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섬과 바다에서 평화를 생각한다

6월은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달이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간 전쟁은 그 자체로도 비극이었지만 전쟁 후 분단 상황이 만들어낸 긴장과 대립도 큰 비극이었다. 그리고 그 긴장과 대립의 중심에 인천의 섬과 바다가 있다.

인천의 섬과 바다는 한반도 긴장과 대립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뉴스에도 종종 등장하는 북방한계선, NLL이 지나는 공간이 바로 인천의 해역이다. 남북관계나 한반도 정세에 난기류가 흐르면 가장 먼저 긴장감이 높아지는 곳이다. NLL에서의 갈등은 교전과 희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999년의 1차 연평해전, 2002년의 2차 연평해전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2차 연평해전에서는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했다. 두 차례 연평해전에서 북한군의 사망자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1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또 2010년 3월에는 백령도 해상에서 우리 해군의 천안함이 폭침되어 46명의 젊은 생명들이 스러져 갔다. 같은 해 11월에는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여 해병대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인천의 바다는 분단이 만들어낸 비극의 공간이었다.

평시에도 백령도, 연평도 등의 서해5도나 강화도, 교동도에 가면 냉혹한 분단의 현실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평소에 남북분단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북한과의 서해 접경지 섬들의 해안을 따라 설치된 차가운 철책선과 경비 초소 그리고 바다 넘어 북한 땅을 보면 남과 북의 분단과 대립이라는 상황이 가슴속에 다가온다.

인천의 섬에는 분단의 역사를 몸으로 지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실향민들이다. 특히 교동도에는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황해도 출신의 실향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한 채 한 맺힌 세월을 보내야 했다. 분단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세상을 떠난 실향민도 많다. 현재 생존한 고령의 실향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고향 땅을 밟을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인천의 섬과 바다는 오늘날만이 아니라 과거 역사 속에서도 전쟁과 긴장, 대립의 공간이었다. 강화도는 대몽항쟁,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운요호사건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에서 손꼽히는 대제국, 열강들의 침입을 직접 겪었던 곳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고, 문화재의 약탈과 파괴도 일어났다. 한편 교동도는 고려시대 왜구의 잇따른 침입에 고통받아야 했다.

인천의 섬과 바다는 전쟁과 긴장, 대립 그리고 그로 인한 많은 사람의 희생과 고통이 함축된 공간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이 공간에서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바로 평화이다. 전쟁과 대립, 긴장을 넘어 미래로 나가는 평화의 공간으로서 인천의 섬과 바다를 바라보아야 한다. 인천의 섬과 바다를 찾는 많은 사람이 전쟁과 분단의 역사적 공간을 체험하면서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인천의 섬과 바다는 한반도에서는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서 손을 맞잡는 모습은 우리에게 크나큰 감격을 안겨주었다. 당장이라도 완전한 평화의 시대가 찾아올 것만 같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정에서 실제 많은 어려움에 마주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과거로의 회귀에 대한 우려, 실망, 허탈의 감정이 교차할 것이다. 분단 이후 긴장, 갈등, 대립으로 점철된 기나긴 세월을 생각해보면 평화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평화를 향한 인내와 의지가 필요한 시기이다.

한반도 평화를 향해 살얼음판 같은 길을 가는 상황에서 인천의 섬과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부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이 꾸준히 이어지고, 그와 함께 인천의 섬과 바다가 긴장과 대립을 넘어 평화와 화합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안홍민(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




극단 MIR 레퍼토리 10주년 기념시즌 공연 <보이 체크>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C동)
일정: 5/8(화)~13(일), 평일 오후 8시/토 2시, 6시/ 일 3시
주최,주관: MIR 레퍼토리
후원: 인천광역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재)인천문화재단

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아띠 스트링’ 앙상블과 함께하는 클래식 콘서트 <인사이드 아웃>

장소: 인천생활문화센터 A동 이음마당 ((구)아트플랫폼)
일정: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5월 2일, 9일, 16일, 23일, 30일 총 5회)
주최/주관: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팀

사진: 인천문화통신3.0 민경찬




청년들의 유쾌하고 풋풋한 도전기…‘갑신정변’의 재구성

인천시립극단 창작극 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 <너의 후일은>

‘갑신정변’을 새로운 관점으로 재구성한 창작극이 선보였다.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인천시립극단의 첫 번째 창작극 <너의 후일은>이 공연됐다. <너의 후일은>은 실패의 역사로 기록되는 ‘갑신정변’을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하며 많은 관객의 주목을 끌었다.

이번 공연 <너의 후일은>은 인천시립극단이 오랫동안 준비한 창작극 개발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이양구 작가를 포함해 4명의 극작가가 공동으로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면서 ‘갑신정변’이라는 소재에 흥미를 느껴 창작극으로 재구성했다.
조선의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목표로 급진개화파가 일으킨 ‘갑신정변(1884년)’은 철저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치러지며 ‘3일천하’로 막을 내린 어두운 역사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너의 후일은>에서 ‘갑신정변’은 더 이상 실패의 역사가 아니었다.
이양구 작가는 “그간 갑신정변은 패배의 역사로 인식됐는데 작품을 구상하면서 시작의 역사이며 승리의 향한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청년들의 열정과 패기가 담긴 진보적인 운동으로써 유쾌하고 풋풋하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작품의도를 밝혔다.
‘갑신정변’이 시작점과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에 ‘<너의 후일은>이라는 이번 공연 제목의 연유가 짐작됐다.

<너의 후일은>에서 등장인물은 조선인 외에도 상당수의 외국인이 등장했다. 당시 개항기를 맞이하며 각국에서 몰려든 외국인들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갑신정변’의 면면들도 빼놓지 않은 것이다.
이번 연극의 연출을 맡은 강량원 감독은 “외국인 등장 인물에게는 마치 광대같이 화려하고 유쾌한 캐릭터를 부여했다. 반면 조선인 등장인물들에게는 진중하고 비장한 캐릭터를 입히려고 노력했다”며 “이로써 갑신정변이라는 한 사건을 유쾌하면서도 서정적인 이야기로 재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연출 소감을 말했다.
이어 다케조에 역의 최재웅 배우는 “기존 역사극에서는 보통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인물들이 등장했지만, 우리 극에서는 각 등장인물의 개성과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 배경이 인천이라는 점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면서 서구의 근대문화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제물포에는 인천세관이 들어서고 대불호텔이 세워지는 등 근대화의 물결이 일렁였다.
<너의 후일은>에서는 위와 같은 개항기 속의 인천의 옛 풍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실제로 극 초반에는 인천의 당시 시대적·공간적 배경이 드러나는 배우들의 대사가 주를 이루며 관객들로부터 과거 인천의 모습을 미루어 짐작케 했다.

첫 번째 창작극 <너의 후일은>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인천시립극단은 앞으로 올해 12월까지 창작극 3개를 더 선보일 예정이다.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되짚어 보고 다가올 미래를 위한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 공연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글.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정해랑

2018-05-08
정해랑 기자
marinboy58@naver.com




실재가 이미지를 만드는가, 이미지가 실재를 만드는가

실재와 이미지 사이 ‘이미지를 거닐다’ 

아이는 얕은 물이 놓인 곳을 좋아한다. 그 물가를 걸으면서 작은 돌멩이를 줍는다. 그리고 말한다. “엄마, 돌멩이 던져요. 엄마 이거 물에 던져요.” 그렇게 아이와 함께 얕은 물에 작은 돌멩이를 던진다. “착!” 돌멩이가 물의 표면에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돌멩이는 바닥으로 가라앉고, 돌멩이가 떨어진 물 표면에는 작은 원들이 생겨났다가 그 원의 크기가 커지면서 사라진다. 그리고 아이는 그 물을 보면서 좋아한다. 아이는 물속에 돌멩이를 던져보는 경험을 통해서 물에 무언가를 던지면 물속에서는 작은 원들이 생겨났다가 커지면서 사라지고, 그렇게 흔들리는 물이 잔잔해지고 나면 그 속에 자신의 모습, 자신의 이미지가 비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인천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열리는 ‘이미지를 거닐다’ 전에서 만난 김창겸의 작품<Water Shadow in the Dish>는 다르다. 물웅덩이에 마땅히 존재해야 할 나의 이미지가 없다. 김창겸의 작품은 마치 물웅덩이로 착각하게끔 생겼지만, 그 영상에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가 없다. 이런 부조화를 바라보며 관람자는 당황하면서 신기하다. 물속에 돌멩이가 던져지고 그 돌멩이가 물에 빠지면서 소리도 들리지만, 그것은 나의 행동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실재의 나와 내가 바라보는 곳에 비쳐야 할 나의 이미지가 분리된 것이다.

나의 이미지가 있어야 할 곳에 그것이 없다면, 나의 모습은 세상 어느 곳에 비치는 것일까? 세상에 비치는 나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나의 이미지가 부재하다고, 나의 실체 또한 없는 것은 아닐진대, 이미지가 없는 나란 존재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나의 이미지는 세상과 내가 소통하는 모습일 것인데, 이미지가 없다면 나는 대체 무엇으로 나를 표현해야 하고, 나는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 마땅히 내가 보여야 할 곳에 내가 아닌 다른 이미지가 자리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나는 세상 속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고 방황할지도 모른다. 나의 본질은 이미지가 없이 존재할 수도 있는가? 과연 나의 실재는 나의 이미지와 분리될 수 있는 것일까?

몇 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사이에 우리는 고개를 돌려 또 다른 영상을 마주한다. 그곳에서는 실제인지 꿈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개하는 곳에 그림자만이 지나다닌다. 그림자의 움직임에 따라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닌다. 꽃을 피우게 하고 나비를 날아들게 하는 사람은 어디로 사라진 채 그의 그림자만 남은 것일까? 과연 저 그림자의 주인은 누구일까? 우리는 끝내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의 그림자가 지나다니므로 세상이 환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림자 주인의 모습을 나름대로 상상하게 된다. 이미지 속을 거니는 그림자는 그 스스로 꽃을 피우게 하고, 나비를 날게 한다. 우리는 마치 목소리와 향기로 무언가를 유추하듯이 그림자가 이끌어 내는 영상을 두고 그림자 주인의 모습을 상상한다. 우리가 어떠한 이미지를 두고 무언가를 판단하고자 한다면 어쩌면 그것은 그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그 이미지가 반영하는 실재가 아닐까? 꽃을 피우게 하고 나비를 날게 하는 그림자를 앞에 두고 그 그림자 주인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재형의 <Bending Matrix>는 동물의 형상 위에 LED 인공조명을 이용하여 그 동물이 가진 무늬를 재현한다. 본디 말은 자연이고 말의 표면에 가진 무늬 또한 자연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재형은 말의 형상 위에 인공적인 빛을 쏘아 무늬를 만듦으로써 인공적인 방법으로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디지털 이미지의 정교하게 구성된 Matrix를 자르고 구부린다. 그리고 이러한 디지털 매트릭스를 말의 형상 위에 비춤으로써 그 말이 가질 수 있는 갖가지의 무늬들을 표면에 쏘아낸다. 우리는 이재형의 <Bending Matrix>를 통해 새로운 무늬를 가진 말을 만난다. 말은 자연의 것이었지만, 이재형의 작품 속에서 인간이 새롭게 만들어낸 창조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인공조명의 구조가 달라짐에 따라 시시때때로 색다른 모습으로 변모한다.

익숙한 동물인 말이 새로운 매개를 통해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마주하며 우리는 역설적이 되게도 우리에게 놓인 자연과 환경을 다시금 관찰하게 된다. “말의 무늬가 원래 어땠더라?” “이렇게 바뀔 수도 있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새로운 이미지가 거니는 말의 형상을 통해 우리는 우리 주변의 익숙한 환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하고 돌아본다.

전시장소: (재)인천문화재단 트라이보울 인천광역시 연수구 인천타워대로 250(송도동 24-6)
전시기간: 2018. 4/25(수)- 6/29(금), 월 휴관
관람시간: 1PM – 5PM
휴관일: 4/29, 5/1, 공휴일
문의: 032-831-5066

 

글 사진/ 김경옥 인천문화통신3.0 기자
(수필가, 옥님살롱 http://expert4you.blog.me)




윈도우 갤러리 매일매일 프로젝트 ‘오픈 윈도우 아뜰리에’

2018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안상훈
2018.04.21-5.12 , 상시
@ 윈도우갤러리

영상 김응준




김애란 작가가 들려주는 바깥은, 여름 <제 자리는 어디입니까?>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시: 2018. 04. 19 (목)요일
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
주최/주관 :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사진: 인천문화통신3.0 민경찬




인천 도시발전의 발자취를 따라서 <지역연구리서치 투어>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시: 2018. 04. 18. (수)요일
장소: 인천도시역사관, 삼릉 줄사택 유적지, 동일방직(구 동양방직)
주최/주관: 인천아트플랫폼

사진: 인천문화통신3.0 민경찬




예술적 담론의 시간

2018 인천아트플랫폼 <플랫폼 살롱>

처음 <플랫폼 살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대체 무엇을 하는 행사인지 궁금했다. 플랫폼이 인천아트플랫폼을 뜻하는 것이라면, 플랫폼에서 여는 살롱이란 어떤 살롱일까? 사전에서 설명하는 살롱이란 17~18세기 프랑스 상류사회에서 성행했던 귀족과 문인들의 정기적인 사교모임을 말한다(두산백과 참조). 귀족 부인들이 일정한 날짜에 자기 집 객실을 문화계 명사들에게 개방하고 음식을 제공하면서 문학이나 도덕에 관한 자유로운 토론과 작품 낭독 및 비평의 자리를 마련하던 풍습을 말하는데, 미술가들도 함께 모여서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며 감상, 비평하고는 했다.

직접 방문한 2018 인천아트플랫폼 <플랫폼 살롱>도 이와 같았다. 살롱을 연 주최 측에서는 샌드위치와 커피, 차, 과일 등을 비롯한 간단한 다과를 준비했고,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과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곁들였으며, 전문가, 시민, 학생, 전문가 등의 참여자들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비평하고 대화했다.

첫 번째 발표자는 구나 작가. 구나 작가는 회화와 조형작업을 함께 아우르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는 천천히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선보이며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모든 예술은 분야를 막론하고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작가가 영감을 받았던 문학 작품들의 구절을 작가가 직접 필사하여 참여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참여자들은 구나 작가의 목소리와 함께 작가의 작품을 감상했고, 그의 작품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 했다. 구나 작가의 회화 작품에서는 얼굴이 지워짐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가? 존재, 자아에 대한 확신이 불분명 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인가? 작가의 작품 속에 문학과 철학이 함께 숨쉬고 있음을 우리는 이야기 했다.

김정모 작가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것은 아마 왠지 모르게 유쾌함이 스며있는 그의 작품들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작품에서 완결된 오브제를 선보이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의 작품의 많은 부분은 관객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것들이다. <Berlin, street of art 2015>에서는 마치 설치미술처럼 보이기도 하는 길거리의 다양한 풍경들을 사진으로 찍고 이를 관람하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것이 예술인지, 아닌지”에 대하여 관객 자신이 결정하도록 했다.

작가는 사라지는 공간들이 아쉬워서 그 공간들에 크리스마스 전구를 이용해서 <Good-Bye>라는 작품을 설치하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고, 자신이 머물렀던 공간을 그냥 떠나는 것이 아쉬워서 형광등을 LED 전구로 바꾸고 그 안에 작가의 사인을 적어 넣는 프로젝트인 <I was here>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작가를 두고, 우리는 그에게서 마치 쓸쓸함, 고독함, 외로움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짐짓 아주 개인적인 감정일 것 같지만, 실은 많은 부분이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쓸쓸함, 고독함, 외로움을 표현하는 작가, 김정모. 작가는 사회적인 조건 속에 형성되는 현재 한국의 사회적 고독을 표현하는 것이다.

박문희 작가의 작품에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이 혼합되어 나타내 있다. 각각을 쉽게 예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식의 세계를 벗어나서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실과 머리카락 걸레 등을 통해서 강아지, 어린아이 비너스 상 등을 표현하기도 하며, 디너 테이블을 천으로 덮어서 낙타의 형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관객들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된다. 덮어 가림으로써 우리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형상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은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새롭게 정의되는 이러한 세상에서 우리가 ‘지금’ 정의하는 것들은 과연 불변하는 진실일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을 하게 한다.

네덜란드 국적의 모 시라(Mo Sirra)작가는 탐구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작업방식을 선호하는데, ‘리허설’이라는 개념을 작업의 핵심으로 삼는다.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 머무르는 동안 인천시라는 범위 내에서 다양하고 다면적인 시각을 담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꽤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눈다. 

 아, 이런 살롱이라니! <플랫폼 살롱>이란 유쾌하고 유익한 경험으로 인해 앞으로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다.

* 2018 인천아트플랫폼 <플랫폼 살롱>은 2018년 4월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총 6차례 진행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
바로가기 ▶)을 통해서 확인 가능합니다.

 

글/사진 인천문화통신 3.0 기자 김경옥
(수필가, 옥님살롱 http://expert4you.blog.me/)




근현대 베스트셀러를 통해 본 그때 그 시절…

한국근대문학관 근현대 베스트셀러 특별전 ‘소설에 울고 웃다’

우리나라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소설들이 한국근대문학관으로 소환됐다. 지난해 2017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실에는 근현대 특별전 ‘소설에 울고 웃다’가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전시된 소설들을 통해 과거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일별해보고 작가의 숨결을 느껴보고자 기획됐다.
전시에는 근대계몽기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은 24개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전시돼 관람객들에게 80년의 세월을 조망할 뜻깊은 기회를 제공했다.

전시를 보기에 앞서 이번 전시에서의 ‘베스트셀러’는 어떤 의미일까? 베스트셀러(best –seller)의 사전적 의미에서는 어떤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을 베스트셀러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고 해서 무조건 예술적 가치나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는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의외로 이번 전시 ‘소설에 울고 웃다’에서는 말 그대로 당대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을 전시대상으로 삼았다.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한 고비마다 어떤 소설이 많이 읽혔는지 알아보는 것은 우리의 삶을 되짚어보는 데 의미 있는 기준점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소설에 울고 웃다’의 전시를 기획하는 데 있어 전반적으로 작용했던 관점은 ‘현실반영론적 관점’이다. 이는 문학작품에는 당시의 현실이 반영된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번 전시는 소설의 내용을 통해 소설이 쓰인 당시의 시대 현실을 역으로 추정하는 관점을 기반으로 한다.
근현대 베스트셀러의 계보는 계몽 열망이 담긴 ‘혈의 누'(이인직·1906)와 ‘금수회의록'(안국선·1908) 등의 근대계몽기 작품으로 시작한다. 뒤이어 이수일과 심순애의 러브스토리가 담긴 ‘장한몽'(조중환·1913)과 탐정소설 ‘마인’(김내성·1948) 등의 장편소설이 등장하며 근대문학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해방 후 전후 복구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청춘극장'(김내성·1949~1952)과 ‘자유부인'(정비석·1954)에서는 당시 격렬하게 대두되는 민족 문제와 선망의 대상이었던 미국의 사상과 가치관이 투영됐다. 대중사회와 소비사회가 형성된 7~80년대에는 ‘별들의 고향'(최인호·1972)과 ‘인간시장'(김홍신·1981) 등 전업 작가의 밀리언셀러 작품들이 탄생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들이 소설 집필에 사용한 펜과 안경, 도장, 비디오테이프, 육필원고 등 문학적 가치가 담긴 추억의 산물 60여 점도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자유부인’의 작가 정비석이 취재 시 사용한 녹음기와 국어사전, 박경리 작가가 사용한 호미, 김홍신 작가가 ‘인간시장’ 집필에 사용한 만년필과 인지에 찍었던 도장 등 작가들의 손때가 묻은 애장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직접 쓰는 육필원고보다는 각종 첨단 전자기기를 통해 글을 쓰는 데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작가들의 과거 산물은 아날로그 문학적 감성을 자아내는 또 다른 관람 재미를 선사했다.

 

글·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정해랑
marinboy5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