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재은

이름: 이재은(李在恩, Lee Jae Eun)

분야: 문학(소설)

인천과의 관계: 인천거주

작가정보: 마음만만연구소(theredstory.tistory.com)
1인 문화예술공간. 소설창작워크숍, 단편소설 깊이읽기, 문학필사 30일 온라인 강좌 등을 진행한다.

수 상
2015 중앙신인문학상
2019 심훈문학상
단행본
소설집 『비 인터뷰』(아시아, 2019)
짧은소설집 『1인가구 특별동거법』(걷는사람, 2021년 10월 출간 예정)
기 획
2017~2021 십분발휘 짧은소설 공모전(마음만만연구소, 나비날다책방)
2021~2022 초보 독서가를 위한 짧은소설 안내서(마음만만연구소)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이재은, 『비 인터뷰』(아시아, 2019)

등단작 「비 인터뷰」로 하겠습니다. ‘대표격’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 작품을 통해 작가로 인정받았으니까요. 그런 걸 떠나 ‘다른 사람에게 귀 기울인’ 최선의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저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저를 아끼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고, 살고 싶었던 바람을 글로 풀어내려고 했거든요. 내가 미치겠으니까 타인에게 마음을 쓰거나 돌볼 여력이 없는 거예요. 세계가 좁았다고 해야 하나, 좁은 지붕 아래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기회에 인터뷰 명목으로 지붕 너머 사람들, 마을 밖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식에 변화가 생겼어요. 인터뷰는 대화잖아요. 마주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하는 거예요. 생각과 의견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눈빛도 스치고 감정도 느끼면서 ‘인터뷰어인 나’와 ‘소설가 지망생인 나’가 함께 꿈틀거렸던 것 같아요. 글쓰기에 변화가 생겼고, 쓰는(말하는) 존재와 읽는(듣는) 존재를 동시에 배려하게 되었습니다.

2.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청탁이나 마감이 ‘작업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얼마 전에 책방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쓸 기회가 있었어요. 책방 이름과 주인장 닉네임을 빌려도 되느냐고 묻고, 그래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어요. 그 책방에는 주인보다 더 주인 같은 고양이가 있는데 소위 ‘사랑 덩어리’거든요. 고양이를 보러 책방에 들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죠.
제가 쓴 소설에서 저로 추측되는 작가 J는 그 고양이와 사이가 좋지 않아요.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미신을 적용, 몇 번이나 냥이에게 해를 가하죠. 그렇게 된 이상 아무리 픽션을 썼다고 해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주인장이 싫어하면 어쩌지? 왜 맘대로 냥이를 죽이냐고 하면 어쩌지? 떨리는 마음으로 소설을 보냈는데 이틀 동안 답장이 없는 거예요. 큰일 났군, 단단히 화났나 보다, 새로 써야 할까? 흠…….
이틀 만에 통화가 됐는데 개인적인 일 때문에 바빴다고 하더라고요. 소설은 아직 보지도 못했고요. 소설은 소설이지, 다행히 잘 이해해주셔서 무사히 작품집에 실었습니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예술가보다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자신을 ‘소설 쓰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편한데 언젠가는 당당히 “소설가 이재은입니다.” 밝히고도 싶고 “작가 이재은입니다.”라고 소개하고도 싶어요. 저의 꿈은 소설가(家)가 되는 것이고, 그다음에 작가(家)가 되는 거예요. 두세 권의 책을 내고 사라진 사람이 아닌 소설로, 에세이로, 여행기로 글집을 짓는 사람[作家]이 되고 싶어요.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10월에 두 번째 소설집이 나옵니다. 이번엔 짧은 소설이에요.
제목이 『1인가구 특별동거법』인데 제가 1인 가구로 살고 있기도 하고, 특별동거는 음… 외로우니까…(웃음) ‘혼자 사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홀로 #여성 #비혼 #외로움 #늙음’과 ‘죽음’에 관한 사유를 붙잡고 있을 거예요. 로맨스나 기적, 기이한 화해보다는 고통과 억압에 관한 파토스를 세심하게 다루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소래습지생태공원

결국엔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장소에 갔을 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냐에 따라 ‘영감’의 형상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떤 마음일 때 어떤 장소에 갔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네, ‘달걀과 닭’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그 장소’ 또는 ‘그 공간’이 아무리 훌륭하고 멋지고 슬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거예요. 마음은 의식이나 주제, 생각이나 감각으로 바꿔도 됩니다. 우연과 운명의 조화로 무언가 만났을 때 찌르르 울림이 오죠. ‘그곳’을 대상화하기보다 ‘여기 있는 존재’를 더 아끼고 그들에게 마음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저에게는 소래습지생태공원이 꽤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설탕밭」(『1인가구 특별동거법』)은 그곳을 배경으로 쓴 짧은 소설인데 거기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별이 있어 그랬다. 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있었어. 몇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곳에서 빛나는 별이, 밝다고 할 수 없는 그 작은 빛이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았다. 별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어.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걸 좋아하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인간에겐 별빛 하나만으로 족해. 나를 비춰주는 빛 하나만 있으면 된다. 가령 반딧불이 같은 거 말이다. 그것만 있으면 돼. 저기 저 빌딩 좀 봐라. 저 안으로 들어가려고 너도나도 아등바등하지만 여기서 보면 한 점일 뿐이잖니. 빛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 있으면 빛의 소중함을 잊기 마련이다.”

폐염전과 갯벌, 작은 호수와 호수 위의 데크, 거기 붙어있는 계절별 서식 조류 안내판, 먼지 나는 흙길 같은 게 좋아요. 칠면초와 억새풀의 색감도, 그 너머 아파트 단지에서 빛나는 불빛도 따듯하고요. 힘들 때 ‘괜찮아. 나는 수많은 돌멩이 중 하나일 뿐이야.’ 읊조리면 조금 위로가 돼요.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이은새, 이희준, 정금형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소개
인천아트플랫폼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공모로 선발하여, 창작 공간을 지원하고 입주 예술가의 연구와 창작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프로젝트 발표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 12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 이은새 LEE Eunsae

이은새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불만과 그것에 반응하는 저항의 시도 또는 상상들을 수집하고, 이를 이미지로 기록한다. 최근에는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면서, 쉽게 대상화되는 다양한 인물에 관심을 두고, 규정되거나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이미지의 피사체를 그려나가고 있다.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기간 동안 단순한 표현과 반복되는 형식 그리고 변주된 장면들을 통해 만들어낸 리듬의 형식을 이번에는 인물화에 대입해보고자 한다. 반복되는 형태의 인물과 미세하게 변주된 인물들이 함께 뒤섞인 장면을 연출하면서, 더욱 심화된 내용적 접근과 기술적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회화와 드로잉 작품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환경과 층위에서 마주하는 경직되고 고정된 상태를 잠깐이나마 흔들어 볼 수 있는 단서들을 수집하고, 이를 회화로 기록한다. 최근에는 규정되거나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대상들을 화면에 기록하고 있으며, 인물이 중심이 되는 연작을 시도하고 있다.
나는 캔버스 작업 전 단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먼저 생각을 드로잉으로 기록하고, 그 드로잉이 생각을 잘 정리하여 담아낼 수 있을 때까지 같은 이미지를 반복해서 그린다. 그 이후에 반복되는 형태들 사이에서 의도를 잘 담아낸 표현을 선택하여 캔버스 위에 옮긴다.

<As usual at bar>, 캔버스에 오일과 아크릴릭, 90.9×72.7cm, 2020 <As usual on the bed>, 캔버스에 오일과 아크릴릭, 90.9×72.7cm, 2020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내가 생각하는 대표 작업은 2018년에 발표한 <밤의 괴물들> 연작이다. 술에 취한 여성을 주제로 삼았던 작업이었다. 술 취한 여성을 생각할 때 쉽게 떠오르는 타자화되고 대상화되던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로 내가 마주친 인물들을 기억에서 끌어와 캔버스 위에 재현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밤의 해변을 기분 좋게 산책하는 여자부터, 억지로 마신 술을 토하고 그 토사물을 상대방에게 권하는 사람, 지구대에 앉아있는 친구들, 산발을 한 채 거칠게 이를 드러내고 있는 사람까지 다양한 상황 속의 인물들을 그렸다. 이들은 만취했어도 자유로운, 새벽 어귀에서 구토하고 쓰러지더라도 약자가 되어 범죄의 대상으로 존재하기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인물들이다. 위협을 가하기 쉬운 밤이라는 시공간에서 인물들은 무방비한 상태가 아니라 공격적으로 쏘아보고 행동하는 밤의 괴물로서, 오히려 상대를 향해 끔찍한 반격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 자들로 표현했다. 이 작업을 하면서 고민이 많았지만, 당시의 생각을 타인에게 설득하거나 공감을 얻어내고 이미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았다.
내게 작업은 내가 이해하는 혹은 기대하는 세계를 시각적으로 풀어보는 과정이다. 나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고민을 기억하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지만, 작업의 결과를 타인과 공유하는 과정 역시 새로운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회화 위주의 평면 작업을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다른 매체를 다루는 상상도 해보곤 한다. 내가 다루고 있는 회화의 특징들이 물리적 공간 안에서 효과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작가정보: www.leeeunsae.com

■ 이희준 LEE Heejoon

이희준은 서울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도시를 여행하며 수집한 장면을 바탕으로 회화작업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도시가 생산해내는 다양한 문화, 경계, 자본 등의 요소를 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어떤 영향을 받는지 탐구 중이다. 올해 레지던시에 머물며 진행할 《Image Architect》 전시에서는 2016년부터 이어온 도시와 건축에 대한 관심을 포토콜라주 기법과 추상회화로 표현한 시리즈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는 도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건축적 환경에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고 개입할 수 있을지 실험하며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각각의 구성단위 그리고 도시의 환경이 우리의 미적 선택과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는가’에 관한 고민을 바탕으로, 도시에서 포착한 풍경을 추상화된 방식으로 표현한다. 작업은 도시를 걷는 것으로 시작된다. 거리를 직접 걸으며 마주하는 도시의 풍경을 수집하고 그 안에서 어떤 조형적 형태를 찾는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한 <A Shape of Taste> 회화 연작은 변화하는 건축의 표면과 감각에 집중해 동시대의 기호 혹은 한 지역의 취향 및 감각을 읽어내는 작업이다. 거리에서 만나는 취향과 감각이라는 비물질적인 대상을 사진으로 채집한 후, 드로잉과 추상화 과정을 통해 하나의 회화적 기호로 담아냈다. 거리에서 발현되는 도시의 여러 감각들을 네모난 캔버스 프레임에 담아냄으로써, 대중적이면서도 개별적인 ‘누군가’의 취향과 감각에 접근하려는 시도였다.

《The Tourist》 전시 전경, 레스빠스71, 서울, 2020
<Barcelona Pavilion no.1>, 캔버스에 아크릴릭, 사진 콜라주, 160x160cm, 2020 <Barcelona Pavilion no.2>, 캔버스에 아크릴릭, 사진 콜라주, 160x160cm, 2020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가장 최근에 있었던 개인전 《The Tourist》(레스빠스71, 서울, 2020)를 꼽을 수 있겠다. 본 전시에서는 여행을 어떤 방식으로 저장하고 추억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행의 과정에서 습관적으로 찍게 되는 핸드폰 사진은 눈으로 대상을 즐기는 여행의 즐거움을 데이터 메모리 칩 속에 작은 파일로 대체하게 만든다. <The Tourist>(2020) 연작을 통해 핸드폰 속 작은 데이터로 존재하는 여러 여행의 기억을 회화적 세계로 불러오면서 경험, 기억, 감정, 촉감과 같은 것들을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기억하는지 생각해봤다.
나는 ‘몇 년 뒤에는 이런 것을 해야지,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며 더 나아가기 위해 꾸준히 매일매일 노력할 것이다. 나는 아름다운 작업을 만들고 싶다. 작업을 매개로 사람들과 대화하며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작가정보: www.heejoonlee.com

■ 정금형 JEONG Geumhyung

정금형은 무용가, 퍼포머, 안무가, 작가로서의 독특하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올해 작가는 신작 <장난감 프로토타입(가제)>을 제작할 계획이다. 8월 중 처음 공개될 이 작업은 2019년 쿤스트 할레 바젤 개인전에서 선보인 첫 번째 로보틱 조각 작품 <홈메이드 알씨 토이>에서 비롯된 로봇 우화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매 단계 진화하는 작가의 ‘장난감’, 즉 그의 로봇은 비전문가인 작가가 스스로 공부하며 습득한 지식을 기반으로 직접 제작하는 DIY 로봇이다. 작가의 ‘장난감’ 설계 계획은 끊임없는 문제에 봉착하지만, 또 의외로 그럴듯하게 해결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완성된 로봇들은 서투른 동작으로 느릿느릿 움직이며, 의도하지 않은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주로 사물과 몸의 관계에 대한 작업을 해왔다. 인형극에서 배우가 인형과 관계 맺는 방식, 배우가 자신의 몸을 움직이면서 인형을 조종하고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행위에 흥미를 느끼면서 작업이 시작되었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면서 몸의 움직임과 무용에 관심이 생겼고, 졸업 후 무용과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사물과 함께 움직이는 안무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작품의 제작과정은 적절한 사물들을 수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수집한 사물들을 이렇게 저렇게 조합하여 인형 캐릭터가 갖춰지면, 그 캐릭터와 함께 움직여보는 과정을 거친다. 작업은 주로 솔로 퍼포먼스 형식을 취해왔으며, 최근에는 퍼포먼스 외에 영상과 설치의 형태로도 선보이고 있다.

《7가지 방법》 설치 전경, 테이트 모던, 런던, 영국, 2009 《홈메이드 알씨 토이》 설치 전경, 쿤스트할레 바젤, 바젤, 스위스 2019
《개인소장품》 전시 전경, 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 2016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을 통틀어 보았을 때, 몇 갈래로 나누어진다. 그 갈래들의 문을 열어준 시작점으로써의 작업들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7가지 방법>(LIG 아트홀, 서울, 2009), <개인소장품>(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 2016), <홈메이드 알씨 토이>(쿤스트 할레 바젤, 바젤, 스위스, 2019) 이렇게 세 개의 작업을 꼽을 수 있겠다. <7가지 방법>에서는 사물을 다루는 몸의 테크닉과 퍼포먼스의 형식을 갖추었고, <개인소장품>에서는 사물을 늘어놓는 나름의 방식을 취하게 되면서 퍼포먼스 외에 설치와 전시의 형태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홈메이드 알씨 토이>에서는 기계 장치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 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수행할 일거리가 생겼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기간에는 앞서 언급한 <홈메이드 알씨 토이>의 시리즈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기계 부품들을 수집하여 이리저리 붙여보면서 움직이는 장치를 만들어보려고 끙끙거리고 있다. 이 시리즈 작업은 앞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하며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가게 될 것 같다.

* 작가에게 제공 받은 사진과 인터뷰 글을 바탕으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최병진, 국가무형문화재 남사당놀이 이수자

이름: 최병진(崔炳珍, Naldo Choi)

출생: 전북 장수

분야: 전통연희

인천과의 관계: 인천거주

작가정보: amhaeng@naver.com
               http://arirangs.com/news/view.php?no=2082

<작가의 대표이력>
창작집단 지예 대표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이수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 전문사
연수구립전통예술단 단원
모던 창작 연희 꿈꾸는산대 단원
(사)인천남사당놀이보존회 공연팀장
(사)남사당놀이 인천지회 교육팀장
개인전
2019 <남사당 박첨지: 전주유람기>, 국립무형유산원, 전주
2019 <출람지예>, 성균소극장, 서울
단체전
2021 <남사당 흥부전: 제비노정기>, 노원문화예술회관, 서울
2021 <장단더하기 리듬>, 서울, 경기 일대
2020 <K-무형유산페스티벌>, 국립무형유산원, 전주
2020 <안개가 걷희면>, 뗴아뜨르 다락, 인천
2020 <인천전통문화예술대축제: 생생지락>, 서운야외공연장, 인천
2020 <살판난다>, 국악전용소극장 잔치마당, 인천
2020 <덧뵈기 세상>, 국악전용소극장 잔치마당, 인천
2019 <넌버벌 퍼포먼스: 불로초>, 중구문화회관, 인천
2018 <남사당 박첨지: 인천유람기>, 인천자유공원 야외공연장, 인천
프로젝트
2020 <광대생각>,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서울
2019 <땅재주>,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서울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대표작이라고 하면 두 작품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남사당 박첨지: 전주유람기>라는 첫 개인 발표작이고 두 번째는 <남사당 흥부전: 제비노정기>라는 창작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은 남사당놀이를 수학하고 정확히 10년이 되던 해이자 생애 첫 개인 발표 공연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남사당놀이 전반에 걸친 내용을 심도 있게 학습하고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고 전통연희에 대한 깊고 풍부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작품이 전통공연이라고 하면 두 번째 공연은 창작 작품이다. 남사당놀이를 바탕으로 한 창작 연희극으로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를 바탕으로 남사당놀이 6종목을 소개해 줄 수 있는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관객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은 할 수 없었고 극적인 요소와 대사가 많아 초등학생 관객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영화를 한 편 보는 것처럼 작품에 몰입하여 관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뿌듯했다. 남사당놀이 6종목을 하나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이 기획의도였는데 이런 생각이 이번 작품 <남사당 흥부전: 제비노정기>에 잘 표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남사당 박첨지: 전주유람기>, 국립무형유산원, 2019
<남사당 흥부전: 제비노정기>, 노원문화예술회관, 2021

2.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남사당 흥부전: 제비노정기>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교과서 예술여행>이라는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였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양음악과 전통음악 중 한 장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교실에서 먼저 학습하고 공연장에서는 공연을 관람하는 사업으로, 남사당놀이 6종목을 어떻게 하면 한 작품에 보여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딱 맞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제까지 활동했던 역량을 모두 발휘하자라는 생각으로 영화감독, 연출가, 작가, 배우, 무용인, 소리꾼, 마샬아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하고 의견을 나누고 인천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을 만들었다. 집에 도착하면 항상 12시가 넘었지만, 힘이 드는 줄 모르고 작업에 열정을 다하게 되었다. 초연 작품이다 보니 소품제작부터 의상까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이렇게 탄생한 <남사당 흥부전: 제비노정기>는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참 그 연희꾼이 있으면 놀이판 분위기가 바뀌고 관객들과 참 잘 놀았지.”라고 기억될 수 있는 예술가로 남고 싶다. 재담(才談)이라고 하면 관객과 주고받거나 연희자들과 대사를 주고받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마당놀이 형식의 남사당놀이는 특히 재담이 많이 발달해 있다. 재담은 공연장소와 관람객들에 따라 상황에 맞는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재치와 즉흥적인 연기가 필요하다. 남사당놀이의 기(氣), 즉 예능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하지만 재담만큼은 개인의 역량 차이가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재담이 기가 막힌 연희자!’로 기억되고 싶다.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앞으로의 활동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사당놀이를 바탕으로 한 2차, 3차 창작작품을 기획·제작하여 관객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남사당놀이가 6종목이기 때문에 매년 한 종목을 선정해서 창작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통인형극의 맥을 이어온 남사당놀이 덜미(인형극)를 가지고 부조리한 사회와 인간상을 비판하고 풍자를 통해서 유쾌하게 관객들의 가슴을 뻥 뚫어줄 수 있는 덜미(인형극) 작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인천의 섬과 바다

인천의 섬과 바다는 작품을 바라보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인천의 섬과 바다를 보면 파시를 따라 놀이판을 펼쳤을 유랑집단 남사당패 선대 예인들의 발자취가 생각이 난다. 그들은 ‘어떤 공연을 선보이고 어떻게 소통했을까?’, ‘이곳 섬에 오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배를 타고 건너왔을까?’, ‘만족할 만한 무대를 선보이고 다시 육지로 나왔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섬에 들어가는 배 위에서 바다를 보며 골똘히 하곤 한다.

글/사진: 최병진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소개: 박경진, 박관택, 박성준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소개
인천아트플랫폼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공모로 선발하여, 창작 공간을 지원하고 입주 예술가의 연구와 창작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프로젝트 발표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 12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 박경진 PARK Kyungjin

박경진은 그리기라는 행위가 연결된, 생업과 작업 사이에 놓여 있는 작가의 실존(생존)에 대한 시선으로 시작하여 생업의 현장인 세트장의 풍경을 형상과 배경, 노동과 유희, 일과 작품 사이로 접근하여 회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평면회화에서 확장되어 입체적인 비정형의 공간을 만들고, 각종 물질과 오브제를 이용하여 회화성이 짙은 공간회화실험을 하고 있다. 이 실험을 통해 세트장의 현장 모습을 전유하며, 회화에 대한 연구와 함께 “감각의 상상력”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생업으로서의 그리기라는 행위와 작업 사이에 놓여있는 작가의 실존(생존)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작업 초기에는 작업실과 뮤직비디오 세트장이라는 두 공간에서 변화하는 나의 역할에 주목했다. 분명히 다른 두 공간 사이에서, 그 다름에 맞추어 변화하며 갈등하는 나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던졌다.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개인의 질문은 세트장이 띠는 성질의 발견으로 확장되었고, 두 공간에서의 작업을 구분 짓기보다는 발견한 성질들을 회화 작업에 반영하여 충돌과 접목을 통해 교집합을 찾아왔다.
생존을 갈망하는 나에게 세트장은 생업과 작업 그리고 그림 그리기라는 행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다. 세트장이 진짜처럼 보이기 위한 충실한 재현이라면, 회화 작업에서는 대상의 재현적 묘사를 지양하고, 회화의 조형 실험 및 확장성에 더 집중하여 이미지에 대한 감각과 경험에서 비롯한 정서들을 캔버스 위에 그려오고 있다. 최근에는 세트장에서 얻은 미적 경험을 토대로, ‘감각의 상상력’을 키워나가고자 지속적인 회화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2016년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 전시에서 선보였던 <현장> 작업이 기억에 남는다. 세트장 작업의 초기 모델이자 기존의 작업방식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작업이었다. 기존 회화작업들은 평면성을 강조하고자 물감에 보조제를 많이 사용하여 매끄럽고 젖어있는 붓질이 잦았고, 공간의 깊이감을 의도적으로 배제했었다. <현장> 작업을 진행하면서, 세트장이라는 거대한 공간의 풍경을 집중적으로 관찰했고, 깊이감을 전달하기 위해 고전 회화의 방식들을 차용하기 시작했다. 깊이감과 현장감을 전달하려 노력했지만 돌이켜보면 초기작답게 신나게 실패한 작업이었다. 세트장이라는 공간은 돈을 벌기 위한 공간에서 작업의 소스를 찾는 공간으로 변화했고, 그 변화는 회화 작업에서 자유를 찾아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현장> 작업 진행 과정, 캔버스에 유채, 388x650cm, 2017 <현장> 설치 전경, 캔버스에 유채, 388x650cm, 2017

나는 다양한 회화실험을 통해 ‘감각의 상상력’을 키워나가고자 한다. 《현장》(인사미술공간, 서울, 2016), 《색, 뒤》(갤러리 조선, 서울, 2019), 《색, 공간》(인디프레스 갤러리, 서울, 2020)이라는 제목의 개인전들을 선보여 왔다. 앞으로 《색, 빛》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통해 ‘색’과 ‘빛’에 대한 연구들로 이루어진 작품들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작가정보: instgram.com/art_pkj

■ 박관택 PARK Kwantaeck

박관택은 동시대를 살아가며 발견한 여러 현상들을 관객의 신체 경험으로 치환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비가시적이지만 포착 가능한 인과성을 지닌 사회 현상들과 이를 둘러싼 정돈되지 않은 심리와 태도에 관심이 있다. 오감의 일부를 통제하거나, 확장을 유도하는 조형 언어를 활용하여 특정 이슈에 대해 무관심한 이에게도 유효할 수 있는 경험적 구조를 생성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동시대를 살아가며 발견한 여러 현상들을 시각예술의 범주로 치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술의 영역 안에서 해석(읽기)과 같은 언어적인 영역과 감각(느끼기)과 같은 비언어적인 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동시대에 당면하고 있는 여러 사회적 파편들을 재현하거나 언급하는 수준을 넘어, 시각예술 안에서만 구현될 수 있는 관객의 경험적 구조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개인전 《여백 Spinoff from the facts》(인사미술공간, 서울, 2019)에서는 UV 손전등에 의해서만 볼 수 있는 투명 잉크를 활용한 공간 드로잉을 진행하여, 관객의 동선과 움직임에 따라 흩어진 시각 정보가 드러나도록 했다. 같은 해 이어진 개인전 《버퍼링》(소마미술관, 서울, 2019)에서는 이미지 지지체 중 하나인 종이의 물성을 변화 시켜, 그 위에 그려진 드로잉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아날로그 방식의 무빙이미지를 만들어 선보였다.

<어제모레>, 퍼포먼스, 축광종이, 노광기, 집게, 줄, OHP 필름, 2020 <어제모레> 전시전경, 경기도미술관, 안산, 2020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가장 최근에 있었던 개인전 《어제모레》(경기도미술관, 안산, 2020)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모레》는 2020년 전후를 미래로 보았던 1980~90년대 SF 영화를 소재로 구성한 라이브 이미지프린팅 퍼포먼스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한시적으로 빛을 발하다 사라지는 특징을 가진 축광(蓄光) 종이를 사용하여, 1인의 퍼포머가 이미지를 담아내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출입하며 활보할 수 있는 형식의 전시였다. 유년 시절, 처음으로 미래에 대한 관념을 갖게 했던 과거의 미래공상과학 영화들이 상상하던 미래의 시간은 이미 현재, 혹은 가까운 과거가 되었다. 이러한 충돌하는 시간성과 그로 인해 편안한 추억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기묘한 노스탤지어(nostalgia)가 나를 이 작업으로 이끌었다.
나는 작업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미리 세우기보다는 그때의 상황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시각예술의 근간이자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양적 과잉을 겪고 있는 이미지의 여러 층위에 대해 연구 중이다. 나는 이미지의 물성, 행간, 함의, 상황, 시간, 심리 등 다차원적이고 다각도의 접근을 통해 전시라는 물리적 환경에서 이미지가 관람자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감각되는지 실험하고 있다. 작년 《어제모레》 전시 준비 과정에서 겪은 팬데믹으로 인한 변칙적인 경험을 통해 시각 예술이 지닌 물질적 가능성과 관객의 체험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러한 요즘의 고민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디지털, 언택트 시대에 변화하는 전시 형태와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유효한 물질적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시공간의 층위를 연구하고 실험해볼 생각이다.

작가정보: www.kwantaeck.com/

■ 박성준 PARK Seong Jun

박성준은 영화/영상, 인터랙티브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통해 인간의 관념과 실재 사이의 부조리를 탐구해왔다. 영상언어를 해체하거나 조합해 제시하는, 실재와 다른 혼돈과 괴리의 공간은 마치 세트장과 같은 모습으로 표현/재현되고, 공간에 덧붙여진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의 갈등을 드러낸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영화/영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인터랙티브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등의 각기 다른 매체들을 이용하면서 인간의 욕망과 불안에 대한 갈등을 영화적 내러티브로 삼아 실제의 물리적 공간에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욕망과 불안의 갈등’이라는 작업의 테마는 내가 오래전부터 느껴온 인간의 모순과 부조리들이 작업에 끼어들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물이다.
나의 작업은 영화와 같이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의 제작과정을 따른다. 다만 내게 프로덕션은 내가 직접 관람자처럼 작품과 공간 사이를 배회하며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며, 포스트 프로덕션은 관람자와 작품이 상호작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부분의 작업을 하나의 영화로 상정하며, 작품을 통해 관람자들이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한 것과 같은 인상을 받기를 바란다.

<MONTAGE II>, 인터랙티브 설치, 키네틱 센서, 스피커, 가변크기, 2016 <MONTAGE III>, 인터랙티브 설치, 키네틱 센서, 무선 헤드폰, 가변크기, 2017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나의 대표작으로는 <MONTAGE> 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다. 이 작업은 우리 사회에서 광기와 공포 그리고 정신 분열로 대변되는 미디어와 자본주의 시스템에 관한 담론을 다룬다. 자본주의에 의해 물화된 인간들,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미친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나는 영상으로 대표되는 가상과 실재의 혼재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우리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작업의 상당수는 마치 영화 같지만 실재하는 사건과 철학적 갈등을 모티브로 삼는데, 예를 들어 내가 뉴스에서 불편한 인간의 모습을 보고,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순간이 작업의 시작점이 되곤 한다.
향후 몇 년간은 최근까지 해오던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변화가 있다면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많은 관람자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작가정보: parkjun.net/

* 작가에게 제공 받은 인터뷰 글을 바탕으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시인 유계영

이름: 유계영 (庾桂瑛, Yu Gyeyoung)

출생: 1985. 8. 15.

분야: 문학(시)

인천과의 관계: 인천 출생

작가정보: ygy815@hanmail.net
               인스타그램 @ygy815

<작가의 대표이력>
2010 월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2015 시집 『온갖 것들의 낮』, 민음사
2018 시집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현대문학
2019 《The body is used for life, and the life is engraved on the body》, 코스모40, 인천
2019 시집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문학동네
2021 시집 『지금부터는 나의 입장』, 아침달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유계영,『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문학동네, 2019 (사진: 유계영)

가장 최근에 쓴 시가 대표 시 아닐까. 새로 한 편 쓸 때마다 나는 다른 상태가 된다. 내가 나 아닌 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나와는 다른 내가 된다고, 이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대표 작품을 스스로 갱신하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작가일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나의 시 세계를 갱신하는 일에 늘 성공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마음이 그러하다는 것. 계속 나아가고 변화하고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오늘 쓴 시가 나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해야만 안심할 수 있다. <인천문화통신 3.0>에 이 질문에 관련한 사진을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 좀 난감하다. 문학 작품은 사진으로 찍었을 때 모양새가 좋은 장르가 아니다. (SNS에 올리려고 책 표지만 찍고 빈손으로 서점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모르지 않지만) 휘갈겨 쓴 노트나 꼬질꼬질한 A4 용지를 사진 찍어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장 최근에 펴낸 시집 표지 사진을 보내는 이유가 이러하다.

2. 작품 관련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나는 서커스단의 곡예사가 저글링 하듯이 언어를 던지고 받고 문장을 띄웠다 밀쳤다 하면서 쓴다. 서정적인 메시지나 시적 정황, 소재 같은 것에 기대지 않고, 인간의 의미를 최대한 의심하면서, 언어가 스스로 움직이도록 쓴다. 때때로 불현듯 떠오른 문장으로부터 (튀어나온 못에 코가 걸린 스웨터처럼) 다른 문장들이 줄줄 쏟아질 때도 있다. (정말 아주 가끔이다.)
프랑스 시인 외젠 기유빅(Eugene Guillevic)의 시집을 읽다가 완전히 사로잡힌 적이 있다.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질문의 방에 나를 밀어 넣은 이 짧은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만약 언젠가/ 돌 하나가 너에게 미소 짓는 것을 본다면,/그것을 알리러 가겠니?“
나는 이 질문이 너무나 좋았다. 이 질문에 다 있었다. 사물과 나 사이 비밀이 발생하는 순간이 있었고, 그것을 알렸을 때(표현했을 때) 받게 될 세간의 천치 취급이 있었다. 또 문학적 언어가 발화되는 순간의 팽팽한 결심이 있었다. 이 질문은 나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았다. 너는 어떤 시를 쓸 거지?
지하철을 타고 일하러 가다가 문득 3년 전에 읽은 기유빅의 질문에 대답하고 싶었다.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 자리에서 20분 만에 대답의 시를 썼다. 나는 이것으로 질문의 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아니다, 이제 그 질문의 방이 나의 집과 다름없다.

3. 어떤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에 대한 평가야말로 내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욕심을 내보자면 웃기다는 말을 듣고 싶다. 질문이 이게 아닌 건 아는데,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사적인 친분 관계에서도, 심지어 시에서도, 웃기고 싶다. (울리거나 때리는 시가 있는데,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웃기는 것도 재능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겸연쩍기 때문에 우회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이실직고 하자면, 나는 예술의 본질이 재미와 환기라고 생각한다. 그걸 잘 하고 싶다.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올해에는 첫 산문집이 나온다. 어쩌다 산문 청탁이 들어오면, 도대체 왜 시인에게 산문을 쓰라는 거냐며 나는 쉴새없이 투덜거리는 사람이다. 마감이 지나도록 쓰기 싫어 이를 박박 가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알아주는 미문가이고 싶어 한다. 누구보다 감각적으로 풍부하며, 개성적 사유가 빛나는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어 한다. 미문의 욕구는 산문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으므로, 어쩌면 내가 이토록 산문 쓰기 싫다고 몸부림치는 이유는, 너무나 잘 하고 싶기 때문이다. 등단 이후 십여 년간 난리법석 떨어가며 써 온 산문들이 책으로 묶인다. 산문의 세계에서 쭈뼛거리다가 울적하게 돌아와, 시를 써야지. 계속되는 왕복 운동이 될 것이다.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인천대공원 (사진: 유계영)

나는 인천에서 태어나 30년간 단 한 번의 이사도 없이 살았다. 딱 한 번 행해진 이사 또한 살던 곳으로부터 5분 떨어진 곳으로 간 게 전부다. 사정이 이렇다는 것은 내가 인천에 대해 잘 모른다는 뜻이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이 파도 소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인천은 나에게 예술적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개별화된 장소가 아니라, 집 앞 슈퍼마켓, 그 옆 청과상, BYC 사거리, 반장네 203동, 부반장네 308동, 상습 정체구간 장수IC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15분쯤 가면 인천대공원이 있다는 사실은 큰 기쁨이었다. 이사를 가지 않고 같은 동네에서 거의 평생을 살았기 때문에, 초중고교 시절의 봄 소풍과 가을 소풍은 십중팔구 인천대공원이었음에도, 나는 그곳을 좋아했다. 그곳의 숲을 좋아했다. 다 크고 나서도 가끔 마감을 하다 시가 안 풀리면 새벽 두세 시쯤 슬그머니 찾아가는 곳이었다. (지금은 아마 야간 출입이 통제될 것이다.) 끝의 끝까지 펼쳐진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가끔 야생동물 울음소리가 자연과의 동질감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다 이따금 사람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자연에 속하고 사람에 떨어져 나올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대공원에서 나는 황홀하고 자유롭고 겁에 질렸다. 감각을 상기하려 애쓸 필요가 없었다. 어둠과 빛과 소리와 온도가 마구 달려들고 온통 쏟아지고 흠뻑 끼얹히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지금 인천에 살지 않는다. 그토록 과묵하고 새카만 숲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커다란 공원이 주변에 없다는 사실만큼은 많이 서운하다. 이제 무엇이 나에게 말해줄 것인가. 너는 이렇게 작다고. 나무가 더 크다고. 호수가 더 넓다고.




국악아티스트 김시원

이름: 김시원(金시원, Kim Siwon)

출생: 전라남도 해남군

분야: 공연(국악타악, 노래)

인천과의 관계: 공연진행

작가정보: https://www.youtube.com/user/percussionGroupTAGO

<작가 대표이력>
2005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타악연희과 졸업
2010 국악그룹 타고 결성
개인이력
2017 <한국전통 무용 연습을 위한 기본장단: 꾼 part.1> 발매
2017 <한국전통 무용 연습을 위한 기본장단: 꾼 part.2> 발매
2018 <한국전통 무용 연습을 위한 기본장단: 꾼 part.3> 발매
2018 <한국전통 무용 연습을 위한 기본장단: 꾼 part.4> 발매
2018 트로트 음원발매 <깍지콩>
2020 트로트 음원발배 <내 맘대로 뿡이야>
2021 MBN <보이스킹> 출연
단체이력
2016 금나래 아트홀-상주 예술 단체 프로젝트 콘서트 <타고-코리안드럼>
2016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
2016 Mnet <판 스틸러> 방송 출연
2017 평창 문화 올림픽 인증 프로젝트
2017 호주, 뉴질랜드 <WOMADelaide Festival> 초청 공연
2017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어셈블리 발롬홀 (24회 공연)
2018 라트비아 독립 100주년 뮤직 페스티벌 참가
2018 남아프리카 공화국 초청 공연
2019 아르헨티나-우루과이 <한국 축제>
2019 한-튀니지 관계 50주년 기념 초청 콘서트
2020 네덜란드 22개 도시 투어 <타고-코리안드럼 Ⅱ>
2020 광주 아시아 문화 센터 <타고-브런치 콘서트>
2021 타고 10주년 콘서트 <태양의 북소리>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공연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코리안드럼-타고> 공연 모습 ⓒ타고

2016년, 2017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코리안드럼-타고>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10년에 사물놀이 창시자이신 최종실 선생님께서 ‘두드릴 타(打), 밝을 고(髛)’라는 뜻으로 ‘타고’라는 팀명을 만들어 주셨다. 그 이후 다양한 공연 레파토리를 만들어 오면서 타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과정들을 겪어가면서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때 만든 공연이 북을 주제로 한 <코리안드럼-타고> 이다.
2016년 우리의 작품으로 인생을 건 도전을 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연이라 할 수 있는 ‘난타’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시발점인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타고도 도전했다. 이곳에서 무조건 살아남아서 전 세계의 공연자들과 기획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 낮에는 홍보를, 밤에는 공연을 하며 홍보전쟁에 뛰어들었다. 우리의 진심과 간절함이 통해서인지 첫 공연부터 매진이 되기 시작해서 24회 공연 내내 매진을 이어 갔다. 최고 공연에만 주어지는 평점 별 다섯 개를 받았다. 이후 2017년, 한 번 더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도전했고 기적처럼 24회 전석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렇게 타고는 북을 주제로 공연을 하는 팀으로 자리매김했고, 매년 10개국 투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2. 공연 관련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율고를 연주하는 모습 ⓒ타고

북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다 보니 선율이 없는 타악기의 한계에 부딪히곤 했다. 선율이 있는 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끝에 지금의 ‘율고’라는 악기가 탄생했다. ‘북은 항상 둥글다’라는 편견을 깨고자 네모난 악기를 제작했다. 오른쪽은 장구, 왼쪽은 북, 위에는 현악기와 건반악기를 얹었다. 하나의 악기를 4명이 동시에 연주하며, 여기에 콩트와 연기를 접목했다. ‘율고’는 타고의 정체성이 되었고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국악의 길로 들어선 지도 24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연습과 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어서 지금의 타고와 김시원이 있는 것 같다. 전공은 타악이지만, 내가 만든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노래 부를 수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 공연은 혼자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가 공감되고, 다시 찾게 되면서 그 가치가 올라가고 생명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늘 도전하는 예술가로 남고 싶다.

4.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코로나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이 진로를 바꾸는 것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는 것처럼 지금의 순간을 잘 버텼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반기에는 코로나 상황이 좀 나아져 해외 투어가 다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파라다이스시티 클럽 크로마 전경 ⓒ파라다이스시티

파라다이스시티 클럽 크로마에서 공연했을 때가 생각난다. VIP 초청으로 1시간 동안 한국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클럽 크로마의 웅장한 사운드와 화려한 조명은 타고의 공연을 새롭게 재탄생 시켰다. 전통과 현대가 만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공항과 현대적인 건축물, 근대 문화유산 등 인천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어떤 도시보다 매력적인 문화도시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공지선

이름: 공지선(孔知善, Gong jiseon)

출생: 1989년 인천

분야: 시각예술(회화, 설치)

인천과의 관계: 인천출생, 인천거주

작가정보: https://www.instagram.com/gongjiseon_/
                gongjiseon@outlook.com

개인전
2020~2021 도시를 보는 작가 기획전 《공지선 개인전: 사랑이 넘치는 도시》, 인천도시역사관, 인천
2020 《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 ; made of breath》, 옹노, 인천
2020 《Yawn; 배부른소리》, CICA미술관, 경기
2019 《The body is used for life, and the life is engraved on the body》, 코스모40, 인천
2018 《YOUYOUYOUYOUYOU!!!》, 플레이스막, 인천
단체전
2020 《인천 미술 청년 작가전: 그 빛을 퍼트리다》, 송도컨벤시아, 인천
2020 《젊은 미술의 현재와 미래》, 우현문갤러리, 인천
2019 《Layers of meanig》, 혜화아트센터, 서울
2019 《Gallery Nout 선정작가 특별전》, 갤러리 Nout, 서울
2018 《상대적 모양》,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18 《부스》, 북서울꿈의숲 아트센터, 서울
2017 《Re-born》, 한전아트센터, 서울
2017 《肉時RULE》, 갤러리 그랑쥬, 서울
프로젝트
2021 공공미술프로젝트 우리동네미술 《사람in 스튜디오》, 인천남동구 청년 미디어타워, 인천
2020 이머시브 시어터 연극 《Gulliver’s Travels》, 무대미술/의상감독, 미림극장, 인천
2020 다큐멘터리 <사랑이 넘치는 도시> 연출, 감독

# Q&A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A. <몸은 생에 쓰이고, 우리는 몸에 삶을 쓴다>(unit 2[01-40], 2019)는 사람의 신체에 새겨진 흔적들을 이미지로 채집하여 그 속에 기록된 이야기를 나열한 스티커 작품이다. 벽면에 빼곡히 걸려있는 원형의 이미지들은 멀리서 보기에 언뜻 행성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서 보면 그때야 비로소 이것이 누군가의 껍데기, 즉 피부에 새겨진 흉터란 걸 알 수 있다. 관객들은 마음에 드는 익명의 이미지를 골라 구매할 수 있으며 그 후 상단에 새겨진 QR코드를 통해 그 흔적에 새겨진 이야기를 소유할 수 있다.
개인은 존재의 가치를 잃은 채 필요에 의해 사용되고 필요에 의해 처분되는 소모품적인 삶을 살아간다. 세상의 부품이 된 이들은 자신들의 삶에서도 배제된 채 상실의 연속만 경험할 뿐이다. 그렇게 ‘생(生)’에서 ‘사(死)’로 진행되는 삶의 연속에서 우리는 육신(肉身)을 소비하고 수많은 흔적을 신체에 새긴다. 인생은 오롯이 개인의 몸에 기록되며 개인만이 그 기록을 읽을 수 있다. 타인은 개인의 삶이 아닌, 단순히 표면적으로 표기된 흔적만을 시각적 이미지로 포착할 뿐이다. 나 역시 그들의 자서(自敍)와는 분리된 하나의 타인으로, 표면의 이미지 너머 ‘명(命)’에 새겨진 개인의 이야기를 채집하고자 하였다.

<몸은 생에 쓰이고, 우리는 몸에 삶을 쓴다> unit 2[01-40] ⓒ공지선
강접 유포지에 원형 디지털 프린트, PVC 비닐, 트레싱지,
웹사이트; QR코드로 접속 가능한 40페이지의 웹_가변설치, 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전형적인 메디푸어(medi-poor) 가정에서 성장하고 살아왔다. 생존을 위해 자아가 배제된 노동을 지속하였으며, 필요한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하고 생존을 위한 도구를 구매하였다. 그러고 또다시 도구가 되어 현장에 노동력을 제공하였다. 거대한 사회에서 사물화가 된 우리 인간은, 존엄성이 배제된 채 사용물이 되어 주관적 삶에 객관성을 부여한다. 현대인 대부분은 ‘생(生)’이 아닌 ‘명(命)’의 지속으로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나는, 사회의 도구로 사용되고 소멸하는 개인의 삶과 그 삶을 지속하기 위한 요소들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 마주하는 모순점과 소모로 집중되는 소비의 모습을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반영해 작품화하고자 하였다. 전시에 오면 관객들은 먼발치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단순한 관객의 역할을 넘어서 함께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직접적 개입자가 된다. 이것들이 내게는 영감이 되고 작업을 지속하는 원동력이다.

<남겨진 문제들 2 Remained problems 2>, 폐양초와 나일론 실, 가변설치, 2019 ⓒ공지선
삶의 지속적인 허망함을 폐양초로 표현한 작품으로, 관객들이 공간을 방문하여 양초로 만든 구슬을 직접 꿰어볼 수 있게 연출하였다.
<Choice_Mixed media>, 가변설치, 2019 ⓒ공지선
관객이 소지한 물품을 내려놓고 무작위로 코인을 뽑아 무작위로 기계를 선택, 무작위로 작품을 뽑아볼 수 있게 연출한 작품
<두근두근_영수증>, 열 인쇄한 용지(감열지)에 에탄올, 가변설치, 2020 ⓒ공지선
영수증 용지에 에탄올을 뿌려 도시의 왜곡된 하트의 이미지를 직접 정화하는 작품

Q.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A. 채집하고픈 이야기는 여전히 곳곳에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여전히 많다. 마주하는 상실의 순간에 침묵하지 않고 쉴 새 없이 목소리를 내고 싶다. 현상을 묵인하지 않으며, 조용해지지 않는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다.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내 작품에서 개인의 삶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록되며 그 기록의 과정에는 개인의 삶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타인인 ‘나’의 사유가 개입된다. 현시대에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일차적 시각 이미지인 육신(肉身)에서 비롯된 사유는 물성에서 멀어져 이야기에 가까워질수록 육(肉)과는 상관없는 물건(物件)으로 변형된다. 이렇게 작업으로 재구성된 그들의 개인적 삶은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보이고 상기된다. 그 속에서 이들은 더욱더 도구화되고 과장된 채 타인에게 보이고 스스로를 판매하며 누군가의 소유가 되는 아이러니를 반복한다. 앞으로 나는 작품을 통해 사회가 분류하는 통계에 묶여 이용되고 소멸하는 생(生)들의 조소 받는 저항에 대하여, 언급 없는 영향에 대하여, 순응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상황에 놓은 개인의 감정을 표정을 통해 마주해 보고자 한다.

Q.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송도에 위치한 아트센터인천을 등지고 바라본 모습, 2020 ⓒ공지선

A. 인천은 소란과 고요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내 영감의 대부분은 사람들이 살을 맞대고 사는 복잡한 생의 현장이지만 그곳에서 한발자국만 벗어나면 너른 물이 넘실거리는 고요가 있다. 해 질 무렵 아트센터 인천을 등지고 그 물결을 바라보고 있자면 뜨거운 붉은 것이 아래로 점차 스러지는 걸 볼 수 있다. 미간에 주름을 지고서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그 풍경은 눈이 부셔 나를 그대로 태우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이곳에서 멀어지는 낮의 시간을 지켜보며 쉴 새 없이 노트를 작성한다.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은 곳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등 뒤엔 긴 그림자를 만드는 마천루들이 즐비하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배헤윰

배헤윰은 물질로서의 회화를 바라보면서 그가 그린 그림이 관람자가 알고 있는 대상으로 곧장 연결되는 객관적 거리를 조절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던 이전의 작업 방식에서 작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추상회화의 불가해한 요소들이 만들어 내는 부분들을 활용한 암호적인 말하기를 실험 중에 있다. 우리 앞에 진행되고 있는 어떤 현상을 이성적으로 정보화하지 않고서 인지하는, 원초적 시지각을 추상 회화를 통해 복원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최근 두산 갤러리(서울, 2019), 하이트 컬렉션(서울, 2018), 학고재(서울, 2018),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서울, 2016)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하였고, 개인전 《Fyka Foretold…(예지하는 파이카)》(서울시립미술관 SeMA창고, 서울, 2021), 《꼬리를 삼키는 뱀》(OCI미술관, 서울, 2018), 《Circle to Oval》(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서울, 2017) 등에서 작업을 선보였다.

<건설은 되지 않은 건축>, 캔버스에 아크릴, 130.3×112.2cm,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회화를 이해하는 동시대의 시지각적 방법론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러한 관심의 바탕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훈련된 보편적인 관점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회화의 여러 양식에 관한 시지각적 관점 사이의 격차에 대한 흥미가 있다. 이전부터 영상에 담긴 시지각적 대상과 그것이 반영된 회화, 그리고 화가로서의 나의 포지션을 짚어보는 실험을 이어왔고, 최근 수년 동안은 해석적 접근이 어려운 추상 회화의 표현적인 특성을 더욱 드러내고 그것을 읽어내는 가독력을 실험해보고 있다.

《Form/Less》, Whistle, 서울,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대표작이라기보다는 현재 작업 방향과의 연관성을 기준으로 삼아 말하자면, 2019년 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Whistle(휘슬)에서 진행된 2인전 《Form/Less》에서 전시한 그림들을 꼽을 수 있겠다. 해당 작품들을 창작할 당시, 앞서 언급한 여러 관심들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실험의 조건들을 보다 상세하게 정립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대상을 특정하고 관찰하는 것보다는 나를 정보 문맹으로 상정하고 시작하는 태도를 창작의 시작점으로 삼는 것과 그림을 보는 체계나 생각의 구조를 건축 설계안을 그려내듯 평면에 옮기려는 접근 방식의 정립으로 말할 수 있겠다.

좌) <랜딩>, 캔버스에 아크릴, 145.5×112.2cm, 2018/ 우) <칸 이동 중>, 캔버스에 아크릴, 130.3×130.3cm, 2018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내게 영감이랄 것은 딱히 없지만, 잃지 않고자 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나는 모르는 것을 그대로 두고 바라보려고 한다. 모르는 것을 이해가 쉬운 것 혹은 사용 가능한 것으로 변환시키지 않고, 아직 시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대상을 향해 다가갈 수 있는 동력을 발생시키는 편이다.

<꼬리를 삼키는 뱀>, 종이, 액자에 아크릴, 67×57.1cm, 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내게 창작은 다른 삶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도록 돕는 지적 활동과 같다. 나는 스스로를 나의 그림을 보는 최초의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의 면면을 모두 안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지양하는 편이다. 일상적인 언어로 나누는 대화에서도 오해가 생기기 때문에, 창작이라는 비일상적인 방식의 소통과 대화에서 생겨나는 오해의 가능성 역시 흥미롭게 생각하는 편이다.

좌) <아쿠마>, 캔버스에 아크릴, 145.5×130.3cm, 2018/ 우) <스키양>, 캔버스에 아크릴 과슈, 60x50cm, 2019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나는 작업 방향을 정해놓고 창작을 시작하는 편은 아니라 상세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작품에 관하여 생성되는 예상치 못한 방향을 기대하고 반가워하는 편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태도를 유지할 것 같다. 회화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과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정진하고자 한다.

<뼈대만 남은 대화>, 캔버스에 아크릴 과슈, 목재, 고무, 60.3x52cm,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 작가에게 제공 받은 인터뷰 글을 바탕으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르네신, Rene shin

이름: 르네신, Rene shin (본명: 신은혜)
출생: 한국
분야: 미디어아트
인천과의 관계: 인천거주
작가정보: reneshin.com

개인전
2019 <밀레니얼 핑크>, The research house for asians art, 시카고
2019 <밀레니얼 핑크>, 아트스페이스 이색, 서울
단체전
2020 <abstract>, Arc Gallery, 시카고
2019 <Florence Biennale>, Fortezza da basso, 피렌체
2019 <Moving Image 00:05>, Heaven Gallery, 시카고
2019 <Hip A Seoul>, 시카 뮤지엄, 서울
2018 <Berlin presentations>, 베를린
2018 <Nobody comes, nobody goes>, 시카고
프로젝트
2019 <Hip-A 서울 다큐멘터리>, 서울
2019 <Woman rights in South Korea >, 웨이보 웹사이트, 중국
2018 <베를린 레지던시>, 베를린

# Q&A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A. <자신을 편안하게 하세요 Make yourself comfortable>(2018)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편안함의 정의를 찾는 비디오 작품이다. 이 작품은 나를 비디오아티스트로 알리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미국 시카고에서 이탈리아 피렌체까지 작품과 동행하며 나를 작가로서 소개했다. 당시, 비디오아트의 재료와 소재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작품이 가져온 전시경험들은 혼란이 많았던 프로세스를 바로잡는 역할을 했다. 레지던시를 위해 처음 방문한 도시 베를린에서 느낀 편안한 감정에 이끌려 작품을 자연스럽게 엮어내었다. 다양한 작가들의 영감의 장소에서 그들과 소통하며 리서치한 ‘편안’을 나만의 흐름대로 영상을 오가닉한 패턴으로 자르고 붙여 만든 그 과정이 달고 짰다.

<자신을 편안하게 하세요: 발췌한 이미지 Excerpt Image of Make yourself comfortable>, 영상, 4분 15초, 2018 ⓒRene shin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개인전 <밀레니얼 핑크 Millennial Pink>(The research house for asians art, 시카고, 2019)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 많이 발생하는 몰래카메라 촬영 행위를 메타포로 삼아 행위예술, 사진, 영상, 설치 미술 등 다양한 포맷으로 주제에 접근했다. 한국사회에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주제를 작품으로 유머로 승화시키고 싶었다. 당시, 주 활동무대가 미국이었기 때문에 외국인이 잘 소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로 재밌게 풀고 싶었다. <밀레니얼 핑크>는 시카고에서 시작해 서울에서 끝낸 전시이다. 미국인에겐 새로운 사회문제, 한국인에겐 보기 껄끄러운 주제였다. 문화와 환경의 차이로 나라마다 관객의 리액션이 달랐다. 이러한 점이 이 전시를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밀레니얼 핑크 Millennial Pink> 전시 포스터 ⓒRene shin
<밀레니얼 핑크 Millennial Pink> 전시장 전경 ⓒRene shin
<무제 Untitled>, 설치미술, 영상, 8분48초, 2019 ⓒRene shin
<밀레니얼 핑크 #1>, 사진, 2019 ⓒRene shin

Q.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A. 각자 가지고 있는 인생의 아픔들을 승화시키는 방법이 있지 않은가. 그것이 나에게는 예술이다. 작가로서 생기는 욕심이라면 관객이 내 작품을 보고 웃는 것이다. 내 유머를 작품에 녹여 설득시키고 싶다. 재치 있는 예술가가 꿈이다.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갤러리가 아닌 개방된 장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미디어아트를 설치하기 위한 최소한의 어둠이 있는 장소라면 어디든지 시도해보고 싶다. 인천문화통신3.0을 계기로 송도달빛공원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를 해도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기술을 활용하는 미디어아트 재료 중 3D로 작품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다른 창작의 유쾌함을 주는 3D가 지금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재료이다.

Q.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A. 밤에 송도달빛공원 물가를 지나다 보면 낮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물과 빛, 형태가 계속 바뀌는 물질의 변화가 재미있다.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며 영감의 갈증을 해소하려는 예술의 굴레와 오버랩(overlap) 하는 요소가 이 장소를 계속해서 찾아가게 만든다.

송도달빛공원 야경 ⓒRene shin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최리나

최리나는 한국과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사운드 설치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런던의 영국왕립예술대학에서 조각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경기대학교에서 환경조각 학사학위를 받았다. 최리나의 작업은 한 사회 안에서 각기 다른 개인이 자신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출발한다. 작가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강요나 헤게모니(hegemony)에 대한 거부감이 각자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드러내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주로 인터뷰나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그 목소리를 변형하여 스피커 위에 진동으로 남긴다. 청각적 요소를 제거한 목소리는 역동적인 진동으로 시각화되어 개개인의 사적이면서 소소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Emergent Vision》, Safehouse, 런던, 영국, 2020
불협화음 오케스트라, 우퍼 스피커, 변형된 목소리, 물, 페트리 접시, 가변설치, 2020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소리를 사용하는 작가다. 주변 사람들,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나눈 대화 또는 작은 독백을 부탁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녹음한다. 녹음된 소리는 옥타브만 남도록 변형되고, 우퍼 스피커를 통해 진동으로 변환된다. 청각적 요소를 제거하여 역동적인 진동으로 시각화된 목소리를 통해 개개인의 사적인 소소한 이야기를 전한다. 나의 실험은 한 사회 안에서 각기 다른 개인이 자신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관한 궁금증으로부터 출발했다. 나는 우리가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사회적 강요나 헤게모니가 각자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드러내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개성은 특별함이 아닌 다름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주목하지 않는, 하지만 미시적으로는 아주 중요한 개개인의 사소한 이야기들에 주목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년 전부터 나는 사운드라는 매체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영국에서 유학을 시작할 당시,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운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스피커나 사운드에 관한 지식이 없었던 나는 교내 테크니션을 찾아가기도 하고, 인터넷 동영상들을 참고하며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무지의 상태에서 지식을 쌓아간다는 것은 몹시 즐거운 일이었다. 여전히 소리와 음향기계에 대해 배우고 있다.

화상통화를 통한 인터뷰
‘What is your most recent personal event?’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졸업 전시를 위해 만들었던 <불협화음 오케스트라(The Cacophonic Orchestra)>를 대표작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 작업은 디지털 버전과 실제 설치 버전이 있다. 2020년 졸업 전시를 몇 달 앞두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다. 원래는 오케스트라 병렬 구조로 스피커를 설치할 계획이었는데, 모든 수업과 전시 또한 온라인으로 변경되었다. 3월부터 기약 없이 시작된 런던의 봉쇄상황에서, 모든 것을 실제 설치가 아니라 디지털 형식으로 바꿔야 했다. 디지털 버전에서 각기 다른 음악 악기들을 표현하는 15개의 스피커들은 각자 따로 영상으로 촬영되었고, 한 화면 안에서 오케스트라의 구조로 배치되었다. 직접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해야했던 작품인데, 실제로 만나는 것이 어려워져 영상통화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목소리를 녹음했다. “최근에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큰 걱정거리에 대해 말해줘.”라고 질문했고, 사실 모두가 집에 머물러야 하는 똑같은 상황이라 비슷한 답변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악몽, 짝사랑, 애인이나 친구 고민 등 15명 모두 다른 대답을 했다. 이것이 바로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 같은 상황, 사회 환경 속에서 모두가 똑같이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두가 다른 인생을 산다는 것. 그리고 개성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하게, 우리의 일상에 녹아있다는 것 말이다.
녹음된 인터뷰를 옥타브만 남게 변형했고, 스피커 위에서 진동만 남게 만들었다. 작은 접시에 담긴 물을 통해 진동을 볼 수 있는데, 물 위에 생성되는 패턴도 목소리의 크기, 억양, 박자 또는 음색에 따라 모두 다르게 나타난 점이 흥미로웠다. 설치된 스피커 오케스트라는 멀리서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하나씩 들여다보면 각자 다른 이야기와 소리를 갖고 있다. 목소리를 악보로 제작하기도 했는데, 악보의 생김새, 음표의 구성도 모두 다르고 독특했다. 봉쇄가 풀린 이후, 실제 전시장에 15개의 스피커와 악보를 전시할 수 있었다. 전시 장소가 오래된 빅토리아 형식의 버려진 집이었는데, 진동 때문에 건물이 흔들렸다. 같은 제작방식과 배경을 가진 작업이지만, 각기 다른 형식을 통해 선보인 작업이었다. 무엇보다 변화한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을 통해 만든 작업이었기에 의미가 있었던, 그 과정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보다 뚜렷하게 찾을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인터뷰한 목소리로 만들어진 악보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정체성과 개성에 대한 관심과 탐구는 한국 사회의 단체주의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유행은 급속도로 퍼지고,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가 따라간다. 예를 들어 계절에 따라 유행하는 옷을 모두가 입고, 유행이 지나가면 그 옷은 입기가 민망해진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하면 나도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 심리랄까. 도저히 자기만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어려운 사회처럼 보였다. 정체성을 표현하면 단체 속에서 이상한 사람이 되거나 틀린 사람이 되는 경우들을 보면서 나만의 개성과 정체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직 어떤 답을 내린 것은 아니고, 똑같음 속에서 사소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찾고 있다.
영국에서 사물 기호증(Object Sexuality), 쉽게 말해 사람이 아니라 사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다. 예를 들어 파리의 에펠탑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자신의 성을 에펠로 바꾼 여성이 있었고, 현대에 와서는 AI 로봇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린 시절의 애착 대상과 성인이 된 이후 물건에 대한 애착에 관하여 연구했다. 이것이 페티쉬(Fetish)인지 점점 더 개인주의로 변해가는 현대사회의 모습인지 궁금했다. 사물 기호증이라는 주제로 글은 썼지만, 아직 작업을 해보진 못했다. 리스본에 있는 레지던시에 머물 때 모자에 애착을 가진 소녀의 이야기를 지어내 비디오를 만든 적이 있는데, 더 나아가 사물에 대한 어른들의 사랑도 꼭 한번 다뤄보고 싶다.

《Emergent Vision》, Safehouse, 런던, 영국, 2020
불협화음 오케스트라, 우퍼 스피커, 변형된 목소리, 물, 페트리 접시, 가변설치, 2020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관객과의 소통은 나의 작업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관객들이 완성된 미술작품을 관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그리고 거시적으로 봤을 때는 아주 사소한 점에 불과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들을 나의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mergent Vision》, Safehouse, 런던, 영국, 2020
불협화음 오케스트라, 우퍼 스피커, 변형된 목소리, 물, 페트리 접시, 가변설치, 2020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노이즈 실험실>(2021)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인천 시민들과 워크숍을 통해 주변의 소리를 탐구하고 만들어내어 녹음할 예정이다. 녹음된 소리들은 영상 작업의 배경음이나 효과음으로 쓰인다. 일반 관객들이 사운드라는 매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와 더불어 인천 지역에서 여러 형태로 전해지고 있는 ‘아기장수 설화’로 영상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영웅의 출현을 기다렸지만 막상 평범하지 않은 비범한 존재의 등장에 겁을 먹거나 특이하다는 이유로 몰살시킨다. 아기장수 이야기를 현대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우리는 ‘다름’을 무서워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튀어 보이는 것을 꺼리고 우리와 달라 보이는 사람을 반가워하지 않거나 더 심하게는 차별한다. ‘다름’은 인종일 수도, 성정체성일 수도, 취향일 수도 있다.
나는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 머물며 스스로를 새로운 환경에 노출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사회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 모두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고, 모두가 직접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혼자 작업하기보다는 다른 예술가, 기술자들과 협업하고 시민들과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해보고 싶다.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발전하고 변화하는 작가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Emergent Vision》, Safehouse, 런던, 영국, 2020
불협화음 오케스트라, 우퍼 스피커, 변형된 목소리, 물, 페트리 접시, 가변설치, 2020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linaaa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