’안무LAB‘에 참여하거나, 미술비평가이자 독립큐레이터인 김정현의 비평 작업의 일환인 공연 <퍼포먼스 연대기>와 전시 《아무것도 바꾸지 마라》, 《연말연시》에 반응하는 작업을 해왔다. 기획자와 협업하며 자극을 받는 것은 늘 흥미롭지만, 특정한 기획 프레임에서 자유로운 실험을 위해 ‘디오라마 비방 씨어터’를 만들게 되었다. ‘디오라마 비방 씨어터’는 디오라마(Diorama)와 타블로 비방(Tableu Vivant)을 조합한 것이다. 살아있는 무대를 뜻하는 ‘디오라마 비방 씨어터’는 기존의 연출 관습을 미학적으로 비방하고, 동시에 무빙이미지 시대의 공연 방식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연 프로젝트이다.

금지된계획(Forbidden Plan)_디오라마 비방 씨어터_공연_80분_문래예술공장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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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총 네 편의 공연을 제작했다. 1940-50년대의 SF 영화세트를 무대의 주요 레퍼런스로 둔 <금지된 계획>과 <하얗게 질리기 전에>는 현재의 컴퓨터그래픽 방식과 가장 거리가 먼 아날로그 방식을 차용하고 있으며, 배우들이 직접 스펙터클을 구현하고 재현하는 것이 곧 내러티브가 되는 수행적인 연극이다. 이 작업은 남극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주제 전달의 역할을 하는 연극 대사를 없앤 자리에 공간 배경을 가리키는 인공 음향으로 대신 채웠다. 특히, 남극의 지표면이 갈라지는 크레바스 현상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감각될 수 있는지를 공연의 현장감과 시간성 안에서 실험하고자 했다. 또한 눈보라로 인해 시야를 확보할 수 없게 되는 남극의 화이트아웃 현상을 무대의 비주얼 효과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시도했다. 공연 후반부 무대의 크레바스에 거대한 구멍을 내어 전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이 상황에 부닥친 배우들에게 즉흥적으로 공연을 진행하게 하여 화이트아웃 현상을 일종의 안티 내러티브로서의 개념적 장치로 표현했다. 가장 최근 작업인 <언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은 가상의 극장 로비를 배경으로 동명의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을 보여준다. ‘극장’이라는 장소성과 ‘관객’의 존재론에 관한 부조리극이라 할 수 있다. 나에게 공연이란 한 편의 재난과 그에 대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공연에 항상 ‘슬랩스틱 코미디’의 요소를 구성한다. 하지만 여기서 배우의 연기로 표현되는 슬랩스틱 코미디보다는 공연이라는 매체 자체가 이를 수행하도록 만든다. 이는 그 자체로 ‘사고 실험(Trouble/Thought Experiment)’을 겪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하얗게 질리기 전에(Before It Turns Whiteout)_디오라마 비방 씨어터_공연_65분_남산예술센터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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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일본과 한국의 항구도시인 모지코와 인천의 장소성을 주요 레퍼런스로 둔 영화/연극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 초에 모지코 아트플랫폼(Mojiko Art Platform)에 프리-리서치 아티스트로 참여했다. ‘아시아의 관문’이라 불렸던 모지코의 여러 공간을 답사하며, 나의 머릿속에는 “기다리다”와 “머무른다”라는 동사가 맴돌았다. 그리고 이를 정서와 감수성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한편, 현재 입주해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는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을 뚜렷하게 구분하고 있다. 공연과 시각, 두 매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는 내게 이러한 구분은 ‘연옥(Furgatory)’이라는 장소성과 상징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두 항구 도시가 지닌 공간적 분위기를 연결하여 두 도시에서 발생하는 특정 현상과 운동성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퍼포먼스 연대기_공연_120분_플랫폼엘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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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예술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예술에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는 많은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므로 작업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반영된 현실로서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문화와 사상, 구조 속에서 행동하는 사람들의 징후를 관찰하는 것과 작품을 구상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작업의 계기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게는 두 경우 모두 작업이 아니라 삶의 영감 또는 에피소드이다.

밝은 곳에 나홀로_공연_35분_문래예술공장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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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세계를 사유하는 관점과 그에 대한 훈련은 현실에서 경험하거나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 보다 예술의 형식이 더 실용적이고 확장된 방식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예술의 눈으로 현실을 이해하려는 방식을 지양하기 때문에 ‘따로’ 작품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극대화하려고 한다. 작품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 사회와 공동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며 의미 있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다만, ‘가치’와 ‘의미’를 끝내 실현할 수 없는 ‘구상’이라고 말한다면 말이다.

유익한 수난_공연_45분_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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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무대를 철수하면 사라져버리는 공연 매체의 특성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 나면, 나는 매번 그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는 공연이 끝날 때마다 기존 공연들을 재연하는 기회를 찾고자 한다.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이상적인 작품을 완성하는 것보다 작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예술(가)의 내구성과 지구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응원세포_공연_20분_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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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박성소영 PARK Soyoung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박성소영은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수학하고, 다니엘 리히터 교수(Prof.Daniel Richter)의 마이스터 슐러로 졸업한 후 현재까지 한국과 독일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시공간은 연속적이거나 선형적인 것이 아니라 뒤얽힘으로 공존한다는 ‘시공간의 중측성’을 주제로 평면에서부터 3차원 구성으로 작업을 확장하였다. 또한 이질적인 생산 이력을 지닌 물체의 틈새에서 발생하는 우연으로부터 ‘영원성’이나 ‘사라짐’과 같은 대조적 모티브를 발단시켜 나가고 있다. 다시 말해, 작업적 재구성을 바탕으로 시공간성이라는 의미를 드러내는 상반된 감각과 이야기들이 서로 당기고 부딪히며 재생산되는 에너지의 증폭을 유도한다.

2009년의 풍경_나무, 가죽, 금속 스프링, 유리, 고무장갑, 카세트테이프, 목도리, 립스틱 케이스_172x263x16cm, 2017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시간의 중층성을 조형적 탐구의 주제로 삼아 이를 평면에서부터, 3차원의 오브제 및 공간 구성으로 확장 시켜왔다. 즉, 회화적 모티브에서 연결되고 변주되는 조각 오브제와 레디메이드(ready-made) 사물들이 또 다른 그림처럼 펼쳐지는 작업이다. 나는 길가에 버려진 (나에겐) 아름다운 물건들, 이웃들에게 얻은 ‘한물간 것’을 수집해왔다. 또한 언젠가 필요하겠거니 생각하여 미래를 대비해 기꺼이 지출했던 포장도 열지 않은 새 물건들부터, 차마 버리지 못하고 오래된 추억이 깃든 나의 것까지 작업실에서 분해되고 재조립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수평선을 보라_나무 훌라후프, 배의 일부분, 19년 된 허리띠_176x95x33cm_2016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작업 중 <수평선을 보라>는 베를린에 머물 때, 옆집의 독일 할머니에게서 얻은 물건과 폐기된 배의 일부분을 조합한 작품이다. 작품에 사용되었던 오래된 나무 훌라후프는 할머니가 젊은 시절에 사용한 물건이다. 얼마간 작업실에 내버려 두었다가 우연히도 그 폭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을 알아챈 후 다른 소품들을 첨가하여 작업하였다.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렇듯 나의 작업은 상반된 시간성, 감각, 이야기들이 서로 당기고 부딪칠 때 파생되는 매스(mass)와 힘, 그리고 밀도의 우연한 경험을 기대한다.

지금_샤워 호스, 에폭시, 회색 접착테이프_가변크기_2018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입주 기간에 작가는 개인 혹은 사회, 문화적 역사가 담긴 재료를 수집하여 조형적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철저히 객관적인 조형물로서 기능하는 동시에 ‘현재’라는 시간으로 새로운 대상이 될 수 있는 오브제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공간 전체를 즉흥적인 작업으로 구성할 계획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재료나 이미지를 어느 정도 정해놓고 2~3일간 내가 가진 감정과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쏟아내어 현장에서 벽면이나 공간에 직접 부착하고 그리는 설치 작업을 해보고 싶다. 2018년 합정지구(서울)라는 전시공간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진행하며, 공간적 특성에 맞게 <Just now>라는 작업을 선보였다. 샤워 호스, 에폭시, 스펀지 테이프 등을 이용하여 불규칙적으로 붙이고, 뜯어내는 벽면 설치 작업이었다. 나는 이 작업의 확장된 버전으로 더 큰 벽면을 활용하는 동시에 스프레이와 롤의 붓질을 추가로 이용하여 종합적인 구성을 끌어내는 공간을 만들어 보려 한다.

 
숨은 숨_컴퓨터 드로잉_가변크기_2018   숨은 숨_캔버스에 혼합매체_163x131cm_2018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나는 독일에서 늦은 나이에 미술 공부를 시작하였다. 오랫동안 독일에서 지냈던 탓에 아무래도 내 무의식의 많은 부분이 그곳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작년에 한국에 돌아와서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보고, 놀랍도록 빠른 도시의 속도감을 느꼈다. 아직도 나에게 그 흥분과 설렘은 현재 진행 중이다. 또한 VR(가상현실)이나 3D프린팅과 같은 차가운 현실이 될 가까운 미래의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지난 12월에 3D프린팅 기법을 이용한 오브제를 제작해보았는데, 아직도 너무 큰비용이 들어 현재는 몇 개의 렌더링 과정만을 해 본 상태이다. 이 드로잉들을 더 구체화하거나, 반대로 아날로그적 성격을 활용하여 100% 핸드메이드(Hand-made)로 작업해보고 싶기도 하다.

소녀의 소원_피아노 일부분, 철망, 샤워호스, 가방끈, 멜빵_145x168x4.5cm_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내 작업이 `나만의 놀이`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보는 사람들이 그것에 대하여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동시에, 가능한 한 관객들로 하여금 서로 다른 해석과 다양한 상상이 유추되기를 기대한다.

Profile_나무 합판, 멜빵, 알루미늄, 대나무, 라텍스밴드, 벽돌_203x114x9cm_2018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2~3년 후에도 나는 작업을 계속하겠지만, 아직 작업 계획은 없다. 내 손에는 붓이나 망치 등 무엇이 들려있을지, 또 어떤 것을 하고 있을지 지금 어찌 알겠는가. 확실한 것은 지금처럼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존감을 잃지 않은 채 나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싶다. 그러다가 어느 날 죽은 이후에도 작가로 남아있다면 좋겠다. 노년에도 넘쳐나는 호기심과 열정을 간직했던 작가로 기억에 남았으면 더욱더 좋겠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권도연 GWON Doyeon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권도연은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사진을 이용해 지식과 기억, 시각 이미지와 언어의 관계를 탐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개인전으로는 《섬광기억》(갤러리룩스, 서울, 2018), 《고고학》(KT&G 상상마당, 서울, 2015), 《애송이의 여행》(류가헌, 서울, 2011)이 있으며, 미국 포토페스트비엔날레, 스페인 포토에스파냐 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고은사진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1년의 사진비평상을 비롯하여 대구사진비엔날레(2014), 제7회 KT&G SKOPF 올해의 최종 작가(2015년), 영국 브리티시 저널 오브 포토그라피의 ‘Ones to watch’(2016), 미국 포토페스트 비엔날레(2018) 등에서 수상 및 선정되었다. 

The Megaphone Project_creating a wireless and embodied network of sound games_2007~present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사진을 이용해 지식과 기억, 시각 이미지와 언어의 관계를 탐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작업한 작업들로 나의 창작과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첫 작업 <애송이의 여행>은 종이가 접힐 때마다 새로운 면을 만들어 다른 사물로 탄생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작업이다. 종이가 지니게 된 접힌 자국들을 통해 사물의 존재 방식에 대해 탐색하려 했다. 더불어 나의 또 다른 작업 <개념어 사전>에서는 파주의 폐도서 처리장에 수거한 사전을 수집하여, 책 안의 글자와 삽화를 드러내어 촬영한 후, 개념어와 연관된 나만의 시각적인 사전을 만들기도 했다. 이 작업을 통해 한정된 대상에 대한 시각적 사유가 확장되는 즐거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또한 <고고학> 연작은 작은 삽을 들고 동네의 개들과 땅을 파고, 발견한 사물들을 촬영한 작업이다. 사물의 효용성에는 무심하지만, 그 효용성을 제외한 다른 가능성을 살펴보는 데에 집중했다. 버려짐으로써 더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 사물들을 새롭게 호명하는 일이 나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능이 퇴화한 대상을 붙잡고 거기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다. 대상이 도구의 용도로 파악될 때, 그 사물은 눈앞에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도구의 존재감을 눈앞에서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은 그 도구가 망가졌을 때뿐이다. 나는 도구의 방식으로 눈앞에서 사라진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사진은 눈앞에 없는 것을 위한 ‘존재의 증명’ 이기 때문이다.

 
고고학 #4_Pigment Print_105x135cm_2015    고고학 #9_Pigment Print_105x135cm_2015 

열 살 무렵 서울을 떠나 경기도 변두리의 신도시로 이주했다. 새로 이사한 도시에는 또래 아이들이 없어서 주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동네의 헌책방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자연스럽게 청소년기에 문학과 이미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안톤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 1860~1904)의 단편소설들을 좋아했다. 이 시절의 독서 경험들이 지금까지 작업하는데 큰 자양분이 되었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두 가지 작업을 이야기하고 싶다. 먼저 <고고학 (2015)> 작업은 작은 삽을 구매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삽을 들고 동네의 개들과 함께 작업실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그리고 고고학자가 된 것처럼 진지하게 땅을 파고, 발견한 사물들을 테이블에 놓고 관찰하며 사진으로 촬영하였다. 주택가 땅 밑에는 스티로폼과 컴퓨터 부품, 캔 등 고만고만한 생활의 흔적들이 묻혀 있었다. 때로는 땅 위에서 말라비틀어진 무나 지우개 따위를 덤으로 얻기도 했다. 나는 문학을 전공한 자신이 사진을 찍고 있듯이 지우개의 운명은 꼭 지우기 위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질문이 생겼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단단하게 고정된 의미의 통념에 작은 균열을 내는 일은 나 스스로 그리고 사진가의 임무라는 생각을 한다.

 
개념어 사전 – 11월_Pigment print_105x105cm_2014   개념어 사전 – 연보_Pigment print_105x105cm_2014 

두 번째 작업 <여진>은 어떤 풍경이나 장면 혹은 책을 볼 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인상적인 여진들이 남는다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이 여진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강렬한 인상으로 남기도 하고, 분명한 인상을 받았지만 바쁜 일상에 묻혀 사라져 버릴 때도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마음속 깊이 머물러 있다가 불현듯 어떤 계기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가는 선을 따라 그려지고 다시 지워지기를 반복하는 마음속의 인상들. 우리가 매일 만나는 어떤 이의 모습이나 거리의 풍경, 책 속의 구절들, 이것은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에게 다가오고 인상을 남기며, 또 지워지는 것일까? 분주한 일상 속에 어떻게 스며들고, 스스로 존재하며 머무는 것일까? 나는 이런 문제들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

고고학 #생각의 여름_5분 5초_비디오 도큐멘테이션_2015 (참고 : https://vimeo.com/187106904)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생태계교란종의 이미지를 채집하고 구성할 예정이다. 본 작업은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 1908~2009)가 말한 ‘원격접사(遠隔接寫)’, 즉 거리를 둘 때 오히려 가까워진다는 언명에서 촉발하여 아라뱃길의 공간과 생물을 지정학적이고 생태학적 관계를 사진으로 재구성하려 한다. 이 작업의 배경은 3년 전 결혼을 해서 기존에 쓰던 작업실을 정리하고 일산에 신혼집을 얻는 것에서 시작했다. 갑자기 갈 곳이 없어진 나는 집 근처의 북한산에서 일주일에 4~5일 정도는 산으로 들어가 풀과 나무의 동태를 살피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생태계 교란 동식물을 발견하고 흥미를 느껴 조사하게 되었다. 
 
《섬광기억》 전시전경_갤러리룩스_2018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단편소설들을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문학은 내 삶에서 실제로 겪는 경험과 동떨어진 느낌이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도서관에서 워커 에반스(Walker Evans, 1903~1975)의 사진집을 보게 되었다. 나는 묘한 기분에 빠졌다. 문학이 아직껏 체험한 일이 없는 상황에서 느끼는 익숙함, 즉 기시감을 심어 주었다면 에반스의 사진은 분명 익숙한 피사체인데도 처음 보는 사물인 것 같은 미시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의 사진을 보며 처음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이미지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진이 나의 현실과 나의 내면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광기억 5_Pigment Print_105x140cm_2018   섬광기억 #3_Pigment Print_120x190cm_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에게 시각적인 것은 다른 것보다 친숙하고 쉽게 다가온다. 사진은 언제나 한결같이 내 삶의 기쁨과 고통 속에서도 함께 해왔다. 사진은 내 속의 열정과 사랑을 이차원의 형태로 소유하는 방법이다. 내가 가진 생의 감정을 이차원의 무언가로 전환하여 공유한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다. 만약 내가 사진을 하지 않았다면 살면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나는 내 작업이 보편적으로 보이는 것을 원한다. 만약 내 작업이 전부 개인적인 기억에 관한 것이라면 누가 관심을 가지겠는가? 물론 작업 중에는 주관적인 기억들을 담은 사진들도 있지만, 그것들이 객관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로 읽히길 원하고, 보는 이의 마음속에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길 바란다.

섬광기억 #1_Pigment Print_120x190cm_2017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사진을 하며 어려웠던 일 중 하나는 학교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정의하는 글을 쓰도록 강요당하는 일이었다. 나는 작업에 대해 어떤 답이나 결론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며, 언제나 열린 태도로 질문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디에 있든 그곳에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과 질문들이 보이기 시작한 사진은 그 순간에 서 내가 바라보고 생각하던 것, 그 전체를 포함하는 풍경을 담고 있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매들린 플린 & 팀 험프리 Madeleine Flynn &Tim Humphrey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Madeleine Flynn and Tim Humphrey are Australian artists who create unexpected situations for listening.
They stayed at residency from September to November 2018, as part of the exchange program between IAP and Asialink in Australia. Their work is driven by a curiosity and questioning about listening in human culture and seeks to evolve and engage with new processes and audiences, through public and participative interventions. In 2017 their practice was awarded the prestigious Australia Council Award for Emerging and Experimental Artforms. Their current areas of interest are existential risk, ar-tificial intelligence in public space, and long form socially engaged public art in-terventions.

호주 출신 작가 매들린 플린과 팀 험프리는 아시아링크(Asialink, 호주) 기관교류를 통해 아트플랫폼에 입주하여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활동하였다. 이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듦으로써 관객들에게 ‘듣기’를 유도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들의 작업은 인류문화에서의 ‘듣기’에 대한 호기심과 이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출발하여, 공공 및 참여적 개입을 통한 새로운 프로세스와 관객과의 관계 맺음과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2017년 권위 있는 예술상인 호주 문화원 신생 및 실험예술상을 받은바 있으며, 현재 공공 공간에서의 실존적 위험, 공공 공간에서의 인공지능,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사회 참여적 공공예술의 개입에 관심이 있다.

# Q&A
Q. Please tell us about your works, including your creation process.
A. Both of us have musical training and practice, both as performers and as composers. We are well-versed in common practice as much as twentieth and twenty-first century traditions and practices. We have over the past twenty years developed our practice beyond conventional musical or sonic performance spaces, and integrated our sonic/musical genesis with more multi-modal and cross-disciplinary works, including many of our own works, but also often in collaboration with others. We consider that our work remains driven by our sensibilities around sound and listening.
We like to characterise our works as “creating new situations for listening”. We aim to work on broadly-accessible, broadly-themed works that engage a public in physical relationship to the form. We often employ a widely-understood physical symbol, for example, a seesaw, or a megaphone, since people across ages and cultures are quite likely to have an idea about how to physically engage.
Our more recent focus, as seen in three works from the past twelve months, Pivot and We Contain Multitudes, and We have everything we need for IAP, are sonically-centred works that engage with the human relationship with computer-mediated speech and conversation. This has involved the creation of a conversational agent with varying customised characterisations and themes that the audience is inclined to speak with. The application of machine conversation has varied from semi-intelligent seesaws in Pivot through to considerations of mortality, disease and absurdity in We Contain Multitudes.

 

The Megaphone Project_creating a wireless and embodied network of sound games_2007~present
(참고: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우리 둘 다 연주자와 작곡가로서 음악과 관련된 교육과 훈련을 거듭해왔다. 우리는 20세기와 21세기의 전통과 관습 못지않게 일반적인 관습에도 익숙하다. 우리는 지난 20년에 걸쳐 관습적인 음악 공연장이나 음향 퍼포먼스를 위한 장소를 넘나들며 발전시켜왔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음악/음향의 기원을 다양한 여러 학문분야와 융합하였으며, 종종 다른 이들과도 협업하여 작업하였다. 우리는 주변의 소리와 듣는 것에 녹아있는 우리의 감성을 작업으로 이끌어내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작업을 “듣기를 위한 새로운 환경의 창조”로 묘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대중이 광범위하게 접근 가능하고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작업방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떤 방식과 물리적인 관계에 참여하는 작업말이다. 우리는 종종 시소나 메가폰과 같이 쉽게 이해되는 물리적 상징을 사용한다. 왜냐하면 나이와 문화를 초월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물리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개월 동안의 우리가 주로 집중하고 있던 세 작품 <Pivot>, <We Contain Multitudes>, 그리고 인천아트플랫폼 결과보고 전시 <우리에게는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We have everything we need>에서 볼 수 있듯, 최근에 컴퓨터-매개 언어 및 대화와 관련하여 인간관계를 다루는 소리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것은 청중과 대화하고자 하는 주제와 다양한 맞춤형 특성을 지닌 대화 매개체를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 기계와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이 어플리케이션은 작업 <Pivot>의 준-인공지능에서부터 <We contain Multitudes>에서의 사망률, 질병 그리고 부조리를 통찰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워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작품을 만들 때, 처음에는 일종의 개념적 자극에 반응하는 것으로 시작하곤 한다.
 

We Contain Multitudes_ArtsHouse Melbourne, Australia_2018

Q. What do you think your representative work or exhibition is? Why do you think so?
A. We don’t think about any of our works as being more or less representative of what we do. A most enduring work, the megaphone project, is still being commissioned as an event-related installation work after more than a decade. Hundreds of thousands of people have experienced it. Five Short Blasts, a listening experience on a flotilla of boats, has featured in many international contexts, and is generally classified within a theatrical/performance context. Pivot, our most recent international touring work, continues our interest in temporary physical installation. Perhaps that is currently a representative theme, as is our interest in the areas of conversational agents and existential risk. An enduring motif across all these three works is the physical agency of the human within the unfolding of the artistic form, as is the centrality of listening.

Q. 대표적인 작업 소개
우리의 작업 중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작업도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모두 나타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따라서 특징적인 작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오래 진행해오고 있는 작업 <Megaphone Project>는 커미션 받은 이벤트와 연계하여 진행한 설치작업으로 10년 넘게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 또한 작은 배들 위에서 듣는 경험을 유도하는 <Five Short Blasts>는 다양한 나라에서 진행되었으며, 보통 연극적인/행위적인(퍼포먼스적인)의 맥락으로 분류된다. 더불어, <Pivot>은 가장 최근 작업으로,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진행했다. 이 작업은 우리의 한시적인 물리적 설치 작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아마 현재 우리의 대표적인 주제, 그러니까 대화를 가능케 하는 매개의 범위 그리고 실존적인 위험에 대한 우리의 관심으로서의 대표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세 작품을 모두 관통하는 지속적인 주제는 인간의 예술적 형식을 전개하는 물리적인 작용 주체, 그리고 ‘듣기’의 중요성이다.

 

Five Short Blasts_Presented in Melbourne, Australia (2013). Prague (2015), UK (2017), Germany (2017)
(참고 :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Q. About inspirations, motivations and episodes.
A. We are both inspired by the free spirit of engagement that we have continually experienced with general publics in every country that we have visited. People of all ages have shown a natural propensity for enthusiasm about the possible experiences with any work that we create.

Our influences are many and varied, from childhood and student mentors and influencers, through to public figures (not always artists) who have acknowledged a kind of centrality to creative expression within cultures. Particularly in Korea our ongoing relationship with Nottle Theater has been a strong influence.
Tim remains inspired by a lecturer from his undergraduate music degree days, Coralie Rockwell, who in the late 1980s gave a series of lectures on Korean traditional music, following her own research in the area. Also We are inspired especially by creators from areas different to our own, especially literature. We have often been moved to tears by paintings. We are inspired by open thinkers in many areas.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우리 둘 다 방문했던 모든 나라의 대중들과 끊임없이 경험해온 자유로운 참여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그들은 우리가 만들어낸 어떤 작업에서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열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의 영향력은 아이들이나 멘토, 영향력 있는 개인부터 예술분야에서 창조적인 표현의 중심이 되는 유명인사(항상 예술가는 아님)에 이르기까지 많고 다양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우리가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있는 극단 ‘노뜰‘과의 관계가 매우 큰 영향력을 끼쳐왔다.
팀은 학부 때, 강의했던 코랄 록웰(Coralie Rockwell)에 대한 감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1980년대 후반 한국 전통음악(가곡)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일련의 강의를 한 바 있다. 특히 우리는 문학과 같이 우리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받는다. 우리는 종종 회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많은 분야의 열린 사상가들로부터 영감을 받기도 한다.

 
 

Pivot (A field of semi-intelligent seesaws)_Public Installation_Federation Square, Melbourne, Australia_2017

Q. About art and communicating with audiences
A. Defining the ultimate meaning for art is not something we can or would even want to attempt. In common with many, we aim to create a means through which an audience can discover meaning, even if it is not articulated. The meaning can perhaps only be found in a bodily attitude. Or someone else writes something that has grasped a complexity and depth that reflects our own process of conceptual development. Art is a life practice for us. We make artworks because the process allows us a meaningful way to be in the world. What this meaning is, as stated above, is probably most clearly expressed when we can observe someone experiencing the unfolding of a piece — enjoying it, or grasping our intention with a depth of effort and physical and mental understanding. Children are expert at this.
Art enables a reflection and an expression of a different kind on many of the critical issues facing humanity today. We feel that it is never a solution, only a kind of prism through which possibility emerges. It can function as talisman, index, and tool for the definition or deconstruction of complex phenomena.

Installation view of Platform Open Studio 2018
오디션(Auditions : Investigations in Sound Vision and Text), 인천아트플랫폼_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예술의 궁극적인 의미를 정의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청중들이 의미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통해 의미를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의미는 아마도 오직 신체적인 태도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다른 누군가는 개념적인 개발의 과정을 반영한 복잡성과 깊이를 파악한 것을 글로 남기기도 한다.
우리에게 예술은 인생의 연습 같은 것이다. 그 과정이 우리를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예술작품을 만든다. 위에도 언급하였듯이, 이 의미는 우리의 작품을 경험하는 누군가 ― 우리의 작품을 즐기거나, 우리의 의도를 강도 높은 노력과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이해를 통해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를 목격할 수 있을 때, 아마도 명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여기에 능숙하다.
예술은 오늘날 인류가 직면해있는 여러 가지의 심각한 문제를 반영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이것이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지만, 가능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일종의 프리즘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복합적인 현상을 정의하거나 해체하는 데에 쓸 수 있는 부적이나 지표, 그리고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We Have Everything We Need_Aluminium ladder, microphones, tablet PC, speakers_50×80×180cm_2018

Q. Please tell us about your future plans and working directions.
A. Our current directions are involved with thinking about the implications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emergence of new modes of creative expression that arise from this. This line of thinking will probably occupy us for a few more years. Another long term theme is existential risk, and certain philosophical categories that are sonic metaphors. We are also keen on how cultures develop sophisticated and democratic means for creative expression.
To be remembered as an artist is an achievement in itself, no matter by whom. And to open the space for more voices and perspectives to be heard.

Exhibition View of Platform Artist 2018
We Have Everything We Need_Incheon Art Platform_2018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지금으로서 우리의 (작업) 방향은 인공지능이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것을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창조적 표현의 출현과 관련되어 있다. 이 연장 선상에서 우리는 아마도 몇 년간 이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 같다. 더불어 장기간에 걸친 작업의 주제는 실존적인 위험, 그리고 ‘소리의 은유’와 같은 어떤 철학적인 범주들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문화가 창조적인 표현을 하기 위해 얼마나 정교하고 민주적인 수단으로 전개되었는지에 관심이 많기도 하다. 어떤 누군가에 의해서이건 예술가로서 기억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성취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듣게 할 더 많은 목소리와 관점을 위한 공간을 열어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손송이 SON Songyi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손송이는 철학과 미술이론을 전공하였다. 한겨울 야유회를 떠나 가상의 사회와 그 사회의 언어를 고안하여 시를 쓰는 프로젝트 <현대시작법>(2013)을 시작으로, 화(火)라는 감정의 작동기제에 관한 《이상한 가역반응》(2014)과 예술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사물들을 다룬 전시《비인칭적 삶》(2016)을 기획했다. 그리고 <분더캄머 :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의 방>(2016), 필리핀 두테르테 정권의 ‘마약과의 전쟁’을 다룬<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2017) 등 동남아시아 영화를 중심으로 한 스크리닝 및 토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년 10월에 진행한 ‘2018 플랫폼 오픈스튜디오’에서 인천아트플랫폼 9기 입주 작가들이 스튜디오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촬영한 후 편집하여 가상의 하루를 만들어 보려는 영상 <어떤 날>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일종의 혼성적 미술 비평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의 실험이었다.

<2018 플랫폼 아티스트> 전시전경 어떤 날_단채널 비디오, 30분, 2018

# Q&A
Q. 전반적인 활동에 대하여
A. 전시 및 상영 기획을 하고, 주로 전시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학부 때 철학 공부를 좋아했지만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늘 있었다. 대학 재학 중에는 강홍구 선생님의 ‘미술사’ 수업을 인상 깊게 들었다. 그러다 졸업 후 우연한 기회로 2012년 부산비엔날레에서 ‘배움위원회’로 활동하다가, 자연스럽게 비엔날레의 교육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일을 하게 되었다. 당시 비엔날레 총감독이었던 로저 브뤼겔(Roger M. Buergel)은 전시 준비과정 전체를 부산 시민들로 구성된 ‘배움위원회’에 공개했다. 그 덕분에 여러 참여 작가들의 작업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으며, 때로는 그들과 협업해서 작업을 만들기도 했다. 그 후 현대미술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공부를 해보고 싶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전문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 이후로 몇 차례의 전시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Q. 대표적인 연구/기획 활동 소개
A. 보조로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진행했던 모든 프로젝트에 애증 비슷한 감정이 있다. 그래서 대표 프로젝트로 무엇을 꼽아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최근에 기획했던 스크리닝은 《분더캄머: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의 방》(2016)이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에서 제작된 실험적인 영상 작업을 관객 상호 간, 혹은 관객과 감독 간에 대화를 나누면서 보다 상호주관적이고 입체적인 방식으로 이해해보고자 했다. 그런 다음, 상영작과 감독에 관한 정보, 해당 국가의 사회 정치적 상황, 토크 녹취록, 영화 리뷰 등을 엮어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부산 시내 공공도서관과 일부 대학 도서관, 영상 관련 기관 내 자료실에 소장되어 있으며 몇몇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에 입고되어 있다.

 
분더 캄머: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의 방(Wunderkammer: Room of Southeast Asian Experimental Films)_상영 및 출판기획_2016

복잡한 시점과 방향성을 취하며 작동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잠정적 완충지대로서 전시를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살과 피와 생각의 회로가 끓어오르는 순간, 말하자면, 화에 너무도 몰두한 나머지 다른 판단을 할 여지가 없어지는 그 순간에 우리 스스로 그 감정 자체를 잘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분노라는 감정은 본질적인 자아를 무너뜨리고 흩뜨려놓는 이성적 통제 밖의 영역으로, 자신에 대한 타자의 개입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한 장면이다. 이 전시는 그 한계지점을 노출하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노출된 한계지점은, 만연한 분노나 적의의 감정이 고정된 실체를 가진 이항구도와 처벌의 기제로 환원되는 것을 경계하게끔 하는 어떤 기점이 된다.

<이상한 가역반응(Strange Reversible Reaction)> 전시 기획_B104갤러리,_2014

Q. 연구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대학 재학 중에 조한혜정 선생님의 ‘지구촌 시대의 문화인류학’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그 수업에서는 매주 정해진 주제에 따라 ‘쪽글’을 써야 했다. 예민하게 자기 주변을 관찰하고,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여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일은 살아나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훈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음악을 들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편이다. 음악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다. 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신포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차밍요가’ 수업을 규칙적으로 들으며 뭔가를 해나갈 체력을 키워나갔다. 이 수업에서는 트로트나 유행 지난 가요들을 크게 들으면서 에어로빅과 요가, 체조, 춤, 런지와 플랭크 등을 자연스럽게 모두 할 수 있다. 이러한 획기적이고 유연한 결합에서 배우는 바가 많다.

 
분더 캄머: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의 방(Wunderkammer: Room of Southeast Asian Experimental Films)_상영 및 출판기획_2016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예술은 그 자체로 어떤 위계나 권력 구조를 내재화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예술작품에 관한 개인의 주관적인 입장들 각각이 다르고 의미가 있으므로, 미적 판단에서는 어떤 합의에 이르기가 불가능하다는 식의 극단적인 상대주의에 관용적이지도 않다. 감각적인 요소들, 미술사적 맥락, 작가의 의도 등 작품 감상 시 고려 가능한 요소들을 자세히 살핀 다음에 그 작업이 성공적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판단을 이끌어낸 과정이 충분히 논리적이라면, 타인들과 공유 가능한 어떤 잠정적인 미학적인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궁극적인 의미는 ‘자유’를 새로이 정의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자유’란 허공에 발이 떠 있는 기분 같은 것이 아니라, ‘-로 부터의 자유’, 즉, 벗어나거나 넘어설 기존의 무언가를 상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  Those are pearls that were his eyes. Look!  (co-organized by Neo Maestro)> 스크리닝 & 토크_인천아트플랫폼_2017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앞으로의 일들은 아직 잘 모르겠다. 어디서 뭘 하든 되도록 내게 없는 것을 있다고 부풀려 말하지 않으면서 담백하게 살고 싶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