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성시 인천 1주년 인천문화예술한마당 개최”

지난 10월 31일 중구 하버파크 호텔에서 ‘문화성시 인천 1주년 문화예술한마당’이 개최됐다. 이는 인천시 문화상 시상식과 함께 인천시의 문화주권 사업 및 문화포럼 활동의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로, 갤럭시익스프레스 밴드의 ‘연안부두’ 영상과 생활문화동아리 ‘아띠’ 오카리나 팀의 공연으로 힘차게 시작됐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문화예술부문 수상자들에 문화상을 수여하고 있다]

금년 35회 인천시 문화상은 총 5개 부문으로 문학부문의 윤연옥 작가, 미술부문의 박만국 사진작가, 공연예술부문의 손삼화 인천국악협회 무용분고 위원장, 체육부문 박등배 인천시 체육회이사, 언론부문의 장현일 서울경제신문 인천취재본부장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시상식 후에는 최진용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의 개회사와 윤학원 인천문화포럼 공동위원장과 황홍구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의 축사가 있었고, 곧 유정복 인천광연시장의 문화주권2차 년도 사업 발표(시민이 행복한 애인정책)가 이어졌다.

이날 발표에서 유정복 시장은 지난 3년간 개선된 재정 상태를 바탕으로 6대 분야, 18개 과제, 50개 사업 등의 2년차 주요 문화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킬러 콘텐츠 발굴과 역사문화가치 재창조를 통한 ‘인천가치의 재창조’, 개항장플랫폼과 뮤지엄 파크 조성을 통한 ‘문화도시 인프라 구축’, 문화예술인력지원 및 청년문화육성을 통한 ‘문화 예술 생태계 조성’, 생활문화동아리 및 생활문화축제 육성·확장을 통한 ‘생활문화 활성화’, 글로벌 음악도시 조성 및 원도심·도서지역 관광 활성화를 통한 ‘문화도시 브랜드 구축’, 문화일자리 확대와 마이스산업 지원을 통한 ‘문화산업 기반 마련’이 골자로 다뤄졌다. 유정복 시장은 문화예산 3.0%를 목표로 올해 2.2%, 내년 2.5%의 문화예산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정복 시장이 행사 참가자들에게 문화주권2차년도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다음으로 각 분과별 문화포럼 성과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문화정책·콘텐츠분과는 인천시민 10,000명을 목표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인천시민문화헌장 제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생활문화분과는 생활문화분과 관련 문화주권사업 내용 검토, 인천문화다양성 포럼, 생활문화 활동 및 공간 지원 논의, 시·군·구 문화관광 축제 육성 및 지원 방안에 대한 그간의 활동 성과를 공유했다. 이후 기념 촬영 및 휴식시간을 잠시 갖고 나머지 분과의 성과 발표가 이어졌다. 성과보고를 다소 간결하게 마친 청년문화분과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들어줄 수 있는 창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화가치확산분과는 문화재단, 군구, 지역예술가, 인천시의 긴밀한 협력 아래 새로운 홍보플랫폼 구상 계획을 발표했으며, 문화환경·국제교류분과는 인천형 국제교류 문화정책 수립을 위한 실무회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문화상 수상자 및 가족은 별도의 문화상 리셉션을 가졌고, 나머지 행사 참가자들이 남아 네트워킹파티를 이어갔다.

 

글/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박치영
사진/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민경찬




인천 시민들이 들려주는 인천이야기

뮤지컬 ‘보물지도’, 연극 ‘은하수 사진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영화 <자전거도둑>(1948)에는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다.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가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 시민이라는 것이다. 아버지 역의 람베르토 마지오라니는 목공 일을 하는 노동자였으며, 아들을 연기한 엔조 스타이올라 역시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떠돌이 소년이었다. 감독은 전쟁의 상처를 그대로 떠안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이미 부르주아가 되어버린 배우들 대신 일반 시민을 캐스팅했다. 덕분에 영화는 2차 대전 직후의 참상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주 인천에서는 평범한 시민들이 배우로 출연하여 직접 자신의 일상을 연기한 연극과 뮤지컬이 각각 한 편씩 상연되었다. 인천문화재단의 인천왈츠 뮤지컬 <보물지도>와 작업장 봄의 연극 <은하수 사진관>이 그것이다. 두 작품 모두 지역의 예술가들이 극작과 연출을 맡고, 생활문화프로그램과 사회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강사로 나서면서 시민배우들과 결합하여 만든 작품이다.

11월 10일 금요일, 주안노인문화센터가 연극 ‘은하수 사진관’을 보기 위해 몰려든 100여명의 관객으로 북적였다. 작업장 봄은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인천이야기’를 통해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인천 지역의 65세 이상 어르신들과 함께 연극과 영화 작업을 해왔다. 2006년부터 실버극단 ‘학산’을 운영하며 지역의 어르신들과 작업해온 작업장 봄의 이란희, 신운섭 강사는 올해, 사진을 주제로 선택해 인천의 옛 사진, 참여자들의 옛 사진을 매개로 인천의 다양한 이야기를 수집했다.

그렇게 모인 네 개의 이야기는 인천독립영화협회의 감독들과 함께 옴니버스 영화 <사라진 것들과 남겨진 것들>로 제작되었다. 여고 시절 함께 사진을 찍던 친구들이 50년 뒤 다시 만난 이야기, 결혼식 당일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뒤늦게 결혼사진을 찍은 이야기, 선을 본 당일 짜장면을 함께 먹고 약혼사진을 찍으며 설렜던 이야기, 타향에서 시집살이를 하며 그리운 부모님께 독사진을 찍어 보낸 이야기 등 사진을 10분 내외의 짧은 단편영화 4편이 이 날 공연과 함께 상영되었다.

연극 <은하수 사진관>역시 어르신들의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구도심에 위치한 은하수 사진관에 공무원이 찾아와 사진관을 헐고 주차장으로 만들어 관광지로 개발하자며 제안하고, 주인공 광언은 사진과 함께한 자신의 반평생을 되돌아보며 사진 속의 사람들을 추억한다. 주안공단의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여직공이 부모님께 보내기 위해 찍은 사진, 인천도나쓰 가게에서의 미팅을 앞둔 여고생들이 찍은 우정사진 등, 사진 속에는 인천의 옛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11월 11일과 12일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상연한 뮤지컬 <보물지도>역시 인천 시민들이 배우로 등장하며, 인천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지난 7월부터 인천문화재단 시민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인천왈츠에서는 인천 지역을 대표하는 극단 십년후와 인천의 시민배우들이 함께 작업을 해왔다. 시민배우 뿐 아니라 시민 오케스트라도 함께했다.

뮤지컬 <보물지도> 역시 인천의 구도심을 배경으로 한다. 신포동에 위치한 장미빌라에 재개발 바람이 불고, 마을에 보물이 묻혀있다는 소문이 돈다. 할아버지의 보물지도를 들고 온 중국인 소녀로 인해 보물찾기에 혈안이 된 마을 사람들의 이기심이 서로 충돌하며 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결국 재개발도 물 건너간다. 묻혀있다던 보물단지는 소녀의 증조할머니의 유골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허탈함을 느끼고 더 크게 갈등한다. 마을의 천덕꾸러기 신세를 받던 젊은 예술가들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함께 축제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축제를 준비하며 마을 사람들은 다시 하나가 된다.

비록 뛰어난 연기력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뮤지컬 <보물지도>와 연극 <은하수 사진관>은 인천의 시민들이 직접 자신들이 살아온 모습과 살아가는 모습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특히 구도심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인천의 옛 모습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웃 간의 정마저도 사라지고 있는 요즘, 시민들과 함께 사라져가는 인천의 이야기를 수집하여 작품으로 만드는 시도들은 크게 주목할만하다. 인천왈츠와 작업장 봄의 다음 작품을 더욱 기대해본다.

 

글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김진아
사진 / 인천문화재단, 작업장 봄 제공




만석동, 우리 동네 전시회

우리 동네, 그곳에 사는 사람들, 길고양이들이 전시의 주제가 된다면 어떨까? 우리가 매일 출근길마다 지나가던 골목길부터 항상 나무 평상에 같은 자리에 앉아계시는 동네 어르신, 유난히 나를 잘 따르는 앞집 강아지까지 모두 지난 11월 7일 우리미술관에서 오픈한 <만석동 전설의 시작> 전시에서 보았던 모습들이다. 살아있는 만석동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이번 <만석동 전설의 시작> 전시는 우리미술관이 2017년 작은 미술관 조성 운영 사업 공모에 제출한 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총 기획자 백승기와 전시 작가 임기웅, 유재윤, 최세진의 3명의 작가들의 개인작품들로 이루어졌다.  

백승기 기획자는 유년시절을 만석동에서 보냈다. 동네는 만석동이 최고라고 말하는 그에게 만석동이란 유년시절을 보낸 곳 그 이상의 애정 어린 공간이다. 그래서 2014년에 개봉한 <숫호구>를 비롯한 작품들이 만석동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백승기 기획자는

“만석동하면 항상 가난한 동네라는 인식, 우스갯소리로 만석동은 소개팅이 안된다 등 만석동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이 싫었어요. 만석동에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래서 만석동을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하고 싶었습니다.” 

라고 이번 전시의 의의를 밝혔다. 가난한 동네라고 불리던 만석동은 사실 산업화 시기부터 여러 지방 사람들이 일터를 찾아 모여살던 인천의 복작복작한 사람 냄새나는 동네였다. 만석동은 1990년대 초 작은 해안가 마을이었으나 산업화 시기 이후 전체 면적의 60%가량이 공장용지 조선소, 목재공장, 보세창고 등의 지어져 각기 다른 지역에서 온 많은 사람들의 생활의 터전이었다. 그러므로 만석동은 각기 다른 것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어 다양한 사람들과 사연을 가지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만석동의 이런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동네를 살아가는 삶의 주체인 주민들, 동물들 그 밖에도 만석동의 풍경 등이 한데 어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장의 입구에서 첫 번째로 본 작품은 작가 최세진의 드로잉 작품들이었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만석동”이라는 주제로 만석동의 곳곳을 거닐면서 관찰하고 발견한 이야기와 풍경들을 여러 장의 드로잉으로 제작했다. 종이와 연필을 도구로만 사용한 스케치는 정교하다 못해 만석동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사실적이다. 만석동 골목 어딘가 먹이를 찾아다니는 길고양이부터 만석동 공장 벽면, 동네 건물들까지 만석동의 모습을 연필의 터치만으로 그대로 묘사했다.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전시장 중앙에 설치되어 눈길을 끌었던 작품인 영상작가 임기웅의 만석동 마을 스케치 영상이다. 그는 “만석동의 새로운 호기심”이라는 주제로 괭이부리마을 동물에 대한 어르신, 학생, 동네 주민들의 인터뷰와 동물의 시점에서 본 마을을 스케치 영상으로 기록했다. 

차 밑에 숨어있는 길고양이들부터 지금은 자주 봐서 친숙한 우리미술관 골목길 입구 강아지까지 밀착 취재로 촬영한 것이 인상적이다. 도시에 함께 살지만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친 동물들을 도시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영상에 담았다. 영상에는 동물들의 시선으로 본 만석동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작가가 만석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부둣가 노란색 줄무늬고양이부터 차 밑 검은 점박이 길고양이까지 만석동의 동물들을 동물들의 눈높이에서 촬영해 영상으로 담은 것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감상했던 유재윤 아트토이 작가의 전시물이다. 작품은 작가가 “만석동으로 다양한 상상”이라는 주제로 만석동을 둘러보며 만났던 공간과 주민들의 모습에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모습의 만석동 주민들을 퀼트를 재료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중 <만석동 비밀의 주민들>이라는 작품은 만석동에 살고 계신 할머니 4분의 모습을 귀여운 퀼트로 제작한 전시물이다. 필자가 이 작품들이 더 흥미로웠던 이유 중 하나는 각각의 작품 밑에 달린 재치 있는 대사들이었다. 작품들 중 <만석동 비밀의 주민들>의 작품의 대사는 아래와 같다.   

“우리가 늘 마을 어딘가에 앉아있는 건 심심해서가 아니야. 흑장미 포의 손주가 학교에서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범인은 분명히 동네를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누군진 몰라도 우리는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지…” 

문구에서 보았듯 이름하여 흑장미 원, 투, 쓰리, 포 멤버의 별칭부터 재치 있다. 동네 어디를 가나 마을 어귀에 항상 앉아계시는 어르신들에게서 손주의 자전거 도둑을 잡겠다는 숨은 취지와 이야기를 발견한 것 또한 흥미롭다. 손주의 자전거 도둑을 잡기 위해 동네 어귀에 앉아 범인을 벼르고 있는 모습을 퀼트 소재로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형상화한 점 또한 작품의 감상 포인트이다. 그 밖에도 초록색 좀비 모습을 한 유랑객 이 군(20세) 무직의 모습부터 그 좀비를 목격하고 파랗게 질린 유량객 최씨(73)까지 귀여운 상상력으로 그려진 만석동 주민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만석동 전설의 시작>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시에서 만석동에 사는 삶의 주체들에 대한 작가들의 애정 어린 시선과 세심한 관찰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또한 만석동 주민, 동물, 풍경 등을 전시의 주제로 삼아 만석동을 이끄는 삶의 주체가 누구이며 그들의 만석동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주체들인지에 대해 알게 해주었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후 작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진행할 전시연계 주민참여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스스로가 동네의 새로운 이야기와 정체성을 창조해 낼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점 또한 이번 전시의 의의 중 하나이다. 이번 전시로 인해 외부인들은 만석동의 기존의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주민들은 동네의 자부심을 갖고 다시금 괭이부리말마을 그들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 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최승주




2017 인천왈츠 시민창작뮤지컬 <보물지도>

2017 인천왈츠 시민창작뮤지컬 <보물지도>

 2017년 11월 11일(토) 저녁 7시 30분
               11월 12일(일) 오후 4시 30분
@송도트라이보울

촬영,편집,구성/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유라




동네방네 아지트 이야기 4. 책과 그림, 음악이 어우러지는 문화공간 <서담재>

“내 집처럼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따뜻하고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 서담재 이애정 대표 –

* ‘서담재’는 어떤 곳?
1935년에 지어진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한 문화공간이다. 전시회, 음악회 뿐만 아니라 ‘책’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인문학 강연과 문화모임을 활발하게 운영하는 중이다. 책과 사람, 문화 이야기가 있는 인문학적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성공회교회이자 유형문화재인 인천내동교회 근처, 1930년대에 지어진 또 하나의 유서 깊은 근대건축물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전업 관사, 해방 후에는 한국전력사옥으로 사용되었던 이 적산가옥에 현재는 문화공간 ‘서담재’가 자리잡고 있다. 1961년부터 개인주택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이지만, 일제강점기 때 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체 관사의 전형적 형태가 잘 나타나 있다. 80년 역사가 담긴 이 공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에 이애정 대표님이 리모델링을 시도했고, 원형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고 활용한 이 곳에서 2015년 10월 서담재가 시작되었다.

햇빛을 가득 담아 싱그러운 정원을 따라 들어서면 서담재 실내공간이 나타난다. 서담재 내부는 다목적 메인 홀, 복도형 전시공간, 세미나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메인 홀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 곳에 모여앉아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모임과 토론을 진행하기도 한다. 한쪽 벽면에는 다채롭고 감각적인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담재는 특히 ‘책’을 기반으로 여러 활동이 진행되는 곳인 만큼,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공간 곳곳에 가득 배치되어 있다. 평소 독서를 쉽사리 시작하지 못했던 사람도 문득 책을 읽고 싶어질 만큼, 서담재는 편안하고 아늑한 독서환경에 안성맞춤이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놓여있는 책들, 고풍스러운 가옥, 멋진 그림과 커피 향기가 어우러진 서담재에는 어느 공간에 들어가도 한결같이 잔잔하고 따뜻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서담재는 전시회, 음악회 등의 문화행사와 함께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며 이끌어가는 다양한 모임들도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담재의 가장 대표적인 모임은 2년째 진행 중인 독서토론모임 ‘서담독서회’이다. 서담독서회는 그동안 32권의 책을 함께 읽으면서 토론을 진행해왔다. 앞으로의 목표는 10년, 20년 이상 모임을 이어가면서 300권의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인천 전역에서 뿐만 아니라 일산에서도 찾아올 만큼 활동에 대한 만족감이 높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역사, 미술사 등 특정 분야를 깊이 다루는 저서들은 혼자 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는데, 함께 독서하고 이야기하며 사유와 상상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전문적인 설명이 필요할 때는 강사를 직접 초빙하고 인문학 강연을 진행해 깊이 있는 공부가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있다.

서담독서회 외에도 서담재에는 지식과 감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강좌들이 마련되어 있다. 서담재의 강좌들은 수강생들의 열정과 체계적인 커리큘럼 덕분에 장기간 동안 꾸준히 진행되는데, 그만큼 프로그램 안에서 개인들의 역량도 점점 더 발전해간다.
6개월 과정의 캘리그라피 클래스는 현재 1기 활동이 마무리되고 2기들이 활동하는 중이다. 수강생들은 미술 전공자가 아니지만, 반 년 동안의 클래스를 통해 각자만의 장점과 특기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1기 때 서각에 재능을 보였던 수강생은 현재 직접 서각을 판매하고 있으며, 사진 촬영을 하시던 분은 캘리그라피와 사진을 접목시켜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2기 수강생들도 1기와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미처 몰랐던 재능이나 평생취미를 발견하면서 저마다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꿈을 함께 키워가는 중이다. 올해 2월부터 시작된 프랑스어 클래스 역시 구성원들의 불어 실력이 점점 성장하고 있어, 내년에는 함께 프랑스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서담재는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을 통해 독서 동아리 ‘책과 노는 문화놀이터’를 운영하는 중이다. 한 달에 2번 모임이 진행되는데 각각 독서토론 1회, 해당도서와 관련있는 문화예술활동 1회로 이루어진다. 8월에는 저서 <옛그림을 보는 법>을 함께 읽은 후, 한국화 화가를 모셔서 우리 그림의 역사와 재료를 배우며 민화를 직접 그려보는 체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9월에는 <내게 꼭 맞는 꽃>이란 책을 읽고, 꽃에 대한 지식습득과 함께 직접 식물을 심어보는 플랜팅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동아리원들은 딱딱하고 따분한 독서가 아니라, 흥미롭고 능동적이며 체험적인 독서를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독서문화를 즐겁게 향유하는 방법을 배우고, 독서를 나와 먼 공부가 아니라 실제 생활과 밀접한 것으로 새로이 인식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동네방네 아지트 위크’를 맞아 이설야, 박세미 시인과 뮤지션 정밀아가 서담재를 찾았다. 사람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자극하는 시 낭송과 노래가 서담재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함께 한 모든 사람들에게 여유와 따뜻함을 전하는 시간이었다.
다가오는 10월 24일 저녁에는 저서 <서양 음악사 산책>의 문화활동으로 ‘책과 이야기가 있는 샹송 콘서트’가 열린다. 아코디어니스트 유승호씨와 싱어송라이터 미선레나타가 서담재를 방문하는데, 음악과 해설을 함께 들으며 샹송에 대해 알아가는 즐거운 여행이 될 예정이다. 마침 서담재 개관 2주년을 맞아 <강은주 초대 개인전 – “Gather Heart” 마음을 모으다> 전시도 진행 중에 있어, 다채롭고 풍성한 문화를 경험하며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독서와 인문학의 중요성은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며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까이서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담재는 독서활동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딱 맞는 인문학적 배움의 터가 되어주고 있다.
다소 삭막하고 건조해진 도심 속에서 내 집처럼 편안히 앉아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담재는 이 곳을 찾는 이들에게 힐링의 시간과 더불어 문화적 만족과 기쁨을 선물하는 ‘풍요로운 아지트’가 되어줄 것이다.

주소 : 인천 중구 송학로 25-15
전화번호 : 032-773-3013

사진, 글 / 생활문화팀 김효주




사운드 바운드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자 : 2017.10.28~29
장소 : 버텀라인, 흐르는물, 플레이캠퍼스, 빙고, 낙타사막, 극장앞, 다락소극장,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여관x루비살롱, 파란광선, 한중문화관
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청년문화

청년인력소 아트박람회

지난 10월 21일과 22일, 부평 문화의 거리 한복판에 설치된 부스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어린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은 것은 다름 아닌 청년들. 힙합부터 마술, 캘리그라피, 포토샵, 칵테일, 드로잉 등의 다양한 예술 체험 부스가 가득한 아트박람회를 준비한 청년인력소의 청년들을 만나보았다.

첫 번째로 눈에 띈 부스는 바로 캘리방. 바디페인팅과 우체통, 두 가지의 체험을 할 수 있는 캘리그라피 부스였다. 마음에 드는 문구를 선택하면 캘리그라피 아티스트가 손이나 얼굴, 팔 등에 페이스페인팅 물감을 이용해 문구를 새겨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체통이었다. 자신을 위로해준 문구를 말해주면 아티스트가 엽서에 예쁘게 문구를 적어주고, 그 엽서를 우체통에 넣는다. 참여자들은 우체통 옆에 자신의 주소를 적는데, 서로 다른 참여자들이 꺼낸 위로의 문구를 랜덤으로 참여자들에게 발송해준다고 한다. 엽서에 문구를 적어 넣던 아티스트는 “어제 한 참여자가 엽서에 써 넣을 문구로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라는 말을 해주었는데, 그 말을 듣고 적으면서 큰 위로를 받는 느낌이라 눈물이 날 뻔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보인 부스는 ‘시.대.읽.다’. ‘시 대신 읽어드립니다.’의 줄임말로 힙합 뮤지션들이 준비한 부스였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 교과서에서 자주 접하던 시를 뽑아 중간에 들어간 단어들을 지우고, 참여자들이 자신만의 시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했다. 참여자들이 적은 시를 즉석에서 힙합 뮤지션들이 랩으로 읽어준다. 시를 랩과 같이 역동적으로 읽어내는 포이트리 슬램인 셈이다. 참여자들은 즉석에서 자신이 쓴 시가 가사가 되어 하나의 음악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음에 방문한 부스는 ‘우주초상화’. 색 심리테스트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참여자들이 고른 색을 가지고 즉석에서 엽서로 만들어 주는 부스였다. ‘식상하지 않은 시상식’ 역시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칭찬받고 싶은 내용으로 상장을 만들어 전달하며 포토존에서 시상식까지 진행할 수 있는 부스였다. 많은 참여자들은 문화, 예술 장르를 체험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리는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 ‘술로 푸는 인문학’, ‘알아주면 쓸때있는 신비한 마술’ 등 다양한 장르의 다채로운 행사 부스들이 준비되어있었다. 대부분의 부스들이 한참을 기다려야 참여가 가능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해 1월부터 청년인력소를 운영하며 인천의 문화예술계 청년들을 모으고, 각자의 기획을 발전시켜 아트박람회를 연 정예지 씨는 “부평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만, 아직까지는 문화적인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 술과 유흥만 있을 뿐이었다. 청년들이 문화예술을 즐기기 위해서 자꾸만 서울로 향하는 것이 아쉬웠다.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진짜 문화를 펼쳐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년인력소 아트박람회의 많은 부스들은 청년들을 타겟으로 준비한 것처럼 보였다. 캘리그라피 우체통, 우주초상화 등 지친 청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는 기획이 많았으며, 힙합, 파티 등 청년들이 주로 즐기는 장르로 구성되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들만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다양한 연령대의 지역주민들이 참여했다. 길을 가던 어르신들이 캐리커쳐 부스에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고,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했다. 

이처럼 청년인력소의 아트박람회는 비단 청년들만의 행사로 지역주민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고 확대되고 있었다. 청년들의 문화를 무작정 이질적인 것으로 여겼던 기성세대가 청년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청년들의 모임이 더 이상 청년들만의 모임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다양한 세대에게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청년인력소의 앞날을 더욱 기대해본다.

 

글, 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진아




사랑을 노래하다, 스칼라 소년소녀 합창단

지난 10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 트라이보울에서 열린 <스칼라 소년소녀 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왔다. 트라이보울에서 공연한 스칼라 소년소녀 합창단은 2014년 설립이후 매년 정기연주회와 함께 방송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인천지역 기반의 소년소녀합창단이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스칼라 소년소녀합창단 힐링콘서트>, 학산가족 음악회 <초여름 밤에 만나는 우리가곡 이야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등에서 공연하며 많은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스칼라 소년소녀 합창단은 임병욱 합창 지휘자와 강태숙 반주자의 지휘와 조율아래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한 이번 공연은 마당을 나온 암탉 ost, 포카혼타스의 ost「바람의 빛깔」, 이원수와 홍난파가 작사 작곡한 「고향의 봄」 등의 총 9곡으로 구성되었다. 공연 도중 귀여운 실수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아이다운 순수한 공연이었던 것 같다. 관람 내내 소위말하는 엄마미소를 지으며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내내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우리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희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들려주기도 하고 사랑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공연 중 불렀던 노래 가사처럼 아이들은 사랑에 대해 ‘사랑이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는 것’,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속상한 일이 있는 친구를 꼭 안아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주는 것은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전부를 다 주겠다’는 등의 화려한 미사여구의 말들로 가득 찬 어른들의 사랑노래보다 훨씬 더 진실하다. 공연을 보고나오니 문득 언젠가 나에게 “동요를 듣고 울컥했어” 라고 했던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사랑에 대해 누구보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어린이들의 진실함, 진정성이 묻어난 동요들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스칼라소년소녀합창단이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계속해서 노래해주길 바란다.

 

글, 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최승주




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축제 꿈다락 올라와

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축제
꿈다락 올라와

일시 : 2017.10.21.(토)
장소 : 중앙공원 조각원지구
촬영,편집,구성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유라




동네방네아지트 이야기3. 아프리카 목공소

일상적으로 쉽게 접하고 만나는 책방, 갤러리, 카페들과 동아리를 연계한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 아지트로 함께하고 있는 인천의 공간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이들이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히히덕거리면서 마음껏 그리고 놀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아프리카 목공소 김영수 대표 –

* ‘아프리카 목공소’는 어떤 곳?
목공품을 만드는 곳인 동시에, 아이들이 부담없이 찾아와 그림을 그리고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꾸물꾸물문화학교 동네예술대학의 목공 수업,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활동 등 시민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의미 있는 사업을 하는 다양한 곳에서 재능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19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인천의 명물 홍예문을 끼고 있는 자유공원로 근처, 유독 지나가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그림 합판으로 가득 채워진 담벼락을 마주하고 있는 아프리카 목공소이다. 목공소스러운 나무색과 붉은 색감으로 꾸며진 독특한 외관, 문 너머로 보이는 내부의 목자재와 공구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프리카 목공소의 첫 시작은 김영수 대표님의 숙소였다. 앞 쪽의 전망이 좋아 이 공간을 숙소로 임대한 것이다. 당시에는 주변이 지저분했기 때문에 직접 공구를 사서 꾸미기 시작했는데, 대표님도 모르는 사이 주변에서 목공소라고 불리고 있었다. 이전에 철근 관련 일을 해본 덕분에 공구사용이 익숙했고, 탁자와 책상 등 사람들이 원하는 목공품을 만들면서 4년 동안 아프리카 목공소가 이어져오게 되었다.

아프리카 목공소의 내부 또한 외관 만큼이나 색다르고 흥미롭다. 안으로 들어서면 시선이 닿는 곳마다 목공에 쓰이는 자재와 공구들이 가득하다. 아프리카 목공소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씩은 신기한 공구 근처를 맴돌며 구경하게 된다. 또 돋보이는 것은 대표님이 직접 그리신 다양한 그림들이다. 대표님이 그림을 좋아하시는 덕분에 벽마다 다채롭고 개성 있는 그림이 걸려 있고, 이젤과 물감도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나무를 연상시키는 붉고 노란 조명과 그림들이 어우러진 아프리카 목공소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익숙하면서도 특별하고 새롭다.

아프리카 목공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아이들을 위한 아지트라는 점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대표님의 활동은 아이들을 위한 것들이 굉장히 많다. 아프리카 목공소는 지속적으로 찾아오던 아이든, 지나가다 내부가 궁금해서 처음 들어온 아이든 누구라도 들어와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림 그리며 말 그대로 ‘놀 수 있는 공간’이다.

요즘엔 아이들이 학교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중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곳은 사실 많지 않다. 아프리카 목공소가 이런 아이들에게 규칙이나 시스템을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 동네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고 싶다는게 김영수 대표님의 생각이다. 아이들에게는 ‘모여서 놀 수 있는 군’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학원은 성적 향상이라는 목표와 경쟁의 여지가 있는 곳이다. 아이들이 무엇인가 잘할 필요 없이 마음껏 웃으며 오롯이 놀 수 있기를 바라는 아프리카 목공소는 수업료도 재료비도 받지 않는다. 아이들을 예뻐하는 대표님의 마음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아이들 사이에서 대표님의 호칭은 편하게 ‘아저씨’로 통한다.

아프리카 목공소 맞은 편의 길다란 담벼락 전시회도 아이들에 대한 대표님의 애정과 배려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공간에 처음 자리잡았을 때만 해도 근처에 쓰레기가 많고 지저분해서 담벼락에 그림을 걸어놨더니, 아이들이 여기에 낙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담벼락에 그림그리는 아이들이 하나둘씩 늘어갔고, 그 중에는 정말 진지한 태도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의 그림에 시간이 지나도 덧칠을 하지 않기 위해 아이들에게 스케치북이 되어줄 합판을 건네주기 시작했다. 대표님이 잘라놓은 합판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 그 합판을 담벼락에 걸어 전시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 담벼락의 그림이 빛을 바래도 대표님은 그대로 놔두신다고 한다. 나중에 아이들이 찾아와 자신이 그렸던 그림을 찾아보기 때문이다. 작은 낙서까지도 이름을 써서 붙여주는 대표님의 배려 덕분에 이 담벼락은 많은 이들에게 한 켠의 추억이 담긴 곳이자, 나중에 되돌아와 예전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매년 할로윈 데이에는 ‘구미호데이 여우야 놀자’라는 파티를 대표님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다. 구미호라는 테마는 이 골목이 갖고 있는 개항장 동네만의 역사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이다. 아프리카 목공소 근처의 홍예문에는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아이 귀신과 눈이 마주친다는 전설이 있었다. 이로부터 골목 여기저기서 구미호가 나타나는 스토리를 떠올려 외국의 문화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구미호데이에는 아이들을 분장시켜주고 재즈공연 등 풍성한 즐길거리도 마련해 아이들을 위한 축제의 장을 열어주신다고 한다.
또한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에서 <아프리카가 아프리카를 만나다! 김영수 개인전>을 열어 그림과 조각을 전시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모두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잠바브웨 아트센터에 기부했다. 최근에는 인천시 중구청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목공에 대한 멘토링도 진행하는 등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다양한 곳에서 아프리카 목공소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아프리카 목공소는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도 참여하는 중인데,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에 진행된다. ‘옷에 그림 그리기’ 활동을 메인으로 하여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톱질하고 용접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리고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드로잉 기술을 익히기보다는 다양한 색감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다양한 색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칭찬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예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시간이다.
최근에는 ‘동네방네 아지트 위크’를 맞아 이설야, 박세미 시인과 싱어송라이터 이권형이 아프리카 목공소를 찾았고, 시가 있는 작은 콘서트를 통해 바쁜 일상 속의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민들을 모집해 조직한 ‘동네방네 아지트 산책단’도 아프리카 목공소를 방문했는데, 공간 내부를 구경하고 대표님이 건네준 합판에 그림을 그려 자신의 그림을 담벼락에 전시하기도 했다. 결과물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그리고 색칠하는 시간은 어른들에게도 동심으로 돌아가 활짝 웃고 즐거워할 수 있는 추억을 선물했다.

아이들을 향해 한껏 열려있는 아프리카 목공소. 김영수 대표님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고 말하지만, 아프리카 목공소 역시 점점 더 바쁘고 삭막해져가는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진정한 쉼터를 제공하는 오아시스가 되어주고 있다. 스스로의 힐링을 위해 멀리까지 갈 수도 있고, 돈을 지불할 수도 있는 어른들과 달리 나만의 휴식처에 대한 접근 기회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아프리카 목공소는 그야말로 ‘아지트’ 그 자체인 곳이다.

· 주소 : 인천 중구 내동 1-1

 

사진, 글 / 생활문화팀 김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