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라리스 스트링 오케스트라 제 2회 정기 연주회

일시 : 2018.07.15.(일)요일, 오후 4시
장소 : 예술공간 트라이보울
주최/주관 : 힐라리스

사진. 민경찬 시민기자단




문화가 있는 날 2018 트라이보울 시리즈

일시 : 2018.06.27.(수)요일, 오후 8시
장소 : 예술공간 트라이보울
주최/주관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인천문화재단, 트라이보울

사진. 민경찬 시민기자단




학교에 갤러리를 만들다…문화공간의 저변 확대

2018 인천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시 <발칙한 그림, 그림의 기술들>
학교 내 갤러리서 순차적 전시
그림 같은 사진, 사진 같은 그림…관람객들에게 발칙한 일침

빈 곳 또는 여백이 있다면 어느 곳이든지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마는 요즘이다. 폐가나 폐공장에서 인디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지하철역의 지하보도 벽면에 그림이 걸리기도 한다. 덕분에 우리는 종종 일상생활 중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맞닥뜨리는 문화향유의 기회에 신선한 충격을 받곤 한다.
혁신적인 공간과 여백의 활용은 최근 학교에서도 두드러진다. 학교 안의 일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며 학생들에게 더욱 자주 문화생활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인천문화재단은 2018 인천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시 <발칙한 그림, 그림의 기술들>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를 시작으로 인천만수고등학교, 인천의료원, 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인천여자고등학교, 인천 신현고등학교를 순회하며 6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인천의료원 한 곳을 제외하고는 개최지가 모두 학교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공공기관이지만 문화공간으로써의 학교는 우리에게 생소하기 마련이다. 현재 이번 전시가 진행 중인 인천만수고등학교로 어색하면서도 설레는 발걸음을 옮겼다.

만수고등학교 A동의 홈베이스에서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층계의 벽면을 따라 이번 전시의 작품들이 선보였다. 텅 비었던 벽면에 그림이 걸리면서 지상과 지하를 이어주던 층계는 더 이상 물리적·기능적 공간만이 아니었다. ‘반디갤러리’라는 명확한 목적성이 담긴 이름 아래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공간의 새로움과 의외성에서 문화공간의 저변이 확대됐다는 평이다.
학교 안에 갤러리가 생기자 학생들은 학교생활 중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적 소양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인근 지역주민들도 더욱 쉽게 문화생활을 접할 기회를 얻으면서 문화향유의 기회를 보장받게 됐다.

이번 인천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시 <발칙한 그림, 그림의 기술들>은 장난기 어린 듯한 기만적인 회화기법이 관람의 흥미로움을 만들어냈다. 사진인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극사실주의적인 그림과 회화적 기법을 가미한 사진들이 혼재돼 있어 그림과 사진을 육안으로 구분하는 재미가 있던 것이다. 그림과 사진을 번갈아 보는 전시는 두 장르의 특성과 기법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거의 실재와 같이 재현된 그림들은 오히려 피사체가 갖고 있는 본연의 민낯을 더욱 가까이 느끼게 해줬다. 반면 노출 시간이나 인화 방법 등을 달리해 회화적 요소를 입힌 사진들은 오히려 시선을 압도하는 회화적 미가 짙었다. 육안으로 보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우리에게 발칙한 일침을 가하는 듯했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blog.naver.com/marinboy58
marinboy58@naver.com




전보경X이채은 ‘INVISIBLE. 보이지 않는, 보이는 것의’
당신은 무엇을 보십니까?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인 전보경, 이채은 전이 인천아트플랫폼 B동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비 오는 휴일 오후 인천아트플랫폼 전경은 한산했지만, 전시장안은 여느 전시와 마찬가지로 무언가로 꽉 채워져 있었다. 그 안에서 무엇을 얻어 갈 수 있는가는 그 안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가와 연결될 것이다.

전보경 이채은 <In-visible 보이지 않는, 보이는 것의> 전시는 전시장을 들어서는 이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당신은 이곳에서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가? 라고.

보이는 것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을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보이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을까? 무엇이 먼저인가를 묻는다면 당연히 우리는 보이는 것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것을 유추하는 것이 먼저라고 답할 것이다.

전보경의 토템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위한 준비든지 아니면 어떤 일을 마무리한 다음 그 일에 대한 흔적이든지. 시작과 끝에 남겨진 채로 존재하는 사물들은 실제 그 본질적인 ‘일’,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하여 우리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든다. 시작과 끝에 남겨진 단편의 조각들을 근거로 우리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한다. 마술사의 준비물을 보면서 우리는 마술사가 앞으로 어떤 마술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상상한다. 보이는 준비물은 보이지 않는 본질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된다.

그리고 도시에 흩어져 있는 갖가지 사물들을 수집한 작가는 현장의 사진과 함께 현장에 놓인 사물들을 가지고 와서 재배치하였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여러분 앞에 놓인 이 사물들은 무엇인가요? 보여지는 사물들을 통해 여러분은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보이시나요?

어쩌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들은 마치 거대한 빙산이고 자신의 모든 몸뚱어리는 바닷 물 아래에 숨긴 채, 꼭대기의 일부분 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 눈에 보이는 빙산의 일부분만을 바라보면서 실제 빙산의 크기에 대해서 과연 얼마만큼이나 짐작할 수 있을까? 세상의 진실은 보이지 않는 것에 있을 수도 있음을, 보이는 것들의 일부를 가져와 우리 눈앞에 제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실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수도 있음을.

이채은 작가의 회화와 설치 작품들 또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2층 천장에서부터 스커트를 입고, 빨간 구두를 신은, 바람에 흔들거리는 여자의 다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오래된 텔레비전 두 개가 놓여 있다. 아래 받침대로 놓여있는 텔레비전은 작동하지 않으며, 위에 놓인 텔레비전에서는 익숙한 영상이 반복하여 재생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도 보이고, 눈에 익은 영상들이지만 왠지 낯설어 보이는 영상들이 지나간다. 익숙한 영상들을 익숙하지 않은 형태로 접하는 동안, 이 영상들 속에서 기존에는 보이지 않았던 그림들을 보게 된다. 실제로 존재했었지만, 보이지 않아,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받았던 사실들 속에 실은 보이지 않는 진실이 숨어있을 수 있음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이채은의 회화작품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과 ‘트위스터’에서는 얼굴이 가려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림은 화려한 색채를 지니고 있지만, 그림 속의 사람들의 얼굴이 갈라지고 확인할 수 없다. 보여지는 얼굴이 없으니, 그림 속의 화자가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지 짐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된다. 대체 이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무엇을 향하는가? 실제로는 보이는 것들을 작가는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게 처리함으로 인해 우리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그리고 “이들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라고 우리에게 묻는다.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보이는 것을 상상하게 하는 것, 그것이 이번 전시의 매력이다.

 

글 사진 김경옥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청춘, 빛나는 무대로 나오다! <청춘마이크>

나는 문화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다. 2월과 3월 사이에는 전국 곳곳에서 그해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 공고가 줄줄이 올라오는 시기다. 현대 사회에서는 예술가가 굶어 죽을 일은 없다지만, 많은 예술가가 자신들의 창작활동에 몰두하면서 그리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음악이나 공연은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고 객관적인 가격을 매겨서 한번 팔 때 마다 정해진 금액을 받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예술가들에게 활동을 지원해주는 사업들이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매달 마지막째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마지막 주 수요일이 되면 저렴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혜택을받는 사실을 흔히 알고 있는데, 이 또한 ‘문화가 있는날’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춘마이크>도 그런 사업에 해당한다. <청춘마이크>는 학력, 경력, 수상 실적과는 상관없이 실력과 열정을 갖춘 청년 문화예술가들에게 공연 기회를 주고, 그에 맞는 지원을 제공해준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이다. 아마도 여러분이 꽤 좋은 공연을 길거리에서 봤다면 <청춘마이크>였을 가능성이 높다. 6월의 마지막째 주 수요일이었던 27일은 때마침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청춘마이크 공연이 열리는 날이었다

송도 트라이보울 야외 공연장은 탁 트여서 넓고 시원하다. 장마주간이었던 지난 주에 다행히도 수요일에만 비가 멎었다. 그날의 공연은 다양한 장르의 3팀으로 구성되었다. 수요일 오후 6시 트라이보울 앞에는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노래가 흘러나오고 색색의 티셔츠를 맞춰 입은 청년들이 야외공연장을 누비고 다니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트라이보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첫 번째는 현대무용에 대중가요와 전래동화를 혼합하여 창작무용을 선보이는 ‘전래무용단’ 공연이었다. 친숙한 노래에 자신들만 고유한 색으로 각색한 전래동화를 연기와 춤으로 표현하였다. 익살맞은 표정이나, 부드럽고 우아하면서도 경쾌한 현대무용 특유의 몸짓이 섞여 굉장히 새로운 시너지를 냈다. 각색한 ‘토끼와 거북이’ 동화에 춤을 추듯 연기하는 장면은 짧은 뮤지컬 한 편을 보는 것 같았다. 흰 천을 손에 쥐고 동작을 취하는 살풀이춤을 마지막으로 전래무용단의 화려했던 공연이 끝나고, 이번에는 귀여운 옷차림의 여성이 나와서 자신을 소개했다.

‘벤트시스터즈’는 복화술 공연을 하는 팀이다. 목소리부터 심상치 않았다. 복화술 공연이 생소했기 때문에 굉장히 눈을 빛내면서 보았는데, 주변 아이들도 나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소리를 내서 던지는 예술이라는 복화술에 대한 짧은 설명으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따릉이’라는 인형 친구가 ‘동글이’라는 인형 친구에게 고백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조언을 구하는 스토리로 진행되었다. 인형과 능청스럽게 대화하듯 말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넋을 놓고 공연에 집중했다. 목소리 하나로만 진행되는 공연이었지만, 인형을 비롯해서 화이트보드나 가면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도구들과 재치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여성 두 분이 들어가자 이번엔 새까만 정장을 입은 남성 두 분이 이어서 등장했다. 마치 어떤 공연을 진행할지 예측하기가 점차 어려웠다. ‘전래무용단’과 ‘벤트시스터즈’와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이었지만 무슨 공연을 하는 팀인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다. 준비물은 많은데, 뭘까. 처음엔 요요였다. 그리고는 저글링이고. 곤봉도 돌리고. 아코디언 비슷한 악기도 연주하고. 웃기기도 하고. 근데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정말 뭘까. 굉장히 재밌는데, 이걸 무슨 공연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와중에, 드디어 공연은 끝나고 팀을 소개했다. ‘서커스 코미디’를 하는 ‘팀 퍼니스트’의 공연이었다! 서커스 코미디 공연. 어쩜 이렇게도 본인들의 공연을 한마디로 잘 표현했는지. 

3팀 모두 공연을 잘하는 팀이었다. 또한, 특정 연령층에만 어필할 수 있는 공연이 아닌 가족, 커플, 남녀노소 모두가 즐겁게 몰입하면서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이 굉장히 신선했다. 무대와 관객 사이의 거리가 짧다는 점이 버스킹의 장점이다. 이 장점을 충분히 살려서 관객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래무용단’은 공연 특성상 춤을 춰야 하므로 공간을 넓게 확보할 수밖에 없지만, ‘벤트시스터즈’와 ‘팀 퍼니스트’는 계속해서 관객을 참여시키고 관객과 호흡하는 공연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질 높은 공연을 발걸음 닿는 곳에서 시간만 내면 볼 수 있는데, 그게 마침 우리 집 앞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아닐까. 청년 예술가와 관객을 이어주고, 그 안에서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표현하며, 그들의 발전을 위해서 지원해준다. 예술가 또한 직업이다. 월급을 받지 않지만. 자신들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노력’에 정당한 대가를 주고 그들의 일에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지원사업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 우리의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예술이니까!

 

글/ 사진
시민기자단 이은솔




이영욱 사진전 스케치

2018.6.18.(월)~6.30.(토), 오전 11시~오후 6시
관람료: 무료
@인천아트플랫폼 창고갤러리

주최/주관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상. 시민기자단 김유라




개경 흥왕사와 강도 흥왕사

고려는 불교국가였다. 태조 2년(919) 송악산 남쪽에 도읍을 정한 후 제일 먼저 행한 일이 궁궐을 짓고 관청을 설치하며 행정구역을 구분한 것이고, 두 번째로 한 일이 도읍에 10개의 절을 짓는 것이었다. 태조가 새 도읍 개경에 많은 절들을 한꺼번에 창건한 것은 ‘부처가 도와주는 나라’라는 것을 과시하여 민심을 안정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성종 1년(982)에 최승로가 “부처의 가르침을 행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닦는[修身] 근본이요, 유교의 가르침을 행하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근원”이라 하여 유교이념에 따라 통치할 것을 건의했다. 태묘와 사직 등 유교적 문물제도 정비에 힘썼던 성종 때를 제외하면 태조 이래 개경과 경기에는 새로운 절들이 꾸준히 창건되었다.

광종은 재위 2년(951) 부왕과 모후를 위해 봉은사와 불일사를 각각 창건하여 원당(願堂)으로 삼았고, 현종은 재위 9년(1018)에 현화사를 창건하여 부모의 원당으로 삼았다. 역대 왕들이 부모의 원당 건립을 중시한 것은 원당을 통해 지지세력 결집과 불교계에서 왕의 영향력을 강화하려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현종의 아들인 문종이 재위 10년(1056)에 개경 남쪽의 경기 군현인 덕수현의 치소를 옮기고 그 자리에 국력을 기울여 화엄종(華嚴宗)의 흥왕사를 창건한 것은, 한기문 교수에 따르면 국왕 자신의 원당으로 삼으려는 명분이었지만 현화사의 유가종단(瑜伽宗團)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한기문, 1998 『고려사원의 구조와 기능』, 민족사)

흥왕사는 12년에 걸친 공사 끝에 문종 21년(1067)에 2,800칸 규모로 완공되었고 3년 뒤에는 절을 보호하는 성도 쌓았다. 공사 기간 중인 문종 16년(1062)에는 흥왕사 창건이나 능묘 조성과 같은 경기 군현에서 벌어지는 각종 국가적 역사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개성현을 개성부로 승격시켜 경기를 효율적으로 통치하려고 하는 제도 개편도 수반되었다.

『고려도경』에 흥왕사는 “국성(國城) 동남쪽에 있으며, 장패문(長覇門)을 나서 2리 가량을 가면 앞으로 흐르는 시냇물을 만난다. 사찰의 규모가 매우 크다”고 하였다. 송나라 사람 서긍이 보기에도 흥왕사의 규모가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개경 나성에서 흥왕사까지 실제 거리는 2리가 넘는다.)

김부식은 「흥왕사 홍교원에서 화엄회(華嚴會)를 열며 올린 기도문」에서 “흥왕사는 문종 인효대왕(仁孝大王)께서 발원하여 창건하시어 불사(佛事)를 장엄하게 했던 곳이며, 대각국사(大覺國師)께서 교리를 널리 베풀어 큰 이익을 이룬 곳”이라 했다. 상주하는 승려가 1,000명이 넘고 금탑과 이를 보호하는 석탑 등이 있었던 고려전기 흥왕사는 김부식의 언급처럼 무엇보다 문종의 넷째 아들인 의천이 고려와 송, 요, 일본의 당대 불교를 총결집하여 속장경을 간행한 곳으로 유명하였다.

흥왕사에는 이후 최충헌의 뒤를 이어 집권한 최이가 고종 10년(1223)에 황금 200근으로 13층탑과 화병(花甁)을 만들어 안치하기도 하였다.

고종 19년(1232) 몽골과의 항전책으로 개경에서 강화로 천도하자 홍왕사도 강화로 옮겨온 것으로 보인다. 강도시기 덕수현의 흥왕사는 전란으로 완전히 불타버렸기 때문이다. 개경 환도 이후 흥왕사는 충숙왕 17년(1330) 복구되어,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 때 안동으로 피신했다가 돌아와 잠시 머무르기도 했다. 조선 초에는 폐사된 것으로 보인다.

개풍군 봉동면 흥왕리에 있는 흥왕사지는 1948년에 국립중앙박물관이 간단한 발굴을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가람은 중심곽을 중심으로 그 좌우에 두 개씩의 또 다른 가람을 갖는 형식의 사찰이었다. 중심곽은 동쪽과 서쪽에 평면 8각의 목조탑을 배치하고, 그 뒷쪽 중앙에 금당, 금당 뒤에 규모가 큰 강당을 배치하였으며, 탑 남쪽 중앙에 있는 중문에서 동서로 뻗은 회랑이 북으로 구부러져서 강당 좌우 앞쪽까지 확인되었다. 중심곽 좌우에는 역시 문과 법당이 배치된 별도의 가람이 있었으나, 그들 건물에 대한 상황은 조사가 충분치 못하여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다. … 흥왕사 탑의 형식은 고구려의 기본적인 탑 형식인 평면 8각의 탑이나, 가람은 통일신라에서 보편화된 쌍탑식 가람 배치였다. (국사편찬위원회 『신편 한국사』 17, 252∼255쪽)

강도의 흥왕사는 『고려사』 등의 기록에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형우 교수는 “마니산 남쪽에 ‘흥왕리’라는 마을이 있고, 『속수증보강도지(續修增補江都誌)』에 그 마을의 흥왕사 터가 전해오고 있다. 화도면 흥왕리 구 흥왕초등학교의 동쪽 담장을 따라 동네에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난 길로 산을 향해 올라가면 왼쪽의 계곡 건너편에 절터가 있다. 절터의 동쪽과 서쪽의 양쪽에 계곡이 흐르는 완만한 언덕에 3단의 축대로 경계가 구획되어 있다. 높이가 2m 이상 되는 거대한 축대와 계단석, 건물 기단부의 장대석, 초석 등이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중단과 하단 축대 사이에는 석탑의 옥개석과 갑석이 쓰러진 채 땅에 박혀 있어서 절터임을 확실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고 한다. (김형우, 2005 「고려시대 강화의 사원 연구」 『국사관논총』106) 

흥왕사지에서 서쪽으로 500미터 거리에 향토유적 13호로 지정된 고려이궁지가 위치하고 있는 점도 이 절터가 강도시기에 창건된 흥왕사였을 개연성을 더해주고 있어 관련성이 주목된다. 고려시대 도읍 일대 절들은 단순히 기도·수행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군대 주둔지나 정치 모임의 장소, 별궁(이궁) 등 군사적 혹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박윤진, 1998 「고려시대 개경일대 사원의 군사적·정치적 성격」 『한국사학보』3·4 참조 바람)

강화군 화도면 흥왕리 산39-1번지 일원에 있는 강도의 흥왕사지는 2009년과 2010년 인천광역시립박물관과 불교문화재연구소에서 각각 지표조사를 실시했을 뿐 더 이상의 학술조사나 유적 정비 없이 현재 방치되어 있다. 개경의 흥왕사지와 관련해서는 리창진·송광일의 「흥왕사 유적조사 보고」가 2012년 『조선고고연구』에 발표된 바 있다.

강도의 흥왕사지 구조가 개경의 흥왕사지 구조와 어떤 상관성이 발견된다면 이는 사찰구조 뿐만 아니라 개경과 강도의 도시구조의 상관성을 밝힐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조속한 시일 안에 이를 위한 남북공동의 연구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이미지
정학수(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




예술가들의 소풍 <숭의문화예술시장>

일시: 2018.06.16.(토)요일, 오후3시-6시
장소: 숭의평화시장 일대
주최/주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2018 플랫폼 초이스 <원더풀 동인천>

일시: 2018.06.16.(토)요일, 오후 5시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
주최/주관: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

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신재은 작가 개인전, 가이아(GAIA)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였다.

언젠가부터 소식(小食)하는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는 그들이 적게 먹음을 실천함으로써 살생을 적게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은 다른 생명을 담보로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제 어미의 몸을 담보로 한다. 어미는 복중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속이 좋지 않아 아무것도 먹지 못해도, 아이는 어김없이 자란다. 아이는 어미가 새로운 영양분을 섭취 못해도 이미 어미 몸속에 축적된 영양소를 토대로 자신의 몸을 성장시킨다. 어미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대가로 온종일 어지러워 아무것도 못하고 몸저 누워있지만, 아이는 그런 어미의 몸속에서 더욱 여유롭게 자라난다. 태아는 어미의 육신과 영혼을 먹고 자라며, 그렇지 못하는 태아는 살아남지 못한다.

태어난 후에 살아가는 일이란 어떤가? 인간이 먹는 음식, 입는 옷, 사는 곳,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소비하는 의식주에서 그 어느 것도 우리가 살생을 저지르지 않는 분야는 없다. 우리의 삶과 소비는 타인의 생명을 취하지 않고서는 영위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인간이란 죄를 짓지 않은 채로 결코 당당하게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이미 죽은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가 살아 있는 동안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금이나마 인간이 죄를 적게 범하면서 사는 방법이란 소식하며, 필요하면 적당히 입고, 적당한 크기의 집에서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먹고 입고 취하는 모든 것은 우리에게 그렇게 소비되기 전에는 여전히 살아있는 우주의 생명이었으며 그들은 우리와 자연을 공유하는 ‘우리의 형제’이기 때문이다.

날이 좋아 기분이 좋을 토요일 오후, 인천 아트플랫폼 광장 한쪽에서는 중국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었고 광장에는 아이들과 함께 휴일을 즐기러 나온 많은 가족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휴일을 즐기는 광장 한 켠에는 햄버거 사진 하나가 놓인 갤러리가 있다. 그리고 인천아트플랫폼 윈도 갤러리 안쪽에는 돼지 한 마리가 누워있다. 바로 신재은 작가의 개인전 GAIA이다.

가이아 GAIA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이다. 신재은 작가의 작품 GAIA는 여신 가이아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지를 상징하는 형태의 설치물이 있고, 바로 그 맨 하단에 돼지가 놓여있다. 아스팔트에서부터 땅 아래로 파고 들어간 형태를 전면에서 바라보듯, 인간이 밟고 선 아스팔트 아래의 지층은 그렇게 이루어져 있으리라고 생각한 형태로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대지 지층의 가장 아래층에는 돼지가 누워있다. 도축 후 내장까지 제거되어 정육점으로 들어가기 직전 상태로 돼지는 땅의 가장 아래층 밑에 누워있다. 아니, 도축되어 누워있는 돼지 위로는 우리가 밟고 선 땅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돼지는 우리 인간과 유전자가 아주 유사하다고 해요. 우리는 돼지를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라고 늘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와 꽤 비슷한 유전자를 지닌 존재라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많은 부분 밝혀졌지요.”

신재은 작가에게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방금 보았던 전시 포스터에서 뭔가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흔히 광고에서 햄버거가 먹음직스럽게 보이려고 둥근 빵 사이로 베이컨이 양옆으로 삐져나와 있곤 하잖아요. 이 포스터에서 물고기 모양처럼 묘사된 부분이 바로 베이컨이에요” 

신재은 작가의 작품 GAIA는 우리가 늘 밟고 선 지표면 아래에 우리와 유전자가 아주 비슷하다는 돼지가 있다. 그러니 우리의 삶의 토대인 대지는 죽어간 돼지 위에 쌓여 형성되었으며, 우리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자주 애용하는 햄버거는 바로 그 돼지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전시장 한쪽에는 바로 이 문구가 적혀있다. 

“우리는 모두 형제였다.”

도축된 돼지가 놓여 있던 자리는 위생상의 문제로 이틀 후면 몇 개의 뼈들로 대체 될 예정이다. 필자가 전시를 방문했던 날은 마침 전시 오프닝 날이었고, 오프닝 행사로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조금 드시고 가세요. 돼지고기로 만든 햄버거와 맥주에요.”

2018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특정주제전
9기 입주작가 신재은 개인전

2018. 06. 16. – 07. 20

1부 6월 16일 12:00-16:00
2부 6월 17일-7월 20일 항시 (월요일 휴무)

인천아트플랫폼 윈도우 갤러리(문의: 032) 760-1003)

 

 

글, 사진 김경옥(인천문화통신 3.0 기자, 수필가 블로그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