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현 CHO Sookhyun

조숙현은 연세대학교 영상 커뮤니케이션 석사를 졸업하고 미술전문지 <퍼블릭아트>에서 취재기자로 근무했다. 현재는 미술비평가와 전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기획한 전시는 《X-사랑 : 김기라 X 김형규》(통의동 보안여관, 2019),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 : 악의 사전》(강원문화재단, 2018), 《바로 오늘》(인천문화재단, 2018) 등이 있다. 저서로는 『내 인생에 한 번, 예술가로 살아보기』(2015, 스타일북스), 『서울 인디 예술 공간』(2016, 스타일북스) 등이 있으며, 네이버 공연전시판에 전시 칼럼 ‘two way art’를 2년 간 연재했다. 2018년 현대미술 전문출판사 아트북프레스를 설립했다.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 전시전경, 2018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현대미술 전시 기획과 비평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주목해야 하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와 작업을 네이버 공연전시판에 연재하고 있으며, 현대미술과 대중들의 다리가 될 수 있는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 저서 중 『서울 인디 예술 공간』 (2016, 스타일북스), 『내 인생에 한 번, 예술가로 살아보기』 (2015, 스타일북스) 등은 대중들이 어렵게 느끼는 현대미술을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서울 인디 예술 공간』, 스타일북스, 2016 『내 인생에 한 번, 예술가로 살아보기』, 스타일북스, 2015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2018년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 : 악의 사전》을 기획했다. 당시 평창올림픽 시기에 맞추어 진행된 행사였는데, ‘악의 사전’이라는 전시 제목이 드러내듯이, 전시의 의도는 올림픽의 평화와 화합 정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의도가 다분 담겨 있었다. 현대사회에서 전쟁, 기아, 폭력 등이 난무한데 이것에 대해 쟁점화하고 작업하는 국내외 작가들의 작업을 모아서 비엔날레 형식으로 전시하게 되었다.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 : 악의 사전》 (전시기획), 2018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최근 ‘아트북프레스’라는 현대미술 전문 출판사를 창립하고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Ways of Curating』이라는 책을 번역 출간했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큐레이팅에 대한 다양한 재기발랄한 관점들과 실천, 그리고 태도는 앞으로의 큐레이터의 길에 많은 영감을 준다.

《X-사랑 : 김기라 X 김형규》, 현장 스틸컷, 통의동 보안여관, 2018
《X-사랑 : 김기라 X 김형규》 (전시기획), 통의동 보안여관, 2018 《X-사랑 : 김기라 X 김형규》, 현장 스틸컷, 통의동 보안여관, 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여전히 대중들은 현대미술을 어렵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미술이 경계(boundary)와 플랫폼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관심을 얻어야 한다. 그렇다고 기획사 전시나 이벤트에 그치는 전시를 기획하는 것은 현대미술의 영역 밖의 일이다. 그러므로 현대미술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고 대중들에게 현대미술의 코드를 알리는 것은 나를 비롯한 기획자들과 연구자들의 숙제가 될 것이다.

2018 바로 그 지원 워크숍, 2018
《바로 오늘》 (전시기획),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2018 《바로 오늘》 (전시기획), 전시장 전경,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한국 현대미술의 현장에 대한 비평서 『가까운 미술』을 출간 준비 중이다. 내부자들은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외부에는 닿지 않는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것이 목표이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조경재 CHO Kyoungjae

조경재는 수원대학교 디자인 학부와 상명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 후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마이스터 쉴러 과정을 마쳤다. 이후 작가는 본인의 대표 작업인 사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작가는 각각의 개별 작업의 확장성보다 실제 전시장소에서 그 확장성을 표면화시키는 과정에 더 주목한다. 그러한 확장성에서 사진은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파란 수영장, 120x120cm, 사진/잉크젯 프린트,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현재 사진을 기반으로 설치와 사운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작업들은 대부분 그 시작점이 2012년이다. 처음 사진으로 시작되었던 작업은 최근 영상 사운드 설치작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전의 작업 방식이 먼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 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로 진행되었다면, 2012년부터는 보여지는 상황과 조건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작업의 경우 장소를 먼저 찾고 주변의 물건들을 수집한 후 조형적 설치를 이용하여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또한 전시의 경우에는 공간적 특성을 먼저 이해한 후, 그 공간에 필요한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의 결과물이 작업이 된다. 정해진 기준점이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준의 작업의 방식과 많이 벗어나는 전시의 형태가 많이 나온다.

연천 시리즈, 사진/잉크젯 프린트,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대표전시는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에서 열렸던 전시 《부서진 모서리》(서울, 2017)와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진행했던 전시 《치수(齒髓)를 드러내다》(서울, 2018)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두 전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적 관점을 설치와 영상 그리고 사운드로 확장시킨 결과물이다. 먼저, 《부서진 모서리》 전에서 나의 사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적 구조의 틀을 실제 설치작업으로 시도해보았다. 불안과 긴장이라는 한국도시의 공간적 특징을 모티브로 하여, 무겁고 강하면서도 가변적이고 즉흥적인 감각을 추구하였다. 한편, 《치수(齒髓)를 드러내다》 전에서는 사진 매체의 특성을 해체해보았다 사진만이 가지는 정형적이고 일방적인 시점과 구조, 그리고 여러 레이어들이 한 장의 사진으로 함축되는 현상을 해체시켜봄으로써 이러한 사진의 특성을 반어법적으로 강하게 드러내고자 하였다. 나는 전시를 만드는 태도에서 알 수 있듯이 공간과 시간을 충실히 바라본다. 그리고 반응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치수齒髓를 드러내다》 전시 전경, 아마도예술공간(서울), 2018
《부서진 모서리》 전시 전경,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서울), 2017 블루 치즈, 120x120cm, 사진/잉크젯 프린트, 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보는 것’이다. 보고 반응하고 보고 반응하고… 반응의 방법은 너무 다양하게 표현된다. 정해진 대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 또는 공간, 오브제, 색감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반응의 결과물도 처음부터 정해놓지 않는다.
이러한 반응을 위해서는 반응이 가능한 공간을 찾고 그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나에게는 작업하는 것 그 자체 보다 작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전시란 ‘상황의 결과물’이다.

《5.5》 전시 전경, 영은미술관(경기도 광주), 2016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내가 생각하는 예술의 가장 긍정적인 의미는 ‘스스로 보이는 것에 반응함으로써 자신만의 생각과 의미를 찾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의미와 관객이 바라보는 의미가 달라질 때 예술의 재미가 작동하는 것 같다. 항상 똑같지 않은 반응에서 예술은 만들어진다. 내가 하는 예술에서 나의 역할은 상황을 만드는 것까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의 의미나 가치가 다양하게 해석되어질 때 나는 재미를 느낀다.

SHOW, 120x120cm, 잉크젯 프린트,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나이가 많이 들고 나서도 정말 재미있는 전시를 볼 수 있다면 너무나도 행복할 것 같다. 나는 내 전시보다 나와 다른 작품 또는 다른 감각을 지닌 전시를 볼 때 행복하다. 앞으로 더 좋은 전시, 다양한 전시가 만들어질 수 있기 위해서는 나와 같은 세대에서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 작품 활동과 전시는 물론이거니와 미술교육도 매우 절실히 필요하다. 기술을 배우는 형태의 미술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시각적 반응을 할 수 있는 미술교육이 이루어질 때 앞으로 소위 ‘병맛스러운’ 전시와 작업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작가로서의 역할도 있지만 예술가로서 사회적 역할도 꾸준히 실행할 계획이다.

《미음 기역》 전시 전경, 금천예술공장 PS333(서울),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롤란드 파르카스 Roland FARKAS

Roland FARKAS was born as a member of the Hungarian community in the closed society of the former socialist Czechoslovakia. He has experienced the transition from a communist society to a capitalist one in his early teens. After years of musical experimentation in different punk rock bands FARKAS’s interest gradually shifted towards visual arts. The artist moved to Budapest, Hungary ten years ago where he recently lives and works. During his art studies the artist became interested in the issues of contemporary life’s effects on interpersonal values and human condition

롤란드 파르카스는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 공화국의 폐쇄적인 사회에서 헝가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태어났으며, 십대 초반에 사회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의 전환을 경험했다. 다양한 펑크 록 밴드에서 수년간 음악적 실험을 한 이후 관심사를 점차 시각예술로 옮겨왔으며, 10년 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옮겨 지금도 그곳에서 주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미술을 연구하는 동안 파르카스는 현대인의 삶이 대인 관계상의 가치와 인간의 조건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New World Exchange, 35.2×18.6cm, over print on banknotes with transparent UV-active ink, 2018

# Q&A
Q. Introduce your work in general and the process of creation/production.
A. My recent works are ironic reflections on today’s universal capitalism. After realization of conceptual artworks mostly dealing with the role of art today, ten years ago I started to focus on the topic of ‘money’ as the symbol of current economic system. Banknotes – as the main material of these artworks – during the artistic process usually turn into an illustrative tool to reveal the system’s defects. I am also interested in money’s role as the common means of communication used in our daily lives that connects and separates people at the same time. In my previous projects realized with audience involvement I have modeled the devaluation of money in the post-crisis Argentina. I have examined the radical impact of the last few decades’ economic boost on South Korean society and analyzed the radical difference between art’s commercial and intellectual value in the Netherlands and Hungary. My works are realized in various medi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의 최근 작업은 보편적 자본주의에 대한 역설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 개념미술 작품의 대부분이 오늘날 예술의 역할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 10년 전부터 현재 경제 시스템의 상징인 ‘돈’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하기 시작했다. 작업의 주요 소재인 지폐는 작업 과정에서 주로 시스템의 결함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이와 더불어 나는 우리의 일상에서 사람들을 연결하거나 동시에 분리하기도 하는 일반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써 돈의 역할에도 관심이 있다. 이전에 작업했던 프로젝트 중에는 아르헨티나에서 경제적 위기 이후 일어난 화폐의 평가절하 상황을 모델로 삼기도 했었다. 또한, 나는 지난 수십 년간의 경제 성장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네덜란드와 헝가리에서 예술의 상업적 가치와 지적 가치의 근본적인 차이를 분석한 바 있다. 이러한 나의 작업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현된다.

 
 
CHANEGE, 12min 19sec, video installation, 2019

Q. What is your representative work/exhibition? And why do you think so?
A. In my latest solo exhibition entitled ’Bank of the Future Limited’ I focused on the society of “achievement-subjects” as it is defined in the book ‘The Burnout Society’ by philosopher Byung-Chul Han. I was interested in the symbolic places and characters representing today’s society that can’t be depicted anymore by the characteristic places of Michel Foucault’s disciplinary world of hospitals, madhouses, prisons, barracks and factories. It has been replaced by the society of shopping malls, fitness studios, airports, banks, etc. Because of their overflowing positivity, these symbolic environments are almost perfectly capable to exclude the possibility of any kind of revolt against the new regime of achievement society. Rather the increasingly threatening climate catastrophes are concluding the job worldwide instead of retired revolutionists with Molotov cocktails, having the only potential – however literally – to set our world on fire.
As one of the consequences of climate change is the migration of people that is envisaged in massive proportions in the future. Migrating middle class to economically more prosperous countries is substituted with even cheaper workforce from even poorer countries. Crises – either economic or ecologic – dissolve the order that regulates relationships among people.
For this project I used special transparent pigment – active only under ultraviolet light – to transform the design of banknotes and integrate ‘invisible’ scenes. I was inspired by one of Jorge Luis Borges’ allegoric stories. In the novel there are beings who are detained behind the mirror and one day they refuse to fulfil their punishment: the servile imitation of human gestures. In this project I was interested in the simultaneous depiction of the ideals of contemporary society and the broken reflection caused by the self-destructive chase for ultimate positivity.

Exhibition view of Bank of the Future Limited, Schemnitz Gallery, Banská Stiavnica, Slovakia,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지난 나의 개인전 ‘미래 유한 은행(Bank of Future Limited)’에서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그의 저서 <피로사회>에서 정의한 ‘성취주체(achievement-subjects)’의 사회에 초점을 맞추었다. 나는 오늘날의 세계를 대표하는 특정 장소와 사회에 관심이 있었다. 이는 미셸 푸코가 이야기 했던 병원, 정신병원, 감옥, 병영 그리고 공장과 같은 규율권력의 상징적인 장소로는 더 이상 묘사할 수 없는 것으로 푸코의 공간은 쇼핑몰, 피트니스 클럽, 공항, 은행 등의 사회로 대체되었다. 이는 넘쳐나는 가능성으로 인해 성취주의 사회의 새로운 정권에 대한 그 어떤 종류의 반란 가능성을 거의 완벽하게 배제할 수 있는 상징적인 환경이기 때문이다. 잠재적으로 유일한 (그러나 글자 그대로) 세계를 불태워 버릴 수 있는 화염병의 혁명이 물러난 대신, 오히려 점점 더 위태로워지는 기후 재앙이 전 세계를 종말로 이끌어 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 중 하나는 앞으로 마주하게 될 심각한 인구 이주 문제이다. 중산층이 경제적으로 더 윤택한 국가로 이주하게 되면 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저렴한 인력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경제적인 위기나 생태적인 위기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제하는 질서를 해체시킨다.
이 프로젝트에서 나는 자외선에만 반응하는 투명한 특수 안료를 사용하여 지폐 도안에 ‘보이지 않는’ 장면을 삽입했다. 이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시인, 평론가)의 우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보르헤스의 소설에서, 거울 뒤에 갇힌 존재들은 어느 날 노예처럼 인간의 몸짓을 따라해야 하는 형벌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나는 현대사회의 이상과 자기 파괴적인 추구로 인해 망가진 성찰을 동시에 묘사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BANK OF THE FUTURE LIMITED, transparent UV-active ink, stamps, banknotes, 2019

Q. What is the inspiration, motivation, moment of your work?
A. During both my gradual and post-gradual university studies I had the divine fortune to encounter inspiring personalities causing a 180-degree change in my artistic thinking. My curiosity and my rebellious nature led me towards uncharted waters of progressive artistic conceptions in the exciting period of freshly gained freedom after the fall of the communism in Eastern Europe. My interest shifted from painting towards video art, installation and performance art. I became interested in the tendencies of conceptual art and as a source of inspiration I read postmodern philosophy, sociology and art theory, watched avantgarde movies, listened to underground music and visited loads of galleries and museums of art. In my recent artistic practice I focus on the effect of cultural specificities on human values and contemporary human condition. My primary subject embraces social, economic, cultural, political issues and pointing out certain correlations between them.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며, 나의 예술적 사고를 180도 변화시킬 만한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또한 나의 호기심과 반항적인 성격은 동유럽 공산주의가 몰락 이후 새롭게 주어진 자유의 시기에 나를 진보적인 예술 개념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주었다. 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회화에서 비디오 아트, 설치, 퍼포먼스 아트로 옮겨갔다. 개념 예술의 경향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포스트모던 철학, 사회학 및 예술 이론 서적은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또한 아방가르드 영화를 보고,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들으며,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를 방문했다. 나는 최근 작업을 통해 주로 문화적 다양성이 인간의 가치와 동시대 인간의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 관련된 주요한 주제들은 사회, 경제, 문화, 정치적 문제를 아우르고 있으며, 나는 그 사이의 특정한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BANK OF THE FUTURE LIMITED, transparent UV-active ink, stamps, banknotes, 2019

Q. How do you think about communication between art and spectators?
A. Ultimately my artistic practice is based on the opposition of intellectual property vs. the current regime of late capitalism. Let me be clear in saying that I do believe in art’s role in shaping of society and its potential to reach its audiences. Firstly, in the most basic level, it is evident that without art the world would be an infinite grey desert of bleakness. Secondly, most people agree that so called ‘high art’ is consumed only by a narrow elite. It might be so. But the role of art in today’s society is in a constant change. Messages of artist are passed over to audiences not only in the ‘white cube’ but also in public spaces but eventually it reaches broad masses on the internet, most typically on social media platforms. Artists of today have influence on before unknown audiences with issues targeted to their everyday life. I am convinced that every art is political by its nature.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궁극적으로 나의 예술적 실천은 지적 재산과 후기 자본주의 체제 간의 대립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분명히 밝히자면, 나는 사회를 형성하는 예술의 역할과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잠재력을 믿는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예술이 없다면 세상은 황량하고 암울한 회색빛 사막과 같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수 예술(high art)’이라는 것이 극소수의 엘리트 계층만 향유하는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예술가의 메시지는 ‘화이트 큐브’ 안의 관람객에게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의 관람객에게도 전달되며, 더 나아가 인터넷, 그중 가장 일반적으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대중에게도 닿게 된다. 오늘날의 예술가는 알려지지 않은 관람객과 그들의 일상생활에 중점을 둔 문제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모든 예술이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ÉGALITÉ, LIBERTÉ, FRATERNITÉ, 210×245mm (3 pieces), engraved plexiglass with LED lighting, 2016

Q. Your wishes as an artist./ Your long-term plans./ Your goals and concerns, etc.
A. As an artist I wish to create more ‘open works’ as Umberto Eco referred to the topic in his book ‘The Open Work’. The book discusses the powerful concept of “openness”, the artist’s decision to leave arrangements of some constituents of a work to the public or to chance. I would like to improve my future works in that direction.
In one of my earlier performance art projects I decided to relax in a deck chair in the middle of the busy main square of a city. On a sign next to me the following text was readable: ‘An artist has the right to just lay around all day gazing at the sky’. I was trying to draw attention on the rights of individuals (not only artists) for a fulfilling and dignified life in a world that leaves less and less space for contemplation. One of my concerns aims to the cultural policies worldwide. I wish that the decision makers will have better understanding of the artist’s role in society – who creates cultural value in most cases free of charge – providing proper conditions for their creative functioning without ideological restrictions and predefined expectations.

 
 
NEW WORLD EXCHANGE, performance, Seoul Art Space Geumcheon, Seoul,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가로서 나는 움베르토 에코가 그의 저서 <열린 예술작품(The Open Work)>에서 언급한 것처럼 더욱 ‘열린 작품’을 창조하고 싶다. 에코의 책은 ‘열림(openness)’이라는 강력한 개념에 대해 논의한다. 이는 작품의 일부 구성 요소를 대중에게 또는 우연히 공개하겠다는 예술가의 결정을 의미한다. 나는 앞으로의 작업을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나의 초창기 퍼포먼스 아트 프로젝트는 도시의 번잡한 광장 한가운데에 휴대용 의자를 놓고 거기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다. 바로 옆에는 다음과 같은 텍스트를 배치했다. “예술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누워있을 권리가 있다.” 사색을 위한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세상에서 (예술가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성취감 있고 품위있는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환기하고 싶었다. 나의 관심사 중 하나는 전세계의 문화 정책이다. 의사 결정자들이 (대부분 무료로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더욱 잘 이해하기를 바라며, 이념적 제한이나 암묵적인 기대 없이 예술가가 창조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ARTIST HAS THE RIGHT TO JUST LAY ALL DAY AND WATCH THE SKY, performance, Czech, 2002

작가정보 : www.rolandfarkas.blogspot.com




토모코 키쿠치 Tomoko KIKUCHI

Based in Beijing, Tomoko KIKUCHI’s phothgraphy, video, and video installation works examining the themes such as gender, social changes and war, focus on the people who live in cracks of a dynamically transforming society. For example I and I (2005-2013), Lost Boundaries (2012) are the photographic and video works about young Chinese LGBT people who wander about the unclear boundaries separating men and women, where big changes are occurring in the sexuality in urban youth In every project she has been involved with their community fellowship for a long period of time. these works visualize the energy of crashes out of conflicts, and the human power to overcome the contradiction and complexity of the world.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토모코 키쿠치의 사진, 비디오, 영상 설치 작업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의 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젠더, 사회 변화, 전쟁 등의 주제를 살핀다. 예를 들어, <나와 나(I and I)>(2005-2013), <잃어버린 경계들(Lost Boundaries)>(2012)은 남성과 여성을 구분 짓는 불명확한 경계, 곧 도시 청년들의 성 정체성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그 경계에서 헤매는 중국의 LGBT 청년들에 대한 사진과 영상 작업이다. 작가는 프로젝트마다 그들의 공동체 속에서 오랜 기간 우정을 쌓아왔다. 이 작업들은 충돌에서 나오는 충격 에너지와, 세상의 모순과 복잡성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능력을 시각화 한다.

Exhibition view of Go-Betweens: The World Seen Through Children, 2014
Lost Boundaries (잃어버린 경계들) & Wounded (상처 입은), Video installation, color, 2014

# Q&A
Q. Introduce your work in general and the process of creation/production.
A. Based in Beijing, my works examine themes such as gender, social change and war and focuses on the people who live in cracks of a dynamically transforming society. For example I and I (2005- present) and Lost Boundaries (2012) are photographic and video works about young Chinese LGBT individuals who wander about the unclear boundaries that separate men and women, and takes place where big changes are occurring in the sexuality in urban youth. The River (2013) is a photographic work about the life and death of contemporary society through the changes within the lives of fisherman living in the world’s biggest and longest rivers. Through these works I try to visualize the energy of the crashes that form from conflicts, and the human power to overcome the contradiction and complexity of the world.
I spend a long time researching, but when I start to shoot I try to forget all research because I do not want to be closed off by my research. In each project I include the community in which I have been engaging with for a long period of time. I sometimes live with the subjects and try to continue working with them until I change my values. When I can see the world in a completely different way from before, the work is almost done. It usually takes a long time until my values have been overturned several times, then the work is going to take shape.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베이징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며 젠더, 사회 변화, 전쟁과 같은 주제를 탐구하며,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의 틈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 청년들이 경험하는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큰 변화를 다룬 《나와 나》(2005-현재)와 《잃어버린 경계》(2002)는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는 불확실한 경계에서 방황하는 중국의 젊은 LGBT 층을 담은 사진과 영상 작업이다. 또한, 《강》(2013)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긴 강 주변에 사는 어부의 삶이 변화하는 것을 통해 현대 사회의 삶과 죽음을 그린 사진 작업이다. 이 작업들을 통해 갈등이 유발하는 충돌의 에너지 그리고 세상의 모순과 복잡성을 극복하는 인간의 힘을 시각화하고자 한다.
나는 리서치를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 조사한 것을 다 잊어버린다. 리서치에 국한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각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특정한 공동체와 오랜 시간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때로는 작업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과 함께 살면서 내 가치관이 변할 때까지 작업을 이어가기도 한다. 특히, 이전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될 때, 비로소 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내가 믿는 가치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차례 뒤집히고, 그 후에 작업의 윤곽이 드러난다.

Lost Boundaries, 7min, video installation, 2012

Q. What is your representative work/exhibition? And why do you think so?
A. I and I is a photographic series that witnesses rapid changes in China’s society and social awareness through the lives of transgender people. This project visualizes their energy and power to overcome the pressure not only from society and family but also from themselves. From 2005 to 2013, when I was involved in this project, it was the turning point in the awareness of Chinese people in regards to gender. I and I portrays Chinese transgender people, from the dark days when they lived an underground existence, to when they began to discern a gleam of light, to depicting the conflicts and spirits that exist between their ideals and reality.
I think this project changed my previous working style and builds up to the current working style in which I am involved in the subjects and observe the world surrounding them over a long period of time. I think from this project I learnt to manage to see the relationships between the subjects and world from wider perspectives and angles.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나와 나》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이 작업은 트렌스젠더의 삶을 통해 중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사람들의 인식을 담은 사진 연작이다. 이 작업은 사회와 가족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받는 중압감을 극복하는 이들의 에너지와 힘을 시각화하고 있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2005년부터 2013년은 중국인들의 젠더 인식과 관련하여 전환점과 같은 시기였다. 《나와 나》는 중국의 트랜스젠더들이 지하에서 생활하는 존재였던 어두운 시절부터 한 줄기 빛을 보기 시작하던 시기까지, 그들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과 정신을 묘사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업 스타일이 변했고, 대상에 관여하여 그들을 둘러싼 세계를 오랜 시간 동안 관찰하는 현재의 작업 스타일이 구축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대상과 세계의 관계를 더 넓은 시각과 각도에서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I and I photography series, 2005-2013

Q. What is the inspiration, motivation, moment of your work?
A. My inspirations mostly come from people who I meet by coincidence or places where I was very strongly attracted without reason. In the beginning I usually have no intension to produce work with them but eventually the stronger and the more powerful their attraction are the more I involve in. It becomes a piece of work when my inner self resonates with the subject.
For some reason, the people and places that are strongly attracted to me, I realize later on, have a strong relationship with my own inner issues and also the issues with myself and this world.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주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나 이유 없이 강하게 매료된 장소에서 영감을 얻는다. 처음 의도는 작업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지만, 그 사람들이나 장소가 지닌 매력이 강하거나 더 클수록 더욱 관여하게 된다. 나의 내적인 자아가 그 대상을 상기시킬 때, 그것은 작품의 일부분이 된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 내가 강하게 끌리는 사람과 장소는 나의 내적인 문제 또는 나와 세계의 문제와 강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된다.

 
Lost Boundaries, 7min, video installation, 2014

Q. How do you think about communication between art and spectators?
A. I don’t think the work is completed when the artist has finished producing it, but after the audience sees it, receives emotions and thinking from it. And then I think it’s completed.
So I assume that communication between artists and their audiences is based on the artists’ deep thinking which can transcend time and space for wider audiences of different strata, generations, and different places.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작품은 작가가 작업을 끝냈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관객이 작품을 보고 얻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이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을 위해서는 시간이나 공간을 초월하는 작가의 사려 깊은 사고가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계층 또는 세대에 속하거나, 매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갈 관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Lost Boundaries, 7min, video installation, 2014

Q. Your wishes as an artist./ Your long-term plans./ Your goals and concerns, etc.
A. I will continue the project Dialogue which I’ve been currently working. This is a project that takes place in Japan, South Korea and China. This photography and video installation work aims at evoking conversations of people who are both perpetrators and victims of historical and current issues in these three different countries. Through this project I try to transcend the border, time and space to consider the essence of human nature.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나는 현재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에서 진행 중인 《대화》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다. 이 사진 및 영상 설치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세 나라의 역사 및 동시대 문제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대화에 참여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경, 시대, 공간을 초월하여 인간 본성의 본질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Lost Boundaries, 7min, video installation, 2012

작가정보 : www.kikuchitomoko.com




김인영 KIM Inyoung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2020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11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지난해 진행된 공모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과 기획자를 선발하고, 일정기간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을 지원합니다. 또한 비평 및 연구, 창ㆍ제작 발표 지원 등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합니다.
올해,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입주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 등에 관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김인영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학사와 석사과정을 졸업하였고 회화, 디지털 이미지, 설치 영역의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그간 물질과 이미지가 관계 맺는 틀과 맥락에 주목하고 그에 따라 달리 생성되는 의미들을 탐구해 왔다. 특히 시지각 과정에서 일어나는 관성적 사고의 고리를 끊고 다시금 낯설게 하는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만들어 왔는데, 이를 통해 습관적으로 보고 인식하는 행위에 대한 각성을 일으킨다. 최근에는 디지털 환경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의 물성을 탐구하고, 그것이 현실의 물질로 변환될 때의 여러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이 매개하는 이미지들을 육안상으로 자연스럽게 만들고자 하는 지향성을 거꾸로 되돌려 다시금 위화감을 드러내고 제거된 물질성을 되살리는 ‘리-앨리어싱(Re-aliasing)’이라는 개념의 작업들을 진행 중이다.

변환지점, 98x90cm, 나무에 UV프린팅,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 이미지를 소비하고 축적하고 생산해내는 환경과 사용하는 매체에 있어서의 변화를 체감해왔다. 회화를 주된 매체로 삼던 나는 작품을 디지털화 시키는 과정에서 실제 작품의 물성이 왜곡되거나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것을 계기로 그 차이를 드러내고자 현실의 물질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넘나들며 물질적 변환을 일으키는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다. 최근 디지털 환경에서의 이미지와 그것을 현실의 물질로 다루는 사이를 변환하며 진행한 ‘리-앨리어싱(Re-aliasing)’ 작업에서는 그것이 어느 한쪽의 그럴듯한 복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각각의 것임을 드러내고자, 이질감이나 위화감을 발생시키는 방법을 연구하였다. 이는 어떤 실체와 환경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영향을 상호 교환하며 시시각각 또 다른 실재로 변화하고 있음을 각성하고자 한 것이다.

3개의 방 8개의 경계(-1F), 롤 블라인드(PET)에 UV 프린트, 가변설치, 2019

이때 고안한 작업 방식이 ‘스캐노그라피(scanography)’라는 기법으로 스캔하는 과정에서 단속촬영법을 이용하여 의도적으로 움직임을 가해 변형과 왜곡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매체의 정밀한 기계적 공정체계에 예측 불가능한 속성을 개입시킴으로써 디지털 매체로 생성되는 자연스러움에 결절을 만들고자 한 것인데, 이 결절들은 대상에 대한 몰입을 깨고 매체에 대해 의식하도록 작동한다. 제작한 한 장의 물감 필름 원본에서 생성되는 다수의 스캐노그라피 파일들은 순서대로 넘버링 되어 저장된다. 이 축적의 과정은 색상, 뒤엉킨 색선의 형태 등 조형재료의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것인 동시에 물감을 디지털화 시켜 새롭게 질료를 재가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번의 디지털 가공을 거친 질료로서 파일들은 일종의 팔레트로 기능하고, 나는 이것을 이용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이 파일들이 저장된 폴더는 지속해서 소스파일들을 축적하고 있는 중이다. 이 축적의 과정은 색상, 뒤엉킨 색선들의 형태 등 조형재료의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것과 동시에 물감을 디지털화 시켜 새롭게 질료를 재가공하는 것으로, 나의 작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복제/붙여넣기(세부), 인화사진, 자석, 철판, 색지, 나무무늬 시트지, 가변설치,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앞서 언급한 ‘리-앨리어싱’ 2019년 개인전의 제목이자 디지털 환경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의 물성에 대한 고찰을 다양한 시각적 표현으로 다루는 나의 최근 작업들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어떤 대상을 디지털화 한다는 것은 현실세계의 존재가 가지는 다양한 차이를 이진수의 기술방식, 즉 계산 가능한 상태로 변환하는 것이다. 이 변환을 거쳐 우리는 평면의 액정 화면을 통해 디지털화 된 이미지를 보게 되는데, 이 때 현실세계의 질감, 무게감, 크기 등은 사라지고 얇은 막과 같은 표피적 상(像)만 남게 된다. 회화를 주된 매체로 삼던 나의 작품들을 디지털화 시키는 과정에서 실제 작품의 물성이 왜곡되거나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Re-aliasing(리 엘리어싱) 현수막 제작, 가변설치, 2019

디지털 매체(media)를 통해 매개(mediation)되는 상(像)은 픽셀로 재현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대각선, 곡선, 둥글고 세모난 것들은 제한된 해상도 환경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며 계단 모양의 울퉁불퉁한 외곽선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앨리어싱(aliasing)’이라 부른다. 이 앨리어싱 현상을 육안 상으로 완화하고자 울퉁불퉁한 경계선 주변의 색을 혼합하여 중간 영역을 만듦으로써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기법을 ‘안티-앨리어싱(anti-aliasing)’이라 한다. 원재료의 물질성을 제거하고 안티-앨리어싱 된 매끄러운 막을 덧입은 디지털 이미지들은 그것 자체로 기능하는 새로운 물성을 갖게 되었다. 이에 나는 안티-앨리어싱이 되어 우리에게 도달하는 이미지를 중간에 가로채어 그 특징만을 추출한 ‘재물질화’를 실행한다. 이것은 디지털 매체 상에서 보이는 이미지들을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한 것을 거꾸로 되돌려 다시금 위화감을 드러내고 제거된 물질성을 되살리는 작업이라 볼 수 있다. 나는 이 과정을 리-앨리어싱이라 칭하고 울퉁불퉁한 위화감에 대한 복원이라 설명한다. 다만 여기서의 ‘Re-‘의 의미는 안티-앨리어싱 되기 이전의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라기보다 앨리어싱과 같은 디지털 이미지가 가지는 특성을 다른 방식으로 현실세계에 꺼내어 새로운 물질로 구현하려는 것이다. 이 전시에서는 나는 스캐노그라피와 이를 포함한 다양한 리-앨리어싱의 방안들을 고안하고 실험하였고, 그 결과를 다시 시작점으로 삼아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매끄러운 막, 아크릴에 수전사, 가변설치, 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관성에 의해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원점으로 되돌려 다시 생각해보거나 다른 관점으로 비틀어보거나 혹은 반대로 뒤집어보려는 노력을 지속한다. 사고과정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고정적이고, 한번 알게 된 인식의 지름길을 두고 다른 시도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관성의 힘이 강력하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만들어낸, 어떻게 보면 예술가로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습성 같은 것이다. 익숙한 것에 대해 재탐색하는 일을 멈추게 되면, 똑같아 보이는 것 사이에 미묘하게 다른 차이를 보지 못하고 놓치게 된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동질성을 찾고, 같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이질적인 부분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며 차이, 틈을 찾아 드러내는 일을 한다. ‘내가 보고 있는 저 원이 정말 둥근 것인가?’와 같은 황당할 수도 있는 질문들로부터 작업의 실마리를 찾는다.

 
 
3개의 방 8개의 경계(세부), 롤 블라인드(PET)에 UV 프린트, 가변설치, 2019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작업을 하면 할수록 작가 개인의 고민과 관점은 더욱 심화되기도 한다. 나의 수많은 생각과 시도들을 작업의 결과물 하나로 전달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각기 개인 생각들, 혹은 나의 개별 작업물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어느 구석 좁은 면면을 반영하고 있고, 그 좁은 면이 맞닿는 순간 반가운 소통이 흔치 않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을 위해 분명 모두가 공유하고 있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예술과 삶이 연결되는 지점을 세심하게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최근 내가 일관되게 시도하는 ‘리-앨리어싱’은 자연적 세계에 존재하는 차이를 디지털화 과정에서 소거하는 것과는 반대로 다시금 그 차이를 생산해 내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디지털 매체를 매개로 한 균질화 된 세계에서 차이를 찾고자 하는 욕망이며, 디지털과 현실 세계의 경계가 모호하게 섞여 그 구분이 흐려지는 매체 환경에 우리가 너무 쉽게 몰입하게 되는 데에 대한 불안감의 다른 표현이다. 우리가 보는 것이 실체를 결여할 수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를 가시적으로 만들지 못할 이유 역시 없다. 새로운 매체 환경에 반응하는 즉물적 작업들을 통해 디지털 이미지의 한계 너머에 있을지도 모를 촉지적 감각을 일깨우고 나아가 ‘보이는 것 이상’의 비가시적 영역에 대한 사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리사이징(Resizing), 81x81cm(좌), 50x50cm(우), 나무합판, 알루미늄,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kiminyoung.com




김하나 KIM Hana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2020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11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지난해 진행된 공모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과 기획자를 선발하고, 일정기간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을 지원합니다. 또한 비평 및 연구, 창ㆍ제작 발표 지원 등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합니다.
올해,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입주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 등에 관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김하나는 회화 표면의 질감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빙하, 침대보, 합판 등 사물의 표면 질감을 직접적으로 레퍼런스 삼아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종종 바닥에 깐 캔버스 천 위에 물감을 흘린 뒤 천의 굴곡에 따라 자연스레 물감이 고이거나 굳게 두기도 한다. 또한 구체적인 레퍼런스가 있지 않더라도 물감의 안료 구성과 레이어 쌓기, 그리고 빛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캔버스 표면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감각할 수 있게끔 전시를 연출한다. 작업의 레퍼런스의 공통점은 대체로 자연의 재료이며 시각 우위의 것이라는 점이다. 빙하, 직물, 모래, 물, 빛, 돌, 포도, 합판, 광물 같은 것은 형상보다 제일 먼저 질감으로 인식된다.

아름다운 직업 4, 90.9×72.7x5cm, 캔버스에 유화,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끊임없이 무너지고 동시에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는 인간의 위태롭고 막막한 속성을 회화로 나타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를 존재시켜 나간다는 것은, 붕괴와 변화의 연속성 속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마치 회화가 실제적 단단함 대신 무한한 변형 속에서 사라지거나 유지하는 것과 같이 변화와 흐름이라는 요소는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시작점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회화와 인간을 한 수평선에 대치시킨다. 회화는 붕괴하고 변화하는 존재방식 자체로 인간의 메타포가 된다. 따라서 내가 작업하는 회화에서 표면은 미적탐구의 대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존재방식에 대한 존재론적인 방식을 드러낸다. 특히, 내가 주로 작업하는 추상적 회화 작품은 완성된 후 작품이 스스로 말하고 표출하고 있는 것이 주체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Untitled (Glacier Landscape Series),
180x160cm, 캔버스에 유화, 2016

Untitled (Glacier Landscape Series),
130.3×162.2cm, 캔버스에 유화, 2016

회화 작업이 표현의 지점을 넘어서 하나의 주체로 거듭나는 부분은 장면이 하나의 분위기 그리고 뉘앙스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완성된다. 나의 첫 번째 개인전 《빙하풍경》(신한갤러리, 2016)을 포함하여 2014년부터 2017년 사이의 작업을 돌아봤을 때, 무의식적으로 ‘주변과 대상’이 분간되지 않았던 작업과, 그 ‘주변과 대상’이 분명하게 나뉘는 경우를 찾아 볼 수 있었다. 나는 내 작업에서 그러한 장면성을 방해하는 하나의 요소를 ‘표면의 주변과 대상’의 분리라고 판단하였다. 그 이후 나는 새로운 지향성을 가지고 2017년부터 추상적 회화의 ‘표면의 주변과 대상’의 관계와 구성 그리고 그 둘의 합일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였다.

《Little Souvenir》 전시 전경, 갤러리 기체(서울), 2018

‘주변과 대상’은 정사각형 그림 안 형상에서 시작하여, 2018년 두 번째 개인전 《Little Souvenir(리틀 수비니어)》(갤러리 기체) 작업 과정에서 그림과 그림이 지지 받고 있는 벽 더 나아가 바닥과 천장을 처음 개입시켰다. 이어서 개인전《White, Wall, Ceiling Rose(화이트, 월, 실링 로즈)》((공간 시은, 2018)과 단체전《그림과 조각》(시청각, 2018), 《Allover(올오버)》(하이트컬렉션, 2018) 에서 전시 전체를 장면으로 설정하여 회화의 확장된 감각을 심도 있게 실험하였다. 네 번의 전시 모두 서로 다른 공간의 특성에 따라 새로운 작업을 선보였고, 같은 작업이더라도 다르게 변주하여 새로운 감각을 시각화 하였다.

 
《그림과 조각》전시 전경, 시청각(서울), 2018

나는 캔버스를 변형하거나 캔버스 밑 칠 안료와 벽면의 관계 또는 빛을 활용하고도 하고, 곡선 유리 액자와 여백의 벽 또는 맞은편 그림과의 관계, 시선의 층위 차이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이 때 작품의 ‘주변’이 그림이 되기도 한다. 단순히 2차원 평면 안에서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놓일 공간과 어떻게 합일하여 확장되는지 탐구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전시 전체와 더불어 공간을 고려하지 않은 작업 또한 기존에 구상하지 못했던 색채와 광택의 사용, 붓질과 형상의 당위성 등을 획득하여 두드러진 개별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추상 회화에서 ‘주변과 대상’이 새로이 인지함으로 표면이 표현의 지점을 넘어선 주체가 되는 내러티브의 가능성을 더 구체화시키는 연구 목적을 가지게 되었다.

Beau Travail 11(아름다운 직업 11), 160x160cm, 캔버스에 유채,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내 작업은 전시 되는 장소의 빛의 조건에 영향을 받아 표면을 계획 또는 우연적으로 제작하거나, 창문을 이용하여 회화의 표면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작업은 거울로 된 천장에 창 밖의 풍경이 비춰지는 것을 보고 작업을 구상했다. 한번 비춰진 간접적 이미지의 특성과 천장에 함께 비춰진 실링 로즈(천장에 전선이 지나가게 고정해 놓은 둥근 물체)의 독특한 어감은 은색을 최대한으로 섞은 보라색의 유화 물감을 사용하여 큰 창문이 있는 공간에 두어 직사광선 일 때는 그림이 반사되어 전혀 보이지 않는 표면 그리고 캔버스 위에 한번 더 튀어 나온 캔버스를 두는 방식으로 치환 되어 새로운 표면을 획득했다.

White, Wall, Ceiling Rose (Little Souvenir Series), 112.1x291cm (3점), 캔버스에 유화, 2018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내가 실제로 방문했던 곳에서 구입한 알프스 키츠부르헬(Kitzbühel) 스키장 엽서(기념품)는 9년이 지난 지금, 현재의 나에게 어떤 구체적인 추억들이 아닌 ‘내가 정말 이곳에 갔다 왔었을까?’ 같은 비현실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일반적인 기억의 형태와 동떨어져 ‘현재와의 간극‘ 또는 ’신기루‘와 같은 감정을 수반한다. 빙하는 상반된 두 바람을 투영하고 있는 기념품이다. 나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종종 빙하를 그려왔다. 다큐멘터리 영상을 본 후, 장엄하고 신비로운 풍경에 매료되어 실견하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빙하를 그리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빙하를 실제로 보지 못했고, 이전의 상황과 달리 극지방으로 여행 갈 수 있지만 당분간 가지 않기로 하였다. 나에게 현재 빙하는 실견하지 않아 발생한 환상 또는 허상으로, 더 특별한 감각을 주는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간직되길 바란다.

Untitled (Glacier Landscape Series), 201x108cm(2pcs), 캔버스에 유화, 2016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나의 작업은 기념품과 같다. 새로운 여행지나 뜻밖의 무언가에서 느낀 낯선 것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과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다르지 않다. 낯섦이라는 단어가 불러오는 짜릿한 관능, 두려움, 설렘, 원초적 아름다움이나 신비로움과 같은 다양한 감정 속에는 공통적으로 일상의 스토리 라인을 침묵시키는 활력적인 생기가 들어있다. 그것은 우리를 일상으로부터 유인하며, 그 곳으로부터 떼어낸다. 기념품이라는 물건은 신비로운 구석을 가지고 있다. 냉장고의 자석, 가방의 열쇠고리 혹은 선반에 위의 기념품은 전혀 상관없는 곳에 주위 사물과는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은 채 이기적이며 당당하게 놓여있다. 대체적으로 작은 형태이지만, 크기에 구애 받지 않으며 공간과 감각을 크게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현실 풍경을 초현실적으로 환기시키며, 일상 속 마주치는 예술 작품과도 대단히 유사하다.

 
Untitled (Little Souvenir Series),
22.7×15.8cm(2pcs), 캔버스에 유화 및 오일파스텔, 2018

Untitled (Little Souvenir Series),
15.5×10.5cm(2pcs), 종이에 흑연과 오일,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현대 회화 작가로서 ‘왜 아직도 그림을 그리는가’를 계속해서 질문하며, 매체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행위, 그 자체가 어떠한 불확실한 것에 대한 짐작임과 동시에 단단한 현실과 대비를 이루어내는 유기적인 추상적 회화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회화 표면의 무한한 변형은 단단한 외피로부터 발가벗겨진 인간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디지털 화면에 담긴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넘치는 시대에서 직접 몸이 개입하여 실제로 감각 할 수 있는 질감과 물성을 탐색하는 일은 지난 긴 회화의 시간 속 표면 탐구와는 다른 감각과 의미를 가진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이와 보는 이 모두가 질감과 물성을 새로이 감각할 수 있는 회화 시각 언어와 작업 방식을 찾고자 한다.

Beau Travail 10(아름다운 직업 10), 181.8×227.3cm, 캔버스에 유채 2019
Beau Travail 9(아름다운 직업 9), 130.3×486.6cm, 캔버스에 유채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김민정 KIM Minjeong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2020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11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지난해 진행된 공모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과 기획자를 선발하고, 일정기간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을 지원합니다. 또한 비평 및 연구, 창ㆍ제작 발표 지원 등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합니다.
올해,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입주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 등에 관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김민정은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영화 영상 제작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시간 기반 매체로서 필름의 물질성과 기술적 특성, 그리고 그것이 담을 수 있는 감각들에 대해서 연구해오며 영상 매체의 물리적, 광학적 규칙, 영사 환경 등 매체를 둘러싼 여러 조건들이 사회와 문화적 맥락 내에서 ‘기준’과 ‘표준’이라는 약속된 허구를 어떻게 영화적 체험으로 드러낼 수 있는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영상 작업을 만들고 있다.

(100ft), 3분, 16mm 필름, 컬러, 무음, 2017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신체와 언어유희 사이에서 시작된 나의 작업은 16mm 필름의 물질성을 연구하면서 거리와 길이, 시간 단위 등 표준 측량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왔고, 점차 영상 매체가 촬영 환경 또는 영사 공간과 가지는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감각에 대한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종이와 비디오의 세계를 거쳐서 대학원에서 처음 16mm 셀룰로이드 필름을 접하였고 그 후 아날로그 필름과 디지털 매체 모두를 사용하여 작업하고 있다.

 
Depth of Field, 3분 5초, HD 비디오,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나의 영상작업 <(100ft)>은 가장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에게 선보인 작업이다. 초청되기 원했던 모든 영화제에서 상영되어서 기쁘기도 했고 이 작업을 향한 다양한 나라나 문화권에서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졸업 작품이었던 <FOOTAGE>을 만드는 동안 생각해낸 작업으로, 미국 모하비 사막 근처 소다 레이크(Soda Lake)라는 곳에서 촬영하였다. 이 곳은 나의 멘토인 제임스 베닝(James Benning)의 ‘Shooting Landscape’ 수업 때 처음 방문하였는데, 과거에는 바다였으나 현재는 계속 호수가 증발되어 온 사방이 눈처럼 하얗게 소금으로 덮인 공간이다. 이 작업에서 정확히 1피트의 발을 가진 사람과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아주 작은 발을 가진 사람이 같은 위치에서 100걸음을 걷게 되는데 1피트의 발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서 2년 동안 1피트로 잘려진 필름 스트립을 가지고 다녔다.

(100ft), 3분 16mm 필름, 컬러, 무음, 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사회적 약속이나 규칙, 기준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것들이 지칭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 허용하는 범위나 기원 등을 찾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구조를 발견하거나 모순을 찾게 되고 때때로 그 안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유희에 끌리기도 한다. 또한, 그것들이 특정 매체의 특징과 만나거나 충돌하는 지점에서 나의 작업의 방향이 정해진다.

 
푸티지(FOOTAGE), 2분 47초, 16mm 필름, 흑백, 2016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아직 작업의 궁극적인 의미를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작업에 대한 나의 생각은 가장 처음 썼던 필름메이커 스테이트먼트를 가져와서 인용하고 싶다. 그것을 지금 보았을 때 스스로 느끼기에 설익고 지나치게 뭉뚱그려져 있지만, 한편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다짐들을 담아서 표현했었다.

“나는 이미지를 넣고 담을 수 있는 컨테이너로서, 이미지가 태어날 수 있는 화학적 반응으로서,
세계를 바라보는 다른 크기의 창문으로서, 오브제나 공간을 향한 나의 얼굴 표현으로서,
만질 수 없는 물질을 향한 물리적은 반응으로서, 내 자신을 직접적으로 볼 수 없거나 자세히 보고 싶어 하지 않을 때
나 자신을 보기 위한 거울로서 무빙이미지를 만든다.”
“I make moving images as containers which I put images in; a chemical bond which gives birth to image;
different size of windows which I observe the world through; facial expressions toward objects or spaces;
physical reactions to intangible material and mirrors to show by myself
which I do not want to see carefully or I cannot see directly.”

오스트레일리안 페이퍼, 2분20초, 16mm 필름, 컬러, 2015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kimminjung-works.comvimeo.com/minjungkim




김방주 KIM Bangjoo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2020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11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지난해 진행된 공모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과 기획자를 선발하고, 일정기간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을 지원합니다. 또한 비평 및 연구, 창ㆍ제작 발표 지원 등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합니다.
올해,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입주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 등에 관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김방주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 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주로 퍼포먼스나 수행적 요소가 있는 작업을 진행한다. 익숙한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가져보지 못한 질문을 해보거나, 그러한 사물과 상황들을 생경한 상태로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의식적으로 공동체의 합의된 일반적인 규칙들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잘못 해석하는 식의 방식으로 갈등 상황에 놓이는 것을 즐긴다.

Fill Out the Blank, 60분, 퍼포먼스, 베를린(독일), 2014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매체를 정해놓고 작업을 진행하진 않지만 주로 영상이나 퍼포먼스 형태의 작업이 많은 편이다. 2013년도부터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작업을 하게 됐는데, 낯선 환경 탓인지 평범한 일상들이 상당히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작업실이 없었기 때문에 주변 상황이나 사물을 작업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많아지니 관성적으로 사용해왔던 물감이나 붓 따위를 쓰는 것이 어색하더라. 이 시기에는 그림을 완성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때부터 일상생활이나 익숙한 것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순간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작업과 그것을 보여주기 위한 매체는 작업 전반의 연구 과정과 함께 장황해졌다, 혼재되었다가 다시 단순해지기를 반복하는 것 같다. 이 과정에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다.

   
   
Dear Mum; From up High to Far Away, on the Flat Between 0 and 1, 14분 56초, 영상 설치,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Fill Out the Blank>은 작업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보여주길 선호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베를린에서 친구 집에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집 앞의 주차장에서 한 시간 가치에 해당되는 주차장 티켓을 사고 그 공간을 점유했던 퍼포먼스이다. 주차난이 굉장히 심한 곳이었는데 한 운전자가 그곳에 주차하려고 핸들을 꺾고 나를 발견하고는 고민 후에 다른 자리로 이동하기도 했다. 4-5초 정도 되는 그 정적이 나의 작업을 잘 대변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Fill Out the Blank, 60분, 퍼포먼스, 베를린(독일), 2014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산책, 책, 다른 작가들의 태도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의 작업은 보통 ‘익숙한 것’에서 출발한다. 주로 매일 생각하고 있는 예술이라든지 일상생활, 또는 그 두개가 혼재된 상황에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간혹 ‘익숙한 것에 대한 배반’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서 인지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 문득 처음 마주한 것처럼 생경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작업은 이 생경함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는 편인 것 같다. 그 사회에 ‘나’를 대입하여 생각해 본다던가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일자리를 구해 사회생활을 해보는 따위의… 말이다. 최근 5년 정도 대형 미술관에서 전시 지킴이로 돈을 벌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생겨난 질문에서 출발한 작업을 올해 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A Gentle Struggle, 2분 21초, 퍼포먼스 영상, 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기본적으로 소통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작업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장치를 만들 수는 있지만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다만 역설적이게 미술에 의미가 있다면 의식영역의 확장이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에 미술을 본 경험이 별로 없는 친한 동생과 다른 작가의 전시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동생은 한 시간 가량의 시간을 투자해서 본인이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해석을 가져왔다. 그리고는 본인 영역의 해석 방식으로는 답을 찾지 못 하겠다더라. ‘답을 찾으라고 만들어 놓은 게 아닌 걸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말이 제일 적합한 말인 것 같았다.

 
For The Buzzer Beater, 설치 전경,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사실 내년(올해?) 계획이라고 설정해 놓은 기획을 다시 생각하는 중이다. 아마도 전혀 다른 작업을 진행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의 용기를 잃지 않고 싶다. 아직도 사회의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난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자기가 바라보는 가치를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의 평가면 썩 괜찮지 않을까 싶다.

 
 
A Teleportation Through Two Chairs, I Don’t Have a Problem with Berlin Because I’m Not Late Also I Am Invited,
11분 2초, 영상 설치, 2017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ohhora.org




윤두현 YOON Doohuyn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986년 출생, 서울 거주
윤두현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환경조각 을 전공하고 미국 메릴랜드 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생활에 밀접하거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을 사용하여 설치, 사진, 조각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컴퓨터 바탕화면을 이용하여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묻는 작업 <시에라(Sierra)(2018)>와 <Wallpaper(2017-)>시리즈를 비롯하여, 일상 도구(온도계, 수평계 등)를 이용하여 실제와 이상의 차이를 찾아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시에라(Sierra)_플라스틱에 프린트 부착,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후 벽에 부착_7×3.9m(바닥), 2.5×17m(벽)_,2018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보통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생각해 내고 하나씩 풀어나가는데, 작년부터는 바탕화면을 이용하여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고민해 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초에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풍경으로 풀어보기 위해, 인터넷에 파라다이스나 유토피아라는 단어를 검색에서 나오는 이미지들(그래픽이미지, 그림, 사진 등)을 사용하여 가상의 환경을 실제에 구현해 보려 했다. 이 작업을 계속하던 중 하루, 가장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풍경이 컴퓨터나 핸드폰의 바탕화면에 눈이 가게 되었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바탕화면 이미지를 포토샵의 기능들을 통해 해체, 확대, 흐리게 하여 왜곡하고, 이것을 출력 후 다시 해체하여 설치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형설치 같은 경우는 작업실에서 가설치 후 사진으로 찍고 포토샵으로 설치물들을 이리저리 배치해 본 후, 그 도면을 참고로 전시장에 설치한다. 현재에는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오가며 그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무엇에 관해 작업하고 있다.

 
모하비 낮 밤(Mojave Day and Night)_디지털 프린트_42×100cm_2019   모하비 낮 밤(Mojave Day and Night)_프린트_42×100cm_2019_디테일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이번 2019년 6월부터 9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젊은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 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때 출품한 작업 〈모하비 낮 밤(Mojave Day and Night)〉이라는 작업과 2018년 8월 연남동의 CR collective라는 공간에서 전시했던 《시에라(Sierra)》전의 조각들이 있다. 시에라와 모하비는 맥 컴퓨터의 OS이름이자 바탕화면 그리고 산맥의 이름으로, 여러 맥락이 얽혀 있어서 사용하게 되었다. 가상과 실제의 경계에서 공간을 점유하고 관객을 그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작업을 많은 지원을 통해 할 수 있었다. 두개의 곡면형 벽을 사용한 모하비는 약 20×3.5미터, 시에라 바닥의 조각들은 7×3.9미터로 설치하게 되었다. 이 작업들은 계속해서 확장과 변형이 가능한 형태로써 관람자들에게 특정하게 바라는 의미 없이, 될 수 있으면 자유롭고 다양하게 해석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하게 되었다.

모하비 낮 밤(Mojave Day and Night)_디지털 프린트 후 벽에 부착_3.5×20m_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주로 많은 작가들의 작업, 전시들을 보면서 영감을 받고, 인터넷으로 작업들을 계속 리서치 한다.

Manufacture: Undo_디지털 프린트, 아크릴_가변설치_2018-19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작업 스스로 혼자서도 잘살아가는 작업을 만들고 싶다. 여러 방식으로 다양하게 관객이 원하는 대로 내 작업을 해석했으면 좋겠다. 작업에서 이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Wallpapers series_디지털 프린트_60×220cm_2018   Wallpapers series_디지털 프린트_200×120×30cm_2017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보통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생각한 후, 하나씩 진행하는데 아직 실험중인 작업이나, 기회가 없어 보여주지 못한 작업들이 있다. 이 작업들을 보여주고 싶고, 현재하는 작업도 계속해서 발전시킬 생각이다.

시에라(Sierra)_디지털 프린트_120×40cm(좌,우)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이민하 LEE Minha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민하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도쿄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첨단예술표현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망각에 저항하면서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내재해 있다고 여겨지는 ‘인간다움’이 상실되어가는 구조를 추적한다. 원시적인 매체와 신기술을 결합한 방식을 추구하는 작가의 작업은 모순이 점철된 형식과 육화된 텍스트를 특징으로 한다. 작가는 아이치 트리엔날레(Aichi Triennale, 2010), 고베 비엔날레(KOBE Biennale, 2013)를 비롯한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였으며, 가리봉동 일대의 벌집을 주제로 한 전시 《낮고 높고 좁은 방》(갤러리 구루지, 2017)을 기획하였다. 작품 활동과 전시기획 외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아트레일 조성 프로젝트》(항동철길, 2015)와 같은 다수의 주민참여형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진행해왔다.

그을린 세계(The Scorched World)_소가죽, 불도장, 버티컬 플로터, 프로세싱_0.2m×14m×4m_2018/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가죽과 인두(버닝펜)라는 소재를 사용한 작업이 두드러지긴 하지만, 소재나 매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작업하는 편이다. 주로 알려진 작업은 설치나 영상의 형식이지만 드로잉이나 사진작업도 있고 퍼포먼스를 하거나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원래 동양화를 전공해서 그림을 그리다가 닥섬유를 이용한 설치작업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자신이 만들기를 더 재미있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렸을 적부터 가죽이라는 소재를 특별하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2008년 5월 광우병 촛불집회로 인해 촉발되었다. 광우병이 무엇인지를 조사하다가 빠르고 효율적인 소고기 생산을 위해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서 동종 부산물을 사료에 섞어서 먹이게 된 것이 원인이 되어 유전자가 변형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2008년 12월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가자전쟁이 벌어졌는데, 뉴스 속보로 전송되는 화염에 휩싸인 불타는 도시의 이미지와 촛불로 뒤덮인 광장의 이미지를 보면서 일견 아무 관련이 없는 두 사건 속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가죽에 인두로 지질 때 발생하는 ‘살이 타는 것 같은 냄새’와 연기로 인한 (무언가의) 환기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다.
호기심이 많아서 홀로 조용히 무언가를 조사하는 사람이다. 떠오른 아이디어가 실제 작품으로 연결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한 가지 이슈에 매료되면 관련 서적, 영화, 자료 등을 살펴보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수많은 고리 중에서 한가지 시각적 이미지를 낚아채서 작품화를 진행하는데, 자료를 찾으면서 동시에 작품의 재료 손질에 해당하는 바탕 작업을 병행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을린 세계(The Scorched World)_소가죽, 불도장, 버티컬 플로터, 프로세싱_0.2m×14m×4m_2018/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2017년 ‘아남네시스(Anamnesis)’ 프로젝트는 영상과 설치작품 <Immolation>으로 구성된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2008년 일본에서 유학했을 때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당시에는 실행할 여력이 안 되었다. 작가가 덮어쓴 가죽이 제2의 피부로 치환되어서 타인의 고통을 이야기로 아로새긴다는 착상이었다. 가죽을 소재로 사용해 오면서 ‘한 꺼풀 벗기면 다 같은 피와 살’이라는 생각을 계속해왔다. 인간은 생물학적인 종으로 나눌 수 있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종이라는 단어는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과 우리가 피부색에 의한 차별을 해온다는 것을 부각하고 싶었다.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차별을 겪은 이야기를 공유해 달라고 모집했지만, 영상촬영 때문에 참가자 모집이 무척 힘들었다. 남자들의 경우 한이 맺힐 정도의 인상 깊은 이야기가 없을뿐더러, 수치를 감추고 싶어하는 남성사회의 문화가 작용하여 결국 한 명도 모집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여성 참가자 5명으로 압축되었는데 차별의 위계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낮은 위치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맨 처음에 참가자들이 보여준 글은 신문기사나 고소장 같았다. 나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서 감정에 거리를 두고 들여다보자’라고 제안을 했고 3~4회 걸쳐 그들을 만나면서 글을 추상적으로 함께 다듬어 나갔다. 그중에 한국인 혼혈인 이탈리아 국적의 코수 리디아 씨가 이상적인 미적 성취를 이뤘는데, 그녀의 글은 자신을 만화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수천 개로 분열된 자아를 노래하는 한 편의 시로 완성되었다. 글이 완성된 후, 퍼포먼스 형식으로 영상을 촬영했는데, 직부감 컷이 꼭 필요해서 층고가 높은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을 대관해서 진행했다. 매번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작품을 제작할 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구현 방식을 밀착시켜서 형식이 스스로 말할 수 있게끔 노력하는 편이다. 현재로는 육화된 텍스트가 핵심 단어로 기능하는 것 같다.

아남네시스(Anamnesis)_영상 4K_20분 25초_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초등학생 때, 갑옷과 무기가 정리된 백과사전식 책에 끌렸었다. 나는 무기에서 고문 도구로 그리고 생체실험과 전쟁사로 이어지면서 홀로코스트와 조우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바로 세계사였다. 대체 이런 일들은 왜 벌어지는 것이며, 인류는 여기에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는 걸까? 영향을 받은 책이 많아서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엘리아데(Mircea Eliade)와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과 라울 힐베르크(Raul Hilberg)에게 존경을 표한다.
2010년 2월부터 3월까지 2개월간 시리아를 중심으로 레바논, 요르단 등 인접국가 6곳을 리서치를 빌미로 돌아다녔다. 사실 <아남네시스> 작업에서 작가는 반군과 정부군이 함께 사는 마을을 상정하여 그곳에서 가죽 오브제를 짊어지며 몇몇 사람들을 만났다, 작가는 그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가죽 오브제에 직접 새겨 필사하는 로드다큐 형식의 영상으로 구상했었다. 언젠가 더 담대해지고 환경도 잘 갖춰진다면 꼭 실행해 보고 싶다. 촬영팀과 코디네이터, 통역사 등 대규모의 원정단을 꾸려야 하겠지만 말이다. 전시지원금 같은 제도로는 실행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이겠지만, 대규모 해외 로케이션에 걸맞은 지원금 제도가 현실적으로 없지 않은가. 사실, 세계지도 작업도 1964년 뉴욕 박람회의 상징인 유니스피어(Unisphere)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전체가 지름 120피트(36.576m)인 이것의 10분의 1 크기인 지름 3m의 구체로 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인터랙티브하게 구글링한 검색 내용에 맞춰서 좌표가 이동되는 것도 상상해봤다. 걱정하지 말고 쓰라고 누군가 제작비를 대준다면 바로 실현하게 할 자신도 있다.

 

상흔(Stigma)_5m×7m×2m_2019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학생 시절부터 예술가가 액티비스트의 역할도 가능한지 궁금했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다수 존재해왔고 영향력을 미치기도 하지만, 실은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움직이려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정치가가 되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그래도 한 가지, ‘망각에 저항하는 도구’로써 예술의 역할은 있지 않나 하는 희망적인 생각이 있다. 인정받은 예술품의 특권이란 어딘가에 소장되어 보존되는 것이지 않은가. 그리고 후손들은 그 작업을 연구하고 교육할 것이고 말이다.
작년 고양 레지던시의 오픈스튜디오 때에도 관객 중에 한 분이 ‘질 것을 아는 싸움을 왜 계속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해주셨다. 그건 바로 내가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진흙탕 속에 발을 딛고 있으나 이상은 저 높은 곳을 향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분은 나에게 사회학이나 인류학을 전공해 보라고, 혹자는 정치가가 되어 보라고 조언해 준다. 내가 예술가를 선택한 것은 남겨질 작업이 ‘망각에 저항하는 도구’로 기능하기를 염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앞에 두고 관객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관객들도 내 작업의 배후에 있는 수많은 연결지점을 발견하면서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내 작업이 예술로 인정받는 순간이란, 관객들이 관람 후에 무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아닐까 싶다.

 
제물(Immolation)_5명의 참가자들의 이야기
(우즈베키스탄, 터키, 중국, 이탈리아),
120개 국어로 된 다양한 종파의 기도문들, 철 프레임_400×150×280cm_2017
  제물(Immolation)_이탈리아어와
한국어 버전의 참가자 이야기
_돼지가죽에 실버 펜_48×113cm_2017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기회가 된다면 해외 레지던시를 더 경험해 보고 싶다. 2018년에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국제교환입주 프로그램을 통해 바우하우스 데사우(Dessau) 재단의 레지던시를 3개월간 경험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데사우라는 소도시에 있으면서도 세계와 연결할 수 있는 확장의 가능성을 느꼈다. 특히 나의 관심사나 작업 주제들이 무거워서인지, 전시를 자주 하는 편이 못 된다. 그런데 내 작업이 가지고 있는 ‘차별-배제’, ‘인류-피부색’, ‘학살’, ‘성-속’, ‘육식’ 등의 키워드들은 오히려 유럽에서 더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나의 작업에 쉽게 만족을 못 하는 편이다. 나로서는 평생을 연구할 대주제를 설정하고 나아가고 있는데, 그 연구의 목표는 오픈해 놓은 셈이다. 거듭할수록 끝없이 다른 것들과 연결되어서 종종 방향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역사적 사건의 재현이나 희생자에 대한 애도에 중심을 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그 배후에 있는 구조를 알기 원하며, 그 구조가 드러나는 작품을 완성하고 싶다. 그와 동시에 ‘그 구조가 드러난 작업’을 앞으로 10여 년 후에는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나는 또한 ‘인간성을 상실하는 순간’이 드러나는 작업을 실현하고 싶다. 그 방법을 작업하면서 찾아 나가는 중이다. 이 방식은 수도자가 수행하는 방식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목표를 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다는 지점에서는 비슷한 것 같다. 그 길을 더듬어 올라가는 탐구형 예술가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

인간보관용 콘크리트 박스(A Concrete Box for Human Storage)_2-3합 장지에 콩댐, 인두 및 컷팅_480×330cm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