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소재로 현대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는 창작극 <별 탈 없음>

창작극 <별 탈 없음>이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진행되었다. 이 작품은 2017년에 공연단체 ‘위로’의 창단공연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2년 만에 새로워진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나타났다.

공연단체 위로는 그동안 전통소재와 현대 서사를 융합하여 색다르면서도 특색있는 창작극을 선보였다. 매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무대를 보여준 덕분에 이번 공연 역시 설렘과 기대를 품은 사람들로 공연장이 가득 채워졌다. 나 역시 이번에도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자리에 앉았다.

공연은 아빠와 딸의 대화로 시작되었다. 15살 소녀 남주는 탈을 깎는 일을 하는 아빠(도열)와 단둘이 살고 있다. 남주는 아빠에게 학교에 가기 싫다며 떼를 썼고, 아빠는 딸에게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남주는 아빠 손에 들린 탈을 보며, 남한테 탈이 나는 걸 뻔히 알면서 모른 척하고 가만히 있어도 되는지 물었다. 아빠는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였다.

“탈은 돌고 돌아. 언젠가 너한테도 올 수 있지.” 도열은 여느 아침처럼 집에서 탈을 깎았고 남주는 등교를 했다. 그리고 이 대화가 아빠와 딸의 마지막 대화였다.

3년 후, 도열은 사랑하는 딸을 잃고 희망도 기쁨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모든 의욕을 잃은 도열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찰나, 갑자기 눈앞에 이상한 차림새에 이상한 말투를 쓰는 사람이 나타났다. 게다가 이게 웬걸. 저 사람이 쓰고 있는 탈은 오래전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다. 아니 그것보다 대체 우리 집에 어떻게 들어온 거지?

<별탈없음> 도열
ⓒ 극단 위로

도열은 자신이 좀 전에 남주의 곁에 가려고 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자신을 황창이라고 소개하는 이 낯선 소녀와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에 신고도 했다. 그런데 이 소녀, 가만 보니 이상하긴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듯하다. 탈을 쓰고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왠지 딸 남주와 많이 닮았다. 나이도 남주가 세상을 떠나던 같은 15살이다.

오갈 데 없는 황창은 한참을 굶은 듯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탈이 벗겨지지 않아 내쫓을 수도 없어서 우선 밥을 먹였다. 배가 부르자 심심해졌는지 블라인드 커튼을 궁금해하기에 알려주었다. 물론 커튼을 일정 부분 이상으로 올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창문 위쪽에는 아무도 봐서는 안 될 것들이 붙어 있으니까.

<별탈없음> 경찰
ⓒ 극단 위로

얼마 후 경찰관이 도열의 집으로 왔다. 그는 황창과 잠깐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황창이 블라인드를 걷어냈다. 이 두 사람은 아무도 봐서는 안 되는 도열의 비밀을 봐버렸다. 창문에는 낯선 소녀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러자 경찰은 도열을 한순간에 미성년자 성추행범으로 몰았다. 졸지에 성추행범 용의자가 된 도열은 하는 수 없이, 경찰에게 딸 남주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다.

딸 남주는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를 돕다가 사고를 당했다. 따돌림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부모님의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상처받으며 자랐다. 도열은 이 사건 모두가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도열은 자신도 그 어른 중 한명이며,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딸의 모습이 그저 청소년기에 한 번쯤 겪는 반항으로만 여긴 자신을 탓한다. 황창은 그런 도열에게 다시는 나쁜 선택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받아낸 뒤, 자신이 있었던 과거로 돌아간다.

황창은 신라에서 가무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며 생활하는 고아이다. 어느 날, 백제의 왕이 황창의 가무를 보기 위해 그녀를 자신의 앞으로 불러냈다. 한편 전쟁을 일으키는 백제 왕 때문에 머물 곳이 없는 고아 친구들과 황창은 사람답지 못한 삶을 살았다. 그녀는 백제 왕을 만날 기회를 얻자, 자신의 목숨을 걸고 복수를 했다. 백제의 왕 앞에서 왕을 홀릴 만큼 뛰어난 춤을 보인 후, 그에게 다가가 칼로 찔러 죽였다. 그러고는 바로 달아나서 은둔 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거두어주었던 사람들이 위험해지자 결국 제힘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 왕을 죽인 대가로 목숨을 잃게 된다.

남주는 도열에게 탈이 생기려고 하자 그 탈을 막기 위해 황창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는 도열이 죄책감을 떨쳐내도록 황창의 모습으로 도열을 위로한다.

<별 탈 없음>은 도열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누구에게나 예기치 못한 탈이 생길 수 있지만, 그 탈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생활하길 바라는 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현실의 사회 문제를 비판하는데,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현실에서 어른들의 무책임함을 꼬집는다. 마지막으로 별 탈 없기 힘든 세상에서 별 탈이 없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막을 내린다.

<별탈없음> 광대
ⓒ 극단 위로

<별탈없음>남주
ⓒ 극단 위로

글 / 시민기자단 김다솔
사진 / 극단 위로




도서관에서 만난 인천의 역사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가까운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 <인천역사시민대학>이 가을을 맞이하여 다시 돌아왔다.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와 계양도서관이 함께 준비한 ‘근현대 인천의 도시·건축’ 강의는 7주간 진행되며 지난 9월 2일 첫 시작을 알렸다. 계양도서관 지하 계수나무 홀에서 진행한 이번 강의에 100여 석이 넘는 자리를 인천 시민으로 가득 채웠다.

오늘은 인천도시연구소 김용하 강사의 ‘근대 인천의 도시계획’ 강의가 진행되었다. 삼국시대 비류 백제의 도읍지였던 인천은 우리나라 근대사 개항장의 맥을 같이하기도 한다. 현재 인천은 종합도시 3위라는 명성에 맞게 바다와 하늘, 섬과 육지, 농촌과 도시, 항만과 공항, 갯벌의 자연적 요소와 개발의 인공적 요소가 어우러졌다.

1937년 일제 강점기에 근대적 의미에서 인천도시계획이 최초로 수립되었다. 당시에 인구 20만 명을 수용하기 위해 가로망과 도시시설, 구획정리사업지구, 용도지역을 처음 지정했다. 이후 한반도 병참기지화를 위한 일환으로 ‘경인시가지 계획’을 발표했다. 이때 인천시가지 계획구역에 부내면 전역(지금 부평일대)과 문학, 서곶면 일부를 편입하고 개항장과 인천부 지역을 의미하던 인천이 부평과 합쳐져 현재의 인천이라는 도시 구역이 결정되었다.

광복 이후, 1949년 8월에 경기도 인천시로 개칭되었고 약 29만 명이었던 인구는 1961년 약 40만 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 추진, 공업화, 수출지향정책으로 부평·주안수출산업 단지가 조성되었다. 경인고속도로 개통으로 인천은 공업도시로 발전하였고
1966년에 서울, 부산, 대구에 이어 인구 50만 명의 도시로 성장한다. 인구 증가에 따라서 부안, 부평지구에 토지구획정리사업이 활발히 시행되었고 1970년대 말 약 65만 명의 도시로 성장하였다.

1981년 7월에 인천직할시로 승격하면서 1980년대 말에 인구는 100만 명에 돌파하였다. 1991년 두 번째 도시기본계획 수립으로 옹진군 영종면·용유면과 김포군 계양면이 편입되었다. 그리고 대규모 해안매립으로 행정구역 확장과 함께 송도신도시, 영종 신 국제공항, 인천지하철 건설 계획을 반영하여 수립되었다.

1992년에는 인구 200만 명에 도달하였고, 1995년 1월에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 때 인천 북구는 현재의 계양구와 부평구로 분구되고 남구는 미추홀구와 연수구로 분구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현재 거주 인구 300만인 인천은 동북아 경제 중심도시로서 자리매김하고자 송도국제도시, 인천경제자유구역, 아시안게임 유치 등으로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강의를 통해 인천의 개괄적인 도시 계획에 따른 변천사를 파악하였다. 이로써 최근에 접하게 된 인천 서구지역의 분구 소식도 낯설지만은 않았다.
인천의 도시계획 변화와 흐름을 시작으로 다음 강의는 계양구와 강화에서 번갈아가며 인천 지역의 역사를 더욱 자세히 들여다 볼 예정이다. 내가 사는 이 지역을 되돌아 보고 함께 고민해 보는 이 시간을 통해 인천의 미래를 함께 그려보길 바란다.

글 · 사진 / 시민기자단(이정민)




강화에 보물로 지정된 고려시대 석탑이 있다고?

강화 장정리 오층석탑 ⓒ문화재청

강화에는 보물 제10호로 지정된 고려시대 석탑이 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져 오랜 세월을 견뎌낸 석탑이라니, 게다가 보물이라고 하니 흥미가 생겼다. 강화 하점면 장정리로 차를 몰았다. 화장실만 덩그러니 있는 공터에 차를 세우고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석탑을 보러 다가갔다. 그런데 저 멀리 그 보물이라는 석탑의 자태는 자못 실망스러웠다. 형태는 온전하지 못하고 3층 이상의 탑신, 5층 옥개석, 상륜부도 모두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고 그나마 남아 있는 옥개석도 군데군데 깨져 있었다.

아, 온전하지 못한 형태라도 보물로 지정이 되는구나. 고려시대 탑이 뭐가 있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없다. 일단 고려시대에 현존하는 탑은 거의 손에 꼽을 만큼 적고, 현존하는 것이라면 모조리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니 온전하지 못하면 어떠리. 고려시대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 그 가치는 충분하다. 신라의 완전한 균형미를 담은 3층 석탑을 이어받아 고려시대에는 신라시대 양식이 가미되었지만, 좀 더 다양하게 다각 다층탑으로, 개성미를 뽐내는 것들이 많다.

원래 이 탑은 무너진 상태로 발견되어 석재가 주변에 굴러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이것을 1960년대 수리하여 다시 세운 것이다. 수리라고 하기보다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석재를 없으면 없는 대로 남겨둔 채 남아 있는 것만 쌓아 놓았다. 그러니 지금 오층석탑이 세워져 있는 자리도 원래 석탑의 자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석탑이란 원래 절에 있는 건축물이다. 이 석탑이 정말 봉은사에 있던 석탑이라면 주변에 절이 들어설 수 있을만한 절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절터가 들어설 만한 장소가 없다. 이 근처 어딘가 절이 있었을 것이고 거기 있었던 석탑일 텐데, 아직 절터를 찾지는 못했다. 온전하지 못한 이 석탑은 지금 석탑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자태를 하고 있지만, 고려시대 아마도 강화 천도시기에는 이 근처에 절이 있었을 것이며, 왕이나 주요 관리가 와서 나라의 안위든 개인적인 안위든 부처님께 빌곤 했던 곳이리라.

이 석탑은 봉천산 자락에 있는데, 근처에는 석조여래입상이 있다. 이것 또한 고려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보물 제615호로 지정되어 있다. 하음봉씨 시조설화와 관련성은 1775년(영조 51)에 세워진 <하음백봉우유적비(河陰伯奉佑遺蹟碑)>에 그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석조여래입상을 보호하고 있는 석상각(石像閣)도 유적비와 같은 연도인 1775년에 중수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그 전부터 구전되어 오던 내용을 비석에 새기고 각을 세워 기린 것이다. 이 석조여래입상 또한 불교와 사찰을 암시하는 유물이다. 사찰의 구성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불상은 지역적 특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전형적인 고려시대 불상이다.

고려시대 강화천도 시기 강화도에는 왕과 관리들이 머물 궁궐만 지은 것이 아니다. 고려 세조의 창릉, 태조의 현릉을 강화로 이장하였고, 국교가 불교인 국가답게 개성 주위에 있던 주요 사찰도 이름 그대로 옮겨왔다. 강화천도 시기 고려 궁궐에 대한 조사와 위치 재비정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많았지만, 당시 사찰에 대한 조사는 눈에 띄게 이루어진 것이 없다.

이 일대에 대한 발굴과 추가 조사가 이루어져 절터의 흔적이라도 발견된다면 큰 수확이 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강화의 고려시대 보물들은 모두 차로 그 앞까지 갈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강화에 있는 고려시대 보물을 찾으러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강화 장정리 석조여래입상 ⓒ문화재청

 글/ 홍인희 연구원(인천역사문화센터)




2019 인천동아시아문화도시 사진영상페스티벌

인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건 이런 순간이 아니었을까. 2019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인천에서 국제적인 사진영상 페스티벌이 개최된다고 해서 다녀왔다.

8월 15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사진&영상 페스티벌은 9월 15일까지 한 달 동안 사진 작품 총 2,000여 점과 40여 편의 영상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페스티벌 첫날이었던 15일에는 한중문화관에서 오프닝이 진행되었다.

우리나라 전통 사물놀이가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경쾌한 리듬에 몸이 동할 때쯤 문화관 내부전시실로 안내한다. 이어진 공연은 전시실 내부에서 행위예술이 진행된다. 공연자의 작은 몸에서 뿜어내는 거대한 움직임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오프닝 공연은 이번 사진영상페스티벌의 큰 뜻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한․중․일 3국의 문화교류, 예술로서의 결합을 의미하며, 최근의 정세와는 관계없이 예술로 하나 되는 동아시아의 밝은 미래를 그대로 나타냈다.

이번 페스티벌은 총 2회에 걸쳐 진행되며, 1차 전시회는 8월 15일부터 25일까지 선광미술관, 한중문화관, 화교역사관 전시실, 개항박물관 4곳에서 전시되는 ‘인천동아시아문화도시 대표사진가전’이다.

2차 전시회는 8월 27일 인천 아트플랫폼 칠통마당에서 개막해서 다음 달 15일까지 진행되는 ‘교수&대학생 사진영상전’과 ‘해양사진전’이다. 아트플랫폼 곳곳의 전시장과, 카페팟알, 서니구락부, 212갤러리 등 개항누리길 전반에 걸쳐 다양한 장소에 작품이 전시되었기 때문에 방문한다면 가장 먼저 팸플릿부터 챙겨 안내를 받아 볼 것.

점점 커지는 행사의 규모와 함께 과거 개항장이었던 인천이 가져야 할 역할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동아시아의 중심에 선 도시로서의 역량을 재고하고, 증명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그 첫걸음에 2019 인천동아시아문화도시 시전영상페스티벌이 있다.

과거 그리고 미래에 지향해야 할 우리가 살았던, 그리고 우리가 살아야 할 도시의 모습이 담겨 있으니 꼭 한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글·사진 /
임중빈(시민기자단)




2019 인천아트플랫폼 기획공연 IAP 콜라보 스테이지

VOL.3 <빛의 맥 – 원일, 한웅원>

2019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아트플랫폼의 기획공연 <IAP 콜라보 스테이지> 시리즈 세 번째 공연이 8월 17일 오후 4시 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열렸다. 공연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공연은 시작된 듯했다. 공연장에 가득 걸린 얇은 천들 위로 쏟아지는 강렬한 푸른빛과 그 앞에 함께 걸린 얇은 철판(?)들(그때는 이게 연주의 한 부분이 될 것으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좀처럼 일관성 없어 보이는 무대 위 구성을 보면서 오늘 공연은 평범한 연주가 아닐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연주는 역시 예상대로 너무나 새롭고 놀라운 소리와 무대로 꾸며졌다. <IAP 콜라보 스테이지>의 무대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하는데 아쉬움이 없는 시간이었다.

[출처] 직접촬영

원일, 한웅원 그리고 정지연. 그들이 만든 빛과 소리의 공감각적 합주, <빛의 맥>’
공연장 전체를 채운 반투명한 오간자 천 사이로 스산한 바람 소리가 나면서부터 이미 공연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마치 연기하듯 천 사이로 두 연주자가 등장한다. 무대 장치인 줄 알았던 얇은 철판을 두들기며 연주하자 그 소리는 공연장 전체를 감돌면서 본격적인 연주가 시작되었다. 약 한 시간 정도 진행된 공연은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이용하여 한 편의 ‘소리영화’를 보여준 느낌이었다. 눈을 감으면 세상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되었던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꼬마가 크면 이런 멋진 음악가가 되는 것이었을까? 큰 북, 드럼, 기타, 키보드, 태평소, 꽹과리 등 장르가 다른 여러 악기의 소리, 사람의 목소리 그리고 이 세상의 익숙한 소음들을 조합하여 때로는 잔잔하고 긴장감 있게 때로는 거칠고 격정적인 음악을 들려주었다. 조금은 기괴할 수도 낯설 수도 있는 연주는 그 새로움이라는 매력만으로 관객들을 한 시도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하게 했다. 낯설고 무질서해 보이는 연주 속에서 두 연주자가 완벽하게 교감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때마다 묘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했으며 특히 두 사람이 함께 북과 드럼 연주를 할 때의 호흡은 최고였던 것 같다.

2019 IAP 콜라보 스테이지 VOL.3 <빛의 맥-원일, 한웅원>
ⓒ 김재우

<빛의 맥>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다방면에서 예술감독과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원일’과 드러머 ‘한웅원’ 이 매체 예술가 ‘정지연’과의 콜라보 무대를 선보였다. 원일은 이미 오랫동안 다양한 음악활동을 한 입증된 인물로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였으며 지금도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실력가이다. 한웅원은 젊은 재즈 드러머를 넘어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멀티 연주자로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은 물론이고 밴드 활동, 세션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공연은 공연장 전체가 매체 예술가 ‘정지연’ 작가의 작업으로 채워졌고, 이로부터 받은 영감을 소리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녀의 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고 한다. 이들의 이번 공연이 향후 그들이 함께할 음악 작업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2019 IAP 콜라보 스테이지 VOL.3 <빛의 맥원일, 한웅원>
김재우

음악이라 불리는 모든 것의 편견 없는 탈 장르의 새로운 판, <IAP 콜라보 스테이지>’
인천아트플랫폼 6, 7기 입주작가이자 <IAP 콜라보 스테이지> 시리즈 네 번째 공연을 준비한 예술감독 김성배는 ‘<IAP 콜라보 스테이지>가 여러 장르의 개성 강한 아티스트가 만나 장르와 개념을 넘나드는 시도로 음악의 다양한 가능성을 선보이는 무대라고 전하였다. 동시대에 음악이라 불리는 모든 것을 편견 없이 무대에 선보여 탈 장르의 새로운 판이자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음악을 중심으로 장르 간, 아티스트 간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음악의 다양성을 실험하는 <IAP 콜라보 스테이지>는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참여하여 독창적인 무대를 만들고 있다. <IAP 콜라보 스테이지>는 다음 달 9월 21일과 22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올해 시리즈의 막을 내린다. 직접 공연장에 방문하여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을 향해 끊임없이 내딛는 깨어있는 음악가들의 음악실험실로 기꺼이 초대되는 영광을 놓치지 말도록 하자.

[출처]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

글 · 사진 /
김지인 시민기자단




재즈 선율을 느끼는 페스티벌 현장 <이 계절, 우리가 말하는 재즈>

최근에 축제가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호응 속에서 인천문화재단은 재즈 음악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트라이보울 재즈+(플러스) 페스티벌>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8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에 걸쳐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트라이보울 공연장과 야외광장 센트럴 파크에서 연이어 진행되었다. 재즈 페스티벌 연계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이 계절, 우리가 말하는 재즈’에서는 재즈 강의와 야외릴레이 공연 행사를 펼쳐서 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장르의 문화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하기 앞서,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다목적실에서 황덕호 재즈 칼럼니스트의 강의가 진행됐다. 재즈 입문 강연인 ‘듣는 재즈’ 프로그램에서는 재즈 음악의 탄생과 음악 장르로 정착했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적 배경을 짚어보았다. 아프리카 계열의 흑인들이 고된 시간을 오랫동안 견디면서 애환이 담긴 노래를 흥얼거렸는데, 그것이 바로 민족적 영향을 받은 블루스였고 그 변형으로 재즈 장르가 탄생하였다. 감상한 영상 자료에서는 흑인영가 피아노 연주에 재즈를 반영한 장면은 재즈의 탄생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황덕호 재즈 칼럼니스트는 강의를 통해 재즈의 매력을 선보였다. 음악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풍경이 연상되듯 회화적 성격을 가진 정서적인 음악을 통해 다양한 재즈 리듬을 소개했다. 그중 우리 귀에 익숙한 음악 ‘fly me to the moon’을 테마로 한 재즈의 선율은 관객들의 마음을 살포시 건드렸다.

듣는 재즈 <황덕호의 재즈 역사강연>
출처 : 인천문화재단

인천공연예술공간 뒤뜰에서는 음악과 자연을 테마로 한 공연이 열렸다.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를 마음대로 거니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중한 인연들과 사진을 찍으며 음악을 감상하곤 했다.

재즈 버스킹 <리빙스톤데이지 공연>

이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아티스트들로 이루어진 총 2팀이 공연에 참여하였고 리빙 스톤 데이즈, 홍기성 김선주 아티스트 순서대로 무대에 올랐다. 4명의 아티스트들로 이루어진 ‘리빙 스톤 데이즈’는 팀명 그대로 꽃 같은 음악을 관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활동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하였다. 따뜻한 사랑이 느껴지는 어쿠스틱 연주로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나서 잔잔한 소리를 가진 악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깊은 여운과 함께 여름밤에 감성을 젖게 했다. ‘리빙 스톤 데이즈’는 인사말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다음 행사를 기약하였다.


춤추는 댄스 <스윙댄스 워크숍>
출처 : 인천문화재단

이어서 홍기성, 김선주 아티스트는 춤추는 스윙 재즈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재즈 음악에 맞춰 커플과 함께 추는 춤을 소개한 그들은 몸짓으로 시민과 호흡을 맞추며 현장 분위기를 열정적으로 이끌었다. 두 아티스트는 가족, 연인, 친구 등 참여자들의 감정을 예술 활동에 몰입시켰다. 재즈 배경 음악을 이용하여 인간의 감정과 마음에 대한 메시지를 몸동작으로 전달하여 관객들의 흥미를 한껏 돋구었다.

음악은 아티스트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장치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무한한 다양성을 가지는 장르이다. 이번 축제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은 더욱 다양하고 흥미로운 재즈의 세계를 접하며 낭만이 넘치는 특별한 주말을 즐길 수 있었다.

글 · 사진 /
시민기자단 김다혜




<2019 PUMP> ‘정중동(靜中動)과 동중정(動中靜)’

★ 한국의 자진모리장단을 활용한 움직임 워크숍
진행 : 장혜림 안무가
일정 : 2019.7.22~8.2 매주 월, 수, 금 6~9 PM
@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주최/주관 : 인천문화재단

시민기자단 김유라




ILLUMINATION: 러봇랩 미디어 아트 전시

[출처] 인천문화큐 아이큐 홈페이지

발전의 끝을 감히 가늠하기도 어려운 기술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무한히 발전하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그들이 실생활에서까지 완벽하게 구현될 미래를 손꼽아 기다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수많은 SF영화와 소설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부정적인 상황이 구현될까 봐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과학기술에 무지하고 오로지 발전된 기술을 향유할 수만 있는 다수의 현대인은 더욱더 이럴 수밖에. 그러나 직접 과학기술을 이용하고 발전시키는 이들이 인간적인 감성의 기술구현을 보여준다면, 우리가 느끼는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달래며 한층 더 편안하게 기술의 발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2주 남짓 ‘인천여관×루비살롱’에서 진행된 러봇랩(LOVOT LAB)의 <ILLUMINATION>을 직접 관람하고 전시를 준비했던 신원백 작가와의 대화를 마치면서 이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출처] 직접촬영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러봇랩의 첫 번째 단독전시 <ILLUMINATION>’
7월 24일부터 8월 7일까지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러봇랩의 첫 번째 단독전시 <ILLUMINATION>이 ‘인천여관×루비살롱’에서 진행되었다. 러봇랩의 주된 미디엄인 빛을 전자공학, 대중문화, 로봇공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융합하고 설치하여 ‘인천여관×루비살롱’의 공간을 새롭게 창조하였다. 모든 전자 기술의 초석이 된 진공관을 표현한 <VACUUM TUBE II #1>과 <VACUUM TUBE II #2>, 빛으로 형상화한 러봇랩의 정다면체 시리즈에서 플라톤의 고대 4원소 중 흙을 의미하는 정육면체의 <CUBE I>, 불을 뜻하는 정사면체의 <TETRAHEDRON I>(본 장소와 어울리게 원래의 붉은 빛에서 초록빛으로 재탄생됨) 그리고 인간의 얼굴을 관찰하여 그에 따른 의견을 전달(포춘 쿠키의 메시지 정도)하는 인공지능 로봇 <BUDDHA I> 등 러봇랩만의 기술과 의미를 부여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소 작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역사적인 장소가 문화적으로 새롭게 탈바꿈된 ‘인천여관×루비살롱’의 공간에서 인천 출신 작가의 애정이 더해졌다.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전시된 러봇랩의 작품들은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로 관객들과 새롭게 만났다.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반 미디어아트 창작그룹, 러봇랩(LOVOT LAB)’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이용하여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미디어아트 창작그룹 러봇랩(LOVOT LAB)은 학부 때부터 함께 하던 두 젊은이가 각자 외국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한국에서 다시 시작했다. 현재는 함께 하고자 하는 신규 작가들이 더해져 더욱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러봇랩의 현재 주된 작업은 라이팅(Lighting)과 인공지능이다. 보다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미디어 아트의 방법으로 라이팅 작업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인공지능 로봇 작업은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에서 시작하였다. 무분별한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에게 이로운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국지적 장소에서 학습을 통한 사회성을 갖춘 인공지능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담아 다소 실험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러봇랩 홈페이지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작가를 꿈꾼다!’
2016년 결성되어 매년 활발해지는 활동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러봇랩은 현재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ZER10NE(제로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 세화미술관의 팬텀시티, 광주에서 열린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 ISEA2019 등 전시 및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올해 역시 인천에서의 본 전시를 마치고 나면 현재 준비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과 인터랙티브 영화를 ‘ZER10NE(제로원)데이’에서 발표할 예정이며 이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한화불꽃축제’ 등에서 활동들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러봇랩이 앞으로 바라는 점에 대한 질문에 신원백 작가는 ‘스타작가’가 되고 싶다는 의견을 당당히 밝혔다. 작가의 성향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러봇랩은 대중적인 작업을 시도하여 더욱 많은 이들과 자신들의 작품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이미 외국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하였으나 국내에서는 영향력 있는 작가로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는 러봇랩.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 등에서 미디어아트 관련 강의 및 Vlog 콘텐츠로 많은 이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인간의 따뜻함을 잊지 않고 인공지능을 연구하면서 자신들이 꿈꾸고 바라는 것에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서 이미 유명해지고 있는, 앞으로 더욱 유명해질 미디어아트 그룹 ‘러봇랩’을 다시 한번 기억해보자.

글 · 사진/ 김지인 시민기자단




예술을 통한 생각의 전환 <반쪽이의 상상력 박물관>전

지난 8월 3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미추홀관에 전시되고 있는 <반쪽이의 상상력 박물관전>을 방문했다. <반쪽이의 상상력 박물관전>은 버려진 고물이나 일상 속 평범한 쓰레기들을 예술작품으로 제작하고 전시하여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 많다고 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가 진행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작가의 작품을 얼핏 보았을 때는 어떤 대상을 단순히 묘사한 것 같지만, 작품명 옆에 적혀진 설명을 찬찬히 읽다보면 가볍게만 바라볼 작품은 아니었다.

키보드로 만든 작품
컴퓨터용품인 키보드의 버튼과 마우스를 재료로 사용해서 만든 작품들은 재료의 형태를 잘 활용하여 예술적인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면서도 본 재료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끄집어냈다.

<악플 수류탄>
군용수류탄으로 죽는 사람보다, 악플 수륙탄으로 더 많이 죽는다.-

우리가 던진 말은 폭탄이 된다. 현대인들은 인터넷상에서 익명성을 방패로 살아 쉽게 생각하고 쉽게 내뱉는다. 아무렇게나 쓰인 댓글은 대상에게는 자신에게 던져인 폭탄과 같다.-이하생략

<네티즌>

타자기와 자판은 오랫동안 언론을 상징해왔다. 언론은 타자기를 사용해 기사를 작성하고 그렇게 완성된 기사는 대중을 깨닫게도 하고 어리석게 만들기도 하였다. 과거 대중은 언론의 힘에 휘둘리는 존재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확산되고 그것을 사용하는 대중의 수도 점차 늘어나자 언론은 더 이상 대중을 조종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이하생략

빨대로 만든 작품
여러 종류의 빨대를 사용해 ‘새우’를 만든 작품 <유통기간 500년>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까지도 상세하게 열거하여 전시되었다. 또한 빨대로 새우를 비슷하게 묘사해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빨대들이 버려져서 우리가 먹는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고 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줘 보는 이들에게 플라스틱 사용에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유통기간 500년>
-미세 프라스틱!! 우리는 이미 먹고 있다.-

기계부품으로 만든 작품
버려진 기계 부품들과 칼로 침팬지의 형태를 묘사한 <침팬지 골격>은 두개골과 척추뼈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어미 침팬지의 갈비뼈 부분을 칼로 제작하여 자식을 잃는 어미가 마음에 칼을 품고 있다는 것을 묘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비통함을 극대화한다.

 
<침팬치 골격>

가슴에 칼을 품는... 환경파괴로 희생된 새끼 때문에…..-
단단한 철골로 만들어진 침팬지는 손에 작은 새끼 침팬지를 들고 있고, 새끼는 잔뜩 웅크린 채 어미 손에 얌전히 올라와 있다. 이 작품은 무분별한 인간의 개발로 인해서 죽은 새끼를 어미가 손에 들고 슬퍼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이하생략

소화기를 활용한 작품
소화기에 두드러진 빨간 색상을 활용해서 삶의 터전을 잃은 화난 펭귄을 표현했다. 평소 사람들이 빨간 새를 떠올리면 보통 홍학이나 앵무새 같은 열대에 서식하는 새들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차가운 곳에 사는 펭귄을 떠올렸다는 점에서 작가의 시선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항의하러 온 펭귄 가족>

지구온난화로 펭귄집이 다 녹아 머리꼭대기까지 화가 치밀어 온몸이 빨개졌다.-

전시는 아이들에게는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심어주고, 함께 살아가는 동물과 곤충들로 시선을 돌릴 기회를 마련하였다. 아이들과 함께 온 어른들도 현대 미술이라는 장르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바둑이>   <다리 밑 요트들>

물론 재밌는 작품들도 많았다. ‘바둑’으로 만든 바둑이, ‘다리미’로 만든 다리 밑 요트처럼 언어의 유희를 활용한 작품들은 보자마자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전시가 큰 의미가 있는 건 단지, 재미있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하는 사소한 작은 행동이 환경을 비롯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과 곤충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는 이미 많이 병들어서 많은 사람이 더 이상의 훼손을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급속도록 경제 발전을 위해 달려온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엔 어려움이 많다. 아이들에게 전시를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것도 좋지만, 작가의 생각과 의도를 파악하고 행동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어른들이 많이 관람하길 바란다.

· 사진김지연 시민기자단




문학산에서 발굴된 특별한 유적

문학산(文鶴山), 수많은 유적과 이야기를 품은 산
남산(南山)으로 불리기도 했던 문학산은 인천도호부 읍치(邑治)의 안산(案山 : 풍수지리에서 집터나 묏자리의 맞은편에 위치한 산을 의미)이자 인천을 상징하는 산이다. 지금도 시민의 휴식처가 되어 주는 문학산은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비고가 높아 인천 전역을 조망하기도 좋다. 아울러 문학산은 고대(古代) 인천의 모습을 보여주는 많은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비류백제의 도읍이라고 전하는 문학산성을 비롯해 백제 우물, 백제 사신이 중국으로 떠날 때 출항지로 알려진 능허대(凌虛臺), 선학동 일대의 백제토기산포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문학산은 전근대시기(前近代時期) 전설들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사모지고개에 얽힌 백제 사신의 이별 이야기, 술바위와 삼해주 설화, 갑옷바위와 배바위 이야기, 안관당과 인천부사 김민선 설화 등 문학산은 역사는 물론 다양한 인간군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능허대와 아암도
ⓒ화도진도서관
  학익동에서 바라본 문학산과 사모지 고개
ⓒ화도진도서관

 
문학산 기슭의 갑옷바위
ⓒ화도진도서관
  문학산 기슭의 갑옷바위
ⓒ화도진도서관

 

문학산에서 발견된 또 다른 인천 고대의 흔적
이토록 많은 역사의 흔적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은 문학산에서 몇 년 전 깜짝 놀랄 만한 유적이 확인되었다. 바로 문학산 제사유적이다. 유적을 확인한 미추홀구청은 바로 조사계획을 세우고 발굴조사를 의뢰했다. 발굴조사단이 선정되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자 유적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사결과 이 유적에서는 가로세로 약 3.5m 내외의 제단(祭壇)과 제사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청동기시대 간돌화살촉, 통일신라시대 토제(土製) 잔(盞)과 완(碗 : 음식을 담던 낮은 높이의 용기), 통일신라~고려시대에 이르는 기와 조각, 상감청자 조각 등이 확인되었다. 특히 토제 잔 유물은 겹겹이 포개져 바위틈이나 제단 주변에 묻힌 상태였는데 이런 점은 제사 후 의도적으로 묻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문학산의 제사유적에서는 어떤 제사가 이루어졌을까? 발굴조사단은 문학산 제사유적이 바다와 관련이 깊다고 보았다. 이런 추정이 나오게 된 이유는 사모지고개 설화와 유적의 입지 때문이다. 제사유적에서 약 150m 떨어진 사모지고개는 중국으로 떠나는 백제(百濟)의 사신(使臣)들이 능허대(凌虛臺)의 한나루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으로 배웅 나온 가족들의 이름을 세 번 불렀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아울러 유적이 위치한 곳은 바다가 조망되는 서쪽 능선이고 큰 바위에 기대어 제단이 만들어진 점도 이런 추정에 뒷받침하는 근거로 보았던 것이다.

 
문학산 제사유적 모습
ⓒ한국고고인류연구소
  제사유적에서 발견된 토제 잔
ⓒ한국고고인류연구소

 
순화원년명(淳化元年銘) 기와 출토 모습
ⓒ한국고고인류연구소
  제사유적 주변에서 확인된 통일신라시대 기와 조각 모습
ⓒ한국고고인류연구소

 

풀어야할 숙제, 제사유적의 성격
그렇게 문학산의 제사유적은 항해의 안전을 기원하는 제의가 이루어진 곳으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제사유적의 성격에 대해서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논란거리가 있다. 문학산 제사 유적이 과연 항해의 안전을 기원한 유적이었냐는 문제다. 서해안 일대의 전근대(前近代) 포구(浦口) 주변으로는 다수의 제사유적들이 확인된다. 대표적인 것이 부안의 죽막동 유적, 부안 격포리 유적, 흑산도 상라산 유적, 영암 월출산 유적 등이다. 이들 유적은 대부분 서해안 항로 상 기항지(寄港地)로서 해양교류와 관련이 깊다. 그리고 이들 유적에서는 항해의 안전을 위한 제사를 지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제사의 흔적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사를 지내고 의도적으로 파손해 묻은 여러 가지 유형의 토기(異形土器 :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상형 토기)와 흙이나 쇠로 만든 모형 말이 공통으로 확인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흙이나 쇠로 만든 말 즉 모형말 유물이다.
일반적으로 말은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존재로서 제사 의례에 제물(祭物)로 사용되었는데, 바다를 낀 포구의 제장(祭場 : 제사를 치르던 곳)에서는 수신(水神)에게 바치는 제물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말은 전근대시기에 중요한 이동수단이자 군사물자였다. 이 때문에 제사에 바치는 제물로 살아있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모조마를 만들어 제사에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제사에 모조마를 사용하는 사례는 고대~조선시대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문학산의 제사유적에서는 말과 관련된 유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출토된 유물들을 볼 때 청동기시대~고려시대 전기까지 제사행위가 이루어졌지만, 바닷길의 안전을 위해 제사를 지낼 때 표식적(標式的)으로 나타나는 말과 관련된 유물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문학산 제사유적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현재로서는 정확한 제사유적의 조성 목적은 알 수는 없다. 다만, 인천에서 최초로 발견된 제사유적이라는 점에서 볼 때 유적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학산 제사유적에 이어 계양산성에서도 제사유적이 확인되었는데 이들을 비교한다면 유적의 성격을 규명할 단서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인천지역 역사학계가 풀어야 할 숙제가 늘어났다.

부안 죽막동 유적 출토 모형 말
ⓒ한국학중앙연구원
월출산 유적 출토 모형 말
ⓒ목포대박물관

 

글/ 정민섭 연구원(인천역사문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