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훈

안상훈은 가시적 형상을 재현하는 방식을 벗어나 순수 조형의 점, 선, 면, 색채로 화면을 구성하는 회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작가가 30대 초반 독일에 머물며 작업한 일련의 회화 작품은 작가 주변의 풍경에서 선택한 소재를 모티브로 풍경 자체와 자신의 정체성을 주제로 작업한 것들이다. 그 이후 회화성에 대한 본격적인 질문으로 회화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한다. 다양한 기하학적인 조형요소들이 뒤엉켜 그리고, 지워져 일종의 구조이자 이미지인 추상적 형태로 귀결되는 그의 회화 작업은 어떠한 본질적 형태를 추구하거나 축약하는 것이 아니고, 내적 에너지를 평면 위에 쏟아내는 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바라보고’, ‘인식하고’, 그리기 행위를 통해 표출하게 되는 그 ‘과정(process)’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캔버스나 종이 위에 그리는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과정’과 무형의 이미지에 대한 시각적 기억과 경험이 개입된 ‘결정(choice)’ 자체에 주목하며 회화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자신에게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어떤 정해진 해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는 가벼움과 진중함 사이에서의 회화적 긴장감을 유지하고자 하며,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지니면서 머물지 않고 흐르기 위해 작업한다. 그래서 안상훈의 회화는 언제나 진행형이다.

[GOOD; PAINTING] 전시전경, 보강비닐위에 혼합재료, 창고갤러리, 인천아트플랫폼, 2017

The Second Quarter, 145×112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7

직경 18센티미터, 145×112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7

We love having a good laugh, 115×90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7

종이위에 혼합재료, 2016-201

Black T, 150×130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6

<아스팔트위에는 빵이 자라지 않는다.> 전시전경, Kreis미술관, Osterburg, 독일, 2016

Colorful Dream, 100×85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6

 

작가노트

헤매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결정의 순간을 만나게 되고, 이 결정(무형의 이미지에 대한 시각적 기억과 경험이 개입된)은 스스로 낯선 자극을 일으켜 새로운 프로세스의 또 다른 밑바탕 역할을 한다. 즉흥성을 열어두며 과정과 결정이 그림 자체에 직접 관여하여 뱉음과 들이마심, 놓아줌과 닫음의 반복만으로도 어느 순간 화면은 긴장감을 통해 새로운 감성을 일으키고 더 이상 사소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익숙한 낯섦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기존 미술사조에 쉽게 정의되지 않는 새로운 회화가 캔버스라는 2차원 평면 안에서 시각적 평온함과 낯섦의 간극으로부터의 모호함을 동반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감정을 생성시키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불가능한 무언가를 가능하게 할 것이고 아마도 그것은 작고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화면 안에서 그림을 위한 저마다의 역할을 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이것은 추상이 아니다 형상도 없다. 나의 회화는 그렇게 원래 존재했던 것들일 수도 있지만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몽글몽글한 새로운 무엇인가일 수도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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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수

안경수는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장소에서 머물며 매 장소의 풍경들을 작업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그는 풍경의 경계를 유심히 살피고 이렇게 발견된 장면의 막(layer)을 회화화하는 작업을 한다. 그는 ‘회화 표면의 물성과 원본(풍경)과의 불균형적 관계’ 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우리는 풍경의 경계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찾고자 한다. 상시로 거주하는 장소의 경계성을 규정하고 경계의 안과 밖, 나아가 작가와 풍경 사이의 그림이라는 임의의 경계(막)를 통해서 대상에 대한 간섭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 그림과 풍경의 겹침으로 장면을 흔든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다수의 문화가 섞여서 만들어낸 인천의 독특한 도시성과 구조물을 리서치하고 이를 각각의 레이어로 나누어 회화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그중 일부는 완성된 그림과 실제 풍경의 겹침을 시도하여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도시 내에 존재하는 경계로 들어가는 작가 특유의 방식이다.

막, 156x277cm, acrylic on canvas, 2017

factory, 180x460cm, acrylic on canvas, 2017

부표, 230x180cm, acrylic on canvas, 2017

광고판, 135x180cm, acrylic on canvas, 2016

옥상, 135x180cm, acrylic on canvas, 2016

슈퍼마켓, 135x180cm, acrylic on canvas, 2016

정물화, 180x135cm, acrylic on canvas, 2016

전야, 230x360cm, acrylic on canvas, 2016

 

작가노트

나는 그동안 주변에서 유심히 목격하게 되는 풍경을 회화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풍경의 경계 혹은 막(layer, Membrane)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연희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경험한 시각적 체험 때문이었다. 철거 중인 건축물의 풍경, 그 위에 덥힌 파란색 가림막, 그리고 그 앞을 가로막고 있는 바리케이드와 그곳에 그려진 풍경화가 있는 모습은 내가 도시 속 한 풍경에서 발견한 세 개의 막이었다. 작업 내에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개념으로서의 ‘막’은 ‘풍경의 경계(barrier)’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살았던 부산 동네의 집과 그곳의 재건축 풍경, 과거에는 익숙했지만 낯설어진 모습을 드러내는 풍경, 집 바깥과 안을 연결하는 화단과 같은 시간상 혹은 공간상의 경계들은 내가 그리고자 하는 풍경을 선택하는 데에 주요한 기준이 된다. 내가 머문 장소들(집 혹은 레지던시 지역) 중에서 선택한 풍경들은 ‘막’ 혹은 ‘경계’를 드러낼 수 있는 내적 컨텍스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상의 풍경과는 거리가 있다. 나는 이 풍경들을 가능한 한 사실적으로 캔버스 위에 그리고자 노력하며 결과적으로는 그린 풍경의 일부가 그 모본(母本)이 되는 실제 풍경이 일부로서 기능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조화일 수도 있는 동시에 부조화이며, 부조화일 수 있는 동시에 조화인 것으로서 그 자신을 스스로 대변하는 캔버스이기도 하다.

풍경과 풍경의 경계를 갈라놓았던 바리케이드는 장면들을 선명하게 분리하는 동시에 너머의 장면과 관계를 연결하는 막이 된다. 막이라는 대상을 통해 규정된 풍경의 태도를 관찰하게 될 때 그 장면은 여러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막은 관계의 시작이 되며 동시에 경계 사이의 매질이 된다. 여기서 막-membrane은 특정 장소 사이의 풍경과 그림을 그리는 과정 사이에 교차하는 문제에서 시작된다. 나는 그런 막이라는 닫힌 상태와 유기적, 물리적인 너머의 막과 관계 가능한 상태를 주목한다. 나는 이러한 막으로서의 장면을 화면의 소재로 불러들임으로써 풍경의 안과 바깥을 재인식하는 대상으로 규정하고자 한다. 풍경의 경계 너머에 있는 공백의 장면은 도시 사이의 경계이며 틈이다. 그곳은 어떤 특정한 가치들을 상실한 부유하는 대상들의 집합장소이다.

나는 여러 곳에 머물며 이주를 거듭하는 동안 풍경의 경계를 유심히 살피고 이렇게 발견된 장면의 막(layer)을 회화로 작업해 왔다. ‘회화 표면의 물성과 원본(풍경)과의 불균형적 관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동시에 ‘우리는 풍경의 경계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항상 어떻게 대답이 가능할 것인가를 작업을 통해 고민해 오고 있다. 나와 풍경 사이의 그림이라는 임의의 경계(막)를 통해서 대상에 대한 간섭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 그림과 풍경의 겹침으로 장면을 흔든다.

나는 여러 곳에 머물며 이주를 거듭하는 동안 풍경의 경계를 유심히 살피고 이렇게 발견된 장면의 막(layer)을 회화로 작업해 왔다. ‘회화 표면의 물성과 원본(풍경)과의 불균형적 관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동시에 ‘우리는 풍경의 경계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항상 어떻게 대답이 가능할 것인가를 작업을 통해 고민해 오고 있다. 나와 풍경 사이의 그림이라는 임의의 경계(막)를 통해서 대상에 대한 간섭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 그림과 풍경의 겹침으로 장면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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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스케 쿠로다 (黒田大祐)

분꽃나무에 대하여
가변설치, 전기선풍기, 조화, 영상, 2016

바람
가변설치, 전기선풍기, 나무, 복합매체, 2011

동풍(東風)
가변설치, 전기선풍기, 나무, 2014

다이스케 쿠로다는 교토에서 출생하여 일본 히로시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설치미술 및 미디어아트 작가이다. 그는 요코하마의 뱅크아트1929와 인천아트플랫폼이 맺은 협약에 따라 국제교류 프로그램의 입주작가로 선정되어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 인천에 머문다.

“코노우라의 오오지지 신사 사총*에 자생하고 있는 분꽃나무는 형태상 특이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새의 종자 산포로 인해 1회성으로 퍼진 것인지 아니면 과거 연속분포의 흔적으로 자연적 혹은 인위적인 식생변화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것인지.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임은 분명하다.”
*사총: 일본 신사에서 신전과 신사 경내를 둘러싼 숲
카타모토 츠요시, 「쇼도시마의 분꽃나무에 대하여」(가가와 생물학회, 1979) 중 발췌

위 논문에서 설명하고 있는 분꽃나무는 한국 남부 지방과 일본 규슈의 쓰시마, 주·시코쿠, 세토 내해 주변의 한정된 지역에서 자생한다. 작가는 분꽃나무의 특이한 분포 지역에 착안하여 2016년 쓰시마섬과 경상도 지방 일대에서 현장 답사를 통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분꽃나무에 대하여>는 그러한 분꽃나무에 관한 리서치 기록으로 이뤄진 설치 및 영상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분꽃나무가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다. 자연물과 문명화의 관계에 관한 궁금증을 갖는 그의 접근방식은 2012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발생한 것이다.

그의 대표작 <동풍(東風)>은 150개의 선풍기를 설치하여 이룬 작업으로서 죽어있는 공간들을 활성화시키는 ‘바람’을 만들어낸다. 교토 지역의 오래된 여관에서 전시한 2011년작의 <바람>도 더 이상 사람이 머물지 않는 공간에 진동과 바람을 생성한 작품이다. 이처럼 작가의 주요 모티프인 바람은 무언가를 활성화시키는 존재로서 주로 선풍기라는 오브제로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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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변설치, 자체제작 호버크래프트, 나무, 종이, 렌즈, 2013

어느 날 비행기
영상, 30분, 2010

히로시마의 돌들에게 묻기
영상(50분), 돌, 인터뷰, 2014

삿포로의 눈에게 묻기
영상, 15분, 2015

삿포로의 눈이 말을 한다
가변설치, 눈, 오디오, 2015

<선(仙)>은 작가의 박사학위논문의 주제이기도 했던 일본의 근대 조각가 헤이하치 하시모토(Heihachi Hashimoto)의 작품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계기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자체 제작한 호버크래프트 위에 그가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을 설치하여 집과 호버크래프트가 물에 뜬 상태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도록 만들어졌다. 그 앞에는 가까이 있는 물체를 멀리 있어 보이게 하는 대형 오목렌즈가 있다. 렌즈 안에서의 호버크래프트와 그 위의 집은 미동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목렌즈 실제의 설치물은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물체가 가까이서 보면 생동하고 있는 상태를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의 2010년작 <어느 날 비행기>는 퍼포먼스 및 영상작품으로 작가가 미리 비행기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실크스크린을 유리창 위에 대고 입김을 불면 잠시의 시간 동안 유리 위에 비행기가 새겨지는 장면을 영상으로 담았다. 작가는 히로시마를 가로지르는 모노레일 창문 위에 이러한 비행기를 새기는 일시적인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역사를 전달하는 일이 지니는 어려움을 표현하고 하였다. 이처럼 그는 히로시마 지역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을 소재로 하는 작업들을 2012년까지 지속하였다. 

2014년의 <히로시마의 돌들에게 묻기>는 그가 새롭게 초점을 맞춘 자연물에 대한 관심과 기존의 역사성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 혼합된 형태로서 히로시마의 돌들을 인터뷰하는 컨셉으로 제작되었다. 이후 그가 진행한 <삿포로의 눈에게 묻기>와 <삿포로의 눈이 말을 한다>는 이후에 등장할 <분꽃나무에 대하여>와 같은 선상에 있는 작품으로서 삿포로에 내리는 혹은 내린 눈에게 질문을 하고 눈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바람
가변설치, 조화, 철수세미, 인조모피, 기계, 2015

삿포로 풍경
가변설치, 실크스크린, 영상(7분), 2015

2015년의 <바람> 작품은 선풍기가 아닌 꿈틀거리는 조화(造花) 덩어리, 철수세미 덩어리, 인조모피 덩어리를 전시장 곳곳에 설치하여 또 다른 공간의 활성화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작품 속 오브제들이 실물 공간에 일으키는 신선한 바람은 기이하면서도 흥미로운 광경을 연출한다.

같은 해에 제작된 <삿포로 풍경>은 2010년작 <어느 날 비행기>와 같은 실크스크린-입김 기법을 활용한 작품으로서, 삿포로에 이주한 사람들이 각각 자기 고향에서 자생하는 나무를 심었다는 역사적 이야기를 재해석하였다. 작품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삿포로의 어느 우거진 숲이 보이는 창문 위에 자신의 실크스크린 나무를 입김으로 만들면 잠시 동안 그 나무는 삿포로의 실제 풍경과 어우러진다.

 

작가노트

나는 교토에서 태어났고 히로시마시립대 조소과에 입학하면서부터 히로시마를 기반으로 활동하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주로 히로시마와 세토우치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소재로 작업을 하였다. 그러나 원전 사고 이후에는 조화(調和), “문명화된 것들”과 “자연적인 것들”의 관계를 탐색하는 것을 주제로 하는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쓰시마섬과 한국에서 현장 작업을 진행하였고 관련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지리학적 특징과 문명화의 관계를 보여주는 키네틱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이 작업들에서 나는 이미지와 전자제품을 활용하였다. 이외에도 나는 조각매체 연구와 더불어 일본의 근대 조각가 헤이하치 하시모토(Heihachi Hashimoto)에 관한 연구, 아티스트 콜렉티브 ‘팀 야메요’를 이끄는 활동, 대안미술공간 히로시마아트센터를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무는 3개월(6~8월) 동안에는 인천의 지리학적 특징과 환경을 바탕으로 한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는 8월 12일부터 8월 20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창고갤러리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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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야메요
히로시마아트센터




정석희

정석희는 드로잉, 회화, 영상작품을 통해 인간 실존의 문제들을 담대하게 다뤄왔다. 그는 소소한 일상적 언어와 풍경을 통해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서사에서부터 현실과 비현실, 갈등과 대립 등 인간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폭넓은 관점으로 작업에 담는다. 특히, 작가는 수많은 형상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모아 하나의 영상 회화로 만드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며 과연 ‘회화의 완성은 어디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그는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순수한 꿈과 일상, 깊은 사유 속의 심상들을 수백 장의 드로잉, 회화에 담아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고, ‘영상 매체’를 통해 두터운 시간의 층위를 더하며 회화의 가능성을 실험해 나간다.

들불
영상 회화, 45개의 화화 이미지로 구성, 3분 7초, 가변크기, 2017

들불
영상 회화, 45개의 화화 이미지로 구성, 3분 7초, 가변크기, 2017

들불
영상 회화, 45개의 화화 이미지로 구성, 3분 7초, 가변크기, 2017

위 작품 <들불>의 ‘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세계, 그 안에 몸담은 모든 생명과 자연을 품고 있는 현장이며, ‘불’은 하나의 현상으로서 생명을 타오르게 하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고통과 아픔, 희망을 이야기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일상의 풍경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통찰하려는 것으로 이상향으로서의 들판이 갖는 공허함과 허무함,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하는 과잉, 속도의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현대인들의 숙명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수백 장의 평면회화가 함축된 영상회화 안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물감의 흔적과 종이의 질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전통회화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구럼비 
영상회화, 152개의 회화 이미지로 구성, 2분 10초, 가변크기, 2014

구럼비 
영상회화, 152개의 회화 이미지로 구성, 2분 10초, 가변크기, 2014

구럼비
영상회화, 152개의 회화 이미지로 구성, 2분 10초, 가변크기, 2014

flickering
영상회화, 241개의 회화 이미지로 구성, 3분, 가변크기, 2016

flickering
영상회화, 241개의 회화 이미지로 구성, 3분, 가변크기, 2016

flickering
영상회화, 241개의 회화 이미지로 구성, 3분, 가변크기, 2016 

 

작가노트

나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부딪히는 사소하거나 심각한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의문을 작업의 주제로 삼는다. 인간의 본질, 삶과 죽음, 불안, 고통, 소외, 근원적인 외로움 등의 실존적인 문제에서, 인간이 인간과 관계를 갖고 살아가면서 파생되는 정치, 사회, 환경적인 문제까지, 포괄적인 것에서 개별적인 것까지, 집단적인 것에서 개인적인 것까지를 담는다. 나의 영상회화, 영상드로잉 작업은 회화나 드로잉에 그 바탕을 두고 있고, 수없이 많은 그림이 그려지고 지워지면서 한 편의 영상회화, 영상 드로잉작업이 완성된다. 한 컷 한 컷 진행될 때마다 컷과 컷을 사진으로 찍고 그 과정의 흔적들은 소멸하면서 최종은 하나의 드로잉, 회화로 남는 것이다.
작업의 형태는 드로잉, 회화가 움직이며 변화하는 애니메이션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나는 작업을 하면서 완전한 이야기나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지 않는다. 우연한 사유와 감각, 유동적인 흐름에 따라 작업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큰 서사의 틀 속에서 자유롭게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나는 드로잉이나 회화가 이야기의 구조를 갖고 움직이며 변화하면서 사람들에게 감동과 새로움을 전달 해줄 수 있다는 것에 흥분과 큰 희열을 느낀다. 물론 그 작업의 과정은 무한한 인내와 끈기를 요구하지만, 나는 이 형식의 작업을 꾸준히 지속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계속 도전할 것이다.

* 정석희는 한성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으며, 뉴욕공대 대학원 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2016년 <시간의 깊이> (OCI 미술관, 서울)을 포함하여 13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2015년 <무심> (소마드로잉센터, 서울) 등 60여 회의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현재 인천아트플랫폼 2017년도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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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우양(李瀏洋)

네모 테이블 The Square Table
100×100×80cm, 기기 설치, 전자 기계, 나무, 먹물, 물,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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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는 소리 Barking (설치 구역 지도)
이동식 스피커, 영상,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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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은 60초 One Minute Is Sixty Seconds와 파파파 Pah Pah Pah (설치전경)
360×360×90cm, 가변설치, 모터 시스템, 금속 스텐트, 알루미늄 합금 봉, 2015

 1분은 60초 One Minute Is Sixty Seconds

리 리우양은 1988년 중국 허난성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고 쓰촨미술학원 졸업 후 충칭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일상적인 것을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듦으로써 일상적인 것에 대한 태도와 생각을 환기시킨다. 학생 시절에 제작한 작품인 <네모 테이블 The Square Table>은 표면에 먹물이 담기도록 특수 제작한 테이블에 이동하는 작은 기계를 띄워서 기계가 파동을 일으키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이다.
도심에 이동식 스피커를 설치하여 개 짖는 소리를 틀고 다니는 <짖는 소리 Barking>은 작가가 어린 시절 시골에서 들었던 개 짖는 소리, 즉 개들의 소통 방식을 도심으로 옮겨놓은 작업이다. 흔히 들어왔던 똑같은 개 짖는 소리이지만 도심과 시골의 문화 차이 때문에 도심에서 듣게 되는 개 짖는 소리는 이상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만든다.
작품<1분은 60초 One Minute Is Sixty Seconds>은 시간의 개념을 공간화한 작업이고, <파파파 Pah Pah Pah>는 인간들의 모습을 1만 개의 작은 공으로 형상화하여 거대한 판 위에서 위아래 좌우로 튀어 오르도록 제작한 작품으로 한공간에 나란히 설치된바 있다.

파파파 Pah Pah Pah

나부낌 1 Flapping 1
가변설치, 자동 센서 기기, 사운드, 2016

나부낌 1.1 Flapping 1.1
가변설치, 자동 센서 기기, 사운드, 2016
[설치 영상 보기]

그의 대표작인 <나부낌 Flapping>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실내에 설치한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작가의 고향에 있는 나무 한 그루에 설치한 작품으로, 작가는 자신의 할아버지 목소리를 담은 무수한 양의 자동으로 반응하는 소리 센서를 설치하였다. 야외에 설치된 <나부낌 1.1>에서 나무에 달린 센서들은 바람과 햇볕의 변화에 따라 작가의 할아버지 목소리로 “나뭇잎이 나부낀다”라는 소리를 낸다. 작가는 실제로 바람에 나뭇잎들이 나부끼는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전자 기기로 나뭇잎이 나부낀다고 말하는 현상을 연출하였다.
개인작업 외에도 리 리우양은 실험성과 새로운 표현방식을 추구하는 뉴미디어아트 그룹 ‘X SPACE’ 멤버로 활동한다.  ‘X SPACE’는 총 5명의 아티스트와 엔지니어(사운드, 미디어)로 이루어졌으며 영상, 조명, 공간 설치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대표 작업으로는 중국 충칭에서 열린 일렉트로닉 음악 페스티벌의 야외 공간에 디자인하고 설치한 복합매체(설치 및 미디어) 작품과 철제 설치 작업인 <호흡 Breathing>(설치, 미디어, 사운드)이 있다. 리 리우양은 현재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면서 ‘바다’를 소재로 한 작업을 구상 중이고 8월에 완성된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작가노트

나는 198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났고 충칭에서 주로 활동한다. 쓰촨미술학원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전공(BFA, 2016)하였으며 멀티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아트, 비디오아트, 조각, 사운드아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제작 및 연출한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기간 중에도 멀티미디어 형식의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바다를 소재로 한 작업을 구상 중이며 설치 및 촬영을 거쳐 완성한 영상작품을 오는 8월 중 인천아트플랫폼 창고갤러리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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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승욱

안정적 불안정성 고립주의의 환상 속에서
60×60×135cm, 자작나무, 음향, 아연도금강, 알루미늄, 2016

안정적 불안정성 – EXIT
240×360×30cm, 아연도금강, 와이어, LED, 적동, 2016

Object-a, instability
167×139×172cm, 구조목,아크릴,광목,운반대, 2016

심승욱은 1972년 서울에서 출생, 홍익대학교와 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조각을 전공하였다. 작가는 조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시각 매체를 통해 인간 욕구의 결핍과 과잉 속에서 경험되는 사회현상에 주목한다. 표면적 안정 속에 비가시적으로 잠재해 있는 불안정, 타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와 자기 보호 차원에서의 고립주의의 문제 등 시의성 있는 여러 가지 내용을 재해석하여 작품으로 표현해 오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이곳의 장점인 타장르 예술과의 협업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 인천의 역사와 일상의 삶 속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구축 혹은 해체하면서, ‘과잉과 결핍 속에서의 욕구’ 또는 ‘안정적 불안정’이라는 테마의 큰 틀 속에서 새로운 표현의 방법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Welcome aboard!
LED조명,합판,동작감지센서,형광물감,수평자, 2015

부재와 임재 사이
가변설치, 구명환, LED전구, 2015

부재와 임재사이
175×111cm, 람다프린트, 2015

부재와 임재 사이
가변 설치, 초산비닐수지,구조목,알루미늄,확성기,아크릴릭, 2015

구축 혹은 해체
140×140×165cm, 초산비닐수지,구조목,우레탄 바퀴, 2014

구축 혹은 해체
245×230×210cm, 초산비닐수지,구조목,카드보드지,아크릴릭, 2013

 

작가노트


나의 작품은 상호 양립 불가능한 구축과 해체의 행위를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나는 이 작품에서 무가치하게 뒤엉킨 폐기물 더미 혹은 동시에 매우 잘 꾸며진 장식처럼 보이는 불분명한 형태를 만들어 상호 대립하는 양면적 가치를 하나의 작품에 담으려 했다. 나는 작품, ‘구축 혹은 해체’에서 우리의 일상은 그 경험 속에서 명확히 규정할 수 없고 구분 짓기 어려운 모호한 사회현상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전반적 작품의 내용은 과잉과 결핍의 불균형 속에서 발현되는 충족되지 않는 인간 욕구 때문에 구축되는 사회현상과 관계에 주목하고 시각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어떤 종결 지점이 없이 세균처럼 증식하는 인간의 욕구 (2007 – 2009, Black Gravity), 절대 채워지지 않는 결여된 욕구에 기반을 두고 끝없이 반복되는 구축과 해체(2009 – 2012, Construction or De-Construction, Object-A), 그리고 오늘날 인간 욕망의 정점에서 경험되는 배타적 고립주의의 환상을 조각, 설치, 사진 등의 방법과 매체를 통해 표현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시의적 관점에서 주변에서 감지되는 정치 및 사회현상의 변화(소위 안정화 된 불안정이라 할 수 있는)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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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진용

범진용은 지난 몇 년간 꿈을 기록하고 관찰하며, 그것을 일기로 재현하고 그림으로 각색해 왔다. 그는 꿈속의 다중적인 인물들과 관계가 모호하고 경계가 불분명한 서사들을 조립하거나, 일관성 없는 사건들을 나열하여 밑도 끝도 없이 연이어지는 서사의 연쇄들을 만들어낸다.
그의 최근 작업은 일상에서 만난 풍경들을 마음 속에 응축된 심리적인 에너지와 밀착시키고 환각적인 장면이나 꿈속의 풍경을 중첩하여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실재하면서 부재한, 객관적이면서 주관적인, 현실도 꿈도 아닌 둘이 교차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직조된 풍경이 나타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할 작업들은 버려진 공원과 도시 하천을 무대로 하고 있다. 인적이 드문 산책로는 관리가 부족한 탓에 잡초들이 무성하게 ‘잘’ 자라있다. 방치되어 황량해진 공간과 공존하며 억척스럽게 질긴 생명력으로 성장해나가는 풀들이 온통 꿈틀대며 출렁이고 진동하는, 생이 가득한 풍경을 연출할 계획이다.

 

작가노트


황량한 장소에 꿈틀대며 일렁이는 풍경을 표현한 풀 시리즈는 버려진 공원, 도심하천 등이 배경이다. 사람들이 머물다 떠나가 버린 공간은 폐허가 되어, 녹슬고 기울어진 구조물 위에 잡풀들만 무성하다. 시간흐름에 따라 색과 모양을 바꾸며 자라나는 잡풀들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와 같다.
꿈을 기록하고 관찰하여, 꿈속의 다중적인 인물들과 관계가 모호하고 경계가 불분명한 서사들을 조립하거나, 일관성 없는 사건들을 나열하여 밑도 끝도 없이 연이어지는 서사의 연쇄들을 만드는 꿈 시리즈 두 개의 연작들은 분리되어 진행되기도 하고 서로 섞여 현실도 꿈도 아닌 둘이 교차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직조되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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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임

설치기간 동안 작가가 전시공간에서 자신의 꿈의 기록과 이미지를 드로잉 하여 날립니다. 전시기간 동안 관람객은 전시장 바닥에 떨어진 작가의 꿈(종이비행기)을 펼쳐서 원하는 곳에 전시합니다. 또한 자신의 꿈의 기억을 테이블 위에 있는 흰 종이에 드로잉 해서 비행기를 접어 날려주세요. 반드시 꿈 주인의 이름과 날짜를 꿈 그림 종이에 기록해 주세요.”

김순임은 각 지역의 자연과 그로 인한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그 지역의 질퍽하고 깊게 쌓인 결들을 그곳의 자연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찾으려 관찰하고 발견하며 작업하는 작가이다. 그녀는 스스로 작가이자 직조자(weaver)라고 이야기한다. 발견된 이야기들을 각 지역 특유의 자연 오브제 및 공간과 엮어 설치, 조각, 영상, 사진, 퍼포먼스, 드로잉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김순임의 작업은 이렇게 그녀가 거주하는 지역에 기반을 둬 그곳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거주하는 곳의 내외부 환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흡수하여 표현하기 때문이다. 받아들인 이야기와 발견한 현상, 지역의 자연과 환경에 따라 소재를 선택하고 작업의 표현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녀는 인천에 정주하게 된 2017년, 기존에 실험했던 인천의 자연재료와 이야기를 심도 있게 발전시키는 것 이외에, 새로운 발견을 위한 관찰을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2016년 처음 발표한 <땅이 된 바다 Landed Ocean> 작업의 표현방식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며, 인천의 염전과 다양한 지역에서의 자연미술 워크숍 또한 계획하고 있다. 김순임은 작가의 작업이 노동과 그를 둘러싼 자연현상 또는 환경이 어우러지고, 다시 관객의 행위와 반응으로 표현되어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하므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계속 실험을 할 것이다.

 

작가노트


나는 자연재료로 나의 삶에서 만난 지역과 사람을 주관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설치, 조각, 평면 등으로 표현하는 비주얼 아티스트(Visual Artist) 입니다. 주로 내가 존재하는 또는 했던 곳, 그 장소와 그곳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들을 대상의 감성과 잘 맞는 오브제를 선택해 바느질의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이는 소백산이라는 자연환경에서 나고 성장하면서 산과 들에서 놀이 대상을 찾았던 나의 어린 시절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또 대가족 하에서 성장하며 내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자연스레 실과 바늘로 연결하고 조합하는 것을 익숙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나는 나와 대상과의 ‘만남’, 그 만남에 의해 생성되는 ‘기억’이 각 대상을 얼마나 특별하게 하는가에 관심이 있고, ‘여행’은 이 호기심을 채우고 또 다른 호기심을 만들어 가는데 가장 중요한 나의 작업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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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혜원

금혜원은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도시의 물리적이고 정서적인 환경과 그러한 환경으로부터 파생된 사회현상을 드러내는 작업을 발표해 왔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도시공간과, 지루하고 고독한 일상의 이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고 환기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주목받지 못한 개인사와 공공의 기억을 연결하고, 현실과 허구를 조합하여 재구성하는 작업을 구상 중이다. 따라서 인천아트플랫폼 입주기간 동안에는 한국 근현대사 자료, 문학작품 등을 수집하고 발췌하여 이야기와 사진, 영상을 결합한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작가노트


나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과 그러한 환경으로부터 발생하는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로 표면과 이면이라는 양가적 속성이 충돌하고 공존하는 도시의 아이러니에 주목하여 작업을 하고 있다. 도시에 관한 사진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내가 살던 동네가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면서부터이다. 익숙하던 일상의 풍경이 허물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장소의 역사와 개인의 기억이 훼손되고 지워지는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Blue Territory>시리즈는 그렇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진 자리의 공백과 균열을 나타내고자 한 작업이다. 이후 나는 도심의 지하세계를 다룬 <Speeding Light> <Urban Depth> 등의 시리즈를 통해 도시의 표면이 가리고 있는 생경한 일상을 드러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 이동하는 지하철의 모습을 포착하거나, 매일 쏟아지는 쓰레기를 삼키고 소화하는 비밀스러운 지하공간을 기록하는 등의 작업은 지하의 인공적 환경과 그 비가시성에 대한 관심사를 반영하였다. 이후 <Scene>이라는 연작으로 오랫동안 방치되고 은폐된 공간을 다룬 사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공간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작업과는 다소 다른 접근이지만, 동시대 도시문화를 조명한 <Cloud Shadow Spirit>을 발표한 바 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기리는 다양한 방식과 태도를 다룬 이 작업은 현대인의 삶에 있어 반려동물이 차지하는 의미,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시사하는 오늘날의 사회적 정서적 현실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한 사진 프로젝트들은 각기 독립적이지만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각도로 도시의 현재를 조명하는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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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이브

곽이브는 평소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 환경과 삶의 구축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주로 건물 형태에서 오는 부동성과 건축적 활동을 관찰해왔으며, 생김을 스케치하고 행위의 가변성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평면이면서 입체가 되고, 입체이면서 평면이 되는 매체들(페인팅, 조각, 책, 인쇄물)을 다루고 있다.
(면대면1, 인쇄, 59.4×84.1cm / 위 사진에는 작가의 조형과 관객의 조형시도가 모두 섞여 있습니다.)

(42×59.4cm, 29.7×42cm / 위 사진에는 작가의 조형과 관객의 조형시도가 모두 섞여 있습니다.)

(총 6종, 가변설치, 2015 / 위 사진에는 작가의 조형과 관객의 조형시도가 모두 섞여 있습니다.)

주요 작업으로는 아파트 평면도를 임의 기준이 적용된 규모의 시멘트 조각으로 입체화하고 디오라마로 재현하는 <배산임수>시리즈와 <바닥의 높이>, 평면 유형의 모양대로 뜯을 수 있게 가공이 된 조각적 변용이 가능한 책 <다른 13가지>, 현대 도시 건물의 특징을 참고해 인쇄물을 제작한 뒤 건축 자재처럼 활용하면서 실제 대상의 외양을 그려내는 <면대면>시리즈, 책의 페이지가 넘어 갈수록 흐릿해지는 잉크의 양으로 거리와 하늘의 구조를 이야기한 <하늘의 구조> 등이 있다. 최근에는 작품과 그 작업을 선보이는 장소가 관계 맺는 배경의 연쇄 효과에 흥미를 가지고, ‘장소가 가상이 되는 순간’과 ‘공간을 소비하는 양상’을 시각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인천의 지형적 특성이 만드는 삶의 방식에 대한 리서치와 함께, ‘시간의 구축적 공간’을 주제로 페인팅 매체를 연구할 계획이다.

(면대면2,3,4, 인쇄, 59.4×84.1cm, 42×59.4cm, 29.7×42cm, 총 7종, 가변설치, 2015 / 위 사진에는 작가의 조형과 관객의 조형시도가 모두 섞여 있습니다.)

(면대면2,3,4,  A1크기 4종, A2크기 2종, A3크기 1종 (총 7종) / 위 사진에는 작가의 조형과 관객의 조형시도가 모두 섞여 있습니다.)

(면대면2,3,4, 전시 기간 중 전시광경 (전시 오픈~9일, 5회 리셋), 가변크기, 2016 / 위 사진에는 작가의 조형과 관객의 조형시도가 모두 섞여 있습니다.)

(면대면2,3,4, 전시 마지막 날_전시광경, 가변크기, 2016 / 위 사진에는 작가의 조형과 관객의 조형시도가 모두 섞여 있습니다.)


작가노트


면대면

면대면 작품 시리즈는 현대 도시 건물의 특징인 커튼월을 참고해 만들어진 포장지를 사용한다. 종이 한 장은 각 건물의 유리창을 빗대어 만들어진 것으로, 시간에 따라 변하는 유리창의 색 변화를 담고 있다. 아침과 낮, 해질 무렵과 밤의 유리창이 전시장 벽을 도배하듯 확인하며 특정 장면을 그린다. 면대면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한 방편으로 고안되었다. 관찰-기억에 남은 색과 형태를 규격 화면에 담아 그림을 구상하고, 적절한 물성의 종이에 인쇄 후 가공을 하는 단계를 거친다. 종이는 내구성은 약하지만 보다 친환경적인 광택 코팅이 되어 있는데, 창에서 비롯한 물성의 표현이기도 하고, 종이를 손에 쥔 사람의 동작 각도나 주변의 빛에 따라 물질감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인쇄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접지 가공이 되어 있어서 필요에 따라 접을 수 있다. 이 간단한 가공이 되어 있는 종이는 접어서 책 커버로 사용하는 쓸모를 가질 수 있고, 책을 담는 포장박스-쇼핑백이 되기도 한다. 일시적이지만 꽤 단단한 입체를 만들 수도 있다.

창문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열리는 유리창의 기능-모양새를 흉내 내기도 한다.
장면을 그리는데 쓰고 남은 인쇄물은 전시장에 비치된다. 희망하는 관람객은 이 종이를 가져가서 임의대로 사용하거나 전시장 내 작가의 작업 영역 안에서 자신의 입체를 창작을 하면서, 가까이 들여다보고 손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시 첫날 전시장에 연출된 장면은 전시기간 중 관람객의 참여 정도-방향에 따라 모습을 바꾸게 되는데, 이처럼 완결과 과정이 혼재되고, 확고하게 여겨지는 대상의 긴장이 허물어지고, 바통(baton)을 넘겨 진행되는 제삼자의 능동적 개입과 조형의지가 자발적으로 자라나는 것이, <면대면>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현실의 건설적 양태 – 각각의 면이 다시 모여 이루는 입체적 풍경이다. 대량생산된 건축자재로 다른 건물을 만드는 것처럼, 이 작업 역시 설치하는 장소의 특징에 따라 다른 건물 풍경을 만들 수 있다.

곽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