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시의 등장

5th 부평작가열전 <흐르는 도시>

시각 예술은 우리에게 시각적인 감각을 활용해 사람과 사물 또는 인생에 대한 본질을 통찰하게 하는 예술이다. 작가가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대상은 본 것뿐만 아니라, 들은 것, 만지는 것, 맛보는 것, 향기로운 냄새를 맡는 것 등 오감을 활용하여 느낄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포함한다. 훌륭한 예술가란 자신의 오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느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느 정도로 다른 것들을 발견해 낼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는 색다른 시선을 담고 있는 작품을 접함으로써, 그 작품을 만나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과 만난다. 

다섯 번째 부평작가열전 <흐르는 도시>에서는 부평의 젊은 작가 5명이 청각 등을 이용하여 느낀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거나, 시각을 이용하여 본 것을 다른 감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갤러리 꽃누리 입구

전시 포스터

김서량은 부평에서 채집한 익숙한 생활소음들을 부평의 현장 사진과 함께 전시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의 도시를 바라보고 난 후 그곳에서의 소리를 따로 들어보는 경험은 아주 특별하다. 한번도 분리되어 느껴본 적 없는 두 개의 감각을 별개로 구분하여 접함으로써, 시각과 청각이 따로따로 작동하였을 때 과연 우리의 마음속에 어떠한 형상이 떠오르는지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함께 지내던 연인이 서로 각자의 여행을 떠나 느끼는 감정이 바로 이렇지 않을까? 마치 연인이 잠깐의 헤어짐을 통해 간절함을 회복하는 것과 같이, 우리는 보는 것과 듣는 것의 분리로 인해 각 감각이 선사하는 색다른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김서량_Sounds of the City in Bupyeong_2채널 사운드_사운드 다큐멘터리_사진_가변설치_2018

김소영은 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작품을 전시한다. 그의 실에 대한 감각의 기억은 부모님께서 운영하셨던 계산동의 실 공장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실을 활용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은 세상을 표현하는 작가의 시선을 느끼게 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실과 함께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작가가 어릴 때 느꼈던 실에 대한 감각과 느낌을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지금의 부평에서 공감할 수 있다.

김소영_Ⅱ. 감각놀이_디지털프린트_60x60cm_2016

박재영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림이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한 음파의 한 형태인 것 같기도 하다. 박재영은 부평 곳곳에서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반복되는 이미지들을 나열하고, 왜곡하여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익숙한 시공간을 마치 다른 곳처럼 느끼게 하는 마법을 선사한다. 흡사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음악 같기도 하고, 우주의 모습 같기도 한 그의 작품 속에서 익숙한 거리의 간판을 찾아내고, 우리네 삶의 모습들을 발견하는 일은 꽤 신선하다. 일상이 이런 식으로 변주될 수 있다니, 사는 일이 어쩌면 몹시 재미있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하는 작품이다. 

박재영_Repeat 부평 Stage No1_디지털 프린트_168x74.5cm_2018

안성용의 도시는 모노톤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실제의 도시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가 그리는 것은 모노톤의 회색빛 도시이지만,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왠지 흐릿해 보이는 도시 속 무언가 우리네 일상의 애잔함을 느끼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가족 친구 연인을 문득문득 떠올리게 된다. 저 무채색 세상 속에서 나도, 그대도 숨 쉬고 있구나. 그의 그림 속에서 간혹 비치는 도시의 불빛은, 힘든 세상 속의 한 가닥 희망과도 같이 느껴져, 고독한 삶의 유일한 피난처였던 우리의 가까운 이에 대한 그리움을 더 짙게 만든다.

안성용_도시 IV_캔버스에 오일_45.5×45.5cm_2016

이희원은 소나무를 그렸다. 작가에 따르면 그가 보는 소나무는 구부려져도 자존심이 강하며, 거칠지만 우아한 면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데 모여 있어도, 닮은꼴이 없는 개성이 강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희원의 작품 속에서 강한 터치로 표현된 솔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소나무에 대한 설명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여, 잠시 동안 그림을 바라보며 멈칫하는 순간을 갖게 된다. 그의 말처럼 그의 소나무들은 하나도 닮지 않았다. 각기 다른 색을 뽐내며, 각기 다른 모습을 산다. 다만 그의 솔들에서 비슷한 점을 찾는다면, 하나같이 강한 터치를 머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그가 말했던 구부려져도 자존심이 강하며, 거칠지만 우아한 소나무가 형상화된 모습이 아닐까? 

이희원_솔1_캔버스에 오일_32×82cm_2016

부평의 현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는 다섯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는 동안, 보는 이의 가슴속에도 매일 보는 도시의 모습이 이제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순간 우리의 마음 한편에는 이 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선에 갖게 된 것에 대하여, 한 뼘은 더 성장한 듯한 뿌듯함이 솟아오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전시 모습

 

5th 부평작가열전 <흐르는 도시> 김서량 김소영 박재영 안성용 이희원
일시: 2018. 2. 22(목) – 3. 25(일)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은 휴관)
장소: 부평아트센터 갤러리 꽃누리

글·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경옥
작품사진제공 / 부평구문화재단




차기율 개인전 <순환의 여행: 방주와 강목사이>

2월 27일부터 3월 27일까지 한 달에 걸쳐 차기율 작가의 <순환의 여행: 방주와 강목사이>가 인천 동구에 소재하고 있는 우리미술관 전시관에서 열린다. ‘우리미술관’도 ‘차기율’작가도 <순환의 여행: 방주와 강목사이>라는 타이틀도, 나에게는 세상 생소한 단어들인지라 어쩐지 멍한 정신상태로 처음 이 미술관과 마주하게 되었다.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어떤 틀을 깨버리는 작고 소박하며 우리미술관 아기자기한 문패가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간다. 작은 입구, 그 옆에는 작은 팸플릿과 도록이 줄 서 있는 작은 테이블, 작은 소파, 작은 방명록, 그리고 더 들어가면 작은 전시관이 있었다.

우리미술관?
전시관은 몇 걸음 걸을 필요 없이 한눈에 작품들이 들어올 정도로 자그마했다. 어쩐지 특이하게 기울어있는 벽면이 눈에 띄었다. 온통 하얀 공간에는 공간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작가의 작가노트가 하얀 벽에 가지런하게 프린트되어 있었다.우리미술관은 인천문화재단과 인천광역시 동구청이 상호 협력해 운영 중 인 만석동에 있는 작은 미술관이다.

‘모두에게 열린 문화 예술 사랑방’이라는 소개를 달고 있는 우리미술관은 누구나 개방된 시간에는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전시관과, 여러 가지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육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리’미술관이라는 이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 공간에서는 말 그대로 ‘우리’들에게 문화예술에 관한 열린 문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는 이미 차고 넘치는 멋진 공간들이 많다. 많은 만큼 잘 알려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곳 인천 동구는 어떨까. 매일매일 사람으로 차고 넘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거리 안에 따듯한 미술관 하나가 작게 빛을 밝혀주고 있었다.


인간과 자연 – 순환의 여행
그 따듯한 공간 안에는 사람을 압도하는 느낌의 거대한 오브제가 있었다.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작품의 맞은편에는 작가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진으로 남겨 모자이크처럼 배치해 놓은 또 하나의 작품이 걸려있고, 그 오른편 벽에는 그 둘과는 또 다른 흑연으로 스케치 된 드로잉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언뜻 보면 같은 작가의 작품인가? 의아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내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전시의 제목과 작품들이 모두 하나로 융합된다. 전시의 제목 안에 있는 단어 중 ‘방주’는 서양문명을, ‘강목’은 동양의 자연을 나타낸다고 한다. 인간과 자연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이미 함께 존재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가 없다. 인간은 자연에 속하면서 또 자연과 다른 개념이다. 태어나기를 자연에서 태어나고 자라기를 자연에서 자라며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인간의 삶 속에 오로지 자연만이 있지는 않다. 오히려 어떤 때에는 자연을 일방적으로 갈취하기도 한다. 이런,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이 관계를 작가는 ‘순환’이라는 개념으로 풀어간다. 순환. 이렇게 완벽하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표현할 수 있을까. 

방주와 강목사이 – 불의 만다라
한쪽 벽면과 바닥을 꽉 채운 거대한 이 작품은 ‘고고학적 풍경 – 불의 만다라’라는 제목을 걸고 있다. 갯벌에 사는 게들이 만든 집을 노천소성(이것도 아주 생소한 단어, 쉽게 말하면 야외의 뜨거운 가마에서 도자를 구워내는 것)의 과정으로 구워내 켜켜이 배치한 설치 작품이다. 제목에 있는 ‘방주’와 어쩐지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이 작품은, 갯벌의 흙으로 만들어져 있다. 여러 미술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재료들 중에서 먹이나 흙과 같은 인공보다는 자연과 더 가까운 재료들의 공통점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그만큼 예민하여 다루기 어렵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마치 숨을 쉬는 듯 생생하다. 작은 빛이나 습도 등에도 변형될 위험을 무릅쓰고 탄생한 작가의 작품은 건드리면 무너질 듯 약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단단해 보이는 외유내강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만다라는 본질에 대한 깨달음의 표현이다. 인간과 자연의 본질에 대하여 수없이 많은 고민과 성찰을 한 작가의 어떤 가치관이 아닐까. 작가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느껴지는 다른 한 가지 작품은 검게 탄 대지를 표현한 드로잉 작품이다. 성인 남성의 상체만 한 크기의 캔버스에는 김(?)을 연상시키는 검은 그림이 담겨있다. 자세히 조명에 비친 그림을 보니, 까맣게 채운 것이 아니라 자잘한 검은 선들이 모여있었다. 불에 탄 대지를 표현했다는 이 작품 또한, 연필심의 재료가 되는 흑연으로 그려졌다. 불에 탄 대지에 남은 것으로 불에 탄 대지를 표현한다. 미술작품이라는 것은 캔버스 안에 있는 어떤 형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 형체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작가의 고민,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재료, 이것들이 모여서 여러분이 보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이쯤 되니, 중구난방처럼 보이던 작은 공간 안의 작품들이 한데 모여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아닌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방주와 강목 사이를 순환하는 여행
우리는 ‘나’에 대해 생각한다. 가끔, 생각하지 않는다. ‘너’에 대한 생각을 한다. 가끔,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는 생각한다. ‘나’와 ‘너’와 ‘우리’와 ‘그것’을 생각한다. 그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그 본질에 대해 탐구한다. 그렇게 파고드는 와중에 떠오르는 것들을 표현한다. 공간과 작품이 어우러지기에는 대단히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작가의 인생이 담긴 작품과, 그것을 공간에 잘 붙인 전시를 만나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기분 좋은 일은 너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우리미술관을 뒤로하며 돌아가던 길에 든 생각이다.

 

글·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이은솔
작품사진/ 권순학




낡고 허름한 공간에 담긴 예술적 가치

인천여관x루비살롱의 세 번째 전시 <춒먕횺백화점>

인천여관x루비살롱을 찾아가는 길은 마치 ‘보물찾기’ 같았다. 가는 길 내내 스마트폰의 길 찾기 앱을 보며 찾아갔지만, 근처에서도 그곳을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답답한 마음에 인근 상가 주인에게 길을 물으려던 찰나 혹시나 걸어 들어갔던 비좁은 샛길에 인천여관x루비살롱이 있었다. 건물 사이의 샛길에 숨어있는 인천여관x루비살롱의 첫인상은 낡고 허름했다. 카메라 프레임 안에 담기 힘들 정도로 후미진 샛길에 자리한 이곳이지만 웬일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인천여관X루비살롱은 버려진 낡은 여관을 카페로 새롭게 재구성 한 공간이다. 1960년대 지어진 여관건물이 10년 넘게 방치되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원래 공간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며있는 사연과 역사를 최대한 살려 뒀다. 본래의 구조 속에 금이 간 벽, 그 위에 벗겨진 페인트, 나무 창문틀에 묻어있는 시간의 흔적을 오롯이 보듬고 있다. 그 안을 채우는 것들 역시 공간에 스며있는 시간과 맥을 같이 한다. 이곳 공간 자체가 역사적 가치를 지닌 하나의 산물인 셈이다.

그러나 이곳의 더욱 특별한 가치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선 문화공간이라는 점이다. 카페라는 공간에 보다 적극적으로 예술적 가치를 담고 있다. 때로는 전시장으로, 때로는 음악공연장으로, 때로는 예술가들의 커뮤니티 장소로 활용되면서 직접적인 예술적 활동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2월 인천여관x루비살롱의 2층에서는 6인 작가의 그룹전으로 꾸려진 인천여관x루비살롱의 세 번째 전시 <춒먕횺백화점>이 열렸다. 인천여관x루비살롱의 2층은 예전 객실로 쓰던 구조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매번 전시가 열릴 때마다 202호와 203호, 204호 세 방은 마치 새 손님을 맞이하듯이 색다른 예술적 가치들로 다시 꾸며진다. 이번 전시에는 뜨개, 패브릭, 자수, 양초, 일러스트 등의 다양한 형태와 질감의 핸드메이드 작품들로 채워졌다.

 

형형색색의 색감과 팝아트적인 연출이 돋보였던 202호의 전시는 소녀 감성의 아기자기하고 익살스러운 인형들이 유독 많다. 전시의 연출은 작가의 의도가 가미돼 있으면서도 결코 작위적이지 않다. 기존의 공간 구조물에 자연스럽게 작품들을 스며들게 했다. 옆방 203호는 좀 더 정제되고 차분한 느낌이다. 깜깜하고 조용한 밤 은은한 촛불에 의지하며 바느질을 하는 젊은 여인네가 살고 있을 듯한 연출이다. 관람하다 보니 작품마다 딸린 가격표가 눈에 띄었다. 실제 이날 전시 작품들은 현장에서 주문을 통해 구매할 수 있었다. 이쯤 되니 <춒먕횺백화점>라는 전시 제목의 연유가 짐작됐다. 춒먕횺백화점의 ‘춒먕횺’은 단지 글자 모양새가 예뻐서 만들었다는 인천여관x루비살롱으로부터의 후문이다. 

마지막 204호의 전시는 인천여관x루비살롱 자체의 공간적 특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연출이 아닐까 싶다. 낡고 허름한 여관방과 연식이 있는 오래된 가구들이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룬다. 열려있는 서랍장과 수납장들로부터 방주인의 세간들을 훔쳐보는 관음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낡고 오래된 것이 오히려 새롭고 특별했다.” 인천여관x루비살롱을 찾은 사람들의 공통된 평이다. 시간의 흔적에 시대적인 공간연출을 덧입힌 이곳이 낯설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매료시킨 것이다. 앞서 말한 공통된 평의 해석은 ‘루비살롱’이라는 이름에서 이미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살롱(Salon)은 17~18세기 프랑스 상류사회에서 유행했던 귀족과 문학인들의 정기모임 또는 화가나 조각가들의 연례 전람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곧 ‘인천여관x루비살롱’을 찾은 사람들은 단순히 옛것의 추억을 찾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러 오는 손님이 아닌 예술적 흥미를 탐닉하러 온 관람객임을 말해준다.

 

글·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정해랑




우리미술관

<순환의여행 / 방주와 강목사이>展
· 일시: 2018.2.27.~3.27.
· 장소: 인천동구우리미술관

촬영, 편집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유라




인천 대표 공연콘텐츠 쇼케이스 공연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병창>
일시 : 2017년 12월 7일 목요일 20시
장소 : 송도 트라이보울
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제 1회 인천생활문화 박람회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네방네 동아리>
일시 : 2017년 11월 25일~26일
장소 : 인천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실
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생활문화동아리로 삶의 행복을 찾다.

당신은 ‘생활문화예술‘ 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생활문화예술‘은 우리 앞집 아주머니가 하시는 오카리나 동호회, 매일 기타치는 옆집 오빠의 기타 동아리처럼 프로예술인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시민이 모두 누리고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을 뜻한다. 지난 9일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일대에서 열렸던 제 1회 <인천생활문화박람회 동네방네 동아리>는 이러한 생활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동아리가 모인 행사이다. 이번 행사는 인천생활문화센터 친구들 ‘레인보우’와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이 공동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인천 곳곳에서 동아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활동을 응원하고 네트워크 활동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획되었다.

<동네방네 동아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천의 동네방네 곳곳에서 활동하는 특색있고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들의 참여가 돋보였다. 새를 사랑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강화 지역의 동호인 모임 ‘버드카페 강화탐조클럽’부터 버려지는 자원을 생활소품으로 만드는 녹색공동체 ‘리폼맘스’, 사회적경제 마을기업인 부평공예마을 ‘손오공’, 서담 독서동아리 ‘서담재’. 인천 최초의 재즈클럽 버텀라인에서 사진 수업과 현장 실습으로 공연을 촬영하는 ‘라이브사진관’ 등 많은 동아리들이 행사에 참여해 한 해간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인천아트플랫폼의 H동과 A동에서 오후12시부터 오후2시 사이에는 원데이클래스, 타로고민상담소, 동네방네 아지트&별별아카데미의 전시가 열렸다. 원데이클래스에는 최일갑 강사의 ‘아에이오우 기본발성법’ , 장석원 강사의 ‘타악기배우기’ , 김진미 강사의 ‘립밥 &핸드크림 만들기’, 김은덕 백종민 강사의 ‘여행을 기록하는 나만의 방법 만들기’ 강좌 등 누구나 취미생활로 해보고 싶었던 강좌들이나 실생활에 유익한 강의들이 진행되었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H동 1층과 2층에서는 사진과 작품 전시가 열렸다. ‘라이브 사진관’의 버텀라인에서 촬영된 사진들과 ‘버드카페 강화탐조클럽’의 <2017 강화의 새> 주제로 인천지역에서 서식하는 다양하고 생명력 넘치는 새들의 사진이 전시되었다. 이번 ‘버드카페 강화탐조클럽’의 <2017 강화의 새>는 인천의 주로 서식하는 새부터 자연의 파괴로 희귀해 잘 눈에 띄지않는 천연기념물 노랑부리백로까지 다양한 새들을 구성원들이 직접 밀착 촬영한 결과물들이다. 이 밖에도 버려지는 재활용을 감각있는 생활소품으로 만든 ‘리폼맘스’의 리폼디자인아트 작품, ‘부평공예마을 손오공 페인팅세상’의 공예품들의 눈길을 끌었다.

다음 프로그램으로 참여한 동아리들 간의 동아리 활동의 좋은 점, 어려운 점 등을 서로 이야기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네트워크 활동 ‘와글와글 수다방‘이 이어졌다. 각 동아리들은 동아리 운영기간이 겹치는 동아리들끼리 모둠을 만들어 모여 동아리의 좋은 점과 동아리활동의 어려운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구성원들 중 책보동아리의 김지영씨는 동아리의 좋은 점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좋다는 말했다. 이외에도 가장 많은 답변이었던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 시너지가 생기는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의 즐거움, 자기성장의 기회 등의 답변이 많았다. 

반면 동아리 운영의 어려운 점으로 공통적으로 나왔던 이야기들은 악기나 공연동아리의 경우 개인별 능력차이가 있어 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어려움과 그로인해 소속감에서 멀어져 불안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외에도 각자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라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 꼭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 동아리의 재정적인 문제를 꼽았다. 서로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고 이후 해결책으로 다른 동아리원들의 조언을 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인 동아리 중 제일 높은 연차의 합창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경숙씨는 동아리의 어려운 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약속, 실력, 이상한 사람, 동아리의 재정의 키워드로 조언했다.

첫 번째 약속의 경우 성인 동아리는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정기적으로 모이기 힘든 구조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주 1회모임을 권장하지만 쉽지 않은 경우 모임 5,6시간 전에 각 파트장끼리 오늘 나오는 사람을 점검하고 10명이하가 나오면 모임을 없애기로 했다고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충분한 대화 끝에 규칙을 정해야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실력의 문제로 보통 동아리는 연차가 오래되면 간부를 맡는데 사실 그 간부들도 다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 사람들에게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연차가 낮은 분, 간부가 아닌 분이 그분들의 일을 많이 나누어주며 격려하고 도와준다면 동아리는 화목하게 잘 유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 번째 이상한사람, 누구나 동아리에 ‘저 사람 모임에 안나왔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불성실 하다던가 동아리원들끼리의 잦은 다툼 등으로 인해서 말이다. 이런 이상한사람의 대처법으로 그녀는 말로 하는 잔소리보다 나머지 구성원들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하라 조언했다. 다수의 사람들이 행동으로 보여줄 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면담을 신청하는 것이다. 이때 당사자와 대화를 할 때 주의할 점은 자신의 느낌을 말해주어야한다. 당사자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동아리의 어려움에서 재정적인 문제는 항상 따라오는 부분인데 생활문화예술은 단순한 시민들의 문화예술의 향유를 넘어서 개개인이 사회에서 받았던 소외감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동아리활동을 하며 소속감을 느끼고 그 속에서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자존감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에서 생활문화동아리들에게 관심을 쏟고 많은 지원을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동아리활동에서 서로의 고민들과 생활문화동아리들의 현재 실정에 대한 해결책 등 평소에 꺼내지 못했던 속 얘기들을 나누며 더욱 돈독했던 ‘와글와글 수다방 프로그램’이 끝나고 공연이 이어졌다.

행사의 마지막으로 돌멩이국 도서관 <책보>의 낭독공연과 삼산해오름공부방 <누리보듬>의 오카리나 공연, <기타랑>의 통기타공연 등 한 해간 준비한 동아리들의 공연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이번 <동네방네동아리> 에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동아리의 좋은점에 대한 한분의 대답이었다. 동아리의 좋은 점에 대해 묻자 “사실 매일이 우울했는데 동아리를 나가고 동아리생활을 하면서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갱년기를 이길 수 있는 힘이 된 것 같아요” 라고 대답했다. 그 분에게 동아리는 단순히 취미활동을 넘어서 삶의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버팀목이자 활력소가 된 것이다. 이렇게 생활문화동아리는 단순히 집단의 취미활동을 넘어 사회 속에서 작은 개인의 가치를 인정받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활동이다. 이런 좋은 점이 많은 생활문화동아리이지만 아직까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동아리 구성원들이 맘놓고 동아리생활을 할 수 있는 장소 또한 마땅치않다. 매번 장소를 예약하거나 대여해 빌려야하는 상황이다. 또한 많은 예산을 들여 거점공간으로 조성한 곳도 사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곳은 공유의 공간이 아니라 특정장르의 소유공간이기 때문이다. 그곳을 관리하는 지자체의 고민은 중복된 문화시설 건립에 따른 운영재정과 콘텐츠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문화시설의 변화, 연계, 통합된 운영시스템과 동시대가 요구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플랫폼을 정거장처럼 잠시 머무는 소유의 공간이 아니라 소통하는 공유의 공간으로 주변지역으로 확산되고 외부로 소통할 수 있는 거점공간으로 만들어야한다. 또한 동아리의 재정적인 문제도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국가에서 동아리가 활동할 수 있게끔 재정적인 지원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준다면 현재의 동아리들의 존속과 많은 신규동아리의 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생활문화동아리에 대한 고민과 지속하고자하는 노력이 계속된다면 생활문화예술은 더 많은 시민들에게 향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사진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최승주




공업도시 인천에 생기를 불어넣기

극단 작은방 <인천의 보색은 녹색>

동료들과 인천의 색깔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한 동료는 인천의 색깔이 회색이라고 했다. 각각의 색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드는 곳, 모여들어 그 색을 잃고 먹빛으로 변하는 곳이라고 했다. 한 동료는 인천의 색깔이 빨간 색이라고 했다. 인천의 어르신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수업에서 한 어르신이 고향을 떠나 인천에 처음 다다랐던 때를 회상하셨는데, 물이 온통 빨간 수돗물이라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동동거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단다. 그 얘기를 들으며 인천을 빨갛게 녹이 슨 공업도시의 모습으로 생각했단다.

지난주 인천아트플랫폼에는 인천의 색깔에 대해 얘기하는 연극이 있었다. 극단 작은방의 <인천의 보색은 녹색>은 전국에서 타향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도시, 전국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 인천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군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색상환에서 정반대 편에 위치한 ‘보색’은 단순히 대비가 되는 관계임을 넘어 서로를 보완하고 더 잘 보이도록 하는 관계이다. 신재훈 연출은 ‘공업화, 산업화의 도시 인천에 생명의 녹색이 보색이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작품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텅 빈 정사각형의 무대 양 옆으로 네 명의 배우가 앉아있다. 배우들은 차례로 무대에 올라 각 인물이 살아온 일대기를 짧은 대사를 통해 들려준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대화나 장면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각 순간에서의 짧은 대사들을 나열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60여년의 세월을 빠른 속도로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한다. 네 명의 가족들은 모두 옆구리에 망치를 차고 태어난다. 태어나고, 자라고, 학교에 가고, 노동을 시작한다. 노동의 순간에 배우들은 바닥을 향해 망치질을 한다. 인물들이 망치를 들고 태어나 끊임없이 망치질을 하는 모습은 공업도시이자 산업도시 인천의 소시민들에게 노동이 숙명임을 의미한다.

배경은 인천에서 태국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타국에서 일을 하러 관광지에 온 조련사는 코끼리를 조련한다.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이 코끼리 등 위에 올라타는 것을 돕는다. 조련사는 계속해서 코끼리에게 최면을 건다. ‘온순하다, 난폭해지지 않는다. 사람들을 등에 태우고 하는 트레킹이 좋다.’는 최면을 건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거닐던 코끼리는 조련사의 말에 따라 사람들을 등에 태우지만 이내 난폭해져 조련사의 목숨을 앗아간다.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세 명의 가족들이 등장한다. 새 차를 사고 드라이브를 나선 가족들은 교통 단속에 걸리고, 아버지가 과거 가로수를 들이받아 내야 했던 범칙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가로수를 들이받은 일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넘기지만, 경찰서로 연행되고, 당장 돈이 없어 범칙금을 낼 수 없고, 밤새 경찰서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진다. 경찰서로 향하던 아버지는 큰 사고를 내게 된다.

연극은 산업화와 공업화로 지친 인천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도시화로 인해 본래의 모습을 잃은 녹색 자연과 병치하여 보여준다. 녹색의 자연을 훼손하고, 바다를 막아 건물을 세우는 인천의 모습처럼, 그 안을 살아가는 노동자들도 생기를 잃고 지쳐간다. 녹색 자연을 되돌리는 것은 지친 노동자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것을 의미한다. 

 

글, 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김진아




제1회 인천생활문화박람회

<동네방네 동아리>
· 일시 : 2017.12.09(sat) 12:00~18:00
· 장소 :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일대

촬영, 편집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유라




2017 섬예술프로젝트

· 일시 : 2017.11.10~2017.12.17
· 장소 : 대이작도 외 4개 섬
· 기간 : 2017년 7월 ~ 8월
· 주최/주관 : 인천광역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천문화재단
· 진행 : 인천문화재단 축제문화팀, I-신포니에타, 협동조합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 크로키 예술인 협동조합 문화발전소, JS St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