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희 JUNG Sanghee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정상희는 서울시립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환경조각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미국 오하이오대학교에서 미술사와 영화이론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학했으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작가는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기획자이자 도시연구가로 건축과 미술의 접점에서 도시비교 연구를 이론적이고 실천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도시 자체 또는 도시 내 불용시설을 연구하거나 문화예술을 통한 공간 재생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기획해 왔으며, 서울시를 포함한 국내외 도시디자인 사업의 디자인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도시연구/예술 공간인 스페이스 아도(spaceADO)를 운영해오며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ADO Urban Research-Asian Port City Series_Hong Kong_2016

# Q&A
Q. 전반적인 활동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건축과 미술의 접점에서 도시 연구에 기반한 세미나, 전시, 출판, 교육 사업, 그리고 도시 내의 불용 공간 또는 불용 시설을 활용한 도시재생사업 기획 및 도시 디자인 컨설팅을 하는 도시큐레이터/도시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도시라는 특정 주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환경조각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사는 환경과 예술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작업에서 시작하였다. 작품 자체가 아닌 작품으로 인하여 변화하는 주변 공간과 장소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이 관심을 보다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미술사학을 공부했으며, 장소 특정적 미술(Site-specific Art)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다.

관객과 장소의 개념이 변함에 따라 현대미술에서 장소 특정적 미술 개념이 어떻게 다양하게 적용되었는지, 그리고 동시대에 이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하였으며 장소와 공간을 포함한 연구를 주요 주제로 삼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내외 도시에서 학업과 연구 활동을 이어가며 여러 도시 안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더불어 일반적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의미를 찾아가는 도시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미학과 미술사, 그리고 영화이론 등을 배우며 확장했던 도시 연구의 가능성에 대한 시야는 건축을 공부하며 더욱 견고해질 수 있었다.

나는 하나의 전시를 포함한 프로젝트가 결과를 얻기까지 무엇보다도 기획자의 사전 연구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획자의 사전 연구 작업은 단순한 현장 투어와 일상의 이해를 시작으로 도시계획, 건축 등을 포함한 실질적인 연구를 진행한다. 더불어 여러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포함한 미학적 연구에 이르는 방대한 범위에서도 사전연구가 이뤄진다.

이 과정은 주로 텍스트와 이미지로 기록되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 또는 비전문가가 크로스 논의를 통해 물질적 또는 비물질적으로 축적된다. 기획자의 연구 작업은 프로젝트 기반을 마련하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과 결과는 전적으로 참여 예술가와 함께한다. 모든 프로젝트는 기획자의 사전 연구를 전제로 하나, 이는 예술가에게 기획자의 논리와 경험에 기반한 정해진 틀을 제공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술가들이 각자의 방식에 맞춰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안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고 방향성을 잡아 주는 것이 기획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집과 집 사이》(전시기획)_우리미술관_2015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기획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2014년부터 5년째 진행 중인 기획 사업 ‘아도 어반 리서치(ADO Urban Research)’는 지금까지 국내외 12개 도시의 현장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특정한 공간을 거점으로 한 레지던시, 출판, 전시, 세미나 등의 방식으로 발표되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스페이스아도(spaceADO, 2014-2018 운영)를 거점으로 십여명의 예술가들과 함께 인천 원도심 연구에 기반한 세미나와 기획 전시로 구성된 레지던시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이후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 등 미주 도시와 인천을 대상으로 한 도시비교연구를 기획하였고 그 결과물로서 아카이빙 전시와 출판물을 발표했다. 본 출판물은 『시각예술로서의 도시 읽기』 연작으로 향후 4권의 단행본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2016년부터는 아시아의 항구도시를 연구주제로 삼아, 연구 대상을 확장 및 세분화하여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일본, 베트남, 홍콩, 인도 등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의 항구도시에 대한 현장연구를 장·단기간 동안 진행하여 연구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이 과정을 기반으로 2018년에는 7명의 예술가와 함께 세미나 중심의 전시를 기획했다. 2019년도 ADO Urban Research는 앞선 레지던시, 출판, 세미나, 전시의 방식을 거쳐 심포지엄의 방식으로 전개할 것이다. 본 5년 차 연구 기획 사업은 “문화예술을 통한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를 위해 결성한 아도크리에이션(ADOcreation)의 정체성과 구체적인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시카고와 인천, 도시 만나기-시각예술로서의 도시 읽기』_ADOcreation_2015

또한, 나는 그동안 도시연구의 연장선상에서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유휴공간 재생 프로젝트를 기획해왔다. 2015년도에는 문화예술 향유가 부족한 지역에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작은미술관’을 일곱 군데 조성하겠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모사업에 총괄 기획자로 참여하였다. 일종의 유휴공간이었던 인천 동구의 쪽방 세 곳을 모아 미술관으로 조성하였는데, 지역민들이 더 많은 문화예술 기회를 자연스럽게 누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 기획하였다. 도시연구를 행하는 데 있어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 중 하나는 다소 느리더라도 주민이 중심이 되어 지역사회가 문화예술과 함께 활력을 더욱 얻는 것이다. 더불어 예술가들이 한 도시에서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많은 것들이 그들의 창작활동에 중요한 계기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이 외의 도시연구 기반 전시 프로젝트로는 인천의 생활사 자료 아카이빙을 기반으로 한 전시 《仁川, 시민의 시선으로 기억하고 기록하다》(2018)와 한 도시를 문학 기반으로 알아보는 연구기반 전시 《한국문학의 산실, 인천문학전람》(2016), 그리고 총괄 기획자로 활동했던 부평 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공공예술프로젝트 《숨 쉬는 나무》(2011)와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한 인천 동구 만석동(괭이부리마을) 프로젝트 《어떤 동네 이야기》(2012), 그리고 임진각의 자유의 다리 전시체험관 프로젝트 《BEAT 131》(2013) 등이 있다. 그 밖에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대표 활동은 서울디자인재단 소속 디자인컨설턴트로서 다양한 도시 디자인 및 건축과 미술 기반으로 도시의 다양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하는 사업에 전문가 컨설팅을 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도시재생뉴딜사업 현장에서도 문화예술과 디자인 영역에 대한 전문가 컨설팅을 행하고 있다.

 

《어떤 동네 이야기》(전시기획)_괭이부리마을_2012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도시큐레이터/도시연구자로서 연구는 기본적으로 직간접적인 도시에 대한 경험에서 출발한다. 조각, 미술사, 건축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축적된 이론적 기초지식에 기반하여 다양한 자료 수집과 분석 등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관찰 대상인 도시에 따라 다르게 전개될 수 있는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친 뒤 결과(때로는 과정의 하나)로서 전시나 출판물을 기획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큐레이터/연구자로서 본인의 경험이 이론과 현장보다 앞선 모든 기획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경험은 예술가와 소통을 통해 다양하게 분석하고 해체되며 때로는 또 다른 기획으로 확장하거나 세분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기획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만들어가고 있는 대부분의 큐레이팅과 연구기획은 단일한 결과물로서 끝나기보다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하나의 유기체적 존재로서 직간접적으로 또는 강약의 차이를 지니며 아도크리에이션의 담론을 만들어가고 있다.

 
ADO Urban Research-Reading City as Visual Art Series_Chicago_2014   ADO Urban Research-Reading City as Visual Art Series_San Francisco_2013

Q. 앞으로의 연구/기획의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최근 도시 연구 과정과 도시 디자인 컨설팅 과정 그리고 국토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 총괄코디네이터 교육에 참여하며, 오늘날 도시재생 사업에서 문화예술의 역할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예술가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국내외 도시재생 사업 현장에 대한 연구를 기획 및 진행하면서, 문화예술이 도시 재생을 위한 주체로서 행동할 수 있도록 역할과 권리에 대한 논의의 장을 국내외 전문가와 예술가들과 함께 기획해나가고 또 실천하고자 한다.

 

《혼성 도시의 감각-Imageability》(전시기획)_아도크리에이션_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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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박 Ji Park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박은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음악원(New England Conservatory)에서 현대음악으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현대무용 음악감독에서부터 영화음악 작곡가, 즉흥 연주자로 전방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프랑스 유학 이후 <Ji Park 9000km+>(2014) 음반으로 데뷔하였으며, 이후 미국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바르단 옵세피언(Vardan Ovsepian)과 즉흥연주음반 <As Autumn Departs> (2015)을 발매하였다. 클래식을 전공한 후 프리재즈에 매료되었고, 어떤 한 장르에 국한되기보다는 자신만의 필터로 거친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Ji Park Contemporary Series)를 통한 다원예술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2014년부터 한국과 유럽, 미국을 오가며 해외 아티스트들과 작업 및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 Vol.11(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11)_graphic score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현재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Ji Park Contemporary Series) 공연과 컨텐츠 제작(2014~)을 하고 있으며, ①실험음악 시리즈(비디오아트, 현대무용, 그래픽 스코어 등 다원예술), ②영화음악 시리즈(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 그리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의 음악을 새롭게 작곡하여, 영화 상영 및 연주를 진행) ③오케스트라 시리즈(재즈 스트링, 노이즈 오케스트라)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작업 중인 그래픽 스코어 시리즈는 프리재즈 피아니스트 및 작곡가인 안소니 콜맨(Anthony Coleman)의 뉴욕 공연에 영감을 받아 작업하기 시작하였는데, 그때의 내가 가지고 있던 현대음악, 즉흥음악에 대한 생각의 틀을 바꾸게 만들었던 공연이었다. 이후 그가 있는 보스턴의 뉴잉글랜드음악원 현대음악과 ‘Contemporary Improvisation’에 입학하였고 학과에서 진행하는 제작 미팅(Production Meeting) 중, 코넬리우스 카듀(Cornelius Cardew)의 그래픽스코어에 영감을 받아 1950-60년대 현대 작곡가들을 연구하면서 그래픽 스코어 시리즈를 작곡하고 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결과물은 간결함과 명확함을 지향한다. 세상에는 많은 아이디어와 작품이 무수히 많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명확하게 표현해내는 아티스트들은 역사 속에서도 동시대에서도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내가 죽기 전에 그런 작업을 과연 할 수 있을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최종적으로 한 작품 한 작품 만들 때마다 조금 더 관객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현대예술은 결코 대중에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작업은 그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11 <En Mai, pas fini>_
프로듀서, 그래픽스코어 작곡, 피아노, 랩탑, 첼로_국립극장 KB하늘극장_2018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공연)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 Vol. 1 작품인 <Ji Park 9000km+>(2014 ILIL SOUND)은 나의 첫번째 데뷔 음반이다. 파리와 서울의 물리적인 거리인9000km,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과 타지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고찰을 비로소 쉽게 갈 수 없는 거리만큼 떨어져서야 마주하게 되었다. 외면하고 있던 나의 뿌리, 정체성, 진실을 고통스럽지만, 프랑스 유학에서 마주해야만 했고, 이는 누구에게나 한번쯤 찾아오는 시련이자 선물이었다. 판소리와 국악 타악기 연주자가 현대음악의 어법으로 연주하였고, 서양악기인 첼로가 국악의 어법을, 그리고 이펙터와 노이즈를 사용하여 때로는 카오스적이지만, 또한 미니멀함을 표현하였다. 이 앨범 작업으로 유럽투어공연, 뉴욕 오마이 국제예술센터(OMI International Arts Center)의 레지던시 작가선정, 미국 재즈피아니스트 바르단 옵세피안(Vardan Ovsepian)과의 음반발매, 현대무용 음악감독 데뷔 등 혼자 작업실에서 꿈꾸었던 목표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던 자양분과 같은 첫 앨범작업이다.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 1 <Ji Park 9000km+>_작곡, 즉흥연주_Korzo Festival, 네덜란드_2014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나는 세계 제2차 대전 이후의 예술을 사랑한다. 사회·정치·경제적으로 카오스인 상황이 예술적으로는 동시대를 그대로 반영하였고, 이 시대의 많은 해체들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그리고 새 작업을 시작하거나, 중간에 진행이 되지 않을 때 현대미술관으로 가서 전시 관람을 하며 새로운 접근법을 찾는다.
나의 작업의 키워드는 ‘시계추 이론’이다. 폭식증에 걸린 사람이 보통 사람보다 거식증에 걸릴 확률이 높듯이 극과 극은 오히려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시계추 이론은, 실험 장르와 대중음악을 함께 하고 있는 나의 작업을 함축하고 있다. (가끔은 머리가 어지럽기도 하다.)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 1 <Ji Park 9000km+>_작곡, 즉흥연주_반줄(banjul)_2014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어떠한 시간에 어떠한 관점에 멈춰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온도를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을 완성시키는 요소가 관객이라고 생각하며, 작업의 궁극적인 의미는 내 작품을 보러온 관객이 나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할지라도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의 잔상을 기억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공연이 끝난 뒤 관객과 소통하는 광경을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공연장 앞에서의 대화였다.)
어린아이처럼 공연 때 느꼈던 것들을 아티스트에게 얘기했던 한 할머니가 있었는데, 그 할머니의 의견은 정말 내가 느낀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서로 다르게 느낀 것을 토론하며 자연스럽게 대화했던 그 아티스트는 진정 열린 마음이었고, 이러한 피드백은 작가와 관객 모두를 많은 측면에서 확장시키고 성장하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 7 <시선의 온도>
음악감독_국립극장 달오름극장_2014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 6 <맥베스>
음악감독_국립극장 KB하늘극장_2016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현대음악, 현대예술을 관객들이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예술이 일상생활에 더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의 목표이며,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 2 <No Eggs California>_첼로_Ibeam, 뉴욕_2016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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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LEE Josef Sungeun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성은은 연세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주로 가상현실, 로봇,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이용한 인터렉티브 설치 작업을 제작하고 있다. 작가는 일상생활 중 갑자기 잠에 빠져드는 신경계 불치병, 기면병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작가는 이를 작품으로 연결하여, 현실의 증거를 찾기 위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관측하고 실험하는 작품 활동을 한다. 이러한 실험은 미술의 형식을 빌려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발작적으로 잠을 자는 신경계 불치병인 기면병을 한국 사회에 정확히 알리고, 인간 스스로가 의식으로는 통제가 어려운 신경/정신 질환에 대한 성찰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기면병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경쟁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는 게으름, 의지 없음 등과 같은 사회적 평가는 기면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곤 한다.

변신_8분46초_다큐멘터리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주로 자아와 우주의 실체를 실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실험들 대부분은 VR, 로봇, 인공지능 등의 도구를 사용한다. 꿈과 현실은 나뉘어 있는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있는지 등의 본질적인 질문들에 관심이 많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주로 과학적 탐구와 공학적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서 실험한다. 스스로 실험을 하고 나면, 전시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한다. 관객들이 피실험자가 되어 직접 참여하거나, 실험 결과나 도구 자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기면증_10분41초_VR 필름_2018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작업한 관객 체험형 로봇 〈에테리얼〉을 이야기하고 싶다. <에테리얼>은 관객이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관객 뒤에 서 있는 커다란 로봇의 시선으로 자신의 뒷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되도록 만들어졌다. 로봇의 손가락은 관객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로봇을 통해 자신의 몸을 만져볼 수 있다.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360도 카메라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면, 자신의 존재가 카메라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때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면, ‘나’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업을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봤을 때, 사실 나의 대표 작업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 작업의 주제인 ‘자아’는 내가 가장 관심이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대표 작업으로 선정했다.

에테리얼-지극히 가볍고 여린_4m×4m×3m_인터렉티브 설치_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작업의 영감을 받는 계기는 다양하지만 주로 일상과 과학책에서 얻는 편이다. 나는 ‘기면병’ 환자로서 꿈과 현실이 뒤섞인 생활을 하고 있다. 기면병은 뇌의 각성 물질 부족으로 인해, 갑자기 잠에 빠져드는 신경계 질환이다. 나는 꿈속에서도, 현실에서도,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곤 한다. 그때 드는 의심을 작업에 활용하곤 한다.

 
동시에 일어나는 것들(보지 마세요)_5분35초_혼합현실 비디오_2018   동시에 일어나는 것들​(만지지 마세요)_4m×4m×2m_ 인터렉티브 가상현실, 설치_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예술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른다. 항상 우주의 모든 비밀을 알고 싶었다. 그 비밀을 풀기 위해 혼자 여러 가지 실험을 하기 시작했고, 그 활동을 사람들이 점차 예술이라 불러주었다. 어떤 지점에서 예술성을 얻게 되었는지는 스스로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은 작업하면서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다피닐_6m×6m_인터렉티브 VR, 설치_2018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현재 구상 중인 작업은 많지만, 딱히 2~3년 후의 작업계획이나 방향은 세우지 못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예술가가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그렇게 될 것 같지도 않고, 계획을 세우면 오히려 내가 그것으로부터 도망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진리를 아는 것이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는가?’,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을까?’ 등의 본질적 질문에 대해 내가 만족할 만한 과학적인 해답을 찾고 싶다. 그러나 현재 내가 하는 예술 활동을 통해 그 질문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있는지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무경계 명상 자동차_2m×10m×1m_인터렉티브 설치, 뇌파 장치, 전기 카트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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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원 SONG Joowon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송주원은 안무가이자 댄스필름 감독이다. 작가는 시간이 축적된 도시의 장소를 주목한다. 그리고 그 공간에 투영된 삶에 관한 질문을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특정 장소의 리서치와 퍼포먼스, 전시, 상영의 방식으로 구현한다. 변형되고 사라지는 도시 속 공간에 몸짓으로 말을 걸고, 질문하기를 반복하면서 서사를 중첩시킨다. 2004년 ‘일일댄스프로젝트’를 창단하였고, 2013년 이후 비전문무용수와 전문무용수가 함께하는 ‘커뮤니티 무브먼트 그룹’으로 확장하였다. 주요 작업인 도시공간무용프로젝트 〈풍정.각(風情.刻)〉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으며, 서울독립영화제, 댄스필름페스티벌도쿄, 마카오댄스필름페스티벌 등에서 상영되었다. 또한 서울무용영화제 최우수작품상(2017)과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상영부문 관객구애상(2018)을 수상한 바 있다.

풍정.(風精.) 골목낭독회_댄스필름_17분 52초_서울 창성동 골목 일대_2017
관련영상:  (바로가기▶)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춤을 매개로 퍼포먼스와 댄스필름을 통해 거리에서/전시장에서/무대에서 그리고 영상으로 각기 다른 프레임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나는 1997년 아르코 소극장에서 진행한 첫 작품을 시작으로 주로 블랙박스 형태의 공연장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2014년부터 현재까지는 〈도시공간 무용 프로젝트〉를 필두로 장소특정적 퍼포먼스와 전시 및 댄스필름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특정 장소에 리서치를 하고 개발이라는 이름의 자본논리에 의해 변형되고 사라지는 장소에 몸짓으로 말을 걸고 질문하기를 반복하면서 서사들을 중첩한다. 오랜 시간, 사람, 삶, 이야기가 축적된 장소 혹은 도시공간을 중심으로 현대의 삶에서 유리되고 잊힌 정서와 도시풍경에 주목하고 ‘도시공간-몸-지금여기’에 대한 내밀한 질의와 담론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작업의 과정은 장소를 선정하고, 장소의 리서치를 기반으로 장소에서 흐르는 질문들을 무용수의 신체에 대입하여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퍼포머, 뮤지션, 의상, 홍보물 디자이너, 일러스트, 프로덕션 매니저, 현장 스태프, 음악감독, 촬영감독, 영상 관련 스태프를 구성해 퍼포먼스로, 댄스필름으로 구현한다.

풍정.(風精.) 리얼타운_댄스필름_10분57초_돈의문 박물관 마을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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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정.각(風精.刻) 리얼타운_댄스필름 스틸이미지_돈의문 박물관 마을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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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대표 작업으로는 풍정.각(風精.刻) 골목낭독회〉를 말할 수 있다. 이 작업은 옥인동 재개발 지역 골목에 놓인 삶의 지형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도시의 생태계가 흐르는 골목의 시간을 언어화된 몸의 기록으로 투영하고자 하였다. ‘골목길’에서 찾아낸 쓰기, 듣기, 말하기, 낯설게 하기, 재현하기 등의 질문과 놀이로 이야기(내러티브)를 만들고, 골목의 지형에 따른 반복, 변형, 확장의 골목 구조를 프레임 하여 사람과 세상을 사람과 사람을 이어가는 실체적이고 초자연적이며 쉽게 드러나지 않는 핏줄과 같이 흐르는 골목 풍경을 신체화해 보는 것이다. 신체가 경험하는 삶의 질문들을 다시 신체로 소환하여 몸짓으로 말하고 노래하는 것으로 개개인의 독백이 방백이 되어 흐르는 삶의 보이지 않는 교차점, 그 흔적과 시간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풍정.(風精.) 골목낭독회_댄스필름 스틸이미지_서울 창성동 골목 일대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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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나는 여중 오락부장 시절, 춤을 더 잘 추고 싶어 찾아간 동네 무용학원에서 현대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해 입시 무용을 거쳐 아카데믹한 환경에서 무용작업을 해왔다. 그러다 40대가 되어 독일의 안무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의 ‘이 세상에는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춤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무엇인지 통감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우리나라에서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 당신이 좋아하는 해외 무용가는 누구입니까 라는 질문을 하면 열에 여덟은 ‘피나 바우쉬’ 라고 한다. 무형의 언어로 전하는 현대무용은 ‘어렵다’로 귀결되곤 하는데, 그녀는 연극 같기도 하고 무용 같기도 한 춤을 통해 인간 본연의 삶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슬프게 그리고 강렬한 에너지의 시처럼 은유하고 노래해 많은 공감을 일으킨다. 책에서만 보던 그녀를 2000년에 우연히 만났고, 도시 시리즈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각 도시의 특징과 사람, 풍경을 그녀의 작품을 통해 상상하게 되었던 것, 춤이라는 매체가 개개인의 이야기와 사회적 도시적 특징까지 다양한 서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에 영감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몸짓으로 ‘오늘, 이, 사람, 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풍정.(風精.) 푸른고개가 있는 동네_댄스필름_15분 46초_서울 청파동 골목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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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삶의 질문을 춤을 매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춤이라는 매체를 통해 삶에서 내 몸으로 찾아드는 질문에 귀 기울이고 도시의 일상과 판타지, 가공된 실제의 본 모습으로 접속하여 공간 자체를 사색한다. 그러고 나서 시간의 궤적과 신체의 가치를 확장하여 댄스필름 작품을 제작한다. 나는 작품을 통해 기능적으로 변하거나 표상화 되어 점차 유리되고 잊혀가는 몸짓에 대한 신체성의 회복과 예술적 담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재현을 넘어 몸의 감각으로 이해되는 감각적 신체의 순간을 제안한다. 또한 도시공간과 신체의 관계 맺음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과 공감각적인 해석을 통해 시간을 이어오는 장소와 오늘의 삶에 대한 정서적, 동시대적 교감을 유도하고자 한다. 나는 신체를 통해 도시공간을 재발견하여 관객과 함께 드러나지 않는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풍정.(風精.) 오차원에_퍼포먼스_46분27초_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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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정.각(風精.刻) 오차원에_ 퍼포먼스 영상 스틸이미지_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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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나는 계속해서 삶 속에서 발견하는 질문과 사연, 사건을 다양한 프레임을 통해 몸의 말로 제안하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이 길 위에서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해왔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어떻게 서로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동적인 담론을 이끌고 싶다. 동시에 개개인으로 연결되는 공감각적이고 즉각적인 공유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내가 계속 진행해 오고 있는 ’일일댄스프로젝트‘의 멤버들과 함께 무형의 언어이자 가장 근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인 몸짓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알리고, 누구나 자신의 몸짓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공유할 수 있는 교감의 시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더 많은 사람과 몸으로 만나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다. 또한 시간의 흔적으로 변화의 기로에선 도시의 장소와 그 안의 삶을 기록하는 댄스필름 작품을 계속 만들어 가며, 그간의 작업을 보완하여 다양한 필름 페스티벌에 참가할 예정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장편 댄스필름을 만들어보고 싶다.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_영상 스틸이미지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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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람 PARC Rahm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박아람은 드로잉, 회화, 퍼포먼스, 조각, 설치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회화성의 다양한 면모를 탐색해왔다. 작가는 최근 매체를 불문하고 작업에 앞서 ‘스코어(score)’, ‘표(table)’, ‘다이어그램(diagram)’을 작성하는 오랜 습관을 토대로 그동안의 탐구를 회화로 압축하며, 회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콜백(Callback)_black ceramic tiles on the floor and the wall, window-tinting film, cut vinyl lettering on the window and on the wall, bubble machine_dimension variable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늘 회화를 나의 일로 느꼈지만 어쩐지 스스로 화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회화에 관해 에둘러 되새기는 작업을 해온 것 같다. 드로잉, 판화, 조각, 퍼포먼스,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다뤄왔는데, 특히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운석들>은 그러한 탐구들을 회화로 모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운석들은> 재료를 층층이 쌓아 입체를 구축하는 3D프린터로 출력되는 데, 그 작동 기제를 참조하여 회화의 요소들을 일종의 ‘출력기’로 재배치하고 엷은 획을 층층이 쌓아가며 그림을 그렸다. 최근에는 그동안 퍼포먼스 작업에서 탐구해온 회화성을 또한 회화로 집약시키는 중이며, 관련하여 2018년 말에 작은 책 『전화번호부』를 출간한 바 있다.

 
폰북(Phone Book)_Book_105×75mm, 40pages_2018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대부분은 앞서 언급한 〈운석들〉을 나의 대표 작업으로 생각하겠지만, 나는 2017년에 선보인 공연 〈콜(Call)〉과, 2018년에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유령팔》에서 선보인 〈콜백(Callback)〉을 대표작업으로 꼽겠다. 〈콜〉은 2014년부터 3년간 진행해왔던 〈작도 연습(Drawing Exercise)〉의 후속작으로, 모바일 폰과 전화번호,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여러 경도의 물질들(돌, 알사탕, 비눗방울 등)을 거치며, 각자 고른 이미지를 예기치 못한 시공으로 펼쳐보는 작업이다. 〈콜백〉은 그 공연을 전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형식으로 번안한 작업이다. 퍼포먼스 작업은 다른 작업에 비해 덜 알려진 편이지만, 새롭게 전개 중인 회화 작업의 주요한 레퍼런스가 된다.

콜(Call)_30’00″_Boan (*Perform2017)_2017

콜백(Callback)_black ceramic tiles on the floor and the wall, window-tinting film, cut vinyl lettering on the window and on the wall, bubble machine_dimension variable_북서울미술관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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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작업은 주로 몰아서 한 번에 하는 편이지만, 작업 노트는 매일 쓴다. 주제는 다양하며, 1년 정도 쓰면 A4용지로 몇백 장 단위의 분량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극히 일부만이 결국 몸체를 얻는다. 또한 뉴스의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고 보며 스크랩한다. 조건들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Face Leap_acrylic on linen_100.4×65.3cm_2018   Spread_acrylic on canvas_40.5×32cm_2018

퍼포먼스 <두 번째 작도 연습 (2nd Drawing Exercise)>_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 서울_2016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인천아트플랫폼에 있는 기간 동안 작가로서의 체력을 기르면서 회화와 퍼포먼스를 집약하는 새 작업을 싹 틔우려 한다.

RYB_pencil and acrylic on linen_97×194cm_2016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랴오 차오하오 LIAO Chao-Hao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LIAO Chao-Hao is a Taiwan-based visual artist. He earned his bachelor’s degree from the Department of Fine Art at Taipei National University of Arts (TNUA), and earned his master’s degree from Graduate Institute of Plastic Arts at Tainan National University of the Arts. He has won prizes at the 2015 Kaohsiung Art Awards, as well as the New Taipei City Art Exhibition and the Exhibition of the Newly Emerging Artists in Taiwan. Chao-Hao participated in this year’s first artist exchange program between the Incheon Art Platform and Taiwan’s Pier-2 Art Center, where he works and stays from June to August.

대만 출신의 작가 랴오 차오하오는 국립 타이베이 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국립 타이난 예술대학에서 조형예술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15년 가오슝 아트 어워드를 비롯하여 신베이시 미술전과 대만 신진 예술가 전시 등에서 수상한 바 있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되는 인천아트플랫폼과 대만의 피어 투 아트센터와의 작가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6월부터 8월까지 레지던시에 머물며 활동하고 있다.

Exhibition View of ‘Geology (地質 圈)’_The Pier-2 Art Center, Kaohsiung, Taiwan_2018

# Q&A
Q. Please tell us about your works, including your creation process.
A. When I started my creative work, I took observations from the environment and focused on the state of the facilities that were involved in the natural environment. I majored in sculpture in college, and I was familiar with the medium of sculpture. When faced with the objects I observed, I thought about recreating these objects with the characteristics of the materials themselves, so that these objects can be directly displayed. My works represents my thoughts. At first I tried a lot of materials and finally chose the pulp made from recycled newspapers to present these non-recyclable cement products. In my creative process, observation is the most important part. From the environmental field of my life, I will record the current situation of the environment and describe my attitude towards the current environment through creation.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처음 창작 활동을 시작했을 때, 나는 환경을 관찰하고 자연환경과 관련된 시설물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나는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기 때문에 조각적 매체에 익숙했다. 내가 관찰한 사물을 마주했을 때, 이 대상이 직접적으로 전시될 수 있도록, 재료 자체의 특징을 가지고 그 사물을 재창조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 작업은 내 생각을 대변한다. 처음에는 많은 재료를 시도해 보았으나, 결정적으로 신문을 재활용하여 만들어진 펄프를 선택하여 재활용할 수 없는 물성인 시멘트를 묘사했다. 나의 창작 과정에서 관찰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내 삶의 환경적인 분야에서 관찰을 시작하여, 현재의 자연환경에 대한 상황을 기록하고, 창작을 통해 환경에 대한 나의 태도를 구체화한다.

 

Mudstone (泥岩-惡地)_China clay, Soil, Pulp, Styrofoam_204×336×273cm_2017

Q. What do you think your representative work or exhibition is? Why do you think so?
A. The context of the works in each of my exhibitions is continuous, and these exhibitions can be considered as a whole. One of my work 〈Wavelet Block〉 produced in 2014 is an observation of the coast of Taiwan. And in 2015, the work of 〈Retaining Wall〉 was made for the observation of the mountain. After that, return to the most familiar urban life field and observe how the artificial objects on the road are presented in our lives. Watching each of my exhibitions at the same time, can see that I am trying to reflect the environment through the works. The interaction between the early works and the space is very high, because I want to talk about the relationship between space, objects and people. The works that have recently been presented are traces observed from objects on the roadside. The readings are used to understand time and events. I use a lot of paint to express the surface marks of these objects in an attempt to construct sculpture objects by painting.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그간 여러 차례에 진행된 나의 전시에서 발표한 작품들의 맥락은 연속적이며, 이 전시들은 하나의 전체로서 이해할 수 있다. 2014년에는 〈消波塊(소파괴, Wavelet Block)〉 라는 작업으로 타이완의 해변을 관찰하고, 2015년에는 〈懸臂式擋土牆(현비식당토장, Retaining Wall)〉이라는 작품을 통해 산을 관찰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그 이후 가장 친숙한 도시적 삶의 공간으로 돌아와, 길 위의 인공물이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해 관찰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개최된 나의 전시를 살펴보면, 작품을 통해 주변 환경을 반영시키고자 한 나의 의도를 발견할 수 있다. 초창기 작업에서는 공간과 사물,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작업과 공간 사이의 상호 작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반면, 최근에 선보인 작업은 길가에 있는 사물을 관찰한 흔적을 나타낸 것으로, 이 흔적은 사물의 시간과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 나는 입체적 사물을 구축하기 위해 대량의 페인트를 사용하여 설치를 시도하고, 표면의 표식을 표현하고자 한다.

Wavelet Block (消波塊)_China clay, Soil, Pulp, Styrofoam_220×450×230cm_2017

 

Retaining Wall (懸臂式擋土牆)_Pulp, Water pipe, Wood, Duct tape_250×370×240cm_2015

Q. About inspirations, motivations and episodes. 
A. Interested in observing and studying on the road starting from Japan, scholars go to the street to record objects in the form of drawings and texts, and observe the phenomenon through the objects as an observation of society. It makes me think about being an artist, how to intervene in the observation of the environment through creative means, and transform into a dialogue with the audience. I like outdoor activities very much. I naturally realize the appearance of the environment at the same time. I also like to walk on the street without purpose. Some things on the road will attract my attention and let me stop to observe. I seem to be very susceptible to the call of objects. Because of these factors, I apply the learning techniques I have learned to these observations.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학자들은 일본에서 시작한 도로에 대한 관찰과 연구에 대한 흥미를 토대로, 거리로 나가 사물을 그림이나 문자로 기록하고, 사회를 관찰하는 방식으로써 사물을 통해 현상을 관찰했다. 이러한 방식은 내가 예술가로서 어떠한 창조적인 수단을 통해 환경 관찰에 개입할 것이며, 어떻게 관람객과 대화로 변모시킬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나는 야외 활동을 매우 즐기는 편이며, 동시에 환경의 외관을 자연스럽게 알아차리곤 한다. 또한, 아무런 목적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길가에 있는 어떠한 것들이 내 주의를 끌면, 발걸음을 멈추고 관찰한다. 아무래도 나는 사물들의 부름에 매우 민감한 편인 것 같다.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 나는 내가 배운 학습 기술을 이러한 관찰에 적용하고 있다.

 

Slope Protection (護坡-山丘)_Pulp, Wood, PU, Foam_556×120×330cm_2017

Q. About art and communicating with audiences 
A. I think that the art work coexists with the audience. The artist is a bridge that allows the work and the audience to share each other face-to-face. It is also because of the participation of the audience that my work concept is established. The objects that appear in my works are also from everyone’s daily life. The objects are related to each person’s memory. During some exhibitions, they are shared by many audiences. Their connection with these objects may come from work, memories from hometown. In the exhibition I provided a platform that provides viewers with memories of their daily life, through their sharing, to form a community profile.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에게 예술 작품은 관람객과 공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작업과 관람객이 서로 마주 보고 공유할 수 있도록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내 작업의 개념이 확립된 것도 작품을 보는 관람객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 작업에 등장하는 사물은 모든 이들의 일상에서 온 것이며, 사람 개개인의 기억과 관련이 있다. 몇몇 전시의 경우, 많은 사람에 의해 사물에 대한 기억이 공유된다. 이러한 사물과 관람객의 관계는 작품으로부터 비롯될 수도 있고, 고향에서의 추억으로부터 생겨났을 수도 있다. 전시에서 나는 관람객에게 이러한 공유를 통해 일상생활의 기억을 상기 시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Sheets Fences (鐵皮圍牆)_White Glue, Pigment, Paper, Pulp, Wood_400×203×98cm_2016

Q. Please tell us about your future plans and working directions.
A. I hope to collect this project on the road, it will be a very long-term plan, including records from different countries and different cities, including records of the same country or the same city at different times, It will probably last for 10 years or it could be the records of difference in urban appearance after 20 years and the evolution of objects. In the future, the collection of re-created objects in the same space can be regarded as a system that transcends regional integration and hopes that my work will have the opportunity to become a database of objects.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나는 동일한 국가와 도시를 다른 시간대에 기록하거나, 서로 다른 나라나 다른 도시의 길 위를 기록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싶다. 그러면 아마도 10년 동안 지속할 수 있으며, 20년 후의 도시 외관에서 드러나는 차이점이나, 사물의 발전과 같은 것을 포착할 수 있을지 모른다. 훗날 같은 공간에서 재창조된 나의 작업은 각 통합된 지역을 초월한 하나의 시스템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나의 작품이 이러한 사물들의 데이터베이스가 되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Flexible Delineator Post (防撞桿)_Pulp, Pigment_21×21×74cm_2016
Exhibition view of ‘Artificial Series’_Crane Gallery, Kaohsiung, Taiwan_2016

Magpie (喜鹊)_Pulp, Cork board_70x46x13cm_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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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잇 허스 리 kate-hers RHEE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Interdisciplinary visual artist Kate-hers RHEE (이미래/李未來) explores transnational identity and the construction of self, while discussing gender, migration, and global inequality. Her work engages with the assessment of, and post-colonial discourses surrounding ethnographic collections. She invents new cultural artefacts, ethnographic symbols and living breathing anthropology. Above all, her work seeks to be a catalyst for spiritual transformation through materiality and meticulous processes. RHEE was born in a poor neighborhood in Seoul, the dynamic capital city of South Korea. Rejected because of her gender (her birth parents had counted on having a son, after already birthing three girls, and being number four (an unlucky number in Asia), RHEE was abandoned immediately. Months later, RHEE was transnationally adopted to a racially segregated working class neighborhood in Macomb County, Michigan, where she grew up right outside of Detroit, in between the likes of Eminem and Kid Rock. Her experiences negotiating her position in-between, specifically black and white identities, are at the core of her artistic practice.

다원적인 시각 예술가 케잇 허스 리는 ‘젠더’, ‘이주’, ‘전 세계적 불평등’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초국가적인 정체성과 자아의 확립에 대해 탐구해오고 있다. 작가의 작업은 민족지학적인 수집품들을 둘러싼 후기 식민주의 담론과 이에 대한 비평과 깊이 관련 있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가공품, 민족지학적 상징들 그리고 살아 숨 쉬는 인류학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서울의 한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이미 세 딸을 둔 부모에게 고대하던 아들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불운의 숫자인) 네 번째 자식이었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성별로 인해 버림받았다. 그 후, 인종 분리 지역이자 노동 계층이 주를 이루는 미국 미시간 주의 매콤 카운티에 입양된 작가는 흑인과 백인의 정체성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중간 어딘가에서 자신의 위치를 조율해야 했다. 이 경험은 현재 작가의 작업의 근간을 이룬다.

Exhibition view of ‘Archipelago’_Reinbeckhallen, Berlin, Germany_2018
ⒸPhoto credit: Aleks Slota

# Q&A
Q. Please tell us about your works, including your creation process.
I work interdisciplinary in performance, social intervention, sculpture and video. My praxis explores transnational identity and the construction of self, while discussing gender, migration, colonialism and global inequality. My current project engages with the (re)assessment of, and post-colonial discourses surrounding ethnographic collections and the archeological archive. I invent new cultural artefacts, ethnographic symbols and living breathing anthropology. Above all, my work seeks to be a catalyst for redemption and spiritual transformation through materiality and meticulous processes.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퍼포먼스, 사회 개입, 조각, 비디오와 같이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작업한다. 나의 작업은 주로 젠더, 이주, 식민주의, 세계 불평등의 문제를 다루며, 초국가적인 정체성과 자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탐구한다. 현재는 민족지학적 수집품과 고고학적 아카이브에 대한 재평가, 그리고 이를 둘러싼 후기식민주의 담론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작업을 통해 문화적 공예품, 민족지학적 상징, 살아 숨 쉬는 인류학 등을 새로이 만든다. 무엇보다 작업이 물질성과 세심한 작업 공정을 통해 구원과 영적인 변화를 위한 촉매가 되는 것을 추구한다.

 
Performance view of ‘Minimally Korean’_Participatory food performance_30 min_Humboldt Lab Dahlem Berlin, Berlin, Germany_2015
ⒸPhoto credit: Aleks Slota
  Installation view of ‘The Way To Apgujeong Rodeo’_‘Intersections’, Asian Art Museum, Berlin, Germany_2016
ⒸPhoto credit: Aleks Slota

Dual Nationality Holder Tongue Twister_HD video, color, sound loop, 16:9_10:37 min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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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What do you think your representative work or exhibition is? Why do you think so?
My solo exhibition, Past Persephone, just opened on the 15th of March 2019 in the Meanwhile, Elsewhere project space of Galerie Irrgang in Berlin, Germany. In the exhibition, I draw on ancient cosmology legends, Native American and ancient Greek mythology, and East Asian historical (mis)memory about the Comfort Women. I incorporate Korean traditional instruments associated with harvest and folk artefacts with modern beauty consumer goods. My artistic praxis subverts the male gaze and dismantles the orientalist perspective.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2019년 3월 15일에 진행된 나의 개인전 《Past Persephone》이 베를린의 갤러리 Irrgang의 프로젝트 스페이스 Meanwhile.Elsewhere에서 열렸다. 이 전시에서 나는 고대 천문학의 전설, 북미 원주민과 고대 그리스의 신화 그리고 ‘위안부’에 대한 동아시아의 역사적인 (잘못된) 기억으로부터 기인한 작업을 선보였다. 그리고 추수 때 사용하는 한국 전통 악기와 민속 공예품들을 현대의 미용품과 결합했다. 이러한 나의 예술적 실천은 남성의 시선을 전복시키고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해체한다.

Installation view of Seven Sisters_Mixed media_’Past Persephone’, Meanwhile.Elsewhere, Berlin, Germany_2019
ⒸPhoto credit: Marcelina Wellmer

Q. About inspirations, motivations and episodes.
My research-based practice is intuitive and situated in both library research and studio practice. The starting point of a project tends to be autobiographical, that is, based on personal life experience. Major works have been created from my experiences living in Berlin as a foreigner for the past decade. For example, I felt compelled to make the interactive performance work, the German Speaking Project Part 2, after being physically threatened by Neo-Nazis on the public transportation in Berlin, as a reaction against growing racism and anti-immigrant sentiment in Europe. Later, the Chocolate Kiss series were produced, as I, as a non-White, non-Black foreigner, started confronting white Germans about the problematics with continuing to call a popular candy a racist name.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나의 작업은 직관적이지만, 동시에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와 스튜디오 작업을 모두 수반한다. 작업은 개인적인 인생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전적인 성향을 띤다. 대부분의 작업은 지난 10년간 베를린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 경험으로부터 창작되었다. 예컨대 베를린의 대중교통에서 네오 나치로부터 신체적인 위협을 받았던 경험에서 출발한 인터랙티브 퍼포먼스 작업 <German Speaking Project Part 2>는 유럽에서 증가하고 있는 반(反)이민 정서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응으로써 만들었다. 이후 백인도 흑인도 아닌 이방인으로서 나는 백인 독일인들이 특정 브랜드의 유명한 사탕을 인종차별적인 명칭으로 지속하여 명명하는 문제를 마주하기 시작하면서<Chocolate Kiss> 연작을 제작하게 되었다.

 
Performance view of The 10 N-Kisses_Collaborative interactive performance with Daniel Dodd-Ellis and Marie Yan_30 min_’Archipelago’, Reinbeckhallen, Beriln, Germany_2018
ⒸPhoto credit: Aleks Slota

(no) regrets_HD video, 11:43, 16:9, color, B&W_2014
관련영상: (바로가기▶)

Q. About art and communicating with audiences
Art is always culturally, politically and socially specific, even when it’s not obviously marked. I understand that my references may not always be accessible and may require a little bit of work on the part of the viewer. However, I keep this potential enigma in mind and in each situation I make little tweaks in the installation process to provide more information to those who might be struggling to make meaning. Above all, I’m interested in providing an aesthetic experience to the spectator and I first seek a visceral response. After that I hope it activates curiosity so that s/he is interested in learning more.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예술은 명백하게 표현하지 않을 때조차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특수하다. 작업이 참조하고 있는 지점은 이해하기 쉽지 않으며, 관람객의 입장에서 볼 때에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수수께끼 같은 면을 염두에 두고 각각의 설치 과정에서 작업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관람객을 위해 단서와 장치들을 마련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나는 관람객에게 미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본능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내 작업이 관람객에게 호기심을 일으키고, 그들이 작업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기를 바란다.

Exhibition view of ‘MuEon Daeon’_Korea Verband, Berlin, Germany_2019
Ⓒphoto credit: Aleks Slota

 
Installation view of ‘Homogenous Infiltration for Sogo’_Korean traditional hand drum, crocheted wool felt_40 x 24 x 6.5 cm_’I like Korea and Korea likes me’, Korean Cultural Center, Berlin, Germany_2018
ⒸPhoto credit: Aleks Slota
  Installation view of ‘The Female Shaman’_Mixed media: korean traditional hourglass drum, handmade crocheted wool and sewing thread_44×51×44 cm_2018 ‘Archipelago’, Reinbeckhallen, Berlin, Germany_2018
ⒸPhoto credit: Sebastian Eggler

Q. Please tell us about your future plans and working directions.
As a late bloomer, I am just getting my feet wet! But seriously, I never imagined that I would manage being a full time artist. It was only when I was in my second year of graduate school, already considered an “older student,” that I even contemplated becoming an independent artist. Before that I thought I was bound to work in museum education, already studying early child art education and working in pedagogy in two major art museums. In that moment, I won a coveted scholarship that not only would pay my tuition with a living expense until I graduated but also provided me a research stipend and a travel grant. With this newfound confidence, I set out to change the world for the better as an artist. And I’m still at it!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늦깎이 작가인 나는 이제 막 작업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전까지 나는 한 번도 스스로 전업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상상해본 적이 없다. 이미 ‘나이 든 학생’으로 여겨지던 대학원 2학년이 되고서야 독립적인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해 고민했었다. 이미 유아 미술교육을 공부했고, 주요 미술관 두 곳에서 교육 쪽 일을 하고 있었던 터라 미술관에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대학원에서는 졸업할 때까지 학비와 생활비뿐 아니라 연구비와 여행비까지 제공해주는 모두가 탐내는 장학금을 탔다. 이렇게 얻은 새로운 자신감으로 작가로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나서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것을 실현하는 중이다!

Mourning Becomes Electra(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_Exhibition Poster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송민규 SONG Mingyu

송민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와 예술전문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작가는 풍경의 경험에서 나온 데이터들을 가공하거나 분류하고 체계화하여, 기호와 상징, 장식으로 이루어진 화면으로 시각화하는 방식에 대해서 회화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현실에 기반을 둔 허구적 이미지로 구성된 풍경에 관심을 두고, 정반합의 논리를 이용한 전시 3부작 (SFD: Science Fiction Drawing)을 기획하여, 정신적 노동과 수련, 개인의 규칙, 욕망의 풍경, 서사구조가 없는 장식들을 보여주었다.

금속과 설탕의 결합술(Combination of Metal and Sugar)_Acrylic on Canvas panel_29×40cm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최근 몇 년간 체계적인 시스템 만들기에 몰두했다. 불편한 사회시스템에서 나온 불안한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전이되었고, 풍경 같은 소재를 이용해서 무능한 시스템에서 나온 불만들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대부분 작업은 작가 스스로 만든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에 관한 미완성된 방식을 얘기한다. 더불어 작업실의 잦은 이동과 변화된 삶의 태도로 인해 자연스럽게 작업의 방식도 바뀌게 된다. 이를테면 시간 대비 작업 제작 방식이나 완성된 작업의 보관법, 혹은 작품 이동 방법에 더 신경 써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작업 진행의 효율성, 모듈화에 따른 규격, 그에 따른 경제적 가치가 적용된 작품 제작 매뉴얼 만들기에 더 몰두하고 있다. 대체로 작업은 몇 가지 언어 혹은 수치의 조합으로부터 발생한 드로잉(그래픽) 작업으로부터 시작한다. 규칙적으로 생산되는 드로잉들은 시간, 장소, 상황, 규격, 언어, 숫자 등으로 구분되었다가, 평면작업으로 옮겨질 때 조합의 요소로서 작동된다. 규칙적으로 생성하는 드로잉들을 이용해서 그래픽 작업으로 번안시킨 후, 다시 회화로 옮기는 형식의 단계로 인해 감흥적인 태도가 최소화된, 정제된 회화 작업으로 만들어진다.

펼쳐진 달 1 / Unfolded Moon 1_Acrylic on Canvas panel_78×270cm (78×54cm, 5piece)_2018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2016년에 기획한 SFD(Science Fiction Drawing)는 전시 3부작으로 《수영장 끝에 대서양》(경기도미술관, 2016), 《낮보다 환한》(스페이스 캔, 2017), 《금속과 설탕의 겹합술》(KSD갤러리, 2018)이 있다. 각각(은) ‘수영장’, ‘어두운 밤’, ‘결합술’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규칙과 시스템 안에서의 노동과 수련, 비이성적 시대의 뒤틀린 욕망의 풍경, 서사구조가 빠지거나 의미작용이 없는 주변 풍경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작업으로 구성된 전시들이다. 세 전시 모두 내가 경험한 일상의 풍경을 소재로 삼고 있다. 작가의 수영 배우기 풍경이자, 수영 연습과도 같이 반복했던 시각 기호로의 번역 훈련이 담긴 ‘개인적 풍경’과, 부조리한 민낯이 드러난 2016~2017년의 암흑기. 그때 발견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밤 풍경 위에 대부도의 인공위성과 인천항의 조명, 인천공항으로 선회하는 비행기의 궤적들이 포개진 ‘사회의 풍경 ’ 그리고 서사를 해체하고 의미가 지워진 이미지들의 우발적인 관계 맺기로 형성된 ‘추상적 풍경’을 전시에 담아냈다. 최근에 이르러 작가의 작업이 단순히 그 자체로 완결되는 것이 아닌 전시 경험과 작업의 전후 맥락까지 포함하는 좀 더 큰 기획의 범주까지 확장되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이 지점에 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했다.

SFD Part 1-A 야심적이고 의욕적인_Acrylic on Paper_144×132cm_2015
SFD Part 2-B 수영장 끝에 대서양_Acrylic on Paper_118×336cm_2015

SFD Part 3 (1-100) / 4 (1-10)_Acrylic on Paper_29×40cm / 65×40cm_2016
《수영장 끝에 대서양》 전시 전경_경기도미술관_2016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10여 년 전부터 편집 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다. 대체로 작가들의 아티스트 북이나 미술관의 전시 도록을 만드는 일이다. 디자인 작업을 위해 자료를 취합한 후 분석해서 일관된 데이터로 변화시키고, 페이지 내부로 정립하는 과정, 편집의 규칙이나 인쇄물의 판형 그리고 인쇄 기법을 정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회화 작업을 위해 수집한 언어와 이미지들을 계량화, 패턴화, 수치화한 후 템플릿(Template)을 만들어 화면 안에 정렬하는 현재 작업의 방식과 무척 닮아있다. 편집 작업에서 데이터들을 정돈하고, 빈틈없이 구성하고, 꾸미고, 조절하는 행위들은 나를 기민하게 만든다. 이런 과정에서 출발한 모형, 견본, 다이어그램, 레이아웃 실험, 메모, 드로잉들은 자연스럽게 작업의 계기가 된다.

정신노동자의하루_Acrylic, Stainless steel, Vinyl sheet_294×577cm_2016

최근 3년간의 평면 작업을 설명하는 사전을 준비 중이다. 300여 점의 SFD시리즈 작업을 중심으로 작업에 사용된 언어와 수치가 이미지로 번역될 때의 과정, 템플릿의 숨겨진 기호들을 해설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그리고 작가. 이 세 개의 주체가 충돌하는 지점, 출판 목적의 당위성을 발견하지 못한 점,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점이 고민이다.

SFD Part 5;시화공단 공구상가_Acrylic on Canvas_100×240cm_2017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림 자체의 특성상 작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서사적인 구조를 언어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다. 그리고 작업 시스템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은 시스템에서 나온 불안한 내 감정을 제어하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작업하는 의미 자체가 내 불편한 감정들을 떨쳐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면서 동시에 중요한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들을 타인에게 내세우거나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지금껏 미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고민이나, 관객과의 소통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물론 예술이 사회에서 작동해야 하는 필요성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내 작업을 중심에 두고 예술에 관해 이야기하려니 낯부끄러운 마음에 항상 이런 종류의 질문으로부터 도망쳤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미술가로서 가져야 할 문제의식이 실제 살아가는 내 개인의 문제와 적절한 교집합을 찾지 못해,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룬 것이 아닌지 생각한다.

회색개론 / Gray Outline_Acrylic on Canvas panel_38×26cm (28piece)_2018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변증법 논리의 정반합(正反合)을 이용한 전시 3부작 프로젝트는 내가 작가로서 사회화되는 과정을 그려냈던 것 같다. 뒤틀린 욕망의 풍경 안에서 내가 겪었던 비이성적인 사건과 적당한 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작업으로 인해 적당한 합(合)까지 당도했지만,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나에게 작업은 반복되는 실패의 연속이다. 새로운 ‘정(正)’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그에 따른 새로운 작업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고정된 구조 속에서 진화하는 시스템을 고안하고, 한 곳의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작가로서의 미학적 실천을 하고 있지만, 매일 작업을 구상하고 그것들을 그려내는 행위들은 아직도 길들지 않았다. 앞선 이야기들을 전제로 반복되는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다.

낮보다밤이환한지역 3_Acrylic on Canvas_100×100cm_2017

SFD 3부작 전시 중, 레스터(Raster) 형식의 이미지와 벡터(Vector) 이미지의 간극에 대한 고민에서 파생된 작업은, 평면작업이 회화적일 것을 바라는 지점에서 나온 다른 형식의 회화적 연구이기도 하다. 벡터 이미지에서의 선은 보이진 않지만, 허공에 분명히 그어지는 선과 닮아있음을 느낀다. 마치 검술을 연마하는 검객이 허공에 칼을 가르는 행위처럼 허공에 선을 긋는 순간에는 여러 이야기를 가지지 않는다. 주위를 뚜렷하게 바라보는 태도와 삶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싶은 작가로서의 욕망을 작업에 그대로 투영하고 싶다.

어둠의 속도_Acrylic on Canvas_180×720cm_2016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grcube@gmail.com




정희민 CHUNG Heemin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정희민은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을 이수했다. 작가는 첫 개인전 《어제의 파랑》(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2016)을 시작으로, 게임이나 광고 이미지, 3D오브젝트 등과 같이 휘발성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이미지의 전략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작업의 소재로 삼아왔다. 회화를 매개삼아 물리적인 실체보다 이미지로 먼저 파악되는 세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실재를 감각하는가’, 또는 ‘정체성이라는 단어는 유효한가’ 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언어, 인지방식 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또한 디바이스에 잠식된 현재의 세계에서 회화 혹은 물질이 가질 수 있는 의미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며 작업하고 있다. 아크릴의 물성을 실험해왔고, 한 화면 위에서 서로 다른 물질들이 만나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표현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UTC-7:00 JUN 오후 세시의 테이블》 전시 전경_금호미술관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스크린 안팎으로 세계를 마주하며 느끼는 것을 그림에 담아낸다. 스크린 속의 세계는 완벽한 알고리듬(algorithm)으로 작동되는 세계로, 끊임없이 환영을 제공한다. 그것이 가진 질서 혹은 규율과 무질서한 현실의 대비로 생기는 일종의 착오들이 나의 작업의 시작점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보고, 보는 것이 신체의 많은 감각을 대체하며, 손가락 끝으로 사고하는 것이 익숙해진 세계에서 무엇이 실재인가를 구분해내는 일이 무의미하게 여겨질 때가 많다. 또한 스크린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실의 시각을 압도하게 될 때도 있다. 나는 그런 ‘지금’의 공간 안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 사물들을 관찰하며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특정한 감각이나 그에 적응하기 위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질적인 환영들이 뒤섞이는 공간을 물성 간의 차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

 
Three Faces 3_Acrylic on Canvas_80×130cm_2018   Faces 1_Acrylic on Canvas_33×53cm_2018

최근에는 모델링 툴을 이용해서 공간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주로 한다. 전시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모델링 툴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경험한 기묘한 몰입감이 지금 하는 작업들의 모티베이션(motivation)이 되었다. 검색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만든 가상의 사물들을 만져보고, 그것을 다시 가공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그것들은 사람들 각자가 인지하는 사물 혹은 대상을 그 나름의 방식으로 재현해낸 것들인데, 그렇게 결이 다른 모습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나는 작업은 먼저 모델링 툴과 그래픽 툴로 거의 완성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어떻게 물리적으로 구현하는지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구현이 가능한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 없이 스케치를 하는 것이 새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보통 에어브러시를 사용해 바탕이 되는 공간을 그리고, 그 위에 다시 페인팅 미디엄을 이용해 레이어(Layer)를 만들어낸다. 중간 중간에 브러시를 이용해 이질적인 레이어를 넣기도 한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프로세스는 거의 그래픽 툴의 이용방식과 흡사한데, 이미지와 물성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각의 가장 큰 부분이기도 하다. 평면이 가진 매체로서의 한계적인 조건들을 언어적으로 잘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다.

《Subscale》 전시 전경_갤러리 룩스_2018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가상의 정물들을 통해 정체감에 대해 이야기했던 두 번째 개인전, 《UTC-7:00 JUN 오후 세시의 테이블》(금호미술관, 2018)은 나에게 향후 어떤 조형 언어로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가 되었다. 이 전시는 ‘꿈’에 대한 이야기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배치한 가상의 테이블을 만들었고, 그중 나는 하나의 사물이 되어 공간 안을 떠다니며 본 장면들을 그림과 글로 그렸다. 이 사물들이 가진 덩어리감을 강조하기 위해 텍스처 없이 기본적인 구조와 명암, 그림자만을 활용해 형상을 그렸고 그 위에는 겔 미디엄과 유화물감을 활용한 비정형의 얼룩들을 남겼다. 나는 정물들이 놓인 가상의 공간이 가진 속성이 꿈의 속성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하여 내가 생각하는 스크린 속의 세계를 은유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 공간은 광활하고, 끊임없이 증식하며, 절대로 늙지 않고, 쉽게 모습을 바꾸며 허물어졌다가 생성되기를 반복한다. 한 개인이 그런 유연하면서도 압도적인 통제의 공간을 마주하며 느끼는 어떤 무력감이나 소외감 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UTC-7:00 JUN 오후 세시의 테이블》 전시 전경_금호미술관_2018

가장 최근에 삼육빌딩에서 열렸던 전시 《이브》(삼육빌딩, 2018)에서 선보였던 두 점의 페인팅은 이러한 공간에 관심사를 더욱 구체화한 작업들이다. 특정한 시간이 도래하기 이전의 유령 같은 시간을 이르는 ‘이브(eve)’라는 단어를 듣고 휴지통이라는 공간을 떠올렸다. 어쩌면 곧 폐기될,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 텍스트, 정보의 조각들을 안고 있는 어떤 공간, 다시 복구될 잠재성만을 갖고 있는 휴지통의 속성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브’라는 시제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전시를 위해 휴지통에서 건져 올린 이미지들을 이용해 곧 잊혀질 세계에 적응하는 방식을 이미지화해보고 싶었고, 그렇게 나온 것이 이미지와는 다소 반어적인 제목의 두 작업 〈May Your Shadow Grow Less〉와 〈Erase Everything but Love〉 이다.

 
May Your Shadow Grow Less _Acrylic on Canvas_460×240cm_2018   Erase Everything but Love_Acrylic on Canvas_290×190cm_2018

앞서 언급한 금호미술관에서 전시된 작업들과 유사한 프로세스로 그려졌는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풍경들은 하나의 불투명한 이미지로 재현될 수 없다는 견지에서 레이어간의 물성차를 더욱 극대화하여 폐허의 공간을 그렸다.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단어는 ‘환영(Illusion), 물질성(Materiality), 레이어(Layer)’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환영과 물질성은 어찌 보면 서로 대치되는 단어인데, 이것들이 평면위에서 만나 충돌하고 이율배반적인 화면을 만들어내는 내는 데에 관심이 있다. 레이어는 환영에 깊이를 더하는 장치로 사용한다. 앞서 무엇이 실재인가를 구분해내는 일이 무의미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실재감과 생동감에 대한 욕구는 실존 감각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이 차가운 유리를 만지며 보내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무엇으로부터 그러한 욕구를 채우게 되는가를 자주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러한 환경에서 실제 물질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의 의미에 대해 자주 묻게 된다. 잠정적으로 답하자면 회화는 나 스스로가 이 세계에 접촉해 있음을 환기하는 도구의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EVE》 전시 전경_삼육빌딩_2018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최근 나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몇 가지 명상(meditation) 앱을 설치했다. 모바일 명상 서비스는 주로 5분에서 10분가량의 세션들을 제공하며 월 3달러에서 10달러 사이의 가격으로 아름다운 풍경 이미지와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뱉는 방식 외의 개인을 통제하는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한다. 우연히 그 가운데 명상의 일환으로 ‘브레인마사지’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발견하게 되면서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촉각이 전제하는 일정한 조건들에 생각하게 되었다. 일상의 안식 또한 무엇인가를 ‘보는 행위’로 대체하도록 하는 이러한 영상들은 ‘브레인마사지’, ‘브레인오르가즘’ 등으로 불리며 대체로 투명한, 끈적끈적한, 섞여있는, 구형(globular)의 물질을 반복적으로 주무르고 붓고 자르고 캐스팅하는 등의 행위와 함께 생동감 혹은 실재에 대한 감각(liveliness)을 선사하며 뇌에 일종의 자극을 제공한다. 나는 이것이 스스로 작업을 제작하며 느껴온 어떤 감각들과 유사함을 발견한다. 실제 물질을 경험하는 느낌을 ’보는 것’이, 반대로 어떤 욕망을 대체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며, 이를 회화의 존속 이유와 연결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상의 대부분의 경험이 디바이스로 매개되는 환경 속에서 어떤 이미지가 실재감과 생동감을 전달할 수 있으며, 이 이미지들이 새로이 획득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또한 왜 우리는 여전히 그려진 어떤 것을 보고 느끼기를 원하는지와 같은 질문을 가지고 기괴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전시를 만들어보려 한다. 최근 들어 작업을 혼자 구상하고 키워나가는 일에는 한계가 있음을 자주 느낀다. 함께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한 동료 작가들 가운데 다른 매체를 다루는 작가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하며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을 만들어내고 싶다.

 
Breakfast 2_Acrylic on canvas_162×97cm_2018   Icecream_Acrylic on canvas_90×72cm_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늘, 보다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구상하는 대부분의 작업이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점점 신중해지기도 하고, 착수하는 일이 언제나 힘들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느 시점을 넘어 한 점 한 점이 완성되어 갈 즈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진다. 마치 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그 시간을 위해 작업한다. 나는 대부분의 그림을 기계를 이용해서 기계와 같은 방식으로 그리기 때문에 혹자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감정이 제거된 그림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언제나 감정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그림들이 무척이나 표현적이라 느낀다. 아무리 빈틈없이 그리려 해도 언제나 틈은 생기기 마련이고,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인간적인 감정을 내가 의도하는 방식대로 공감해주는 분들을 만나면 그게 작업하는 원동력이 된다.

《Allover》 전시 전경_하이트컬렉션_2018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앞서 창작을 해나가는 것을 언어를 배우는 일에 비유했는데, 그렇기에 작업은 갈증의 연속이다. ‘아’라고 말하고 싶은데, 자꾸 ‘어’라고 말하게 된다. 작업을 지탱하는 공간과 제작할 때의 에너지, 결과물(output), 그 안에 내재된 형상이든 개념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모든 조건들이 맞물려 힘을 뿜어내는 전시를 만들고 싶다. 이것은 일종의 판타지이기도 하다.

《An Angel Whispers》 전시 전경_P21(서울)_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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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필 YUN Sungfeel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윤성필은 영국 골드스미스런던대학교에서 아트 프랙티스(Art Practice)를 전공하고, 슬레이드 미술대학에서 조각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인간존재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작품 속 순환하는 에너지의 실험을 통해 우주의 생성과 변화의 원리에 주목한다.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상호 의존적 변화와 변용이 우주의 본질적인 모습이라고 가정하고, 궁극적 실재는 보이지 않지만 움직이는 힘이며, 모든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리적 힘으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바라본다. 현재까지 영은미술관(2017), 한미갤러리(2016) 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개최하였고, 영국 ‘Catlin Guide 40 artists’에 선정(2014), ’Broomhill National Sculpture Prize’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2013),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가 주최하는 ‘뉴 센세이션’의 롱리스트에 선정된 바 있다.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19_스테인레스 스틸에 도장, 모터, 동작센서, 액체자성유도체, 컨트롤 박스_244×244×70cm_2014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조각을 기반으로 페인팅, 설치, 키네틱아트, 사진을 작업하고 있다. 특정 소재를 활용하여 작업하기보단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다양한 실험과 재료의 활용 방법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많이 구한다.

에너지22-1_스테인레스 스틸, 볼트, 너트_64×51×46cm_2016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대표 작업은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라는 시리즈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려 노력한 작업이다. 모터와 동작센서 그리고 자석을 이용한 작업으로 관람자는 작품에서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 작업을 통해 우주는 정지되어 있지 않고, 상호보완적 순환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표현하고 있다.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전시 전경_자하미술관(서울)_2012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전시 전경_슬레이드 미술 대학
(Slade School of Fine Art) 졸업작품전_2013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액체 조각(Liquid Sculpture)> 프로젝트는 2017년 시작된 <시그널 그린(Signal Green)> 프로젝트의 연장으로, 전자석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한 후 이를 변형 및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전자석 모듈 패널을 바닥에 평평하게 두고, 액체자성유도체를 전자석 모듈 위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 새로운 조각 형태를 실험하는 프로젝트이다.

Signal green 01_전자석, 마그넷뷰어필름, 컨트롤박스, 동작센서, 알루미늄판, 프로파일_163x15x123cm_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작업을 구상할 때 많은 재료를 실험하고, 그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는 단계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구, 기계 등과 같은 많은 재료를 조사하며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Chaos, Cosmos and Circulation 01-15_캔버스에 철가루, 목공용 본드_200×200cm_2016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예술은 새로움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의 사상이거나 표현방식에서의 새로움 말이다. 나는 관객에게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 싶다.

 

만물은 유전한다(PantaRhei) 02_알루미늄판, 자석, 모터, 타이머, 컨트롤러, 자석내장신발_500×250×40cm_2016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전자석을 이용한 <액체 조각> 프로젝트를 마치고, 그동안 고민해 오던 사진 작업을 계속 연구할 생각이다.

Fresh and vivid energy_스테인레스 스틸_800×340×270cm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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