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천을 담은 이미지들 <2019 도시를 보는 10명의 작가전>

[출처] 인천도시역사관

내가 사는 인천은 어떠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푸른 자연의 계양산과 긴 도로망이 뻗은 부평대로 그리고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계양역의 풍경,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각자 살아온 경험과 생활하고 있는 곳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그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민 300만 명이 모두 다를 것이고 다른 지역에서 바라본 인천의 이미지도 다양할 것이다.

인천 도시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인천도시역사관에서 올해 3월부터 내년 1월까지 시각예술을 통해 작가들이 경험한 인천의 모습, 표현하고 싶은 인천의 모습, 기억하고 싶은 인천의 모습을 미술, 사진 등 각자의 방식을 통해 보여주는 ‘도시를 보는 10명의 작가 展’이란 의미 있는 전시를 진행했다.


12월에는 노기훈 작가의 <1호선>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1호선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시작’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우리나라 철도가 시작되는그 철길을 따라 많은 사람과 물건이 오가고 그 속에 많은 이야기도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누군가는 1호선과 관련하여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도 있었을 것 같다. 전시를 기획한 작가는 1호선을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기대가 되었다. 전시장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이미지는 철길, 차갑고 딱딱한 고철의 느낌이 아닌 햇살이 포근하게 비치는 푸른 나무와 철길의 모습이다.

그와 대비되게 화면 양쪽으로는 철길 주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철도의 철길만을 생각할 때 그 이면의 풍경을 기록해서 보여주려는 것일까? 나에게 1호선하면 떠오르는 것은 인천역에 나와 마주치는 차이나타운의 입구 패루와 부평역의 광장, 그리고 용산역의 환승풍경, 서울역의 다양한 사람들, 시청역의 광장이다.


 전시를 보러가기전 경인일보의 전시소개 기사가 떠올랐다. 작가는 서울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경인선이 시작되는 인천역에 위치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2013년 입주작가로 활동하였다. 인천과 서울을 꾸준히 오갔던 작가는 인천역에서 노량진역까지 26개의 역을 두 발로 걸으며 그 풍경을 사진에 담아 2016년에 26점의 작품으로 전시를 열었다고 한다.

[출처] 인천도시역사관

1호선 선로의 좌측과 우측을 2차례 걸으며 보이는 실체를 본인의 감각으로 그 상징을 포섭하려 했다는 그의 글이 다시 한번 생각나며 이번 도시역사관의 기획전시 제목과 알맞은 전시라고 생각 들었다.

그렇다면 타인이 바라본 인천의 모습을 본 관람객들은 어떠한 생각들을 가지게 될까? 전시를 하는 공간의 이름에서 그 의미를 조금 이해하고자 했다. ‘소암홀’


도시개발로 지금은 사라져버린 연수구 동춘동 750번지 일대의 소암마을의 이름을 간직한 그 공간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그리고 자신의 경험으로 도시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이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내가 사는 도시 인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기억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사진 / 이정민




수다가 만드는 우리 동네 기획 <입에서 입으로>

<입에서 입으로> 포스터

필자는 일을 마치고 참여하다 보니, 5시 타임부터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청년들의 의견을 듣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인 줄 알았지만 다른 연령대들의 등장에 조금 놀랐다. 그러나 상황을 쭉 지켜보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녀가 있는 청년들은 아이들을 두고 올 수 없어 이 자리에 함께 오거나, 2명 이상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집에서는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올 수 없어서 부모님이나 남편과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도 함께하는 문화 프로그램

기획자의 말에 따르면, 서구에 사는 청년들은 활동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를 ‘청년’ 대상으로만 한정 짓기 어렵다. 
또한, 이번 기획의 목적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지역 주민 간의 대화를 나누고, 그 안에서 나오는 동네의 이야기들을 내년도 기획에 반영한다. 기획의 의도대로 청년들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리하여, 주로 청년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 외 마음이 청년인 주민분들과 청년과 함께하는 분들도 참여 가능한 방향으로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획을 위해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호화로운 한 끼를 제공해주었다는 것이다. 요즘에 바쁘다 보니 끼니를 잘 챙겨 먹는 것조차 일처럼 느껴져서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라면을 사 먹거나, 회의 같은 곳에서 주는 간식으로 끼니를 때우곤 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청년들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고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이번 기획에서는 지역의 가게와 협의를 통해 수프-빵-샐러드-스테이크-음료까지 이어져 나오는 코스요리를 참여자들에게 제공하였다. 누군가에게 대접받는 기분으로 먹는 식사라 너무 기분이 좋았고, 무엇보다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음식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 이후에는 기획자가 제시하는 주제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다 보니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동네 주민이 아니라서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를 조금 걱정했는데,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지역 주민이 바라보는 가정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대화가 끝나고 각자의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었다. 퍼실레이터는 참가자들이 작성을 마친 포스트잇을 가져가서 전지에 붙여 함께 볼 수 있도록 벽면에 배치했다. 벽면에 붙은 포스트잇들을 보면서 다른 테이블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함께 보고 공유할 수 있었다, 함께 얘기를 나누지 않았어도 같은 의견이 나온 것을 발견했을 때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자들이 늘 하는 고민인 ‘지역에서 주민들을 위해 어떤 기획을 하면 좋아할까’에 대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내용을 보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맥락’은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니었다 싶다. 그 외에 도 청년과 지역을 어떻게 연결하는가에 대해 부수적인 고민이 생겼다. 이 고민은 청년들만의 고민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청년들과 살아가는 다른 계층의 사람들에게도 함께 이야기하면서 극복해야 하는 고민이라고 느껴졌다. ‘왜 청년들은 인천을 떠나고 싶은가?’라는 포괄적인 질문이 아닌 ‘왜 동네에서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지는가?’라는 명확한 질문을 통해 하나둘씩 개선해나가다 보면, 동네를 지키는 청년들도 생겨나고, 어쩌면 그렇게 남은 청년들이 인천에서 더 좋은 기획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가정동에 대한 참가자들의 생각을 적은 내용 

· 사진 /
김지연




소파 방정환 선생 탄생 120주년 기념 특별전 <방탄어린이, 새 시대를 열다>

소파, 몽중인, 깔깔박사 그를 지칭하는 많은 필명들. 30년 짧은 인생을 살다 갔지만 1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있는 소파 방정환 선생을 기념하는 특별전에 다녀왔다.

우리에게는 어린이날을 만든 사람 정도로만 기억되고 있는 방정환 선생을 깊게 들여다보면 어린이 문학의 토대를 마련하고 동시에 아이들을 몹시 사랑했던 모습으로 드러난다. <방탄어린이, 새 시대를 열다> 특별전에서는 사람 방정환의 모습과 그의 업적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잃어버린 한글을 쉽게 읽힐 수 있도록『어린이』잡지를 출간하고 빈칸풀이나 수수께끼 문제를 내 아이들을 위한 문학의 장을 열었던 방정환 선생의 기발한 이야기는 한 사람의 한글 운동이 어린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 넓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우습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쓸 때 그는 깔깔박사라는 필명을 썼으며, 탐정소설을 썼을 때는 북극성이었다가 이솝우화를 번역할 적에는 ㅈㅎ생이라는 다소 오묘한 필명을 적기도 했다. 다양한 필명처럼 그는 머릿속에 다채롭고 많은 생각으로 꽉 차 있었던 듯하다.

특별전에 들어가기 전 잊지 말고 챙겨야 할 것이 있다. 그림도 그리고 문제도 풀 수 있는 체험지는 관람하는 재미를 한층 높여주니 아이의 손에 꼭 체험지를 쥐여 주고 답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떠나보자. 완성된 체험지는 공모전도 따로 진행하고 있으니 마지막 장에 응모방법도 꼭 잊지 말고 체크할 것.

기억 속 어린이날은 늘 기다려지고 즐거운 기억으로 가득했다. 그날의 꿈을 먹고 자란 ‘방탄어린이’가 곧 나이고 우리 모두일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려는 그의 작은 바람이 큰 물결이 되어 1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아이들에게 행복의 날을 만들어준다. 소파(小派)라는 그의 필명처럼.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는 <방탄어린이, 새 시대를 열다>는 반드시 아이와 함께 방문해 보아야 할 뜻깊은 장소다.

 

글 · 사진 /
시민기자단 임중빈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의 김훈종, 이승훈, 이재익 PD와 함께한 ‘한국영화 100년, 인생영화를 말하다!’

[출처]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

올해 가장 화제가 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영화제에서 대상격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한국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였다. 이 쾌거는 한국영화 100주년이라는 시점에서 그간 이뤄온 한국영화 100년 역사를 자양분 삼아 한국영화의 문을 새롭게 열었다고 할 수 있다.

12월 12일 인천문화재단은 송도 트라이보울 공연장에서 겨울특강 ‘한국영화 100년, 인생영화를 말하다!’를 개최했다. 인천시민문화대학 하늬바람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번 특강은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의 김훈종 PD가 진행을 맡았다. 그는 이승훈, 이재익 PD와 함께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각자의 인생영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SBS방송국 3명의 PD는 8년간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쌓은 유쾌하고 노련한 입담으로 자신들이 겪었던 영화현장에서의 다양한 곡절과 사연들을 전하였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은 시점에서 지금 우리 시대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펭수’와 ‘마블’과 ‘BTS’, 하나의 세계관으로써 당당히 주류로 서다
먼저 이승훈 PD는 ‘펭수’와 ‘마블’과 ‘BTS’ 주제로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다. 이들을 이야기하기 전 2018년 힙합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777>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가수 ‘마미손’에 대한 언급을 먼저 했다. 얼굴에 핫핑크 복면을 쓰고 참가자로 나온 그는 가린 얼굴에도 감출 수 없는 특유의 랩핑으로 이전 시즌에서 심사위원과 같은 프로듀서로서 참가한 또 다른 랩퍼 ‘매드크라운’을 떠올리게 했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마미손과 매드크라운 둘만은 서로 절대 같은 인물이 아니라며 부인했고 이 둘은 각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결국 음악시상식 <2018 MAMA>에서는 이 두 인물에게 서로 다른 대기실까지 주었는데 이승훈 PD는 이 결정에 담긴 의미에 강하게 주목하였다. 이는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바로 마미손과 매드크라운이 비록 같은 동일인일지라도 이들의 서로 다른 ‘세계관’을 별개로 인정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우스운 이야기 취급이 아닌 하나의 세계관으로 받아들였다는 것.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인형 탈을 쓴 사람으로서가 아닌 남극에서 온 펭귄인 ‘펭수’ 자체로, ‘BTS’와 같은 아이돌 그룹이 정한 각종 컨셉 역시 그 자체의 세계관으로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영화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마블은 영화가 아닌 테마파크’라는 발언을 해 여러 가지 의미로 큰 화제가 되었다. 우리는 실제로 마블의 영화를 보면서 아이언맨 같은 삶은 살 수도 없고 꿈꿀 수도 없다. 현실에서는 많이 공감하기는 어렵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이한 지금 전 세계의 관객들과 더불어 한국의 수많은 관객들 역시 마블이 구축한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긴다. 소수의 마니아 영화가 아닌 완결된 세계관을 가진 엔터테이먼트식 영화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청춘영화와 우리 사회, 해답보단 위로를 건네다
이승훈 PD의 이야기 키워드는 ‘청춘’이었다. 많은 이들은 청춘의 일부로 영화를 보기 시작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시대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과거 한국영화를 통해 본 청춘은 거의 사랑을 위해 죽고 사는 듯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보던 애틋하고 순애보적인 사랑을 하던 청춘의 모습은 조금씩 변해갔다. 아마 예전 영화에서 느끼던 청춘의 사랑이 좀 더 아득하고 희망적이고 낭만적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영화에서 보이는 청춘의 사랑은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볼 수 있듯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 많다.

앞서 언급했듯 영화는 시대와 큰 연결고리를 갖게 되는데 그러기에 당대영화를 당대에 보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영화 ‘기생충’에 담긴 오늘날의 청춘의 모습은 어떠한지 살펴보자. 이 영화에서는 두 청춘 남매가 등장한다. 이 두 청춘은 크게 반항적이지도 무능하지도 않다. 다만 자신들이 가진 꿈과 작은 능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 끔찍한 지하 방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청춘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큰 희망도 품지 않고 그렇다고 사회를 향한 강한 분노와 비난의 말도 쏟아내지 않는다. 절망 속에 순종적이고 무기력한 이 청춘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예전 청춘들의 뜨거운 반항적인 태도가 아쉬울 따름이다. 한국영화지만 전 세계인이 ‘기생충’을 통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오늘날 극심한 빈부격차가 전 세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청춘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청춘들의 모습이 이러할지도 모른다. 타개할 수 없는 현실 속에 결국 청춘들은 기성세대에 대해 많은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보다 뜨거운 청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는 그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청춘을 공유하는 영화를 통해 명확한 해답은 어렵지만 어쩌면 조금의 위안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영화라는 환상을 통해 삶을 곱씹는다.
마지막으로 김훈종 PD가 이야기를 마무리하였다. 한국영화는 100년간의 역사를 통해 그동안 매우 큰 문화적 역할을 해 왔다. 80년대 우민화 정책 중 하나로 성(性)에 지나치게 집착하던 영화제작에서 벗어나 90년대 이후 좀 더 다양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발전을 위해 많은 영화인들이 함께 노력해왔다. 개인적으로 김훈종 PD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세계를 높이 평가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세계는 ‘삶의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원래 삶이란 것이 그런 것이라는 삶의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우리는 이것을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잔인하게 전달한다. 관객들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드는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삶에 대하여 끊임없는 성찰과 고찰을 하고 고민하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라는 환상을 통해 부조리하고 아이러니로 가득한 삶을 곱씹는 기회를 제공한다.

앞으로의 한국영화 100년,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난 100년의 시간 동안 한국영화는 양과 질에서 끊임없는 발전을 이룩하였고 지금도 그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100만 관객도 어려웠던 한국영화는 이제 1,000만 영화를 다수 양산하며 올해는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코미디영화도 1000만 영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아직 해결해야 하는 영화산업 구조의 문제와 머지않아 변화될 극장 패러다임 등 앞으로 한국영화가 부딪혀야 할 파도는 높고도 거칠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누구도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한국영화의 눈부신 발전과 행보를 보아서는 앞으로의 한국영화 100년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글/
김지인 시민기자단




2019 트라이보울 예술아카데미 <재즈로 읽는 모던 조선>

송도국제도시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인 ‘트라이보울’에 다녀왔다. 평소엔 트라이보울이라는 독특한 건축물의 미적요소에 매료되어 “전시” 작품에만 만족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트라이보울 ‘공연장’에서 출연진과 관람객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연. 그리고 잠시 우리나라 대중가요에서 잊혔다고 생각했던 장르인 ‘재즈’를 작은 콘서트로 선보였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다.

이번 2019 트라이보울 예술아카데미는 지난 12월 13일 <저항으로 읽는 근대가요>를 시작으로, 이번 12월 20일에 선보인 <재즈로 읽는 모던 조선>까지 2회에 걸쳐 공연이 진행되었다. 대중음악사학자로 유명한 ‘장유정’ 보컬(해설)과 함께 주화준(드럼), Cray koo (피아노), 오정택(콘트라베이스)까지 총 4명이 완벽한 하모니를 진행하였다. 진행을 맡은 장유정 해설은 꼭 이 세 명과 공연을 해야 한다고 농담으로 말한 대목에서, 이번 공연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재즈’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 재즈가 들어온 초창기 풍경을 우리에게 들려주면서 공연은 시작됐다. 그런데 재즈의 사전적 의미만을 전달한다면 공연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관람객이 조곤조곤 따라부를 수 있는 곡 ‘리라꽃 피건만’. ‘항구의 블루스’ 등을 장유정 보컬에 의해 관람객에게 쉽게 전달되었다. ‘재즈’라는 장르는 잘 몰라도 “오빠는 풍각쟁이야”라는 구절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면, 재즈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항상 접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공연 중간에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이야기를 전할 때마다 관객들에서 작은 탄성이 들려왔다. 음악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데, ‘재즈’만큼 격동의 세월을 거쳐온 장르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1920년대에 서양에서 우리나라에 처음 전파되기 시작한 ‘재즈’라는 장르는 우리나라의 최초 보이그룹과 걸그룹을 만들 정도로 인기를 끌며 대중에게 전파되어 갔지만, 30년대부터 군국주의가 대두되기 시작하자 서양에서 들어온 ‘재즈’는 일제의 야욕으로 더욱 쇠퇴하게 되었다.

재즈는 비록 서양에서 전파된 음악 장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오고서는 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재해석 되었는데, 처음에는 번안곡으로 시작한 우리나라 재즈의 역사는 창작곡이 나오면서부터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아 갔다. 비록 우리나라의 굴곡진 근현대사의 굴레에서 숱한 위기를 겪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익숙한 음악의 한 ‘장르’가 아닐까?

역사이야기와 함께한 재즈공연은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갈 정도로 관람객들을 매료시켰다. 마지막 공연에는 “앵콜”요청은 물론, 추운 겨울 찾아온 관람객들을 위해 공연 측에서 작은 선물을 준비해주셨다. 따뜻하고 감미로운 재즈 선율에 금요일 밤이 더욱 깊어져 갔다.




해금의 음악적 가능성 연구프로젝트, 박수아 쇼케이스 <해금을 해금하다>

[출처]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

두 줄의 현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음색의 우리나라 악기, ‘깡깡이’라는 별명도 가진 이 악기는 바로 ‘해금’이다. 12월 3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대중에게 조금은 낯설 수 있는 이 악기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자리, 해금 연주자 박수아의 쇼케이스 <해금을 해금하다>가 마련되었다. 전통적인 해금의 연주를 계승하면서도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해금의 모습을 제시한 이번 공연은 해금 연주자 박수아의 연주에 전자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이원우, 피아노의 신기원, 타악기의 임찬희가 함께하며 더욱 풍성한 무대를 꾸며주었다. 

과감하고 자유로운 시도, 해금(奚琴)을 해금(解禁)하다
꾸준한 국악의 길을 걸어온 해금 연주자 박수아는 다수의 수상경력과 화려한 공연경력을 쌓으며 젊은 연주자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연주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그녀는 단순히 해금의 활을 켜는 것에서 벗어나 해금을 분석하고, 고민하고, 다양한 연주법을 찾는 일련의 과정들을 음악으로 나타내고자 한다. 해금의 전통적인 연주법 이외에도 해금에서 발생하는 모든 다양한 소리를 찾고 이를 음악으로 구현하고 싶어 ‘해금으로 금지된 것을 해지한다.’라는 뜻의 해금(奚琴)을 해금(解禁)하다로 이번 공연의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과감하고 자유로운 시도에 대한 그녀의 강한 확신은 훌륭한 연주의 결과로 드러났다.뮤지션 박수아 제공

해금연주에 담은 인천의 정서, 해금과 전자음악의 절묘한 만남
박수아 연주자의 설명과 함께 진행된 5곡의 연주로 이루어진 70여 분은 해금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곡마다 절묘하게 어우러진 영상은 해금연주의 정취를 더욱 돋우며 관객들을 연주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첫 곡은 <신(新) 천년만세>로 조선 시대 천년만년 수명을 기원하던 선비들의 음악을 해금과 피아노로 재구성하여 연주한 곳이었다. 무게감 있는 피아노 연주 위에서 뛰노는 해금의 선율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두 번째는 연주자의 연고지인 ‘인천’을 노래한 <미추홀 풍류>로 2017년 초연된 ‘Soul in Michuholl’을 피아노와 해금 2중주로 새롭게 편곡한 곡이었다. 인천을 상징하는 바다의 잔잔한 영상과 함께 전해진 이 연주는 같은 인천인이라 그런지 유독 더 마음에 와닿았으며 특유의 매력적인 멜로디가 마음을 울리기도 하였다. 세 번째, 네 번째는 해금과 전자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무대로 꾸며졌다. 이미 전자음악 컨테스트 <2019 Fest-M>에서 1위를 차지하고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에 초청되어 선보이며 그 가치를 입증받은 ‘Micro Layers’는 해금의 평음, 요성 그리고 트레몰로의 스펙트럼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데이터의 흐름을 청각적으로 구현하였다고 한다. 다소 괴기스러울 수 있는 분위기의 이 곡은 굉장히 혁신적이고 놀라운 연주로 연주자가 의도한 대로 해금의 무한한 가능성을 선보일 수 있었다. 역시 전자음악과 함께 이어진 네 번째 무대 ‘Blink’는 타악기 사물북이 함께 더해지며 눈의 깜빡임을 극적인 연주로 표현하였다. 마지막 다섯 번째 무대는 인천의 민요 <나나니 타령>을 해금 독주곡으로 구성하여 해금, 피아노, 타악기의 앙상블을 통해 무대에서 구현되었다. 화려한 영상과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연주는 본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써 손색이 없었다.

무대에서 입증된 해금의 무한한 가능성
이번 공연은 해금 연주자 박수아의 세 번째 독주회이자 자신의 음악을 많은 이들 앞에 선보이는 쇼케이스 자리였다. 전통음악에서부터 전자음악까지 해금의 다양한 연주 가능성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연고지 인천 지역의 특징을 음악으로 녹여낸 이번 공연은 해금의 다양한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이며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완벽하게 매료시켰다. 또한 당차고 단단해 보이는 젊은 연주자는 해금의 무한한 가능성을 자신의 무대로 충분히 입증하였으며 그녀의 연주 행보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그녀가 펼쳐나갈 무한한 해금 연주의 세계를 주목해보도록 하자.

 

글 /  시민기자단 김지인




남사당명인전 <해후>

지난 7일 인천계양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풍물놀이 한 판이 벌어진다고 해서 다녀왔다. 이번 공연 ‘남사당명인전-해후(邂逅)’는 인천지역의 전통예술과 남사당놀이를 전승·계승하기 위해 인천남사당놀이보존회에서 선보인 공연이다. 남사당놀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어 있고 세계인류무형유산(유네스코)으로 지정된 소중한 우리 문화재이기도 하다

공연 자체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농사를 짓지도 보지도 못한 우리는 마을의 안전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평생 한길을 걸어온 인간문화재 명인들의 공연은 즐겁고 여유가 넘쳤다. 이런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니 관객으로서는 행복한 일이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무료 공연으로 홍보 활동을 펼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맛깔나는 공연 설명은 재미와 이해를 도왔는데, 실제로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볼뿐만 아니라 직접 관객이 나와 제를 지내고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도 이루어졌다. 그 속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으니, 명인만이 끌어나갈 여유 넘치는 놀이마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당패는 처음에 여자로 이루어진 놀이였다고 한다. 그러다 남자로 이루어진 사당패가 출현했고 이것이 남사당패로 이어졌다고 한다. 놀이를 전수 받는 사람들이 하나둘 줄어드는 이유에는 경제적인 이유를 빼놓을 수 없는데, 처음에는 호기롭게 배우러 왔다가 해가 거듭될수록 전수자가 줄어 현재는 그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과거의 명성과 인기를 다시 찾아서 남사당패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사당패로서 전통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歌-무(舞)-악(樂)-희(戱)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알차게 짜인 모습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조선 시대 와 있는 듯 남사당패의 놀이가 재연되었고 그 소리가 귀와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인천남사당놀이보존회는 전통연희의 전파를 위해 해외에서 교육사업과 문화교류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실제 공연을 접하면 생소한 외국 사람들에게 더 신나는 공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좋은 전통을 외면하고 있었다니 스스로 반성하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글·사진 /
시민기자단 임중빈




화요낭독프로젝트 네번째<살롱 더 플레이>

일시 : 2019. 09. 03. ~ 11. 23(매주 화요일)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다목적실, 대연습실

주최·주관 : 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민기자단 장유하




평범한 시민들이 배우가 되어 만들어온 인천 왈츠 10주년, <제물포의 상인>

 인천 시민인 나에게는 매년 11월이 되면 기다려지는 공연이 있다. 그 공연은 바로 인천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뮤지컬  ‘인천 왈츠’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인천 왈츠는 무대에 한번쯤 서보고 싶은 시민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처음부터 인천 왈츠가 시민참여뮤지컬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2010년에는 ‘시민합창단’, 2011년에는 ‘시민밴드’ 등 시민들이 중심이 되는 콘서트 형태로 진행했으나, 2012년부터는 인천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다.

내가 처음 인천 왈츠를 만났던 건 2014년 작품인 <소원책방>이었다. 당시에 나는 회사생활에 지쳐서 새롭게 도전할 무언가가 필요했지만, 단순히 배우고 끝나는 교육을 받고 싶진 않았다. 그런 나에게 인천 왈츠는 뮤지컬배우이라는 도전 과제와 노래 및 연기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선물해줬다. 그보다 더 의미 있었던 것은 학연이나 직장을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였다. 그 만남들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좋은 기억을 바탕으로 매년 인천 왈츠 공연을 그들과 함께 챙겨보고 있다.

해마다 다른 시대적 배경의 창작극을 무대에 올렸는데, 올해는 인천항이 개항된 조선시대 말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 <제물포의 상인>을 공연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극 중 극’ 형태로 구성되었다는 점이었다. ‘극 중 극’ 형태란 등장인물에 의하여 극중에서 이루어지는 연극의 형태를 의미한다. 이 구성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2개의 공연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또한 무대의 구성도 눈길을 끌었는데, 이번 공연의 경우 무대를 중심으로 무대주변을 커다란 하나의 대기실처럼 배치했다. 실제로 배우들은 공연을 하면서 무대 뒤가 아닌 그 공간에 대기했다가 차례가 되면, 무대로 올라가는 것을 반복했다. 공연의 내용 자체가 뮤지컬 “제물포의 상인“을 준비하는 조연출을 중심으로 진행되기에 무대 뒤의 모습까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았다. 그 덕분에 시민배우들은 무대를 내려와서도 관객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지만,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몰입도는 더욱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시훈

인천 왈츠는 매년 연출가와 시민들을 새로 선정하고 있다. 올해 인천 왈츠는 8월 초 인천문화재단참가자 모집 공지와 포스터 등을 통해 시민배우 50명을 모집하고 부문별 전문가들 아래에서 몇 개월간의 교육과 연습을 거쳐 무대로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공연 도중 대사를 잊어버려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시민배우들의 노력과 진심이 무대가득 느껴지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다. 특히 이번 <제물포의 상인>의 경우, 참여자가 많고 작품 속 배경도 무대라 단체로 무대에 모여서 안무를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각각의 위치에서 함께 동작을 맞추기 위해 서로 얼마나 고생했을지 알 것 같아 보는 내내 마음이 뭉클했다.

인천 왈츠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꿈’이라는 주제이다. 그동안의 작품들은 인천을 소재로 창작할 뿐만 아니라, 늘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제물포의 상인>의 메인 테마곡 또한 “아직 내게 꿈이 있다네. 오늘의 이 공연으로∼.” 라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공연 속 노래는 시민 배우들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꿈’을 그려 넣기도 한다. ‘꿈’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참 익숙하지만, 막상 자신의 ‘꿈’에 대한 질문에 대답할 때는 한없이 낯선 단어처럼 이야기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인천 왈츠는 공연을 보면서 자신의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그것이 10년간 인천 왈츠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어준 것이 아닐까. 

<제물포의 상인>에는 나와 함께 공연했던 동료들이 일부 재 참여했다. 이번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번 참여한 사람들 중 일부는 이후에도 다시 참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내기 너무 아쉬운 경험이라는 것이다. 나 또한 2014년과 2016년 두 번 참여를 했고, 연습에 참여할 시간이 있다면 언제든 또 참여하고 싶은 그런 프로그램이 인천 왈츠다.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들의 마음에 ‘꿈’을 심어주는 인천 왈츠가 되길 기대한다.

ⓒ김시훈

글 / 김지연 시민기자단
사진 / 김시훈




분명히 마음에 응하여 느끼다 <소소 응감>

안정적인 창작기반활동을 제공하는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이 주관하는 소 공연프로젝트 ‘소소 응감’이 11월 16일 토요일 오후 4시에 열렸다. 공연 장소는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의 대연습실이다. 원래 이 공간은 예술인들의 연습 장소지만, 이번에는 시민들을 위한 공연이 열리는 무대로 탈바꿈했다.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측은 각종 공연이 서울에 집중되고 있어 인천시민들이 공연을 쉽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환경을 보완하여 보다 가까이에서 좋은 퀄리티의 공연을 인천시민들에게 소개하고자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 전에도 이런 의도를 가진 행사들이 있었고, 매년 정기대관 단체를 모집하여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 공간 및 문화공유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끝없이 힘쓰는 중이다.

<소소 응감>에서는 인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공연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박효진-솔로 프로젝트’, 고블린파티-옛날옛적에’ 두 개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박효진은 가야금, 양금, 소리, 탈춤을 다루며 전통음악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이다. 현재 개인 활동뿐만 아니라 단체공연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박효진은 직접 양금, 가야금, 소리 등을 이용하여 작곡한 곡들을 소개했다. 가장 먼저, 줄이 철로 만들어진 양금이 등장했다. 양금은 타현악기로, 선율과 리듬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채로 줄을 두드려 소리 내면 금속의 맑은소리가 난다. 박효진 예술가는 양금을 손으로도 연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연주 기법을 사용해 울림이 풍부했으며 공연의 서막을 신비롭게 열었다. 또한 명주실로 이루어진 가야금의 음색과 소리의 조화는 곡의 감정선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객석에 앉아있었지만 마치 전통 가옥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현대무용단체 ‘고블린파티’는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다시 말하면 공연창작자와 출연진 역할을 동시에 하는 예술가 3명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팀이다. 이 날은 춤비평가협회 베스트 작품상을 받은 ‘옛날 옛적에’를 선보였다. 전통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유쾌한 춤사위가 돋보였다. 특히 소품 활용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예를 들면 부채가 나비, 꽃, 우산, 닭의 꼬리로 다양하게 바뀌었다. 한 개의 소품이 뜻하는 여러 가지 역할을 추측하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그들은 악기의 이름도 다르게 붙였다. 꽹과리를 땡글이로, 공연의 끝을 알리는 징을 끝으로 칭했다. 기존 사물의 명칭까지 재치있게 변화시킨 점이 흥미로웠다.
그들은 작업을 할 때 안무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안무가가 동작을 고안하고 무용수가 동작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하기보다 생각의 처음 지점에서부터 함께 만들어간 것이다. 정해진 틀에 안무를 끼워 넣기보다 방향 제안을 했기에 자연스러운 느낌의 공연이 완성된 것 같다.

이 팀원들은 평소 전통적인 소재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익숙한 옛날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하여 신명나게 사용해보고자 했고, 웃음과 풍자가 있는 춤판을 벌여 새롭게 만들자는 취지를 가지고 이번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이 팀에만 있는 특징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고, 소통을 중요시했다고 한다. 첫 공연을 했을 당시, 원활한 소통을 위해 관객 참여를 유도하기 시작했고 이 점이 작품 연습 과정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공연을 거듭하다보니 관객과 호흡을 함께하는 공연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가깝게 숨소리가 들리기까지 할 정도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다고 느껴졌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두 단체의 출연진과 관객들이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에는 관객들이 출연진들에게 자유롭게 말을 건네며 소통할 수 있었다. 관객들은 이날 사용했던 악기들의 연주 방법부터 공연 준비 기간에 대한 내용까지도 편하게 질문했다. 연습 과정이나 공연 당시의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출연진들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의 시간이 진행되었다.
가족과 함께 이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공연 중에 음악이 나오니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고 흥미롭게 봤다. 특히 공연에 나오는 대사들이 뜻 깊었으며 전통적인 요소들로 행하는 것이 충격적이고 좋았다. 끝으로, 소품과 악기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낸 것이 신선했으며 기발한 공연이었다.”라고 말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두 팀은 자연 속에서의 공연과 어린이 관객을 위한 공연 또한 선보일 것이라고 추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기대에 찬 목소리로 활동 계획을 소개하는 모습에서 공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보였다. 앞으로도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과 같은 단체의 활동으로 시민들이 공연 문화를 즐길 기회가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글 / 김다혜 시민기자단
사진 / 김희천