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시민들이 배우가 되어 만들어온 인천 왈츠 10주년, <제물포의 상인>

 인천 시민인 나에게는 매년 11월이 되면 기다려지는 공연이 있다. 그 공연은 바로 인천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뮤지컬  ‘인천 왈츠’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인천 왈츠는 무대에 한번쯤 서보고 싶은 시민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처음부터 인천 왈츠가 시민참여뮤지컬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2010년에는 ‘시민합창단’, 2011년에는 ‘시민밴드’ 등 시민들이 중심이 되는 콘서트 형태로 진행했으나, 2012년부터는 인천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다.

내가 처음 인천 왈츠를 만났던 건 2014년 작품인 <소원책방>이었다. 당시에 나는 회사생활에 지쳐서 새롭게 도전할 무언가가 필요했지만, 단순히 배우고 끝나는 교육을 받고 싶진 않았다. 그런 나에게 인천 왈츠는 뮤지컬배우이라는 도전 과제와 노래 및 연기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선물해줬다. 그보다 더 의미 있었던 것은 학연이나 직장을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였다. 그 만남들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좋은 기억을 바탕으로 매년 인천 왈츠 공연을 그들과 함께 챙겨보고 있다.

해마다 다른 시대적 배경의 창작극을 무대에 올렸는데, 올해는 인천항이 개항된 조선시대 말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 <제물포의 상인>을 공연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극 중 극’ 형태로 구성되었다는 점이었다. ‘극 중 극’ 형태란 등장인물에 의하여 극중에서 이루어지는 연극의 형태를 의미한다. 이 구성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2개의 공연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또한 무대의 구성도 눈길을 끌었는데, 이번 공연의 경우 무대를 중심으로 무대주변을 커다란 하나의 대기실처럼 배치했다. 실제로 배우들은 공연을 하면서 무대 뒤가 아닌 그 공간에 대기했다가 차례가 되면, 무대로 올라가는 것을 반복했다. 공연의 내용 자체가 뮤지컬 “제물포의 상인“을 준비하는 조연출을 중심으로 진행되기에 무대 뒤의 모습까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았다. 그 덕분에 시민배우들은 무대를 내려와서도 관객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지만,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몰입도는 더욱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시훈

인천 왈츠는 매년 연출가와 시민들을 새로 선정하고 있다. 올해 인천 왈츠는 8월 초 인천문화재단참가자 모집 공지와 포스터 등을 통해 시민배우 50명을 모집하고 부문별 전문가들 아래에서 몇 개월간의 교육과 연습을 거쳐 무대로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공연 도중 대사를 잊어버려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시민배우들의 노력과 진심이 무대가득 느껴지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다. 특히 이번 <제물포의 상인>의 경우, 참여자가 많고 작품 속 배경도 무대라 단체로 무대에 모여서 안무를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각각의 위치에서 함께 동작을 맞추기 위해 서로 얼마나 고생했을지 알 것 같아 보는 내내 마음이 뭉클했다.

인천 왈츠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꿈’이라는 주제이다. 그동안의 작품들은 인천을 소재로 창작할 뿐만 아니라, 늘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제물포의 상인>의 메인 테마곡 또한 “아직 내게 꿈이 있다네. 오늘의 이 공연으로∼.” 라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공연 속 노래는 시민 배우들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꿈’을 그려 넣기도 한다. ‘꿈’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참 익숙하지만, 막상 자신의 ‘꿈’에 대한 질문에 대답할 때는 한없이 낯선 단어처럼 이야기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인천 왈츠는 공연을 보면서 자신의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그것이 10년간 인천 왈츠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어준 것이 아닐까. 

<제물포의 상인>에는 나와 함께 공연했던 동료들이 일부 재 참여했다. 이번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번 참여한 사람들 중 일부는 이후에도 다시 참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내기 너무 아쉬운 경험이라는 것이다. 나 또한 2014년과 2016년 두 번 참여를 했고, 연습에 참여할 시간이 있다면 언제든 또 참여하고 싶은 그런 프로그램이 인천 왈츠다.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들의 마음에 ‘꿈’을 심어주는 인천 왈츠가 되길 기대한다.

ⓒ김시훈

글 / 김지연 시민기자단
사진 / 김시훈




분명히 마음에 응하여 느끼다 <소소 응감>

안정적인 창작기반활동을 제공하는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이 주관하는 소 공연프로젝트 ‘소소 응감’이 11월 16일 토요일 오후 4시에 열렸다. 공연 장소는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의 대연습실이다. 원래 이 공간은 예술인들의 연습 장소지만, 이번에는 시민들을 위한 공연이 열리는 무대로 탈바꿈했다.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측은 각종 공연이 서울에 집중되고 있어 인천시민들이 공연을 쉽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환경을 보완하여 보다 가까이에서 좋은 퀄리티의 공연을 인천시민들에게 소개하고자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 전에도 이런 의도를 가진 행사들이 있었고, 매년 정기대관 단체를 모집하여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 공간 및 문화공유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끝없이 힘쓰는 중이다.

<소소 응감>에서는 인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공연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박효진-솔로 프로젝트’, 고블린파티-옛날옛적에’ 두 개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박효진은 가야금, 양금, 소리, 탈춤을 다루며 전통음악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이다. 현재 개인 활동뿐만 아니라 단체공연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박효진은 직접 양금, 가야금, 소리 등을 이용하여 작곡한 곡들을 소개했다. 가장 먼저, 줄이 철로 만들어진 양금이 등장했다. 양금은 타현악기로, 선율과 리듬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채로 줄을 두드려 소리 내면 금속의 맑은소리가 난다. 박효진 예술가는 양금을 손으로도 연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연주 기법을 사용해 울림이 풍부했으며 공연의 서막을 신비롭게 열었다. 또한 명주실로 이루어진 가야금의 음색과 소리의 조화는 곡의 감정선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객석에 앉아있었지만 마치 전통 가옥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현대무용단체 ‘고블린파티’는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다시 말하면 공연창작자와 출연진 역할을 동시에 하는 예술가 3명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팀이다. 이 날은 춤비평가협회 베스트 작품상을 받은 ‘옛날 옛적에’를 선보였다. 전통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유쾌한 춤사위가 돋보였다. 특히 소품 활용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예를 들면 부채가 나비, 꽃, 우산, 닭의 꼬리로 다양하게 바뀌었다. 한 개의 소품이 뜻하는 여러 가지 역할을 추측하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그들은 악기의 이름도 다르게 붙였다. 꽹과리를 땡글이로, 공연의 끝을 알리는 징을 끝으로 칭했다. 기존 사물의 명칭까지 재치있게 변화시킨 점이 흥미로웠다.
그들은 작업을 할 때 안무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안무가가 동작을 고안하고 무용수가 동작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하기보다 생각의 처음 지점에서부터 함께 만들어간 것이다. 정해진 틀에 안무를 끼워 넣기보다 방향 제안을 했기에 자연스러운 느낌의 공연이 완성된 것 같다.

이 팀원들은 평소 전통적인 소재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익숙한 옛날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하여 신명나게 사용해보고자 했고, 웃음과 풍자가 있는 춤판을 벌여 새롭게 만들자는 취지를 가지고 이번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이 팀에만 있는 특징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고, 소통을 중요시했다고 한다. 첫 공연을 했을 당시, 원활한 소통을 위해 관객 참여를 유도하기 시작했고 이 점이 작품 연습 과정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공연을 거듭하다보니 관객과 호흡을 함께하는 공연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가깝게 숨소리가 들리기까지 할 정도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다고 느껴졌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두 단체의 출연진과 관객들이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에는 관객들이 출연진들에게 자유롭게 말을 건네며 소통할 수 있었다. 관객들은 이날 사용했던 악기들의 연주 방법부터 공연 준비 기간에 대한 내용까지도 편하게 질문했다. 연습 과정이나 공연 당시의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출연진들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의 시간이 진행되었다.
가족과 함께 이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공연 중에 음악이 나오니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고 흥미롭게 봤다. 특히 공연에 나오는 대사들이 뜻 깊었으며 전통적인 요소들로 행하는 것이 충격적이고 좋았다. 끝으로, 소품과 악기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낸 것이 신선했으며 기발한 공연이었다.”라고 말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두 팀은 자연 속에서의 공연과 어린이 관객을 위한 공연 또한 선보일 것이라고 추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기대에 찬 목소리로 활동 계획을 소개하는 모습에서 공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보였다. 앞으로도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과 같은 단체의 활동으로 시민들이 공연 문화를 즐길 기회가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글 / 김다혜 시민기자단
사진 / 김희천




동시대예술의 흐름을 타기위한 신진 예술가들의 실험, 모색, 시도 <동시대맥잡기>

[출처] 플레이스막 홈페이지

레트로 감성이 유행인 요즘 동인천 개항로에 젊은이들의 관심과 발걸음이 부쩍 늘고 있다. 과거 일제 식민시대의 흔적과 현재의 다양한 변화가 공존하는 박물관과 같은 거리인 개항로. 이곳에는 동시대 예술의 실험공간과 같은 작은 문화공간 <플레이스막>이 있다. 11월 6일부터 11월 24일까지(휴관 없음, 오후 12시~7시) 이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 <동시대맥잡기>는 동시대예술의 흐름을 타기 위한 신진 예술가들의 실험, 모색, 시도를 담고 있다. 기존 주류에 편승하거나 끌려가지 않고 자신들만의 흐름을 지켜나가겠다는 젊은 예술가들의 시도는 생각보다 유쾌하고 흥미로웠다. SNS 세대답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 작품과 전시 기획에 고스란히 담긴 점도 상당히 신선했다.


[출처] 직접촬영

신진예술가들의 당당하고 새로운 예술적 시도
한국 사회에서 맥(脈)이란 어떠한 기운이나 흐름을 의미한다. 이 흐름은 시대, 상황, 환경 또는 다른 범위에서 텍스트 등 다양한 곳에 적용될 수 있다. 이번 전시 명에서 말하는 ‘맥 잡기’란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타기 위한 신진 작가들의 실험, 모색, 시도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인천문화재단 신진예술가 지원사업인 <바로 그 기획>에 선정된 팀 ‘호피셜’이 진행하는 전시로 같은 사업 <바로 그 지원>에 선정된 김인영, 오헬렌&최솔을 비롯한 유망한 신진예술가 팀들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식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팀 호피셜은 유튜브의 알고리즘 시스템을 그들만의 음악세계로 선보이는 2인조 그룹 오헬렌&최솔, 글라데스코를 사용한 회화를 선보인 김인영, 특색 있는 주제를 담은 회화의 강태구몬, 개개인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 질문하는 김수광, 사운드 매체를 통한 개성 있는 작업을 펼치는 조승호, 디지털 매체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는 백성, 도시의 이미지로 조형적 언어를 만들어 내는 윤목이 함께 참여한다.
이곳에 함께 모인 신진예술가들은 청년세대로 유튜브, SNS와 같은 온라인매체를 기반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예술 활동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소통의 방식은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두에게 매우 친숙하고 효율적이며 보편적인 수단이다.


[출처] 직접촬영

지류화폐 최소단위, 단돈 ‘천 원’으로 작품을 사가세요
<동시대맥잡기> 전시를 방문한 관객이라면 여느 전시처럼 훑어보고만 나가서는 절대 안 되겠다. 2층으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플레이스 막 공간에 다양하게 자리 잡은 이들의 작품 옆에 작게 적힌 작품 설명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저 평범한, 조금 친절한 작품 설명만을 기대했다면 예상치 못한 문구를 발견하게 될 텐데, 바로 ‘천 원’으로 본 작품들의 일부를 살 수 있다는 것! 보통 전시에서 작품을 살 때는 온전한 작품 그대로를 비싼 가격에 사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본 전시에서는 이러한 방식마저 탈피하고 만다. 지류화폐 최소단위로 작품을 판매하는 유통방식을 통해 빠르고 가볍게 소비되는 온라인 매체 사용자들의 정보 소비특징을 표현하고, 참여 예술가들은 각자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예술계 흐름을 타는 방법을 모색하여 이러한 방법을 강구했다고 한다. 단돈 ‘천 원’으로 작가들의 작품 일부를 소유할 수 있다니 이렇게 부담 없이 의미 있는 소비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 혹시 온전한 작품 일부를 훼손(?)하게 되고 이렇게 싼 가격에 미술 작품을 사고파는 것이 조금 불편한 누군가가 있다면 새롭게 탄생할 예술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조금은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주류가 될 그들의 ‘맥 잡기’에 응원의 박수를!
운 좋게도 이번 전시를 기획한 윤 목 작가를 만나 전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예술을 업으로 삼고자 나선 이들 중 이번 전시 기획의도와 뜻이 맞는 신진예술가 7팀이 호피셜이란 이름으로 모여 이번 전시를 함께하였다고 한다. 예술이라는 알다가도 모를 심오한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된 이들이 이미 자리를 잡은 이 세계의 주류에게 이끌리거나 혹은 그들의 세계로 편승하고자 하지 않는다. 아직은 부족하고 미흡한 그들이지만 자신의 맥을 스스로 잡기 위해 많은 고뇌와 시도를 하면서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또한 그들의 이러한 행보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호피셜은 앞으로도 꾸준한 전시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금은 불안하고 부족하지만, 그런데도 꿋꿋이 당차게 부딪혀 나아가는 것이 바로 ‘젊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이자 당연한 의무가 아니겠는가. 작지만 꾸준한 시도들이 모여 언젠가는 동시대의 주류가 될 그들의 ‘맥 잡기’에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글 · 사진 / 시민기자단 김지인




트라이보울 라이브클럽 <남몰래 부르다>

일시 : 2019. 10. 19. ~ 11. 16( 매주 토요일, 5회)
@트라이보울 공연장, 전시장

주최·주관 :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예술공간 트라이보울
시민기자단 김유라




인천역사 서포터즈 <부평구 근현대문화유산> 탐방기

인천역사문화센터에서는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인천의 문화유산을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인천역사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서포터즈 역량 강화를 위해 상·하반기 전체답사를 진행하였는데, 2019년 하반기 전체답사는 “부평구 일대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진행했다.
부평은 일제강점기 대륙침략의 전진기지로 전쟁물자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조병창을 비롯한 군수 공장들이 들어섰다. 그 흔적들은 현재도 다양한 형태로 남아있다.

10월 13일 가을, 첫 번째로 탐방한 곳은 부평토굴(부평지하호)이었다. 인평자동차고교와 고물상 사이의 샛길을 따라 올라간 곳에 위치한다. 2016년 부평문화원의 조사를 통해 확인된 토굴은 현재는 사유지이며, 2018년부터 토굴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부평토굴(부평지하호)안내도 ⓒ부평문화원

안내도를 통해 확인되는 부평의 토굴은 총 24개소에 이른다. 토굴은 A구역, B구역, C구역, D구역 4개로 분류하고 있으며, A구역은 총 7곳으로 산곡동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B구역은 총 4곳으로 현재는 존재하지 않아, 위성사진을 통해서 위치만 추정할 수 있다. C구역은 7곳으로 새우젓을 숙성했던 곳이고, D구역은 총 6곳으로 군부대 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 중 우리가 탐방한 곳은 C구역 6호 토굴이다. 부평문화원 김규혁 팀장님의 안내에 따라 차례대로 C구역의 토굴을 외부에서 확인했고, 6호는 내부로 직접 들어갔다.

 

C구역 지하호 외부와 내부

미리 준비한 손전등이 있었지만, 내부로 들어갈수록 너무나 깜깜해 당황스러웠다. 100여 미터 끝까지 들어가는 동안 토굴을 파기 위해 정을 꽂아 구멍을 낸 흔적들과 낙서를 볼 수 있었다. 끝에 다다르자 아무것도 모르고 토굴로 끌려와 강제 노동했던 징용자들을 생각하며 손전등을 모두 끄고 잠시 묵념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손전등을 켜지 않고 눈을 떴을 때도 어둠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잠깐의 어둠에도 이렇게 떨리는데 당시 이곳에서 강제로 일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부평토굴은 일본 육군 조병창 부근에 위치하여 1910년~1920년대 사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부평지하호에 대한 관련 문서자료를 찾은 것이 없어 당시 사람들의 증언으로 추측만 가능하다. 일본 오사카 육군 조병창 근처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토굴들이 여럿 발견되었다고 하며, 이러한 상황으로 추정해 볼 때 부평에 있는 토굴도 이와 비슷한 용도였을 것이다.

두 번째로 탐방한 곳은 근현대 건축물인 미쓰비시 줄사택, 부영주택, 철도관사 건물이었다.
『관영주택과 사택』을 집필하신 서울시민생활사박물관의 홍현도 학예사의 안내를 받아 탐방을 시작했다. 사택과 주택건물은 일제강점기 한반도로 들어온 일본인 관료와 직원들을 위한 필수 시설들이었다. 이 건물들은 아직 그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비지정문화재이다. 비지정문화재는 제도적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향후 지정문화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2018년에 답사했을 때만 해도 줄사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 (줄사택은) 완전히 사라진 채 공사가 한창이다. 제도적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부평 남부역에 위치한 옛 철도관사다. 부평역은 굉장히 번화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철도관사 일부가 남아 상점과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안내가 없었다면 이곳이 근현대 건축유산이라는 걸 절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인천에는 중구와 강화 외에도 많은 곳에 문화유산들이 있음을 새삼 느낀다. 인천에 있는 다양하고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널리 알려져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부영주택   구사택

 
줄사택 공사현장   옛철도관사

부평구 근현대건축물

글 · 사진 / 이정화 (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




친환경 가족 체험극 <우주로 간 토끼>

일시 : 2019. 11. 03. (토) 13:30, 15:30
@ 용비도서관 다목적홀

연출 · 출연 : 김미선 조민영
제작 : 극단 우주선
음악 : 서민준
후원 :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

영상 / 시민기자단 장유하




인천문화재단 우리미술관 <Ready-Made Manseok>

인천 동구에 작은 미술관 ‘우리미술관’에서 <Ready-Made Manseok> 전시회가 개최되어 다녀왔다. 10월 25일부터 11월 24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인천을 중심으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탈 작가의 개인 전시회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채만식의 소설「레디메이드 인생」과 미술용어 ‘레디메이드’에서 착안했다. 소설「레디메이드 인생」은 산업화의 시작과 함께 취업전선에 뛰어든 인간의 모습을 그렸는데 이때 레디메이드는 스펙을 쌓는 기성화 된 인간을 지칭한다. 한편, ‘레디메이드’는 예술가의 선택으로 하나의 작품이 된 기성품과 산업물을 내포하기도 한다. 작가는 레디메이드라는 이 두 가지 맥락을 전시장에 그대로 녹여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영상과 반복적인 기계의 움직임이 조금 무섭고 차가운 인상을 풍긴다. 전시는 공단 노동자의 생활, 만석동의 방직회사, 적산가옥 등 역사성을 지닌 마을 만석동이 사라져 가는 것들을 담아내고 있다.

사라져 가는 것은 비단 공장만이 아닐 것이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회사에서 가르친 대로 규율에 맞춰 행동하다 보면 나의 몸은 사회에 맞는 도구에 지나지 않게 된다. 살아있는 나의 몸이 사라지는 것. 작가는 마임 공연을 통해 몸이 사라지는 것이 죽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형과 같은 의미 없는 움직임 역시 살아있지 않았음을 말한다.

작은 전시장에서 전해지는 울림이 크다. 우리는 모두 소중하고 정해진 것에 맞게 움직이는 도구가 아니며, 물건처럼 다루고 버려져서는 안 된다고 작품 곳곳에서 얘기하는 것 같다.

회사 책상 앞에 앉은 내 모습이 권태롭고 취업에만 매달려 있는 삶이 답답하다고 느껴진다면 이번 <Ready-Made Manseok> 전시에서 숨 한번 고르고, 위로받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무료관람이니 편한 시간에 꼭 한번 들러보자.




열려라 캠프마켓!
제2회 부평캠프마켓 시민생각찾기 (부평미군기지 오픈행사)

부평 도심 한가운데에는 외딴 ‘섬’, 캠프마켓(Camp Market)이 있다. 부평 미군기지라고도 부르는 캠프마켓의 시작은 일제가 1939년 부평에 건립한 일본 군수공장 ‘인천일본육군조병창(이하 조병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아시아태평양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제조공장 역할을 하던 조병창에 1945년 9월 미군 제24군수지원단이 들어오고, 1973년 애스컴시티가 해체되어 7개 부대 중 6개 부대가 차례로 이전하였다. 부대가 빠져나간 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일부 부지는 빵공장 등 군수보급품 저장 및 지원기능을 수행하며 여전히 도심 속 섬으로 남아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10만 명 서명운동’이 펼쳐졌고, 2002년 정부는 캠프마켓 반환 결정을 발표하게 된다. 하지만, 발표 이후에 평택 미군기지 건설 지연과 토지오염 문제, 토지매입예산 마련 등 다양한 돌출 현안으로 십 년 넘게 반환하지 못하여 부평 주민들이 애를 태웠다. 올해 중반부터는 캠프마켓 내에서 토지오염 정화작업이 진행 중이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빵공장도 평택미군기지로 조만간 이전할 예정이다. 이제부터 실질적인 반환절차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겠다.

2011년 인천시는 캠프마켓 반환부지의 활용방안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인천광역시 캠프마켓(부평미군기지) 반환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시민참여위원회(이하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하여 현재 제4기까지 위원회(2018년 8월 출범)를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캠프마켓 반환운동을 벌여온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인천 정치인과 문화․환경․건축 분야 전문가, 부평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는 캠프마켓이 온전하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함께 의사결정 하는 민관 거버너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9년 인천광역시와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는 캠프마켓의 미래를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11월 2일에 『제2회 부평캠프마켓 시민생각찾기 – 열려라 캠프마켓! (미군기지 오픈행사)』를 개최했다. 캠프마켓 내 야구장에서 열린 이 날 미군기지 오픈행사에는 1700여 명의 시민들이 캠프마켓의 굳게 닫힌 ‘빗장’을 열기 위해 동참했다.
캠프마켓 경내로 진입하기 위해 잠깐 출입을 허락한 캠프마켓 후문에 도착해 보니, 토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11월 초 쌀쌀한 날씨로 인해 시민들이 많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11시에 오픈하는 캠프마켓 후문 앞에서 9시부터 줄을 서며 대기하던 분들도 계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캠프마켓 후문 주위에는 이곳이 일반인들에게는 출입이 금지된 곳임을 짐작할 수 있는 시멘트 담벼락을 볼 수 있다. 그곳 주변으로 도심 한가운데에서 보기 어려운 뾰족뾰족한 철조망이 처져 있다. 담벼락에는 ‘불평등한 SOFA 협정 개정하라’, ‘시민이 함께 가꾸는 평화 꽃밭’, ‘평화공원의 조성’, ‘온전한 환경정화’, ‘꽃이 시들고 있나요? 물주기에 동참해 주세요’ 등 캠프마켓의 반환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노란띠와 꽃다발 등이 빛이 바랜 채 놓여 있다. 캠프마켓 반환을 기다리는 부평 주민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쏟아온 그동안의 긴 시간을 말해주는 듯하다.

<시민생각찾기> 행사 스탭들이 캠프마켓 후문에서 시민들을 맞이하는 모습 ⓒ공규현.

캠프마켓 후문 철조망에 시민들이 매달아 놓은 문구들.
‘시민이 함께 가꾸는 평화 꽃밭’, ‘평화공원의 조성’,
‘온전한 환경정화’라는 문구가 보인다. ⓒ공규현

행사장에 들어서자 탁 트인 캠프마켓 야구장 잔디밭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투박한 시멘트 담장 너머에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입장하면서 뾰족뾰족한 철조망의 위엄에 오그라들었던 마음이 조금씩 펴지는 느낌이다. 행사장 경내에는 시민체험부스들과 공연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조금 지나자 시민들은 하나둘 돗자리를 꺼내어 잔디밭에 깔고 앉아 오순도순 도시락을 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곳이 머나먼 태평양 건너 세계 최강대국이 차지하고 있는 미군 부대 안이라는 것을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 캠프마켓이 인천 시민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오고 이곳에 공원이 조성되었을 때 이러한 평화로운 모습이 우리들의 일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 한구석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오는 느낌이다.

 

<부평캠프마켓 시민생각찾기>가 열리는 행사장 내에서
공을 차는 시민. ⓒ공규현

 

<부평캠프마켓 시민생각찾기가 열리는 행사장> 내에
돗자리를 펴고 휴식하는 시민들 ⓒ공규현

행사장 초입에 캠프마켓 홍보부스와 함께 마련된 시민참여위원회 역사문화분과 부스에서는 ‘캠프마켓 역사 설명회’가 운영되었다. 10월 31일에 캠프마켓 현장투어를 운영하여 시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박명식 부평문화원 이사님은 이날도 ‘조병창’과 ‘캠프마켓’에 대해 열띤 설명을 해 주셨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으로 삽입된 것을 계기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단재 신채호 선생님이 하셨던 얘기라고 나왔지만 신채호 선생님 저서에는 이런 표현이 직접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다는 말이 중론이다-가 유행한 적이 있다. 과거의 아픔과 쓰라린 역사를 기억하고자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어찌 희망찬 미래가 찾아오겠는가. 과거를 기억하여 후대에게 교훈을 일러주는 분들이 계시기에 느리더라도 역사는 오늘도 조금씩 전진하는 것이 아닐까.

행사장을 방문한 시민들에게 조병창과 캠프마켓의 역사를 설명해 주시는
박명식 부평문화원 이사(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역사문화분과위원) ⓒ공규현

이번 행사 홍보기간에는 캠프마켓의 새로운 이름을 찾는 공모가 함께 진행되었는데, 캠프마켓 홍보부스 옆에 시민들이 응모한 새로운 공원 이름을 엽서로 만들어 설치해 놓았다. 부평문화마켓, 뮤직파크, 행복찾기마켓, 드림마켓, 해피마켓, 최고마켓, 누리마켓, 온누리마켓, 꿈마켓, 드림캠프, 부평컬쳐드림, 어울림마당, 와글와글마켓, 소담마켓, 청년문화실험기지, 내일마켓, 온누리마켓, 새꿈마켓, 소통장터, 누구나마켓, 고고마켓, 미래누리마켓, 부평갤럭시, 부평문화파크 등 시민들의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 담긴 문구들을 보면서, 시민과 함께 캠프마켓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한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위원들의 결정이 올바른 방향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캠프마켓의 새이름 공모에 응모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써놓은 엽서들. ⓒ공규현

체험부스 한쪽에서는 캠프마켓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을 적는 ‘I LOVE 애스컴 시티’ 부스가 운영되고 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적어놓은 엽서에는 어떤 소망이 담겨 있을까 들여다보니 순간 가슴이 아련해진다. 캠프마켓이 하루빨리 반환되어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것. 모두가 한마음 한뜻일 거라는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진다. “엄마 아빠 효도할게요.”라는 귀여운 문구도 보여 킥킥 웃음이 난다.

「어서 우리의 땅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부평안에 고립된 미국기지가 빨리 구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이제 시작이다. 새롭게 출발 파이팅!」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만세! 고태율」
「캠프마켓 사랑합니다! 어여 우리 품으로 돌아오세요.」
「PEACE. 평화로운 나라, 살기좋은 나라, 우리들의 나라
「편안한 시민들의 쉼터로 얼른 거듭나길 바래요~ 도심속 허파 역할 기대해요~」
「안녕 미군기지」
「마음의 평화, 부평의 평화」
「캠프마켓이 사람들의 기억 한자리 속에 영원히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킥보드 타고 싶어-희경」
「아이들과 어른들이 쉴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세요!!」
「야구장 만듭시다」
「시민 야구장」
「사람들이 캠프마켓을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파이팅!」
「캠프마켓 반환 환영. 생태계 되돌리기.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역사를 잊지 말자」
「워터파크를 만들어 주세요.」
「엄마 아빠께. 엄마 아빠 저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이제 제가 효도할게요.」
「사랑이 넘쳐 흐르는 애스컴 시티를 만들어 주세요.」
「캠: 캠프마켓아
프:프리마켓인줄 알았어
마:마! 긴장 풀고
켓: 켓(고양이) 사!
「체험할 수 있는 걸 많이 만들어 주세요. 화이팅~」

시민들이 캠프마켓 반환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적어놓은 엽서들. ⓒ공규현

캠프마켓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적어 놓은 엽서. ⓒ공규현

캠프마켓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적어 놓은 엽서. ⓒ공규현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도시락도 먹고 각종 체험부스에서 참여를 마친 후, 3시부터는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공연에는 정유천 블루스밴드와 뮤지컬 ‘언노운’ 갈라 콘서트가 이어졌다. 뮤지컬 언노운은 ‘조병창,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는 주제로 엄혹한 조병창 안에서 독립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의 꿈과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무대에서는 갈라 콘서트 형태로 선보였으며, 11월 7일부터 9일까지 부평아트센터에서 본 공연을 개최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함께 변화한다. 시간이 흘러 공간의 흔적은 남지 않을 지라도 우리 마음속에는 울고 웃으며 함께 했던 기억들이 남는다. 조병창과 캠프마켓의 시작은 우리가 원하지 않았으나, 우리네 조상들은 때로는 울고 웃으며 그 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삶을 영위했다. 좋던 싫던 우리의 역사일 수밖에 없는 조병창과 캠프마켓. 이제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아이들이 뛰노는 평화로운 시민 공원을 그 안에 만들게 될 것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써내려간 “어서 우리의 땅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라는 소원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면서, 엄마 손을 잡고 뾰족뾰족 철조망과 무시무시한 담벼락을 통과해 캠프마켓을 나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캠프마켓 파이팅! 부평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

 

열려라 캠프마켓! 공식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남춘 시장과 홍영표 국회의원

 

열려라 캠프마켓! 무대공연. 
(왼쪽) 정유천 블로스밴드 (오른쪽) 뮤지컬 언노운 갈라콘서트 ⓒ공규현

【 캠프마켓 현황 】

명 칭 : Camp Market
위 치 : 인천광역시 부평구 산곡동 292-1번지 일원
면 적 : 445,921㎡
현 황 : 군수 보급품 저장 및 지원(빵, 분식품 제조공장 등)
공여일 : 1951. 8. 31. (일제조병창 1939)

 

【 캠프마켓 반환 추진경과 】

2002.3.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이전계획 확정
2011.7.   기지 내 DRMO 시설 경북 김천으로 완전 이전
2011.10.   캠프마켓 반환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시민참여위원회 운영조례 제정
2012.4.   제1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2013.6.   국유재산 관리ㆍ처분을 위한 협약 체결(인천시↔국방부)
2014.2.   제2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2014.7.   1단계 반환구역 경계 확정(SOFA 시설분과위)
2016.5.   제3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2017.2.   1단계 반환구역 환경협의 착수(SOFA 환경분과위)
2017.8.   SOFA 「환경위」 ⇒ 「특별위」로 “환경협상” 이관
2018.8.   제4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2018.12.   캠프마켓 “조기반환 건의문” 제출(국회, 중앙 부처)
2019.6.   DRMO 지역 복합오염토양 정화용역 착수(국방부)
2019.8.   오수정화조 부지(5,921㎡) 반환 승인 (2019. 8. 21.)

글 · 사진 / 공규현
추계예술대학교 예술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2004년 12월 인천문화재단에 입사하여 15년 동안 인천의 문화예술단체 지원과 문화정책연구 및 각종 문화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문화예술은 사회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활동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도시문화분과위원,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등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배다리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천 동구 배다리는 오래전 작은 배가 철교 밑까지 드나들었다는 데서 유래하였습니다. 일제 시절에는 일본인들에게 개항장 일대를 빼앗긴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기도 합니다. 현재 배다리를 구경 오는 많은 사람들은 드라마로 유명해진 서점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코스모스가 활짝 핀 텃밭을 산책하지만, 이 공간을 두고 구청과 주민들 간에 얽혀있는 여러 복잡한 일을 알게 되면 가볍게 즐길 수만은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헌책방 거리가 있고, 카페가 있고, 세월과 함께 늙어버린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동구 배다리에서 <첫 번째 이동캠프 프로젝트 – 이뿌다 인천>을 개최했습니다. 지난 9월 28, 29일 양일간 공연과 캠프를 시작으로 10월에는 배다리 초입에 있는 ‘카페 멀씨’에서 상품 및 작품 등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진행됩니다.

<이뿌다 인천>은 우리의 이웃들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참여하는 작가마다 그 문제를 자신의 통찰로 브랜딩 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프로젝트입니다. 인천의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진행하는 이동 캠프 형식으로 첫 장소를 배다리로 선정하였습니다.

‘문제 브랜딩 아카이브 멀씨’라는 타이틀로 10월 3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하는 <이뿌다 인천> 프로젝트 전시는 영상, 사진, 설치물 등 다양한 작업형태로 선보이기 때문에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여유를 갖고 둘러보시기에 좋습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각자 삶의 문제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그것을 예술의 형태로 표현했다는 것에 굉장히 뜻깊은 작업인 듯 보였습니다. 문제의 해결이 아닌 표현에 초점을 두고 진행하는 행사인 만큼 작품을 보고 있자니 예술이라고 해서 가지고 있는 막연한 어려움을 탈피하여, 조금은 직접적이고 직선적인 형태로 문제를 표현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와는 다른 삶은 사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문제를 껴안고 있고 결국 사람 사는 것이, 삶이란 것이 똑같은 것이 아닐까를 생각하게 하는 상당히 인간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첫 번째 장소인 배다리를 거쳐 인천의 두 번째, 세 번째 소리도 들어볼 예정이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 · 사진 / 임중빈 시민기자단




자신의 생태계를 지켜나가기 위한 한 작가의 멈추지 않는 꿈틀거림, 백인태 개인전 <고라니>

[출처] 인천문화큐 아이큐 홈페이지

10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인천 아카이브까페 빙고 옆의 갤러리 옹노에서 진행되고 있는 백인태 작가의 개인전 <고라니>를 관람했다. 2019년 인천문화재단 인천형예술인지원사업 공모에서 인천예술인 생애주기 맞춤형지원 중진예술가로 선정된 백인태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그간 발표하지 못한 작업 회화, 텍스트, 그림책과 10년간의 작업물을 모은 작품집 <고라니>를 동시에 출간할 예정이다. 백인태 작가만의 색깔이 느껴지는 짧은 에피소드 식 이야기와 시, 드로잉이 주를 이루는 작품들로 꾸며진 전시에는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냉소적이고 염세주의적인 생각들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전하고 있다.

[출처] 직접촬영

‘보호받아야 하지만 퇴치 대상이 된 고라니, 나의 생태계는 나 스스로 지켜나간다.’
이번 개인전의 제목이자 작품집의 제목인 <고라니>.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의문스러웠는데, 전시장에 걸려 있던 이번 개인전을 위한 고경표 독립큐레이터의 글을 통해 그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세계적으로는 멸종 위기 동물로서 보호받아야 할 고라니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해조수로 분류되어 보호는 커녕 퇴치의 대상으로써 취급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고라니를 지킬 수 있는 것은 고라니 자기 자신밖에 없을 터. 작가 역시 다양한 예술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 오늘날의 세상 속에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처럼 그의 예술 활동을 자유롭게 펼치기에는 여러 가지 제한점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술 활동만으로는 녹록지 않아 생계를 위해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도 그는 자신의 예술세계가 아직 진행 중임을 입증하기 위해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장 2층의 나무 바닥에서 발견한 ‘꿈틀대지 않으면 죽은 줄 알더라.’라는 그의 문구처럼, 다양한 형태의 꿈틀거림을 통해 백인태라는 작가의 예술세계가 살아 있음을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에게 외치고 있다.

[출처] 직접촬영

‘웃기다가 씁쓸하기도 하고, 가볍다가 무겁기도 하고, 자꾸 곱씹으면 무섭기도 슬프기도.’
다소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는 전시 공간(전시 공간과 작품의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에서 만난 백인태 작가의 작품들은 다양한 형태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다소 음울하거나 냉소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회화 작품들은 어둡고 무채색의 계열에 힘없이 늘어지거나 괴기스러운 그림의 형태들도 많았다. 한 가지 관람 팁을 전한다면 전시장 나무 벽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 구멍 안을 꼭 살펴보도록 하자. 단순하게 뚫린 구멍이 아니라 그 안에는 백인태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냥 관람하기보다 작은 구멍 사이로 바라보는 회화 작품들은 왠지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더 고조 시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 같다. 좀 더 직접적으로 작가의 생각을 전달하는 짧은 텍스트는 전시장 벽과 바닥 곳곳에 작가가 낙서한 느낌으로 마주 할 수 있다. 웃기고 재치 넘치다가도 결말 부분에서는 세상의 어두운 단면을 여과 없이 마주한 것 같은 씁쓸함과 찝찝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볍게 쓴 짧은 문구들도 자꾸 곱씹으면 무섭거나 슬프기도 한데 툭툭 관객들에게 다가오는 작가의 작품을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어렵지 않았고 낯설지 않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들을 누구나 표현할 수 없는 방법과 결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 또한 예술의 한 모습이 아닐까. 오늘도 각자 생태계를 고군분투하며 지키고 있을 고라니를 위해 그들의 내면에 담긴 세상을 향한 작은 투쟁을 한 예술가의 꿈틀거림으로 대신 전달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고라니를 만나러 가보길 추천해본다.

글·사진 /
김지인 시민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