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싼 엇갈린 진술, 연극 <사방팔방>

지난 11월 30일, 송도 트라이볼에서 연극 <사방팔방>이 막을 올렸다. 12월 2일까지 3일간 진행한 공연은 전 좌석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공연을 선보인 극단 위로는 ‘위로해주다.’와 ‘위로 올라가자 혹은 성장하자.’라는 의미를 지닌 공연단체로서 전통예술과 현대예술의 조화를 통해 우리의 것을 간직하고 동시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연극 <사방팔방>은 일본 유명 소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을 원작으로 하여,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사신들이 인간 세상의 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으로 재구성되었다.
청, 백, 적, 흑 사신들은 가무를 즐기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날을 보내다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낀다. 그들은 새로운 놀잇감을 찾던 중 인간 세상에서 풀리지 않은 하나의 살인사건에 호기심을 느끼고 자세히 파헤쳐보기로 한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의 시선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기로 하고, 이로써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사신들의 가면 놀이가 시작되었다.

 

이 사건에는 시신으로 발견된 무사와 그의 아내 그리고 산적, 이렇게 세 사람이 등장한다. 죽은 자를 제외하고 산적과 아내는 서로 본인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며 엇갈린 진술을 한다.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사신들은 세 명의 탈을 쓰며 각각의 입장에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하는 이가 나타난다. 그는 나무를 하러 숲속을 지나다 우연히 현장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죽어가는 무사의 옆에 값이 비싸 보이는 칼을 발견하고, 칼만 챙겨서 곧바로 그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진술한다. 과연 그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극 중 사신들이 추는 춤은 공연단체 위로에서 우리나라 전통춤을 모티브로 하여 새롭게 창작한 춤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에 선보이는 춤은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도 무대가 전환되는 효과를 준다. 더욱이 음악 효과를 위해서 음원 파일을 재생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악사들이 연주하는 것으로 갈음하였다. 라이브 연주를 통해 극적인 효과 연출과 더불어 또 하나의 즐길 거리를 선사하였다.

사신들은 사건을 풀어나가며 마주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꼬집는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타인과 비교하여 누가 더 선한지 논할 수 없으며, 저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만 무던히 애쓴다. 심지어 사건과 관련이 없었던 나무꾼마저 개인의 욕심 때문에 사건에 연루하게 된다. 이처럼 세상사 모든 일이 한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의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원작 소설과 이 연극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개인의 욕심으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 이 이야기의 진실은 아니었을까?

글 시민기자단 김다솔
사진 차민욱




우리동네음악회 2018

일시 : 2018. 11. 30(금)요일 오후 6시 30분
@ 시민공원역 아트애비뉴 27
솔라시도, 보엠, 화려, 오프닝게스트 RIVS
주최•주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영상 시민기자단 김유라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1호

국보 1호 숭례문(崇禮門), 보물 1호 흥인지문(興仁之門)

아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는 문화재 지정 사항일 것이다. 국보 1호와 보물 1호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국민적인 상식이다(아마 간첩들도 알 듯하다). 문화재에 부여되는 번호는 그 중요성이나 가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그야말로 행정적으로 부여한 일련번호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호’가 갖는 상징성 때문인지 일반 국민들에게 숭례문이나 흥인지문이 갖는 의미는 다른 문화재들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2월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해 상부 목조 문루가 무너져 내렸을 때 많은 국민들이 충격과 절망감, 슬픔을 느꼈다. ‘국보 1호’가 갖는 상징성이 그만큼 큰 것이었고, 국민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도 그에 비례해 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눈을 인천으로 돌려보자. 국가가 지정한 국보나 보물처럼, 인천에는 인천광역시가 지정한 문화재들이 있다. 비록 국가 지정문화재보다 가치가 다소 낮을 수는 있지만, 인천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인천시가 지정한 문화재(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문화재자료, 민속문화재 등)의 1호를 아는 인천시민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문학초등학교 내 인천도호부 청사

인천시의 유형문화재 1호는 ‘인천도호부청사’(仁川都護府廳舍)이다. 조선 시대 인천도호부의 관아 건물로, 오늘날로 치자면 인천시청쯤 된다고 할 수 있겠다. 문화재로 지정된 때는 1982년이다. 인천도호부청사는 미추홀구 문학동의 문학초등학교 교정 한 켠에 있는데,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객사와 동헌뿐이다. 2016년에는 문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도호부 건물의 것으로 보이는 기초석이 발굴되기도 했다. ‘인천도호부청사’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인천이라는 지명의 기원이 되는 곳, 즉 원인천(原仁川) 지역을 상징하는 문화재이기 때문이다.
인천도호부청사는 인천의 유형문화재 1호임에도(물론 이미 언급한 대로 문화재 지정 번호는 문화재의 중요성과는 상관없기는 하지만) 문학초등학교 교정 안에 위치하다 보니 일반인의 발길은 뜸하다. 게다가,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이겠지만, 철제 울타리를 둘렀는데 그 모습 때문에 더욱더 쓸쓸하고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문화재로서 ‘인천도호부청사’가 엄존하고 있음에도 일반 시민들은 ‘인천도호부 청사’라면 아마도 문학경기장 맞은편에 위치한 건물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문화재인 도호부청사에서 문학경기장 방향으로 약 500여m 떨어진 곳에 도호부청사를 2002년에 재현(복원이라기보다는 재현이 맞을 것 같다)해 놓은 것이다. 1871년에 만들어진 ‘화도진도’(花島鎭圖)의 내용을 기초로 하여 객사와 동헌 등을 재현하였다. 평소에 전통, 민속문화와 관련된 행사가 자주 열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재현된 인천도호부청사의 객사

그런데 재현이 잘 이루어졌느냐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아쉬운 점이 있다. 재현된 ‘도호부청사’가 시민의 문화공간이자 휴식공간으로 활용되는 것도 좋지만 ‘재현’되었다는 것은 명칭에서 분명히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재현 건물의 안내판에는 부기 없이 ‘인천도호부청사’라는 이름만 붙어 있다. 물론 설명 내용을 읽으면 재현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아마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정확한 정보 제공이 아쉬운 부분이다. 재현 공간에 대한 명확한 정보 제공과 아울러 현재 문학초등학교 내의 도호부청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인천도호부청사 재현 건물 입구

‘인천도호부청사’에서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바로 그 문화재 명칭 자체이다. ‘청사’(廳舍) 라면 일반적으로 관청(官廳)의 건물을 일컫는다. 용어의 의미로만 따지자면 도호부도 관청이었으니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청사라는 표현은 근현대적 느낌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청사’라는 용어가 나오기는 하니 무조건 근대부터 썼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편찬된 고종과 순종실록을 제외하면 건물이라는 의미로 ‘청사’를 사용한 경우는 인터넷 조선왕조실록(바로가기)에서 고작 3건만이 검색된다. 전통시대의 일반적인 표현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렇다면 ‘청사’가 아니라 ‘관아’(官衙) 라는 용어로 바꾸면 어떨까? ‘관아’는 과거 실제 일반적으로 사용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전통’도 변화한다고는 하지만 관아로 바꾸면 그래도 우리의 전통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인천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중에는 ‘인천은 정체성이 약한 도시다’, ‘인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정책이 부실하다.’ 등등 걱정과 안타까움의 목소리들이 대부분이다. 이 글을 빌어 제안해 본다. 인천의 정체성 찾기는 전통시대 인천을 상징하는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1호 ‘인천도호부청사’를 어떻게 자리매김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안홍민(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




너와 나의 이야기, 우리의 노래 <2018 인천시민합창제>

일시 : 2018. 11. 10 (토)요일, 오후 6시
11. 11 (일)요일, 오후 4시
장소 :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주최 : 인천광역시
주관 : 인천문화재단, 스칼라오페라

사진 시민기자단 민경찬 




걸으면서 기록했던 인천여행…김진선의 <기행> 전시

작가 김진선이 기록한 인천 도보여행기
12월 9일까지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전시 진행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누군가 걸으면서 여행하고(紀行) 기록하면서 여행했던(記行) 인천을 한 곳에 담아낸 전시가 개최됐다. 지난 13일 송도 트라이보울 전시실에서 김진선의 전시 ‘기행’이 열린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김진선 작가는 그동안 학교와 회사, 약속장소로만 오갔던 목적지로서의 인천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마주한 소소한 풍경과 재료들을 대상으로 전시를 꾸렸다고 한다. 김 작가는 인천 곳곳을 걷고 머물면서 기록을 했단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쉴 새 없이 교차하던 여행에서 그때의 풍경과 사물을 꼼꼼하게 기록한 것이다. 마침내 한 곳의 분량으로 응축된 기록의 결과물들은 ‘기행’이라는 주제의 전시를 통해 선보여지며 읽히는 것이 아닌 ‘보여지는’ 기록으로서 표현됐다.

출처: 트라이보울 홈페이지

신진작가 김진선에 대한 정보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시 팸플릿을 통해 김 작가의 약력 정도만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회화를 전공한 김 작가는 최근 몇 년 사이 몇 차례의 수상과 전시를 경험한 바 있다.
팸플릿을 통해 좀 더 김진선 작가에 대한 정보를 수수께끼 풀듯이 하나씩 유추해봤다. 카메라를 메고 힘차게 걷는 여자의 모습은 아마도 김진선 작가이지 않을까 싶다. 내 추측이 맞는다면 김진선 작가는 여자이고 여행기록의 수단은 카메라일 듯싶다. 팸플릿의 전시 소개 글을 통해서 이번 전시를 위한 여행기간은 올해 9월부터 10월까지일 것으로 생각한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빨간 여행 가방은 바퀴도 닳아 있었고 여기저기 긁힌 흠집도 더러 보였다. 어쩌면 실제로 김진선 작가가 여행할 때 사용한 가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행 가방을 끌고 다니면서 그녀는 수많은 사람과 마주치고 스쳤을 것이다. 그녀는 그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긴 것 같다. 걷고 있는 각양각색의 사람들 속에 김진선 그녀도 함께 걷고 있지 않았을까?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김진선 작가로 추정되는 모습이 그려진 상자들 속에는 무엇을 담으려고 한 것일까?
그녀는 여행하면서 잊고 있었던 것들이 많이 떠올랐다고 한다. 오랫동안 보고 사용해 익숙하지만, 지금은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도구와 표현방식에 눈길이 갔단다. 느리게 오래 걸으며 생각과 느낌을 꾹꾹 눌러 담은 아날로그적인 여행에서 그녀의 기록은 추억을 소환시키는 옛것들로 채워진 듯하다.
수북이 쌓인 상자 위에 그러한 추억의 산물들이 올려 있는 거로 보아 상자 속에는 그녀가 여행하면서 기록물로써 수집한 정겨운 옛 물건들이 담겨 있을 것 같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인천 뮤직플랫폼’이라 제목의 노래리스트에는 총 12곡이 실려 있었다. 비틀즈가 부른 3번 트랙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를 제외하고는 생소한 가수와 노래가 대부분이었다.
12곡을 모두 찾아 들어봤다. 어쩐지 연식이 느껴지는 노래들은 걸으면서 기분 좋은 사색을 하기에 제격인 느낌들로 가득하다. 하나 같이 잔잔하며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이는 듯한 노래들이다. 이 노래들은 단순한 작가의 취향에서 나온 곡들일까? 인천에 어울릴 만한 곡들을 골라본 그녀의 선별능력에서 나온 곡들일까? 수많은 곡 중에 선별된 12곡의 공통된 사연이 궁금해진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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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boy58@naver.com




새로운 인간상의 발견, <문학이 있는 저녁 세계문학특강 ‘가즈오 이시구로’>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매우 많은 특강이 열린다. 요번에 다녀온 <문학이 있는 저녁, 세계문학특강>은 문화평론가이자 출판사 민음사의 편지장 박혜진 씨가 ‘가즈오 이시구로’를 주제로 2차강의를 열었다.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 중 몇몇은 박혜진 씨를 낭만 서점 팟캐스트로 알고 오기도 했다.

나는 중고서점에서 1년간 일을 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점에서 일하면 많이 팔리는 책과 인기 있는 책을 굉장히 빠르게 알 수 있다. 서점에서 일했던 2016년도에는 사람들이 사고파는 책 가운데에서 이름을 보지 못한 작가였다. (당시에는 맨부커상을 받았던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굉장히 유명했다) 책을 읽어보지 않아도 인기 많은 작품에는 그 작가의 특징이나 책의 내용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고, 인기가 많은 만큼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된다. 나에게 가즈오 이시구로는 그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 작가였다. 근대문학관에서 나눠주는 작은 간식과 함께 그런 낯선 작가에 대한 특강이 시작되었다.

강사님은 먼저 인천이라는 지역이 본인에게 거리상으로는 멀지만, 문학적으로는 가까이 느껴지는 지역이라며 강의를 시작했다. 소설 ‘아편전쟁’의 배경이기도 하지만, 소설 ‘해가지는 곳으로’ 저자인 최진영 작가를 인터뷰하기 위해 인천의 해가 지는 장소를 찾아보기도 했었다고 한다. 강사님은 가즈오 이시구로를 굉창히 좋아하지만, 오늘의 강의는 작가에 대해 연구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의 작품을 읽은 이에게는 조금 더 풍성한 이해를 돕고 이제 읽어보려는 이에게는 어떤 작품을 먼저 읽을지 가이드라인을 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먼저 노벨 문학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2017년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인간상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나 안톤 체호프 같은 경우에도 작은 인간상(이상할 정도로 극도로 소심하거나 한)이 드러나 있다. 언어나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서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면을 발견하는 것. 가즈오 이시구로는 기억하는 인간이라는 새로운 인간상을 발견했다. 그 기억은 즐겁거나 아름다운 기억이 아니라 본인이 피하고 싶은 기억이다. 자신에게 불편한 기억을 대면했을 때 외면할 것인가, 마주할 것인가에 대한 내적 갈들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서는 표면적인 사건이 크게 일어나지는 않지만, 나 스스로와 계속해서 갈등하는 모습이 그려진다고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최초의 문학창작과 출신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정석 코스를 착착 밟고 온 엘리트 느낌인데, 이는 2016년도 수상자 밥 딜러와는 상반된 느낌을 품고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감정의 거대한 힘이 있는데, 직설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글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어떤 감정이 느껴지도록 한다. 인간에게 근본적으로 내재된 불안을 독특한 판타지 요소로 드러내는 카프카, 일상적인 소재를 이용해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정교하고 디테일한 심리 묘사로 풀어내는 제인 오스틴, 기억이나 의식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루스트. 가즈오 이시구로는 이런 유럽문학의 총체적인 합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문학세계는 크게 초기, 중기, 후기순으로 구분되어 강사님은 이 순서대로 강의가 이어졌다. 강의 소제목인 ‘기억하는 인간, 기만하는 인생’이 처음부터 눈에 띄었는데, 그의 작품이 딱 이 한마디의 로그라인으로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주로 한 인간(주인공)이 자신의 기억 중 외면하고 싶은 기억을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면서 어떤 선택과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잊히고 불편하고 왜곡된 기억들을 마주하면서 그 기억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타협하는지를 알려준다. 꼭 모든 인간이 그런 기억들과 용감하게 싸워서 이길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불편한 기억들을 계속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한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접할 예정이라면 ‘남아 있는 나날’이라는 작품을 첫 번째로 추천하셨다. ‘녹턴’이라는 유일한 단편집은 여행 갈 때 들고 가서 잠깐씩 이동하거나 기다리는 시간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 대학교 문학 수업에서 한 교수님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문학의 소재는 고대에서 근, 현대로 올수록 점점 작은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로 바뀐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신에 관한 이야기, 그다음은 신에 버금가는 영웅이나 귀족, 다음은 영웅이나 귀족은 아니지만 능력을 갖춘 사람, 다음은 평범한 사람. 그다음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덜 가지고 있거나, 더 불편하거나 한 사람들의 이야기. 나와 내 곁의 사람들과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쓰이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알고 보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한 글들이 상을 받고 있다. 사회 안의 문제들과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귀 기울이는 글들이 훌륭하다 평을 받는다는 말이 아닐까.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처럼 힘든 시련 앞에서 정의롭고 올바른 길을 척척 골라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렵다. 우리는 불편한 문제 앞에서 갈팡질팡하고 고민한다. 어쩌면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외면하거나 주저앉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문제들을 마주하고 바라보는 것.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것이 우리가 사람으로 살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글·사진 시민기자단 이은솔




2018 인천왈츠 시민창작뮤지컬 <강화 1866, 삼랑성 분투기 >

일시 : 2018. 11. 17(토)~18(일)요일 오후 4시
@ 송도 트라이보울
– 총구성 및 연출 : 이상희
– 음악감독 : 신영길
– 드라마두르기 : 김지영
– 협력단체 : 극단 집현
– 출연,연주,제작 : 2018 인천왈츠 시민참가자
주최•주관 인천문화재단

영상 시민기자단 김유라




벽면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중 퍼포먼스 <그리는대로>

벽에 낙서하는 대로 떠나는 상상여행
공연예술계의 新장르 공중 퍼포먼스의 묘미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지난 1~2일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중앙광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특별한 공연이 개최됐다. 벽면 무대를 세워 줄 하나에 몸을 매달린 채 시각적 볼거리를 선사하는 공중 퍼포먼스가 펼쳐진 것이다.
작가 김소희가 기획한 이번 공연 <그리는대로>는 한 소녀가 벽에 그린 풍선을 타고 떠나는 상상 여행을 영상과 공중 퍼포먼스를 접목하여 보여주는 작품이다. 공연 <그리는대로>는 벽면을 따라 수직으로 세워진 스크린 무대를 통해 무한하고 자유로운 창작공간을 만들어내며 관객들에게 공연예술의 새로운 장르로서의 공중 퍼포먼스를 알렸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공중 퍼포먼스가 관객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부터이다.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에서 공중 퍼포먼스를 전문으로 하는 단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아직 공중 퍼포먼스는 많은 관객에게 낯선 장르이다.
작가 김소희는 2011년부터 공중 퍼포먼스 창작단체 ‘프로젝트 날다’에서 활동해 왔다. 2017년에는 ‘버티컬 씨어터 타블로’라는 단체를 만들어 공중 퍼포먼스와 연극적 요소를 결합해 작가 김소희만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들을 완성했다. 첫 작품 <일어나>에 이어 이번<그리는대로>를 두 번째로 발표하며 관객들을 다시 찾았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공중 퍼포먼스는 지상의 무대가 아닌 수직으로 세워진 벽면 무대를 배경으로 줄에 매달린 배우들이 공중에서 연기를 펼치기 때문에 곡예나 묘기 등의 환상적인 요소들이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그 덕분에 선보이는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시각적 즐거움은 많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공중 퍼포먼스의 인기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배우이기도 한 작가 김소희는 이번 공연에서도 배우로 나섰다. 김소희는 하늘을 유영하듯이 숙련된 솜씨로 아슬아슬한 곡예를 선보이며 음악과 영상에 맞춰 표정과 동작으로만 퍼포먼스를 소화해냈다.
제작비도 비싼 데다 위험성도 높고 완성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공중 퍼포먼스는 다른 장르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다. 공중 퍼포먼스를 제작하겠다는 단체도 연기하겠다는 배우도 선뜻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겸 배우 김소희는 공연예술계에서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로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기대를 모은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공연 <그리는대로>는 벽에 낙서하는 일을 가볍게 지나치지 않았다. 벽에 낙서하는 행위는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벽에 낙서하며 미소를 짓곤 했던 경험 말이다. 그 시절 우리에게 벽에 낙서하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낙서는 무언가를 내 마음대로 그려보고 완성한 결과물에 성취감과 자아를 느낄 수 있었던 만족과 기쁨의 행위였다.
작가 김소희는 낙서에 대한 이런 긍정적 의미를 예술적 감성으로 풀어냈다. 낙서를 생각과 상상을 표현하는 한 수단으로 여긴 것. 그러한 낙서를 그녀는 상상을 통해 벽에 그려봄으로써 자유를 더했다. 자유를 바탕으로 한 그녀의 공연은 틀에 갇히지 않았고 매우 유동적이었고 이는 관객에게 예술의 본질과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blog.naver.com/marinboy58
marinboy58@naver.com




2018 인천생활문화예술동아리 축제 <원데이 페스티벌>

일시 : 2018. 10. 27. (토)요일 12시
장소 : 문화창작지대 틈 및 옛 시민회관쉼터 야외광장
주최 : 인천광역시
주관 : 인천문화재단  

사진 시민기자단 민경찬 




2018 인천청년문화대제전, 무대 없는 아티스트들에게

인천청년문화대제전은 인천광역시가 주최하고 인천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창작지원금 지원사업이다. 청년 기획자와 예술가들이 시민과 함께 축제를 만들고자 2016년에 시작해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였다. 6월 말부터 지원을 받아 선정된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10월 27일과 28일에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열린 인천청년문화대제전(Hi, Youth Festival)에 전시되어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 축제에 참여할 ‘슈퍼루키’들을 선발한 기준은 학벌도 아니고 경력도 아니며, 오직 작품이었다. 인천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도 청년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청춘은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반짝반짝하고 아름답지만 막상 청춘 한가운데에서 보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자신의 바람과 주변의 기대는 번번이 부딪치고 열정과 노력만큼 결실이 돌아오지 않는 일도 많다. 자기 능력이 아무리 높아도 능력대로 펼칠 무대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천청년문화대제전은 청년 아티스트들에게 마음껏 끼와 역량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펼칠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해 준 축제인 것 같다.

28일 일요일은 날씨가 많이 춥기도 하고 비가 오다 그쳤기 때문에 야외 전시와 공연을 모두실내로 옮겼다. 옮긴 과정에서 공연 시간이 조금씩 변경되었기에 나는 천천히 실내에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였다. 트라이보울 2층 전시장 입구에는 관람객을 위한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었다. 푸른색의 몽환적인 포토존으로 겨울과 어울렸다. 포토존 우측에는 관람객이 자유롭게 방명록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얀 블록이 서 있었다. 비치되어 있는 색연필 등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수 있는데, 이미 알록달록한 방명록들로 가득 차 있었다.‘춤추는 스케치북’이라는 주제로 전시된 그림 작품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넘쳤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피노키오를 사람으로 만들었던 목수 제페토처럼 작가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작품들이 이 공간을 생명력 넘치게 만들었다. 전시된 작품들은 어느 위치에 어떤 방식으로 전시하느냐에 따라 빛을 달리하는데, 각자 제자리에 꼭 맞게 빛나고 있었다. 굳이 설명을 읽지 않아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어떤 고민에 대한 작품이 많다고 느껴졌다.

 
 

사실 영상이 눈에 확 들어왔다. ‘콩나무의 일기장’이라는 주제로 영상들을 전시해 두었는데 주로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사람들이 형언할 수 없는 답답함과 고민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중 가장 기억나는 영상은 ‘신선한 생각가게’(최강석 작가)의 0.04 지코(Zico)였다.나와 같은 나이의 연예인을 보면 왠지 열등감이나 자괴감이 든다. 유명한 아티스트인 지코의 인생이 1이라면 내 인생은 0.04 지코 정도 되지 않을까? 모든 인생이 각자 다르다 해도 왠지 비교되고 불안하다. 아마 세상에는 이처럼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비교하며 불안해하는 마음도 어쩌면 자신을 좋아해서 생긴 것은 아닐까? 많은 청년들이 느끼고 공감할 만하다. ‘잘 될 거야’ 또는 ‘힘내’라는 말보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위안을 느낀다. 이 영상에는 그런 힘이 있었다.

 

오후에 내가 본 공연은 철새들의 겨울나기였다.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계속 이동하는 철새들의 모습은 정착하기 어려운 신진 공연예술가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공연 입간판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첫 라인업은 포크스푼이라는 밴드였다. 제3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에서 예술상을 받았으며 ‘사람들’이라는 곡을 부른 팀이다. 포크스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포크하고 펑키한 음악들이었다. 공연 중간중간에 세션과 보컬이 함께 안무를 간단하게 했는데, 보고 듣기에도 즐거운 무대였다. 세상 사람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에는 MR과 악기를 함께 사용하여 크로스 오버 음악을 하는 메리플레인의 공연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대중가요를 자신들만의 느낌으로 불러 메리플레인을 처음 보는 관객도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메리플레인의 ‘생각이 나서’라는 곡은 한 번만 듣고도 흥얼흥얼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이고 후렴구가 쉬워서 좋았다. 청년 아티스트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받은 관객들의 얼굴은 조명이 없어도 즐거움으로 빛났다.

2018 인천청년문화대제전 ‘하이 유스 페스티벌’은 작품을 다양하게 볼 수 있어 좋았다. 청년 아티스트들이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을 많이 발견할 때면 어쩐지 늘 마음 한구석이 짠하고 따뜻해진다. 취업을 준비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통된 부분이 있다. 경력자만 뽑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 대체 처음 취업하는 사람은 어디에서 경력을 쌓고 와야 취직할 수 있느냐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술도 똑같다. 유명하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너무나 많다. 사람들은 계속 태어나고 자라며 새로운 예술가들은 계속해서 탄생한다. 날 때부터 멋지고 유명한 예술가는 단 한 명도 없다. 어떤 유명인이든 그들을 유명하게 만들어 준 첫 무대들이 있었을 것이다. 새싹을 발견하고 꽃을 틔울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 주는 모든 기회들 덕분에 철새 같은 청년 아티스트들도 어딘가 자리를 잡고 봄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무대 없는 아티스트들에게. Hi, Youth!

글·사진 / 시민기자단 이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