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훈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작가 안상훈은 중앙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독일 쿤스트아카데미 뮌스터(Kunstakademie Muenster)에서 순수예술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뵐커(Voelker) 교수로부터 마이스터슐러(Meisterschueler)를 사사받았다. 10년의 시간 동안 머물렀던 독일을 떠나, 작년에 귀국하여 한국의 미술 현장을 경험하였다. 그 첫 여정은 인천아트플랫폼이었다. 작가는 작년 여름에 캔버스 대신 전시장 벽과 비닐 위에 회화를 시도하며 예술의 관습(좋고 나쁨)에 질문을 던져보았다.

작년 봄부터 겨울까진 인천의 작업실과 독일 베를린을 왕래하는 우편드로잉을 통해 서서히 완성되는 회화의 시간과 장소의 확장에 대해 실험하였고, 가을에는 작가 개인의 작업실을 한명의 관객을 위한 전시장(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를 실험하였다. 그리고 이번 5월 12일까진 누구나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야외 윈도우 갤러리를 작업실로 삼아, 매일 그림을 채워나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작가는 자신에게 회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꾸준히 질문을 던지며 다각적으로 실험해오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어떤 정해진 답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가벼움과 진중함 사이에서 긴장감을 유지하고자 하며, 항시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머물지 않고 흐르기 위해 작업한다.

롤링 드로잉_설치전경, 과정_2017
# 현재 전시 소개
안상훈 작가는 상시 개방된 윈도우 갤러리를 작업실화 하여 22일간 벽면에 자연스럽게 그림을 채우는 매일매일 프로젝트 <오픈 윈도우 아뜰리에: from the moment you walk through the door until the moment you leave>를 진행하고 있다. 공간 폭이 채 1미터도 안 되는 윈도우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본 프로젝트는, 이상적인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처럼 작가의 활동과 작품을 외부에 공개한다. 이때 오가는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공개된(노출된) 작업실을 만나고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그것은 예술(인)의 과정(시간)을 통해 완성된 결과물 위주의 전시공간과는 다른, 매일 변화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는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시 제목처럼 윈도우 아뜰리에는 작가가 문을 열고 들어가 오롯이 현장에서 작업하는 시간이며, 또한 창을 통해 그 공간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시간이 머무르다가 지나가는 곳으로 아마도 누군가 사라질 때까지 존재하는 상대적이고 유연한 과시(過時) 공간이 되겠다.
프로젝트는 오는 5월 12일까지 윈도우 갤러리에서 매일매일 진행된다.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그림을 그리고, 바라보고, 인식하고, 다시 그리는 행위의 ‘과정(process)’, 무형의 이미지에 대한 시지각적 기억과 경험이 개입된 작가의 ’결정(choice)‘에 주목하려 한다. 지금까지 회화의 본질에 대해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회화성에 대해 개인적인 탐구를 해오고 있는 것 같다.
작업의 영감은 딱히 없다. ‘어떤’ 혹은 ‘무엇’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닌, 우선 그림을 저지르고 화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집중하며 진행한다. 그러다 화면에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들이 발생하고/발견되고, 여러 회화적인 요소들이 헤매고 충돌하다가 나를 놀라게 하는 나름의 조화를 찾는다.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이 과정은 아마도 ‘기존과 다름’, ‘이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장면에 대한 욕구’를 시각적 보편성과 새로움의 관계 속에서 경험해보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Q. 대표적인 작업 소개
A. 기억력이 점점 안 좋아지는데 그런데도 머릿속에 남는 작업이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업이 바뀌기도 한다. 완성이라 생각했던 작업을 다시 지우고 덧그리기도 하고, 때론 중간 과정이 더 흥미로웠던 작업도 있다. 따라서 대표 작업이 따로 있기보단, 지난 작업의 흐름을 보여주는 모든 것들이 대표작이다. 아니면 대표작이 하나도 없거나.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작업의 영감은 딱히 없다. 우선 그림을 저지르고 화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집중하며 진행한다. 언젠가 한 그림의 진행 과정 중 오랫동안 정체 상태로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을 지워버리니 답이 보였다. 이런 작가의 결정이 내게는 다른 단계를 위한 또 다른 시작점이 되는 것 같다. 이 과정이 즐겁기도 하고….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만 만족하는 회화를 해본 적도 있고, 관객과 외부의 시선을 염두에 두고 객관적으로 작업에 임해본 적도 있다. 결국, 이 둘의 조화가 중요한 것 같다. 다양한 예술의 역할 속에 설명적이고 구체적이진 않지만, 그런데도 어떤 무엇인가를 일으키는 나만의 회화의 역할을 인식하고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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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보경은 ‘구조와 제도에 의해서 구분되는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 ‘역사와 수집된 기억들 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역사적․정치적․문화적 격동 속에서 개인이 겪는 삶과 삶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예술’이라는 언어로 번역해오고 있다. 작가는 관객, 예술 교육을 받지 않은 기술자들, 역사에서 사라지는 수공업자들을 자신의 무지한 스승으로 초대한다. 작가와 스승은 서로 가르칠 것을 알지 못하고, 앎을 전달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개인의 인생사와 역사의 교차지점 속에서 공동의 배움을 발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예술과 예술의 경계를 질문하고, 구분되고 획일화된 삶의 경계, 역사의 경계 등을 해체해내가며 작업해오고 있다.








작가 신재은은 서울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작가는 인간 개인의 욕망, 그리고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이 만든 논리에 관심을 갖고 작업해오고 있다. 작가는 현대사회가 이성적인 논리와 합리성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그 속에는 개인의 욕망과 감정이 사고와 행동을 이끈다고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는 이러한 현 사회 속에서 작동하는 이성적인 시스템 소재에 기복(祈福)적 요소를 가미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작가 김정모는 서울대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글라스고 스쿨 오브 아트(Glasgow School of Art)에서 순수미술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설치 작업을 통해 여러 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시도한다. 그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어떤 결과물을 제시하는 것보단, 관객들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작업을 선호한다. 작가가 추구하는 이러한 프로젝트는 작가와 관객, 혹은 관객들 간에 느슨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얇은 막에 반복적으로 ‘그리는 일’은 표면에서부터 좀 더 안쪽 세계로 접근하기도 하고, 바깥으로 나오기도 하며, 구현된 세계의 안과 밖의 경계를 오간다. 이러한 행위 중에 중요한 것은 검은 입자들이 있을 위치를 찾는 것이었다. 특히 모르는 부분에 대해 처리를 할 때 가장 집중하게 되는데, 이 작업은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며, 기계가 시공간의 뒤틀림을 ‘검정’상태로 출력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곳을 모르니까 상상해서 채우거나 검게 칠 할 수 있었다.






‘생명’과 ‘몸’은 나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며, 재료는 나의 작업 과정 전체를 만들어가는 주요한 요소이다. 나는 조각 작업을 구현하기 위해 계속해서 다른 재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건물 건축에 사용하는 발포 폼(expanding foam)은 내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 중 하나이다. 나는 만들고자 하는 형태를 종이에 드로잉 한 후 이것을 패브릭(fabric)에 전사한다. 그 형태를 꿰맨 후 안에 발포 폼을 넣어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 낸다. 이것이 내가 종종 내 작업을 확장된 드로잉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이다. 나는 8년 전부터 완벽하고 매끄러운 표면의 조각 작업을 만들기 위해 발포 폼 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작품 <jacob>과 같이 입을 수 있는 패브릭과 부드러운 형태의 조각으로 만들었었다. 발포 폼을 통해 나는 작품의 부드러운 표현뿐만 아니라 발포 폼이 패브릭을 통과하며 의도치 않게 얻어지는 많은 형상과 통제 불가능하게 자라난 결과물을 얻게 되었다. 발포 폼은 습도와 계절 그리고 온도에 따라서 매번 다른 방식의 결과물을 낸다. 시간이 흐르면서 재료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배우는 동시에 폼이 만들어내는 우연성을 나의 작업 일부로 받아드릴 수 있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효과와 우연성을 이용하거나 재료를 가지고 노는 방식으로 경험적 기술을 발전시켜오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발포 폼의 재료적 특징은 일종의 살아있는 물질임과 동시에 내가 실험하고 탐구하고자 하는 부분에 가장 알맞은 재료라고 생각한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도시의 변두리에 머무른 적이 많다. 도심의 계획된 풍경을 동경한 적도 있으나, 외곽에서 펼쳐지는 예기치 못한 공간의 변칙들, 이야기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나는 도시의 살아 남으려는 옛 것과 밀려들어오는 새 것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충돌 ,특히 괴물처럼 불어나는 건축물들과 틈바구니에 섞여있는 자연물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거주지를 자주 옮겨다니긴 했지만, 나의 생활범위는 매우 좁고 미시적이다. 차도 없고 자전거 타기도 무섭고, 나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탐험하기도 낯설다. 어느 장소에서 이삿짐을 풀고 몇 주 생활해보면, 익숙한 생활반경이 생긴다. 내게 익숙한 지역 안에서도 돌아다니 다보면 가보지 못한 구석진 장소들이 많다. 자세히 관찰하면 이 작은 생활환경에서도 마치 화수분처럼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런 순간을이 미지로 저장하거나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장소와 이미지, 오브제를 되새김질하고 네러티브를 만들어내면 이는 어떠한 아이디어들로 연결된다. 그리고 수집한 요소들을 활용해 마치 ‘무허가 건축가’처럼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일반적인 건축환경과는 다르게 안전, 효용성, 일반적인 형태와는 동떨어진, 실질적 풍경과는 거리가 먼 형태들이 생겨난다. 안전한 범위의 생활권을 고집하는 나와는 다르게 풍경에 아슬아슬 하게 꽉 끼는, 혹은 위태롭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업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은 풍경 속에 녹아들지만 이질감이 느껴지도록 설치가 된다. 이 장소들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여행자가 인사를 건네듯이 짧은 순간의 경험을 제공한다. 







나의 활동을 중심으로 맺어진 관계에서 출발하여 주로 ‘신체’를 통해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방식을 제안하는 작업을 해 왔다. 나는 기존의 세계에 대한 법칙을 뒤흔들어보고, 재목록화시켜서 새로운 규칙들로 재배열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럼으로써 나와 세계 사이에는 새로운 틈이 생기고 그 균열과 틈을 통해 세계는 무한하게 변주될 가능성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은 사람들이 늘 당연시하는 반짝거리고 매끈하게 다듬어진 외관 아래 숨겨진 것들을 보는 행위로, 나의 작업은 외부가 규정하는 말끔한 서사를 깨트리고 부당하게 제약받아온 도시 속 우리 권리를 되찾는 행위를 실천한다.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조건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불안하고 애매한 것들에 관심이 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인정받지 못해서 없는 취급 받는 것들, 바깥으로부터의 인식 없이는 끝없이 비가시적인 것들,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 방식과 형태를 영상과 입체로 만든다. 텍스트, 나레이션, 움직이는 신체(의 특정 동작), 규칙과 조건 등이 작업 재료로 주로 쓰인다. 최근 작업은 사회에서 비가시적인 신체와, 그 신체가 속한 시간에 대한 것이었다. 생산 라인에 서지 못하는 신체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기다림으로 소비하는 시간, 시간 바깥의 시간, 어떤 것이 끝나고 나서 다음 시작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비어있는 시간을 원, 나선, 거울, 모니터 표면, 버퍼링, 병풍 등의 요소로 표현하였다. 특정 목적에 사용되지 않는 나머지 시간에 대해서 더 작업해보고자 한다. 나는 양감을 가진 것보다는 그것의 나머지 영역, 혹은 구멍 같은 것에 더 관심이 있다. 있다고 말하기도 그렇다고 없다기도 말하기도 모호한 상태를 포착해서 잘 표현하는 것이 작업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