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빛깔의 아름다운 그림 동화 <엄마는 문화예술 선생님>
‘다문화가정’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에게는 어렵거나 낯설다. 또한 우리가 그들을 낯설어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도 새로 찾아온 이 땅을 생소해 할 것이다. 아무리 외국에 거주하는 시간이 길어도, 그 나라에서 일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이상 가정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그 나라에 익숙해지기가 어렵다. 고국을 떠나 타지인 대한민국에 정착한 외국인들 또한 그렇지 않을까. 비록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 하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 이외의 다른 문화 활동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2018년 무지개다리사업 중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팀과 여성문화예술기획이 함께하는 <엄마는 문화예술 선생님>은 이러한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양한 그림 동화책으로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다. 6월 15일부터 마지막 발표날인 8월 3일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인천 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에서 진행되는 본 프로그램은, 30~40대의 다문화 여성을 비롯하여 관심있는 어떤 여성이든 함께 참석할 수 있다. 언뜻 어렵게만 느껴지는 문화예술을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된다.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취재를 하러 간 6월 15일은 “엄마는 문화예술 선생님”의 첫 수업으로 다양한 문화를 가진 어머니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를 만들고 발표하는 뜻깊은 프로젝트라는 소개를 들으며, 말 그대로 정말 ‘뜻깊은’ 시간이라 생각한다. 모로코,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가와 한국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두 달에 걸친 프로그램에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발표하려면 역시 낯선 분위기를 깨고 친해지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처음에 간단한 놀이가 시작되었다. 이전 “꿈꾸라!”(트라이보울에서 진행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감상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하게 게임으로 수업을 시작했는데, 대상만 다를 뿐이지 문화예술을 느끼거나 표현하는 틀은 비슷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서로 공을 주고받으며 이름을 외치니 어색한 공기도 깨고 다른 수강생들의 이름도 저절로 외워졌다. 어느새 처음 가라앉았던 쭈뼛쭈뼛한 기운은 어디 가고 모두의 얼굴에 즐거운 기운이 돌았다. 무엇보다도, 두 달간 함께 할 선생님과 수강생들이 서로에게 친밀함을 가질 수 있었다.
“자신들이 각자 어떤 스타일로 글을 쓰는지 알게 됐죠?”
본 수업으로 들어가면서 책상을 사이좋게 붙이고 나니, 동화를 함께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줄 강사님이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셨다. 여기에 산, 바다, 개(강아지), 나무, 집을 한 종이 안에 그리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려보는 미션의 첫 걸음을 떼기가 얼마나 떨리는지. 흰 도화지를 어떻게 채울지를 고민하던 수강생들은 자신만의 그림을 이내 그려냈다. 이때 흥미로웠던 부분은, 강사님이 각자 그린 강아지에게 이름을 지어보라고 하자 수강생들은 자신들의 모국어로 다양한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강사님은 수강생들의 그림을 묘사한 문장으로 첫 운을 떼어 주고 나서는 수강생에게 직접 다음 문장을 지어서 적어보라고 했다. 물론 이야기는 자신들이 그린 피사체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다. “(누구누구)의 주머니에는 구슬이 있었어요.”,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고 맑아서 ‘누구누구’는 산책하러 가기로 했어요.”처럼 뒷이야기가 있을법한 문장 뒤로 여러 명의 다양한 스토리가 나왔다. 그림 그리는 것부터 글을 쓰는 것까지, 어려워하면서도 서로 도와주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글을 완성했다. 강사님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수강생 개인이 어떤 스타일로 글을 쓰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하셨다. 수강생들은 이야기가 불완전하거나 글이 서툰 것과는 상관없이 서로의 이야기에 하나하나 흥미 있게 보고 들었다.
점과 직선으로 상상력 키우기!
그다음 미션은 도화지 위에 동그라미 한 개, 직선 한 개를 그리는 것이었다. 모양은 아무 상관 없이 직선과 동그라미가 한 개씩만 있으면 된다. 얇은 직선이나 두꺼운 직선, 화면 중간에 동그라미나 구석에 모서리만 보이는 동그라미. 여러 형태의 그림이 나왔다. 강사님은 제시된 그림이 전체적으로 어떤 형상으로 보이는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또다시 한 문장의 이야기로 만들어 보라고 했다. 굉장히 추상적인 그림들인지라 처음에는 모두 고전했지만, 상상한 만큼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주 다양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동그라미가 직선 위에 있는 그림은 “따르릉따르릉 자전거가 지나갑니다. 비켜가세요” 라거나, 길게 사선으로 그어진 직선 옆에 작은 동그라미는 “산 뒤로 해가 저물어 갑니다”로 표현하였다.
앞서 한 몸풀기 운동이 다양한 피사체를 그리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마음을 움트게 하는 활동이었다. 수강생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칭찬하거나 감탄하거나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했다. 다른 국적을 가진 엄마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스토리를 한국어로 나누는 것이 다정해 보이고, 반짝거리는 듯했다. 한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거나 서툴러도 주변에 도움을 받아가며 점차 자신의 이야기를 지어내며 발표하는 것에 대해서 익숙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이야기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과거보다 서로의 문화를 포용하고 인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 나라에서 ‘주류’가 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공유할 곳이 없으면, 언제나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자신을 열심히 끼워 맞추기 바쁘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꽤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하는 즐거움을 엄마들이 느끼고, 그것을 자식에게 알려주며, 온 가족의 함께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 엄마들이 문화예술과 친구가 되어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아름다운 그림 동화를 자녀에게도 들려주는 ‘문화예술 선생님’이 되었으면 한다.
글/ 사진
시민기자단 이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