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목요낭독회>

 

8월 9일 목요일 늦은 7시 도화역에서 천천히 걸어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에 이르렀다. 사실, 네이버 지도 앱에서 알려준 대로 가다 보니 뜬금없이 민가로 안내가 되어서 잠시 헤매긴 했다. (지도 앱을 사용했는데 골목길로 알려준다고 해도 주저하지 말고 큰길로 가면 된다.) 밖은 해가 져 어스름한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지만, 공간 내부는 밝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은 70년대 고지대의 급수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설립되었던 시설이나 현재는 사용하지 않게 된 옛 상수도 가압펌프장을 창작공간으로 새롭게 개조한 곳이다. ‘생활에 가장 중요한 식수 공급에서 예술의 꽃에 물을 주는 창작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라는 슬로건이 마음에 들었다. 매번 시민기자로서 취재를 나갈 때마다 인천의 구석구석에는 우리가 모르는 예술과 관련된 많은 공간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예술가를 비롯하여 일반 시민들을 위한 생활문화예술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조금만 검색하거나 알아보면 무료로 혹은 저렴한 비용을 내고 평소에 관심을 두었거나 필요했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내가 다녀온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에서 열리던 <목요낭독회>이다.



희곡 낭독의 실제 – <목요낭독회>

8월 9일부터 10월 27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마다 열리는 <목요낭독회>는 고교생 이상인 모든 시민에게 열린 프로그램으로, 함께 모여 즉흥극을 하거나 희곡을 낭독하면서 ‘바쁜 일상을 한 줄의 대사로 툭툭 털어버리는 시간’(프로그램 담당자님의 오픈 멘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을 인용했다)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작품을 발표하면서 본 프로그램을 마친다. 이미 올해는 앞서 두 번의 낭독회를 진행했지만, 이미 그 기회를 놓치게 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올해 마지막인 <목요낭독회>도 일찍이 마감되어 내년을 기대해볼 수밖에 없었다.

담당자님의 여는 인사말을 마치자마자 앞으로 대략 20명의 참가자를 즐겁게 이끌어갈 강사 두 분의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창작집단 LAS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이기쁨’씨와 그 소속 연극배우 ‘이세롬’씨가 이번 목요낭독회의 연출과 조연출을 맡게 되었다. 연극에 대한 엄청난 스킬업이나 지식을 알려주기보다는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희곡을 낭독하는 방법을 수강생들에게 알려주면서 ‘연극’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증폭되길 기대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강사진은 수강생들에게 길잡이의 역할이 되면 좋겠다는 멘트를 덧붙이며 간단한 일정소개와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마쳤다.


빠질 없는친해지기

상반기 내내 취재를 다녔던 여러 프로그램 중에 다수의 프로그램이 낯선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함께 배워나가거나 연습하는 과정이다. 목요낭독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그램의 첫날에 항상 ‘자기소개’와 ‘친해지기’가 빼놓지 않고 시작되었다. 어떤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인 시간에는 사람들이 긴장을 풀고 서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이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보다 성인이 친해지기가 조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낭독회’라고 해서 대사만 읽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몸을 써가면서 사람들 앞에서 연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요낭독회의 강사님들은 어떤 방법으로 친해지는 방법을 준비해 오셨을지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강사님들이 준비해온 친해지기는 바로 ‘진진진가’이다. 자신에 대한 정보를 4가지 준비하는데, 그중 세 가지는 진짜 정보이고, 나머지 하나는 가짜인 정보로 구성해서 발표하는 것이다. 그리고 발표하지 않는 나머지 사람들은 그중에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별해서 맞춰보는 자기소개 방법이다. 수강생들은 발표자의 겉모습과 말하는 모습에서 그려지는 이미지를 통해서만 정보를 유추하고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된다. 그리고 발표자도 그 4가지 정보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풀어나가면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방법이다. 다들 자신에 대해 쓰는 동안 나도 조용히 적어보면서, 잠시 나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연기는 나와 전혀 다른 누군가로 변신한다고 해도 그 캐릭터는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며, 사고하고 대사를 만들고 표현하는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진진가’를 통해 나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까닭이다. 사실 나는 이때부터 이들 사이에서 기자가 아닌 참여자로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슬금슬금 부풀어 올랐다.

 
 

“너 뭐 해?”와 ‘의자 뺏기’

이후에는 간단한 즉흥극이 시작되었다. A가 의자에 앉는다. B가 다가와서 A에게 ‘너 뭐 해?’라고 묻는다.예를 들면 A는 ‘나 지금 너무 화장실이 급한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와 같이 자신이 처해있는 가상의 상황에 대해서 제시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자리로 돌아간다. 남아있는 B는 A가 제시한 그 상황에 대해서 즉흥적으로 연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또 다른 C가 와서 ‘너 뭐 해?’라고 물으면 B는 A가 했던 상황을 그대로 연기하고 또 남겨진 C는 B가 했던 방식을 따라 한다.

“너 뭐해?”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바로 ‘의자 뺏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A 의자에 앉는다. B A에게 다가와서 어떤 상황에 대해 연기한다.
A의 목적은 자신이 앉아있는 의자에서 일어서지 않는 것이고 B의 목적은 A를 의자에서 일어나게 하는 것.

그러니 B는 자연스럽게 A가 의자에서 일어날 만한 상황을 연기하고, A는 B의 연기를 받아치면서 엉덩이를 그 자리에 붙일 수 있는 상황으로 몰고 가야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뻔뻔하게 연기를 해야 하는 자리지만 모두가 놀라울 정도로 능청스럽고 즐겁게 연기를 이어나갔다. 부족한 시간 탓으로 모두가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앞에서 연기하는 사람들 외에도 자리에 앉아서 지켜보던 이들은 모두 속으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그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도 그랬으니까!) 이렇게도 상황을 표현하네? 저런 식으로 행동을 하는구나! 다들 주어진 상황에서 내 자신을 투영해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듯 하였다. ‘즉흥’이라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떠올린 기발한 아이디어와 개개인 마다 다른 표현 방법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일상의 소소하고 확실한 탈출구 -‘표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이유가 달랐다. 연기에 대한 관심으로, 조금은 소심한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 일상에서 색다른 활동이 필요해서, 연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등 가볍거나 무겁다고 판단할 수 없는 다양한 목적과 사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긴장하는 반면, 누군가는 편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친구와 같이 온 사람도 있고, 혼자 방문한 사람도 있었다. 대학생, 휴학생, 취업 준비생, 주부, 회사원 등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모두가 <목요낭독회>에 굉장한 기대를 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수업이 끝날 때쯤에 수강생들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한가득 안고 돌아가는 것 같았다. 돈도 되지 않고, 무언가 득이 될만한 특별한 스펙이 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때때로 아주 쓸모없을 것 같은 어떤 행동이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와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마치 우리의 행복이 필요한 행동을 했을 때만 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인천에는 왜 이런 공간과 프로그램이 많을까? 게다가 많은 사람은 열과 성을 올리면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까?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 그것은 사실 몹시 어렵고 멀리 있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글/사진 시민기자단 이은솔




피아노 트리오, 살롱의 재현

문화가 있는 날 2018 트라이보울 시리즈 <피아노를 위한 큐레이션, 피아노 위크 2018>

찌는 듯한 더위에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곳들이 많다고 한다. 여의도 강남 등 직장인들의 근무지에서는 더위에 잠을 설친 사람들에게 잠시 단잠을 제공하는 수면 카페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근처의 가성비가 좋은 부티크 호텔 등에서 에어컨을 틀며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여전히 대단히 더운 밤을 자랑하던 요 며칠 전 인천 송도의 밤에는 꽤 많은 사람이 실내악 공연을 감상하기 위해 모여 앉았다.

국제도시 송도의 트라이보울 공연장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이미연과 함께하는 피아노를 위한 큐레이션 <피아노 위크 2018(Curation for Piano – Piano week in 2018)>은 7월 24일부터 28일까지 총 5일에 걸쳐 진행되었고, 25일 밤 공연장을 찾았다. 루트비히 베토벤의 피아노 삼중주(L.v. Beethoven Piano trio in cminor Op.1 No.3)와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망각(A. Piazzolla Oblivion ), 사계(The Four Seasons of Buenos Aires)가 연주되었다.

특히 사계 하면, 비발디의 사계만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내게 피아졸라의 사계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냥 사계가 아니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란 어떤 느낌일까, 탱고의 전설이라는 피아졸라가 작곡한 사계란 자유로운 탱고의 몸짓을 재현한 것일까?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첼로가 함께 연주하는 피아졸라의 사계는 연주되는 30여 분의 시간 동안 계속하여 다른 느낌을 생산해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가 함께 연주하는 피아노 트리오는 마치 악기들의 대화와도 같았다. 한 악기가 이야기하면 뒤를 이어 다른 악기들이 답했고, 그들은 같이 이야기를 하는가 하며 따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 느낌은 달랐다. 숱한 작곡가들이 관현악을 작곡하다가 실내악을 작곡하게 되면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표현했는데, 이들의 연주를 감상하면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웅장함은 없지만, 세 가지의 악기가 번갈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소리에서 더욱 깊은 우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마음을 열고 내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과 같았다. 어떤 악장에서는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지기도 했고, 뒤이은 악장에서는 경쾌한 느낌에 흥겨워지기도 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첼로는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내며, 때로는 웅장했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본래 실내악이란 귀족들이 식사하거나 모임을 할 때 배경음악으로 만들어진 곡이었다. 그리고 귀족들이 모여서 실내악을 열고, 문학과 예술에 대하여 논하던 곳이 살롱이었다. 살롱에서의 연주는 연주 중간에 해설과 덧붙여져 다가가기 어렵지 않았고, 한 여름밤 시원한 원형의 공간에서 피아노 트리오의 연주를 듣는 것은 왠지 모를 사치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이번 피아노 트리오는 ‘2018 트라이보울 클래식 시리즈’로 인천문화재단과 함께하는 문화가 있는 날 작은 음악회의 일환이다. 문화가 있는 날은 생활 속 문화, 행복한 일상을 컨셉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영화관을 비롯하여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 전국의 문화시설을 할인 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이번 피아노위크, 피아노 트리오의 연주가 열린 송도 트라이보울(Tribowl, Songdo International City)는 원형극장(Arena Stage) 형태의 공연장 및 전시실을 보유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공연과 전시, 문화예술 교육 및 국제교류사업 운영을 통해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지원과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세계최초로 지어진 역쉘 구조의 건축물은 주변의 수변 경관과 어우러져 특별한 외견을 가지고 있다. 한여름 밤에 이토록 아름다운 장소에서 함께하는 피아노 트리오의 실내악 공연은 충분히 낭만적이고 일상의 행복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글 사진/ 김경옥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수필가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하여 <냥이와 함께>전시

지구에는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 그것은 동식물일 수도 있고, 의사를 표현할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다. 지구에는 주인이 없다. 다만 각기 다른 생명체는 의사 표현과 영향력 있는 활동의 여부 그리고 개체 수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구의 영역에서 인간은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며 다른 생명체와 함께 자신들의 생활을 누리고 삶을 영위한다. 나는 사람이다. 내 생각에 따라 다른 생명체를 본다. 다른 사람도 아마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가 흔히 거니는 골목에서도 또 다른 생명체들을 자주 만난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주인 없이 길을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불렸다. 무언가를 훔친 것도 아닌데,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도둑 취급을 받으며 살았다. 전 세계에 여러 고양이가 서식해 있지만,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서 고양이는 길한 생물로 혹은 흉한 생물로 비쳤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양이는 꽤 오랜 시간 동안-그리고 지금까지도- 불운을 가져다 준다는 존재로 인식되며 어딘가 기분 나쁜 요물로 생각되고는 한다. 이것에 대해 정확한 근거와 과학적인 이유는 없다. 다만 사람을 온순히 따르지 않고 신비롭게 바라보는 눈빛이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쓰레기를 뒤적거리고 거리를 어지럽게 하는 고양이의 몹쓸 행동을 자주 목격되며 한밤중에 시끄러운 울음소리는 을씨년스러운 밤 분위기를 조성하기까지도 한다. 이처럼 고양이의 행동은 ‘사람’이 사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존재였다. 이 땅에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인지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자주 망각되고는 한다.

동인천역에서 버스를 타고 두 세 정거장 지난 곳.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자리잡은 골목 사이에는 작은 ‘우리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우리미술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간과는 사뭇 다르다. 사람들이 사는 집 사이에 작은 공간. 문화공간이 특별한 곳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아기자기한 이 공간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많이 열리고 있다. 7월 18일부터 8월 10일까지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포스터와 함께 ‘냥이와 함께’라는 기획전시로 주민에게 친절하게 개방될 예정이다.

 

고양이를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인 ‘냥이’, 그리고 ‘함께’라는 단어. 이 두 단어의 조합이 사뭇 따듯하다. 미술관에 발을 들이자마자 고양이에 대한 다채로운 이미지가 가득 차있는 공간과 마주하게 되었다. ‘냥이와 함께’ 전시에는 오현주 작가의 회화 작품과 임기웅 작가의 비디오 작품에서부터 문화재단에서 소장한 고양이 아트 작품과 서적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 초입에 작성된 오현주 작가의 작가노트에서는 생명체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한껏 느껴졌다. 작가가 고양이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그들이 굉장히 매력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고양이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인간과 동등한 존엄을 가지고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작가의 의도에 대해 매우 공감되었다.

 

임기웅 작가의 비디오 아트는 ‘만석동의 동물들’이라는 제목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곳곳마다 고양이가 살고 있지만, 우리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맺는 고양이들은 주로 도시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다. 고양이의 상태는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임기웅 작가는 인천 동구 만석동에 사는 동물들에 대해서 굉장히 애정 어린 눈빛으로, 또한 사실적으로 영상에 담아내고 있었다. 그들은 아주 각박한 환경에서 삶을 살지만, 따듯하게 보살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기도 하며, 누군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멋지게 삶을 살고 있었다.

전시공간 한구석에는 오현주 작가의 일러스트로 컬러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미술관에 찾아온 주민들에게 작품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한 것이다. 그 왼편으로 배치된 큰 책장에는 고양이와 관련된 서적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림책부터 동화책, 에세이,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이 나란히 꽂혀 있는데, 미술관에 찾아오는 남녀노소 누구나가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이번 기획전시가 단순히 그림과 영상 관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에 대해 친숙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고양이’에 국한되어 있지만) 의도된 구성이었다. 책장 하단에는 ‘예술’, ‘고양이’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기사가 스크랩되어 있었고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었다.

 

고양이는 미관상 ‘아름답다’. 이것은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관점이다. 그러나, 미관상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않거나,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존엄하다.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그 존엄성에 관해서 가치 판단할 자격이 없다. 그저 함께 살아갈 뿐이다. 처음부터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었다. 지구상에 인간만이 덩그러니 내려와 다른 개체들이 방해꾼이 되었듯 하나, 둘씩 끼어든 것이 아니다.
인류가 탄생하였듯 우리는‘함께’살아가고 있었다. 그 사실을 잊지 말라는 듯이, ‘우리미술관’의 전시는 고양이라는 작은 생명체가 움트여 공간을 반짝이고 있었다. 견디기 힘든 무더운 한여름에 숨을 돌리러 잠시 우리미술관에 발걸음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시원한 공간에서 작고 아름다운 고양이와 함께하면 어느새 윤택해진 삶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글/사진
시민기자단 이은솔




“쓰고 표현하는 것까지 해야” 황선미 작가가 말하는 제대로 책 읽는 법

트라이볼 아트클래스 토요 <리딩클럽>
초등학생 4~6학년 대상 여름워크숍
동화작가 황선미 진행

출처 : 취재기자 정해랑

어린이들의 올바른 독서습관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고자 황선미 동화작가가 나섰다.
지난 7월 매주 토요일마다 트라이볼에서 황선미 작가가 진행하는 토요 <리딩클럽>이 열렸다. 초등학생 4~6학년 대상으로 한 이번 프로그램은 책 읽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자기 생각을 말해보는 기회를 갖기 위해 마련됐다.

출처 : 취재기자 정해랑

지난 7월 28일 마지막 수업에서는 학부모들이 참관한 가운데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자신이 느끼고 깨달은 점을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황선미 작가의 책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해 읽고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골랐다. 그것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 생각해보고 느끼고 깨달은 점을 수업시간에 발표했다.
황선미 작가는 이날 수업에 참석한 모든 아이의 발표를 귀 기울여 듣고 아이들 각각의 사고력과 발표력, 표현력 등에 대한 평가를 덧붙이며 아이들을 격려하고 칭찬했다.

황선미 작가는 대표작 <마당을 나온 암탉>과 <나쁜 어린이 표>가
동시에 판매 부수 100만부를 돌파하는 등 한국 최고의 아동문학가로 꼽힌다.
출처 : 취재기자 정해랑

황선미 작가가 말하는 올바른 독서습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생각하고 쓰고 표현하는 것까지 아우른다.
황선미 작가는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을 읽고 난 후의 작업이 더 중요하다. 책을 읽고 나서 느끼고 깨달은 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때 중요한 건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우리나라 아이들은 규격화되고 천편일률적인 사고를 하기 마련인데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 취재기자 정해랑

이어 황선미 작가는 “책을 통해 느끼고 깨달은 것을 논리적으로 글로써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보기 위해서는 쓰기가 아주 좋은 방법이다”며 쓰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올바른 독서습관의 완성을 발표에 두는 그녀는 “내 생각을 남들과 공유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사고가 확장될 때 비로소 책을 제대로 읽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해보는 것은 담론을 끌어가기 위한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프랑스 같은 외국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지는 훈련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 중요성을 인식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blog.naver.com/marinboy58
marinboy58@naver.com




고려 건국 1100년 기념, ‘강화고려문화축전’ 첫째 날 현장 관람기

올해는 고려가 건국된 지 1,100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기록에 따르면 고려는 918년 6월 25일(음력)에 건국되었다. 이 날짜를 양력으로 변환하면 918년 7월 25일인데, 강화군에서는 주말인 28일, 29일 이틀에 걸쳐 강화고려문화축전을 개최한다. ‘고려’를 주제로 하여 큰 규모의 축전을 여는 건 강화군에서도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올해의 관광도시 강화 – 용흥궁 공원 앞 이동식 관광안내소(좌), 타시겨 버스(우), 강화군청 제공

2018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강화도는 강화도 홍보를 위해 관광버스와 이동식 관광안내소를 운영한다. 광성보 등 강화의 유명한 관광지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강화미술관 사진전<고려개성, 강화에서 엿보다>   강화미술관 사진전(갤러리 내부)

먼저 강화문화원 1층 강화미술관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7월 20일부터 29일까지 고려의 수도 개성 ‧ 강화의 유적을 소개하는 사진전이 열렸다. 사진전 개최를 위해 강화군의 요청을 받아 인천 역사문화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사진들을 제공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전시장 내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오히려 차분히 사진을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다. 벽을 따라 사진들을 걸어 놓은 모습들이 꽤 멋있었다.

 
올해의 관광도시 강화 – 용흥궁 공원 앞 이동식 관광안내소(좌), 타시겨 버스(우), 강화군청 제공

용흥궁 공원에서는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렸다. 필자가 간 시간은 본격적인 행사 시작 전이었고, 많은 사람이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구름 하나 없는 하늘에서 쨍쨍 내리쬐는 햇빛 때문에 날씨가 무척 더웠고, 행사를 준비하는 분들도 매우 힘드신지 곳곳에서 쉬고 계셨다. 이렇게 날이 더운데 사람들이 많이 올지 걱정스러웠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강화 전통차 시음 코너에서 차 한잔을 권유했다. 약쑥이 들어간 시원한 차를 마시니 약쑥 특유의 향기와 맛이 느껴져 독특했다.

축전의 주요 행사인 고려 고종 황제 행차와 팔만대장경 이운행렬을 보기 위해 용흥궁 공원으로 다시 왔다. 그런데 하늘에 먹구름이 껴있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얼마 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고종이 천도(遷都)를 위해 개경을 떠나 강화도로 온 음력 7월 초는 장마철이어서, 고종을 따라온 많은 관료와 백성들이 비를 맞으며 왔다고 한다. 경우는 다르지만 ‘역사적 장면의 재현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무더위와 갑작스레 쏟아진 소나기 때문에 주요 행사들은 2시간 후로 연기되었다.

저녁 6시가 지나자 본 행사는 시작되었다. 애초 계획보다 시작 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전체적인 행사 소요 시간이 단축되었으나, 이를 생각지 못 했던 필자는 고종 황제 행차를 놓치고 말았다. 다음 행사인 팔만대장경 이운행렬만은 봐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뛰어와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다.

 
팔만대장경 이운행렬, 전통 음악 연주   팔만대장경 이운행렬, 강화군민
 
팔만대장경 이운행렬-강화군민

팔만대장경 이운행렬- 팔만대장경을 옮기는 소

전통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팔만대장경 이운행렬이 용흥궁 공원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중,고등학생부터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강화 군민들이 전통 복장을 하고 이운행렬에 참여했다. 소나기가 그친 직후라 날씨도 선선해서 용흥궁 공원엔 꽤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행렬에 참여한 사람들, 행렬을 따라온 사람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축전의 개막을 알리는 유천호 강화군수님(좌), 축하하는 박남춘 인천광역시 시장님(우)
특히 유천호 강화군수님은 이번 축전에서 ‘고종 황제’ 역을 맡으셨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다. 행사를 보기 위해 많은 군민이 모여 있었고, 한산했던 체험 행사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행사 시작 전 소나기가 내려 더위를 잠시나마 식혀준 게 정말 다행이었다. 고려의 전통의례였던 팔관회 재현이 시작되고, 행사를 축하하는 많은 공연이 이어졌지만,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이어서 필자는 끝까지 보지 못하고 인천으로 돌아가야 했다.

행사 시작 직전 행사장 내부 모습. 이후 촬영은 하지 못했으나,
밤 9시가 되어가는 늦은 시간까지도 많은 강화 군민들이 자리를 지켰다.

필자는 축전 첫날밖에 가보지 않았지만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여 처음 열리는 ‘고려’ 중심의 축전인 만큼 강화군에서도 많은 정성을 기울인 모습들이 보였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 강화 도서관에서도 군민들을 위한 고려건국 1,100년을 기념하는 학술강연회를 열었고, 고려궁지에서는 고려문화 그림 그리기 대회 수상작 전시가 열렸다. 내년 2019년은 고려 태조 왕건이 개경(개성)으로 수도를 옮긴 지 800년, 그리고 14년 후인 2032년은 고려의 강화 천도 800년이라고 한다. 이번 강화고려문화축전을 시작으로, 고려와 관련된 문화 행사들이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마친다.

/사진 정이슬(인천역사문화센터)




2018 플랫폼 초이스 <해피한 하루>

2018년 07월 27일~29일
금요일 오후 7시/토,일요일 오후 1시, 4시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

주관/제작 예술창작공장콤마앤드
후원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

영상. 시민기자단 이은솔
편집. 시민기자단 김유라




배우들이 제작부터 연기까지 해냈다!
인천시립극단 배우열전 <재주 많은 삼형제>

<헤비메탈 걸스>와 벌이는 흥미진진한 공연 열전

‘열전(熱戰)’이란 말은 온갖 재주와 힘을 들여 맹렬히 싸우는 싸움이나 경기를 말한다. 그렇다면 ‘배우열전’이라 하면 재능과 끼로 똘똘 뭉친 배우들이 벌이는 연기 대결이라는 것일까?
그렇다. 인천시립극단 배우들이 불꽃 튀는 공연 대결을 준비했다. 제작부터 연기까지 공연의 모든 과정을 배우들 스스로 준비한 두 공연을 통해 관객몰이 열전을 벌인 것. 그 흥미진진한 열전의 한 팀인 <재주 많은 삼형제>를 만나봤다.

지난 7월 8일 송도 트라이볼에서 인천시립극단 기획공연 배우열전 <재주 많은 삼형제>가 공연됐다. <재주 많은 삼형제>는 이번 기획 배우열전에서 준비한 두 공연 중 하나로 극단의 배우들이 연기하고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배우들의 열정은 물론이고 그들의 예술세계를 엿볼 특별한 기회인 것이다.

관람료가 무료였던 이번 공연은 티켓오픈이 되자마자 조기매진을 기록하며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았다. 공연 15분 전 재즈밴드 ‘아나퀘스트(Anaquest)’의 연주가 시작되면서 관객들의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고조됐다. 아나퀘스트의 유려한 재즈 선율에 맞춰 보컬 권단비 씨가 우아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른 ‘플라이 투 더 문(Fly to the moon)’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허참봉의 세 아들이 이웃마을 이 대감의 딸과 혼인하기 위해 서로의 재주를 겨루는 내용의 <재주 많은 삼형제>는 교훈적인 메시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시대극이었다. 재주가 뛰어난 사람보다 남을 위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하늘은 감동하고 복을 준다는 지극히 고전적인 교훈이 강하게 전달됐다.

단조로운 연기는 자칫하면 관객들을 지루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염려를 <재주 많은 삼형제>는 공연 중간에 재즈밴드의 연주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것으로 덜어냈다. 또한 관객들에게 수수께끼를 내며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으로도 공연의 단조로움을 완화했다.

반면 무대 위의 소품은 단조로웠다. 3개의 나무상자와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 무대 연출을 부족함 없이 채웠다. 특히 의자나 책상이 됐다가도 금세 배로도 변하는 나무상자의 활용연출은 소규모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재미였다.

배우열전의 또 다른 공연인 <헤비메탈 걸스>는 정리해고 대상인 네 명의 여자들이 회사 사장의 취미인 헤비메탈을 배우는 과정을 유쾌 발랄하게 풀어낸 내용으로 지난 7월 13일부터 3일간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재주 많은 삼형제>와 연이어 공연됐다.
답답하고 녹록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나 시원하고 통쾌한 헤비메탈 음악과 함께 노래 부르는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던 <헤비메탈 걸스>는 <재주 많은 삼형제>와는 또 다른 매력과 재미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blog.naver.com/marinboy58
marinboy58@naver.com




노선택과 소울소스와 김율희의 조합
‘탁월한 자유’란 바로 이런 것

대한통운 창고를 개조한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 들어서서, ‘노선택과 소울소스’의 음악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을 때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이렇게 자유로운 사람들이 있다니” 그들의 음악은 무어라고 설명하기 힘든 자유로움이 있었다.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
그것은 아마, 아주 편해 보여서 잠옷으로 활용하기에도 좋을 것 같은 티셔츠와 체크 무늬 반바지를 입고 베이스를 연주하며, 목에 수건을 한 장 두르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센터의 뮤지션들 때문일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봉긋한 형태의 네모나게 솟은 모자를 쓰고 수염 정돈이 덜 된 듯한 모습으로 나타나 색소폰을 연주하는 뮤지션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북을 두드리며, 키보드를 연주하며, 기타를 어깨에 메고 리듬을 타고, 페달과 씨름하며 드럼을 연주하는 뮤지션들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노선택과 소울소스’는 그 모습 그 자체가 한편의 자유였다. 그리고 그들이 연주하는 곡은 더욱 자유로웠다.

리듬을 타며 한껏 취해 연주하고 노래하던 음악을 ‘레게’라고 한다. 그들을 앞에 두고 그들과 한 장소를 공유하며 덩달아 자유롭지 않을 선택권이란 우린에겐 없었다. ‘노선택과 소울소스’ 음악의 한가운데에서 이들과 함께하고 있자면, 우리는 아마 이미 환상에 젖을 것이고 그 어떤 현실적인 선택도 힘들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함께 즐기는 이로 하여금, 지금 음악을 즐기는 것 외에는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게 만드는 마법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이전에 가지고 있던 현실의 시름이 당분간 정지하는 힘을 가졌다. 더군다나 이들의 음악에는 소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감성, 소울을 충만하게 하는 요소(소스)를 아주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음악. ‘노선택과 소울소스’는 그들의 이름에서 이미 그들의 정체성을 충분히 대변하고 있다.

레게이든지 힙합이든지 음악의 장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외한이 그들의 음악 속에 있자면, 그것은 그저 신나는 춤사위를 부르는 흥겨운 리듬을 가진 음악으로 당시의 시공간을 점령하는 소리다. 그들의 음악 속에 있는 동안 아주 흥겨웠고 제아무리 박스권 안에서만 흔들어 대는 몸치라고 해도 리듬에 몸을 태우지 않을 방도가 없다. 이렇게 자유롭고 흥겨워질 방법이 있었다니. 꽉 막힌 일정 속에서 지냈던 한주가 그림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왜 그리도 많은 것을 걱정하고 숱한 우려의 시간을 보냈던가? 실은 모든 시름에서 벗어나 이렇게 온몸으로 자유를 느끼고 흥겨울 수 있는 것을.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일 것이고, ‘노선택과 소울소스’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뮤지션이다.

그렇게 자유를 느끼고 있던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노선택이 ‘판소리의 잔 다르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는 소리꾼 김율희가 합류했다. 중간중간 그녀의 멘트는 그녀의 평소의 성격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아, 이 사람과 있다면 그저 대화만이라도 즐겁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던 차에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판소리도 이리 즐겁다는 것을 익히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는 주말 TV 프로그램 ‘전설의 명곡’에서 힙합을 하는 팝핀 현준과 판소리를 하는 박애리의 합동 공연을 보고 느꼈던 신선함에 비해서 깊은 밀도를 선사한 공연은 놀라움을 느끼게 하였다. 팝핀 현준과 박애리의 공연이 생각지 못했던 힙합과 판소리의 조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넓은 무대를 둘만의 공간으로 꽉 채움으로써 사람들을 몰입하게 했던 공연이었다면, ‘노선택과 소울소스’와 김율희의 콜라보는 신선한 조합에서 더 나아가 레게만으로는 미처 몰랐던 흥겨움과 기쁨을 느끼게 했다. 한국의 판소리와 레게가 이토록 잘 어울리며 더욱 깊은 흥겨움을 연출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이들과 함께하기 전에 내가 감히 생각할 수 있었던가? 이들의 조합은 기존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언제든지 깨어질 수 있는,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했다. 

삶의 즐거움이란 바로 이렇게 기존의 것들이 융합되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느낌을 선사하고, 그것을 다시 온몸으로 받아내어 체화하는 데 있지 않을까? 그러한 순간의 깨달음은 늘 깊은 일상의 환희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또한 동방의 변방에 위치한 우리 문화가 이렇게 흥겨운 방식으로 전해질 수 있다면 민족 문화의 발전 가능성에 손뼉치며 환영할 일일 것이다. ‘노선택과 소울 소스’, 그리고 김율희의 콜라보공연은 인천아트플랫폼 콜라보스테이지의 첫 번째 무대이다. 앞으로의 콜라보 무대들에서는 어떤 신선함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글, 사진 김경옥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수필가




예술가의 언어로 이야기되는 ‘불온한 사건’

로컬 큐레이팅 포럼 <2018 사건과 공동체>


7월 7일 토요일, 인천 아트플랫폼 H동에서는 로컬 큐레이팅 포럼 <2018 사건과 공동체>가 열렸다. 내가 참여한 12시 타임의 포럼은 ‘4.16 세월호 : 불온한 사건을 마주한 예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안산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를 운영하는 송지은 씨의 프로젝트 발표 및 참여자들과의 질의응답과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사실 ‘로컬 큐레이팅 포럼’이라는 말에서 내게 익숙한 단어는 ‘로컬’ 밖에 없었다. 그만큼 내게는 긴장될 만큼 어려워 보이는 행사였지만 ‘세월호’, ‘불온한 사건’, 그리고 ‘예술’이라는 키워드가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예전에 시인에 관해서 쓴 기사에서 거론한 바 있지만, 나는 ‘시인(=예술가)’이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서 예민한 감각을 세우고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에 표현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밥도 돈도 되지 않는 굉장히 비생산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불편하기도 한, 이 행위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아스팔트 사이에 핀 꽃이라거나, 거울에 서리는 김, 겨우내 메말랐던 가지에서 새싹이 나는 그런 일들. 혹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는 누군가, 아무도 들어주지 않지만 자신의 불편함을 세상에 토로하는 누군가, 돌보아주지 않아 혼자서 죽어가는 누군가. 우리 주변에서는 이미 빈번히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해서 세심하게 관찰하고 사고하여 세상에 다시금 주목받게 하는 행위. 예술을 정의할 수는 없지만, 예술이 가지고 있는 굉장히 중요하고 대단한 힘은 이런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송지은 씨가 이날 발표한 두 가지 프로젝트는 <현수막 프로젝트>와 <응옥의 패턴>이다. 한가지 프로젝트만 두고 이야기를 하자고 해도 굉장히 길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기사를 쓰기 위해 메모장에 끄적거린 난삽한 글들이 꽤나 길고 (내가 쓴 글이지만 나에게도) 어려웠기 때문에- 이 두 가지 프로젝트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왜 시작된 것인지, 그리고 이것으로 인한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만을 이야기하고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기획자이자 예술가인 송지은 씨의 생각과 이 모든 것들을 듣고 내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이야기하기 전에 한 번 더 언급하자면 로컬 큐레이팅 포럼 2018의 타이틀은 ‘사건과 공동체’이다.


<현수막 프로젝트>발표의 첫 시작은 이 프로젝트의 소재가 된 ‘4.16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있는가’였다. <현수막 프로젝트>는 안산 거리를 노랗게 수놓았던 단원고등학교 피해자 학생의 유가족들이 건 현수막이 시간이 지나면서 낡고 훼손되자 예술가들의 손을 통해 새롭게 보수하여 다시 걸어놓는 프로젝트였다.

2014년은 혼돈의 해였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으며, 그 피해자 중 대부분이 고등학생이었다. 사람들은 마치 나의 이야기인 양 분노하고 슬퍼했으며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응원했다. 2, 3년의 시간이 지났을 때에도 홍대입구역 1번 출구 앞에서는 기타를 치면서 노란 리본을 건네주는 손길들이 있었다. 그러나 요 몇 달 사이 그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시간이라는 것이 그렇다. 점점 세월호 사건이 자기 일인 사람들과 자기 일이 아닌 사람들로 나누어졌고 그들의 관계는 멀어졌다. 아직도 학생들의 유가족들은 그 시간을 잊지 않겠지만, 현수막이 바람이나 손길에 의해 찢어져 나가듯 사람들 사이에서 아마도 조금씩(혹은 빠르게) 흐려졌으리라. 심지어 그저 잊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마저 생겼다. 송지은 씨는 이 멀어진 그들의 사이를 어떻게 예술로 이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예술가들과 함께 현수막을 수리하고 보수하기로 했다.


유가족들을 설득하고 소통하며 함께 하는 과정은 줄줄이 설명하지 않아도 꽤 어려운 시간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수막을 고치고 새롭게 하는 예술적인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사주풀이나 공방에서의 테라피 등으로 유가족들과 관계를 맺었다. 세월호 사건에 관여된 사람과 관여되지 않는 사람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닌 서로 엮여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과정이었다. ‘노란색’이라는 의미 있는 특정 컬러에 고집하지 않고 조금 더 일상의 예술로써 접근하도록 다른 컬러를 사용하거나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시각적이거나 미학적으로 뛰어나기기 보다는, 실천하는 행위에 집중하며 유가족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상태나 감정에 대한 것이 더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이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로와 치유가 되는 예술인 것이다. 아무리 큰 사건이라 해도 정말 이것이 피부로 느껴지는지, 아니면 모니터 너머로만 들리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지에 따라 세월호에 대한 각자의 거리감은 굉장히 크다. 이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바로 이 작업(예술)인 것이다. <현수막 프로젝트> 발표의 끝에서 송지은 씨는 ‘예술이 도구화된다고 하면, 그것이 예술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것은 본인과 프로젝트에 함께했던 예술가, 그리고 포럼에 참여했던 사람들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니었을까. 송지은 씨 본인은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었지만 예술가로서 이러한 갈등-도구화되는 예술은 예술일까-에 직면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세월호 사건에 대해 한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 이후, 새롭게 만들어지는 현수막의 형태 또한 기존의 틀(가령 노란색)에서 조금씩 바뀌었다고 한다. 사건에 관련된 사람, 관련되지 않은 사람을 떠나 이 사건 자체가 공동체 안에 있는 모두에게 느껴질 수 있도록 조금은 변형된 것이 아닐까.


두 번째 프로젝트의 타이틀은 <응옥의 패턴>이다.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는 세월호 사건의 큰 피해자들은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다. 피해자의 대부분이 학생들이었지만, 분명 이들 외에도 또 다른 피해자는 있다. 왜 이주여성의 희생은 언급되지 않을까에 대한 질문에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신원확인 조차 되지 않는 이들의 죽음을 찾아보면서 송지은 씨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느껴졌다고 했다. 죽음조차도 평등하지 않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를 향해 위로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 한국 사회에 사는 이주민들의 유령 같은 삶을 주목하고 타국에서 죽음을 맞은 희생자를 위로하는 프로젝트. 그것이 <응옥의 패턴>이었다. <현수막 프로젝트>가 유가족들과 함께 현수막을 수리하는 그 과정 자체를 예술로 보았다고 한다면, <응옥의 패턴>은 일종의 설치 예술이었다. 어떠한 공간(야외)에 작품을 설치하고, 그곳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거나 물건을 만지고 옮기면서 워크숍을 진행하며 무용이나 영상 등의 다른 예술행위를 보여주었다.

이 공간에서는 작가들끼리의 규칙이 있었다. 프로젝트에 대해서(세월호 사건이나 희생자) 설명하지 않기. 사물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두기. 사물과 사람이 서로 생각을 얽히게 할 수 있도록 예술가는 관여하지 않기. 이러한 규칙은 사실 <현수막 프로젝트> 이후에 생겨난 것이었다. <현수막 프로젝트>가 어떤 의의를 두고 목적을 분명히 밝히며 나아갔을 때, 그 행위와 관련 없는 사람들은 그것이 뚜렷한 목적성을 가졌기 때문에 친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린 이런 목적을 가지고 예술 활동을 하니까 이걸 보는 당신들도 이렇게 느껴’라고 말하면 극단적이겠지만, 이러한 방법이 오히려 폭력적인 강요가 되거나 생각을 가두는 프레임이 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또한 참여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은 같은 주제를 가지고 표현했지만, 모두 똑같은 마음과 똑같은 시선으로 작품을 진행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사건 가까이에 들어가서 작품을 꺼내왔다면, 누군가는 조금 멀찍이서 사건을 바라보고 작품을 꺼내왔다. 이러한 작가들끼리의 온도 차이 또한 일반 사람들과 작품 사이의 거리감을 줄일 수 있게 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품이 설치되고 표현되었던 두 군데의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그곳에 배치된 물건들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었다.


<응옥의 패턴>은 두 군데의 장소에서 각각 다른 방법으로 설치되었다. 설치된 두 장소 모두(안산 단원구 원곡동 외국인 주민센터 앞 광장(2016), 안산 단원구 원곡동 만남의 광장(2017)) 특정 전시관이나 미술관이 아닌 공공 공간이었다. 먼저 8시 50분 세월호가 침몰한 당시의 의자가 있는 집이라는 작품이 7일간 설치되었는데, 매일 아침 8시 50분이면 설치된 의자에 옆에 있는 폴대의 그림자가 의자에 드리웠다. 아무 설명도 없이 자유롭게 개방된 공간이었고, 의자 주변에는 송지은 씨가 베트남으로 리서치를 갔을 당시 마주했던 여러 물건(해먹이나 향, 식물 등)을 매일 위치를 변경하며 배치해놓았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그 공간을 둘러보거나 오브제들을 사용했다.

그 후에 조금 더 다양한 매개로 진행하여 사람들이 작품 안으로 참여하는 두 번째 <응옥의 패턴>이 설치되었다. 건축가, 안무가, 시각예술 작가들과 함께한 프로젝트로, 앞에 언급했던 작가마다 온도 차가 잘 나타나는 작품이 바로 이것이다. ‘이동하는 섬’이라는 텐트가 여러개 설치되었는데, 이것들은 바람이나 사람의 손으로 쉽게 옮겨지는 것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개념적인 설명보다는 행위로써 표현하고 싶어서 안무가와 영화감독이 함께 한 이 작업은 마치 넋을 기리는 굿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거나 공간에 놓여 있던 오브제들을 자유롭고 다양하게 사용하기도 하며 참여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에 닿았다.


공동체는 일시적이든 일시적이지 않든 참여자를 모아야 발현이 된다. 그 공동체성은 각각의 경험이 부딪히면서 발현되는 것인데, <응옥의 패턴에>서는 그것은 누군가가 강요하지 않아도 예술가들이 서로 협업하거나 그 공간을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나타났다. 계속해서 언급했던 예술작품들 사이에 있는 그 ‘온도 차이’가 일반인들도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면서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송지은 씨는 말했다. 참여자와 예술이 분리되지 않는, 참여로 인해 예술이 되는 것. 송지은 씨가 지향하는 예술은 다양한 개념이 전이되는 형태와 가깝다고 한다. 어떤 물건이라기보다는 움직임에 가까운.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공영역에서 진행되었으며, 예술가들끼리의 규칙(설명하지 않고, 제제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이 생긴 것 또한 이런 의의에서였다.
이어 <응옥의 패턴>에서 ‘패턴’이라는 키워드가 사용된 이유를 질문해보았다. 응옥(가명)이 죽음을 맞이했을 당시 입고 있던 흑백 줄무늬 티셔츠가 <응옥의 패턴>의 첫 시작점이었다. 패션으로써의 의미가 아닌, 줄무늬의 부정적인 기원(‘잡종 무늬’로 이방인, 창녀, 어릿광대, 범법자, 정신병자에게 줄무늬 패턴을 강요하던)과 역사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우리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섞일 수 없는 이주민의 삶의 기호가 마치 줄과 무늬가 섞일 수 없는 패턴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응옥의 패턴>이라고 지었다.

꽤 어렵고 긴 발표를 들었다. 어떻게 보면 예민하고 불편한 문제를 소재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예술’에 대한 기존의 내 생각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예술의 언어로 사회적인 사건을 기록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말이 굉장히 좋았다.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 틈에 있는 희미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 흐릿한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서 다시 사회가 지그시 바라볼 수 있도록 내보내는 것. 예술이 공동체 안에서 할 수 있는 아주 큰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가 관심을 가진 소재도 좋지만, 몇몇 소수의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발견해내는 것. 그것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많은 사람이 보고 듣고 또 다양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그리고 예술가는 그 사이에서 이루어진 소통으로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 우리는 ‘나’라는 개인으로 ‘우리’라는 사회 안에서 살고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학생과 이주여성의 죽음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닐까. 그래서 그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려는 송지은 씨의 예술이 나에게는 연신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멋진 일이었다.

 

글/사진
시민기자단 이은솔




만국시장 스케치

만국시장 ‘내가 그린(Green)마켓’
2018년 07월 07일
@인천 생활문화센터, 인천아트플랫폼

주최/주관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공간달이네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상. 시민기자단 김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