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빛깔의 아름다운 그림 동화 <엄마는 문화예술 선생님>

‘다문화가정’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에게는 어렵거나 낯설다. 또한 우리가 그들을 낯설어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도 새로 찾아온 이 땅을 생소해 할 것이다. 아무리 외국에 거주하는 시간이 길어도, 그 나라에서 일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이상 가정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그 나라에 익숙해지기가 어렵다. 고국을 떠나 타지인 대한민국에 정착한 외국인들 또한 그렇지 않을까. 비록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 하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 이외의 다른 문화 활동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2018년 무지개다리사업 중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팀과 여성문화예술기획이 함께하는 <엄마는 문화예술 선생님>은 이러한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양한 그림 동화책으로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다. 6월 15일부터 마지막 발표날인 8월 3일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인천 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에서 진행되는 본 프로그램은, 30~40대의 다문화 여성을 비롯하여 관심있는 어떤 여성이든 함께 참석할 수 있다. 언뜻 어렵게만 느껴지는 문화예술을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된다.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취재를 하러 간 6월 15일은 “엄마는 문화예술 선생님”의 첫 수업으로 다양한 문화를 가진 어머니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를 만들고 발표하는 뜻깊은 프로젝트라는 소개를 들으며, 말 그대로 정말 ‘뜻깊은’ 시간이라 생각한다. 모로코,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가와 한국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두 달에 걸친 프로그램에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발표하려면 역시 낯선 분위기를 깨고 친해지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처음에 간단한 놀이가 시작되었다. 이전 “꿈꾸라!”(트라이보울에서 진행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감상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하게 게임으로 수업을 시작했는데, 대상만 다를 뿐이지 문화예술을 느끼거나 표현하는 틀은 비슷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서로 공을 주고받으며 이름을 외치니 어색한 공기도 깨고 다른 수강생들의 이름도 저절로 외워졌다. 어느새 처음 가라앉았던 쭈뼛쭈뼛한 기운은 어디 가고 모두의 얼굴에 즐거운 기운이 돌았다. 무엇보다도, 두 달간 함께 할 선생님과 수강생들이 서로에게 친밀함을 가질 수 있었다. 

 “자신들이 각자 어떤 스타일로 글을 쓰는지 알게 됐죠?”

본 수업으로 들어가면서 책상을 사이좋게 붙이고 나니, 동화를 함께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줄 강사님이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셨다. 여기에 산, 바다, 개(강아지), 나무, 집을 한 종이 안에 그리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려보는 미션의 첫 걸음을 떼기가 얼마나 떨리는지. 흰 도화지를 어떻게 채울지를 고민하던 수강생들은 자신만의 그림을 이내 그려냈다. 이때 흥미로웠던 부분은, 강사님이 각자 그린 강아지에게 이름을 지어보라고 하자 수강생들은 자신들의 모국어로 다양한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강사님은 수강생들의 그림을 묘사한 문장으로 첫 운을 떼어 주고 나서는 수강생에게 직접 다음 문장을 지어서 적어보라고 했다. 물론 이야기는 자신들이 그린 피사체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다. “(누구누구)의 주머니에는 구슬이 있었어요.”,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고 맑아서 ‘누구누구’는 산책하러 가기로 했어요.”처럼 뒷이야기가 있을법한 문장 뒤로 여러 명의 다양한 스토리가 나왔다. 그림 그리는 것부터 글을 쓰는 것까지, 어려워하면서도 서로 도와주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글을 완성했다. 강사님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수강생 개인이 어떤 스타일로 글을 쓰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하셨다. 수강생들은 이야기가 불완전하거나 글이 서툰 것과는 상관없이 서로의 이야기에 하나하나 흥미 있게 보고 들었다.

점과 직선으로 상상력 키우기!

그다음 미션은 도화지 위에 동그라미 한 개, 직선 한 개를 그리는 것이었다. 모양은 아무 상관 없이 직선과 동그라미가 한 개씩만 있으면 된다. 얇은 직선이나 두꺼운 직선, 화면 중간에 동그라미나 구석에 모서리만 보이는 동그라미. 여러 형태의 그림이 나왔다. 강사님은 제시된 그림이 전체적으로 어떤 형상으로 보이는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또다시 한 문장의 이야기로 만들어 보라고 했다. 굉장히 추상적인 그림들인지라 처음에는 모두 고전했지만, 상상한 만큼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주 다양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동그라미가 직선 위에 있는 그림은 “따르릉따르릉 자전거가 지나갑니다. 비켜가세요” 라거나, 길게 사선으로 그어진 직선 옆에 작은 동그라미는 “산 뒤로 해가 저물어 갑니다”로 표현하였다. 

앞서 한 몸풀기 운동이 다양한 피사체를 그리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마음을 움트게 하는 활동이었다. 수강생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칭찬하거나 감탄하거나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했다. 다른 국적을 가진 엄마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스토리를 한국어로 나누는 것이 다정해 보이고, 반짝거리는 듯했다. 한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거나 서툴러도 주변에 도움을 받아가며 점차 자신의 이야기를 지어내며 발표하는 것에 대해서 익숙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이야기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과거보다 서로의 문화를 포용하고 인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 나라에서 ‘주류’가 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공유할 곳이 없으면, 언제나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자신을 열심히 끼워 맞추기 바쁘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누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꽤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하는 즐거움을 엄마들이 느끼고, 그것을 자식에게 알려주며, 온 가족의 함께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 엄마들이 문화예술과 친구가 되어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아름다운 그림 동화를 자녀에게도 들려주는 ‘문화예술 선생님’이 되었으면 한다.

 

글/ 사진
시민기자단 이은솔




수강생으로 시작해 ‘주민 예술가’가 되기까지…

우리미술관 2018 문화나눔 결과보고전 <우리들의 이야기>

건물 사이 어둡고 비좁은 샛길에 들어가자 드디어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 우리미술관이었다. 후미진 샛길에 위치한 것도 모자라 작고 소박한 외관을 지닌 우리미술관의 첫인상에 한참을 호기심 어린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이곳에서 관람객에게 전시안내를 돕는 이순희 도슨트와의 대화에서 우리미술관에 대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빈집 세 채를 개조해서 만들어졌어요. 동네 주민 누구나가 다양한 문화생활을 일상생활에서도 향유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는 작은 미술관이죠.”

때마침 우리미술관의 전시관에서는 뜻깊은 전시가 한창 진행 중에 있었다. 만석동 주민들이 문화나눔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2018 문화나눔 결과보고전 <우리들의 이야기>가 열리고 있었던 것. 우리미술관은 주민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고 문화활동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이 끝나면 결과물들을 모아 전시를 갖는다고 한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으면 이번 전시가 열릴 수 없었을 터. 이순희 도슨트는 우리미술관의 문화나눔 프로그램의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우리미술관이 생기기 전에는 만석동 일대에서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이곳에서 제공하는 문화나눔 프로그램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이 굉장히 좋아요. 수강료도 무료인 데다 프로그램 수준도 높아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죠.”

올해 상반기의 문화나눔 프로그램은 어린이반과 도자기반, 어르신반 등 세 개의 반으로 나뉘어 8주간 진행됐다. 주민들이 직접 완성한 그림과 만들기, 도자기, 푸드아트 등의 작품들은 그간의 교육과정이 담긴 사진과 함께 전시됐다.
“살면서 자기가 만든 작품을 전시할 기회를 갖는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자신의 작품이 미술관에 전시되고 많은 관람객이 봐주시니 주민분들께서 정말 기뻐하고 뿌듯해하세요.” 수강생으로 시작해 주민 예술가로서 매듭짓는 우리미술관 문화나눔 프로그램만의 특별한 수료 과정에 주민들이 흠뻑 매료된 것.
그러면서 이순희 도슨트는 우리미술관이 주민들에게 사랑받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다. “사실 처음에는 우리미술관이 생기는 걸 만석동 주민분들께서 달갑게 여기지 않으셨어요. 워낙 예로부터 만석동은 가난한 동네였잖아요. 자신들의 사는 모습이 많은 사람에게 보이는 게 부담스러우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미술관 덕분에 직접 예술가가 되어보는 기회도 얻고 동네 이미지도 좋아지자 지금은 좋은 시선으로 봐주시네요.”

우리미술관은 2015년부터 다양한 계층이 접근할 수 있는 문화나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으로 세 번째 개최를 맞은 문화나눔 결과보고전 <우리들의 이야기>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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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boy58@naver.com




2018 공연예술인 역량강화 프로그램 <펌프(PUMP)>

-전문공연예술인을 위한 심화과정
2018.6.13~7.18 (수)요일, 오후2~5시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대연습실

-기초자를 위한 입문 과정
2018.6.2~7.7(토)요일, 오후6시~9시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중연습실

주최/주관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상. 시민기자단 김유라




만국시장 <지구별 여행자X디아스포라 영화제> 스케치

장소: 인천 생활문화센터, 인천 아트플랫폼
일정: 2018.5/19/20/22, 6/2(토), 7/7(토), 9/1(토), 10/6(토), 11/3(토)
주최: 인천문화재단
주관: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공간달이네

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2018년 한국문학포럼 <디아스포라 문학과 이미륵의 작품 세계>

일시: 2018. 5. 20. (일), 오후 2시~6시
장소: 한국근대문학관 3층 교육연구실
주최/주관: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DIAFF 2018

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제6회 디아스포라 영화제 개막식

일정: 2018.05.18.(금)-22.(화)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일대
주최: 인천광역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인천광역시영상위원회

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고려’하면? 고려청자! 천하제일 고려비색

2018 인천시민대학 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강좌 ‘고려의 역사와 문화 재조명’ 열려

역사 이래 한반도에 성립된 국가 중 ‘고려’는 태조 왕건에 의하여 918년 7월 25일에 건국되어 1392년 이성계에 의해 공양왕이 폐위되기까지 474년 동안 존속하였다. 건국 후 919년에 송악을 개경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수도로 삼았는데, 이 지역은 현재 북한지역에 속해있는 개성에 해당한다. 이후 고려는 고종 19년(1232년)에 몽골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도읍을 천혜의 요지인 당시 ‘강도’라 불린 강화도로 옮긴다. 이때 강화에 세워진 도읍 터 고려궁지는 고려 원종 11년(1270년) 개경으로 환도할 때까지 39년간 사용되었다. 현재 강화와 개성은 남한과 북한에서 고려 유산이 가장 많이 남은 곳이다. 그리고 강화군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2018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되었다. 

이에 고려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인천과 강화에 열린다. 이 중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는 인천대학교 사범대학, 강화도서관과 함께 <2018년 인천역사시민대학: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 강좌, 고려의 역사와 문화 재조명>을 열었다. 이번 특별강좌는 A강좌(인천)과 B강좌(강화)로 나누어 진행된다. A강좌(인천)는 ‘시대를 빛낸 고려 명품 7선’을 주제로 지난 5월 8일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6월 26일 까지 대장경, 나전칠기, 고려청자, 금속활자, 고려불화, 묘지명, 고려지에 대한 강연이 열린다. B강좌(강화)는 ‘고려 건국 1100주년, 고려는 어떤 나라였나’를 주제로 고려의 역사에 대하여 살펴본다. 하반기에는 A강좌와 B강좌가 장소를 바꾸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5월 29일(화) 인천 대학교 미추홀 캠퍼스 B관 601호에서는 <고려청자, 천하제일 고려비색>이라는 주제로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장남원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직장인과 학생을 고려하여 저녁 7시부터 강좌가 시작되었는데, 9시까지 이어지는 늦은 시간에도 상당히 많은 시민들이 청강하였다.

아마 사람들에게 “고려,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하고 묻는다면, 그중의 최고는 ‘고려청자’일 것이다. 고려를 대표하는 명품 중에 금속활자, 고려불화, 나전칠기 등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그중에 일반 시민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청자가 아닐까? 고려청자가 고려의 대표적인 명품으로써 ‘천하제일 고려비색’이라는 별칭으로 기억되는 것은, 중국 송나라의 문헌에 고려청자가 소개된 이후이다. 송나라 태평노인은 〈수중금(袖中錦)〉에서 “고려청자는 천하제일의 비색”이라 말했다. 또 북송의 유명한 문장가 소동파는 천하명품 10가지를 언급하며 그중 하나로 고려청자를 꼽았다. 이는 동시대에 중국으로 고려의 자기가 유입되었고, 중국 사람들이 고려의 자기를 접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중국으로 유입된 당대의 고려청자는 당시 이슬람 지역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퍼졌다. 세계 각지로 도자기를 수출하던 중국에서도 명품으로 여겨질 정도로 그 실력과 아름다움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이후 천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사람들의 뇌리에는 ‘고려’하면 청자로 각인되었다.

청자의 대부분은 식기로 만들어진 것이며, 여러 가지 기물들은 일반 서민용이라기보다는 왕국이나 귀족, 사찰 등이 주요 소비층이었다. 특히 왕실의 사용이 많았을 것이다. 청자에는 고려 불화의 화려함이나 나전칠기, 금은 입사, 비단 같은 고려의 정교함과 세련된 공예적 조형이 상당부분 반영되었는데, 이는 고려의 고급스러운 생활문화의 일면을 나타낸다. 고려인들은 중국에서 관련 기술을 전하여 받았지만 이미 당대에 중국을 뛰어넘는 기술로 국제적 조류에 뒤지지 않은 청자를 생산하였다. (2018 인천시민대학 강좌 자료집 ‘고려청자, 천하제일 고려비색’ 부문 인용. 장남원,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현대 일본이 도예 강국으로 인정받는 것은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청자를 만들며 도예의 수많은 분야에 골고루 우수한 작가들이 많아서 이들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두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고려청자에 대해 알아갈수록, 세계적으로 뒤지지 않는 청자를 만들었던 고려인의 피를 이어받은 우리가 과연 이 땅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천하제일 고려 비색이라 불리던 고려청자를 만들 정도로 우수한 고급문화를 지녔던 고려인의 다른 명품 이야기도 한층 기대된다.

 

글 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경옥
(수필가, 옥님살롱 블로그 바로가기 ▶)




<문화예술 감상교육 ‘꿈꾸라’>

꿈꾸라! 여러분이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5월 26일 화창한 어느 날, 송도 트라이보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문화예술 감상교육’이라는 단어에 이끌렸다. ‘꿈꾸라’ 프로그램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 감상교육’ 운영사업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 학생들이 문화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에게 정해진 수업 이외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의미 있고 뜻깊은 시간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학습뿐만 아니라 스펙이 중요해진 요즘에는 아이들이 예술을 ‘감상’하기보다는 ‘학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예술’이란 맛있게 감상하는 것이고, 자신의 감상을 표현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그 취지에 들어맞는 교육이 바로 ‘꿈꾸라’이다.

즐겁게 배우고 즐겁게 표현하기

 ‘꿈꾸라’는 OT, 사전 이론 교육, 공연 감상, 갈라쇼 수업 강좌가 연이어서 열릴 예정이다.(5/19,5/26,5/30,6/2)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번 교육은 트라이보울 공연장의 특성을 살려서 ‘공연예술’을 주제로 다룬다.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였고 뮤지컬 배우이자 공연 연출가로 활동한 강사 두 분은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듯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나 어른이나 처음 만난 사람과 낯을 가리고 어색해하는 것은 똑같다. 즐거운 게임을 하면서 서로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거리는 차츰 가까워졌다. 본 수업에서는 예술을 즐기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편한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실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과 정해진 규칙은 없다. 본인이 느끼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누가,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작품의 기본배경을 알게 되면 풍부한 감상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테이크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먹기 좋게 썰어서 적절하게 굽고 좋아하는 소스에 곁들이면 더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지 않을까?

첫 번째 시간 – 나만의 그림 악보 만들기!

‘윌리엄 볼컴(Bolcom, William)’ 작곡가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은 아이들에게 과제가 주어졌다. 모두가 함께 볼컴의 곡을 듣고, 느낀 점을 그리는 작업이었다. 곡의 원제목과 상관없이 각자의 느낌을 바탕으로 만든 그림 악보에 제목을 스스로 짓고 표현하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앞서 말했던 ‘자유롭게’ 감상하고 표현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셈이다. 다양한 색채 도구를 가지고 흰색 도화지에 색을 입히는 과정은 간단해 보이지만 어떻게 첫 시작을 할지 망설이는 수강생도 있었다. 그런데도 선생님의 격려와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만의 그림 악보를 만들었다. 선생님의 피드백이 오가면서 아이들은 더욱 자신 있게 표현하는 듯했다.
생각을 말하고 표현하는 것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일상에서 예술을 접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감상하고 나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어떤 주제를 명확히 던져주기보다는 마음껏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보라고 했을 때 굉장히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했던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느낌에 확신하고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아이들의 표현력과 상상력은 놀랍도록 커졌다.

두 번째 시간–OST가 뭘까?

흔히 듣는 단어지만, OST가 정확히 무슨 뜻을 지니는지 아는 사람은 적을 수 있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riginal sound track)을 뜻하는 OST는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을 의미한다. 한참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던 ‘태양의 후예’나 ‘도깨비’,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신나게 열창했던 ‘겨울왕국’ 배경음악을 들으면서 OST의 정의에 관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경음악에 따라 영상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것을 느껴보고 영상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았다.

사실 공연과 영상에서 음악은 굉장히 중요한 일부분이다. 음악 감독이 괜히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은 연출의 정점을 찍기도 하며 장면의 감정선을 최고로 고조시키는 것에 일조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어떤 영화의 OST를 듣게 될 때 영화의 장면이 연상되고 감정이 전달되는 것은 음악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OST의 중요성을 아이들과 충분히 인지하고, 무작위로 선택된 OST에 어울리는 상황극을 펼치는 활동이 이어졌다. 어른들도 어렵게 느꼈을 과제를 아이들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염려했지만 이내 그 걱정이 무색해졌다. 처음에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면서 직접 연기를 선보였다. 서로 포용하고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표현력도 과감해지고 풍부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즐기기

과거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살아가는 데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의식주’가 열악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먹고 사는 데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삶이 점차 풍요로워지면서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가치를 추구했다. 사실 예술은 살아가는데 필수요소는 아니다. 누군가는 예술이 사치이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술’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누군가 만들어낸 창작품을 오감으로 느끼고, 그 안에서 전달된 함축된 메시지를 공감하는 과정은 ‘행복’의 문턱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진정한 행복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길 기대해본다. 이번 공연예술 수업이 끝나면 ‘꿈꾸라’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예술문화 감상 교육이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의 온전한 성장을 다지기 위해 문화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글/사진 문화통신 3.0 시민기자단 이은솔




온 가족이 즐겼던 봄의 피날레…싱그러움 톡톡

문화가 있는 날 2018 트라이보울 시리즈 ‘이지영의 뮤직 톡톡’

지난 5월 30일 트라이보울에서 열린 ‘이지영의 뮤직 톡톡’에서 싱그러운 봄의 피날레가 펼쳐졌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맞이해 개최된 이번 이지영의 뮤직 톡톡은 평소 접하기 힘든 클래식을 친숙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작은 음악회이다. 또한, 저렴한 관람료를 내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감음악회로 많은 관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공연의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었던 이지영 씨는 과연 누굴까? 그녀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해외에서 음악에 대한 식견을 쌓은 재원으로 이미 몇 차례 이지영의 뮤직 톡톡을 진행하며 관객들과 음악적 소통을 나눈 바 있다. 그녀는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 가요, 국악, 락 등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음악적 지식과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번 트라이보울에서 열린 이지영의 뮤직 톡톡에서도 그녀만의 음악적 유연성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유려한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던 것은 물론이고 진행자로서 매끄럽게 공연을 이끌어가는 팔방미인의 면모를 보여준 것.
공연의 선곡도 다채로웠다. 클래식으로 시작해 팝송과 애니메이션 OST, 탱고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을 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선곡으로 많은 관객으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선곡만큼 연주자와 가수들의 라인업도 화려했다. 피아노 김길려 씨, 바이올린 심정은 씨, 퍼커션 권혁재 씨, 뮤지컬배우 김려원 씨와 박송권씨 등이 출연해 1시간의 공연을 다양한 레퍼토리로 채웠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늦봄에 어울리는 밝고 경쾌한 리듬감의 곡들이 주를 이뤘다. 톡톡 튀는 리듬감의 클래식들이 때로는 피아노만으로 때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퍼커션의 헙업으로 봄의 끝자락을 싱그럽게 물들였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 ‘라이온 킹’의 OST를 부른 뮤지컬배우 김려원 씨와 박송권 씨는 로맨틱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어린이 관객들로부터 열띤 환호를 받았다. 두 배우의 찰떡같은 궁합의 입담도 돋보였다. 재치있는 입담을 선보이며 시종일관 관객들로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공연의 피날레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퍼커션의 모든 연주자가 나와 탱고음악 ‘쉘 위 댄스(Shall we dance)’를 연주하는 것으로 꾸며졌다. 절묘한 리듬감과 웅장한 사운드로 무장한 피날레는 봄과의 작별인사를 화려하게 고했다.
관객들이 느꼈던 봄 그리고 공연과의 작별에 대한 아쉬움은 앙코르 공연으로 이어졌다. 앙코르 공연에서 ‘쉘 위 댄스’가 한 번 더 연주되면서 이날 공연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글·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기자 정해랑




인천미술은행기획전 ‘프롬 더 비기닝(From the Beginning)’오프닝

2018.5.23(수) ~ 6.23(토)

평일 12:00-18:00
토요일, 공휴일 11:00-17:00
매울 일요일 휴관

@경인교육대학교 지누지움 1층 상설전시실

영상 김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